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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제네바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25일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슬라뱐스크의 친러시아 무장세력이 제네바 합의의 이행 감독을 맡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감시단 일행 13명을 억류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6일 “통역 운전사 등을 포함한 OSCE 감시단원들이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슬라뱐스크 진입로 인근에서 친러 무장세력에게 붙잡혀 지역 정보기관 청사에 억류됐다”며 “이 무장세력들은 러시아 정부와 연결돼 있다”고 러시아를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물론이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까지 나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에게 OSCE 감시단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하지만 친러 무장세력 측은 “감시단 일행은 서방의 스파이”라며 “이들의 석방을 원하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억류하고 있는 친러 분리주의자 포로와 맞교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러시아도 인질 석방에 앞서 우크라이나가 동부 친러 분리주의자 진압을 중단하는 게 먼저라는 뜻을 보였다.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질 사태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군사 충돌로 비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OSCE 감시단원 구출을 명분으로 슬라뱐스크에 진입해 친러 무장세력을 제압하면 러시아도 군사 개입으로 맞설 수 있기 때문.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통신은 27일 우크라이나 정부가 병력 1만5000명을 슬라뱐스크 외곽에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스티브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러시아 항공기가 24시간 동안 수차례 우크라이나 영공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주요 7개국(G7)은 26일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기로 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및 이들이 운영하는 법인이 표적이 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강조했다. G7은 이르면 28일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논의한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5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낮췄다. 등급 강등으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러시아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려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는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15일 이란 북부 작은 마을 로얀의 공개 처형장. 7년 전 시장통에서 시비 끝에 또래 소년 압둘라 호세인자데(당시 18세)를 흉기로 찔러 죽인 20대 사형수 발랄이 끌려 나왔다. 검은 천으로 두 눈을 가린 그는 교수대에 선 채 “살려 달라”고 울부짖었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엄격히 따르는 이란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키사스(qisas·보복)’ 원칙에 따라 살인범을 유족 입회하에 사형에 처한다.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 중년 여성이 발랄의 왼쪽 뺨을 후려치며 “너를 용서한다”라고 선언했다. 여성의 남편은 말없이 발랄의 목에 걸린 올가미를 풀었다. 이들은 바로 희생자 압둘라의 부모. 아들을 죽인 원수를 용서한 압둘라의 어머니는 발랄의 어머니를 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이란 이스나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압둘라의 어머니가 발랄을 용서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압둘라의 동생인 아미르호세인 또한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떠나보냈다. 무려 두 아들을 잃었지만 며칠 전 꿈에 나타난 압둘라가 어머니에게 간곡히 요청했다. “저는 좋은 곳에 왔으니 복수하지 마세요.” 결국 그는 발랄이 고의로 압둘라를 죽인 것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고 아들의 살인범을 용서했다. 실제 당시 발랄은 압둘라를 밀쳤다가 발길질을 당하자 홧김에 양말에 넣어뒀던 흉기를 꺼냈다. 이번 사건으로 이란의 사형제에 대한 비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의 사형 건수는 369건으로 수천 명이 넘는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사형집행국이다. 비공개 처형까지 합산하면 지난해 사형자 수만 700명이 넘는다고 앰네스티는 전했다. 앰네스티 측은 “이란의 공개처형제는 범죄 억제 효과는 없이 폭력 문화만 확산시키는 비인도적 조처”라며 폐지를 촉구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세계 각국 정부가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위로와 애도를 표시하고 구조작업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희생자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미국은 필요한 모든 지원에 나설 것이며 7함대 소속 ‘본홈 리처드’함을 해당 수역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17일 “이번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수색 구조 지원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돕겠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피해를 본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하고 생존자 구조 활동에 일본도 협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은 위로 메시지를 전해왔다. 교황청 국무원은 이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를 통해 “교황은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또 “희생자들의 영혼의 안식과 유가족을 위해 기도하면서 구조 작업에 힘쓰는 모든 이들과 기도 안에서 함께하실 것을 약속했다”고 교황청은 말했다. 각국 언론은 한국 정부의 대응 과정과 구조 작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희생자가 늘고 있는 데다 대다수 피해자가 10대 학생이라는 점을 들어 이번 사고가 최악의 선박사고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쟁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발생한 사고 중 최악의 참사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영국 BBC 등도 정부와 당국이 한때 구조자를 368명이라고 발표했다가 이를 철회한 점, 사고 선박의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밖으로 나가지 말고 머물러 있으라”고 지시한 점 등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 정부와 선장 등의 허술한 대처를 비판했다. 아사히, 요미우리, 도쿄, 마이니치 등 일본 주요 신문들은 17일 조간 1면 톱기사로 세월호 사고를 다뤘다. 일본 최대 검색 사이트인 야후저팬에는 “많은 사람이 구조되기를 바란다” “피해자들이 무사했으면 좋겠다” 등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 등 일부 언론은 세월호에 승선했던 자국 출신 외국인들이 구조됐는지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전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넘겨준 기밀서류로 미국 정부의 불법 도·감청 실태를 폭로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가디언이 언론 분야의 최고 권위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으로 ‘독자의 알 권리’와 ‘국익(國益)’ 중 무엇이 우선이냐는 논란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미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의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14일 저널리즘 14개 부문 및 문학·음악 7개 부문의 2014년 수상작을 발표하고 대상 격인 공공서비스 부문 수상작에 WP와 가디언의 폭로 기사를 선정했다. 수상작을 쓴 기자는 WP의 바턴 겔먼(54)과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47) 등 총 3명. 이들은 스노든의 문건을 토대로 미국 정부가 전자감시 프로그램 ‘프리즘’을 통해 수백만 명의 전화 통화 내역과 e메일 정보를 수집한 실태를 낱낱이 공개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퓰리처상은 미 언론재벌 조지프 퓰리처의 유언에 따라 1917년 창설됐다. 헝가리 출신 유대계 미국인인 그는 19세기 말 미 최대 신문 뉴욕월드 등을 운영했다. 전문 언론인 교육기관의 시초로 평가받는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도 그의 유산으로 만들어졌다. 퓰리처상은 수상자를 미 언론사에서 활동하는 기자로 한정하고 있지만 가디언 보도는 뉴욕 지사를 통해 나와 수상이 가능했다. 시상식은 5월 말 컬럼비아대에서 열린다. 그동안 미 보수층에서는 스노든 관련 보도가 전 세계를 뒤흔든 엄청난 특종인 것은 분명하지만 국가안보를 훼손했다며 비판을 강하게 제기했다. 비판론자들은 문건 제공자인 스노든이 러시아로 망명하자 그가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가 아닌 ‘반역자’에 가깝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 보수성향 시민단체 ‘애큐러시 인 미디어’는 “미국인을 테러 공격에 노출시키고 군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기밀문서를 건네받은 사람이 퓰리처상을 받으면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퓰리처상은 정보원이 아니라 보도 자체에 수여하므로 사회적 의미와 파장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이번 보도가 국가기관의 정보 수집 및 사생활 침해에 관한 광범위한 논쟁을 촉발시켰다는 점 등이 선정위원 19명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도에 비판적이었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논란이 계속되자 NSA의 정보수집 범위를 제한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노든은 이날 “두 신문의 노력 덕분에 전 세계의 미래가 밝아졌다”고 수상을 축하했다. 이어 “정부의 불법 활동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믿는 이들에게 큰 보상”이라며 “엄청난 위협에 맞서 헌신과 열정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한 취재진에게 큰 빚을 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속보 부문은 지난해 4월 보스턴 마라톤 테러 소식을 심층 보도한 보스턴글로브가, 사진 부문은 지난해 9월 케냐 쇼핑몰 테러 사진을 보도한 뉴욕타임스(NYT)가 각각 수상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우크라이나 정부가 13일 동부 도네츠크 주의 관공서를 점거한 친러시아 무장세력 진압에 나서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BBC 등 외신은 13일 우크라이나의 진압 과정에서 정부 측 요원 1명이 숨지고 최소 5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 쪽에서도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상대가 사태의 배후라고 주장하며 공방전을 벌여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이날 “도네츠크 주 슬라뱐스크의 경찰서와 시청 등을 점거한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반테러 작전을 개시했다. 국가보안국 특수부대 요원들이 작전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브레넌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2일 저녁 수도 키예프를 비밀리에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전했다. 인구 13만 명의 슬라뱐스크는 러시아 국경에서 150km 떨어진 소도시로 러시아어 사용 주민이 많다. 스스로를 ‘도네츠크 민병대’라고 부른 친러 무장세력 200여 명은 12일 러시아제 소총과 권총 등으로 무장하고 시청 등 관공서 건물을 점거했다. 이들은 러시아 국기를 걸고 바리케이드를 친 채 경찰과 대치해 왔다. 도네츠크 주의 다른 도시 크라마토르스크, 크라스니리만, 드루시코프카 등에서도 친러 세력이 관공서로 돌진했다.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러시아계 주민의 분리주의 움직임이 거세다. 도네츠크 주 주도(州都) 도네츠크 시에서는 시위대가 6일부터 일주일째 관공서를 점거 중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무력 진압이 러시아의 군사 개입을 야기할까 두려워 진압을 자제해 왔으나 사태를 방치하면 혼란을 더 키울 수 있다는 판단으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의 4자 회담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친러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면 회담에 불참하겠다고 경고해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13일 “우크라이나 과도정부가 무능력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가를 80% 인상하고 밀린 가스 대금 22억 달러(약 2조2792억 원)를 갚으라고 독촉하는 등 군사, 경제 양면으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배후에서 친러 시위대를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맞섰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우크라이나 국경선에서 러시아군을 철수하지 않으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22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미국의 지지를 강조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수입회사 나프토가스는 12일 “러시아의 가스 값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친(親)러시아와 반(反)러시아로 갈린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러시아가 거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도네츠크와 하리코프 루간스크 등 동부 3개주의 친러시아 시위대에 48시간 안에 무력 진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8일 친러 시위대가 점거한 하리코프 주 청사를 탈환하고 친러 시위대를 체포하자 러시아는 “특수부대 배후에 미국이 있다”며 내전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혼란을 일으키려고 선동 세력을 보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친러 시위대 진압을 위해 ‘그레이스톤’이라는 미국 민간회사의 용병을 썼으며 이들이 우크라이나군 조직 ‘팔콘’ 소속으로 위장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30km 떨어진 곳에 병력 4만 명도 집결시켰다. 이에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개입하면 서방의 혹독한 경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9일 “48시간 안에 동부 3개주의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며 “정치적 협상이 통하지 않으면 무력진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현지 언론은 루간스크로 우크라이나군 장갑차들이 이동하고 있으며 조만간 무력 진압을 위한 대규모 작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8일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임시 대통령이 “러시아가 동부 친러 시위대에 개입했다”고 하자 우크라이나 공산당 대표인 친러파 의원 페트로 시모넨코는 “민간인을 군대로 진압했다”며 맞섰다. 반러 정당 UDAR의 대표이자 복싱 헤비급 챔피언 출신인 비탈리 클리치코 의원이 시모넨코를 끌어내자 친러파 의원들이 클리치코에게 달려들어 집단 몸싸움을 벌였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중국 주석이 이틀째 전화를 안 받습니다.”(미군 고위 장성) “이젠 받을 거야. 대통령이 바뀌었으니까.”(프랭크 언더우드 신임 미국 대통령) 백악관의 주인이 되기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냉혹한 정치인 프랭크 언더우드의 일대기를 그린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2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이 대사에서 보듯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언더우드가 아니라 중국에 가깝다. 언더우드의 정적(政敵)인 에너지 재벌 레이먼드 터스크는 중국 거부 샌더 펑과 함께 사업을 확장하려다 사사건건 그와 충돌한다. 460억 달러(약 49조 원)의 재산에도 불구하고 이 싸움에서 패한 터스크는 감옥에 갇힌다. 터스크의 불법 후원금을 받은 대통령이 탄핵 직전 사퇴하면서 부통령인 언더우드가 대통령 직을 승계했다. 언더우드는 권좌에 오르자마자 중국에 전화를 걸고 답을 기다린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을 암시하는 중일 갈등으로 미국도 진퇴양난에 빠진 터라 중국 측에 일본과의 대치를 끝내달라고 호소하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와의 불화로 미국에 망명한 펑이 사형을 당할 것임을 알면서도 중국으로 돌려보낸다. 미국이 더이상 유일 초강대국이 아니며 세계를 움직이는 파워는 오히려 중국에 있다는 것을 드라마는 생생히 보여준다. 현실은 어떨까.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5일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을 만나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지지한다”고 했다. 오노데라 방위상의 어깨를 끌어안고 다정한 포즈도 취했다. 이는 미국이 내세운 ‘아시아 중시전략(pivot to Asia)’의 목적이 중국 견제이며 이를 위해 ‘일본 끌어안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미국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크림 사태에서 보듯 러시아도 제어 못하는 미국이 중국과 제대로 맞설 수 있느냐다. ‘하우스 오브 카드’에는 “중국을 상대할 땐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미국을 존중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정권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이 드라마의 팬이라는 오바마도 “실제 정치가 드라마 같으면 좋겠다. 언더우드는 많은 일을 잘 해냈다”라고 인정했다. 차마 “나는 아니지만…”이라고 할 순 없었을 게다. 독수리(미국)의 쇠락과 용(중국)의 비상은 기원전 5세기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벌인 스파르타와 아테네를 연상시킨다. 당시 그리스 최강이던 스파르타는 급부상한 아테네에 자원과 인재를 속속 뺏기자 전쟁을 벌였다. 혈투 끝에 두 나라가 다 몰락하자 어부지리를 얻은 마케도니아가 그리스 전체를 차지했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국의 대립이 전쟁을 야기하는 이런 과정을 ‘투키디데스 함정’이라고 명명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반도 또한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힘을 합쳐 입지를 넓혀도 모자랄 판에 한쪽은 조잡한 무인기를 날려대고 한쪽은 정쟁(政爭)으로 일관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스파르타와 아테네 모두 무너졌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할 나라는 미국과 중국만이 아니다. 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사상 첫 민주적 정권교체를 위한 아프가니스탄 대선이 탈레반의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5일 무사히 치러졌다. 전체 유권자 1200만 명의 58%인 약 700만 명이 투표권을 행사해 2009년 대선(31.5%) 때보다 투표율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선거 결과는 다음 달 14일 나온다. 대선후보 8명 중 누구도 과반을 얻기 힘들 것으로 보여 다음 달 28일 결선투표에는 아슈라프 가니 전 재무장관(65)과 압둘라 압둘라 전 외교장관(54)이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6일 파지와크아프간뉴스(PAN)가 입수한 일부 투표소의 초기 개표 결과에 따르면 가니 전 재무장관이 42.1%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1위를 휩쓸었던 압둘라 전 외교장관은 40.7%를 얻었다. PAN의 개표 결과는 1%를 조금 넘는 13만 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전체 투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아프간 선거관리위원회가 24일 발표할 잠정집계의 가늠자로 보인다. 가니 전 재무장관은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미국이 선호하는 인물. 미 컬럼비아대에서 문화인류학 박사학위를 땄고 세계은행과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를 지낸 친(親)서방 성향이다. ‘반(反)카르자이-반탈레반’ 기치를 내건 압둘라 전 외교장관은 안과의사 출신으로 반탈레반 연합체인 ‘북부동맹’을 이끌다 암살당한 아흐마드 샤마수드 장군의 최측근이다. 파슈툰족 부친과 타지크족 모친 사이의 혼혈이다. 두 사람의 대결은 아프간 최대부족 파슈툰족(가니)과 2위 타지크족(압둘라)의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3선 금지 조항으로 출마하지 못한 카르자이 대통령은 막후에서 가니를 밀고 있다. 무함마드 나지불라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탈레반에 살해됐기 때문에 퇴임 후 안전판이 절실한 상태다. 압둘라 후보는 타지크족 외에도 하자라족, 우즈베크족 등 소수민족의 지지를 업고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칠레에 이틀 연속 강진이 발생해 ‘대지진(빅 원·Big One)’ 공포가 커지고 있다. 1일 북부 항구도시 이키케 부근에서 리히터 규모 8.2의 강진이 발생한 지 하루 만인 2일 같은 지역에서 규모 7.6의 지진이 발생했다. 다만 지진 발생 직후 칠레와 페루에 발령됐던 지진해일(쓰나미) 경보는 해제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2일 오후 11시 43분 이키케에서 남쪽으로 약 19.3km 떨어진 곳에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USGS는 당초 지진 규모를 7.8로 발표했다가 몇 시간 후 7.6으로 낮췄다. 지진 발생 직후 규모 5.8과 5.6의 여진도 이어졌다. 이날 지진으로 0.7m 높이의 쓰나미가 밀려오자 칠레 정부는 북부 해안 일대에 대피령을 내렸다. 이키케 북쪽 아리카 시를 방문해 피해 주민을 위로하던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도 대피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지진 직후 이키케 지역 주요 건물이 흔들리고 주민들이 급히 대피하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산사태도 발생해 최소 8개의 도로가 차단됐고 일부 항만도 폐쇄 상태다. 1일 지진으로 사망한 6명을 제외한 추가 사상자가 발생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달 칠레 미국 파나마 뉴질랜드에서 지진이 일어난 데 이어 칠레에서 이틀 연속 강진이 발생함에 따라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대재앙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일대에서는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 직후 뉴질랜드에서도 규모 5.2의 지진이 일어났다. 칠레에서도 지난달에만 규모 5.0 이상의 강진이 서너 차례 발생했다. 약 4000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 50개 주 중 인구 규모 및 밀집도가 가장 높은 데다 강진도 자주 발생해 ‘빅 원’에 대한 공포가 유달리 크다. 이날 USGS는 “최근 상황을 감안할 때 규모 8.8∼8.9의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발생 시점은 내일이 될 수도, 몇 년 후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2001년 8월 ‘빅 원’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1906년 4월 샌프란시스코를 강타한 규모 8.3의 지진으로 약 500명이 숨졌다. 1994년 1월 노스리지에서 발생한 규모 6.7의 지진으로 약 9000명이 사망하거나 다쳤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1일 남미 칠레에서 일어난 리히터 규모 8.2의 강진 및 지진해일(쓰나미)이 일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2일 “쓰나미가 3일 오전 일본의 태평양 연안에 도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최초 도착 지점은 홋카이도(北海道) 동부 연안으로 3일 오전 5시경 높이 0.2∼1m의 쓰나미가 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기상청은 3일 오전 3시경 쓰나미주의보를 발령할 예정이다. 로드리고 페냐일리요 칠레 내무장관은 이날 오후 8시 46분 칠레 북부 항구도시 이키케 북서쪽에서 99km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최소 5명이 사망했고 도로 파손 및 전력 공급 중단 등의 피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남자 4명, 여자 1명이며 심장 발작 또는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발생 45분 만에 진앙과 가까운 이키케와 피사과 등의 지역에서 높이 2m의 쓰나미가 밀려왔지만 관련 피해는 신고되지 않았다. 이키케 등 해안도시는 계속된 지진으로 20만 명 주민의 상당수가 대피한 상태다. 이번 지진으로 이키케 여자교도소에서 죄수 300여 명이 탈출해 경찰 및 특수부대가 급파됐다. 이번 지진은 이키케에서 470km 떨어진 해발 4000m의 고원도시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지진파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진 발생 뒤 몇 시간 동안 규모 6.2 내외의 여진이 여러 차례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를 감안할 때 사상자 및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즉각 이키케 주변을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주민대피령을 내렸다. 미국 하와이의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WC)도 칠레를 포함해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파나마 등 태평양 연안의 중남미 국가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가 몇 시간 뒤 해제했으며 인근 해안지대 주민에게 해수면에서 20∼30m 높은 곳으로 피신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2010년 2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남서쪽 325km 해안에서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해 500여 명이 숨지고 가옥 22만 채가 부서졌다. 1960년에는 역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꼽히는 규모 9.5 강진이 발생해 무려 1600명이 사망하고 3000명이 부상을 입었다. 칠레는 세계 지진의 90%가 일어나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자리하고 있다. 이 지진대는 남미와 북미 해안,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섬 등을 연결하는 고리 모양 화산대로 지진과 화산폭발이 이어져 ‘불의 고리’로 불린다.하정민 dew@donga.com·김지영 기자}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초콜릿 왕’에게 달렸다.” 5월 25일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우크라이나에서 친(親)서방 노선의 억만장자 페트로 포로셴코(49·사진)가 유력한 대선후보로 급부상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이 29일 보도했다. 특히 또 다른 후보인 헤비급 복싱 챔피언 출신 비탈리 클리츠코 민주동맹(UDAR) 대표가 이날 대선 불출마 및 포로셴코 지지 의사를 밝혀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25%의 지지를 얻은 포로셴코는 클리츠코 대표(9%),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8%) 등을 크게 앞선 상태다. 이날 공식 대선 출마를 선언한 포로셴코는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방위조약을 서방과 맺겠다”고 밝혔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옛 소련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발사체를 모두 폐기하는 대신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4개국이 경제적 지원과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내용이다. 이어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의 것”이라며 친서방 노선을 분명히 했다. 1965년 우크라이나 남부 볼흐라드에서 태어난 포로셴코는 옛 소련 붕괴 당시 코코아 열매 수입판매를 시작했다. 자신의 회사 ‘로셴’을 동유럽 최대 제과회사로 키워내 ‘초콜릿 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방송국, 조선소 등도 보유한 그의 재산은 총 13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에 이른다. 우크라이나의 대다수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와 달리 정권의 특혜 없이 손수 부를 일궜다는 점도 독특하다. 사업에서 이룰 것을 다 이룬 그는 정계로 눈을 돌려 1998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빅토르 유셴코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2004년 오렌지혁명에 자금을 대 정계 유력인사가 됐다. 유셴코 전 정권에서 외교장관, 이어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권에서 경제개발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했다. 당초 중립 성향의 포로셴코가 반(反)러 노선을 택한 결정적 계기는 2013년 7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초콜릿 분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관세동맹 가입을 압박하며 자국 내 로셴 공장을 폐쇄하자 그는 반러, 반야누코비치 시위에 본격 가담했다. 포로셴코 소유의 방송국은 지난해 말부터 야누코비치 퇴진 시위가 본격화하자 반정부 시위 현장을 내내 생중계했다. 그 자신도 시위에 앞장섰고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해 경찰에 구금 중인 시위대 일부를 석방시키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열악한 우크라이나의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재벌인 포로셴코가 경제 회생에 능력을 보일 것이라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기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그의 정치 경력이 길지 않고 누가 대통령이 되건 친러와 반러로 나뉜 우크라이나의 동서 갈등을 쉽게 아우르긴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태국헌법재판소가 지난달 실시된 조기 총선에 대해 무효 결정을 21일 내렸다.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태국의 정국 혼란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기 총선으로 위기를 타개하려 했던 잉락 친나왓 총리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이날 조기 총선의 위헌 여부를 결정하는 심리에서 “2월 총선은 태국 전체에서 같은 날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을 위배했다”고 무효 결정 이유를 밝혔다. 태국 정부는 지난달 2일 하원의원 500명을 뽑는 선거를 전국 9만3952개 투표소에서 실시했으나 총선에 반대하는 야권 및 반정부 세력의 방해, 투표소 점거 등으로 다수의 선거구에서 투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잉락 총리는 선거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 선거구에서 보궐선거를 진행하면 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헌재 결정으로 국정 운영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일본 도요타가 급발진 문제와 관련해 미국 법무부에 벌금 12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납부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자동차 업체에 매긴 벌금 중 최고액이다. 다만, 도요타는 엄청난 벌금의 대가로 3년간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추가 피소 위험을 면했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19일 “도요타가 2009년과 2010년에 도요타 및 렉서스 브랜드 차량의 급발진 문제에 대해 소비자, 의회, 규제 당국 등에 허위 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요타의 행위는 수치스러운 짓”이라며 “기기 결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문제를 즉각 공개하고 개선하지 않은 채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비판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지난해 4월 15일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왼쪽 무릎 아래를 잃은 여성 무용수가 1년 만에 첨단 의족을 착용하고 열정적 라틴댄스 공연을 펼쳤다. 주인공은 미국 스포츠댄스 강사 에이드리언 해슬릿데이비스 씨(33). 미 언론은 그가 19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세계적인 강연행사 테드(TED) 무대에서 인공 다리를 착용하고 룸바 공연을 펼쳤다고 보도했다. 반짝이는 장식이 달린 새하얀 미니드레스를 입은 해슬릿데이비스 씨는 남성 댄서와 함께 라틴팝 가수 엔리케 이글레시아스의 곡 ‘링 마이 벨’에 맞춰 화려한 율동을 선보였다. 해슬릿데이비스 씨에게 의족을 만들어준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생체공학연구소장인 휴 허 박사는 이날 강연자로 무대에 올라 “범죄자들이 에이드리언을 공연장에서 끌어내렸지만 우리가 다시 무대로 돌려놓았다”고 말했다. 해슬릿데이비스 씨는 “나는 테러 ‘피해자(victim)’가 아니라 ‘생존자(survivor)’”라고 강조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크림자치공화국 주민투표 결과 ‘러시아와의 합병’이 결정됐지만 러시아와 서방의 대립은 한층 격화하고 있다. 선거 결과가 나오자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은 당장 대(對)러시아 경제·군사제재 검토에 나섰다. 러시아도 유럽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맞설 태세다. 크림반도의 귀속 절차 논의도 서둘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하원에서 크림반도 귀속에 관해 연설한다. 연설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러시아 의회는 같은 날 오전 주민투표 결과에 지지 성명을 내기로 했다. 세르게이 샤탈로프 러시아 재무차관은 귀속을 진행하면서 크림반도에 조세 혜택을 줄 뜻을 밝혔다. 크림공화국 의회도 17일 투표 결과를 수용해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 및 러시아 귀속을 결의했다. 의회는 이번 결의에 따라 크림반도 내 우크라이나군을 해산하고 러시아 루블화를 크림공화국 제2 공식 화폐로 정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서방의 경제 제재가 러시아의 보복 조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면 전 세계 교역, 투자, 에너지 부문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 및 곡물 가격 급등이 예상된다. 유럽은 천연가스 수입의 25%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우크라이나는 동유럽 최대 곡물 수출국이며 곡물 수출의 10%가 크림반도에 있는 항구를 거친다. 러시아의 경제적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수출 비중은 1%에 불과하지만 러시아의 대EU 수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5%에 이른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가시화하자 러시아 주가는 올해 초 대비 20% 떨어졌다. 외국 자본의 ‘탈(脫)러시아’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1, 2월에 이미 330억 달러(약 35조2200억 원)가 빠져나갔고 이달 말까지 200억 달러 이상이 추가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폭스뉴스는 1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러시아 고위인사 7명에게 제재를 가했다고 보도했다. EU도 러시아 관리 21명에게 EU 내 여행금지 및 자산 동결을 의결했다. 서방이 주요 8개국(G8)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카드 등을 꺼낼 수도 있다. 사태가 더 악화되면 양측 모두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점 때문에 막판 외교적 해결 노력도 이어졌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 및 영토를 침해한 것에 대해 유럽과 함께 추가 제재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도 “위기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길은 아직 남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에도 큰 부담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미국과 유럽에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원유에만 의존하는 러시아의 허약한 경제구조를 감안할 때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감내할 수 있느냐는 점이 변수다.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 일대 전체의 혼란은 정치·경제 안정을 통한 제2의 부흥을 꿈꾸는 러시아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친러 성향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서는 크림반도와 마찬가지로 분리주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내전 가능성마저 거론할 정도다. 하리코프, 도네츠크, 드네프로페트롭스크, 오데사, 니콜라예프 등 우크라이나의 친러 성향 주요 도시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며칠째 러시아 귀속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크림반도 내부의 긴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6일 투표 결과가 발표된 뒤 친러시아계 주민들은 환호했지만 우크라이나계, 타타르계 등 반(反)러시아계 주민들은 공포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날 “주민투표 전부터 반러시아 주민들의 엑소더스(탈출)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김기용 kky@donga.com·하정민 기자}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을 이기려면 소련이 필요해.”(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폴란드를 합병하고 싶은데….”(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서기장) “동유럽을 소련에 넘겨줘선 안 돼.”(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였던 1945년 2월 4일 크림반도 남부의 휴양지 얄타. 요즘 말로 ‘G3’ 수장인 루스벨트, 처칠, 스탈린이 만났다. 패전을 눈앞에 둔 독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셋의 속내는 제각각이었다. 가장 속이 탄 사람은 루스벨트.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이었지만 그는 20년 넘게 소아마비를 앓았고 심장병까지 겹친 중환자였다. 그 와중에 지구 반 바퀴를 날아 얄타에 온 터라 탈진 직전이었다. 그는 독일과 달리 일본 패망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오판했고 원자폭탄의 위력도 확신하지 못했다. 스탈린의 환심을 사 소련 참전을 유도하려 했던 루스벨트는 처칠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유럽은 물론 사할린과 일본 북방영토(쿠릴열도)에서의 소련 우월권을 인정했다. 스탈린은 극동지역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루스벨트의 넘치는 양보에 흡족해했다. 그러면서도 참전을 질질 끌다 일본 나가사키에 두 번째 원폭이 떨어진 같은 해 8월 9일 일본에 선전포고를 했다. ‘눈 가리고 아웅’으로 참전한 소련은 6일 만에 승전국이 됐고 극동은 물론 동유럽 전체를 손아귀에 넣었다. 한반도 분단과 냉전체제 출범의 도화선인 얄타회담은 이처럼 소련의 이득으로 끝났다. 루스벨트는 일본 패망도 못 본 채 얄타회담 두 달 뒤 숨졌고 회담 결과 또한 내내 미국 정부의 부담으로 남았다. 2005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얄타회담에서 강대국이 약소국의 자유를 소모품으로 여기고 희생시킨 부당한 전통을 따랐다”며 2차 대전 사후처리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인정했다. 지금은 크림반도가 미국 대통령의 골칫거리다. 이민법, 오바마케어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낮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거치면서 취임 뒤 최저치인 38%까지 떨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19세기에나 가능할 일이 21세기에 일어났는데도 미국의 리더십 실종으로 전 세계가 위험에 빠졌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안에 이어 또 러시아의 힘을 과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지율은 72%다. 데이나 로러배커 공화당 하원의원 등은 오바마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다. 크림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은 남의 나라 불구경이 아니라 한국의 현안이기도 하다. 얄타회담의 세 참가자는 아무도 한반도에 관심이 없었지만 회담 결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는 강대국 간 이권 다툼에서 둘로 쪼개진 한국이었다. 60여 년이 흘렀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 상태이며 강대국 간 나눠먹기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강대국 사정에 따라 우크라이나 영토로 남을지, 러시아 영토로 넘어갈지 모르는 크림반도의 운명이 한반도와 유달리 비슷해 보인다면 과장일까. 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파시스트 정부, 살인자 에르도안(터키 총리)!” 11일 오후 터키 이스탄불 시민들이 붉은 천으로 감싼 관 하나를 어깨에 짊어지고 거리로 나섰다. 차가운 비를 맞으며 15세 소년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는 시민들의 슬픔은 분노로 변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에게로 향했다. 거리로 나서지 못한 시민들은 집 창문에 서서 숟가락으로 프라이팬과 냄비를 두드렸다. 터키 반정부 시위에서 유행하는 시위 형태다. 터키의 반정부 시위가 한 소년의 죽음으로 더욱 격화되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6월 빵을 사러 집을 나섰다 시위 진압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은 베르킨 엘반. 그는 269일 동안 혼수상태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이날 오전 7시 숨을 거뒀다. 담당 의사는 “최근 몇 주 동안 상태가 악화돼 몸무게가 16kg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엘반의 어머니는 기자들과 만나 “아들의 생명을 앗아간 사람은 에르도안 총리”라며 “그는 심지어 시위대 진압에 나선 경찰들을 영웅이라고 칭송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검시를 마친 엘반의 시신은 이슬람 종파 중 하나인 알레비파의 사원 ‘제메비’로 옮겨졌다. 장례식은 12일 열린다. 1987년 6월 직선제 개헌 요구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씨(당시 연세대 2학년)가 한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됐듯 꽃다운 나이에 숨진 엘반 또한 터키 민주화 시위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이스탄불뿐 아니라 앙카라 이즈미르 등 터키 주요 도시에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경찰과 충돌했다. 수도 앙카라 크즐라이 광장에 모인 시위대는 “에르도안 정부, 부패 정부, 사임하라”고 외쳤다. 지중해 연안의 메르신에서는 여성 2명이 물대포 차량에 부딪혀 다쳤다. 에게 해에 접한 터키 3대 도시 이즈미르에서는 일부 학생이 수업을 거부하고 연좌 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 고무탄 등을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반정부 시위 격화로 2003년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에르도안 총리는 더욱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앞서 에르도안 총리는 10억 달러(약 1조680억 원)에 이르는 재산을 은폐하는 방안을 아들과 논의하는 녹음 파일이 폭로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터키의 주요 노조인 혁명적노동조합총연맹(DISK)도 엘반의 장례식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혀 터키 정부는 12일 엘반의 장례식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질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CNN은 “30일 지방선거는 단순히 시장을 뽑는 행위가 아니라 에르도안 총리에 대한 심판 투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아이 성적까지 나쁘니 죄인처럼 느껴져요.”(전업주부 박모 씨·43) “내 자아실현 욕심에 애가 희생되는 것 같아 늘 미안해요.”(외국계 회사 강모 부장·44) 한국의 육아 갈등이 유달리 심각한 이유는 자녀 양육에 대해 과도한 죄책감을 느끼는 엄마가 많은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 전업주부는 ‘자녀 교육은 기본에 살림과 내조까지 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직장 맘은 ‘전업주부에 비해 엄마로서 희생이 너무 적다’는 불안에 시달려 실제 그렇지 않은데도 ‘나는 부족한 엄마’라고 느낀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죄책감의 이유로 △동료 집단의 압박(peer pressure)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발달 △과도한 모성신화 △육아를 일종의 성과로 여기는 성과지향주의 문화 등을 꼽았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비교하기 좋아하는 한국사회의 특성상 엄마들끼리 ‘누구 엄마는 애를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더라’라며 자녀에 대한 희생을 비교하고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모성 이데올로기가 강한 엄마일수록 죄책감도 크다”고 말했다. SNS를 통해 다른 엄마들의 양육법 및 생활상을 보고 더 큰 죄책감에 빠지는 엄마가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7세 아들을 둔 외국계 기업 강 부장은 “유치원 정보를 알아보려고 유명 맘 카페에 들어갔다가 다른 엄마가 예비 중학생이 읽는 전집을 사주고 읽힌다는 글을 보고 우리 애만 뒤처지는 듯해 하루 종일 우울했다”고 말했다. 죄책감을 지닌 엄마의 상당수가 남편과의 불화, 시댁 문제 등 가족 갈등에 직면한 상태라는 점도 문제다. 기존의 가정불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녀에게 전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 3세 쌍둥이 남매를 둔 전업주부 이모 씨(37)는 “성별이 다른 애 둘을 돌보는 일은 성별이 같은 애 둘을 돌보는 것보다 4배 힘들다. 그런데도 남편이 반찬투정을 하거나 청소 소홀 등을 지적하면 서럽고 속상한 마음에 애들한테 화풀이를 하고 만다. 그러다 시간이 좀 지나면 애들한테 미안하고 내 자신이 한심해서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 과도한 죄책감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아동청소년상담센터 ‘맑음’의 최명선 소장은 “육아는 양보다 질이므로 아이와 같이 보낸 절대적 시간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엄마로서 내가 못하고 있는 것보다 잘하고 있는 것부터 생각하라”며 엄마들의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고 2, 중2 두 딸을 둔 대기업 팀장 이모 씨(44)는 “딸들이 어렸을 때 나 역시 죄책감이 컸지만 회사에서 20년을 버티고 나니 회사 다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업주부 자녀에 비해 우리 애들은 자립심이 강하다”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맨해튼 북쪽 이스트 할렘에서 대형 아파트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CNN, CBS 등은 최소 빌딩 두 채가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AP통신 등 주요 언론은 12일 오전 9시(한국 시간 12일 오후 11시)경 맨해튼 파크애비뉴와 116번가 교차 지점의 5층짜리 주거용 건물이 폭발 후 무너져 내렸다고 밝혔다. 폭발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큰 폭발음이 나온 것으로 보아 가스 폭발로 추정된다. 하지만 조사에 착수한 뉴욕 경찰은 테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사고로 사망자 1명을 포함해 최소 16명이 다쳐 인근 병원에 실려 갔다. 현지 언론은 사상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거주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건물 잔해에 깔려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스트 할렘은 맨해튼 북동부의 흑인 및 저소득층 밀집 주거 지역으로 대부분의 건물이 상당히 노후돼 있다. 폭발 사고 이후 이곳을 통과하는 메트로노스 기차 및 버스 운행이 중단됐으며 일대 도로도 모두 통제됐다. CNN은 인근 벼룩시장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의 발언을 인용해 “빌딩 한 채가 아니라 두 채가 무너졌으며 그 속에 사람이 없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함께 쿠바 공산 혁명을 이끌었던 ‘쿠바 혁명의 어머니’ 멜바 에르난데스(사진)가 9일 밤 수도 아바나에서 당뇨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향년 93세. 에르난데스는 쿠바 혁명의 시발이 됐던 1953년 몬카다 병영 습격에 참가한 두 명의 여성 중 한 명이다. 1921년 7월 쿠바 중부 크루세스에서 태어난 에르난데스는 1943년 아바나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독재자 풀헨시오 바티스타 정권 전복 투쟁에 참가하며 카스트로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멕시코로 망명했던 카스트로가 1956년 멕시코 베라크루스 해안에서 요트 ‘그란마’를 타고 쿠바로 돌아와 혁명을 일으킬 수 있도록 도왔다. 에르난데스는 혁명에 성공한 뒤 국회 부의장, 베트남 대사를 역임했다. 그는 자신을 화장한 뒤 몬카다 습격에 참가한 혁명 동지들이 묻힌 산티아고데쿠바 묘지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남겼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