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민

하정민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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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정민 기자입니다.

dew@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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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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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교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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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EU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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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6… 5.8… 5.6… 칠레 여진 이어져

    칠레에 이틀 연속 강진이 발생해 ‘대지진(빅 원·Big One)’ 공포가 커지고 있다. 1일 북부 항구도시 이키케 부근에서 리히터 규모 8.2의 강진이 발생한 지 하루 만인 2일 같은 지역에서 규모 7.6의 지진이 발생했다. 다만 지진 발생 직후 칠레와 페루에 발령됐던 지진해일(쓰나미) 경보는 해제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2일 오후 11시 43분 이키케에서 남쪽으로 약 19.3km 떨어진 곳에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USGS는 당초 지진 규모를 7.8로 발표했다가 몇 시간 후 7.6으로 낮췄다. 지진 발생 직후 규모 5.8과 5.6의 여진도 이어졌다. 이날 지진으로 0.7m 높이의 쓰나미가 밀려오자 칠레 정부는 북부 해안 일대에 대피령을 내렸다. 이키케 북쪽 아리카 시를 방문해 피해 주민을 위로하던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도 대피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지진 직후 이키케 지역 주요 건물이 흔들리고 주민들이 급히 대피하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산사태도 발생해 최소 8개의 도로가 차단됐고 일부 항만도 폐쇄 상태다. 1일 지진으로 사망한 6명을 제외한 추가 사상자가 발생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달 칠레 미국 파나마 뉴질랜드에서 지진이 일어난 데 이어 칠레에서 이틀 연속 강진이 발생함에 따라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대재앙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일대에서는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 직후 뉴질랜드에서도 규모 5.2의 지진이 일어났다. 칠레에서도 지난달에만 규모 5.0 이상의 강진이 서너 차례 발생했다. 약 4000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 50개 주 중 인구 규모 및 밀집도가 가장 높은 데다 강진도 자주 발생해 ‘빅 원’에 대한 공포가 유달리 크다. 이날 USGS는 “최근 상황을 감안할 때 규모 8.8∼8.9의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발생 시점은 내일이 될 수도, 몇 년 후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2001년 8월 ‘빅 원’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1906년 4월 샌프란시스코를 강타한 규모 8.3의 지진으로 약 500명이 숨졌다. 1994년 1월 노스리지에서 발생한 규모 6.7의 지진으로 약 9000명이 사망하거나 다쳤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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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레 규모 8.2 강진… 日연안 3일 오전 쓰나미 영향권

    1일 남미 칠레에서 일어난 리히터 규모 8.2의 강진 및 지진해일(쓰나미)이 일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2일 “쓰나미가 3일 오전 일본의 태평양 연안에 도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최초 도착 지점은 홋카이도(北海道) 동부 연안으로 3일 오전 5시경 높이 0.2∼1m의 쓰나미가 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기상청은 3일 오전 3시경 쓰나미주의보를 발령할 예정이다. 로드리고 페냐일리요 칠레 내무장관은 이날 오후 8시 46분 칠레 북부 항구도시 이키케 북서쪽에서 99km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최소 5명이 사망했고 도로 파손 및 전력 공급 중단 등의 피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남자 4명, 여자 1명이며 심장 발작 또는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발생 45분 만에 진앙과 가까운 이키케와 피사과 등의 지역에서 높이 2m의 쓰나미가 밀려왔지만 관련 피해는 신고되지 않았다. 이키케 등 해안도시는 계속된 지진으로 20만 명 주민의 상당수가 대피한 상태다. 이번 지진으로 이키케 여자교도소에서 죄수 300여 명이 탈출해 경찰 및 특수부대가 급파됐다. 이번 지진은 이키케에서 470km 떨어진 해발 4000m의 고원도시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지진파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진 발생 뒤 몇 시간 동안 규모 6.2 내외의 여진이 여러 차례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를 감안할 때 사상자 및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즉각 이키케 주변을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주민대피령을 내렸다. 미국 하와이의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WC)도 칠레를 포함해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파나마 등 태평양 연안의 중남미 국가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가 몇 시간 뒤 해제했으며 인근 해안지대 주민에게 해수면에서 20∼30m 높은 곳으로 피신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2010년 2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남서쪽 325km 해안에서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해 500여 명이 숨지고 가옥 22만 채가 부서졌다. 1960년에는 역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꼽히는 규모 9.5 강진이 발생해 무려 1600명이 사망하고 3000명이 부상을 입었다. 칠레는 세계 지진의 90%가 일어나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자리하고 있다. 이 지진대는 남미와 북미 해안,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섬 등을 연결하는 고리 모양 화산대로 지진과 화산폭발이 이어져 ‘불의 고리’로 불린다.하정민 dew@donga.com·김지영 기자}

    • 201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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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 ‘초콜릿왕’ 5월 대선 달콤한 선두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초콜릿 왕’에게 달렸다.” 5월 25일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우크라이나에서 친(親)서방 노선의 억만장자 페트로 포로셴코(49·사진)가 유력한 대선후보로 급부상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이 29일 보도했다. 특히 또 다른 후보인 헤비급 복싱 챔피언 출신 비탈리 클리츠코 민주동맹(UDAR) 대표가 이날 대선 불출마 및 포로셴코 지지 의사를 밝혀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25%의 지지를 얻은 포로셴코는 클리츠코 대표(9%),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8%) 등을 크게 앞선 상태다. 이날 공식 대선 출마를 선언한 포로셴코는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방위조약을 서방과 맺겠다”고 밝혔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옛 소련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발사체를 모두 폐기하는 대신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4개국이 경제적 지원과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내용이다. 이어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의 것”이라며 친서방 노선을 분명히 했다. 1965년 우크라이나 남부 볼흐라드에서 태어난 포로셴코는 옛 소련 붕괴 당시 코코아 열매 수입판매를 시작했다. 자신의 회사 ‘로셴’을 동유럽 최대 제과회사로 키워내 ‘초콜릿 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방송국, 조선소 등도 보유한 그의 재산은 총 13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에 이른다. 우크라이나의 대다수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와 달리 정권의 특혜 없이 손수 부를 일궜다는 점도 독특하다. 사업에서 이룰 것을 다 이룬 그는 정계로 눈을 돌려 1998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빅토르 유셴코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2004년 오렌지혁명에 자금을 대 정계 유력인사가 됐다. 유셴코 전 정권에서 외교장관, 이어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권에서 경제개발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했다. 당초 중립 성향의 포로셴코가 반(反)러 노선을 택한 결정적 계기는 2013년 7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초콜릿 분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관세동맹 가입을 압박하며 자국 내 로셴 공장을 폐쇄하자 그는 반러, 반야누코비치 시위에 본격 가담했다. 포로셴코 소유의 방송국은 지난해 말부터 야누코비치 퇴진 시위가 본격화하자 반정부 시위 현장을 내내 생중계했다. 그 자신도 시위에 앞장섰고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해 경찰에 구금 중인 시위대 일부를 석방시키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열악한 우크라이나의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재벌인 포로셴코가 경제 회생에 능력을 보일 것이라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기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그의 정치 경력이 길지 않고 누가 대통령이 되건 친러와 반러로 나뉜 우크라이나의 동서 갈등을 쉽게 아우르긴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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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泰 헌재 “2월 총선 무효”

    태국헌법재판소가 지난달 실시된 조기 총선에 대해 무효 결정을 21일 내렸다.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태국의 정국 혼란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기 총선으로 위기를 타개하려 했던 잉락 친나왓 총리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이날 조기 총선의 위헌 여부를 결정하는 심리에서 “2월 총선은 태국 전체에서 같은 날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을 위배했다”고 무효 결정 이유를 밝혔다. 태국 정부는 지난달 2일 하원의원 500명을 뽑는 선거를 전국 9만3952개 투표소에서 실시했으나 총선에 반대하는 야권 및 반정부 세력의 방해, 투표소 점거 등으로 다수의 선거구에서 투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잉락 총리는 선거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 선거구에서 보궐선거를 진행하면 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헌재 결정으로 국정 운영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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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요타 1조3000억원 벌금에 美와 급발진 수사 종결 합의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일본 도요타가 급발진 문제와 관련해 미국 법무부에 벌금 12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납부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자동차 업체에 매긴 벌금 중 최고액이다. 다만, 도요타는 엄청난 벌금의 대가로 3년간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추가 피소 위험을 면했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19일 “도요타가 2009년과 2010년에 도요타 및 렉서스 브랜드 차량의 급발진 문제에 대해 소비자, 의회, 규제 당국 등에 허위 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요타의 행위는 수치스러운 짓”이라며 “기기 결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문제를 즉각 공개하고 개선하지 않은 채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비판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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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러도 막지 못한 의족의 女댄서

    지난해 4월 15일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왼쪽 무릎 아래를 잃은 여성 무용수가 1년 만에 첨단 의족을 착용하고 열정적 라틴댄스 공연을 펼쳤다. 주인공은 미국 스포츠댄스 강사 에이드리언 해슬릿데이비스 씨(33). 미 언론은 그가 19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세계적인 강연행사 테드(TED) 무대에서 인공 다리를 착용하고 룸바 공연을 펼쳤다고 보도했다. 반짝이는 장식이 달린 새하얀 미니드레스를 입은 해슬릿데이비스 씨는 남성 댄서와 함께 라틴팝 가수 엔리케 이글레시아스의 곡 ‘링 마이 벨’에 맞춰 화려한 율동을 선보였다. 해슬릿데이비스 씨에게 의족을 만들어준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생체공학연구소장인 휴 허 박사는 이날 강연자로 무대에 올라 “범죄자들이 에이드리언을 공연장에서 끌어내렸지만 우리가 다시 무대로 돌려놓았다”고 말했다. 해슬릿데이비스 씨는 “나는 테러 ‘피해자(victim)’가 아니라 ‘생존자(survivor)’”라고 강조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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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제재땐 서로 치명상… 러-서방, 속으론 외교해결 모색

    크림자치공화국 주민투표 결과 ‘러시아와의 합병’이 결정됐지만 러시아와 서방의 대립은 한층 격화하고 있다. 선거 결과가 나오자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은 당장 대(對)러시아 경제·군사제재 검토에 나섰다. 러시아도 유럽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맞설 태세다. 크림반도의 귀속 절차 논의도 서둘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하원에서 크림반도 귀속에 관해 연설한다. 연설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러시아 의회는 같은 날 오전 주민투표 결과에 지지 성명을 내기로 했다. 세르게이 샤탈로프 러시아 재무차관은 귀속을 진행하면서 크림반도에 조세 혜택을 줄 뜻을 밝혔다. 크림공화국 의회도 17일 투표 결과를 수용해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 및 러시아 귀속을 결의했다. 의회는 이번 결의에 따라 크림반도 내 우크라이나군을 해산하고 러시아 루블화를 크림공화국 제2 공식 화폐로 정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서방의 경제 제재가 러시아의 보복 조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면 전 세계 교역, 투자, 에너지 부문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 및 곡물 가격 급등이 예상된다. 유럽은 천연가스 수입의 25%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우크라이나는 동유럽 최대 곡물 수출국이며 곡물 수출의 10%가 크림반도에 있는 항구를 거친다. 러시아의 경제적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수출 비중은 1%에 불과하지만 러시아의 대EU 수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5%에 이른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가시화하자 러시아 주가는 올해 초 대비 20% 떨어졌다. 외국 자본의 ‘탈(脫)러시아’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1, 2월에 이미 330억 달러(약 35조2200억 원)가 빠져나갔고 이달 말까지 200억 달러 이상이 추가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폭스뉴스는 1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러시아 고위인사 7명에게 제재를 가했다고 보도했다. EU도 러시아 관리 21명에게 EU 내 여행금지 및 자산 동결을 의결했다. 서방이 주요 8개국(G8)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카드 등을 꺼낼 수도 있다. 사태가 더 악화되면 양측 모두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점 때문에 막판 외교적 해결 노력도 이어졌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 및 영토를 침해한 것에 대해 유럽과 함께 추가 제재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도 “위기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길은 아직 남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에도 큰 부담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미국과 유럽에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원유에만 의존하는 러시아의 허약한 경제구조를 감안할 때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감내할 수 있느냐는 점이 변수다.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 일대 전체의 혼란은 정치·경제 안정을 통한 제2의 부흥을 꿈꾸는 러시아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친러 성향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서는 크림반도와 마찬가지로 분리주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내전 가능성마저 거론할 정도다. 하리코프, 도네츠크, 드네프로페트롭스크, 오데사, 니콜라예프 등 우크라이나의 친러 성향 주요 도시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며칠째 러시아 귀속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크림반도 내부의 긴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6일 투표 결과가 발표된 뒤 친러시아계 주민들은 환호했지만 우크라이나계, 타타르계 등 반(反)러시아계 주민들은 공포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날 “주민투표 전부터 반러시아 주민들의 엑소더스(탈출)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김기용 kky@donga.com·하정민 기자}

    • 201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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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하정민]크림반도와 한반도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을 이기려면 소련이 필요해.”(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폴란드를 합병하고 싶은데….”(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서기장) “동유럽을 소련에 넘겨줘선 안 돼.”(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였던 1945년 2월 4일 크림반도 남부의 휴양지 얄타. 요즘 말로 ‘G3’ 수장인 루스벨트, 처칠, 스탈린이 만났다. 패전을 눈앞에 둔 독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셋의 속내는 제각각이었다. 가장 속이 탄 사람은 루스벨트.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이었지만 그는 20년 넘게 소아마비를 앓았고 심장병까지 겹친 중환자였다. 그 와중에 지구 반 바퀴를 날아 얄타에 온 터라 탈진 직전이었다. 그는 독일과 달리 일본 패망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오판했고 원자폭탄의 위력도 확신하지 못했다. 스탈린의 환심을 사 소련 참전을 유도하려 했던 루스벨트는 처칠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유럽은 물론 사할린과 일본 북방영토(쿠릴열도)에서의 소련 우월권을 인정했다. 스탈린은 극동지역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루스벨트의 넘치는 양보에 흡족해했다. 그러면서도 참전을 질질 끌다 일본 나가사키에 두 번째 원폭이 떨어진 같은 해 8월 9일 일본에 선전포고를 했다. ‘눈 가리고 아웅’으로 참전한 소련은 6일 만에 승전국이 됐고 극동은 물론 동유럽 전체를 손아귀에 넣었다. 한반도 분단과 냉전체제 출범의 도화선인 얄타회담은 이처럼 소련의 이득으로 끝났다. 루스벨트는 일본 패망도 못 본 채 얄타회담 두 달 뒤 숨졌고 회담 결과 또한 내내 미국 정부의 부담으로 남았다. 2005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얄타회담에서 강대국이 약소국의 자유를 소모품으로 여기고 희생시킨 부당한 전통을 따랐다”며 2차 대전 사후처리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인정했다. 지금은 크림반도가 미국 대통령의 골칫거리다. 이민법, 오바마케어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낮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거치면서 취임 뒤 최저치인 38%까지 떨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19세기에나 가능할 일이 21세기에 일어났는데도 미국의 리더십 실종으로 전 세계가 위험에 빠졌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안에 이어 또 러시아의 힘을 과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지율은 72%다. 데이나 로러배커 공화당 하원의원 등은 오바마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다. 크림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은 남의 나라 불구경이 아니라 한국의 현안이기도 하다. 얄타회담의 세 참가자는 아무도 한반도에 관심이 없었지만 회담 결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는 강대국 간 이권 다툼에서 둘로 쪼개진 한국이었다. 60여 년이 흘렀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 상태이며 강대국 간 나눠먹기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강대국 사정에 따라 우크라이나 영토로 남을지, 러시아 영토로 넘어갈지 모르는 크림반도의 운명이 한반도와 유달리 비슷해 보인다면 과장일까. 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 201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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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의 이한열’ 끝내 사망… 反정부시위 다시 불길

    “파시스트 정부, 살인자 에르도안(터키 총리)!” 11일 오후 터키 이스탄불 시민들이 붉은 천으로 감싼 관 하나를 어깨에 짊어지고 거리로 나섰다. 차가운 비를 맞으며 15세 소년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는 시민들의 슬픔은 분노로 변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에게로 향했다. 거리로 나서지 못한 시민들은 집 창문에 서서 숟가락으로 프라이팬과 냄비를 두드렸다. 터키 반정부 시위에서 유행하는 시위 형태다. 터키의 반정부 시위가 한 소년의 죽음으로 더욱 격화되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6월 빵을 사러 집을 나섰다 시위 진압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은 베르킨 엘반. 그는 269일 동안 혼수상태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이날 오전 7시 숨을 거뒀다. 담당 의사는 “최근 몇 주 동안 상태가 악화돼 몸무게가 16kg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엘반의 어머니는 기자들과 만나 “아들의 생명을 앗아간 사람은 에르도안 총리”라며 “그는 심지어 시위대 진압에 나선 경찰들을 영웅이라고 칭송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검시를 마친 엘반의 시신은 이슬람 종파 중 하나인 알레비파의 사원 ‘제메비’로 옮겨졌다. 장례식은 12일 열린다. 1987년 6월 직선제 개헌 요구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씨(당시 연세대 2학년)가 한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됐듯 꽃다운 나이에 숨진 엘반 또한 터키 민주화 시위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이스탄불뿐 아니라 앙카라 이즈미르 등 터키 주요 도시에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경찰과 충돌했다. 수도 앙카라 크즐라이 광장에 모인 시위대는 “에르도안 정부, 부패 정부, 사임하라”고 외쳤다. 지중해 연안의 메르신에서는 여성 2명이 물대포 차량에 부딪혀 다쳤다. 에게 해에 접한 터키 3대 도시 이즈미르에서는 일부 학생이 수업을 거부하고 연좌 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 고무탄 등을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반정부 시위 격화로 2003년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에르도안 총리는 더욱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앞서 에르도안 총리는 10억 달러(약 1조680억 원)에 이르는 재산을 은폐하는 방안을 아들과 논의하는 녹음 파일이 폭로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터키의 주요 노조인 혁명적노동조합총연맹(DISK)도 엘반의 장례식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혀 터키 정부는 12일 엘반의 장례식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질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CNN은 “30일 지방선거는 단순히 시장을 뽑는 행위가 아니라 에르도안 총리에 대한 심판 투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201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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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족한 엄마’ 죄책감 버려라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아이 성적까지 나쁘니 죄인처럼 느껴져요.”(전업주부 박모 씨·43) “내 자아실현 욕심에 애가 희생되는 것 같아 늘 미안해요.”(외국계 회사 강모 부장·44) 한국의 육아 갈등이 유달리 심각한 이유는 자녀 양육에 대해 과도한 죄책감을 느끼는 엄마가 많은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 전업주부는 ‘자녀 교육은 기본에 살림과 내조까지 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직장 맘은 ‘전업주부에 비해 엄마로서 희생이 너무 적다’는 불안에 시달려 실제 그렇지 않은데도 ‘나는 부족한 엄마’라고 느낀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죄책감의 이유로 △동료 집단의 압박(peer pressure)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발달 △과도한 모성신화 △육아를 일종의 성과로 여기는 성과지향주의 문화 등을 꼽았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비교하기 좋아하는 한국사회의 특성상 엄마들끼리 ‘누구 엄마는 애를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더라’라며 자녀에 대한 희생을 비교하고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모성 이데올로기가 강한 엄마일수록 죄책감도 크다”고 말했다. SNS를 통해 다른 엄마들의 양육법 및 생활상을 보고 더 큰 죄책감에 빠지는 엄마가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7세 아들을 둔 외국계 기업 강 부장은 “유치원 정보를 알아보려고 유명 맘 카페에 들어갔다가 다른 엄마가 예비 중학생이 읽는 전집을 사주고 읽힌다는 글을 보고 우리 애만 뒤처지는 듯해 하루 종일 우울했다”고 말했다. 죄책감을 지닌 엄마의 상당수가 남편과의 불화, 시댁 문제 등 가족 갈등에 직면한 상태라는 점도 문제다. 기존의 가정불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녀에게 전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 3세 쌍둥이 남매를 둔 전업주부 이모 씨(37)는 “성별이 다른 애 둘을 돌보는 일은 성별이 같은 애 둘을 돌보는 것보다 4배 힘들다. 그런데도 남편이 반찬투정을 하거나 청소 소홀 등을 지적하면 서럽고 속상한 마음에 애들한테 화풀이를 하고 만다. 그러다 시간이 좀 지나면 애들한테 미안하고 내 자신이 한심해서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 과도한 죄책감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아동청소년상담센터 ‘맑음’의 최명선 소장은 “육아는 양보다 질이므로 아이와 같이 보낸 절대적 시간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엄마로서 내가 못하고 있는 것보다 잘하고 있는 것부터 생각하라”며 엄마들의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고 2, 중2 두 딸을 둔 대기업 팀장 이모 씨(44)는 “딸들이 어렸을 때 나 역시 죄책감이 컸지만 회사에서 20년을 버티고 나니 회사 다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업주부 자녀에 비해 우리 애들은 자립심이 강하다”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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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맨해튼 주거건물…폭발로 2개동 붕괴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맨해튼 북쪽 이스트 할렘에서 대형 아파트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CNN, CBS 등은 최소 빌딩 두 채가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AP통신 등 주요 언론은 12일 오전 9시(한국 시간 12일 오후 11시)경 맨해튼 파크애비뉴와 116번가 교차 지점의 5층짜리 주거용 건물이 폭발 후 무너져 내렸다고 밝혔다. 폭발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큰 폭발음이 나온 것으로 보아 가스 폭발로 추정된다. 하지만 조사에 착수한 뉴욕 경찰은 테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사고로 사망자 1명을 포함해 최소 16명이 다쳐 인근 병원에 실려 갔다. 현지 언론은 사상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거주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건물 잔해에 깔려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스트 할렘은 맨해튼 북동부의 흑인 및 저소득층 밀집 주거 지역으로 대부분의 건물이 상당히 노후돼 있다. 폭발 사고 이후 이곳을 통과하는 메트로노스 기차 및 버스 운행이 중단됐으며 일대 도로도 모두 통제됐다. CNN은 인근 벼룩시장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의 발언을 인용해 “빌딩 한 채가 아니라 두 채가 무너졌으며 그 속에 사람이 없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 201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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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바 혁명의 어머니’ 에르난데스 93세로 사망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함께 쿠바 공산 혁명을 이끌었던 ‘쿠바 혁명의 어머니’ 멜바 에르난데스(사진)가 9일 밤 수도 아바나에서 당뇨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향년 93세. 에르난데스는 쿠바 혁명의 시발이 됐던 1953년 몬카다 병영 습격에 참가한 두 명의 여성 중 한 명이다. 1921년 7월 쿠바 중부 크루세스에서 태어난 에르난데스는 1943년 아바나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독재자 풀헨시오 바티스타 정권 전복 투쟁에 참가하며 카스트로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멕시코로 망명했던 카스트로가 1956년 멕시코 베라크루스 해안에서 요트 ‘그란마’를 타고 쿠바로 돌아와 혁명을 일으킬 수 있도록 도왔다. 에르난데스는 혁명에 성공한 뒤 국회 부의장, 베트남 대사를 역임했다. 그는 자신을 화장한 뒤 몬카다 습격에 참가한 혁명 동지들이 묻힌 산티아고데쿠바 묘지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남겼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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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Hot 피플]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남미 좌파의 거두’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후계자로 지목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52)이 집권 1년 만에 코너에 몰렸다. 심각한 식량난, 50%가 넘는 살인적 인플레, 고질적인 치안 불안으로 두 달째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최소 2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쳤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 와중에 파나마 미국 등과 외교 마찰을 일으키고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해 집권당 내부에서도 공격을 받고 있다. 마두로는 버스 운전사 출신으로 대통령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62년 수도 카라카스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대 버스 운전사로 근무하며 운수노조에서 활동했다. 1992년 쿠데타 기도로 감옥에 갇혀 있던 차베스를 도우면서 그의 정치 인생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마두로는 차베스의 변호 팀을 이끌었던 6세 연상의 변호사 실리아 플로레스와 결혼했다. 1998년 차베스의 대통령 당선 이후 국회의장 외교장관 부통령 등 초고속 출세가도를 달려 ‘차베스의 황태자’로 불렸다. 플로레스도 베네수엘라 첫 여성 국회의장 및 검찰총장을 역임하는 등 부부가 차베스의 최측근으로 위세를 떨쳤다. 특히 마두로는 외교장관 당시 차베스의 ‘입’ 역할을 맡아 그의 강경 좌파 노선을 비판하는 국가들에 능란하게 대응했고, 중국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맺으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를 통해 차베스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그는 2012년 10월 차베스가 4선에 성공한 뒤 부통령에 뽑혀 명실상부한 2인자가 됐다. 같은 해 12월 암 치료를 위해 쿠바로 떠난 차베스는 “내가 살아 돌아오지 못하면 대선 때 꼭 마두로를 대통령으로 뽑아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마두로는 집권 이후 내치와 외교 양면에서 실수를 거듭했다. 최근 1년간 물가는 50% 이상 올랐고 휴지 비누 등 생필품 품귀현상도 심각하다. 미스 베네수엘라 출신의 유명 방송인이 길 한복판에서 피살되고 지난해에만 2만5000여 명이 살인으로 목숨을 잃는 등 강력범죄도 너무 많이 발생했다. 이번 반정부 시위도 2월 4일 서부 산크리스토발에서 한 여대생이 성폭행을 당할 뻔하자 전국 대학생들이 치안 불안에 대해 들고 일어나면서 크게 확산됐다. 대외적으로도 파나마에 단교를 선언하는 한편 미국과 외교관 맞추방전을 벌이는 등 강경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난은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에도 겪었지만 차베스가 특유의 ‘카리스마’로 지지를 유지한 반면 마두로에겐 이런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그는 지난해 11월 생필품 값을 절반으로 낮추라는 대통령령을 선포한 끝에 한 달 후 지방선거에서는 압승을 거뒀다. 3월 5일 차베스 사망 1주기를 맞아 등장한 차베스 추모 열기도 호재로 작용했다. 좌파도 그의 무능을 비난하고 있다. 집권 통합사회당 소속인 호세 비엘마 타치라 주 주지사는 최근 “구금된 시위자들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비엘마 역시 1992년 차베스와 인연을 맺어 ‘차비스타(차베스의 아이들)’로 꼽혔다. 안팎으로 협공을 받고 있는 마두로 대통령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지 주목된다.:: 니콜라스 마두로 ::1962년 카라카스 출생1980년대 버스 노조 활동1998년 우고 차베스 대통령 보좌관2005년 국회의장 2006년 외교장관, 2012년 부통령 2013년 4월 대통령 당선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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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군, 크림반도 미사일 기지 2곳 점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훈련 중인 러시아군의 원대 복귀를 명령한 이후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치 상태가 풀리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5일 크림 반도에 있는 자국 군대의 미사일 기지 및 크림 반도의 또 다른 도시인 에파토리아의 미사일 기지 일부를 러시아군이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보바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크림 반도 세바스토폴 인근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기지를 러시아군이 부분적으로 점거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지휘통제소 등의 주요 시설은 자국 군대가 장악하고 있어 미사일 통제권은 넘어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4일 기자회견에서 기존에 크림에 주둔 중인 흑해함대 병력 외에 추가로 우크라이나에 파견된 러시아군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일부 전문가는 최대 1만6000명의 러시아 병력이 크림으로 이동해 지역을 장악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 국영 RIA통신은 4일 “러시아 전략로켓군이 카스피 해 인근 아스트라한 기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일종인 RS-12M 토폴을 시험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 미사일의 최대 사정거리는 1만500km. 미국 백악관은 “오래전에 미국 측에 통보했다”고 언급했지만 미국이 러시아에 압박을 가하는 시점이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러시아 흑해함대는 크림 반도와 러시아 사이의 케르치 해협을 계속 봉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케르치 해협 봉쇄에 러시아 함정 2척이 동원됐으며 인근에는 무장 장갑차도 배치됐다”고 전했다. 흑해 상공에서는 러시아와 터키 공군의 대치 상황도 벌어졌다. 터키군 총사령부는 4일 “러시아 ‘IL-20’ 정찰기가 흑해 연안의 터키 영공에 진입함에 따라 F-16 전투기 8대를 발진시켰다”고 밝혔다. 또 터키 아나톨리아통신은 러시아 군함 2척이 흑해함대로 귀항하기 위해 이날 오전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러시아에 크림 반도에서 완전히 철군할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추가 침공할 구실을 찾고 있다. 러시아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지 않으면 보복 조치를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러시아와 예정됐던 ‘양자투자협정(BIT)’과 관련한 실무회담을 전격 보류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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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하정민]아름다운 라이벌

    “피겨 역사상 우리만큼 꾸준히 경쟁한 사례는 없었다. 경기를 끝내고 아사다가 눈물을 흘릴 때 나도 울컥했다.”(김연아) “서로의 존재가 있어 성장할 수 있었다. 그간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아사다 마오) 라이벌(rival·경쟁자). 강가를 뜻하는 라틴어 리파리아(riparia)에서 유래했다. 물이 귀하던 시절 강을 경계로 마주 선 두 부족은 평소 친한 이웃이었어도 가뭄 때는 피가 튀는 대결을 벌였다. 다만 아무리 경쟁이 치열해도 상대를 죽이려고 강에 독을 타지 않는다는 불문율만은 지켰다. 나 역시 그 물을 먹고 죽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로를 존중하며 건전한 경쟁을 벌여 더 발전하는 관계가 라이벌이다. 상대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구도라면 라이벌이 아니라 적(enemy)이다. 주니어 시절을 포함한 둘의 통산전적은 김연아 기준으로 10승 6패. 먼저 빛을 발했던 아사다를 김연아가 처음 이긴 건 2006년 초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다. 이때부터 본격화된 둘의 경쟁구도는 지난 8년간 세계 피겨계의 최대 화제였다. 시니어 시절 성적은 김연아가 훨씬 우위에 있었지만 한국과 일본의 특수한 관계, 같은 나이, 유럽과 북미가 지배하던 피겨계에 등장한 아시아 스타…. 세상은 두 10대 소녀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자극했다. 감수성이 극도로 예민한 시기에 어른들이 붙인 싸움을 감내해야 했을 둘의 고통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둘은 이를 뒤로하고 아름다운 연기로 마지막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스물넷 동갑내기가 서로에게 보낸 진솔한 격려는 어지간한 잠언(箴言)보다 큰 울림을 준다. 강력한 라이벌의 장점은 무척 많다. 서로를 꺾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원래 좋았던 기량도 더 성장한다. 업계 전체의 발전도 뒤따른다. 김연아와 아사다 전에는 3회전 연결 점프를 제대로 뛰는 선수가 많지 않았지만 이제 상당수 주니어 선수도 이를 구사한다. 언론의 주목, 거액의 스폰서십, 강력한 팬덤이 절로 생겨나니 최고의 마케팅 수단도 된다. 김연아와 아사다가 없는 피겨, 페데러와 나달이 없는 테니스, 호날두와 메시가 없는 축구를 상상해보라. 라이벌 구도가 높은 진입 장벽의 역할도 한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모두 19세기 후반 설립됐지만 120여 년이 지나도 둘의 아성을 깬 음료회사가 없다. 인종 성별 나이를 막론하고 전 세계 소비자가 ‘콜라는 코크(Coke) 아니면 펩시(Pepsi)’라는 명제에 세뇌당했다. ‘강산이 바뀌는 기간은 1년’이라는 연예계에서 10여 년째 예능프로그램을 독식하는 유재석과 강호동은 어떤가. 수많은 진행자 중 누구도 둘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 각박한 세상에 아름다운 라이벌이 웬 말이냐고? 사는 게 힘들수록 스포츠 라이벌의 미학(美學)은 귀감이 된다. 지금 내가 정정당당한 경쟁을 하고 있는지, 경쟁이 끝난 뒤 김연아와 아사다처럼 서로의 앞날을 축복해 줄 수 있을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때다. 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 201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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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Hot 피플]에르도안 터키 총리

    “돈을 다 숨겼느냐?”(에르도안 터키 총리) “아직 3000만 유로가 남았습니다.”(차남 빌랄 에르도안) 무려 10억 달러(약 1조680억 원)에 이르는 자산 은폐 방안을 아들과 논의한 녹음 파일이 폭로되는 바람에 집권 후 최대 위기를 맞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60·사진). 11년간 집권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한때 ‘21세기의 술탄’으로 불렸지만 각종 비리 스캔들, 무리한 4연임 시도, 이슬람 원리주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발로 실각 위기를 맞고 있다. 1954년 이스탄불 교외 카심파사에서 출생한 에르도안 총리는 길거리에서 사탕 및 생수 등을 팔며 학교를 졸업한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다. 1994∼1998년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 시장을 지냈고 2001년 정의개발당을 창당했다. 2003년 총선 승리로 59대 터키 총리가 됐고 2007년, 2011년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해 최초의 3선 총리가 됐다. 3선의 최대 요인은 경제 성장. 취임 당시 3030억 달러였던 터키의 국내총생산(GDP)을 2012년 8172억 달러로 늘렸고 유럽연합(EU) 가입 협상도 시작했다. 이슬람과 시장경제를 잘 융합시켰다는 평가에 터키의 국부 겸 초대 대통령인 케말 파샤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여성 히잡 착용, 공공장소에서의 애정표현 및 주류 판매 규제 등 강력한 이슬람 원리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이때부터 서구 문물에 익숙해진 국민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1923년 건국 당시 케말 파샤가 정교분리를 선언한 뒤 터키가 세속주의 노선을 걸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예고된 갈등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중순에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도 그가 재개발이 예정된 이스탄불 게지 공원에 오스만튀르크 당시의 포병부대 및 이슬람 사원을 짓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이에 반발하는 시위대를 진압하면서 사태는 악화됐다. 독실한 수니파 이슬람 신자인 그는 1999년 “이슬람 사원은 우리의 병영이며 신도는 우리의 병사”라는 시를 집회에서 암송해 국민 선동 혐의로 4개월간 복역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총리의 집권 연장 시도에 비판도 많다. 당규상 총리 4연임이 불가능하자 올해 8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그는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당선이 불투명해지자 당규를 고쳐 다시 총리가 되려고 시도했다. 지난달 6일에는 정부가 인터넷 콘텐츠의 유해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한 뒤 접속을 차단하는 인터넷 통제 강화법을 밀어붙여 독재 논란을 확산시켰다. 비리 연루설도 끊이지 않는다. 이번 비자금 스캔들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터키 검찰은 부동산 비리 혐의로 에르도안 내각의 장관 3명을 포함한 그의 최측근 24명을 구속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녹음 파일과 비리설은 완전한 날조”라며 그 배후로 이슬람 사상가 출신의 정적(政敵) 페툴라 귤렌을 지목했다. 하지만 귤렌은 15년째 미국 망명 중이어서 이런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에르도안 총리의 다음 시험대는 이달 30일에 치러질 지방선거. 세속주의를 원하는 대도시 주민 및 엘리트와 달리 농민과 저소득계층은 아직 그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정정불안이 계속되면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케말 파샤의 적자를 자임하는 군부가 개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래저래 그의 앞날은 풍전등화인 셈이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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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SA, 태양계밖 새 행성 715개 발견… 4곳은 생명체 서식 가능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태양계 밖에서 새로운 행성 715개를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NASA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약 2년간 관련 자료를 수집했으며 분석 결과 이전에는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행성들임을 확인했다고 CNN이 전했다. 새 행성 발견에 따라 케플러 망원경을 통해 발견된 외계 행성 수는 1700여 개로 늘어났다. 새 행성의 95%는 지구보다 4배 정도 큰 해왕성과 비슷한 크기라고 NASA가 밝혔다. 또 이번에 발견된 행성 가운데 4개는 표면에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생명체 서식 가능 지역’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들 4개 행성은 지구 크기의 2∼2.5배 정도로 이번에 새로 발견된 다른 행성들보다 작았다. NASA 측은 새로 발견된 행성들은 태양계처럼 하나의 항성 궤도를 여러 개가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존 그룬스필드 NASA 부국장은 “태양계의 발달 과정은 물론 제2의 지구, 외계생명체 등을 발견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제2의 지구’를 찾기 위한 NASA의 ‘케플러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천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의 이름을 땄으며 2009년 3월 델타-2 로켓을 통해 우주에 발사됐다. 지구에서 약 6500만 km 떨어진 태양 궤도를 돌며 2010년 1월 처음 지구로 조사 결과를 보냈으나 지난해 5월 핵심 부품 고장으로 4년여의 수명을 다했다. 이번 발견은 케플러 운행 초기 2년간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자료 수집기간을 4년으로 늘리면 ‘제2의 지구’가 더 많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NASA는 밝혔다. 이번 1차 분석 결과는 다음 달 7일 케플러 발사 5주년을 기념해 천체물리학저널 3월호에 실린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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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랑드 前동거녀 “당신 파멸시킬 것”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전 동거녀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가 자신을 두고 바람을 피운 올랑드 대통령에게 복수를 예고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예잡지 ‘배니티페어’ 스페인판은 트리에르바일레르의 친구를 인용해 그가 최근 올랑드에게 “당신이 나를 파멸시켰듯 나도 당신을 파멸시킬 것”이라는 저주와 위협이 담긴 문자를 보냈다고 23일 보도했다. 트리에르바일레르는 프랑스 유명잡지 파리마치의 기자로 2006년부터 올랑드 대통령과 동거했다. 2012년 올랑드가 대통령에 당선해 사상 최초로 동거녀 자격의 퍼스트레이디가 됐다. 하지만 올해 1월 초 올랑드와 여배우 쥘리 가예의 스캔들이 터지자 갈라섰다. 배니티페어에 따르면 올랑드 대통령은 트리에르바일레르와 8년간의 동거 관계를 청산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려 했으나 트리에르바일레르가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당신에게 있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트리에르바일레르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세 아이의 교육비로 300만 유로(약 44억4000만 원)를 지급하고 파리에서 함께 거주하던 주택의 임차료까지 내주는 조건으로 위자료 협상을 마쳤다고 잡지는 전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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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잔다르크, 도주한 대통령… 우크라 두동강 위기

    21일 야권과 조기 대선 등에 합의했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하루 만에 수도 키예프를 버리고 동부 하리코프 시로 도망쳤다.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인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는 하리코프 교도소 부속병원에서 풀려나 키예프로 돌아왔다. 지난해 11월부터 계속된 우크라이나 사태는 새로운 혁명의 성공이냐, 국토 분열이냐의 위기에 놓였다.○ 권력 장악한 우크라이나 의회 우크라이나 야당이 주도하는 최고 의회 ‘라다’는 22일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해임 안건을 표결에 부쳐 전체 450명 중 382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또 외교 안보 분야를 대통령이 맡고 나머지 권한 대부분을 총리와 의회에 넘겼던 이원집정부제 형식의 ‘2004년 헌법’을 되살리기로 했다. 새 의장에는 최대 야당인 조국당 소속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를 선출했다. 티모셴코 전 총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그는 임시 대통령직도 맡는다. 그는 23일 “연립 내각 구성을 25일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라다’는 야권의 핵심인 티모셴코를 즉시 석방했다. 티모셴코는 2004년 우크라이나의 민주혁명인 오렌지혁명을 주도한 뒤 총리에 올랐다. 빼어난 미모 덕에 ‘오렌지 공주’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대선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에게 패한 뒤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7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다. 허리디스크를 앓던 티모셴코 전 총리는 석방 직후 반정부 시위대가 모인 키예프 독립광장을 찾아 “5월 대선에 출마해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의회는 연립내각 구성에 합의하면 새 총리를 선출한다. 티모셴코가 유력한 후보다. 새 헌법에 따라 총리는 실권을 갖게 된다.○ 야누코비치, 쿠데타로 규정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대 수만 명이 대통령 청사를 포함한 주요 정부 건물을 장악하자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자신의 정치 기반인 하리코프로 피신했다. 그는 의회 해임안 처리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사퇴를 거부했다. 권력을 잃은 그가 측근들과 함께 망명을 시도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1991년 우크라이나 독립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인 이번 시위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유럽연합(EU)와의 경제협력 협정 협상을 중단하면서 촉발됐다. 이 과정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해 몰락을 자초했다.○ 첩첩산중 우크라이나의 미래 많은 전문가는 우크라이나의 정국 안정은 멀다고 전망하고 있다. 수도 키예프를 지나 흑해로 흐르는 드네프르 강을 두고 서부의 친서방파와 동부의 친러시아파로 갈려 선거 때마다 지역 갈등이 극심하다.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치도 EU·미국 대 러시아의 갈등을 부추긴다. 남부 크림 반도에 자국 흑해함대의 기지를 보유한 러시아는 경제·군사 요충지인 우크라이나의 통제정책을 강화해왔다. 철 망간 등 광물자원도 풍부하고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서유럽으로 공급하는 파이프라인도 지나간다. 정국 혼란이 더욱 심해지면 동부의 분리 독립이 가시화되거나 이번 시위를 서방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사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하정민 dew@donga.com·김기용 기자}

    • 201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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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한 치닫는 우크라이나 시위… 유혈충돌로 최소 26명 사망

    ‘러시아냐 유럽이냐’라는 해묵은 갈등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시위가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최악의 참사로 번졌다. 18, 1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경찰 9명을 포함해 최소 26명이 숨지고 1000여 명이 부상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나흘 전 시위 참가자 전원을 석방하고 야권이 정부청사 점거를 풀었지만 이번 유혈 사태로 우크라이나 정국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야누코비치 현 대통령의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주장하던 반정부 시위대는 18일 키예프 독립광장을 중심으로 항의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물대포, 섬광탄, 최루탄, 전기 충격기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서자 시위대도 화염병을 던지고 바리케이드를 불태우며 격렬하게 저항해 사상자가 속출했다. 정부와 야당 대표들은 밤샘 폭력대치가 벌어지던 19일 새벽 협상을 시도했으나 성과 없이 끝났다. 야권 지도자인 비탈리 클리치코 개혁민주동맹 대표는 “대통령에게 진압 중단을 요청했지만 ‘시위대의 자진해산이 먼저’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야당이 선을 넘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하겠다”며 진압 방침을 굳혔다. 우크라이나 시위는 지난해 11월 친(親)러시아 성향의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의 경제협력 협상을 중단하고 러시아와 손을 잡으면서 시작됐다. 그 후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EU와의 경제협상을 재개했다.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던 반정부 시위는 정부가 1월 ‘시위제한법’을 들고 나오자 다시 불붙었다. 야당은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즉각 사임 및 대통령 권한 축소를 핵심으로 하는 헌법 개정을 주장했다. 이때부터 시위 성격도 경제 갈등에서 권력 투쟁으로 바뀌었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EU는 28개 회원국들의 대응 조치를 결정하기 위해 2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외교장관 비상회의를 연다고 19일 밝혔다. 우크라이나 현 정부 지도자들의 EU 입국 금지 및 자산 동결과 같은 제재 조치가 거론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도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즉각 상황을 진정시키고 시위대와의 대치를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모두가 폭력을 자제하고 합의를 이뤄 달라”고 요청했다. 러시아는 “이번 참사의 책임은 야권 시위대의 폭력에 눈감은 서방 정치인들에게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이달 초 소치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뒤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기로 했다”며 밀약 의혹을 제기했다. 김기용 kky@donga.com·하정민 기자}

    • 201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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