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유럽안보기구 감시단 13명 억류 “서방의 스파이… 포로와 맞교환 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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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와 연계”… 美 “즉각 석방”
G7 “푸틴 측근-법인 제재 강화”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제네바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25일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슬라뱐스크의 친러시아 무장세력이 제네바 합의의 이행 감독을 맡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감시단 일행 13명을 억류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6일 “통역 운전사 등을 포함한 OSCE 감시단원들이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슬라뱐스크 진입로 인근에서 친러 무장세력에게 붙잡혀 지역 정보기관 청사에 억류됐다”며 “이 무장세력들은 러시아 정부와 연결돼 있다”고 러시아를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물론이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까지 나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에게 OSCE 감시단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하지만 친러 무장세력 측은 “감시단 일행은 서방의 스파이”라며 “이들의 석방을 원하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억류하고 있는 친러 분리주의자 포로와 맞교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러시아도 인질 석방에 앞서 우크라이나가 동부 친러 분리주의자 진압을 중단하는 게 먼저라는 뜻을 보였다.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질 사태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군사 충돌로 비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OSCE 감시단원 구출을 명분으로 슬라뱐스크에 진입해 친러 무장세력을 제압하면 러시아도 군사 개입으로 맞설 수 있기 때문.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통신은 27일 우크라이나 정부가 병력 1만5000명을 슬라뱐스크 외곽에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스티브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러시아 항공기가 24시간 동안 수차례 우크라이나 영공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주요 7개국(G7)은 26일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기로 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및 이들이 운영하는 법인이 표적이 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강조했다. G7은 이르면 28일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논의한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5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낮췄다. 등급 강등으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러시아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려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는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우크라이나#친러시아#유럽안보기구 감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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