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주

이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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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가 되고 싶었는데 되지 못해서, 조종사 다음으로 비행기 많이 탈 것 같은 직업을 택했습니다. 비행기와 날씨에 대한 '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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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8~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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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 코로나 예방’ 항공기 소독 어떻게 하고 있나 [떴다떴다 변비행]

    요즘 항공사 고객 센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예방을 위해 항공기 소독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문의가 자주 오고 있습니다. 항공기는 공기 환기 시스템과 필터로 인해 공기 중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건 지난번 ‘떴다떴다 변비행’(영상 참조)에서 다뤘습니다. 문제는 확진자가 기내에 남겼을 수 있는 바이러스로 인한 전파 가능성입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내에서 확진자 바로 옆 좌석에 있는 사람은 감염 가능성이 현저하게 올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옆에서 기침해서 침이 튄다던지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항공사들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항공기 소독을 합니다. 항공기 소독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규정돼 있습니다. 항공기와 공항 시설의 경우 4월부터 9월까지는 1개월 마다 1회 이상, 10월부터 3월까지는 2개월 마다 1회 이상 소독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계산해 보면 1년에 최소 9회 이상 소독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국내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1달에 한 번씩 항공기 소독을 하고 있습니다. 한 달마다는 살균 소독, 그리고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7~14일 마다 살충 소독이라는 걸 합니다. 심지어 부속품을 분리해서 세척하기도 하고, 집중 청소해야 하는 부위는 특별 청소를 합니다. 부품 등에 따라 약 15일~2개월 주기로 집중 소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소 및 소독도 어떤 소독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매 항공편이 도착하면 기내를 청소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쓰레기와 얼룩, 낙서, 냄새 등을 청소하는 것이죠. 항공기가 곧바로 다시 비행을 가야 하는 경우에는 소독을 간소화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반면 항공기가 들어와서 주기장에서 쉬는 저녁 또는 밤에는 정밀한 청소를 합니다. 항공기 바닥 카펫이 흥건하도록 소독하고, 살균제를 분무하는 방식으로 좌석 등을 꼼꼼하게 청소합니다. 환기도 해야 하기에 경우에 따라 3~5시간까지 걸린다고 합니다. 항공사들은 이런 정기 항공기 소독만 해도 과태료 등을 부과 받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추가 소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항공사마다 다르지만, 중국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나 중국을 거쳐 들어오는 모든 비행기는 주 1회 이상 소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들어오면 매번 들어오는 즉시 소독하는 항공사도 있습니다. 보통 한 번 소독하면 효과가 일주일 정도 간다고 합니다. 항공사들은 전염병과 싸움에서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가뜩이나 탑승률 감소와 중국 노선 등 중단 조치로 피해를 입고 있는데, 특정 항공기에서 확진자가 1명이라도 나온다면 그 항공사가 받을 타격이 클 수 있습니다. 결국 예방이 최선인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항공업계 종사자 분들께 감사와 응원의 말씀을 전합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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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2년 만에 ‘가장 따뜻한 1월’…전염병 유행 확률 높아져[이원주의 날飛]

    올해 겨울은 이상합니다. 여름 같은 장대비가 쏟아졌고, 기온도 높았습니다. 아직 1월이 채 끝나지 않았지만 1월 마지막 날까지 서울 기준으로 볼 때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기상청 예보가 나왔습니다. 이대로라면 올해 1월은 서울 기온을 기준으로 1908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2년 만에 ‘가장 따뜻한 1월’이 됩니다. 1월 서울 평균기온이 영상을 기록한 해는 올해를 포함해 관측 이래 7번뿐이었고 1도를 넘어선 해는 올해가 유일합니다.사실 이 같은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되기도 했습니다. 미우주항공국(NASA)과 미해양대기청(NOAA)은 이달 15일 합동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19년 전 지구의 기온이 188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더운 해로 기록됐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가장 더웠던 해는 한국에도 여름철 맹렬한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2016년입니다. 두 해를 포함한 최근 5년은 140년 사이 가장 뜨거웠던 기간이었다고 NASA와 NOAA는 설명했습니다.지구가 더워지고, 겨울이 따뜻해지면 필연적으로 봄은 빨리 찾아옵니다. 기상학에서는 하루 평균 기온이 영상 5도가 넘어가는 날이 9일 이상 이어지면 그 9일 중 첫 날을 ‘봄이 왔다’고 봅니다. 이 기준을 적용해 1980년 이후 서울에 봄이 찾아온 날을 파악해봤습니다. 지난해 봄은 1980년 이후 가장 빨리 봄이 온 해였습니다. 3월이 아닌 2월 26일에 봄이 시작됐습니다. 이 기간 사이 2월에 봄이 시작된 해는 1998년뿐입니다.그리고 이 기간 사이, 봄이 시작되는 날은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었습니다. 몇 년 주기로 강한 3월 꽃샘추위가 찾아와 기온 상승이 늦어진 해가 있긴 했지만 1980~1995년에 비해 1997년 이후의 봄 시작일이 빨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2015년 이후로는 급격하게 빨라지는 경향도 살짝 발견할 수 있습니다.추위를 많이 타거나 겨울을 힘겹게 보내는 분들에게는 빨리 찾아오는 봄이 반가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적 측면으로 봤을 때는 그리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습니다. 지구온난화나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 폭염 같은 자연재해를 제외하고도 전문가들은 두 가지 재난을 우려하고 있습니다.첫 번째 재난은 산불입니다. 호주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초까지 오세아니아 대륙 전체를 불태우는 초대형 산불이 났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기상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2006년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기온 상승과 빨라진 봄이 미국 서부 산불에 미치는 영향(Warming and Earlier Spring Increase Western U.S. Forest Wildfire Activity)’ 논문을 보면 1970~1986년과 1987~2003년을 비교해 봤을 때 산불 발화(발견)에서 진화에 걸리는 기간이 7.5일에서 37.1일로 길어졌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봄이 빨리 오면 눈이 빨리 녹아 그만큼 산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습니다.산불 외에도 우려되는 점은 또 있습니다. 전염병 유행입니다. 기온이 지금처럼 계속 높아지면 특히 모기나 야생동물을 통해 전파되는 전염병이 유행할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의료보건 연구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예상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실제로 한국에서는 더 이상 환자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여겼던 말라리아 환자와 뎅기열 환자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다시 발생하기도 했습니다.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생길 수 있는 예측 가능한 변화나 재해만큼이나 예측하지 못 했던 위험한 재난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계속해서 경고하고 있습니다. 봄꽃을 좀 더 빨리 볼 수 있다는 건 물론 반갑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겨울다운 겨울’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지혜와 노력을 짜내는 일일 겁니다. 특히나 건강이 우려되는 요즘입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이 겨울을 건강하게 넘기시길 바랍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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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위 걱정 안해도”…한 눈에 보는 설 연휴 날씨 [이원주의 날飛]

    민족의 명절인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날飛’가 귀향길이나 여행길에 오르시는 분들을 위해 이번 연휴 날씨를 한 곳에 모아 정리했습니다.먼저 연휴 기간 내내 추위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고향에 가시는 분들에게 희소식이지요. 날이 포근해 블랙아이스를 만들 수 있는 ‘어는 비’ 위험은 낮은 것으로 예보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강원도나 경북 북부 산간을 한밤이나 새벽에 지나가실 때는 눈길이나 빗길을 주의하셔야 합니다.연휴 후반에는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습니다. 뱃길을 이용해 섬에서 귀경하실 경우, 사전에 반드시 운항 정보를 파악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파도가 최대 3m로 높아 선박 운항에 차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마지막으로 ‘예쁘지는 않지만 실속 있는, 한 눈에 보는 지역별 설 연휴 날씨’ 카드를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도청소재지나 광역시의 날씨가 기준입니다. 설 연휴 풍성하게 즐겁게 보내시고, 새해 복 한가득 받으세요!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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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주의 날飛]비행기서 질병에 감염될 가능성 낮은 좌석은?

    중국 우한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비행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2019-nCoV), 일명 ‘우한 폐렴’ 환자가 처음 확인되면서 국내에서도 감염을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중국인들과 함께 비행기를 탈 경우 ‘나도 걸리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수 있습니다. 비행기에 전염병 환자가 있을 경우 함께 탑승한 사람이 감염될 위험이 정말 높을까요. 그리고 최대한 감염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인천공항 국립검역소에서 발열 증상 등으로 ‘조사대상 유(有)증상자’로 분류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확진 받은 이 환자는 중국 우한에 거주하던 35세 중국 여성입니다.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다가 보건 당국의 감시망에 포착됐습니다. 이 환자는 중국남방항공 6079편으로 같은 날 오전 8시 55분에 중국 우한 티엔허 국제공항을 이륙해 인천국제공항에 오후 12시 11분 도착했습니다. 보잉에서 만든 737-800 항공기로, 최대 150~160명이 탑승할 수 있는 비행기입니다.이처럼 특정 비행기에서 전염병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 보건당국은 우선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승무원과 승객들을 대상으로 1차적인 방역 활동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실제로 확진 환자와 같은 비행기에 탄 탑승객이 그 전염병에 감염될 확률은 3%를 밑돕니다.밀폐된 비행기 안에서 감염률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비행기 안의 공기 흐름 덕분입니다. 비행기 객실에 흐르는 공기는 각 열의 머리 위에서 아래로 흐른 뒤 바닥 밑으로 빠져나갑니다. 덕분에 앞뒤 좌석 사이에 일종의 ‘에어커튼’이 만들어져 공기 흐름이 차단됩니다. 같은 열 좌석 간에는 에어커튼이 존재하지 않지만 공기 흐름은 여전히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옆자리 승객에게서 바이러스가 나오더라도 발 아래로 곧바로 떨어져버립니다. 따라서 이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향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집니다. 여기에 기내 공기는 2분마다 완전히 새로운 공기로 환기되고, 비행기에 설치된 고효율입자여과(HEPA)필터는 0.1~0.3μm(마이크로미터·1000분의1㎜) 크기의 입자를 99.97%, 이보다 큰 입자는 100% 걸러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의 크기는 0.1~0.2μm 안팎입니다. 감염 환자가 기침을 해서 밖으로 나온 코로나바이러스가 비행기의 공기순환장치를 거쳐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갈 확률은 0.3% 이하로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다만 승객들이 비행 내내 가만히 앉아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내에서 잦은 이동을 할 경우에는 감염 확률이 높아집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에모리 대학과 보잉사가 비행시간 4시간 안팎인 항공 노선 10편에 탑승한 승객 1540명과 승무원 41명의 행동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단순하지만 명쾌한 결론을 냈습니다. “조금이라도 감염 위험을 줄이고 싶다면 창가 쪽 자리를 선택하라”는 메시지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통로에 앉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는 횟수가 높아지고, 그만큼 감염 확률도 높아진다는 겁니다.조사 결과 비행기에 탄 승객 중 62%는 한 번 이상 자리에서 일어났고 평균 5.4분 동안 돌아다녔습니다. 창가석에 앉은 승객은 43%만 돌아다녔던 반면 복도석 승객은 80%가 돌아다닌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동이 많을수록 감염자에게 가까이 가거나 접촉할 기회가 더 많아지기 때문에 감염 확률도 높아집니다. 여기에 복도쪽 승객은 감염자와 한 번 이상 접촉할 확률이 높은 객실 승무원과도 그만큼 자주 접촉하게 됩니다. 다만 연구진은 조사 결과 승무원의 감염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2000년대 들어 아시아에서는 5~6년 마다 전염병이 유행하면서 ‘주기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가 각각 아시아에서 유행한 바 있습니다. 전염병 감염을 우려해서 비행기를 타지 않을 필요까진 없지만, 그래도 항상 주의하고 자각 증상이 조금이라도 나타나면 ‘설마’보다는 ‘혹시’라는 마음을 가지고 병원을 찾는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설 연휴, 독자 여러분의 건강한 귀향과 여행을 ‘날飛’가 기원하겠습니다. 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 20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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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주의 날飛]겨울철 소리없는 암살자 ‘블랙아이스’, 취약지는?

    자가용을 이용해 출근하시는 분들과 운수업 종사자 여러분들, 오늘 아침 안전하게 운전하셨는지요. 이번 겨울 유난히 빙판길 사고가 많다보니 아침 출근길도 긴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고속도로를 이용하시는 분들은 겨울이 끝날 때까지 특히 각별히 유의하시길 당부드립니다.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올해 특히 블랙아이스가 만들어지기 쉬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따뜻합니다. 서울을 기준으로 올해 12월 평균기온은 1.4도로 최근 10년 사이 2번째로 따뜻한 12월이었습니다. 이달 7일에는 제주의 낮 최고기온이 23.6도까지 올라 제주지방의 기상관측 이후 가장 높은 1월 기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충주, 창원, 통영, 여수, 고창 등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지역이 이날 기온을 집계한 이후 가장 높은 1월 기온을 나타냈습니다. 그런데다 비는 많이, 눈은 적게 내렸습니다. 지난 12월 강수량은 총 22.6mm로 1994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1990년 이후 순위로는 14번째입니다. 그런데 이 강수량의 대부분은 ‘비’입니다. 기상청은 12월 총 적설량을 0.0cm로 집계했습니다. 눈이 오긴 왔는데, 쌓인 적이 없다는 의미로 눈이 매우 조금만 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990년 이후 12월에 적설 기록이 없는 해는 1998년과 2004년뿐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겨울 날씨가 블랙아이스를 만들기 매우 쉬운 조건이 된다는 겁니다. 조선대학교와 부산대학교, 광주지방기상청이 공동 연구한 내용을 보면, 블랙아이스는 이처럼 ▲밤사이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가 ▲새벽이 되면서 영상으로 기온이 오르는 날 ▲비가 내렸을 때 가장 만들어지기 쉽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블랙아이스는 ‘어는 비’라고 부르는 강수 형태가 나타날 때 많이 발생합니다. ‘어는 비’란 높은 하늘에서 내리기 시작한 눈이 지상에 가까워지면서 상대적으로 따뜻해진 공기 때문에 비로 변했다가, 땅에 닿자마자 다시 얼음이 되어 얼어붙는 비를 말합니다. 조금 더 어렵게는, 지상 1.5km 상공을 중심으로 그보다 높은 고도의 기온은 영상, 그 아래는 영하의 온도 조건이 만들어지면 ‘어는 비’가 내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지상 5km, 혹은 그보다 높은 고도에서 만들어져 떨어지던 눈은 기온이 영상인 구간을 통과하면서 비로 바뀝니다. 이 비는 지면 근처에서 다시 영하의 공기를 만나지만 미처 다시 얼어붙지 못한 채 그대로 땅바닥에 철벅 하고 떨어지면서 곧바로 얼어붙고 맙니다. 이 비가 처마에 떨어지면 고드름이 되고, 나무에 떨어지면 나뭇가지에 얼음꽃이 피고, 도로에 떨어지면 악명 높은 ‘블랙아이스’가 됩니다. 이 같은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에, 블랙아이스는 주로 해 뜨는 시간을 전후로 한 새벽에 가장 많이 생깁니다. 최근 잇따라 보도됐던 블랙아이스 추돌 사고들이 모두 출근시간대에 발생한 이유도 바로 이 같은 조건 때문입니다. 가장 최근에 발생했던 1월 6일 합천 41중 추돌사고는 아침 6시 45분에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발생한 7중 추돌사고는 아침 7시 45분, 같은 달 14일에 발생했던 경북 군위군 민자고속도로 양방향 다중추돌사고는 새벽 4시 45분에 각각 발생했습니다. 사고 발생지점 인근의 기온과 강수 정보는 아래 정리한 표와 같습니다. 여기에 교각이나 길 아래로 도로가 교차하는 입체도로 등에서는 더욱 블랙아이스 발생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런 곳들은 밤사이 더욱 지표면 기온이 낮고 확실하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같은 교각에 만들어진 블랙아이스는 해가 높이 솟은 오전시간까지도 계속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2005년 1월 도로와 교각의 표면 온도와 실제 기온을 시간대별로 비교한 결과 교각의 기온은 정오쯤 되어서야 실제 기온보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만약 새벽까지 따뜻하다가 낮이 되면서 갑자기 강추위가 몰아치는 날이라면, 새벽에 생긴 블랙아이스가 하루 종일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일부에서 ‘노면이 젖은 것처럼 보인다’는 점을 블랙아이스 판별 조건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블랙아이스에 대한 연구 결과를 여럿 살펴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얼어붙은 얼음이 매우 투명하고 반사할 빛이 없을 경우 그냥 말라붙은 도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시속 수십 킬로미터로 달리는 차 안에서 지금 노면이 젖어있는지 어떤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도로교통공단을 비롯한 각 교통안전 유관 기관에서는 고속도로에서 지켜야 할 안전거리를 속도와 같이 유지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경우 안전거리 100m를 확보하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빙판길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속도를 감안할 경우 빙판길에서 자동차가 멈춰서기 위해 필요한 거리는 눈길의 3배, 마른 도로의 5배 이상이 됩니다. 거리상으로는 최소 200m 이상이 더 필요합니다. 인터넷에는 블랙아이스 상황을 만났을 경우 각종 대처법들을 알려주는 글이나 동영상도 많지만, 운전에 매우 숙달된 사람이 충분한 안전거리를 가지고 시도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내용처럼 수백m 정도의 안전거리가 없다면 대처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날飛’는 이런 날에는 과감히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근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밤 사이 비가 내렸거나 습도가 높아 땅이 젖었고 ▽새벽 기온이 0도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하는 날 ▽혹은 이 같은 날씨가 지나간 후에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져 강추위가 찾아온 날 등입니다. 이런 날은 버스 등 대중교통이 속도를 낮추면서도 큰 정체 없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교통량을 최대한 줄여 차간 거리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새해, 무엇보다 독자 여러분들께서 ‘안전한 한 해’를 보내시기를 ‘날飛’가 기원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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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겁지겁 뛰었지만… 위풍당당 ‘스키여제’

    출발 시간을 착각해 워밍업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스키 여제’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29일 오스트리아 리엔츠에서 열린 2019∼2020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알파인 스키 여자 대회전 경기. 경기 일정표에 기재된 미케일라 시프린(24·미국)의 출발 시간은 현지 시간 기준 오전 10시 15분이었지만 시프린이 이를 10시 30분으로 착각한 것이다. 이 때문에 늦게 경기장에 도착한 시프린은 워밍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린지 본(35·미국)의 뒤를 잇는 여자 스키의 최강자 시프린은 1차 시기에서부터 차분하게 레이스를 펼쳐 우승을 차지했다. 1차 시기 1분01초27을 기록한 시프린은 2위인 이탈리아의 마르타 바시노(23)보다 0.61초 빨리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어 2차 시기에서는 시간을 더 벌려 1, 2차 합계 2분7초31을 기록해 바시노와 1.36초의 넉넉한 격차를 보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날 승리로 시프린은 FIS 월드컵 여자 알파인에서 개인 통산 63번째 우승을 기록하면서 역대 여자 월드컵 최다승 2위로 뛰어올랐다. 통산 62승으로 역대 2위였던 오스트리아의 아네마리 모저프뢸(66)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시프린은 올해 초 은퇴한 린지 본이 가지고 있는 여자 월드컵 최다승인 82승 경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시프린이 이제 20대 중반이라 본의 기록은 물론이고 남자부 86승까지 남녀를 통틀어 최다승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프린은 2018년 12승, 2019년 17승을 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남자부에서는 1989년 은퇴한 잉에마르 스텐마르크(60·스웨덴)가 기록한 86승이 현재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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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버풀 질주, 아무도 못 막아

    리버풀의 질주를 누가 막을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두 리버풀이 27일 영국 레스터의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2위 레스터시티와의 방문경기에서 4-0으로 이겼다.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선제골을 포함해 2골을 터뜨렸다. 리버풀은 승점 52(17승 1무)를 만들며 한 경기를 더 치른 레스터시티(승점 39·12승 3무 4패)와의 승점 차를 13점으로 크게 벌렸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리그 18경기에서 무패 행진(17승 1무·승점 52)을 이어가고 있다. 9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가 유일한 무승부(1-1)다.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35경기 연속 무패로 팀 창단 이후 최다 연속 무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EPL 사상 최다 승점(97점·30승 7무 1패)이자 최소 패배(1패) 준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승점 1점이 부족해 맨체스터시티(승점 98·32승 2무 4패)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1892년 창단 후 1부 리그에서 18회(역대 2위)나 우승한 명문 클럽이지만 1989∼1990시즌이 마지막 우승이다. 지금 형태의 EPL이 출범한 게 1992∼1993시즌이니 ‘EPL 우승’은 아직 없다. 리버풀은 6월 2일에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서 손흥민의 토트넘을 꺾고 14년 만에 유럽 정상에 우뚝 섰다. 덕분에 6대륙(유럽·남미·북중미·아시아·아프리카·오세아니아)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 겨루는 클럽월드컵 출전 티켓을 얻었다. 리버풀은 22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9 클럽월드컵 결승에서 남미의 강호 플라멩구(브라질)를 누르고 창단 후 처음으로 이 대회 정상에 오르며 2019년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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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경 “이번엔 시상대”… 신영석 “마지막 도전대”

    “이번에도 떨어지면 20년 더 못 나간다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신영석·35·현대캐피탈) “올림픽에 나가봤지만 아직 원하던 시상대에는 서 보지 못했습니다.”(김연경·31·터키 에즈자즈바시으) 신영석과 김연경 남녀 배구 대표팀 주장은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앞두고 2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남녀 대표팀은 다음 달 7일부터 나란히 대회를 시작한다. 남자는 중국 장먼, 여자는 태국 나콘라차시마가 무대다. 본선 티켓이 걸린 마지막 기회로 우승한 국가만이 올림픽에 출전한다.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 24위인 남자 대표팀은 강적 이란(8위)을 넘어야 한다. 지금까지 27번 만나 13승 14패로 열세다. 2015년 테헤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승리한 이후로는 5전 전패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말하는 신영석의 목소리에는 비장함이 느껴졌다. 그는 “남자 대표팀은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20년간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고, 이번에도 안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그런 편견을 깨고 싶다”고 강조했다. 여자 대표팀은 남자에 비해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사상 첫 본선 진출을 노리는 태국(14위)은 한국(8위)보다 순위는 낮지만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고 있다. 김연경은 이에 대해 “우리 팀은 태국에 비해 키도 크고 공격력이 좋은 선수도 많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반드시 무너뜨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림픽 예선 기간 동안 프로배구는 휴식기에 들어간다. 남자부는 22일 대한항공-한국전력 경기(대한항공 3-2 승리)를 끝으로 다음 달 4일까지 대표 선수 없이 경기를 치르고 9일을 쉰 뒤 다음 달 14일 리그를 재개한다. 여자부는 다음 달 14일 4라운드를 시작한다.인천=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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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흥민-지소연, 2019 한국축구 ‘왕별’

    손흥민(27·토트넘)과 지소연(28·첼시 위민)이 올 한 해 한국 축구를 빛낸 남녀 축구선수로 선정됐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KFA 시상식을 열고 올해의 선수상에 남자부 손흥민, 여자부 지소연을 선정해 시상했다. 두 선수 모두 영국에서 시즌을 치르는 중이라 시상식에는 손흥민의 형 손흥윤 씨와 지소연의 어머니 김애리 씨가 참석해 대리 수상했다. 손흥민은 영상으로 전해온 수상 소감에서 “올해는 좋은 일들을 많이 겪었다. 내년도 행복하게 맞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이랜드 감독으로 취임한 정정용 전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은 지도자상을, 정 감독과 함께 20세 이하 대표팀을 U-20 월드컵 결승에 올렸던 주역인 이강인(18·발렌시아)은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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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범의 벼락슛, 일본 침몰시켰다… 벤투호 동아시안컵 첫 3연패

    공격수는 천둥처럼 돌진했고 수비수는 번개처럼 뛰었다. 오랜만에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한일전에서 화끈한 승리를 거두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사상 첫 3연속 우승, 전승 우승, 개최국 우승, 무실점 우승이라는 ‘네 가지 신기록’을 한꺼번에 달성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일본을 1-0으로 눌렀다. 전반 28분 황인범이 쏘아올린 호쾌한 중거리 왼발 슈팅 골은 결승골이 됐다. 이로써 한국은 3승을 기록해 일본(2승 1패)을 제치고 타이틀을 지켰다. 3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골도 내주지 않는 철벽 수비를 펼쳤다. 이번 대회 한국의 4골 가운데 2골을 기록한 황인범은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일본을 맞아 빌드업을 중시하는 자신의 스타일 대신 20대 초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 대표팀의 강점인 힘과 속도에 맞불을 놓았다. 한국은 기회가 생기면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치고 나가며 일본의 골문을 위협했다. 한국의 득점도 이 같은 ‘공수 합작’에서 나왔다. 수비수 김진수가 공을 몰고 일본의 페널티박스 안까지 쇄도했다가 다시 뒤로 전해준 공을 황인범이 받아 페널티 박스 바깥쪽 중앙에서 왼발로 강하게 차 넣어 골을 뽑아냈다. 한국은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줄기차게 김영권, 김민재 등 수비수들이 일본의 허를 찌르며 달려들어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하는 등 경기 내내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일본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전반 중반부터는 한국이 공을 잡으면 최종 수비라인을 다섯 명으로 늘리며 한국의 파상공세를 간신히 막아냈다. 경기 전까지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와 한국의 불매운동 등으로 험악한 분위기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썰렁하던 이전 경기와 달리 2만9252명이 몰린 관중석에는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특히 일본 응원단 ‘울트라 니폰’은 췌장암 투병 중인 유상철 인천 감독을 응원하는 ‘할 수 있다 유상철 형’ 플래카드를 경기장에 내걸어 한국 축구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유 감독의 쾌유를 비는 플래카드는 한국 응원석에도 걸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일전 직전에 치러졌던 홍콩과 중국의 경기에서는 험악한 장면이 수차례 연출됐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홍콩 응원단의 소지품을 철저하게 검사하는 과정에서 홍콩 응원단들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홍콩 팬들은 “정치 문구가 아닌데도 플래카드를 빼앗아가는 이유가 뭐냐”, “물품 검사가 너무 엄격해 경기장 입장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응원단 200여 명은 경기 전 중국 국가가 연주될 때 야유와 손가락 욕을 하며 항의 표시를 했다. 경기장에는 “홍콩을 위해 죽음을”, “홍콩의 혼은 사라지지 않는다” 등 정치 구호와 축구 응원 문구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구호가 적힌 걸개를 내걸기도 했다. 반면 중국 응원단은 20여 명의 단출한 응원단이 오성홍기를 제외한 단 하나의 플래카드도 걸지 않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분위기를 취재하던 기자에게 “치킨을 파는 곳은 없냐”고 묻기도 했다. 응원전에서는 홍콩이 우위를 지켰으나 경기에선 중국이 2-0으로 이겼다. 홍콩은 3전 전패로 4개국 중 최하위로 마쳤다. 중국은 1승 2패.부산=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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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범 결승골’ 벤투호, 안방서 일본 꺾고 동아시안컵 3연패 달성

    공격수는 천둥처럼 돌진했고 수비수는 번개처럼 뛰었다. 오랜만에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한일전에서 화끈한 승리를 거두며 동아시안컵(EAFF E-1) 사상 첫 3연속 우승, 전승 우승, 개최국 우승, 무실점 우승이라는 ‘네 가지 신기록’을 한꺼번에 달성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일본을 1-0으로 눌렀다. 전반 28분 황인범이 쏘아올린 호쾌한 중거리 왼발 슈팅 골은 결승골이 됐다. 이로써 한국은 3승을 기록해 일본(2승 1패)을 제치고 타이틀을 지켰다. 3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골도 내주지 않는 철벽 수비를 펼쳤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일본을 맞아 빌드업을 중시하는 자신의 스타일 대신 20대 초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 대표팀의 강점인 힘과 속도에 맞불을 놓았다. 한국은 기회가 생기면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치고나가며 일본의 골문을 위협했다. 한국의 득점도 이 같은 ‘공수 합작’에서 나왔다. 수비수 김진수가 공을 몰고 일본의 페널티박스 안까지 쇄도했다가 다시 뒤로 물러준 공을 황인범이 받아 페널티 박스 바깥쪽 중앙에서 왼발로 강하게 차 넣으며 골을 뽑아냈다. 한국은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줄기차게 김영권, 김민재 등 수비수들이 일본의 허를 찌르며 달려들어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하는 등 경기 내내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일본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전반 중반부터는 한국이 공을 잡으면 최종 수비라인을 다섯 명으로 늘리며 한국의 파상공세를 간신히 막아냈다. 경기 전까지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와 한국의 불매운동 등으로 험악한 분위기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썰렁하던 이전 경기가 달리 2만9252명이 몰린 관중석에는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특히 일본 응원단 ‘울트라 니폰’은 췌장암 투병 중인 유상철 인천 감독을 응원하는 ‘할 수 있다 유상철 형’ 플래카드를 경기장에 내걸어 한국 축구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유 감독의 쾌유를 비는 플래카드는 한국 응원석에도 걸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일전 직전에 치러졌던 홍콩과 중국의 경기에서는 험악한 장면이 수차례 연출됐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홍콩 응원단의 소지품을 철저하게 검사하는 과정에서 홍콩 응원단들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홍콩 팬들은 “정치 문구가 아닌데도 플래카드를 빼앗아가는 이유가 뭐냐”, “물품 검사가 너무 엄격해 경기장 입장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응원단 200여 명은 경기 전 중국 국가가 연주될 때 야유와 손가락 욕을 하며 항의 표시를 했다. 경기장에는 “홍콩을 위해 죽음을”, “홍콩의 혼은 사라지지 않는다” 등 정치 구호와 축구 응원 문구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구호가 적힌 걸개를 내걸기도 했다. 반면 중국 응원단은 20여 명의 단출한 응원단이 오성홍기를 제외한 단 하나의 플래카드도 걸지 않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분위기를 취재하던 기자에게 “치킨을 파는 곳은 없냐”고 묻기도 했다. 응원전에서는 홍콩이 우위를 지켰으나 경기에선 중국이 2-0으로 이겼다. 홍콩은 3전 전패로 4개국 중 최하위로 마쳤다. 중국은 1승 2패. 부산=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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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피드축구로 日 스피드 제압하라… 18일 동아시안컵 한일전 필승 전략

    ‘이기면 신기록, 지면 망신.’ 18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EAFF E-1 챔피언십) 최종전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의 긴장감이 조금씩 고조되고 있다. 이날 일본을 이기면 한국은 3전 전승으로 2015년 중국, 2017년 일본 대회에 이어 3연패를 차지하게 된다. 2003년 이 대회가 시작된 후 최다 우승(5회), 3연속 우승이라는 신기록과 함께 이 대회 사상 처음으로 개최 국가 우승이라는 신기록도 쓸 수 있다. 지금까지 이 대회에서 개최국이 우승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 최정예 멤버를 파견하지 않았다. 20∼25세의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다. 30세를 넘는 선수는 수비수 사사키 쇼(30)가 유일하다. 반면 한국은 유럽파가 빠지긴 했어도 그 외 1군급 선수들이 대거 국가대표팀에 승선했다. 객관적 전력상으로도 한국이 우위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그렇다고 일본을 만만하게 볼 수만은 없다. 젊은 만큼 빠르고 투지가 넘치는 플레이를 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정교함도 중국과 홍콩에 비해 수준이 높다. 일본은 10일 치른 중국과의 개막전에서 최전방 공격수 우에다 아야세의 감각적인 ‘뒤꿈치 힐패스’를 받은 모리시마 쓰카사의 순간적인 돌파, 스즈키 무사시의 정확한 슈팅 등이 어우러진 멋진 선제골을 만들어낸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일본에 뒤지지 않는 스피드로 맞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빌드업 속도와 공수 전환 속도를 더 끌어올려 템포 싸움에서 우위를 점해야 이길 수 있다”며 “예상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변칙적이고 유연한 전술 운영도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역대 전적에서는 한국이 41승 23무 14패로 앞서 있다. 하지만 최근 5경기에선 1승 2무 2패로 열세다. 정치적 현안이 얽힌 두 나라의 경기인 만큼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자제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특히 이날 한일전에 앞서 경기를 치르는 중국과 홍콩의 맞대결도 홍콩 민주화 시위라는 정치 현안이 경기장에서 표출될 경우 선수들뿐만 아니라 관중 간의 충돌이 있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부산시와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경기장 안팎에 경찰력과 질서유지 인력을 증원하고 경기장 입장객들의 반입 물품 검사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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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協, 남북경색에 女월드컵 유치 포기

    대한축구협회가 남북관계 경색 등을 이유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을 포기했다. 협회는 “여자월드컵에 전념하겠다”며 ‘2023 아시안컵’ 유치를 이미 포기했다. 두 토끼를 다 놓쳤다. 협회는 여자월드컵 유치계획서 제출 시한인 13일 신청을 철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공동 개최를 추진하기 어려워졌고, 대회 수입을 개최국이 가져갈 수 없다는 FIFA의 규정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협회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조언을 수용해 2월에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 개최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이후 지속적으로 북한에 협의를 요청했지만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은 9월에 북한 평양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남북전에서 무관중, 무중계 경기를 했고,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동아시안컵에도 여자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공동 개최를 포기한 협회는 4월에 단독 개최 신청서를 FIFA에 제출했다. 이번에는 FIFA의 새로운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FIFA가 이 대회부터 수익금을 직접 챙겨가는 방향으로 방침을 바꿨기 때문이다. FIFA는 개최국이 조직위원회를 두고 대회 준비와 운영을 담당하던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FIFA가 의결권의 50% 이상을 갖는 법인을 설립해 대회를 준비하고 수익금도 가져가기로 했다. 이는 ‘해산한 공익법인(조직위원회)의 남은 재산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된다’는 국제경기대회지원법과 배치된다. 협회는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치 신청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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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뜩한 中소림축구… 대표팀 부상경계령

    “중국 선수들은 대표팀 경기만 뛰면 이상하게 거칠어진다.”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동아시안컵(EAFF E-1)에 대표팀 수비수로 합류한 김민재(베이징 궈안)가 13일 공개훈련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15일 중국과 동아시안컵 2차전을 치르는 한국 축구대표팀에 ‘부상 경계령’이 내려졌다. 중국은 10일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시종일관 거친 플레이를 하며 일본 선수들을 그라운드에 넘어뜨렸다. 일본이 선제골을 넣고 2분 뒤인 전반 30분에는 중국 장즈펑이 발을 어깨 높이까지 들어 일본 하시오카 다이키의 머리를 걷어차는 비신사적인 파울을 해 경고를 받았다. 중국은 0-2로 졌다. ‘공한증’을 앓고 있는 중국은 15일 한국을 상대로도 수비에 치중하며 거친 플레이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도 그랬다. 이을용 현 제주 수석코치가 중국 선수의 뒤통수를 쳤던 속칭 ‘을용타’는 2003년 12월 중국과의 동아시안컵에서 나왔다. 당시 이을용은 자신에게 거친 태클을 시도한 중국 선수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때려 퇴장을 당했다.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 19승 13무 2패로 중국에 크게 앞서 있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중국 창사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0-1로 패한 ‘창사 참사’가 2017년 3월의 일이다. 그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때는 2-2로 비겼다.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2-0으로 이긴 덕분에 최근 3경기 전적은 1승 1무 1패로 동률을 이루고 있다. 유럽파 선수들이 참가하지 못한 데다 이정협(부산)과 함께 최전방을 담당하던 김승대(전북)가 홍콩전에서 갈비뼈가 부러져 전력에서 제외된 점도 부담이다. 한국은 남은 경기를 이정협 원톱 체제로 치러야 한다. 선수들은 중국이 거칠게 나올 경우 맞받아쳐 이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민재는 “위축되면 실점 위기가 나올 수 있다.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피하지 않고 부딪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광저우 에버그란데에서 2012년부터 7년간 뛴 김영권(감바 오사카)은 “세트피스 상황을 잘 이용해 골을 넣으면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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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팬에 사기당한 손흥민 ‘유니폼 호의’

    손흥민이 팬 서비스를 ‘사기’당했다. 호의로 벗어준 유니폼이 하루 만에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등장했다. 손흥민은 12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으로 가다 말고 관중석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남성에게 상의를 벗어줬다. 이 남성은 경기 전 토트넘의 숙소까지 찾아가 자신을 열성 팬이라고 소개하며 손흥민에게 유니폼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은 1-3으로 졌지만 손흥민은 팬 서비스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 유니폼은 13일 인터넷 경매사이트 이베이에 올라왔다. 3000파운드(약 470만 원)의 가격을 매긴 판매자는 경기장에서 이 유니폼을 들고 있는 ‘인증샷’도 함께 올렸다. 이후 “이 사람은 받은 유니폼을 되파는 사람”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 남성 본인도 “2015년 11월부터 다양한 진품 유니폼을 보유해 왔다”고 이베이에 소개한 바 있다. 현재 손흥민의 유니폼은 판매 목록에서 삭제됐지만 “선수의 성의를 악용했다”는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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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항서 또… 베트남 ‘60년 만의 열광’ 속으로

    《‘쌀딩크’ 박항서 감독(사진)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 대표팀이 10일(현지 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시아(SEA) 경기 축구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완파했다. ‘박항서 매직’에 힘입어 베트남은 SEA 게임 축구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하노이 호찌민 등 베트남 대도시 곳곳에선 거리 응원이 벌어졌고 길가엔 베트남기와 함께 태극기가 휘날렸다. 박 감독은 이번에도 선수들의 컨디션을 하나하나 챙기는 ‘아버지 리더십’으로 ‘원 팀’을 만들었고 베트남에 60년 만의 마법 같은 승리를 선물했다.》 ‘박항서 매직’이 베트남을 다시 한 번 정상으로 이끌었다. 경기장에는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와 함께 태극기가 곳곳에서 나부꼈다. 박항서 감독(60·사진)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 대표팀은 10일 필리핀 마닐라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남아시아(SEA)경기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베트남은 1959년 대회 창설 이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 우승하기까지 7경기를 치르는 동안 라이벌 태국전 무승부를 빼면 6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베트남은 8일 여자 축구가 먼저 우승한 데 이어 이날 남자 축구까지 정상에 오르면서 남녀 동반 제패라는 쾌거를 이뤘다. 베트남 남자 대표팀은 원년 무대였던 1959년 방콕 대회 당시 우승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통일 베트남이 아닌 ‘남(南)베트남(월남)’으로 출전했었다. 베트남은 전반 40분 도안반허우(20)의 머리에 맞고 방향이 바뀐 공이 상대 오른쪽 골망을 흔들며 결승 선제골이 됐다. 인도네시아보다 평균 신장이 큰 베트남의 제공권을 적극 활용한 박 감독의 전술이 적중하는 순간이었다. 베트남은 후반 14분 도훙중이 직접 중거리 슈팅을, 29분에는 도안반허우가 자신의 두 번째 골을 각각 성공시키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박 감독은 3점 차로 앞선 후반 33분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까지 당했지만 선수들은 동요하지 않고 승리를 지켜냈다. 베트남은 이영진 수석코치의 지휘 아래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번 우승으로 박 감독은 베트남을 진정한 동남아 축구의 강자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2017년 9월 박 감독이 부임한 후 베트남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4위, 지난해 9월 스즈키컵 우승 등 연이어 눈부신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8강에 진출하면서 동남아 국가 중에는 최고의 성적을 냈다. 박 감독이 부임하기 직전 베트남 선수들은 약한 체력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박 감독은 진 경기라도 “최선을 다했으니 자부심을 가지라”며 선수들의 기를 살리는 동시에 한 명 한 명의 컨디션 등을 직접 챙기는 ‘아버지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원 팀’으로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선수들의 식단을 영양 균형이 맞도록 개선하고 포백 위주의 단순한 전략을 버리고 스리백의 과감한 공격 위주 전술을 구사해 전력을 끌어올렸다. 최근 계약기간 2년에 옵션 1년을 조건으로 재계약을 맺은 박 감독은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를 증진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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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도핑 징계, 남의 얘기가 돼야 하는 이유[현장에서/이원주]

    ‘신체적, 정신적으로 의존성(중독성)이 있고 결국은 정신과 건강에 해를 주는 약품.’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의 특징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운동선수에게 금지약물은 일종의 마약에 해당한다. 중독성이 있고, 몸과 마음을 망치는 약물이기 때문이다. 마약이나 다름없는 금지약물을 조직적으로 사용한 러시아 선수들이 결국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에 이어 내년 도쿄 올림픽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축구에도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9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이 같은 징계 내용을 만장일치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에 양심을 판 러시아는 무대조차 잃어버리게 됐다. 러시아는 국가 주도 도핑 스캔들로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국기와 국가를 사용할 수 없었다.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Olympic Athlete from Russia)’의 일원으로 국기 대신 오륜기를 사용해야 했다. 국가 대신에 올림픽 찬가가 연주됐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OAR의 일원으로 출전해야 할 처지가 됐다. 러시아는 징계를 풀기 위해 WADA에 제출한 도핑 데이터조차 조작했다. 러시아가 금지약물 사용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러시아의 ‘도핑 게이트’가 한국에 시사하는 바도 작지 않다. 최근 수년 사이 한국은 국가대표 선수부터 고교 선수까지 금지약물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포츠계가 들썩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2015년 1월 WADA의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따냈던 메달 6개를 모두 박탈당했다. “의사가 문제없다고 했다”고 해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세계도핑방지규약 10.4에는 “선수에게 알리지 않은 채 주치의가 금지약물을 투여한 경우에도 선수는 주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에는 전 프로야구 선수 이모 씨가 자신의 사설 야구교실에서 고등학생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투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을 일으켰다. 프로 지명이나 대학 진학 등을 앞둔 학생 선수들까지 금지약물의 유혹에 노출됐다는 사실은 러시아만큼 조직적이지는 않더라도 한국 스포츠가 도핑 청정 지역이 아니라는 점을 노출시켰다. 어쩌면 스포츠계에서 금지약물을 완전히 퇴출시키기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일어나서는 안 된다. 선수는 극도로 경계하고 스포츠계와 당국은 무자비한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 최선을 다한 꼴찌는 박수라도 받지만 금지약물 금메달의 끝에 남는 것은 누더기가 된 몸과 더러워진 양심 외에는 없다.이원주 스포츠부 기자 takeoff@donga.com}

    • 20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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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8세 축구선수, 라리가 최고령 해트트릭

    스페인 프로축구에서 최고령 해트트릭 기록이 나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 승부차기에서 한국에 4강행 티켓을 내주는 실축을 했던 스페인의 호아킨 산체스(38·레알 베티스·사진)가 주인공이다. 산체스는 9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빌바오와의 프리메라리가 16라운드 안방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팀의 3-2 승리를 혼자서 만들었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첫 골을 터뜨린 산체스는 11분과 20분에도 각각 골을 추가하며 전반전이 절반도 채 흐르기 전에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이로써 산체스는 역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최고령인 38세 140일의 나이로 해트트릭을 작성한 선수가 됐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2014년 별세)가 1964년에 세웠던 종전 기록 37세 255일을 55년 만에 깨뜨렸다. 산체스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스페인 대표로 출전해 한국과의 8강전에서 네 번째 승부차기 키커로 나섰다 이운재의 선방에 슈팅이 막혔다. 당시 국내에도 널리 이름이 알려졌던 그는 현재 라리가에서 역대 5번째로 많은 533경기에 출전해 레전드 대접을 받고 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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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도쿄올림픽-카타르월드컵 출전 금지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광범위한 금지약물 사용으로 논란을 빚어온 러시아에 대해 4년간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없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내년 도쿄 올림픽은 물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도 사실상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영국 BBC와 미국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WADA는 9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징계를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때 도핑 결과를 조직적으로 조작한 혐의로 2017년 12월 ‘회원 자격 징계’ 처분을 받았다. 러시아반도핑위원회(RUSADA)의 반도핑 규정과 맞물린 징계였다. 이 때문에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에 러시아는 국가로서 참가하지 못했다. 도핑에 연루되지 않은 선수들만 ‘올림픽 선수(OAR·Olympic Athlete from Russia)’라는 개인 자격으로 출전했다. 앞으로도 OAR로 출전하는 것은 가능하다. 러시아에 대한 징계는 도핑 샘플 데이터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지난해 9월 풀렸다. 하지만 WADA는 올해 1월 받은 데이터 내용이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시 징계를 결정했다. 러시아는 이 결정에 대해 21일 안에 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기각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징계는 확정된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관계자는 “도핑으로 인한 국제대회 출전 정지 결정은 WADA의 고유 권한으로 IOC 등이 이를 번복하거나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에 OAR로 참가했던 러시아 선수들은 가슴에 오륜기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었다. 금메달을 따도 러시아 국가 대신 올림픽 찬가가 연주됐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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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축구대표 10일 中과 개막전… 벨 감독 “동아시안컵, 3전전승 목표”

    “여자복싱이 올림픽 종목이 아니던 시절, 복싱으로 금메달을 꿈꾸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콜린 벨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58·사진)이 지난달 15일 대표팀 첫 소집에서 만난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꺼냈다. 느닷없는 복싱 얘기에 선수들이 귀를 쫑긋했다. 감독은 말을 이어갔다. “소녀는 결국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나도 여러분과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 입술을 꾹 다문 선수들의 눈이 반짝였다. 벨 감독이 말한 복싱 선수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우승자인 아일랜드의 영웅 케이티 테일러(32)였다. 한국 여자축구의 올림픽 출전 여부를 책임질 벨 감독이 10일 오후 4시 15분 동아시안컵(EAFF-1 챔피언십) 개막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첫 실전을 치른다. 한국은 2005년 국내에서 열렸던 이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14년 만에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한다. 안방의 이점이 있다고 해도 첫 상대인 중국부터 만만치 않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위로 한국(20위)보다 앞서 있는 중국은 역대 전적에서 한국을 5승 5무 27패로 압도하고 있다. 2015년 8월 1일 동아시안컵에서 1-0으로 승리한 게 마지막이다. 이후 두 차례 만남에서는 모두 졌다. FIFA 랭킹 10위로 2011년 독일 여자 월드컵에서도 우승한 적이 있는 세계적인 강호 일본도 한국을 기다리고 있다. 강호들을 상대하기 위한 벨 감독의 전략은 일단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는 9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목표는 3전 전승이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더라도 항상 이긴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선수들에게는 동아시안컵 우승 이상의 목표인 올림픽 본선 진출을 언급하며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한국 여자축구는 한 번도 올림픽 본선에 진출해 본 적이 없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벨 감독은 훈련 현장에서 직접 장비를 준비하고 한국말로 인사를 하는 등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은 하루 뒤인 11일 오후 7시 반 홍콩과의 맞대결로 대회를 시작한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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