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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했던 인공지능(AI) 기업의 기술 확보에 다시 나섰다. 사이버 보안 위협으로 지목됐던 기술이 중국과의 AI 경쟁 속에서 전략 자산으로 재평가되면서, 정부 내부에서도 정책 방향이 엇갈리는 모습이다.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월스트리트저널 행사에서 앤트로픽의 AI 모델 ‘미토스(Mythos)’를 미국의 기술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핵심 모델로 평가했다. 그는 미국 AI가 중국보다 약 3~6개월 앞서 있다고 보면서, 미토스를 그 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로 지목했다.베선트 장관은 “이 모델은 능력과 학습 역량에서 도약적 변화(step function change)를 보여줬다”며 “성능이 선형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뛰는 만큼 격차를 따라잡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미토스는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아내는 데 강점이 있는 모델로, 현재 일부 기관에만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앤트로픽은 해킹 공격에 악용되기 전에 방어 측이 먼저 취약점을 점검·보완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규제 대상에서 전략 자산으로…엇갈린 정부 판단주목되는 건 미 정부의 입장 변화다. 미 국방부는 올해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며 정부 사용을 제한하려 했지만, 재무부는 오히려 해당 기술 확보에 나섰다. 같은 사안을 두고 부처 간 판단이 엇갈린 셈이다. 법원 역시 이 조치를 둘러싸고 상반된 판단을 내리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실제 재무부 내부에서는 접근 시도가 진행 중이다. 블룸버그는 샘 코코스 최고정보책임자(CIO)가 이끄는 기술팀이 미토스 접속 권한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번 주 내 접근을 목표로 앤트로픽과 접촉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코코스 CIO는 이미 재무부 사이버보안팀에 해당 기술을 브리핑하고 향후 위협에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까지 확산된 ‘위험과 활용’ 딜레마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베선트 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 월가 주요 금융기관을 긴급 소집해 미토스가 불러올 수 있는 사이버 리스크를 논의했다.동시에 주요 금융기관들은 자체 테스트에 나선 상태다.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해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등 대형 금융기관들이 해당 모델을 활용해 시스템 취약점 점검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앤트로픽 내부 테스트에서도 미토스는 주요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의 취약점을 식별한 뒤 이를 실제 공격 방식으로 연결하는 수준의 성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취약점 탐지 능력이 높은 AI는 방어 역량을 높이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공격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같은 기술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과 3~6개월 격차”…패권 경쟁 압박이 같은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AI 패권 경쟁이 있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의 AI 기술 우위를 강조하면서, 컴퓨팅 인프라 경쟁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미국이 전 세계 컴퓨팅 파워의 50% 수준에 도달했으며, 향후 70~80%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결국 미 정부의 움직임은 보안 리스크를 경고하면서도 동시에 기술 확보를 서두르는 이중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민간 기업이 개발한 AI 기술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면서, 규제와 활용의 경계도 점차 흐려지고 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인공지능(AI) 챗봇이 제공하는 의료 상담의 약 절반이 부정확하거나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상적으로 건강 정보를 묻는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확신에 찬 오답’이 실제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최근 국제 학술지 ‘BMJ Open’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챗GPT, 제미나이, 메타 AI, 그록, 딥시크 등 주요 AI 챗봇 5종을 대상으로 의료 질문을 평가한 결과, 전체 응답의 약 50%가 ‘문제가 있는 수준’으로 분류됐다. 이 중 약 20%는 ‘심각한 오류’로 판단됐다.연구진은 5개 건강 분야에 걸쳐 총 50개의 질문을 제시해 답변을 분석했다. 백신이나 암처럼 비교적 표준화된 정보가 축적된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높았지만, 줄기세포나 영양처럼 해석이 필요한 주제에서는 오류가 크게 늘어났다. 특히 개방형 질문에서 부정확한 답변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왜 위험한가…“확신에 찬 오답”이번 연구에서 주목된 지점은 단순한 오류 비율이 아니라 답변 방식이다. 챗봇은 불완전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시하면서도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연구진에 따르면 어떤 플랫폼도 질문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한 참고문헌 목록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답변을 거부한 사례도 극히 일부에 그쳤다. 정확도뿐 아니라 오류를 확신에 찬 어조로 전달하는 방식이 이용자 오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용 급증 속 제도 공백…“건강 격차 우려”AI 챗봇은 빠르게 확산되며 건강 상담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오픈AI에 따르면 매주 2억 명 이상이 ChatGPT를 통해 건강 관련 질문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연구진은 별도의 교육이나 관리 없이 챗봇이 확산될 경우 잘못된 정보가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이들은 “AI 챗봇은 공공 의료 정보 전달 과정에서 중요한 행동적 한계를 드러냈다”며 “대중을 대상으로 한 의료 커뮤니케이션에서 챗봇 활용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이어 “이들 시스템은 권위 있어 보이지만 오류를 포함한 답변을 생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관련 논문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3월 취업자가 20만명 넘게 늘며 고용지표는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청년 고용은 41개월째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국가데이터처가 15일 발간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는 2879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20만6000명 증가했다. 15~64세 고용률은 69.7%로 0.4%포인트 상승했다.실업률은 3.0%로 0.1%포인트 하락했다. 고용률과 실업률 모두 3월 기준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반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3.6%로 0.9%포인트 하락했다. 취업자는 14만7000명 줄며 41개월 연속 감소했다. 실업률은 7.6%로 소폭 상승했다.● 늘어난 일자리, 청년이 들어갈 자리는 아니었다산업별로 보면 일자리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29만4000명)과 운수·창고업(7만5000명), 예술·여가서비스업(4만4000명)에 집중됐다.반면 공공행정(-7만7000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6만1000명), 농림어업(-5만8000명)에서는 취업자가 줄었다. 제조업(-4만2000명)과 건설업(-1만6000명) 감소세도 이어졌다.늘어난 자리와 줄어든 자리가 분명히 갈렸다.청년층 취업자는 14만7000명 줄었다. 같은 기간 청년층 인구 감소폭(16만2000명)에 가까운 수준이다. 단순한 인구 감소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흐름이다.종사 형태를 보면 상용근로자는 14만명, 일용근로자는 3만2000명 늘었지만 임시근로자는 5만9000명 감소했다.자영업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0만5000명 증가했지만,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사실상 제자리였다.고용이 늘어난 방향이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청년 고용 부진에는 산업 구조 변화와 함께 고용 방식 변화도 겹쳤다. 기업들이 경력직을 선호하고 수시 채용을 확대하면서 신규 진입이 쉽지 않은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실업률은 내려갔지만…지표와 체감 사이 간격실업률은 낮아졌지만 비경제활동인구는 6만9000명 늘었다.연령대별 흐름도 엇갈린다. 청년층은 ‘쉬었음’ 인구가 줄며 노동시장에 머무르는 모습이지만, 60세 이상에서는 취업자 증가와 ‘쉬었음’ 증가가 동시에 나타났다.같은 연령대 안에서도 노동시장에 남는 사람과 이탈하는 사람이 나뉘는 흐름이다.자영업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감지된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늘었지만, 1인 자영업은 정체 상태를 보였다.임시근로자 감소까지 겹치면서 노동시장은 기존 고용을 유지하는 층과 새로 진입하려는 층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는 모습이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사단법인 세계평화여성연합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아동·의료 지원 사업을 15년째 진행해 온 가운데, 현지 협력 기관으로부터 감사 서한을 받았다.최근 현지 파트너인 팔레스타인의료구호협회(PMRS)는 “인도적 위기 상황에서도 지속된 지원이 취약 지역 의료 서비스 유지에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여성연합은 2011년부터 ‘가자아이드림(Gaza i Dream)’ 프로젝트를 통해 아동 치료와 보건의료 지원을 이어왔으며, 누적 지원 규모는 1억6000만 원을 넘는다.이 사업은 2010년 중동 여성 평화회의를 계기로 시작돼 이듬해 출범했다. 전쟁 장기화로 한때 중단됐지만 2025년 지원이 재개됐고, 현재 긴급 의료와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의료법인 하나로 의료재단 김한겸 국제진단센터장이 대한세포병리학회 공로상을 수상했다. 단순한 학술 성과를 넘어 의료 소외 지역에 진단 기술을 전수하며 의료 격차 해소에 기여해 온 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14일 하나로 의료재단에 따르면 김 센터장은 지난 10일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세포병리학회 창립 40주년 기념 제39차 봄 학술대회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이번 상은 세포병리학 분야 발전과 학회 기여도가 높은 인물에게 수여된다.김 센터장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로, 대한세포병리학회 지도의회 의장을 역임하는 등 학회 발전에 기여해왔다. 특히 국내를 넘어 해외 의료 환경 개선에 기여한 점이 이번 수상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그는 2007년 몽골 세포병리 교육 사업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바오밥 프로젝트’까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교육 봉사를 이어왔다. 단순한 진단 지원에 그치지 않고 현지 의료진에게 세포병리 판독 기술을 직접 교육함으로써, 해당 국가가 독자적인 진단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김 센터장의 활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회성 의료 지원이 아닌, 현지 진단 역량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이는 외부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각국이 자체적으로 질환을 진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방식으로 평가된다.특히 마다가스카르에서 진행 중인 ‘바오밥 프로젝트’는 현지에 병리학 기반을 구축해 의료 자립을 돕는 사례로 꼽힌다. 의료 소외 지역이 외부 지원 없이도 지속 가능한 진단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세포병리학은 암 등 주요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핵심 진단 분야로, 판독 역량에 따라 의료 수준 격차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진료 지원보다 기술 이전이 장기적으로 의료 격차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본다.● 현미경에서 디지털로…국경 없는 진단 협력 확장김 센터장은 현재 하나로 의료재단 국제진단센터장으로서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글로벌 협력 체계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현장을 직접 찾아 기술을 전수했다면,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국가 간 원격 진단과 교육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디지털 병리는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도 전문 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 꼽히며, 향후 국제 보건의료 협력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김 센터장은 “의료 소외 지역 의료진에게 세포병리 판독 기술을 전수하고 진단 체계를 구축하는 일은 국제 보건의료 환경을 개선하는 실질적인 발걸음”이라며, “앞으로도 국내외 세포병리학 발전과 후학 양성에 지속적으로 힘쓰겠다”고 밝혔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눈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시금치 속 성분이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비싼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보조 전략이 될 가능성도 제시되면서 주목된다.미국 시카고대 연구진은 시금치와 케일 등에 풍부한 ‘제아잔틴(zeaxanthin)’이 면역세포(T세포)의 항암 기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 메디신(Cell Reports Medicine)’에 지난해 게재됐으며, 최근 연구진 보도자료를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T세포 ‘탐지 기능’ 강화…암세포 더 오래 붙잡는다연구에 따르면 제아잔틴은 T세포 표면의 수용체(TCR)를 안정화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TCR은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는 핵심 구조다. 이 수용체가 안정되면 T세포는 암세포를 더 정확하게 찾아내고, 더 오래 결합해 공격을 지속할 수 있다.실험에서는 제아잔틴 투여 시 T세포의 신호 전달과 사이토카인 분비가 증가했고, 종양을 파괴하는 능력도 함께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동물실험에서는 기존 면역항암제와 병용했을 때 암 성장 억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제아잔틴이 항암제를 대체하는 물질이 아니라, 면역 반응을 보조하는 역할에 가깝다고 설명했다.이번 연구의 책임 저자인 징 첸 박사는 “이번 연구 데이터는 제아잔틴이 자연적인 T세포 반응뿐 아니라 유전자 조작으로 생성된 T세포의 반응까지 강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면역치료를 받는 환자에서 임상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식단 기반 보조 전략 가능성”…아직은 초기 단계제아잔틴은 시금치, 케일, 오렌지색 파프리카 등에 풍부하며, 루테인과 함께 눈 건강 영양제로 널리 알려진 성분이다.이번 연구는 이 성분이 단순한 항산화 작용을 넘어, 면역세포의 작동 방식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연구진은 이러한 접근이 음식 속 영양소가 면역 체계를 조절하는 ‘영양 면역학(nutritional immunology)’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이번 결과는 세포 및 동물실험 단계에서 도출된 것으로,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첸 박사는 “이번 연구는 특정 식이 성분이 분자 수준에서 면역 체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암 치료를 보다 효과적이고 접근하기 쉽게 만들 수 있는 천연 화합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관련 논문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했던 7세 아이가 치료 몇 달 만에 가족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진이 주도한 유전자 치료 임상에서 나온 결과다. 해당 연구는 지난해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게재된 이후, 최근 장기 추적 결과가 공유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연구는 중국 내 병원 5곳에서 진행됐으며, 생후 1세부터 24세까지 환자 1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OTOF’ 유전자 변이로 인해 소리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긴 선천성 난청 환자였다.연구진은 청각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 수 있도록 정상 유전자를 전달하는 치료를 적용했다. 인체에 무해하도록 설계된 바이러스 전달체(AAV)를 이용해 해당 유전자를 내이(속귀)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단 한 번의 투여로 치료가 이뤄졌다.● 한 달 만에 변화…모든 환자서 청력 개선치료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일부 환자는 한 달 만에 소리를 인지하기 시작했고, 6개월 후에는 모든 환자에서 청력 개선이 확인됐다.평균 청력은 106데시벨에서 52데시벨 수준으로 개선됐으며, 일상 대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된 사례도 보고됐다.특히 5~8세 어린이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다. 한 7세 환자는 치료 4개월 만에 가족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청력이 회복됐다.치료 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일부 환자에서는 일시적인 백혈구(중성구) 수치 감소가 보고됐다.● “어린이만 되는 게 아니다”…성인 환자도 효과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치료 대상이다. 기존 유전자 치료 연구가 영유아 중심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임상에는 24세 성인 환자까지 포함됐다.연구진은 성인에서도 의미 있는 청력 개선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선천성 난청을 안고 살아온 성인 환자에게도 치료 가능성이 열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모든 난청 치료 아냐”…적용 대상은 제한적다만 이번 결과를 모든 난청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이번 치료는 특정 유전자(OTOF) 변이에 의해 발생한 난청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일반적인 난청이나 노인성 난청과는 원인이 다르다.또 참여 환자 수가 10명에 불과한 초기 임상 단계 연구로,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 역시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연구진은 향후 다른 난청 관련 유전자에 대해서도 치료 가능성을 확대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유전자 치료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 치료로 자리 잡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단계가 많다는 평가다.관련 논문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최근 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만 치료제 투약 이후 담석이 생겼다는 경험담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위고비와 마운자로를 맞고 체중이 빠진 뒤 해외여행 중 갑작스러운 복통을 겪었다는 사례도 공유됐다. 윗배가 터질 듯 붓고 통증이 등까지 번지면서 앉지도, 눕지도 못하는 상태가 이어졌고, 결국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해 검사한 결과 담석이 담관을 막고 있었다는 내용이다.이런 사례가 퍼지면서 약물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다만 의료계는 이를 단순한 ‘약 부작용’으로 보지는 않는다. 체중이 빠지는 과정에서 몸 안 변화가 겹치면서 생긴 결과에 가깝다는 설명이다.실제 현장에서도 비슷한 환자는 적지 않다. 2025년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투약 이후 담석증 560명, 담낭염 143명, 급성 췌장염 151명 등 900명 넘는 환자가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일부는 응급실을 찾을 정도로 증상이 심했다.● 임상에서도 확인된 ‘위험 신호’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식욕을 억제하고 위 배출을 늦춰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GLP-1 계열 약물이다.미국 식품의약국(FDA) 처방 정보에 따르면 성인 임상에서 담석증은 위고비 투약군 1.6%, 위약군 0.7%로 나타났다. 담낭염도 각각 0.6%, 0.2%였다. 소아·청소년에서는 담석증 발생률이 3.8%로 더 높았다.‘자마 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이 계열 약물 사용 시 담낭·담도 질환 위험 증가 경향이 확인된 바 있다.이 수치는 ‘약이 담석을 만든다’고 보기보다는, 체중 감소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까지 함께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핵심은 ‘쓸개가 덜 움직이는 상태’담석은 간 아래에 있는 담낭(쓸개)에 담즙이 굳어 생기는 돌이다.송시영 연세대학교 소화기내과 명예교수는 “이 현상을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여러 요인 중에서도 담낭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는 상태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담낭 수축을 조절하는 호르몬 변화와 연결된 문제”라고 덧붙였다.담낭 수축은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는데, 이 균형이 흔들리면 담즙이 안에 고이기 시작한다. 여기에 체중이 빠르게 줄면서 담즙 성분까지 변하면, 굳어질 조건이 만들어진다.체중 감소, 담즙 변화, 담낭 운동 저하.따로 보면 단순하지만, 이 세 가지가 겹치는 순간 담석이 만들어진다.● “돌보다 통증이 기준이다”그렇다고 담석이 발견됐다고 해서 바로 수술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다.송 교수는 “담석은 있어도 증상이 없으면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다”며 “칼로 베는 듯한 통증이 나타날 때 치료를 고려한다”고 말했다.다만 증상이 반복되거나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추가 검사를 통해 치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일각에서 예방법으로 말하는 우르소데옥시콜산(UDCA) 복용이나 수분 섭취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우르소데옥시콜산은 일부 콜레스테롤 담석에 작용하지만, 국내처럼 혼합형 담석이 많은 경우에는 효과가 크지 않다”며 “물을 많이 마신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GLP-1 계열 치료제가 확산되면서 ‘얼마나 빨리 빼느냐’가 하나의 기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하지만 몸은 그 속도를 그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문제는 체중 감량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몸이 겪는 변화다. 담석은 그 변화가 쌓여 나타난 결과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집을 직접 보고 계약까지 했는데, 집주인은 가짜였다.직거래 플랫폼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월세 매물을 발견한 직장인 A 씨는 집 내부를 확인한 뒤 곧바로 계약금을 보냈다. 집주인은 “다른 계약자가 있다”며 서둘러 잔금까지 요구했고, A 씨는 급한 마음에 이를 입금했다. 그러나 입금 직후 집주인은 연락을 끊었고, 뒤늦게 확인한 등기부등본의 소유자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최근 월세 수요가 늘면서 이를 노린 신종 사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직거래 플랫폼을 통해 접근한 뒤 위조 서류와 비대면 계약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법무법인 태헌 송현영 변호사는 “전세 사기에 대한 경계가 높아진 사이, 상대적으로 방심하기 쉬운 월세 시장을 노린 사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 보여줬는데”…신종 월세 사기, 믿을 수밖에 없는 구조 신종 월세 사기는 생각보다 정교하게 짜여 있다. 사기범은 당근마켓, 피터팬 등 직거래 플랫폼에 시세보다 저렴하고 상태가 좋은 매물을 올려 피해자를 유인한다. 이후 “지방에 있다”거나 “해외 출장 중”이라는 이유로 비대면 계약을 유도한다.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직접 집을 보게 한 뒤, 등기부등본과 신분증 등을 보내 신뢰를 쌓는다. 문제는 이 서류가 모두 위조됐다는 점이다.일부 사례에서는 사기범이 실제 집주인에게 중개사를 가장해 접근해 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해당 주택을 다시 매물로 올려 집주인 행세를 하는 방식도 확인된다.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계약하려 한다”며 빠른 결정을 재촉하고, 가계약금과 잔금을 모두 입금받은 뒤 잠적하는 방식이다.송 변호사는 “등기부등본의 주소나 이름은 실제와 동일하지만, 생년월일이나 세부 정보만 바꾼 정교한 위조가 많아 일반인이 구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세 줄고 월세 늘자…사기도 ‘이동’ 이런 유형의 사기는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전세 물량이 줄고 월세 비중이 커지면서, 월세는 덜 위험하다는 인식을 노린 범죄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송 변호사는 “전세사기가 구조적 위험과 맞물려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월세 사기는 처음부터 집주인 사칭과 서류 위조, 입금 유도까지 계획된 범행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또 “피해 금액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수준으로 비교적 적다 보니 신고를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사회초년생이나 1인 가구가 주요 피해층”이라고 덧붙였다.● “딱 하나만 보라면”…계좌와 등기부 확인 전문가들은 몇 가지 기본 원칙만 지켜도 상당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송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상대방이 보내준 등기부등본 파일만 믿고 직접 확인하지 않거나, 계좌 명의 확인을 끝까지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우선 등기부등본은 반드시 대법원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직접 열람해야 한다. 상대방이 보내준 서류는 위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계약금이나 보증금은 반드시 등기부상 소유자 본인 명의 계좌로 입금해야 한다.송 변호사는 “입금 계좌의 예금주가 등기부등본상 소유자와 정확히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가족이나 대리인 명의 계좌로 입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매우 위험한 신호”라고 강조했다.또 실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방문해 대면 확인을 거치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팩트필터|월세 사기 피하는 5가지※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요소① 등기부등본 직접 열람→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소유자 정보 확인② 소유자 명의 계좌로 입금→ 제3자 계좌 요구 시 거래 중단③ 공인중개사 대면 확인→ 실제 사무소 방문 및 확인·설명서 수령④ 국토부 전자계약 시스템 활용 가능 여부 확인→ 사설 플랫폼 대신 공식 시스템 사용⑤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 경계→ 시세 대비 20% 이상 저렴하면 의심 필요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이 약 30억 원 규모의 퇴직금 분쟁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수십조 원대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자가 개인 갈등을 장문의 글로 직접 풀어낸 이례적인 장면이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애크먼의 게시물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됐고, 주요 인사들까지 가세하면서 논쟁은 순식간에 커졌다.애크먼은 180억 달러(약 27조 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퍼싱스퀘어캐피털 창립자다. 최근 유니버설뮤직그룹 인수 추진과 신규 펀드 상장 계획 등으로 월가의 주목을 받아왔다. 대형 거래와 기업공개(IPO)를 동시에 추진하는 상황에서 개인 분쟁까지 공개적으로 드러낸 점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됐다.사건의 발단은 ‘가족 경영’ 논란에서 비롯된 사내 인사 문제였다. 애크먼이 자신이 지배하는 회사에 두었던 조카를 재산 관리 회사 ‘테이블 매니지먼트(TABLE Management)’의 조사관으로 배치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후 이 조카가 점심 자리에서 사내 변호사이자 인사(HR) 담당 직원에게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인다”고 말한 것이 문제로 불거졌다.해당 직원은 이후 정리해고 대상에 포함됐고, 이 발언 등을 근거로 ‘유해한 근무 환경’을 주장하며 퇴직금으로 2년 치 급여인 200만 달러(약 30억 원)를 요구했다. 당초 회사가 제시한 3개월 치 보상안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애크먼은 이를 사실상 ‘압박’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해당 요구가 상장을 앞둔 상황을 겨냥한 것이라며 반발했고, 이 과정에서 사건 전반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는 입장이다.통상 이런 분쟁은 법적 절차를 통해 비공개로 정리된다. 그러나 애크먼은 다른 방식을 택했다. 그는 2400단어가 넘는 글을 통해 사건 경위를 상세히 설명하며 “말도 안 되는 주장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물은 올라온 직후 빠르게 확산됐다.● 왜 30억 분쟁에 억만장자들이 몰렸나가장 먼저 반응한 건 일론 머스크였다. 게시물이 올라온 지 약 1시간 만에 댓글을 남기며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세계 최대 부호가 개인 고용 분쟁에 즉각 반응하면서, 논쟁의 확산 속도도 이때부터 빨라졌다.벤처투자자 차마트 팔리하피티야도 곧바로 가세했다. 그는 전 직원의 퇴직금 요구를 두고 “부자에게 부과되는 세금과 같다”고 표현하며 애크먼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자신의 팟캐스트를 언급하며 유사 사례를 끌어오는 등, 논쟁을 개인 의견을 넘어 하나의 흐름으로 키우는 모습도 보였다.팔란티어 공동창업자 조 론즈데일의 반응은 더 직설적이었다. 그는 “그들을 파괴하라”는 강한 표현을 남기며 전면 대응을 주문했다. 단순한 지지를 넘어 분쟁을 공개적인 ‘싸움’의 구도로 끌어올린 발언이었다.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논쟁에 합류했다. 그는 “이런 상황은 멈춰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동조했고, 정치권 인사까지 가세하면서 해당 사건은 단순한 기업 내부 갈등을 넘어 더 넓은 논쟁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개인 갈등이 ‘SNS 여론전’으로 번진 이유는WSJ은 이를 월가의 변화로 해석했다. 과거에는 내부에서 처리되던 분쟁이 이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되고, 개인 갈등이 여론전으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대응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특히 상장을 앞둔 상황에서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논란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다만 수십조 원대 거래를 추진하는 인물이 개인 분쟁까지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여기에 주요 인사들이 연이어 의견을 보태는 상황 자체에 대해서는 과도하다는 시각도 나온다.과거 월가의 거물들은 분쟁이 발생해도 법률대리인을 앞세워 대응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당사자가 직접 소셜미디어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논쟁의 맥락과 감정을 상세히 설명하는 방식이 확산되는 모습이다.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신비주의에서 공개형 소통으로의 전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폐쇄적이던 금융 엘리트들이 이제는 SNS라는 가상의 탕비실 앞에 모여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장면 자체가, 달라진 환경을 드러낸다는 평가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유가가 오르지 않는 대신 비용은 산유국이 떠안는 구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세가 도입되더라도 글로벌 유가 상승폭은 제한적인 반면, 실제 부담은 걸프 산유국에 집중될 것이라는 진단이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통행세를 부과할 경우, 그 비용의 80~95%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걸프 산유국이 떠안을 것으로 보도했다.● “유가는 크게 못 올린다”…글로벌 가격 구조의 한계통행세가 부과되더라도 유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 이유는 원유 가격이 특정 지역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경제학자들은 배럴당 1달러 수준의 통행세는 세계 경제나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본다. 걸프 산유국들은 미국 등 통행세 부담이 없는 산유국과 경쟁하고 있어 비용을 가격에 전가하기 어렵다.결국 통행세는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흡수하는 구조다.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교(Université Libre de Bruxelles) 경제학과 교수 군트람 볼프(Guntram Wolff)는 “이 같은 구조 때문에 통행세는 휴전 협상에서 현실적인 타협안이 될 수 있다”며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합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80~95% 산유국 부담”…연 최대 140억 달러볼프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통행세가 배럴당 2달러 수준일 경우 전체 비용의 80~95%를 걸프 산유국이 부담하게 된다. 연간 기준으로는 최대 140억 달러(약 20조원)에 달한다.영국 베렌버그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홀거 슈미딩(Holger Schmieding)도 “산유국이 약 80%의 비용을 떠안을 것”이라고 밝혔다.반면 유가 상승폭은 제한적이다. 통행세가 배럴당 1~2달러 수준일 경우 국제 유가는 0.05~0.40달러 정도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약 35~40달러 급등한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이 같은 구조는 이란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이란이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지 않고 통행세를 택한 배경에도 이런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해협을 물리적으로 차단할 경우 군사 충돌로 확전될 가능성이 크지만, 통행세는 갈등 수위를 낮추면서도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이란이 해상 요충지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지정학적 임대업자’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비용 내도 통행이 더 이익”…산유국도 수용 가능성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산유국들이 통행세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협 봉쇄로 수출 자체가 막히는 상황보다, 비용을 내고서라도 물량을 이동시키는 편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닐 시어링(Neil Shearing)은 “걸프 국가들의 원유 생산비는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통행세를 전적으로 생산자가 부담하더라도 생산 결정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같은 통행세 구조는 예상 밖의 수혜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걸프 산유국들이 비용을 자체 부담하는 사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미국 셰일 오일·가스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행세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미국 생산자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위안화 결제까지…달러 질서 변수로이란 측은 통행세 징수 과정에서 암호화폐를 활용하고, 위안화 결제 시 통과를 우대하는 방안도 언급하고 있다.이는 단순한 결제 방식 변화가 아니라 달러 중심의 석유 거래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신호로 읽힌다. 통행세가 비용 문제를 넘어 결제 통화와 금융 질서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은 에너지뿐 아니라 통화 질서 변화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유조선 선원들이 극심한 정신적 압박 속에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선박은 움직이지 못하고, 교체 인력도 들어오지 못한 채 수만 명이 사실상 바다 위에 고립된 상태다.영국 가디언은 9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약 2만 명의 선원이 6주째 해상에 머물고 있으며, 일부는 ‘정신적 붕괴’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한 유조선 선원은 “상황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 애쓰고 있지만,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다”…불타는 유조선 목격 충격현재 선박들은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역에 정박한 채 장기간 대기 중이다.선원들의 공포가 급격히 커진 계기는 인근에서 발생한 미사일 공격이었다. 이란의 공격을 받아 불타는 유조선을 직접 목격한 이후, 해협 통과에 대한 불안은 현실적 위협으로 바뀌었다.휴전 합의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해협 상공에서는 요격 미사일 궤적이 계속 포착되고 있으며, 드론 공격과 기뢰 위협이 이어지고 있다는 보고가 나온다.한 선원은 “우리는 기름을 가득 실은 채 움직이지 못하는 표적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목숨 걸고 못 간다”…선원 90% 항해 거부이 같은 상황에서 선원들의 항해 거부 움직임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보도에 따르면 승무원의 약 90%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거부하고 있으며, 일부는 사직 의사를 밝힌 상태다.이는 국제 해사 규정상 위험 지역에서 근무를 거부할 수 있는 ‘항행 거부권’이 집단적으로 행사되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해석된다.실제로 한 선원은 “안전을 이유로 항해를 거부하겠다고 선장에게 통보했다”며 “더 이상 이 해협을 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정신적 부담도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한 선박에서는 동료 선원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적 붕괴를 겪었고, 현재 24시간 동료들의 관찰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가고 싶은 사람 vs 들어와야 하는 사람”…엇갈린 운명선원 교체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현재 대체 인력으로 거론되는 선원들은 전쟁으로 귀국하지 못한 우크라이나 출신 노동자들이다.생계를 위해 위험 지역에 들어와야 하는 이들과, 탈출을 원하지만 떠날 수 없는 기존 선원들의 상황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한 선원은 “차이는 단 하나, 선택의 유무일 뿐”이라며 “그들은 선택해서 들어오지만 우리는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멈춘 바닷길…200만 달러 ‘통행세’까지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다.하지만 현재 이란의 통제 아래 선박은 허가 없이는 통과할 수 없으며, 일부 통행에는 척당 최대 200만 달러의 비용이 요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전쟁 이전 하루 140척 수준이던 통과 선박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주요 항로가 사실상 제한되면서 원유와 물류 흐름이 동시에 영향을 받고 있다.이 같은 비용 부담과 통행 제한은 결국 에너지 가격과 해상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전문가들은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정상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현장의 공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선박 이동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사업에서 실제 매출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수익성 논쟁이 커지고 있다.AI가 ‘미래 기대’에서 ‘현재 수익원’으로 이동하는 초기 국면에 진입했지만,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비용 구조가 동시에 부각되는 모습이다.● AI, 실적표에 등장했지만… 10배 달하는 ‘청구서’아마존(Amazon)은 9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 서한에서 자사 AI 인프라 및 반도체 사업의 연간 매출 규모가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같은 날 보도(현지시간)에서 아마존이 자체 AI 칩과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클라우드(AWS) 기반 AI 서비스 매출 실행률도 약 150억 달러 수준으로 제시됐다. 생성형 AI가 실제 기업 지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수익화 단계 진입’ 신호로 해석된다.다만 비용 부담은 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아마존은 데이터센터 확장과 AI 반도체 개발 등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으며, 2026년 자본지출(CAPEX) 규모는 약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훨씬 큰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투자 확대 영향으로 잉여현금흐름(FCF)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내 인프라로도 부족하다”… 메타가 보여준 병목이 같은 흐름은 다른 빅테크에서도 확인된다. 메타(Meta)는 코어위브(CoreWeave)와 약 21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했다.로이터는 메타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을 위해 외부 자원까지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체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조차 외부 클라우드에 의존할 정도로 AI 연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의미다.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반도체 및 장비 업종은 상승세를 보인 반면, 일부 소프트웨어 업종은 약세를 보이며 자금이 인프라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마진 깎아 데이터 산다… 테슬라의 선택성장과 수익성 간 긴장은 다른 산업에서도 반복된다. 테슬라(Tesla)는 저가 전기차 모델을 통해 판매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로이터는 해당 전략이 수익성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가격을 낮춰 차량 보급을 늘리는 대신 마진이 줄어드는 구조다.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결국 AI와 전기차 등 신성장 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흐름은 ‘매출 확대와 비용 증가의 동시 진행’이다.과거 소프트웨어 중심 성장 모델과 달리,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 설비 등 물리적 인프라 투자가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산업 구조 자체가 자본 집약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시장에서는 향후 관전 포인트로 ▲AI 투자 대비 수익 전환 속도 ▲데이터센터 중심 비용 구조 ▲기업별 수익성 격차 확대 여부 등을 꼽고 있다.성장성보다 실제 이익으로 이어지는지 여부가 기업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 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단기채와 공모주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펀드로 자금이 빠르게 몰리고 있다. 실제 한 펀드는 안정적인 채권 수익에 IPO 초과 수익을 더하는 구조를 앞세워 순자산 3000억 원을 넘어섰다.9일 우리자산운용에 따르면 ‘우리미국단기채공모주증권자투자신탁’은 최근 순자산 3000억 원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서만 2000억 원 이상이 유입되며 국내 미국 단기채 투자 펀드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자금 흐름을 기록했다.성과도 눈에 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기준(4월 8일) 1년 수익률은 8.51%, 6개월 수익률은 8.42%로, 국내에 설정된 미국 단기채 투자 펀드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안정적 이자에 IPO 수익 더했다…‘하이브리드 전략’ 주목이 펀드의 특징은 단기채 중심의 안정적인 이자 수익(캐리)에 글로벌 IPO 투자 수익을 결합한 구조다. 변동성이 큰 공모주 투자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권 수익을 동시에 가져가는 전략으로, 최근 시장 환경과 맞물리며 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있다.성과를 끌어올린 배경으로는 선별적인 IPO 투자 전략이 꼽힌다. 우리자산운용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누버거버먼(Neuberger Berman)과 협업해 투자 대상을 선별하고 있으며, 공모가 대비 저평가된 기업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높였다.실제 투자 사례에서도 성과가 확인된다.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기업 서클(Circle)은 상장 이후 장중 기준 공모가 대비 800% 이상 상승했고, 디자인 플랫폼 피그마(Figma)는 상장 직후 30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본 오리온 브루어리 역시 상장 이후 50% 이상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직접 투자 어려운 시장”…펀드로 우회 접근해외 공모주 시장은 개인투자자가 직접 접근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청약 절차와 배정 방식, 제도적 장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 방식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특히 올해는 대형 기술기업 IPO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투자 기회를 선점하려는 자금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 등 초대형 기업 상장을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IPO 시장 회복 기대…“타이밍 투자 성격”업계에서는 글로벌 IPO 시장이 점진적으로 회복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금리 환경 안정과 기술주 투자 심리 회복이 맞물릴 경우, 신규 상장 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다만 이러한 전략은 시장 상황에 따라 성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채권을 기반으로 한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IPO 수익을 노리는 구조인 만큼, 결국 투자 성과는 상장 시장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체중감량 치료제(GLP-1) 확산이 탈모와 피부 탄력 저하 등 외모 변화 논란을 넘어 새로운 소비 시장을 만들고 있다. 빠른 체중 감소 이후 나타나는 신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헤어·스킨케어 제품 수요가 동시에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7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 뷰티 유통업체 얼타 뷰티(Ulta Beauty)의 최고경영자(CEO) 케시아 스틸먼은 “GLP-1 사용자들 사이에서 탈모 관리 제품과 피부 탄력 관련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중이 급격히 줄면서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피부가 처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이를 보완하려는 소비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GLP-1 계열 약물은 원래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식욕 억제 효과가 확인되면서 체중감량 용도로 빠르게 확산됐다. 대표적으로 위고비, 오젬픽 등이 있다. 미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약 10%가 이 계열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이러한 발언은 사업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회사의 2025년 연간 매출은 약 123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 이 가운데 스킨케어·웰니스·헤어케어 부문이 전체의 43%를 차지한다. 탈모와 피부 탄력 관련 수요 증가는 핵심 매출 영역과 직접 연결되는 셈이다.스틸먼 CEO는 GLP-1 사용자들이 찾는 제품군이 노화 관련 제품과 일부 겹친다고 설명했다.● 왜 ‘탈모’가 함께 늘까…급격한 체중 감소의 영향탈모가 직접적인 약물 부작용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임상시험에서는 일부 약물에서 약 3% 수준의 탈모가 보고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를 약물 자체보다는 급격한 체중 감소에 따른 ‘휴지기 탈모’ 현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체중이 빠르게 줄어들면 신체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모발 성장 주기를 일시적으로 멈추는 방향으로 반응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평소보다 많이 빠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영양 섭취 감소, 단백질 부족, 스트레스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얼굴이 꺼진다”…필러·탄력 시장까지 확대피부 변화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나타난다. 단기간 체중 감소는 얼굴 지방 감소로 이어지며 이른바 ‘오젬픽 페이스’로 불리는 꺼짐 현상을 만들 수 있다. 이에 따라 보습, 탄력 강화 제품뿐 아니라 필러 등 시술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스위스 제약사 갈더마는 체중감량 치료제 확산 이후 얼굴 볼륨을 보완하기 위한 필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빠르게 변한 신체에 맞춰 외모를 보정하려는 소비가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몸이 바뀌면 소비도 바뀐다…뷰티·패션 시장 재편 신호변화는 패션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체중이 줄어든 소비자들이 기존 옷을 수선하거나 새로 구매하면서 관련 서비스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재단사들은 고객들이 옷 전체를 줄이기 위해 다시 방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신체 변화가 소비 패턴을 재구성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탈모 관리, 피부 탄력, 보습, 시술 등 기존에 분리돼 있던 시장이 GLP-1 사용자라는 공통 수요층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다만 전문가들은 GLP-1 약물과 탈모, 피부 변화 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개인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고, 급격한 체중 감소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는 해석도 적지 않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가정연합)은 7일 전남 여수시 디오션리조트에서 ‘2026 전국 목회자 총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3일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전국의 목회자 등 약 600명이 참석했다.이번 총회는 목회 현장의 동력 회복과 조직 운영 방향을 점검하고 공동체 가치와 실천 방향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준법 실천 및 직무 교육 ▲주요 현안 보고 ▲교구별 모임 ▲찬양기도회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이와 함께 성지순례와 ‘숨&쉼’ 프로그램 등 정서적 회복과 공동체 결속을 위한 일정도 병행됐다.가정연합 측은 이번 총회를 통해 현장 중심의 운영 체계를 강화하고, 조직 내 소통과 협력 기반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정년 이후에도 일은 이어지지만, 경력은 이어지지 않는다. 그 공백은 임금 하락으로 이어진다.정년을 전후해 노동시장에 남은 고령자들이 기존 숙련을 활용하지 못한 채 소득이 크게 낮아지는 구조가 확인됐다.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고령자의 노동시장 이행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60대 초반 고령자의 절반가량은 생애 주된 경력과 관련 없는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혀 다른 직종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경력이 단절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경력 유지 여부에 따라 임금 격차도 뚜렷했다. 경력을 유지한 채 이동할 경우 임금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산업이나 직종이 바뀌는 경우 근로소득은 평균 20% 내외 감소했다. 특히 5년 이상 근속한 정규직은 감소 폭이 40% 수준까지 확대됐다. 정년 이후 노동 이동이 단순한 재취업이 아니라 소득 하락을 동반한 이동으로 나타난 셈이다.● 재고용은 90%, 재취업은 절반…갈리는 임금 구조재취업 경로에 따라 임금 수준은 크게 갈렸다. 정년퇴직자가 기존 사업장에 재고용될 경우 임금은 퇴직 전의 약 90% 수준을 유지했지만,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하면 크게 낮아졌다.특히 직종까지 바뀌는 경우 임금 하락 폭은 더 커졌다. 일부 사례에서는 임금이 50%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5년 이상 근속한 정규직일수록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나, 축적된 숙련이 재취업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가 확인됐다. 같은 숙련이라도 유지되느냐 단절되느냐에 따라 임금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고용 유지 자체도 쉽지 않았다. 59세 기준 일자리를 유지하는 비율은 60세 84%에서 64세 40% 안팎까지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가 노동시장을 떠나거나 기존 경력과 무관한 일자리로 이동했다.국제 비교에서도 유사한 특징이 나타난다. 한국의 고령층은 노동시장 참여 자체는 높은 수준이지만, 장기 근속 비중은 낮고 단기 일자리 비중은 높은 편이다. 이는 고령자 고용이 ‘지속’보다 ‘이동’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보고서는 고령자 고용 문제의 핵심을 일자리 부족이 아닌 숙련 활용의 문제로 봤다. 이미 60대 초반의 경제활동 참여는 높은 수준이지만, 축적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해 임금과 생산성이 함께 낮아지는 구조라는 분석이다.연구진은 “단순히 정년을 늘리는 것보다, 축적된 숙련을 이어갈 수 있는 노동 이동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생애 숙련을 활용하는 일자리로 이동할 경우 임금 하락분 일부를 보완하는 임금보험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중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인공지능(AI) 모델 결과를 활용해 성능을 모방하는 시도가 확산되자, 미국 주요 AI 기업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경쟁 관계였던 기업들이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된다.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픈AI, 구글, 앤스로픽 등은 비영리 협의체 ‘프런티어 모델 포럼’을 통해 AI 모델 결과를 무단으로 활용하는 시도를 탐지하기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 포럼은 2023년 이들 기업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 설립했다.이들이 대응하려는 방식은 ‘적대적 증류(adversarial distillation)’로 불린다. 기존 AI 모델의 출력값을 활용해 새로운 모델을 학습시키는 기술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3자가 무단으로 활용할 경우 지적재산권 침해 논란이 발생한다.미국 AI 기업들은 특히 중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자사 모델을 모방한 제품이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모델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으며, 안전 장치가 제거된 상태로 활용될 경우 안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미 정부는 이 같은 무단 증류로 인해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딥시크 등장 이후 커진 ‘모델 추출’ 논란, 왜 문제인가논란은 중국 AI 기업 딥시크가 2025년 초 공개한 추론 모델 ‘R1’ 이후 본격화됐다. 해당 모델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고성능을 구현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이후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는 해당 기업이 자사 모델 데이터를 활용했는지 여부를 조사한 바 있다. 오픈AI는 미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딥시크가 자사 모델 성능을 활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딥시크 논란이 커진 배경에는 ‘증류’ 기술의 특성이 있다. 기존 AI 모델에 대량의 질문을 반복적으로 입력해 답변을 축적하면, 이를 학습 데이터로 활용해 유사한 성능의 모델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업계에서는 특히 특정 모델이 짧은 기간 내 유사한 성능을 보이거나, 대규모 데이터 요청이 집중되는 경우 이러한 방식이 활용됐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개별 모델의 학습 과정에 어떤 데이터가 사용됐는지는 외부에서 입증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기업 간 정보 공유는 사이버보안 분야에서는 일반적인 대응 방식이지만, 경쟁이 치열한 AI 산업에서는 이례적인 사례다. 업계에서는 기술 개발 경쟁과 함께 이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다만 기업 간 협력은 경쟁 관계와 규제 환경을 고려할 때 제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AI 시대에 미래가 있는 사람은 사실상 두 부류뿐이다. 하나는 직업 훈련을 받은 사람, 다른 하나는 신경다양인이다.”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최고경영자(CEO) 알렉스 카프(Alex Karp)가 최근 미국의 테크 미디어 TBPN 방송에서 한 말이다. 그는 “미래가 보장되는 사람은 두 부류”라고 지목했다.카프 CEO가 말한 첫 번째 부류는 전기기사, 배관공 등 숙련된 기술 인력이다. 두 번째 부류인 신경다양인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자폐 스펙트럼, 난독증 등 뇌의 작동 방식이 전형적이지 않은 사람을 가리킨다.그는 특히 “낮은 수준의 코딩, 법률 업무, 읽기와 쓰기 같은 정형화된 사무 능력은 AI가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고 했다. 대신 “다른 방향에서 보고, 독특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즉 AI는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평균적인 정답을 도출하는 데 강점을 갖지만, 난독증이나 ADHD를 가진 사람들은 비정형적인 사고 구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카프 CEO는 자신이 심한 난독증을 겪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그는 과거 뉴욕타임스 딜북 서밋에서 “나는 글을 순서대로 읽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대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패턴을 본다”고 말했다. 이어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가 독특한 이유는 내가 정해진 방식으로 사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또 회사의 주요 행사와 주주 서한 등을 통해 ‘규격에 맞지 않는 뇌’의 가치를 반복해서 강조해왔다. 팔란티어는 지난해 ‘신경다양인 펠로십’을 신설했고, 카프가 직접 면접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기업·연구가 주목한 ‘다른 사고 방식’비슷한 흐름은 기업 현장과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마이크로소프트, SAP,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 등은 신경다양인 채용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일정 수준의 성과를 보고했다.마이크로소프트는 ADHD, 난독증 성향을 가진 직원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문서 작성과 일정 관리 부담을 줄였다고 밝혔다. 생성형 AI 사용 이후 업무 불안이 줄었다는 응답은 68%,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응답은 71%로 나타났다.학계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에서는 ADHD 성향 집단이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탐색하는 ‘확산적 사고’ 과제에서 더 높은 성과를 보였다.● 개인차 큰 ADHD…일괄적 해석은 어려워다만 ADHD를 ‘유리한 특성’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진다.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주의력 결핍과 충동성, 실행 기능 저하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신경발달 특성이다. 같은 진단이라도 업무 수행 능력과 어려움의 정도는 개인마다 크게 다르다.특히 과제 시작과 시간 관리 등 실행 기능의 어려움이 핵심 문제로 꼽힌다. 미국정신의학회의 진단 기준(DSM-5)도 이를 단순한 집중력 문제가 아니라 행동 조절 전반의 어려움으로 설명한다. 현장 의료진은 “아이디어 생성력은 일부 특징일 뿐, 실제로는 과제를 시작하거나 유지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은 앞으로 어떤 능력이 중요해지느냐에 가깝다.AI가 반복 업무를 대체하는 흐름 속에서, 문제를 다르게 보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카프의 발언 역시 정형화되지 않은 사고 방식의 가치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던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이 결국 회항했다. 일본 관련 선박은 통과했지만 핵심 공급선이 막히면서 글로벌 가스 시장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카타르 LNG 2척 회항…핵심 공급선 흔들렸다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LNG 운반선 ‘알 다옌’과 ‘라시다’는 해협 진입을 시도했지만 오만 인근에서 속도를 줄인 뒤 항로를 되돌렸다. 두 선박 모두 전쟁 이후 첫 LNG 수출 시도로 주목받았지만 실제 통과에는 이르지 못했다.카타르가 막힌다는 점은 단순한 개별 선박 문제가 아니다. 카타르는 전 세계 LNG 공급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수출국으로, 물량의 80% 이상이 아시아로 향한다. 중국·인도·한국·일본 등 주요 수입국이 모두 일정 부분 의존하고 있는 구조다.특히 한국은 발전용 LNG에서 카타르 비중이 높은 편으로, 수출 흐름이 흔들릴 경우 전력·연료 수급 전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번 사례는 중동발 가스 수출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를 꺾는 신호로 해석된다.● 일본은 통과…국적·지분 따라 갈린 해협같은 시기 일본 해운사 관련 선박 일부는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자회사 소속 LPG 운반선 ‘그린 아샤’는 해협을 빠져나와 인도로 향했고, 일본·오만 합작 선박 등도 잇따라 통과했다.일본은 인도 국기를 달거나 오만과의 합작 지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통과 사례를 만들어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통과 여부가 엇갈린 배경에는 국적과 소유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같은 해협이라도 ‘누가 보냈느냐’에 따라 통과 여부가 갈리는 구조가 드러난 셈이다. 특히 중국을 목적지로 한 물량마저 회항하면서, 통행 기준이 단순한 수요가 아니라 출발지와 조건에 따라 결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선박 26척 대기…특사 파견 대응한국 선박 상황도 변수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는 한국 국적 선사 선박 26척이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정부는 대응에 나섰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원유와 나프타 확보 협의에 착수한다고 밝혔다.정부는 선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해협 통과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일본·프랑스 사례와 달리 한국 선박은 국적과 운항 구조가 달라 동일한 방식 적용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호르무즈 ‘조건부 통과’…가격·운송비 영향 우려이란이 통행 조건을 개별적으로 조정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이란이 오만과 함께 해협 통행을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항차당 최대 200만 달러 수준의 비용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일부 선박은 이란 영해를 피해 오만 해안선을 따라 우회 항로를 선택하고 있다. 다만 이 경로는 수심과 항로 조건상 대형 선박에는 부담이 크다.결국 변수는 공급 흐름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LNG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통로다. 카타르발 수출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가스 가격과 운송 비용, 보험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에너지 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