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정

최현정 기자

동아닷컴 팩트라인팀

구독 13

추천

세상의 구조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과 돈, 그리고 선택이 만들어내는 장면을 기록합니다. 동아닷컴 팩트라인팀.

phoebe@donga.com

취재분야

2026-01-07~2026-02-06
금융30%
경제일반16%
건강16%
미담11%
인사일반7%
검찰-법원판결5%
문화 일반5%
사회일반5%
보건5%
국방0%
  • “나 도시락이야”…경찰도 못 연 문이 열렸다 [따만사]

    열리지 않던 문이 있었다. 경찰도, 소방도, 공무원도 끝내 닿지 못한 그 문. 안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그 순간, 새벽마다 도시락을 들고 그 골목을 걸었던 한 사람의 목소리가 조용히 문을 열었다.“이봐… 나 도시락이야. 문 좀 열어봐.”짧은 침묵 뒤,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철컥.’굳게 닫힌 문이 열렸다.강한 설득도, 법적 권한도, 큰 목소리도 아니었다. 2012년부터 같은 시간에 같은 목소리로 쌓여 온 ‘관계의 기억’이 문을 열었다.이것은 서울 종로·혜화의 새벽을 14년째 지켜온 배영근 씨(73)의 이야기다.● 도시락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많은 것이 담겨 있다아침 5시. 도시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지만 작은 조리 공간에서는 김이 먼저 오른다. 그의 도시락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다. “이거 안 하면… 제 인생이 비어요.”반찬은 소박하다. 그러나 도시락이 놓이는 순간,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방 안에는 음식보다 먼저 사람의 온기가 들어간다.“도시락은 핑계예요. 제가 묻고 싶은 건 안부예요.”어떤 어르신은 편지를 써 주었고, 어떤 어르신은 그의 손을 잡고 병원에 함께 갔다. 치매 초기 진단을 받은 분은 그의 방문 덕에 돌봄 체계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그는 어르신들의 하루에 가장 먼저 들어가는 작은 기둥 같은 존재였다.● 시작은 소명보다 훨씬 작은 ‘믹스커피 몇 봉지’평생 의류업에 몸담아온 그는 아들의 서울대 입학을 계기로 동숭동으로 이사했다. 낙산을 오르내리며 마주한 동네의 풍경은 예상보다 거칠고 건조했다. 햇볕이 좀처럼 들지 않는 방, 낮에도 불이 켜진 집들, 길가 벤치에 앉아 하루를 버티는 노인들. 겨울이 오면 그 풍경은 더 적막해졌다. 사람은 많은데, 말은 적었다.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저 집 안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대단한 계획은 없었다. 어느 날 집에 있던 믹스커피 몇 봉지를 손에 쥐고, 가장 가까운 문부터 두드렸다. 그렇게 만난 사람이 103세의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커피를 받자마자 말없이 작은 조끼 하나를 꺼내 그의 손에 쥐여줬다. 오래전 손으로 뜬 듯한, 크지도 않은 조끼였다.“그때 받은 마음이… 아직도 제 등을 밀어요.”도움을 주러 간 자리에서 오히려 마음을 건네받았다는 사실이, 그를 다시 그 문 앞으로 불러냈다. 그렇게 그의 하루는, 그리고 삶의 방향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공식 복지가 닿지 못한 틈을 메우는 사람그의 새벽은 동숭동에서 시작해 혜화와 종로로 이어진다. 고시원과 쪽방촌, 반지하, 다문화 한부모 가정까지. 14년 동안 그가 두드린 문은 약 300곳에 이른다. 주소로는 찾기 어렵고, 행정 서류로는 포착되지 않는 공간들이다.보증금이 없어 집을 구하지 못한 중장년, 신원 확인이 어려워 제도 밖에 머무는 가정, 좁은 고시원 방에서 끼니를 건너뛰는 청년들. 그는 그 사이를 걸으며 하나하나 확인한다. 오늘은 밥을 먹었는지, 몸은 아프지 않은지, 누군가와 말을 나눴는지.“지역 안에서 굶거나, 완전히 고립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어요.”거창한 철학도, 대의명분도 아니다. 이 단순한 문장이 그의 발걸음을 움직여왔다.도시락은 그의 활동의 일부일 뿐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빨래를 대신 수거해 세탁하고,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대학생 멘토를 연결한다. 병원에서 응급 연락이 오면 가족 대신 가장 먼저 달려가고, 출소 후 갈 곳 없는 이웃에게는 잠시 머물 곳을 알아본다. 신분이 불확실해 제도에 연결되지 못한 이웃을 확인하고, 위기 상황이 생기면 가장 먼저 연락받는 번호도 그의 이름이다.그는 스스로를 활동가라 부르지 않는다. 다만 지역의 시간과 시간 사이, 제도와 제도 사이를 잇는 사람으로 남아 있다. 눈에 띄지 않지만, 끊어지면 안 되는 실처럼.● 문을 연 것은 도시락이 아니라 ‘시간’이었다극단적 선택 직전, 문이 열렸던 그날. 사람들은 모두 같은 사실을 보았다. 문을 연 것은 설득이나 명령이 아니었다. 그 집 문 앞에 수천 번 놓였던 도시락, 수천 번의 노크, 수천 번의 “괜찮으셨어요?”였다.배영근 씨는 말한다.“그분에게 저는… 그냥 익숙한 사람이었겠죠.”휴가도, 수당도, 명예도 없이 쌓아온 14년.그가 해온 것은 수천 번의 식사가 아니라 수천 번의 ‘존재 확인’이었다.“이 시간을 걷어내면… 제 인생에서 뭐가 남을까요.”● 지역의 결을 잇는 사람에게, 마침내 돌아온 작은 빛그의 활동은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그를 본받아 다른 지역에서 도시락·세탁·멘토링 활동을 시작한 사람들이 생겼다.그리고 올해, 그의 새벽은 공식적으로 기록됐다. 2025년 ‘이웃사랑실천상·GKL 사회공헌상’(주최: 그랜드코리아레저, GKL사회공헌재단) 희망나눔상 수상. 배영근 씨는 힘주어 말했다.“고단한 순간이 있어도 지치지 않고, 끝까지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누군가에게는 한 번의 수상일지 몰라도, 그에게는 14년의 새벽과 문 앞에 놓인 모든 마음이 세상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도시의 가장 어두운 새벽을 밝혀온 사람에게, 마침내 작은 빛 하나가 돌아갔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6-01-01
    • 좋아요
    • 코멘트
  • “아침 공복 커피, 다이어트에 좋다?”…혈당·위장에 숨은 변수

    아침 공복에 마시는 커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침 공복 루틴’ 콘텐츠가 SNS를 중심으로 재확산되면서, 공복 커피가 다이어트와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출근 전 커피 한 잔으로 식욕을 억제하고 하루를 시작한다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복 커피는 기대 효과보다 개인차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을 먼저 따져봐야 할 습관”이라고 지적한다.공복 커피가 다이어트에 유리하다는 논리는 단순하다. 카페인이 각성을 돕고, 일시적으로 식욕을 억제해 아침 섭취 열량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혈당과 호르몬 반응이다. 해외 영양 매체 에 따르면, 공복 상태에서 카페인을 섭취할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촉진되면서 간에서 포도당 방출이 늘어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람에게는 혈당이 오히려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혈당엔 괜찮을까…공복 커피의 반전아침 시간대에는 원래 혈당이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새벽 현상(dawn phenomenon)’이 나타난다. 이때 공복 커피까지 더해지면 혈당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인슐린 민감도가 낮거나 혈당 조절에 민감한 경우, 공복 커피는 각성 효과 대신 피로감이나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공복 커피는 위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커피는 위산 분비를 자극하는 성질이 있어, 위장이 민감한 사람에게는 속쓰림이나 위장 불편, 역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여기에 카페인의 각성 작용이 더해지면 심장 두근거림이나 초조함 같은 불안 반응이 공복 상태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는 공복 커피가 일부 사람에게서 긴장과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공복 커피, 모두 피해야 할까…현실적인 대체 루틴은전문가들은 공복 커피가 모든 사람에게 해롭다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핵심은 체질과 생활 패턴이다. 위장이 비교적 강하고 혈당 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큰 불편 없이 마실 수도 있다. 반면 위염이나 불안 증상이 있거나, 커피 후 어지럼을 느낀 경험이 있다면 공복 커피는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조언이 많다.공복 커피가 부담된다면 대안은 충분하다. 소량의 단백질이나 견과류를 먼저 섭취한 뒤 커피를 마시거나, 디카페인 커피·따뜻한 물·허브티로 아침을 여는 방식도 도움이 된다. 핵심은 ‘공복 커피가 정답이냐’가 아니라,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다.공복 커피는 다이어트의 만능 해법이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효율적인 각성 루틴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 컨디션을 무너뜨리는 시작이 될 수 있다. 아침 커피 한 잔 앞에서도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5-12-31
    • 좋아요
    • 코멘트
  • 잠 오라고 먹었는데 말똥말똥…수면 영양제, 먹는 시간이 문제다

    잠이 안 오는 밤, 침대 옆 서랍을 열면 작은 알약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마그네슘, 멜라토닌, GABA 같은 이름이 적힌 ‘수면 영양제’다. 복용 직후 바로 잠들지 않더라도, 오늘은 조금 나아질 것 같다는 기대가 생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면 영양제의 효과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언제, 얼마나 먹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마그네슘은 언제 먹는 게 맞을까수면을 위해 가장 흔히 선택되는 성분 중 하나가 마그네슘이다. 근육 이완과 신경 안정에 관여하는 만큼, 일반적으로는 저녁 식사 후나 취침 1~2시간 전 복용이 권장된다. 잠자리에 들기 직전보다 몸이 서서히 이완되는 시간대가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장운동을 자극할 수 있는 형태의 마그네슘은 취침 직전 복용 시 오히려 복부 불편감이나 각성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멜라토닌, 왜 타이밍이 더 중요할까멜라토닌은 흔히 ‘잠 오게 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잠을 강제로 유도하기보다 생체시계를 조정하는 호르몬에 가깝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복용 시점은 취침 30분~1시간 전이다. 너무 이른 시간에 먹으면 졸림이 앞당겨지고, 너무 늦으면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멜라토닌은 불면증 치료제라기보다, 시차 적응이나 수면 리듬이 깨졌을 때 단기간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수면 영양제, 매일 먹어도 괜찮을까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마그네슘은 식이 섭취가 부족한 경우 비교적 장기간 복용이 가능한 영양소로 분류된다. 다만 과량 섭취 시 설사나 복통이 나타날 수 있어 권장 섭취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멜라토닌은 매일 상시 복용하는 습관은 권장되지 않는 편이다. 장기간 복용할 경우 낮 시간 졸림, 두통, 생체리듬 혼란을 호소하는 사례도 보고된다.GABA나 테아닌처럼 긴장 완화를 돕는 성분 역시 ‘매일 먹으면 반드시 잠이 잘 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수면 영양제에 대한 심리적 의존이 생기면, 영양제가 없으면 잠들지 못할 것 같은 불안이 수면의 질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점은 분명하다. 수면 영양제는 수면 습관을 대신해 주는 해결책이 아니라 생활 관리의 보조 수단이라는 것이다. 늦은 밤 스마트폰 사용, 불규칙한 취침 시간, 저녁 카페인 섭취를 그대로 둔 채 영양제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기대한 효과를 얻기 어렵다.결국 수면 영양제는 ‘잠 오길 기다리는 약’이 아니다. 언제 먹고, 얼마나 먹고, 언제 쉬어야 할지를 아는 것이 오히려 수면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에 가깝다.● 참고 링크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5-12-29
    • 좋아요
    • 코멘트
  • 아리랑TV, 프랑스 IPTV 부이그 텔레콤 진입

    아리랑TV가 2026년 새해부터 프랑스 IPTV 플랫폼 부이그 텔레콤을 통해 현지 방송을 시작한다.아리랑TV는 2026년 1월 1일부터 부이그 텔레콤 IPTV에 채널을 론칭하며, 약 400만 가구를 대상으로 방송을 제공한다. 시청자는 부이그 텔레콤 플랫폼 내 채널 776번에서 아리랑TV를 시청할 수 있다.이번 채널 론칭으로 아리랑TV의 프랑스 내 유통 범위는 크게 확대됐다. 아리랑TV는 기존에 Orange(점유율 37%), Free(15%), Canal+(14%) 등 주요 유료방송 플랫폼을 통해 방송을 제공해 왔다. 여기에 점유율 12% 수준의 부이그 텔레콤이 추가되면서, 프랑스 유료방송 시장 전체 2800만 수신가구 가운데 약 78%가 아리랑TV 시청 가능 권역에 포함됐다.아리랑TV는 창립 30주년을 맞는 2026년을 기점으로 유럽을 포함한 주요 해외 방송 시장에서 채널 유통 확대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5-12-29
    • 좋아요
    • 코멘트
  • 통일교 측 “성지순례·특혜 보도 사실과 달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은 26일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 없이 특정 종교의 성지화·특혜 의혹으로 왜곡했다”며 잇따라 반론을 제기했다. 29일 통일교 측은 한 언론이 ‘북한강 천년뱃길’ 사업을 사실상 통일교 성지순례 사업으로 규정한 데 대해 “사업의 배경과 구조, 운영 실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지엽적 정황만으로 왜곡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가평군이 십여 년 전부터 구상해 온 체류형 관광 활성화를 위한 수상 교통망 구축 사업으로, 여러 민간 운송 사업자가 참여한 민관협력 모델이라는 설명이다.특히 “투입된 약 85억 원 가운데 상당 부분은 자라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공공 선착장 ‘자라나루’ 조성에 쓰였으며, 이는 가평군의 영구적 공공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또 “민간이 400억 원 규모의 전기유람선을 투자·운영함으로써 군 재정 부담을 줄였고, 9만여 명의 이용객이 지역에 체류하며 발생한 간접 경제 효과까지 함께 봐야 한다”며 단순 매출만으로 혈세 낭비를 단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통일교 측은 또 다른 언론 보도와 관련해 “통일교 궁전에 UN 사무국을 유치하려 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해당 시설에 입주한 기구는 UN 산하 조직이 아니라 다른 국제적인 기구 사무국으로, 보도의 전제가 되는 명칭부터 잘못됐다는 설명이다.또 가평군이 특정 종교를 성지화하기 위해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가평은 대표적인 인구 감소 지역으로, 지자체가 투자 여력이 있는 민간과 협력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행정 판단”이라고 밝혔다. 통일교 측은 “관광 클러스터와 특구 추진은 관련 법령에 따른 합법적 개발 사업이며, 의료 취약 지역인 가평에서 민간이 적자를 감수하며 병원과 응급의료를 유지해 온 점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통일교 측은 두 보도 모두에서 “공식 질의나 반론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다”며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반한 균형 잡힌 보도를 요청한다”고 밝혔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5-12-29
    • 좋아요
    • 코멘트
  • “극세사 걸레, 잘못 빨면 성능 반토막 난다” [알쓸톡]

    혼자 사는 집에서 먼지 제거와 물기 청소를 책임지는 극세사(마이크로파이버) 걸레가 “금방 미끄러워진다”, “닦아도 깨끗해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을 낳는 사례가 늘고 있다.자취·1인가구에서 특히 흔한 이 문제는 제품 불량보다 관리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물기와 먼지를 잘 잡아내던 걸레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역할을 못 하게 되는 것은, 세탁 과정에서 극세사 고유의 섬유 구조가 손상되기 때문이다.미국 생활전문 매체 Better Homes & Gardens는 “극세사 걸레를 일반 수건처럼 세탁하면 섬유 사이 미세한 틈이 막히거나 눌리면서 청소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극세사는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는 섬유 수천 가닥이 얽힌 구조로, 먼지와 물기를 끌어당겨 포집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세탁 과정에서 보풀이나 세제 잔여물이 끼면 흡수력과 먼지 제거력이 동시에 약화된다. 관리가 잘못된 극세사 걸레는 더 이상 오염물을 붙잡지 못하고 표면을 문지르기만 하는 ‘미끄러운 천’에 가까워진다.● 극세사 걸레, 금방 버리게 되는 진짜 원인은 ‘세탁기 안’에극세사 걸레 성능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요인은 비교적 분명하다. ▲일반 빨래와 함께 세탁할 경우 면 소재에서 떨어진 보풀이 극세사 섬유에 달라붙어 기능을 막는다. ▲섬유유연제는 섬유 표면을 코팅해 흡수력을 급격히 낮춘다. ▲향이 강한 세제 역시 잔여 성분이 미세 섬유 틈을 막아 제 기능을 방해한다. ▲고온 건조기는 섬유 구조를 손상시키고, ▲젖은 채 방치하는 습관은 냄새와 세균 증식으로 이어져 재사용을 어렵게 만든다.● 혼자 사는 집에서 현실적인 관리법은자취·1인가구 기준으로 실천 가능한 관리법은 복잡하지 않다. ▲극세사 걸레는 가능하면 단독 세탁한다. ▲중성·무향 세제를 소량만 사용한다. ▲섬유유연제는 쓰지 않는다. ▲가능하면 자연 건조하거나 저온으로 말린다. ▲이미 냄새가 배기 시작했다면 식초 1큰술을 넣어 다시 세탁하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핵심은 ‘세게’가 아니라 ‘깔끔하게’다. 섬유 틈을 막는 성분과 보풀을 줄여야 흡수력과 포집력이 살아난다.아무리 관리해도 물을 흡수하지 않고 튕겨내거나, 먼지가 달라붙지 않고 세탁 후에도 냄새가 반복된다면 교체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흡수력이 완전히 떨어진 극세사는 세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극세사 걸레는 고가의 청소템이 아니라 관리 방식에 따라 수명이 갈리는 소모품이다. 자취방 청소가 점점 번거롭게 느껴진다면, 새 걸레를 사기 전에 세탁기 속 습관부터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5-12-29
    • 좋아요
    • 코멘트
  • 노화 되돌리는 약, 진짜 나왔다?…과학자들이 주목한 5가지 후보

    노화를 늦추거나 되돌릴 수 있는 약물 연구가 해외 과학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피부 관리나 생활 습관의 문제로 여겨졌던 ‘동안’이 이제는 세포 수준의 생물학적 과정으로 다뤄지며, 이를 조절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다만 현재까지 노화를 되돌리는 약이 인간에게 승인된 사례는 없다. 대부분의 연구는 동물이나 세포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화 속도와 건강 수명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된 약물 후보군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최근 해외 과학 매체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노화 관련 약물 후보 5가지를 정리했다.● mTOR ‘성장 스위치’를 조절한다…라파링크-1(Rapalink-1)라파링크-1은 세포 성장과 노화를 조절하는 mTOR(mammalian target of rapamycin) 신호 경로에 작용하는 약물 후보로 꼽힌다. mTOR는 몸속에서 영양분이 풍부할 때 ‘지금은 성장 모드’라는 신호를 보내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 스위치가 계속 켜져 있을 경우, 세포가 쉴 틈 없이 달리다 노화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최근 연구에서 라파링크-1은 분열효모 실험에서 세포 수명을 늘리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mTOR 신호를 세밀하게 조절함으로써 세포가 쉬지 않고 달리는 상태를 피하도록 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현재까지는 효모 수준의 기초 연구 단계로, 동물이나 인간 대상 연구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혈압약에서 항노화 후보로…릴메니딘(rilmenidine)릴메니딘은 오래전부터 사용돼 온 고혈압 치료제다. 최근에는 이 약물이 노화 연구 분야에서 예상치 못한 후보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연구에 따르면 릴메니딘은 세포의 에너지 사용 방식과 스트레스 반응 경로에 영향을 주며, 적게 먹었을 때 나타나는 생물학적 반응, 즉 칼로리 제한과 유사한 신호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선충 실험에서는 수명 연장 효과가 관찰됐고, 쥐 연구에서는 칼로리 제한과 비슷한 유전자 활동 변화가 확인됐다. 이미 임상에서 사용 중인 약이라는 점에서, 노화 관련 추가 연구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오래 연구된 후보…메트포르민(metformin)메트포르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처방되는 당뇨병 치료제로, 항노화 연구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약물이다. 혈당 조절 외에도 염증 완화, 대사 안정화, 세포 스트레스 감소와 관련된 효과가 여러 연구에서 보고돼 왔다.관찰 연구에서는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당뇨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사망률과 노화 관련 질환 위험이 낮았다는 결과도 나왔다. 현재는 이 약물이 노화 자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다.● 노화 세포를 제거한다…세놀리틱 약물(senolytics)세놀리틱 약물은 노화를 되돌리기보다는, 노화 과정에서 몸속에 쌓이는 노화 세포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접근이다. 노화 세포는 더 이상 정상 기능을 하지 않으면서 염증 신호를 내뿜어 주변 조직에 부담을 준다.이를 제거하기 위한 후보로 다사티닙(dasatinib)과 케르세틴(quercetin) 조합이 대표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동물 실험에서는 근력과 장기 기능이 개선되고, 노화와 연관된 질환 발생 위험이 낮아지는 변화가 보고됐다.● 비만약이 노화 연구로…GLP-1 계열 약물위고비, 오젬픽 같은 당뇨·비만 치료제 GLP-1 계열 약물도 최근 노화 연구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체중 감소 효과 외에도 염증과 대사 관련 지표가 개선되는 변화가 관찰됐으며, 일부 동물 실험에서는 근육과 연관된 생물학적 신호 변화도 보고됐다.최근 쥐 실험에서는 GLP-1 계열 약물을 투여했을 때 여러 장기에서 관찰되는 노화 관련 분자 신호가 상대적으로 젊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변화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노화와 대사 건강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전문가들은 현재까지의 결과 대부분이 동물이나 세포 실험 단계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인간에게 동일한 효과와 안전성이 있는지는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돼야 한다는 것이다.또한 항노화 목적의 자가 복용이나 임의 사용은 의학적으로 권장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과학자들은 “노화를 되돌리는 단일 약물은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노화 속도를 늦추려는 과학적 시도는 이미 현실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다만 약물 연구가 발전하더라도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이 노화 관리의 기본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참고 링크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5-12-29
    • 좋아요
    • 코멘트
  • “넌 잘못된 아이가 아니야”…그 말 하나로 9년 버틴 청년 [따만사]

    쉼터에서 처음 “넌 잘못된 아이가 아니야”라는 말을 들었던 소녀가 있다. 그 말 하나가 한 그를 바꿨고, 소녀는 다시 수백 명의 아이를 바꾸고 있다. 도움받던 아이에서 손 내미는 어른까지, 박유미 씨(21)의 9년은 그렇게 쌓였다.중학생이던 2017년, 박유미 씨는 처음으로 청소년 쉼터와 기관에서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보호시설에서 지내던 시절, 자신을 돌봐주던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들을 보며 “언젠가 나도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마음속에 새겼던 그 다짐은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그의 이름 앞에는 GKL 사회공헌상 ‘행복나눔상’이라는 타이틀이 더해졌다.● “저를 붙잡아준 손길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처음 박유미 씨를 마주한 사람들은 지레 짐작한다. ‘이 청년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겠구나.’ 하지만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선입견은 깨진다. 박유미 씨는 자신이 보호시설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고, 오히려 담백하게 말했다.정말 힘들던 시기에 저를 붙잡아준 어른들이 있었어요. ‘넌 잘못된 아이가 아니야’라고 계속 말해주셨거든요. 그게 제 인생을 바꿨어요.”조용한 말투 속에는 단단한 결심이 깃들어 있다. 그의 과거는 지워야 할 그림자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온기를 건네게 만든 출발점이다.● “나는 소중한지조차 몰랐던 아이였어요”그의 어린 시절에는 쉽게 꺼내기 어려운 단어들이 겹겹이 얹혀 있다.알코올 중독과 도박 중독에 시달리던 부모, 깊어지는 갈등, 반복되는 폭력과 불안. 청소년기에는 우울이 극심해져 “살아갈 가치가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수없이 물을 만큼, 극단적인 생각에서도 멀지 않았다.“뭐만 되면 제 탓 같았어요. 스스로를 싫어하고 자학하는 마음이 많았죠.”그에게 쉼터는 처음으로 ‘안전하다’고 느낀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어른들은 이렇게 말했다.“넌 성실해.”“넌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넌 잘못된 아이가 아니야.”친가족은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자신을 믿어준 어른들이었다. 그 말들은 지금까지도 그의 삶을 버티게 하는 문장이 됐다.● 2017년부터 2025년까지, 9년 동안 이어진 발걸음그의 봉사는 중학교 2학년이던 2017년으로 돌아간다. 이후 내내 청소년 공간과 인연을 이어갔고, 대학생이 된 2023년부터는 교육·상담 봉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쉼터,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지역아동센터까지. 그가 만난 아이들은 약 400명, 공식 봉사시간만 250시간을 넘는다.“한 번 왔다가 사라지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그게 얼마나 아픈지 아니까… 시작했으면 끝까지 가보고 싶었어요.”그의 일상은 여유롭지 않다. 쉼터에서 독립한 뒤 보증금과 월세, 생활비, 앞으로 준비 중인 대학원 등록금까지 모두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그래서 패밀리레스토랑, 편의점 야간 근무 등 10곳 넘는 일자리를 전전했다. 수업을 마치면 곧바로 근무지로 향했고, 남는 시간은 다시 청소년들을 만나기 위해 쪼개 썼다.“알바랑 학업을 같이 하다가 자퇴 고민도 했어요. 그래도 언젠가 받은 걸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있었어요. 버텨보자, 그렇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대부분의 또래들이 “살기 바쁘다”며 자기 몫을 챙길 때, 그는 팍팍한 하루에서 시간을 조금씩 떼어 누군가의 하루로 건넸다.● 교재, 태블릿, 밥 한 끼… “세상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알았으면 해서”그가 기억하는 장면들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작고 구체적이다. 학습 도구가 없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던 아이가 있었다. “집에서라도 공부해보고 싶다”고 말하지만, 교재도, 태블릿도 없는 상황이었다. “저도 빠듯했지만… 그 친구는 정말 절실해 보였어요. 제가 조금 덜 먹더라도, 그 아이한테는 태블릿이 훨씬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세상이 나쁘지만은 않구나’를 알게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컸어요.”결국 그는 생활비를 아껴 EBS 교재와 저가형 태블릿PC를 사서 건넸다. 그 아이는 그 뒤로 자격증을 다섯 개나 취득했다.또 다른 아이는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할 만큼 힘든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에게 박유미 씨가 해준 일은 의외로 단순했다. 따뜻한 밥을 사주고, 조용히 이렇게 말해주는 것.“넌 소중한 사람이야.”기관 담당자는 “그 말을 들은 뒤로 아이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했다. 처음으로 ‘나도 소중할 수 있는 사람일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들은 아이는, 그날 이후 스스로를 대하는 방식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나도 누나처럼 되고 싶어요” …말은 다시 돌아온다그가 아이들을 만나며 목격한 장면 중에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검정고시 합격이 어렵다고 여겨지던 한 청소년은, 그와 함께 공부를 이어가며 결국 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제는 바리스타라는 새로운 꿈을 준비 중이다. 태블릿을 선물 받았던 또 다른 청소년은 사회복지학과 진학을 선택했다. “누나처럼, 나도 나중에 누군가를 돕고 싶어요.” 그 말은 과거 박유미 씨가 쉼터에서 대학생 멘토들을 보며 마음속에 품었던 문장을 거의 되풀이한 말이었다.공식 봉사가 끝난 뒤에도 그는 5명 안팎의 청소년을 개별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들어준다. “관계가 끝났다고 해서 그 아이들의 어려움도 끝나는 건 아니니까요.”그의 봉사는 화제가 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쉼터의 작은 방, 청소년센터의 책상, 동네 카페 구석에서 조용히 이어지는 시간들이다. 그러나 그 시간들이 만든 변화는 작지 않다. 누군가는 진로를 찾았고, 누군가는 희망을 되찾았다. 누군가는 미래의 자신을 그려보기 시작했다.“받은 사랑이 제 안에서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흘러가서 또 다른 누군가가 버틸 힘이 되었으면 해요.”● “이 상이… 그냥 계속하라는 신호 같아요”12일 박유미 씨는 ‘이웃사랑실천상·GKL사회공헌상’(주최: 그랜드코리아레저, GKL사회공헌재단) 행복나눔상을 받게 됐다. 그는 “아직도 얼떨떨하다”며 웃었다.“솔직히 제가 이 상을 받아도 되나 싶어요. 저보다 대단한 분들 정말 많으니까요. 그래도… 이게 계속 하라는 신호라고 생각하려고요.”앞으로도 그는 아동·청소년, 특히 저소득층 아이들을 돕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한다. 사회복지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도, 언젠가 현장에서 더 깊이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취업을 하더라도, 대학원에 진학하더라도, “그 안에 봉사는 계속 들어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도움을 받던 아이였던 한 사람. 지금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 “넌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어른. 박유미 씨의 9년은 그렇게, 누군가의 내일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계속되고 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5-12-25
    • 좋아요
    • 코멘트
  • ‘혐오 Out, 평화 In’ 이재성이 시작한 축구의 또 다른 역할

    축구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재성이 축구로 받은 사랑을 사회에 돌려주기 위한 조용한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그의 꾸준한 기부와 연대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독일 분데스리가 FSV 마인츠 05에서 활약 중인 이재성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부주장으로, ‘유네스코 축구공(共) 캠페인(축구로 공존의 세상 만들기)’을 위해 매달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정기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기부금은 청소년들이 축구를 통해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이재성은 캠페인의 취지를 알리는 ‘유네스코 프렌즈’로도 활동 중이다. 혐오와 차별로 상처받는 청소년들을 위한 평화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해,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후원으로 뜻을 실천해 왔다. 연말을 맞아 알려진 이 같은 선행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연대’의 사례로 평가된다.‘유네스코 축구공 캠페인’은 혐오와 분열이 일상화된 사회 속에서 축구라는 팀 스포츠를 매개로 공존·존중·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지난 6월 시작됐다. 캠페인명 ‘축구공(共)’은 ‘축구로 공존의 세상 만들기’의 줄임말로, 공 하나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이재성을 시작으로 손흥민, 문선민, 조규성, 이한범 등 국내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혐오 Out, 평화 In’ 인스타그램 릴레이 챌린지에 동참했다. 배우 윤세아, 가수 서은광 등 스포츠를 넘어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도 참여하며 메시지를 확산시키고 있다.이재성은 “축구를 하면서 받은 사랑을 세상에 다시 돌려주고 싶다”며 “축구가 스포츠를 넘어 청소년들의 삶에 평화를 증진하는 교육적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캠페인과 챌린지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후원금은 학교 현장의 청소년 평화·공존 교육에 쓰일 예정이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5-12-23
    • 좋아요
    • 코멘트
  • ‘사랑은 멋지다’ 그 다음, 채종협의 1000만원 기부

    배우 채종협이 연말을 맞아 나눔에 동참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3일 채종협이 1000만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채종협은 현재 사랑의열매 2025년 연말 캠페인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이다. 광고를 통해 나눔 메시지를 전해온 데 이어, 기부로 따뜻한 마음을 직접 실천했다. 기부금은 취약계층의 겨울철 난방 지원과 생활 안전을 돕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채종협은 “광고 모델로 함께하며 오히려 제가 따뜻한 에너지를 얻었다”며 “추운 겨울 이웃들에게 작은 희망을 전하고 싶어 기부를 결심했다”고 전했다.앞서 채종협이 출연한 사랑의열매 연말 광고 ‘사랑은 멋지다’는 기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나눔을 시작할 때의 설렘을 영화적인 연출로 담아내며 호응을 얻었다.채종협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드라마 ‘Eye Love You’를 통해 주목받았으며, 오는 MBC 새 금토드라마 ‘찬란한 너의 계절에’ 출연을 앞두고 있다. 한편 사랑의열매는 연말연시 집중모금캠페인 ‘희망2026나눔캠페인’을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한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5-12-23
    • 좋아요
    • 코멘트
  • ‘커리어는 각자도생’…맥도날드 CEO의 직설이 건드린 불안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맥도날드 CEO 크리스 켐프친스키가 최근 자신의 커리어 조언을 이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말은 짧고 단호했다.“당신의 커리어를 당신만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이 발언은 11일 켐프친스키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영상은 6000건의 공감 반응을 얻었다. 댓글 창에는 “아무도 대신 챙겨주지 않는다”는 체념부터 “이제는 회사보다 나 자신을 우선해야 한다”는 자각까지, 노동시장을 바라보는 다양한 감정이 뒤섞였다.● “아무도 대신 챙겨주지 않는다”는 말이 찌른 지점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댓글 중 하나는 이 문장이었다. “어떤 고용주도 당신을 해고하기 전에 2주 예고를 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당신의 커리어에 가장 이로운 선택을 하라.” 이는 기업과 개인의 관계가 더 이상 장기적 보호나 상호 충성에 기반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실제로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다”라는 반응도 다수 달렸다. 조직이 개인의 성장을 책임지던 시대는 끝났고, 커리어는 스스로 관리해야 할 개인 프로젝트가 됐다는 의미다.반면 냉소적인 시선도 있었다.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과연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겠느냐”거나, “이론은 맞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CEO의 발언과 현장 노동자들의 체감 사이의 간극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왜 이 말이 지금 공감을 얻었나켐프친스키의 발언은 새롭지 않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창업자 헨리 블로젯 역시 “커리어의 CEO가 되라”는 조언을 수년간 반복해왔다. 그러나 이 말이 지금 다시 확산되는 이유는 고용 구조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AT&T CEO 존 스탱키는 올해 초 내부 메모에서 “충성, 근속, 이에 따른 보상에 기반한 고용 모델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은 더 이상 장기 근속을 약속하지 않고, 현재의 성과와 즉각적인 기여도를 기준으로 인력을 평가한다. 이 구조에서 커리어는 회사가 설계해주는 경로가 아니라, 개인이 직접 관리해야 하는 자산이 된다.● 한국 취업 시장에서 더 크게 들리는 말이 메시지가 한국 취업 준비생과 직장인에게 더 날카롭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입사’ 자체를 안정의 출발점으로 인식해 왔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조직이 사람을 키워주고, 경로를 안내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그러나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의 메시지는 다르다. 입사는 보호의 시작이 아니라, 자기 책임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켐프친스키의 영상에 달린 한 댓글은 이 불안을 정확히 요약한다. “모든 노력이 거절당할 때, 개인은 어떻게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야 하느냐.”● 냉정하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인 조언켐프친스키는 다른 영상에서 또 다른 조언을 덧붙였다. “정리정돈을 하라.”이메일, 컴퓨터, 업무 공간을 정리하는 것은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 관리라는 설명이다. 거창한 성공 전략이 아니다. 다만 아무도 대신 챙겨주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에서, 스스로를 관리하는 태도만은 필요하다는 메시지다.이 영상이 공감을 얻은 이유는 분명하다. 커리어가 더 이상 조직이 보장해 주는 경로라기보다, 각자가 스스로 관리해야 할 삶의 한 부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취업을 앞둔 이들에게 이 말이 당장 위로처럼 들리지는 않을 수 있다. 다만 지금의 노동 환경을 오해하지 않도록 짚어주는 현실적인 조언이라는 점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5-12-20
    • 좋아요
    • 코멘트
  • 통일교 “윤영호 ‘세네갈 대선 자금’ 언급은 일방적 주장”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문연아 선학학원 이사장(한학자 총재의 며느리)와 한 통화 녹취록을 근거로 한 일부 보도와 관련해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서 일방적 주장을 사실처럼 전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론을 제기했다.통일교는 19일 입장문에서 해당 녹취록은 윤 전 본부장이 일방적으로 녹음한 것으로, 현재 특검 사건에서 증거의 진정성립 여부가 다툼 중인 자료라고 밝혔다. 이를 공개·보도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또 녹취 내용은 윤 전 본부장이 선문대 부총장 해임 통보 직후 불만과 압박성 발언을 쏟아낸 통화 맥락 속 발언이라며, 이를 그대로 제목에 반영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아울러 보도에 언급된 ‘짐바브웨 대선 자금’이나 ‘세네갈 대선 자금’ 지원은 특검 기소 내용이 아니라며,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밝혔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5-12-20
    • 좋아요
    • 코멘트
  • “망설일 이유 없었다” 손석구, 분쟁 아동 돕는 유니세프 영상 재능기부

    배우 손석구가 분쟁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어린이를 돕기 위한 유니세프 신규 캠페인에 참여했다. 개인의 선택이 국제 구호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 이번 캠페인은 분쟁 지역 아동 문제를 일상 속 행동의 문제로 끌어와 주목된다.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18일 “분쟁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를 지원하기 위한 신규 캠페인을 손석구와 함께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유니세프 행동’, ‘유니세프 이 순간’, ‘유니세프 아이들만은’ 등 총 3편의 영상으로 구성됐다. 작은 행동이 아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부터 가자지구 굶주리는 어린이 지원, 유니세프 활동의 의미를 시적으로 풀어낸 내용까지 폭넓게 담았다.손석구는 세 편의 캠페인 영상 모두에 재능 기부로 참여했다. 그는 과거 이라크 파병 당시 직접 목격한 경험을 바탕으로, 분쟁 속에서 일상이 무너진 어린이들의 현실과 왜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담담하지만 단단한 어조로 전했다. 감정을 과장하기보다 사실과 경험에 근거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특징이다.캠페인 영상은 18일부터 TV 채널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되며, 전화와 유니세프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유니세프 측은 이번 캠페인이 일회성 기부를 넘어, 분쟁 아동 문제를 장기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손석구는 “우리의 작은 행동이 고통 속에 놓인 어린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분쟁과 굶주림, 질병 속에서 도움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관심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조미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분쟁의 피해는 사회에서 가장 약한 존재인 어린이들에게 집중된다”며 “손석구가 전한 메시지가 더 많은 행동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유니세프에 따르면 전 세계 어린이 6명 중 1명은 분쟁 지역에 살고 있으며, 약 4억7300만 명의 어린이가 폭력의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가자지구에서는 최근 2년간 전쟁으로 어린이 1만8000여 명이 숨졌고, 5세 미만 어린이 32만2000여 명이 급성 영양실조 위험에 놓여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유니세프는 보건·영양·교육·보호·긴급구호 등 분야에서 전 세계 어린이를 지원하는 유엔 산하기구로, 한국위원회는 국내 모금과 아동 권리 증진 활동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5-12-19
    • 좋아요
    • 코멘트
  • 전쟁기념사업회, 어린이박물관에 ‘한반도의 영웅’ 4인 조형물 제막

    전쟁기념사업회(회장 백승주, 이하 사업회)가 18일 어린이박물관 광장에서 ‘한반도의 영웅’ 4인 조형물을 공개하고 제막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방부청사어린이집 어린이 35명이 참석했다. 이번에 공개된 조형물은 ▲ 외교 담판으로 전쟁 없이 국경을 확장한 서희 ▲ 삼국통일로 한반도 기반을 마련한 김유신 ▲ 4군 6진 개척을 이끈 김종서 ▲ 국토·해양 확장과 수호를 지휘한 군통수권자로서의 세종대왕을 소재로 했다. 각각 오늘날 한반도의 국경을 ‘만들고, 넓히고, 지키고, 완성한’ 역사적 인물들이다. 그동안 외침에 맞서 나라를 지켜낸 과정에 중점을 둔 역사 교육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영토를 확장해 나간 능동적 역사를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고자 했다. 백승주 사업회장은 제막식에서 “이 조형물을 통해 어린이들이 한반도의 역사와 영토를 만든 인물들을 기억하고, 그 정신과 자연스럽게 교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영웅’ 4인 조형물은 2026년 유아 대상 교육프로그램과 연계될 예정이며, 어린이들이 야외공간에서 역사 이야기를 직접 보고 체험하는 학습 콘텐츠로 활용할 계획이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5-12-19
    • 좋아요
    • 코멘트
  • 통일교, 윤영호 녹취 보도 반박 “일방적 발언…사실관계 단정 무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녹취록을 인용한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발언의 맥락이 생략됐고 사실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며 반박 입장을 내놨다.통일교는 18일 입장문을 통해 “문제가 된 녹취록은 윤 전 본부장이 대부분 일방적으로 발언한 대화로, 한학자 총재가 이에 동의하거나 지시한 정황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언론은 이날 특검이 법원에 제출한 녹취록과 특별보고서 등을 근거로, 통일교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통일교는 “녹취록 전체를 보면 윤 전 본부장이 선거, 예배 인원의 문제, 목회자의 고령화, 원로회 구성 등 여러 주제에 대해 혼자서만 발언했고, 한 총재는 구체적인 답변이나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녹취 후반부에서 윤 전 본부장 스스로 “총재의 지시를 받아 일한 적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해당 녹취를 근거로 한 총재의 관여를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특검이 주목했다는 ‘특별보고서’와 관련해서도 “윤 전 본부장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메모 수준의 자료로, 실제로 한 총재에게 보고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당 녹취록은 윤 전 본부장의 해임 직전 시기에 작성된 점을 들어 “작성 경위와 목적을 고려했을 때 객관적인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또 한 총재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영역”이라며 “현재 재판 과정에서 다뤄지고 있는 쟁점인 만큼, 개별 언론이 단정적으로 평가하기보다 사법적 판단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5-12-18
    • 좋아요
    • 코멘트
  • “일단 살아보자”…보은 첫 청년마을 공유주거 준공

    충북 보은군에 청년을 위한 공유주거형 마을이 처음으로 들어섰다. 지방 정착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일정 기간 ‘살아보며’ 지역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으로, 인구 감소 대응을 위한 새로운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보은군은 18일 회인면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 현장에서 ‘청년마을 공유주거 살아BOEUN’ 준공식을 열었다. 이번 사업은 보은군이 2023년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공모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되며 국비를 확보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군은 국비와 지방소멸대응기금 등을 포함해 총 30억 원을 투입해 청년 주거와 커뮤니티 기능을 함께 갖춘 마을을 조성했다.‘살아보은’은 5402㎡ 부지에 1~2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전용면적 40㎡(약 12평) 규모의 소형주택 6동과 연면적 200㎡의 커뮤니티센터, 주차장 등을 갖췄다. 주거 공간과 함께 청년 간 교류와 지역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을 함께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총사업비 30억 원 가운데 특별교부세 10억 원과 도비 3억 원, 군비 7억 원, 지방소멸대응기금 10억 원이 투입됐다. 군은 청년 주거 지원을 넘어 지역 정착 가능성을 높이는 거점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입주 청년은 내년 3~4월경 공개 모집을 통해 선발할 예정이다. 군은 현재 시설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민간기업 위탁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조례 제정 절차도 진행 중이다. 보은군은 ‘살아보은’을 시작으로 청년 유입과 정착을 유도하는 정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5-12-18
    • 좋아요
    • 코멘트
  • 돈 안 되는 일 10년이나 했다…곡성 뚝방을 바꾼 한 사람 [따만사]

    곡성역 앞 오래된 뚝방로. 한때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바람만 스쳐 지나가던 공간이었다. 이제 토요일이 되면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곡성천이 그림처럼 흐르고, 뚝방길을 따라 노란 천막이 길게 늘어서고, 그 아래로 손수 만든 수공예품과 제철 먹거리가 펼쳐진다.그 사이를 전모(조선시대 기생용 삿갓)를 쓰고, 은박이 수놓인 핑크색 조끼에 검정 치마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한 사람이 분주히 오간다. 협동조합 ‘뚝방’의 임원자 대표다.사람들은 곡성의 토요일을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그를 함께 떠올린다. “땅이 먼저 알아보는 사람”, “버려진 공간을 다시 살려낸 사람”10년 전 작은 장터에서 시작된 그의 발걸음은, 지금 곡성의 가장 따뜻한 문화 현장으로 자라났다. 그 사이 뚝방마켓은 492번의 토요일을 채웠다.● “이 지역 아이들은, 문화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자랐어요”임 대표는 곡성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곡성은 인구 소멸 지역이에요. 복지 대부분이 노인과 다문화 가정에 집중되고, 아이들이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어요.”그래서 2016년, 곡성군이 버려진 뚝방로를 되살리는 실험을 시작했을 때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처음엔 셀러로 참여했고, 곧 “군 직영이 아니라 주민이 직접 꾸리는 장터”라는 방향에 공감해 주민 셀러들과 함께 일반 협동조합 ‘뚝방’을 설립했다. 운영 주체는 주민 협동조합, 공간은 군 소유, 취지는 분명했다. ‘창업 인큐베이팅, 판매 기회 제공, 그리고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리는 문화적 장.’그는 2016년부터 7년 동안 무급 대표로 마켓을 책임졌다. 2023년에야 월 50만 원 남짓의 활동비를 받기 시작했다. 그는 “일을 벌이는 이유가 돈이면 이 마켓은 오래 못 버텼을 것”이라고 말했다. ● 버려진 땅을 ‘노란 천막이 있는 길’로처음 이곳은 아무것도 없는 빈 땅이었다. 비만 오면 길이 질퍽해지는 공간. 임 대표는 직접 나무를 심고, 돌을 옮기고, 포토존의 색을 칠했다. 마켓의 시그니처 컬러인 노란색도 그가 골랐다. 곡성역과 기차마을을 잇는 이 뚝방길이 “그냥 지나치는 길”이 아니라 “머무는 길”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아무도 없는 새벽에 나오면, 정말 텅 비어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거기서 무언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가다 ‘어? 무슨 일 있나?’ 하고 발을 멈추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뚝방마켓을 기획할 때, 임 대표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아이들이었다.“곡성에는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이걸 만들었을 때, 우리 읍내 아이들이 보호자 없이 자유롭게 혼자 와서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됐다는 것, 그게 가장 보람됐어요.”뚝방에서 자란 아이들의 얼굴은 그의 기억 속에 선명하다.“셀러들의 자녀들이 같이 해가 가면서 같이 성장하는 거죠. 우리 집 막내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매주 엄마를 따라왔는데 지금은 고등학생이 돼서 자원봉사도 하고 여기서 아르바이트도 해요. 유모차 타고 왔던 쌍둥이들이 지금은 걸어서 다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판매보다 중요한 건, 한 사람의 삶이 다시 움직이는 순간”뚝방마켓의 진짜 의미는 ‘판매’에 있지 않다. 수익 구조만 봐도 그렇다. 주요 재원은 셀러 참가비이고, 셀러 매출에 대한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 운영 인건비 일부는 군에서 직원 급여 보조 형태로 지원받는다. 잉여가 발생하면 군과 공동 분배하도록 되어 있지만 “늘 수익은 없었다”는 게 운영 측 설명이다.임 대표는 협동조합에서 급여를 받은 적이 없고, 생계는 미술학원 운영, 개인 셀러 활동, 지역 활동가로서의 일에서 나온다. 그가 뚝방마켓을 통해 얻는 건 돈이 아니다. 경력 단절 엄마, 이주 여성, 농민, 작은 읍의 공예 작가들. 그는 이들을 하나씩 설득해 장터로 이끌었다.“작품이 너무 예쁜데, 왜 혼자만 갖고 계세요?”“한 번만 나와보면, 진짜 달라질 수 있어요.”뚝방마켓은 자연스럽게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변했다. 처음엔 떨면서 첫 손님을 맞던 사람들이, 몇 번의 토요일이 지나면 “이제는 내 이름으로 작품을 판다”고 말하게 된다.“이 마켓으로 돈을 버는 건 제 일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자기 이름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그 순간을 지켜보는 것. 그게 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작은 읍에, 첫 무대를 가진 아이들이 생겼어요”뚝방마켓의 토요일은 작은 공연으로 시작되는 날이 많다. 아동·청소년 동아리, 면 단위 난타팀, 지역 댄스팀, 다문화가족센터 아이들이 무대에 선다.“이게 제 첫 무대예요.” 아이들이 이렇게 말할 때, 임 대표는 이 공간이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는 걸 다시 느낀다.셀러들은 원데이 클래스·공예 체험을 재능기부 형태로 열고, 교육청 보조사업과 연계해 ‘마을 어린이 대상 무료 공예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다문화 여성들은 이곳에서 직접 음식을 조리·판매하며 지역 사회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이 마켓은 그분들에게 ‘나는 이 마을의 사람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장이에요.”뚝방마켓을 찾은 방문객들 가운데는 “그냥 시골 장터려니 했다가 문화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떤 이들은 “한복에 전모 쓰고 돌아다니는 대표님 캐릭터가 너무 재밌다”는 반응도 있었다. 임 대표는 이 말을 “최고의 칭찬”으로 받아들인다.“사실 제가 이렇게 한복을 입고, 전모를 교복처럼 쓰고 있는 건 저 하나의 캐릭터가 뚝방마켓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환대’의 의미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에요. 제가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으면 요만한 꼬맹이들이 제 치맛자락을 잡고 ‘이모 예뻐요’라고 하거든요. 정말 기쁘죠.”● 10년, 492번의 토요일…곡성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모델’뚝방마켓은 2016년 월 1회로 시작해 2019년부터 매주 토요일로 확대됐다. 야외 장터 특성상 혹한‧혹서기(1‧2월, 7‧8월)에는 휴장하고, 비가 오면 열지 않는 계절·기상 탄력 운영을 해왔다. ‘중단’이라기보다, 날씨와 계절에 맞춰 호흡하듯 이어진 시간에 가깝다. 10년 동안 한 지역에서, 한 자리를, 한 사람이 지켜온다는 것.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안다.“마켓을 찾는 사람이 계속 생기고, 그 사람들이 조금씩 행복해지는 걸 보는데… 이걸 왜 멈추나요?”뚝방마켓은 이제 곡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임 대표는 장수, 무안 등 다른 지자체에서 사례 공유·강연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다. 곡성의 작은 실험이 ‘지역이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가는 구조’의 선례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2023년에는 행정안전부-신한은행 협력 공모사업에 선정돼 3000만 원 안팎의 사업비를 확보했고, 이를 캐릭터·굿즈 개발 등 ‘브랜딩 고도화’에 사용했다. 기차마을과의 연계, 곡성몰 입점 시도 등 ‘곡성 로컬 브랜드’로의 도약도 함께 모색 중이다.● “지치지 않으려면, 내가 행복해야 해요”10년 가까운 시간 응원만 받은 것은 아니었다. 갈등도, 오해도 있었다. “어떻게 지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임 대표는 잠시 웃다가 이렇게 말한다.“오는 내내 행복했고, 재밌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돈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다른 활동가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 지치지 않고 꾸준히 가시려면, 그냥 스스로 행복을 찾아서 활동하셔야 한다는 거예요.”뚝방마켓은 곡성의 상권을 조금씩 살려왔고, 지역 주민에게 새로운 소득원을 만들어줬고, 외지 셀러와 관광객이 곡성을 다시 찾게 만드는 ‘관계 인구’를 늘려왔다. 임원자 대표의 이름 앞에는 이제 ‘이웃사랑실천상·GKL사회공헌상’(주최: 그랜드코리아레저, GKL사회공헌재단) 사랑나눔상이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붙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5-12-18
    • 좋아요
    • 코멘트
  • 울릉도에 뿌리내린 청년 실험, 미지알지 울릉 1년

    울릉도 청년마을 ‘미지알지 울릉’이 조성 1주년을 맞아 지난 1년간의 성과를 공개했다. 미지알지 울릉은 로컬 스타트업 노마도르가 운영하는 청년마을로, 울릉도 현포 지역을 중심으로 청년 정착 기반과 지역 협력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출범했다.15일 노마도르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미지알지 울릉은 공간 인프라 조성, 지역 기관과의 협력 확대, 주민 참여형 운영 구조 실험, 청년 성장 프로그램 운영 등에 집중하며 청년마을의 기초 체계를 다져왔다. 가장 대표적인 성과는 울릉군청 지원을 받아 폐교된 현포 분교를 청년마을의 핵심 거점 공간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해당 공간은 청년 활동은 물론 지역 주민과 기관이 함께 활용하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다.지역과의 연계도 강화됐다. 미지알지 울릉은 울릉군 미래전략과, 문화체육과, 울릉소상공인포럼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청년 정책, 지역 문화·관광, 소상공인 연계 사업 등을 함께 논의해왔다. 청년마을을 지역 행정·경제와 연결된 구조적 플랫폼으로 운영한 점이 특징이다.운영 방식에서도 주민 참여를 강조했다. 지역 주민과 기관, 청년이 함께 참여하는 ‘울릉포럼’을 정례 운영하며 주요 운영 방향과 사업 내용을 논의했고, 수렴된 의견은 실제 운영에 반영됐다.아울러 청년 성장 프로그램 ‘울릉닻’을 통해 울릉도 호스트 양성 실험도 진행했다. 참여 청년들은 울릉도의 특성을 반영한 여행·체험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운영하며 준주민급 활동가로 성장하도록 설계됐다.박찬웅 노마도르 대표는 “지난 1년은 울릉도에서 청년이 활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기초 단계였다”며 “앞으로는 보다 체계적인 정착 지원과 성장 프로그램을 통해 울릉도의 미래를 청년들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5-12-15
    • 좋아요
    • 코멘트
  • 목포 청년마을 ‘괜찮아마을’, 대통령표창…청년 정착 모델로 인정

    청년들이 일정 기간 한 지역에 머물며 살아보고 일하며 관계를 맺도록 돕는 목포 청년마을 ‘괜찮아마을’이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지방 소도시 원도심에서 시작된 청년 주도 실험이 전국 확산 모델로 자리 잡으며, 청년 유출 문제의 대안으로 국가 차원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1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괜찮아마을을 설립·운영해온 홍동우 대표는 지난 9일 청년 주도의 지역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괜찮아마을은 청년들이 실제로 지역에 체류하며 생활과 일을 함께 경험하는 ‘지역 체류형 공동체’ 모델을 국내에서 본격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괜찮아마을은 2017년 전남 목포 원도심에서 출발했다. 2018년 행정안전부 시민주도 공간활성화 프로젝트를 계기로 청년 체류형 거주 프로그램을 실험하며 주목받았고, 이 모델은 이후 전국 51개 청년마을로 확산됐다. 정부 지원 종료 이후에도 8년째 자립 운영을 이어오며 지속가능성을 입증한 점도 이번 수상의 배경으로 꼽힌다.청년들의 지역 정착 성과도 구체적이다. 2018년 1~2기 프로그램 참가자 60명 중 약 절반이 목포에 정착했고, 일부는 결혼과 출산으로 가정을 꾸리거나 지역에서 창업·취업에 성공했다. 외지 청년들이 함께 살아본 경험이 실제 인구 유입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괜찮아마을의 실험은 BBC, 영국 더타임스(The Times), 일본 NHK 등 해외 주요 언론에도 소개되며 글로벌 사회혁신 사례로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원도심의 숙소와 음식점·카페를 하나의 ‘마을호텔’로 묶어 운영하는 로컬 여행 비즈니스로 영역을 넓히며 지역 경제와의 연결도 강화하고 있다.홍동우 대표는 “청년들의 작은 도전과 연대가 만들어낸 변화가 국가적으로 인정받아 기쁘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청년들이 지역에서 새로운 기회와 삶의 방식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5-12-15
    • 좋아요
    • 코멘트
  • 고3 때 책 받은 아이, 어른 되어 다시 책방 문을 열었다 [따만사]

    강원도 춘천 ‘책방 바라타리아’에서는 이상하리만큼 비슷한 기적들이 반복된다. 마치 시간이 한 바퀴 돌아 제자리를 찾듯, 한 번 스친 인연이 끝내 다시 돌아오는 순간이 이곳에서는 어색하지 않다.그날도 그랬다. 문을 열고 들어온 한 여학생이 책장 앞에 오래 머물렀다. 책을 펼쳤다가 덮고, 다시 펼치며 조심스러운 숨을 고르는 모습. 강은영 씨는 그 작은 손끝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저 아이… 어디서 봤지?’어딘가 익숙했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느낌뿐이었지만, 기억의 문턱을 톡 건드리는 기시감이 강하게 남았다. 잠시 뒤, 여학생이 책 한 권을 들고 다가왔다.“저… 혹시 기억하시나요? 고3 때 여기서 책 선물 받았던 학생이에요.”말 한마디에 책방의 시간이 단숨에 되돌아갔다. 3년 전, 말없이 책을 받아 들던 수줍은 얼굴. “이 아이에게 힘이 되어달라”며 누군가 맡기고 간 책 한 권. 그날의 공기와 종이 냄새, 작은 체온까지 또렷이 되살아났다. 눈앞의 여학생은 이제 책을 ‘건네받는 아이’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책을 건네는 어른’으로 돌아와 있었다. 강은영(50)·장남운(56) 부부는 안다.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그 사람이 다시 또 다른 누군가의 첫 페이지를 떠밀어주는 일. 3년 4개월 동안 미미책을 통해 오간 책은 602권, 그중 451권이 청소년의 품으로 들어갔다. 이 작은 책방에서 반복되는 ‘기억의 순환’은 결코 드문 장면이 아니었다.● “은퇴하면 뭐하며 살까?”… 공공기관 다니던 부부의 조용한 출발점2022년 8월 춘천의 독립서점에서 시작된 미미책은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작은 불씨를 옮기며 자라왔다. 어른은 책값을 미리 내고 응원의 말을 남기고, 청소년은 그 응원을 삶의 첫 페이지 삼아 한 걸음을 내딛는다. 이 작은 책방이 지켜본 것은 책이 아니라, 마음이 한 바퀴 돌아오는 장면들이었다.부부는 오랫동안 공공기관에서 일했다. 20년, 27년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하며 보냈고, 은퇴 이후에는 “이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자”는 대화 끝에 ‘책방’이라는 결론에 닿았다.강은영 씨는 말했다. “막연히 생각만 했어요. 은퇴하면 좋아하는 거 하며 살자. 둘 다 책 좋아하니까… 서점 어때? 그런 사소한 대화였어요.”처음엔 낡은 집을 고쳐 작은 책방을 꿈꿨지만, 리모델링 불가 판정이 나왔다. 부부는 깊은 고민 끝에 작은 집을 없애고 새 건물을 올리기로 했다. 그렇게 책방은 “언젠가 하고 싶던 일”을 넘어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다.● 책방이 완성되기 전부터 마음속에 떠올랐던 단 하나강은영 씨는 고백했다. “책을 매개로 의미 있는 일을 하나 꼭 하고 싶었어요. 그냥 책만 파는 공간이면 안 될 것 같았어요.”그때 떠올린 것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린 시절 일화였다. 어린 하루키는 동네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골라 집으로 돌아왔고, 책값은 아버지가 서점 주인에게 몰래 따로 건넸다. 세계적인 작가의 탄생 뒤에는, 아이에게 ‘책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한 어른의 약속’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응원이 아이에게 건네지던 방식. 부부는 그 장면을 춘천의 현실로 옮기고 싶었다. 지금 춘천의 청소년에게도 그런 경험을 선물해 줄 수는 없을까.그렇게 탄생한 것이 미래로 보내는 미리 계산한 책 ‘미미책’이다. 어른들은 책방에 와서 자신이 감동받은 책, 청소년에게 꼭 건네고 싶은 책을 골라 책값을 미리 지불한다.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짧게 적어 서가에 꽂아 둔다. 청소년은 그 책을 무료로 가져간다. 그러나 ‘그냥 공짜로 받은 책’이 아니라 어떤 어른의 마음과 함께 건네받은 선물이다.● “책값을 미리 내는 것, 우리가 선택한 건 그보다 더 큰 마음이에요”장남운 씨는 미미책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했다. “금전 기부도, 책값을 미리 내는 것도 아니에요. 우리는 ‘응원과 위로를 담아 책을 건네는 일’을 선택한 겁니다. 세대와 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죠.”책을 받아가는 청소년이 반드시 ‘어려운 환경’일 필요는 없다. 책을 고르는 그 순간 자체가, 잠시 멈추어 마음을 정리하는 일이다.강은영 씨는 말했다. “아이들이 책을 고르는 데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려요. 메시지도 천천히 읽고, 제목도 오래 보고… 그 모습 자체가 아름답죠.”어떤 아이들은 책을 가져가는 일조차 오래 망설인다. “정말 가져가도 되는 걸까.” 두 번째 방문에서야 겨우 한 권을 골라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대로, 책을 살 수 있는 형편이라고 생각해 끝내 미미책을 고르지 않는 청소년도 있다.“생각보다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공동체적이에요. ‘나는 책을 살 수 있으니까 다른 친구가 가져가면 좋겠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어른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선택을 할 때가 많아요.”● 책을 고르는 아이들, 마음을 남기는 어른들미미책 서가 앞에는 늘 시간이 느리다. 책장을 넘기며 아이들은 스스로의 이야기를 고른다. 어떤 아이는 이렇게 적었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라는 말이 지금 내 입시생활에서 가장 듣고 싶었던 말 같아요.”강은영 씨는 그 메모들을 읽을 때마다 책방 주인 이전에 ‘어른’으로서 마음이 흔들린다고 했다. “성적이 좋은데도 공허하다고 써놓는 아이들이 많아요.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문장을 보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죠.”반대로, 책을 받아갔던 아이가 대학생이 되어 돌아와 또 다른 아이에게 책을 선물하는 장면은 부부에게 오래 남는 순간이 된다.“바로 눈앞에서 ‘기억의 순환’이 일어난 거잖아요. 정말 기뻤어요.”●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책이 만든 조용한 확산의도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미미책은 서서히 전국으로 알려졌다. 한겨울, 장일호 작가가 “100만 원이 생긴다면 바라타리아에 가서 미미책을 하고 싶다”고 말한 인터뷰는 큰 전환점이었다. 그 뒤로 SNS를 통해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이 이어졌다. 공공기관이 정책으로 흡수하려 할 때 상처도 받았지만, 지금 부부는 담담히 말한다.“어떤 방식이든 괜찮아요. 오래 이어지는 게 더 중요해요.”● “책방은 우리 인생의 절정이에요”부부는 미미책을 설명하는 코멘트에서 이 말을 강조했다.“미미책은 정말 우리를 많이 행복하게 해줘요. 책을 맡겨주는 어른들, 그 책을 받아가는 아이들이 남긴 글을 읽을 때마다 늘 마음이 흔들려요. 그 덕분에… 지금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는 순간 같아요.”미미책을 가져간 청소년의 38%는 춘천 외 지역 학생들이다. 전철을 타고 홀로 춘천까지 온 중학생, 수학여행·현장학습을 준비하며 “그 책방에 가보고 싶다”고 선생님을 설득한 아이들도 있다. 지도 앱을 찍어 조용히 책방을 찾아오는 그 길 위에, 어른들의 손편지와 책 한 권이 기다리고 있다.“사소해 보이지만, 저는 그게 ‘천국행 티켓’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책방에서 보내는 지금이 우리 인생의 절정 같아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아주 느린 방식“10년 뒤요? 이곳을 찾는 아이들이… 또다시 아이를 데려오면 좋겠어요.” 부부에게 미미책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함께 늙어갈 삶의 일부’다. “나중에 우리보다 나이 든 손님도, 그 손님의 아이도, 또 그 아이가 책을 고르러 오면… 그 이어짐만으로 충분할 것 같아요.”춘천의 작은 동네서점. 누군가는 이곳에서 인생 첫 책을 고르고, 누군가는 아이들을 위해 응원을 남기고, 누군가는 먼 지역에서 전철을 타고 위로를 얻으러 찾아온다. 그 앞에는 늘, 책 한 권을 매개로 사람과 미래를 잇는 부부가 서 있다.그리고 2025년, 그들이 만든 이 작은 연결의 방식은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출연한 GKL사회공헌재단(이사장 이재경)이 주최한 ‘이웃사랑실천상·GKL사회공헌상’ 대상 수상으로 공식적인 기록에도 남게 됐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2025-12-12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