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모

유원모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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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법조팀 유원모 기자입니다. 잘 듣고 잘 쓰겠습니다.

onemore@donga.com

취재분야

2024-03-27~2024-04-26
문학/출판29%
인사일반23%
사회일반20%
문화 일반10%
선거3%
산업3%
언론3%
정치일반3%
검찰-법원판결3%
음악3%
  • 임윤찬 콩쿠르 우승 감동, 스크린서 본다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저 음악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세계적 권위의 국제 음악 콩쿠르인 ‘제16회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당시 18세)로 우승을 거머쥔 피아니스트 임윤찬 씨(19)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그의 우승 과정을 비롯해 콩쿠르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크레센도’(감독 헤더 윌크)가 20일 개봉한다. 영화엔 임 씨를 포함해 콩쿠르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모인 세계 클래식 유망주 30명이 등장한다. 서바이벌 방식의 경연에서 통과자가 18명, 12명, 6명으로 줄어들고, 최종 경연에서 3명이 금·은·동메달을 받는 등 콩쿠르의 전 과정을 세밀하게 조명한다. 이들은 각자에게 맞는 피아노를 선택하고 추첨을 통해 순번을 정한다. 1번 주자가 되는 건 서로 피하려 한다. 덥수룩한 머리에 느릿한 말투, 수줍은 표정의 임 씨는 20, 30대인 다른 출전자들에 비해 더욱 앳돼 보인다. 하지만 연주에 집중하느라 땀에 흠뻑 젖은 채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에선 음악을 향한 천재 소년의 열정과 애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임 씨가 최종 경연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D단조를 연주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협연을 마친 연주자들은 임 씨에게 악수를 청하며 “평생 기억할 것” “전설로 남을 무대”라며 진심을 담아 극찬한다. 영화 속 인터뷰를 통해 임 씨의 음악관도 살펴볼 수 있다. 임 씨는 준준결선을 앞두고 “외로운 순간에 음악의 꽃이 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메달리스트인 러시아 출신 안나 게니우셰네와 동메달을 딴 우크라이나 출신 드미트로 초니가 한 무대에 선 모습도 나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두 사람이 보여주는 선의의 경쟁과 우정은 음악의 힘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 영화는 올해 8월 열린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돼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석 매진됐다. 이번에 개봉하는 버전은 영화제에서 상영된 버전에 15분이 추가됐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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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미터’ 단위는 프랑스 혁명의 산물

    아침에 눈을 뜨면 시간을 확인한다. 음식을 먹을 때는 칼로리에 신경 쓰고, 물건을 사기 전에는 가격을 비교한다. 일상에 스며들어 인식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매일 ‘측정의 세계’에 살고 있다. 측정의 역사와 기원, 그리고 측정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영국 기자인 저자는 2018년 ‘kg’(킬로그램)의 기본 단위를 재정의한 프랑스 파리 소재 국제도량형국(BIPM) 총회 취재를 계기로 측정의 역사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측정에 관한 가장 오래된 증거는 약 3만3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늑대뼈다. 이 뼈에는 5개 단위로 파인 홈이 남아 있다. 고고학자들은 뼈에 새겨진 표시의 배열을 근거로 이것이 수를 세는 도구이며, 측정에 쓰였다고 봤다. 측정은 문명의 발달과 함께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집트 나일강 유역의 기둥, 벽, 계단 등지에는 강의 범람 수위를 측정하는 ‘나일로미터’가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큐빗이란 단위를 사용해 나일강의 풍년과 흉년을 예측했다. 1큐빗은 대략 52cm가량으로, “16큐빗이면 기쁨이 이어지는 풍년이 온다”고 적힌 문헌이 전해 내려온다. 오늘날 길이를 나타내는 ‘m’(미터)는 프랑스 혁명의 산물이다. 당대 혁명가들은 구체제에서 길이의 기준으로 삼던 ‘왕의 발’이 아닌 공화정의 공정하고 평등한 가치를 나타낼 기준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지구 북극점에서부터 적도까지 길이의 1000만분의 1을 새 길이의 기준인 1m로 정했다. 그리고 질량의 단위인 1g은 물 1㎤의 무게로 정의했다. 측정이 긍정적 효과를 낸 것만은 아니었다. 인간의 특성을 모두 측정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에 근거한 우생학이나 애초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선별하기 위한 측정 도구였던 IQ 테스트가 열악한 교육 환경에 놓인 이들에 대한 차별의 근거로 변질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모든 것을 가늠하고 재보는 우리 삶의 모습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돌아보게 한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2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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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일, 전문성 논란에 “법률지식 토대로 우려 불식”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에 지명된 김홍일 후보자(사진)가 “방송과 통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성실히 근무하겠다”고 13일 밝혔다. 김 후보자는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인근 청문준비단 사무실에 이날 처음 출근했다. 김 후보자는 검사 시절 특수부 강력부 등에서 주로 일했으며, 미디어 분야 이력이 없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김 후보자는 “법조계와 공직에서 쌓은 법률지식과 규제 관련 경험을 토대로 맡겨진 직분을 성실히 수행해 우려를 불식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후에도 국민권익위원장 직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권익위원장 이임식을 왜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오늘은 (권익위에) 휴가를 내고 왔고, (권익위원장 직은) 적절한 시기에 정리하겠다”고 말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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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예, 경계를 뛰어넘다

    공예와 회화, 설치 작품 등 장르를 넘나드는 전시 ‘저스트 아트!(Just Art!)’가 8∼21일 서울 강남구 플랫폼엘에서 열린다. 푸른문화재단이 기획한 이번 전시의 부제는 ‘경계를 넘어서(Beyond Borders)’다. 제목처럼 공예와 순수미술 장르를 가로지르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고혜정, 박경윤, 백한승, 윤순란 등 작가 25명의 작품 1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은 브로치와 반지, 목걸이 등 장신구와 회화, 설치 작품 등을 함께 선보인다. 구혜원 푸른문화재단 이사장은 “공예와 디자인, 순수미술을 엄격하게 구분 짓는 틀에서 벗어나 장르와 재료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층적 만남을 보여주는 전시”라며 “공예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공예의 세계가 확장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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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 권익위 업무 보며 청문 준비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사진)이 이임식을 보류하고 직을 수행하며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를 준비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김 위원장을 지명한 후 김 후보자의 권익위원장 이임식이 8일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임식은 보류됐고, 김 후보자는 11일에도 정부세종청사 권익위 청사로 출근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임식은 행정 절차 등을 이유로 연기된 후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며 “김 후보자는 여전히 위원장직을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국무회의에도 권익위원장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위해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김 후보자의 방통위원장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에는 당초 11일 오전부터 출근할 예정이었지만 출근하지 않고 있다. 전임 방통위원장들의 경우 통상 청문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며 청문회를 준비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직 기관장이 후보자로 지명돼 이전과 다른 점이 있는 것 같다”며 “후보자의 출근 여부와 관계없이 실무부서 차원에서 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8일 국회에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송부했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청문요청안 접수 20일 안에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 202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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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산타클로스는 원래 튀르키예의 주교였다

    예수가 태어난 후에도 수백 년 동안 크리스마스는 없었다. 어쩌다 우리는 12월 25일이라는 날짜에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트리와 캐럴을 통해 축제를 즐기게 됐을까. 영국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저자는 전 세계적인 전통이자 기념일이 된 크리스마스 문화의 기원을 분석한다. 크리스마스의 탄생부터 산타클로스에 대한 추적, 루돌프의 탄생 배경 등 크리스마스에 관한 궁금증을 유쾌한 필체로 풀어낸다. 사실 성경 어느 곳에서도 예수의 탄생일은 찾아볼 수 없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부활절만 기념했단다. 이후 로마제국의 많은 학자들은 예수의 탄생 시기를 연구했고, 낮의 길이와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을 대체로 지목했다. 결국 로마에서 기독교를 공인한 후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예수의 잉태일을 3월 25일로 정했고, 자연스레 탄생일은 9개월 후인 12월 25일로 굳어졌다. 산타클로스는 튀르키예의 주교였던 성 니콜라오스가 원형이다. 마침 네덜란드 표기법으로 ‘신타 클라스’로 쓰이게 됐고, 다시 미국의 영어식 표기법으로 산타 클로스로 바뀌면서 지금의 산타 할아버지로 불리게 됐단다. 크리스마스트리는 15세기 유럽에서 유행하던 아담과 이브를 모티브로 한 연극의 무대 장치인 선악과나무에서 유래했다는 사실과 루돌프가 1939년 미국 시카고의 한 백화점에서 진행한 크리스마스 판촉 행사 과정에서 탄생했다는 비화까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더 풍성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정보가 가득하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2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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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내년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유치 목표”

    정부가 K-컬처를 연계한 관광 상품 및 각종 비자 제도 개선 등을 통해 내년도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정부는 8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8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한민국 관광수출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국가관광전략회의는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13개 부처 장관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관광정책 회의체다.정부는 우선 출입국, 쇼핑, 교통 등 K-관광의 편의성을 대폭 증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중국 관광객에게만 한시적으로 적용해오던 단체전자비자 수수료 면제를 내년까지 연장하고, 면제국가도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까지로 확대한다. 또 쇼핑관광 촉진을 위해 내년 1월 1일부터 즉시환급 사후면세의 한도를 기존의 2배로 늘려 1회 100만 원, 총 500만 원으로 확대한다. 이와 함께 내년 1~2월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시작으로, 6월 ‘코리아 뷰티 페스티벌’, 9월 대형 한류 페스티벌 등 대형행사를 연중 개최할 방침이다.관광 확대를 위한 각종 비자 정책도 완화한다. 우선 의료관광용 비자(G-1-10)의 체류기간을 기존 1년에 2년으로 내년 8월부터 확대 시행하고, 치유·명상, 미용·스파 등 테마별 ‘치유 관광지’ 선정과 마케팅 지원 사업을 펼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인력난을 겪고 있는 호텔·콘도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허가제(E-9) 도입을 추진하고, 호텔접수사무원 같은 준전문인력의 특정활동비자(E-7) 적용 기준도 완화한다.고급 관광 육성을 위해 인천 영종도에 개장 예정인 복합리조트와 연계한 체류·환승 관광프로그램 개발이 추진된다. 이와 함께 거문도, 말도·명도·방축도, 백령도, 울릉도, 흑산도 등에 4년간 100억 원 내외의 예산을 투입하는 ‘K-관광섬’ 개발, 전국 5개 권역별 대표 음식콘텐츠를 발굴해 지원하는 ‘K-미식벨트 30’ 등 지역관광 활성화도 함께 추진한다.한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올해는 외국인 관광객이 4년 만에 1000만 명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등 관광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며 “2024년 우리 관광업계가 역대 최고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2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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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통위 출범후 15년간 위원장 7명 역임… 언론인-정치인-관료-교수-법조인 출신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방통위는 출범 이래 처음으로 검찰 출신 수장을 맞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역대 방통위원장 가운데 법조인 출신도 있었지만 검찰 출신은 김 후보자가 처음이다. 방통위는 2008년 출범 후 최근까지 7명의 위원장이 거쳐 갔다. 경력을 보면 언론인, 정치인을 비롯해 관료와 교수가 있었고, 법조인은 2명이었다. 7명의 전직 위원장 대부분은 방송통신 관련 경험이 있었다. 초대 수장인 최시중 전 위원장은 한국갤럽 회장을 지냈다. 가장 최근 수장인 이동관 전 위원장은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고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 대변인을 역임했다. 정치인 출신으로는 이경재 전 위원장이 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과 공보처 차관을 맡는 등 미디어 분야 행정 경험이 있었다. 이효성 전 위원장은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지낸 학계 출신이다. MBC, 경향신문, 한국일보에서 기자로 일했고, 방통위 전신인 방송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았다. 정통 관료 출신으로는 이계철 전 위원장이 있다. 정보통신부 차관과 한국통신(현 KT) 대표, 한국전파진흥원 이사장 등 통신·전파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행정가로 꼽혔다. 법조인 출신 수장은 최성준, 한상혁 전 위원장이다. 최 전 위원장은 춘천지방법원장을 맡는 등 30년 가까이 판사로 근무했다. 한국정보법학회장을 지냈지만 2014년 위원장으로 지명받았을 당시 야권에서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전 위원장은 변호사 출신으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지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23-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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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통위원장 김홍일… 첫 검찰출신 후보자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추진 과정에서 1일 사퇴한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후임 후보자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사진)을 6일 지명했다. 임기 3년의 권익위원장으로 재임한 지 5개월 만에 방송통신 정책 수장 후보자로 다시 지명된 것. 이 전 위원장 사퇴 5일 만에 후임 위원장을 신속히 지명해 방송 미디어 정책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대통령실의 생각이다. 김 후보자가 임명되면 첫 검찰 출신 방통위원장이 된다. 하지만 야당이 “검찰 출신에 의한 2차 방송 장악”이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면서 극심한 여야 대립이 전망된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 후보자 지명을 알리며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있는 감각으로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적임자”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국민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공정한, 그리고 독립적인 방송·통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총선 출마가 유력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1순위 후임으로 검토되다 이 전 위원장의 자진 사퇴로 1인 기관이 된 방통위 수장 후보자에 긴급 투입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회 청문 과정, 산적한 방통위 업무 현안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은 방통위를 하루도 비워 둘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검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특수통 검사 출신의 김 후보자는 2010년 대검 중수2과장이던 윤 대통령의 직속 상관이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을 필두로 한 검찰판 하나회의 선배”라며 “방송·통신 경력이나 전문성이 전혀 없는 ‘특수통 검사’가 어떻게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 간단 말인가. 권익위원장 임명 반년 만에 자리를 옮기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이번만큼은 민주당의 대승적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다음 주 11∼14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이후 추가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후폭풍에 따라 진행 중인 외교안보 라인 연쇄 이동과 관련해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과 조태열 전 주유엔 대사는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각각 유력하다. 총선 출마 가능성이 커진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후임으로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유력하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유임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보훈부 차관엔 이희완 해군 대령이, 교육부 차관에는 오석환 대통령교육비서관이 각각 임명됐다.“총선앞 방송재허가 등 현안쌓여” 김홍일 조기투입… 野 “2차 방송장악” [방통위원장 지명] 방통위원장 후보자 김홍일 지명권익위장 5개월만에 이례적 발탁 당초 법무장관 후보로 검토되다, 이상인 부위원장 고사에 급선회野“특수통 검사에 미디어 못맡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검사 후배들로부터 여전히 ‘부장님’으로 불린다. 7월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지만 검찰 특수통이라는 강한 이미지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과 가까운 김 후보자를 이동관 전 위원장의 사퇴 5일 만에 방송통신 정책 수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방송 재허가·재승인 심사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업무 공백 사태를 최소화하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수장에 앉혀 방송 관련 현안을 해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에서 변호사 출신인 한상혁 전 위원장 체제를 옹호했던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와 윤 대통령의 친분, 방송 관련 경험이 없는 검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2차 방송 장악”이라 주장하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여야가 모두 방통위 수장 자리를 두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로에게 유리한 방송 환경을 조성하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안 산적 방통위 공백 최소화 위해 긴급 투입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공직 인사 검증을 받은 김 후보자의 중용은 일찌감치 예상됐던 일이다. 그럼에도 임기 3년인 권익위원장 취임 5개월 만에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방통위원장 물망에 있어 김 후보자가 이를 준비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경력 대부분은 검찰과 법조계에서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애초 김 후보자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법무 행정 수장’으로 점찍은 이유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고심 끝에 방통위가 방송통신 관련 법리와 정교한 규제 업무를 담당하는 만큼 전문 법률가로서 역량을 발휘해 온 김 위원장을 발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연말로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KBS 2TV, SBS DTV와 지상파 3사 UHD, 지역 MBC 등 지상파 34개 사업자와 141개 방송국에 대한 재허가 심사 및 의결이 있다. 방통위가 추진해 온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사실 조사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한 상황 속에 김 위원장이 적임자라는 게 대통령실의 평가다. 전임 한상혁 위원장 역시 변호사 출신이었다. 앞서 최성준 전 위원장, 이상인 현 위원장 직무대행이 판사 출신 법조인이라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선 과정에서 결정적인 변수도 생겼다. 대통령실은 이동관 전 위원장 사퇴 직후만 해도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이상인 부위원장의 후보자 지명을 1순위로 검토했다. 하지만 이 부위원장이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방통위원장 후보자 지명을 고사했다고 한다. 이르면 1일 곧바로 이 부위원장을 후보자로 지명할 수도 있던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하룻밤 사이에 기류가 확 바뀌었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검토되던 김 후보자가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급부상한 것이다.● 민주당 “검찰판 하나회의 방송 장악”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검사 재직 시절 직속 상관으로서 윤 대통령을 필두로 한 검찰판 하나회의 선배”라고 했다. 이어 “방송통신 관련 커리어나 전문성이 전혀 없는 ‘특수통 검사’가 어떻게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 간다는 말인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권익위원장에 임명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아 자리를 옮기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을 향해 “방통위원장의 자리를 무한정 공석으로 두면 안 된다”며 “이번만큼은 대승적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이달 하순에는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문회 개최 일정 조율 과정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이 같은 힘겨루기는 결국 여야 모두 총선 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송 환경을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권은 지난 대선에서 대장동 사건을 ‘윤석열 게이트’로 둔갑시키려 한 보도 등 여론 환경이 여전히 여당에 불리한 구조라는 입장이다. 야권은 현 정부 출범 후 KBS 등 TV 수신료 분리 징수, YTN 민영화 등에 속도를 내는 것이 여권의 ‘언론 장악’ 시도라는 입장이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2023-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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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20년차 이상 명퇴 실시… 신입 채용 중단”

    ‘방만 경영’ 지적을 받아 온 KBS가 무(無)보직 고액 연봉자를 줄이고, 특별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내용을 담은 자구 노력안을 4일 발표했다. 지난달 13일 박민 KBS 사장이 취임사를 통해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한 지 20여 일 만이다. KBS는 이날 발간한 사보를 통해 “수신료 수입 감소 등으로 내년에는 3400억여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고강도 자구 노력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먼저 KBS는 이르면 이달부터 20년 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 명예퇴직을 실시할 방침이다. 5일 기준 KBS의 20년 차 이상 직원은 1770여 명이다. 또 전체 임직원의 임금을 동결한다. KBS는 지난달부터 경영진이 급여 30%를 반납하도록 한 데 이어 이달부터는 국장·부장급으로 급여 일부 반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신입사원 채용은 당분간 중단한다. KBS는 “비용 예산 중 프로그램 직접 제작비가 22.6%에 불과한 데 비해 경직성 고정비가 77.4%를 차지하고, 그중 인건비 비중이 가장 크다”며 “명예퇴직 결과와 수신료 분리 징수에 따른 재정 악화 상황 등을 고려해 구조조정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인사제도는 보직 수에 맞게 직급 정원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전 직종을 대상으로 수신료 사업지사에 배치하는 등의 인력 재배치 안도 검토하고 있다. KBS는 사보에서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2년 내 자본잠식이 발생한다”며 재정 상황도 공개했다. 수신료의 수입 결손(감소)이 30%라고 가정하고, 징수비 증가 등을 고려하면 내년에 2627억 원의 수신료 결손이 발생한다는 것. 또 올해 적자가 802억 원임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KBS는 올 7월 이후 넉 달간의 수신료 분리징수 유예기간 수신료 수입이 지난해 대비 197억 원 줄었다고 밝혔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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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통위, 최소 한달 ‘개점 휴업’… 후임 위원장 이상인-이진숙-김후곤 등 거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국회의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1일 사퇴하면서 방통위는 당분간 주요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식물 부처’ 상태로 놓이게 됐다. 차기 방통위원장 임명까지 국회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를 고려할 때 최소 한 달 이상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방통위는 1일 이 위원장의 사퇴에 따라 이상인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는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5인의 상임위원이 전체회의를 통해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합의제 기구다. 상임위원 정원은 5인이지만 올 8월 이 위원장 취임 이후 최근까지 이 위원장과 이 부위원장 등 2인 체제로 운영돼 심의·의결에 필요한 최소정족수를 맞춰 왔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사퇴로 상임위원이 이 부위원장 1인만 남게 되면서 방통위 전체회의 의결 절차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방통위법상 ‘위원회의 회의는 2인 이상의 위원의 요구가 있는 때에 위원장이 소집한다. 다만 위원장은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1인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합의제 기구라는 방통위 설립 취지와 향후 법률적 해석 논란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방통위 내부에서는 방통위 전체회의가 열리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방송 통신 분야의 산적한 현안 처리가 ‘올스톱’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KBS 2TV, SBS DTV와 지상파 3사 UHD, 지역 민방의 방송 유효기간이 올해 말 만료되는데 재허가 심의 및 의결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럴 경우 내년 1월부터 불법 방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넘어오는 각종 방송사에 대한 법정 제재 건과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사실 조사 등 필수 정책이 중단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위원장은 1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도 현재 공석인 상임위원들을 임명하면 방통위 업무 수행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방통위 구성이 여야 3 대 2인 것은 숙의와 협의를 하더라도 여당이 상황과 결정을 주도한다는 정신 때문”이라며 “지금 임명해도 여야 2 대 2 구도가 되고, ‘식물 상태’인 것은 똑같다”고 말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사건으로 수차례 압수수색 및 장기간 검찰의 수사를 받았고, 올 5월 말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면직되기까지 사실상 방통위 전체회의가 소집되지 못해 안건 의결을 못 하는 개점 휴업 상태에 놓인 바 있다. 이후 김효재 전 부위원장의 직무대행 체제가 3개월여간 이어졌고, 이 위원장이 취임 95일 만에 물러나는 등 극심한 내홍을 1년 넘게 겪고 있다. 대통령실은 후임 위원장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다.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이상인 부위원장,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서울고검장을 지낸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등 복수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서울고검장 출신인 김 대표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검 시절 함께 일해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20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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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통위장 사퇴’로 탄핵 불발… 野 “쌍특검 8일 본회의 처리”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한 이 위원장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3시간 앞두고 이 위원장의 사의를 전격 수용했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의 탄핵안을 본회의에 두 차례 보고하고도 방통위원장 면직으로 탄핵안이 자동 폐기되자 “탄핵을 방해하기 위한 꼼수”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당이 “오늘부로 윤석열 정부와의 강렬한 투쟁에 나서겠다”며 8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 등 이른바 ‘쌍특검’ 처리 의사를 밝히면서 극한 대치가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이 위원장의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이 8월 25일 임명된 지 98일 만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결정은 탄핵소추안이 처리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로 최장 180일간 방통위 기능이 마비될 수 있어 이를 막고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후임 위원장을 인선하기 위한 후보군 물색에 나섰다.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이상인 부위원장,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서울고검장을 지낸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등 복수의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전날 본인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자 윤 대통령에게 구두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면직 재가 뒤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야(巨野)의 압력에 떠밀리거나 정치적인 꼼수 때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거대 야당이 국회에서 추진 중인 탄핵소추가 이뤄질 경우 그 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개월이 걸릴지 알 수 없다”며 “그동안 방통위가 사실상 식물 상태가 되고 탄핵을 둘러싼 여야 공방 과정에서 국회가 전면 마비된다”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규탄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가) 방송 장악을 위해, 이동관의 아바타를 임명하기 위해 국회를 무시하고 사퇴시키는 꼼수로 국정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제2, 제3의 이동관도 모두 탄핵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은 전날 이 위원장 탄핵안과 함께 보고한 이정섭, 손준성 검사 탄핵안을 강행 처리했다. 현직 검사 탄핵은 안동완 검사에 이어 헌정사상 두 번째다. 대검찰청은 “정치적 목적으로 검사를 또 탄핵소추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전날부터 밤샘 농성을 벌인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후 “김진표 국회의장이 탄핵안 관련 국회 운영에 있어 중립성을 위반하고 편파적으로 운영했다”며 김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총선 앞두고… 與 “탄핵땐 식물 방통위” 野 “제2 이동관도 탄핵” [방통위원장 사퇴]이동관 방통위장, 탄핵 표결 앞 사퇴탄핵땐 최장 180일간 업무 마비… 李 “식물 방통위 막아야” 尹에 사의“연합뉴스TV 주주변경 차질, 경질설”허찔린 민주당 “뺑소니 사퇴” 격앙… 이재명 “이런 꼼수 쓸줄 몰랐다” “최장 180일(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소요 기간)을 ‘식물 방통위’로 놔두느니 차라리 사퇴가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일 국회 본회의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물러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을 4개월 앞두고 탄핵안 통과 시 헌법재판소가 심리하는 최장 6개월간 ‘방통위 업무 마비’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탄핵 처리가 불발되자 이 위원장의 사표 수리를 놓고 “정치적 꼼수”, “뺑소니 사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야 극한 대치로 치달았던 이 위원장 탄핵 정국이 1일 자진 사퇴로 한 달 만에 마무리됐지만 차기 방통위원장 인선을 두고 재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지난달 9일 이 위원장 탄핵을 처음 시도했다가 무산된 데 이어 2차례 시도가 모두 불발됐다. ● 방통위 마비 우려에 사퇴 전격 결정이 위원장의 사의 표명은 전날인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 탄핵안이 보고된 후 결정됐다.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윤석열 대통령은 이 위원장이 먼저 물러나기보다는 “야당으로부터 탄핵을 당해 거야의 폭거를 보여주는” 방안에 무게를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방통위원장 자리를 5, 6개월 동안 비워두는 건 도저히 견디지 못할 일”이라며 “사표를 내겠다”고 윤 대통령에게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도 이에 따라 고심 끝에 이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한다. 여당 내에서도 탄핵안 보고 전부터 이 위원장의 사퇴 제안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총선 4개월 전 5∼6개월 직무 정지가 되면 총선까지 방통위를 무력화하려는 야당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다”, “단순히 사람을 교체하는 문제가 아니다. 방통위 기능이 마비되면 국정에도 부담을 주고 선거에도 영향을 준다”는 의견들이 원내 지도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심리 동안 방통위를 비워두면 총선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위기감이 표출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의 사표 수리를 두고 “YTN, 연합뉴스TV 최대주주 변경 승인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사실상 경질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여권 고위 관계자는 “경질이 아니라 이 위원장 본인의 결심이 크게 작용했다”고 반박했다.● 민주 “제2, 3의 이동관도 모두 탄핵” 민주당은 이 위원장의 사퇴 가능성을 사전에 전혀 예측하지 못한 눈치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위원장 사퇴 가능성과 관련해 “이런 꼼수를 쓸 줄은 잘 몰랐다”며 “비정상적인 국정수행 행태라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탄핵안이 불발되자 홍익표 원내대표는 “또다시 중대한 결정을 한다면 제2, 제3의 이동관도 모두 탄핵시킬 것”이라고 했다. 허를 찔린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이 위원장의 사의를 수리하면 안 된다”고 거듭 촉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탄핵 처리가 법적으로 이뤄지고, 헌재에 가서 본인들의 범죄 혐의가 인용될 것을 우려해서 이 위원장의 뺑소니를 사표 수리란 이름으로 허용한 것은 매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성명을 통해 “이 위원장은 이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된 상태”라며 “만약 윤 대통령이 이동관의 사의를 수리한다면 범죄 혐의자를 도피시켜주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뺑소니를 방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3시간 전 윤 대통령이 이 위원장 사표를 수리하자 이번에는 이를 ‘민주당의 성과’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본회의 전 열린 윤 대통령 규탄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이 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하는 것이 아닌 파면을 했어야 옳다”면서도 “결국 많은 이들의 힘으로 이동관을 끌어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날 수 있다는 것도 한참 전부터 원내와 논의했다”며 “앞으로도 유능한 야당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법조계 “수사 여부 상관없이 퇴직 가능” 공수처 특별수사본부는 올해 9월 전국언론노조가 이 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국가공무원법상 퇴직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정무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고발·수사 여부와 상관없이 퇴직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견해다.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 때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의 사표가 수리되기도 했다. 앞서 민주당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도 추진했지만, 이 전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자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중대 위법 행위라는 것도 민주당의 주장”이라며 “민주당의 정치 공세에 이 위원장이 정치적 결정을 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강성휘 기자 yolo@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 20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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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로마의 번영과 마녀사냥이 기후변화와 무슨 상관일까

    ‘한국 역사상 최고 속도를 기록한 강우(시간당 150mm)’, ‘유럽의 기록적인 폭염’, ‘오스트레일리아의 현대사에서 가장 습한 해’…. 영국 역사학자인 저자가 2022년 여름 전 지구적으로 발생한 이상 기후 현상의 대표로 꼽은 사례 중에는 한국의 기록적인 폭우도 포함된다. 기후 위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저자는 기후 위기의 원인을 제대로 짚어야 한다며 그 방법을 역사에서 찾는다. 영국 옥스퍼드대 세계사 교수인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200만 부 이상 판매된 ‘실크로드 세계사’(2015년)에서 실크로드와 교류라는 키워드를 통해 통합적인 세계사의 진수를 보여준 바 있다. 이번에는 ‘기후’라는 관점으로 지구의 생성부터 현대까지 세계 역사를 짚는다.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버무리며 기후에서 촉발된 세계사의 흐름을 전개해 나간다. 기후는 시대를 초월해 늘 위기이자 기회의 원인이었다. 우선 기회가 된 경우를 보자. 기원전 200년 무렵부터 서기 150년까지 350여 년간 이어진 온난습윤한 지구의 시기를 ‘로마 온난기(로마 기후 최적기)’로 부른다. 꽃가루와 바다 및 호수 생물의 유기물 증거를 분석해 보면 최근 4000년 중 가장 습한 시기였다고 한다. 이 시기 남유럽과 북아프리카 일대의 농업생산력 증대, 인구 증가, 기존 정치 권력의 강화가 이어지면서 로마 제국이 세계의 지배자로 군림하게 됐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반면 위기의 원인이 된 적도 있다. 16∼18세기 태양 활동이 적어지면서 세계적으로 이상 저온 현상이 발생한 ‘소빙기(小氷期)’가 지속됐다. 유럽에서는 1628년 ‘여름이 없는 해’가 나타나 엄청난 폭설이 내리고 흉작이 들었다. 뒤이어 알프스와 라인강 유역에서 마녀사냥과 고발이 늘어났다.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는 1590년 “북중국의 모든 강이 얼어붙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명나라는 홍수와 이상 저온 등으로 100년 만에 최악의 기근을 겪었고, 1644년 붕괴했다. 저자는 공업혁명 이후 발생한 지구의 기후 변화는 과거와 달리 인간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극단적으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의 배출량이 증가하면서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현재 3억 명이 거주하는 땅이 2050년이 되면 해마다 적어도 한 번은 물에 잠기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동물들은 서식지를 잃어, 최근 50년간 척추동물 종의 평균 서식 개체수가 70%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기온 하락이 유대인에 대한 박해 가능성을 높인다는 데이터 분석이나 불교가 한국과 일본에 전해진 시기는 화산 분출로 인해 만들어진 먼지막이 가장 심할 때였다는 저자의 분석은 기존 역사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흥미로운 관점이다. 늘상 숨쉬며 느끼는 이 기후가 우리의 일상에 어떻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일깨워준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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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이동관 사표 수리… 탄핵 불발되자 野 “꼼수” 반발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한 이 위원장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3시간 앞두고 이 위원장의 사의를 전격 수용했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의 탄핵안을 본회의에 두 차례 보고하고도 방통위원장 면직으로 탄핵안이 자동 폐기되자 “탄핵을 방해하기 위한 꼼수”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당이 “오늘부로 윤석열 정부와의 강렬한 투쟁에 나서겠다”며 8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 등 이른바 ‘쌍특검’ 처리 의사를 밝히면서 극한 대치가 예상된다.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이 위원장의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이 8월 25일 임명된 지 98일 만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결정은 탄핵소추안이 처리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로 최장 180일간 방통위 기능이 마비될 수 있어 이를 막고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후임 위원장을 인선하기 위한 후보군 물색에 나섰다.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서울고검장을 지낸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등 복수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표결하기 전 사표가 수리되면서 탄핵안은 자동 폐기됐다.이 위원장은 전날 본인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자 윤 대통령에게 구두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면직 재가 뒤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야(巨野)의 압력에 떠밀리거나 정치적인 꼼수 때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거대 야당이 국회에서 추진 중인 탄핵소추가 이뤄질 경우 그 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개월이 걸릴지 알 수 없다”며 “그동안 방통위가 사실상 식물 상태가 되고 탄핵을 둘러싼 여야 공방 과정에서 국회가 전면 마비된다”고 했다.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규탄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가) 방송 장악을 위해, 이동관의 아바타를 임명하기 위해 국회를 무시하고 사퇴시키는 꼼수로 국정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제2, 제3의 이동관도 모두 탄핵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은 전날 이 위원장 탄핵안과 함께 보고한 이정섭, 손준성 검사 탄핵안을 강행 처리했다. 현직검사 탄핵은 안동완 검사에 이어 헌정사상 두 번째다. 대검찰청은 “정치적 목적으로 검사를 또 탄핵소추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전날부터 밤샘 농성을 벌인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후 “김진표 국회의장이 탄핵안 관련 국회 운영에 있어 중립성을 위반하고 편파적으로 운영했다”며 김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강성휘 기자 yolo@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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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보 ‘표류’ 시리즈, 관훈언론상 사회변화 부문 수상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표류: 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기획시리즈가 2023년 관훈언론상 사회변화 부문 수상작으로 30일 선정됐다. 관훈언론상 심사위원회는 “응급차 동승 취재로 생생한 응급 의료 현장을 장기간 심층적으로 다룬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권력감시 부문은 JTBC의 ‘돈 봉투 전당대회 녹취파일’, 저널리즘 혁신 부문은 한국일보의 ‘미씽, 사라진 당신을 찾아서’가 각각 선정됐다. 올해 처음 신설된 지역 보도 부문은 부산일보의 ‘제3자가 된 피해자-부산 돌려차기’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이달 28일 낮 1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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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통위, YTN-연합뉴스TV 최대주주 변경 승인 보류

    방송통신위원회가 보도전문채널 YTN과 연합뉴스TV의 최대주주 변경 신청에 대해 29일 보류 결정을 내렸다. YTN의 경우 신청 측인 유진이엔티에 공공성 실현 계획 등을 추가로 확인하기로 했다. 반면 연합뉴스TV의 경우 학교법인 을지학원에 심사위원회 위원 다수가 불승인 의견을 냈고, 이후 을지학원은 신청을 철회했다. 방통위는 이날 유진이엔티가 신청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에 대해 심의, 의결하고 “심사위원회에서 승인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방송의 공적 책임 실현 계획 등을 추가로 확인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추후 최종 승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진이엔티는 지난달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YTN 지분 30.95%를 낙찰받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유진이엔티는 유진그룹이 세운 특수목적회사(SPC)다. 반면 을지학원의 연합뉴스TV 최다액출자자 변경 신청에 대해선 “심사위에서 승인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심사위는 “을지학원이 방송의 공적 책임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구체적 계획을 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방통위의 결정이 나온 뒤 을지학원은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신청을 철회했다. 한편 방통위는 방송평가 점수로 1000점 만점에 720.77점을 받은 종합편성채널 MBN에 대해 3년 재승인을 의결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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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로렌스 허칭스 개인전 ‘바디 클락’

    영국 현대 미술가 플로렌스 허칭스의 개인전 ‘바디 클락(Body Clock)’이 서울 강남구 야리라거 갤러리에서 다음달 17일까지 열린다. 허칭스의 한국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전시 제목은 ‘물체’와 ‘시간’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허칭스의 최근 작업을 나타낸다. 허칭스는 캔버스에 종이를 붙이는 콜라주 기법을 사용해 식물, 작업실, 옷, 부엌 찬장 등 일상 속 공간과 사물을 추상적인 형태로 담아낸다. 빛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낮의 순간을 묘사하거나, 밤의 평온을 표현한다.허칭스는 2019년 영국 런던 슬레이드 예술대를 졸업했다. 영국 사치 갤러리에서 열린 단체전에 8점의 대형 회화 작품을 출품했고, 이들 작품은 찰스 사치 컬렉션에 영구 소장됐다. Florence Hutchings Sun-dried Flowers (Blue) 2023 Oil and collage on canvas 150 x 130 cm, Courtesy of the Artist & JARI LAGER GalleryFlorence Hutchings, The Garden Table at Night 2023 Oil and collage on canvas 110 x 130 cm, Courtesy of the Artist & JARI LAGER GalleryFlorence Hutchings, The Kitchen Pantry (Orange) 2023 Oil and collage on canvas 140 x 90 cm, Courtesy of the Artist & JARI LAGER Gallery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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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尹정부 요직 불자 드물어… 종교편향 인사 시정하라” 성명

    대한불교조계종이 윤석열 정부에 대해 “종교 편향 인사를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는 23일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 정부의 장차관, 대통령실의 참모, 군 장성에 이르기까지 불자(佛子)들이 거의 전무한 현실은 의도된 종교 편향”이라고 주장했다. 특위는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래 지속적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사회, 종교 간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위는 정부에 편향적 인사 정책을 즉각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또 계층, 이념, 종교 간 갈등 조장을 중지하고 국민 통합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특위는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종교 편향과 불교 왜곡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2021년 구성됐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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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생각 근육’ 키워주는 12가지 철학 도구

    극단적 포퓰리즘에 대한 각광, 각종 음모론, 백신 회의론, 가짜 치료법, 종교적 극단주의까지. 전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모습에 대해 저자는 ‘생각 상실의 시대’라고 진단한다. 제대로 생각할 줄 모르니 혼돈과 불안이 확산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다. 영국 철학자로 계간지 ‘철학자 매거진’의 편집자인 저자는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12가지 키워드로 풀어낸다. 집중, 질문, 연역, 귀납, 언어, 확장, 심리, 연계, 통찰, 겸허, 자율, 집념이 그가 제시하는 12가지 방식이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철학자들뿐만 아니라 계간지 편집자로 활동하며 만난 현대 철학가 58인의 인터뷰 내용도 녹여 철학사의 흐름도 함께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12가지 키워드 가운데서도 첫 번째 방식인 ‘집중’이 철학적 사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엉성하게 생각하고, 결론을 쉽게 내리려고 하는 경향이 논리적 사고를 엉키게 하는 가장 큰 주범이라고 꼽는다. 집중을 위해서는 증거에 주의하고, 말하지 않는 가정에 주의하고, 사용하는 언어에 주의하고, 자신의 편견과 기질에 주의하는 등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집중을 통해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를 갖추고 나면 당연하게 여기던 주장에 ‘질문’을 던지고, 철학적 사고의 기본 도구인 ‘연역’과 ‘귀납’을 사례에 적용하며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일상의 ‘언어’ 사용을 돌이켜 볼 것을 권한다. 또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통찰’을 기르고, 자의식에 갇히지 않는 ‘겸허’와 ‘자율’적 태도를 견지한 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갖춰야 한다며 철학적 사고를 훈련하라고 격려한다. “사유가 어렵지 않다는 식으로 사탕발림이 지나치면 결국 영양분 없는 싸구려 과자를 집어 먹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철학하는 습관을 갖기 위해서는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요령이나 지름길 대신에 제대로 철학하는 법이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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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서 플라스틱 배출량이 가장 많은 기업은? [책의 향기]

    코카콜라는 1분당 20만 명분의 콜라를 판매하는 세계 최대의 음료 기업이다. 또 다른 기록도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을 배출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코카콜라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용기에 재활용 소재를 최소 2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했지만 2020년 기준 10%에 머물고 있다. 각종 매립지와 바다 등에서 플라스틱 콜라병 쓰레기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프랑스의 기후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글로벌 플라스틱 경제계를 주도하는 기업들을 ‘플라스틱 테러범’으로 명명한다. 그는 이들의 기만적인 프로파간다(선전) 전략과 플라스틱 과사용으로 인한 폐해가 크다고 주장한다. 플라스틱 테러범은 크게 두 그룹으로 분류한다. 먼저 이네오스, 엑손모빌, 토탈, 듀폰 등 플라스틱 원료나 제품을 생산, 공급하는 글로벌 화학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가 만들어내는 플라스틱 총량은 1년에 4억5000만 t에 이르는데, 이는 세계 인구의 몸무게에 맞먹는다. 이 중에서 재활용되는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소각되거나 땅에 묻히거나 바다로 흘러든다. 두 번째 테러범은 코카콜라를 비롯해 펩시, 네슬레, 유니레버 등 갖가지 생활용품을 플라스틱 포장재에 판매하는 소비재 기업들이다. 2020년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4개 업체가 시중에 내보낸 포장재를 소각한 온실가스량을 측정해보니 460만 t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영국에서 자동차 200만 대가 배출하는 매연과 같은 양이다. 저자는 이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내놓은 재활용 플라스틱 활용 정책 등의 허점도 꼬집는다.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은 세계적으로 10%가 안 되는데, 이마저도 대부분 순도를 높이고자 새 플라스틱을 혼합하기 때문에 사실상 새 플라스틱 양만 늘어나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해결책은 뭘까. 저자는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몬트리올 의정서 같은 국제 협약이나 정부 간 협의체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러면서 요리할 때 플라스틱보다는 나무 국자를 사용하고, 포장재 사용을 자제하는 등 일상에서의 ‘플라스틱 발자국’을 줄이는 노력도 함께할 것을 당부한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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