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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에서 출토된 신라시대 금동관에서 비단벌레 날개로 만든 장식이 확인됐다. 금동관이나 금관에서 비단벌레 날개 장식이 나온 건 처음이다. 국가유산청은 “2020년 경주 황남동 120-2호 무덤에서 출토된 금동관을 보존 처리하다가 관을 장식한 구멍들에서 비단벌레 날개를 발견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금동관은 출(出)자 모양 세움장식 3개, 사슴뿔 모양 세움장식 2개, 관테 등으로 이뤄졌으며, 곳곳에 거꾸로 된 하트 모양 구멍이 뚫려 아름다움을 더했다. 비단벌레 날개는 일부가 이 구멍 뒤쪽에 붙은 채 발견됐는데, 구멍을 덮어 장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날개 장식은 모두 15장이 확인됐으며, 발견된 날개는 대부분 검게 변했으나 부분적으로 원래 빛깔이 남아 있다. 천연기념물인 비단벌레는 몸에서 초록색과 금색, 붉은색 등의 광택이 나는 딱정벌레다. 화려한 빛깔 덕에 예부터 공예품 등을 장식하는 데 쓰였다. 국가유산청은 “지금까지 비단벌레 날개가 장식된 유물은 말갖춤(마구·馬具), 허리띠 등뿐이었다”며 “금동관이나 금관에서 발견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비단벌레 날개 장식은 화려했던 신라 공예 기술과 당대 지배계층의 문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청은 “단순히 미적 표현을 넘어 착장자의 사회적 위상을 짐작하게 하는 근거로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이달 11세기 고려의 불교 경전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59’가 보물 지정을 눈앞에 두고 탈락했다. 소장자의 유물 취득 경위가 불분명하다는 게 걸림돌로 작용했다. 최근 국가유산청의 국가유산 지정 심사가 엄격해지고 있다. 학계에선 그간 만연했던 문화유산의 불법 유통에 제동을 걸 계기라며 반가워하는 분위기다. 다만 국내 실정상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유물이 적지 않은 만큼 제도적 보완도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화유산 심사 강화로 불법 유통 제동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59’는 지난달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유물의 출처와 취득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소장자가 이를 정당하게 취득했음을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과위원회는 “제출된 서류의 선후 관계가 맞지 않고, 이전 소장자가 해당 문화유산을 매입했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지정 심사가 이처럼 까다로워진 건 최근 벌어진 ‘대명률 사태’의 영향이 컸다. 조선시대 형법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사료인 ‘대명률’은 2016년 보물로 지정됐다. 그러나 지정 신청인이 장물로 취득한 사실이 적발돼 국가유산 사상 처음으로 지정 취소 처분을 받았다.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이 보관 중이며, 검찰이 원소유주를 밝히기 위해 조사에 나섰다. 국가유산청은 이러한 심사 기조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올 하반기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해 더 엄격한 절차를 법제화할 계획을 내놨다. 기존에는 신청인이 자필 진술서만 내면 됐지만, 앞으로는 박물관 등록대장이나 매매계약서 등의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 역시 해당 문화유산의 도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광표 서원대 휴머니티교양대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유물의 불법 거래와 도난을 적극적으로 막겠다는 경고가 된다”며 “정당치 않은 소장 절차를 제도적으로 배제할 수 있도록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심사 강화는 국보나 보물 등의 지정이 무분별하게 많이 이뤄졌다는 일부 비판에 대한 해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 문화유산 전문가는 “지정 기준이 다소 추상적이고, 지정 건수에 비해 보존 및 관리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견들이 꾸준히 나왔다”며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무분별한 지정을 막을 수도 있다”고 했다. ● “지정 잠정 유보하되 방치 막을 장치 둬야” 이럴 경우 지정 문화유산 자격을 얻지 못하면 방치될 수 있단 우려도 없지 않다. 개인이 보관하는 유물은 아무래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985년부터 지난해까지 문화유산 도난 신고 건수는 총 766건. 이 중 비지정 문화유산이 76%다. 보물급인 ‘삼국유사 권2 기이편’은 1999년 소장자가 도난당해 17년 뒤에야 경매시장에서 발견됐고, 2021년 원래 주인에게 돌아갔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작성한 ‘난중일기’ 초고본은 일제강점기인 1938년 이충무공 종가에서 보관하던 중 도난당해 9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행방을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출처가 불명확할 땐 지정을 잠정 유보하되, 방치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지정 심사에서 탈락해 해외에 내다 팔 경우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정 문화유산에 버금가는 유물들은 소장자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거나 당국에서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발레 안무가(choreographer)가 우리 곁을 떠났다.”(영국 일간 가디언)‘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발레 마스터’로 불리며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을 이끌었던 유리 그리고로비치(사진)가 19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별세했다. 향년 98세. 1927년 소련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리고로비치는 레닌그라드 발레학교를 졸업한 뒤 무용수로서 발레 인생을 시작했다. 1946년 키로프아카데미 오페라 발레 극장 발레단(현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해 약 15년간 발레리노로 무대에 섰다. 1961년 34세의 나이로 이 극장 안무가를 맡으며 본격적으로 안무가의 길을 걸었다. 고인이 ‘스타 안무가’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건 1964년 볼쇼이극장 수석안무가로 임명되면서부터였다. 볼쇼이극장은 산하에 발레단과 오페라단, 관현악단 등을 둔 세계적 예술단체. 그리고로비치는 30년 넘게 수석 안무가를 맡으며 ‘호두까기 인형’(1966년), ‘이반 뇌제’(1975년), ‘앙가라’(1976년) 등 숱한 명작을 선사했다. 특히 그의 ‘호두까기 인형’은 볼쇼이극장 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작품으로도 역사에 남아 있다. 당시 세계 평단은 “춤 동작만으로 등장인물의 성격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는 극찬을 보냈다. 1988년부터는 예술감독까지 겸하며 볼쇼이극장의 명성을 더욱 드높였지만 1995년 경영진과의 불화로 한때 극장을 떠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무용수들이 극장 200년 사상 처음으로 파업까지 벌였다. 이후 그리고로비치는 자신의 이름을 건 극장 예술감독을 지내다가, 2008년 다시 볼쇼이로 돌아왔다. 최근까지도 안무가 겸 발레 연출가로 활동했다. 2017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최고 권위의 ‘러시아 국가상(Russian Federation National Award)’을 수여하는 등 러시아 안팎에서 영웅으로 대접 받았다. 고인은 한국 발레계와도 인연이 깊다. 국립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인 ‘호두까기 인형’(2000년)과 ‘백조의 호수’(2001년), ‘스파르타쿠스’(2001년) 등은 그리고로비치가 직접 국립발레단을 위해 안무를 손봤던 작품들. 연출에도 깊이 관여했다. 김선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는 “국립발레단이 수준 높은 레퍼토리를 쌓는 데 엄청난 공을 세웠다”며 “세기의 안무가로서 한국에 주옥같은 작품들을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그리고로비치는 당시 국립발레단을 정성껏 도우면서도 저작권료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은 “세계적인 안무가들은 자기 작품이 공연돼도 조수만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고인은 공연장 근처 집을 구해 3개월간 머물며 직접 가르치는 열정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예술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가족같이 대하는 따뜻한 이였다는 게 국내 발레계의 평가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발레 안무가(choreographer)가 우리 곁을 떠났다.”(영국 일간 가디언)‘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발레 마스터’로 불리며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을 이끌었던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19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별세했다. 향년 98세.1927년 소련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리고로비치는 레닌그라드 발레학교를 졸업한 뒤 무용수로서 발레 인생을 시작했다. 1946년 키로프아카데미 오페라 발레 극장 발레단(현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해 약 15년간 발레리노로 무대에 섰다. 1961년 34세의 나이에 이 극장 안무가를 맡으며 본격적으로 안무가의 길을 걸었다.고인이 ‘스타 안무가’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건 1964년 볼쇼이극장 수석 안무가로 임명되면서부터였다. 볼쇼이극장은 산하에 발레단과 오페라단, 관현악단 등을 둔 세계적 예술단체. 그리고로비치는 30년 넘게 수석 안무가를 맡으며 ‘호두까기 인형’(1966년), ‘이반 뇌제’(1975년), ‘앙가라’(1976년) 등 숱한 명작을 선사했다. 특히 그의 ‘호두까기 인형’은 볼쇼이극장 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작품으로도 역사에 남아있다. 당시 세계 평단은 “춤 동작만으로 등장인물의 성격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는 극찬을 보냈다.1988년부터는 예술감독까지 겸하며 볼쇼이극장의 명성을 더욱 드높였지만, 1995년 경영진과의 불화로 한때 극장을 떠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무용수들이 극장 200년 사상 처음으로 파업까지 벌였다. 이후 그리고로비치는 자신의 이름을 건 극장 예술감독을 지내다가, 2008년 다시 볼쇼이로 돌아왔다. 최근까지도 안무가 겸 발레 연출가로 활동했다. 2017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최고 권위의 ‘러시아 국가상(Russian Federation National Award)’을 수여하는 등 러시아 안팎에서 영웅으로 대접 받았다.고인은 한국 발레계와도 인연이 깊다. 국립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인 ‘호두까기 인형’(2000년)과 ‘백조의 호수’(2001년), ‘스파르타쿠스’(2001년) 등은 그리고로비치가 직접 국립발레단을 위해 안무를 손봤던 작품들. 연출에도 깊게 관여했다. 김선희 한예종 무용원 교수는 “국립발레단이 수준 높은 레퍼토리를 쌓는데 엄청난 공을 세웠다”며 “세기의 안무가로서 한국에 주옥같은 작품들을 안겨줬다”고 평가했다.그리고로비치는 당시 국립발레단을 정성껏 도우면서도 저작권료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은 “세계적인 안무가들은 자기 작품이 공연돼도 조수만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고인은 공연장 근처 집을 구해 3개월간 머물며 직접 가르치는 열정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예술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가족같이 대하는 따뜻한 이였다는 게 국내 발레계의 평가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현존하는 미국 최고(最古) 박물관인 매사추세츠주 피보디에식스박물관에 ‘서유견문’으로 유명한 조선 후기 정치가 유길준(1856∼1914)의 이름을 딴 한국 전시실이 확장 재개관했다. 피보디에식스박물관은 “17일(현지 시간)부터 ‘유길준 한국실(Yu Kil-Chun Gallery of Korean Art and Culture)’이 재개관 공사를 마치고 관람객을 맞았다”고 19일 밝혔다. 1799년 개관한 피보디에식스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이자, 미국에서 한국 미술품을 체계적으로 수집한 최초의 박물관이다. 한국 관련 소장품만 1800점이 넘는다. 박물관은 2003년 처음으로 한국 전시실을 열었다가 2019년 문을 닫고 개편 작업을 거쳐 약 6년 만에 재개관했다. 기존에 일본 유물 등이 전시돼 있던 아시아관의 일부 공간을 포함시켰다. 232m² 규모로 커진 새 한국실에서 19세기 조선 개화기 유물 등 엄선된 소장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유길준 한국실에서 주축을 이루는 건 19세기 미국 사절단 ‘보빙사(報聘使)’의 일원이자 ‘한국 최초의 유학생’으로 불렸던 유길준과 박물관의 인연이 담긴 유물들이다. 한국실 전담 김지연 큐레이터는 “1883년 미국에 간 유길준은 당시 박물관장이 수집한 한국 유물에 대한 자문 역할을 했다”며 “박물관에 기증했던 옷과 소장품, 관장에게 쓴 편지 등도 소개된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1896년부터 약 4년간 주미 공사를 지냈던 이범진(1852∼1911)의 가족 사진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진에는 이범진의 부인과 장남 이기종, 훗날 1907년 헤이그 특사로 활약했던 차남 이위종의 모습이 담겼다. 대한제국 마지막 미국 공사로서 이범진과 교류했던 에드윈 모건(1865∼1934)의 유족도 소장하고 있던 유물을 박물관에 기증했다. 19세기 말 동서양 문화가 어우러진 근대 공예품도 관람객을 만난다. 책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쓴 퍼시벌 로웰(1855∼1916)이 선물 받은 모자가 대표적이다. 전통 재료인 말총으로 만든 서양식 신사 모자다. 한글로 ‘폴링 부인’이라고 쓰인 육각 은제함, 1893년 미 시카고박람회에 출품된 의자 등도 전시품에 포함됐다. 피보디에식스박물관의 한국실 개편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지원했다. 전담 큐레이터를 중앙박물관 예산으로 채용했다. 린다 로스코 하티건 피보디에식스박물관장은 “김 박사 덕에 한국 관련 소장품의 연구 및 확충이 원활히 이뤄져 기쁘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현존하는 미국 최고(最古) 박물관에 19세기 보빙사의 이름을 딴 한국실이 문을 열었다.미국 매사추세츠주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은 “17일(현지 시간) ‘유길준 한국실(Yu Kil-chun Gallery of Korean Art and Culture)’이 재개관 공사를 마치고 관람객을 맞았다”고 19일 밝혔다. 1799년 개관한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은 현존하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이자 한국 미술품을 체계적으로 수집한 미국 최초의 박물관이다. 한국 관련 소장품은 1800여 점에 달한다. 한국실은 2003년 처음 마련됐다.재단장한 전시실은 232㎡ 규모다. 원래 일본의 해외 교역 관련 유물이 전시돼있던 아시아관 일부 공간을 탈바꿈했다. 19세기 조선이 개화기를 거쳐 오늘날까지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장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주축을 이루는 건 미국 사절단 ‘보빙사’의 일원이자 ‘한국 최초의 유학생’으로 잘 알려진 유길준(1856~1914)과 피바디에섹스박물관 간 인연이 담긴 유물들이다. 한국실을 전담하는 김지연 큐레이터는 “1883년 미국에 간 유길준은 당시 박물관장이 수집한 한국 유물에 대해 자문 역할을 맡았다”며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박물관에 기증한 옷과 소장품, 관장에게 쓴 편지 등이 이번 전시품으로 소개된다”고 말했다. 1896년부터 약 4년간 주미 공사를 지낸 이범진(1852~1911)의 가족사진도 최초로 공개된다. 사진 속에는 이범진의 아내와 장남 이기종, 훗날 1907년 헤이그 특사로 활약했던 차남 이위종의 모습이 담겼다. 대한제국 마지막 미국 공사로서 이범진과 교류했던 에드윈 모건(1865~1934)이 갖고 있던 유물을 그의 유족이 박물관에 기증했다. 19세기 말 동서양 문화가 어우러진 우리나라 근대 공예품도 관람객을 만난다. 책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쓴 퍼시벌 로웰이 선물 받은 모자가 대표적이다. 전통 재료인 말총으로 만든 서양식 신사 모자다. 그밖에 한글로 ‘폴링 부인’이라고 쓰인 육각 은제함, 1893년 미국 시카고박람회에 출품된 퓨전 양식의 의자 등이 전시품에 포함됐다. 전시는 우리나라 현대 작가와 재미 한국인 작가의 작품까지 아우른다. 백남준, 정연두, 양숙현 등 박물관 측이 구입한 작품 15점 중 10점을 이번에 공개한다. 한편 이번 개편은 국립중앙박물관이 도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예산 등 지원으로 한국실 전담 큐레이터를 채용한 것. 외국 박물관에 소장된 한국 문화유산을 보존, 전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외국 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에 기반한다. 린다 로스코 하티건 피보디에섹스박물관장은 “김지연 박사 덕에 한국 관련 소장품의 연구 및 확충이 원활히 이뤄져 기쁘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우리나라 최대 구석기 유적이 자리한 경기 연천군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양면석기(兩面石器)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주먹찌르개’가 출토됐다. 학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 연천군 전곡리유적 인근에서 길이 42cm, 너비 16cm의 주먹찌르개가 발굴됐다. 무게는 약 10kg에 이른다. 구석기 시대 양면석기는 돌 양쪽 면을 대칭적으로 떼어내 날을 세운 석기를 일컫는다. 주먹도끼와 주먹찌르개, 주먹칼 등이 포함된다. 발굴된 주먹찌르개는 한쪽 끝이 뾰족해 찌르는 용도에 특화된 형태를 띠고 있다. 박성진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연구교수가 지난달 발표한 논문 ‘전곡리 85-12번지 출토 초대형 양면석기의 기술―기능적 분석’에 따르면 이 석기는 지층 최하층에서 발견됐다. 17만 년에서 25만 년 전 지층으로 추정된다. 입자가 굵고 표면이 거친 화강편마암이 좌우 균형을 이루도록 제작됐다. 마감 단계에선 석기의 끝 날을 다듬는 잔손질이 이뤄진 것도 확인됐다. 출토된 주먹찌르개의 크기는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확인된 비슷한 양면석기 가운데 최대다. 경기 여주 연양리 유적에서 출토된 주먹찌르개(길이 32cm)나 경기 파주 주월리·가월리 유적의 주먹찌르개(길이 31cm)보다 훨씬 크다. 구석기 유물이 풍부한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나온 것들과 비교해도 큰 편이다. 잠비아 칼람보 폴스 유적에서 길이 35cm, 탄자니아 올두바이고지 유적에서 길이 33cm 주먹도끼 등이 발견됐다. 무게도 평균 3, 4kg이어서 이번에 발굴된 주먹찌르개가 약 2.5배 무겁다. 양면석기는 사냥이나 가죽 벗기기, 식물 캐기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학계에선 ‘구석기시대의 맥가이버 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박 교수는 “이 초대형 양면석기는 고기를 자르거나 가죽을 무두질하는 정교한 작업보다 일격을 가하는 등 순간적 힘과 파괴력이 필요한 일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윗부분의 매끈한 자갈 면은 그 반동으로 손이 다치는 것을 막아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발굴은 구석기 인류의 생활양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은 “크기와 제작 기법 등을 보면 여러 사람이 협업해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공동작업을 하려면 필요한 ‘높은 수준의 의사소통’이 구석기 공동체에서 이뤄졌음을 유추해볼 수 있는 자료”라고 했다. 박 교수는 “과거 에스키모인들은 해가 짧고 추운 겨울철엔 서둘러 사냥을 끝낸 뒤, 사냥감이 얼기 전에 손질을 마치고자 여름철과 달리 빠르고 강하게 손질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했다”며 “이처럼 당시 사용된 도구를 통해 당시 환경적인 상황도 분석할 수 있다”고 했다. 초대형 주먹찌르개가 예술적, 상징적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부 양면석기가 매장지에서 발견됐다는 측면에서 의례 용품으로 만들어졌거나 집단 내 지위를 드러내는 데 사용됐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연천에서 발견되는 양면석기의 전형적 모습을 띠고 있지만, 혼자서 편리하게 사용하기 어려운 크기와 무게란 점에서 예술적 작업의 결과물일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출토된 초대형 주먹찌르개는 국가로 귀속돼 현재 강원 춘천 국립춘천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다음 달에 경기 전곡선사박물관으로 옮겨진 뒤 전시 등을 통해 일반에도 공개될 예정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의 두 번째 미니앨범 ‘에코’(Echo)가 발매 직후 세계 63개국 음원차트에서 정상에 올랐다.17일 소속사 빅히트 뮤직에 따르면 ‘에코’는 전날 발매 시점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63개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일본, 브라질 등이 주요 국들이 대거 포함됐다. 발매 당일 ‘월드와이드 아이튠즈 앨범’과 ‘유러피안 아이튠즈 앨범’ 차트에서도 1위에 올랐다.신보 타이틀곡인 ‘돈트 세이 유 러브 미’(Dont Say You Love Me)는 프랑스와 일본 등 61개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월드와이드 아이튠즈 송’과 ‘유러피안 아이튠즈 송’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미니 2집 ‘에코’는 삶의 다양한 순간들이 각기 다른 모습의 울림처럼 퍼져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진은 1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앤더슨씨에서 ‘구름과 떠나는 여행’, ‘오늘의 나에게’ 등 수록곡을 포함한 신곡 무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깊은 흙과 바다에서 찾아낸, 혹은 이역만리에서 되찾은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들. 이 보물들이 박물관 등에서 우리와 만나기까진 여러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다. 귀하고 사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을 돌보고 가꾸는 ‘지킴이’들을 격주로 소개한다.》시뿌연 갯벌이 잔뜩 섞인 충남 태안의 바다. 수심 2m만 돼도 눈앞 손목시계조차 읽기 힘들었다. 20kg 납 벨트와 전등 2개, 탐침봉 등을 달고 하강 로프를 따라 신중하게 15m 깊이로 내려갔다. 12세기 고려, 개경으로 향하던 선박이 좌초된 곳. 더듬거리는 손에 둥그런 물체들이 줄줄이 만져졌다. 접시, 벼루, 주전자 등 고려청자 2만여 점은 그렇게 900년 잠에서 깨어났다.2007년 ‘태안선’ 발굴조사에 참여한 국립해양유산연구소의 양순석 팀장(53)은 당시 상황을 “어렵게 물길을 헤집고서 선박에 빼곡히 보관된 유물을 마주했을 땐 ‘내 생에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었다”고 회상했다. 9일 전남 목포에 있는 연구소에서 만난 그는 현역으로 뛰는 ‘수중 발굴 조사가’ 가운데 최장기 경력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통일신라 시대 ‘영흥도선’ 등 11척의 우리나라 고선박 발굴에 참여했다.양 팀장이 31년간 몸 담은 해양유산연구소는 국내에서 유일한 수중 문화유산 발굴조사기관이다. 1981년 ‘목포보존처리장’에서 출발한 연구소는 바다에 잠겨 있는 난파선이 주요 조사 대상. 그는 “바다에 침몰한 고선박에 실린 화물과 생활용품은 당시 문화 양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했다.2010년 발굴된 ‘마도 2호선’이 대표적이다. 배에서 발견된 목간(木簡·글이 적힌 나무 조각)은 이 배가 전북 고창에서 개경으로 가던 곡물운반선임을 알려줬다. 양 팀장은 “보물 ‘청자 음각연화절지문 매병’과 함께 발견된 대나무 조각에는 이 매병이 참기름이나 꿀 등을 담던 용도란 기록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바닷속에서 다채로운 유물이 비교적 온전히 수백 년을 버틴 데는 갯벌의 역할이 크다. 양 팀장은 “펄에 묻히면 해양 생물이나 선박, 미생물 등에 덜 노출돼 안전한 편”이라면서도 “갯벌은 타입캡슐인 동시에 잠수사의 눈을 가려 목숨까지 위협하는 장애물”이라고 했다. “발굴하다 손가락에 그물이 걸리면 가슴이 철렁하죠. 까딱하면 ‘물고기’처럼 걸려 목숨을 잃는 거니까요. 특히 조류 특성 등이 파악되지 않은 해저를 탐사해야 할 땐, 평소 덤덤한 성격인데도 두렵습니다.” 양 팀장은 꽤 오랫동안 부모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알리지 못했다고 한다. 전남 신안에서 나고 목포에서 자랐지만 수영도 잠수도 할 줄 모르는 그를 걱정하실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여객선 선장이셨던 아버지가 ‘바닷일 꿈도 꾸지 말라’며 수영을 가르쳐주지 않으셨다”며 “공대를 나와 보존 처리 담당자로 입사했건만, 어느날 ‘수중 투입’ 지시가 떨어지며 인생이 꼬였다”고 웃었다. 개헤엄도 못치던 그는 부랴부랴 잠수를 배워 해저 탐사와 발굴을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동료들과 ‘맨땅에 헤딩’ 수준이던 한국 수중고고학을 온몸으로 이끌어 왔다. 물속에선 육상 발굴 10명이 할 일도 20∼30명이 해야 한다. 땅에서 1년 걸릴 작업이 4, 5년씩 걸린다. 숙식 시설을 갖춘 수중 발굴 전용 선박 ‘누리안호’가 2013년 도입되기 전까지 서해안과 남해안 각지를 전전했다. 그는 “예산이 모자라 임시 컨테이너 집을 짓고 생활하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이제는 한국이 동아시아 3국 중 가장 앞선다고 평가받아요. 일본이 수중고고학 역사가 더 오래됐지만, 2010년대부턴 오히려 우리한테 배우러 오고 있어요. 한국은 삼면이 바다고, 갯벌이 풍부하죠. 앞으로 더 많은 보물을 바다에서 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깊은 흙과 바다에서 찾아낸, 혹은 이역만리에서 되찾은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들. 이 보물들이 박물관 등에서 우리와 만나기까진 여러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다. 귀하고 사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을 돌보고 가꾸는 ‘지킴이’들을 격주로 소개한다.》시뿌연 갯벌이 잔뜩 섞인 충남 태안의 바다. 수심 2m만 돼도 눈앞 손목시계조차 읽기 힘들었다. 20kg 납 벨트와 전등 2개, 탐침봉 등을 달고 하강 로프를 따라 신중하게 15m 깊이로 내려갔다. 12세기 고려, 개경으로 향하던 선박이 좌초된 곳. 더듬거리는 손에 둥그런 물체들이 줄줄이 만져졌다. 접시, 벼루, 주전자 등 고려청자 2만여 점은 그렇게 900년 잠에서 깨어났다.2007년 ‘태안선’ 발굴조사에 참여한 국립해양유산연구소의 양순석 팀장(53)은 당시 상황을 “어렵게 물길을 헤집고서 선박 빼곡히 보관된 유물을 마주했을 땐 ‘내 생에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었다”고 회상했다. 9일 전남 목포에 있는 연구소에서 만난 그는 현역으로 뛰는 ‘수중 발굴 조사가’ 가운데 최장기 경력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통일신라 시대 ‘영흥도선’ 등 우리나라 고선박 11척 발굴에 참여했다.양 팀장이 31년간 몸 담은 해양유산연구소는 국내에서 유일한 수중 문화유산 발굴조사기관이다. 1981년 ‘목포보존처리장’에서 출발한 연구소는 바다에 잠겨 있는 난파선이 주요 조사 대상. 그는 “바다에 침몰한 고선박에 실린 화물과 생활용품은 당시 문화 양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했다.2010년 발굴된 ‘마도 2호선’이 대표적이다. 배에서 발견된 목간(木簡·글이 적힌 나무 조각)은 이 배가 전북 고창에서 개경으로 가던 곡물운반선임을 알려줬다. 양 팀장은 “보물 ‘청자 음각연화절지문 매병’과 함께 발견된 대나무 조각에는 이 매병이 참기름이나 꿀 등을 담던 용도란 기록도 있었다”고 설명했다.바다 속에서 다채로운 유물이 비교적 온전히 수백 년을 버틴 데는 갯벌의 역할이 크다. 양 팀장은 “펄에 묻히면 해양 생물이나 선박, 미생물 등에 덜 노출돼 안전한 편”이라면서도 “갯벌은 타입캡슐인 동시에 잠수사 눈을 가려 목숨까지 위협하는 장애물”이라고 했다. “발굴하다 손가락에 그물이 걸리면 가슴이 철렁하죠. 까딱하면 ‘물고기’처럼 걸려 목숨을 잃는 거니까요. 특히 조류 특성 등이 파악되지 않은 해저를 탐사해야 할 땐, 평소 덤덤한 성격인데도 두렵습니다.”양 팀장은 꽤 오랫동안 부모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알리지 못했다고 한다. 전남 신안에서 나고 목포에서 자랐지만 수영도 잠수도 할 줄 모르는 그를 걱정하실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여객선 선장이셨던 아버지가 ‘바닷일 꿈도 꾸지 말라’며 수영을 가르쳐주지 않으셨다”며 “공대를 나와 보존 처리 담당자로 입사했건만, 어느날 ‘수중 투입’ 지시가 떨어지며 인생이 꼬였다”고 웃었다. 개헤엄도 못치던 그는 부랴부랴 잠수를 배워 해저 탐사와 발굴을 시작했다.그렇게 그는 동료들과 ‘맨땅에 헤딩’ 수준이던 한국 수중고고학을 온몸으로 이끌어 왔다. 물 속에선 육상 발굴 10명이 할 일도 20~30명이 해야 한다. 땅에서 1년 걸릴 작업이 4, 5년씩 걸린다. 숙식 시설을 갖춘 수중 발굴 전용 선박 ‘누리안호’가 2013년 도입되기 전까지 서해안과 남해안 각지를 전전했다. 그는 “예산이 모자라 임시 컨테이너 집을 짓고 생활하기도 했다”고 돌이켰다.“이제는 한국이 동아시아 3국 중 가장 앞선다고 평가받아요. 일본이 수중고고학 역사가 더 오래됐지만, 2010년대부턴 오히려 우리한테 배우러 오고 있어요. 한국은 삼면이 바다고, 갯벌이 풍부하죠. 앞으로 더 많은 보물을 바다에서 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교회가) 이 세상의 어두운 밤을 밝힐 수 있길.” 8일(현지 시간)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가 전임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교황은 9일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 대상으로 집전한 첫 미사와 다음 날 시노드홀에서 추기경들을 만난 자리에서 ‘교회의 충실한 관리자로서 평범한 사람들 편에 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노드홀에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소중한 유산을 이어받자”며 1960년대 열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단행된 주요 교회 개혁의 의지를 이어갈 것을 당부했다. 교회가 현대 사회의 문제와 고통에 응답해야 한다는 선언 등을 일컫는다. 교황은 자신을 “하느님과 형제들을 섬기는 겸손한 종일 뿐”이라고도 했다. 레오 14세를 교황명으로 택한 건 “레오 13세 교황을 계승한다는 뜻”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레오 13세는 1891년 가톨릭교회 사상 최초로 ‘노동헌장’ 회칙을 반포해 현대 가톨릭 사회교리의 초석을 놓은 교황으로 평가받는다. 교황은 인공지능(AI)을 인류가 마주한 주요 숙제로도 지목했다. 그는 “오늘날 교회는 또 다른 산업혁명, 즉 AI의 발전에 직면했다”며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 노동을 보호하는 데 있어 새로운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일엔 교황 선출 이후 처음으로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서 주일 기도를 집전하고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등 전 세계에서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제3차 세계대전이 조각조각 벌어지고 있다”면서 “더 이상의 전쟁은 안 된다”고 했다.한편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사진)은 9일 바티칸 집무실에서 콘클라베에 참여한 경험을 공개했다. 그는 “영화 ‘콘클라베’ 같은 야합은 없었다”며 “선출 과정이 정치적 투쟁처럼 묘사되나, 실제로는 굉장히 형제적이고 아름다웠다”고 전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과 업무 회의로 월 2회 이상 꾸준히 만나 왔다”며 “과거 방한했던 경험이 ‘좋았다’고 했다”고도 말했다. 레오 14세는 2002∼2010년 네 차례 한국을 방문했으며,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참석을 위해 다시 한국을 찾는다. 유 추기경은 콘클라베에서 교황이 선출되자 “모두가 일어나 박수치고 야단이 났다”고 전했다. 레오 14세가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추기경들의 밝은 표정에 대해선 “(성 베드로 광장이) 휴대전화로 찍고 싶을 정도로 축제 분위기여서 (추기경들도) 신이 났다”고 설명했다.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는 18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천선란 작가(사진)의 베스트셀러 소설 ‘천 개의 파랑’이 미국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출판사 동아시아의 문학브랜드 허블은 11일 “천 작가의 공상과학(SF) 소설 ‘천 개의 파랑’이 미국 워너브러더스픽처스와 최근 영화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워너브러더스는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와 ‘듄’ 시리즈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다. 허블에 따르면 워너브러더스는 소설 ‘천 개의 파랑’을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계 영화감독인 셀린 송을 비롯해 감독 그레타 거위그, 알폰소 쿠아론 등이 각본 개발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출간된 ‘천 개의 파랑’은 가까운 미래에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와 안락사를 앞둔 경주마 ‘투데이’, 소녀 ‘연재’의 이야기를 다룬 SF 소설.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국립극단 74년 사상 처음으로 로봇 배우가 출연하는 연극으로 제작됐다. 서울예술단에서는 창작 가무극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훌륭하다 해탈의 옷이여(善哉解脫服), 더할 나위 없는 복전의 옷이로세(無上福田衣).” 불교에서 스님이 가사(袈裟)를 입기 전에 3번씩 읊는다는 진언(眞言)의 일부다. 가사는 중요한 불교 의식 때 장삼 위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로 걸쳐 입는 법의(法衣)이다. 삼국시대 서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래된 뒤 약 1500년간 이어지고 있다. ‘가사를 하사받은 수행자는 속세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의미가 담겨 깨달음과 해탈을 향한 옷으로 여겨진다.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불교 자수공예 특별전 ‘염원을 담아―실로 새겨 부처에 이르다’에서는 고려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큰스님들의 가사를 만날 수 있다. 이 밖에도 국보나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유산 23건을 포함한 초상화, 불교 자수 등 38건이 전시되고 있다. 우리나라 가사는 주로 붉은색 또는 금색 비단에 일월광첩(日月光貼·해와 달을 상징하는 까마귀와 토끼)을 자수로 수놓는다. 네 모서리에는 사천왕첩(四天王貼)을 덧댄 것도 특징이다. ‘천’이나 ‘왕’을 새겨 넣은 첩은 사방의 천왕이 보호해 준다는 의미도 담겼다.이번 전시에서는 역사책에서나 접했던 고승들이 실제로 착용했던 가사들이 특히 눈길을 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전국 승려를 이끌고 항전했던 사명대사(1544∼1610)에게 선조가 하사한 금란가사가 대표적이다. 접어 보관한 자국을 따라 으스러지고 탈락된 비단 조각은 420여 년 세월을 보여준다. 이효선 학예연구사는 “가사 고리와 장삼까지 확인된 국내 유일한 사례”라며 “우리나라 종교 복식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가사 옆에는 고승의 초상화도 전시돼 실제 착용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불교 천태종을 창립한 대각국사 의천(1055∼1101)은 전남 순천 선암사에서 보관 중인 가사(18세기 다시 제작)와 초상화가 전시됐다. 채영 전시기획과장은 “고승의 초상화는 일반적으로 사찰 내 사당에서 성스럽게 모셔지기에 일반에 공개되는 경우가 드물다”며 “오랜 설득 끝에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물 ‘자수 가사’도 관람객을 만난다. 삼보(三寶·부처와 보살, 경전, 존자)가 오색실로 수놓인 가사로, 박물관이 2018년 기증받은 뒤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협력해 복원했다. 이 연구사는 “원래 액자에 보관돼 있던 가사를 꺼내 약 4년 8개월에 걸쳐 오염을 제거하고 실을 다시 꿰매는 등 원형에 가깝게 되살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7월 27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천선란 작가(사진)의 베스트셀러 소설 ‘천 개의 파랑’이 미국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될 전망이다.출판사 동아시아의 문학브랜드 허블은 11일 “천 작가의 공상과학(SF) 소설 ‘천 개의 파랑’이 미 워너브라더스픽처스와 최근 영화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워너브라더스는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와 ‘듄’ 시리즈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다. 허블에 따르면 워너브라더스는 소설 ‘천 개의 파랑’을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계 영화감독인 셀린 송을 비롯해 감독 그레타 거윅, 알폰소 쿠아론 등이 각본 개발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2020년 출간된 ‘천 개의 파랑’은 가까운 미래에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와 안락사를 앞둔 경주마 ‘투데이’, 소녀 ‘연재’의 이야기를 다룬 SF 소설.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국립극단 74년 사상 처음으로 로봇 배우가 출연하는 연극으로 제작됐다. 서울예술단에서는 창작 가무극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교회가) 이 세상의 어두운 밤을 밝힐 수 있길 (바란다).”새 교황 레오 14세는 9일(현지시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들을 대상으로 집전한 첫 미사에서 이같은 메시지를 전했다.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교회의 충실한 관리자로서 평범한 사람들 편에 서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이튿날 시노드홀에서 추기경들과 만난 새 교황은 자신을 “하느님과 형제들을 섬기는 겸손한 종일 뿐”이라고 표현하면서 교황이라는 직책이 권위가 아닌 봉사의 자리라고 강조했다. 전임 교황 프란치스코의 개혁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소중한 유산을 이어받자”며 추기경들에게 1960년대 열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단행된 주요 교회 개혁을 이어갈 것을 당부했다.‘레오 14세’라는 명칭을 선택한 이유에 관해서는 “레오 13세 교황을 계승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레오 13세는 1891년 가톨릭교회 역사상 최초로 ‘노동헌장’ 회칙을 반포해 현대 가톨릭 사회교리의 초석을 놓은 인물이다. 인공지능(AI)을 인류가 직면한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지목하기도 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오늘날 교회는 또 다른 산업혁명, 즉 AI의 발전에 직면했다”며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 노동을 보호하는 데 있어 새로운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고 했다.앞서 7, 8일(현지 시간) 이틀에 걸쳐 진행된 콘클라베에 참여한 유흥식 추기경(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은 9일 바티칸 집무실에서 국내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영화 ‘콘클라베’ 같은 야합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한 한국인 추기경은 그가 유일하다. 그는 “영화에서는 교황 선출 과정이 대단한 정치적 투쟁처럼 묘사되나 실제로는 굉장히 형제적이고 아름다웠다”고 했다. 또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다른 추기경들이 보지 말라고 하더라”고 했다.유 추기경은 새 교황 레오 14세가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유 추기경은 “레오 14세와 업무 회의로 월 2회 이상 꾸준히 만나 친한 사이인데, 과거 한국을 찾았던 경험이 ‘좋았다’고 언급했다”고 했다. 레오 14세는 2002, 2005, 2008, 2010년에 걸쳐 한국을 네 차례 방문했다.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 참석을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 유 추기경은 지난 달 21일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후 거의 매일 진행된 추기경단 회의에서 추기경 별로 5분의 발언 시간이 주어졌다고 했다. 그는 “5분 발언을 통해 저마다 마음 속에 어떤 사람이 (새 교황이) 됐으면 한다는 생각을 품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클라베 이틀째 레오 14세가 선출되자 “모두가 일어나 박수치고 야단이 났다”고 전했다.레오 14세가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추기경들의 밝은 표정도 화제가 됐다. 유 추기경은 “휴대전화가 있었으면 그 장면을 찍고 싶을 정도로 (성 베드로 광장이) 축제 분위기였다. 그 모습을 보니 모두 신이 났다”고 했다. 한편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는 오는 18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기원전 약 4100년, 오늘날 우크라이나 지역의 비옥한 땅에 대형 공동체들이 밀집한 정착촌이 있었다. 이 ‘메가 유적’에선 농사와 목축, 토기 등 도구 제작을 비롯해 다양한 생산 활동이 이뤄졌다. 통설로 받아들여지는 ‘농업혁명’ 이론에 따르면 잉여물을 쟁취하고 타인들 위에 군림하고자 분쟁을 벌일 여지가 충분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800년이 넘도록 사람들이 살았던 이 유적에서는 거대 구조물이나 요새 등 계층과 전쟁을 암시하는 증거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인간이 소규모 그룹에선 오순도순 평등하게 살아갔지만 대규모 사회로 발전함에 따라 필연적으로 불평등과 권력이 발생한다는 통념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모든 것의 새벽’은 구석기·신석기 시대부터 제국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의 진화에 대한 통념을 해체하는 책이다. 소규모 무리에서 도시 및 국가로, 수렵 채집에서 농경으로, 공유에서 사유로, 평등에서 불평등으로, 미개에서 문명으로 역사가 전개돼 왔다는 기존 역사학 이론이 신화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책에 따르면 인류 역사는 그렇게 단선적이고 고정된 경로를 따라 발전하지 않았다. 유럽인들이 침공하기 전의 북아메리카 대평원에 존재했던 사회들은 매우 유동적이었다. ‘무리(band)’에 불과한 듯한 특징을 보이다가도 이내 마치 ‘국가’인 것처럼 작동하기도 했다. 우리로 치면 고려시대 무렵엔 북미 대륙 동부에서 ‘카호키아’라 알려진 도시가 홀연히 출연해 절정기에 1만5000명이 살다가 갑작스럽게 와해되기도 했다. 멕시코의 고대도시 테오티우아칸은 군주제와 공화제를 느슨하게 오갔다.하지만 근대 유럽에 뿌리를 둔 사회과학의 한계 탓에 이러한 역사는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고, 마치 비상식적인 것처럼 인식됐다. 이 책이 그 원인을 ‘적절한 언어의 결핍’에서 찾는 분석이 흥미롭다. 과거의 다양한 정치사회를 규정할 용어가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남아시아 최초의 도시를 일군 인더스 문명의 도시와 같은 ‘하향식 통치구조가 없는 도시’를 부를 공식 용어는 정립되지 않았다. 저자들은 “과거 유럽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문명을 채택하도록 강요하기 위해 상대의 머리에 총을 겨눈 채 500여 년을 소모했다”며 “서구가 내세우는 ‘진보’의 허상은 문명이 그 자체로 전파되지 못한 데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저자들은 사회구조의 역사를 연구해 온 학자들이다.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미국 예일대, 영국 런던정경대 등에서 교편을 잡았던 인류학자로 2020년 별세했다. 이 책은 그의 유작이다.데이비드 웬그로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에서 비교고고학을 가르치는 교수다.책은 인류 사회에 어떤 ‘원형’이 존재했고, 나중에 불평등과 정치적 인식이 발생했다는 건 증명되지 않은 가정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자유를 포기해야 비로소 문명과 ‘복잡성’을 얻어낼 수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사회적 현실을 창조할 수 있다는, ‘자유’의 또 다른 의미를 재발견할 때”라고 강조한다.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는 오늘날 더욱 눈길이 가는 책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입상은 생각지 못했는데 상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어요. 무대를 즐긴 것만으로 만족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까지 얻어서 기뻐요.”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55회 동아무용콩쿠르 본선에서 일반부 여자 한국무용 전통 부문 금상을 수상한 남기혜 씨(21·한국예술종합학교 4학년)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남 씨는 5년 전에도 동아무용콩쿠르에 참가해 고등부 같은 부문에서 동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그는 “예전에는 공부하듯이 춤을 단순히 외워서 췄다”며 “5년간 춤에 풍성한 이야기를 더해 무대에 가져오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남 씨는 국가무형유산 ‘승무’ 예능보유자이자 동아무용콩쿠르 자문위원이었던 이애주 선생(1947∼2021)을 기려 올해 부상으로 신설된 이애주상을 받았다. 이애주상은 일반부 한국무용 전통 부문 남녀 금상 수상자에게 각 100만 원씩을 수여하는 상이다. 남 씨는 한국무용 전통 부문 남녀 금상 수상자 중 본선 고득점자에게 주는 강선영상도 함께 받았다. 심사위원 명단과 본선 채점표는 동아무용콩쿠르 사이트(www.donga.com/concours/dance)에서 다음 주중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일반부 ▽한국무용 전통(여) △금상 남기혜(21·한예종 4년) 김설현(20·단국대 3년) △동상 김현진(22·이화여대 4년) ▽한국무용 전통(남) △금상 최지원(23·한예종 4년) 정준(22·세종대 4년) △동상 박서현(20·한국체대 2년) ▽한국무용 창작(여) △금상 홍현서(20·이화여대 3년) △은상 문채원(20·한예종 3년) △동상 구세은(21·한양대 3년) ▽한국무용 창작(남) △금상 이재영(24·한양대 4년) △은상 박준섭(23·한예종 전문사과정) △동상 이현석(22·한양대 졸업) ▽현대무용(여) △금상 한민주(22·세종대 4년) △은상 권진원(21·한예종 4년) △동상 강다윤(22·세종대 4년) ▽현대무용(남) △금상 강동범(19·한양대 에리카 2년) △은상 방정운(21·경희대 3년) △동상 황기훈(21·한양대 에리카 4년) ▽발레(여) △금상 원희서(21·이화여대 4년) △은상 박소연(21·세종대 4년) △동상 김도현(20·한예종 3년) ▽발레(남) △금상 구성모(18·한예종 2년) △동상 김상현(20·세종대 2년) 오현석(20·성균관대 3년)◇고등부 ▽한국무용 전통 △금상 김수아(16·선화예고 2년) △은상 이다연(16·국립전통예고 2년) △동상 김윤서(17·충북예고 3년) ▽한국무용 창작 △금상 최수빈(18·국립국악고 3년) △은상 백지헌(18·전주예고 3년) 최라온(17·선화예고 3년) ▽현대무용 △금상 김희호(17·서울예고 2년) △은상 전유은(17·보라고 3년) △동상 이수빈(16·부산예고 1년) ▽발레 △금상 이원겸(17·선화예고 3년) △은상 박현우(17·서울예고 3년) 홍태이(17·서울예고 3년)◇중등부 ▽발레 △금상 박큰별빛(14·솔뫼중 3년) △은상 김민상(14·예원학교 3년) △동상 전성현(13·예원학교 2년) 정아라(14·선화예중 3년) △장려상 윤시연(14·선화예중 3년) 김연준(14·예원학교 3년) 김서윤(14·예원학교 2년) 주민호(14·선화예중 3년) 김서희(14·예원학교 2년) 정시율(14·예원학교 2년) 박시현(15·홈스쿨링) 신민아(15·예원학교 3년)◇초등부 ▽발레 △금상 한그루(11·청아초 6년) △은상 김민주(11·용소초 6년) △동상 박태린(12·김포가현초 6년) △장려상 강동엽(12·진주장재초 6년) 안유진(12·서울세종초 6년) 구하늘(12·광진초 6년) 주사랑(11·서울우암초 6년) 문채원(11·안말초 6년) 김소담(11·서울원촌초 6년) 박안나(11·우면초 6년) 장서원(11·경복초 6년)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오누이 탑’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충남 공주 청량사 옛터의 두 탑이 올해 대대적인 보수 공사에 들어간다.7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지난달 문화유산위원회는 심의를 통해 고려시대 보물 ‘공주 청량사지 오층석탑’과 ‘공주 청량사지 칠층석탑’을 보수하기로 조건부 가결했다. 고려 중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두 탑은 백제 석탑 양식을 따랐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현재의 탑은 일제강점기인 1944년 도굴되면서 전도된 것을 1961년 다시 세운 것이다.해당 탑들은 재건 과정에서 원형이 변형되고, 최근 구조적 결함이 심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의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2021년부터 탑을 모니터링한 결과 두 탑이 중심축으로 약 1도 기울어졌고, 재건 당시 잡석 및 철편을 사용해 변색도 발생했다”며 “탑을 해체 보수해 구조적 결함을 해소하고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냈다. 2019년 보수정비기본계획에서는 진단 결과 보수가 필요한 ‘E 등급’을 받았다.국가유산청과 공주시는 1917년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리건판 자료를 토대로 구체적인 보수·정비 방안과 해체 범위를 정할 방침이다. 일본인 야쓰이 세이이치(谷井齊一)가 남긴 유리건판과 비교 분석한 결과, 칠층석탑은 기단부와 탑신 등 부재가 원형과 달라졌고 오층석탑은 지대석(址臺石)이 변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탑의 옛 모습을 복원하는 방법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진행되며, 공사는 8월경 발주될 예정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4일 서울 종로구 종묘 정전에서 2019년 이후 6년 만에 종묘대제(宗廟大祭)가 봉행됐다.국가유산청은 이날 국가유산진흥원, 종묘대제봉행위원회와 함께 지난 달 수리를 마친 종묘 정전에서 종묘대제를 봉행했다. 종묘대제는 조선 시대에 국왕이 직접 거행하던 최대 규모의 제사로, 1969년 복원 뒤 2019년까지 해마다 5월 첫 번째 일요일에 유교 예법과 절차를 따라 거행돼 왔다. 2020년 종묘가 수리에 들어가며 중단됐다가 올해 다시 개최됐다.이날 종묘대제는 장중한 ‘정대업(靖大業)’ 선율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조선 왕조의 위패를 모신 신위 앞에서 제관이 절한 뒤 술잔을 들어 올리는 초헌례(初獻禮)로 시작됐다. 종묘대제의 첫 번째 의식으로, 그해 첫 번째 잔을 올리는 의식을 일컫는다. 이후 축문을 읽어 신에게 제사의 뜻을 고하는 독축례(讀祝禮)로 이어진 뒤 축문을 불에 태워 하늘에 뜻을 전하는 망료례(望燎禮)로 마무리됐다. 의복을 입은 무용수 60여 명은 줄지어 ‘일무(佾舞)’를 췄다. 종묘제례는 조선 시대인 1474년 국가의 기본예식을 다섯 가지로 규정하고 이를 편찬한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서 길례(吉禮)에 속한다.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은 2001년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됐으며,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고궁과 박물관에서 가족 관람객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국가유산진흥원은 연휴 기간 ‘수문장 어린이날 특별행사’를 진행한다. 5일 오전 11시와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경복궁 광화문 월대에서는 인형탈을 쓴 수문장이 펼치는 수문장 교대 의식을 관람할 수 있다. 5, 6일 오전 11시10분과 오후 1시10분, 3시10분에는 경복궁 협생문 밖 훈련장에서 조선시대 군인이 되어보는 갑사 취재 체험을 할 수 있다. 과거 사대부, 무사들이 입던 한복인 ‘철릭’을 입고 창술, 봉술, 국궁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회당 50명씩 무료로 현장 접수한다.국립민속박물관(서울 종로구)은 어린이날 당일 13개국 주한 해외 문화원·대사관과 함께 ‘세계의 놀이 축제’를 주제로 공연, 놀이 등 35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오전 11시와 오후 3시 반에는 박물관 앞마당에서 각각 체코 인형극, 콜롬비아 전통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 내 놀이마당에서는 헝가리식 사방치기, 인도네시아식 동대문 놀이, 페루의 테이블 축구 등 세계 각국의 전통 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전부 무료로 현장에서 선착순 접수한다.국립고궁박물관(서울 종로구)은 5일 지하1층 교육실과 상설전시실에서 ‘천문하늘 여행’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에 새겨진 별자리를 알아보고 천문과학 관련 유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 오전 10시 10분과 오후 1시에 무료 운영되며, 박물관 웹사이트에서 접수한다. 박물관 1층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종이 어차(조선시대 왕의 자동차) 만들기, 나비 장신구 꾸미기 등을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서울 용산구) 야외마당에선 5, 6일 뮤지컬 특별 공연과 버블쇼, 전통공연 등이 열린다. 가족뮤지컬 ‘넘버블록스’와 ‘할머니의 여름휴가’가 10분간 공연된다. 5m 높이의 대형 반가사유상 조형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다. 전부 무료. 현장에서 참여하면 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