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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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mail@donga.com

취재분야

2026-04-28~2026-05-28
미술33%
역사23%
문화 일반19%
인사일반13%
문학/출판6%
음악4%
언론2%
  • 유료화-사업 다각화 고민하는 국중박

    “16일부터 ‘워싱턴의 날(District Day) 스페셜 메뉴’ 판매. 가격 8∼22달러.”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립 아프리칸아메리칸 역사문화박물관(NMAAHC) 홈페이지에 최근 이런 공지가 올라왔다. 한 방문객 후기를 빌리자면 “박물관의 숨은 보석”인 1층 식당에서 나흘간 특식을 판매한단 내용이다. 1862년 워싱턴의 흑인 노예 3100명이 해방된 날을 기려, 남부의 솔(soul) 푸드인 치킨에 로컬 식재료 ‘멈보 소스’를 끼얹은 메뉴 등을 선보인다. NMAAHC를 포함해 스미스소니언 재단 소속 국립박물관은 20곳 모두 1년 내내 ‘무료 입장’이다. 하지만 1년간 벌어들인 수입은 2024년 기준 무려 1억7500만 달러(약 2575억 원)에 이른다. 기부금과 정부 지원금을 빼고 식음료와 굿즈 판매, IMAX 극장 관람 등 ‘장사’로만 번 돈이다. 박보나 서울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수익성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영리 기관인 ‘스미스소니언 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재정 지속 가능성을 키웠다”며 “분야별 전문가와 학예사가 긴밀히 논의해 박물관 경험의 질까지 높였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국립중앙박물관(국중박) 등의 관람료 유료화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보다 질 높은 전시 문화와 서비스 제고를 위해 필요하단 시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다양한 사업과 정책을 통해 수입을 끌어올린 해외 박물관을 참고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단순히 유료화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박물관 재정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논의할 때란 주장이다.일례로 해외에선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수입을 얻는 곳들이 적지 않다.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박물관은 무료 관람이지만, ‘선택 참여 행사’는 요금을 받는다. 이달 20일부터 10주간 열리는 ‘한국의 예술’ 강좌는 645파운드(약 128만 원), 21일부터 4주간 ‘메디치 가문과 예술가’를 다루는 온라인 강의는 125파운드다. 반면 국중박은 일반인 대상 교육과 세미나는 물론,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뮤지엄 아카데미 종합 과정’까지 모두 무료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 전공 교수는 “교육 사업으로 재원을 확보하면 입장료 문턱을 낮추기도 수월하다”며 “강좌를 유료로 전환하는 대신 소장품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등 내용의 깊이와 다양성을 확충하면 된다”고 조언했다.박물관 정체성을 활용한 수익 사업 다양화도 꾀할 수 있다. 미 뉴올리언스에 있는 국립 제2차 세계대전 박물관은 전쟁사 관련 여행 상품이 ‘캐시카우’로 꼽힌다.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 출연진, 전쟁사 전문가 등와 함께 10월 8∼15일 독일과 벨기에로 떠나는 여행 상품은 1인당 1000만 원이 넘는 고가에도 금방 매진됐다. 지난해 박물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사업 등으로 1년간 번 돈이 약 1160억 원에 이른다. 다만 국내에서 이런 시도들이 실현되려면 현행 ‘국가재정법’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국공립 박물관장은 “지금처럼 모든 수입이 국고로 귀속되면, 사업 다각화로 수익을 내도 특별전이나 시설 개선 등에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고 했다. 유료 관람 시행 전에 박물관 영리화로 인한 부작용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미 워싱턴대가 발간한 저널 ‘법학 리뷰’는 “기관별 인지도에 따라 양극화가 심해졌고, 수익 창출에 급급한 나머지 공익 프로젝트를 등한시하는 폐해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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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건너간 조선시대 그림 ‘칠보산도’ 국내서 원형 복원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메트)이 소장한 조선시대 산수화 ‘칠보산도(七寶山圖·사진)’가 잃어버린 원형을 고국에서 되찾는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메트 소장 ‘칠보산도’를 리움미술관과 협력해 한국에서 보존 처리 및 복원한다”고 15일 밝혔다. 19세기에 만들어진 이 유물은 각 가로 28.3cm, 세로 121cm 크기의 그림 10점으로 이뤄져 있다. 메트 홈페이지에 따르면 ‘칠보산도’는 일본 교토의 한 수집가가 소장하던 걸 2020년 미술관이 경매를 통해 사들였다. 원래 10폭 병풍 형태로 제작됐으나 현재 원형을 잃고 개별 두루마리로 분리돼 있다. 재단 측은 “칠보산 일대의 풍경을 그린 19세기 실경산수화(實景山水畵)로서 완성도가 높다”며 “보존 처리를 거쳐 병풍 형태로 복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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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메트로폴리탄 소장 ‘칠보산도’, 국내서 10폭 병풍으로 되살린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메트)이 소장한 조선시대 산수화 ‘칠보산도(七寶山圖)’가 잃어버린 원형을 고국에서 되찾는다.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메트 소장 ‘칠보산도’를 리움미술관과 협력해 한국에서 보존 처리 및 복원한다”고 15일 밝혔다. 19세기에 만들어진 이 유물은 각 가로 28.3㎝, 세로 121㎝ 크기의 그림 10점으로 이뤄져 있다. 함경도 칠보산의 웅장한 산세와 기암괴석, 깊은 계곡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됐다.메트 홈페이지에 따르면 ‘칠보산도’는 일본 교토의 한 수집가가 소장하던 걸 2020년 미술관이 경매를 통해 사들였다. 원래 10폭 병풍 형태로 제작됐으나, 현재 원형을 잃고 개별 두루마리로 분리돼 있다. 재단 측은 “16세기부터 명승으로 인식되던 칠보산 일대의 풍경을 그린 19세기 실경산수화(實景山水畵)로서 완성도가 높다”고 “보존 처리를 거쳐 병풍 형태로 복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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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이를 죽인 전사… 그는 영웅인가, 죄인인가

    고대 로마의 용맹한 전사, 호라티우스 삼형제가 검을 들어올렸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겠다는 맹세. 적국 ‘알바 롱가’와의 정면 승부에서 두 형제는 죽음을 피하지 못했고, 호라티우스만 살아남아 승전보를 울렸다. 그러나 호라티우스는 적군과 약혼한 누이를 처단해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 가족의 생명마저 앗은 그는 영웅인가 죄인인가. 이러한 설화를 묘사한 18세기 회화이자 유럽 미술사를 통틀어 가장 널리 알려진 이미지 중 하나인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에서 전시 중인 이 작품은 프랑스 신고전주의 회화를 확립한 자크루이 다비드(1748∼1825)의 대표작.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고전적인 구성, 곱씹을 만한 이야기로 인해 수없이 분석되고 재해석돼 왔다.‘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는 역사적으로 미술이 “지성과 도덕을 표현하는 매개”로 도약하게 만든 계기로 평가받는다. 톨레도 미술관의 로버트 신들러 큐레이터는 “공적 책무와 개인적 감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내면이 완성도 높게 표현된 명작”이라며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 일상과도 맞닿아 있다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시되고 있는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는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톨레도) 미술관이 소장 중인 판본이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한 1784년 작(가로 4.2m, 세로 3.3m)보다 작은 가로 1.6m, 세로 1.3m 크기다. 축소본이지만 엄격한 삼각형 구도와 절제된 색채, 극적인 감정 대비 등은 마찬가지로 잘 드러나 신고전주의 회화의 정수를 엿볼 수 있다. 이 축소본은 왜 만들어진 걸까. 정본(正本)으로 여겨지는 루브르 소장품은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의뢰로 앞서 제작됐다. 재정 위기에 봉착한 18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국가 권위가 실추됐고, 국왕은 ‘국가가 개인에 앞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다비드에게 도덕적 회화를 주문했다. 그렇게 완성된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에 크게 감격한 이가 있었는데, 귀족이자 예술 후원자였던 보드뢰유 백작(1740∼1817)이었다. 보드뢰유 백작은 다비드에게 같은 그림을 작게 그려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백작은 그림을 품에 안은 이듬해인 1787년, 도박 빚에 허덕이다가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를 팔아야 했다. 결국 작품은 여러 소장가를 거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톨레도 미술관에 오게 됐다. 백작의 작품을 손에 넣었던 역대 수집가 중엔 장바티스트 피에르 르브룅(1748∼1813)이란 인물도 있다. 화가이자 미술상이었던 르브룅은 루브르 박물관의 핵심인 왕실 소장품을 확충한 주역이다. 당대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초상화가였던 엘리자베트 루이 비제 르브룅과 결혼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 르브룅 부인이 남긴 명작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호라티우스 작품의 맹세’ 바로 오른쪽에 걸려 있는 ‘세레스 백작부인’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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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을 버리는 게 충성일까…명화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서울에

    고대 로마의 용맹한 전사, 호라티우스 삼형제가 검을 들어올렸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겠다는 맹세. 적국 ‘알바 롱가’와의 정면 승부에서 두 형제는 죽음을 피하지 못했고, 호라티우스만 살아남아 승전보를 울렸다. 그러나 호라티우스는 적군과 약혼한 누이를 처단해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 가족의 생명마저 앗은 그는 영웅인가 죄인인가.이러한 설화를 묘사한 18세기 회화이자 유럽 미술사를 통틀어 가장 널리 알려진 이미지 중 하나인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에서 전시 중인 이 작품은 프랑스 신고전주의 회화를 확립한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의 대표작.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고전적인 구성, 곱씹을 만한 이야기로 인해 수없이 분석되고 재해석돼 왔다.‘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는 역사적으로 미술이 “지성과 도덕을 표현하는 매개”로 도약하게 만든 계기로 평가받는다. 톨레도 미술관의 로버트 신들러 큐레이터는 “공적 책무와 개인적 감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내면이 완성도 높게 표현된 명작”이라며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 일상과도 맞닿아 있다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현재 전시되고 있는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는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톨레도) 미술관이 소장 중인 판본이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한 1784년작(가로 4.2m, 세로 3.3m)보다 작은 가로 1.6m, 세로 1.3m 크기다. 축소본이지만 엄격한 삼각형 구도와 절제된 색채, 극적인 감정 대비 등은 마찬가지로 잘 드러나 신고전주의 회화의 정수를 엿볼 수 있다.이 축소본은 왜 만들어진 걸까. 정본(正本)으로 여겨지는 루브르 소장품은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의뢰로 앞서 제작됐다. 재정 위기에 봉착한 18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국가 권위가 실추됐고, 국왕은 ‘국가가 개인에 앞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다비드에게 도덕적 회화를 주문했다. 그렇게 완성된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에 크게 감격한 이가 있었는데, 귀족이자 예술 후원자였던 보드뢰유 백작(1740~1817)였다.보드뢰유 백작은 다비드에게 같은 그림을 작게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백작은 그림을 품에 안은 이듬해인 1786년, 도박 빚에 허덕이다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를 팔아야 했다. 결국 작품은 여러 소장가를 거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톨레도 미술관에 오게 됐다. 백작의 작품을 손에 넣었던 역대 수집가 중엔 장비티스트 피에르 르브룅(1748~1813)이란 인물도 있다. 화가이자 미술상이었던 르브룅은 루브르 박물관의 핵심인 왕실 소장품을 확충한 주역이다. 당대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초상화가였던 엘리자베스 루이 비제 르브룅과 결혼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 르브룅 부인이 남긴 명작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호라티우스 작품의 맹세’ 바로 오른쪽에 걸려 있는 ‘세레스 백작부인’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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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요하다… 관람객 마음속 소란마저 잠재운다

    졸졸 흐르는 개울물에 작은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친다. 그 앞에 한 남자가 질박한 그릇과 함께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넓고 맑은 여백 속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연 표정은 마치 달관한 듯 보인다. 작품 제목도 귀를 씻고 자연의 소리를 즐긴다는 뜻인 ‘세이낙자연성(洗耳樂自然聲)’이다.김상유 작가(1926∼2002·사진)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획전 ‘쉽게 닳지 않는 사람’이 서울 종로구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1일 개막했다. 김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동판화(etching)를 시도하며 현대 판화를 개척했지만 널리 알려지진 않은 인물. 그를 대대적으로 조명한 이번 전시는 유화 ‘세이낙자연성’을 포함한 작품 150여 점을 연대별로 소개한다.전시는 동판(銅板)에 죽음을 표현한 초기작부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2022년 매입해 유명해진 ‘대산루(對山樓)’ 등 후기작까지 아우른다. 화가를 꿈꾸는 영어 교사였던 김 작가는 불혹을 훌쩍 넘긴 1970년에야 작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동아일보사가 주최한 제1회 서울국제판화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으면서였다. 그러나 그 뒤에도 외부 활동보다는 내면에 더욱 몰두하면서 한국적 정서와 미감을 다루는 데 매진했다.1990년대 유화 작품들은 그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물감을 칠한 뒤 천으로 닦아내기를 여러 차례 반복해 옅고 투명하게 채색돼 있다. 김현주 전시기획팀장은 “오랜 시간을 들여 마치 수행하듯 작업했기에 작품 하나에 3, 4개월씩 걸렸다”며 “단순하고 절제된 화면과 홀로 선 구도자의 모습은 삶과 자연에 대한 작가의 통찰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폭은 말년에 이르러 더 여유롭고 단출해졌다. 하얀 바탕에 기하학적인 자연과 명상하는 사람이 스미듯 배치된 ‘청산록수(靑山綠水)’가 대표적이다.후기작 ‘다일완(茶一碗)’에 적힌 글귀 ‘무애착정(無碍着淨·마음에 걸림이 없이 맑고 깨끗한 상태)’처럼, 그의 그림은 관람객의 마음속 소란마저 잠재운다. 생전 작가에게 꼬리표처럼 달라붙던 ‘고독’이나 ‘은둔’ 같은 수식어 대신 사근사근한 고요가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는 작품마다 거의 빠짐없이 그려 넣은 명상하는 사람에 대해 생전 “나 자신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라고 했다. 8월 17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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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를 씻고 자연을 듣다…명상 속에 고요한 울림

    졸졸 흐르는 개울물에 작은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친다. 그 앞에 한 남자가 질박한 그릇과 함께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넓고 맑은 여백 속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연 표정은 마치 달관한 듯 보인다. 귀를 씻고 자연의 소리를 즐긴다는 뜻의 ‘세이낙자연성(洗耳樂自然聲)’이다.김상유 작가(1926~2002)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마련된 기획전 ‘쉽게 닳지 않는 사람’이 서울 종로구 서울미술관에서 1일 개막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동판화(etching)를 시도하며 현대 판화를 개척했다고 평가받지만, 그간 대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상유를 대대적으로 조명한 전시다. 그림 ‘세이낙자연성’을 포함한 작품 150여 점을 연대별로 나눠 소개한다. 전시는 동판(銅板)에 죽음을 표현한 초기작부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2022년 매입해 유명해진 ‘대산루’ 등 후기작까지 아우른다. 화가를 꿈꾸는 영어 교사였던 김상유는 불혹을 훌쩍 넘긴 1970년에야 작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동아일보사가 주최한 제1회 서울국제판화비엔날레에서 받은 대상이 계기였다. 그러나 그 이후 외부 활동보다는 내면에 더욱 몰두하면서 한국적 정서와 미감을 다루는 데 매진했다고 한다.1990년대 제작된 유화 작품들은 그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유화 물감을 칠한 뒤 천으로 닦아내기를 여러 차례 반복해 옅고 투명하게 채색돼 있다. 김현주 전시기획팀장은 “오랜 시간을 들여 마치 수행하듯 작업했기에 작품 하나에 3, 4개월씩 걸렸다”며 “단순하고 절제된 화면과 홀로 선 구도자의 모습은 삶과 자연에 대한 작가의 통찰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폭은 말년에 이르러 더 여유롭고 단출해진다. 하얀 바탕에 기하적인 자연과 명상하는 사람이 스미듯 배치된 ‘청산록수’가 대표적이다.후기작 ‘다일완’에 소박한 필체로 적힌 글귀 무애착정(無碍着淨)이 뜻하는 바처럼, 김상유의 그림은 관람객의 마음속 소란마저 잠재운다. 생전 작가에게 꼬리표처럼 달라붙던 ‘고독’이나 ‘은둔’ 같은 수식어 대신 사근사근한 고요가 가까이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는 작품마다 거의 빠짐없이 그려 넣은 명상하는 사람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고 한다. “나 자신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8월 17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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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남준 작품 중에서 단 1개만 남긴다면 그건 ‘미디어 샌드위치’”

    1969년 5월 미국 뉴욕의 한 갤러리. 유명 첼리스트이자 퍼포먼스 예술가인 샬럿 무어먼은 속옷 상의 대신 TV로 만든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관객 앞에 등장했다. 백남준(1932∼2006)이 그를 위해 만든 ‘살아있는 조각을 위한 TV 브라’. 무어먼은 손목에 부착한 자석과 첼로 연주로 TV 화면 속 이미지를 변화시키면서 당대 화제의 중심에 섰다.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이 ‘전자기술의 인간화’를 염두에 두고 만든 이 작품이 25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1일부터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 캐비닛 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백남준: Rewind / Repeat’전에서다. 백남준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지만 2001년 호암미술관 전시를 끝으로 한국 관람객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이번 전시에는 금박을 입힌 불상이 TV 앞에 놓인 ‘골드 TV 부처’ 등 11점이 출품됐다. ‘4분 33초’로 잘 알려진 미국 현대음악 작곡가 존 케이지에게 백남준이 헌정한 ‘무제 [케이지 컴포지트]’, ‘베이클라이트 로봇’도 만나볼 수 있다. ‘런던과 해외를 위하여(우편함)’는 우리나라에서 첫선을 보인다. 편지를 넣는 구멍엔 화면이 부착돼 있는데, 작품이 설치된 지역의 실시간 방송이 송출된다.초기 작업인 ‘미디어 샌드위치’도 한국 관객에게 최초로 공개되는 눈여겨볼 만한 작품. 백남준의 큰조카이자 백남준 에스테이트 대표인 켄 백 하쿠다 씨(75)는 1일 전시장에서 “이 작품을 기점으로 백남준은 음악 작곡에서 벗어나 전자매체를 작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백남준 에스테이트에 단 1점만의 작품을 남겨야 한다면 ‘미디어 샌드위치’를 꼽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 16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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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 브라’부터 ‘골드 TV 부처’까지…백남준 대표작 서울서 만난다

    1969년 5월 미국 뉴욕의 한 갤러리. 유명 첼리스트이자 퍼포먼스 예술가인 샬롯 무어만은 속옷 상의 대신 TV로 만든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관객 앞에 등장했다. 백남준(1932~2006)이 그를 위해 만든 ‘살아있는 조각을 위한 TV 브라’. 무어만은 손목에 부착한 자석과 첼로 연주로 TV 화면 속 이미지를 변화시키면서 당대 화제의 중심에 섰다.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이 ‘전자기술의 인간화’를 염두에 두고 만든 이 작품이 25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1일부터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 캐비닛 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백남준: Rewind / Repeat’전에서다. 백남준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지만, 2001년 호암미술관 전시를 끝으로 한국 관람객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이번 전시에는 금박을 입힌 불상이 TV 앞에 놓인 ‘골드 TV 부처’ 등 11점이 출품됐다. ‘4분 33초’로 잘 알려진 미국 현대음악 작곡가 존 케이지에게 백남준이 헌정한 ‘무제 [케이지 컴포지트]’, ‘베이클라이트 로봇’도 만나볼 수 있다. ‘런던과 해외를 위하여(우편함)’은 우리나라에서 첫선을 보인다. 편지를 넣는 구멍엔 화면이 부착돼 있는데, 작품이 설치된 지역의 실시간 방송이 송출된다.초기 작업인 ‘미디어 샌드위치’도 한국 관객에게 최초로 공개되는 눈여겨볼 만한 작품. 백남준의 큰조카이자 백남준 에스테이트 대표인 켄 백 하쿠다 씨(75)는 1일 전시장에서 “이 작품을 기점으로 백남준은 음악 작곡에서 벗어나 전자매체를 작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백남준 에스테이트에 단 1점만의 작품을 남겨야 한다면 ‘미디어 샌드위치’를 꼽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 16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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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원’을 꿈꿨던 고야, ‘먹먹한 어둠’ 그리다

    부드럽게 번지는 따뜻한 햇살. 구름은 달콤한 솜사탕 같다. 그 아래에는 노랗고 붉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 수레를 타며 놀고 있다. 사실감 있는 붓터치 덕에 아이들의 발그레한 볼은 더욱 생기 있게 보인다. 암울하고 절망적인 ‘흑색 회화’ 연작으로 잘 알려진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가 그린 것이라고 믿기 어려운 작품이다.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에 출품된 고야의 ‘수레를 타는 아이들’(1779년)은 과거 스페인 궁전의 벽면에 걸 태피스트리(직물 공예)의 밑그림으로 제작됐다. 그림을 완성했을 당시 고야의 나이는 서른셋. 1786년 스페인 왕실 화가로 임명되기 전,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한 때였다. ● 승승장구 젊은날의 에너지 고야는 1770년대 중반부터 왕립 태피스트리 공장을 위해 60점이 넘는 대형 밑그림을 그렸다. ‘수레를 타는 아이들’은 그중 하나.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도현 컬쳐앤아이리더스 큐레이터는 “당시 유행하던 로코코 양식 특유의 밝고 우아한 색조를 유지하면서도 스페인적인 강한 명암과 감정의 생기를 더한 작품”이라며 “스페인 로코코에서 신고전주의로 이어지는 세련된 형식미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밑그림 작업을 발판 삼아 고야는 탄탄한 성공 가도를 달렸다. 1799년엔 국왕 초상화가로 임명돼, 이듬해 국왕 카를로스 4세 일가족을 그리는 영예를 안았다. 스페인 미술의 중심에 선 그에게, 세상은 아직 부드러운 명암과 섬세한 색조로 표현될 수 있는 ‘낙원’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말년에 이른 고야의 그림은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로 뒤집힌다. 1820년부터 1823년까지 고야가 자기 집 벽에 그린 ‘흑색 회화’ 연작은 암울해진 화풍을 고스란히 보여준다.‘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와 ‘마녀의 안식일’ 등 연작 14점에선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주제가 검은색과 회색, 갈색 등의 물감으로 거칠게 표현됐다.특히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에서 광기 어린 눈을 번뜩이는 아버지가 피를 뚝뚝 흘리며 아이를 뜯어먹는 모습은 충격과 혼돈을 준다. 누군가에게 의뢰받은 것도, 전시하기 위한 용도도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절망과 고독이 독창성을 낳다”고야가 ‘수레를 탄 아이들’에서 보여준 인간미와 낭만적 색채는 어쩌다 사라지게 된 걸까. 톨레도미술관 측은 “청력 상실과 나폴레옹 전쟁, 프랑스 혁명 등을 겪은 이후 고야는 인간의 고통과 불안을 탐구하는 어두운 화풍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한다.평탄했던 그의 예술 인생을 뒤흔든 첫 번째 시련은 1792년경에 찾아왔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중병을 앓은 끝에 청력을 상실했다. 외부 세계와의 소통이 줄어든 정적 속에서 고야의 시선은 세속 이면의 어두운 심연으로 향했다. 설상가상으로 혁명과 전쟁이 이어지며 수많은 죽음을 접한 고야는 크나큰 회의와 절망에 빠지고 만다. ‘흑색 회화’는 노년의 작가가 대면한 시대적 절망과 내면의 고독이 담긴 처절한 기록이었던 셈이다.고야는 이 시기 이른바 ‘귀머거리의 집(Villa of the Deaf One)’으로 불리는 그의 별장에 침잠한 채 우울을 갉아먹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 예술세계는 더없이 깊어졌다. 오늘날 그는 18세기 스페인 궁정 대표 화가인 동시에 “19세기 근대 회화의 출발점을 연 인물”로 평가된다. 아들인 하비에르 고야는 아버지에 관한 회고록에 이렇게 기록했다.“아버지는 고립됨으로써 비로소 진정한 독창성을 찾았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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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원’ 묘사하다 절망과 고통의 화가로…무엇이 고야의 화풍을 바꿨나

    부드럽게 번지는 따뜻한 햇살. 구름은 달콤한 솜사탕 같다. 그 아래에는 노랗고 붉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 수레를 타며 놀고 있다. 사실감 있는 붓터치 덕에 아이들의 발그레한 볼은 더욱 생기 있게 보인다. 암울하고 절망적인 ‘흑색 회화’ 연작으로 잘 알려진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가 그린 것이라고 믿기 어려운 작품이다.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에 출품된 고야의 ‘수레를 타는 아이들’(1779년)은 과거 스페인 궁전의 벽면에 걸 태피스트리(직물 공예)의 밑그림으로 제작됐다. 그림을 완성했을 당시 고야의 나이는 서른셋. 1786년 스페인 왕실 화가로 임명되기 전,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한 때였다. ● 승승장구하던 젊은날의 에너지고야는 1770년대 중반부터 왕립 태피스트리 공장을 위해 60점이 넘는 대형 밑그림을 그렸다. ‘수레를 타는 아이들’은 그중 하나.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도현 컬쳐앤아이리더스 큐레이터는 “당시 유행하던 로코코 양식 특유의 밝고 우아한 색조를 유지하면서도 스페인적인 강한 명암과 감정의 생기를 더한 작품”이라며 “스페인 로코코에서 신고전주의로 이어지는 세련된 형식미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밑그림 작업을 발판 삼아 고야는 탄탄한 성공 가도를 달렸다. 1799년엔 국왕 초상화가로 임명돼, 이듬해 국왕 카를로스 4세 일가족을 그리는 영예를 안았다. 스페인 미술의 중심에 선 그에게, 세상은 아직 부드러운 명암과 섬세한 색조로 표현될 수 있는 ‘낙원’이나 다름없었다.하지만 말년에 이른 고야의 그림은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로 뒤집힌다. 1820년부터 1823년까지 고야가 자기 집 벽에 그린 ‘흑색 회화’ 연작은 암울해진 화풍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와 ‘마녀의 안식일’ 등 연작 14점에선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주제가 검은색과 회색, 갈색 등의 물감으로 거칠게 표현됐다. 특히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에서 광기 어린 눈을 번뜩이는 아버지가 피를 뚝뚝 흘리며 아이를 뜯어먹는 모습은 충격과 혼돈을 준다. 누군가에게 의뢰받은 것도, 전시하기 위한 용도도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절망과 고독이 독창성을 낳다”고야가 ‘수레를 탄 아이들’에서 보여준 인간미와 낭만적 색채는 어쩌다 사라지게 된 걸까. 톨레도미술관 측은 “청력 상실과 나폴레옹 전쟁, 프랑스 혁명 등을 겪은 이후 고야는 인간의 고통과 불안을 탐구하는 어두운 화풍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한다. 평탄했던 그의 예술 인생을 뒤흔든 첫 번째 시련은 1792년경에 찾아왔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중병을 앓은 끝에 청력을 상실했다. 외부 세계와의 소통이 줄어든 정적 속에서 고야의 시선은 세속 이면의 어두운 심연으로 향했다. 설상가상으로 혁명과 전쟁이 이어지며 수많은 죽음을 접한 고야는 크나큰 회의와 절망에 빠지고 만다. ‘흑색 회화’는 노년의 작가가 대면한 시대적 절망과 내면의 고독이 담긴 처절한 기록이었던 셈이다.고야는 이 시기 이른바 ‘귀머거리의 집(Villa of the Deaf One)’으로 불리는 그의 별장에 침잠한 채 우울을 갉아먹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 예술세계는 더없이 깊어졌다. 오늘날 그는 18세기 스페인 궁정 대표 화가인 동시에 “19세기 근대 회화의 출발점을 연 인물”로 평가된다. 아들인 하비에르 고야는 아버지에 관한 회고록에 이렇게 기록했다. “아버지는 고립됨으로써 비로소 진정한 독창성을 찾았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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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삼-태권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신청

    ‘인삼 문화’와 ‘태권도’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오르기 위한 절차를 밟는다. 국가유산청은 “인삼 문화와 태권도를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기 위한 신청서를 3월 31일 유네스코 본부에 제출했다”고 1일 밝혔다. 정식 신청 명칭은 ‘인삼 문화: 지식, 기술 그리고 사회문화적 실천’과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 문화’다. 인삼 문화에는 인삼 재배와 가공 기술 외에도 신앙과 의례, 선물 문화 등 일상적 실천 방식까지 포함돼 있다. 유산청은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삶의 태도 속에서 형성된 무형유산으로,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호혜적 매개체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 등재 여부는 2028년 12월 열리는 ‘제23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태권도는 도장을 중심으로 사범과 수련생이 함께 수련하고, 세대를 거쳐 전승되는 공동체적 수련 문화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유산청은 남북한 공동 등재를 목표로, 올 1월 심의를 열고 태권도를 ‘공동 등재 또는 확장 등재를 위한 차기 신청 대상’으로 선정했다. 앞서 북한은 2024년 3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 무술 태권도’라는 명칭으로 먼저 등재를 신청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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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이한 균열의 감각… 기존의 ‘나’를 깨뜨리고, 기어코 빚어낸 새로운 세계

    강렬한 색이 쓰인 도형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영상. ‘정지(STOP)’와 ‘영토(TERRITORY)’, ‘점거하라(OCCUPY)’, ‘바꾸라(CHANGE)’ 등 정보와 경고를 오가는 메시지가 차례로 쏟아진다. 화살표와 삼각형, 십자가가 점차 빠르게 비틀리고, 익숙했던 기호들은 공포스럽게 혹은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100초 동안 이어진 영상 끝에 남은 건, 어딘가 찝찝한 혼란스러움. 이 작품은 아일랜드 출신 작가 오웬 라이언의 새 실험적 영상작품 ‘지독한 단순화들’이다.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1일 개막한 기획전 ‘기.기.기(奇.己.氣): 동시대와 시행착오’에서 만날 수 있다. 작품은 공공장소의 표지판과 현수막 등에서 자주 표현되는 시각 기호를 다뤘다. 동아미디어센터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 사이니지 ‘룩스(LUUX)’에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간 15분에 송출돼 광화문이란 상징적인 공론장에서 작동하는 기호의 의미를 묻는다.‘기.기.기’전은 이처럼 ‘기이하고 으스스한 감각’을 권태와 허무가 만연한 현대사회에 균열을 낼 도끼로 제시한다. 때로는 포르말린 용액에 박제된 상어를 마주해도 시들하게 여겨지는 현실을 깨부술. 윤율리 미술관 학예실장은 “오늘날은 무엇도 완전히 사라지거나 시작되지 않는 ‘닫힌 세계’로 보인다”며 “매끈하고 완성도 높은 기존의 예술적 실험들과 다른 ‘시행착오’적 시도를 통해 현실을 각성시킬 삐걱거림을 만들려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전시 제목인 3개의 ‘기’는 기이함(奇)과 자기(己), 분위기(氣)를 가리킨다. 미술관 측은 각각이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의 범위를 벗어난 일, 고정되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이고 혼란을 키우는 일, 정확히 관측하기 어려운 기류나 진동을 다루는 일과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과 회화, 설치 작업을 아우른 출품작들은 마치 외계를 마주한 듯한 감각으로 관람객에게 일격을 가한다. 이탈리아 출신 작가 아그네스 퀘스천마크의 ‘의료(수)술’은 거친 화질과 강한 색 대비로 수술 장면을 연출한 영상물. 녹색 수술복을 입은 의사는 피가 뿜어져 나오는 주사기를 쥔 채 환자의 촉수 돋은 몸에 날카로운 메스를 갖다 댄다. 작품은 “정상성의 범주에 따라 결핍되거나 초과한 신체 일부를 수선하는 행위로 ‘권위와 통제의 개입’을 상징한다”는 부연설명이 붙어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반영된 인간의 편향을 표현한 작품 ‘망가진 트로피’는 묵직한 생각거리를 남긴다. 석양이 비추는 사바나를 배경으로 서구의 남성이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장면은 오랫동안 낭만적으로 통용돼 왔다. 이 같은 ‘트로피 헌팅’이 AI에서도 시각적 문법처럼 작동하는 걸 확인한 작가 최빛나와 송수연은 형태를 바꿔 보려다 시행착오를 거쳤다. ‘아기’, ‘식물 심기’처럼 결과물의 성격을 바꿀 법한 프롬프트를 입력했지만 “기계 모델에 정착한 기억은 유령처럼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홍은주의 ‘플레이어들’은 매우 직관적으로 기괴한 느낌을 준다. 가면을 정수리에 뒤집어쓴 채 주저앉은 마네킹은 분명 사람이 아닌 줄 알면서도 다가가기 어렵다. 어색하게 꺾인 팔다리와 비뚜름한 회색빛 얼굴, 텅 빈 눈빛이 으스스하다. 인간의 생명력을 꿈꿀지도 모르는 이 인형에서 ‘인형 같은 외모’를 꿈꾸는 사람들의 욕망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유지오의 ‘스테잉(staying)’, 송민정의 ‘오렌지 카푸치노 구멍난 양말’, 제니퍼 칼바료의 ‘건축과 풍경 속 수태고지’ 등 제도와 역사, 기술에 의문을 던지는 작품을 다수 선보인다. 5월 31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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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삼 문화·태권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신청

    ‘인삼 문화’와 ‘태권도’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오르기 위한 절차를 밟는다. 국가유산청은 “인삼 문화와 태권도를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기 위한 신청서를 3월 31일 유네스코 본부에 제출했다”고 1일 밝혔다. 정식 신청 명칭은 ‘인삼문화: 지식, 기술 그리고 사회문화적 실천’과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다. 인삼 문화에는 인삼 재배와 가공 기술 외에도 신앙과 의례, 선물 문화 등 일상적 실천 방식까지 포함돼 있다. 유산청은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삶의 태도 속에서 형성된 무형유산으로,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호혜적 매개체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 등재 여부는 2028년 12월 열리는 ‘제23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결정된다.태권도는 도장을 중심으로 사범과 수련생이 함께 수련하고, 세대를 거쳐 전승되는 공동체적 수련 문화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유산청은 남북한 공동 등재를 목표로, 올 1월 심의를 열고 태권도를 ‘공동 등재 또는 확장 등재를 위한 차기 신청 대상’으로 선정했다. 앞서 북한은 2024년 3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 무술 태권도’라는 명칭으로 먼저 등재를 신청했다. 우리나라와 상관없이 현재 등재 심사를 밟고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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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닫혀버린 현대사회에 균열 낼 도끼는 ‘기이하고 으스스한 감각’”

    강렬한 색이 쓰인 도형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영상. ‘정지(STOP)’와 ‘영토(TERRITORY)’, ‘점거하라(OCCUPY)’, ‘바꾸라(CHANGE)’ 등 정보와 경고를 오가는 메시지가 차례로 쏟아진다. 화살표와 삼각형, 십자가가 점차 빠르게 비틀리고, 익숙했던 기호들은 공포스럽게 혹은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100초 동안 이어진 영상 끝에 남은 건, 어딘가 찝찝한 혼란스러움.이 작품은 아일랜드 출신 작가 오웬 라이언의 새 실험적 영상작품 ‘지독한 단순화들’이다.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1일 개막한 기획전 ‘기.기.기(奇.己.氣): 동시대와 시행착오’에서 만날 수 있다. 작품은 공공장소의 표지판과 현수막 등에서 자주 표현되는 시각 기호를 다뤘다. 동아미디어센터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 사이니지 ‘룩스(LUUX)’에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간 15분에 송출돼, 광화문이란 상징적인 공론장에서 작동하는 기호의 의미를 묻는다.‘기.기.기’전은 이처럼 ‘기이하고 으스스한 감각’을 권태와 허무가 만연한 현대사회에 균열을 낼 도끼로 제시한다. 때로는 포르말린 용액에 박제된 상어를 마주해도 시들하게 여겨지는 현실을 깨부술.윤율리 미술관 학예실장은 “오늘날은 무엇도 완전히 사라지거나 시작되지 않는 ‘닫힌 세계’로 보인다”며 “매끈하고 완성도 높은 기존의 예술적 실험들과 다른 ‘시행착오’적 시도를 통해 현실을 각성시킬 삐걱거림을 만들려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전시 제목인 3개의 ‘기’는 기이함(奇)과 자기(己), 분위기(氣)를 가리킨다. 미술관 측은 각각이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의 범위를 벗어난 일, 고정되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이고 혼란을 키우는 일, 정확히 관측하기 어려운 기류나 진동을 다루는 일과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영상과 회화, 설치 작업을 아우른 출품작들은 마치 외계를 마주한 듯한 감각으로 관람객에 일격을 가한다. 이탈리아 출신 작가 아그네스 퀘스천마크의 ‘의료(수)술’은 거친 화질과 강한 색 대비로 수술 장면을 연출한 영상물. 녹색 수술복을 입은 의사는 피가 뿜어져 나오는 주사기를 쥔 채 환자의 촉수 돋은 몸에 날카로운 메스를 갖다 댄다. 작품은 “정상성의 범주에 따라 결핍되거나 초과한 신체 일부를 수선하는 행위로써 ‘권위와 통제의 개입’을 상징한다”는 부연설명이 붙어있다.생성형 인공지능(AI)에 반영된 인간의 편향을 표현한 작품 ‘망가진 트로피’는 묵직한 생각거리를 남긴다. 석양이 비추는 사바나를 배경으로 서구의 남성이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장면은 오랫동안 낭만적으로 통용돼 왔다. 이같은 ‘트로피 헌팅’이 AI에서도 시각적 문법처럼 작동하는 걸 확인한 작가 최빛나와 송수연은 형태를 바꿔보려다 시행착오를 거쳤다. ‘아기’, ‘식물 심기’처럼 결과물의 성격을 바꿀 법한 프롬프트를 입력했지만 “기계 모델에 정착한 기억은 유령처럼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홍은주의 ‘플레이어들’은 매우 직관적으로 기괴한 느낌을 준다. 가면을 정수리에 뒤집어쓴 채 주저앉은 마네킹은 분명 사람이 아닌 줄 알면서도 다가가기 어렵다. 어색하게 꺾인 팔다리와 비뚜름한 회색빛 얼굴, 텅 빈 눈빛이 으스스하다. 인간의 생명력을 꿈꿀지도 모르는 이 인형에서 ‘인형 같은 외모’를 꿈꾸는 사람들의 욕망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이 밖에도 유지오의 ‘스테잉(staying)’, 송민정의 ‘오렌지 카푸치노 구멍난 양말’, 제니퍼 칼바료의 ‘건축과 풍경 속 수태고지’ 등 제도와 역사, 기술에 의문을 던지는 작품들을 다수 선보인다. 5월 31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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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요시토모 그림 150억 낙찰… 韓미술경매 최고가

    일본의 세계적인 팝아트 작가인 나라 요시토모(67)의 그림 ‘낫싱 어바웃 잇(Nothing about it·사진)’이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150억 원에 팔렸다. 서울옥션은 31일 “기획 경매 ‘컨템퍼러리 아트 세일’에서 나라 작가의 2016년 작품 ‘낫싱 어바웃 잇’이 150억 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해당 작품은 나라 작가를 대표하는 소녀 캐릭터가 담긴 가로 1.6m, 세로 1.9m 크기의 회화다. 기존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작품은 마르크 샤갈이 그린 ‘꽃다발’로, 지난해 11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94억 원에 판매됐다. 근현대 미술품 104점이 출품된 이날 경매에선 ‘낫싱 어바웃 잇’ 외에도 낙찰가 100억 원을 넘긴 작품이 나왔다. 역시 일본 작가인 구사마 야요이(97)의 2015년 작 ‘호박’은 104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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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쇼킹한 음식 없나요”… 두쫀쿠 석달-버터떡 열흘만에 시들

    “말차 가고 우베(ube) 온다.” 얼마 전까지도 소셜미디어를 도배했던 초록빛. 하지만 말차 인기가 식자, 요즘 그 빈자리를 ‘보랏빛 물결’이 채우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 각종 음료와 디저트로 만들어 먹는 참마의 일종인 우베다. 선명한 보랏빛과 부드러운 질감으로 서구에서 유행하더니, 최근 국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관심을 받는다.최근 소셜미디어를 타고 번지는 먹거리 유행의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올해만 놓고 봐도, 초겨울 돈 주고도 살 수 없던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인기가 확 꺾였다. 뒤를 이었던 ‘봄동비빔밥’도 벌써 시들해졌고, ‘상하이 버터떡’과 ‘창억떡(호박인절미)’ 등이 줄줄이 등장하는 모양새다.● 봄동비빔밥은 벌써 끝물?소셜미디어를 봐도 그 흐름이 확연히 드러난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두쫀쿠는 약 3개월 만에, 봄동비빔밥은 약 1개월 만에 검색량 추이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창억떡과 우베는 각각 이달 20일과 25일부터 검색량이 폭증했으나, 그 주기는 더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음식 유행이 갈수록 ‘초단기화’되는 이유는 뭘까. 일단 이런 트렌드가 소셜미디어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수많은 콘텐츠의 범람 속에서, 새롭고 자극적인 걸 찾아야 이목을 끈다. 이른바 “억지 유행”이란 비판마저 나오는 ‘사백어(死白魚) 먹방’이 대표적이다. 팔딱거리는 사백어에 초장을 뿌려 그대로 씹어 먹는 영상은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자극’과 ‘신선함’이란 측면에서 입소문을 탔다. 학계에선 ‘사회 불안감’과 연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젊은 세대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런저런 음식을 찾는 욕구로 해소한다는 것.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스스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 인식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도파민’을 자극하는 유행을 좇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색적이고 자극적인 음식을 소비해 당장의 만족감을 채우려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트렌드 집착은 계속 이어진다”유행에 뒤처지기 싫어하는 대중 심리와 결합한 결과라는 연구도 있다. 지난해 발간된 ‘한국외식산업학회지’ 제21권 6호엔 소셜미디어가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사회적 소외에 대한 두려움)’를 자극해 비합리적이고 과시적·충동적 외식 소비를 조장한다는 조사 결과가 실렸다. 유럽에서 인지도 높은 음식 앱 ‘더포크’는 음식(food)과 포모를 결합한 신조어 ‘FOODMO(푸드모)’를 올해의 외식 키워드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급변하는 유행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개그맨 강유미가 이달 공개한 유튜브 콘텐츠는 두쫀쿠에서 봄동비빔밥으로 이어진 트렌드를 난해한 현대미술과 비교한 코미디로 큰 공감을 샀다. “단순 코미디가 아니다. 트렌드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의 심리와 겉치레를 중시하는 현대미술에 대한 풍자까지 완벽하게 담았다”는 댓글이 달렸다.하지만 초단기 음식 유행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버터떡’을 대신해 ‘코리안 버터떡’이 나오는 등 음식 트렌드의 확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일부 피로감을 호소해도, 불확실한 미래가 이어지는 한 ‘제2의 두쫀쿠’는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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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쫀쿠 석달, 봄동 비빔밥 한달…먹거리 유행 ‘초단기화’ 이유는?

    “말차 가고 우베(ube) 온다.”얼마 전까지도 소셜미디어를 도배했던 초록빛. 하지만 말차 인기가 식자, 요즘 그 빈자리를 ‘보랏빛 물결’이 채우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 각종 음료와 디저트로 만들어 먹는 참마의 일종인 우베다. 선명한 보랏빛과 부드러운 질감으로 서구에서 유행하더니, 최근 국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관심을 받는다.최근 소셜미디어를 타고 번지는 먹거리 유행의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올해만 놓고 봐도, 초겨울 돈 주고도 살 수 없던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인기가 확 꺽였다. 뒤를 이었던 ‘봄동 비빔밥’도 벌써 시들해졌고, ‘상하이 버터떡’과 ‘창억떡(호박인절미)’ 등이 줄줄이 등장하는 모양새다.● 봄동 비빔밥은 벌써 끝물?소셜미디어를 봐도 그 흐름이 확연히 드러난다.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두쫀쿠는 약 3개월 만에 , 봄동 비빔밥은 약 1개월 만에 검색량 추이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창억떡과 우베는 각각 이달 20일과 25일부터 검색량이 폭증했으나, 그 주기는 더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음식 유행이 갈수록 ‘초단기화’되는 이유는 뭘까. 일단 이런 트렌드가 소셜미디어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수많은 콘텐츠의 범람 속에서, 새롭고 자극적인 걸 찾아야 이목을 끈다. 이른바 “억지 유행”이란 비판마저 나오는 ‘사백어(死白魚) 먹방’이 대표적이다. 팔딱거리는 사백어에 초장을 뿌려 그대로 씹어먹는 영상은 눈쌀이 찌푸려지지만, ‘자극’과 ‘신선함’이란 측면에서 입소문을 탔다.학계에선 ‘사회 불안감’과 연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젊은 세대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러저런 음식을 찾는 욕구로 해소한다는 것.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스스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 인식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도파민’을 자극하는 유행을 좇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색적이고 자극적인 음식을 소비해 당장의 만족감을 채우려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트렌드 집착은 계속 이어진다”유행에 뒤처지기 싫어하는 대중 심리와 결합한 결과라는 연구도 있다. 지난해 발간된 ‘한국외식산업학회지’ 제21권 6호엔 소셜미디어가 ‘포모(Fear of Missing Out·사회적 소외에 대한 두려움)’를 자극해 비합리적이고 과시적·충동적 외식 소비를 조장한다는 조사 결과가 실렸다. 유럽에서 인지도 높은 음식 어플 ‘더포크’는 음식(food)과 포모를 결합한 신조어 ‘FOODMO(푸드모)’를 올해의 외식 키워드로 선정하기도 했다.이러다보니 급변하는 유행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개그맨 강유미가 이달 공개한 유튜브 콘텐츠는 두쫀쿠에서 봄동 비빔밥으로 이어진 트렌드를 난해한 현대미술과 비교한 코미디로 큰 공감을 샀다. “단순 코미디가 아니다. 트렌드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의 심리와 겉치레를 중시하는 현대미술에 대한 풍자까지 완벽하게 담았다”는 댓글이 달렸다.하지만 초단기 음식 유행은 쉽게 가라앉질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버터떡’을 대신해 ‘코리안 버터떡’이 나오는 등 음식 트렌드의 확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일부 피로감을 호소해도, 불확실한 미래가 이어지는 한 ‘제2의 두쫀쿠’는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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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복궁서 새벽 원인불명 화재, 자선당 문 일부 훼손

    수도권 등 전국 곳곳에 건조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서울 경복궁에 있는 쪽문에서 자연 발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보조기둥 등 일부가 훼손됐다.국가유산청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28일 오전 5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순찰 중이던 안전경비원이 자선당(資善堂) 앞에 있는 삼비문(三備門) 옆 쪽문에서 발생한 화재를 발견했다. 경비원은 상황실 직원과 함께 소화기와 소화전을 이용해 자체 대응했으며, 오전 5시 50분경 불이 꺼졌다.이날 발생한 화재로 해당 쪽문의 보조 기둥 1개와 신방목(信枋木·가로 받침목) 일부가 불에 탔다. 유산청은 “현장에서 사람의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소방 등 관계기관과 화재 원인을 조사한 결과, 현재로선 자연 발화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경복궁관리소는 화재 현장 일대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관람을 제한하고 있다. 허민 유산청장은 소셜미디어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훼손된 시설은 보수하고 관람에 불편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유산청은 화재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에 국가유산 안전을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전국 25곳 문화유산 돌봄 단체에도 소화시설 점검 등을 요청했다. 봄철 건조한 날씨에 대비해 주요 궁궐과 왕릉 등엔 물을 뿌릴 예정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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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 경복궁 자선당 인근서 화재…유산청 “자연 발화 가능성”

    수도권 등 전국 곳곳에 건조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서울 경복궁에 있는 쪽문에서 자연 발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보조기둥 등 일부가 훼손됐다.국가유산청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28일 오전 5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순찰 중이던 안전경비원이 자선당(資善堂) 앞에 있는 삼비문(三備門) 옆 쪽문에서 발생한 화재를 발견했다. 경비원은 상황실 직원과 함께 소화기와 소화전을 이용해 자체 대응했으며, 오전 5시 50분경 불이 꺼졌다.이날 발생한 화재로 해당 쪽문의 보조 기둥 1개와 신방목(信枋木·가로 받침목) 일부가 불에 탔다. 유산청은 “현장에서 사람의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소방 등 관계기관과 화재 원인을 조사한 결과, 현재로선 자연 발화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경복궁관리소는 화재 현장 일대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관람을 제한하고 있다. 허민 유산청장은 소셜미디어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훼손된 시설은 보수하고 관람에 불편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유산청은 화재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에 국가유산 안전을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전국 25곳 문화유산 돌봄단체에도 소화시설 점검 등을 요청했다. 봄철 건조한 날씨에 대비해 주요 궁궐과 왕릉 등엔 물을 뿌릴 예정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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