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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사상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던 신라 금관 6점이 앞으로 10년마다 경주에서 함께 전시된다. 올 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도 당대 황금 문화를 대표하는 신라 금관들을 선보인다.국립경주박물관은 11일 “약 1500년 전 신라 최고 통치자를 위해 만들어진 금관에 관한 전시를 더 자주, 더 많은 지역에서 선보일 것”이라며 “이를 위해 신라 금관에 대한 국내외 연구 성과를 종합해 10년마다 주기적으로 관련 전시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해 APEC 정상회의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개막 10년 뒤인 2035년에는 신라 금관 6점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출토된 금관들을 한자리에 모아 살피는 대규모 전시가 개최될 전망이다. 아울러 5월에는 프랑스 파리 국립기메동양박물관에서 ‘신라, 황금과 신성함’전이 열린다. 금관을 포함해 신라 문화와 역사를 조명하는 전시다. 하반기에는 중국 상하이박물관에서도 신라를 다루는 전시가 개최된다. 국내에서도 다음 달 경남 양산에서, 올 9월 경북 청도에서 금관을 주제로 한 순회전이 열린다. 지난해 개막한 금관 특별전은 박물관이 문을 열기도 전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9일 기준 누적 관람객 수는 25만1052명으로, 하루 관람 인원을 2550명으로 제한했던 걸 감안하면 거의 매일 매진된 셈이다. 경주박물관 관계자는 “특별전 폐막일인 22일까지 30만 명가량이 전시를 관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개막 직전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복제품을 선물한 게 세계적인 이목을 끌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관심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신라 금관은 5∼6세기 전반 약 150년간 이어진 황금 문화의 전성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앞으로도 경주박물관은 신라 금관을 매개로 해서, K컬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외딴 행성에서 보내오는 소리가 안 들린다고? 우리가 아는 지식 빼고 상식 빼고 세상을 봐, 그래야 들려.”2일 서울 중랑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난 가수 김수철(69)이 자신의 그림 ‘어느 행성의 소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캔버스는 내게 또 하나의 악보”라는 그는 14일부터 다음 달 2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데뷔전 ‘김수철: 소리 그림’을 개최한다. 30여 년간 아무도 모르게 혼자 그려온 그림 1000여 점 가운데 160점을 추려 처음으로 외부에 선보인다.이날 작업실은 바라만 봐도 마음 속 구김이 펴지는 듯한 그림들이 빼곡했다. 검은 먹 대신 푸른 물감을 쓴 ‘김수철 표’ 수묵화, 알록달록한 도형 위에 VHS 비디오테이프를 풀어헤쳐 얼굴을 만든 자화상 등이 눈길을 끌었다. “30~40년 전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던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등의 VHS를 활용했어요. 10대 시절부터 그림은 내 삶의 일부였죠. 작곡할 땐 악상이 떠오르면 도형이나 색깔로 먼저 표현하고는 했습니다.” 1977년 가수로 데뷔한 이래 파격적인 음악으로 대중을 놀라게 했던 ‘작은 거인’의 면모는 그림에서도 묻어난다. 세계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소리부터 인간의 청력으론 들리지 않는 깊은 바닷속 소리까지 200~500호 크기 화폭에 담아냈다. 그는 “아크릴 물감으로 유화 질감을 내려 노력했다. 아크릴이 유화에 못 미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BTS(방탄소년단)가 공연했던 뉴욕 유엔본부에서 2002년에 ‘기타 산조’를 연주한 뒤로는 23년간 외국 땅을 못 밟았어요. 하지만 제겐 그림과 음악으로 만드는 세상이 더 컸습니다.”시각 예술을 향한 애정은 단순한 취미 이상이었다. 안개 풍경으로 잘 알려진 화가 이기봉과는 죽마고우, 지난달 별세한 배우 안성기와는 호형호제하며 오랜 시간 교류했다. 고인과는 1984년 영화 ‘고래사냥’에도 함께 출연했다. “다들 말리던 국악을 하다가 돈이 떨어질 때면 성기 형이 흔쾌히 큰돈을 빌려주고는 했어요. 삶의 은인이죠. 전시회에 깜짝 초대해서 꼭 격려받고 싶었는데…. 그림 한 점 드릴 수 없어 너무 슬픕니다.” 전시에선 이름값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김 씨는 매일 새벽 5시 집을 나서 오후 6시까지 작업실에 머물며 10시간씩 그림을 그린다. 점심은 김밥, 저녁은 햄버거다. “요플레 뚜껑 핥아먹듯” 아껴 쓰는 물감이지만, 만만찮은 재료비를 충당하려 적금을 2번이나 깼다. 그는 “전시 개최에 드는 돈이 예상치의 2배를 넘어 환장한다”면서도 “예술의전당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를 떠올리면 밥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프다. 재벌이 된 기분이었다”며 웃었다.전시 티켓값이 2, 3만 원씩 하는 요즘, 김 씨가 주최 측을 설득해 맞춘 입장료는 1만 원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도 마음 편히 보러 오길 바라서였다. “아무렴 좋다, 좋아. 돈 벌려고 시작한 게 아니니까요. 전시를 보러 온 분들이 힘과 평안을 얻어가길 바랍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고려 불화와 조선 국서(國書) 등 우리나라 문화유산이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 미술의 명품을 소개하는 특별전 ‘한국 미술의 보물상자’를 4월 5일까지 공동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날 개막한 특별전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17건과 도쿄국립박물관 소장품 16건 등 33건이 출품됐다. 고려 청자와 불화 등을 모은 ‘고려―아름다움과 신앙’과 ‘조선왕조의 궁중문화’ 등 2개 축으로 구성됐다. 특히 약 800년 전 고려 불화 2점이 나란히 걸려 이목을 모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가지정유산 보물 ‘오백나한도’ 중 ‘수대장존자(守大藏尊者)’를 선보인다. 현재 보물로 지정돼 있는 오백나한도 7점 중 하나로, 고려 고종 대인 1235년 김의인(金義仁)이 발원했다고 한다. 도쿄국립박물관은 오백나한도 중 ‘천성존자(天聖尊者)’를 출품했다. 일본의 보물 격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조선국왕국서’(1719년)도 눈여겨볼 전시품이다. 국서는 국가 원수가 보낸 외교 문서를 가리킨다. 1795년 화성을 방문한 정조의 여정을 기록한 그림 ‘화성원행도(華城園幸圖)’, 흥선대원군의 관복을 장식했던 19세기 흉배(胸背) 등도 소개된다. 후지와라 마코토(藤原誠) 도쿄국립박물관장은 “K팝과 K푸드, K뷰티 등 오늘날 일본에서 사랑받고 있는 한국 문화의 풍요롭고 깊이 있는 역사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고려 불화와 조선 국서(國書) 등 우리나라 문화유산이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전시된다.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미술의 명품을 소개하는 특별전 ‘한국 미술의 보물상자’를 4월 5일까지 공동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날 개막한 특별전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17건과 도쿄국립박물관 소장품 16건 등 33건이 출품됐다. 고려 청자와 불화 등을 모은 ‘고려―아름다움과 신앙’과 ‘조선왕조의 궁중문화’ 등 2개 축으로 구성됐다.특히 약 800년 전 고려 불화 2점이 나란히 걸려 이목을 모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가지정유산 보물 ‘오백나한도’ 중 ‘수대장존자(守大藏尊者)’를 선보인다. 현재 보물로 지정돼 있는 오백나한도 7점 중 하나로, 고려 고종 대인 1235년 김의인(金義仁)이 발원했다고 한다. 도쿄국립박물관은 오백나한도 중 ‘천성존자(天聖尊者)’를 출품했다. 일본의 보물 격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조선국왕국서’(1719년)도 눈여겨 볼 전시품이다. 국서는 국가 원수가 보낸 외교 문서를 가리킨다. 1795년 화성을 방문한 정조의 여정을 기록한 그림 ‘화성원행도(華城園幸圖)’, 흥선대원군의 관복을 장식했던 19세기 흉배(胸背) 등도 소개된다.후지와라 마코토 도쿄국립박물관장은 “K팝과 K푸드, K뷰티 등 오늘날 일본에서 사랑받고 있는 한국 문화의 풍요롭고 깊이 있는 역사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최근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정원에 들러 봤다면, 곳곳에서 ‘초(草)사람’이란 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 고사리 작가가 미술관 내 잡초를 베어 눈사람 모양으로 뭉친 것. 앙증맞은 모양새가 행인의 시선을 잡아끌지만 우려도 든다. 녹지야 않겠지만, 겨우내 볕과 바람에 삭을 이 작품을 미술관은 어떻게 소장할 수 있을까. 끝내 분해되고 소멸하는 작품 50여 점을 선보이는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가 지난달 30일 개막했다. 이른바 ‘불후(不朽·썩지 아니함)의 명작’을 보관하고 그 가치를 유지하려 애쓰는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전시다. 이주연 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우리말 ‘삭다’는 발효돼 맛이 든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며 “썩는다는 부정적 뉘앙스를 넘어 작품을 관람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썩어가는 과정 또한 작품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텁텁하고도 푸릇한 흙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관람객은 발이 부드럽게 푹푹 빠지는 토양을 밟아야 다음 전시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미국 작가 아사드 라자가 서울에서 구한 폐기물로 만든 작품 ‘흡수’다. 커피 찌꺼기와 닭뼈, 택배 상자, 전선 피복 등 오늘날 서울이란 도시가 담긴 폐기물들이 분해 과정을 거쳐 비옥한 흙으로 재생됐다. 관람객은 누구나 이 흙을 한 줌씩 가져갈 수 있다. 전시가 끝나도 작품은 집집마다 다양한 형태로 소장되는 셈이다. 사물이 부패하는 과정도 이번 전시에선 그 자체로 작품이 된다. 일본 작가 유코 모리의 ‘분해’는 시간이 흐르면서 과일이 익고 부패하는 과정을 시청각적으로 표현했다. 선반에 놓인 과일에 꽂힌 전극이 변화하는 수분량을 측정하고, 이에 따라 과일과 연결된 조명의 세기와 깜박임,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의 높낮이 등이 바뀐다.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댄 리의 ‘목격자’ 역시 세월을 품었다. 2022년부터 세계 각지에서 전시되는 동안, 하얗던 직물은 누르스름하게 빛이 바랬다. 도자기에 담긴 액체는 발효돼 쿰쿰한 냄새마저 풍긴다. 작가는 앞서 “2026년이 지나면 이 작품을 보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곰팡이를 동반한 이 작품을 누군가 구매하지 않으면, 작품은 흙으로 돌아가거나 재료로 재사용될 운명이다. 어쩌면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은 이 작품의 마지막 ‘목격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미술관은 작품의 ‘보호자’ 과테말라 출신 작가 에드가르 칼렐의 ‘고대 지식 형태의 메아리’는 미술관이 무엇을 위한 장소인가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전시장 넓게 포진한 이 작품은 돌 30여 개를 제단 삼아 과일과 채소를 올려뒀다. 제물은 모형이 아닌 진짜이기에 점차 삭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교체된다. 고대 마야 문명에 뿌리를 둔 모국의 칵치켈 부족이 땅과 조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올리는 제의 풍습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이 보관되는 방식이다. 보관 책임자인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2023년 이 작품의 ‘소유자’가 아닌 ‘보호자(custodian)’가 되기로 했다. 미술품 역시 삭을 수 있으며, 판매나 소유의 대상이 아님을 받아들인 것. 13년이 지나면 작품의 보관 방식에 대해 작가와 다시 협의한다고. 미술관이 작품을 독점 소유하고, 작가 사후에도 영속하게 하는 기존의 소장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전시장을 나설 즈음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의 콜린 스털링 교수가 전시 관련 기고에 인용한 독일 철학자 아도르노의 말을 곱씹게 된다. “사물이 분해돼 가는 모습을 ‘2번째 삶’으로 인식할 수 있고, 기억에 의해 매개된 그 2번째 삶에 사랑이 머문다.” 5월 3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조선 후기 유학자 우암 송시열(1607∼1689) 등의 문집을 새긴 20세기 초 ‘책판’ 3점이 약 5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우암의 문집과 연보 등을 모아 1926년 판각한 ‘송자대전’ 등 책판 3점을 미국인 앨런 고든(1933∼2011)의 유족 등으로부터 기증받았다”고 9일 밝혔다. 책판은 서적을 간행하기 위해 새긴 나무판으로, 현재 책판 718종이 ‘한국의 유교책판’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있다. 기증 유물엔 1895년 을미의병 당시 경북 안동 의병장으로 활동한 척암 김도화(1825∼1912)의 문집을 새긴 ‘척암선생문집’ 책판도 포함됐다. 1917년 판각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책판은 1970년대 초 한국에서 일하던 고든 씨가 ‘송자대전’ 책판과 함께 골동품상에게서 구입했다. 재미교포 김은혜 씨는 번암 채제공(1720∼1799)의 문집인 ‘번암집’ 책판을 기증했다. 1970년대 한 미국인이 가족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책판은 3점 모두 전통문화 상품처럼 꾸며진 형태를 갖추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기념품으로 둔갑한 뒤 외국인에게 판매된 정황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조선 후기 유학자 우암 송시열(1607~1689) 등의 문집을 새긴 20세기 초 ‘책판’ 3점이 약 5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우암의 문집과 연보 등을 모아 1926년 판각한 ‘송자대전’ 등 책판 3점을 미국인 앨런 고든(1933~2011)의 유족 등으로부터 기증받았다” 고 9일 밝혔다. 책판은 서적을 간행하기 위해 새긴 나무 판으로, 현재 책판 718종이 ‘한국의 유교책판’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있다.기증 유물엔 1895년 을미의병 당시 경북 안동 의병장으로 활동한 척암 김도화(1825~1912년)의 문집을 새긴 ‘척암선생문집’ 책판도 포함됐다. 1917년 판각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책판은 1970년대 초 한국에서 일하던 고든 씨가 ‘송자대전’ 책판과 함께 골동품상에게서 구입했다. 재미교포 김은혜 씨는 번암 채제공(1720~1799년)의 문집인 ‘번암집’ 책판을 기증했다. 1970년대 한 미국인이 가족에게 선물했다고 한다.책판은 3점 모두 전통문화 상품처럼 꾸며진 형태를 갖추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기념품으로 둔갑한 뒤 외국인에게 판매된 정황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고든 씨의 외손자 에런 팔라 씨는 8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열린 기증식에서 “문화는 콜라처럼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라며 “정당한 주인에게 돌려준 것일 뿐”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최근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정원에 들러 봤다면, 곳곳에서 ‘초(草)사람’이란 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 고사리 작가가 미술관 내 잡초를 베어 눈사람 모양으로 뭉친 것. 앙증맞은 모양새가 행인의 시선을 잡아끌지만 우려도 든다. 녹지야 않겠지만, 겨우내 볕과 바람에 삭을 이 작품을 미술관은 어떻게 소장할 수 있을까.끝내 분해되고 소멸하는 작품 50여 점을 선보이는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가 지난달 30일 개막했다. 이른바 ‘불후(不朽·썩지 아니함)의 명작’을 보관하고 그 가치를 유지하려 애쓰는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전시다. 이주연 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우리말 ‘삭다’는 발효돼 맛이 든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며 “썩는다는 부정적 뉘앙스를 넘어 작품을 관람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썩어가는 과정 또한 작품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텁텁하고도 푸릇한 흙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관람객은 발이 부드럽게 푹푹 빠지는 토양을 밟아야 다음 전시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미국 작가 아사드 라자가 서울에서 구한 폐기물로 만든 작품 ‘흡수’다. 커피 찌꺼기와 닭 뼈, 택배 상자, 전선 피복 등 오늘날 서울이란 도시가 담긴 폐기물들이 분해 과정을 거쳐 비옥한 흙으로 재생됐다. 관람객은 누구나 이 흙을 한 줌씩 가져갈 수 있다. 전시가 끝나도 작품은 집집마다 다양한 형태로 소장되는 셈이다.사물이 부패하는 과정도 이번 전시에선 그 자체로 작품이 된다. 일본 작가 유코 모리의 ‘분해’는 시간이 흐르면서 과일이 익고 부패하는 과정을 시청각적으로 표현했다. 선반에 놓인 과일에 꽂힌 전극이 변화하는 수분량을 측정하고, 이에 따라 과일과 연결된 조명의 세기와 깜박임,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의 높낮이 등이 바뀐다.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댄 리의 ‘목격자’ 역시 세월을 품었다. 2022년부터 세계 각지에서 전시되는 동안, 하얗던 직물은 누르스름하게 빛이 바랬다. 도자기에 담긴 액체는 발효돼 쿰쿰한 냄새마저 풍긴다. 작가는 앞서 “2026년이 지나면 이 작품을 보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곰팡이를 동반한 이 작품을 누군가 구매하지 않으면, 작품은 흙으로 돌아가거나 재료로 재사용될 운명이다. 어쩌면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은 이 작품의 마지막 ‘목격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미술관은 작품의 ‘보호자’과테말라 출신 작가 에드가 칼렐의 ‘고대 지식 형태의 메아리’는 미술관이 무엇을 위한 장소인가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전시장 넓게 포진한 이 작품은 돌 30여 개를 제단 삼아 과일과 채소를 올려뒀다. 제물은 모형이 아닌 진짜이기에 점차 삭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교체된다. 고대 마야 문명에 뿌리를 둔 모국의 칵치켈 부족이 땅과 조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올리는 제의 풍습에서 착안했다고 한다.흥미로운 건 이 작품이 보관되는 방식이다. 보관 책임자인 영국 테이트 미술관은 2023년 이 작품의 ‘소유자’가 아닌 ‘보호자(custodian)’가 되기로 했다. 미술품 역시 삭을 수 있으며, 판매나 소유의 대상이 아님을 받아들인 것. 13년이 지나면 작품의 보관 방식에 대해 작가와 다시 협의한다고. 미술관이 작품을 독점 소유하고, 작가 사후에도 영속하게 하는 기존의 소장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다.전시장을 나설 즈음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의 콜린 스털링 교수가 전시 관련 기고에 인용한 독일 철학자 아도르노의 말을 곱씹게 된다. “사물이 분해돼 가는 모습을 ‘2번째 삶’으로 인식할 수 있고, 기억에 의해 매개된 그 2번째 삶에 사랑이 머문다.” 5월 3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2003년 개관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은 ‘이상적인 공연장’으로 손꼽힌다. 외관은 랜드마크로서 눈길을 끌고, 내부 음향은 또렷하고도 따뜻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개관 직후 첫 리허설에선 달랐다. LA 필하모닉 단원들은 음향 설계사를 향해 “내 쪽에선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어떻게 합을 맞추라는 거냐”고 일제히 항의했다. 그런데 2주 뒤 2번째 리허설에서 의아한 일이 벌어졌다. 단원들은 돌연 “소리가 훨씬 좋아졌는데 어떻게 한 거냐”는 상반된 반응을 쏟아냈다. 음향 설계를 책임진 도요타 야스히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설계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바뀐 건 연주자들의 앙상블뿐이었다”고 회상했다. 낯선 콘서트홀에 적응하지 못한 연주자들이 다른 사람의 연주에 귀 기울이지 않고 제각기 큰 소리를 낸 게 화근이었다는 얘기다.‘좋은 콘서트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답을 건축과 음향, 오케스트라 간 관계에서 찾은 책이다. 40년에 걸쳐 세계 콘서트홀 100여 곳의 소리를 설계해 온 음향 설계사인 저자가 일본의 두 음악 저널리스트와 나눈 대화를 풀어냈다. 도요타는 일본을 대표하는 콘서트홀인 산토리홀(1986년)과 프랑스 필하모니 드 파리(2015년), 독일 엘프 필하모니(2017년) 등의 음향을 책임진 이 분야 대가다. 콘서트홀 설계 과정과 ‘이상적인 소리’에 관한 이야기가 솔직 담백하게 담겼다. 무대 위 연주자들이 넓게 띄어 앉으면 객석에서 보기에 크고 멋있어 보일지는 몰라도 소리의 완성도는 떨어진다고 한다. 독일 뮌헨 필하모닉은 서로 소리를 잘 듣는 일이 음악의 본질이라고 여기면서 최대한 가까이 다닥다닥 붙어 앉는다고. 각 장 사이사이에 음향에 관한 상식을 다룬 ‘한 뼘 탐구’를 실어 이해도를 높였다. 좌우 폭이 좁고 천장이 높은 구두 상자 형태로 지어진 ‘슈박스형’ 콘서트홀과 포도밭처럼 객석이 무대를 둘러싼 형태인 ‘빈야드형’이 그 역사와 소리에 있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설명해준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약 1400년 전 백제 왕궁에서 연주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로피리(횡적·橫笛)’가 충남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출토됐다. 고구려와 신라를 통틀어 ‘삼국시대 관악기’가 실물로 발견된 건 처음이다.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5일 언론공개회를 열고 “2024년부터 2년에 걸친 발굴조사에서 사비(부여)에 도읍을 둔 7세기 백제 왕궁 터에서 가로로 부는 피리 1점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피리는 지난해 3월 백제 왕과 신하가 국정을 논의하거나 국가적 행사를 열던 조당(朝堂) 건물 터 인근에서 발견됐다. 황색 대나무로 만들어졌고, 몸통 일부는 사라져 전체의 70%가량(22.4cm)이 남아 있다. 탄소연대측정 결과 568∼642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소 측은 X선 조사를 바탕으로 이 출토품을 “취구(吹口·입김을 불어넣는 구멍)쪽 끝이 막힌 가로피리 형태”로 보고 있다. 국악기 중엔 소금(小笒)과 크기 및 형태가 유사하다. 소금은 대금이나 중금에 비해 길이가 짧아 음역대가 높은 가로피리. 다만 소금보다는 취구가 작고, 내부 지름은 살짝 넓다. 이날 연구소는 3차원(3D) 측량 기술과 수학적 프로그램 등을 통해 나머지 몸통 30%를 되살린 가로피리 복원판도 선보였다. 현장에서 이 재현품을 시연해 본 김윤희 연주자(부여군충남국악단)는 “소금보다 한 음 반 정도 높은 음역대를 갖고 있다”고 감상을 전했다. 고대 악기 전문가인 정환희 국립남도국악원 학예연구사는 “현재 조선시대 때 모습으로 남아 있는 소금에선 날카로운 음색이 강조되는 것과 달리, 백제 가로피리는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며 “과거 궁중 음악에서 주선율을 담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백제 피리는 그동안 옛 문서와 그림을 통해서만 존재가 짐작됐다. 백제 유민이 673년경 제작한 불교 석상인 국보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癸酉銘全氏阿彌陀佛碑像)’에는 한 악사가 연꽃 위에서 가로피리를 부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238년)에 “5년 봄 정월 하늘과 땅에 제사 지낼 때 북과 피리를 사용했다(五年 春正月 祭天地 用鼓吹)”는 기록도 있다. 가로피리의 발굴은 한반도 고음악 연구에도 활력을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대에 대전 서구 월평동 유적에선 백제 현악기 파편이, 그보다 몇 년 앞서 광주 광산구 신창동 유적에선 백제 이전 연맹체인 마한(馬韓)의 타악기 및 현악기 파편이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두 사례 모두 원형이 대부분 소실돼 실제 소리나 주법 등을 파악하긴 어려웠다. 황인호 부여문화연구소장은 “이번 발견은 ‘백제의 소리’를 실증적으로 복원하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이날 관북리 유적에서 출토된 목간(木簡·글씨를 쓴 나뭇조각) 329점도 함께 공개했다. 백제가 웅진(현 공주)에서 사비로 천도한 538년 직후에 만들어진 목간들로, 국가재정과 관등, 관직 등이 기록돼 있다. 한반도 유적에서 이 정도 수량의 목간이 한꺼번에 나온 건 처음이다. 일본에서 만든 한자로 알려졌던 ‘전(畑)’ 자가 적힌 목간도 확인됐다. 오현덕 학예연구실장은 “기존 인식과 달리 백제의 문자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고, 일본의 고대 문자 문화 성립에도 깊게 연관됐을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부여=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약 1400년 전 백제 왕궁에서 연주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로피리(횡적·橫笛)’가 충남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출토됐다. 고구려와 신라를 통틀어 ‘삼국시대 관악기’가 실물로 발견된 건 처음이다.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5일 언론공개회를 열고 “2024년부터 2년에 걸친 발굴조사에서 사비(부여)에 도읍을 둔 7세기 백제 왕궁 터에서 가로로 부는 피리 1점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피리는 지난해 3월 백제 왕과 신하가 국정을 논의하거나 국가적 행사를 열던 조당(朝堂) 건물 터 인근에서 발견됐다. 황색 대나무로 만들어졌고, 몸통 일부는 사라져 전체의 70%가량(22.4cm)이 남아 있다. 탄소연대측정 결과 568~642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됐다.연구소 측은 X선 조사를 바탕으로 이 출토품을 “취구(吹口·입김을 불어넣는 구멍) 끝이 막힌 가로피리 형태”로 보고 있다. 국악기 중엔 소금(小笒)과 크기 및 형태가 유사하다. 소금은 대금이나 중금에 비해 길이가 짧아 음역대가 높은 가로피리. 다만 소금보다는 취구가 작고, 내부 지름은 살짝 넓다.이날 연구소는 3차원(3D) 측량 기술과 수학적 프로그램 등을 통해 나머지 몸통 30%를 되살린 가로피리 복원판도 선보였다. 현장에서 이 재현품을 시연해 본 김윤희 연주자(부여군충남국악단)는 “소금보다 한 음 반 정도 높은 음역대를 갖고 있다”고 감상을 전했다. 고대 악기 전문가인 정환희 국립남도국악원 학예연구사는 “현재 조선시대 때 모습으로 남아 있는 소금에선 날카로운 음색이 강조되는 것과 달리, 백제 가로피리는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며 “과거 궁중 음악에서 주선율을 담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백제 피리는 그동안 옛 문서와 그림을 통해서만 존재가 짐작됐다. 백제 유민이 673년경 제작한 불교 석상인 국보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癸酉銘全氏阿彌陀佛碑像)’에는 한 악사가 연꽃 위에서 가로피리를 부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238년)에 “5년 봄 정월 하늘과 땅에 제사 지낼 때 북과 피리를 사용했다(五年 春正月 祭天地 用鼓吹)”는 기록도 있다.가로피리의 발굴은 한반도 고음악 연구에도 활력을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대에 대전 서구 월평동 유적에선 백제 현악기 파편이, 그보다 몇 년 앞서 광주 광산구 신창동 유적에선 백제 이전 연맹체인 마한(馬韓)의 타악기 및 현악기 파편이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두 사례 모두 원형이 대부분 소실돼 실제 소리나 주법 등을 파악하긴 어려웠다. 황인호 부여문화연구소장은 “이번 발견은 ‘백제의 소리’를 실증적으로 복원하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했다.연구소는 이날 관북리 유적에서 출토된 목간(木簡·글씨를 쓴 나뭇조각) 329점도 함께 공개했다. 백제가 웅진(현 공주)에서 사비로 천도한 538년 직후에 만들어진 목간들로, 국가재정과 관등, 관직 등이 기록돼 있다. 한반도 유적에서 이 정도 수량의 목간이 한꺼번에 나온 건 처음이다. 일본에서 만든 한자로 알려졌던 ‘전(畑)’ 자가 적힌 목간도 확인됐다.오현덕 학예연구실장은 “기존 인식과 달리 백제의 문자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고, 일본의 고대 문자 문화 성립에도 깊게 연관됐을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부여=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해 미국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연출했던 세계적인 공연 감독 해미시 해밀턴(사진)이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컴백 공연을 책임진다. 넷플릭스는 “다음 달 21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BTS 컴백 라이브: ARIRANG(아리랑)’ 연출을 ‘라이브 이벤트의 제왕’ 해밀턴 감독이 맡는다”고 4일 밝혔다. 영국 출신인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개회식을 비롯해 미 오스카(아카데미)와 그래미, 에미 등 유명 시상식을 여러 차례 맡았던 스타 감독이다. 해밀턴 감독은 지난해 2월 미식프로축구리그(NFL) 슈퍼볼에서 힙합 가수 켄드릭 라마의 하프타임쇼를 연출해 큰 화제를 모았다. 1일(현지 시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수록곡 ‘골든(Golden)’이 K팝 최초로 그래미 상을 받았던 시상식도 감독으로 참여했다. BTS의 컴백 공연은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190여 개국에 생중계된다. 이날 현장에는 수만 명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서울시는 “재난안전상황실을 중심으로 인파 밀집도를 실시간 관리하고 행사장 일대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 불법 노점상 단속 등의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광장 무대 스크린과 전광판에 여러 언어로 안전 메시지를 송출하는 등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 BTS가 광화문 공연에 하루 앞서 발매하는 정규 5집 앨범 ‘아리랑’은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4일 아리랑은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300만 회 이상 ‘사전 저장(Pre-save)’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6일 컴백 소식을 알린 지 약 19일 만이다. 역대 최다 기록은 지난해 10월 발매 전 약 600만 회 사전 저장된 테일러 스위프트의 정규 12집 ‘The Life of a Showgirl’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성기헌 신부(사진)를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사장으로 임명했다고 4일 밝혔다. 1999년 사제 서품을 받은 성 신부는 가톨릭대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2014년부터는 같은 대학에서 성의교정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해 미국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연출했던 세계적인 공연 감독 해미시 해밀턴이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컴백 공연을 책임진다. 넷플릭스는 “다음 달 21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BTS 컴백 라이브: ARIRANG(아리랑)’ 연출을 ‘라이브 이벤트의 제왕’ 해밀턴 감독이 맡는다”고 4일 밝혔다. 영국 출신인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을 비롯해 미 오스카(아카데미)와 그래미, 에미 등 유명 시상식을 여러 차례 맡았던 스타 감독이다. 해밀턴 감독은 지난해 2월 미식축구리그(NFL) 슈퍼볼에서 힙합 가수 켄드릭 라마의 하프타임쇼를 연출해 큰 화제를 모았다. 1일(현지 시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수록곡 ‘골든(Golden)’이 K팝 최초로 그래미 상을 받았던 시상식도 감독으로 참여했다.BTS의 컴백 공연은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190여 개국에 생중계된다. 이날 현장에는 수만 명 이상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서울시는 “재난안전상황실을 중심으로 인파 밀집도를 실시간 관리하고 행사장 일대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 불법 노점상 단속 등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광장 무대 스크린과 전광판에 여러 언어로 안전 메시지를 송출하는 등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BTS가 광화문 공연에 하루 앞서 발매하는 정규 5집 앨범 ‘아리랑(ARIRANG)’은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4일 아리랑은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300만 회 이상 ‘사전 저장(Pre-save)’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6일 컴백 소식을 알린 지 약 19일 만이다. 역대 최다 기록은 지난해 10월 발매 전 약 600만 회 사전 저장된 테일러 스위프트의 정규 12집 ‘The Life of a Showgirl’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앨범이 3월 20일 발매를 앞두고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300만 회 이상 ‘사전 저장(Pre-save)’ 됐다. 지난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던 테일러 스위프트(약 600만 건)를 넘어설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4일 소속사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이날 BTS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이 스포티파이에서 사전 저장 횟수 300만 회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6일 컴백 소식을 알린 지 약 19일 만으로, 사전 저장 횟수는 전 세계 관심도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다. 역대 최다 기록은 지난해 10월 발매 전까지 약 600만 회 사전 저장된 테일러 스위프트의 정규 12집 ‘The Life of a Showgirl’이다.신보를 향한 폭발적 관심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팬 플랫폼 위버스에 앨범 발매 및 월드투어 개최 소식이 전해진 뒤 멤버십 가입자 수가 약 3배 급증했다. 외신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미국 포브스는 “‘아리랑’이라는 앨범명은 공백기 이후 이들이 다시 뿌리로 돌아왔음을 상징한다. 고향으로의 귀환이자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사명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을 내놨다.신보 발표 이튿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컴백 공연을 위한 준비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4일 서울시는 ‘방탄소년단 컴백 행사 관련 현안 점검 회의’를 열고 인파 관리와 바가지요금 근절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논의했다. 서울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중심으로 인파 밀집도를 실시간 관리하고, 행사장 일대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 등 교통 대책과 불법 노점상 단속 등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한편 이날 공연은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190여 개국에 생중계된다.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광화문 광장에서 단독 공연을 여는 가수나 밴드는 BTS가 처음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해 관람객 650만 시대를 맞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람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개관 시간을 앞당기고 휴관일을 지정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3일 서울 용산구 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다음 달 16일부터 개관 시간을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로 30분씩 앞당긴다”고 밝혔다.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상반기 중 용산어린이공원 내 주차장을 활용해 주차공간을 확충하고, 8월에는 카페와 야외 계단 등 옥외 편의시설을 조성한다. 상설 전시 유료화에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도 진행한다. 온라인 예매와 관람객 정보 수집 등을 관리할 수 있는 고객정보통합관리(CRM) 체계를 12월까지 만들어 내년 상반기에 시범 운영한다. 유 관장은 “유료화 논의는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람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그림 속 인물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얼굴 하관과 손가락은 앳된 소년인데, 절제된 표정과 위엄 있는 자세는 노숙하다는 인상을 풍긴다. 시선은 정면도 측면도 아닌 대각선 위쪽을 향하고 있다. 이 묘한 초상화의 주인공은 누굴까.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출품된 소포니스바 앙귀솔라의 ‘스페인 왕자의 초상’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미래의 국왕이 될 인판테(infante·왕실의 어린이를 부르는 말) 펠리페, 카를 5세의 아들.” 연구자들은 이 인물을 펠리페 2세로 추정했지만, 그 정체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됐다. 작품이 완성된 1573년경이면 펠리페 2세(1527∼1598)가 이미 중년이란 게 주된 논쟁거리였다. 이미 40대 후반인 남성과 어린 아이의 모습이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작품을 소장한 미국 샌디에이고미술관은 “당대엔 성인을 어린 시절 모습으로 그리는 관습이 드물지 않았다”며 “특히 왕실 자녀들의 초상을 한데 모아 보면 이런 ‘회상적 초상’ 관행이 더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초상화 주인공이 펠리페 2세라는 쪽에 힘을 싣는 의견이다. 초상화는 국왕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한 도구로 자주 쓰였다. 그림 속 펠리페 2세가 쥐고 있는 물건 역시 ‘왕국을 통솔할 준비가 된 군주’로서의 상징성을 드러낸다. 에메랄드빛 사냥복을 입은 왕자의 손엔 최고 통수권자를 상징하는 단도와 지휘봉이 들려 있다. 허공을 향한 왕자의 시선은 관람객들이 자연스레 소년을 올려다보게 만든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초상화를 그린 화가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란 역시 상당했다는 점이다. 20세기 초까지도 스페인 궁정의 공식 초상화가 알론소 산체스 코엘료(1531∼1588)가 그렸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16세기 가장 유명했던 여성 화가 앙귀솔라의 솜씨”라는 주장이 중론으로 자리 잡았다. 이탈리아 출신인 앙귀솔라는 1559년 펠리페 2세의 초청을 받아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했다는 기록도 있다. 초상화를 그리면서 왕비 이사벨 드 발루아의 그림 교사로도 활동했다고 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해 ‘관람객 650만’ 시대를 맞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람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개관 시간을 앞당기고 휴관일을 지정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3일 서울 용산구 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다음 달 16일부터 개관 시간을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로 30분씩 앞당긴다”고 밝혔다. 또 기존에는 매년 1월 1일과 설날·추석 당일에만 휴관했으나 3·6·9·12월 첫째 주 월요일에도 문을 닫고 박물관을 정비한다. 유 관장은 “오전에 몰리는 관람객을 분산시키기 위함”이라며 “지난달 67만 명이 방문한 추세대로라면 올해 700만 명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했다.‘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상반기 중 용산어린이공원 내 주차장을 활용해 주차공간을 확충하고, 8월에는 카페와야외 계단 등 옥외 편의시설을 조성한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은 어린이박물관은 2029년까지 현재의 약 2배 규모(약 4950㎡)로 확장 건립될 예정이다.최근 찬반 논의가 뜨거운 상설 전시 유료화 준비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예매와 관람객 정보 수집 등을 관리할 수 있는 고객정보통합관리(CRM) 체계를 12월까지 구축하고, 내년 상반기에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유 관장은 “유료화 논의는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람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문화유산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전시도 진행한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증품을 모은 국외 순회전시는 미국 워싱턴DC에 이어 시카고(3~7월)와 영국 런던(10월~내년 1월)에서 이어진다. 그밖에 일본 도쿄국립박물관과 스위스 취리히미술관,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V&A) 박물관 등과 협업하는 특별전도 추진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그림 속 인물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얼굴 하관과 손가락은 앳된 소년인데, 절제된 표정과 위엄 있는 자세는 노숙하다는 인상을 풍긴다. 시선은 정면도 측면도 아닌 대각선 위쪽을 향하고 있다. 이 묘한 초상화의 주인공은 누굴까.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출품된 소포니스바 앙귀솔라의 ‘스페인 왕자의 초상’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미래의 국왕이 될 인판테(infante·왕실의 어린이를 부르는 말) 펠리페, 카를 5세의 아들.”연구자들은 이 인물을 펠리페 2세로 추정했지만, 그 정체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됐다. 작품이 완성된 1573년경이면 펠리페 2세(1527~1598)가 이미 중년이란 게 주된 논쟁거리였다. 이미 40대 후반인 남성과 어린 아이의 모습이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작품을 소장한 미국 샌디에이고미술관은 “당대엔 성인을 어린 시절 모습으로 그리는 관습이 드물지 않았다”며 “특히 왕실 자녀들의 초상을 한데 모아보면 이런 ‘회상적 초상’ 관행이 더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초상화 주인공이 펠리페 2세라는 쪽에 힘을 싣는 의견이다.초상화는 국왕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한 도구로 자주 쓰였다. 그림 속 펠리페 2세가 쥐고 있는 물건 역시 ‘왕국을 통솔할 준비가 된 군주’로서의 상징성을 드러낸다. 에메랄드빛 사냥복을 입은 왕자의 손엔 최고 통수권자를 상징하는 단도와 지휘봉이 들려 있다. 허공을 향한 왕자의 시선은 관람객들이 자연스레 소년을 올려다보게 만든다.흥미로운 사실은 이 초상화를 그린 화가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란 역시 상당했다는 점이다. 20세기 초까지도 스페인 궁정의 공식 초상화가 알론소 산체스 코엘료(1531~1588)가 그렸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16세기 가장 유명했던 여성 화가 앙귀솔라의 솜씨”라는 주장이 중론으로 자리 잡았다. 이탈리아 출신인 앙귀솔라는 1559년 펠리페 2세의 초청을 받아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했다는 기록도 있다. 초상화를 그리면서 왕비 이사벨 드 발루아의 그림 교사로도 활동했다고 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일제강점기인 1914년, 당시 경성의 광장시장(현 동대문 광장시장)에선 낯설지만 달콤한 냄새가 퍼져 나갔다. 새로 문을 연 한 가게에서 ‘빵’이란 신문물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밀가루와 설탕, 기름 등을 섞어 다양한 빵과 과자를 만든 건 바로 ‘함성환(咸聖煥) 제과공장’. 최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염경화 조사연구과장이 이곳이 우리나라에서 ‘조선인이 차린 최초의 빵집’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최근 한국인의 빵 사랑이 주목받고 있지만, 100여 년 전 경성 사람들의 빵 사랑도 각별했다. 1938년 기준 함성환 제과공장의 한 해 매출액은 18만5000원. 쌀 한 가마니가 18∼20원 하던 시절이었으니, 쌀가마니 9250개를 살 수 있는 돈이다. ● 창씨개명에도 이름 지킨 ‘함성환 제과공장’ 염 조사연구과장에 따르면 사장 함성환 씨의 이름을 딴 조선인 첫 빵집 개업 소식은 조선총독부 식산국이 편찬한 ‘조선공장명부’에도 실린다. 당시 ‘왜떡’이라고도 불렸던 빵과 과자, 캐러멜, 껌, 물엿 등을 판매했다. 1937년 중일전쟁 발발 이후 조선총독부의 창씨개명 압박이 거셌지만, 이 빵집은 광복 직전까지 ‘함성환 제과공장’ 또는 ‘함성환 상점’이란 명칭을 유지했다. 물론 한반도에 빵 문화가 유입된 건 이보다 한참 전인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박물관이 지난달 발간한 연구서 ‘한국의 제과제빵’에 따르면 당시 일본인을 통해 경성과 부산, 평양, 대구 등 도시를 중심으로 차츰 퍼져 나갔다. 기록상 확인되는 가장 이른 시기의 빵집은 1895년 일본인이 차린 ‘강천과자포(江川菓子鋪)’. 지금의 서울 지하철4호선 명동역 근처에서 1943년경까지 영업하며 조선총독부 관저에도 빵과 과자를 납품했다.일본인들은 주로 조선에서 서양식 빵과 과자를 일본식으로 변형한 ‘화양과자(和洋菓子)’를 만들어 팔았다. 서울 중구 남산동이나 필동, 명동 등에 해당하는 일본인 거류지 중심으로 화양과자점이 늘어났다. 부산에선 1896년 중구 대청동에서 슈크림 빵과 사쿠라모찌(桜餅·벚나무 잎을 감싼 화과자) 등을 파는 ‘야마토야 제과공장’이 문을 열었다. 조선인들은 이런 곳들을 ‘빵집’ 혹은 ‘팡집’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함한희 무형문화연구원장은 “오늘날 ‘한국식 빵’으로 불리는 꽈배기나 생도넛, 상투과자 등은 일본식 빵의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며 “1920년대까지 빵은 외래 음식이자 군것질거리로 여겨져 서민에겐 부담되는 별식이었다”고 했다.● “모던걸과 모던보이의 아침식사”조선인이 빵 등을 즐기는 문화가 퍼진 건 192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다. 1927년 동아일보엔 식빵 보존법을 소개하는 기사가 실렸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는 “식민지 조선의 모던보이와 모던걸이 아침 식사로 식빵을 즐긴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인들은 일본 군납용 빵을 만들면서 제빵 기술을 익혔다”고 설명했다. 광복 뒤엔 일본인이 적산가옥(敵産家屋)에서 운영하던 빵집들을 한국인이 인수하기도 했다. 80년 역사의 빵집 노포로 잘 알려진 군산 이성당, 서울 태극당 등이 대표적이다. 이성당은 1910년대 ‘이즈모야 화과자점’을 1945년 고 이석우 씨가 인수했다. 태극당은 같은 해 고 신창근 씨가 제과점 ‘미도리야’를 넘겨받았다. 1940년대엔 제빵산업이 크게 위축됐다. 함성환 제과공장에 대한 기록도 1943년 이후 사라졌다. 염경화 과장은 “전시 체제로 물자와 식량이 통제되며 빵집도 급격히 위축됐다”며 “1943년 전국 빵집은 1940년(230여 곳)의 4분의 1 수준인 57곳으로 줄었다”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