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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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뮤지컬, 무용 등 공연업계를 취재합니다.

easyhoon@donga.com

취재분야

2024-03-27~2024-04-26
문화 일반64%
인사일반7%
인물/CEO3%
패션3%
음악3%
사회일반3%
기타17%
  • 이순재, 87세 최고령 연출가 데뷔… “관객도 단박에 내용 알게 만들 것”

    구순을 앞둔 노(老)배우가 신인 연출가에 도전한다. 배우 이순재(87)가 현역 최고령 배우에 이어 자칭 ‘최고령 신인 연출가’ 타이틀까지 갖게 된 것. 그는 21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갈매기’에서 연출가 겸 배우(쏘린 역)로 관객과 만난다. ‘갈매기’는 ‘벚꽃 동산’ ‘세 자매’ ‘바냐 아저씨’로도 유명한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1860∼1904)의 대표작이다.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지난달 29일 만난 그는 “‘갈매기’는 원작을 훼손하거나 변형하면 작가의 정신 혹은 문학성이 제대로 전달될 수 없는 작품이다. 배우의 훌륭한 연기로 명대사를 정확하게 표현해야만 작품의 진수가 드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갈매기’의 중심인물은 작가지망생 뜨레블례프(정동화 권화운)와 배우지망생 니나(진지희 김서안), 유명작가 뜨리고린(오만석 권해성), 뜨레블례프의 어머니인 유명배우 아르까지나(이항나 소유진)까지 4명이다. 치정으로 얽히는 넷의 관계를 통해 구세대와 신세대, 이상과 현실의 갈등이 선명히 드러난다. “갈매기는 체호프가 제정 러시아 말기라는 구체제에선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에서 쓴 작품이에요. 구세대에게 짓눌려 날아오르지 못하는 신세대가 주인공이죠. 갈매기를 썼을 당시 체호프는 서른여섯이었어요. 사회적 제약, 모순, 갈등이 훤히 보이는 나이죠. 또 욕망은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로 이를 마음껏 펼칠 수 없는 나이기도 합니다.” 희곡의 원제 ‘갈매기’는 갈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물에서 날아오르고 싶지만 물을 떠나 살 수 없는 새. 기성세대를 떠나려 날갯짓하지만 끝내 떠날 수 없는 젊은 세대를 은유한다. 이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지만 냉엄한 현실 앞에서 좌절하는 인간의 고뇌를 의미하기도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굉장히 우수합니다. 용모, 체격, 두뇌…. 한마디로 종족 개량이 됐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이념과 편견, 갈등을 젊은 세대에게 오염시키면 안 됩니다. 우린 이미 오염된 세대예요. 그들 스스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게 (우리는) 토대만 마련해주면 됩니다.” 그는 스스로를 신인 연출가라 하지만 사실 연출 경력은 오래전 시작됐다. 1980년대 극단 사조에서 ‘수전노’ ‘환상살인’ ‘달려라 토끼’ ‘가을소나타’를 연출하고 20년 전부터는 세종대, 가천대에 출강하며 학생들과 연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연출가로서 관객에게 제대로 작품을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연출가에겐 창의력, 응용력만큼이나 해석력이 필요합니다. 연출가라고 해서 작품을 마음대로 주물럭거려도 된다는 게 아니에요. 원작을 제대로 구현한 후 자기 세계를 개척할 수 있는 거죠. 연극은 관객과 소통하는 작업이기에 처음 보는 관객도 단박에 내용을 알 수 있게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서울대 철학과 재학시절 대학 연극반에서 연극을 시작한 그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66년 차 배우다. 지난해엔 86세의 나이로 ‘국내 최고령 리어왕’을 연기한 기록도 세웠다. “연기엔 끝이 없습니다. 완성도 없죠. 새로운 도전과 창조, 노력만 있습니다. 조금 더 잘하는 사람, 더 오래한 사람만 있을 뿐이지 그게 연기의 끝이고 완성은 아닙니다. 저 역시 아직 끝을 보진 못했어요. 성한 몸으로 대사를 외울 수 있을 때까진 해보려 합니다.” 내년 2월 5일까지, 6만∼9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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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순’ 앞둔 이순재, ‘신인’연출가 도전…“연기에 완성과 끝은 없다”

    구순을 앞둔 노(老)배우가 신인연출가에 도전한다. 배우 이순재(87)가 현역 최고령 배우에 이어 '최고령 신인연출가' 타이틀까지 갖게 된 것. 그는 21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갈매기’에서 연출가 겸 배우(소린 역)로 관객과 만난다. ‘갈매기’는 ‘벚꽃 동산’ ‘세자매’ ‘바냐 아저씨’로도 유명한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1860~1904)의 대표작이다.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지난달 29일 만난 그는 “‘갈매기’는 원작을 훼손하거나 변형하면 작가의 정신 혹은 문학성이 제대로 전달될 수 없는 작품이다. 배우의 훌륭한 연기로 명대사를 정확하게 표현해야만 작품의 진수가 드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갈매기’의 중심인물은 작가지망생 뜨레블례프(정동화 권화운)와 배우지망생 니나(진지희 김서안), 유명작가 뜨리고린(오만석 권해성), 뜨레블례프의 어머니인 유명배우 아르까지나(이항나 소유진)까지 4명이다. 치정으로 얽히는 넷의 관계를 통해 구세대와 신세대, 이상과 현실의 갈등이 선명히 드러난다. “갈매기는 체호프가 제정 러시아 말기라는 구체제에선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에서 쓴 작품이에요. 구세대에게 짓눌려 날아오르지 못하는 신세대가 주인공이죠. 갈매기를 썼을 당시 체호프는 서른 여섯이었어요. 사회적 제약, 모순, 갈등이 훤히 보이는 나이죠. 또 욕망은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로 이를 마음껏 펼칠 수 없는 나이기도 합니다.”희곡의 원제 ‘갈매기’는 갈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물에서 날아오르고 싶지만 물을 떠나 살 수 없는 새. 기성세대를 떠나려 날갯짓하지만 끝내 떠날 수 없는 젊은 세대를 은유한다. 이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지만 냉엄한 현실 앞에서 좌절하는 인간의 고뇌를 의미하기도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굉장히 우수합니다. 용모, 체격, 두뇌…. 한마디로 종족개량이 됐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이념과 편견, 갈등을 젊은 세대에 오염시키면 안 됩니다. 우린 이미 오염된 세대예요. 그들 스스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게 (우리는) 토대만 마련해주면 됩니다.” 그는 스스로를 신인연출가라 하지만 사실 연출 경력은 오래 전 시작됐다. 1980년대 극단 사조에서 ‘수전노’ ‘환상살인’ ‘달려라 토끼’ ‘가을소나타’를 연출하고 20년 전부터는 세종대, 가천대에 출강하며 학생들과 연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연출가로서 관객에게 제대로 작품을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연출가에겐 창의력, 응용력만큼이나 해석력이 필요합니다. 연출가라고 해서 작품을 마음대로 주물럭거려도 된다는 게 아니에요. 원작을 제대로 구현한 후 자기 세계를 개척할 수 있는 거죠. 연극은 관객과 소통하는 작업이기에 처음 보는 관객도 단박에 내용을 알 수 있게 만들도록 하겠습니다.”서울대 철학과 재학시절 대학 연극반에서 연극을 시작한 그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66년차 배우다. 지난해엔 86세의 나이로 ‘국내 최고령 리어왕’을 연기한 기록도 세웠다. “연기엔 끝이 없습니다. 완성도 없죠. 새로운 도전과 창조, 노력만 있습니다. 조금 더 잘하는 사람, 더 오래한 사람만 있을 뿐이지 그게 연기의 끝이고 완성은 아닙니다. 저 역시 아직 끝을 보진 못했어요. 성한 몸으로 대사를 외울 수 있을 때까진 해보려 합니다.” 내년 2월 5일까지, 6만~9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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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세기 풍자에 21세기 섞어… 관객 박장대소 목표”

    올해 탄생 400주년을 맞은 프랑스 출신 세계적 극작가 몰리에르(1622∼1673). 연극계에선 프랑스어를 ‘몰리에르의 언어’라고 표현할 만큼 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극작가다. 그가 남긴 여러 작품 중에서도 1671년 발표한 ‘스카팽의 간계’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탈리아 희극 코메디아 델라르테에 등장하는 스카피노에서 유래한 캐릭터 스카팽과 주변 인물을 통해 상류층의 탐욕과 편견을 조롱하는 희극이다. 한국에선 국립극단이 2019년 연극 ‘스카팽’을 초연했다. 당시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각색과 독특한 마임이 돋보이는 연출로 호평을 받으며 제56회 동아연극상 무대예술상을 받았다. 관객 요청으로 2020년에 이어 올해 다시 무대에 오르면서 지금은 명실상부한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가 됐다. 다음 달 25일까지 공연되는 ‘스카팽’의 임도완 연출가(63)를 공연이 열리고 있는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최근 만났다. 초연부터 연출을 맡아온 그는 “주로 상류층을 풍자하는 글을 썼던 몰리에르는 서양을 대표하는 희극 작가다. 오래전부터 지배층에 대한 풍자와 조롱은 서민들의 오락거리가 돼 왔다”고 했다. 임도완의 ‘스카팽’은 독특하다. 막이 오르면 몰리에르(성원)가 무대 위에 오른다. 원작 ‘스카팽의 간계’에는 없는 인물이다. 몰리에르가 자신과 작품을 소개하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몰리에르가 셰익스피어처럼 유명하지 않다. 몰리에르를 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설정”이라고 말했다. 재벌인 아르강트(문예주 이혜미)와 제롱트(김명기)가 자녀의 정략결혼을 결정하고 여행을 떠난 사이, 그들의 자녀들은 각자 신분도 모르는 사람들과 사랑에 빠진다. 자녀들은 제롱트의 하인 스카팽(이중현)에게 도움을 청하고, 약간의 사심을 담은 스카팽의 작전이 시작되며 웃음을 유발한다. 임도완의 ‘스카팽’은 동시대적 감각이 담겼다. 대사나 상황에 최근 이슈나 유행어를 넣는 방식으로 대폭 각색했다. 지난 공연 때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반일감정에서 비롯된 유니클로 불매 운동을, 이번 공연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 논문 표절을 넣었다. 그는 “몰리에르가 살았던 17세기 프랑스 사회에 대한 풍자를 그대로 가져와선 안 될 것 같았다. 지금 우리가 쓰는 언어와 이슈를 섞어야 (원작이 의도한) 코미디가 살아나지, 그렇지 않으면 죽은 연극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2시간 남짓한 공연 시간 내내 관객들을 쉼 없이 웃기는 ‘스카팽’. 예순을 넘긴 연출가의 목표도 오직 ‘관객의 박장대소’다. “어떤 관객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원래 울어야 하는 날인데 하루 종일 웃었다’고요. 가뜩이나 사회도 경제도 안 좋은데 공연 보는 시간만이라도 관객들이 유쾌하게 즐기셨으면 합니다.” 3만∼6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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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 풍자 담긴 연극 ‘스카팽’…“관객 박장대소가 목표”

    올해 탄생 400주년을 맞은 프랑스 출신 세계적 극작가 몰리에르(1622~1673). 프랑스어를 ‘몰리에르의 언어’라고 표현할 만큼 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극작가다. 그가 발표한 여러 작품 중에서도 1671년 초연된 ‘스카팽의 간계’. 이탈리아 희극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에 등장하는 스카피노에서 유래한 캐릭터 스카팽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상류계급의 탐욕과 편견을 조롱하는 이 작품은 몰리에르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한국에선 국립극단이 2019년 연극 ‘스카팽’을 초연했다.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각색과 독특한 마임이 돋보이는 연출로 호평을 받으며 제56회 동아연극상 무대예술상 등을 받았다. 관객 요청으로 2020년에 이어 올해 다시 무대에 오르면서 지금은 명실상부 국립극단의 레퍼토리가 됐다. 다음달 25일까지 공연되는 ‘스카팽’의 연출가 임도완(63)을 최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났다. 초연부터 연출을 맡아온 그는 “주로 상류층을 풍자하는 글을 썼던 몰리에르는 서양을 대표하는 희극 작가다. 오래 전부터 지배층에 대한 풍자와 조롱은 서민들의 오락거리가 되어 왔다”고 했다. 임도완의 ‘스카팽’은 독특하다. 막이 오르면 몰리에르(성원)가 무대 위에 오른다. 원작 ‘스카팽의 간계’에는 없는 인물이다. 몰리에르가 자신과 작품을 소개하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몰리에르가 셰익스피어처럼 유명하지 않다. 몰리에르를 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설정”이라고 말했다. 재벌인 아르강트(문예주 이혜미)와 제롱트(김명기)가 자녀의 정략결혼을 결정하고 여행을 떠난 사이 그들의 자녀들은 각자 신분도 모르는 사람들과 사랑에 빠진다. 자녀들은 제롱트의 하인 스카팽(이중현)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약간의 사심을 담은 스카팽의 작전이 시작되며 웃음을 유발한다. 임도완의 ‘스카팽’은 동시대적 감각이 담겼다. 대사나 상황에 최근 이슈나 유행어를 넣는 방식으로 대폭 각색했다. 지난 공연 때는 땅콩회항, 유니클로 불매 건을, 이번 공연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문 표절 등을 넣었다. 그는 “몰리에르가 살았던 17세기 프랑스 사회에 대한 풍자를 그대로 가져와선 안 될 것 같았다. 지금 우리가 쓰는 언어와 이슈를 섞어야 (원작이 의도한) 코미디가 살아나지 그렇지 않으면 죽은 연극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을 쉼 없이 웃기는 ‘스카팽’. 예순을 넘긴 연출가의 목표도 오직 ‘관객의 박장대소’다. “어떤 관객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원래 울어야 하는 날인데 하루 종일 웃었다’ 가뜩이나 사회도 경제도 안 좋은데 공연 보는 시간만이라도 관객들이 유쾌하게 즐기셨으면 합니다.”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3만~6만 원.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

    •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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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 된 빨간 벽돌집 ‘딜쿠샤’ 사연, 뮤지컬로 만난다

    서울 종로구 행촌동에는 100년 전 지은 빨간 벽돌집이 있다. 이름은 ‘딜쿠샤’. 산스크리트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이란 뜻을 가진 이 집엔 3·1운동을 처음 세계에 알린 미국 출신 언론인 앨버트 테일러(1875∼1948)와 그의 아내 메리 테일러(1889∼1982)가 살았다. 이 집을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 ‘딜쿠샤’가 다음 달 11∼23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초연된다. 뮤지컬 ‘딜쿠샤’를 기획한 건 뮤지컬 배우 양준모(42·사진). ‘딜쿠샤’를 기획한 그를 14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딜쿠샤는 기구한 운명을 지닌 집이에요. 철거 위기도 몇 번 있었죠. 하지만 최근까지 열몇 가구가 살았을 정도로 생명력이 끈질겨요. 무엇이 딜쿠샤를 100년 넘게 살아남게 했을까. 그게 궁금했습니다.” 2년 전 그는 우연히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딜쿠샤와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했다. 딜쿠샤에 매료된 그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를 수소문하다가 KBS 다큐공감 ‘희망의 궁전 딜쿠샤’(2013년)의 김세미 작가를 만난다. 김 작가는 이번에 뮤지컬 ‘딜쿠샤’의 각본도 썼다. “김 작가는 오랫동안 딜쿠샤를 취재한 분이에요. 각본 초고를 봤는데 인물 하나하나가 진짜 살아있는 느낌이었죠. 자료로만 딜쿠샤를 접한 사람에게선 나올 수 없는 호흡이었어요.”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하지만 ‘딜쿠샤’는 픽션이다. 가상의 인물 금자(하은섬)와 앨버트 테일러의 아들 브루스 테일러(최인형)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노숙자, 망개떡 장수, 미군 스파이…. 딜쿠샤에 살았던 인물들을 하나씩 만나다 보면 한국 근현대사를 훑게 되죠. 역사를 다루는 건 조심스럽지만 실재했던 이야기라는 점이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1999년 오페라 ‘마술피리’로 데뷔한 그가 뮤지컬 제작자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 6년 전이다. 오페라 ‘리타’ 연출가로 첫발을 내디뎠고 지난해에는 뮤지컬 ‘포미니츠’를 기획했다. ‘딜쿠샤’ 공연이 끝날 무렵 그는 다음 달 21일 개막하는 뮤지컬 ‘영웅’의 안중근 역으로 무대에 선다.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무대 작업이 좋습니다. 관객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한 이 작업을 멈추지 못할 겁니다.” 전석 2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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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윤찬 “보육원 등 음악 소외층 찾아 연주할것”

    “신이 있어서 제게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거라면, 음악회를 볼 기회가 없었던 분들을 직접 찾아가 음악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대단한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연주가) 그분들이 몰랐던 또 다른 우주를 열어드리는 과정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2 밴 클라이번 콩쿠르 역대 최연소 금메달의 주인공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생각한 음악가의 ‘대단한 업적’은 이랬다. 그는 콩쿠르 우승 직후 “콩쿠르 우승으로 인한 관심은 3개월짜리고 그리 대단한 업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대단한 업적은 콩쿠르에 나가서 운 좋게 1등 하는 것이 아니라 보육원이나 호스피스 병동, 몸이 불편하신 분들의 학교에 직접 찾아가 아무 조건 없이 연주하는 것”이라며 “저는 곧 그런 일들을 할 것이고 제가 원하는 대단한 업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임윤찬과 광주시립교향악단이 함께 작업한 공연실황 앨범 ‘베토벤, 윤이상, 바버’ 발매를 계기로 열렸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후 그가 내놓은 첫 앨범이다. 수록곡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가 포함됐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많이 듣다 보니 그때의 제 부족한 귀로는 (황제가) 화려하게만 들렸습니다. 최근 인류에게 큰 시련이 닥치면서, 매일 방 안에서 혼자 연습하며 ‘황제’를 들었습니다. 그저 자유롭고 화려한 곡이 아니라 베토벤이 꿈꿨던 유토피아 혹은 베토벤이 바라본 우주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공연실황을 녹음한 이번 앨범엔 임윤찬과 광주시향이 협연한 베토벤 ‘황제’뿐 아니라 광주시향이 연주한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 미국 작곡가 새뮤얼 바버(1910∼1981)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포함됐다. 또 공연 당시 임윤찬이 앙코르곡으로 선보인 스페인의 페데리코 몸포우(1893∼1987) ‘정원의 소녀들’,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스크랴빈(1872∼1915) ‘2개의 시곡’ 중 1번, ‘음악 수첩’도 담겼다. 임윤찬은 “솔로가 아니라 훌륭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첫 앨범을 내게 되어 자랑스럽다. 혼자였다면 하지 못했을 음악적인 부분을 채워주웠다”고 했다. 이어 “스튜디오 녹음은 자칫하면 너무 완벽하게 하려는 압박 때문에 오히려 음악이 수많은 가능성을 잃게 된다. 관객과 음악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음반으로 나온다는 게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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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앨범 낸 임윤찬 “음악기부, 베토벤이 꿈꿨던 우주 열어주는 일”

    “신이 있어서 제게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거라면, 음악회를 볼 기회가 없었던 분들을 직접 찾아가 음악을 나누는 것이야 말로 ‘대단한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연주가) 그분들이 몰랐던 또 다른 우주를 열어드리는 과정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2 밴 클라이번 콩쿠르 역대 최연소 금메달의 주인공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생각한 음악가의 ‘대단한 업적’은 이랬다. 그는 콩쿠르 우승 직후 “콩쿠르 우승으로 인한 관심은 3개월짜리고 그리 대단한 업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대단한 업적은 콩쿠르에 나가서 운 좋게 1등하는 것이 아니라 보육원이나 호스피스 병동, 몸이 불편하신 분들의 학교에 직접 찾아가 아무 조건 없이 연주하는 것”이라며 “저는 곧 그런 일들을 할 것이고 제가 원하는 대단한 업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임윤찬과 광주시립교향악단이 함께 작업한 공연실황 앨범 ‘베토벤, 윤이상, 바버’ 발매를 계기로 열렸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후 그가 내놓은 첫 앨범이다. 수록곡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가 포함됐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많이 듣다보니 그 때의 제 부족한 귀로는 (황제가) 화려하게만 들렸습니다. 최근 인류에게 큰 시련이 닥치면서, 매일 방 안에서 혼자 연습하며 ‘황제’를 들었습니다. 그저 자유롭고 화려한 곡이 아니라 베토벤이 꿈 꿨던 유토피아 혹은 베토벤이 바라본 우주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공연실황을 녹음한 이번 앨범엔 임윤찬과 광주시향이 협연한 베토벤 ‘황제’ 뿐 아니라 광주시향이 연주한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 미국 작곡가 사무엘 바버(1910~1981)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포함됐다. 또 공연 당시 임윤찬이 앙코르곡으로 선보인 스페인의 페데리코 몸포우(1893~1987)의 ‘정원의 소녀들’,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스크랴빈(1872~1915) ‘2개의 시곡’ 중 1번, ‘음악 수첩’도 담겼다. 임윤찬은 “솔로가 아니라 훌륭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첫 앨범을 내게 되어 자랑스럽다. 혼자였다면 하지 못했을 음악적인 부분을 채워주웠다”고 했다. 이어 “스튜디오 녹음은 자칫하면 너무 완벽하게 하려는 압박 때문에 오히려 음악이 수많은 가능성을 잃게 된다. 관객과 음악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음반으로 나온다는 게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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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 된 빨간 벽돌집에 얽힌 사연은?…양준모, 뮤지컬 ‘딜큐샤’ 예술감독 변신

    서울 종로구 행촌동에 가면 100년 전 탄생한 빨간 벽돌집이 있다. 이름은 ‘딜쿠샤.‘ 산스크리트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이란 뜻을 가진 이 집은 3·1운동을 처음 세계에 알린 미국 출신 언론인 앨버트 테일러(1875~1948)와 그의 부인 메리 테일러(1889~1982)가 살았던 곳이다. 행촌동 빨간 벽돌집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딜쿠샤’가 다음달 11~23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딜쿠샤’ 기획을 처음 떠올린 건 뮤지컬 배우 양준모(42). 그는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웃는 남자’ 등의 무대에 선 배우인 동시에 뮤지컬 기획자이기도 하다. ‘딜쿠샤’ 개막을 앞두고 14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100년 전 지어진 딜쿠샤는 기구한 운명을 지닌 집이에요. 철거 위기도 몇 번 있었죠. 하지만 최근까지도 열 몇 가구가 살았을 정도로 생명력 또한 끈질겨요. 무엇이 딜쿠샤를 100년 넘게 살아남게 했을까. 그게 궁금했습니다.” 2년 전 그는 우연히 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 딜쿠샤와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딜쿠샤에 강하게 매료된 그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를 수소문하다 김세미 작가를 만났다. KBS 다큐공감 ‘희망의 궁전 딜쿠샤’(2013년)의 작가인 김 작가는 이번 뮤지컬 ‘딜쿠샤’의 각본까지 썼다. “작가님은 오랫동안 딜쿠샤를 취재해왔기에 스토리를 너무 잘 알고 있었어요. 뮤지컬 각본 초고를 봤는데 인물 하나하나가 진짜 살아있는 느낌이었죠. 딜쿠샤를 자료로만 접한 사람에게선 나올 수 없는 호흡이었어요.”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하지만 ‘딜쿠샤’는 픽션이다. 가상의 인물 금자(하은섬)와 앨버트 테일러의 아들 브루스 테일러(최인형)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딜쿠샤를 만든 사람부터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 또 그곳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노숙자, 망개떡 장수, 미군 스파이…. 딜쿠샤에 살았던 인물들을 하나씩 만나다보면 한국 근현대사를 훑게 되죠. 역사를 다루는 건 언제나 조심스럽지만 실재했던 이야기라는 것에서 사람을 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1999년 오페라 ‘마술피리’로 데뷔한 성악가이자 배우인 그가 뮤지컬 제작자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 2016년. 당시 오페라 ‘리타’를 연출하면서 제작자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해 뮤지컬 ‘포미니츠’에 이어 ‘딜쿠샤’까지. 그가 연출, 제작에 관여한 작품만 3개다. 창작 파트너는 맹성연 작곡가로 그의 아내이기도 하다. 앞선 두 작품에 이어 ‘딜쿠샤’에도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그는 “서로의 개인 작업도 모니터해주는 사이니까 누구보다 스타일을 잘 안다. 그러다보니 이젠 가장 마음이 잘 맞는 창작 파트너가 됐다”고 했다.‘딜쿠샤’ 공연이 끝날 무렵, 다음달 21일 그는 뮤지컬 ‘영웅’의 안중근 역으로 무대에 선다. 다시 배우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는 “배우든 제작자든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 관객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다면 몸은 좀 힘들지라도 기분이 너무 좋아 이 작업을 멈추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전석 2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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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겜’ 오영수 강제추행혐의 기소… 본인은 부인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에 출연했던 배우 오영수 씨(78·사진)가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송정은)는 24일 오 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오 씨는 2017년 피해 여성 A 씨의 신체를 부적절하게 접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오 씨는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A 씨가 오 씨를 고소해 경찰이 오 씨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후 경찰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으로 추가 수사를 진행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A 씨가 이에 불복해 이의를 신청하자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기소했다. 동아일보는 오 씨 측의 해명을 듣고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4일부터 시작된 오 씨가 출연한 규제혁신 광고의 송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문체부 측은 “출연료 반납 등의 문제는 재판 결과가 나온 뒤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내년 1월로 예정됐던 한 지방 공연도 오 씨의 출연이 취소됐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성남=공승배 기자 ksb@donga.com}

    • 2022-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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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겜’ 오영수, 강제추행 혐의 기소… 혐의 부인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출연했던 배우 오영수 씨(78·사진)가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송정은)는 24일 오 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오 씨는 2017년 피해여성 A 씨의 신체를 부적절하게 접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오 씨는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2월 오 씨를 고소해 경찰이 오 씨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으로 경찰이 추가 수사를 진행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A 씨가 이에 불복해 이의를 신청하자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기소했다. 동아일보는 오 씨 측의 해명을 듣고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4일부터 시작된 오 씨가 출연한 규제혁신 광고의 송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문체부 측은 “출연료 반납 등의 문제는 수사 결과가 나온 뒤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내년 1월에 예정됐던 한 지방 공연도 오 씨의 출연이 취소됐다. 1963년 극단 광장에서 연기를 시작한 오 씨는 1987~2010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50여 년간 200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한 그는 지난해 ‘오징어 게임’에 출연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올 1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처음으로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성남=공승배 기자 ksb@donga.com}

    •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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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원한 가창력-강렬한 앙상블 군무

    미국 뉴욕 맨해튼의 슬럼가를 재현한 무대. 막이 오르면 폴란드계 백인 청년 갱단 ‘제트’와 남미 푸에르토리코계 갱단 ‘샤크’가 맞붙는 장면이 펼쳐진다. 틈만 나면 다투는 두 갱단을 화해시키고자 뉴욕 경찰이 개최한 무도회에서 제트 출신인 토니(김준수 박강현 고은성)와 샤크의 리더 베르나르도(김찬호 임정모)의 여동생 마리아(한재아 이지수)가 첫눈에 반해 춤을 춘다. 원수처럼 으르렁대는 두 갱단 소속의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17일 개막한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가 2007년 국내 공연 후 15년 만에 관객을 만났다. 1957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의 원작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몬터규와 캐풀렛 가문은 제트와 샤크 갱단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은 토니와 마리아의 사랑으로 변주됐다. ‘웨스트사이드스토리’는 당대 최고 창작자들이 함께 빚어낸 명작으로도 유명하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로프’로 유명한 아서 로렌츠가 각본을 쓰고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을 맡았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 원작자인 스티븐 손드하임이 작사를, 조지 발란신의 뒤를 이어 뉴욕시립발레단 2대 예술감독에 올랐던 제롬 로빈스가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 이야기는 갈등과 분노, 증오만 존재하던 두 갱단 사이에 사랑이란 감정이 끼어들면서 생겨나는 균열을 따라간다. 의도치 않게 시작된 토니와 마리아의 사랑은 걷잡을 수 없는 엄청난 분열을 낳고 상황은 점점 비극으로 치닫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기승전결을 벗어나진 않아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 서사에 화려함과 독창성을 더하는 건 노래와 안무다. 김준수, 박강현, 김소향 등 가창력이 돋보이는 배우들은 높고 낮은 음역대를 자유롭게 오가는 넘버들을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20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완성되는 음악은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댄스 뮤지컬의 효시라 불릴 정도로 ‘웨스트사이드스토리’에선 춤이 중요하다. 주·조연뿐 아니라 앙상블 배우에게도 각각 배정된 안무가 있을 정도다. 특히 1막 초반 제트와 샤크가 한데 어우러져 선보이는 앙상블 군무 장면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푸른색 계열의 의상을 맞춰 입은 제트와 붉은색 계열의 샤크가 양쪽으로 나뉘어 시원시원한 군무를 펼친다. 애크러배틱을 연상케 하는 안무 동작은 큼직할 뿐 아니라 정교하다. 다만 안무 강도가 너무 높은 나머지 군무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마이크로 배우들의 숨소리가 전해지는 건 아쉽다. 내년 2월 26일까지, 7만∼16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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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렬한 앙상블 군무…15년만에 돌아온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미국 뉴욕 맨해튼의 슬럼가를 그대로 재연한 무대, 폴란드계 백인 청년 갱단 ‘제트’와 남미 푸에르토리코계 갱단 ‘샤크’가 맞붙는 장면으로 공연은 시작된다. 틈만 나면 다툼이 벌어지는 두 갱단을 화해시키기 위해 열린 무도회에서 제트 출신인 토니(김준수 박강현 고은성)과 샤크의 리더 베르나르도(김찬호 임정모)의 여동생 마리아(한재아 이지수)가 첫 눈에 반해 춤을 춘다. 원수처럼 으르렁대는 두 갱단 소속의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1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가 2007년 국내 공연 이후 15년 만에 관객을 만난다. 1957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유명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작으로 한다. 몬태큐와 캐퓰릿 두 가문 간 갈등은 제트와 샤크 두 갱단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은 토니와 마리아의 사랑으로 변주된다. 초연 당시 최고의 창작자들이 함께 빚어낸 마스터피스로도 유명하다. 알프레도 히치콕의 영화 ‘로프’로 유명한 아서 로렌츠가 쓴 각본에 뉴욕 필하모닉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을 맡았다. 뮤지컬 ‘스위니토드’ 원작자로 유명한 스티븐 손드하임이 작사를, 조지 발란신의 뒤를 이어 뉴욕시립발레단 2대 예술감독에 올랐던 제롬 로빈스가 연출·안무를 맡았다. 이야기는 갈등과 분노, 증오만 허용됐던 두 갱단 사이에 사랑이란 감정이 끼어들면서 생겨나는 균열을 따라간다. 의도치 않게 시작된 토니와 마리아의 사랑은 겉잡을 수 없는 엄청난 분열을 낳게 되고 상황은 점점 비극으로 치닫는다. ‘로미오와 줄리엣’ 속 기승전결을 벗어나지 않아 자칫 단조롭다 느낄 수 있는 서사에 화려함과 독창성을 더하는 건 노래와 안무다. 김준수, 박강현, 김소향 등 가창력이 돋보이는 배우들은 높고 낮은 음역대를 자유롭게 오가는 넘버들을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20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완성되는 음악은 무대를 가득 채운다. 댄스 뮤지컬의 효시라 불릴 정도로 ‘웨스트사이드스토리’에선 춤이 중요하다. 주·조연뿐 아니라 앙상블 배우에게도 각각 맞는 안무가 있을 정도다. 특히 제트와 샤크가 한데 어우러져 선보이는 앙상블 군무 장면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푸른 계열의 의상을 맞춰 입은 제트와 붉은 계열의 샤크가 양쪽으로 나뉘어서 시원시원한 군무를 펼쳐낸다. 아크로바틱을 연상케 하는 동작들은 큼직할 뿐 아니라 정교하다. 안무 강도가 강렬해 군무 씬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 마이크로 배우들 숨소리가 전해질 정도다. 내년 2월 26일까지, 7~16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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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목적없는 몰입’에 흠뻑 빠지고 보니

    일본 아사히신문사 기자로 일하다 논설위원, 편집위원을 지내고 50세에 은퇴한 저자에겐 배우자도 자녀도 없다. ‘상사의 갑질’ ‘워라밸’이란 용어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하루하루를 꽉 채워 살았던 그에게 텅 빈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그렇게 저자는 은퇴 후 피아노를 만나게 됐다. 초등학생 때 처음 배운 피아노. 끝 모르게 이어지는 연습과 매서운 선생님을 견디지 못한 기억이 먼저 떠올랐다. 성실하게만 하면 잘 칠 수 있겠거니 하는 자신감은 있었다. 하지만 40년 만에 만난 피아노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더구나 콩쿠르나 연주회, 음대 진학 같은 구체적인 목표도 없었다.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저자는 피아노와 울고 웃으며 한바탕 격투를 벌인다. 피아노를 통해 저자는 비로소 ‘목적 없는 몰입’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우선하는 직장과 사회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더 많은 결과물을 내길 요구 받았던 저자는 삶의 패턴을 바꿔 인생을 즐기는 법을 찾는다. “인생에는 이런 세계도 존재했던 것이다. 목표가 없어도, 어딘가를 향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 무작정 노력하는 그 자체로 즐거운 세계가.” 악보에 적힌 손가락 번호를 필사적으로 읽으며 건반을 누르고, 노안 때문에 악보를 두 배로 확대해야 하는…. 이 웃기고도 슬픈(?) 해프닝들은 피아노에 얽힌 사연이지만 결코 피아노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피아노를 통해 얻은 저자의 삶에 대한 통찰, 태도가 담겼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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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망의 화신’ 러빗 부인은 나이들수록 익어가는 역할…저도 ‘욕망’엔 꽤 집요한편”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따뜻하고 실력 있는 신경외과 의사 채송화 역으로 큰 사랑을 받은 배우 전미도(40)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인육파이를 만들어 파는 무시무시한 여성으로 변신한다.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를 통해 4년 만에 대극장 뮤지컬 주인공(러빗 부인)으로 돌아온 그를 1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그 나이가 아니면 못 하는 역할이 있고 나이가 들수록 익어가는 역할이 있는데 ‘러빗 부인’은 후자에 가깝다”고 했다. 1979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스위니 토드’의 배경은 19세기 영국 런던. 아내,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던 평범한 이발사 벤저민 바커는 아내와 딸을 빼앗고 누명을 씌워 자신을 추방시킨 터빈 판사(김대종 박인배)에게 복수하고자 스위니 토드(강필석 신성록 이규형)로 변신한다. 러빗 부인(전미도 김지현 린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의 복수를 돕는 인물이다. “나이가 들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잖아요. 예전엔 러빗 부인의 행동을 블랙코미디로만 생각했어요. 이젠 여자 홀로 힘겹게 살다가 흠모하는 남자와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그녀의 욕망이 현실적으로 이해되더라고요.” 러빗 부인은 극 중 어느 인물보다 목적이 뚜렷하고 욕망이 강한 캐릭터다. 스위니 토드와 사랑을 이루고 장사로 돈을 많이 벌어 풍족하게 살고 싶다는 꿈이 있다. 해외 여러 프로덕션에서 억척스럽고 우악스러운 이미지의 배우가 많이 연기했던 캐릭터다. “채송화와 정반대의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물론 저도 러빗 부인과 닮은 점이 있어요. 무언가를 이뤄내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 욕망에 대해선 꽤 집요한 편이거든요.(웃음)” ‘스위니 토드’는 미국 출신 음악가 스티븐 손드하임(1930∼2021)의 기괴하고 독특한 곡으로도 유명하다. 음정과 박자가 나아가는 패턴이 일반적이지 않은 그의 곡은 직접 노래를 부르며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에겐 악명이 높다. “박자가 많이 쪼개지고, 맞는지 틀린지 애매한 음정도 많죠. 근데 여러 번 듣다 보면 그렇게 쓴 이유를 알게 돼요. 인물의 정서를 수학적으로 표현한다고 할까. 들을 때마다 새로운 뉘앙스를 찾는 재미가 있어요. (곡이)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아요. 다른 배우들 넘버도 다 외워서 부를 정도로요.” 드라마로 큰 인기를 얻었지만 전미도는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2006년)로 데뷔해 10여 년간 주로 무대에서 활약해 왔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2008년), ‘메피스토’(2014년), 뮤지컬 ‘영웅’(2009년), ‘닥터 지바고’(2012년) ‘원스’(2014년), ‘맨 오브 라만차’(2015년), ‘어쩌면 해피엔딩’(〃) 등에서 탄탄한 연기로 신뢰를 쌓았다. “대극장에 서기엔 키도 크지 않고 얼굴도 작은 편이에요. 굽 높은 신발을 신어보기도 했는데 신체적 한계는 극복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 대신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데 집중합니다. 무대에서 커 보인다는 칭찬을 들을 때 기분이 가장 좋아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배우를 꿈꿨던 그에겐 목표가 있다. 80세까지 연기하는 것이다. 2011년 연극 ‘3월의 눈’에서 배우 장민호(1924∼2012)의 연기를 본 후에 생긴 목표다.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장민호 선생님은 배우 같지 않고 시골에 살고 계신, 극 중 할아버지 그 자체 같았어요. 무대배우가 가진 특유의 화술, 발성에 구애받지 않고 연기하셨죠. 저도 (배우로서) 그 지점을 향해 가고 싶습니다.” 내년 3월 5일까지, 6만∼15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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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전 쓴 첫 ‘장진표 코미디’, 2022년에도 통할지 긴장돼요

    “더 나이 들면 못 할 것 같아서….” 영화감독 겸 연극연출가인 장진(51)은 26일 개막하는 연극 ‘서툰 사람들’을 10년 만에 연출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가 ‘서툰 사람들’ 대본을 처음 쓴 건 스물세 살 군 복무 시절. 제대를 3주 남기고 쓰기 시작해 제대 5일 전 완성했다. 1995년 서울연극제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흥행에 성공하며 20대 중반의 장진을 연극계 스타로 만들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연습실에서 15일 만난 그는 “사실 이 작품은 지금 제게 ‘내 인생에서 버리느냐 가져가느냐’ 기로에 서 있다. 늦기 전에 한 번은 하고 가야겠다는 마음에서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툰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상황에 갇힌 어수룩한 인물들이 뒤엉키며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다. 여교사 화이(김주연 최하윤 박지예)가 사는 독신자 아파트에 어설픈 좀도둑 덕배(이지훈 오문강 임모윤)가 침입한다. 여기에 기러기아빠 등 1인 3역으로 출연하는 멀티맨(이철민 안두호)까지 합류해 한바탕 난장판이 벌어진다. “처음 대본을 쓴 건 약 30년 전, 마지막 연출도 무려 10년 전입니다. 그만큼 수정할 게 많았어요. 과거의 나는 참 해맑았는지 캐릭터와 장면이 과하게 달달해요.(웃음) 관객에게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모양새도 꼴 보기 싫어 일부 들어냈습니다.” 그가 ‘언어극’이라 표현할 정도로 ‘서툰 사람들’에는 대사가 많다. 배우 3명이 110분간 퇴장도, 암전도 없이 오로지 언어로만 무대를 채운다. 그는 “감정에 집중하면서 뒤에 딸려오는 말을 쉬이 내뱉을 수 있는, 소위 말해 ‘언어가 되는 배우’ 위주로 꾸렸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 출연한 배우들은 27년 지기 이철민을 제외하곤 모두 ‘새 배우’다. 지난해 말부터 대학로를 돌아다녔던 그는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일일이 대본을 건넸다고 한다. 그는 “수면 위에 떠오르진 않았지만 가능성이 충분한 배우들이다. 서로 함께 즐기며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영화 ‘기막힌 사내들’(1998년) ‘간첩 리철진’(1999년) ‘킬러들의 수다’(2001년), 동명 영화로도 제작된 연극 ‘웰컴 투 동막골’(2002년) ‘박수칠 때 떠나라’(2000년)와 ‘허탕’(1995년)…. 대학로와 충무로를 넘나들며 만든 작품들은 ‘장진표 코미디’란 수식어를 낳으며 인기를 끌었다. 그중에서도 ‘서툰 사람들’은 1995, 2007, 2012년 공연될 때마다 수많은 관객을 웃겨왔다. 2020년대 관객에게도 ‘장진표 코미디’는 통할까. “정말 모르겠습니다.(웃음) 내 기억 속 관객들은 분명 반응했는데…. 나는 이 시대의 관객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을까? 설렘보단 긴장이 큽니다.” 못 웃길까 봐 걱정되지만 그는 품격만은 끝까지 놓지 않고 싶다고 했다. 그는 “품격 있는 코미디는 ‘어떤 사람이 특정한 상황에선 그럴 수도 있다’는 과학적 인과관계에서 나오는 웃음”이라며 “억지 웃음을 만들려고 영혼을 파는 게 아니다. 그만큼 코미디는 어려운 장르”라고 말했다. “저 역시 나이가 들수록 몸과 생각, 감각이 노쇠하고 있습니다. 지구상에 우디 앨런(미국의 영화감독)은 한 명뿐일 텐데…. 계속해서 그런 코미디를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희망은 가지고 가려 합니다.” 내년 2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3관, 전석 5만5000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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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401개 붉은 작품으로 우크라를 위로한다… 전병삼의 ‘리드림’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쏟아진 포격에 부상당한 18개월 아기를 품에 안고 응급실로 뛰어 들어오는 뉴스를 봤습니다. 5년 전 어린 아들을 하늘로 보냈던 내가 떠올라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국내에서 활동하는 설치미술 작가 전병삼(45)이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해 제작한 작품 ‘리드림(REDREAM)’을 공개했다. 서울 강남구 슈페리어 갤러리에서 10일 선보인 ‘리드림’은 전 작가가 8개월간 작업한 대형 설치미술 작품이다. 가로 11cm 세로 11cm의 붉은 정사각형 소형 작품 5401점이다. 소형 작품의 개수이기도 한 ‘5401’은 러시아 침공으로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 수(5401명)를 의미한다.가로 10cm, 세로 4cm의 붉은 양귀비 꽃 사진이 인쇄된 종이 108장이 소형 작품 하나마다 각각 들어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양귀비는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꽃’이라고 한다. 양귀비가 그려진 이 사진에는 ‘나의 마음이 항상 당신과 함께 합니다(MY HEART IS ALWAYS WITH YOU)’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다. 전 작가는 당초 이번 작품을 자비로 제작하려 했다. 하지만 작품을 만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600여 명의 시민이 후원하거나 작업 현장에서 직접 전 작가를 도왔다. 이날 프리뷰 전시를 진행한 전 작가는 2t 가량 되는 작품을 갖고 25일 폴란드 바르샤바 인근 우크라이나 난민 캠프로 이동해 공식 전시와 기자회견을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후엔 관련 기관에 작품 전체를 기증할 예정이다. 전 작가는 “전쟁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우크라이나인에게 선물할 이 작품은 제작에 동참한 사람들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그들과 함께 한다는 ‘인류애’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홍익대에서 조각을 전공한 전 작가는 일상의 평범한 사물을 활용한 대형 미술작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대표작으로는 이발소 회전간판 200대를 연결한 ‘BARBERSHOP WONDERLAND’와 강풍을 날리는 선풍기 100대를 설치한 ‘THE MEN WITH FIVE TONGUES’ 등이 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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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기하며 ‘공감’ 배워… 점점 인간적인 사람으로”

    “평범하지만 판타스틱하고 경쾌하지만 무시무시한 이야기!” 배우 황석정(51)은 한창 연습 중인 연극 ‘빛나는 버러지’에 대한 설명을 이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에서 29일 초연되는 ‘빛나는 버러지’는 영국 출신 극작가 필립 리들리가 쓴 3인극이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7일 만난 그는 “오랜만에 섬뜩한 이야기를 마치 자전거 타고 산책하듯, 마트에서 쇼핑하듯 아주 산뜻하게 풀어낸 수작을 만났다”며 웃었다. 2015년 영국 런던의 소호극장에서 초연된 ‘빛나는 버러지’는 주거 문제라는 외피에 담긴 인간의 욕망을 그렸다. 무주택자 부부 질(송인성 최미소)과 올리(배윤범 오정택)에게 시청 공무원 미스 디(황석정 정다희)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꿈의 집 창조를 통한 사회재생’이라는 슬로건을 설파하는 미스 디는 부부에게 ‘공짜 집’ 계약서를 내민다. “미스터리한 인물인 미스 디는 다 큰 어른도 ‘어린이 여러분’이라 불러요. 가난으로 약해진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거죠. 미스 디는 마치 구원자처럼 나타난 겁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격언처럼 공짜 집에도 대가가 따른다. 입주 직후부터 집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 어느 날 집에 노숙자가 침입하고, 놀란 부부는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하지만 노숙자가 죽어갈수록 집이 좋아진다는 걸 깨닫는다. 살인할수록 풍요해지는 집에서 부부는 죄책감과 공포감을 잊게 된다. “부부는 원하는 걸 얻기 위해 희생을 합리화해요. 작품에선 살인이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우리가 더 좋은 걸 갖기 위해 하는 일들이 다른 사람의 희망을 뺏고 있진 않을까요?” 황석정은 강렬하고 범상치 않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왔다. 현란한 말투와 몸짓을 구사하는 짝퉁 핸드백 판매업자(KBS 미니시리즈 ‘비밀’), 엄격하기로 악명 높은 재무부장(tvN 드라마 ‘미생’) 등 맡은 역마다 강한 인상을 남겼다. “처음엔 평범한 연기는 아예 하지 못했어요. 사랑을 많이 못 받고 자라 그런지 ‘아름답다’ 같은 말도 대학 졸업 때까지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연기자는 그런 말을 잘 구사해야 하잖아요. 그게 너무 괴로웠어요.” 표현할 줄 몰랐던 그는 연기를 하면서 표현이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경력이 쌓일수록 그토록 어려웠던 연기도 몸에 밴 듯 편해졌다. “꾸준히 연기를 하면서 인간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연기가 타인과 교감할 수 있는 통로가 된 셈이죠.” 주로 드라마, 영화에서 활동하던 그는 최근 대학로로 돌아와 다시 ‘무대 맛’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연극 ‘일리아드’ ‘천변카바레’ 등 1인극만 3편에 연달아 출연했다. “예전엔 무대에 서는 게 부담스럽고 스트레스 받고 신경 쓰였는데 지금은 너무 자유롭고 즐거워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이제 내겐 무대가 곧 놀이터예요.” 내년 1월 8일까지, 전석 5만5000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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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석정 “예전 대학로 연극판서 남자역할만 맡은 이유는…”

    “평범하지만 판타스틱하고 경쾌하지만 아주 무시무시한 이야기!” 배우 황석정(51)은 한창 연습 중인 자신의 차기작 연극 ‘빛나는 버러지’를 이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29일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빛나는 버러지’는 영국 출신 극작가 필립 리들리가 쓴 3인극으로 지난해 낭독공연에 이어 올해 초연을 앞두고 있다.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섬뜩한 이야기를 마치 자전거 타고 산책하듯, 마트에서 쇼핑하듯 산뜻하게 풀어낸 수작”이라며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이야기라 보는 관객들도 숨통이 확 트이는 기분일것”이라고 했다. 2015년 영국 런던의 소호극장에서 초연된 ‘빛나는 버러지’는 주거 문제라는 외피에 담긴 인간의 욕망을 주제로 한 희곡이다.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무주택자 부부 질(송인성 최미소)과 올리(배윤범 오정택)에게 시청공무원 미스 디(황석정 정다희)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황석정이 연기하는 미스 디는 ‘꿈의 집 창조를 통한 사회재생’이라는 슬로건을 반복적으로 설파하는 시청 공무원. 시종일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미스 디는 질과 올리 부부에게 ‘공짜 집’ 계약서를 내민다.“미스 디는 극중에서 다 큰 어른한테도 ‘어린이 여러분’이라 불러요. 가난으로 나약해진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말이죠. 아무리 노력해도 더 올라설 수 없는 계단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구원자가 나타나 손 잡아주길 바라잖아요. 미스 디는 무주택자 부부에게 구원자처럼 접근한 겁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오랜 격언처럼 부부가 살게 된 공짜 집에도 대가는 따랐다. 입주 후부터 부부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날 집에 노숙자가 침입하게 되고, 놀란 부부는 그를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근데 노숙자들이 하나씩 죽어나갈수록 부부는 집 내부의 인테리어나 주변 환경이 좋아진다는 걸 깨닫게 된다. 살인할수록 풍요해지는 이상한 집에서 부부는 어느 새 공포감과 죄책감을 잊게 된다. 마침내 부부는 효율적 살인까지 계획하게 된다.“질과 올리도 처음엔 두려웠겠지만 점점 당연한 일이 됩니다. 나중엔 더 좋은 걸 얻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합리화하죠. 작품에선 살인으로 표현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우리가 더 좋은 걸 갖기 위해 하는 일들이 다른 사람의 희망을 뺏고 있진 않을까요.”‘빛나는 버러지’의 미스 디처럼 황석정은 주로 강렬하고 범상치 않은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현란한 말투와 몸짓을 구사하는 짝퉁 핸드백 판매업자(KBS 미니시리즈 ‘비밀’), 후배들에게 엄격하기로 악명 높은 재무부장(tvN 드라마 ‘미생’) 등 그는 연기하는 캐릭터마다 강한 인상을 남겼다.“데뷔 초엔 평범한 연기는 아예 하지도 못했어요. 사랑을 많이 못 받고 자라 그런지 ‘아름답다’ ‘사랑한다’ 같은 말도 대학 졸업할 때까지 스스로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연기를 하면 그런 말을 잘 구사해야 하잖아요. 그게 너무 괴로운 거예요. 그래서 감정 연기를 주로 해야 하는 사람보다는 신이나 동물 같은 특이한 역을 주로 맡았죠.” 표현할 줄 몰랐던 그는 연기를 하면서 비로소 표현이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연기 경력이 쌓일수록 처음엔 그토록 어려웠던 평펌한 인물 연기도 몸에밴듯 편해졌다. “꾸준히 연기를 해왔던 것이 그나마 저를 인간적인 사람으로 만들었어요. 제겐 연기가 타인과 교감할 수 있는 통로가 됐죠.” 드라마, 영화 등 주로 매체 연기자로 활동하는 그는 원래 대학로에서 시작한 무대 배우다. 하지만 개성이 강한 외모와 직설적인 말투와 성격… 대학로 연극판에서 그에게 주어지는 배역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예전 여배우들 맡는 역은 주로 사랑스럽고 청초했잖아요. 전 ‘너같이 생긴 X이 어떻게 무대에 올라가냐’는 소리도 들었어요.(웃음) 제게 주어지는 배역이 많지 않았어요. 주로 남자 역을 많이 맡아서 그런지 남자배우인줄 아는 사람도 많았죠. 그땐 연극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어요.” 최근 그는 대학로로 돌아와 다시 무대 맛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연극 ‘일리아드’ ‘천변카바레’ 등 1인극만 3편을 연달아 올렸다. “예전엔 무대 서는 게 부담스럽고 스트레스 받고 신경 쓰이고 그랬는데 지금은? 너무 자유롭고 즐거워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이제 제겐 무대가 놀이터입니다.” 내년 1월 8일까지, 전석 5만5000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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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란과 상실의 끝에서, 우린 무엇을 원하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매년 18만여 명이 찾는다. 800km가 넘는 길의 끝에는 예수의 제자 성 야고보의 유해가 안치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성당이 있다. 순례자들은 그곳에서 구원을 얻을 거라 생각한다. 산티아고의 반대 방향인 극동 시베리아로 순례를 떠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무엇을 원하는 사람일까.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27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은 시베리아를 향해 걷는 순례자 ‘그’(전선우)를 관찰하는 오호츠크 해상의 기후탐사선 소속 연구원 AA(이은정)와 BB(정슬기)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정진새 연출가가 희곡을 썼다. 시대적 배경은 ‘2020년 그 이후 언젠가’. 가상과 실재가 뒤섞여 순례도 온라인으로 하는 시대에 오프라인 시베리아 순례에 오른 그가 등장하며 극이 시작된다. 극은 촘촘한 기승전결을 갖춘 서사라기보단 두 연구원의 대화에 작가의 생각이 여기저기 담기는 형식이다.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사람들의 대화로 구성된 2인극이라는 점에서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가 쓴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와 닮았다. ‘극동…’은 팬데믹과 기후위기를 겪은 인류의 혼란을 담았다. 재난 속에서 세계는 점멸하게 돼 있다. 이를 은유하는 연극적 장치로 장내는 50회 이상 암전된다. 시베리아에 가까워질수록 순례자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혼란과 상실, 고립의 끝에서 순례자는 어떤 선택을 할까. 정 연출가는 “휴머니즘의 재확인,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극을 마무리하고 싶진 않았다.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석 3만5000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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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원의 길’ 산티아고, 그 반대 방향에는 무엇이 있을까?

    예수의 제자 성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됐다고 알려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매년 18만 명이 찾는다. 800km가 넘는 길을 걸으면 순례의 끝,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성당에 도착한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신을 만나 구원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산티아고의 반대방향, 극동 시베리아로 순례를 떠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무엇을 원하고 믿는 사람일까. 천국과 구원이 아닌 그 반대의 것을 염원하는 건 아닐까. 2~27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은 거꾸로 향하는 순례자에 관한 이야기다. 극동 시베리아로 순례를 떠난 ‘그’(전선우)와 ‘그’를 관찰하는 두 사람이 등장한다. 극은 주로 오호츠크 해상의 기후탐사선에 타고 있는 기후연구원 AA(이은정)와 BB(정슬기)가 ‘그’의 발자취를 좇으며 대화를 나눈 방식으로 진행된다. 배경은 2020년으로부터 얼마가 지난 그 이후다. 인공지능(AI), 멀티버스 등의 기술이 고도화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마구 뒤섞여 있다. 마치 게임 속 캐릭터처럼 순례도 온라인으로 한다. 다들 온라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선택하는 와중에 홀로 극동 시베리아로 ‘직접’ 순례를 떠나는 ‘그’가 등장한 것이다. 두 사람은 ‘그’의 행방을 두고 온갖 의견, 추측, 생각을 쏟아낸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대부분 ‘그’에게서 출발한 이야기지만 반드시 ‘그’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실존을 추구하는 AA와 가상을 받아들인 BB가 크고 작은 주제에 관해 논쟁을 벌인다. 실존과 가상이 뒤섞인 미래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지라 극은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나 혼란 그 자체다. 기승전결을 갖춘 촘촘한 서사를 구축하기 보다는 작가의 여러 생각이 두 사람의 대화에 심긴 방식이다. 하지만 극동 시베리아로 향하는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진 않는다. 극이 진행될수록 관객들은 순례의 끝에서 ‘그’가 맞게 될 어떤 결말을 상상하게 된다. 희곡을 쓰고 연출한 정진새는 “팬데믹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뒤섞인 혼란의 시대를 기록하는 차원으로 쓴 작품”이라고 했다. 작품은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가 쓴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원형을 닮았다. 미지의 누군가를 기다리는(혹은 지켜보는) 사람들의 대화로 이루어진 2인극이라는 점에서다. ‘고도를 기다리며’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화된 세계에서 난민처럼 버려진 이들의 상실을 그렸다면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은 팬데믹과 기후위기 같은 전 지구적 재난을 겪는 인류의 혼란을 담았다. 재난 속에서 세계는 점멸하게 돼있다. 이를 은유하기 위한 연극적 장치로 90분가량의 연극에서 암전은 50회 이상 이뤄진다. 정 연출은 “암전은 점점 흐릿해지고 희미해져가는 세상, 모호하고 어렴풋하며 선명하지 않은 세계를 증언하려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극동 시베리아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정체는 점점 드러난다. 혼란과 상실, 고립의 상황에서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정 연출은 “휴머니즘의 긍정이나 재확인,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극을 마무리하고 싶진 않았다”며 “이렇게 되어버린 지구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이후의 세계’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석 3만5000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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