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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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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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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4~20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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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에게 상처 받았을 때, 진통제 ‘한 알’이 효과 있다? [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심리적으로 고통스러운 일을 당하면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고 표현한다. 겉으로 피가 나고 딱지가 생기지 않더라도, 몸이 다친 것처럼 마음도 아프다는 의미에서다. 이밖에 ‘가슴에 멍이 든다’ ‘가슴이 쓰라리다’ ‘마음이 찢어진다’ ‘뼛속까지 저리다’ 등 마음이 힘겨운 걸 몸의 고통처럼 표현하는 말들이 많다. 은유적 표현 같아 보이지만, 이는 근거 없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뇌에서는 몸의 통증과 마음의 통증을 같은 자극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사람에게 상처받았을 때 그렇다. 거절이나 따돌림, 실연, 사별 등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비록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 뇌에서는 마음이 붓고, 피 나고, 멍든 것으로 여긴다. 기묘하게 연결된 몸과 마음의 세계를 살펴보자.몸이건 마음이건 아프면 반응하는 뇌 영역은 똑같다몸이 아프면 뇌에 비상경보등이 켜진다. 신체에 고통이 느껴지면, 외부에서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때 관여하는 뇌 영역은 배전측 대상피질(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dACC)과 전측 섬엽(anterior insula· AI)이다. 신기하게도 마음이 아플 때도 이 영역이 활성화된다. 특히 사람들에게 비난받거나, 거절당하거나, 따돌림당할 때 그렇다. 실연이나 사별로 사랑하는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을 때도 마찬가지다.나오미 아이젠버거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 때 뇌 반응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알아봤다. 실험 방식은 간단했다. 3명이 공을 주고받는 컴퓨터 공놀이 게임에서 특정 1명에게만 공을 패스하지 않고 따돌리는 것이다. 심지어 1명을 따돌리는 동안 나머지 2명은 서로 공을 45번이나 주고받았다. 나를 따돌리고 공놀이하는 두 사람을 지켜보는 사람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따돌림당한 사람 뇌에서는 몸이 다치고 아팠을 때 활성화되는 영역이 크게 활성화됐다. 게임에서 마치 없는 사람처럼 취급당해 마음이 상하자, 뇌에서는 몸이 아플 때처럼 비상경보등이 켜진 것이다. 실제 인간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것에 비해 매우 가벼운 수준으로 연출한 가상 따돌림에도 이런 결과가 일어난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신체적 생존만큼 중요한 ‘사회적 생존’뇌는 왜 마음이 다쳤을 때, 몸이 아플 때와 같은 반응을 보일까? 학자들은 이를 인간의 ‘사회적 생존’ 본능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원시 사회에서는 만약 인간이 사회적 유대 관계를 망쳐 무리 밖으로 쫓겨나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무리에서 더 이상 보호 받지 못하게 돼 외부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뇌에서는 신체적 생존 못지않게 큰 위기가 닥친 것으로 받아들인다. 심지어 이런 반응은 사회적 유대 관계를 맺으며 사는 일부 포유류 동물도 비슷하다. 원숭이와 햄스터의 뇌에서 몸의 고통을 처리하는 해당 뇌 부위를 제거했더니, 더 이상 새끼를 챙기는 모성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사회적 생존에 대한 경보 반응이 고장 나면서, 애착 대상을 보호하지 않게 된 것이다.뇌에 작용하는 진통제, 마음의 고통에도 효과마음이 아플 때 뇌에선 몸이 아플 때와 같이 받아들인다고 하니, 심리학자들은 참신한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몸이 아플 때 먹는 진통제를 먹으면 마음도 안 아프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네이선 드월 미 켄터키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진통제(예: ‘타이레놀’)로 실험했다. 여러 진통제 중에서도 아세트아미노펜은 뇌에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원리의 진통제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건 모든 진통제가 다 마음의 고통에 효과가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말초신경에 주로 작용해 진통 소염 작용을 하는 이부프로펜 계열 진통제(예: ‘애드빌’ 등)는 마음의 고통을 느끼는 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성인 62명을 절반으로 나눠 3주 동안 한 팀은 아침저녁으로 아세트아미노펜 진통제(500㎎)를 한 알씩 먹게 했다. 나머지 한 팀은 아무 효과가 없는 가짜 약을 먹었다. 그리고 대인관계에서 상처받은 정도를 매일 심리검사를 통해 기록했다. 검사 문항에는 “나는 오늘 놀림을 당해서 기분이 상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아래 그래프에서 노란색으로 표시한 그래프가 진통제를 복용한 그룹에서 기록한 마음의 고통 정도다. 시간이 갈수록 고통 정도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초록색으로 표시한 점선 그래프는 가짜 약을 먹은 그룹이다. 기울기가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의 고통이 약간 증가했다.마음 아플 때도, 몸 아플 때만큼 보살펴야이러한 결과는 추후 진행한 또 다른 fMRI 검사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앞에서 소개한 컴퓨터 공놀이 게임에서 따돌림당하는 상황을 똑같이 연출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따돌림당하는 사람이 사전에 진통제를 먹었다는 점만 달랐다. 그 결과 진통제를 먹은 사람들은 따돌림당하는 동안 몸과 마음의 고통을 느끼는 뇌 영역이 덜 활성화됐다. 즉, 따돌림을 당해도 심리적 타격감이 별로 없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진통제가 적어도 일시적으로 심리적 고통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심리적 고통을 줄이는데 진통제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라는 의미는 아니다”는 점도 분명하게 경고했다. 잠깐 고통을 못 느끼게 해줄 뿐,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뜻이다. 또 상황에 따라 복용 기준도 잘 지켜야 한다. 실험에서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아세트아미노펜 하루 최대 복용량 기준(4000㎎) 이하를 준수했다. 음주가 잦거나, 간이 안 좋거나, 이미 다른 약을 복용 중인 경우에는 의료인과 상의해야 한다.몸에 피가 나고 뼈가 부러졌을 땐, 몸을 보살피고 충분히 쉬어야 낫는다. 그런데 우리는 몸의 고통과 뇌의 같은 영역을 공유하는 마음의 고통에는 유독 모질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 ‘나약해 빠졌다’ ‘그만 좀 툭툭 털고 일어나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몸이 다쳐 일어나기도 힘든 사람에게 ‘왜 이리 나약하냐’고 다그치진 않는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아프고 다쳐서 쉬어야 할 땐 당연히 쉼과 보살핌이 필요하다. 지금 나는, 그리고 주변의 누군가는 이러한 돌봄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한 건 아닌지 돌아보자.다음 주 기사에서는 △헤어진 전 애인 사진 볼 때 뇌에선 무슨 일이? △몸이 자주 아프면, 마음도 자주 아프다 △대인관계 나아지면 아픈 몸도 낫는다 등의 내용을 다룰 예정입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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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액체 첨가제 한 방울로 항균·항바이러스 걱정 ‘뚝’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공공장소에서 여러 사람의 손길이 스쳐 가는 물건에 선뜻 손대기 머뭇거려지는 때가 있다. 버스 손잡이, 엘리베이터 버튼, 키오스크의 터치스크린 등에 괜히 보이지 않는 세균이 있을까 불안해서다. 그래서 항균·항바이러스와 관련된 신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수요를 대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재료연구원이 설립한 연구소기업인 ‘트윈위즈’는 액상 항균·항바이러스 첨가제를 개발했다. 연구소기업은 공공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을 직접 사업화하기 위해 자본금 10% 이상을 출자해 설립한 기업을 말한다. 제품을 개발한 김창수 트윈위즈 대표는 한국재료연구원에서 13년 동안 실생활을 위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온 책임연구원 출신이다. 트윈위즈는 기존의 고체형 항균·항바이러스 제품을 대체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항균·항바이러스 첨가제를 개발했다. 기존의 항균·항바이러스 첨가제는 항균·항바이러스 기능을 접목하고자 하는 제품과 혼합했을 때 제품의 외관이나 색상이 변하고 기존 물성이 저하되는 등 여러 가지 기술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트윈위즈는 이 점에 착안해 액상 첨가제를 개발하고 기존 첨가제의 단점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 트윈위즈가 개발한 액상 항균·항바이러스 첨가제는 사용 시 제품의 외관과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신소재다. 투명한 액체형 첨가제로 추가 공정이나 설비 없이 기존 생산 공정에서 다양한 수지에 소량 첨가만으로도 항균력을 극대화한다. 대장균과 황색포도상구균 등에 대한 항균력을 99.9%까지 끌어올렸고, 상온에서 5년 이상 항균력이 지속된다. 이 제품은 터치스크린, 노트북, 스마트폰, 키오스크를 비롯해 필름 수지, 코팅액, 잉크 등 다양한 소재에 적용할 수 있다. 의료·공공시설, 유아·위생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트윈위즈는 이와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설립 1년 만인 올해 1월 기술보증기금, 블루포인트파트너스, 경남벤처투자, 부산연합기술지주 등으로부터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 22억 원을 기록했다. 앞서 트윈위즈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정돼 사업화 프로그램으로 채택됐고, 지난해에는 ‘경남스타트업 IR 온사이트’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 올해는 ‘코어 스타트업 어워즈’ 대상을 받았고, 최근에는 ‘도전 K-스타트업 2023’에 출전해 왕중왕전에 진출했다. 트윈위즈는 내년부터 공장 확장 이전을 통해 연간 200t급의 양산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김창수 대표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액체 한 방울로 세균과 바이러스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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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 아니면 산? 어디로 가야 ‘힐링’이 더 잘 될까 [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자연으로 떠날 때 바다와 산 중에 딱 하나만 꼽으라면? 아마 취향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것이다. 바람과 파도가 춤추는 탁 트인 바다가 안겨주는 느낌과 고요하고 상쾌한 공기로 가득 찬 산이 선사하는 기분은 분명 다르다. 사실 어떤 자연이든지 일단 집을 떠나기만 하면 힐링 효과는 따라온다. 앞서 기사(연휴 내내 스마트폰만 만지작? 자연 속으로 ‘녹색 갈증’ 풀러 떠나세요)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연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쉬게 할 뿐 아니라 불안이나 우울, 폭력성 등 부정적 정서를 낮춰준다.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른 힐링 효과를 선사하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사람들이 가장 행복감 느끼는 자연환경은 어디?도심을 조금이라도 벗어나 탁 트인 자연환경을 봤을 때 정서가 환기되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어떤 자연환경을 만나느냐에 따라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기분의 정도가 다르다.영국 서식스대 조지 맥케론 박사 연구팀은 사람들이 어떤 자연환경에서 더 행복감을 느끼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용 스마트폰 앱을 개발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앱 알람이 울릴 때마다 GPS 위치 정보와 함께 구체적 장소, 기분, 날씨, 활동 등을 입력했다. 6개월간 진행된 연구에 총 2만2947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주말이나 휴가 등 여가 시간에 방문한 장소를 분석해보니 도심, 바다, 숲, 산, 강이나 호수, 초원, 논밭 등으로 다양했다. 사람들은 이 장소들 가운데 어디서 가장 행복하다고 느꼈을까.가장 높은 행복 수치를 보고한 장소는 바로 바다였다. 그다음으로 행복 수치가 높았던 곳은 산, 숲, 초원, 강 등의 순서인데, 사실 이 네 곳의 점수 차는 크지 않고 거의 비슷했다. 다만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유독 노년층은 바다보다 산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보고했다. 도심은 어느 장소에 있을 때와 비교해도 가장 낮은 행복 수치를 보였다. ‘물멍’에 빠질 때 깊은 이완 경험 바다를 방문한 사람들이 특별히 더 행복하다고 느낀 이유는 뭘까. 안타깝게도 아직 사람들이 바다를 더 좋아하는 메커니즘을 완벽히 입증한 연구 결과는 없다. 다만 유력한 실마리는 물을 멍하니 바라보는 ‘물멍’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독일 본대학 위생·공중보건 연구소 소속 연구팀이 공원이나 숲과 같은 초록색 자연이나, 강이나 바다 같은 푸른색 자연환경을 찾은 113명을 현장에서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이 연구에 따르면 ‘물멍’을 때리는 동안 몸과 마음이 극도의 이완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햇빛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물의 빛깔, 청각을 자극하는 파도 소리, 물의 움직임에 따라 생성되는 흰색 거품, 물가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 붉게 내려앉는 노을 등 변화무쌍한 물가는 숲이나 산에 비해 끊임없는 자극을 선사한다. 아무래도 자연에서 물은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시각, 청각, 후각 등을 다양하게 자극해 지루하지 않고 오래도록 멍때리며 쉴 수 있게 만든다. 이렇게 오감을 자연에 맡기고 앉아서 멍때리는 동안 몸과 마음이 깊게 이완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탁 트인 강이나 호수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가깝게는 공원의 분수, 인공폭포 등 움직이는 물을 관찰할 수 있는 곳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요함·고립감 목적이라면 산이 적합반면, 숲이나 산은 바다와는 다른 종류의 힐링 효과를 준다. 나무가 많은 곳은 고요함을 선물하고, 골치 아픈 것으로부터 멀어진 것 같은 좋은 의미의 고립감을 느끼게 한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관찰하는 탁트인 전망도 정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조용한 환경에서 새 소리를 듣고, 꽃이나 나무를 관찰하며 차분하게 자연을 음미할 수도 있다. 꽃, 나무, 새, 곤충 등 바닷가보다 관찰할 수 있는 동식물이 더 많은 것도 장점이다. 다만 연구팀은 산이나 숲은 물가에 비해 시시각각 변하는 정도가 작고, 파도 소리 같은 지속적인 청각 자극이 없기에 ‘나무 멍’이나 ‘숲 멍’과 같은 이완 행동은 덜하다고 봤다.만약 두 효과를 모두 누리고 싶다면 ‘물멍’이 가능한 녹지로 가면 된다. 그래서인지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풀이나 나무만 있는 공원 풍경보단 기왕이면 연못이나 분수 등 물이 함께 있는 풍경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자연 산책에 필요한 하루 최소 시간은?일상에서는 바다나 산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주변 공원이나 천변 등을 잠시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휴식 효과가 있다. 그런데 바쁜 현대인들이 매일 일정 시간 이상 자연에서 보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루 몇 분 정도 산책하면 가장 효율적일까.일반적으로 하루 최소 20분은 투자하는 게 좋다. 마리 캐럴 헌터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도시에서 녹지공간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타액을 채취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분석해 얻은 결과다. 연구팀은 8주 동안 실험 참가자 36명을 대상으로 자연 산책 전후 채취한 타액을 분석했다. 그 결과 코르티솔 수치가 가장 가파르게 떨어지는 시간은 산책을 시작하고 나서 20~30분 사이였다. 이때 코르티솔 수치는 평균 28.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후에도 수치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감소 속도가 더뎠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일주일에 최소 2시간은 자연에서 보낼 것을 권한다. 2019년 네이처지에 실린 영국 엑서터대 매튜 화이트 박사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주일간 자연에서 120분 정도를 보낸 사람들은 신체적, 심리적으로 가장 건강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그런데 120분 이하로 시간을 보낸 이들은 자연에서 아예 시간을 보내지 않은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삶의 만족도를 보였다. 이와 반대로 200분 이상을 자연에서 보내면, 자연이 미치는 긍정적 연관성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았다. 자연과 ‘연결’되면 외로움도 줄어든다자연은 외로움도 완화해준다.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이 적어도,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면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다. 앞서 소개한 화이트 박사가 진행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사회적으로는 고립된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연과 가까운 환경에서 지내면 외로움을 덜 느끼고, 삶에 만족하며 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사람과는 단절됐을지 몰라도 자연과는 연결됐기에 덜 외롭고 행복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면 다른 대상과 연결됐다고 여긴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아마도 인간이 자연을 살아 있는 대상으로 여기며 교감한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휴일에 별다른 약속이 없고, 마땅히 함께 보낼 사람이 없어도 외로워 말자. 그럴 때마다 우리에겐 언제나 품을 내어주는 자연이 기다린다는 것을 기억하고, 밖으로 나가보면 어떨까. 자연은 영원한 우리의 친구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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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휴 내내 스마트폰만? 자연 속으로 ‘녹색 갈증’ 풀러 떠나세요[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오늘 하루, 우리는 무심코 스마트폰을 몇 번이나 들여다봤을까? 쉴 새 없이 연락이 오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봐야 할 콘텐츠가 있는 것도 아닌데. 현대인은 스마트폰에 빼앗기는 시간이 너무 많다. “볼 게 없네”라고 투덜거리면서도 끝없이 채널을 돌려대는 TV는 또 어떤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시간 보내는 것도 한두 편이지, 보고 나면 금세 몸이 찌뿌둥해진다. 그렇게 훌쩍 시간이 지나고 어두워지면 왠지 허무해지기도 한다.아마 이 기사도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을 터. “이거 내 얘기네” 싶다면 이제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TV 앞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갈 때다. 단 20~30분 만이라도 집 근처 공원을 걸어도 좋다. 좀 더 깊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 자연에서 휴식하면 그저 기분만 좋아지는 게 아니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심리적인 긍정 효과는 생각보다 더 무궁무진하다.우리는 자연을 동경하도록 태어났다푸릇푸릇한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자연에 있으면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힐링 되는 느낌을 받는다. 학자들은 인간이 애초에 자연을 사랑하는 본능을 갖고 태어나서 그렇다고 설명한다. 이를 ‘바이오필리아(biophilia)’라고 한다. ‘바이오(bio·생명)’와 ‘필리아(philia·사랑)’ 두 단어를 합친 말로, 직역하면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이 용어는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이 생명이 있는 것에 끌리는 인간의 본능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사용했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저명한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1984년 저서에서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 또는 자연으로의 회귀본능 등으로 소개하며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우리말로는 ‘녹색 갈증’이라는 좀 더 재미있는 말로 의역된다. 녹색을 목말라 한다니, 자연을 갈망하는 마음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온종일 회색 콘크리트 건물에 갇혀 컴퓨터 화면만 보다가 초록색 자연을 보고 개안 된 것 같은 시원함을 느낀 적 있다면, 쌓여 있던 녹색 갈증이 해소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휴일에 산이나 바다를 찾아가고, 최대한 자연이 많이 보이는 집에 살고 싶어 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자연에서 많이 뛰어놀아야 마음도 ‘튼튼’자연을 갈망하는 본능을 거스르고 살면 어떻게 될까. 물론 당장 큰일이 벌어지는 건 아니다. 다만 자연의 힐링 효과는 우리 몸에 차곡차곡 쌓여 몇 년 뒤, 몇십 년 뒤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어렸을 때 자연을 많이 접하는 게 뭣보다 중요하다. 녹지가 많은 곳에서 살았던 아동들은 그렇지 못한 아동들에 비해 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하다고 한다.자연이 아동에게 미치는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덴마크 오르후스대 연구팀은 아동 약 100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연구를 기획했다. 1985~2003년 사이 덴마크에서 태어나 10살까지 자란 모든 아동을 추적 조사한 것이다. 이 연구는 아이들이 10살까지 살았던 동네의 자연환경을 기준으로 삼았다. 연구팀은 주민등록 정보에 나온 주소를 토대로 해당 지역의 고해상도 위성 사진을 분석했다. 집을 포함한 주변 영역을 커다란 정사각형(약 4만4100㎡)으로 설정하고, 그 안에 녹지가 얼마나 있는지 수치화했다. 여러 곳을 이사 다녔다면, 각 동네의 녹지가 얼마나 있는지 측정해 평균을 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20세 이후 정신 질환으로 치료받은 기록을 분석했다.그 결과 어린 시절 녹지가 가장 적은 지역에 살았던 아이들은 녹지가 많은 지역에 살았던 아이들에 비해 우울증, 불안, 강박 등 각종 정신 질환으로 치료받을 확률이 55%나 높았다. 이 수치는 부모의 정신 질환 병력, 사회 경제적 환경 등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를 최대한 배제한 결과다. 연구팀은 “집이나 학교 주변의 녹지 공간이 중요한데, 도시 환경 설계에서 녹지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며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공원이나 자연을 볼 수 있는 공간에 얼마큼 자주 데려가는지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지친 뇌를 상쾌하게 만드는 자연의 힘자연으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는 건 성인도 마찬가지다. 골치 아픈 작업을 하다가 자연과 관련된 사진이나 영상만 봐도 기분이 환기되고, 집중력이 올라간다. 귀뚜라미 소리 같은 자연을 연상시키는 음향을 들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직간접적으로 자연을 느끼는 잠깐의 휴식으로도 인지 능력, 주의력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난 기사 참고)자연은 정신적 피로감을 완화해 폭력성도 낮춰준다. 프랜시스 쿠오 미 일리노이대 교수 연구팀은 도시 공공주택에 사는 성인 145명을 연구했다. 이들을 연구 대상으로 택한 이유는 공공주택은 신청자의 선호 조건과 관계없이 무작위로 위치가 배정되기 때문이다. 운이 좋은 누군가는 나무가 많이 보이고 도시 소음이 적은 공간을 배정받고, 또 다른 누군가는 건물만 잔뜩 보이고 자동차 경적 등 소음이 잘 들리는 집을 배정 받는다.이들은 어떤 환경에 사는지에 따라 정서적으로 확연히 다른 경향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조건을 갖춘 집을 배정 받은 이들은 척박한 조건의 집을 배정 받은 이들보다 정신적 피로 수준이 훨씬 낮았다. 심지어 폭력성도 낮은 것으로 관찰됐다. 사진도 좋지만…가장 좋은 건 진짜 자연 만나는 것위에서 소개한 연구에서 눈치챌 수 있듯, 화면이나 오디오 장치를 통해서 자연을 만나는 것도 생각보다 큰 휴식 효과가 있다. 산책을 자주 나갈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스마트폰 배경 화면이나 컴퓨터 바탕화면을 자연 사진으로 해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자연 풍경을 보여주는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정신 건강 치료를 시도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그런데 그 어떤 대체재도 ‘원조’를 이길 순 없다. 신시아 프란츠와 스테판 메이어 미 오벌린대 심리학과 교수는 진짜 자연을 마주하며 느낄 때와 영상으로 담긴 자연을 느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실험해 봤다. 이들은 실험참가자를 각각 나눠 15분 동안 △자연에서 산책하기 △도심에서 산책하기 △자연이 담긴 영상 보기 △도시 환경이 담긴 영상 보기를 실시했다. 그런 다음 이들의 기분 상태와 집중력, 삶의 문제에 대해 성찰하는 능력을 비교해봤다. 그 결과 자연에서 산책한 사람과 자연 영상을 본 사람들은 나머지 두 조건의 사람들보다 기분이 좋았고, 집중력이나 삶을 성찰하는 영역 모두에서 앞섰다. 주목해야 하는 대목은 실제 자연에서 산책하고 온 사람들이 자연 영상을 본 이들보다 세 영역 모두 훨씬 앞섰다는 점이다. 연구 결과에서 보여주듯, 진짜 자연에 가야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휴식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진짜 자연 vs 가짜 자연’ 대결에서, 진짜 자연이 이기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제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무심코 또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사이버 세상을 헤매고 있었다면, 눈을 들어 진짜 세상에 펼쳐진 자연을 만끽해 볼 때다.다음 기사에서는 △자연에서 보내야 하는 하루 최소시간은 몇 분? △자연과 ‘연결’되면 외로움도 치유된다 △‘산 vs 바다’ 어디가 더 정신적으로 이로울까 등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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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경계 허물기 성공으로 교육혁신 이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교육, 연구, 행정 등 학교 운영 전반에서 유연화와 융합화를 통해 경계 허물기에 성공하며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 I유형(자율개선대학) 1차년도 연차평가에서 최근 전국대학 최고 등급을 받았다. 경계 허물기의 대표적 사례로는 프로젝트 학기제가 꼽힌다. 학생들의 도전의식 고취 및 문제 해결 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젝트 학기제는 학생이 스스로 설계한 프로젝트를 한 학기 동안 지도교수 지도 하에 수행하며 학점을 인정받는 제도이다. 학생과 교수 모두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참여 학생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20학년도 대비 올해 74%가 성장했다. 세종캠퍼스만의 독특한 수업방식인 ‘SEMO(Student Engaged MOdular) Class’는 학습자 중심으로 기획된 혁신적인 수업모델이다. SEMO Class는 세 가지 타입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Type 3는 수업 전에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온라인 학습 후 멘토와 함께 소규모 그룹 토의를 하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실제 수업에서는 문제 해결을 통해 자기주도학습을 진행하는 PBL(Problem Based Learning)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창의력 기반 융복합 역량을 효과적으로 함양할 수 있게 된다. 세종캠퍼스는 학생들의 전공 선택 자율권 보장을 위해 학과 간 전과의 벽을 허물 예정이다. 신입생들이 지도교수, 전문 컨설턴트, 생활 상담사 등과 주기적인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학생 스스로가 자기주도적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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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여자대학교 취업률 1위… 학생의 꿈이 꽃피는 경인여대

    인천 유일의 기독교 여자대학교인 경인여자대학교(총장 박명순)는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 재정지원대학, 기관평가인증 교원양성기관 우수등급, 일·학습병행 공동훈련센터성과 S등급, 간호교육인증, 동물보건사 및 보건의료정보관리교육 인증, 최우수 인천시민대학 등 각종 평가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취업률에서도 전국여자대학교 1위(2022년 대학알리미, 졸업생 1,000명 이상 기준)에 올라 학생 성공 취업을 실현하는 직업전문교육기관임을 입증했다. 5개국과 연계한 글로벌 인재 육성, 지역사회와 상생 협력하는 평생교육 등 명실상부한 글로컬 대학으로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일·학습 병행 공동훈련센터 S등급… 간호사 국가고시 합격률 100% 근접경인여대의 평균 취업률은 70% 내외로 전국 여대 1위를 기록했다. 성공적 취업을 위해 취·창업지원센터에서는 잡컨설팅, VR모의면접, AI자기소개서 컨설팅, 헤어메이크업과 면접복장 및 입사서류사진 지원 등 토탈 취업 컨설팅을 지원한다. 일·학습병행제 프로그램을 통해 2학년 재학생(호텔·카지노학과)은 기업훈련과 학습을 병행하면서 1년간 4대 보험 가입, 기업 훈련비(최저임금 이상)를 지원받고 직무훈련을 마친 후 졸업과 동시에 훈련 기업에 바로 취업한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일·학습병행공동훈련센터 성과 S등급을 획득했다. 간호사 국가고시는 합격률이 100%에 수렴하고, 반려동물보건학과는 동물보건사 양성기관인증, 보건의료행정학과는 보건의료정보관리교육 인증 등 전국 최고 수준의 교육 기관 및 학과로 인정받고 있다.글로벌 인재육성: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현장직무연수 경인여대는 △해외 어학연수 및 현장학습 △취업 연계 해외직무연수 △교환학생 △해외기업탐방 △해외봉사활동 등 재학생들의 외국어 학습과 경험을 위한 다양한 글로벌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지원해 글로벌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전문대학교육협의회 주관 전문대학 글로벌 현장학습 사업에 선정돼 학생 21명이 5개국(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중국 등)에서 16주간 어학·전공 교육, 산업체 직무연수를 했다. 학생들은 글로벌 현장학습 공모전에서 2년 연속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경인여대의 글로벌 프로그램은 재학생들의 취업 영역을 해외로 확대하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은 2020년 200여명에서 지난해 430여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2.7배 넓어지는 SG캠퍼스(Smart&Green)와 기숙사 신축 2021년 대학교지가 2.7배로 확장돼 SG캠퍼스를 조성하고 있다. 사학진흥재단 행복기숙사 사업(169억 원)에 선정돼 403명 규모의 기숙사 건축을 시작으로 역사관과 글로벌스마트관 건축에 들어갔다. 중장기적으로는 창의융합관, 보건의료과학관도 지을 예정이다. 미래교육을 선도하는 획기적 교육환경 개선이 추진 중이다.2024학년도 자유전공학과 신설, 수시모집으로 96% 선발2024학년도 신입생부터 자유전공학과를 도입한다. 진로에 대한 고민 중인 학생들을 위해 1학년 1학기에 진로탐색 중심 수업을 듣고 여러 전공에 대한 탐색을 진행한 뒤 1학년 2학기에 전과(간호학과는 제외)하는 시스템이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지도교수와 1대1 전공탐색 및 학습설계를 진행하며 체계적인 미래설계를 할 수 있다. 2024학년도 신입생 모집인원은 1305명(정원내)으로 이중 96%인 1226명을 수시모집에서 선발한다. 입학전형은 일반과 특별로 나뉘는데 일반전형은 면접 또는 학생부 중심의 평가를 하고 특별전형은 일반고, 특성화고, 고른기회 전형으로 나눠 선발한다.경인여대만의 특별한 장학 혜택 성적우수 장학금으로 학과별 최우수자에게는 수업료 50%가 지급되며, 학사학위 과정의 경우 첫 학기 전체 100만원의 장학금을, 다음 학기부터는 직전학기 성적 2.0학점 이상을 유지하면 100만원의 장학금을 계속 지급한다. 학생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인마일리지제도를 운영한다. 인성·소통·협업·창의·글로벌 관련 다양한 비교과프로그램을 이수하면서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누적 마일리지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밖에도 △성적우수 △성적향상 △봉사 △재해 △보훈 △새터민 △글로벌 △만학도 △인증평가 등 다양한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수시 1차 원서접수는 9월 11일부터 10월 5일까지로 유웨이어플라이 및 진학어플라이에서 지원할 수 있다. 수시 2차 원서접수는 11월 10일부터 24일까지, 정시 원서접수는 2024년 1월 3일부터 15일까지이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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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장 짓고도 일손 없어 ‘텅텅’… 지방 인력난 해소할 ‘한국형 퀵스타트’ 뜬다

    전북 군산에 있는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성일하이텍은 연말 새로운 공장 준공을 앞두고 산업통상자원부의 ‘한국형 퀵스타트’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앞서 성일하이텍은 지난해 12월 전북도와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새만금산단에 1300억 원을 투자해 올해 말까지 공장 건립을 약속했다. 그러나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전문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돌파구를 찾은 것이 산자부가 올해 시범 사업으로 도입한 한국형 퀵스타트 프로그램이다. 한국형 퀵스타트 프로그램은 기업이 지방에 투자를 결정하면,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인력을 사전 모집해 교육하고 준공 시점에 맞춰 인력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은 워낙 일손 구하기가 어려운데, 시간이 갈수록 고용난이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고용노동부의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에 따르면, 저출산과 고령화 영향으로 경제 활동이 가능한 15세 이상 경제인구 자체가 2025년을 기점으로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동안의 정부 지원은 신규 인력 채용보다는 기존 재직자 지원에 집중됐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대한민국 인재양성 사업 안내서’에 따르면, 기술 교육이나 특화단지 교육 등 다수의 지원 사업이 재직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형 퀵스타트 프로그램은 지방 투자 촉진과 초기 인력난 해결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지방에 투자를 결정한 기업이 사업장 완공 전 교육을 마친 신규 인력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구직 청년들에게는 안정적으로 역량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형 퀵스타트 프로그램은 미국 조지아주가 1967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퀵스타트’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탄생했다. 조지아주에서는 22개 기술전문대학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다양한 분야별 기업에 맞춤 교과 과정을 개발하고, 비용은 주에서 부담한다. 기아와 SK이노베이션도 조지아주에 공장을 건설하며 퀵스타트 프로그램을 통해 초기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운영하는 해당 프로그램은 비수도권 지역에서 사업장을 신설하거나 추가로 지으면서 10명 이상의 신규 인력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정부는 선발된 기업에 교육훈련 장려금과 인건비, 교육비를 지원한다. 기업의 채용 기준에 따라 채용 후보자로 선발된 교육생들은 교육 기간에 1인당 월 200만 원의 교육훈련 장려금을 최대 3개월간 지원받는다. 이는 교육생들이 교육 기간에 소득 공백 없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교육 과정은 기업이 지역 교육기관과 함께 기업 현장 요구 사항에 맞춰 자유롭게 설계해 운영할 수 있다. 기술 보안 등으로 위탁 교육이 어려운 경우 사내 강사나 교육장 등을 활용해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허용된다. 또 참여 기업은 교육 과정을 이수한 교육생 채용 시 1인당 월 50만 원의 인건비를 최대 3개월간 지원받는다. 지역 교육기관은 기업에 특화된 맞춤형 교과 과정 및 교보재 개발비, 전문가 활용비 등 교육 프로그램 개발·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국가균형발전의 큰 틀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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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 사진 속 미소 보면, 부부의 미래를 알 수 있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이나 댓글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어바웃 타임’의 결혼식 장면은 처참하다. 비바람이 몰아쳐서 하객들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강풍에 휘청이며 넘어진다. 폭우로 야외 피로연장 천막이 찢어져 하객들을 덮치기도 한다. 준비해 놓은 음식은 비에 홀딱 젖어 먹을 수가 없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신랑, 신부의 얼굴은 사색이 됐을 것이다.그런데 이 영화의 묘미는 이런 와중에도 해처럼 밝은 미소를 짓는 신부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와 신랑 팀(도널 글리슨)의 표정에 있다. 이들에게선 결혼식이 망했다는 절망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마치 뜻밖의 재미있는 변수를 만났다는 듯 화사하게 웃는다. 처음엔 궂은 날씨에 난감해하며 얼굴을 찌푸리던 하객들도 점차 미소를 되찾는다.영화에서 메리와 팀의 미소는 단지 망해가는 결혼식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고 애쓰는 미소가 아니었다. 이들의 미소는 지난주 기사()에서 살펴본 것처럼 눈과 입, 광대 근육이 함께 웃는 ‘뒤센(Duchenne) 미소’였다. 이들의 진심어린 미소가 결혼식 분위기를 바꿔 놓았듯, 진짜 미소를 자주 짓는 사람은 자신과 타인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수십년간 과학적 연구를 통해 살펴본 진짜 미소의 힘에 대해 살펴보자.자주 짓는 표정이 인상 만들어…인생까지 좌우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은 “40세가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전까진 원래 생긴 대로 살았지만, 40세 이후부턴 살아온 대로 ‘생겨진다’는 의미다. 그래서 많은 심리학자들도 인간의 표정을 연구한다. 자주 짓는 표정이 평소 얼굴로 굳어지고,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과 살아온 삶까지 유추해볼 수 있어서다. 이런 맥락에서 결혼식 사진을 보면 부부의 결혼생활을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 있다고 한다. 영화 속 메리와 팀처럼 결혼식에서 뒤센 미소를 지으며 밝게 웃은 부부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 가능성이 크다. 반면, 결혼식 날 억지로 웃거나 무표정이었던 부부는 결혼생활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결혼식 날 긴장해서 얼어붙은 미소를 지었다고 결혼생활이 별로일 것이라고 단정짓긴 어렵다. 관건은 배우자와 첫 출발을 하는 결혼식 날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었는지다.실제로 영국의 한 매체가 정서 연구로 유명한 대처 캘트너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에게 네 커플의 결혼식 사진을 보여주고, 이들의 결혼생활을 예측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부부는 각각 적게는 5년에서 많게는 25년간 결혼생활을 해온 부부였다. 캘트너 교수는 각 부부의 사진 속 표정을 보고 “가짜 미소로 진짜 감정을 감추고 있어 부부 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거나 “서로 비슷한 유형의 진짜 미소를 짓고 있는데, 만약 이들이 헤어졌다면 오히려 더 놀라울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을 내놨다. 놀랍게도 이런 예측은 거의 비슷하게 맞았다. 이들 중 결혼식에서 행복한 진짜 미소를 지은 두 커플은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반면 어색한 미소를 지은 나머지 두 커플은 이혼하거나 별거 중인 상태였다. 캘트너 교수는 “결혼식에서 뒤센 미소를 많이 보이는 부부는 삶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가볍게 여기고, 어떤 갈등에도 더 쉽게 대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졸업사진 ‘찐’ 웃음이 30년 후 삶 예측 캘트너 교수가 자신 있게 이런 주장을 펼친 것은 앞서 진행한 30년간의 추적 연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잘 웃고, 긍정적인 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를 알아보기 위해 여대생 141명을 30년간 추적 조사했다. 연구 대상은 1958~1960년 미 캘리포니아주의 한 여대에서 대학 졸업 앨범 사진을 찍은 당시 만 21세 학생들이었다. 연구팀은 졸업사진을 해부학적으로 분석해 눈, 입, 광대 근육의 웃는 정도를 측정해 1~10점으로 점수화했다. 가장 무표정인 사람은 1.8점을 받았고, 가장 활짝 웃은 사람은 8점을 받았다. 이 가운데 눈 근육이 움직이는 뒤센 미소를 지은 사람은 50명이었다. 나머지는 입만 웃거나 무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이들이 만 27세, 43세, 52세가 될 때마다 건강 상태, 결혼생활, 가족 관계, 사회적 역할, 직장 생활, 대인관계 등을 조사하기 위한 면담을 진행했다.그 결과 젊은 시절의 얼굴 표정과 30년간 삶의 궤적 사이에 깊은 연관성이 나타났다. 졸업사진에서 진짜 미소를 지은 이들은 직장이나 결혼생활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 독신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훨씬 적었다. 정신적, 신체적 문제도 거의 없었다. 가정이나 직장에 소속감을 느끼고, 부정적인 기분도 덜 느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이들의 대인 관계는 졸업사진에서 웃지 않았던 학생들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는 점이다. 잘 웃고, 긍정적인 성향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긍정적 기운은 주변에 사람을 모으고, 이렇게 모인 사람들은 삶이 힘들 때 지탱할 힘을 주는 중요한 에너지원이 된다. 연구팀은 “긍정적인 감정이 전반적으로 유익한 삶의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웃으면…‘친구의 친구의 친구’도 영향 받아잘 웃고 긍정적인 사람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수십년간 조사를 통해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가 있다. 내가 웃으며 긍정적 기운을 발산하면,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행복감까지 좌우할 수 있다고 한다. 행복감을 주는 사람은 당연히 친구가 많을 확률이 높고, 원만한 대인 관계는 행복감을 유발하는 선순환을 낳는다. 니콜라스 크리스태키스 미 하버드대 의대 교수와 제임스 파울러 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정치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개인의 행복한 정서는 세 다리를 건넌 인간관계까지 영향을 준다. 이를 ‘3단계 인간관계의 법칙’이라고 한다. 1971년부터 2003년까지 총 1만2067명을 추적 연구해 얻은 결과다. 내가 행복하면, 내 친구(1단계)가 행복할 확률은 15% 올라간다. 친구의 친구(2단계)가 행복할 확률은 10%, 친구의 친구의 친구(3단계)가 행복할 확률은 6%로 각각 달라진다. 4단계까지 건너가면 효과는 사라진다. 연구팀은 아래와 같이 각 개인의 감정 상태와 대인관계를 시각화했다. 각 점은 1명의 개인을 의미한다. 가족이나 친구 사이일 경우 줄로 이어진다. 점이 파란색이면 현재 상태가 ‘불행’하다는 의미고, 밝은 연두색에 가까울수록 ‘행복’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3단계 법칙에 따라 가까운 사이에 서로 행복과 불행한 감정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파란색 점들과 연두색 점들이 줄로 연결돼 몰려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집중력-면역력-창의력도 높아져사실 웃음의 효과를 연구한 결과는 이 밖에도 셀 수 없이 많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서 웃음이 주는 활력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거창하게 삶 전체의 행복감을 위해서뿐 아니라, 일상에서 능률을 올리고,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라도 웃음은 중요하다. ○공부(업무) 시작 전 재미있는 영상 보면 능률 올라공부나 일을 시작하기 전 집중력을 높이고 싶다면 재미있는 영상을 하나 보고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바탕 웃고 난 뒤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능률을 더 끌어올 수 있다. 영국 워릭대 앤드루 오스왈드 경제학과 교수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 276명을 절반으로 나눠 한 그룹에만 개그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두 그룹 모두에게 수학 문제를 풀도록 했다. 그 결과는? 문제 풀기 전 개그 프로그램을 보며 한바탕 웃고 시작한 이들의 성적이 훨씬 더 좋았다. ○나이 들수록 많이 웃으면 창의력 생겨나이가 들면 웃음은 창의력을 유발하기도 한다. 2020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발행하는 신경과학 분야 학술지 ‘대뇌 피질(Cerebral Cortex)’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많아질수록 웃을 때 뇌의 디폴트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영역이 많이 활성화됐다. 이곳은 ‘멍’하니 휴식을 취할 때 일하기 시작하는 뇌의 영역으로, 그동안 쌓인 기억과 생각을 정리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여유 공간을 마련한다. 웃을 때 이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웃음이 쉬는 것만큼의 효과를 낼 뿐만 아니라, 창의적 사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건강·장수 비결로 꼽히기도 웃음은 면역력도 높여준다. 리 버크 미 로마린다대 연구진에 따르면, 1시간짜리 재미있는 영상을 시청하기 전과 후로 혈액을 채취해 검사했더니, 혈액 속 면역력과 관련한 성분들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효과는 영상 시청 후 12시간 이후까지 지속됐다. 이 밖에도 많이 웃는 사람은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작아져 건강하고 장수한다는 의학적 연구 결과가 수없이 많다.“웃음은 몸에서 긴장 에너지 빼내는 것”영국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허버트 스펜서는 “웃음이란 증기기관차에서 증기를 빼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살면서 차곡차곡 쌓인 긴장 에너지를 몸 밖으로 배출해 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웃지 않는 사람은 몸 안에 긴장 에너지를 잔뜩 가둬두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증기를 제대로 빼주지 않으면 언제 고장나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시시껄렁한 일이라도 여유를 부리며 피식 웃어 본다면, 마음에 비타민 한 알 먹은 것 같은 효과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엄청난 조건을 갖춰야만 매사에 웃을 수 있고, 삶이 행복한건 아니니까 말이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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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와 진짜 미소 구분 쉽지만… 미소의 효과는 “가짜라도 괜찮아”[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이나 댓글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2020년 방영한 tvN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동생 강태(김수현)는 상대방의 감정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형 상태(오정세)에게 가짜 미소를 자주 지어 보인다. 아무리 괴롭더라도 행복한 표정을 지어 겁 많은 형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그런데 형 상태는 “가짜야, 가짜!”라며 동생의 표정을 대번에 알아차린다. 동생 강태가 눈은 웃지 않고, 입만 억지로 웃기 때문이다. 강태의 친구도 그에게 “조커 닮았다”며 놀린다.남들도 한눈에 눈치채는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 뭐하나 싶겠지만, 실제로는 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비록 가짜 미소라 할지라도 안면근육을 억지로 웃게 만들면 뇌에서는 실제로 기분이 좋은 것처럼 인식하기 때문이다. 기왕 이 기사를 읽는 김에 입꼬리를 올리고 읽어보면 어떨까? 무표정한 얼굴로 기사를 읽을 때보다 더 재미있고 유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눈이 웃는 ‘뒤센 미소’가 진짜 미소눈과 입이 동시에 웃는 진짜 미소를 일컬어 ‘뒤센(Duchenne) 미소’라고 한다. 웃을 때 안면 근육이 움직이는 원리를 처음 밝혀낸 19세기 프랑스 신경학자 기욤 뒤센 드 볼로뉴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진짜로 웃을 땐 눈 주변의 눈둘레근(안륜근)이라는 근육이 움직여 눈가에 주름이 지고 입꼬리도 함께 올라간다. 눈둘레근은 인위적인 조절이 힘들어 진짜로 기쁘고, 행복할 때 움직인다. 그래서 가짜 미소를 지으면 눈둘레근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가 일명 ‘비즈니스 미소’나 ‘자본주의 미소’라고 칭하는 것들이다. 감정에서 우러난 미소가 아니기 때문에 어색한 티가 난다. 미국의 팬 아메리카 항공 승무원들이 인위적으로 웃어 보이는 표정에서 따와 ‘팬암(Pan Am) 미소’라고도 한다. 그래서 기욤 뒤센 드 볼로뉴는 그의 저서에서 “가짜 미소는 우리 의지에 복종해서 나타나지만, 진짜 미소는 영혼의 달콤한 감정에 의해서만 나타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가짜로 웃으면 재미없어도 “재밌다” 느껴 당연히 진짜 미소를 지을 일이 많으면 좋겠지만, 살다 보면 그렇지 않은 순간이 더 많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그다지 즐겁지 않은 상황에서 인위적인 미소를 지었을 때도 실제 웃는 것만큼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많은 연구를 진행했다. 관련 연구 가운데 고전적 연구로 꼽히는 ‘미소를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조건’이라는 심리학 연구에서는 억지 미소의 효과성에 대해 실험했다. 사람들에게 연필을 물고 웃는 표정을 짓게 하고 심오한 내용의 만화를 보게 했더니, 억지로 웃게 만든 이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만화 내용을 더 “재밌다”고 평가했다. (서두에서 미소를 짓고 기사를 읽길 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가짜로 표정만 지은 것뿐인데 왜 만화가 더 재밌다고 느껴진 걸까. 표정과 감정 연구의 대가로 꼽히는 폴 에크먼 미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가짜 미소를 지을 때도 진짜 미소를 지을 때와 뇌 반응이 일부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진짜 웃을 때와 모든 효과가 똑같진 않지만, 가짜로 웃어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웃는 표정을 지으면, 뇌에서는 과거에 웃으면서 경험했던 긍정적 감정을 지금도 느끼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웃는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도 진짜 즐거웠을 때 느꼈던 신체적 반응이 따라오게 된다. “웃으며 참으세요” 스트레스 진통제 효과도이런 연구들은 최근까지 지속돼 오고 있는데,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활용해 봄 직한 실험이 있어 소개한다. 연구 제목은 ‘웃으며 참아보세요’다. 미 캔자스대 심리학과 연구진은 대학생 170명을 모집해 세 그룹으로 나누고, 아래와 같이 각각 세 가지 방법으로 나무젓가락을 문 상태로 웃어 보이도록 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무표정 △살짝 웃은 표정 △상당히 웃은 표정이다. 젓가락을 문 상태에 따라 안면 근육을 사용하는 강도가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이들을 스트레스 상황에 몰아넣었다. 어렵고 집요한 과제를 시키면서 달성 불가능한 높은 목표 점수를 채우게 했다. 그런 다음 손을 얼음물에 1분 동안 담그고 참으라고 했다. 동시에 위와 같은 표정을 계속 유지하도록 했다. 그러는 동안 스트레스로 인한 심박수 변화를 측정하고, 얼마나 스트레스받았다고 느끼는지 등에 답하도록 했다. 그 결과 활짝 웃는 표정을 지은 사람일수록(사진에서 세 번째) 스트레스로 인한 심박수 증가가 심하지 않았고, 원래 수치로 회복되는 속도도 빨랐다. 즉, 무표정으로 고통을 견딘 사람들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을 뿐 아니라 쉽게 회복됐다. 연구진은 “가짜 미소는 주사를 맞는 것과 같은 짧고 고통스러운 스트레스 종류를 견디는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웃으며 운동하면 덜 지쳐사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억지로라도 미소를 띠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달리기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할 때 간간이 미소를 지으면 힘이 덜 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운동하면서 힘들다고 오만상을 찡그리기보다는 미소를 지으면 덜 고통스럽게 느껴진다.영국 얼스터대 심리연구소의 노엘 브릭 박사 연구팀은 웃으면서 달리기를 해봤더니 ‘운동의 경제성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경제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같은 거리를 달리더라도 신체적, 심리적 에너지가 적게 들었다는 얘기다. 미소를 지을 때 신체적으로는 덜 헉헉거리고, 심리적으로는 덜 고통스럽게 느낀다. 실험을 위해 하프 마라톤 경기에 한 번이라도 참여해본 경력이 있는 아마추어 수준의 참가자 24명이 자원했다. 이들에게 각각 6분간 달리면서 △미소 짓기 △찡그리기 △손과 상체 이완하기 △달리기에만 집중하기 등 4가지를 시행하도록 했다. 웃을 때는 뒤센 미소처럼 눈과 입을 최대한 웃어 진짜 같은 미소를 지어 달라고 요청했다. 반대로 찡그린 표정을 하고 달릴 때는 최대한 힘든 표정을 지어달라고 했다. 그 결과 참가자 58.3%는 4가지 조건 가운데 미소 지으며 뛰는 동안 가장 적은 이산화탄소를 내뿜었고, 호흡 빈도도 낮았다. 쉽게 말해 덜 헉헉거렸다는 의미다. 반면 찡그리고 뛸 때는 달리기에 쏟는 에너지와 노력이 더 많이 들어갔다고 여겼다. 주관적으로 느낀 고통 수준이 높았다는 의미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참가자의 70%가 미소를 지으며 뛰는 동안 가족과 보낸 시간 등 실제로 즐거웠던 일이 떠올랐다고 했다. 실제로 웃었던 과거 기억이나 생각이 떠오르면서 긍정적 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에 찡그린 사람들은 정치적 사건 같은 불쾌한 이슈에 대해 생각하거나 달리기에서 오는 고통에 집중했기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졌다고 했다. 여기서 더 생각해 볼 점은 미소를 지으면 몸에서 긍정적 반응이 나타났듯, 얼굴을 찡그리면 부정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찡그린 얼굴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에 더 집중하게 만들고, 불편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 없던 불쾌한 감정도 유발할 수 있다. 현실에서 그다지 웃을 일이 많지 않아도 한 번쯤은 의식적으로 입꼬리를 올려보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다음 주에는 미소의 힘(2)에서 ‘진짜 미소’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아무리 시시껄렁한 일이라도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다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면역력이 생기며 △창의력까지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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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진보, 서로 얼굴만 봐도 “혐오감…화가 난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불륜’ ‘도둑놈들’ ‘비리 비호’ ‘굽실굽실’최근 공해 수준의 막말로 문제가 된 정당 현수막에 적힌 말들이다. 상대 정당을 견제하기 위한 건전한 비판이 아니라, 감정적이고 원색적인 비난에 가깝게 들린다. 상대 진영을 향해 무분별하게 드러낸 혐오감에 지켜보는 국민은 정치 자체에 혐오를 느끼기도 한다. 혐오스럽고 역겨운 느낌은 원래 배설물이나 썩은 물질 같은 진짜 더러운 것에 느끼는 감정이다( 참고). 그런데 정치적 영역에서도 상대 진영을 향해 ‘더럽다’ ‘썩었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더럽고 썩은 것을 가까이 두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래서 정치에서의 혐오는 사이를 더 멀어지게 만들고, 대화와 타협을 방해한다. 소모적 혐오를 거둘 방법은 없을까.반대 정당 지지자 얼굴만 봐도 혐오감 느껴정치 영역에서 혐오는 상당히 강력한 에너지다. 때로는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말 한마디 섞어 보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지지하는 정당 성향만 보고 많은 것을 판단해 버리게 한다.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해 밑도 끝도 없이 “역겹다”는 혐오감까지 느낀다. 상대 정당 지지자라는 게 이유다. 지난 3월 미국 심리학회지에 ‘구역질 나는(disgusting) 민주당원, 역겨운(repulsive) 공화당원’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연구가 소개됐다. 영어 단어는 달라도 어쨌거나 서로 혐오스러워한다는 의미다. 양당제 정치 형태를 띠는 한국 상황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연구는 공화당원 290명, 민주당원 3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에게 남성 10명의 얼굴 사진을 보여줬다. 각각의 이름, 나이, 가족 관계, 취미 등과 함께 정치 성향을 알려줬다. 10명 중 각 절반씩 공화당, 민주당 지지자로 소개됐다. 예를 들어 ‘김○○ 씨는 40세이고, 부인과 자녀 2명이 있으며, 영화 감상이 취미이고,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식이다. 연구에 참여한 600명에게 이들의 사진을 보고 무엇이 느껴지는지 답해보라고 했다. 혐오, 분노, 도덕, 신뢰와 관련된 질문 7개에 답하도록 했다. 답변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자신과 정치 성향이 다른 사진 속 인물에게는 ‘역겹다’ ‘혐오스럽다’ ‘화가 난다’는 답을 훨씬 더 많이 했다. 이와 반대로 자신과 정치 성향이 같은 인물에게는 ‘신뢰할 수 있다’ ‘도덕적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연구진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에게 분노와 혐오를 동시에 느끼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분노는 공격이나 대결, 처벌을 강조해서 분열을 조장하고, 혐오는 기본적으로 상대가 ‘더럽다’고 여기기 때문에 회피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갈등과 분열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서로 피하려 하기에 타협이 더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는다.정치 성향 다르면…다친 사람보고도 “지나칠 것”생긴 것만 보고도 혐오스럽다고 느끼는 관계에서 도움을 주고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어떤 경우엔 최소한의 인류애도 발휘되지 않는다.누군가 넘어져 다쳐서 피 나고 아파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상상해보자. 인근에서 열린 정치 시위 농성에 참여했던 사람이 인파에 밀려 넘어진 것이다. 꽤 아파 보이는데 주변에 나 말곤 딱히 도와줄 사람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내가 싫어하는 정당을 상징하는 티셔츠를 입고, 나와 정반대의 정치적 입장이 적힌 농성 피켓을 가지고 있다. 계속 다가가서 끝까지 그를 도와줄 것인가? 혹은 외면하고 가던 길을 갈 것인가?이 같은 주제로 900명 넘는 이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연구가 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 심리학과의 요시 하슨 박사 연구팀은 이스라엘, 미국, 독일 3개국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는 서로에게 똑같이 공감할까?’라는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 가운데 중도성향은 없었고, 전부 보수 또는 진보 성향이 뚜렷한 사람들이었다. 위와 같이 다친 시위 참가자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기사를 보여주고, 다친 사람이 △보수정당 지지자 △진보정당 지지자 △정치적 성향을 알 수 없는 마을 주민일 때 각각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그 결과 자신과 정치 성향이 같거나, 정치 성향을 알 수 없는 마을 주민이 다친 경우에는 나서서 돕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자신과 정치 성향이 다른 이가 다쳤을 땐 도와주겠다고 하는 빈도가 훨씬 줄었다. 이런 결과는 연구에 참여한 3개국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인격체 아닌 벌레 취급할수록 비정해져다친 사람을 못 본 척 지나가겠다는 연구 결과는 차갑고 비정해 보인다. 정치 성향을 모르는 마을 주민을 돕겠다고 나서는 인류애는 있으면서, 왜 상대편에게는 잔인한 결정을 내릴까.상대편을 인격체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충’처럼 벌레 취급하는 등 감정을 공유하는 인간으로 보지 않기에 더 쉽게 외면하고, 욕하고, 공격할 수 있다. 이는 신념과 행동이 모순될 때 나타나는 인지부조화를 해소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혐오나 차별은 나쁜 것’이라는 신념을 교육받고 자란다. 그래서 누군가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행동을 하면 신념과 행동이 모순돼 마음이 불편해지는 인지부조화를 겪는다. 이때 혐오 대상을 인간이 아닌 벌레, 쓰레기 취급하면 혐오와 차별이 타당성을 얻는다. 이런 전략은 전쟁이나 대량 학살 범죄에서도 사용돼왔다. 적을 더러운 해충이나 짐승 같은 존재로 세뇌해서 사람에게 총을 겨누는 심리적 거리낌을 없애기 위해서다. 아돌프 히틀러도 유대인 학살에 이런 전략을 썼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세균, 고름, 쥐, 구더기, 오물 등으로 묘사했다. 그의 책 ‘나의 투쟁’에는 씻지 않는 유대인 냄새 때문에 배가 아팠다거나, 유대인은 ‘썩은 몸에서 농양을 베어내도 자꾸 나오는 구더기 같다’는 식의 혐오 표현으로 가득하다. 혐오 줄이는 법? ‘팩트 체크’로 오해 바로잡기여러 연구에 따르면, 정치적 혐오감은 극단적 성향의 일부 사람들에 의해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과격하게 발언하고 행동하는 일부가 평범한 다수보다 눈에 더 잘 띄어서다. 이런 오해는 어떻게 풀 수 있을까.수 세기에 걸쳐 역사, 정치, 종교적 만성 갈등을 겪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관한 연구 결과에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혐오와 폭력을 줄이는 의사소통 개입 방법을 알고 싶었던 이스라엘 히브리대 연구팀은 이스라엘에 사는 유대인 305명과 아랍인 243명에게 폭격, 테러 등 ‘서로를 향한 폭력 행위를 얼마나 지지하는지’ 물었다. 답변을 듣기 전에 이들 중 절반에게 ‘유대인과 아랍인의 91%는 서로를 향한 폭력 행위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뉴스 기사와 정확한 수치가 담긴 데이터 자료를 보여줬다. 나머지 절반에게는 기사와 자료를 보여주지 않았다.기사를 본 이들은 상대편에게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자신도 ‘폭력에 반대한다’는 답변을 훨씬 더 많이 했다. 기사를 본 유대인 중에 ‘폭력에 반대한다’고 답한 비율은 기사를 보지 않고 ‘폭력에 반대한다’고 밝힌 유대인보다 2.6배 많았다. 아랍인의 경우 3.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서로를 향한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사실관계를 알 때와 모를 때 정치적 견해가 달라질 수 있다. 서로 혐오하고 멀리하면서 대화를 거부할 땐 진실을 몰랐지만, 실체를 알고 나니 의견이 바뀌는 것이다. 연구팀은 “복잡한 절차 없이도 현실에 기반한 실제 데이터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오해를 푸는 효과가 있었다”며 “오해가 풀리면 집단 간 폭력성과 혐오를 멈추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반대로 우리 편 입장만 강조하는 선동적인 유튜브 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콘텐츠만 소비하면 오해와 편견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서 혐오를 조장하고, 상대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콘텐츠는 경계해야 한다. 단단한 오해가 쌓인 관계일수록 단순한 사실관계를 아는 것만으로 혐오가 누그러질 수 있다고 하니, 어쩌면 대화와 타협은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닐지 모른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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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문화, 달라도 다 함께…”

    동아일보는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따뜻한 동행, 달라도 다 함께 달다 캠페인’을 연말까지 진행한다. 동아일보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이번 캠페인은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동행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전체 인구의 4.2% 수준으로, 218만 명에 달한다. 2040년에는 전체 인구의 6.4%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가 2021년 조사한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다문화 수용’ 점수는 52.27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다문화 인식 개선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동아일보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따뜻한 동행 달라도 다 함께, 다문화 숏폼 영상 공모전’을 내달 17일까지 진행한다. 영상 내용은 각자가 생각하는 다문화란 무엇인지, 다문화로 인한 갈등과 해소 사례를 60초 이내로 표현하면 된다. 이 밖에 다문화의 공존과 다양성을 표현하는 에피소드라면 자유롭게 제작이 가능하다. ‘달다’ 캠페인 인스타그램에서 신청서 양식을 내려받은 뒤 동영상 파일과 함께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결과는 10월 초 발표될 예정이다. 공모전 수상작 중 일부는 11월에 열리는 전시회 ‘아트컨티뉴’에서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협업 전시를 갖는다.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공모전 수상작과 매칭해 다양한 형태의 예술품으로 다채로운 전시회가 꾸며질 예정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응원 캠페인도 진행된다. 정해진 동작을 취한 뒤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올리고, 다음 캠페인 주자를 지목하면 된다. 해시태그(#)에 ‘#따뜻한동행’ ‘#달라도다함께’ ‘#달다캠페인’을 달면, 무작위 추첨으로 기프티콘 선물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달다 캠페인 인스타그램 또는 유튜브 채널에서는 일본인 캐릭터로 인기를 얻은 다나카(개그맨 김경욱)가 부른 캠페인송 ‘동행’을 확인할 수 있다. ‘동행’의 가사에는 서로가 다르지만 이해하고 배려하는 다문화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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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육대학교, 16개국 18개 대학과 공유대학 설립 추진

    삼육대는 러시아, 스페인,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우크라이나, 케냐 등 16개국 18개 재림교회 대학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MOOC(온라인 공개강좌) 기반의 공유대학 설립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양해각서 체결식은 국제학술진흥학회(ISAA) 국제학술대회가 열리는 삼육대 요한관 홍명기홀에서 10일 진행됐다. 삼육대를 비롯한 각 대학은 공동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우수한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제작해 플랫폼에 탑재한다. 대학간·학제간 융합을 통해 다양한 온라인 학사학위 프로그램과 연계전공·융합전공·마이크로전공 등 모듈 기반 교육과정을 공동 개발해 운영한다. 일부 전공은 미네르바대학처럼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각국 대학에 체류하며 기업 인턴십과 비영리단체·공공기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현장 실습형 교육과정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삼육대 김일목 총장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재림교단 소속 118개 대학과 229개 병원, 9419개 교육기관, 130개국에서 활동하는 국제구호개발기구 아드라(ADRA)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육형 미네르바대학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육대는 개교 117주년을 맞아 전 세계 128개 자매대학과 함께 미래 교육에 대한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학술대회를 8∼10일 개최했다. 대회는 ‘세계와 함께 학문적 영감을 나누자!’를 주제로 교내 일원에서 대면·비대면 혼합방식으로 진행됐다. 40여개국 600여 명의 학자들과 각 분야 전문가, 연구원, 학생들이 참여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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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제2기 식품산업 최고위과정 개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식품 산업은 인공지능(AI), 메타버스, 사물인터넷(IoT),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 기술이 융합된 푸드테크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취지에 발맞춰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원장 박용석)은 제2기 식품산업 최고위 과정을 개설한다. 본 과정은 국내 식품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푸드테크의 현황과 미래 발전 방향, 식품 산업의 법률적 이슈와 국가적 지원 사업, 대체육·합성식품·로봇 제조 식품 체험 등 4가지 모듈로 구성돼 있다. 주요 강사진은 본 과정의 주임교수인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함선옥 교수를 비롯해 이용제 박희준 교수, 서울대 윤지현 교수, 이화여대 이진규 교수, 한국항공대 장윤석 교수, 중앙대 정명섭 교수, 전주대 신정규 교수 등과 한국푸드테크협회 안병익회장, 오아시스마켓 안준형 대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이현재 이사, 스트라이커 F&B 박민혁 대표, 고피자 임재원 대표, 콩두 한윤주 대표 등이다. 교육은 9월 7일 입학식을 시작으로 12월 14일까지 진행된다. 매주 목요일 저녁 2개의 강연이 열린다. 모집인원은 50명 내외로 참가대상은 식품·외식산업 관련 기업체 임원, 공사 기업 임원 및 경영자, 정부 지자체 고위 공직자 및 관련 공공기관 임원 및 기관장, 사회각계 리더 및 전문직 종사자 등이다. 신청 및 문의는 연세 식품산업 최고위 사무국.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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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감 미디어 혁신 선도하는 건국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창조 인재’ 양성한다

    건국대는 우수한 교육 환경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메타버스융합대학원 지원사업과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사업, 캠퍼스타운 사업 등 다양한 국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2021년에는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 사업에서 ‘실감 미디어’ 분야 주관대학으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6년간 국가 수준의 첨단분야 핵심 인재 10만 명을 양성하는 한국판 뉴딜의 신규 과제로 2021년 한 해에만 816억 원의 예산이 편성된 매머드 사업이다. 다방면의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체계적으로 노하우를 쌓아온 건국대는 △창의 학습 공간 ‘X-Space’ 조성 △진로-교육-취업연계 지원 사업 운영 △모듈형 단기 집중형 교육과정 운영 등 신기술 산업 맞춤 인재를 위한 최상의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상상을 가상공간에서 실현하는 창의 학습공간 ‘X-Space’ 건국대는 첨단분야 혁신 인재 양성을 위한 전국 최대 규모의 플레이그라운드 ‘X-Space’를 조성했다. 건국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이곳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며 상상의 공간을 가상 증강 현실로 실현하고 첨단 기기를 활용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X-Space’는 전공 교과목 수업 및 프로젝트, 각종 대회 준비를 비롯해 다양한 협업이 가능한 개방형 실감미디어 학습공간이다. △크로마키와 VR모션캡쳐 장비를 갖춘 콘텐츠 제작실 ‘X-Studio’ △창작·기획·실습 등을 위한 학생 지도 창작소 ‘X-Arena’ △시뮬레이터 운영·체험 및 학생 주도 학습 공간 ‘VR 실습실’ △실감 미디어 분야 예비창업자를 위한 ‘시제품 제작실’ 등 4개 공간으로 구성됐다. 각 공간은 학생들이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효율적으로 공간을 변형할 수 있도록 꾸몄다. 움직이기 쉬운 큐브형 의자와 바퀴형 책상을 배치했고, 회의 공간에는 슬라이딩 가벽을 설치해 쉽게 분리하거나 조합할 수 있다. 건국대는 ‘X-Space’를 혁신 인재 양성을 위한 창의 공간으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전문 VR촬영 장비와 메타버스를 활용해 타 대학 강의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강단의 높이를 낮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수업을 구상하고 있다. ● 기업과 실감미디어 기획 및 개발… 융합 인재 양성건국대 실감미디어 혁신융합대학사업단은 ‘진로-교육-취업연계 지원 사업(WE-Meet 프로젝트)’를 운영해 실감미디어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질적인 직무 역량을 발휘하고 경험을 쌓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기업이 제시한 문제해결형 과제를 직접 수행하고, 현직자의 멘토링과 기업 인턴십 등을 통해 필요한 직무역량을 쌓을 수 있다. 건국대 남지우(경영학과 20) 팀은 세계적인 가상 증강현실 콘텐츠 플랫폼 기업 유니티와 진행한 실감 미디어 창작 및 설계 프로젝트 ‘일제강점기 그리고 나의 조국’으로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학생들은 3·1운동이라는 역사의 한 장면에 현실성을 극대화하는 실감 미디어를 접목해 독립운동가의 희생정신에 대한 공감을 일으켰다. 문과생으로만 구성된 팀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개발이었지만 유니티의 멘토링이 큰 힘이 됐다. 개발에 대한 지식 없이도 쉽게 사용가능한 툴을 소개받았고, 모션캡처와 사운드 녹음을 활용해 총을 맞아 쓰러지는 인물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그럼에도 부족한 구현 수준은 기획과 연출로 극복했다. 남지우 씨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메타버스가 완벽하게 구현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용자가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일인칭 시점에서 하나의 서사가 진행되도록 구상했다. 독립운동가인 사용자가 죽는 마지막 장면에는 직접 만든 다큐멘터리 영상을 넣어 주마등의 느낌도 연출했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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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반도체, 컬처 & 테크놀러지, 기후변화 등 첨단 융합전공 신설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고등교육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와 대학의 획기적인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시대적,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캠퍼스별 특성화 발전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서울캠퍼스는 어문·사회과학 중심의 다국어 데이터 기반 외국학 융합으로 특성화하고, 글로벌캠퍼스는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문화기술(CT) 기반 실용학문 융합으로 특화 발전을 추진한다. 한국외대가 2024학년도에 새롭게 선보일 양대 캠퍼스의 8개 신설학부를 살펴본다. 서울캠퍼스의 Language & AI융합학부는 △언어의 본질을 이해하고 언어 자원의 과학적 활용이 가능한 AI 전문 개발 인재 양성 △텍스트·음성 등 언어 데이터 처리 기술의 활용 능력 배양을 통한 자동 통번역, 외국어교육 소프트웨어 등 AI 기술의 실용화에 기여하는 인재 양성 △AI 비서, 지능형 인간-기계 인터랙션 등 미래 혁신 응용 시스템 개발 역량을 보유한 인재 양성 등을 목표로 한다. Social Science & AI융합학부는 사회과학에 대한 지식과 빅데이터, AI 활용 능력을 융합해 미래 산업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 개발을 목표로 한다. 특히 △외국어 능력과 사회과학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가공·분석하는 능력을 갖춘 디지털 혁신 인재 △데이터 활용에 대한 실무 지식과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사회 요구에 부응하는 서비스를 창출하는 전문 인재를 양성한다. 글로벌캠퍼스의 Finance & AI융합학부는 △금융과 AI 및 데이터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글로벌 핀테크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선도할 인재 양성 △금융과 외국어 및 지역학 관련 지식과 빅데이터 분석 능력을 갖춘 ESG 평가 전문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금융 및 ESG, 빅데이터 분석 및 AI, 글로벌 외국어·지역학 등 3대 중점 교육 분야로 특화해 교육한다. AI데이터융합학부의 교육 목표는 AI와 데이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융합적 문제 해결 능력을 지닌 인재를 배출하는 것으로 △AI와 데이터 기술의 기초, AI 학습을 위한 빅데이터 처리 및 분석, AI 윤리 및 철학 △AI 기반 소프트웨어공학, 사물 인터넷을 위한 AI, AI 정보 보안, 캡스톤 설계 등 AI데이터융합 심화 교육과정 △실무 적응력을 높이는 융합교육을 제공할 예정이다. 디지털콘텐츠학부는 Culture & Technology융합대학 소속으로 △문화와 테크놀로지, 비즈니스 융합형 글로벌 인재 양성 △외국어 역량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 전문 인재 양성 △세계 시민 사회의 문제 발굴 및 해결을 위한 자율적 인재 양성 △디지털 세계를 선도할 창조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투어리즘 & 웰니스학부는 역시 Culture & Technology융합대학 산하에 있으며 △지역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국제적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글로벌 관광 및 웰니스 헬스케어 관련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 양성 △영어 및 제2외국어 구사력과 다문화 감수성을 경쟁력으로 갖춘 전문 인재 양성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바탕으로 산업을 선도하는 자기 주도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반도체전자공학부는 △국제적 감각을 지닌 반도체 및 전자 공학 전문가 양성 △전자·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공학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 △반도체 산업의 발달을 선도하기 위한 창의적 기술 인재 및 국제화 역량과 인문적 소양을 갖춘 글로벌 융합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기후변화융합학부는 국내 최초로 학부과정에서 △온실가스 측정 및 분석 △기후 변화 감시 및 예측 △효율적 에너지 시스템 관리 △기후 변화 정책 및 국제 협력 분야에서 다가올 기후 변화 산업과 연구를 선도할 융합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사회과학적 소양과 자연과학·공학과의 융복합적 교육을 통해 미래의 기후 변화 관련 업무를 국제 사회에서 선도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춘 글로벌 융합 인재를 배출한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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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편만 ‘좋아요’ 상대편은 ‘극혐’…편협한 공감이 혐오를 낳는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우리는 왜 서로를 혐오하나(1) ‘극혐’ ‘○○충(蟲)’ 같은 혐오 표현들은 꽤 불쾌하고 과격한 표현이지만, 이젠 일상용어처럼 널리 쓰인다. 누군가를 극도로 혐오하고, 벌레 취급하는 일이 잦다는 건 우리 사회에 그만큼 편가름과 차별이 심각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정치 이념, 성별, 인종, 종교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노골적인 혐오를 쉽게 드러낸다.사회 전반에 공감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오히려 ‘공감 과잉’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관건은 공감의 방향이다. 내가 속한 ‘우리 편’에만 과한 공감이 쏠리면, 상대편에게는 차별과 혐오가 생기기 마련이다. 남성을 비하하는 ‘한남충’이나 여성을 비하하는 ‘김치녀’ 같은 혐오 표현들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철저하게 우리 편 입장만 공감하며 ‘우리는 맞고, 너희는 틀리다’는 사고가 공고해지면, 상대편은 ‘극혐’의 대상이 된다. 이같은 선택적 공감은 소속감을 강화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많은 적을 만들기도 한다.더러운 것 보면 도망…생존 반응으로서의 ‘혐오’사실 혐오감은 생존과 직결된 원초적 감정이다. 다만 원시시대 혐오의 대상은 눈, 코, 입으로 느낄 수 있는 1차원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엔 상한 음식, 동물 사체, 배설물 등을 잘못 접촉하면 감염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먼 옛날부터 오감으로 불쾌함을 감지해 혐오스러운 것들로부터 도망쳐 살아남았다. 진화학자인 찰스 다윈은 그의 저서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서 혐오감을 공포, 슬픔, 분노 등과 같은 인간의 기본 감정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전히 혐오스러운 것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거나, 손짓으로 공중을 휘휘 젓고, 침을 뱉거나, 토할 것 같은 입 모양을 한다. 이는 더러운 것을 뱉거나, 멀리 밀쳐내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회피 반응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1980년대부터 혐오감을 연구해 온 폴 로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1차원적 혐오감을 설명한다. 그는 혐오감이란, 더러운 것이 입 안으로 넘어올 것 같은 상황에서 느끼는 불쾌감으로 정의한다.이런 정의는 도덕성과 같은 추상적인 문제에도 확대 적용된다. 우리는 도덕적, 사회적 맥락에서 판단했을 때 혐오스러운 것에 대해서도 ‘썩었다’ ‘역겹다’ ‘토 나온다’ ‘악취가 난다’ 등의 표현을 쓴다. 그 대상이 ‘오염’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때는 상한 음식이나 썩어가는 동물 사체처럼 누가 봐도 혐오스러운 게 아니라, 개인적 혹은 문화적 맥락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혐오의 기준이 생존이라는 본능적 반응이 아니라,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각자 다른 혐오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니, 의견이 다른 이들 사이에선 갈등과 분란이 일어난다.“우린 맞고, 너흰 틀리다”…우리 편만 공감 ‘올인’폴 로진 교수에 따르면, 혐오감은 외부의 더러운 것이 내 몸 안으로 경계를 넘어오려고 할 때 발생한다. 심지어 원래 내 몸에 있던 타액이나 대변도 일단 외부로 배출되고 나면, 나의 경계 밖으로 나간 것이기 때문에 혐오스러운 것이 된다. 철저히 내 경계 안에 있을 때만 혐오스럽지 않게 여기는 것이다.혐오를 느끼는 경계가 우리의 육체에서 사회적 규모로 커지면 ‘내 편’과 ‘남의 편’이 나뉜다. 이때 내가 속한 내집단에 편애와 공감이 과잉 집중되고, 나와 입장이 다른 외집단은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보수와 진보, 지역주의, 남과 여의 갈등 등 많은 분야에서 혐오감이 분출되고 있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폴 블룸 미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이유로 “공감에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공감에 반대한다기보단 공감의 ‘오용’에 반대한다는 의미다. 그는 저서 ‘공감의 배신(Against empathy)’에서 “공감은 지금 여기 있는 특정 인물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스포트라이트”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공감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에게는 공감 능력이 발휘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인종, 종교, 정치 이념, 성별 등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공감하기 시작하면, 그 반대에 있는 사람들에겐 폭력을 저지를 수 있다. 심한 경우엔 전쟁을 벌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우리가 느끼는 공감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혐오는 편 가르기를 부추긴다혐오감을 느낄수록 내집단과 외집단의 편가르기는 강화된다. 뇌의 인지 방식을 살펴보면 그 원리를 알 수 있다. 우리의 마음에는 외부에 적(혐오 대상)이 나타났을 때 내 편을 지켜야겠다는 욕구가 동시에 일어나는 작동 원리가 있기 때문이다.세미르 제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성인 17명을 대상으로 지인 중에 혐오하는 사람, 별다른 감정이 없는 중립적인 사람의 사진을 각각 보여주면서 뇌 반응을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로 촬영했다. 실험 전에 참가자들로부터 헤어진 전 애인, 직장의 라이벌 동료 등 싫어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미리 받았다. 또 알고는 지내지만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사진도 함께 받았다.싫어하는 사람 얼굴을 볼 땐 뇌에서 분노, 두려움, 공격성을 느끼거나, 공격이나 방어를 위한 신체적 운동능력을 발휘하도록 몸을 준비시키는 영역이 활성화 됐다. 혐오하는 대상을 보면 분노, 공포, 공격성이 유발된다는 의미다. 이 영역들은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는 다른 지인들의 사진을 볼 땐 활성화되지 않았다.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같은 뇌의 ‘증오 회로’가 사랑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회로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공통적으로 활성화되는 부분 가운데 하나인 뇌섬(insula)이라는 부위는 혐오스럽고 불쾌한 자극을 평가하는 곳이다. 연구팀은 “뇌섬은 혐오하는 경쟁자가 위협을 가할 때도 활성화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에 처해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을 때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뇌에서 ‘혐오스럽다’는 판단을 내리면, ‘적에게 공격태세를 갖추자’는 반응과 ‘내 편을 지키자’는 반응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과 내 편을 지키기 위한 준비가 거의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혐오감을 느낄 땐 우리 편과 상대 편의 경계가 확실해 지는 결과를 낳는다. 상대는 공격하고, 내 편은 더 보호하는 쪽으로 말이다. 의견이 맞는 사람들만 끼리끼리 무리를 지어 더욱 공고하고 결속하게 만든다.상대편 곤경에 처해도…“안 도와줄 것” 내집단과 외집단에 대한 선택적 공감은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일어난다. 그 결과는 꽤 냉담하다. 외집단에 속한 사람이 고통당하고 있을 때 고통에 공감하는 정도가 둔감해지고, 도우려고 하지도 않는다. 내가 고통스러운 상황에 있을 때, 손을 뻗어 도움을 청한 대상이 하필 나를 성별, 정치 이념, 종교, 인종 등으로 차별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심지어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눈 앞에서 고통을 즐기기까지 한다니 섬뜩하기까지 하다.스위스 취리히대 연구팀은 특정 지역 축구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남성 16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연구팀은 이들 중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끼리 해당 팀의 상징이 새겨진 손목 밴드를 하게 했다. 참가자들끼리는 같은 팀 팬이 누구이고, 경쟁팀 팬은 누구인지 손목 밴드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내집단은 같은 축구팀을 응원하는 실험 참가자이고, 외집단은 경쟁팀을 응원하는 실험 참가자가 된다.보다 쉬운 감정이입을 위해 축구 한일전을 생각해 보자. 실험 참가자 일부는 붉은 악마를 상징하는 빨간색 손목 밴드를, 다른 일부는 일본 축구팀을 응원하는 파란색 손목 밴드를 하고 있다고 가정하자.그리고 연구팀은 각각 같은 팀을 응원하는 이들끼리 편을 나누고, 경쟁팀과 퀴즈 게임을 해서 경쟁의식을 한껏 고조시켰다. 진짜 연구는 그다음부터였다. 연구팀은 각각의 실험 참가자들이 다른 참가자가 손등에 전기 충격을 받으며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지켜 보게 했다. 그리고 이때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관찰하기 위해 fMRI로 촬영했다. 참가자들은 내집단 참가자가 고통받을 땐 공감과 관련된 뇌의 전측 뇌선엽이 활성화됐다. 또 이들은 내집단 참가자가 받는 전기 충격의 강도를 반반 나눠 같이 고통을 나누겠다고 나섰다. 이와 반대로 외집단 참가자가 고통받고 있는 것을 볼 땐, 공감과 관련한 뇌 활동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상대방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니, 이들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힌 비율도 떨어졌다. 더 놀라운 대목은 외집단 참가자가 전기 충격으로 고통받을 땐 뇌의 측좌핵 부분이 활성화됐다는 것이다. 이 부위는 보상과 관련한 영역으로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과 관련돼 있다. 연구팀은 “해당 부위는 또 다른 연구에서 다른 사람의 불행으로부터 즐거움을 느낄 때도 똑같이 활성화가 관찰된 영역”이라며 “외집단 구성원이 고통받는 것을 보는 것이 뇌에서는 보상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뿌리 뽑기 어려운 사회의 혐오감이 어디에서부터 왔고, 어떤 잘못된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살펴봤습니다. 다음주 기사에서는 △진보-보수 주의자는 서로 생긴 것부터 ‘혐오스럽다’고 느낀다 △다친 시위대, 상대 정당 지지자라면 도울까? △짐승·벌레 취급…‘비인간화’가 잔혹함을 더한다 등 정치 영역에서 나타나는 혐오감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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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복되는 ‘묻지마 살인’…어떻게 ‘괴물’들을 막을 수 있을까 [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가족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기분 나빠서’‘게임에서 진 뒤 갑자기 살의를 느껴서’ 묻지마 범인들의 살해 동기는 말도 안 될 정도로 사소하고 기괴하다. 일반 상식으로는 납득이 어렵다. 실제로 범인을 잡고 보니 사이코패스나 정신질환자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자의 절반 정도는 정신 병력이 없었다.(지난주 기사 ‘연이은 ‘묻지마 칼부림’ 그들은 도대체 왜 세상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나’ 참고)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 치료에 국가적 개입을 강화하더라도 나머지 묻지마 범죄의 절반은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 징벌적 대책이 거론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범죄를 최대한 예방해 더 이상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죄 없는 사람들을 해치는 이 ‘괴물’들이 어떻게, 왜 생겨났는지 알아야 제대로 된 예방 정책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학업 중단·무직…온라인에서 편협성 키워묻지마 범죄자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혼자가 상당수고, 결혼했더라도 별거나 이혼 등으로 정상적 결혼 생활을 이어 가는 경우가 드물다. 또 학업을 중단했거나, 직업이 없어 뚜렷한 일과 없이 혼자 지낸다. 신림동 흉기 난동 피의자 조선(33)도 지난 8개월 간 집에서 게임만 하고 게임 동영상만 보며 지냈다고 한다. 대인관계를 통해 세상과 교류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만 세상을 보기 때문에 왜곡되고 편협한 생각을 갖기 쉬운 환경이다.2017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조사한 전국 14개 교도소에 수감 중인 묻지마 범죄자 60명 가운데 무직은 66.7%(40명)였고, 배우자가 없는 사람은 65%(39명)였다. 2017년 ‘한국범죄학’ 학회지에 실린 ‘묻지마 범죄자의 심리특성과 피해의식’ 연구에 따르면, 연구 대상인 묻지마 범죄자 25명 가운데 11명은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저학력자였다. 이런 환경에서는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온라인 콘텐츠를 보면서 분노와 적개심이 커질 수 있다. 반사회적 내용의 특정 커뮤니티 글이나 유튜브 영상,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콘텐츠가 이들에게는 세상을 보는 창의 전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하루 종일 인터넷만 하면서 여기서 본 것이 실제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해석하는 비(非)사회화 된 외톨이가 된다”며 “예를 들어, 특정 커뮤니티 사이트만 들락거리며 ‘남혐(남성 혐오)’ 또는 ‘여혐(여성 혐오)’ 게시물을 보면서 이 세상 남자들은 다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거나, 이 세상 여자들이 다 된장녀라고 생각하는 식으로 사고한다”고 설명했다. 전방위적 피해의식…이성의 무시도 한 몫지난주 기사에서 살펴봤던 묻지마 범죄자의 하위 유형 3가지 △정신질환 △현실불만 △만성분노 모두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것은 ‘지나친 피해의식’이다. 사회에 부적응하고 낙오하면서 좌절감을 반복적으로 느끼게 되는데, 이때 자기 잘못을 반추하는 사고능력이 결여된 이들은 남 탓을 하며 피해의식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자신은 피해자고 세상이 가해자라고 생각해,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돼 무차별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낙오자라는 피해의식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요소 중에 이성 문제가 매우 크게 작용한다고 보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에서 총기난사범 심리분석 전문가로 유명한 피터 랭먼 박사는 10대와 20대 총기난사범의 일기, 수사 자료, 기사, 주변인 인터뷰 등을 통해 이들의 심리를 분석했다. 이 연구는 2019년 미국의 ‘범죄학과 공공 정책’ 학회지에 ‘절박한 정체성; 집단 폭력 가해자에 대한 생물·심리·사회적 분석’이라는 이름으로 실렸다. 연구에서 분석한 범죄자들의 공통점은 모두 이성 교제 경험이 없는 남성이라는 점이다. 또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 컸다. 이들의 일기에는 이성에게 한두 번 거절 당한 게 아니라, 평생에 걸쳐 무시당하고 거절당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랭먼 박사는 “범인들은 남성적 정체성이 무너졌다고 느꼈고, 총기를 구해 ‘강한 남자’가 되려고 했다”며 “상처 입고 병든 정체성을 치유하려는 방법으로 무기를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07년 미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조승희(당시 23세)도 어렸을 때부터 폐렴, 백일해, 심장질병 등을 앓아 왜소하고 몸이 약했다. 체육관에서 그가 운동하는 모습이 가끔 목격됐다고는 하나, 부검 결과에서는 ‘23세 남성치고 근육양이 부족하다’는 기록이 있다. 조 씨는 범행 전 여성 3명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가 캠퍼스 경찰에 신고당한 경력도 있다. 심지어 조 씨는 돈을 지불한 성매매 여성에게조차 거절당했다고 알려졌다. 하찮은 자존감, 무기로 극복 시도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가학적인 성격의 사람들은 자기에게 없었던 권력(폭력)을 가짐으로써 하찮고 벌레 같았던 자신을 권력자로 변화시켜 자기 결핍을 보상받으려고 시도한다고 했다. 이들에겐 무기가 곧 권력이다. 무너진 자존감을 세우기 위해 매우 잘못된 보상책을 선택하는 것이다.조승희는 범행 전 촬영한 영상에서 “나는 모세처럼 바다를 가르고 내 백성을 인도한다”면서 자기가 큰 힘을 가지게 됐다고 믿었다. 또 다른 미국의 총기난사범인 엘리엇 로저(당시 22세)는 앞서 썼던 일기에서 자신을 ‘키스도 못 해본 숫총각’이라고 비하했는데, 총기를 구한 뒤에는 ‘우두머리 남성(alpha male)’이라고 묘사했다. 고교 총기난사범인 에릭 휴스턴(당시 20세)은 범행 전날 영화 ‘터미네이터’를 23번이나 돌려봤다. 터미네이터처럼 강한 존재를 꿈꾸면서 남을 해치는 잘못된 환상에 젖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들은 남을 잔인하게 해치는 가학적인 생각에 집착하면서 자기가 권력을 가진 상상을 한다. 랭먼 박사는 “권력의 하나로 볼 수 있는 무기에 집착하는 것은 뿌리 깊은 좌절감을 보상받으려는 것”이라며 “가학적인 상상 속에서 역시 자신이 권력자가 될 수 있기에 이런 생각에 병적으로 사로 잡힌다”고 설명했다.범행 계획 사전 유출? “일부는 말려달라는 신호일 수도” 실제 범행 의도가 있는 범인들이 범행 직전에 스스로 계획을 사전 유출했다면, 관심 받기 위한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실패자로 살았지만, 무기로 힘을 얻었으니 자기를 과시하려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일부의 경우에는 단순한 자기과시가 아닐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은 충동이 이는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서 범행 계획을 일부러 유출해 자신을 말려주길 바라는 도움 요청 사인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질리안 피터슨 미 햄라인대 범죄학-형사사법학과 교수 연구팀은 1966년부터 2019년까지 공공장소에서 4명 이상 살해한 미 총기난사범 170명을 분석했다. 범인의 일기, 유서, SNS나 블로그 게시글, 영상, 이메일, 학교-의료기관 등의 기록, 경찰 조사 결과 등을 참고했다. 170명 가운데 사전에 계획을 다른 사람에게 알린 경우는 46.5%(79명)였다. 이들 가운데 나이가 20대 미만으로 어리거나, 심리상담을 받길 희망했거나, 자살 충동을 느꼈을 때 범행 계획을 사전 노출한 경우가 많았다. 이와 반대로 조현병 등 정신질환이 있는 범죄자는 범행 계획을 사전 유출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연구진은 “이런 경우는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으로 볼 수도 있다”며 “만약 이런 범행 예고에 정학, 퇴학, 형사 고발 등 단순 처벌만 이뤄진다면 오히려 자살이나 범행 충동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형사처벌뿐 아니라 자살 예방 등 위기 개입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범죄 단서 행동 보일 때부터 관리해야국내에서도 지난달 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에 살인 예고 글이 400건 가까이 올라와 많은 이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검거된 이들 절반 정도가 장난삼아 글을 올린 10대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일부는 정서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상태를 알리는 도움 요청 사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힘들면 힘들다고 호소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만, 이들은 의사소통 능력이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에 파괴적이고 위협적인 방법을 택하기 쉽다. 경찰청 과학수사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윤상연 경상대 심리학과 교수는 “오랜 시간 쌓인 좌절감으로 인해 범행 전 이미 여러 번 폭력 조짐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박탈감이 바탕에 깔려 있어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더 큰 피해의식과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따라서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범죄자들의 특성을 파악해 작은 조짐들에 주목하고 관리해야 한다. 학업 중단 뒤 무직 상태로 혼자 살며 크고 작은 폭력 범죄를 저지른다거나, 게임 중독이 심각하다거나, 온라인에 협박 글을 올리는 것도 신호가 될 수 있다. 윤 교수는 “아직 범죄가 발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람이 어디까지 문제행동을 저지를지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면서도 “전문가들이 나서서 식별하고, 지역사회에서는 지속적인 관리 제도를 만드는게 필요하다”고 했다. 또 “지속된 실패와 좌절감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무관심한다면 묻지마 범죄처럼 언젠가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경고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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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이은 ‘묻지마 칼부림’ 그들은 도대체 왜 세상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나[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묻지마 칼부림’ 사건의 범인을 잡고 보니 조현병 환자거나 사이코패스였다는 건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니다.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 흉기를 휘둘러 행인을 살해한 조선(33)은 검사 결과 사이코패스였다.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을 부린 최원종(22)도 조현성 성격장애를 진단받은 병력이 있다.흉악범들이 ‘사이코라서’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상당히 명쾌한 해석으로 들린다. 실제로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자 가운데 정신 병력이 있는 경우는 전체의 절반 수준으로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런데 바꿔 말하면, 나머지 절반은 정신 병력이 없는 사람이란 얘기다. 이런 범죄들을 단지 정신질환에 의한 것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의미다. 이들은 도대체 왜 흉기를 들고 무고한 사람들이 있는 세상으로 향하는 걸까.일명 ‘선진국형 범죄’…원인 연구 어려워씁쓸한 표현이지만 묻지마 범죄는 선진국형 범죄로도 불린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소행뿐 아니라, 무한 경쟁 사회에서 낙오하고 고립된 개인의 열등감과 복수심이 계기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 같이 힘들게 살 때는 몰랐지만, 발전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성공과 실패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영향이 크다.국내에서 언론에 가장 처음 보도된 묻지마 살인은 1982년 우범곤 순경 총기 난사 사건이다. 당시 경남 의령군의 순경이었던 우 씨는 동거녀와 불화가 일자 예비군 무기고에서 총기와 수류탄을 꺼내 마을 주민 62명을 살해하고, 30명이 총상을 입었다. 그 이후 국내에선 묻지마 범죄가 간헐적으로 발생해 국내 범죄학계에선 많은 연구가 이뤄지진 않았다. 또 언론을 통해 ‘묻지마 범죄’로 명명됐으나, 학계에서는 ‘동기 없는 범죄’ ‘이상 동기 범죄’ ‘무차별 범죄’ 등으로 칭해야 한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국내 칼부림 사건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총기 난사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미국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범인 상당수가 범행 직후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경찰에 사살당하는 경우가 많아 당사자의 심리 문제를 직접 조사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처럼 다른 범죄에 비해 발생 사례가 많지 않고, 범죄자를 직접 조사하기 힘들다는 특성 때문에 국내외 묻지마 범죄 관련 연구는 비교적 많지 않은 편이다. ‘묻지마 범죄’ 절반이 정신질환…나머지는?지금까지 진행된 국내 연구에서는 범행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신질환을 꼽는다. 다만 국내 묻지마 범죄는 아직 전수 조사와 통계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모든 묻지마 범죄가 정신질환자의 소행이라고 보는 것은 치우친 시각이다.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17년 펴낸 ‘동기 없는 범죄 수용자 재범 방지를 위한 치료적 개입 및 제도화 방안 연구’에는 전국 14개 교도소에 수감 된 묻지마 범죄자 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들은 일면식 없는 이들에게 살인이나 폭행, 협박, 방화 등을 저지른 수감자들이다. 60명 중 정신 병력이 있는 경우는 46.7%(28명)였다. 묻지마 범죄의 절반 정도가 정신 질환자에 의해 일어난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특히 조현병은 2011년까지는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던 질병으로, 망상·환각·환청 등이 주요 증상이다. 기이한 집착이나 편집증적 사고를 보이며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고, 감청하고, 해하려 한다는 피해망상을 흔히 경험한다. 조현성 성격장애 병력이 있는 서현역 흉기 난동 피의자 최원종이 “나는 몇 년 동안 조직 스토킹의 피해자였고 범행 당일에도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망상적 사고의 일환이다. 이에 비해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와 증상이 상당히 유사하다. 폭력성·충동성·공감 능력이나 죄책감 결여 등이 특징이다. 과시적이고 자기도취적 측면도 있다. 경찰에 잡힌 뒤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은 신림동 흉기 난동 피의자 조선이 범행 직후 보란 듯이 계단에 앉아 있었던 것도 이러한 과시적 성향을 드러낸 것이라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묻지마 살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생물학적 요인- 정신증(Psychosis), 우울증, 뇌의 이상, 성격장애○심리적 요인-자존감 문제, 자격지심, 반사회적 특성, 강박적 사고, 자기애적(과장적) 특성, 책임을 수용하지 못함, 세상이 거부적이며 무관심하다고 여김, 과거의 모욕에 대한 잦은 생각으로 인한 분노, 폭력적 복수에 대한 환상○사회적 요인- 사회적 고립, 왕따 경험, 스트레스(결혼생활 문제, 경제적 궁핍 등), 무기 접근이 쉬움자료: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폭력을 자존감 회복 수단으로 삼아그런데 연구의 조사 대상 60명 중 나머지 절반(53.3%)은 정신 병력이 없었다. 묻지마 범죄 수감자 상당수가 망상을 겪은 적이 없고(66.7%), 환각 증세도 없었다(75%). 오히려 이들은 직업이 없거나(66.7%), 배우자가 없었고(65%), 경제적 어려움(80%)이나 가정불화(55%)를 겪는 등 사회 경제적 문제가 컸다. 음주 문제(75%)나 전과(88.3%)가 있어 이런 어려움이 악순환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국내 여러 연구에서는 각각의 유형 분류명은 다르지만, 범죄자의 성격 특성에 따라 크게 △정신질환 △만성분노(반사회성) △현실불만(외톨이) 유형으로 나눈다. 앞서 연구의 묻지마 범죄자 60명은 ‘이상사고형(정신질환형)’ 29명, ‘현실불만형’ 20명, ‘전위보복형(만성분노형)’ 11명으로 각각 분류됐다. 정신질환과 그 외 원인이 반반 정도를 차지한 셈이다.만성분노형은 사회에 막연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어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이다. 평소에는 화를 드러내지 않다가 분노 조절에 실패하면 폭발적으로 표출하는 경향이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묻지마 범죄자 하위유형의 심리학적 특이성’ 연구에 따르면, 2010년 ‘신정동 옥탑방’ 살인 사건의 범인 윤모 씨(당시 33세)가 이에 해당한다. 윤 씨는 서울 양천구의 한 놀이터에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술을 마시던 중에 인근에 있는 한 옥탑방에서 웃음소리가 들려 기분이 나빴다는 이유로 40대 부부를 흉기로 살해했다. 현실불만형은 대인관계에서 고립된 외톨이로, 매사에 불만이 있어서 타인과 갈등이 쉽게 발생한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남 탓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2010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칼싸움 온라인 게임을 하다 졌다는 이유로 행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박 모 씨(당시 23세)가 이런 유형에 속한다. 박 씨는 미국 명문대에 진학했지만 유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퇴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들 대다수가 가족, 친구, 동료 등 대인관계에서 고립돼 피해의식과 열등감에서 비롯된 폭력적인 생각이 타인과 소통을 통해 해소되지 못하고 자가 발전해 눈덩이처럼 커진 경우다. 40년 이상 폭력성과 관련한 범죄심리학 연구를 해 온 리처드 펠슨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범죄학(사회학)과 교수는 이같이 자존감이 극도로 낮아지면, 강한 공격성이 생겨난다고 설명한다. 물론 자존감이 낮다고 해서 모두가 공격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는 우울감을 느끼거나 움츠러드는 정반대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때 공격성을 느끼는 사람들은 살면서 사람들로부터 자존감에 상처받았다고 여기기 때문에 보복을 해줘야 자존감이 다시 회복된다고 믿는다. 누군가를 공격해서 자신의 힘을 확인하고, 목표를 이뤘다는 성취감을 느끼면서 무너진 자기 체면이 회복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일종의 열등감 극복 과정으로 볼 수 있다.“나는 피해자, 세상은 가해자”그러면 왜 이들의 분노가 향하는 방향은 자신을 비참하게 만든 특정인이 아니라 무고한 사람들에게로 가는 걸까. 이들에게는 모든 잘못을 외부로 돌리고 자기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외현화 사고가 강하게 작용한다. 정상적인 사람은 인생에서 뭔가 잘못됐을 때 자기 잘못을 반추해보는 사고가 발달해 있다. 반면 이들은 환경 탓, 사회 탓하는 사고가 비정상적으로 발달 돼 있기 때문이다. 이수정 교수는 “이들은 세상 전체가 가해자이고,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며 전혀 자기반성을 할 줄 모른다”며 “부모, 학교를 비롯해 세상 지위 높은 모든 사람의 잘못으로 내가 이 지경이 됐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래서 내 삶이 잘못된 것은 ‘세상 탓’이고, 이 세상을 구성하는 ‘아무나’가 가해자로 지목될 수 있다. 자신을 괴롭게 한 가해자이기 때문에 자기가 공격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여기는 인지적 합리화도 일어난다. 이 교수는 “(가정이나 학벌 등)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걸로 보이는 이들에게 열등감이 있어 세상 사람 누구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때 범죄자들은 자기가 공격하는 대상을 인격적인 존재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살인에 대한 두려움이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20년 이상 법의학 분야에 몸담아 온 제임스 놀 미 뉴욕주립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관련 연구에서 “이들은 자기가 사회적으로 박해를 받거나 심하게 학대받았다고 믿고, 여기서 비롯된 분노와 적개심으로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또 “자존감에 치명상을 입은 이들은 복수에 대한 환상을 가지면서 복수가 자신을 보호하는 마지막 피난처라고 여기게 된다”고 설명했다.다음 주 기사 ‘죄 없는 사람을 해치는 사람들’ 2편에서는 △온라인으로만 바라보는 왜곡된 세상 △묻지마 난동에 이성 문제가 미치는 영향 △‘흉기=권력’ 높아진 자존감 등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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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누군지 알아!?” 왜 ‘갑질 멘트’는 한결같을까 [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갑질하는 사람들의 심리“나 ○○대학 나온 사람인데 제가 틀렸다는 건가요? 내 아이가 우선이지, 내가 선생님 인권 보호해주는 사람은 아니잖아요?”(학부모가 유치원 교사에게)“더러우니까 가져가. 개밥 못 먹겠다…평생 배달 열심히 하시길 바랍니다. 분수에 그것도 과분한 직종 같은데”(자칭 ‘변호사 집안’ 고객이 배달 식당 사장에게)“내 남편이 강력반 형사거든, 내가 네 밥그릇 끊어줄게…그러니까 택배기사나 하고 있지”(고객이 택배기사에게)‘갑질’이라는 단어로 기사를 검색하면 학교뿐 아니라 기업, 공공기관, 군대, 식당, 백화점, 아파트 등 관련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장소를 찾기가 더 힘들다. 특히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려온 교사들의 폭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갑질이란 표현은 원래 불평등한 지위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주로 의미했다. 요즘은 상식을 벗어나 자신의 권리를 과도하게 주장하는 사례에도 넓게 사용된다. 갑질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집안이나 학벌, 직업을 먼저 들먹이며 ‘내가 누군지 아느냐’ ‘감히 어디서’ 같은 표현을 주로 쓴다. 자신이 우주의 중심인 양 ‘나만 특별하다’고 여기며 갑질을 권리로 여기는 사람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나는 특별한 대접을 받을 만한 사람” 갑질의 핵심에는 본질적으로 ‘자격 의식(Sense of entitlement)’의 과잉이 작용한다. 심리학 연구에서 자격 의식이란 자신이 특별 대우를 받을 만한 충분한 권리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지나친 자기애를 가진 경우를 일컫는다. 과한 자격 의식을 가진 이들은 심지어 세상 사람들이 자신에게 호의를 ‘빚졌다’고까지 생각한다. 나는 마땅히 대접받을 자격을 가졌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타인이 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면, 마치 빚을 받아내듯 ‘당장 내놓으라’는 뻔뻔한 태도가 나오는 것이다. 자격 의식이 사회에서 용인받을 만한 수준을 넘어서면, 시도 때도 없이 “내가 누군지 알아!”를 외치는 트러블 메이커가 되기 쉽다.●자격 의식이 높은 사람들의 사고 특징“나는 솔직히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자격이 있다고 느낀다”“나에게 위대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내가 타이타닉호에 있었다면 첫 번째 구명정에 탈 자격이 있었을 것이다”“나는 그럴 자격이 있기 때문에 최고의 대우를 요구한다”“나는 인생에서 더 많은 것을 받을 자격이 있다”“나 같은 사람들은 남들보다 추가로 휴식을 누릴 자격이 있다”“모든 것이 내 방식대로 진행되어야 한다”※심리적 자격 척도(The Psychological Entitlement Scale·PES) 문항의 일부병든 자기애 속 감춰진 ‘열등감’ 자기 자신을 과도하게 부풀려 평가하고 지나치게 특별한 존재로 여긴다면, ‘자기애성 성격장애’와 같이 다양한 부적응을 일으킬 수 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자기중심적이며, 남을 위할 줄 모르고, 우월적이며, 권력이나 지위를 과시하는 것을 좋아한다. 모든 갑질의 원인을 병적인 자기애로 해석할 순 없겠지만, 갑질하는 이들의 행동 특징을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다.병적인 자기애를 가진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대접받지 못했다거나,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으면 폭발적인 분노를 드러낸다. 이들은 겉으로는 늘 자기가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은 뿌리 깊은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과대한 자기 평가와 우월의식 아래에는 열등감과 결핍감이 공존한다. 이들이 철저히 자기중심적이고 병적인 자기애를 드러내는 것은 스스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열등감을 가리기 위한 방패 수단이다.그러다가 타인에게 조금이라도 무시당하거나 대접받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으면 열등감이 자극되면서 상대에게 비상식적으로 분노를 쏟아낸다. 더구나 그 상대가 자기 생각에 ‘을’이라면? 상황에 비해 과도한 분노가 일면서 더욱 가차 없이 응징에 나선다. 고객이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고 직원을 무릎 꿇고 빌게 하거나, 때리고 욕하고 물건을 던지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공격성·분노 표출 사실 누구든지 모멸감을 느끼면 분노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기는 사람일수록 이런 평가에 더 민감해하며, 자신이 본 피해에 비해 과하게 보복하려 든다. 브레드 부시먼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모멸감과 폭력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대학생 266명을 대상으로 낙태 찬반 의견을 나눠 글짓기를 시키고, 짝꿍과 바꿔서 채점하도록 했다. 채점 결과는 ‘매우 잘 썼다’는 칭찬부터 ‘정말 끔찍하다’는 혹평까지 다양했다. 사실 각 사람에게 통보된 결과는 실제 짝꿍이 채점한 게 아니라, 연구진이 무작위로 아무 얘기나 써서 준 것이었다.그런 뒤, 각각의 짝꿍과 간단한 게임을 하도록 했다. 패자에게는 아주 듣기 싫은 소음 벌칙이 주어졌다. 이때 나오는 소음의 크기, 지속시간은 승자가 정할 수 있었다. 서로에게 소음 폭탄을 터트릴 수 있는 무기를 장전하고 게임에 임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앞서 글짓기 채점에서 짝꿍에게 ‘글을 못 썼다’고 안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일수록 전반적으로 강한 소음으로 보복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큰 소음과 긴 지속시간으로 과도하게 보복한 사람들을 살펴봤더니, 나르시시즘(자기애) 점수가 유독 높은 사람들이었다. 글짓기를 못 했다는 채점 결과가 이들의 자존감을 건드렸고, 다른 이들보다 과하게 보복하게 만든 것이다.공감 능력 떨어져…다른 사람 고통 이해 못 해 ‘나만 특별하다’고 여기는 이들은 다른 사람의 심정이 어떨지 생각하는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상대가 힘들든지 말든지, 오로지 자기가 피해 본 사실만 중요하다는 기적의 논리를 펼치기 때문에 대화로 소통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들은 선을 잘 넘고, 무례하며, 상대방을 조종하려고 든다.데니스 라이디 미 조지아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앞서 소개한 실험과 비슷한 연구를 진행했다. 자기가 특별하다고 믿는 자기애 성향 중에서도 어떤 요소가 있으면 더 공격적인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였다.연구진은 참가자를 2명씩 짝지어 간단한 게임을 하도록 했다. 이번에는 승패와 관계없이 게임이 끝나면 서로에게 전기충격을 줘서 경쟁자를 괴롭히는 기회를 줬다. 전기충격 강도는 0에서 10까지 참가자마다 알아서 조절하도록 했다. 승패와 관계없이 상대에게 벌을 주라고 하니 일부 참가자들은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며 눈치를 보다 시험 삼아 낮은 강도의 전기충격 버튼을 눌렀다. 그러다 상대가 충격 세기를 높이면 따라 올리는 식이었다. 그런데 자기애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강한 전기충격을 줬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피해 볼 것 같은 상황을 참지 못하고 격렬하게 상대를 공격한 것이다.특히 자기애 검사에서 ‘자격 의식’과 ‘착취성’ 점수가 높게 나온 사람일수록 공격성이 높았다. 여기서 착취란 다른 사람이 고통을 받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고 자기 이득을 얻으려는 태도를 말한다. 대인관계에서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자기중심적인 태도로 나타난다.“하고 싶은 것 다 해” 받아주며 키운 가정환경도 문제어렸을 때부터 자녀를 과대평가하면서 “특별 대우를 받아 마땅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양육환경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렇게 길러진 자녀는 부모에 의해 자격 의식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줄 모르고, 집 밖으로 나와 사회에서도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때마다 이런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면 수치심과 분노를 느낄 수 있다. 부모는 자녀에게 ‘안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는 훈육을 통해 인격 성숙에 필요한 ‘적절한 좌절감’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작은 좌절을 통해 형성된 심리적 근육이 있어야 삶의 큰 좌절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나에겐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 저자이자 유튜브 채널 '토킹닥터스, 토닥'을 운영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원은수 원장은 “자신이 특별대우 받아야 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는 아이들은 욕구가 좌절됐을 때 정신적으로 건강한 아이들은 겪지 않는 불필요한 수치심을 경험한다”며 “이때 발생하는 수치심은 우울감이나 분노로 이어지고, 학교폭력 같은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자녀가 마치 아무런 결점도 없이 완벽한 존재인 것처럼 대하는 태도는 자녀에게 독이 된다. 오히려 자녀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깨닫도록 돕고, 극복 과정을 지지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또한 돈이나 학벌, 권력적 성공이 최고라는 왜곡된 사고방식을 심어주기 보단 다른 이의 고통과 아픔을 아는 공감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원 원장은 “자녀가 부모에게 공감능력을 배우지 못하면, 다른 데서는 배우기 힘들다”며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법을 가르치는 양육 방법이 자녀의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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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깍” 오늘도 켜진 ‘불안 스위치’, 꺼버릴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법(2)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할 때, 전날 밤엔 이상하게 잠이 안 온다. ‘빨리 자야 해’라고 생각할수록 정신이 더 또렷해지는 느낌이다. 초조한 마음으로 뒤척이다 오히려 평소보다 늦게 잠들기 쉽다. 반대로 밤 새워 공부해야 하는 시험 전날에는 아무리 참으려 해도 잠이 쏟아진다. 내 마음대로 뭔가를 억지로 하려고 하면 몸이 이상하게 말을 듣지 않는다.불안이나 걱정도 이와 같다. 강제로 없애려고 하면 아무리 밟아도 쑥쑥 자라는 잡초처럼 무성해진다. 스위치를 끄듯 불안한 생각도 원할 때 꺼버릴 수는 없을까. 어떻게 하면 불안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지금부터 불안한 생각을 떠올리지 않겠어!”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런 강압적인 접근으로는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다. 불안과 싸워 이겨서 의식에서 없애버리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이미 패배가 결정된 싸움에 맹렬하게 달려드는 꼴이 된다. 이는 앞서 기사(1월 30일 자 심심토크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기사 참고)에서 설명한 ‘백곰 효과’로 살펴볼 수 있다. 한 심리학 실험에서 ‘절대 백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주문받은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백곰에 관한 생각을 더 많이 했다. 머릿속에서 백곰을 몰아내기 위해 백곰이 떠오르는지 집중하게 되면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백곰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원리다. 이를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라고 한다. 즉,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통제할 수 없다. 통제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오히려 늪에 빠진다. 억지로 좋은 생각을 하려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제이슨 모저 미국 미시간주립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에 의하면, 불안한 사람에게 억지로 좋은 생각을 하라고 하자 혈류 속도가 빨라지는 등 뇌에 부하가 왔다. 강제로 긍정적인 생각을 해보려다가 원래 갖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과 부딪치며 오히려 생각이 복잡해진 탓이다. 따라서 불안을 다스리기 위한 첫걸음은, 불안을 비롯한 모든 생각은 스위치처럼 마음대로 끄고 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유달리 불안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 있다 불안한 생각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건 모두가 마찬가지다. 그런데 유난히 불안에 취약한 유형이 있다. 매사에 자신이 잘못해서 일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거나, 생각의 의미를 곱씹으며 쓸데없이 의미 부여하는 사람들이다. 베다니 티치맨 미 버지니아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백곰이 자꾸 생각나는 이유’를 주제로 연구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 126명에게 ‘내 커리어는 망할 것이다’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했으면 좋겠다’ 등 비관적이거나 부도덕한 생각을 최대한 억제해보라고 시켰다.역시나 대다수가 생각을 억제하는 데 실패했다. 그런데 억제한 생각이 유난히 많이 떠올라 더 괴로워한 사람일수록 ‘이 생각이 자꾸 나는 건 내가 뭔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다. 또는 ‘이 생각이 자꾸 떠오르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원인을 찾아내려고 애썼다.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거나, 이유를 찾아내려고 하면서 생각과 감정에 압도돼 고통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연구진이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서 더 생각났다’며 상황 탓으로 돌려버리는 사람들은 그닥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또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빈도도 남들보다 덜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간단하게 남 탓을 해버리니 속이 편했던 것이다. 자신을 달달 볶지 않고 단순하게 남 탓, 상황 탓하는 태도가 때로는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불안한 나를 ‘알아차리기’이는 ‘불안을 없애야 한다’에서 ‘내가 불안한 생각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로 관점을 바꿔 생각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쓸데없이 내 탓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있지도 않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스스로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러려면 불안하게 만드는 생각과 맞붙어 싸우는 게 아니라, 한 발짝 물러나 ‘메타인지’를 활용해야 한다. 메타인지란 제3자의 시각으로 내 생각을 바라보는 것을 일컫는다. 불안장애 치료법의 하나인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 Commitment Therapy·ACT)’에서는 메타인지적 접근법을 강조한다. 여기서 ‘수용’이란 고통받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아차리고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나에게서 한 발짝 떨어져서 ‘내가 지금 불안해하고 있는 상태구나’ ‘내 잘못이 아닌 일에 내 탓을 하며 괴로워하고 있구나’ ‘특별하지 않은 일에 의미 부여하면서 나를 괴롭히고 있구나’하고 자각하는 것이 메타인지다. 전쟁터에서 싸우지 말고, 전쟁터를 떠나라수용전념치료를 소개하는 책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의 공동 저자인 스티븐 헤이스 미 네바다대 심리학과 교수와 작가 스펜서 스미스는 마음을 전쟁터로 비유하며 “전쟁터를 그만 떠나버리라”고 조언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불안을 이기기 위해 싸우는 것은 지는 싸움을 열심히 하는 꼴이다. 하지만 전쟁터를 그대로 두고 떠나버리면? 싸우는 당사자가 사라졌으니 전투는 잠잠해질 수 있다. 여기서 ‘떠난다’는 것은 다른 곳으로 도망치라는 것이 아니다. 메타인지를 통해 전투의 관찰자가 되라는 의미다. 불안한 감정에 휩싸여 허우적거리는 것은 전투에 여전히 참전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쉬운 비유를 들자면, 불안이라는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 내리는 상상을 해보라. 불안하고 초조한 생각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면 달리는 기차 안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차에서 풀쩍 뛰어내려 저 멀리 내달리는 기차를 바라보자. 불안함이 느껴질 때마다 불안해하는 자신을 깨닫고 제3자처럼 바라볼 수 있다면 정신없는 전쟁터나 기차에서 탈출할 수 있다. 고통에 허우적거릴 땐 고통 안에 있다는 것조차 자각할 수 없지만, 거리를 두면 차분하게 상황을 바라볼 수 있다. 헤이스 교수는 저서에서 “고통에 접근하는 방식을 달리하면, 고통이 삶에 미치는 영향력도 변하게 된다”고 했다.이는 명상법인 마음챙김(mindfulness)과도 이어진다. 불안이나 우울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입증된 마음챙김 명상의 핵심은 ‘지금, 여기’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복잡한 생각과 감정에 붙잡혀 과거나 미래로 가 있는 의식을 지금 숨 쉬고 있는 이 자리로 불러와 현재의 내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다. 다만 이때는 어떤 판단이나 평가도 배제해야 한다. ‘아 또 불안해하고 있네, 한심해’ 같은 판단이나 평가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집중하면서 현재 상황을 알아차리고, 고요하게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전쟁터 안에서는 결코 고요해질 수가 없다. (마음챙김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2022년 9월 4일 자 심심토크 ‘빌 게이츠도 한다는 마음챙김이 뭐길래’ 기사 참고)‘나’를 ‘남’처럼 바라보기이와 연장선에서 좀 더 쉽고 실천적인 방법도 있다. 마음이 고통스러울 때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며 혼잣말하면 고통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으로 시작하며 말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김○○’ ‘○○아!’ 등 다른 사람을 부르는 것처럼 혼잣말하면 감정을 조절하기 수월해진다.앞서 소개한 모저 교수의 연구팀은 또 다른 연구에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해 고통스러운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을 1인칭 또는 3인칭으로 말할 때 뇌 반응을 각각 살펴봤다. 그 결과 1인칭으로 혼잣말한 실험참가자들보다 자신을 3인칭으로 말한 참가자들의 내측 전두엽 부분이 덜 활성화됐다. 내측 전두엽은 고통스러운 경험에 대해 자기반성, 반추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즉, 자기 자신을 3인칭으로 말할 때 심리적 고통을 덜 느꼈다. 지금 만약 “나는 지금 너무 불안하다”라고 느낀다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은 지금 불안하지만, 곧 마음이 차분해질 것이다”라고 제3자를 대하듯 말해보자.생각 속에 살지 말고 현재를 살아라2010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방황하는 마음은 불행하다’라는 연구를 보면,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앱 알람이 울릴 때마다 당시 하고 있는 행동, 생각, 기분을 기록하도록 했다. 83개국 성인 약 5000명을 대상으로 수집된 총 25만여 개의 기록이 연구에 사용됐다. 놀랍게도 참가자의 46.9%가 현재 하는 일과 상관없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절반은 정신이 딴 데 팔려있다는 의미다. 또 정신이 딴 데 팔린 사람들은 눈앞의 일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보다 불행하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현재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가사노동 같은 재미없는 활동을 할 때조차도 정신을 딴 데 두고 사는 사람들보단 행복하다고 느꼈다. 반대로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데이트 등 즐거운 상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일에 집중하며 사는 이들보단 덜 행복하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지금 일어나고 있지 않은 일에 대해 생각할수록 불행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1년 전에 무슨 걱정 하고 살았지?쉽지 않지만 희망은 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1년 전 오늘 무슨 걱정을 했는지 금방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걱정과 불안은 순간을 지나면 잊혀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런 걱정들이 현실에서 이뤄지는 확률은 매우 낮다.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심리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걱정의 91.4%는 현실에서 벌어지지 않았다. 불안을 느끼는 일 가운데 1/10 정도만 실제로 나타난다. 심지어 이 중에서도 약 1/3은 ‘생각만큼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그렇다고 불안해하는 사람에게 “그냥 잊어버려”라고 충고하는 것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안은 싸워 이겨서 없애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럴 수도 없다. 외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따라서 우리는 불안한 상태를 ‘직면’해야 한다. 3인칭 혼잣말이 뻘쭘하다면 글로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단순히 ‘기분이 나빴다’ ‘오늘 짜증이 났다’ 같은 서술이 아니라, ‘~을 느꼈다’ ‘~라고 생각했다’ ‘~라고 이해한다’ 등 자신의 감정을 통찰하는 서술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잠들기 직전에는 뇌가 깨어나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되도록 취침 직전은 피해야 한다. 물론 명상이나 혼잣말, 글쓰기, 현재에 집중하기 등 앞서 소개한 많은 시도를 하더라도 여전히 불안하고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개인사와 관련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위해 심리상담 전문가를 찾아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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