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동아일보와 전남 강진군이 공동 주최하는 제17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작으로 박라연 시인(69·사진)의 시집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가 선정됐다. 본심 심사위원인 시인 오탁번 김기택, 평론가 김주연은 지난달 회의를 열어 최종 후보 5개 작품 중 박 시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박 시인의 시에서 괴로움이나 슬픔이 개인 차원을 넘어 만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심사위원들은 “고통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자아에 갇히지 않고 무한한 바깥을 향해 열려 있는 것을 보여준다”며 “‘오만 가지 밥 생각’이 ‘오만 가지 꽃으로’ 피어나 ‘황하 코스모스 천지와 호랑나비 천지의 아름다운 농사’가 되는 상상력은 일상의 걱정거리나 괴로움이 사물로 변화하며 자연적, 우주적 에너지를 품어 아름다워지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본심에서는 곽재구 시인의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와 박 시인의 작품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심사위원들은 “곽재구 시집은 순수하고 건강한 어린이의 목소리, 낙천적인 명랑성이 있어 기교 없이도 서정적 아름다움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박 시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넓고 넓은 우주라도 더 간절한 쪽부터 마음을 배달해주려는 참 눈치 빠른 목소리가 정말로 있는 것 같다. 수상 소식을 알려주시던 목소리가 그랬다”며 “죽음으로 다가가는 길목에서 영랑시문학상을 수상하게 돼 다른 느낌의 시간을 살게 될 것 같다. 수상이 제게 안겨준 좋은 기운으로 더 활발히 시를 쓰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전남 보성 출신인 박 시인은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수원대와 원광대에서 각각 국문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가 당선돼 등단했다. 올해가 등단 30년이다. 2008년 윤동주상 문학부문, 2010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과 박두진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너에게 세 들어 사는 동안’ ‘생밤 까주는 사람’ ‘공중 속의 내 정원’ ‘우주 돌아가셨다’ 등이 있다. 시상식은 다음 달 16일 오후 2시 전남 강진군 시문학파기념관에서 열린다. 상금 3000만 원.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구독자 30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류정란’은 지난달 17일 밤 친구 3명과 서울의 A영화관에 몰래 들어간 영상을 21일 그의 채널에 올렸다. 해당 영상에서 류정란과 친구들은 영업이 끝나 아무도 없는 상영관 여러 곳에 몰래 들어가 좌석에 눕고 가운뎃손가락을 올려 보이기도 했다. 상영관 ‘투어’를 끝낸 이들은 음식 조리시설에까지 몰래 들어갔고, 매점의 음료를 무단 취식했다. 영상 촬영 내내 이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17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서울·경기 지역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류정란은 영화관 영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영상을 삭제하고 24일 사과 영상을 올렸다. 하지만 사과 영상에서 영화관 이름을 직접 언급해 영화관은 ‘2차 피해를 입었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A영화관 관계자는 “수사 중인 경찰에 폐쇄회로(CC)TV 화면 제공 등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극복이 국민적 과제가 된 와중에도 일부 유튜버가 도를 넘은 자극적 콘텐츠를 올려 지탄을 받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의 선정성과 폭력성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돼 왔지만 방역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 또는 범죄에 해당하는 콘텐츠까지 올리는 수준에 달하자 대중은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조차 사라졌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기승을 부리는 콘텐츠는 있지 않은 일을 진짜처럼 꾸며서 만드는 ‘주작’(조작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온라인 용어) 영상이다. 6월 당시 135만 명이 구독하는 유튜버 ‘송대익’은 B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시킨 음식을 배달원이 훔쳐 먹었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렸다가 주작임이 발각됐다. 영상에서 튀김 껍질을 베어 문 듯한 치킨, 6조각 중 2조각이 사라진 피자 등을 보여주고, 점주와 통화하는 장면까지 내보냈지만 모두 가짜였다. 상호명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는데도 식별이 가능해 고객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업체는 지난달 송대익을 경찰에 고소했다. 41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야생마’도 7월 C브랜드의 전기차를 리뷰하던 중 배터리가 갑작스럽게 방전돼 레커 업체를 부르는 콘텐츠를 올렸으나 레커 업체를 광고해주기 위한 ‘주작 영상’임이 드러났다. 그는 사과 영상에서 “해당 자동차 브랜드에 피해를 입혔다. 제가 경험한 것처럼 모방한 것과, 영상을 통해 지인 업체를 홍보한 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최근 유튜버 시장이 레드오션이 되면서 구독자와 조회수 늘리기에 혈안이 된 유튜버들이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유튜브에서는 구독자와 조회수가 곧 돈이다. 사람들의 호기심과 욕망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기에 결국 수익을 위해 유튜버들은 수위를 높여가며 선정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이어 “자신이 다루는 콘텐츠가 타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음을 자각할 수 있도록 유튜버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문해력 교육, 나아가 인권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행법상 유튜브의 유해한 정보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기에 유튜버와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튜브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커뮤니티 가이드’에 따라 △스팸 및 현혹 행위 △민감한 콘텐츠(과도한 노출 및 성적인 콘텐츠 등) △폭력적이거나 위험한 콘텐츠 △규제 상품(총기류 등)에 해당하는 콘텐츠를 삭제하지만 기준이 모호해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유튜브 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을 반영할 수 없어 가이드라인이 광범위한 것은 맞다”면서도 “알고리즘과 인력으로 가이드라인에 저촉되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소비자의 신고가 들어온 콘텐츠에 대해 담당 팀이 확인하고 삭제한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에 이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밝은 미래상’까지. 윤단비 감독(30)의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그가 한 영화 커뮤니티에 남긴 글처럼 ‘인천에서 로테르담까지 비행기도 타지 않고 제 발로 걸어서 도착’했다. 로테르담이 끝이 아니었다. 개봉한 지 일주일 만인 27일 독립영화 흥행지표인 관객 1만 명을 넘겼고 해외 7개 영화제에 초청됐다. 메마른 영화계에 ‘단비’가 된 남매의 여름밤은 윤 감독의 첫 장편이다. 가세가 기울어 아버지(양흥주)와 두 남매 옥주(최정운) 동주(박승준)는 할아버지의 2층 양옥에 얹혀살게 되고, 남편과 불화를 겪던 남매의 고모(박현영)까지 이 집에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가족 간 애증을 밀도 있게 그렸다. 영화 속 인물들은 우리와 닮아 있다. 건강이 악화되는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려는 아버지와 고모. 할아버지 집을 팔기로 한 아버지에게 “그래도 우리가 얹혀사는 건데…”라며 원망 섞인 눈물을 글썽이는 옥주. 27일 이 영화를 배급한 서울 강남구 그린나래미디어에서 만난 윤 감독은 “인위적이지 않은, 솔직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제가 옥주 나이(고등학생)일 때 ‘우리 가족만 문제가 있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TV에는 행복한 사례들만 나와 이질감을 느꼈죠. 제 영화에선 가족의 사소한 흠결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관객이 ‘저런 가족도 있지’라며 공감할 수 있도록 말이죠.” 영화를 향한 뜨거운 반응이 아직도 얼떨떨하다는 윤 감독은 호평의 이유로 ‘스크린 너머까지 전달된 내밀한 감정선’을 꼽았다. “동주와 옥주가 택시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 동주가 실제로 잠이 들었어요. 꾸벅꾸벅 졸던 동주를 옥주가 자기 어깨에 기대게 하는데 그걸 모니터로 보면서 마음이 아릿하더라고요. 현장에서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순간이었는데 그 감정을 관객들도 느끼신 것 같아요.” 시나리오에 담겼던 따뜻한 시선이 텍스트 밖으로 나온 데에는 남매의 할아버지 집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윤 감독은 바로 이 2층 양옥에서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공간의 디테일을 영화에 반영했다. “오래된 주택이 많은 인천의 한 골목을 돌아보다가 이 집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어요. 마당의 텃밭, 집 안의 오디오, 재봉틀, 유리병에 든 담근 술같이 손때 묻은 물건들…. 노부부가 50년을 사셨대요. 그분들을 세 번째 찾아뵙고서야 겨우 촬영장소로 섭외하는 데 성공했죠.” 단편영화를 찍을 때는 “속내를 들키는 것 같아 감정 표현에 외피를 둘렀다”는 윤 감독은 남매의 여름밤에서는 “핵심을 말하는 데 집중했다”며 앞으로도 본질에 집중하되 소재는 다양화할 생각이다. “비슷한 영화는 안 찍으려고 해요. 동어 반복이 될 수 있어서요. 아이들이 고난을 극복해 나가는 성장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김태리와 이지은(아이유)이 함께 나오는 멜로도 너무 좋을 것 같고요. 하하.”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에 이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밝은 미래상’까지. 윤단비 감독(30)의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그가 한 영화 커뮤니티에 남긴 글처럼 ‘인천에서 로테르담까지 비행기도 타지 않고 제 발로 걸어서 도착’했다. 로테르담이 끝이 아니었다. 개봉한 지 일주일 만인 27일 독립영화 흥행지표인 관객 1만을 넘겼고 해외 7개 영화제에 초청됐다. 메마른 영화계에 ‘단비’가 된 남매의 여름밤은 윤 감독의 첫 장편이다. 가세가 기울어 아버지(양흥주)와 두 남매 옥주(최정운) 동주(박승준)는 할아버지의 2층 양옥에 얹혀살게 되고, 남편과 불화를 겪던 남매의 고모(박현영)까지 이 집에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가족간의 애증을 밀도 있게 그렸다. 영화 속 인물들은 우리와 닮아 있다. 건강이 악화되는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려는 아버지와 고모, 할아버지 집을 팔기로 한 아버지에게 “그래도 우리가 얹혀사는 건데…”라며 원망 섞인 눈물을 글썽이는 옥주. 27일 이 영화를 배급한 서울 강남구 그린나래미디어에서 만난 윤 감독은 “인위적이지 않은, 솔직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제가 옥주 나이(고등학생)일 때 ‘우리 가족만 문제가 있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TV에는 행복한 사례들만 나와 이질감을 느꼈죠. 제 영화에선 가족의 사소한 흠결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관객이 ‘저런 가족도 있지’라며 공감할 수 있도록 말이죠.” 영화를 향한 뜨거운 반응이 아직도 얼떨떨하다는 윤 감독은 호평의 이유로 ‘스크린 너머까지 전달된 내밀한 감정선’을 꼽았다. “동주와 옥주가 택시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 동주가 실제로 잠이 들었어요. 꾸벅꾸벅 졸던 동주를 옥주가 자기 어깨에 기대게 하는데 그걸 모니터로 보면서 마음이 아릿하더라고요. 현장에서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순간이었는데 그 감정을 관객들도 느끼신 것 같아요.” 시나리오에 담겼던 따뜻한 시선이 텍스트 밖으로 나온 데에는 남매의 할아버지 집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윤 감독은 바로 이 2층 양옥에서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공간의 디테일을 영화에 반영했다. “오래된 주택이 많은 인천의 한 골목을 돌아보다가 이 집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어요. 마당의 텃밭, 집안의 오디오, 재봉틀, 유리병에 든 담근 술 같이 손때 묻은 물건들…. 노부부가 50년을 사셨대요. 그분들을 세 번째 찾아뵙고서야 겨우 촬영장소로 섭외하는 데 성공했죠.” 단편영화를 찍을 때는 “속내를 들키는 것 같아 감정 표현에 외피를 둘렀다”는 윤 감독은 남매의 여름밤에서는 “핵심을 말하는 데 집중했다”며 앞으로도 본질에 집중하되 소재는 다양화할 생각이다. “비슷한 영화는 안 찍으려고 해요. 동어반복이 될 수 있어서요. 아이들이 고난을 극복해나가는 성장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김태리와 이지은(아이유)이 함께 나오는 멜로도 너무 좋을 것 같고요. 하하.”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지능, 기억력, 언어, 집중력, 용기, 가창력, 달리기, 장수, 회복력, 수면, 행복이라는 11개 분야에서 인간 잠재력의 최정점에 오른 ‘슈퍼휴먼’들을 생물학자인 저자가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세계 최고 프로 체스 선수이자 15세에 옥스퍼드대에 입학한 존 넌, 맨부커상을 두 차례 수상한 영국 소설가 힐러리 맨틀, 하루 24시간 중 20시간을 깨어 활동하는 마리 스테이버 등과의 대화를 통해 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은 타고난 것인지 학습된 것인지,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이러한 능력이 학습되는 것인지 유전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그는 ‘본성 대 양육’의 개념이 아니라 두 가지 요소가 함께 합동하며 작용한다는 사실을 최신 뇌과학 지식을 통해 설명한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카카오M이 다음 달 1일 카카오TV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7편을 동시 공개한다고 26일 밝혔다. 자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인 카카오TV 강화를 위해 처음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하면서 국내 OTT 시장의 경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개 작품은 드라마 ‘아만자’ ‘연애혁명’과 ‘찐경규’ ‘내 꿈은 라이언’ ‘카카오TV 모닝’ ‘페이스아이디’ ‘아름다운 남자 시벨롬(si bel homme·아름다운 남자라는 뜻)’ 등 예능 프로그램 5편이다. 이들 작품은 회당 10∼20분의 쇼트폼(short form·짧은 분량)이다. 일부 예능은 모바일 시청 환경에 맞게 세로형으로 제작됐다. 아만자(주연 지수)는 말기 암 선고를 받은 27세 취업준비생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김보통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연애혁명은 박지훈, 이루비, 더보이즈의 영훈 등이 출연해 10대의 꿈과 사랑, 우정을 그린다. 찐경규는 웹 예능은 처음인 이경규와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을 만든 권해봄 PD가 손잡았다. 페이스아이디에서는 이효리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일상을 공개한다. 내 꿈은 라이언은 세계 최초의 마스코트사관학교에 입학한 마스코트들의 서바이벌 게임을 담았다. 아름다운 남자 시벨롬은 한때 잘나간 모델들의 성장통을 담은 청춘 시트콤. 카카오TV 모닝은 요일별로 다른 코너가 펼쳐지는 아침 예능으로 가수 유희열과 김구라 노홍철, 작사가 김이나, 래퍼 비와이가 출연한다. 이 작품들은 카카오톡 ‘카카오TV채널’ 및 ‘#탭’의 ‘#카카오TV’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카카오M 신종수 디지털콘텐츠 본부장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바일 콘텐츠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영화 ‘69세’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임선애 감독(42·사진)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박남옥상’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남옥상은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인 박 감독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상이다. 69세는 29세 남성 간호조무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69세 효정이 사회의 편견에 맞서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시상식은 다음 달 10일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에서 열린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영화 ‘69세’(20일 개봉)는 검은 화면으로 시작한다. 칠흑 같은 화면에 29세 남성 간호조무사 중호(김준경)와 물리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온 69세 여성 효정(예수정)의 목소리가 얹힌다. 일상적 대화는 “노인 같지 않으시다” “다리가 예쁘시다”는 중호의 칭찬과 희롱 사이 어딘가의 말로 번진다. 오십견으로 저항할 힘이 없는 효정은 중호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며칠을 구토와 두통에 시달리던 효정은 중호를 경찰에 고소하지만 ‘젊고 훤칠한 중호가 당신을 성폭행할 동기가 무엇이냐’는 수사기관과 주변의 시선에 부딪힌다. 효정은 투쟁해야 할 대상은 중호가 아니라 사회의 편견임을 깨닫는다. 데뷔작부터 노인 대상 성범죄라는 무거운 주제를 택한 임선애 감독(42)을 24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오버 더 레인보우’(2002년) 스크립터로 영화계에 입문한 임 감독은 ‘도가니’ ‘화차’ ‘수상한 그녀’ ‘사바하’ 등 작품 수십 편의 스토리보드를 맡았다. 2016년부터 노인 성범죄 사례와 논문을 분석하고 경찰 등 수사기관을 취재해 3년여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2013년 노인 성폭력 사례를 인용한 칼럼을 읽었다. 노인 여성을 무성적(無性的) 존재로 보는 사회적 편견을 악용해 성범죄 타깃으로 삼는 현실이 충격적이었다. 노인 여성 성범죄는 국내외 영화에서 거의 다뤄진 적이 없더라. 창작자로서 남이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갈망과 함께 누군가 운을 떼야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했다.” 영화는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한다. 시인으로 존경받던 동인(기주봉)은 “분리수거해야 할 건 쓰레기뿐이 아닌데”라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비아냥거림을 듣고, 효정은 “(피고소인의) 친절이 과했네”라는 경찰의 발언을 감내한다. 무시에 익숙해진 이들은 스스로의 가치를 폄훼한다. 동인은 자신의 시집을 화분받침으로 쓰고, 효정은 자신의 몸에 손을 댔던 환자의 간병인으로 다시 일한다. “효정이 싸워야 하는 대상은 노년층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시선이다. 성폭력 피해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고통과 그늘이 있다. 연대를 통해 스스로의 존엄과 가치를 깨닫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동인은 받침대로 쓰던 자신의 시집을 정성스레 닦고 시를 읽는 효정을 만났기에 다음 시집을 낼 용기를 얻게 되지 않을까.” 성폭행을 당한 후, 유일한 취미인 수영을 하다 팔다리 곧게 뻗은 채 가라앉던 효정은 결국 높은 곳으로 올라선다. ‘심효정, 69세. 병원 조무사 이중호에게 성폭행 당했습니다’라고 적힌 A4용지 수백 장을 양팔에 안고 피해를 당한 병원 옥상으로 한 계단 한 계단…. “죽은 듯 물 밑으로 침잠했던 효정은 병원 계단을 꾸역꾸역 올라 끝내 난간에 선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세상을 향해 고백한다. 누구나 존엄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해 자각하고 이야기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영화 ‘69세’는 암전으로 시작한다. 칠흑 같은 화면에 29세 남성 간호조무사 중호(김준경)와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69세 여성 효정(예수정)의 목소리가 얹힌다. 일상적 대화는 효정을 향한 중호의 “노인 같지 않으시다” “다리가 예쁘시다”는 칭찬과 희롱 사이 어딘가의 말로 번진다. 오십견 때문에 저항할 힘이 없는 효정은 중호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 며칠을 구토와 두통에 시달리던 효정은 중호를 경찰에 고소하지만 ‘젊고 훤칠한 중호가 효정을 성폭행할 동기가 무엇이냐’는 수사기관 및 주변의 시선에 부딪힌다. 효정은 그가 투쟁해야 하는 대상은 중호가 아닌 사회의 편견임을 깨닫는다. 데뷔작부터 노인에 대한 성범죄라는 무거운 주제를 택한 임선애 감독(42)을 24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16년부터 실제 노인 성범죄 사례와 논문을 찾아 읽고 경찰 등 수사기관을 취재해 3년여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2013년 노인 성폭력 사례를 인용한 칼럼을 읽었다. 노인 여성을 무성적(無性的) 존재로 보는 사회적 편견, 이를 악용해 노인 여성을 성범죄 타깃으로 삼는다는 현실이 충격적이었다. 성폭력 사건은 많이 영화화됐지만 노인 여성 상대 성범죄는 국내외적으로 거의 다뤄진 적이 없더라. 창작자로서 남이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갈망과 함께 누군가 운을 떼야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했다.” 69세는 중년과 노년의 경계라고 생각해 정한 나이다. 임 감독은 60대 여성의 감정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실제 65세인 배우 예수정과 소통하며 이야기의 깊이를 더했다. 6고(稿)까지 쓴 시나리오는 예 배우와의 대화를 거치며 수정을 거듭해 최종 11고로 마무리했다. 그 결과 환자와 간병인으로 만나 동거를 하게 된 효정과 동인(기주봉)의 관계 양상이 달라진다. “시나리오 수정 전에는 두 사람이 부부는 아니지만 오랜 부부처럼 친밀하게 그렸다. 하지만 예 선배님은 효정과 동인의 관계가 노인 남녀관계의 흔한 궤도에서 벗어나길 바라셨다. 둘이 장을 보는데 동인이 ”치약이 떨어졌던가?“라고 하자 효정은 ”제 건 여유가 있는데…“ 한다. 치약도 따로 쓰는 것이다. 효정은 동인을 선생님이라 부르며 선을 긋고, 동인은 효정의 방에 들어갈 때 꼭 노크를 한다. 좀 더 독립적이면서 서로를 그 자체로 인정하도록 설정했다.” 영화는 노인 성폭력으로 시작하지만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한다. 한때 시인으로 존경받던 동인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서 “분리수거해야 할 건 쓰레기뿐이 아닌데”라는 비아냥거림을 받고, “(피고소인의) 친절이 과했네”라는 경찰의 수치스러운 발언을 효정은 감내한다. 무시에 익숙해진 이들은 스스로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린다. 동인은 자신의 시집을 화분받침으로 쓰고, 효정은 피아노를 치고 싶지만 악기가게에 들어서길 주저한다. “효정이 싸워야 하는 대상은 노년층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시선이다. 성폭력 피해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고통과 그늘이 있다. 연대를 통해 스스로의 존엄과 가치를 깨닫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동인은 시집을 받침대로 쓰지만 그 시집을 정성스레 닦고 시를 읽는 효정을 만났기에 다음 시집을 낼 용기를 얻게 되지 않을까.” 성폭력을 당한 직후 수영장에서 물 깊이 가라앉았던 효정은 끝내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선다. ‘심효정. 69세. 전 병원 조무사 이중호에게 성폭행당했습니다’가 적힌 A4용지 수백 장을 양팔에 안고 피해를 당한 병원 옥상으로 한 계단 한 계단. “죽은 듯 수면 아래로 침잠했던 효정은 병원 건물의 계단을 꾸역꾸역 올라 옥상 문을 열고 나가 난간에 선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서 세상을 향해 고백한다. 누구나 존엄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해 자각하고 이야기할 권리가 있음을.”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다만악)는 홍경표 촬영감독(58)이 ‘기생충’ 촬영을 끝낸 직후 맡은 작품이었다. 잘 만들어진 세트장에서 촬영 구도를 완벽하게 컨트롤하며 작업했던 기생충과 달리 다만악은 ‘답안지’가 없었다. 일본 한국 홍콩 3개국 로케이션인 데다 정통 액션은 업력 22년 차 홍 감독에게 첫 시도였다. 다양한 공간 속 캐릭터의 움직임을 담아야 했기에 베테랑인 그에게도 색다른 도전이었다. 5일 개봉한 다만악이 24일 현재 410만 관객을 모으며 올해 흥행 1위 ‘남산의 부장들’(475만 명)의 뒤를 바짝 따라붙은 데는 홍 감독의 덕이 크다. 딸을 구하려는 청부살인업자 인남(황정민)의 절박함, 형을 살해한 인남을 쫓는 살인마 레이(이정재)의 살기(殺氣), 인남의 조력자이자 트랜스젠더 유이(박정민)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홍 감독은 그의 앵글 안에 고스란히 담았다. ‘태극기 휘날리며’ ‘마더’ ‘설국열차’ ‘곡성’ ‘버닝’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작품을 숱하게 촬영한 홍 감독에게서 다만악 촬영 퍼즐의 4가지 핵심 조각을 들었다. ①공간의 분리=시나리오를 읽은 홍 감독은 ‘공간의 분리’를 촬영의 핵심으로 정했다. 촬영이 진행될 3개국의 공간별 특징을 살리고자 했다. “영화가 시작되는 일본에서 인남은 피폐한 킬러로 모습을 드러낸다. 캐릭터 느낌에 맞게 일본에서는 해가 없고 구름이 많이 낀, 톤 다운된 느낌을 원했다. 그 느낌을 한국까지 연계해 해가 없는 날 촬영했다. 본격적인 추격과 액션이 벌어지는 방콕에서는 쨍한 태양으로 강렬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②빛과 어둠=다만악 흥행의 주된 요인은 살아 숨쉬는 캐릭터다. 주인공 인남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고독한 남성’이다. ‘아저씨’ ‘테이큰’ 등 기존 영화에서 클리셰처럼 등장했던 캐릭터지만 홍 감독은 빛을 활용해 캐릭터의 기시감을 지우려 했다. “인남은 자동차 헤드라이트처럼 강한 빛, 또는 어둠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카메라 앵글은 평범하지만 빛을 어둡게 하거나 밝게 해 관객이 인물에 스며들어갈 수 있게 했다. 인남의 첫 등장 신에서도 인남의 얼굴을 어둠 속에 두고 싶었다. 그 장면에서 빛이 밝았다 어두웠다를 반복하다가 서서히 어두워지는데 빛을 내가 직접 조사(照射)했다.” ③클로즈업과 로(low) 앵글=인물의 감정을 담기 위해 클로즈업을 중점적으로 활용했다. 레이의 형 뒤에서 목을 조르며 “시즈카니(조용히 해)”를 읊조리는 인남, 주검이 된 형의 모습을 싸늘하게 내려다보는 레이, 방콕 클럽 무대 위 눈을 감은 채 립싱크를 하는 유이. 세 캐릭터의 강렬한 첫 등장 신 모두 클로즈업으로 촬영됐다. “세 배우의 첫 등장을 모두 클로즈업으로 잡아 깊은 인상을 주려고 했다. 특히 레이가 살인을 벌이는 방콕 차고지 액션신은 클로즈업을 가장 신경 쓴 장면이다. 차고지 문을 열고 들어올 때의 살기 어린 눈빛을 담고자 했다. 그 자체만으로 레이의 강렬함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레이는 클로즈업에 더해 극단적인 로 앵글도 많이 활용했다.” ④약간의 운=홍 감독은 다만악을 완성시킨 마지막 퍼즐이 다름 아닌 운이라고 전했다. 인남이 전 직장 선배 춘성(송영창)과 인천항의 식당에서 마주 앉았을 때 인남 뒤로 붉은 노을이 지는 장면은 고독한 인남의 심리와 어우러진 명장면으로 꼽힌다. 관객들은 ‘색 보정이 분명 들어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해가 지는 시간이 15분 정도로 짧아서 카메라 배치와 리허설을 끝내고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날씨가 흐렸다. ‘오늘 망했다. 다음에 찍어야 하나’ 했는데 갑자기 이상한 색감으로 황혼이 물들었다. ‘어? 이건 뭐지?’라며 서둘러 찍었다. 촬영 팀이 최선을 다해도 결국 약간의 운이 더해지는 게 아닐까.”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악)는 홍경표 촬영감독(58)이 ‘기생충’ 촬영을 끝낸 직후 맡은 작품이었다. 잘 만들어진 세트장에서 촬영 구도를 완벽하게 컨트롤하며 작업했던 기생충과 달리 다만악은 ‘답안지’가 없었다. 일본 한국 홍콩 3개국 로케이션인 데다 정통 액션은 업력 22년차 홍 감독에게 첫 시도였다. 다양한 공간 속 캐릭터의 움직임을 담아야 했기에 베테랑인 그에게도 색다른 도전이었다. 5일 개봉한 다만악이 24일 현재 410만 관객을 모으며 올 흥행 1위 ‘남산의 부장들’(475만 명)의 뒤를 바짝 따라붙은 데는 홍 감독의 덕이 크다. 딸을 구하려는 청부살인업자 인남(황정민)의 절박함, 형을 살해한 인남을 쫓는 살인마 레이(이정재)의 살기(殺氣), 인남의 조력자이자 트랜스젠더 유이(박정민)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홍 감독은 그의 앵글 안에 고스란히 담았다. ‘태극기 휘날리며’ ‘마더’ ‘설국열차’ ‘곡성’ ‘버닝’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작품을 숱하게 촬영한 홍 감독에게 다만악 촬영 퍼즐의 4가지 핵심 조각을 들었다. ①공간의 분리=시나리오를 읽은 홍 감독은 ‘공간의 분리’를 촬영의 핵심으로 정했다. 촬영이 진행될 3개국의 공간별 특징을 살리고자 했다. “영화가 시작되는 일본에서 인남은 피폐한 킬러로 모습을 드러낸다. 캐릭터 느낌에 맞게 일본에서는 해가 없고 구름이 많이 낀, 톤 다운된 느낌을 원했다. 그 느낌을 한국까지 연계해 해가 없는 날 촬영했다. 본격적인 추격과 액션이 벌어지는 방콕에서는 쨍한 태양으로 강렬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②빛과 어둠=다만악 흥행의 주된 요인은 살아 숨쉬는 캐릭터다. 주인공 인남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고독한 남성’이다. ‘아저씨’ ‘테이큰’ 등 기존 영화에서 클리세처럼 등장했던 캐릭터지만 홍 감독은 빛을 활용해 캐릭터의 기시감을 지우려 했다. “인남은 자동차 헤드라이트처럼 강한 빛, 또는 어둠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카메라 앵글은 평범하지만 빛을 어둡게 하거나 밝게 해 관객이 인물에 스며들어갈 수 있게 했다. 인남의 첫 등장 신에서도 인남의 얼굴을 어둠 속에 두고 싶었다. 그 장면에서 빛이 밝았다 어두웠다를 반복하다가 서서히 어두워지는데 빛을 내가 직접 조사(照射)했다.” ③클로즈업과 로(low) 앵글=인물의 감정을 담기 위해 클로즈업을 중점적으로 활용했다. 레이의 형 뒤에서 목을 조르며 “시즈카니(조용히 해)”를 읊조리는 인남, 주검이 된 형의 모습을 싸늘하게 내려다보는 레이, 방콕 클럽 무대 위 눈을 감은 채 립싱크를 하는 유이. 세 캐릭터의 강렬한 첫 등장 신 모두 클로즈업으로 촬영됐다. “세 배우의 첫 등장을 모두 클로즈업으로 잡아 깊은 인상을 주려고 했다. 특히 레이가 살인을 벌이는 방콕 차고지 액션신은 클로즈업을 가장 신경 쓴 장면이다. 차고지 문을 열고 들어올 때의 살기어린 눈빛을 담고자 했다. 그 자체만으로 레이의 강렬함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레이는 클로즈업에 더해 극단적인 로 앵글도 많이 활용했다.” ④약간의 운=홍 감독은 다만악을 완성시킨 마지막 퍼즐이 다름 아닌 운이라고 전했다. 인남이 전 직장 선배 춘성(송영창)과 인천항의 식당에서 마주 앉았을 때 인남 뒤로 붉은 노을이 지는 장면은 고독한 인남의 심리와 어우러진 명장면으로 꼽힌다. 관객들은 ‘색 보정이 분명 들어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해가 지는 시간이 15분 정도로 짧아서 카메라 배치와 리허설을 끝내고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날씨가 흐렸다. ‘오늘 망했다. 다음에 찍어야 하나’ 했는데 갑자기 이상한 색감으로 황혼이 물들었다. ‘어? 이건 뭐지?’라며 서둘러 찍었다. 촬영 팀이 최선을 다해도 결국 약간의 운이 더해지는 게 아닐까.”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라(Don‘t try to understand it. Feel it).”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11번째 영화 ‘테넷(Tenet)’에서 시간을 역행하는 물리학 개념인 인버전(inversion·도치)이 어떻게 실현 가능한지 묻는 주인공 프로타고니스트(존 데이비드 워싱턴)에게 과학자 로라는 이렇게 말한다. 인버티드(inverted·인버전이 적용된 상태)된 총알이 시간을 거슬러 총알을 떨어뜨린 자신의 손으로 되돌아온 것을 경험한 프로타고니스트. 사물이 인버티드되는 원리를 파고들수록 혼란에 빠지던 그는 손에 총알이 잡힌 그 느낌을 기억하고는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직감이군요(Instinct).” 그 말처럼 테넷은 이해하려 들기보다 보이고 들리는 대로 느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러닝타임 150분간 쏟아지는 인버전, 엔트로피 같은 개념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워싱턴조차 시나리오를 읽다가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반복해 완독하는 데 4시간이 걸렸다고 밝혔을 정도다. 테넷은 세상을 파괴하려는 ‘미치광이’ 사토르(케네스 브래너)가 초래할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프로타고니스트와 닐(로버트 패틴슨)이 인버전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사토르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다. 26일 정식 개봉에 앞서 22, 23일 유료 시사를 통해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베일을 벗은 이 영화를 두고 벌써부터 놀런 감독의 팬들은 다양한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공통된 의견은 ‘어렵다’이다. 놀런 감독은 ‘메멘토’ ‘인셉션’ ‘덩케르크’ ‘인터스텔라’ 등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시간에 천착했다. 이전 영화들이 특정 시점으로의 시간여행이었다면 테넷은 인버전에 따른 시간의 역행과 순행이 교차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다만 인버전에 대한 설명도 몇 마디 대사로 대체할 뿐인 데다 인버전을 거친 시간과 거치지 않은 시간이 뒤섞여 나오면서 이해의 끈을 놓치기 쉽다. 프로타고니스트와 닐이 인버전으로 과거 현재 미래에서 동시에 협공하는 후반부 액션신도 자칫 의미 없게 느껴질 수 있다. 기존 작품에 비해 인물의 심리묘사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점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인셉션과 인터스텔라에서는 아내와 자녀들에 대한 주인공들의 애틋함을 초반부에 표현해 그들이 수행하는 미션의 당위성에 관객이 공감했다. 하지만 테넷에서는 목숨을 걸고 시간을 역행하는 주인공들의 사명감과 절박함에 대한 묘사는 생략되고 이들이 그저 앞으로 내달리는 상황만 지속돼 관객이 공감할 대목이 많지 않을 수 있다. 스펙터클은 손색이 없다. 화려한 액션과 차량 추격은 물론이고 주요 장면마다 등장하는 저음의 전자음은 쉴 새 없이 눈과 귀를 자극한다. 특히 보잉747 비행기가 공항 격납고와 충돌해 폭발하는 장면은 컴퓨터그래픽이 아니라 실제 화약을 사용해 구현했다. ‘놀런 감독의 영화는 어설픈 액션신이 옥에 티’라는 비판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뛰어난 운동신경을 보여주는 워싱턴의 활약에 액션신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프리포트라는 곳의 예술품보관소에서 벌어지는 1 대 1 격투, 후반부 인버전을 거친 프로타고니스트가 필름을 되감은 것처럼 모든 동작을 거꾸로 펼치는 액션 등은 매혹적이다. 테넷의 제작비는 약 2억 달러(약 2379억 원). 놀런 감독의 영화로는 ‘다크나이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들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라.(Don‘t try to understand it. Feel it.)”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11번째 영화 ’테넷(Tenet)‘에서 시간을 역행하는 물리학 개념인 인버전(inversion·도치)이 어떻게 실현가능한지 묻는 주인공 프로타고니스트(존 데이비드 워싱턴)에게 과학자 로라는 이렇게 말한다. 인버티드(inverted·인버전이 적용된 상태) 된 총알이 시간을 거슬러 총알을 떨어뜨린 자신의 손으로 되돌아온 것을 경험한 프로타고니스트. 사물이 인버티드 되는 원리를 파고들수록 혼란에 빠지던 그는 손에 총알이 잡힌 그 느낌을 기억하고는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직감이군요(Instinct).” 그 말처럼 테넷은 이해하려 들기보다 보이고 들리는 대로 느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러닝타임 150분간 쏟아지는 인버전, 엔트로피 같은 개념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워싱턴조차 시나리오를 읽다가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반복해 완독하는 데 4시간이 걸렸다고 밝혔을 정도다. 테넷은 제3차 세계대전을 막으려는 프로타고니스트와 닐(로버트 패틴슨)이 인버전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펼쳐내는 이야기를 다룬다. 26일 정식 개봉에 앞서 22, 23일 유료 시사를 통해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베일을 벗은 이 영화를 두고 벌써부터 놀란 감독의 팬들은 다양한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공통된 의견은 ’어렵다‘이다. 놀란 감독은 ’메멘토‘ ’인셉션‘ ’덩케르크‘ ’인터스텔라‘ 등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시간에 천착했다. 이전 영화들이 특정 시점으로의 시간여행이었다면 테넷은 인버전에 따른 시간의 역행과 순행이 교차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다만 인버전에 대한 설명도 몇 마디 대사로 대체할 뿐인 데다, 인버전을 거친 시간과 거치지 않은 시간이 뒤섞여 나오면서 이해의 끈을 놓치기 쉽다. 프로타고니스트와 닐이 인버전으로 과거 현재 미래에서 동시에 협공하는 후반부 액션신도 자칫 의미 없게 느껴질 수 있다. 기존 작품에 비해 인물의 심리묘사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점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인셉션과 인터스텔라에서는 아내와 자녀들에 대한 주인공들의 애틋함을 초반부에 표현해 그들이 수행하는 미션의 당위성에 관객이 공감했다. 하지만 테넷에서는 목숨을 걸고 시간을 역행하는 주인공들의 사명감과 절박함에 대한 묘사는 생략되고 이들이 그저 앞으로 내달리는 상황만 지속돼 관객이 공감할 대목이 많지 않을 수 있다. 스펙터클은 손색이 없다. 화려한 액션과 차량 추격은 물론 주요 장면마다 등장하는 저음의 전자음은 쉴 새 없이 눈과 귀를 자극한다. 특히 보잉747 비행기가 공항 격납고와 충돌해 폭발하는 장면은 컴퓨터그래픽이 아니라 실제 화약을 사용해 구현했다. ’놀란 감독의 영화는 어설픈 액션신이 옥에 티‘라는 비판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뛰어난 운동신경을 보여주는 워싱턴의 활약에 액션신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프리포트라는 곳의 예술품보관소에서 벌어지는 1 대 1 격투, 후반부 인버전을 거친 프로타고니스트가 필름을 되감은 것처럼 모든 동작을 거꾸로 펼치는 액션 등은 매혹적이다. 테넷의 제작비는 약 2억 달러(2379억 원). 놀란 감독의 영화로는 ’다크나이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들었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너 인성 문제 있어?” “대가리 박아!”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문장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출신 교관이 엉성하게 엎드려뻗쳐를 한 참가자의 허리를 밟고, 가슴팍을 치며 “오와 열(종대 횡대) 맞춰!”를 외친다. 30kg 군장을 앞뒤로 한 개씩 멘 채 들것을 들다가 손이 풀린 참가자 멱살을 잡고 “놀러왔어? 너밖에 안 생각해?”라고 고함을 지른다. 다리에 쥐가 나 쓰러지고 구토가 치미는 극한의 경험을 함께한 6명의 참가자들은 회를 거듭하면서 “못하겠다”는 말보다 “악! 할 수 있습니다!”가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진짜사나이’로 진화한다. 운동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의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웹 예능 ‘가짜사나이’다. 가짜사나이는 지난달 공개된 후 웹 예능 역사를 쓰고 있다. MBC의 연예인 병영체험 예능 ‘진짜사나이’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피지컬갤러리가 글로벌 보안 전문 기업 ‘무사트(MUSAT)’와 손잡고 유튜버 등 방송인에게 해군 특수전전단 훈련을 시키는 과정을 담았다. 지난달 9일부터 이달 6일까지 7개 에피소드와 스페셜 방송이 올라간 후 한 달 만에 에피소드당 조회수는 400만∼900만여 회를 기록했다. 스페셜 방송까지 합친 누적 조회수는 4600만 회가 넘는다. 기존 웹 예능은 방송사가 주도해 왔다. TV 프로그램 출연진 일부가 등장하는 별도 코너를 웹에서 선보이거나, 웹에서 파일럿으로 시작해 조회수가 높으면 TV 프로그램으로 이어가는 ‘TV 연계형 웹 예능’이 주를 이뤘다. 2019년 tvN 유튜브 ‘채널 십오야’의 ‘아이슬란드 간 세끼’를 시작으로 MBC ‘나 혼자 산다’의 웹 예능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 코미디TV의 ‘맛있는 녀석들’ 출연진이 운동 미션을 수행하는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이 대표적이다. ‘플레이리스트’, ‘와이낫미디어’ 등 웹 콘텐츠 제작사들도 웹 예능을 만들어 왔지만 이렇다 할 히트작은 없었다. 가짜사나이의 등장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유튜브 채널이 자체 제작한 웹 예능이 유례없는 대히트를 치면서다. 가짜사나이가 흥행할 수 있었던 주된 요인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최적화된 기획력이 꼽힌다. 피지컬갤러리 제작진은 온라인 방송 플랫폼인 트위치와 유튜브에서 영향력 있는 방송인들로 출연진을 꾸렸다. 가짜사나이 참가자 꽈뚜룹(107만 명) 따규햅번(43만 명) 가브리엘(39만 명) 등은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방송인이다. 특수전전단 훈련이라는 소재를 통해 극한 상황에서 참가자들의 정제되지 않은 말과 행동이 표출되도록 해 수위 제약이 덜한 온라인 플랫폼의 장점도 최대한 활용했다. 웹 콘텐츠 제작사 72초TV의 성지환 대표는 “가짜사나이의 교관과 참가자들은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하지만 유튜브 유저들에겐 친숙한 유명 인플루언서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만들어지는 케미스트리(호흡)는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TV 예능보다 더 친숙하고 날것 그대로의 재미를 제공한다. 가짜사나이가 TV에서 방영됐다면 이 정도 인기는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사나이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웹 콘텐츠를 향한 편견도 뒤집었다. 가짜사나이 7회 에피소드 제작에 총 4000만∼5000만 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당 많게는 1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 TV 예능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기존 유튜브 콘텐츠 제작비와 비교하면 ‘블록버스터’ 수준이다. 인기가 치솟으면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은 피지컬갤러리 측에 가짜사나이 공동 제작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VJ가 여러 명 붙어 촬영했고 드론도 띄웠다. 지금까지 봐 왔던 유튜브 콘텐츠와는 차원이 다른 완성도다. 광고 협찬으로 제작비도 확보해 웹 콘텐츠도 지상파에 맞먹는 수준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했다. 피지컬갤러리는 가짜사나이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을 확정짓고 참가자 지원을 받고 있다. 인기 운동 콘텐츠 유튜버들은 물론이고 전직 해군 해난구조대 대원 출신, 유명 헬스 트레이너도 출연 의사를 댓글로 달고 있다. 정 평론가는 “개별 유튜버들의 영향력과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짜사나이가 시도한 인플루언서들 간 ‘컬래버레이션’의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가짜사나이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은 1인 미디어라는 개념이 깨지고, 여러 온라인 방송인들이 체계적으로 기획된 콘텐츠 안에서 시너지를 내는 콘텐츠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너 인성 문제 있어?” “대가리 박아!”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문장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출신 교관이 엉성하게 엎드려뻗쳐를 한 참가자의 허리를 밟고, 가슴팍을 치며 “오와 열(종대 횡대) 맞춰!”를 외친다. 30kg 군장을 앞뒤로 한 개씩 멘 채 들것을 들다가 손이 풀린 참가자 멱살을 잡고 “놀러왔어? 너밖에 안 생각해?”라고 고함을 지른다. 다리에 쥐가 나 쓰러지고 구토가 치미는 극한의 경험을 함께한 5명의 참가자들은 회를 거듭하면서 “못하겠다”는 말보다 “악! 할 수 있습니다!”가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진짜사나이’로 진화한다. 운동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의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웹 예능 ‘가짜사나이’다. 가짜사나이는 지난달 공개된 후 웹 예능 역사를 쓰고 있다. MBC의 연예인 병영체험 예능 ‘진짜사나이’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피지컬갤러리가 글로벌 보안 전문 기업 ‘무사트(MUSAT)’와 손잡고 유튜버 등 방송인에게 해군 특수전전단 훈련을 시키는 과정을 담았다. 지난달 9일부터 이달 6일까지 7개 에피소드와 스페셜 방송이 올라간 후 한 달 만에 에피소드당 조회수는 400만~900만여 회를 기록했다. 스페셜 방송까지 합친 누적 조회수는 4600만 회가 넘는다. 기존 웹 예능은 방송사가 주도해 왔다. TV 프로그램 출연진 일부가 등장하는 별도 코너를 웹에서 선보이거나, 웹에서 파일럿으로 시작해 조회수가 높으면 TV 프로그램으로 이어가는 ‘TV 연계형 웹 예능’이 주를 이뤘다. 2019년 tvN 유튜브 ‘채널 십오야’의 ‘아이슬란드 간 세끼’를 시작으로 MBC ‘나 혼자 산다’의 웹 예능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 코미디TV의 ‘맛있는 녀석들’ 출연진이 운동 미션을 수행하는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이 대표적이다. ‘플레이리스트’, ‘와이낫미디어’ 등 웹 콘텐츠 제작사들도 웹 예능을 만들어 왔지만 이렇다 할 히트작은 없었다. 가짜사나이의 등장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유튜브 채널이 자체 제작한 웹 예능이 유례없는 대히트를 치면서다. 가짜사나이가 흥행할 수 있었던 주된 요인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최적화된 기획력이 꼽힌다. 피지컬갤러리 제작진은 온라인 방송 플랫폼인 트위치와 유튜브에서 영향력 있는 방송인들로 출연진을 꾸렸다. 가짜사나이 참가자 꽈뚜룹(107만 명) 따규햅번(43만 명) 가브리엘(39만 명) 등은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방송인이다. 특수전전단 훈련이라는 소재를 통해 극한 상황에서 참가자들의 정제되지 않은 말과 행동이 표출되도록 해 수위 제약이 덜한 온라인 플랫폼의 장점도 최대한 활용했다. 웹 콘텐츠 제작사 72초TV의 성지환 대표는 “가짜사나이의 교관과 참가자들은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하지만 유튜브 유저들에겐 친숙한 유명 인플루언서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만들어지는 케미스트리(호흡)는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TV 예능보다 더 친숙하고 날것 그대로의 재미를 제공한다. 가짜사나이가 TV에서 방영됐다면 이 정도 인기는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사나이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웹 콘텐츠를 향한 편견도 뒤집었다. 가짜사나이 7회 에피소드 제작에 총 4000만~5000만 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당 많게는 1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 TV 예능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기존 유튜브 콘텐츠 제작비와 비교하면 ‘블록버스터’ 수준이다. 인기가 치솟으면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은 피지컬갤러리 측에 가짜사나이 공동 제작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VJ가 여러 명 붙어 촬영했고 드론도 띄웠다. 지금까지 봐 왔던유튜브 콘텐츠와는 차원이 다른 완성도다. 광고 협찬으로 제작비도 확보해 웹 콘텐츠도 지상파에 맞먹는 수준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했다. 피지컬갤러리는 가짜사나이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을 확정짓고 참가자 지원을 받고 있다. 인기 운동 콘텐츠 유튜버들은 물론이고 전직 해군 해난구조대 대원 출신, 유명 헬스 트레이너도 출연 의사를 댓글로 달고 있다. 정 평론가는 “개별 유튜버들의 영향력과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짜사나이가 시도한 인플루언서들 간 ‘컬래버레이션’의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가짜사나이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은 1인 미디어라는 개념이 깨지고, 여러 온라인 방송인들이 체계적으로 기획된 콘텐츠 안에서 시너지를 내는 콘텐츠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칠흑 같은 어둠, 적막만이 흐르는 광활한 공간에 우주복 차림의 우주인들이 등장하는 할리우드 SF 영화는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하다.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 그러나 우주를 다룬 한국 SF 영화는 아직 없었다. 다음 달 23일 개봉하는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는 최초의 한국형 우주 SF 영화라는 점에서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다. 2092년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인 로봇 ‘도로시’를 발견하고 이를 거액에 팔아 치우려는 계획을 꾸민다. 18일 온라인 제작보고회에 조 감독과 조종사 태호 역의 송중기, ‘장 선장’ 김태리, 기관사 ‘타이거 박’ 진선규, 로봇 ‘업동이’ 유해진이 참석했다. 승리호는 조 감독이 10년 전 친구와의 대화에서 떠올린 소재다. 10년간 캐릭터가 입을 티셔츠 한 장까지 고민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10년 전 친구가 우주 쓰레기의 이동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고 사고도 난다고 하더라.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우주 노동자’가 승리호의 시작이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살아남는 한국인들이 우주 노동자가 되면 어떨까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조성희) 송중기는 조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췄던 ‘늑대소년’(2012년) 촬영 당시 승리호에 대한 ‘힌트’를 들었다고 한다. “그때 감독님이 ‘우주 활극’을 쓰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한국에서 처음 우주 SF를 만든다는 도전정신에 굉장히 흥미를 느꼈다. 만화적 색채가 강한 감독님과 우주 SF가 만나면 어떨까 궁금했다.”(송중기) 송중기의 말대로 영화 속 캐릭터들은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비주얼을 선보인다. ‘올백’ 머리에 보잉 선글라스의 김태리, 머리를 땋아 넘긴 진선규, 빛바랜 점퍼 차림의 송중기는 정형화된 우주인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했다. “감독님이 타이거 박 이미지를 그려서 보여주셨는데 드레드 헤어가 너무 맘에 들었다. 안 어울리면 삭발할 생각으로 미용실에서 15시간 동안 머리를 땋았다.”(진선규) “장 선장이 입은 스마일 캐릭터의 티셔츠, 보잉 선글라스…. 감독님이 10년 이상 준비하면서 머릿속에 갖고 있던 확고한 캐릭터의 비주얼이 있었다.”(김태리) 승리호가 기존 할리우드 우주 SF 영화와 다른 가장 큰 차별점은 “구수하고”(김태리) “한국적이라는 점”이다(송중기). “승리호의 등장인물들은 지금의 우리와 다를 바 없다. 대출 이자금을 걱정하고, 된장찌개에 쌀밥을 먹는다. 근사한 초능력 슈트를 입은 할리우드 영웅이 아닌, 한국 서민들이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닌다는 게 승리호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조성희)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올해 경복궁 야간 특별관람이 다음 달 2일부터 12월 4일까지 3개월간 운영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는 하루 4500명을 대상으로 경복궁 야간 특별관람을 실시할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이 중 사전 예매가 2500명, 현장 발권이 2000명이다. 사전 예매는 21일 오후 2시부터 네이버 예약을 통해 할 수 있다. 관람 당일 신분 확인 후 관람권을 받아 입장할 수 있다. 현장 발매는 경복궁 광화문 매표소에서 직접 관람권을 구매할 수 있다. 사전 예매와 현장 발매 모두 1인당 4장까지 살 수 있다. 관람료는 3000원.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만 6세 이하 영·유아, 한복 착용자는 무료로 입장한다. 관람 시간은 오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매주 화요일은 쉰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유년 시절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 감정이 메마른 아동문학 작가 고문영(서예지), 아픈 형을 돌봐야 하는 현실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 자폐증을 앓는 강태의 형 문상태(오정세)까지. 9일 종영한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등장인물은 모두 결핍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드라마는 세상의 기준에서는 ‘사이코’처럼 보이는 이들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연대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SBS ‘질투의 화신’, tvN ‘남자친구’에 이어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연출한 박신우 PD를 17일 서면으로 만났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방영 직후부터 동남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 넷플릭스 일간 ‘톱10’ 1위를 차지했고, 일본에서도 12화 방영 이후 1위에 올랐다. 남미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도 톱10에 진입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불편한 사람들의 불편한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여서 어떻게 소개하고 풀어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너무 편안하면 개성이 없을 것 같고, 너무 불편하면 외면당할 것 같아 그 사이를 찾으려 애썼다. 문영의 괴상함이 오히려 매력적이길, 강태의 평범함이 오히려 특별하길, 상태가 가진 불편함이 오히려 사랑스럽길 바라며 작업했다.” 드라마는 세 주인공을 비롯해 강태가 일하는 ‘괜찮은 병원’의 정신질환 환자들이 가진 사연과 심리를 조명했다. 특히 베트남전 참전에서 겪은 살육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는 간필옹(김기천)이 버스 안에서 공사장 드릴 소리를 듣고 전쟁 당시로 ‘플래시백’(현실에서 단서를 접했을 때 그것과 관련된 강렬한 기억에 몰입하는 현상)하는 장면은 시청자들로부터 ‘PTSD의 플래시백을 가장 실감나게 연출한 장면’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귀를 막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버스 한가운데 주저앉은 간필옹의 양옆 창문 밖으로 대포가 터지고 총알이 날아다니는 장면은 실제 전쟁을 방불케 한다. “마을버스는 목적지로 가기 위한 이동수단이지만 내가 딱 원하는 곳이 아닌 근처 정거장까지만 가고 그 정거장마다 누군가 내리고 누군가 타고…. 인생과 참 비슷한 구석이 많은 배경이다 싶었다. 그런 곳에서 간필옹의 아픈 한순간이 재현되는 게 참 매력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버스의 창문들이 장면을 비추는 장치로 유리하기도 했다.” 문영의 팬 사인회에 가는 들뜬 상태의 감정을 벽화 속 그림이 움직이고 벚꽃이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묘사한 장면, 조증과 노출증 환자 기도(곽동연)가 국회의원 아버지의 유세 무대에 뛰어들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 등 수많은 명장면이 있었다. 이 중 박 PD가 꼽는 명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평범한 순간이다. “강태와 문영이 평범한 고등학교 학생이고, 상태는 회사원으로 나왔던 강태의 꿈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대단한 판타지가 아닌데 제게는 그 어떤 판타지보다 대단하게 느껴졌다. 강렬한 무언가를 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툭 보여지는 그 느낌이 오히려 강렬했다.” 국민의 상당수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서로의 결핍을 서로의 온기로 채우는 따뜻함’을 보여주고자 했던 ‘사이코지만 괜찮아’. 박 PD는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랄까. “드라마 속 ‘사이코’들이 정상인과 다름보다 같음, 마찬가지임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나왔던 사람들은 ‘괜찮은’ 사람들이었다고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은 ‘사이코’다.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그룹 블랙핑크(사진)가 세계에서 유튜브 구독자가 네 번째로 많은 가수가 됐다. YG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16일 오전 9시 4400만 명을 돌파해 에미넘(4390만 명)을 넘어 세계 가수 가운데 4위로 올라섰다고 17일 밝혔다. 여성 가수 중에서는 세계 1위다. 저스틴 비버(5600만 명), DJ 마시멜로(4770만 명), 에드 시런(4520만 명)이 1∼3위를 지키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3420만 명이다. 블랙핑크의 구독자는 지난달 24일 아리아나 그란데를 넘어 5위가 된 뒤 한 달도 되지 않아 한 계단 상승하는 등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블랙핑크의 유튜브 구독자는 6월 26일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공개 이후 하루 평균 10만 명씩 증가했다. YG는 “유튜브 구독자는 해외 인기와 인지도를 나타내는 지표”라며 “블랙핑크가 세계적으로 팬의 저변이 넓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블랙핑크는 28일 오후 1시 미국 ‘10대의 워너비’로 꼽히는 여성 팝가수 설리나 고메즈와 협업한 싱글곡을 발매한다. 또 블랙핑크의 정규 1집은 10월 2일 공개할 예정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전 세계 20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팟캐스트 진행자인 두 저자의 자기고백과 조언을 담은 책이다. 섭식 장애, 불안 장애, 우울증, 마약 중독, 알코올 중독, 사이비 종교 등 어렸을 때부터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수차례 경험했던 두 사람은 거듭된 실패와 좌절의 경험과, 이를 통해 느낀 바를 솔직하게 고백한다. 책의 제목처럼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이기적으로 살라’는 것이다. ‘남자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무가치한 존재가 된다’, ‘남자들은 예쁘고 마르고 순종적인 여자를 좋아한다’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 어렸을 때부터 섭식 장애를 앓고, 반항심에 사로잡혀 알코올 중독이 됐던, 어찌 보면 굴욕적이기도 한 실패담을 공유한다. 파란만장한 실패들을 통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나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누구보다 ‘실컷 방황하고 행복해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