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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69세’는 암전으로 시작한다. 칠흑 같은 화면에 29세 남성 간호조무사 중호(김준경)와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69세 여성 효정(예수정)의 목소리가 얹힌다. 일상적 대화는 효정을 향한 중호의 “노인 같지 않으시다” “다리가 예쁘시다”는 칭찬과 희롱 사이 어딘가의 말로 번진다. 오십견 때문에 저항할 힘이 없는 효정은 중호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 며칠을 구토와 두통에 시달리던 효정은 중호를 경찰에 고소하지만 ‘젊고 훤칠한 중호가 효정을 성폭행할 동기가 무엇이냐’는 수사기관 및 주변의 시선에 부딪힌다. 효정은 그가 투쟁해야 하는 대상은 중호가 아닌 사회의 편견임을 깨닫는다. 데뷔작부터 노인에 대한 성범죄라는 무거운 주제를 택한 임선애 감독(42)을 24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16년부터 실제 노인 성범죄 사례와 논문을 찾아 읽고 경찰 등 수사기관을 취재해 3년여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2013년 노인 성폭력 사례를 인용한 칼럼을 읽었다. 노인 여성을 무성적(無性的) 존재로 보는 사회적 편견, 이를 악용해 노인 여성을 성범죄 타깃으로 삼는다는 현실이 충격적이었다. 성폭력 사건은 많이 영화화됐지만 노인 여성 상대 성범죄는 국내외적으로 거의 다뤄진 적이 없더라. 창작자로서 남이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갈망과 함께 누군가 운을 떼야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했다.” 69세는 중년과 노년의 경계라고 생각해 정한 나이다. 임 감독은 60대 여성의 감정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실제 65세인 배우 예수정과 소통하며 이야기의 깊이를 더했다. 6고(稿)까지 쓴 시나리오는 예 배우와의 대화를 거치며 수정을 거듭해 최종 11고로 마무리했다. 그 결과 환자와 간병인으로 만나 동거를 하게 된 효정과 동인(기주봉)의 관계 양상이 달라진다. “시나리오 수정 전에는 두 사람이 부부는 아니지만 오랜 부부처럼 친밀하게 그렸다. 하지만 예 선배님은 효정과 동인의 관계가 노인 남녀관계의 흔한 궤도에서 벗어나길 바라셨다. 둘이 장을 보는데 동인이 ”치약이 떨어졌던가?“라고 하자 효정은 ”제 건 여유가 있는데…“ 한다. 치약도 따로 쓰는 것이다. 효정은 동인을 선생님이라 부르며 선을 긋고, 동인은 효정의 방에 들어갈 때 꼭 노크를 한다. 좀 더 독립적이면서 서로를 그 자체로 인정하도록 설정했다.” 영화는 노인 성폭력으로 시작하지만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한다. 한때 시인으로 존경받던 동인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서 “분리수거해야 할 건 쓰레기뿐이 아닌데”라는 비아냥거림을 받고, “(피고소인의) 친절이 과했네”라는 경찰의 수치스러운 발언을 효정은 감내한다. 무시에 익숙해진 이들은 스스로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린다. 동인은 자신의 시집을 화분받침으로 쓰고, 효정은 피아노를 치고 싶지만 악기가게에 들어서길 주저한다. “효정이 싸워야 하는 대상은 노년층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시선이다. 성폭력 피해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고통과 그늘이 있다. 연대를 통해 스스로의 존엄과 가치를 깨닫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동인은 시집을 받침대로 쓰지만 그 시집을 정성스레 닦고 시를 읽는 효정을 만났기에 다음 시집을 낼 용기를 얻게 되지 않을까.” 성폭력을 당한 직후 수영장에서 물 깊이 가라앉았던 효정은 끝내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선다. ‘심효정. 69세. 전 병원 조무사 이중호에게 성폭행당했습니다’가 적힌 A4용지 수백 장을 양팔에 안고 피해를 당한 병원 옥상으로 한 계단 한 계단. “죽은 듯 수면 아래로 침잠했던 효정은 병원 건물의 계단을 꾸역꾸역 올라 옥상 문을 열고 나가 난간에 선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서 세상을 향해 고백한다. 누구나 존엄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해 자각하고 이야기할 권리가 있음을.”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다만악)는 홍경표 촬영감독(58)이 ‘기생충’ 촬영을 끝낸 직후 맡은 작품이었다. 잘 만들어진 세트장에서 촬영 구도를 완벽하게 컨트롤하며 작업했던 기생충과 달리 다만악은 ‘답안지’가 없었다. 일본 한국 홍콩 3개국 로케이션인 데다 정통 액션은 업력 22년 차 홍 감독에게 첫 시도였다. 다양한 공간 속 캐릭터의 움직임을 담아야 했기에 베테랑인 그에게도 색다른 도전이었다. 5일 개봉한 다만악이 24일 현재 410만 관객을 모으며 올해 흥행 1위 ‘남산의 부장들’(475만 명)의 뒤를 바짝 따라붙은 데는 홍 감독의 덕이 크다. 딸을 구하려는 청부살인업자 인남(황정민)의 절박함, 형을 살해한 인남을 쫓는 살인마 레이(이정재)의 살기(殺氣), 인남의 조력자이자 트랜스젠더 유이(박정민)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홍 감독은 그의 앵글 안에 고스란히 담았다. ‘태극기 휘날리며’ ‘마더’ ‘설국열차’ ‘곡성’ ‘버닝’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작품을 숱하게 촬영한 홍 감독에게서 다만악 촬영 퍼즐의 4가지 핵심 조각을 들었다. ①공간의 분리=시나리오를 읽은 홍 감독은 ‘공간의 분리’를 촬영의 핵심으로 정했다. 촬영이 진행될 3개국의 공간별 특징을 살리고자 했다. “영화가 시작되는 일본에서 인남은 피폐한 킬러로 모습을 드러낸다. 캐릭터 느낌에 맞게 일본에서는 해가 없고 구름이 많이 낀, 톤 다운된 느낌을 원했다. 그 느낌을 한국까지 연계해 해가 없는 날 촬영했다. 본격적인 추격과 액션이 벌어지는 방콕에서는 쨍한 태양으로 강렬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②빛과 어둠=다만악 흥행의 주된 요인은 살아 숨쉬는 캐릭터다. 주인공 인남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고독한 남성’이다. ‘아저씨’ ‘테이큰’ 등 기존 영화에서 클리셰처럼 등장했던 캐릭터지만 홍 감독은 빛을 활용해 캐릭터의 기시감을 지우려 했다. “인남은 자동차 헤드라이트처럼 강한 빛, 또는 어둠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카메라 앵글은 평범하지만 빛을 어둡게 하거나 밝게 해 관객이 인물에 스며들어갈 수 있게 했다. 인남의 첫 등장 신에서도 인남의 얼굴을 어둠 속에 두고 싶었다. 그 장면에서 빛이 밝았다 어두웠다를 반복하다가 서서히 어두워지는데 빛을 내가 직접 조사(照射)했다.” ③클로즈업과 로(low) 앵글=인물의 감정을 담기 위해 클로즈업을 중점적으로 활용했다. 레이의 형 뒤에서 목을 조르며 “시즈카니(조용히 해)”를 읊조리는 인남, 주검이 된 형의 모습을 싸늘하게 내려다보는 레이, 방콕 클럽 무대 위 눈을 감은 채 립싱크를 하는 유이. 세 캐릭터의 강렬한 첫 등장 신 모두 클로즈업으로 촬영됐다. “세 배우의 첫 등장을 모두 클로즈업으로 잡아 깊은 인상을 주려고 했다. 특히 레이가 살인을 벌이는 방콕 차고지 액션신은 클로즈업을 가장 신경 쓴 장면이다. 차고지 문을 열고 들어올 때의 살기 어린 눈빛을 담고자 했다. 그 자체만으로 레이의 강렬함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레이는 클로즈업에 더해 극단적인 로 앵글도 많이 활용했다.” ④약간의 운=홍 감독은 다만악을 완성시킨 마지막 퍼즐이 다름 아닌 운이라고 전했다. 인남이 전 직장 선배 춘성(송영창)과 인천항의 식당에서 마주 앉았을 때 인남 뒤로 붉은 노을이 지는 장면은 고독한 인남의 심리와 어우러진 명장면으로 꼽힌다. 관객들은 ‘색 보정이 분명 들어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해가 지는 시간이 15분 정도로 짧아서 카메라 배치와 리허설을 끝내고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날씨가 흐렸다. ‘오늘 망했다. 다음에 찍어야 하나’ 했는데 갑자기 이상한 색감으로 황혼이 물들었다. ‘어? 이건 뭐지?’라며 서둘러 찍었다. 촬영 팀이 최선을 다해도 결국 약간의 운이 더해지는 게 아닐까.”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악)는 홍경표 촬영감독(58)이 ‘기생충’ 촬영을 끝낸 직후 맡은 작품이었다. 잘 만들어진 세트장에서 촬영 구도를 완벽하게 컨트롤하며 작업했던 기생충과 달리 다만악은 ‘답안지’가 없었다. 일본 한국 홍콩 3개국 로케이션인 데다 정통 액션은 업력 22년차 홍 감독에게 첫 시도였다. 다양한 공간 속 캐릭터의 움직임을 담아야 했기에 베테랑인 그에게도 색다른 도전이었다. 5일 개봉한 다만악이 24일 현재 410만 관객을 모으며 올 흥행 1위 ‘남산의 부장들’(475만 명)의 뒤를 바짝 따라붙은 데는 홍 감독의 덕이 크다. 딸을 구하려는 청부살인업자 인남(황정민)의 절박함, 형을 살해한 인남을 쫓는 살인마 레이(이정재)의 살기(殺氣), 인남의 조력자이자 트랜스젠더 유이(박정민)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홍 감독은 그의 앵글 안에 고스란히 담았다. ‘태극기 휘날리며’ ‘마더’ ‘설국열차’ ‘곡성’ ‘버닝’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작품을 숱하게 촬영한 홍 감독에게 다만악 촬영 퍼즐의 4가지 핵심 조각을 들었다. ①공간의 분리=시나리오를 읽은 홍 감독은 ‘공간의 분리’를 촬영의 핵심으로 정했다. 촬영이 진행될 3개국의 공간별 특징을 살리고자 했다. “영화가 시작되는 일본에서 인남은 피폐한 킬러로 모습을 드러낸다. 캐릭터 느낌에 맞게 일본에서는 해가 없고 구름이 많이 낀, 톤 다운된 느낌을 원했다. 그 느낌을 한국까지 연계해 해가 없는 날 촬영했다. 본격적인 추격과 액션이 벌어지는 방콕에서는 쨍한 태양으로 강렬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②빛과 어둠=다만악 흥행의 주된 요인은 살아 숨쉬는 캐릭터다. 주인공 인남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고독한 남성’이다. ‘아저씨’ ‘테이큰’ 등 기존 영화에서 클리세처럼 등장했던 캐릭터지만 홍 감독은 빛을 활용해 캐릭터의 기시감을 지우려 했다. “인남은 자동차 헤드라이트처럼 강한 빛, 또는 어둠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카메라 앵글은 평범하지만 빛을 어둡게 하거나 밝게 해 관객이 인물에 스며들어갈 수 있게 했다. 인남의 첫 등장 신에서도 인남의 얼굴을 어둠 속에 두고 싶었다. 그 장면에서 빛이 밝았다 어두웠다를 반복하다가 서서히 어두워지는데 빛을 내가 직접 조사(照射)했다.” ③클로즈업과 로(low) 앵글=인물의 감정을 담기 위해 클로즈업을 중점적으로 활용했다. 레이의 형 뒤에서 목을 조르며 “시즈카니(조용히 해)”를 읊조리는 인남, 주검이 된 형의 모습을 싸늘하게 내려다보는 레이, 방콕 클럽 무대 위 눈을 감은 채 립싱크를 하는 유이. 세 캐릭터의 강렬한 첫 등장 신 모두 클로즈업으로 촬영됐다. “세 배우의 첫 등장을 모두 클로즈업으로 잡아 깊은 인상을 주려고 했다. 특히 레이가 살인을 벌이는 방콕 차고지 액션신은 클로즈업을 가장 신경 쓴 장면이다. 차고지 문을 열고 들어올 때의 살기어린 눈빛을 담고자 했다. 그 자체만으로 레이의 강렬함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레이는 클로즈업에 더해 극단적인 로 앵글도 많이 활용했다.” ④약간의 운=홍 감독은 다만악을 완성시킨 마지막 퍼즐이 다름 아닌 운이라고 전했다. 인남이 전 직장 선배 춘성(송영창)과 인천항의 식당에서 마주 앉았을 때 인남 뒤로 붉은 노을이 지는 장면은 고독한 인남의 심리와 어우러진 명장면으로 꼽힌다. 관객들은 ‘색 보정이 분명 들어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해가 지는 시간이 15분 정도로 짧아서 카메라 배치와 리허설을 끝내고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날씨가 흐렸다. ‘오늘 망했다. 다음에 찍어야 하나’ 했는데 갑자기 이상한 색감으로 황혼이 물들었다. ‘어? 이건 뭐지?’라며 서둘러 찍었다. 촬영 팀이 최선을 다해도 결국 약간의 운이 더해지는 게 아닐까.”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라(Don‘t try to understand it. Feel it).”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11번째 영화 ‘테넷(Tenet)’에서 시간을 역행하는 물리학 개념인 인버전(inversion·도치)이 어떻게 실현 가능한지 묻는 주인공 프로타고니스트(존 데이비드 워싱턴)에게 과학자 로라는 이렇게 말한다. 인버티드(inverted·인버전이 적용된 상태)된 총알이 시간을 거슬러 총알을 떨어뜨린 자신의 손으로 되돌아온 것을 경험한 프로타고니스트. 사물이 인버티드되는 원리를 파고들수록 혼란에 빠지던 그는 손에 총알이 잡힌 그 느낌을 기억하고는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직감이군요(Instinct).” 그 말처럼 테넷은 이해하려 들기보다 보이고 들리는 대로 느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러닝타임 150분간 쏟아지는 인버전, 엔트로피 같은 개념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워싱턴조차 시나리오를 읽다가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반복해 완독하는 데 4시간이 걸렸다고 밝혔을 정도다. 테넷은 세상을 파괴하려는 ‘미치광이’ 사토르(케네스 브래너)가 초래할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프로타고니스트와 닐(로버트 패틴슨)이 인버전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사토르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다. 26일 정식 개봉에 앞서 22, 23일 유료 시사를 통해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베일을 벗은 이 영화를 두고 벌써부터 놀런 감독의 팬들은 다양한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공통된 의견은 ‘어렵다’이다. 놀런 감독은 ‘메멘토’ ‘인셉션’ ‘덩케르크’ ‘인터스텔라’ 등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시간에 천착했다. 이전 영화들이 특정 시점으로의 시간여행이었다면 테넷은 인버전에 따른 시간의 역행과 순행이 교차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다만 인버전에 대한 설명도 몇 마디 대사로 대체할 뿐인 데다 인버전을 거친 시간과 거치지 않은 시간이 뒤섞여 나오면서 이해의 끈을 놓치기 쉽다. 프로타고니스트와 닐이 인버전으로 과거 현재 미래에서 동시에 협공하는 후반부 액션신도 자칫 의미 없게 느껴질 수 있다. 기존 작품에 비해 인물의 심리묘사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점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인셉션과 인터스텔라에서는 아내와 자녀들에 대한 주인공들의 애틋함을 초반부에 표현해 그들이 수행하는 미션의 당위성에 관객이 공감했다. 하지만 테넷에서는 목숨을 걸고 시간을 역행하는 주인공들의 사명감과 절박함에 대한 묘사는 생략되고 이들이 그저 앞으로 내달리는 상황만 지속돼 관객이 공감할 대목이 많지 않을 수 있다. 스펙터클은 손색이 없다. 화려한 액션과 차량 추격은 물론이고 주요 장면마다 등장하는 저음의 전자음은 쉴 새 없이 눈과 귀를 자극한다. 특히 보잉747 비행기가 공항 격납고와 충돌해 폭발하는 장면은 컴퓨터그래픽이 아니라 실제 화약을 사용해 구현했다. ‘놀런 감독의 영화는 어설픈 액션신이 옥에 티’라는 비판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뛰어난 운동신경을 보여주는 워싱턴의 활약에 액션신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프리포트라는 곳의 예술품보관소에서 벌어지는 1 대 1 격투, 후반부 인버전을 거친 프로타고니스트가 필름을 되감은 것처럼 모든 동작을 거꾸로 펼치는 액션 등은 매혹적이다. 테넷의 제작비는 약 2억 달러(약 2379억 원). 놀런 감독의 영화로는 ‘다크나이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들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라.(Don‘t try to understand it. Feel it.)”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11번째 영화 ’테넷(Tenet)‘에서 시간을 역행하는 물리학 개념인 인버전(inversion·도치)이 어떻게 실현가능한지 묻는 주인공 프로타고니스트(존 데이비드 워싱턴)에게 과학자 로라는 이렇게 말한다. 인버티드(inverted·인버전이 적용된 상태) 된 총알이 시간을 거슬러 총알을 떨어뜨린 자신의 손으로 되돌아온 것을 경험한 프로타고니스트. 사물이 인버티드 되는 원리를 파고들수록 혼란에 빠지던 그는 손에 총알이 잡힌 그 느낌을 기억하고는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직감이군요(Instinct).” 그 말처럼 테넷은 이해하려 들기보다 보이고 들리는 대로 느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러닝타임 150분간 쏟아지는 인버전, 엔트로피 같은 개념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워싱턴조차 시나리오를 읽다가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반복해 완독하는 데 4시간이 걸렸다고 밝혔을 정도다. 테넷은 제3차 세계대전을 막으려는 프로타고니스트와 닐(로버트 패틴슨)이 인버전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펼쳐내는 이야기를 다룬다. 26일 정식 개봉에 앞서 22, 23일 유료 시사를 통해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베일을 벗은 이 영화를 두고 벌써부터 놀란 감독의 팬들은 다양한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공통된 의견은 ’어렵다‘이다. 놀란 감독은 ’메멘토‘ ’인셉션‘ ’덩케르크‘ ’인터스텔라‘ 등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시간에 천착했다. 이전 영화들이 특정 시점으로의 시간여행이었다면 테넷은 인버전에 따른 시간의 역행과 순행이 교차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다만 인버전에 대한 설명도 몇 마디 대사로 대체할 뿐인 데다, 인버전을 거친 시간과 거치지 않은 시간이 뒤섞여 나오면서 이해의 끈을 놓치기 쉽다. 프로타고니스트와 닐이 인버전으로 과거 현재 미래에서 동시에 협공하는 후반부 액션신도 자칫 의미 없게 느껴질 수 있다. 기존 작품에 비해 인물의 심리묘사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점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인셉션과 인터스텔라에서는 아내와 자녀들에 대한 주인공들의 애틋함을 초반부에 표현해 그들이 수행하는 미션의 당위성에 관객이 공감했다. 하지만 테넷에서는 목숨을 걸고 시간을 역행하는 주인공들의 사명감과 절박함에 대한 묘사는 생략되고 이들이 그저 앞으로 내달리는 상황만 지속돼 관객이 공감할 대목이 많지 않을 수 있다. 스펙터클은 손색이 없다. 화려한 액션과 차량 추격은 물론 주요 장면마다 등장하는 저음의 전자음은 쉴 새 없이 눈과 귀를 자극한다. 특히 보잉747 비행기가 공항 격납고와 충돌해 폭발하는 장면은 컴퓨터그래픽이 아니라 실제 화약을 사용해 구현했다. ’놀란 감독의 영화는 어설픈 액션신이 옥에 티‘라는 비판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뛰어난 운동신경을 보여주는 워싱턴의 활약에 액션신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프리포트라는 곳의 예술품보관소에서 벌어지는 1 대 1 격투, 후반부 인버전을 거친 프로타고니스트가 필름을 되감은 것처럼 모든 동작을 거꾸로 펼치는 액션 등은 매혹적이다. 테넷의 제작비는 약 2억 달러(2379억 원). 놀란 감독의 영화로는 ’다크나이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들었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너 인성 문제 있어?” “대가리 박아!”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문장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출신 교관이 엉성하게 엎드려뻗쳐를 한 참가자의 허리를 밟고, 가슴팍을 치며 “오와 열(종대 횡대) 맞춰!”를 외친다. 30kg 군장을 앞뒤로 한 개씩 멘 채 들것을 들다가 손이 풀린 참가자 멱살을 잡고 “놀러왔어? 너밖에 안 생각해?”라고 고함을 지른다. 다리에 쥐가 나 쓰러지고 구토가 치미는 극한의 경험을 함께한 6명의 참가자들은 회를 거듭하면서 “못하겠다”는 말보다 “악! 할 수 있습니다!”가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진짜사나이’로 진화한다. 운동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의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웹 예능 ‘가짜사나이’다. 가짜사나이는 지난달 공개된 후 웹 예능 역사를 쓰고 있다. MBC의 연예인 병영체험 예능 ‘진짜사나이’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피지컬갤러리가 글로벌 보안 전문 기업 ‘무사트(MUSAT)’와 손잡고 유튜버 등 방송인에게 해군 특수전전단 훈련을 시키는 과정을 담았다. 지난달 9일부터 이달 6일까지 7개 에피소드와 스페셜 방송이 올라간 후 한 달 만에 에피소드당 조회수는 400만∼900만여 회를 기록했다. 스페셜 방송까지 합친 누적 조회수는 4600만 회가 넘는다. 기존 웹 예능은 방송사가 주도해 왔다. TV 프로그램 출연진 일부가 등장하는 별도 코너를 웹에서 선보이거나, 웹에서 파일럿으로 시작해 조회수가 높으면 TV 프로그램으로 이어가는 ‘TV 연계형 웹 예능’이 주를 이뤘다. 2019년 tvN 유튜브 ‘채널 십오야’의 ‘아이슬란드 간 세끼’를 시작으로 MBC ‘나 혼자 산다’의 웹 예능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 코미디TV의 ‘맛있는 녀석들’ 출연진이 운동 미션을 수행하는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이 대표적이다. ‘플레이리스트’, ‘와이낫미디어’ 등 웹 콘텐츠 제작사들도 웹 예능을 만들어 왔지만 이렇다 할 히트작은 없었다. 가짜사나이의 등장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유튜브 채널이 자체 제작한 웹 예능이 유례없는 대히트를 치면서다. 가짜사나이가 흥행할 수 있었던 주된 요인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최적화된 기획력이 꼽힌다. 피지컬갤러리 제작진은 온라인 방송 플랫폼인 트위치와 유튜브에서 영향력 있는 방송인들로 출연진을 꾸렸다. 가짜사나이 참가자 꽈뚜룹(107만 명) 따규햅번(43만 명) 가브리엘(39만 명) 등은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방송인이다. 특수전전단 훈련이라는 소재를 통해 극한 상황에서 참가자들의 정제되지 않은 말과 행동이 표출되도록 해 수위 제약이 덜한 온라인 플랫폼의 장점도 최대한 활용했다. 웹 콘텐츠 제작사 72초TV의 성지환 대표는 “가짜사나이의 교관과 참가자들은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하지만 유튜브 유저들에겐 친숙한 유명 인플루언서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만들어지는 케미스트리(호흡)는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TV 예능보다 더 친숙하고 날것 그대로의 재미를 제공한다. 가짜사나이가 TV에서 방영됐다면 이 정도 인기는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사나이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웹 콘텐츠를 향한 편견도 뒤집었다. 가짜사나이 7회 에피소드 제작에 총 4000만∼5000만 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당 많게는 1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 TV 예능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기존 유튜브 콘텐츠 제작비와 비교하면 ‘블록버스터’ 수준이다. 인기가 치솟으면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은 피지컬갤러리 측에 가짜사나이 공동 제작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VJ가 여러 명 붙어 촬영했고 드론도 띄웠다. 지금까지 봐 왔던 유튜브 콘텐츠와는 차원이 다른 완성도다. 광고 협찬으로 제작비도 확보해 웹 콘텐츠도 지상파에 맞먹는 수준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했다. 피지컬갤러리는 가짜사나이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을 확정짓고 참가자 지원을 받고 있다. 인기 운동 콘텐츠 유튜버들은 물론이고 전직 해군 해난구조대 대원 출신, 유명 헬스 트레이너도 출연 의사를 댓글로 달고 있다. 정 평론가는 “개별 유튜버들의 영향력과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짜사나이가 시도한 인플루언서들 간 ‘컬래버레이션’의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가짜사나이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은 1인 미디어라는 개념이 깨지고, 여러 온라인 방송인들이 체계적으로 기획된 콘텐츠 안에서 시너지를 내는 콘텐츠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너 인성 문제 있어?” “대가리 박아!”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문장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출신 교관이 엉성하게 엎드려뻗쳐를 한 참가자의 허리를 밟고, 가슴팍을 치며 “오와 열(종대 횡대) 맞춰!”를 외친다. 30kg 군장을 앞뒤로 한 개씩 멘 채 들것을 들다가 손이 풀린 참가자 멱살을 잡고 “놀러왔어? 너밖에 안 생각해?”라고 고함을 지른다. 다리에 쥐가 나 쓰러지고 구토가 치미는 극한의 경험을 함께한 5명의 참가자들은 회를 거듭하면서 “못하겠다”는 말보다 “악! 할 수 있습니다!”가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진짜사나이’로 진화한다. 운동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의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웹 예능 ‘가짜사나이’다. 가짜사나이는 지난달 공개된 후 웹 예능 역사를 쓰고 있다. MBC의 연예인 병영체험 예능 ‘진짜사나이’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피지컬갤러리가 글로벌 보안 전문 기업 ‘무사트(MUSAT)’와 손잡고 유튜버 등 방송인에게 해군 특수전전단 훈련을 시키는 과정을 담았다. 지난달 9일부터 이달 6일까지 7개 에피소드와 스페셜 방송이 올라간 후 한 달 만에 에피소드당 조회수는 400만~900만여 회를 기록했다. 스페셜 방송까지 합친 누적 조회수는 4600만 회가 넘는다. 기존 웹 예능은 방송사가 주도해 왔다. TV 프로그램 출연진 일부가 등장하는 별도 코너를 웹에서 선보이거나, 웹에서 파일럿으로 시작해 조회수가 높으면 TV 프로그램으로 이어가는 ‘TV 연계형 웹 예능’이 주를 이뤘다. 2019년 tvN 유튜브 ‘채널 십오야’의 ‘아이슬란드 간 세끼’를 시작으로 MBC ‘나 혼자 산다’의 웹 예능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 코미디TV의 ‘맛있는 녀석들’ 출연진이 운동 미션을 수행하는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이 대표적이다. ‘플레이리스트’, ‘와이낫미디어’ 등 웹 콘텐츠 제작사들도 웹 예능을 만들어 왔지만 이렇다 할 히트작은 없었다. 가짜사나이의 등장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유튜브 채널이 자체 제작한 웹 예능이 유례없는 대히트를 치면서다. 가짜사나이가 흥행할 수 있었던 주된 요인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최적화된 기획력이 꼽힌다. 피지컬갤러리 제작진은 온라인 방송 플랫폼인 트위치와 유튜브에서 영향력 있는 방송인들로 출연진을 꾸렸다. 가짜사나이 참가자 꽈뚜룹(107만 명) 따규햅번(43만 명) 가브리엘(39만 명) 등은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방송인이다. 특수전전단 훈련이라는 소재를 통해 극한 상황에서 참가자들의 정제되지 않은 말과 행동이 표출되도록 해 수위 제약이 덜한 온라인 플랫폼의 장점도 최대한 활용했다. 웹 콘텐츠 제작사 72초TV의 성지환 대표는 “가짜사나이의 교관과 참가자들은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하지만 유튜브 유저들에겐 친숙한 유명 인플루언서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만들어지는 케미스트리(호흡)는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TV 예능보다 더 친숙하고 날것 그대로의 재미를 제공한다. 가짜사나이가 TV에서 방영됐다면 이 정도 인기는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사나이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웹 콘텐츠를 향한 편견도 뒤집었다. 가짜사나이 7회 에피소드 제작에 총 4000만~5000만 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당 많게는 1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 TV 예능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기존 유튜브 콘텐츠 제작비와 비교하면 ‘블록버스터’ 수준이다. 인기가 치솟으면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은 피지컬갤러리 측에 가짜사나이 공동 제작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VJ가 여러 명 붙어 촬영했고 드론도 띄웠다. 지금까지 봐 왔던유튜브 콘텐츠와는 차원이 다른 완성도다. 광고 협찬으로 제작비도 확보해 웹 콘텐츠도 지상파에 맞먹는 수준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했다. 피지컬갤러리는 가짜사나이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을 확정짓고 참가자 지원을 받고 있다. 인기 운동 콘텐츠 유튜버들은 물론이고 전직 해군 해난구조대 대원 출신, 유명 헬스 트레이너도 출연 의사를 댓글로 달고 있다. 정 평론가는 “개별 유튜버들의 영향력과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짜사나이가 시도한 인플루언서들 간 ‘컬래버레이션’의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가짜사나이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은 1인 미디어라는 개념이 깨지고, 여러 온라인 방송인들이 체계적으로 기획된 콘텐츠 안에서 시너지를 내는 콘텐츠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칠흑 같은 어둠, 적막만이 흐르는 광활한 공간에 우주복 차림의 우주인들이 등장하는 할리우드 SF 영화는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하다.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 그러나 우주를 다룬 한국 SF 영화는 아직 없었다. 다음 달 23일 개봉하는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는 최초의 한국형 우주 SF 영화라는 점에서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다. 2092년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인 로봇 ‘도로시’를 발견하고 이를 거액에 팔아 치우려는 계획을 꾸민다. 18일 온라인 제작보고회에 조 감독과 조종사 태호 역의 송중기, ‘장 선장’ 김태리, 기관사 ‘타이거 박’ 진선규, 로봇 ‘업동이’ 유해진이 참석했다. 승리호는 조 감독이 10년 전 친구와의 대화에서 떠올린 소재다. 10년간 캐릭터가 입을 티셔츠 한 장까지 고민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10년 전 친구가 우주 쓰레기의 이동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고 사고도 난다고 하더라.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우주 노동자’가 승리호의 시작이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살아남는 한국인들이 우주 노동자가 되면 어떨까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조성희) 송중기는 조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췄던 ‘늑대소년’(2012년) 촬영 당시 승리호에 대한 ‘힌트’를 들었다고 한다. “그때 감독님이 ‘우주 활극’을 쓰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한국에서 처음 우주 SF를 만든다는 도전정신에 굉장히 흥미를 느꼈다. 만화적 색채가 강한 감독님과 우주 SF가 만나면 어떨까 궁금했다.”(송중기) 송중기의 말대로 영화 속 캐릭터들은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비주얼을 선보인다. ‘올백’ 머리에 보잉 선글라스의 김태리, 머리를 땋아 넘긴 진선규, 빛바랜 점퍼 차림의 송중기는 정형화된 우주인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했다. “감독님이 타이거 박 이미지를 그려서 보여주셨는데 드레드 헤어가 너무 맘에 들었다. 안 어울리면 삭발할 생각으로 미용실에서 15시간 동안 머리를 땋았다.”(진선규) “장 선장이 입은 스마일 캐릭터의 티셔츠, 보잉 선글라스…. 감독님이 10년 이상 준비하면서 머릿속에 갖고 있던 확고한 캐릭터의 비주얼이 있었다.”(김태리) 승리호가 기존 할리우드 우주 SF 영화와 다른 가장 큰 차별점은 “구수하고”(김태리) “한국적이라는 점”이다(송중기). “승리호의 등장인물들은 지금의 우리와 다를 바 없다. 대출 이자금을 걱정하고, 된장찌개에 쌀밥을 먹는다. 근사한 초능력 슈트를 입은 할리우드 영웅이 아닌, 한국 서민들이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닌다는 게 승리호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조성희)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올해 경복궁 야간 특별관람이 다음 달 2일부터 12월 4일까지 3개월간 운영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는 하루 4500명을 대상으로 경복궁 야간 특별관람을 실시할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이 중 사전 예매가 2500명, 현장 발권이 2000명이다. 사전 예매는 21일 오후 2시부터 네이버 예약을 통해 할 수 있다. 관람 당일 신분 확인 후 관람권을 받아 입장할 수 있다. 현장 발매는 경복궁 광화문 매표소에서 직접 관람권을 구매할 수 있다. 사전 예매와 현장 발매 모두 1인당 4장까지 살 수 있다. 관람료는 3000원.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만 6세 이하 영·유아, 한복 착용자는 무료로 입장한다. 관람 시간은 오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매주 화요일은 쉰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유년 시절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 감정이 메마른 아동문학 작가 고문영(서예지), 아픈 형을 돌봐야 하는 현실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 자폐증을 앓는 강태의 형 문상태(오정세)까지. 9일 종영한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등장인물은 모두 결핍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드라마는 세상의 기준에서는 ‘사이코’처럼 보이는 이들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연대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SBS ‘질투의 화신’, tvN ‘남자친구’에 이어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연출한 박신우 PD를 17일 서면으로 만났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방영 직후부터 동남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 넷플릭스 일간 ‘톱10’ 1위를 차지했고, 일본에서도 12화 방영 이후 1위에 올랐다. 남미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도 톱10에 진입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불편한 사람들의 불편한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여서 어떻게 소개하고 풀어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너무 편안하면 개성이 없을 것 같고, 너무 불편하면 외면당할 것 같아 그 사이를 찾으려 애썼다. 문영의 괴상함이 오히려 매력적이길, 강태의 평범함이 오히려 특별하길, 상태가 가진 불편함이 오히려 사랑스럽길 바라며 작업했다.” 드라마는 세 주인공을 비롯해 강태가 일하는 ‘괜찮은 병원’의 정신질환 환자들이 가진 사연과 심리를 조명했다. 특히 베트남전 참전에서 겪은 살육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는 간필옹(김기천)이 버스 안에서 공사장 드릴 소리를 듣고 전쟁 당시로 ‘플래시백’(현실에서 단서를 접했을 때 그것과 관련된 강렬한 기억에 몰입하는 현상)하는 장면은 시청자들로부터 ‘PTSD의 플래시백을 가장 실감나게 연출한 장면’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귀를 막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버스 한가운데 주저앉은 간필옹의 양옆 창문 밖으로 대포가 터지고 총알이 날아다니는 장면은 실제 전쟁을 방불케 한다. “마을버스는 목적지로 가기 위한 이동수단이지만 내가 딱 원하는 곳이 아닌 근처 정거장까지만 가고 그 정거장마다 누군가 내리고 누군가 타고…. 인생과 참 비슷한 구석이 많은 배경이다 싶었다. 그런 곳에서 간필옹의 아픈 한순간이 재현되는 게 참 매력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버스의 창문들이 장면을 비추는 장치로 유리하기도 했다.” 문영의 팬 사인회에 가는 들뜬 상태의 감정을 벽화 속 그림이 움직이고 벚꽃이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묘사한 장면, 조증과 노출증 환자 기도(곽동연)가 국회의원 아버지의 유세 무대에 뛰어들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 등 수많은 명장면이 있었다. 이 중 박 PD가 꼽는 명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평범한 순간이다. “강태와 문영이 평범한 고등학교 학생이고, 상태는 회사원으로 나왔던 강태의 꿈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대단한 판타지가 아닌데 제게는 그 어떤 판타지보다 대단하게 느껴졌다. 강렬한 무언가를 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툭 보여지는 그 느낌이 오히려 강렬했다.” 국민의 상당수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서로의 결핍을 서로의 온기로 채우는 따뜻함’을 보여주고자 했던 ‘사이코지만 괜찮아’. 박 PD는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랄까. “드라마 속 ‘사이코’들이 정상인과 다름보다 같음, 마찬가지임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나왔던 사람들은 ‘괜찮은’ 사람들이었다고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은 ‘사이코’다.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그룹 블랙핑크(사진)가 세계에서 유튜브 구독자가 네 번째로 많은 가수가 됐다. YG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16일 오전 9시 4400만 명을 돌파해 에미넘(4390만 명)을 넘어 세계 가수 가운데 4위로 올라섰다고 17일 밝혔다. 여성 가수 중에서는 세계 1위다. 저스틴 비버(5600만 명), DJ 마시멜로(4770만 명), 에드 시런(4520만 명)이 1∼3위를 지키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3420만 명이다. 블랙핑크의 구독자는 지난달 24일 아리아나 그란데를 넘어 5위가 된 뒤 한 달도 되지 않아 한 계단 상승하는 등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블랙핑크의 유튜브 구독자는 6월 26일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공개 이후 하루 평균 10만 명씩 증가했다. YG는 “유튜브 구독자는 해외 인기와 인지도를 나타내는 지표”라며 “블랙핑크가 세계적으로 팬의 저변이 넓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블랙핑크는 28일 오후 1시 미국 ‘10대의 워너비’로 꼽히는 여성 팝가수 설리나 고메즈와 협업한 싱글곡을 발매한다. 또 블랙핑크의 정규 1집은 10월 2일 공개할 예정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전 세계 20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팟캐스트 진행자인 두 저자의 자기고백과 조언을 담은 책이다. 섭식 장애, 불안 장애, 우울증, 마약 중독, 알코올 중독, 사이비 종교 등 어렸을 때부터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수차례 경험했던 두 사람은 거듭된 실패와 좌절의 경험과, 이를 통해 느낀 바를 솔직하게 고백한다. 책의 제목처럼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이기적으로 살라’는 것이다. ‘남자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무가치한 존재가 된다’, ‘남자들은 예쁘고 마르고 순종적인 여자를 좋아한다’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 어렸을 때부터 섭식 장애를 앓고, 반항심에 사로잡혀 알코올 중독이 됐던, 어찌 보면 굴욕적이기도 한 실패담을 공유한다. 파란만장한 실패들을 통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나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누구보다 ‘실컷 방황하고 행복해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2018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허름한 건물 5층에 위치한 영화제작사 ‘사나이픽처스’. 영화제작사 ‘영화사 올’의 김윤미 대표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50)를 찾아왔다. 배우 엄정화도 함께였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김 대표가 기획하던 영화 ‘오케이 마담’까지 화제가 닿았다. “엄정화 남편 역이 고민이야”라는 김 대표의 말에 한 대표가 “박성웅 어때?”라고 제안했다. 한 대표는 영화 ‘신세계’ ‘무뢰한’에서 합을 맞춰본 박성웅이 무표정한 얼굴로 ‘아재 개그’를 잘 던진다며 코믹 연기에 어울릴 것이라고 했다. 이 캐스팅이 성사되면서 ‘오케이 마담’은 영화사 올과 사나이픽처스가 공동 제작하게 됐다. 한 대표의 ‘촉’대로 12일 개봉한 ‘오케이 마담’에서 미영(엄정화)과 석환(박성웅)은 찰떡궁합의 호흡을 선보인다. 하와이 여행에 당첨돼 생애 처음 해외여행을 떠난 미영과 석환은 비행기가 공중 납치되자 숨겨온 정체를 드러낸다. 승무원으로 위장한 엄정화는 치마를 찢고 시원한 발차기를 날린다. ‘신세계’에서 살기 띤 눈빛으로 “살려는 드릴게”를 읊조렸던 박성웅은 엄정화를 ‘누나’라 부르는 애교 많은 연하남으로 변신했다. 11일 만난 한 대표는 코미디로는 ‘보안관’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인 ‘오케이 마담’에 대해 “코미디가 제일 어렵다. 열심히 만들어도 안 웃긴 민망한 경우가 생긴다. 그런 면에서 이철하 감독이 정말 잘해줬다. 배우 얼굴만 나왔는데도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 있으니 말이다”라며 흐뭇해했다. 한 대표는 영화계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를 뛰어난 돌파력으로 해결해내는 제작자로 꼽힌다. 안 되면 될 때까지 두드리는 그의 돌파력은 수많은 좌절을 통해 얻었다. 제대 후 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지원했지만 세 번 연속 떨어지자 직접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올드보이’ ‘주먹이 운다’ 제작부를 거쳐 드라마 제작사에 들어갔지만 경영난으로 2년 가까이 백수로 지내야 했다. “업을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모든 걸 쏟아서 영화를 하겠다’는 미련이 떠나질 않았다. 백수였던 내게 ‘주먹이 운다’ PD로 인연을 맺은 류승완 감독이 ‘부당거래’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2010년 ‘부당거래’로 공백기를 깬 한 대표는 ‘베를린’ ‘범죄와의 전쟁’을 만들며 영화계에 자리 잡았다. 이어 2012년 사나이픽처스를 세운 뒤 한번 ‘내 사람’이 되면 끝까지 챙기는 섬세함으로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스태프, 배우들과 수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사나이픽처스를 세운 계기도 ‘범죄와의 전쟁’을 함께한 제작팀과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였다. 당시 일했던 작업실을 700만 원에 인수하고 PD들에게 “일이 없어도 이 사무실로 나오라”며 살뜰히 챙겼다. 사나이픽처스의 첫 작품은 ‘신세계’였다. 하지만 초짜 영화사에 흔쾌히 제작비를 대줄 투자배급사는 없었다. 그는 영화판에서 다진, 끈끈한 인맥을 총동원했다. 최민식 황정민을 캐스팅했고 ‘올드보이’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정정훈 촬영감독과 충무로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조화성 미술감독을 섭외했다. “정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후반 작업으로 해외에 계셨는데 읍소 반, 협박 반으로 모셨다. 민식 선배님과 황정민도 스케줄이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재덕이 회사 세우고 첫 작품인데 도와주자’며 의기투합했다. 어렵게 모인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매 순간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 그와 함께한 일류급 배우들도 한 대표와 한 번 맺은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다. 사나이픽처스와 함께한 작품은 황정민이 다섯 작품으로 가장 많고, 최민식 박성웅은 각각 세 작품을 했다. 한 대표는 내년에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헌트’를 제작한다. “헌트는 이정재가 수년 전 가져온 시나리오다. 영화로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되는 지점들이 있었다. 이정재가 몇 년 동안 집념으로 시나리오를 고쳤다. 수정본을 봤는데 너무 좋아서 ‘나도 끼워 달라’고 했다.” 최근 이정재와 황정민이 재회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개봉으로 ‘신세계’가 영화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한 대표는 “‘어이, 브라더’라는 대사가 다시 튀어나오는데 신기하더라”며 “50년, 100년이 지나도 기억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체코 프라하의 한 식당을 갔는데 식당 전체가 영화 ‘대부’ 사진으로 도배돼 있었다. 40년 뒤에도 자기 영화 사진이 식당에 붙어 있을 거라고 코폴라 감독이 상상이나 했겠나. 참 신기한 일이다. 그 신기함을 더 느끼기 위해 하나라도 미덕이 있는 영화를 만들 것이다.” ::한재덕 사나이픽처스 대표는…::△ 2003년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제작부장△ 2010∼2012년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베를린’ 등 프로듀서△ 2012년 사나이픽처스 설립, ‘신세계’ ‘검사외전’ ‘공작’ ‘돈’ ‘오케이 마담’ 등 제작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송중기 김태리의 ‘승리호’, 홍상수 감독의 ‘도망친 여자’…. 9월 영화 티켓 예매의 손놀림은 이달에 이어 계속 바빠질까. 수백억 원을 들인 텐트폴(tentpole·많은 제작비와 유명 배우 출연 등으로 큰 흥행을 기대하는 작품)부터 국제영화제 수상작까지 SF 코미디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다음 달 개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휘청대던 영화계는 ‘반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강철비2: 정상회담’의 개봉과 흥행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올 하반기 최대 텐트폴로 꼽히는 작품은 다음 달 23일 개봉하는 조성희 감독의 SF 영화 ‘승리호’다. 2092년, 우주에 떠도는 쓰레기를 주워 돈을 버는 청소선(船) 승리호의 선원 태호(송중기), 장 선장(김태리), 타이거 박(진선규), 업동이(유해진 목소리 출연)가 대량살상무기인 로봇 ‘도로시’를 발견해 거액의 거래를 꾸미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국 최초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로 제작비 240억 원이 투입됐다. 제작사 비단길과 카카오페이지는 기획, 개발 단계부터 웹툰과 영화를 공동 제작해 ‘승리호 세계관’을 구축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앞서 영화의 프리퀄 격인 웹툰 ‘승리호’는 올 5월 공개됐다. 홍상수 감독의 ‘도망친 여자’는 다음 달 17일 극장에 걸린다. 올 3월 제70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감독상)을 받은 작품이다. 결혼하고 남편과 한 번도 떨어져 살아 본 적 없는 플로리스트 감희(김민희)가 남편이 출장을 떠난 뒤 옛 친구 3명을 만나는 과정을 ‘홍상수식’으로 그렸다. 뺑소니 사고를 목격한 문희(나문희)가 범인 잡기에 나선 ‘오! 문희’는 다음 달 2일 개봉한다. 팔순의 나문희가 연기 인생 첫 액션을 선보인다. 남편 만길(김성오)이 자신을 죽이려는 걸 알게 된 소희(이정현)가 반격에 나서는 코믹 스릴러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도 개봉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테넷’도 이달 26일 개봉이 확정됐다. 벌써부터 국내 놀런 감독 팬들의 예매 열기가 뜨겁다. 미국에서는 극장 개봉을 접은 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도 9월 한국 관객을 찾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방송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던 ‘슈스스’(슈퍼스타의 스타일리스트) 한혜연도, 구독자가 수백만 명이었던 유튜버 ‘양팡’과 ‘도티’가 속한 멀티채널네트워크(MCN) 기업 ‘샌드박스’도 고개를 숙였다. 다름 아닌 ‘뒷광고’ 논란 때문이다. 광고 또는 협찬 사실을 숨겼거나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던 유튜버에 대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자 이들이 ‘죄송하다’며 사과 영상을 올리고 있는 것.》 한혜연이 자신의 유튜브 ‘슈스스TV’에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을 리뷰한다며 올린 영상이 사실 수천만 원의 광고비를 받고 진행한 간접광고(PPL)임이 알려진 게 촉발제였다. 광고 또는 협찬이 아닌 것처럼 ‘뒷광고’를 한 ‘양팡’, ‘더보기’를 눌러야 광고 및 협찬임을 알 수 있도록 ‘꼼수 표기’를 한 유명 유튜버 ‘복희’ ‘떵개떵’ ‘햄찌’도 비판의 중심에 섰다. 250만 구독자를 보유했던 ‘양팡’은 한 스포츠 브랜드 매장에서 직원이 즉흥적으로 수백만 원어치의 제품을 협찬해 준 것처럼 연출한 뒤 리뷰 영상을 올렸지만 뒷광고임이 드러났다. 인플루언서들의 뒷광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이 각광받기 시작한 때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단속 대상이었다. 2015년에는 광고임을 드러내지 않고 블로그에 제품을 홍보한 국내외 20개 사업자에게 시정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인스타그램에 광고 사실을 밝히지 않은 화장품, 소형가전 기업 등 7개 사업자에 대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를 결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블로그 등 텍스트 중심의 플랫폼에 대해서는 광고 및 협찬 표시 기준이 마련돼 있었지만 사진, 동영상 중심의 플랫폼이 새로 등장하면서 매체별 특성에 맞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표시하는 방안은 없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SNS상 부당 광고 관련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상위 인플루언서 계정(인스타그램, 유튜브, 카카오스토리) 60개의 광고 게시글 582건 중 경제적 대가를 밝힌 게시글은 30%(174건)에 불과했다. 명확한 규정이 없었기에 광고주와 인플루언서들은 법을 지키는 선에서 광고인 것이 티 나지 않도록 제작하는 게 관행이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광고임이 드러났을 때 시청자의 콘텐츠 이탈률이 높아 광고가 아닌 것처럼 자연스럽게 제품을 알리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국내 광고대행사 종사자 A 씨는 “페스티벌 광고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광고주가 ‘길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포스터를 발견해 페스티벌에 간 것처럼 연출해 달라’고 요청한 경우도 있었다. ‘먹방’의 경우 광고인 게 티가 나지 않게 주문하는 과정도 들어가게 해 달라고 하는 광고주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광고대행사에 다니는 B 씨는 “인플루언서를 통한 SNS 광고의 최대 강점은 광고인 듯 아닌 듯 티가 안 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었다. 광고주가 이를 최대한 활용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광고의 매체별 예시를 규정한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마련하고 9월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 매체별로 따라야 하는 지침을 구체화했다. 블로그 등 텍스트 위주의 매체는 첫 부분 또는 끝부분에 본문과 구분되게 광고임을 표시하고, 유튜브는 제목 또는 동영상 내 배너를 통해 유료 광고를 표시하는 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9월부터는 소비자가 한눈에 광고임을 알기 어렵게 표기한 경우는 심사지침에 저촉될 수 있다. 유튜브의 경우 동영상 내 배너를 통해 금전적 대가를 받았다는 표기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 공연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사진)의 첫 온라인 콘서트가 9일 열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3월 열릴 예정이었던 트와이스 월드투어 2019 ‘트와이스라이츠(TWICELIGHTS)’ 피날레 공연이 취소된 후 첫 콘서트다. JYP엔터테인먼트는 트와이스가 9일 오후 3시(한국 시간)부터 네이버 ‘V LIVE’를 통해 첫 단독 비대면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트와이스: 월드 인 어 데이’를 1시간 30여 분 동안 개최했다고 밝혔다. 비욘드 라이브는 JYP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네이버 V LIVE와 협력해 만든 온라인 전용 콘서트 브랜드다. 이날 콘서트에는 전 세계 126개국에서 접속했다. JYP는 유료 접속자 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공연 도중 온라인 채팅창 참여자 수는 약 8만 명이었다. 이번 공연은 ‘하루 안에 도는 월드 투어’라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아홉 명의 멤버는 세계를 누비는 파일럿으로 변신했다. 트와이스라이츠 개최지였던 서울, 방콕, 마닐라, 싱가포르, 로스앤젤레스, 멕시코시티, 뉴욕, 시카고, 쿠알라룸푸르, 도쿄를 비롯한 일본 7개 도시 등 총 16개 지역 랜드마크를 시각화해 아트워크로 재현했다. 아홉 멤버는 6월 발표한 미니 9집 ‘모어 앤드 모어(More and More)’를 비롯해 ‘팬시(Fancy)’ ‘TT’ 등 히트곡 15곡을 선보였다. 화려한 시각 효과도 더해졌다. ‘예스 오어 예스(Yes or Yes)’ 공연에서는 흰 무대의상을 입은 트와이스 옆에 빨간색 옷을 입은 ‘쌍둥이 트와이스’가 나타나 마치 트와이스 18명이 춤을 추는 것 같은 무대를 연출했다. 리더 지효는 “하루빨리 (상황이) 좋아져서 일반 콘서트와 비욘드 라이브를 같이 하며 더 많은 팬들과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이 우리나라 무형유산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K-무형유산 페스티벌’을 13∼15일 전북 전주시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올해 처음 개최한다. 14, 15일 야외무대에서는 각종 무형유산 공연으로 구성된 ‘이판사판 스테이지’가 열린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공연―동고동락 스테이지, 이구동성 스테이지’도 13, 14일 진행한다. 동고동락 스테이지에서는 피리정악 및 대취타를, 이구동성 스테이지에서는 재한 외국인들이 가야금 연주, 판소리를 각각 선보인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진짜 못생겼네. 뭘 이런 걸 데려왔어!” 1976년 리메이크 영화 ‘킹콩’ 오디션 현장에 등장한 젊은 여배우를 보자마자 영화 제작자 디노 드 로렌티스가 이렇게 불평했다. 그 배우는 “기대만큼 예쁘지 않아서 죄송한데요, 어쩝니까? 보시는 게 다인데”라고 말하고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는 메릴 스트립이다. 킹콩 오디션 이후 그는 오늘날까지 40여 년간 60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하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두 번과 여우조연상 한 번을 받으며 할리우드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됐다. 버나즈 고등학교 학생이던 그가 ‘미(美)의 여왕’이 된 이야기로 시작해 가난한 연극배우 시절을 거쳐 ‘소피의 선택’ ‘철의 여인’ ‘더 포스트’ 등에 출연하며 현존 최고의 할리우드 배우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네 아이의 엄마이자 반핵운동 환경운동 여성운동 등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시민으로서의 삶도 그렸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한 남자의 사투.’ 얼핏 들어도 비슷한 줄거리의 영화들이 뇌리를 스친다. 아내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온 남자가 걷잡을 수 없는 살인의 늪에 빠지는 ‘황해’(2010년), 인질로 잡힌 옆집 소녀를 구하기 위해 다시 총을 잡는 전직 특수요원 이야기 ‘아저씨’(2010년) 등 한국 영화에서만도 두세 편은 어렵지 않게 떠오르는 단골 소재다. 5일 개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역시 출발점은 같았다. 10년 전 ‘납치된 아이를 찾는 남자’라는 소재를 제작사 대표에게서 들은 홍원찬 감독은 바로 시나리오 집필에 들어갔다. 홍 감독은 캐릭터의 힘과 눈앞에서 벌어지는 듯한 역동적인 액션으로 이 기시감 강한 소재를 정면 돌파했다.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된 딸을 구하려는 살인청부업자 인남(황정민)과 그의 조력자 유이(박정민), 자신의 형을 살해한 인남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무자비하게 칼을 휘두르는 ‘백정’ 레이(이정재)의 삼각 추격전은 108분 동안 관객을 극한의 긴장상태로 몰아넣는다. 개봉 전날인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홍 감독은 시나리오 최종본이 나온 지난해 1월까지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며 입을 열었다.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아저씨’가 개봉했다. 결말을 지금과 아예 반대로 한 시나리오도 썼을 정도로 고민하다가 캐릭터의 힘으로 돌파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기존 시나리오는 인남이 딸을 구하는 플롯이 중심이었는데 시나리오를 손보면서 레이가 인남을 쫓는 구조를 강화했다. 유이 역시 원래는 중반까지만 등장하는 캐릭터에서 엔딩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로 바꿨다.” ‘황해’ ‘추격자’ ‘나는 살인범이다’의 각색을 맡은 필모그래피가 입증하듯 누아르 장르를 가장 좋아하는 홍 감독에게 인남은 늘 그려보고 싶던 캐릭터다. 프랑스 누아르 영화의 클래식 ‘사무라이’의 알랭 들롱, ‘드라이브’의 라이언 고슬링같이 “어둠의 일을 하는 남성 캐릭터의 계보를 잇고 싶었다”는 것. “인남 같은 캐릭터는 뿌리가 없다. 늘 쫓기고 있기에 언제든 떠날 수 있어야 한다. 인남의 일본 집이 한 신 나오는데 세간을 하나도 두지 않고 캐리어만 덩그러니 놓여 있도록 연출했다. ‘히트’에 나오는 로버트 드니로의 집에 가구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레이의 추격과 살인의 동력이 무엇인지 영화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불친절할 정도로 전사(前史)가 생략됐다. ‘의도를 알 수 없는 악인이 더 공포스럽다’는 홍 감독의 계산에 이정재도 동감했다. 의도는 중요치 않은 ‘살인광’ 레이는 철창살 틈으로 칼을 쑤셔 넣고,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문지른 얼음을 씹어 먹는다. 시나리오에 없던 이정재의 애드리브다. “전사가 없는 인물이기에 내가 생각하는 레이와 정재 선배님이 생각하는 레이를 하나씩 맞춰가는 과정이었다. 첫 미팅에서 정재 선배님이 레이의 전사가 없으니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A4용지 한 장에 정리해 달라고 했다. 그중 ‘뱀 같은 인간’이라는 묘사를 가장 좋아했다. 뱀 같은 레이의 표정과 눈빛을 정말 잘 살려줬다.” 영화 제목은 기독교 주기도문의 마지막 구절에서 따왔다. 청부살인에 몸담은 인남이 누군가를 구하려 함으로써 자신이 짊어진 원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미다. 인남은 과연 악에서 구원받았을까. 홍 감독은 관객에게 판단을 돌렸다. “마지막 장면에서 레이는 인남을 보며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잖아’라고 말한다. 인남도 자신을 추격하는 레이에게 ‘너 그러다 나한테 죽는다’고 경고한다. 인남과 레이는 어쩌면 자신들의 숙명을 이미 알고 있지 않았을까. 본인의 운명을 직감하지만 앞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이야기라고 봐 주셨으면 좋겠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스핀오프(spin off·인기 작품에서 파생한 새 작품)가 예능 프로그램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스핀오프 예능은 기존 TV 프로그램의 출연진 전원이나 일부가 출연해 다른 콘셉트의 콘텐츠를 유튜브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스핀오프 웹 예능은 기존 캐릭터와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TV에서 다루기에는 다소 ‘높은’ 수위의 개그도 편하게 선보이며 프로그램의 화제성과 인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간접광고(PPL)를 통한 수익 창구 역할도 톡톡히 해 방송사로서는 일석이조의 전략인 셈이다. 스핀오프 웹 예능 인기몰이의 선두주자는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이 선보인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이다. 올 1월 맛있는 녀석들 출연진 김민경 김준현 문세윤 유민상에게 운동을 시킨다는 취지로 유튜브에서 시작한 프로젝트 프로그램이다. 탁자에 놓인 4개 아령 중 고정된 것을 고른 사람이 운동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선택된 첫 번째 주자는 김민경이다. 양치승 트레이너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주어진 운동을 모두 해내는 의외의 운동신경을 보이고 있는 김민경은 ‘근수저’라는 별명도 생겼다. 김민경의 필라테스 프로젝트 동영상은 4일 현재 조회수 320만을 기록 중이다. ‘맛있는 녀석들보다 훨씬 재밌다. 정규 방송으로 편성해 달라’는 시청자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스핀오프 예능의 ‘원조’는 지난해 8월 tvN 나영석 PD가 선보인 ‘신서유기 외전―삼시세끼: 아이슬란드로 간 세끼’다. ‘신서유기6’에서 은지원 이수근 팀이 아이슬란드 여행 상품에 당첨되며 두 사람이 실제로 아이슬란드로 떠나게 되는 여정을 제작했다. 지난달 10일 시작한 ‘여성들의 은밀한 파티―여은파’는 MBC ‘나 혼자 산다’(나혼산)의 스핀오프 웹 예능이다. ‘나혼산’에 나오는 박나래 한혜진 화사가 각각 조지나 사만다 마리아라는 ‘부캐’(부·副캐릭터)로 등장해 벚꽃 여행을 떠나고 홈 파티를 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나는 안동 조씨”라는 조지나가 맹장 수술을 한 마리아의 집에 병문안 가서 곱창을 시켜 먹는 등 소소한 일상에 “여은파가 더 재밌다”는 반응이다. 예능뿐만 아니라 스핀오프 웹 드라마도 있다. tvN에서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스핀오프 ‘부릉부릉 천리마마트’는 지난해 12월 유튜브 채널인 ‘tvN D story’에서만 공개됐다. 드라마 출연 배우 이동휘 강홍석 최광제가 그대로 출연해 천리마마트를 지키기 위한 미션을 수행하는 ‘번외편’으로 인기를 끌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