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침입에 자작극까지… 도 넘은 ‘유튜브 콘텐츠 경쟁’

  • 동아일보

구독자와 조회수 늘리기 위해 불법인줄 알면서도 영상 촬영
‘콘텐츠 삭제 가이드라인’ 모호, 유해한 영상들 감시망 벗어나
유튜브 관계자 “기준 광범위 세부적인 내용까지 반영 못해”

지난달 21일 유튜브 채널 ‘류정란’에 올라온 영상에서 서울에 있는 영화관을 방문한 류정란과 친구 3명이 영업이 끝난 상영관에 몰래 침입해 좌석에 드러
누운 채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한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음식을 주문한 유튜버 ‘송대익’이 “배달 온 치킨을 베어 문 자국이 있고,
피자는 두 조각이 없다”며 점주와 통화하는 모습. 해당 영상은 모두 가짜임이 드러났다. 유튜브 캡처
지난달 21일 유튜브 채널 ‘류정란’에 올라온 영상에서 서울에 있는 영화관을 방문한 류정란과 친구 3명이 영업이 끝난 상영관에 몰래 침입해 좌석에 드러 누운 채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한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음식을 주문한 유튜버 ‘송대익’이 “배달 온 치킨을 베어 문 자국이 있고, 피자는 두 조각이 없다”며 점주와 통화하는 모습. 해당 영상은 모두 가짜임이 드러났다. 유튜브 캡처
구독자 30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류정란’은 지난달 17일 밤 친구 3명과 서울의 A영화관에 몰래 들어간 영상을 21일 그의 채널에 올렸다. 해당 영상에서 류정란과 친구들은 영업이 끝나 아무도 없는 상영관 여러 곳에 몰래 들어가 좌석에 눕고 가운뎃손가락을 올려 보이기도 했다. 상영관 ‘투어’를 끝낸 이들은 음식 조리시설에까지 몰래 들어갔고, 매점의 음료를 무단 취식했다. 영상 촬영 내내 이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17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서울·경기 지역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류정란은 영화관 영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영상을 삭제하고 24일 사과 영상을 올렸다. 하지만 사과 영상에서 영화관 이름을 직접 언급해 영화관은 ‘2차 피해를 입었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A영화관 관계자는 “수사 중인 경찰에 폐쇄회로(CC)TV 화면 제공 등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극복이 국민적 과제가 된 와중에도 일부 유튜버가 도를 넘은 자극적 콘텐츠를 올려 지탄을 받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의 선정성과 폭력성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돼 왔지만 방역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 또는 범죄에 해당하는 콘텐츠까지 올리는 수준에 달하자 대중은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조차 사라졌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기승을 부리는 콘텐츠는 있지 않은 일을 진짜처럼 꾸며서 만드는 ‘주작’(조작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온라인 용어) 영상이다. 6월 당시 135만 명이 구독하는 유튜버 ‘송대익’은 B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시킨 음식을 배달원이 훔쳐 먹었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렸다가 주작임이 발각됐다. 영상에서 튀김 껍질을 베어 문 듯한 치킨, 6조각 중 2조각이 사라진 피자 등을 보여주고, 점주와 통화하는 장면까지 내보냈지만 모두 가짜였다. 상호명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는데도 식별이 가능해 고객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업체는 지난달 송대익을 경찰에 고소했다.

41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야생마’도 7월 C브랜드의 전기차를 리뷰하던 중 배터리가 갑작스럽게 방전돼 레커 업체를 부르는 콘텐츠를 올렸으나 레커 업체를 광고해주기 위한 ‘주작 영상’임이 드러났다. 그는 사과 영상에서 “해당 자동차 브랜드에 피해를 입혔다. 제가 경험한 것처럼 모방한 것과, 영상을 통해 지인 업체를 홍보한 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최근 유튜버 시장이 레드오션이 되면서 구독자와 조회수 늘리기에 혈안이 된 유튜버들이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유튜브에서는 구독자와 조회수가 곧 돈이다. 사람들의 호기심과 욕망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기에 결국 수익을 위해 유튜버들은 수위를 높여가며 선정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이어 “자신이 다루는 콘텐츠가 타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음을 자각할 수 있도록 유튜버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문해력 교육, 나아가 인권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행법상 유튜브의 유해한 정보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기에 유튜버와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튜브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커뮤니티 가이드’에 따라 △스팸 및 현혹 행위 △민감한 콘텐츠(과도한 노출 및 성적인 콘텐츠 등) △폭력적이거나 위험한 콘텐츠 △규제 상품(총기류 등)에 해당하는 콘텐츠를 삭제하지만 기준이 모호해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유튜브 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을 반영할 수 없어 가이드라인이 광범위한 것은 맞다”면서도 “알고리즘과 인력으로 가이드라인에 저촉되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소비자의 신고가 들어온 콘텐츠에 대해 담당 팀이 확인하고 삭제한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유튜브#콘텐츠#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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