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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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유(윤종)튜브]음악가는 왜 비평가를 싫어할까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시작 부분엔 호른의 네 음표에 이어 지저귀는 듯한 경쾌한 멜로디를 바순이 노래한다. 말러가 그의 초기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높은 지성에의 찬미’라는 노래 전주에서 따온 선율이다. 노래 내용은 이렇다. 노래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숲속 뻐꾸기와 나이팅게일이 내기를 했다. 더 멋지게 노래하는 쪽이 이기는 걸로. 누가 심판을 맡을까. 뻐꾸기는 당나귀에게 선택을 맡기자고 했고 나이팅게일도 동의했다. 당나귀는 귀가 크니까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으리라는 것. 뻐꾸기와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들은 당나귀는 말했다. “나이팅게일의 노래는 어려워. 뻐꾸기는 화음도 좋고 박자도 좋아. 그러니, 내 높은 지성으로써 말한다. 뻐꾸기가 이겼다!” 독일 민요에서 따온 가사이지만 이 노래에는 평론가들을 보는 음악가들의 시선이 반영되어 있다. 작곡가나 연주가들이 보기에 비평가들이란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무시하고 ‘박자가 맞다 틀리다, 음정이 맞다’처럼 말로 표현하기 좋은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지휘자이자 작곡가로 이중생활을 했던 말러는 평생 평론가들의 공격에 시달렸고, 특히 그가 살아서 초연을 본 여덟 곡의 교향곡에서 더욱 그랬다. 바그너의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에는 베크메서라는 인물이 나온다. 노래경연대회의 심사위원이자 평론가인데, 그의 모토는 ‘틀리면 감점’이다. 감성과 상상력으로 개인의 예술을 펼치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 결국 그는 직접 노래 실력을 선보이려다 망신을 당한다. 바그너는 자신이 혐오하던 음악평론가 에두아르트 한슬리크의 모습을 베크메서에 투영했다고 알려졌다. 심지어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초고에는 아예 베크메서라는 이름 대신 ‘한슬리크’라고 적었다. 최근 번역 출간된 지휘자 존 마우체리의 책 ‘지휘의 발견’에는 흥미로운 일화가 나온다. 말러 교향곡 4번 1악장 시작 부분은 썰매 방울과 플루트의 단조로운 음형으로 시작되고 여기에 클라리넷과 현악이 가세하면서 제1주제가 시작된다. 썰매 방울과 현악이 만나는 순간은 단지 8분 음표 세 개다. 그런데 말러는 현악과 클라리넷 악보에만 ‘조금씩 느리게’라는 표시를 붙였다. 썰매 방울과 플루트에는 이 지시어가 없다. 말러의 지시를 따르면 썰매 방울(+플루트)과 현악(+클라리넷)의 빠르기가 달라 양쪽이 딱 맞지 않고 어긋나게 되지만 거의 모든 지휘자들은 썰매 방울과 플루트에도 ‘조금씩 느리게’를 적용해 템포를 맞춘다. 지휘자인 저자는 영국 맨체스터 할레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이 곡을 연주하면서 말러의 지시를 따르기로 결정했다. 당연히 살짝 템포가 어긋났고, 다음 날 신문에는 이런 리뷰가 실렸다. “이 곡의 우아한 ‘조금씩 느리게’를 다루는 솜씨를 보면 말러의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알 수 있다. 애석하게도 마우체리 씨는….” 과연 평론가는 악보를 제대로 알고 있었을까. 알았다면 전후 맥락을 생략한 채 이런 식으로 단언하기 어렵다. 악보를 잘 알고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면 악보에 쓰인 지시까지 평론에 언급하는 게 맞다. 그러나 이 평론만 읽은 사람들은 악보에 지시된 맥락을 알지 못하고 지휘자에 대해 좋지 못한 인상을 갖게 됐을 것이다. 평론가가 있는 세상과 없는 세상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있는’ 세상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매달 매주 수많은 신곡과 연주를 접하는 평론가와, 긴 기간 동안 하루 저녁의 레퍼토리에 집중하는 연주가 사이에서 곡의 이해도를 따지면 반드시 평론가가 높은 위치에서 준엄한 선고를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글 쓰는 어떤 직업이나 마찬가지이지만, 평론가는 특히 겸허함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일 것이다. 캐나다의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7월 6일 새 음악감독 라파엘 파야레 지휘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이 악단과 지휘자가 들려줄 명연, 특히 마지막 악장을 기대하며 말러가 평론가들에 대한 씁쓸한 기분을 담았던 가곡 ‘높은 지성에의 찬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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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명문 오케스트라 잇단 내한…코로나에 멈췄던 선율 흐른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동안 뜸했던 해외 명문 오케스트라의 내한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SM)은 7월 5, 6 일 네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 독일 북서부를 대표하는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는 7월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 번째 내한공연을 연다. OSM은 스위스 출신 지휘자 샤를 뒤투아의 음악감독 재임 기간(1977~2002)에 영국 음반사 데카 소속으로 방대한 음반 목록을 쌓아올리면서 ‘프랑스 음악을 가장 잘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로 각인된 악단. 뒤투아 시절에 두 번, 그의 후임인 켄트 나가노의 시대에 한 번 내한공연을 연 바 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음악감독을 이어받은 베네주엘라 ‘엘 시스테마’ 출신 라파엘 파야레가 지휘봉을 든다. 5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라벨 ‘라 발스’, 드뷔시 ‘바다’ 등 이 악단의 특기인 프랑스 관현악을 중심으로 콘서트를 연다. 2017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의 주인공인 선우예권이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한다. 그는 2018년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이 곡을 협연한 바 있다. 6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과 협연한다. 한은 2008년 BBC 필하모닉 내한공연부터 내한 오케스트라 협연만 여섯 번째인 ‘믿고 가는 선택’이다. 협연곡은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협주곡 1번. 한이 올해 발매한 앨범 ‘파리’에 수록한 따끈따끈한 레퍼토리다. 메인곡은 말러 교향곡 5번. 말러의 교향곡 중 가장 대중적인 곡이며 4악장 ‘아다지에토’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 ‘헤어질 결심’에 수록돼 눈길을 끈 바 있다. 8일 내한공연을 갖는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는 2014년, 2017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내한이다. 2017년에 이어 프랑스인 음악감독 프랑수아 자비에 로트가 지휘하는 이번 공연에서는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3번,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3번, 슈만 교향곡 3번 ‘라인’ 등 세 개의 ‘3번’을 레퍼토리에 올렸다. 2009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2010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우승자인 클라라 주미 강이 협연자로 나선다. 이 공연들에 이어 9월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10월 클라우스 매켈레 지휘 파리 오케스트라, 베를린 도이체 심포니, 11월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이 내한공연을 준비 중이지만 어두운 그림자도 읽힌다. 12월 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주빈 메타 지휘로 내한공연을 열려던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최근 이 공연을 포함한 아시아 투어 전체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 악단은 “아직 진행 중인 코로나19 위기와 계속 변하는 각국 정부의 자가격리 규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악기 화물운송에 문제가 있어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항공권 가격이 높게 유지돼 오케스트라들이 해외 투어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 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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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휘자 진솔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서 색깔있는 지휘 보여주고 싶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활동에 제한이 많았던 유럽 음악 무대가 다시 열리는 중요한 시기에 큰 기회를 갖게 돼 기쁩니다.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콘서트홀에서 지휘하게 된 만큼 저만의 색깔 있는 연주로 좋은 기억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휘자 진솔(35)이 10월 30일 네덜란드 대표 콘서트홀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무대에 선다. 독일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BSO)를 지휘하며 연주곡은 바흐 관현악 모음곡 2번과 브람스 교향곡 4번 E단조 등이다. 그는 하루 앞선 29일 네덜란드 테르뇌전에서 열리는 젤란트 플랑드르 음악축제 폐막공연에서도 같은 악단을 지휘할 예정이다. 암스테르담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는 134년의 역사를 가졌으며 세계 최상의 음향 조건을 지닌 공연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2008년 영국 음반전문지 그래머폰이 선정한 ‘세계 최고 교향악단’으로 꼽힌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를 상주 악단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지휘자 성시연이 로열 콘세르트헤바우에서 RCO를 지휘해 데뷔 무대를 가진 바 있다. 1967년 창단된 BSO는 베를린을 대표하는 콘서트홀 ‘베를린 필하모니’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BPO)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오보이스트 출신 독일 지휘자 한스외르크 셸렌베르거가 리오르 샴바달에 이어 지난해부터 수석지휘자로 악단을 이끌고 있다. 진솔은 “평소 친분이 있던 네덜란드 지휘자 콘라트 판알프헌(로테르담 심포니아 상임지휘자)의 추천으로 유럽 최고 연주홀 데뷔와 음악제 폐막공연이라는 큰 기회를 얻게 되었다. 추천해준 판알프헌과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인에게 부끄러움 없는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진솔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를 졸업한 뒤 독일 만하임 음대 지휘과 석사를 취득했다. 2012년부터 앙상블 아르티제 예술감독, 2017년부터 실용 오케스트라 음악 플랫폼인 플래직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을 비롯한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뿐 아니라 영화음악, 애니메이션음악, 게임음악 등 폭넓은 장르의 레퍼토리를 지휘해 왔다. 그는 29일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에서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해 한스 치머와 히사이시 조 등의 영화음악을 연주하는 콘서트를 연다. 7월 21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서 말러리안 챔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말러 교향곡 1번과 그를 오마주한 창작곡을 연주하는 ‘말러리안 시리즈 5.5’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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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잡초, 뽑을수록 더 강해졌다

    “잡초는 인간이 만들었다.” 잡초라고 불렀기에 내게 와서 잡초가 되었다는 의미론적 표현이 아니다. 인간이 농경을 시작한 뒤 노동량의 대부분은 작물에게 필요한 양분과 햇빛을 빼앗는 ‘골칫덩어리 풀’을 제거하는 작업에 투입됐다. 그 결과 이 골칫덩어리들은 쉽게 제거되지 않는 쪽으로 진화했다. 이들은 인간 사회의 모습도 바꿔 나갔다. 누구나 피하는 잡초 제거하기엔 피정복민이 투입되기 일쑤였고, 계층이 분화됐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잡초를 정의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와 너무 닮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공간을 잠식하고 자원을 차지한다. 끼어들기 좋아하고 경쟁심 많고 밉살스럽다.” 잡초의 위상도 시대와 인간의 선택에 따라 변한다. 서양 민들레는 18세기에 프랑스인이 샐러드로 먹던 사랑스러운 풀이었다. 시인 에밀리 디킨스는 민들레에 부치는 시 네 편을 썼다. 그러나 미국에서 푸른 잔디밭이 사랑을 받기 시작한 뒤 그 질서정연한 모습을 깨는 민들레는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쓰는 도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상을 뒤흔들었고, 저자는 새로운 통찰을 발견한다.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도, 대부분의 잡초도 인간이 자연을 잘못 관리한 데서 비롯됐다. 잡초는 인간이 식물의 환경을 교란하고 경쟁 식물을 없애고 자원에 변화를 주고 그들 가까이 접촉할 때 발생한다. 새 바이러스도 그렇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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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타 선율과 어우러진 슈베르트 가곡의 감동

    오늘날 대중음악의 총아가 됐지만 기타는 고전 낭만주의 시대를 더불어 이베리아반도를 제외하고는 클래식 음악의 중심에서 비켜난 악기였다. 중산층의 성장과 함께 커져간 공연장을 소리로 채우기에는 음량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이 기타를 사랑했던 작곡가가 슈베르트다. 그의 가곡 반주부에 나오는 많은 분산화음(아르페지오) 등 기타에 어울리는 주법들은 슈베르트가 이 악기를 염두에 두고 반주부를 썼음을 짐작하게 한다. 슈베르트의 가곡들을 스타급 소프라노와 기타리스트의 어울림으로 듣는 무대가 마련된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25일 공연하는 ‘여인들의 노래’. 기타리스트 박규희와 소프라노 임선혜가 출연한다. 슈베르트의 가곡 중에서도 특히 괴테의 시에 붙인 가곡들을 주목하는 리사이틀이다. 공연 제목처럼 노래의 주인공들은 여인들이다. 괴테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속 여주인공 미뇽의 노래에 곡을 붙인 ‘그 나라를 아시나요’ ‘오직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 등 네 곡과 슈베르트의 초기 성공작인 ‘물레 잣는 그레첸’ 등 10곡을 프로그램에 올렸다. 이 공연은 2022 세종 체임버 시리즈 ‘디어 슈베르트’의 다섯 번째 무대다. 시리즈 4일째인 24일에는 노부스 콰르텟이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15번을 연주하고 피아니스트 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베이시스트 이영수와 함께 피아노 5중주 ‘송어’를 협연한다.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베이스 연광철이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슈베르트 가곡집의 대표작인 ‘겨울 나그네’ 전곡을 노래한다. 4만∼6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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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세 나이에 교수 돼 8월 정년 퇴임, 제자-학교-청중에 대한 감사 담았죠”

    “26세 젊은 나이로 교수가 된 뒤 학생들과 함께 성장했네요. 제자들과 학교, 제 음악을 들은 청중에 대한 감사를 이 무대에 담았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홍종화(65·숙명여대 교수)가 이끄는 실내악단 ‘앙상블 우리’가 ‘바이올리니스트 홍종화와 함께하는 감사음악회’라는 제목으로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두 번째 정기연주회를 연다. 앙상블 우리는 홍 교수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2014년 창단됐다. 홍 교수는 8월 정년퇴임한다. 이번 무대에서는 볼프 ‘이탈리아 세레나데’와 첼리스트 채희철이 솔로를 맡는 ‘비발디 첼로협주곡 B플랫장조’, 피아니스트 이혜전과 함께하는 멘델스존 ‘바이올린과 피아노, 현악합주를 위한 협주곡’과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편곡판을 소개한다. 지휘를 맡은 김경희와 협연자들 모두 숙명여대 동료 교수들이다. 홍 교수는 “앙상블 우리 멤버 대부분이 세계 유수의 음악학교에서 수학한 중견 및 신인 연주자들”이라고 소개했다. “크로이처 소나타는 원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곡이지만, 우연히 한 연주회에서 협주곡처럼 편곡한 걸 듣게 되었어요. 예전부터 이 곡은 협주곡적(的)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반가웠죠. 편곡자에게 직접 연락해 악보를 구했습니다.” 앙상블 우리는 창단 이래 듀오에서 6중주, 8중주, 단원 17명 전체가 참가하는 합주 등 다양한 편성과 형식의 작품을 연주해 왔다. 특히 기억나는 콘서트를 묻는 질문에 홍 교수는 “매번 준비 과정이 즐거웠고 음악적으로도 많은 것을 얻었다”며 “2018년 국악 작곡가 김대성의 ‘길군악’을 연주했는데 국악 리듬을 익히기가 쉽지 않았지만 청중의 반응이 유독 뜨거워서 보람 있었다”고 회상했다. 홍 교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 합주부에서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서울시향 단원들로 구성된 합주부 선생님들이 “소질이 남다르다. 정식으로 배워 봐라”고 권한 게 평생의 업이 됐다. 미국 줄리아드음악원과 대학원에서 바이올린 명교수 이반 갈라미안을 사사했고 2004년 이혜전 교수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완주하는 등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쳐왔다. 이 교수와 비올리스트 김성은, 첼리스트 임경원이 함께하는 ‘콰르텟 S’ 단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정년 후에도 앙상블 우리와 콰르텟 S 활동은 계속할 예정이다. 그 밖에도 앙상블 활동에 많이 참여하는 게 당장의 목표”라고 말했다. 3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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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재 많은 K클래식… ‘조기발굴→다양한 경연’ 시스템의 힘[인사이드&인사이트]

    《“제16회 밴 클라이번 콩쿠르 금메달은 임윤찬에게 돌아갔습니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베이스 공연장. 심사위원장 겸 결선 반주 지휘자 마린 올솝의 선언에 청중 전원은 순간 일제히 일어나 힘찬 환호를 보냈다. 5월 29일 핀란드 헬싱키 시벨리우스 콩쿠르, 이달 5일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우승자는 모두 한국인이었다. 시벨리우스 콩쿠르 1위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에게,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은 첼리스트 최하영에게 돌아갔다. 세계 음악계에서 한국인의 콩쿠르 정복 소식은 이제 놀랍지 않다. 지난해 5월 피아니스트 김수연이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콩쿠르 1위에 올랐고, 체코 프라하의 봄 국제콩쿠르에서는 현악4중주단 아레테 콰르텟과 피아니스트 이동하가 해당 부문 정상에 올랐다.》 6월에는 바리톤 김기훈이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아리아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9월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열린 부소니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는 박재홍과 김도현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12월에는 피아니스트 이혁과 서형민이 각각 프랑스 아니마토 국제콩쿠르와 독일 본 베토벤 국제콩쿠르의 정상에 올랐다.○ “연이은 한국인 우승자, 비결은?” 2005년 폴란드 쇼팽 콩쿠르에서 임동민, 동혁 형제가 공동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15년 조성진의 우승은 ‘클래식 한류’의 본격적 물결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같은 해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는 임지영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는 2011년 여자 성악 부문 서선영, 남자 성악 부문 박종민이 나란히 우승했다. 이런 한국 음악도들의 맹활약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돼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세계 영화 팬과 음악 팬의 뇌리에 각인됐다. 벨기에 공영방송 RTBF의 음악 저널리스트 티에리 로로가 감독을 맡은 2012년 다큐멘터리 ‘세계가 놀란 한국 음악 영재들’과 2021년 제작된 ‘K클래식 세대’는 음악 영재를 조기 발굴해 혹독한 조련으로 키워내는 한국의 시스템에 주목했다. 두 다큐멘터리는 연주자들과 가족 등 주변 인물들을 통해 한국의 음악 영재들이 얼마나 성취에 열성을 다하는지 그려냈다.○ 영재를 조기 발굴하는 사회적 시스템 로로 감독이 각종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거둔 성과의 비밀로 꼽은 ‘시스템’은 무엇일까. 음악계 관계자들은 한국의 치열한 영재 검증 및 발굴 시스템과 풍부한 무대 경험 기회를 비결로 꼽는다. 2018년 동아음악콩쿠르 경연 현장을 방문한 플로리안 림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 사무총장(당시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은 “동아음악콩쿠르로 대표되는 한국의 다양하고 발달된 경연 시스템을 거치면서 준비된 예술 영재들이 탄생한다”고 말했다. 금호문화재단의 영재 육성 프로그램도 한국인 콩쿠르 스타 배출의 중요한 밑거름으로 꼽힌다. 최근 유수의 국제콩쿠르를 정복한 임윤찬, 양인모, 최하영, 박재홍, 김수연 등 기악 연주자들은 예외 없이 금호영재 출신이다. 금호문화재단은 1998년부터 14세 이하의 음악 영재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금호영재 콘서트를, 1999년부터는 15∼25세 음악가를 위한 금호영아티스트 콘서트 시리즈를 열고 있다. 이를 통해 음악 영재들은 큰 무대에서 흔들리지 않는 실전 경험을 쌓는다. 어려서 발굴된 음악 영재 중 많은 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이나 예원학교, 서울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본교로 이어지는 정예 코스를 밟는다. 해외 음악가들도 음악원에서 기량을 닦지만 한국의 경우 소수 학교에 영재들이 집중되기에 경쟁의 긴장도는 한층 치열하다. 재능 있는 영재들이 스스로를 더 강하게 담금질하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해외 콩쿠르를 노리는 연주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중국은 중앙정부와 성(省) 차원에서 국제콩쿠르 진출자에 대한 지원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경우 대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정몽구재단은 2011년부터 문화예술 인재에게 장학금과 해외 진출 등을 지원하는 ‘온드림 문화예술 인재’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국제콩쿠르 지원자에게 연 1회 250만 원 한도의 경비를 지원한다. 올해 밴 클라이번 금메달리스트 임윤찬과 지난해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한 첼리스트 한재민이 이 재단 장학생 출신이다. 한국메세나협회도 올해부터 국제음악콩쿠르 출전 지원 사업을 펼친다. 매년 5명 이내의 연주자에게 1인당 300만 원의 콩쿠르 출전 비용을 지원한다.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및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의 피아노·바이올린 본선 진출자가 대상이다. LG는 ‘K클래식의 수도’ 서울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음악콩쿠르인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를 2007년부터 협찬해 오고 있다. 한국인으로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2009년), 테너 김범진(2013년), 피아니스트 한지호(2014년), 바리톤 김기훈(2016년), 피아니스트 신창용(2017년),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2018년) 등 국내외에서 맹활약 중인 신예들을 세계무대에 소개해 왔다.○ 왜 콩쿠르에 더욱 주목하나 예술가들이 기량을 겨루는 경연은 고대 그리스부터 존재했다. 근대의 대표 음악 경연으로는 연주가가 아닌 작곡가들을 대상으로 한 프랑스의 ‘로마대상’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콩쿠르는 현대의 산물이다. 가장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쇼팽 콩쿠르가 1927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1937년,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1958년 각각 창립됐다. 이유는 오늘날 연주가들의 연주 영역과 영향 범위가 이전과 달라진 데 있다. 19세기 중후반까지 연주가들은 국가와 지역에 속한 존재였다. 전 유럽에서 명성을 떨치는 연주가들도 자신의 도시에서 명성을 쌓은 뒤 그 명성을 이용했다. 1900년대 음반 산업의 대중화와 1920년대 라디오의 보급으로 이 같은 환경은 변화를 겪었다. 연주가들은 전 세계를 다녔고 유명 연주가들의 연주는 세계인이 청취했다. 객관적 공정성을 보장하는 경연이 필요했다. 오늘날 콩쿠르는 경연을 통한 등위 산정만이 목적이 아니다. 세계의 음악 매니지먼트 매니저와 공연장 감독들이 주목할 만한 새 얼굴을 기다리는 음악 산업계 신진 발굴의 장이다.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경우 세계 유명 연주가와 음악 교수뿐 아니라 각국 주요 극장장, 알랭 랑스롱 워너클래식 사장을 비롯한 대형 음반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미래 유망주를 꼼꼼히 가려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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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윤찬 “아직 부족함 많아… 내 음악 깊어지길 원해”

    “이번 콩쿠르를 통해 제 음악이 더욱 깊어지기를 원했습니다. 관객들에게 진심이 닿았던 것 같습니다.”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18일(현지 시간) 폐막한 제16회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역대 최연소로 최고상인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2017년 제15회 우승자 선우예권에 이어 한국인이 연속으로 이 대회 정상에 오르는 기록도 세웠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는 미 대륙을 대표하는 국제음악콩쿠르로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유럽의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비교될 만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임윤찬은 청중상과 신작 최고연주상도 받았다. 은메달은 러시아의 안나 게니우셰네(31), 동메달은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초니(28)가 받았다. 이번 콩쿠르 결선은 14∼18일 열렸다. 임윤찬은 마린 올솝이 지휘하는 포트워스 교향악단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임윤찬은 수상 직후 1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부족함이 많아 걱정이 크다. 가르쳐주신 손민수 교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결선 반주를 지휘한 마린 올솝은 가장 존경받는 지휘자 중 한 분이다. 내가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잘 맞춰 주셨다. 세상에서 가장 열정적인 이 콩쿠르 관객들의 뜨거운 응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이번 수상으로 금메달 상금 10만 달러(약 1억2900만 원)와 특별상 상금 7500달러(약 970만 원)를 받는다. 음반 녹음 및 3년 동안 매니지먼트 관리를 받고 미국 연주 여행 기회도 갖는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는 1958년 구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미국 피아니스트 밴 클라이번(1934∼2013)이 우승한 것을 기념해 1962년 창설됐다. 1966년 루마니아의 라두 루푸, 1989년 소련의 알렉세이 술타노프, 2001년 러시아 올가 케른 등 유명 연주가를 우승자로 배출했다. 한국인으로는 선우예권 외 2005년 양희원(조이스 양), 2009년 손열음이 각각 2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년 순연돼 올해 열렸다. 임윤찬은 2015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고 클리블랜드 국제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 2위 및 쇼팽 특별상을, 쿠퍼 국제 콩쿠르 3위 및 청중상을 받았다. 2019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는 최연소 1위 및 청중상, 박성용영재특별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예원학교를 졸업한 뒤 2021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했다. 2017년부터 한예종 교수인 피아니스트 손민수를 사사하고 있으며 목 프로덕션 소속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임윤찬에게 축전을 보내 “뛰어난 기량과 무한한 예술성을 세계에 입증했다”며 “시대와 세대, 국경을 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음악가로 성장하길 응원한다”고 축하했다. 지난달 29일 폐막한 시벨리우스 콩쿠르 양인모(바이올린)와 이달 5일 폐막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최하영(첼로)에 이어 임윤찬까지 우승하면서 최근 열린 주요 국제콩쿠르 3개의 최고상을 한국인이 휩쓸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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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 클라이번 우승 임윤찬 “아직 부족함 많아…뜨거운 응원이 큰 도움”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서 폐막한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역대 최연소로 이 대회 최고상인 금메달을 수상했다. 임윤찬은 청중상과 신작 최고연주상도 받았다. 은메달은 러시아의 안나 게니우셰네, 동메달은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초니가 받았다. 이로써 2017년 제15회 대회 우승자 선우예권에 이어 한국인이 거듭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또한 5월 29일 폐막한 시벨리우스 콩쿠르 양인모(바이올린)와 이달 5일 폐막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최하영(첼로)에 이어 최근 열린 주요 국제콩쿠르 3개 최고상을 한국인이 휩쓸었다. 이번 콩쿠르 결선은 이달 14~18일 열렸으며 임윤찬은 마린 올솝 지휘 포트워스 교향악단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등 협주곡 두 곡을 연주했다. 임윤찬은 이번 수상으로 금메달 상금 10만 달러(한화 약 1억 2천8백만원)와 특별상 상금 7천5백 달러(한화 약 920만원)를 받는다. 부상으로 음반 녹음 및 3년 동안 세계를 상대로 한 매니지먼트 관리와 미국 연주여행의 기회도 갖는다. 이번 콩쿠르는 예선과 준결선, 결선을 거치면서 임윤찬에게 유독 많은 갈채와 응원이 쏟아져 좋은 결과를 예감하게 했다. 유튜브 등으로 중계된 시상식 직전 해설에서 해설자인 버디 브래이는 ‘임윤찬이라는 한국 현상(Korean Phenomenon)’이라고 언급해 상위 수상의 기대를 더욱 높였다. 수상 직후 본보와의 단독 화상인터뷰와 전화통화에서 임윤찬은 “역대 수상자들의 면면을 볼 때 아직 부족함이 많다. 가르쳐주신 손민수 교수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매 경연마다 작곡가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을 잘 전달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며 “결선 반주를 지휘한 마린 올솝은 가장 존경받는 지휘자 중 한 분이고, 내가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맞춰주셨다. 세상에서 가장 열정 있는 이 콩쿠르 관객의 뜨거운 응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회 이 대회 우승자 선우예권이 마련한 명동대성당 연주회에 참여한 바 있어 잘 아는 사이”라고 밝혔다. 결선에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의 카덴차를 잘 연주되지 않는 ‘오리지널 버전’으로 연주한 데 대해 그는 “작곡자인 라흐마니노프 자신과 대연주자인 호로비츠 등이 이 버전을 택했기 때문에 ‘근본으로 가보자’는 의미에서 선택했다. 음악적으로는 준비할 게 많았다”고 말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냉전이 한창이던 1958년 구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미국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이 우승한 것을 기념해 1962년 창설되었다. 1966년 루마니아의 라두 루푸, 1989년 소련의 알렉세이 술타노프, 2001년 러시아 올가 케른 등 유명 연주가를 우승자로 배출했다. 한국인으로는 선우예권 외 2005년 양희원(조이스 양), 2009년 손열음이 2위 입상했다. 이번 대회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예정보다 1년 순연됐다. 이번 콩쿠르는 결선 진출자 6명의 국적이 우크라이나인 1명, 미국인 1명, 러시아인 2명, 벨라루스인 1명, 한국인 1명이라는 ‘정치적으로 오묘한’ 조합으로 화제가 됐다. 시상식 직전에는 무대에 2013년 이 대회 우승자인 우크라이나의 바딤 콜로덴코가 올라 우크라이나 국가를 연주해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다. 시상식 사회를 맡은 라디오 진행자 프레드 차일드는 “몇몇 콩쿠르가 특정 국가 참가자를 배제하고 있지만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1958년 냉전의 정점에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클라이번의 정신을 기려 모든 젊은 음악인에게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임윤찬은 2015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하였고 클리블랜드 국제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 2위 및 쇼팽 특별상을, 쿠퍼 국제 콩쿠르 3위 및 청중상을 수상했다. 2019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는 최연소 1위 및 관객이 뽑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특별상(청중상), 박성용영재특별상을 수상하며 대회 3관왕에 올랐다. 2020년 2월 예원학교 졸업한 뒤 2021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했다. 2017년부터 한예종 교수인 피아니스트 손민수를 사사하고 있으며 목 프로덕션 소속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그는 8월 10일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과 바흐 피아노협주곡 5번을, 8월 20일 KBS교향악단과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을, 10월 5일 정명훈 지휘자가 이끄는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을 협연한다. 장소는 모두 서울 롯데콘서트홀이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9일 임윤찬에게 축전을 보내 축하했다. 박 장관은 “이번 우승으로 뛰어난 기량과 무한한 예술성을 전 세계에 입증했다”며 “시대와 세대, 국경을 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음악가로 성장하시기를 응원한다”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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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코딩 아닌 콘서트는 시각적 경험도 남아 연주자는 패션 등 종합적 체험 제공해야죠”

    피아노 앞의 ‘미니스커트 여제’ 유자 왕(35)이 온다. 2019년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해 10분 남짓한 존 애덤스의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하고 떠났던 그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소나타 18번, 스크랴빈 소나타 3번과 쇤베르크, 리게티, 알베니스, 카푸스틴을 어우르는 방대한 레퍼토리로 한국 팬 앞에 선다. 13일 입국한 그를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스타인웨이 갤러리에서 만났다. ―이번 공연에선 베토벤부터 리게티와 카푸스틴의 곡까지, 방대한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레퍼토리를 선보이게 됩니다. 3월 시작한 아메리카와 유럽 투어에서 선보인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기간 동안 내게 영향을 준 작품들을 엮었습니다. 처음 시작은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한 베토벤과 슈베르트, 쇤베르크 등의 작품을 묶어보는 것이었죠. 그러다가 스페인 작곡가 알베니스의 곡 등 다른 지역과 시대들을 넣으면서 ‘색상대비’ 에 신경 쓰게 되었고 스크랴빈처럼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들이 더해졌습니다. 슈베르트는 빠졌고요.” ―베토벤의 소나타로 유명한 ‘템페스트’도, ‘발트슈타인’도 아닌 18번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전형적이거나 영웅적인 베토벤 곡은 아니죠. 하지만 위트와 유머가 있고 ‘에지(edge) 있는’, 재미있는 곡입니다.” ―유자 왕과 스크랴빈은 좋은 조합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감각적인 터치 때문에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스크라빈의 소나타 3번을 들려주고 싶습니까. “스크랴빈은 살짝 미친(crazy) 사람이었고, 그의 그런 면을 좋아합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세계가 광란을 일으키기 전에 그 전조를 발견한 작곡가죠. 하지만 이번에 연주할 그의 소나타 3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의 개성이 완전히 나타나기 전 초기의 작품이고, 벨리니 곡 같은 아름다운 선율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사랑과 부드러움에 관한 곡입니다.” ―천부적인 리듬의 명확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이 있습니다. 타악기 연주자인 아버지가 정확할 리듬을 강조했다고 들었습니다. 한편 러시아 레퍼토리에서 진가를 발휘했던 면은 발레리나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 유학해서 개리 그래프먼 선생님을 만났어요. 저는 ‘어떤 나라 악파’라는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프먼 선생님은 러시아 음악에 정통했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제자셨습니다. 리듬과 음색에 대해 많은 것을 제게 알려주셨습니다. 어린 만큼 많은 것을 흡수했죠. 제 연주의 특징을 규정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3년 전의 녹음을 들어보면 지금과 또 다릅니다. 한국에서도 지방 투어를 하지만, 연주는 생물 같아서 연주마다 다 다를 것입니다.” ―미니스커트와 하이힐 차림으로 무대에 오르기로 유명합니다. 연주복은 자신을 나타내는 패션일 뿐인가요, 아니면 그날의 레퍼토리와도 연관이 있나요. “연주복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콘서트는 레코딩이 아니니까 시각적 경험까지 남게 되니 연주자는 비주얼을 포함한 종합적 경험을 청중에게 제공해야 하죠. 색상이 뚜렷한 옷을 좋아하고, 소매 없이 편한 옷을 선호할 뿐입니다.” ―2013년 샤를 뒤투아 지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내한공연에서 쇼팽 협주곡 1번을 협연했고 3년 전에도 애덤스의 신작 협주곡으로 한국 청중을 만났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있다면. “한국인들과는 커티스 음대부터 친구가 많아 매우 친근감을 느낍니다. 두 번의 내한 공연에서 매우 열정적인 청중을 만났던 기억이 납니다.”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연습을 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특별한 취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뉴욕에서는 연습이 잘 안돼요. (웃음) 이번에는 당구를 치다 왔고, 강에서 일몰을 보거나 공원을 걷고, 카약을 타는 걸 좋아합니다. 뉴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많은 음식들을 즐기고, 아, 한국 음식 좋아해요! ‘오징어 게임’같은 한국 드라마도 보고, 최근 블랙핑크 뮤직비디오도 즐겁게 봤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름(王羽佳)은 한국어로 ‘큰 유자(柚子)’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알고 계셨나요. “(웃음) 한국 친구들이 알려줘서 잘 알아요! 유자 버블티를 마실 때마다 생각해요. 하지만 내게서 유자 향기가 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유자 왕은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6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미국 필라델피아 커티스 음악원에서 개리 그래프먼을 사사했다. 20세 때인 2007년 컨디션 난조로 무대에 오르지 못한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대신해 샤를 뒤투아가 지휘하는 보스턴 교향악단과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하면서 피아노계 스타로 뛰어올랐다. 2009년 도이체 그라모폰(DG) 전속 아티스트가 된 뒤 멘델스존에서 쇼팽, 스크랴빈, 현대 작곡가 애덤스에 이르는 방대한 레퍼토리를 음반으로 내놓고 있다. 2019~2020년 시즌에는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공연장 바비컨 센터의 상주 아트센터로 활동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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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니스커트 여제’ 중국 피아니스트 유자 왕이 온다

    피아노 앞의 ‘미니스커트 여제’ 유자 왕(35)이 온다. 2019년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해 10분 남짓한 존 애덤스의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하고 떠났던 그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소나타 18번, 스크랴빈 소나타 3번과 쇤베르크, 리게티, 알베니스, 카푸스틴을 어우르는 방대한 레퍼토리로 한국 팬 앞에 선다. 13일 입국한 그를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스타인웨이 갤러리에서 만났다. ―이번 공연에선 베토벤부터 리게티와 카푸스틴의 곡까지, 방대한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레퍼토리를 선보이게 됩니다. 3월 시작한 아메리카와 유럽 투어에서 선보인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기간 동안 내게 영향을 준 작품들을 엮었습니다. 처음 시작은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한 베토벤과 슈베르트, 쇤베르크 등의 작품을 묶어보는 것이었죠. 그러다가 스페인 작곡가 알베니스의 곡 등 다른 지역과 시대들을 넣으면서 ‘색상대비’ 에 신경 쓰게 되었고 스크랴빈처럼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들이 더해졌습니다. 슈베르트는 빠졌고요.” ―베토벤의 소나타로 유명한 ‘템페스트’도, ‘발트슈타인’도 아닌 18번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전형적이거나 영웅적인 베토벤 곡은 아니죠. 하지만 위트와 유머가 있고 ‘에지(edge) 있는’, 재미있는 곡입니다.” ―유자 왕과 스크랴빈은 좋은 조합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감각적인 터치 때문에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스크라빈의 소나타 3번을 들려주고 싶습니까. “스크랴빈은 살짝 미친(crazy) 사람이었고, 그의 그런 면을 좋아합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세계가 광란을 일으키기 전에 그 전조를 발견한 작곡가죠. 하지만 이번에 연주할 그의 소나타 3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의 개성이 완전히 나타나기 전 초기의 작품이고, 벨리니 곡 같은 아름다운 선율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사랑과 부드러움에 관한 곡입니다.” ―천부적인 리듬의 명확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이 있습니다. 타악기 연주자인 아버지가 정확할 리듬을 강조했다고 들었습니다. 한편 러시아 레퍼토리에서 진가를 발휘했던 면은 발레리나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 유학해서 개리 그래프먼 선생님을 만났어요. 저는 ‘어떤 나라 악파’라는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프먼 선생님은 러시아 음악에 정통했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제자셨습니다. 리듬과 음색에 대해 많은 것을 제게 알려주셨습니다. 어린 만큼 많은 것을 흡수했죠. 제 연주의 특징을 규정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3년 전의 녹음을 들어보면 지금과 또 다릅니다. 한국에서도 지방 투어를 하지만, 연주는 생물 같아서 연주마다 다 다를 것입니다.” ―미니스커트와 하이힐 차림으로 무대에 오르기로 유명합니다. 연주복은 자신을 나타내는 패션일 뿐인가요, 아니면 그날의 레퍼토리와도 연관이 있나요. “연주복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콘서트는 레코딩이 아니니까 시각적 경험까지 남게 되니 연주자는 비주얼을 포함한 종합적 경험을 청중에게 제공해야 하죠. 색상이 뚜렷한 옷을 좋아하고, 소매 없이 편한 옷을 선호할 뿐입니다.” ―2013년 샤를 뒤투아 지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내한공연에서 쇼팽 협주곡 1번을 협연했고 3년 전에도 애덤스의 신작 협주곡으로 한국 청중을 만났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있다면. “한국인들과는 커티스 음대부터 친구가 많아 매우 친근감을 느낍니다. 두 번의 내한 공연에서 매우 열정적인 청중을 만났던 기억이 납니다.”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연습을 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특별한 취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뉴욕에서는 연습이 잘 안돼요. (웃음) 이번에는 당구를 치다 왔고, 강에서 일몰을 보거나 공원을 걷고, 카약을 타는 걸 좋아합니다. 뉴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많은 음식들을 즐기고, 아, 한국 음식 좋아해요! ‘오징어 게임’같은 한국 드라마도 보고, 최근 블랙핑크 뮤직비디오도 즐겁게 봤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름(王羽佳)은 한국어로 ‘큰 유자(柚子)’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알고 계셨나요. “(웃음) 한국 친구들이 알려줘서 잘 알아요! 유자 버블티를 마실 때마다 생각해요. 하지만 내게서 유자 향기가 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유자 왕은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6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미국 필라델피아 커티스 음악원에서 개리 그래프먼을 사사했다. 20세 때인 2007년 컨디션 난조로 무대에 오르지 못한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대신해 샤를 뒤투아가 지휘하는 보스턴 교향악단과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하면서 피아노계 스타로 뛰어올랐다. 2009년 도이체 그라모폰(DG) 전속 아티스트가 된 뒤 멘델스존에서 쇼팽, 스크랴빈, 현대 작곡가 애덤스에 이르는 방대한 레퍼토리를 음반으로 내놓고 있다. 2019~2020년 시즌에는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공연장 바비컨 센터의 상주 아트센터로 활동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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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세 지휘자 매켈래, ‘세계 최고 악단’ RCO 이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133년 역사를 이어온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26세의 젊은 새 수장을 맞이하게 됐다. RCO는 10일 핀란드 지휘자 클라우스 매켈래를 2027년 가을에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수석 지휘자로 위촉한다고 발표했다. RCO는 2008년 영국 음반전문지 그래머폰이 음악평론가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선정한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순위에서 베를린 필, 빈 필 등을 누르고 1위에 선정된 명문 악단이다. RCO 측은 매켈래가 이미 두 곳의 명문 악단을 이끌고 있는 점을 감안해 올해부터 2027년 가을까지는 ‘예술적 파트너’ 직함으로 RCO를 지휘하며, 그때까지는 한 해 5주 이상의 비교적 적은 일정만 소화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 대해 매켈래는 “콘세르트헤바우는 정말 특별한 오케스트라이며 그와 같은 악단은 다시없다. 나는 소리에 특별히 신경 쓰는 지휘자이고 이 오케스트라는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소리를 지녔다”고 밝혔다. 매켈래는 1996년 헬싱키에서 첼리스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첼로와 지휘를 전공했으며 2018년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2020년 임기 시작), 2019년 프랑스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2022년 임기 시작)으로 임명됐다. 지난해 6월 오슬로 필하모닉과 내한 공연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무산됐다. 그가 오슬로 필하모닉을 지휘해 올해 3월에 발매한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집 앨범은 그래머폰 ‘편집자의 선택’과 BBC 뮤직매거진 ‘이달의 리코딩’으로 선정됐고 올해 그래머폰상 관현악 부문 유력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RCO는 빌럼 멩엘베르흐, 오이겐 요훔,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리카르도 샤이, 마리스 얀손스 등 유럽을 대표하는 명지휘자들이 수석 지휘자로 재직했다. 2018년 전 수석 지휘자인 이탈리아의 다니엘레 가티가 성추행 의혹으로 사퇴한 뒤 수석 지휘자 없이 객원 지휘자 체제로 운영돼 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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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 그 가능성을 향한 진화의 역사[책의 향기]

    진화생물학의 대명사 격인 리처드 도킨스(81)의 책이 하나 더 나왔다는 점 외에도 좋은 소식은 많다. 첫째, 원서부터 지난해 나온 따끈따끈한 새 책이다. 둘째, 슬로바키아의 일러스트레이터 야나 렌초바의 흥미진진한 삽화가 넘친다. 셋째, 누구나 흥미를 가져봤을 ‘비행’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 화제를 집중한다. 넷째, ‘벽돌책’이 아니다. 도킨스의 이름을 지식계에 각인시킨 ‘이기적 유전자’의 절반 남짓한 분량이다. 저자의 논지는 예상을 비켜가지 않는다. 비행하는 동물은 왜 그걸 할까. 목적은 적자생존이며 목표는 유전자의 생존이다. 더 잘 날아 먹이를 잘 잡는 새나 박쥐가 후손을 잇고, 더 잘 날아 포식자를 잘 피하는 곤충이 자손을 남긴다. 먼저 날기 시작한 것은 곤충이었다. 척추동물보다 2억 년이나 앞선 3억 년 전부터 날기 시작했다. 가볍기 때문이다. 무게에 비해 표면적이 넓을수록 나는 데 유리하다. 몸 크기(길이)가 2배가 되면 표면적은 4배, 무게는 8배다. 크기가 10배가 되면 표면적은 100배, 무게는 1000배가 된다. 어쩌다 날게 됐을까. 포식자를 피하며 몸 일부를 펼치다 붕 떠서 적을 뿌리칠 수 있었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날개가 생겼을 것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초기 단계는 날다람쥐 같은 ‘활강’이었지만 이윽고 자신의 힘으로 날아오르는 ‘동력 비행’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동물의 비행사를 추적하고 해석하는 일이 이 책의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에서 저자는 동물의 비행과 인간의 비행을 비교한다. 그리스 신화도,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비행을 향한 인간의 꿈을 표현했지만 실제로 비행이 실현된 것은 인류사의 극히 일부였다. 동물의 비행과 인간의 비행은 실제 비슷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맹금류가 먹이를 향해 내리꽂는 광경은 급강하 폭격기를 보는 듯하다. 벌새는 날개를 위로 칠 때 완전히 뒤집어 정지 비행을 할 수 있다. 마치 헬리콥터나 드론을 연상시킨다. 그렇지만 동물과 인간이 만든 기계의 비행에는 차이가 있다. 비행기나 헬기, 드론은 날개를 칠 수 없다. 엔진으로 추력을 얻고 날개로 양력을 얻는 비행기의 원리는 새나 박쥐, 곤충이 날개를 치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새가 날개를 치면 몸을 앞으로 밀어내면서 공기를 아래로 밀어내 날아오를 수 있지만 그 역학은 비행기의 동작보다 훨씬 분석하기 어렵다. 진화생물학자가 굳이 동물과 기계의 비행을 비교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역설적으로 창조론자들의 ‘지적 설계론’을 반박하는 데 그 의도가 있다. 창조론자들은 “완전한 날개만 쓸모가 있을 뿐, 진화 중간 단계의 반쪽짜리 날개는 쓸모가 없다”며 비행하는 동물도 비행기처럼 ‘지적 설계’의 결과라고 설명해 왔다. 이에 대해 도킨스는 “초기 단계의 날개도 포식자를 피하게 만드는 등 분명한 쓸모가 있었으며 유전자의 선택 압력을 받으며 계속 진화해 왔다”고 반박한다. 마지막 장에서 그는 비행을 넘어 지구 밖을 향하는 인간의 꿈을 격려한다. 원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야만 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시작할 때라고 도킨스는 말한다. 분야는 다르지만 과학 대중화에 일생을 바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과학 자체를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영웅적인 비행이라고 여긴다. 이제 날개를 활짝 펼치고, 과학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지켜보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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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다 동물은 날게 되었나…진화생물학자가 본 ‘비행’

    리처드 도킨스의 신작 ‘마법의 비행’. 진화생물학의 대명사 격인 리처드 도킨스(81)의 책이 하나 더 나왔다는 점 외에도 좋은 소식은 많다. 첫째, 원서부터 지난해 나온 따끈따끈한 새 책이다. 둘째, 슬로바키아의 일러스트레이터 야나 렌초바의 흥미진진한 삽화가 넘친다. 셋째, 누구나 흥미를 가져봤을 ‘비행’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 화제를 집중한다. 넷째, ‘벽돌책’이 아니다. 도킨스의 이름을 지식계에 각인시킨 ‘이기적 유전자’의 절반 남짓한 분량이다. 저자의 논지는 예상을 비껴가지 않는다. 비행하는 동물은 왜 그걸 할까. 목적은 적자생존이며 목표는 유전자의 생존이다. 더 잘 날아 먹이를 잘 잡는 새나 박쥐가 후손을 잇고, 더 잘 날아 포식자를 잘 피하는 곤충이 자손을 남긴다. 먼저 날기 시작한 것은 곤충이었다. 척추동물보다 2억 년이나 앞선 3억 년 전부터 날기 시작했다. 가볍기 때문이다. 무게에 비해 표면적이 넓을수록 나는 데 유리하다. 몸 크기(길이)가 두 배가 되면 표면적은 네 배, 무게는 8배다. 크기가 열 배가 되면 표면적은 100배, 무게는 1000배가 된다. 어쩌다 날게 되었을까. 포식자를 피하며 몸 일부를 펼치다 붕 떠서 적을 뿌리칠 수 있었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날개가 생겼을 것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초기 단계는 날다람쥐 같은 ‘활강’이었지만 이윽고 자신의 힘으로 날아오르는 ‘동력 비행’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동물의 비행사를 추적하고 해석하는 일은 이 책의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에서 저자는 동물의 비행과 인간의 비행을 비교한다. 그리스 신화도,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비행을 향한 인간의 꿈을 표현했지만 실제로 비행이 실현된 것은 인류사의 극히 일부였다. 동물의 비행과 인간의 비행은 실제 비슷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맹금류가 먹이를 향해 내리꽂는 광경은 급강하 폭격기를 보는 듯하다. 벌새는 날개를 위로 칠 때 완전히 뒤집어 정지 비행을 할 수 있다. 마치 헬리콥터나 드론을 연상시킨다. 그렇지만 동물과 인간이 만든 기계의 비행에는 차이가 있다. 비행기나 헬기, 드론은 날개를 칠 수 없다. 엔진으로 추력을 얻고 날개로 양력을 얻는 비행기의 원리는 새나 박쥐, 곤충이 날개를 치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새가 날개를 치면 몸을 앞으로 밀어내면서 공기를 아래로 밀어내 날아오를 수 있지만 그 역학은 비행기의 동작보다 훨씬 분석하기 어렵다. 진화생물학자가 굳이 동물과 기계의 비행을 비교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역설적으로 창조론자들의 ‘지적 설계론’을 반박하는 데 그 의도가 있다. 창조론자들은 “완전한 날개만 쓸모가 있을 뿐, 진화 중간 단계의 반쪽짜리 날개는 쓸모가 없다”며 비행하는 동물도 비행기처럼 ‘지적 설계’의 결과라고 설명해 왔다. 이에 대해 도킨스는 “초기 단계의 날개도 포식자를 피하게 만드는 등 분명한 쓸모가 있었으며 유전자의 선택 압력을 받으며 계속 진화해 왔다”고 반박한다. 마지막 장에서 그는 비행을 넘어 지구 밖을 향하는 인간의 꿈을 격려한다. 원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야만 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시작할 때라고 도킨스는 말한다. 분야는 다르지만 과학 대중화에 일생을 바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과학 자체를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영웅적인 비행이라고 여긴다. 이제 날개를 활짝 펼치고, 과학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지켜보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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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종교음악-경인철도 창가-엔카 아리랑… 개화기 인천에 울려퍼진 서양음악 속으로

    ‘인천 콘서트 챔버.’ 연미복을 빼입고 바흐나 모차르트, 베토벤의 실내악을 연주하면 어울릴 듯한 이름이다. 2015년 설립된 이 실내악단이 18일 인천 미추홀구 학산소극장에서 ‘인천근대양악열전’ 공연을 연다. 공연 제목 못잖게 내용도 흔히 들어온 실내악 콘서트와 사뭇 다르다. ‘개신교, 성공회, 천주교의 옛 종교음악’, ‘경인철도를 노래하는 철도창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옛 애국가’, ‘인천 출신 음악가들의 옛 유행가와 가곡’, ‘일본 엔카의 대부가 편곡한 아리랑’…. 현악과 성악 연주에 만돌린, 풍금, 아코디언 등 일반 클래식 공연에선 보기 힘든 악기들이 가세한다. “인천은 한국의 서양음악사에서 중요하지만 잘 언급되지 않는 지역이죠. 근대 인천의 음악을 발굴하고 소개하며 당시 사회를 음악을 통해 바라볼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이 공연을 기획한 이승묵 대표는 오케스트라에서 팀파니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2015년 인천콘서트챔버를 창단했다. 인천을 통해 서양문물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학교 때 줄곧 들었던 터라 개화기·개항기 때 들어온 음악을 무대에 올리려고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의외로 자료가 많지 않았다. “당시 벌어진 일과 역사를 통해 ‘이런 음악들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하다 보면 실제 상상과 맞는 음악이 나오기도 했죠.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라고 여기지 않고 또 다른 상상을 펼쳐 나가면 예상외의 수확이 얻어지기도 했습니다. 1896년 창간된 독립신문 기사들이나 조계지(개항장에 외국인이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지역)에서 외국인이 회의한 회의록 등이 참고가 됐습니다.” 창단된 지 7년에 불과하지만 인천콘서트챔버는 ‘인천, 러시아를 품다’, ‘원더풀 동인천’, 기생 출신 근대 민요가수를 조명하는 ‘이화자전(傳)’, ‘모던상하이 모던인천’, ‘한국근대동요열전’ 등 다양한 주제의 콘서트로 인천과 외국 음악문화의 유입을 조명해왔다. 이번 콘서트 제목과 같은 ‘인천근대양악열전’과 ‘이화자 다시 부르기’ 등 두 종의 앨범도 발매했다. 이 대표는 자료에 대해 자문하기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민경찬 교수(음악학)를 찾아다니다 한예종에서 음악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석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옛 시대상과 문화는 오늘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음악을 통해서도 우리가 거쳐 온 길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길이 잊히지 않도록 힘닿는 한 연구와 연주를 계속하겠습니다.” 전석 무료.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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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튜브]북유럽 3국 대표 오페라극장 ‘직관’해보니

    늦은 5월의 두 주간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4국에서 보냈다. 노르웨이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빙하가 깎아낸 대자연의 장관 피오르(빙하협곡)에 취했고,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의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 소식을 직접 현장에서 전할 수 있었다. 이들 못지않게 깊은 여운을 남긴 것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3국을 대표하는 이들 나라의 국립 또는 왕립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를 감상한 일이었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왕립 덴마크 오페라는 1784년 설립되었다. 2004년 최신 시설의 새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해 이전했다. 코펜하겐 중심부의 바다를 면하고 있는 이 극장은 베이지색 석회암 외벽과 거대한 지붕을 가진 신미래주의 양식의 건물이다. 극장 자체가 바다에 떠 있는 하나의 섬처럼 보인다. 5월 20일 이 극장에서 영국 연출가 존 풀제임스가 연출한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돈 후안)를 관람했다. 전설적인 난봉꾼의 이야기를 오늘날의 호텔을 무대로 재해석한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주인공 돈조반니의 하인 레포렐로 역에는 한국인 베이스바리톤 고경일이 출연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허리 통증을 안고 연기했다고 공연 뒤에 기자에게 말했지만 윤기 있는 음성과 넉넉한 음량, 재치 넘치는 연기로 주인공 돈 조반니 역 옌스 쇠네르고르에 못지않은 갈채를 받았다. 5월 26일에는 노르웨이의 국립 오슬로 오페라하우스에서 비제 오페라 ‘카르멘’을 감상했다. 2008년 건립된 최신의 오페라 무대다. 외부 벽면이 흰색 대리석으로 덮여 있으며 물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환상을 제공한다. 특히 이곳을 찾은 누구나 완만한 건물 지붕으로 걸어 올라가 오슬로와 바다의 확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옥상광장은 그 자체로 오슬로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카르멘의 나라 스페인 출신의 연출가 칼릭스토 비에이토는 1960년대 프랑코 정권하의 스페인을 배경으로 집시 여인의 자유분방한 사랑을 풀어 나갔다. 다음 날인 27일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왕립 오페라극장에서 베르디 ‘아이다’를 관람했다. 스톡홀름에는 1773년 처음 왕립 오페라극장이 설립되었고 지금의 오페라극장은 1899년에 세워졌다. 웅장한 금빛 로비와 우아한 대리석 계단이 있는 장엄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극장이다. 앞서 본 21세기의 두 극장과는 좋은 대비가 되었다. 캐나다 출신 연출가 마이클 캐버나는 고대 이집트가 배경인 이 드라마의 시대 구분을 지웠다. 신전을 연상시키는 배경과 현대식 소총을 든 군인이 나란히 무대에 등장했다. 2막의 개선행진곡에 이어지는 발레는 현대전의 참상을 묘사하는 장면들로 대치됐고 전쟁 영웅인 라다메스는 전쟁의 비인도성에 고뇌하는 주인공으로 그려졌다. 원작에 대한 연출가의 현대적 재해석 외에도 세 공연에는 눈에 띄는 공통점들이 있었다. 세 작품 모두 지휘자가 여성이었다. 우연일 수 있지만 세계 특히 유럽 무대에서 여성 지휘자들의 약진을 증명하는 것으로 보였다. 세계적 지명도를 자랑하는 대형 가수의 출연은 없었지만 가수들 사이의 앙상블은 빈틈없이 정밀했다. 5월 말은 유럽 오페라극장마다 시즌이 문을 닫기 직전이어서 그동안 쌓인 공연의 호흡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결과였다. 세 나라 수도 모두 오페라로 세계에 이름난 곳은 아니다. 그러나 이 오페라극장들은 그 자체로 관광 명소이자 수도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중요한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당연히 이 극장들은 여름 휴가철을 제외하고 가을에 시작돼 늦은 봄에 끝나는 시즌제 제작 극장으로 운영된다. 극장 자체가 오페라단이며 일 년 내내 수많은 작품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시즌제 제작 극장으로 운영되는 오페라극장은 대구 오페라하우스 단 한 곳뿐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부산오페라하우스가 2024년 건립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시즌제 여부는커녕 운영 주체마저 정해지지 못하고 있다. 오페라는 아직 한국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외래문화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오페라 가수들은 유럽의 콩쿠르와 극장들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의 위상과 그들의 고국에서 오페라가 갖는 위상을 비교하면 그 차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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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장기간-새 악단… 마스크 벗은 평창대관령음악제

    올해 19회를 맞은 평창대관령음악제가 ‘마스크’를 주제로 다음 달 2∼23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콘서트홀 등 강원도 일대에서 열린다. 지난해까지 2주 남짓 열리던 데서 한 주가 더 늘어났다. 주관 악단으로 활동해온 평창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외에 현악 오케스트라인 평창페스티벌 스트링즈와 바로크 전문 악단인 평창페스티벌 바로크앙상블도 처음 선을 보인다. 2018년부터 이 음악제를 맡아온 손열음 예술감독(피아니스트)은 지난달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스크 덕에 우리는 서로를 보호할 수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도 서로 연결될 수 있었다. 축제를 준비하는 우리 마음과 닮았다고 생각했다”고 올해 주제의 뜻을 설명했다. 그는 “휴가철 숙박난과 교통체증을 피하고자 음악제를 7월 초로 당기고 기간도 늘렸다”고 밝혔다. 메인 콘서트는 알펜시아 콘서트홀과 뮤직텐트에서 총 18회 열린다. 해외 유수 오케스트라에 재직 중인 한국인 단원들로 구성해 이 축제의 얼굴 역할을 해온 평창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7월 15일 ‘모차르트 협주곡의 밤’, 16일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등 두 개의 콘서트를 맡는다. 16일 연주회에선 스페인 지휘자 겸 바이올린스트 로베르토 곤살레스몬하스가 지휘봉을 든다. 올해 새로 선을 보인 두 악단에 대해 손열음 감독은 “다양한 음악을 즐겨야 한다는 고민의 결과”라고 말했다. 평창페스티벌 스트링즈는 9일 연주회에서 1부에 구바이둘리나 등 현대 여성 작곡가 세 사람의 곡을, 2부에 소련 작곡가 셰드린이 편곡한 ‘카르멘 모음곡’을 연주한다. 전 서울시향 악장 스베틀린 루세브가 악장으로 연주를 이끈다. 평창페스티벌 바로크 앙상블은 20일 연주회에서 비발디, 라모, 륄리, 샤르팡티에 등의 바로크 작품을 권민석 지휘로 연주한다. 2일 뮤직텐트에서 열리는 개막연주회는 예년 오케스트라 콘서트와 달리 실내악 연주회로 꾸몄다. 타악기 연주자 매슈 에른스터와 손 감독, 플루티스트 조성현, 첼리스트 김두민이 1부에서 크럼 등의 현대곡을 연주하고 에스메 콰르텟과 프랑스의 모딜리아니 콰르텟이 함께하는 멘델스존 현악8중주로 2부 마지막을 장식한다. 그 밖의 메인 콘서트를 소프라노 임선혜와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르 멜니코프, 소프라노 홍혜란과 테너 최원휘 부부, 바이올리니스트 가시모토 다이신과 피아니스트 알레시오 박스, 트리오 반더러가 수놓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 중단됐던 교육 프로그램도 재개한다. 실내악과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도 마련된다. 실내악 아카데미에서는 1주일 동안 집중적인 교육을 펼친 뒤 실제 무대에 오를 기회도 마련한다. 손 감독은 “독일에서 지낼 때 어떤 악단이든 오케스트라 아카데미가 있고, 거기서 양성된 음악도들이 다음 세대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가는 문화가 독일 음악이 잘되는 이유라고 느꼈다. 그런 플랫폼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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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최하영 “이름 불릴때 사실인가 생각”

    “나흘 전 결선곡인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 연주가 끝나는 순간 와 하는 함성과 기립박수를 치는 청중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우승은 짐작하지 못했어요. 시상식에서 이름이 불리는 순간 ‘사실인가’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5일 새벽(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2022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첼리스트 최하영(24)이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수상했다. 1937년 창설된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국제음악콩쿠르로 꼽힌다. 매년 바이올린 성악 작곡 피아노 부문을 번갈아 개최했고, 작곡 부문은 2012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된 뒤 첼로가 추가됐다. 첼로는 2017년 처음 대회가 열렸고 올해가 두 번째다. 1일 결선에서 연주한 현대 작곡가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에 대해 그는 “현대곡이어서 까다로울 수도 있지만 극적인 효과가 큰 곡이어서 과감히 택했다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벨기에 도착 직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테스트 양성이 나와 당황했지만 예선 바로 전날 격리가 풀려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위기의 순간을 회상했다. 다음은 최하영과의 1문1답.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결선에서 새로운 창작곡 악보를 받아 8일 동안 익힌 뒤 연주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으로 유명합니다. 올해 콩쿠르에 나온 외르그 비드만의 창작곡 ‘다섯 개의 소품’은 소화하기 힘든 곡이었나요. “악보를 받았을 때 낭만적인 곡으로 느껴져 오히려 안심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도 현대곡이어서 두 곡의 성격이 부딪칠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작곡가가 첼리스트가 아니어서 핑거링(손 짚는 법) 등이 익숙하지 않아 익히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템포를 늘였다 당겼다 하는 ‘루바토’가 많아 악단과의 호흡이 중요했는데 지휘자 스테판 드네브와 브뤼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정말 잘 맞춰 주셨습니다.” ―결선곡 창작곡 악보를 받은 뒤 브뤼셀 외곽의 ‘뮤직 채플’에 8일 동안 감금(?) 되는데 힘들지 않았나요.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곳이고 모든 것을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좋았습니다. 새 곡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죠. 한국인 결선 진출자 넷이 심리적으로 크게 의지가 되었습니다.” ―최하영 씨 연주에 대한 청중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콩쿠르의 관객들은 대부분 매일 와서 연주를 듣는 열성팬들이죠. 매회 연주가 끝날 때마다 많은 관객들이 직접 찾아와 격려해주셨습니다.‘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매료되어 음악을 들었다’는 얘기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참가자는 호텔 대신 일반 브뤼셀 시민 가정을 택해 숙박하며 연습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자원봉사자(서포터) 가정에 가서 지낼 수 있죠. 저는 브뤼셀 중심에서 20분 떨어진 교외의 아름다운 집에서 지냈습니다. 너무도 따뜻한 가족이었고, 제 우승 소식이 전해진 순간 다같이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셨습니다. 평생 잊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첼로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첼로를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가 먼저 아마추어로 첼로를 배우셨는데, 옆에서 들으며 ‘나도 하고 싶어’ 한 게 시작이었죠.”(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언제 서울에서 만날 수 있나요. “입상 특전으로 벨기에에서 몇 주 동안 협연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6월에는 스웨덴에 가서 안토니 비트가 지휘하는 뇌르쾨핑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알렉산드라 쿨스와 팬데레츠키의 이중협주곡을 녹음합니다. 콩쿠르 입상 전 이미 계획되어 있던 녹음이고 낙소스 레이블로 발매될 예정입니다. 콩쿠르 입상에 따른 한국 투어는 9월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협연과 리사이틀 모두를 소화하게 됩니다.” ―자신의 음악적 모델이 있다면. “보자르 트리오의 일원이었던 미국 첼리스트 버나드 그린하우스를 존경합니다. (그는 첼로 케이스에 그린하우스의 사진을 넣어두고 있다) 그분 댁이 있는 보스턴 근교에서 2009년 몇 주 동안 함께 지내며 레슨을 받고 산책도 함께 했는데, ‘좋은 첼리스트가 되기보다 좋은 음악가가 되라’는 말씀에 깊은 깨우침을 받았습니다.” 이번 우승에 따라 최하영이 받는 상금은 2만5000 유로(약 3370만원)이다. 이번 콩쿠르 2위는 중국의 이바이 첸, 3위는 에스토니아의 마르셀 요하네스 키츠가 차지했다. 올해 대회에서는 최하영 문태국 윤설 정우찬 등 한국인 네 명을 비롯해 12명이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서 작곡가 외르그 비드만의 신곡 ‘5곡의 소품’과 연주자가 선택한 협주곡 1곡씩을 브뤼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연주했다. 2015년부터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와 업무협약을 맺고 한국인 참가자와 심사위원을 지원해온 주벨기에 한국문화원의 김재환 원장은 “예선부터 관객들이 최하영의 연주에 유독 열렬히 호응했다”고 전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일 축전을 통해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예술적 창조력, 도전정신이 빚어낸 결과”라고 축하했다. 최하영은 2006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으며 2011년 브람스 국제 콩쿠르 최연소 1위, 2018년 펜데레츠키 국제 첼로 콩쿠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거쳐 영국 퍼셀 음악학교에서 수학했다.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2019년 금호악기은행 수혜자로 선정되어 파올로 마치니 첼로를 임대 받았다. 2017년부터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부설 에마뉘엘 포이어만 콘서바토리에서 강사로 활동해왔고 2020년부터 베를린 국립예술대학에서 수학하며 에투알클래식 소속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는 소프라노 홍혜란이 2011년, 소프라노 황수미가 2014년 성악부문 1위를 차지했다. 임지영이 2015년 바이올린 부문 1위에 입상했다. 2012년까지 열린 작곡 부문에서는 2008년 조은화, 2009년 전민재가 각각 1위에 올랐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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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첼리스트 최하영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순간 ‘사실인가’ 싶어”

    “나흘 전 결선곡인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 연주가 끝나는 순간 와 하는 함성과 기립박수를 치는 청중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우승은 짐작하지 못했어요. 시상식에서 이름이 불리는 순간 ‘사실인가’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5일 새벽(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2022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첼리스트 최하영(24)이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수상했다. 1937년 창설된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국제음악콩쿠르로 꼽힌다. 매년 바이올린 성악 작곡 피아노 부문을 번갈아 개최했고, 작곡 부문은 2012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된 뒤 첼로가 추가됐다. 첼로는 2017년 처음 대회가 열렸고 올해가 두 번째다. 1일 결선에서 연주한 현대 작곡가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에 대해 그는 “현대곡이어서 까다로울 수도 있지만 극적인 효과가 큰 곡이어서 과감히 택했다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벨기에 도착 직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테스트 양성이 나와 당황했지만 예선 바로 전날 격리가 풀려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위기의 순간을 회상했다. 다음은 최하영과의 1문1답.―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결선에서 새로운 창작곡 악보를 받아 8일 동안 익힌 뒤 연주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으로 유명합니다. 올해 콩쿠르에 나온 외르그 비드만의 창작곡 ‘다섯 개의 소품’은 소화하기 힘든 곡이었나요. “악보를 받았을 때 낭만적인 곡으로 느껴져 오히려 안심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도 현대곡이어서 두 곡의 성격이 부딪칠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작곡가가 첼리스트가 아니어서 핑거링(손 짚는 법) 등이 익숙하지 않아 익히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템포를 늘였다 당겼다 하는 ‘루바토’가 많아 악단과의 호흡이 중요했는데 지휘자 스테판 드네브와 브뤼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정말 잘 맞춰 주셨습니다.” ―결선곡 창작곡 악보를 받은 뒤 브뤼셀 외곽의 ‘뮤직 채플’에 8일 동안 감금(?) 되는데 힘들지 않았나요.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곳이고 모든 것을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좋았습니다. 새 곡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죠. 한국인 결선 진출자 넷이 심리적으로 크게 의지가 되었습니다.” ―최하영 씨 연주에 대한 청중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콩쿠르의 관객들은 대부분 매일 와서 연주를 듣는 열성팬들이죠. 매회 연주가 끝날 때마다 많은 관객들이 직접 찾아와 격려해주셨습니다.‘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매료되어 음악을 들었다’는 얘기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참가자는 호텔 대신 일반 브뤼셀 시민 가정을 택해 숙박하며 연습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자원봉사자(서포터) 가정에 가서 지낼 수 있죠. 저는 브뤼셀 중심에서 20분 떨어진 교외의 아름다운 집에서 지냈습니다. 너무도 따뜻한 가족이었고, 제 우승 소식이 전해진 순간 다같이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셨습니다. 평생 잊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첼로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첼로를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가 먼저 아마추어로 첼로를 배우셨는데, 옆에서 들으며 ‘나도 하고 싶어’ 한 게 시작이었죠.”(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언제 서울에서 만날 수 있나요. “입상 특전으로 벨기에에서 몇 주 동안 협연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6월에는 스웨덴에 가서 안토니 비트가 지휘하는 뇌르쾨핑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알렉산드라 쿨스와 팬데레츠키의 이중협주곡을 녹음합니다. 콩쿠르 입상 전 이미 계획되어 있던 녹음이고 낙소스 레이블로 발매될 예정입니다. 콩쿠르 입상에 따른 한국 투어는 9월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협연과 리사이틀 모두를 소화하게 됩니다.” ―자신의 음악적 모델이 있다면. “보자르 트리오의 일원이었던 미국 첼리스트 버나드 그린하우스를 존경합니다. (그는 첼로 케이스에 그린하우스의 사진을 넣어두고 있다) 그분 댁이 있는 보스턴 근교에서 2009년 몇 주 동안 함께 지내며 레슨을 받고 산책도 함께 했는데, ‘좋은 첼리스트가 되기보다 좋은 음악가가 되라’는 말씀에 깊은 깨우침을 받았습니다.”이번 우승에 따라 최하영이 받는 상금은 2만5000 유로(약 3370만원)이다. 이번 콩쿠르 2위는 중국의 이바이 첸, 3위는 에스토니아의 마르셀 요하네스 키츠가 차지했다. 올해 대회에서는 최하영 문태국 윤설 정우찬 등 한국인 네 명을 비롯해 12명이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서 작곡가 외르그 비드만의 신곡 ‘5곡의 소품’과 연주자가 선택한 협주곡 1곡씩을 브뤼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연주했다. 2015년부터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와 업무협약을 맺고 한국인 참가자와 심사위원을 지원해온 주벨기에 한국문화원의 김재환 원장은 “예선부터 관객들이 최하영의 연주에 유독 열렬히 호응했다”고 전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일 축전을 통해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예술적 창조력, 도전정신이 빚어낸 결과”라고 축하했다. 최하영은 2006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으며 2011년 브람스 국제 콩쿠르 최연소 1위, 2018년 펜데레츠키 국제 첼로 콩쿠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거쳐 영국 퍼셀 음악학교에서 수학했다.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2019년 금호악기은행 수혜자로 선정되어 파올로 마치니 첼로를 임대 받았다. 2017년부터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부설 에마뉘엘 포이어만 콘서바토리에서 강사로 활동해왔고 2020년부터 베를린 국립예술대학에서 수학하며 에투알클래식 소속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는 소프라노 홍혜란이 2011년, 소프라노 황수미가 2014년 성악부문 1위를 차지했다. 임지영이 2015년 바이올린 부문 1위에 입상했다. 2012년까지 열린 작곡 부문에서는 2008년 조은화, 2009년 전민재가 각각 1위에 올랐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 202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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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인모, 한국인 첫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사진)가 29일(현지 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폐막한 제12회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우승한 건 처음이다. 그는 위촉곡을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 주는 현대 작품 최고해석상도 받았다. 2위는 미국의 네이선 멜처, 3위는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우도비첸코에게 돌아갔다. 이번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당초 예정된 2020년보다 2년 늦게 열렸다. 양인모는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시벨리우스 콩쿠르가 가진 색깔이 마음에 들어 도전했다. 다른 콩쿠르보다 더 정확히 음악의 본질에 다가간다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현대 작품 최고해석상을 안겨준 린드베리의 작품에 대해서는 “린드베리의 협주곡을 직접 감상한 적이 있어서 그의 작품을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콩쿠르 기간 중 시벨리우스의 나라 핀란드를 느껴보려 혼자 숲을 걷기도 했다며 “시벨리우스의 음악은 대자연 그대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참가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편이어서 도전적으로 프로그램을 짜려 신경을 썼다”며 “더 이상 콩쿠르에는 도전하지 않을 것 같다. 연주 하나하나에 매진하며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인모는 2008년 금호영재콘서트로 연주계에 데뷔했으며 2014년 콘서트 아티스트 길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듬해 이탈리아 제노아에서 열린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도 1위로 입상했다.헬싱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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