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민

하정민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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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정민 기자입니다.

dew@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68%
미국/북미7%
국제일반7%
사회일반3%
국제교류3%
문학/출판3%
유럽/EU3%
인사일반3%
중동3%
  • 유럽중앙銀 단기예금에 첫 ‘마이너스’… 금리 ―0.1%

    유럽중앙은행(ECB)은 5일 금융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0.25%에서 0.15%로 내렸다. 또 시중은행이 ECB에 하루짜리 돈을 맡길 때 단기 예금금리를 0.00%에서 ―0.10%로 낮췄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 중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대로 낮춘 곳은 ECB가 처음이다. ECB가 기준금리를 낮춘 것은 지난해 11월 인하 이후 7개월 만이다.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도입한 것은 유럽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한 데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5월 물가상승률(0.5%)이 4월(0.7%)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남는 돈을 가계나 기업에 빌려주지 않고 ECB에만 쌓아두는 시중 은행들에 마이너스 금리라는 벌칙을 줘 시중 유동자금을 늘리고 가계 및 기업의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번 금리인하의 효과가 크지 않으면 ECB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처럼 대규모 양적완화(국채 매입 등으로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 직접 돈을 푸는 방식)를 택할 가능성도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5일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인하 등 다양한 부양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양적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ECB의 금리인하로 유로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서면 원화 가치 강세로 국내 수출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마이너스 금리 실험’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유럽 경기의 회복이 빨라져 한국의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201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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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펜서웬델 “마지막 여행… 절망하지 않아요”

    “마흔넷에 루게릭 병 환자가 됐다.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해 죽으려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병원에서 약이나 먹으며 지내지 말고 소중한 사람들과 여행을 떠나기로.” 자신의 루게릭 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 투병기를 다룬 베스트셀러 ‘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Until I Say Goodbye)’의 저자 수전 스펜서웬델(사진)이 4일 미국 플로리다 주 자택에서 숨졌다. 향년 47세. 미 지역신문 팜비치포스트의 법조 기자이자 세 아이의 엄마였던 스펜서웬델은 2009년 여름 왼손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각종 검사를 거듭한 끝에 2011년 6월 루게릭 병을 확진받았다. 타인의 도움 없이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신혼의 추억을 만끽하러 남편과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오로라를 보기 위해 가장 친한 친구와 캐나다 유콘을 갔다. 맏딸 마리나가 훗날 결혼식 때 입을 웨딩드레스를 보기 위해 뉴욕 유명 웨딩숍도 찾았다. 입양아였던 그는 친엄마를 찾기 위한 캘리포니아 여행도 단행했다. 팜비치포스트에 실렸던 스펜서웬델의 감동적인 여행기는 미 대형 출판사 하퍼콜린스의 눈에 띄었다. 2013년 3월 그는 230만 달러(약 23억 원)의 판권 계약을 맺고 ‘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를 펴냈다. 온몸이 점점 굳어진 스펜서웬델은 유일하게 움직이는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사용해 글을 썼고 이 손가락마저 사용할 수 없자 코를 이용해 글쓰기를 계속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반드시 손을 써야 하는 기타리스트가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다. 끝이 다가오고 있지만 절망하지 않는다”라며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워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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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하정민]유병언 헌터 열풍의 이면

    ‘바운티 헌터(Bounty Hunter).’ 범죄자를 잡는 민간인 현상금 사냥꾼을 말한다. 19세기 서부 개척시대 미국 정부는 흉악범을 잡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국토는 광활한데 치안 인력이 부족했다. 결국 미 정부는 범인을 검거하거나 사살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기 시작했다. 1873년에는 이를 정식 직업으로 인정하고 면허도 발급했다. 바운티 헌터는 지금도 미국에서 매년 약 3만 명의 범죄자를 잡는다. 전체 도망자의 무려 90%에 이르러 비용 및 시간 절감효과가 크다. 민간인에게 타인의 목숨을 빼앗을 권한을 줘도 되느냐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존재하는 이유다. 21세기 한국에 때 아닌 바운티 헌터 열풍이 불고 있다. 검경이 도피한 세월호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게 5억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기 때문. 그가 한때 은신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전남 순천 송치재휴게소 인근 별장 일대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유병언 헌터’들이 북적여 조용히 지내던 산골 주민들이 불편해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전까지 가장 높은 현상금은 5000만 원으로 모두 4명에게 걸렸다.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탈옥해 2년 반 동안 도피 행각을 벌인 신창원, 연쇄살인범 유영철, 경찰관 2명을 살해한 이학만, 미제로 남은 화성 연쇄 살인사건 범인 등이다. 무려 10배 수준인 5억 원의 현상금을 유 씨에게 내건 것은 그의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검경이 그를 잡으려 얼마나 애를 쓰는지 잘 보여준다. 하지만 약간 씁쓸하다는 생각도 든다. 구원파 신도와 비호 세력의 조직적 협조가 있었다지만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50일이 지났는데 수사기관이 유 씨의 행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다. 70대 노인인 유 씨는 신창원처럼 혈기왕성한 30대가 아니며 한국이 미국처럼 땅덩이가 넓지도 않다. 또 5억 원은 결국 국민 세금에서 나온다. 역대 세계 최고액 현상범은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미 정부는 무려 5000만 달러(약 500억 원)의 돈을 걸었지만 그는 이를 비웃듯 신출귀몰한 도피 행각을 이어갔다. 미 정부는 사건 발생 10년 만인 2011년 5월에야 그를 사살했다. 이 작전에 가담했던 특수부대원 매트 비소넷의 회고록 ‘만만한 날은 없다(No Easy Day)’와 이를 소재로 한 영화 ‘제로 다크 서티’에 따르면 빈라덴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은 미 중앙정보국(CIA)의 30대 초반 여성 요원이다. 미쳤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수년간 빈라덴의 행적만 파고들어 희대의 테러리스트를 잡는 데 성공한다. 즉 아무리 거액의 현상금이 걸려있다 해도 민간인이 전문 훈련을 받은 수사기관 관계자보다 뛰어나긴 힘들다. 검경도 애가 타겠지만 조직의 명예를 걸고 유 씨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하루속히 그를 체포해 사고 피해자와 그 가족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요즘 유행하는 말로 국민에 대한 ‘의리’를 지켜야 할 시점이다.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 201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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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軍 위안부 문제해결에 아베정부 나서라”

    한국 중국 필리핀 등 8개국에서 모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관련 사회 활동가들이 일본을 직접 방문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로 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일본의 유명 비정부기구(NGO)인 피스보트는 1일 제12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아시아연대회의 실행위원회와 정대협이 2일 일본 중의원 회관 앞에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의 작성 경위를 검증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려는 모든 시도를 규탄하기로 했다. 대만과 동티모르 네덜란드 일본을 포함해 총 8개국의 활동가와 피해자, 유족은 지난달 31일부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일련의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 작성의 검증 결과를 6월 22일 이전에 발표하겠다는 일정에 피해자 국가들이 연대해 맞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시위에서는 위안부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을 직접 증언하는 한편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것을 촉구하는 요구서도 일본 정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의 김복동, 이용수 할머니를 포함한 한국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4개국의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방문한 상태다. 이들 위안부 피해자는 3, 4일 이틀간 오차노미즈 여대, 도쿄외국어대, 와세다대 등 7개 학교를 돌며 피해를 증언할 계획이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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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머런 “EU 수장에 융커 되면 영국은 탈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의 확대를 주장하는 장클로드 융커 전 룩셈부르크 총리(60)의 EU 집행위원장 선출을 반대하며 영국의 EU 탈퇴까지 거론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지난달 31일 캐머런 총리가 “융커가 EU 집행위원장이 되면 영국은 EU 회원 자격 유지에 관해 국민투표를 해야 할 수 있다”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위주의 EU 통합이라는 낡은 사고방식을 지닌 융커가 EU가 당면한 여러 난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U 집행위원장은 EU 각국 정상으로 구성된 EU 이사회가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토대로 지명한다. 융커 전 총리가 소속된 유럽국민당그룹(EPP)은 지난달 말 유럽의회 선거에서 최대 의석을 확보했다. 그동안 융커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태도를 바꿔 융커를 지지할 뜻을 비쳤다. 각국 정상들은 26∼27일 열리는 정례 EU 정상회의에서 현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의 뒤를 차기 위원장을 공식 선출한다. 캐머런 총리의 강경 발언은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좁아진 자신의 입지를 만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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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찰스 “푸틴, 히틀러처럼 굴어”, 러 “그런말 하니 왕이 못되지”

    “요즘 푸틴의 행보가 히틀러 같다.” “그런 말이나 하고 다니니 왕이 못 되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2)을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한 찰스 영국 왕세자(66)의 발언이 영국과 러시아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 관계자는 21일 “찰스 왕세자의 발언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언어도단이며 수치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영국 군주가 될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 전날인 20일 캐나다 노바스코샤 주 핼리팩스에 있는 이민사박물관을 찾은 찰스 왕세자가 유대인 대학살로 가족을 잃은 자원봉사자와 대화를 나누다가 나온 얘기를 겨냥한 것이다. 찰스 왕세자는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한 것과 비슷하다. 푸틴이 히틀러처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알렉산드르 크라마렌코 영국 주재 러시아 부대사가 런던의 영국 외교부를 찾아가 찰스 왕세자의 발언에 대한 공식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영국 외교부가 논의를 거부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반박하자 양측의 대화는 성과 없이 끝났다. 당장 관심은 다음 달 6일 프랑스에서 열릴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쏠린다. 1944년 6월 6일 영미 연합군은 독일이 점령하고 있던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에서 사상 최대의 상륙작전을 감행해 2차 대전의 승기를 잡았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이 작전을 소재로 만들었다. 찰스 왕세자와 푸틴 대통령은 승전국 수장 자격으로 이 행사에 나란히 참석할 예정이어서 자칫 두 사람이 얼굴을 붉힐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는 “왕세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권리가 있다”며 찰스 왕세자를 두둔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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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지리아 피랍 여학생 절반 석방될 듯

    4월 14일 나이지리아 여학생 200여 명을 납치한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인질 절반을 석방할 뜻을 보였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코하람과 가까운 한 소식통을 인용해 18일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나이지리아 정부가 최근 며칠간 비밀 대화를 진행해 왔다”며 “협상이 성사되면 보코하람이 빠르면 이번 주부터 약 100명의 소녀를 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질들은 소규모 그룹으로 나뉘어 풀려나고 안전한 장소에서 대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학생 석방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나이지리아 NAN 통신은 이날 보코하람이 수도 아부자 남쪽 마쿠르디에 있는 마쿠르디 칼리지에 “남학생도 납치하겠다”는 협박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고드프리 우구두 마쿠르디 칼리지 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14일에 이어 오늘 두 번째로 협박편지를 받았다. 보코하람이 남학생을 납치해 지난달 납치한 여학생들과 강제 결혼시킬 계획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 인근 마운트 세인트 가브리엘 중학교를 습격할 뜻도 내비쳤다”고 우려했다. 마쿠르디 칼리지에는 남학생 700여 명이 재학하고 있으며 이 중 500여 명이 학교 안 기숙사에 살고 있다. 마운트 세인트 가브리엘 중학교는 학생 전원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한편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나이지리아 니제르 카메룬 차드 등 6개국과 정상회담을 갖고 보코하람에 전쟁을 선포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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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하정민]기레순에서 본 한국

    ‘우간다(우리는 지금 유럽으로 간다) 여행’이란 말이 있다. 기자와 같은 ‘응답하라 1994’ 세대, 즉 1990년대 초중반 학번들이 여름방학에 서유럽을 여행할 때 지침서 역할을 했던 책에서 유래한 말이다. 우간다 여행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중국인? 일본인?”이었다. 대부분 한국의 위치를 몰랐고 알아도 “남과 북 중 어디서 왔냐”가 고작이었다. 태극기만 봐도 눈물이 핑 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지금은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 기업의 간판이 보인다. 종종 현지인으로부터 간단한 한국 인사말을 듣고 유명 관광지에선 한국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한국인과 마주친다. 편리하고 쾌적한 인프라 등 여러 면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의 동경을 받는 반열에 올랐음을 시시각각 느낀다. 최근 터키 기레순대가 주최한 ‘세계 양성평등 심포지엄’에 다녀왔다. 터키 북동부의 기레순은 이스탄불에서 약 1000km 떨어진 인구 9만 명의 소도시. 한국에서 가려면 편도로 약 20시간이 걸리는 이곳에서 실감한 한국의 위상과 한류 바람은 기대 이상이었다. 여드름이 송송 맺힌 10대 후반 대학생들은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기자 주변에 몰려들었다. 어색한 한국말로 자기소개를 하며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다. 이민호, 슈퍼주니어 등 한국 배우와 가수 이름을 줄줄이 읊고 카카오톡을 이용해 한국 친구와 나눈 대화를 보여줄 땐 절로 ‘엄마 미소’가 번졌다. 한 여대생이 ‘I love South Korean’이란 문구가 새겨진 조각품을 선물로 주며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한다”고 했을 땐 눈물이 났다. 세계 20여 개국에서 모인 50여 명의 교수 공무원 언론인이 참석한 심포지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자 옆에는 1994년 대학살 때 가족을 잃은 르완다 출신 미국 기자, 유고 내전 때 지인을 잃은 보스니아 교수, 20세에 결혼해 49세에 벌써 4명의 손자손녀를 본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앉았다. 세 사람의 개인사만 요약해도 책 한 권을 쓸 정도였다.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되는 나라에서 태어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절실히 느꼈다. 요즘 ‘한국이 너무 싫다. 이민 가고 싶다’는 글을 종종 본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적폐(積弊)와 부조리는 심각한 수준이다. 제2의 세월호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반성과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나친 자학과 비하, 편 가르기가 있어선 곤란하다. 1940년대 아르헨티나는 세계 4위 경제대국이었고 1960년대 필리핀은 우리에게 장충체육관을 지어줄 정도로 부국(富國)이었다. 하지만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금 우리를 짓누르는 죄책감 좌절 분노를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소모적 논쟁과 정쟁에만 휩싸인다면 지난 50년간 힘들게 쌓아올린 공든 탑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그렇게 날려버리기엔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가 너무 아깝지 않은가. 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 201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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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연구팀 “레드와인, 성인병 예방 증거 없어”

    레드와인이 심장병 등 성인병 발생을 억제한다는 주장이 틀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의 리처드 셈바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2일 ‘미국의학협회저널 내과학’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레드와인에 다량 함유된 폴리페놀계 항산화물질 레스베라트롤이 성인병 억제나 장수와 별 상관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이탈리아 와인 산지 토스카나의 마을 두 곳에 거주하는 주민 8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셈바 교수는 “이들의 사망, 암, 심장질환의 진행 속도와 레스베라트롤 농도 간에 유의미한 관련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며 “레스베라트롤이 염증, 심혈관 질환, 암, 장수에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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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지리아 반군, 납치소녀들 모습 첫 공개… 수감자 석방 요구

    최근 여학생 276명을 납치해 세계적 비난을 받고 있는 나이지리아 이슬람 반군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처음으로 여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CNN이 12일 보도한 동영상에는 히잡을 두른 소녀들이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 정부가 반군 수감자를 전부 석방하기 전엔 소녀들을 풀어주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CNN 캡처}

    • 201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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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하정민]세월호의 아이히만

    “무지의 정의는 생각하는 일을 싫어하는 것이다. 무지한 자는 자신의 일상 외에 아무것도 관심이 없다. 이 철저한 무사유(無思惟·sheer thoughtlessness)가 악(惡)을 만든다.” 철학자 해나 아렌트의 명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3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1960년 5월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가 십수 년의 추적 끝에 아르헨티나에서 유대인 대학살의 실무 책임자 아돌프 오토 아이히만을 체포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으로 압송된 그는 공개재판에서 “윗선의 명령을 따랐을 뿐 아무 잘못이 없다”며 조금도 반성하지 않았다. 대중은 이 뻔뻔함보다 인간 아이히만에 더 놀랐다. 약 600만 명을 죽인 그는 피에 굶주린 악귀나 잔혹한 살인마가 아닌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에게 친절한 평범한 중년 사내였다. 그를 진찰한 여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아이히만이 매우 긍정적인 사람이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심지어 의사 자신보다 더 정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겉으로 보기에 이렇게 멀쩡한 사람이 왜 엄청난 학살을 자행했을까’란 의문에 빠진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새로운 유형의 범죄자, 즉 ‘평범한 악(banality of evil)’을 지닌 인물로 평가했다. 그는 범죄 의도가 없었고 나치 광신도도 아니었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한 성찰이 전혀 없었다. 이 무사유가 그를 희대의 전범으로 만들었다. 즉,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지 않으면 성실하게 사는 일반인도 괴물이 될 수 있음을 그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보여줬다. 세월호 침몰로 우리는 여러 형태의 아이히만을 또 만났다. 아이들을 남겨놓고 먼저 도망치자마자 젖은 돈부터 말린 이준석 선장, 승객 구조할 시간이 없었다더니 옷까지 갈아입고 탈출한 선원들, 참척(慘慽)의 고통에 절규하는 학부모 앞에서 장관 사진부터 챙긴 공무원, 비정한 세월호의 진짜 주인, 무능한 정부와 대통령, 오보를 남발해 불신과 혼란만 키운 언론…. 모두 누군가에겐 다정한 연인, 자상한 부모, 마음씨 좋은 이웃일 것이다. 딱히 악을 행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자신이 무심히 하는 일에 숙고와 성찰이 없었던 이들의 철저한 무사유가 꽃 같은 어린 생명들을 수장시키고 그 가족까지 두 번 죽였다. 세월호의 아이히만을 비판하는 우리는 또 어떤가. 우리는 과연 그들과 얼마나 다른 사람인가. 내가 세월호 승무원이라면 “이준석 선장이 아니라 고 박지영 씨처럼 승객을 위해 죽음을 불사하겠다”고 당당히 말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당장 이 글을 쓰는 기자부터 얼굴이 화끈거린다. 감당할 수 없는 불의(不義)와 마주했을 때 이를 멈추는 첫걸음은 나부터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나 하나 달라진다고 뭐가 바뀔까”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핑계로 일상에 묻혀버리면 평범하고 선량한 우리도 제2의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대형 사고가 또 터지면 단지 과거와 비교하기 위해 세월호 얘기를 할 것이다. 우리는 악과 불의에 대해 제대로 사유하고 있는가.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 201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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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혁-보수 양대 아이콘, 동시에 성인 반열 올라

    가톨릭 사상 최초로 교황 두 명이 동시에 성인(聖人) 반열에 올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7일 오전 10시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약 100만 명의 군중 앞에서 261대 교황 요한 23세(재위 1958∼1963년)와 2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재위 1978∼2005년)를 성인으로 선포했다. 시성(諡聖)은 가톨릭에서 순교자나 두 가지 이상의 기적을 행한 모범적인 신앙인을 교황이 성인으로 선포하는 행위다. 시성식 전부터 이탈리아 로마는 축제 분위기였다. 세계 각국 대표단과 가톨릭 신자들이 시성식 참관을 위해 로마로 몰렸다. 한국에서는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이 참석했다. 26일에는 밤샘 기도를 할 수 있도록 시내 모든 성당이 문을 열었다. 곳곳에는 두 교황의 얼굴이 그려진 각종 기념품과 전시물이 넘쳐났다. 소작농의 아들로 ‘착한 교황 요한’이라는 별명을 지닌 요한 23세(본명 안젤로 주세페 론칼리·이탈리아)는 1962년 가톨릭 개혁 및 현대화에 큰 기여를 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했다. 라틴어로만 봉헌되던 미사가 각 나라 언어로 바뀐 것도 이 공의회의 결정이었다. 같은 해 미 시사주간 타임이 그를 역대 교황 중 최초로 ‘올해의 인물’로 뽑은 것도 이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종 요한 23세의 후계자로 평가받는다. 가난한 가정 출신이고 교황이 되기 전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깜짝 선출됐으며 탈권위적 성향을 지녔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본명 카롤 유제프 보이티와·폴란드)는 동성애 낙태 안락사 해방신학 등에 반대한 보수적인 인물이다. 그는 27년의 재위 기간에 120여 개국을 방문하며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타국에 도착하는 순간 땅에 입을 맞추는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모국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 두 교황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요한 23세는 1948년 한국 정부가 유엔의 승인을 받을 때 큰 도움을 줬다. 당시 프랑스 주재 교황대사였던 그는 한국 대표단이 외국 대표단과 만나 교섭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역대 교황 중 유일하게 두 차례 내한한 요한 바오로 2세는 특히 첫 방한인 1984년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바티칸 외부에서 실시된 최초의 시성식을 주례했다. 당시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논어 구절을 언급해 주위를 놀라게 했고 소록도를 찾아 한센병 환자들을 위로했다. 개혁파를 대변하는 요한 23세와 보수파를 대표하는 요한 바오로 2세의 합동 시성은 가톨릭 종파 화합을 위해 현 교황이 택한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분석이 많다. 에이먼 더피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요한 23세는 보수파로부터 2개 이상의 기적 시행이라는 성인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요한 바오로 2세는 개혁파로부터 가톨릭 성추문 은폐 논란을 지적받고 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합동 시성식으로 양쪽 모두의 비판을 피해 갔다”고 평가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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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러, 유럽안보기구 감시단 13명 억류 “서방의 스파이… 포로와 맞교환 하자”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제네바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25일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슬라뱐스크의 친러시아 무장세력이 제네바 합의의 이행 감독을 맡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감시단 일행 13명을 억류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6일 “통역 운전사 등을 포함한 OSCE 감시단원들이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슬라뱐스크 진입로 인근에서 친러 무장세력에게 붙잡혀 지역 정보기관 청사에 억류됐다”며 “이 무장세력들은 러시아 정부와 연결돼 있다”고 러시아를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물론이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까지 나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에게 OSCE 감시단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하지만 친러 무장세력 측은 “감시단 일행은 서방의 스파이”라며 “이들의 석방을 원하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억류하고 있는 친러 분리주의자 포로와 맞교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러시아도 인질 석방에 앞서 우크라이나가 동부 친러 분리주의자 진압을 중단하는 게 먼저라는 뜻을 보였다.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질 사태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군사 충돌로 비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OSCE 감시단원 구출을 명분으로 슬라뱐스크에 진입해 친러 무장세력을 제압하면 러시아도 군사 개입으로 맞설 수 있기 때문.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통신은 27일 우크라이나 정부가 병력 1만5000명을 슬라뱐스크 외곽에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스티브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러시아 항공기가 24시간 동안 수차례 우크라이나 영공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주요 7개국(G7)은 26일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기로 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및 이들이 운영하는 법인이 표적이 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강조했다. G7은 이르면 28일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논의한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5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낮췄다. 등급 강등으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러시아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려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는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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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 죽인 사형수를 용서한 이란 어머니

    15일 이란 북부 작은 마을 로얀의 공개 처형장. 7년 전 시장통에서 시비 끝에 또래 소년 압둘라 호세인자데(당시 18세)를 흉기로 찔러 죽인 20대 사형수 발랄이 끌려 나왔다. 검은 천으로 두 눈을 가린 그는 교수대에 선 채 “살려 달라”고 울부짖었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엄격히 따르는 이란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키사스(qisas·보복)’ 원칙에 따라 살인범을 유족 입회하에 사형에 처한다.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 중년 여성이 발랄의 왼쪽 뺨을 후려치며 “너를 용서한다”라고 선언했다. 여성의 남편은 말없이 발랄의 목에 걸린 올가미를 풀었다. 이들은 바로 희생자 압둘라의 부모. 아들을 죽인 원수를 용서한 압둘라의 어머니는 발랄의 어머니를 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이란 이스나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압둘라의 어머니가 발랄을 용서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압둘라의 동생인 아미르호세인 또한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떠나보냈다. 무려 두 아들을 잃었지만 며칠 전 꿈에 나타난 압둘라가 어머니에게 간곡히 요청했다. “저는 좋은 곳에 왔으니 복수하지 마세요.” 결국 그는 발랄이 고의로 압둘라를 죽인 것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고 아들의 살인범을 용서했다. 실제 당시 발랄은 압둘라를 밀쳤다가 발길질을 당하자 홧김에 양말에 넣어뒀던 흉기를 꺼냈다. 이번 사건으로 이란의 사형제에 대한 비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의 사형 건수는 369건으로 수천 명이 넘는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사형집행국이다. 비공개 처형까지 합산하면 지난해 사형자 수만 700명이 넘는다고 앰네스티는 전했다. 앰네스티 측은 “이란의 공개처형제는 범죄 억제 효과는 없이 폭력 문화만 확산시키는 비인도적 조처”라며 폐지를 촉구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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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각국 반응 “가슴 깊이 애도 구조작업 지원”

    세계 각국 정부가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위로와 애도를 표시하고 구조작업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희생자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미국은 필요한 모든 지원에 나설 것이며 7함대 소속 ‘본홈 리처드’함을 해당 수역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17일 “이번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수색 구조 지원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돕겠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피해를 본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하고 생존자 구조 활동에 일본도 협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은 위로 메시지를 전해왔다. 교황청 국무원은 이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를 통해 “교황은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또 “희생자들의 영혼의 안식과 유가족을 위해 기도하면서 구조 작업에 힘쓰는 모든 이들과 기도 안에서 함께하실 것을 약속했다”고 교황청은 말했다. 각국 언론은 한국 정부의 대응 과정과 구조 작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희생자가 늘고 있는 데다 대다수 피해자가 10대 학생이라는 점을 들어 이번 사고가 최악의 선박사고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쟁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발생한 사고 중 최악의 참사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영국 BBC 등도 정부와 당국이 한때 구조자를 368명이라고 발표했다가 이를 철회한 점, 사고 선박의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밖으로 나가지 말고 머물러 있으라”고 지시한 점 등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 정부와 선장 등의 허술한 대처를 비판했다. 아사히, 요미우리, 도쿄, 마이니치 등 일본 주요 신문들은 17일 조간 1면 톱기사로 세월호 사고를 다뤘다. 일본 최대 검색 사이트인 야후저팬에는 “많은 사람이 구조되기를 바란다” “피해자들이 무사했으면 좋겠다” 등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 등 일부 언론은 세월호에 승선했던 자국 출신 외국인들이 구조됐는지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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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퓰리처賞 선택은… 국익보다 국민의 알권리

    전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넘겨준 기밀서류로 미국 정부의 불법 도·감청 실태를 폭로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가디언이 언론 분야의 최고 권위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으로 ‘독자의 알 권리’와 ‘국익(國益)’ 중 무엇이 우선이냐는 논란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미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의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14일 저널리즘 14개 부문 및 문학·음악 7개 부문의 2014년 수상작을 발표하고 대상 격인 공공서비스 부문 수상작에 WP와 가디언의 폭로 기사를 선정했다. 수상작을 쓴 기자는 WP의 바턴 겔먼(54)과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47) 등 총 3명. 이들은 스노든의 문건을 토대로 미국 정부가 전자감시 프로그램 ‘프리즘’을 통해 수백만 명의 전화 통화 내역과 e메일 정보를 수집한 실태를 낱낱이 공개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퓰리처상은 미 언론재벌 조지프 퓰리처의 유언에 따라 1917년 창설됐다. 헝가리 출신 유대계 미국인인 그는 19세기 말 미 최대 신문 뉴욕월드 등을 운영했다. 전문 언론인 교육기관의 시초로 평가받는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도 그의 유산으로 만들어졌다. 퓰리처상은 수상자를 미 언론사에서 활동하는 기자로 한정하고 있지만 가디언 보도는 뉴욕 지사를 통해 나와 수상이 가능했다. 시상식은 5월 말 컬럼비아대에서 열린다. 그동안 미 보수층에서는 스노든 관련 보도가 전 세계를 뒤흔든 엄청난 특종인 것은 분명하지만 국가안보를 훼손했다며 비판을 강하게 제기했다. 비판론자들은 문건 제공자인 스노든이 러시아로 망명하자 그가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가 아닌 ‘반역자’에 가깝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 보수성향 시민단체 ‘애큐러시 인 미디어’는 “미국인을 테러 공격에 노출시키고 군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기밀문서를 건네받은 사람이 퓰리처상을 받으면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퓰리처상은 정보원이 아니라 보도 자체에 수여하므로 사회적 의미와 파장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이번 보도가 국가기관의 정보 수집 및 사생활 침해에 관한 광범위한 논쟁을 촉발시켰다는 점 등이 선정위원 19명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도에 비판적이었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논란이 계속되자 NSA의 정보수집 범위를 제한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노든은 이날 “두 신문의 노력 덕분에 전 세계의 미래가 밝아졌다”고 수상을 축하했다. 이어 “정부의 불법 활동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믿는 이들에게 큰 보상”이라며 “엄청난 위협에 맞서 헌신과 열정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한 취재진에게 큰 빚을 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속보 부문은 지난해 4월 보스턴 마라톤 테러 소식을 심층 보도한 보스턴글로브가, 사진 부문은 지난해 9월 케냐 쇼핑몰 테러 사진을 보도한 뉴욕타임스(NYT)가 각각 수상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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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 親러 무장세력 진압… 사상자 속출

    우크라이나 정부가 13일 동부 도네츠크 주의 관공서를 점거한 친러시아 무장세력 진압에 나서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BBC 등 외신은 13일 우크라이나의 진압 과정에서 정부 측 요원 1명이 숨지고 최소 5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 쪽에서도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상대가 사태의 배후라고 주장하며 공방전을 벌여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이날 “도네츠크 주 슬라뱐스크의 경찰서와 시청 등을 점거한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반테러 작전을 개시했다. 국가보안국 특수부대 요원들이 작전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브레넌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2일 저녁 수도 키예프를 비밀리에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전했다. 인구 13만 명의 슬라뱐스크는 러시아 국경에서 150km 떨어진 소도시로 러시아어 사용 주민이 많다. 스스로를 ‘도네츠크 민병대’라고 부른 친러 무장세력 200여 명은 12일 러시아제 소총과 권총 등으로 무장하고 시청 등 관공서 건물을 점거했다. 이들은 러시아 국기를 걸고 바리케이드를 친 채 경찰과 대치해 왔다. 도네츠크 주의 다른 도시 크라마토르스크, 크라스니리만, 드루시코프카 등에서도 친러 세력이 관공서로 돌진했다.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러시아계 주민의 분리주의 움직임이 거세다. 도네츠크 주 주도(州都) 도네츠크 시에서는 시위대가 6일부터 일주일째 관공서를 점거 중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무력 진압이 러시아의 군사 개입을 야기할까 두려워 진압을 자제해 왔으나 사태를 방치하면 혼란을 더 키울 수 있다는 판단으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의 4자 회담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친러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면 회담에 불참하겠다고 경고해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13일 “우크라이나 과도정부가 무능력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가를 80% 인상하고 밀린 가스 대금 22억 달러(약 2조2792억 원)를 갚으라고 독촉하는 등 군사, 경제 양면으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배후에서 친러 시위대를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맞섰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우크라이나 국경선에서 러시아군을 철수하지 않으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22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미국의 지지를 강조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수입회사 나프토가스는 12일 “러시아의 가스 값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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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정부 “친러시위대 48시간내 무력진압” 경고

    친(親)러시아와 반(反)러시아로 갈린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러시아가 거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도네츠크와 하리코프 루간스크 등 동부 3개주의 친러시아 시위대에 48시간 안에 무력 진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8일 친러 시위대가 점거한 하리코프 주 청사를 탈환하고 친러 시위대를 체포하자 러시아는 “특수부대 배후에 미국이 있다”며 내전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혼란을 일으키려고 선동 세력을 보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친러 시위대 진압을 위해 ‘그레이스톤’이라는 미국 민간회사의 용병을 썼으며 이들이 우크라이나군 조직 ‘팔콘’ 소속으로 위장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30km 떨어진 곳에 병력 4만 명도 집결시켰다. 이에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개입하면 서방의 혹독한 경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9일 “48시간 안에 동부 3개주의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며 “정치적 협상이 통하지 않으면 무력진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현지 언론은 루간스크로 우크라이나군 장갑차들이 이동하고 있으며 조만간 무력 진압을 위한 대규모 작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8일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임시 대통령이 “러시아가 동부 친러 시위대에 개입했다”고 하자 우크라이나 공산당 대표인 친러파 의원 페트로 시모넨코는 “민간인을 군대로 진압했다”며 맞섰다. 반러 정당 UDAR의 대표이자 복싱 헤비급 챔피언 출신인 비탈리 클리치코 의원이 시모넨코를 끌어내자 친러파 의원들이 클리치코에게 달려들어 집단 몸싸움을 벌였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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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하정민]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진 G2

    “중국 주석이 이틀째 전화를 안 받습니다.”(미군 고위 장성) “이젠 받을 거야. 대통령이 바뀌었으니까.”(프랭크 언더우드 신임 미국 대통령) 백악관의 주인이 되기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냉혹한 정치인 프랭크 언더우드의 일대기를 그린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2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이 대사에서 보듯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언더우드가 아니라 중국에 가깝다. 언더우드의 정적(政敵)인 에너지 재벌 레이먼드 터스크는 중국 거부 샌더 펑과 함께 사업을 확장하려다 사사건건 그와 충돌한다. 460억 달러(약 49조 원)의 재산에도 불구하고 이 싸움에서 패한 터스크는 감옥에 갇힌다. 터스크의 불법 후원금을 받은 대통령이 탄핵 직전 사퇴하면서 부통령인 언더우드가 대통령 직을 승계했다. 언더우드는 권좌에 오르자마자 중국에 전화를 걸고 답을 기다린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을 암시하는 중일 갈등으로 미국도 진퇴양난에 빠진 터라 중국 측에 일본과의 대치를 끝내달라고 호소하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와의 불화로 미국에 망명한 펑이 사형을 당할 것임을 알면서도 중국으로 돌려보낸다. 미국이 더이상 유일 초강대국이 아니며 세계를 움직이는 파워는 오히려 중국에 있다는 것을 드라마는 생생히 보여준다. 현실은 어떨까.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5일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을 만나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지지한다”고 했다. 오노데라 방위상의 어깨를 끌어안고 다정한 포즈도 취했다. 이는 미국이 내세운 ‘아시아 중시전략(pivot to Asia)’의 목적이 중국 견제이며 이를 위해 ‘일본 끌어안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미국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크림 사태에서 보듯 러시아도 제어 못하는 미국이 중국과 제대로 맞설 수 있느냐다. ‘하우스 오브 카드’에는 “중국을 상대할 땐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미국을 존중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정권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이 드라마의 팬이라는 오바마도 “실제 정치가 드라마 같으면 좋겠다. 언더우드는 많은 일을 잘 해냈다”라고 인정했다. 차마 “나는 아니지만…”이라고 할 순 없었을 게다. 독수리(미국)의 쇠락과 용(중국)의 비상은 기원전 5세기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벌인 스파르타와 아테네를 연상시킨다. 당시 그리스 최강이던 스파르타는 급부상한 아테네에 자원과 인재를 속속 뺏기자 전쟁을 벌였다. 혈투 끝에 두 나라가 다 몰락하자 어부지리를 얻은 마케도니아가 그리스 전체를 차지했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국의 대립이 전쟁을 야기하는 이런 과정을 ‘투키디데스 함정’이라고 명명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반도 또한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힘을 합쳐 입지를 넓혀도 모자랄 판에 한쪽은 조잡한 무인기를 날려대고 한쪽은 정쟁(政爭)으로 일관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스파르타와 아테네 모두 무너졌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할 나라는 미국과 중국만이 아니다. 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 201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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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레반 맞선 女心, 아프간 대선 달궈

    사상 첫 민주적 정권교체를 위한 아프가니스탄 대선이 탈레반의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5일 무사히 치러졌다. 전체 유권자 1200만 명의 58%인 약 700만 명이 투표권을 행사해 2009년 대선(31.5%) 때보다 투표율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선거 결과는 다음 달 14일 나온다. 대선후보 8명 중 누구도 과반을 얻기 힘들 것으로 보여 다음 달 28일 결선투표에는 아슈라프 가니 전 재무장관(65)과 압둘라 압둘라 전 외교장관(54)이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6일 파지와크아프간뉴스(PAN)가 입수한 일부 투표소의 초기 개표 결과에 따르면 가니 전 재무장관이 42.1%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1위를 휩쓸었던 압둘라 전 외교장관은 40.7%를 얻었다. PAN의 개표 결과는 1%를 조금 넘는 13만 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전체 투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아프간 선거관리위원회가 24일 발표할 잠정집계의 가늠자로 보인다. 가니 전 재무장관은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미국이 선호하는 인물. 미 컬럼비아대에서 문화인류학 박사학위를 땄고 세계은행과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를 지낸 친(親)서방 성향이다. ‘반(反)카르자이-반탈레반’ 기치를 내건 압둘라 전 외교장관은 안과의사 출신으로 반탈레반 연합체인 ‘북부동맹’을 이끌다 암살당한 아흐마드 샤마수드 장군의 최측근이다. 파슈툰족 부친과 타지크족 모친 사이의 혼혈이다. 두 사람의 대결은 아프간 최대부족 파슈툰족(가니)과 2위 타지크족(압둘라)의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3선 금지 조항으로 출마하지 못한 카르자이 대통령은 막후에서 가니를 밀고 있다. 무함마드 나지불라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탈레반에 살해됐기 때문에 퇴임 후 안전판이 절실한 상태다. 압둘라 후보는 타지크족 외에도 하자라족, 우즈베크족 등 소수민족의 지지를 업고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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