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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FaceBook)이 가짜뉴스와 선정보도를 추방하기 위해 언론매체의 신뢰도를 매기고 이를 게시물(뉴스피드) 우선순위에 반영하기로 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20일(현지 시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신뢰할 수 있고 유익하며 현장성이 높은 뉴스를 우선시하라는 지시를 제품 팀에 전달했다”며 “이 조치는 다음 주부터 바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늘날 세상에는 선정성 있는 뉴스와 가짜뉴스, 양극단으로 치우치는 현상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면서 “대중이 과거보다 훨씬 더 빨리 정보를 퍼뜨리는 상황에서 (가짜뉴스 확산과 같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과 구체적으로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이는 문제들을 증폭시키는 것”이라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신뢰를 받는 뉴스를 선정하기 위한 방법도 언급했다. 저커버그는 “외부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얻어 페이스북이 자체로 특정 매체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방식도 검토했지만 이는 객관성 부분에서 불편한 측면이 있다”며 “우리는 이용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직접 묻고 피드백을 받아 어떤 매체가 널리 신뢰받는지 판단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특정 매체에 대해 두 가지 질문으로 구성된 이용자 설문조사를 실시해 신뢰도를 결정할 계획이다. 우선 ‘이 매체에 익숙한가’라는 질문으로 매체에 익숙하다고 응답한 사람들만 따로 추출한다. 그 뒤 ‘이 매체를 신뢰하는가’란 질문을 던져 신뢰한다고 한 응답만 솎아낸다. 특정 언론사의 신뢰도는 그 언론사를 잘 아는 사람들 중에서 몇 명이나 언론사의 보도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는지로 나타낸다. 즉 특정 언론사를 잘 안다고 응답한 이용자 중 이 언론사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이용자의 비율로 신뢰도 수준을 표시한다. 앞으로 페이스북 뉴스피드에는 이 조사에서 높은 신뢰도 평가를 받은 언론사의 보도가 우선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저커버그의 발언으로 페이스북 주가는 한 때 5.5%가 떨어졌다. 페이스북의 상업적 이용을 줄이면 광고가 줄어들어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반면 뉴욕타임스의 주가는 무섭게 폭등했다. 시장조사업체 팩셋에 따르면 해당 발표가 있고 나서 뉴욕타임스의 주가는 약 9% 상승해 주당 21.9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근 10년만의 최고치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포스트를 소유한 뉴스코프, 폭스뉴스를 소유한 21세기 폭스도 마찬가지로 주가가 상대적으로 소폭 올랐다. 이에 앞서 페이스북은 12일 친구·가족의 게시에 대한 뉴스피드 우선순위를 더 높게 두겠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현재 전체 뉴스피드에서 5% 가량을 차지하는 뉴스 게시물이 4%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저커버그는 전망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친구나 가족과 관련된 의사소통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일 생각”이라면서 상업적인 콘텐츠 운영을 축소하겠다고 예고했다. 페이스북의 이런 조치는 최근 무분별한 뉴스 유통을 통제하라는 각국 정부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특히 독일은 가짜뉴스가 올라온 뒤 24시간 이내에 삭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해당 소셜미디어 기업에 최대 5000만유로(약 65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이달에 통과시켰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1.평창올림픽에 오는 북한 미녀 응원단#2.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에 응원단 230명을 파견합니다.올 때마다 화제를 몰고 다녔던 북한 ‘미녀응원단’이 13년 만에 다시 남한 땅을 밟습니다.#3.북한 응원단은 과거 세 차례 남한에 왔습니다.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때 288명,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때 306명,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때 125명이 왔죠.#4.북한은 미녀응원단을 어떤 기준으로 선발할까요?미모는 물론 출신 성분, 충성심 등 다양한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북한이 2000년대 초반에 제일 중시한 기준은 ‘키’.미모가 뛰어나도 160cm 이하면 무조건 탈락했다고 합니다. “1990년 대 중반 대기근에서 막 벗어난 때라 못 먹어 북한 사람들의 키가 작다는 비난을 의식했다”평양에서 예술대학을 나온 한 탈북 여성#5.과거 북한은 평양 여대생 중에서 응원단을 선발했습니다. 예술인을 양성하는 평양 영화연극대학, 음악무용대학, 금성학원을 중심으로 선발한 뒤그 수가 모자라면 다른 대학이나 예술단에서 추가로 보충했죠.출신 성분이나 충성심 등은 당에서 검증하고, ‘남쪽에서 잘 먹힐’ 미모인지는 통일전선부가 판단하는 식이죠.#6. “중국에 가는 것은 촌에 가는 것, 남조선에 가는 것은 별나라에 간다는 말이 돌았다” 한 탈북민선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권력과 인맥을 동원하고 뇌물 공세를 벌이는 일도 잦았죠.1000~3000달러 정도의 뇌물이 오갔는데3000달러면 쌀 4톤을 살 수 있는 거액입니다.즉 ‘미모가 평범(?)’한 응원단원은 권력과 뇌물을 동원해 선발된 고위 간부나 부자의 딸일 가능성이 높죠.#7.북한 미녀응원단이 올 때마다 깜짝 스타도 탄생했는데요.최고 화제의 인물은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인기를 모은 리설주.한국에서 얻은 인기가 그를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로 만들었을 수도 있죠.2002년 8·15 남북통일대회 때왔던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조명애는 ‘북한 미녀 신드롬’의 원조. 그는 당시 최고 인기가수 이효리와 광고까지 찍었죠.#8.응원단에 뽑힌 여성들은 응원구호나 노래, 율동 등을일사불란하게 맞추는 훈련을 합니다.또 몸가짐을 어떻게 할 지,남쪽에 긍정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 등도 훈련 받습니다.남쪽 기자나 민간인이 질문할 때를 대비한 ‘모범 답안’도 잘 외워야 하죠.사실상의 정치공작원입니다.#9.이를 잘 보여주는 예가 2003년 ‘김정일 플래카드’ 사건.당시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온 이들은“김정일 사진이 인쇄된 플래카드가 비에 맞았다”며울면서 항의했죠.북에서는 충성심의 귀감으로 칭찬받았겠지만한국 시민들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었죠.이번 평창 겨울올림픽에 오는 북한 미녀 응원단은 또 어떤 일화들을 남길까요?2018. 01. 21. (일)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원본ㅣ주성하 기자사진출처ㅣ동아DB·Pixabay기획·제작 | 유덕영 기자·공주경 인턴}

《한국에 올 때마다 큰 화제가 됐던 북한 ‘미녀 응원단’이 13년 만에 다시 남쪽에 내려온다. 단원 선발 방식과 기준 등 북한 응원단의 모든 것을 파헤쳐 본다.》 북한이 17일 평창 겨울올림픽에 응원단 230명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올 때마다 화제를 몰고 다녔던 북한 ‘미녀응원단’이 13년 만에 다시 남한 땅을 밟게 된 것이다. 응원단 수로만 보면 역대 최대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예술단 140명까지 포함하면 응원 및 공연을 위해 370명이나 내려오는 경우는 분명 전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북한 응원단이 온 사례는 과거 세 차례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때 288명,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때 306명,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때 125명이 왔다. 인천에는 “10초 남짓이면 끝나는 육상 종목에 응원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는 이유로 ‘청년학생협력단’이란 이름으로 보냈다. 금성학원 여학생 위주로 선발된 단원들 속에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도 있었다. 이렇게 많은 응원단이 와도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선수들이 출전하는 종목은 별로 없다. 북한 응원단이 자국 선수를 응원할 일이 거의 없는 셈이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한 핏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이라고 말한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외국 선수들과 싸우는 한국 선수들을 응원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파견할 응원단은 지금쯤 평양에서 공동 숙식을 하며 맹훈련을 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이미 몇 달 전에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 놓고 있었다. 그때부터 응원단을 선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미녀응원단은 어떤 기준으로 선발되며 어떤 훈련을 받는 걸까. 평양에서 예술 관련 대학에 다니며 응원단 선발 과정을 지켜본 탈북민들의 증언을 통해 그 베일을 벗겨 본다.○ “잘 먹었단 걸 보여줘” 북한에서 응원단에 뽑히려면 미모와 몸매, 출신 성분, 충성심 등 다양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북한이 2000년대 초반에 제일 중시한 기준은 키였다. 기준은 165cm. 미모가 뛰어나면 키가 약간 작아도 선발될 수 있었지만 160cm 이하면 무조건 탈락됐다고 한다. 키를 중시한 이유도 흥미롭다. 2000년 초중반 평양에서 예술대학을 나온 한 탈북 여성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대기근에서 막 벗어난 때라 못 먹어 키들이 작다는 비난을 가장 의식한 듯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간 식량 사정이 안정되면서 이제는 평양 여대생들의 평균 키가 많이 커졌다고 한다. 가족 중에 행방불명자나 해외 친척이 있으면 도주 우려 때문에 선발될 수 없다. 그러나 응원단은 보위원의 상시 감시하에 있기 때문에 출신 성분 기준이 크게 높지는 않았다고 한다. 과거 북한은 응원단을 평양 여대생 중에서 선발했다. 예술인을 양성하는 평양 영화연극대학이나 음악무용대학, 금성학원을 중심으로 선발한 뒤 그 수가 모자라면 다른 대학이나 예술단에서 추가로 보충하는 식이다. 예술 계통 대학에 이미 전국의 미인들을 선발해 왔기 때문에 굳이 지방에서까지 모집할 필요는 없었다고 한다. 모집 담당은 노동당 중앙당 간부과와 청년사업부, 대남기관인 통일전선부 등이 합동으로 진행한다. 출신 성분이나 충성심 등은 당에서 검증하고, 남쪽에서 ‘잘 먹힐’ 미모인지는 통일전선부가 판단하는 식이다. 북한은 응원단 모집령이 떨어지면 기준에 맞는 여성을 빠른 시일 안에 선발할 수 있다. 북한은 대학 때부터 학생을 ‘간부 사업 대상’으로 관리한다. 가령 예술대학에 다닐 때 미모와 기량이 뛰어난 학생들을 ‘모란봉악단 등 중앙급 예술단에 갈 수 있는 재원’, ‘영화배우로 키울 수 있는 재원’ 등으로 점찍어 놓고 대학 기간 꾸준히 관찰한다.○ “딸아, 별나라 구경해 봐” 2000년대 중반 북한에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물밀 듯이 들어가면서 많은 여학생들이 한류에 매혹됐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응원단 모집 때엔 너도나도 남쪽 구경을 가고 싶어 해 경쟁이 과열됐다. 부모들까지 합세해 선발 담당자들에게 뇌물 공세를 벌였는데, 1000∼3000달러 정도가 오갔다고 한다. 당시 3000달러면 쌀 4t을 살 수 있는 거액이었다. 한 탈북민은 “중국에 가는 것은 촌에 가는 것이고, 남조선에 가는 것은 별나라에 간다는 말이 돌았다”고 했다. 외국에 나가기 힘든 북한에서 남쪽에 응원단으로 간다는 것은 엄청난 특권이자 국가대표 미녀로 인정받았다는 증명이기도 했다. 물론 이런 ‘스펙’을 가지면 결혼할 때 매우 유리하다. 하지만 결국 문제가 불거졌다. 한 고위급 탈북자는 김원홍 당시 국가안전보위부장이 응원단 선발 비리를 김정은에게 보고했고, 김정은이 “지랄발광들 하는군. 역시 믿을 건 보위부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북한은 인천에 응원단을 보내겠다고 먼저 말했다가 한 달 만에 “남측이 응원단에 시비를 걸기 때문에 보낼 수 없다”며 약속을 뒤집었다. 응원단 선발이 너무 과열돼 이대로 보낼 순 없다고 판단했던 이유도 적잖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응원단 파견이 취소되자 뽑히지 못했던 여대생들이 크게 환호했다는 증언들도 있다. 이번에도 선발 과정에 권력과 인맥, 뇌물이 오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평범해 보이는 응원단원일수록 고위 간부나 부자의 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 “남쪽에서 잘 먹힐 미모를 찾아라” 북한 미녀 응원단이 올 때마다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당시 응원단장 격인 이유경, 최연소 응원단 채봉이, 빼어난 미모의 황윤미 등은 온라인 팬클럽이 만들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북녀 신드롬’의 원조는 부산 아시아경기보다 한 달 앞선 8·15 남북통일대회 때 왔던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조명애였다. 그는 나중에 인기가수 이효리와 광고까지 찍었다. 이때부터 대남 담당 부서가 ‘남쪽에서 잘 먹히는 미모’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만수대예술단이 원래 미모의 여성을 골라 뽑는 특급 예술단체이긴 하지만, 북한 기준에서 볼 때는 조명애가 특별히 더 미모가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여러 탈북민들도 계란형 얼굴을 선호하는 북한에선 서구형 얼굴인 조명애의 미모가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고 동의했다. 이어 이유경, 황윤미가 한국 젊은이들의 관심을 받자 대남 부서도 남쪽의 미인상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응원단 선발에 있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여성이 내려가야 남쪽에서 화제가 된다”고 주장할 수 있는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역대 응원단원 중 최고 화제의 인물은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인기를 모은 리설주다. 어쩌면 한국에서 얻은 인기가 그를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로 만들었을 수도 있다. 리설주는 2003년 3월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청소년적십자 우정의 나무심기’ 행사에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다. 당시 14세였던 리설주의 미모가 남쪽 사람들의 관심을 받자 북한은 그를 이듬해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교사 회담 때에는 팻말을 들고 선두에서 입장하게 했다. 이어 2005년 인천에도 리설주를 응원단의 앞에 내세웠다. 이렇게 남쪽에서 리설주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그가 김정은의 눈에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남쪽의 인기가 없었다면 비행사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를 둔 지방의 평범한 집안 출신 리설주가 과연 내로라하는 간부집 자녀들을 제치고 북한의 스타 가수로 뜰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 응원단은 늘 ‘남남북녀’란 단어와 연관되지만, 많은 탈북 여성들은 지금은 남쪽 여성이 훨씬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북한 여성들은 어려서부터 영양 공급이 부족해 충분히 키가 크지 못하고, 야외 활동이 많아 피부도 거칠며, 미모를 가꿀 시간도 별로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 수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성형 기술의 차이다. 성형이 원초적 단계인 북한에선 일반인은 쌍꺼풀 수술 정도만 받을 수 있다. 한국의 성형외과에서 하는 복잡한 수술들은 북한에선 몇 군데 중앙 병원에서만 가능하다. 요즘 북한 여성들이 제일 하고 싶은 수술은 라식수술이라고 한다. 안경을 쓴 여성은 인기가 없기 때문에 해외식당 등에 파견되면 라식수술부터 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이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2005년 한국에서 건설해준 평양 낙랑구역 안과병원 한 곳뿐이다. 그곳도 정교한 안과용 수술칼이 없어 해외에서 이를 사온 여성에게만 해준다고 한다.○ “적구에 파견된 정치공작대” 응원단에 뽑힌 여성들은 합숙생활을 하며 오전에는 응원구호나 노래, 율동 등을 일사불란하게 맞추는 훈련을 한다. 단원 대다수가 예술계통 종사자인 데다 평양에서 살면 ‘충성의 노래경연’이나 ‘아리랑 집단체조’ 등에 자주 동원되는 까닭에 이 훈련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오후에는 몸가짐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와 남쪽에 긍정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선 어떻게 하는지 등 정치사상 관련 훈련을 받는다. 남쪽 기자나 민간인이 질문할 때를 대비한 모범답안도 잘 외워야 한다. 북한은 과거 이들에게 “동무들은 남조선과 전 세계에 공화국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적구(적이 관할하는 지역)에 파견되는 정치공작대원”이라고 주입했다고 한다. 응원단원들은 한국에 오면 ‘대열인솔자’ ‘생활지도원’ 등으로 신분을 위장한 보위원에게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정을 자세히 적어 보고하고 밤마다 생활총화를 한다. 북한 응원단을 떠올리면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때 김정일 사진이 인쇄된 플래카드가 비를 맞는다고 울며 항의하던 일을 빼놓을 수 없다. 정치공작대원이라는 최면에 빠져 있고, 서로를 예민하게 감시하는 환경에 놓이게 되니 과잉 충성이 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사건은 미녀응원단에 열광하던 남쪽의 민심을 일순간에 부정적으로 바꿔버렸다. 하지만 정작 북에 돌아간 이들은 “적구에서 장군님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 발휘하는 귀감이 됐다”며 칭찬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 사건의 부정적 영향을 절실히 느꼈을 대남 담당 간부들도 “다음엔 그렇게 하지 말라”고 절대 말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북한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의 응원단은 또 어떤 일화들을 남길 것일까.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전날인 2월 8일 평양에서 군 열병식을 포함한 각종 군사 이벤트를 벌일 예정인 사실이 확인됐다. 본보는 18일 주중 북한대사관 무관부가 이 열병식 초청과 관련해 현지 각국 대사관 무관단에 보낸 공문(사진)을 입수했다. 북한은 공문에서 “무력성의 위임에 따라 군 창건 70주년 축제 행사에 각국 대사관 무관과 부무관, 이들의 배우자들을 평양에 초대한다”고 밝혔다. 또 항공료 등은 각자 부담이지만 북한 내에서의 모든 여행비는 자기들이 부담한다고 적시했다. 초청 기간은 2월 6일부터 10일까지라고 밝히며 참가를 희망하는 무관은 이달 20일까지 북한대사관에 연락해 줄 것을 요청한 뒤 담당자 전화번호를 적었다. 북한은 1977년부터 김일성이 항일유격대를 조직했다는 1932년 4월 25일을 북한군 창건일로 기념해 왔다. 이와 별도로 1948년 2월 8일을 ‘(북한 정권) 정규군 창설일’로 규정했으나 특별한 기념행사를 하지는 않아 왔다. 그런데 2015년 2월 8일 군 열병식을 개최하며 갑자기 ‘정규군 창설일’도 기념하기 시작했다. 올해 2월 8일은 북한군 정규군 창설 70주년인 셈이다. 한국 정부의 대북 소식통은 18일 “북한이 평양 미림비행장에 병력 1만2000여 명과 포병 장비 등 차량 50여 대를 동원해 2월 8일 군 열병식을 준비하는 동향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은 평화와 군사적 긴장이 공존하는 한반도의 기묘한 풍경을 연출해 국제사회에 보여주면서 ‘언제든 전쟁이 터질 수 있으니 결국 우리(북한)와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세계의 관심을 ‘평창’이 아닌 ‘평양’으로 쏠리게 하고, 이를 선전 도구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결정으로 남북 간 해빙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미국은 대북 군사 압박의 끈을 더 조이고 있다. 연초부터 한반도 주변에 전략무기를 잇달아 전진 배치하면서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유화공세가 언제라도 핵·미사일 도발로 표변할 수 있다고 보고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군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의도를 위장평화전술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화해 뒤 도발을 감행한 전례를 답습한다면 초고강도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를 북한에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전략폭격기, 핵항모, 핵잠…한반도 인근 총전개 구체적인 작업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최근 괌 앤더슨 기지에 B-2 스텔스폭격기(3대)와 B-52 전략폭격기(6대)를 총 9대나 배치했다. 두 기종 모두 미 본토에서 논스톱으로 날아왔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역내 억지력 유지와 동맹국의 지속적 방어 공약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대북 군사 압박 조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괌은 아시아·태평양의 허브기지이자 한반도 유사시 미 전폭기의 출격기지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때마다 괌의 B-1B 전략폭격기가 수시로 한반도로 전개됐다. 지난해 9월에는 사상 최초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까지 날아가 무력시위를 벌였다. 군 당국자는 “핵공격이 가능한 전폭기의 괌 증강 배치는 핵우산 등 대한(對韓) 확장 억제가 한 치의 빈틈이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에는 핵·미사일 도발을 단념하라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핵추진항공모함도 한반도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달 초 미 해군은 샌디에이고 기지의 칼빈슨 항모를 서태평양 지역으로 출항시켰다. 칼빈슨 항모는 조만간 이지스 순양함들과 합류해 미 7함대의 작전구역으로 진입할 예정이다. 이후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의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과 함께 한반도 인근 해역에 포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중소 국가의 해공군력과 맞먹는 항모전단이 2개나 한반도 주변에 배치되면 북한은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일 내 미 해군의 핵추진잠수함(버지니아급) 1척이 물자 보급을 위해 경남 진해항에 입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잠수함은 사거리 2500km급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해 적국 핵심 표적의 동시다발적 정밀타격을 할 수 있다.○ “미, 북한과의 충돌 대비해 중대한 훈련 중”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한 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해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미 본토 곳곳에서 공격 헬기, 대형 수송기 등 대규모 무기장비와 병력을 동원해 진행 중인 공습·수송훈련이 대북 전쟁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 하원 군사위원회 맥 손베리 위원장(공화·텍사스)이 16일(현지 시간) “미군은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매우 중대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베리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군사 옵션을 매우 심각히 검토하고 있다. 이는 매우 중대하다. 이런 준비가 사용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전성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직전 고출력마이크로웨이브(HPM)탄을 쏴 무력화하는 방안이 미국의 유력한 대북 군사 옵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펴낸 보고서에서 유사시 미국은 한국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북한의 특정 목표를 공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 국방부가 최근 개발을 완료한 HPM탄을 B-52 전폭기에 탑재되는 순항미사일(사거리 1000∼2500km)에 실어 북한에 쏘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일명 ‘e폭탄’으로 불리는 HPM탄은 20억 W의 전력을 분출해 수백 m 반경의 모든 전자기기를 고철로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인명 살상 등 북한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미국의 (핵 불용) 의지를 강력히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주성하 기자}

“2주가 2년 같았다.” 16일 정부 당국자는 최근 진행된 남북 대화 국면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평창 참가’ 신년사 이후 내달려온 남북 대화 국면이 그만큼 급박했다는 것. 하지만 한반도의 근본적 긴장완화를 위한 고위급 대표단의 평창행 등 대화의 ‘본게임’은 이제부터라는 지적이 나온다. ○ 2년여 만의 대화, 물꼬는 텄지만 9일 고위급 회담은 2년 1개월 만에 열렸지만 공동보도문을 내며 관계 진전의 첫발을 내디뎠다. △군사적 긴장 완화 △한반도 문제에서 대화로 해결 등 합의 내용도 발표했다. 남북은 3일 판문점 연락채널에 이어 9일 서해 군 통신선을 복원했다. 북측은 고위급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보낼 의사를 밝히고, 그 ‘선봉’에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 명을 보내기로 했다. 평창을 남북 축제의 장으로 만들자는 정부 기대에 화답하는 동시에 김정은 체제 선전의 장으로 삼으려는 의도도 감추지 않고 있는 것. 물론 이런 흐름이 ‘평창 모멘텀’에 속도를 더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무리하게 체제 선동 시도만 하지 않는다면 일단 공연 자체는 남북 화해 무드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아직 북한의 속내는 분명치 않다. 정부가 요구한 군사회담 개최는 합의됐지만 일정이나 의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김정은 신년사 이후 북한의 페이스대로 지나치게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우리와 국제사회가 북한에 요구하는 사항은 회담 기간 중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놓고선 첨예한 입장 차만 확인했다. 고위급 회담 북측 수석대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9일 “(비핵화 여론이 조성되는 등) 오도되는 소리가 나오면 좋지 않은 모양새를 가져온다”고 쏘아붙였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마찬가지. 북한은 탈북 여종업원의 북송 등을 조건으로 내걸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평창 너머’로 의제 넓혀야 일각에선 북한이 평창 올림픽 때 여종업원 문제를 이슈화해 역공할 가능성까지 점친다. 예술단이나 참관단 속에 여종업원 가족 몇 명을 포함시켜 한국에 내려와 “내 딸이 보고 싶다”는 식의 퍼포먼스를 통해 여론전을 펼칠 수도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지나치게 평창 올림픽에 매달렸다는 지적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협상의 3박자인 일정, 의제, 발언권 모두 북한에 내줬다. 이제라도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은 17일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제반 사항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개막식 공동입장, 단일팀 구성, 한반도기 사용 등을 놓고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의에 남북한의 합의안을 내놓기 위해서다. 북측의 평창 참가에 정부가 ‘편의 제공’을 약속한 만큼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을 피할 지원책 마련을 놓고도 논의가 오갈 수 있다. 북한은 협상에 나서면서도 대남 공세의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6일 논평에서 “진정으로 북남관계 개선을 바라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 마련을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면 ‘키리졸브’ ‘독수리’ 연합 군사연습을 연기할 것이 아니라 완전히 중지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남조선 당국이 여론 관리를 바로 못하고 입 건사(간수)를 잘못하다가는 잔칫상이 제상으로 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주성하·신나리 기자}

15일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 관련 첫 실무회담에는 북측 대표단으로 북한 예술인 4명이 나선다. 올림픽에 맞춰 방문할 북측 예술단 규모와 공연 내용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통일부는 피바다가극단, 만수대예술단 등 북한의 주요 예술단 12곳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지만 정보가 충분하지는 않다. 관련 당국자는 “단원 명단이 공개되지 않고, 공연 내용, 실제 활동 여부 등을 일일이 추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얼굴 드러내는 북측 예술인들 대표단 면면을 살펴보면 수석대표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과 ‘북한판 걸그룹’으로 불리는 모란봉악단의 단장을 겸하는 현송월 관현악단 단장이 남측에도 낯익은 편이다. 안정호 예술단 무대감독과 실무지원을 위한 김순호 관현악단 행정부단장은 다소 생소하다. 권 국장은 한국과 인연이 있다. 2012년 3월 북한의 은하수관현악단과 정명훈 지휘자가 이끄는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프랑스 파리에서 합동 공연을 할 당시 은하수관현악단의 수행단장을 맡았다. 대표단 중 가장 이슈인 인물은 현송월 단장이다. 한때 처형설, 해임설이 돌았지만 2014년 대좌 계급장을 달고 나와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해 10월에도 당 중앙위원회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 후보위원으로도 임명되면서 핵심 인사로 떠올랐다. 현 단장은 2015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앞두고 중국 측에서 체제 선전 내용을 문제 삼자 “(김정은) 원수님의 작품은 점 하나 뺄 수 없다”며 공연 시작 3시간 전 취소를 전격 결정해 김정은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란봉악단의 방남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2012년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결성된 이 악단은 ‘예술단 통치’의 선봉에 서서 체제 선전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일성 때 만수대예술단, 김정일 때 왕재산전자악단과 ‘휘파람’, ‘반갑습니다’로 유명한 보천보전자악단이 있었다면, 김정은 시대엔 모란봉악단이 대표 악단으로 꼽힌다. 2012년 7월 6일 첫 공연에서는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의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이 영화 ‘록키’의 주제곡과 ‘마이 웨이’를 연주하는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 차석대표 교체, 클래식 대신 전자악단? 북한은 14일 오후 1시 30분경 돌연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전날 통보한 실무접촉 대표를 변경한다고 통지했다. 당초 차석대표급이던 윤범주 관현악단 지휘자 대신 안정호 감독으로 바꾼 것이다. 이를 두고 당초 한국에서 하려던 관현악단 공연을 빼고, 전자악단으로 승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탈북 예술인은 “안정호는 보천보전자악단과 왕재산전자악단 등을 거쳐 현재 모란봉악단에서 창작실 부실장을 맡고 있는 전자악단의 대가”라며 “이미 북한에서 인민예술가, 노력영웅 등 예술인으로 받을 수 있는 모든 명예를 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범주는 관현악단 지휘자였는데, 북한이 클래식은 자신이 없으니 자기들이 잘할 수 있는 전자악단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예술단 실무접촉 대표에서 은하수관현악단 지휘자를 제외하고 모란봉악단 부실장을 새로 넣은 것은 남쪽에 모란봉악단만 보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은하수관현악단을 파견할 경우 한국에서 2013년 8월 화제가 됐던 은하수관현악단 예술단원 처형 사건이 다시금 화제가 될 것을 우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 문경진 단장 등 악단 핵심 예술인들이 처형된 뒤 은하수관현악단은 4년째 북한 매체에도 등장하지 않고 있다. 당초 대표로 파견하려던 윤범주 지휘자는 북한군 대남심리전 부대인 ‘적군와해공작국’(적공국)에 10년 동안 장교로 근무했던 대남 심리전 전문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공국은 대남방송, 삐라 등 심리전을 담당한 부대다. 특히 한국의 최신 가요 중 한국군 장병들에게 인기 있는 노래를 골라내 개사한 뒤 적공국 악단에서 똑같이 제작해 대남방송으로 내보낸다. 연주가 출신인 그는 1990년대 초반 적공국 중위로 임관해 10년 만에 대좌급인 실장까지 올라갔던 입지전적 인물이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주성하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1)이 고교 재학 당시 자신의 교사였던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와 연애하면서 에로틱 소설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클로저 등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브리지트 마크롱, 해방된 여성’이라는 제목의 브리지트 여사의 전기에는 25세 연상의 가정이 있던 여교사와 사랑에 빠진 소년 마크롱의 고교 시절 얘기가 자세히 담겨 있다. 이 전기는 17일(현지 시간) 출간된다. 전기 속에 등장하는 마크롱의 고향 아미앵의 한 이웃은 당시 고교생이었던 마크롱이 쓴 육필원고 300여 쪽을 자신이 직접 타이핑했다고 말했다. 타이핑을 한 이웃은 “대담한 내용이었고, 조금 외설적인 소설이었다”며 “등장인물들이 물론 현실의 인물은 아니었지만, 당시 마크롱이 본인이 느끼던 감정을 글로 표현하려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북부 아미앵의 예수회 학교 10학년이던 15세 때 프랑스어와 연극을 함께 가르치던 40세 교사 브리지트 여사와 만났다. 당시 브리지트는 3명의 자녀를 둔 유부녀였다. 심지어 브리지트의 딸은 마크롱과 같은 반 친구였다. 브리지트 여사는 나중에 당시를 회상하며 “우리는 매주 금요일마다 만나서 극본을 함께 썼다. 나는 학생의 명석함과 능력에 차츰 사로잡혔다. 나중엔 극본을 쓴다는 건 핑계였고 서로 함께 있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마크롱의 부모가 그들을 떼어놓기 위해 마크롱을 파리로 보냈지만, 마크롱은 파리에서도 애정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브리지트는 이혼을 선택했고 마크롱은 30세 때인 2007년 그와 결혼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이 최근 자국 주재 북한 투자 기업들을 대거 폐쇄하면서 북한이 20년 넘게 중국에 닦아놓았던 대외·대남 공작 거점들이 붕괴 수준의 치명적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북한은 대외·대남 공작을 대부분 중국에서 진행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 해외공작 요원들이 상주한 거점들에 방을 빼라고 통지하자 새 거점을 찾지 못한 요원들이 대거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10일 “북한의 최대 대외공작 거점인 칠보산호텔과 류경호텔이 폐쇄된 것이 가장 큰 타격이 됐다”며 “이곳에 상주하며 활동하던 보위성 요원들이 어쩔 수 없이 귀국할 수밖에 없었고, 김정은(노동당 위원장)이 이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고 말했다. 옌지(延吉)의 현지 소식통은 “칠보산호텔이 9일 폐쇄된 데 이어 류경호텔 북한 종업원들에게도 20일까지 철수하라는 지시가 며칠 전 내려왔다”고 10일 말했다. 북한 해외공작 요원들은 이미 종업원들보다 먼저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에서 나와 따로 거점을 찾아야 하는데, 중국 내 북한 식당과 기업 등도 모두 철수해 마땅한 장소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인 명의로 새 거점을 마련하려니 보안 등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철수 방침이 하달된 것. 대북 소식통은 “20년 넘게 활용한 중국 내 공작거점은 북한 대외 공작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 일시에 마비돼 북한 보위성이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보위성은 지난해에 김원홍 보위상이 숙청된 데 이어 북한 보위부 역사에서 처음으로 정치국장이 총살되고, 뒤이어 3인자까지 처형됐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 있는 칠보산호텔과 지린(吉林)성 옌지의 류경호텔은 북한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최대 규모 호텔이다. 북한 관련 기관 출신의 탈북자는 “칠보산호텔과 류경호텔은 외화를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오로지 공작 활동을 위해 개업했다”고 말했다.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이후 한국 기업들이 중국으로 대거 진출하자, 당시 북한 보위부는 “남조선 안기부(현 국가정보원)가 중국 동북 지방에 수천 개의 가짜 회사를 차려놓고 대북모략 책동을 벌이고 있다”며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우리도 현지에 거점을 만들어 맞대응하자”는 것이었고, 그 결과 1990년대 중반 선양과 옌지라는 요지에 위장호텔을 개업했다. 두 공작거점의 역할은 다르다. 칠보산호텔은 중앙 보위성이 주로 활용하면서 중국에 있는 북한 간부와 근로자 감시, 한국 고위층 감시 및 공작, 사이버 해킹 등을 담당했다. 선양을 경유하는 북한 고위급들은 의무적으로 칠보산호텔에 묵어야 했다. 이는 한국인 등 외부인과 접촉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이었다. 2013년 재탈북한 탈북민 김광호 씨는 “북한에 들어갈 때 북한 측의 지시로 칠보산호텔에서 9일 동안 머물렀다”고 진술했다. 옌지의 류경호텔은 탈북자 유인 납치와 한국인 대북활동가 감시를 담당한 지방 보위성 반탐(反探)부서의 단골 아지트였다. 중국에 파견된 보위성 요원들은 각자 조선족, 협조에 동의한 탈북민, 조교(중국에 거주하는 북한 국적자) 등으로 구성된 현지 공작망을 가동하는데, 이들을 감시하고 독려하기 위해선 현지에 장기 거주 장소가 필요하다. 그 단골 거점이 류경호텔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남북 관계엔 ‘궁합’이라는 게 분명 존재한다. 한쪽이 원한다고 해서 서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미국이란 ‘시어머니’도 큰 변수가 된다. 셋의 궁합이 가장 좋았던 시기는 2000년이었다. 5년 넘은 ‘고난의 행군’으로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하고 경제가 완전히 파탄 난 김정일에겐 돈이 절실히 필요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노벨 평화상을 안겨준 햇볕정책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르윈스키 스캔들에서 막 빠져나온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겐 확실한 대외관계 업적이 필요했다. 이 셋의 조합이 만들어낸 결과가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이었다. 누구 하나라도 원치 않았다면 정상회담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때의 ‘긍정적 궁합’은 8년간 이어졌다. 그러나 한결같이 좋은 운세란 없다. 2008년은 남북 관계가 ‘부정적 궁합’으로 돌변한 해이다. 막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보수 지지층을 의식해 대북 지원을 하려 하지 않았다. 미국엔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지목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있었다. 남북관계가 어그러진 상징적 사건이 바로 2008년 7월 금강산 박왕자 씨 피살사건이었다. 금강산 관광을 ‘현금 퍼주기’의 상징으로 본 이명박 정부는 기다렸단 듯이 금강산 전면 철수를 단행했다. 김정일은 8월 초만 해도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을 만나 피살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등 사태를 수습하려 노력했다. 햇볕정책 시기라면 이 정도 노력이면 무난히 풀 수 있었다. 이때 결정적 사건이 발생했다. 8월 중순 김정일이 뇌중풍으로 쓰러진 것이다. 약 한 달 뒤 회복한 김정일의 태도는 확 바뀌었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김정일은 “지금은 외부에 문을 열 때가 아니라 문을 꽉 닫아걸고, 내부에서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줘야 할 때”라고 판단한 듯싶다. 이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3년 동안 김정일이 오로지 집착했던 일은 아들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것뿐이었다. 결국 어느 한쪽도 원치 않았으니 남북관계는 파탄 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문을 닫아거는 수법은 간단하다. 도발을 하면 외부에서 알아서 ‘제재’라는 빗장을 꽉 걸어준다. 김정은도 집권 초기 외부 교류에 관심이 없었다. 그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몽둥이를 휘둘러 확실하게 내부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그러자면 누가 엿보지도, 참견도 못 하게 집안 문을 꽉 닫아 매는 것이 필요했다. 또 어차피 남의 참견 상관없이 문을 닫은 김에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란 비싼 ‘금단의 재산’도 빨리 장만하자는 게 김정은의 속셈이었다. 그렇게 2008년에 시작된 부정적 궁합은 이렇게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올해는 부정적 궁합이 다시 긍정으로 바뀌는 때가 온 듯하다. 9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은 어쩌면 전환점일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는 굳이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김정은에게도 이제는 문을 열고 나와야 할 절실한 필요가 생겼다. 지난 6년간 대량 숙청으로 권력도 확실히 장악한 데다, 지난해 말엔 수소탄과 미국까지 가는 ICBM을 가졌다고 주장하며 ‘국가 핵무력 완성’까지 선언했다. 이제 김정은의 당면 과제는 민심 달래기이다. 핵무력만 완성하면 이른 시일 내에 잘살 수 있다는 선전을 믿고 허리띠를 조이며 살아온 인민에게 희망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현 상황은 완전히 반대다. 지금 중국과 해외에 파견됐던 외화벌이 일꾼들이 줄줄이 돌아오면서 북한 내부에선 “이젠 중국까지 등 돌렸으니 우린 다 죽게 생겼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합세하면서 최근 북한 장마당 내 식량과 휘발유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여기에 피복 임가공, 해산물 수출 등이 막히면서 돈줄도 말라가고 있다. 올해 봄쯤이면 북한 내부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터져 나올 판이다. 그러면 “이렇게 굶어 죽으려고 핵을 만들었느냐”는 불만의 화살이 김정은에게 향할 것이 뻔하다. 김정은은 하루속히 인민에게 곧 잘살게 될 것이란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유일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남북관계다. 남한과의 급진적인 교류 재개를 보여주며 “봐라. 고생을 견디며 핵무력을 완성하니 남조선이 저렇게 황급히 머리 숙이고 들어오지 않냐. 더 참으면 미국과 일본도 다 우리에게 굴복하게 돼 있다”고 선전해야 한다. 그래야 민심을 수습할 수 있다. 회담을 하더라도 상대를 꿰뚫어 보며 마주 앉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야 최대한 적게 주고,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궁합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연애를 하다 보면 더 많이 좋아하고, 더 간절한 쪽이 늘 먼저 양보하는 법이다. 마찬가지다. 남북이 다시 마주 앉더라도 이건 분명히 알아야 한다. 지금 더 간절한 쪽은 북한이지 우리가 아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 전자상거래회사 아마존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54·사진)가 세계 최초로 재산 1000억 달러를 가진 부자가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베이조스가 최근 아마존의 주가 상승에 힘입어 1051억 달러(약 112조 원)의 개인재산을 보유하게 됐다고 6일 전했다.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지난 1년간 57%나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5주간 미국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 중 89%가 아마존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6.6% 상승했다. 베이조스는 이미 지난해 10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설립자를 제치고 세계 1위 부자로 등극했다. 당시 베이조스의 재산은 938억 달러였다. 이 기세를 몰아 베이조스는 한 달 뒤인 11월에 재산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블룸버그는 만약 빌 게이츠가 그동안의 자선활동으로 수백억 달러를 기부하지 않았다면 현재 총 재산이 1500억 달러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했다. 게이츠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매년 거액을 기부해왔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큰 금액을 기부한 인물도 게이츠다. 반면 베이조스는 재산을 거의 기부하지 않고 있어 노블레스 오블리주(상류층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 최고지도부가 미국 등과의 핵전쟁에 대비해 수도 베이징(北京) 지하 2km의 동굴 속에 ‘최후의 보루’를 운영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이 핵벙커는 베이징의 정부청사 밀집지역인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북서쪽으로 20km 떨어진 시산(西山)국립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 중앙군사위원회 통합전투사령부 소속 시설로 유사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포함한 최고지도부가 핵벙커에 들어가 중국군을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두뇌’로 불리는 통합전투사령부는 중국 전역에 있는 5대 전구(戰區)의 군사 활동을 감독하고 작전명령을 내리는 최고지휘부다. 시산국립공원 아래에 깊이가 2km가 넘는 석회암 카르스트 동굴이 존재하는데 중국이 냉전시대 이 동굴을 개조해 핵벙커를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깊은 동굴인 조지아(옛 그루지야)의 크루베라 동굴(깊이 2197m)과 맞먹는 깊이다. 이 신문은 핵벙커의 카르스트 지형 위에는 평균 두께가 1km에 달하는 두껍고 단단한 암석이 덮여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학원 지질지구물리연구소의 친다쥔 연구원은 “이 암석은 지구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 중 하나인 화강암 등으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 깊이와 두께면 수소폭탄 수십 발을 퍼부어도 끄떡없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중국은 이 핵벙커를 최근까지 계속 업그레이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이 핵벙커가 100만 명 이상에게 식수를 공급할 수 있는 지하 대수층(帶水層) 인근에 있어 핵전쟁 시 식수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방사능 낙진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에 대비해 정교한 필터로 지하수를 정화하는 장치 등이 벙커에 설치돼 있다. 핵 과학자인 중국 난화대 류융 교수는 “중국은 정확히 이 목적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장비를 개발해 왔다”고 말했다. 벙커 내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탱크, 비행기 등이 지나갈 정도로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냉전 시절인 1950, 60년대 전국에 수많은 핵벙커를 건설했는데 베이징과 그 인근에도 1만 개의 지하벙커를 만들었다. 냉전이 끝난 뒤 중국 당국이 군용 벙커들을 대거 민간에 임대했고, 현재 베이징 시민 100만 명의 거주지로 바뀌었다. 환기가 잘 되지 않고 곰팡이가 피는 등 사람이 살기엔 적절치 않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저소득층에겐 임대료가 매우 저렴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핵전쟁 시 베이징 시민 대부분이 지하에 대피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 최후까지 버틸 수 있는 곳은 2km 깊이에 위치한 통합전투사령부뿐이다. 최후의 날을 대비해 핵벙커를 운용하는 것은 중국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펜실베이니아주 레이븐 록 산맥 지하에 대규모 벙커를 건설했으며, 콜로라도주 샤이엔 산맥 지하에도 북미항공방어사령부 시설이 있다. 최근 김정은의 핵 버튼 발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 트윗으로 핵전쟁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6일 핵전쟁에 대비한 전문인력 위크숍을 열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CDC가 이런 성격의 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2010년 이후 8년 만이다. CDC는 공식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공공보건의 핵폭발 대책’ 위크숍 개최 사실을 알리면서 “핵폭발이 만일 일어난다면 파멸적인 결과를 부를 것”이라며 “계획과 준비가 있으면 사망과 질병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과 언제라도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남북한 회담이 잘 진척되어 좋은 결과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6일(현지 시간) 밝혔다. 그는 이날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김정은과 당장 통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나는 늘 대화를 믿는다”며 “틀림없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전혀 문제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조건없는 첫 만남’을 거론했을 때만 해도 백악관은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대화는 불가능한 영역에 속하는 일이 아니라고 분명히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그러나 우리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여러분도 그게 뭔지 알듯이 우리는 매우 확고하다”는 것을 전제로 이렇게 말했다. 또 김정은과의 대화에 전제조건이 없느냐는 질문에도 “그것은 내가 한 말이 아니다”라고 덧붙여 김정은과의 통화 등 직접 대화 의향이 ‘무조건 대화’를 뜻하는 게 아니라 ‘비핵화 대화’가 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정은)는 내가 미적거리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나는 미적거리지 않는다. 조금도, 1%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조건이 충족된다면 기꺼이 김정은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밝혔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 합의가 이뤄졌던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언급하며 “문 대통령이 이틀 전에 전화를 걸었고, 우리는 매우 훌륭한 대화를 나눴다”며 “그는 나에게 감사 표시를 했고, 나는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정말 두 나라(남북) 간에 잘 되길 바란다. 정말 그것을 보고 싶다. 그들(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게 되면 거기서부터 시작이 될 것이다. 나는 100%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다음 주 남북 간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는 것과 관련해 “그들은 지금은 올림픽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시작이다. 큰 시작”이라며 “나는 그들(남북)이 평창 동계올림픽 문제를 넘어서는 걸 정말 보고 싶다. 그들이 올림픽을 넘어서 협력하기를 바란다. 적절한 시점에 우리도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매우 평화적이고 좋은 해결책을 찾게 된다면, 우리는 지금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그리고 많은 사람과 그 일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대화를 통해 뭔가 나올 수 있다면 이는 모든 인류를 위해, 그리고 세계를 위해 위대한 일이다. 매우 중요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남북대화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탐색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모처럼 북에 내민 ‘올리브 가지’가 남북 간 대화를 거쳐 북미 간 직접 비핵화 대화 테이블 마련의 프로세스로 순항할지에 대해서는 일단 이번 남북 간 고위급 회담의 결과가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세계적 성폭행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에 중국에서 처음으로 동참자가 나왔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뤄첸첸(羅茜茜) 박사는 12년 전 베이징항공대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을 때 지도교수였던 천샤오우(陳小武·46·사진)를 1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고발했다고 3일 홍콩 밍(明)보가 전했다. 뤄 박사는 천 교수가 자기 누나 집에 자신을 데려간 후 방문을 잠그고 “아내와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말 등을 늘어놓으며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뤄 박사의 저항에 뜻을 이루지 못한 천 교수는 “너의 품행을 시험해 본 것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뤄 박사는 이후 우울증과 환청, 환각에 시달리다가 지난해부터 전 세계에 확산된 미투 캠페인에 힘입어 천 교수를 항공대 기율검사위원회 감찰처에 고발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천 교수에게 피해를 본 여학생 7명의 증언도 함께 녹음해 제출했다. 이 중 한 명은 자신이 성폭행으로 임신했었고, 천 교수가 돈으로 입을 막으려 했다고 말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을 연구하는 천 교수는 중국 교육부가 학문 성취가 뛰어난 학자에게 주는 ‘창장(長江)학자’ 칭호까지 받은 인물. 뤄 박사의 폭로가 웨이보에서 순식간에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파문을 낳자 항공대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천 교수는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직 처분을 받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1일 강원 강릉소방서 경포119안전센터 앞마당을 가득 메운 해맞이 차량의 ‘무개념’ 주차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소방차는 물론 소화전 앞에 세워놓은 차량도 예외 없이 옮기고 부수는 미국 같은 나라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를 계기로 시민의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바람은 단순하다. 소방차를 가로막고 피해를 키우는 불법 주차 차량에 대한 ‘무관용’이다. 법대로, 원칙대로 해달라는 것이다. 》 새해 첫날 강원 강릉소방서 경포119안전센터 앞마당을 점령한 해맞이 차량의 막무가내 주차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생각 없고 개념 없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안전 불감증을 꼬집었다. 시민의식의 변화를 더 이상 앉아서 기다릴 수 없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차량을 부숴도 문제 되지 않게 법을 고쳐야 한다”며 강도 높은 대책을 촉구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화전 막으면 유리창 깨고 무조건 견인 2014년 미국 보스턴의 한 주택에 불이 났다. 소방차가 현장에 출동했다. 화재 현장 근처 소화전 앞에 BMW 승용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소방호스를 연결할 수 없었다. 소방관들은 망설이지 않았다. 지체 없이 앞좌석 양쪽 유리창을 박살냈다. 그리고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 화재를 진압했다. 소방호스가 승용차를 관통한 사진 한 장은 미국에서도 화제였다. 소방관들이 비싼 차량의 유리창을 깨뜨려서가 아니다. 소화전 앞에 차량을 주차하는 경우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어서다. BMW 운전자는 수리비를 받기는커녕 엄청난 불법 주차 벌금을 물었다. 미국 대다수 주에서는 소화전에서 최소 15피트(약 4.6m), 소방서 출입구에서 최소 20피트(약 6.1m) 떨어진 곳에 주차해야 한다고 관련법에 명시했다. 운전자가 미처 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소화전이 있는 커브길 주변에 ‘주차금지 소방도로(NO PARKING FIRE LANE)’라고 적힌 노란 선도 그려놓았다. 규정을 어기면 화재 발생과 상관없이 바로 견인된다. 모든 비용은 차주가 부담한다. 주별로 50∼100달러 수준의 벌금도 부과한다. 영국은 미국보다 더 엄격하다. 1991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주거지 내 노상 주차를 전면 금지했다. 위험 요소를 아예 차단한 것이다. 불법 주차 과태료는 최소 60파운드(약 8만6000원)이고, 48시간 이상 불법 주차 후 견인당할 경우 최소 167파운드(약 24만1000원)를 내야 한다. 일본은 소화전 등 소방설비 주변 5m 이내에 차량을 세울 수 없다. 화재경보기는 1m 이내다. 잠깐이라도 정차했다가 적발되면 범칙금이 1만8000∼2만5000엔(약 17만∼22만 원)이다. 하지만 이를 어기는 운전자가 거의 없다.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불법 주차를 차량 소통보다 안전 차원에서 다룬다는 것이다. 단속 기준과 방식이 예외 없이 일정하다. 어쩌다 한번 ‘운 나쁘면’ 단속되는 한국과 다르다.○ 계도·주의만으로 참사 못 막는다 한국도 처벌 근거는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소방차 등 긴급차량 통행에 지장을 주면 20만 원, 소화전 주변 5m 이내 주차 때 4만∼5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가볍다. 이마저 현장에서 무시된다. 1일 경포119안전센터 앞에 주차한 운전자들은 법대로 하면 20만 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계도 및 주의만 받고 끝났다. 더 큰 문제는 주차 차량 처리다. 소방기본법에는 소방차를 가로막은 주차 차량을 소방관들이 옮길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동 방식이나 파손 때 처리 여부 등 명확한 기준이 없다. 특히 차량에 작은 흠집이라도 나서 주인이 수리비를 요구하면 해당 소방관이 보상해야 한다. 소방관들이 눈앞에 불을 보고도 주차 차량 앞에서 습관적으로 멈칫거리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소방기본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형사 책임만 면제됐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를 계기로 참사를 부르는 불법 주차에 대한 무관용을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소방관의 완전한 면책을 촉구하는 청원이 등록됐다. 2일 현재 4만여 명이 동참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소방기본법 개정안의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다시 법 개정에 나설 것이다. 위급 상황 때 소방관이 불법 주차 차량을 부득이하게 파손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주성하 기자}

2018년 새해를 맞아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이 신년 메시지를 내놓았다. 특히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미중 정상은 국제질서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신년사에 담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개인 별장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폭풍’ 트윗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피 뉴 이어!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 모두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라며 자신의 집권 이후 변화된 미국의 위상을 자랑했다. 이어 “2018년이 미국에는 위대한 해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이란의 세력 확대 등에 맞서 미국의 국익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경제 성과를 자랑하면서 자화자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만약 민주당(사기꾼 힐러리)이 당선됐다면 여러분 주식의 가치는 대선일로부터 50% 하락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의 모든 친구들, 지지자들, 적들, (나를) 증오하는 사람들, 매우 정직하지 못한 페이크 뉴스 미디어 모두에 행복하고 건강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조롱 섞인 새해 인사를 내놓았다. 지난해 당 대회를 통해 집권 2기를 성공적으로 시작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날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유엔의 권위와 위상을 확실히 수호해 국제적인 의무와 책임을 적극 이행할 것”이라며 “세계 평화의 건설자이자 세계 발전의 공헌자, 국제질서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무시하고 핵 개발을 지속하는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냄과 동시에 대북 군사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또 시 주석은 “세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약속을 준수하겠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탈퇴를 선언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 합의인 파리 기후변화협약 준수 의지도 확인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례적으로 신년사에서 세계를 향한 ‘적색경보’를 발령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1년 전 취임하면서 2017년은 평화의 해가 돼야 한다고 호소했는데 불행히도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2018년 새해를 맞아서는 세상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적색경보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총장은 현 정세에 대해 “갈등은 깊어졌고 새로운 위험이 부상했다. 핵무기에 대한 세계의 불안은 냉전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한반도 전쟁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신년사에서 장기 집권 야욕을 강력히 피력했다. 그는 “2020년, 그 이후를 바라보며 새로운 국가 만들기를 향해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20년 이후’를 언급한 것은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 승리를 통해 3연임을 실현해 역대 최장 기간 재임 총리가 되겠다는 뜻이다.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지나갔다. 3월 대선 승리로 4번째 임기를 노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단결과 우정 그리고 사심 없는 조국에 대한 사랑이 러시아의 힘을 키운다”며 애국심에 기초한 내부 결속을 호소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8년에도 철저한 변혁을 계속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여러분이 나를 뽑은 이유”라며 진행 중인 노동, 연금, 복지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세계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계속해서 10년, 15년 뒤에도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더 강하고 더 공평한 사회에 2018년은 한발 더 다가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도쿄=서영아 / 파리=동정민 특파원}

전남 여수항에 억류된 홍콩 선적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와 경기 평택·당진항에 억류돼 조사받는 파나마 선적 ‘코티’호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중국’이다. 중국 광저우에 관리회사가 등록된 윈모어호는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삼정 2호’에 약 600t의 정유제품을 환적한 정황이 포착됐다. 역시 우리 정부로부터 ‘유류 불법 판매’ 의혹을 받고 있는 코티호는 중국 다롄항에서 출발해 서해를 거쳐 왔다. 중국은 “북-중 간 해상 유류 밀교역은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고 있지만 혐의들이 확실해지면 ‘유엔 대북 제재의 구멍’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지난해 12월 31일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는 대만 기업이 임차한 선박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대만 기업이 해당 선박을 임차했을 경우 “중국의 개입은 일절 없었다”는 중국 외교부 해명에 힘이 실리게 되는 점을 노린 것. 환추시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행범으로 딱 걸렸다. 중국에 매우 실망했다’고 비난한 것에 대해 “사실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결론을 내리고 감정적으로 평론하는 행위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미 대통령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역공을 폈다. 불똥이 대만으로 튀자 이번엔 대만 정부가 부랴부랴 조사에 나섰다. 대만 교통부는 윈모어호가 대만 소재 기업인 빌리언스벙커 그룹이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 그룹은 마셜 제도에 등록돼 있다”며 연계성을 부인했다. 마셜 제도는 대만의 우방이며 1998년 수교 이래 다수의 대만 기업이 자산을 예치하고 투자해온 곳이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해 12월 28일 발표한 불법 활동 선박 블랙리스트에서 당초 미국이 요청한 ‘불량 선박’들이 중국의 반대로 제외된 사실도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12월 29일(현지 시간) 미국이 당초 요청한 10개 불량 선박 가운데 윈모어와 삼정2, 카이샹, 신성하이, 위위안, 글로리 호프1 등 총 6척은 중국이 동의하지 않아 제외됐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가 억류하고 있는 윈모어호와 이 배에 유류를 공급받은 삼정2호가 포함되지 않자 “결국 ‘알맹이’는 빠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도 대북 유류 밀매의 ‘공범자’로 의심을 받게 됐다. 지난해 9월 북한 선박과 선박 간 물품 이전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2375호가 통과된 후에도 러시아 선박들도 동해상에서 최소 3차례 몰래 북한에 석유 공급을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12월 29일(현지 시간) 두 명의 서유럽 고위 안보 당국자를 인용해 “10월과 11월 러시아 국적의 대형 선박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석유나 정유제품을 최소 3차례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두 당국자는 해군 정보와 러시아 극동 항구 일대에서 운항하는 선박을 포착한 위성 이미지를 인용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적의 대형 선박 ‘비티아즈’호는 지난해 10월 15일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슬라뱐카 항구에서 약 1600t의 석유를 싣고 출항한 직후 무전기를 꺼버리고 북한 대형 선박 ‘삼마 2호’와 공해상에서 접촉해 석유를 넘겨줬다. 같은 해 10월 중순과 11월 각각 슬라뱐카와 나홋카 항구를 떠난 다른 두 러시아 선박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에 러시아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30일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전적으로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국 유조선이 북한에 석유를 공급했다는 보도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주성하 기자}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출신의 데니스 로드먼이 북한에 처음 갔던 2013년 2월 28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묘기 농구단 ‘할렘 글로브 트로터스’를 데리고 간 로드먼은 이날 김정은과 리설주 앞에서 북한 팀과 친선경기를 펼쳤다. 평양에서 고르고 고른 핵심 계층들로 1만2000석 규모의 관중석도 꽉 찼다. 처음 보는 거구의 흑인들이 눈앞에서 뛰어다니는 농구경기도 흥미로웠지만,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도 관중의 중요 관심사였다. 김정은이 등장해 불과 1년 남짓 지났던 때라 대다수 관중은 그렇게 가까이에서 김정은을 본 것이 처음이었다. 관중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은 경기가 끝난 뒤 일어났다. 미국 선수가 김정은에게 다가가 할렘 글로브 트로터스의 유니폼을 전달하자 김정은은 활짝 웃으며 유니폼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몸을 돌려 왼쪽을 향해 몇 번 흔들고, 뒤를 향해 흔들고, 다시 오른쪽을 향해 흔들고…. 유니폼 선물을 관중을 향해 흔드는 것은 한국이나 또 외국의 기준으로 보면 크게 이상한 것은 없다. 문제는 그곳이 가장 폐쇄적인 북한이라는 점이다. NBA가 뭔지, 유니폼 선물이 뭘 의미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곳이다. 아무리 유명 인사가 기념 사인을 해주려고 해도 “함부로 낙서하지 마시라요”라며 펄쩍 뛸 곳이 평양이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우린 김정은을 신처럼 보게끔 교육받았단 말입니다. 우리 지도자에게 양키가 난닝구를 선물한 것도 우릴 거지로 여기나 싶어 자존심 상하는데, 지도자란 사람이 미국 놈한테 스프링(러닝의 북한 사투리) 쪼가리나 받고선 입이 귀까지 째져서 우릴 향해 흔들며 자랑한단 말입니다. 전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위대한 영도자는 무슨 개뿔. 저거 바보 아니냐 싶더라고요.” 그 장면이 TV로 방영되자 북한 사람들도 끼리끼리 수군거렸다. 그들의 눈엔 NBA 유명 스타의 유니폼도 한낮 싸구려 러닝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에겐 국가수반이 러닝셔츠를 선물 받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수모였다. 그런데 ‘민족의 태양’ ‘절세의 위인’ ‘위대한 선군영장’ 등 수백 가지의 찬양 수식어가 따라붙는, 신처럼 여기라 교육받는 김정은이 양키의 러닝셔츠를 받고 흔들어대며 자랑까지 하다니. 모자란다는 단어를 빼고 그들이 이 상황을 이해할 방법은 없었다. 김정은이 로드먼에게 ‘우리의 우정을 위하여 김정은. 2013.2.28’이라고 적힌 선물까지 주었다는 것을 알면, 북한 사람들은 더 충격을 받았을 게 분명하다. 이듬해 김정은의 30번째 생일인 1월 8일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다. 이번엔 로드먼이 경기장에서 김정은을 “베스트 프렌드”라고 지칭하면서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고 경기 중엔 김정은 옆자리에서 담배까지 피웠다. 대단한 고위 간부도 김정은 앞에선 무릎을 꿇고 입까지 가리는 것만 봤던 북한 사람들은 그저 속으로 “세상에”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귀와 코, 심지어 입술에까지 고리를 매단 저 정신 이상해 보이는 흑인 ‘양키’가 도대체 뭔데 공개 장소에서 감히 우리의 ‘최고 존엄’을 친구라 스스럼없이 부르며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맞담배까지 피우다니.” 그들에게 “김정은은 스위스 유학 시절 로드먼의 유니폼을 입었던 광팬이었다”고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 그럼 “팬이란 게 뭔데요”라고 반문할 게 뻔하다. 남쪽에 갓 온 탈북민에게 팬이 뭔지 장황하게 설명해줘도 “세상에 밥 먹고 할 짓도 없지”라는 대답을 듣기 일쑤다. 팬이 뭔지를 이해시켜도 문제다. 김정은을 온 세상이 우러러본다고만 배웠지, 김정은이 설마 남의 유니폼까지 따라 입을 정도로 누굴 좋아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것이다. 그들 보기엔 그건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로드먼은 북한을 5차례 방문했지만, 지금은 가지 못한다. 미 국무부가 9월부터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로드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을 북한에 평화특사로 파견해 달라고 촉구했고, 11일엔 중국 베이징까지 가서 괌과 북한 간의 농구경기를 주선하겠다며 인터뷰도 열었다. 그래도 방북 허가는 얻어내지 못했다. 북한에서 어떤 대접을 해주었기에 저렇게 애타게 가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허가 절차를 무시하고 북한에 가지 않는 것을 보면 적어도 친구 옆에서 살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내가 볼 때 로드먼은 김정은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 미국 호텔 바에서 큰 소리로 세 시간이나 김정은을 칭찬하다 쫓겨난 일도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김정은을 비난하면 로드먼이 참지 못하고 반박한다. 로드먼을 향한 김정은의 팬심이 지금도 그대로일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둘이 계속 어울려 같이 노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아 보인다. 이들의 정신세계를 더 자주,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지 않을까.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독재자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79·사진)에 대한 사면 결정에 페루 사회가 극심한 정치적 혼란에 휩싸였다. 정적 살해, 부패 등의 혐의로 25년형을 받은 그가 12년 만에 풀려나 다시 얼굴을 드러내자 국민적 분노가 일고 있다. 후지모리의 ‘콘크리트’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오면서 찬반 시위가 맞서고 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병상에 앉아 “나의 정부가 한편으로는 좋은 결과를 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동포들을 실망시켰다. 진심으로 그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 페루를 통치했던 후지모리는 2005년 체포돼 25년형을 선고받았다. 페루 법에 따르면 살인이나 납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불치병이 아닌 경우 사면받을 수 없다. 형기를 모두 채우면 93세에 석방되지만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대통령은 24일 특별사면을 전격 결정했다. 반대자들은 “후지모리를 사면하지 않겠다”는 대선 공약을 어겼다며 쿠친스키 대통령 퇴진까지 주장하고 있다. 국민들은 후지모리의 아들인 겐지 후지모리 민중권력당(FP) 의원(37)과 쿠친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밀거래 결과물로 보고 있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브라질 건설사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21일 의회에서 탄핵 심판을 받았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탄핵이 통과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표결은 8표 차로 부결됐다. 겐지 의원과 그를 따르는 의원 9명이 불참해 기권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쿠친스키 탄핵을 주도한 사람은 후지모리의 장녀이자 겐지 의원의 누나인 게이코 후지모리 FP 대표(42)였다. 지난해 6월 대선에서 불과 0.3%포인트 차로 쿠친스키 대통령에게 패배한 게이코는 차기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다. 후지모리 부녀는 여러모로 박정희 박근혜 부녀와 닮았다. 후지모리는 집권 후 경제개발에 성과를 내 아직도 지지하는 국민이 많다. 반면 의회 해산, 장기독재를 위한 개헌, 정적 학살, 부정부패 등 전형적인 독재자의 면도 골고루 보여주었다. 게이코는 19세 때인 1994년부터 이혼해 홀몸이 된 아버지 옆에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행하며 정치수업을 했고, 아버지가 수감된 뒤 정치에 뛰어들어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가 됐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이달 문재인 대통령 방중 이후 베이징(北京)의 주중 한국 공관에 머물던 탈북자 2명이 최근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최근 탈북한 국군포로 자녀와 1년 반 전 탈북해 공관에 장기 체류하던 탈북자 등 2명이 무사히 한국으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13∼16일 방중 때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에 주중 한국 공관에 체류 중인 탈북자의 안전한 입국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외교부도 중국 측에 지속적으로 공관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의 한국 입국을 요청해왔다. 이번에 탈북자 2명이 한국에 들어온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문 대통령의 요청에 화답한 것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해소 이후 한중관계 개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치 가운데 하나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중국의 조치에 감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부인하지는 않았다. 탈북 뒤 주중 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는 중국 정부의 협조 없이는 한국에 들어올 수 없다. 입국한 2명 중 1명이 공관에 오래 머문 것도 그동안 협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국군포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군포로 자녀의 탈북이나 한국 입국 과정은 더욱 민감하게 여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사드 갈등 발생 전 한중관계가 최상이라는 평가를 받을 때만 해도 중국 정부는 탈북자가 공안(경찰)에 체포되더라도 북한에 송환하지 않는 방식으로 탈북자 문제에 협조했다. 한중관계가 악화된 이후에는 이 같은 공조가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따라서 문 대통령 요청에 중국 정부가 화답한 것은 한중관계 개선에 따라 북핵 문제뿐 아니라 탈북자 문제에서도 한중 협력이 재개되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탈북자 문제 관련 한중 협력은 비공개를 요청해왔다.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는 문 대통령 방중 10일 만에 한중 정상회담 후속 조치 협의를 이유로 26, 27일 베이징을 방문해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와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상무부부장(수석 차관)을 잇달아 만났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중 양국이 북핵 문제 등 북한 문제에 대해 긴밀히 공조해나갈 것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윤 차관보와 중국 측은 북한과의 대화 돌파구 마련 및 내년 평창 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도록 하는 공조도 가속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주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