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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자 협의체) 확대시 이에 참여할 이상적인 후보 국가다. 한국이 쿼드 확대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의회 동료, 외교관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빌 해거티 미국 상원의원(공화·테네시·62)은 19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쿼드 확대와 관련해 이런 의회 내 움직임을 전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해거티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2017~2019년 주일미국대사로 근무했던 아시아 경제 전문가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화염과 분노’ 시기 긴장이 고조됐던 북-미 관계를, 한일 관계에서는 일본의 수출통제와 이로 인해 촉발됐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갈등을 역내 현장에서 지켜봤던 고위 외교관이었다. 해거티 의원은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동아일보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새로운 위협에 맞설 새로운 길을 함께 찾기 바란다”며 북한 뿐 아니라 중국이 역내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000년의 역사를 돌아봤을 때 한국인들은 중국이 (한국에 대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알 것”이라며 “중국과 관련한 여러 이슈들을 다루기 위해 한미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특히 쿼드와 관련해 “이 구도에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법을 우리가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미국의 (쿼드) 확대시 동맹들이 이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기를 바라며 한국은 그 중에서도 톱 리스트에 올라 있다”고 했다. 공화당 소속으로 대중국 강경파인 해거티 의원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탈취 및 중국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 불공정 경쟁의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의 자국기업 지원은 한국과 미국의 기업들이 중국과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두 나라는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했다. ‘약탈적(predatory)’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며 “우리는 중국의 반시장적 정책과 군사, 기술 분야에서의 약탈적 행동들에 동맹들과 함께 강하게 맞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일 관계와 관련해 그는 주일미국대사 시절의 충돌 당시 물밑 중재 과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북한이라는 위협은 우리가 함께 초점을 맞춰야 할 대상으로, 우리를 분열시키는 게 아니라 통합시키는 것”이라며 “공동의 위협에 직면해 있을 때 우리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는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이 충돌하면서도 전례 없이 고조됐던 한반도의 위험 상황에서는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또 “이것은 한국과 일본 뿐 아니라 미국, 전 세계 모두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라며 “한일 양국은 미래지향적으로 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상하원에 새 대북정책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해거티 의원은 “세부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완전한 비핵화,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목적이 돼야 하며 북한의 관여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에서 관여를 최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며 “동시에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을 보기 전까지 대북제재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점 또한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비핵화를 약속한 이는 김정은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그가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거티 의원의 지역구인 테네시주는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제너럴모터스와 합작해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2조7000억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지어지는 곳. 그는 “나의 고향에서 그 발표가 이뤄질 때 나는 현장에 있었다”며 “한미 양국 간 경제협력은 내가 매우 깊은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고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양국은 모든 조건에서 경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를 바란다”며 “강력한 경제 협력은 더 강력한 안보 협력으로 이어지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미국의 성지’로 꼽히는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해 헌화한 뒤 “피로 맺어지고 오랜 세월에 걸쳐 다져진 한미동맹을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더욱 강력하고 포괄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文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 발전시켜 나갈 것” 문 대통령은 동행한 미국 측 인사들에게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싸운 미군들에 대해 재차 경의를 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방미 첫 공식 일정으로 찾은 알링턴 국립묘지는 제1·2차 세계대전, 6·25전쟁, 베트남전쟁 등에서 전사한 참전용사 및 가족 약 40만 명이 잠들어 있는 미국 최대 국립묘지 중 하나다. 임기 중 이번까지 4차례 워싱턴을 방문한 문 대통령이 이곳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국립묘지 내 무명용사의 묘를 찾아 참배한 뒤 묘 앞에 놓인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쓰인 화환에 손을 얹고 잠시 묵념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국립묘지 기념관 전시실로 이동해 무명용사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는 기념패를 기증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기념관을 찾았다. 문 대통령이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에 빗대 ‘한국형 뉴딜’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운 것을 고려한 일정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 루스벨트 대통령의 초상화를 걸고 있다고 한다.○ 중공군 맞선 용사 훈장 수여식에 文 함께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21일(현지 시간)에는 회담 직전 6·25전쟁 때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맞서 활약해 6·25전쟁의 영웅이라 불리는 95세 참전용사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하는 행사에 함께한다. 백악관은 19일 “바이든 대통령이 21일 6·25전쟁에서 용맹을 보여준 랠프 퍼킷 주니어 예비역 대령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한다”며 “문 대통령도 수여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예훈장은 전장에서 특별한 용기와 헌신을 보여준 군인이 받는 최고의 영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두 정상이 함께 명예훈장을 수여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며 “외국 정상이 명예훈장 수여식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중국, 북한에 맞서 함께 피를 흘렸던 혈맹인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정상회담 당일 우리 정부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등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으로서 역할을 확대해 주기를 바라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백악관 보도자료에 따르면 1950년 11월 24세 중위였던 퍼킷은 미 육군 특수부대인 제8레인저 중대를 이끌고 205고지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적군의 수류탄 파편에 맞아 부상을 입었음에도 작전을 지휘하고 부하들에게 자신을 놔두고 대피하라고 했다. 이에 감명을 받은 부하들이 적군의 포격 속에서 그를 안전한 장소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그가 참가한 전투는 바로 평안북도에서 중공군이 인해전술로 국군과 유엔군을 공격하면서 벌어진 청천강 전투다. 백악관이 “적(enemy)”이 누구인지 명시하지 않았지만 중공군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21일 오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만난 뒤 수여식에 참석하고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박효목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공동취재단}

21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 후 발표되는 공동성명에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반적인 안보 문제에 대한 언급이 담길 것이라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당국자가 19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국이 역내 위협으로 보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과 관련해 어떤 내용이 어떤 수위로 담길지 주목된다. 이 고위당국자는 이날 한미 정상회담을 주제로 진행한 언론과의 전화 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역내 평화와 정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전반적인 안보 문제가 공동성명에서 언급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난달 미일 공동성명보다 더 강한 내용이냐’는 추가 질문이 나오자 “그렇게 규정하지는 않겠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가 직면한 도전들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만 이야기하겠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내놓은 공동성명에는 ‘우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중국-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장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들어간 것은 1969년 이후 52년 만이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 종전선언이 북-미 협상 재개의 마중물로 논의될 가능성에 대해 이 고위당국자는 ”(북한과의) 대화를 끌어내기 위해 종전선언 같은 구체적인 이슈를 언급하거나 사전에 검토하는 것은 우리의 관심사항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양국 회담에서 억지와 대화에서 함께 전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북정책의 세부사항은 외교전략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최대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이 추구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인지, ’북한 비핵화‘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것은 꽤 명확하다”며 “전반적인 한반도의 지리적 관점에서 ’핵으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을 추진하는 것을 명백히 담고 있다”고 답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를 넘어 한국 내 미국의 전술핵 같은 핵전력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는 한미 안보협력과 관련해서는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안보에 대한 철통같은 약속을 재확인할 것”이라며 “한미 동맹은 동북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전 세계 평화와 안보, 번영의 중심축(linchpin)”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주요 기술 분야 협력에 대해 그는 “양국 모두 세계적으로 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국가들”이라며 “함께 협력할 새로운 방법들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5세대(5G) 통신과 관련돼 있고, 이는 모두 혁신과 공급망 등에서 양국이 상호 협력하기를 바라는 첨단 기술 분야”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중국 화웨이 제재 등을 단행하며 중국과 경쟁을 벌여온 5G 통신이 한미 기술협력의 핵심인 반도체와 연관돼 있다는 점을 언급함으로써 한국에 대중국 정책 동참을 간접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 차이로 양국 간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CRS는 18일 업데이트한 ’한국: 배경 및 미국과의 관계‘ 보고서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대북정책 검토를 끝낸 사실과 함께 이 정책의 방향이 ’잘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가 언급된 것을 환영하겠지만 더 공격적인 대북 관여정책을 선호하기 때문에 미국과 긴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는 문재인 정부가 하고자 하는 남북협력 활동들을 심하게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정상회담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 대응 관련, 보고서는 “한국이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피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쿼드 협력 여부에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느리게 움직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했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치솟는 집값 때문에 올해 하락했다”고 기술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워싱턴=공동취재단}

《“아이를 갖는 건 현재 상황에서는 가능한 아이디어가 아닌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버는 것으로 기본적인 양육조차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아직 학자금도 못 갚았는데 연금에 부어야 하는 돈도 많고…. 지난해 팬데믹으로 경제적 타격을 받았을 때 정부에서 받은 지원금을 갚아야 하는 때가 오면 더 궁지에 빠질 거예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리사 우시다 씨(35)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남편과 합의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신이 운영하던 마사지숍에 손님이 끊긴 뒤 경제적으로 빠듯해지면서 내린 결정이다. 70, 80대인 양가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부담까지 생각하면 아이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일본계인 남편은 고령의 부모를 모시는 데 신경을 많이 쓴다. 필라델피아 외곽에 사는 캐리 씨(31)도 상황은 비슷하다. 의료 분야 연구소에서 일하는 그는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해도 자녀 셋을 낳고 가정을 꾸릴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남편이 실직한 이후 불확실해진 미래와 악화된 재정 상태가 이 부부를 짓눌렀다. 캐리 씨는 결국 임신을 기약 없이 미뤘다. 남편의 구직을 기다리고 있는 그는 “아이를 가질 준비가 돼 있었는데 이를 미루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다. 미국 공영방송 PBS가 최근 소개한 이들의 사정은 하락세가 가팔라진 미국의 출산율을 설명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달 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건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출산율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감소하며 1979년 이후 41년 만에 최저점까지 떨어졌다. 과거 인구 성장을 지속해 왔던 미국에서조차 사회 고령화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본격 시작된 ‘베이비 버스트’ 교외에 잔디가 깔린 마당이 있는 2층짜리 주택에서 자녀들과 함께 반려동물을 키우며 사는 가정은 지금까지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의 모습이었다. ‘풀하우스’ 같은 1990년대 시트콤에는 최소 서너 명의 자녀가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로 가득했다. 그랬던 미국도 이제는 저출산의 초입에 들어서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306만5201명이 태어났다. 출산율은 전년 대비 4% 감소했고, 12월 한 달에만 8%나 줄었다. 15∼44세 여성 1000명당 출생아 수로 따지는 출산율은 2007년 최고점 기준으로 19%나 떨어졌다. 특히 20대 초반은 2007년 이래 40%, 10대는 63%나 줄었다. 2010년만 해도 23세였던 미국 여성들의 출산 평균 연령은 현재 27세까지 올라와 있다. 미국의 합계 출산율은 1.7명(2019년 기준)이다. 인구통계학 전문가인 조지프 샤이미는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한국(1.0명) 스페인(1.3명) 일본과 폴란드(1.4명) 캐나다와 헝가리(1.5명) 등을 언급했다. 저출산의 함정에 빠진 국가들에 비하면 미국은 그나마 나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1.7명이라는 숫자는 미국 내 추이로만 보면 35년래 최저다. 미 언론들은 ‘베이비 버스트(baby bust)’ 현상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1946∼64년에 나타났던 ‘베이비붐(baby boom)’ 현상과 정반대로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각종 경제적, 사회적 문제에 이어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여성 책임인지를 놓고 공방까지 벌어졌다. 이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추가로 자녀를 갖지 않는 이가 늘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영어 교사인 테스 잭슨 씨(28)는 고등학교 때 임신해 낳은 열 살짜리 아이가 있다. 둘째는 갖지 않기로 결정한 뒤 불임 시술을 받았다. 그는 “우리 엄마나 할머니는 자녀가 없는 삶은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런 사회적 요구가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미국도 고령화 진입하나 출산율 저하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고학력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 불안한 경제 사정, 전통적인 가족 가치의 약화,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 등의 이유들은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녀가 공립학교를 가기 전 유치원 비용만 워싱턴의 경우 한 달에 1700달러(약 190만 원) 안팎에 이른다. 타일러 카우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기업연구소(AEI) 세미나에서 “자녀 양육을 더 편하게 하거나 비용을 줄이지 않으면 우리는 큰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가 출산율 감소세를 더 가파르게 한 원인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이견이 없다. 전례 없는 팬데믹으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미래의 경제적 불안감으로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변화들이 다른 요인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미국의 인구는 18세기 이래 두 번째로 낮은 팽창률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도 미국의 출산율은 급락했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대공황 당시 출산율은 9% 하락하며 신생아가 40만 명이 줄었다. 그러나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신생아 수가 다시 늘어났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미국의 출산율 감소 추세는 경제 상황이 개선된 이후에도 쉽게 반등하지 않았다. 인구 감소가 단기적 현상이 아닌 장기 추세로 자리매김하게 되면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5세 미만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현재 60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50개 주의 절반인 25개 주에서는 지난해 사망률이 출생률을 앞질렀다. 2019년엔 사망률이 출생률보다 높은 주가 불과 5곳뿐이었다. 올해 신생아 수는 2년 전보다 13% 하락해 50만 명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인구통계학자들은 전망한다. 뉴햄프셔대 케네스 존슨 교수는 “출산율 반등은 여성들이 어느 시점에 다시 아이를 가질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반등이 없을 경우 이 현상은 미국의 출생 구조에 영구적으로 고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자의 감소도 미국의 인구 지형을 바꿔 놓는 또 다른 원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으로 이민자들이 줄어들면서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매년 인구 증가율의 0.4∼0.5%를 차지했던 이민자 비중이 지난해에는 0.1%보다도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포브스에 따르면 올해 신규 이민자 수(불법이민자 제외)는 60만1660명(추산)으로 5년 전인 2016년의 118만3505명에 비해 4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런 변화들을 놓고 ‘인구적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했다. 노동력 감소와 재정 증가, 연금 부족, 대학 등록 비율 감소 등 미국이 여러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내놨다. 인구 추이는 정치 판도를 바꿀 수도 있어 정치권도 주목하고 있다. 435명의 하원 의석과 538명의 대통령 선거인단 규모가 주별 인구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구가 줄어드는 뉴욕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이상 민주당 우세), 웨스트버지니아 오하이오(이상 공화당 우세)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의석수를 1개씩 잃게 된다.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자동차 회사 포드의 전기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중국과의 미래 전기차 경쟁에서 미국이 앞서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중국의 인권침해를 비판하며 내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주장했다. 18일 미시간주 디어본에 있는 포드 전기차 공장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현장 연설에서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이다. 지금 중국이 이 레이스에서 거침없이 앞서가고 있다”며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최대 규모의 전기차 시장이고 전기차의 핵심 요소는 배터리”라고 했다. 중국이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 제조 규모가 크다는 점, 전체 배터리 생산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그들(중국)은 자신들이 이길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들은 이 경기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조 달러(약 2258조 원) 규모의 인프라 법안 통과 필요성을 역설하며 “우리가 제안한 일자리 패키지는 배터리와 반도체 공급망을 세우고 혁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인프라 법안에는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50만 곳을 만드는 등의 사업에 1740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의회에서는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중국 인권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이 선수들은 올림픽에 참가하도록 하는 대신 개회식이나 폐회식엔 어떤 공식 사절단도 보내지 말자”고 촉구했다. 선수들은 올림픽 경기에 출전하더라도 각국 지도자들은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올림픽을 위해 중국에 가는 것을 두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넘어갈 수는 없다. 여러분이 거기 앉아 있을 때 대학살(genocide)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미국 일부 인사가 이념과 정치적 편견에 입각해 인권 문제를 꺼내 중국을 모욕하며 베이징 올림픽을 방해하려 하고 있다”며 “도덕적 권위를 자부하는 이 인사의 ‘무식한 자의 용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18일(현지 시간)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북한과의 협상 카드로 사용될 경우 이로 인한 위험을 감소시키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라캐머라 지명자는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대규모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재개 여부에 대해 “로버트 에이브럼스 현 주한미군사령관은 훈련의 규모, 범위, 양과 시간을 기준에 따라 시행하고 있다”며 현재 태세를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했다. 또 “훈련과 준비태세는 매우 중요하고 실제훈련이 모의훈련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곧이어 “연합훈련이 향후 (북한과의 협상에서) 잠재적인 협상카드(bargaining chip)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나의 일은 그 위험을 확인하고 줄일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규모 연합훈련 유예가 이미 상당한 준비태세 악화로 이어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상군의 실제 역량이 어떤 상황인지 점검하겠다”고 신중하게 답변했다. 현재 주한미군 내 아파치 실사격 훈련이 허용되지 않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며 “향후 준비태세 약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한국 측과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종전선언이 주한미군의 임무 수행 능력을 제한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미국이 군사적 측면에서 북한 영토를 병합하거나 차지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우리 정책이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군사적인 적대행위를 벌일 생각이 없다”고 했다. 전시작전권 전환과 관련해서는 “조건부 전환을 계속 유지해야 하며, 이는 조건부 전환이 위험을 최소화하는 최적의 방안이라는 한미 두 나라의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말해 시한이 아닌 조건에 따라 이를 진행하겠다는 미 국방부의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미일 군사협력과 함께 3개국 군의 연합훈련 필요성도 강조하며 “한국과 일본 군이 미국 훈련장으로 이동해 미군과 함께 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중국의 위협 및 이에 따른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라캐머라 지명자는 중국의 타이완 침공시 주한미군의 대응에 대한 질문에 “주한미군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겠다”며 원칙론으로 대응했다. 북한이 중국의 타이완 침공을 대남 도발의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군과 유엔 증원군의 역량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18일(현지 시간)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중국 인권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했다. 톰 랜토스 인권위는 지난달 대북전단금지법을 비롯한 한국의 인권 상황을 다루는 청문회를 열었던 의회 내 초당적 인권기구다. 당시 통일부 당국자가 인권위를 두고 “의결권이 없는 정책모임에 가깝다”고 폄하했지만 펠로시 하원의장이 직접 출석해 메시지를 전하면서 그 비중과 영향력이 입증된 셈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톰 랜토스 인권위와 하원의 중국 위원회가 공동으로 진행한 화상 청문회에서 “미국이 선수들을 존중해 올림픽에 참가토록 하는 대신 개막식이나 폐막식에 어떤 공식 사절단도 보내지 말자”고 촉구했다. 선수들은 경기를 뛰더라도 전 세계의 지도자들은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신장 위구르족을 향한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대학살’로 표현하며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으로 이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올림픽을 위해 중국을 가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넘어갈 수는 없다”며 “여러분이 거기 앉아있을 때 대학살(genocide)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침묵은 용납할 수 없다”고도 했다. “대학살을 자행하는 중국 정부에 예의를 표시한다면 전 세계의 인권 문제에 대해 발언할 어떤 도덕적 권위를 가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올림픽 스폰서를 맡은 기업들이 중국의 인권침해 문제를 외면하는 것도 강하게 비판했다. “상업적 이유로 중국의 인권 침해에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른 곳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할 모든 도덕적 권위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CNBC방송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당시에도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중국 정부의 티벳 탄압을 이유로 개막식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요구한 적이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80명의 다른 지도자들과 함께 개막식에 참석했다. 공화당 측 공동의장으로 청문회를 주재한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IOC와 미국을 포함한 관련 당사자들은 (올림픽을 개최할) 새로운 도시를 찾거나 아니면 보이콧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중국 정부의 인권 남용과 대학살을 비난해야 할 때 베이징이 올림픽 경기를 주최하도록 놔두는 것은 야만적인 정권에 월계수 왕관을 씌워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톰 랜토스 인권위는 IOC와 올림픽, 패럴림픽 위원회 관계자들도 이날 청문회에 초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스미스 의원은 전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사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권 존립에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라캐머라 지명자는 18일(현지 시간)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28쪽 분량의 답변서에서 “북한이 체제 존립과 외세 개입 억제를 위한 수단으로 핵무기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또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은 핵 프로그램 구축을 계속하고 있고 핵 비축이나 생산 능력을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의 움직임들은 북한이 제재 완화나 정치적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핵무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등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일련의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라캐머라 지명자는 주한미군의 역할과 관련해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비상 상황이나 작전 계획 때 주한미군이 참가하는 것을 옹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군의 글로벌 역할과 한국군의 점점 커지는 국제적 범위를 감안할 때 한반도를 넘어선 동맹 협력의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유사시 주한미군이 한반도 이외 지역으로 투입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미국이 추진해온 해외 주둔 병력의 전략적 유연성 차원으로 해석된다. 또 북한의 공격성을 억지하기 위해서는 “항공모함 타격 부대, 5세대 F-22와 F-35 전투기를 포함한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간헐적으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했다. 전시작전권 전환과 관련해 그는 “양국이 합의한 전작권 전환 계획의 조건이 충분히 충족돼야 한다고 믿는다”며 “시간에 기초한 접근법을 적용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경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국은 연합방위 리더십 역할을 충족하고 군사적 능력을 완전히 확보하려면 해야 할 상당한 작업이 남아 있다”고도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총 2000만 회 분량의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백신을 해외 국가에 지원하기로 하면서 백신을 앞세운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 시도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청와대와 정부는 향후 한미 간 백신 스와프 및 한국의 아시아 백신 생산 허브 기지 구축 시도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이번에 백신 추가 지원 발표를 앞두고 한국 정부에 미리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우리가 글로벌 백신 공급 계획을 짜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취지로 발표 내용을 한국 정부에 미리 설명했다고 한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에 맞춰 백신 스와프뿐 아니라 미국 제약업체의 국내 위탁생산, 양국 관련 기관의 공동연구 등 여러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자국 내 사용을 승인한 백신을 해외에 지원키로 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미국은 400만 회분 이상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인접국 캐나다와 멕시코에 지원한 적이 있지만 이 백신은 아직 미국에서 사용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다. 1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백신 해외 지원 발표에 대해 “팬데믹 국면의 분수령이자 바이든 행정부(외교)의 중심축”이라고 평가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환영 의사와 함께 “전 세계 보건을 위한 헌신에 감사한다”고 썼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백신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백신 외교’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이 백신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많은 말들이 있다”며 “우리는 우리의 가치, 우리가 증명하는 혁신과 독창력, 미국인의 근본적인 품위로 세계를 이끌기 원한다”고 했다. 또 “백신을 외교의 도구로 사용하는 러시아나 중국과 달리 미국은 그 어떤 대가도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민주주의의 무기고였던 것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에서는 전 세계를 위한 ‘백신의 무기고’가 되겠다는 다짐도 거듭 밝혔다. 미국이 앞서 밝힌 6000만 회 분량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까지 합쳐 모두 8000만 회 분량의 백신 지원이 전 세계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이즈 퇴치 활동을 해온 그레그 곤슬라브스 씨는 뉴욕타임스에 “전 세계적으로 백신 생산량을 늘릴 계획 없이 8000만 회 분량을 기부하는 것은 깊이 베인 상처에 밴드 한 장 붙이는 셈”이라고 했다. 이를 의식한 듯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지원 발표가 시작일 뿐 앞으로 추가 지원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을 글로벌 팬데믹 대응 책임자로 지명했다. 자이언츠 조정관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등 관련 기관들과 협의해 백신 해외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분량과 방법, 순서, 기준 등 세부사항들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미국인의 접종이 상당 부분 완료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8세 이상 성인의 접종률이 59.8%까지 올라오면서 현재는 하루 200만 회 정도로 접종 속도가 둔화됐다. 50개 주 모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감소하는 기록도 나왔다. 미국 내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2만8000여 명(15일 기준)으로, 일주일 평균은 3만10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1월 8일 31만2000여 명의 10% 이하로 줄어들었다. 미국은 백신 지원 대상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각국 정부의 백신 지원 요청이 밀려드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대만에 일부 백신을 보내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대표는 대만 관영 중앙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백신 공유 명단에 대만이 포함되기를 원한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그동안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꼽혀 왔으나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비상이 걸린 상태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핵심 역할을 할 위탁생산업체(파운드리) TSMC가 대만에 있다. 이 때문에 대만은 미국의 외교에 있어 전략적 비중이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김소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 시간·한국 시간 22일 오전) 워싱턴 백악관에서 처음 만나 정상회담을 연다. 문 대통령은 우리 기업이 강점을 보이는 바이오(Bio), 배터리(Battery), 반도체(Chip)의 ‘BBC’ 산업을 지렛대 삼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파트너십 공조 구축과 북핵 해법에서 성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배터리 등 미국 주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 참여, 중국 견제 성격의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 협의체) 협력 등 책임 있는 동맹 역할의 확대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경제·안보 이슈가 긴밀히 연결된 바이든 시대 향후 4년의 한미관계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만호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18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5월 19일부터 22일까지 워싱턴을 공식 실무 방문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후 지난달 16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에 이어 외국 정상 중 두 번째로 문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나는 것. 한미 정상은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과 비슷하게 만찬 없이 단독 회담 뒤 안보 분야 참모들이 배석하는 소인수(少人數) 회담, 의제 전체를 논의하는 확대 회담을 거쳐 기자회견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회담 전 오찬이 성사될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3박 5일의 방미 일정 동안 문 대통령은 미국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도 만난다. 배터리를 생산하는 애틀랜타 SK이노베이션 공장도 방문한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미 백신 공조로 백신 수급 논란을 잠재우고 대북정책 검토를 끝낸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약속을 받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17일(현지 시간) “미국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팬데믹이 통제되기 전까지는 안전하지 않다”며 다음 달 말까지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등 백신 2000만 회분을 해외 국가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해외 지원 백신 규모가 모두 8000만 회 분량으로 늘어난 만큼 한미 백신 스와프 등 한국이 우선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라며 “한국을 백신 지원 우선 협력 대상으로 올리기 위해 미국 측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폴 라카메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권 존립에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라카메라 지명자는 18일(현지 시간)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28쪽 분량의 답변서에서 “북한이 체제 존립과 외세 개입 억제를 위한 수단으로 핵무기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전망했다. 또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은 핵 프로그램 구축을 계속하고 있고 핵 비축이나 생산 능력을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의 움직임들은 북한이 제재 완화나 정치적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핵무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등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일련의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라카메라 지명자는 주한미군의 역할과 관련해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비상상황이나 작전 계획 때 주한미군이 참가하는 것을 옹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군의 글로벌 역할과 한국군의 점점 커지는 국제적 범위를 감안할 때 한반도를 넘어선 동맹 협력의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유사시 주한미군이 한반도 이외 지역으로 투입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미국이 추진해온 해외주둔 병력의 전략적 유연성 차원으로 해석된다. 전시작전권 전환과 관련해 그는 “양국이 합의한 전작권 전환 계획의 조건이 충분히 충족돼야 한다고 믿는다”며 “시간에 기초한 접근법을 적용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경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국은 연합방위 리더십 역할을 충족하고 군사적 능력을 완전히 확보하려면 해야 할 상당한 작업이 남아 있다”고도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행정부가 6월 말까지 2000만회 분량의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백신을 해외 국가들에 지원하기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외에 90% 이상의 예방효과를 보이는 화이자와 모더나를 포함하는 백신 3종을 모두 풀겠다고 나선 것. 21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나온 이번 발표로 한국의 백신 확보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진행한 코로나19 연설에서 “미국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팬데믹이 통제되기 전까지는 안전하지 않다”며 이런 계획을 밝혔다. 그는 “그 어떤 장벽도 우리를 지켜줄 만큼 높지 않고, 그 어떤 바다도 충분히 넓지 않다”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해외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미국이 자국 내 접종이 우선이라며 아껴놓고 있던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백신까지 지원키로 하면서 미국의 해외지원 백신 규모는 앞서 발표한 6000만회 분량의 아스트라제네카를 합쳐 모두 8000만회 분량으로 늘어났다. 어느 국가에 얼마나 지원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한 당국자는 “이번 조치는 해외의 팬데믹을 진정시키기 위한 첫 단계일 뿐”이라며 추가 지원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발표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방역을 위한 경계심을 허무는 성급한 판단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번 발표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보건당국의 이번 발표가 인플레이션 공포로 시장이 요동치는 와중에 나왔다는 점 등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득을 봤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자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16일(현지 시간) 하루에만 언론사 4곳과 인터뷰를 갖고 해명에 나섰다. 월렌스키 국장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관련 질문을 받고 “이번 결정은 정치적 압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나는 과학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며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확진 사례가 줄어드는 상황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NBC와의 인터뷰에서는 “모두에게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허가를 준 것이 아니다”며 “이것은 과학에 근거해 각자의 위험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 연방정부의 마스크 착용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월렌스키 국장의 말이 불과 이틀 만에 달라진 점도 논란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는 11일 의회에서 마스크를 벗는 시점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직 국민 3분의 1만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지역사회 감염이 계속되고 있다”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조치를 유지할 필요성을 언급했었다. 그런데 이틀 뒤인 13일 CDC는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실내 노 마스크’ 허용 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발표 당시 월렌스키 국장은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은 팬데믹으로 중단했던 활동들을 재개할 수 있다”고 했다. 이틀 사이에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CDC의 가이드라인이 바뀐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WP에 따르면 월렌스키 국장은 10일 밤 이미 마스크 착용 지침을 대폭 완화하는 새 가이드라인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에게는 이틀 뒤이자 공식 발표 전날인 12일 오후 6시에 알렸고, 이것이 백악관 참모들에게 전달된 것은 오후 9시나 돼서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발표 당일 아침에 보고를 받았다. 당일 오후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예정에 없이 부랴부랴 잡혔다. 일부 주지사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CDC의 새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관련 규정들을 바꿔야 하는 것에 난감해했다. 22개 주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발생한 이런 잡음이 되레 CDC의 독립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CDC에 수차례 외압을 행사했던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현재는 백악관이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기 때문에 CDC의 결정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취지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CDC의 이번 발표로 문제가 되는 다른 현안들을 덮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WP는 “월렌스키 국장이 갑작스러운 타이밍에 내린 결정은 바이든 반대파에게 정치적 구실을 줬다”며 “이들은 많은 미국인이 주유소에 줄을 서고, 중동 긴장 고조, 인플레이션 공포로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이런 발표가 나와 바이든 대통령이 이득을 봤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해킹 피해에 따른 동부 지역의 주유 대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잇달아 제기되는 시점에 마스크 착용 지침 완화 결정을 갑자기 내놓음으로써 국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 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CDC의 ‘실내 노 마스크’ 허용 지침 발표를 두고 전미간호사노조가 성명을 통해 “환자, 간호사, 근로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밝히는 등 팬데믹 상황에서 섣부른 조치라는 비판이 잇따랐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발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우려 속에 CDC의 발표 과정에 정치적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16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관련 질문을 받고 “이번 결정은 정치적 압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나는 과학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며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확진 사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과학이 한 주 앞서 이를 확인시켰으면 더 쉬웠을 것이고 내가 의회에 가서 그런 발언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불과 사흘 전인 11일 의회에서 마스크를 벗는 시점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국민 3분의 1만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지역사회 감염이 계속되고 있다”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조치를 유지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NBC와의 인터뷰에서는 “모두에게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허가를 준 것이 아니다”며 “이것은 과학에 근거해 각자의 위험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이날 하루에만 4개 언론사와 연쇄 인터뷰를 갖고 CDC 결정의 투명성과 배경 등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우리는 여전히 하루 150만 명에서 200만 명의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며 “매일 더 많은 사람들이 접종을 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을 안 한 사람이 스스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자율시행제도’가 잘 시행될지는 당신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월렌스키 국장은 상원 청문회 전날인 10일 밤 이미 마스크 착용을 대폭 완화하는 새 지침을 결정했다. 그러나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에게는 공식발표 전날인 12일 저녁 6시에 알려줬고, 이것이 백악관 참모들에게 전달된 것은 오후 9시나 되어서였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담당자들이 CDC측에 ‘12세 어린이는 어떻게 하냐’는 등의 세부 사항을 물었을 때 CDC는 충분한 답변을 내놓지도 못했다고 한다. WP는 15명의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와 전문가 등을 취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를 보도하면서 “옳은 결정이 잘못 다뤄졌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에서는 사전 준비를 할 충분한 시간이 없었던 것에 불만을 표출했고, 일부 주지사들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CDC의 새 권고안을 적용해 관련 규정들을 바꿔야 하는 것에 난감함을 표시했다. 22개 주는 아직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바이든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이 발표로 문제가 되는 다른 현안을 덮으려 했던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최근 송유관 해킹으로 인한 동부 지역의 주유 대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잇달아 제기되는 시점에 마스크 지침 완화 결정을 전격 내놓음으로써 비판의 시선을 돌리려 했다는 주장이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이런 커뮤니케이션 잡음이 되레 CDC의 독립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CDC에 수차례 외압을 행사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현재는 백악관이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기 때문에 CDC의 결정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크리스 미거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CDC는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게 과학과 데이터에 근거해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지하주차장에서 탄 아파트 엘리베이터 문이 1층 로비에서 열렸을 때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주민 한 명이 엘리베이터 안을 살짝 기웃거렸다. “타셔도 돼요”라며 기자가 안쪽으로 한 발 물러서자 반색하며 올라탄 그가 마스크를 쓱 내려 보이며 한 말. “저 백신 접종 완료했어요.” 기자가 사는 아파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1년 넘게 한 번에 한 명씩(혹은 한 가정)만 엘리베이터를 타게 해왔다. 습관처럼 몸에 밴 이 규정도 백신 접종자가 많아지면서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이웃의 한마디는 일상의 정상화를 실감케 해준 한 장면이었다. 미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백신 부국’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예약 잡기가 힘들었던 접종센터들은 한산해졌다. 예약 없이도 쓱 들어가 5분 만에 맞고 나올 수 있는 약국도 많아졌다. 2차 접종까지 끝내고 한숨 돌린 부모들은 12∼15세 자녀들에게 백신을 맞히느라 다시 분주해졌다. 맥줏집과 바는 자정까지 북적거린다. 국내 코로나19를 잡은 미국의 시선은 이제 바깥으로 향하고 있다. 백신을 구하려 아우성치는 해외 국가들의 지원 요청이 워싱턴으로 밀려들고 있는 것.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주지사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전 세계 리더의 40%가 백신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각국의 사정은 모두 절박하다. 인도와 브라질은 급증하는 사망자 수를 앞세워 도움을 호소하고, 일본은 도쿄 올림픽 개최 필요성을 주장한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다. 의료 환경이 열악한 저개발 국가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다. 백신이라는 실탄 제공은 미국이 글로벌 영향력과 리더십을 되찾아올 수 있는 결정적 기회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취임 100일 연설에서 “미국이 다른 나라들의 백신 무기고가 되겠다”고 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 세계 민주주의의 무기고’ 역할을 했다며 백신도 그렇게 풀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초기에 백신의 자국 이기주의 비판에 직면했던 바이든 행정부가 받는 해외 지원 압박도 커지고 있다. 뒤늦게 6000만 회 분량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해외에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대형 화재 현장에 눈물 몇 방울 뿌리는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이 백신의 지식재산권 유예를 지지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미국의 백신 정책 전환을 확인하는 획기적인 결단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이 역시 세계무역기구(WTO) 164개 회원국 전체가 동의하지 않으면 실현 불가능한 데다 기술과 원료가 없는 대다수 국가들에는 어차피 그림의 떡이다. 미국이 이런 한계까지 전략적으로 계산하고 생색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백신의 해외 지원을 놓고도 전략적 판단을 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무기 대량생산과 유럽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주도권을 거머쥐며 국제사회의 판도를 바꿨던 역사가 재현되기를 기대할 것이다. “미국이 돌아왔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언을 현실화하기 위해 보다 큰 외교안보의 틀에서 글로벌 백신 정책을 짤 것이다. 이에 따라 지원의 우선순위와 기준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그리는 이런 거대한 판 속에서 미국의 백신 정책에 동참하는 일은 우리에게 던져진 또 다른 외교적 숙제다.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은 앞으로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13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실외에서의 ‘노 마스크’를 허용한 지 16일 만이다. 버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이나 병원, 요양시설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령을 비롯한 고강도 방역 조치가 내려진 지 14개월 만이다. 코로나19 방역의 기본으로 여겨져 온 마스크 착용 의무를 사실상 해제한 것으로 일상 정상화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보건당국의 이 같은 새 가이드라인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단한 이정표(great milestone)이다. 오늘은 미국의 위대한 날”이라고 했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13일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은 팬데믹으로 중단했던 활동들을 재개할 수 있다”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방침을 알렸다. 백신 접종을 마치고 2주가 지났다면 사회적 거리 두기나 마스크 착용 없이 실내외에서 크고 작은 활동들을 해도 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기차, 버스, 지하철, 비행기 같은 대중교통이나 병원, 요양시설 등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이 요구된다. 또 백신을 맞았더라도 코로나19 증세가 있으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 마스크는 코로나19 방역의 상징이었다. 이런 마스크를 더 이상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미 방역당국의 공식 발표는 일상생활이 사실상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미국은 현재까지 1억5462만 명 이상이 최소 1회 이상 접종했다. 인구의 47%에 해당한다. 인구의 36%인 1억1898만 명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18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는 60% 가까이가 1차례 이상 백신을 맞았고, 접종을 완료한 수치도 45%가 넘는다. 워싱턴포스트는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CDC의 새 가이드라인 발표에 대해 “전면적인 사회 재가동을 위한 초석을 놨다”며 “이번 변화는 상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1년 넘게 규제 속에 살며 팬데믹에 지친 미국인들에게 거대한 전환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 규제로 지쳐 가는 미국인들에게 환영할 뉴스”라며 “이날 발표는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수백만 명에게 접종을 위한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CDC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우리는 경제를 재건하고 일상생활을 되찾아 다시 웃고, 다시 즐거움을 찾게 될 것”이라며 “더 좋은 날들이 올 것이라고 약속한다”고 했다. 그는 마스크를 벗은 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바짝 붙은 상태로 백악관 로즈가든으로 걸어 나와 연설했다. 백악관 직원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봤다. 백악관은 이날부터 백신을 접종한 근무자와 방문자에 대해 마스크 착용 규정을 없앴다. 미국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주가 아직도 20여 곳에 이른다. 이 중 코네티컷, 펜실베이니아, 워싱턴주는 이날 CDC 발표 직후 의무 규정을 없앴다. 뉴욕, 뉴저지주는 CDC 가이드라인을 검토한 뒤 결정할 방침이다. 아직 과제들도 남아 있다.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이를 구별할 방법이 없고 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방법도 없다. CDC는 어린이들의 마스크 착용과 학교에서의 착용 규정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CDC의 새 가이드라인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코넬대 의대 바이러스 학자 존 무어는 “모임의 규모나 상황에 따라 각자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가 전염병학자 723명을 대상으로 4월 28일∼5월 10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는 백신을 맞았어도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실내외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한국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원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계인 앤디 김 미 연방 하원의원(민주당) 측은 13일(현지 시간) 해리스 부통령이 한국에 대한 백신 지원 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 측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11일 백악관에서 면담을 한 김 의원이 “아시아에서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청하자 “지금까지 한국에 대한 백신 지원 계획은 없었지만 지원할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말했다는 것. 해리스 부통령은 “이 사안을 진전시키기 위해 우선순위에 두고 논의를 하겠다”며 향후 협의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특히 2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문 대통령이 미국에 오기 전에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약속도 했다고 김 의원 측은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 2인자가 동맹국 한국을 위한 백신 지원에 협조 의사를 밝힘에 따라 관련 논의는 양국 정상회담을 전후로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백신 문제는 한미 정상회담 주요 의제에도 포함돼 있다. 앞서 이호승 대통령정책실장은 12일 “한미 정상회담의 주된 논의 의제 중 하나가 한미 간 백신 파트너십”이라며 “미국은 백신에 대한 원천 기술과 원부자재를 갖고 있고 한국은 세계 2위 수준의 바이오 생산 능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한국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원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계 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민주당) 측은 13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이 한국에 대한 백신 지원 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 측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11일 백악관에서 그를 만난 자리에서 김 의원이 “아시아에서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청하자 “지금까지 한국에 대한 백신 지원 계획은 없었지만 지원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말했다는 것. 해리스 부통령은 “이 사안을 진전시키기 위해 우선순위를 두고 논의하겠다”며 향후 협의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는 특히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문 대통령이 미국에 오기 전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김 의원 측은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2인자가 한국의 백신 지원에 협조 의사를 밝히면서 관련 논의는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에 대해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실내·외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방역의 기본으로 여겨져온 마스크 착용 규정을 사실상 풀어버림으로써 일상 정상화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13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친 사람들은 팬데믹 때문에 중단했던 활동들을 재개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백신 접종을 마치고 2주가 지나 항체가 형성된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 없이 실내외에서 크고 작은 활동들을 해도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정상생활로 돌아갈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며 이를 ‘흥분되고 강렬한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기차와 버스, 비행기 같은 대중교통이나 병원, 요양시설 등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이 요구된다. 또 백신을 맞았더라도 코로나19 증세가 있으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 월렌스키 국장은 아직까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과학은 이들에 대해 매우 명쾌하다”며 “질병을 다른 이에게 옮기거나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경증 혹은 중증의 증세를 겪을 위험에 놓여있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CDC의 완화된 권고안이 나온 뒤 백악관에서 연설을 갖고 “대단한 이정표이며 오늘은 미국의 위대한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국무부가 12일(현지 시간) ‘2020 국제 종교자유 보고서’를 내고 북한과 중국 등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돼온 국가들의 종교자유 억압 실태를 고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새 대북정책을 놓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시도하는 상황에서도 종교 자유를 비롯한 인권 문제를 후순위로 미루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종교 활동을 하는 주민들을 처형, 고문, 체포하는 사례들을 지적하며 올해도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했다. 19년째 연속 지정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2007∼2019년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사망 126명, 실종 94명 등 종교 신념의 자유에 대한 북한 정권의 권리침해 사례 1411건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한국의 탈북단체들이 성경과 기독교 자료들을 국경 너머로 보낸 이후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대니얼 네이들 미국 국무부 국제종교자유국장은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 이슈를 외교정책의 중심에 두고자 한다”며 “인권 이슈와 국가안보 문제를 다룰 때 양자 간 우려 사이에 상호 절충(tradeoff)은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함으로써 둘 다 우리의 기본적 원칙의 중요성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검토를 마친 새 대북정책을 바탕으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통화하면서 대북정책 내용을 설명하는 등 한반도 주변국과 동맹국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도 이어가는 중이다. 북한이 인권 문제 지적에 거부감을 보이며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비핵화 협상 시도와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중국도 북한과 함께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돼 있다. 네이들 국장은 특히 무슬림인 신장 위구르족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을 거론하며 이 지역이 ‘옥외 감옥’으로 변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중국의 무슬림 억압은 수십 년간 이뤄진 종교 신자 억압의 정점”이라고 말했다. 국무부 보고서는 한국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한국 정부가 취한 예배 등 종교활동 제한 정책을 언급했다. 다만 대부분의 종교 단체와 지도자가 제한조치 수용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점, 지난해 12월 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2%가 정부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나온 결과 등도 함께 기술했다. 한국에서 북한으로 성경 같은 기독교 자료를 들여보내는 활동이 제한되는 것과 관련해 대북전단금지법의 국회 통과 사례도 언급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