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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는 올 한 해 가장 주목받는 건축물이 될 듯하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영국인 자하 하디드가 설계해 최근 완공한 DDP는 “수작은 아니지만 이름값은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예산(2274억 원)의 배 이상(4840억 원)을 투자한 곡선의 DDP가 네모난 건축물로 상징되는 효율 만능의 시대에서 잉여의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시는 “DDP 운영으로 20년간 13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낼 것”이라며 “빌바오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건축개념사전에 따르면 빌바오 효과란 수명이 다한 스페인의 산업도시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해 관광도시로 거듭나면서 얻은 경제적 효과를 뜻한다. 빌바오 시는 1997년 개관한 미술관 덕분에 매년 관광객 100만 명이 몰려들어 3000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빌바오 시는 랜드마크가 될 만한 건축물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도시들엔 교과서 같은 존재다. 그러나 빌바오 효과를 분석한 책과 논문을 살펴보면 ‘튀는 건물 하나로 죽어가던 도시가 벌떡 일어섰다’는 식의 일반적인 이해와는 거리가 있다. 빌바오의 오늘은 구겐하임이 들어서기 전부터 오랫동안 진행된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배형민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할 때 빌바오는 쇠퇴한 산업도시가 아니었다. 1980년대 산업위기를 거친 뒤 서비스 중심의 도시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고 있었고, 수백 년간 쌓아올린 경제와 문화 기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빌바오 효과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미술관 건립에 공공예산을 몽땅 끌어다 쓰는 바람에 다른 문화활동은 홀대받았고, 미술관의 경제적 효과엔 테러 조직의 휴전 효과가 포함돼 있으며, 고용률도 임시직이 많아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콧대 높은 유럽의 문화강국에 명함도 못 내밀던 구겐하임에 도시의 랜드마크 자리를 내준 것은 바스크 민족문화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이은해 논문 ‘유럽의 전통산업도시에서 문화·예술도시로의 변모’). 빌바오 효과를 연구한 전문가들은 미술관만 보지 말고 수많은 사회기반시설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보행자 전용 다리, 주변 산책로, 공원, 놀이터, 편리한 교통시설 등은 빌바오가 관광객뿐만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도시임을 말해준다. 서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미술관 옆 어린이 놀이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빌바오 효과의 교훈은 헛된 것이다. 도시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의 공간이 아니고 차분하게 오늘을 사는 시민의 삶의 터전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DDP는 여러모로 구겐하임 미술관을 닮았다. 구겐하임을 설계한 미국의 프랭크 게리와 자하 하디드 모두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스타 건축가다. 티타늄 조각 수만 개를 이어 붙인 비정형의 구겐하임만큼 알루미늄 패널 4만5000장을 붙여 만든 DDP의 외관도 화끈하다. 하지만 건축물이 관광객을 자석처럼 끌어들여 떼돈을 벌어다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전에 자문해야 한다. DDP는 동대문을 생활 터전으로 하는 주민들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 DDP는, 그리고 서울은 우리가 좋아하는 공간이고 도시인가. ‘그렇다’는 답을 할 수 없다면 서울은 세계적인 브랜드 건축을 들여와도 빌바오가 되려다 실패한 또 하나의 사례가 될 뿐이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권성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장(73)이 27일 언론중재위원장 및 중재위원 직을 사임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권 위원장이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청구의 국가 측 변호인으로 선임돼 위원회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해 사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위원장은 위원들의 호선으로 선출되며 차기 위원장은 미정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책 제목을 보고 ‘아동의 탄생’을 떠올렸다면 감이 좋은 독자다. ‘모성애의 발명’은 ‘아동의 탄생’과 이란성 쌍둥이 같은 책이다. 필립 아리에스의 ‘아동의 탄생’(2003년)에 따르면 아이가 ‘작은 어른’이 아닌 별도의 인격체라는 자각은 근대의 산물이다. 그리고 아동의 탄생은 모성애의 발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자도 일을 해야 했던 산업화 이전 시기엔 모성애라는 개념이 없었다. 아이는 노동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존재였고, 그래서 생기는 대로 낳았으며, 온 가족이 바쁘다 보니 스스로 커야 했다. 그래서 굶거나 방치돼 죽는 아이도 많았다. 그런데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을 나눠 맡게 됐다. 아동은 이즈음 탄생한다. 신분사회의 청산으로 계층 이동이 자유로워진 데다 인간은 개선될 수 있다는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자녀 교육이 몹시 중요해졌다. 육아는 자연스럽게 집에 있는 엄마의 몫이 됐다. 그리고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 ‘아이가 잘못되면 다 엄마 탓이다’라는 모성 신화도 만들어진다. 저자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돈이 아니라 평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출산수당을 주느니 남성 육아휴직제도가 낫다는 것이다. 2006년 독일에서 출간된 개정판을 번역한 책인데 거리감도 시차도 없이 읽히는 게 신기하고 서글프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문기구인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 임순혜 위원이 해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비행기 사고로 즉사했으면 한다는 내용의 트윗을 리트윗(RT·사진)해 파문이 일고 있다. 임 위원은 20일 ‘경축! 비행기 추락 바뀐애 즉사’라고 쓰인 피켓이 클로즈업된 시위 현장 사진과 함께 “서울역, 이남종 열사 추모 촛불 집회에 걸려 있는 손피켓입니다. 이것이 지금 국민의 민심이네요”라는 내용의 트윗을 리트윗했다. 이어 임 위원은 “우와! 바뀐애가 꼬옥 봐야 할 대박 손피켓 ㅎㅎ 무한 알티해서 청와대까지 보내요!”라는 글도 리트윗했다. ‘바뀐애’는 박 대통령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팔로어가 2만6517명인 임 위원은 미디어기독연대 공동대표이자 언론개혁시민연대 운영위원으로 지난해 9월부터 보도교양방송특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특위는 방통심의위의 비상임 자문기구로 주 1회 회의를 열어 보도와 교양 프로그램 심의 전반에 의견을 내는 역할을 한다. 위원들은 방통심의위의 상임위원들이 추천하는데 임 위원은 민주당 추천을 받은 김택곤 상임위원의 추천으로 위원이 됐다. 이에 대해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보도교양방송특별위는 방송과 보도의 자문 기구인데 임 위원의 행태에서는 교양과 인격, 자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며 임 위원의 즉각 사퇴와 방통심의위의 임 위원 해촉을 촉구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한국 사회는 빨강이다. 씨족부터 일제강점기, 북한, 군사·향락문화, 경쟁, 과열, 월드컵 응원 문화까지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빨강으로 수렴된다. ‘빨간도시’는 건축가이자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인 저자가 건축으로 읽어 낸 사회다. 일명 건축사회학이다. 저자는 빨간 코드들이 지금의 건축, 그리고 우리 사회를 만들었다고 본다. 대표적인 빨간 코드 북한이 남긴 흔적을 보자. 국립 공연장의 크기를 결정하는 변수는 공연 시장 규모가 아니라 북한의 공연장이었다. 체제 경쟁을 하느라 건물도 광장도 북한의 것보다 크고 넓어야 했다. 서울 잠수교는 왜 교각의 높이가 낮아 수시로 물에 잠길까. 폭격으로 무너져도 상판을 다시 얹어 쉽게 복구하기 위해서다. 2004년 평북 용천군 용천역 폭발 사고가 일어났을 때 건축가에겐 다친 사람들이 아니라 무너진 집이 보였다. 그리고 그 벽엔 단열재가 없었다. 복구 중인 건물 사진에도 단열재는 보이지 않았다. 저자는 말한다. “단열재는 싸다. 단열재를 넣겠다고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단열재로는 전투기를 움직인다는 걱정도 없다.” 북한에 구호물자를 보내는 담당자들이 귀담아들을 만한 제안이다. 또 다른 빨간 코드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가장 아프게 남아 있는 곳이 초중고교다. 전시 총동원의 시기에 세워진 학교는 예비 병력을 훈련해 내는 곳이었다. 학교의 3대 구성요소인 운동장-구령대-교사(校舍)는 병영의 연병장-사열대-막사와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았다. 군대를 유지하는 규율 복종 감시와 처벌이 학교의 소프트웨어로 고스란히 살아남았다. 학교부터 일제 청산을 했어야 했다. 요즘 화두 중 하나는 도시 재생이다. 저자는 국회, 정부 청사, 도서관, 문화 공연장 같은 공공시설의 문제점을 설득력 있게 지적하고 도시 재생을 위한 실질적인 제안들을 내놓았다. 스페인 빌바오 시를 비롯해 도시 재생의 모범 답안인 해외 도시들을 둘러보고 남긴 말은 도시 재생의 원칙으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관광객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도시여야 한다. 시민들이 즐겁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의 도시를 만들어야 외부인들에게도 좋은 도시가 된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사람들은 그를 건축계의 여제(女帝)라고 부른다. “건축계는 너무 보수적이고 성차별적”이라고 툴툴대지만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일감으로 분주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설계도 맡았다. 언론은 건물부터 가구와 요트, 와인병까지 그가 디자인한 크고 작은 작품을 소개하기 바쁘다. 이라크 출신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64). 그의 최근작인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는 2007년 사업비를 2274억 원으로 잡고 시작했으나 지난해 11월 완공 후 결산한 결과 4840억 원이 들었다. 어마어마한 예산 증액은 그의 이름값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3월 21일 DDP 개관을 앞두고 3월 11일 방한하는 그를 e메일로 먼저 만났다. ―DDP의 비정형 디자인이 독특하다.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 “동대문 지역의 도시적 역사적 맥락과 사람들의 동선을 면밀히 조사했다. 주변 건물과 도로가 24시간 가동되는데, 동대문의 에너지와 리듬은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 지역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공간을 생각했다.” ―건물의 유연한 곡선이 인상적이다. “사람들은 ‘왜 건물에 직각이나 직선이 없느냐’고 묻는다. 삶이란 격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연을 보라. 평평하지도 규칙적이지도 않지만 그 속에 있으면 편안하다. 21세기 건축은 20세기의 네모 블록 건축을 뛰어넘어 유동적이고 복잡하면서도 통합을 요구하는 삶을 담아내야 한다.” ―DDP 설계가 과잉이고 당신이 형식주의자라는 지적이 있다. “우리는 사람들이 건물을, 공간을 더 새롭고 더 유익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항상 고민한다. 그리고 건물 내부 프로그램과 형식적 방면 모두 최상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서울에 대한 인상은? “녹색 공간이 부족하다. 특히 동대문 지역이 그렇다. 그래서 DDP가 (랜드마크이기보다는) 랜드스케이프(풍경)가 되도록 공원을 필수 요소로 집어넣었다.” 2007년 서울시가 국내외 유명 건축가 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명 초청 현상 설계에서 하디드의 안이 당선된 것도 건축과 조경의 성공적인 결합이 큰 몫을 했다. 원래 DDP는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였다. 사람들이 동네 언덕을 오르듯 비스듬한 건물 벽을 타고 걸으면 옥상 정원에 닿을 수 있는 설계였다. 하지만 건설 도중 성벽과 유구가 발견돼 이를 피해 짓다 보니 건축 면적이 좁아져 지하 3층, 지상 4층이 됐고, 안전 문제로 옥상 정원의 일반인 접근도 불가능해졌다. ―당신이 세계 다른 나라에서 설계한 작품들에 비해 DDP가 완성도 면에서 뒤진다는 비판이 있다. 훗날 사람들은 DDP를 당신의 주요 작품 중 하나로 꼽게 될까. “다른 지역의 건축물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모두 개별 지역과 환경에 조응하는 건물이기 때문이다. DDP는 가장 혁신적이고 기술적으로 진보된 한국 건축물 중 하나다. 이런 야심 찬 예술 작업이 실현되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보람 있는 일이다.” 그는 한때 건축물 없는 건축가로 불렸다. 실험적인 설계 아이디어로 국제공모전에서 수상하고도 건물 설계를 맡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독일 비트라 소방서 건물(1993년)로 스타덤에 올랐고, 이후 독일 BMW 중앙빌딩(2002년),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교통박물관(2009년), 중국 베이징의 대형 쇼핑몰 갤럭시 소호(2012년) 등 내놓는 작품마다 주목을 받았다. 요즘은 “런던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 저녁 한 끼 먹는 것이 매우 호사스러운 일”이 될 정도로 바쁜 몸이다. ―경기 불황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 달라. “그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오랜 시간 힘들었고 슬럼프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다 이겨 내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마감시간에 맞추려 애쓰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이런 압박감은 빼어난 성과를 낸다.” ―그 많은 일을 어떻게 다 하나.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좋은 디자인은 항상 다른 이들의 인풋(input)에서 도움을 얻는다. 내 비전을 공유하는 팀이 있어 일을 해 나갈 수 있다.” ―건축이란? “즐겁고 낙관적인 생각을 하도록 사람들을 자극하는 것. 영감을 주고 흥분시키고 감정적으로 흔들어 놓는 것.”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영국이 낳은 건축계의 거장 노먼 포스터(79)가 도시 전문가들과 “철로 위에 자전거 하이웨이를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포스터는 최근 자신의 설계사무소 홈페이지에 ‘스카이사이클’을 건설하자는 제안을 했다. 런던 전역의 철로 위에 철로를 따라 길이 220km, 폭 15m의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들자는 것이다. 포스터가 도시문제연구기관인 스페이스 신택스 등과 공동 연구한 이 자전거 전용 도로는 모두 10개 노선이며 노선마다 시간당 1만2000명이 자전거로 통행할 수 있다. 전용 도로엔 200개의 진입로를 두었는데 이는 900만 런던 시민 중 600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포스터는 스트랫퍼드에서 리버풀 역까지 6.5km 구간에 스카이사이클을 설치할 경우 2억2000만 파운드(약 3800억 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소개하며 “새로운 도로나 터널을 건설하는 것보다 스카이사이클을 설치하는 비용이 덜 든다”고 주장했다. 포스터는 “앞으로 10년간 런던의 인구는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교통난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면서 “자전거는 환경과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런던의 교통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스카이사이클은 세계 다른 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건설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스카이사이클을 소개한 현지 인터넷 언론에는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다”, “나는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싶지 하늘로 쫓겨나고 싶지는 않다” 등 수많은 댓글이 올라왔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서울 도심에 불시착한 첨단 미확인비행물체(UFO)? 아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반듯한 곳 하나 없어 원시적인 개미굴 같다. 건물인 듯 공원이고, 미로 같은 동선 때문에 여기가 1층인지 3층인지 구분이 안 간다. 단단한 건물임에도 날이 풀리면 흐물흐물 녹아 꿈틀댈 듯 유동적이다. 지난해 11월 완공해 10일 공개한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는 건축의 온갖 경계를 허물어온 해체주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 씨(64)의 최신작이다. 2004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은 뒤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건축가 중 한 명으로 주목받아 온 이라크 출신 영국인이다. DDP는 여성적인 건축물이다. 지하 3층, 지상 4층에 총면적이 8만6574m²(약 2만6200평)인데 직선이나 직각 대신 유연한 곡선이 물 흐르듯해 큰 덩치에도 위압감을 주지 않는다. 내부도 거대하나 자궁 같은 편안함을 준다. 기술적으로는 하디드 씨의 작품답게 여러 가지 한계를 실험했다. 우선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3D) 비정형 건물이다. 곡면과 사면, 예각과 둔각이 교차하면서 비대칭을 이루는데 이는 기존의 평면 설계 방식으로는 구현할 수 없다. 일반 축구장의 3.1배 크기인 곡면 외관은 회색 알루미늄 패널이 덮고 있다. 곡면을 매끄럽게 덮기 위해 4만5133장의 패널은 크기와 모양이 모두 다르다고 한다. DDP 내부에는 기둥이 없는 대형 공간들이 많다. 이는 기둥으로 건물을 지지하는 대신 초대형 지붕 트러스를 이용해 건물 전체를 위로 당겨 지탱하는 기술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1500석 규모로 가장 큰 콘퍼런스홀인 알림 1관의 경우 2991m²(약 900평)에 높이가 20m인데 기둥 하나 없이 탁 트여 있다. 건물 외부의 캔틸레버(외팔보) 지붕도 기둥 없이 아찔하게 공중으로 튀어나와 있다. DDP를 둘러본 건축 전문가들은 “건물의 세세한 부분까지 건축가의 의도가 완벽하게 실현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명품’ 건축물을 얻기 위한 대가도 컸다. 우선 한국 근현대 스포츠의 기억을 담고 있는 동대문운동장을 잃었다. 이곳은 조선의 주요 군사시설이 있던 터여서 공사 중간에 유구와 유물이 나왔지만 이 중 일부는 신축 건물을 위해 장소를 이전해 복원됐다. DDP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내세웠던 ‘디자인 서울’의 핵심 프로젝트로 2006년 8월 시작됐으나 도중에 시장이 바뀌면서 시설 활용 계획도 변경됐다. 결과적으로 완공은 3년 늦어졌고, 총사업비도 4840억 원이 들었다. 이 때문에 DDP는 “서울의 역사와 맥락에 대한 이해가 없는 건축”이라는 혹평과 함께 지난해 본보가 건축 전문가 100명에게 의뢰해 선정한 ‘한국 최악의 현대건축’ 5위에 올랐다. 건축가 곽희수 씨는 “외형적 화려함만을 추구했다”, 이진오 씨는 “(한국인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폭력적인 건축”이라고 비평했다. DDP 현상 설계 공모에서 운동장을 보존하는 안을 제치고 운동장 철거를 전제로 한 하디드 씨의 설계안을 뽑았던 심사위원들은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나 빌바오의 구겐하임 같은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성택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DDP는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며 누구나 기억하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케팅적인 효과는 크다”고 평가했다.▼ 5개시설 15개공간… 전시-공연 등 종합문화공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는 알림터 배움터 살림터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디자인장터 등 5개 시설 15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알림터는 각종 회의와 패션쇼, 콘서트, 영화 시사회 등을 열 수 있는 시설이다. 배움터엔 디자인박물관과 전시관, 카페가 들어선다. 살림터는 디자인 관련 강연과 비즈니스를 위한 공간이다. 개관은 3월 21일. 개관전인 ‘간송문화전’을 비롯해 9개의 기획전을 마련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새해맞이 업무보고용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공무원, 공약집을 준비하는 국회의원 보좌관이 반길 만한 책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디자인서울 총괄본부장(부시장)을 맡았던 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가 한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전략 88개를 제안했다. 저자가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이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목적 지향의 문제해결 활동’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통일 관련 제안들엔 이런 내용이 있다. 통일이 되면 사용할 국기나 국화 같은 상징체계와 여권 면허증 주민증 디자인을 준비하자. 폭력과 빈곤의 나라 북한의 이미지 세탁에도 신경 써야 한다. 저자는 고려의 도읍이자 국제도시였던 개성을 국제상업도시로, 50년 넘게 청정 상태를 유지해 온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은 친환경 농산업 도시로 브랜드화하자고 제안한다. 개성공단엔 남북한 디자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관을 두고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디자인한다. 접경지역은 국제 유기농제품 인증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인 데다 중국과 일본 모두 식재료에 대한 불안감이 강하므로 농산업 중심지로 개발하기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책에는 통일 말고도 △안중근 의사의 손가락이 잘려나간 단지조상(斷指彫像)을 전국에 세워 애국심의 아이콘으로 삼고, 미술학도들에게 줄리앙과 아그리파 대신에 안중근을 그리게 하자 △한시적인 한류(韓流)를 지속 가능한 한풍(韓風)으로 전환하자 △한국형 에너지 자립 마을을 만들자 같은 다양한 제안이 담겨 있다. 깨알 같은 아이디어를 읽노라면 어느 조직이든 한 명쯤은 있는 ‘여러문제연구소장’의 수다를 듣는 느낌이다. 박학다식함에 놀라면서도 가끔 그 깊이를 회의하게 되는.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한국언론진흥재단은 1일 신문유통원장에 이상현 전 한겨레 편집부국장을 임명했다. 재단 영업본부장(상임이사)에는 김충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임명했다.}

금의환향한 추신수 선수의 성공담에서 눈길이 가는 건 그의 마이너리그 시절이다. 당시 월급은 1000∼2000달러였고 700달러짜리 월세집에서 다른 선수 부부와 화장실을 함께 쓰며 살았다고 한다. 동갑내기 부인은 산후조리는커녕 혼자 차를 몰고 병원을 오가며 아이를 낳았다. 한창 나이의 야구선수는 레스토랑에서 공짜로 나오는 빵 조각을 챙겨와 먹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은 지 5년 만인 지난해 말 그는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379억 원)를 받고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마이너 시절보다 최대 1500배가 넘는 연봉이니 잭팟이 터졌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메이저리거의 몸값에 대해선 전부터 말들이 많았다. 공정한 룰에 따라 얻은 자랑스러운 부(富)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승자독식이라는 살벌한 이데올로기를 극소수의 성공담으로 미화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마이클 조던의 돈’에 관한 가상 논쟁을 소개했다. 농구 황제의 수입에 세금을 왕창 물리자는 쪽은 말한다. 가난한 이들에게 그 돈이 더 절실하다고. 반대쪽에선 이렇게 반박한다. 부자의 돈을 가난한 이에게 나눠주는 건, 그게 로빈 후드든 국가든 결국 도둑질이라고. 논쟁은 이어진다. 조던 혼자서 경기를 치를 순 없다. 맞는 말이지만, 동료 선수와 경기장 관리 노동자 등은 이미 자신의 용역에 대한 대가를 받았고 이는 스스로 동의한 것이다. 농구로 돈 잘 버는 시대에 태어난 건 조던의 공이 아니다. 하지만 조던의 재능이 조던 것이 아니면 누구 것이란 말인가…. 어느 쪽이 맞든 상관없이 승자독식은 스포츠 밖의 분야에서도 확고한 룰로 자리 잡았다. 외환위기 이후 80 대 20으로 재편된 한국 사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난 뒤엔 99 대 1로 더욱 갈라졌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4대 그룹이 30대 그룹 총 순이익의 80%를 차지한다. 중산층 비율은 1990년 74.5%에서 2010년 67.3%로 줄었다. 문화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최고 흥행 배우가 된 송강호는 제작비 72억 원인 영화 ‘관상’ 출연료로 20억 원 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화 스태프의 평균 월급은 60만 원도 안 된다.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돼 가도록 결과에 승복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도, 52 대 48로 이기고도 패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승자독식의 룰 때문은 아닐까. 지난해 말 본보를 비롯한 여러 신문은 ‘2013 올해의 책’으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불평등의 대가: 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를 꼽았다. 저자는 각주만 145쪽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불평등은 정의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지 않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1년 보고서에서 “경제성장의 장기적인 지속은 소득 재분배의 평등성 확대와 깊이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고, 보수 성향의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2012년 10월 “불평등이 효율성을 저해하고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갑오년 새해는 99 대 1의 아찔한 불균형을 바로잡으려 애쓰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그래서 ‘상위 1%의 섹스’ 같은 황당한 포르노 제목이 나오지 않았으면, 땀 흘린 스타들의 대박 스토리에 배 아파 하지 않고 푸근한 박수를 보낼 수 있었으면 한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12일 세종시 어진동에 개관한 국립세종도서관이 세계적인 디자인 전문 웹진 디자인붐이 선정한 ‘올해의 도서관 10’에 이름을 올렸다. 국립세종도서관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의 유일한 지방 분관. 도서관 건물답게 책장을 넘겨 엎어놓은 듯 경쾌하게 휘어진 모양이 인상적이다. 지하 2층, 지상 4층에 총면적이 2만1077m²(약 6380평)이다. 1, 2층엔 열람실, 3층엔 세미나실과 회의실이 있고 4층은 식당과 옥상 테라스로 연결된다. 서울 종로타워, 타워팰리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을 설계한 종합건축사사무소 삼우가 설계했다. 1999년 프리츠커 상 수상자인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78)가 베를린 자유대학에 설계한 학술도서관도 이번 목록에 포함됐다. 투명한 패널로 마감해 채광이 좋은 타원형 지붕을 따라 개인 좌석을 배치한 설계가 인상적이다. 이밖에 세계 최대 열람실을 자랑하는 유려한 곡선의 이라크 바그다드 도서관,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주 로나테 체피노의 유서 깊은 교회 옆에 덧대어 교회와 도란거리듯 지은 ‘엘사 모란테’ 공립도서관, 핀란드 최대의 대학 도서관인 헬싱키대 중앙도서관 등이 포함됐다. 웹진은 “경기 불황 속에서도 사회를 살찌우는 도서관이 꾸준히 지어지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밝혔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경기 성남시 상대원동에 있는 중소 제조업체 코맥스. 1968년 초인종 사업으로 시작해 국내 1위 스마트홈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이 업체는 창립 45주년을 맞은 올해 사옥 1층의 전시관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그런데 “회사를 홍보하는 곳으로 바꿔 달라”는 주문에 김찬중 더시스템랩 대표(경희대 건축학과 초빙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산업단지인 이곳까지 제품을 보러 오는 사람이 바이어를 빼면 몇이나 될까요. 회사를 외부에 홍보하는 곳이 아니라 직원 180명이 회사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꿉시다.” 김 대표는 평소 공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다. “공단 주변엔 스타벅스나 파스타 집이 없습니다. 집보다 오랜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야 하는 직원들, 특히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온갖 분위기 좋은 맛집과 카페를 접하는 젊은 세대에겐 기분 전환을 위한 사내 공간이 필수적이죠. 요즘 작업 공간을 설계할 땐 친환경이나 에너지 효율 같은 물리적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이 공간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지를 뜻하는 ‘심리적인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하는 추세입니다.” 김 대표의 제안에 따라 코맥스는 661m²(약 200평) 크기의 1층을 홍보관과 사원용 라운지를 겸한 ‘코맥스 갤러리’로 바꾸기로 했다. 기존의 전시관은 자연광이 들지 않아 어두침침하고 겨울엔 추웠다. 공간 이곳저곳에 놓인 칸막이 탓에 좁지 않은 공간임에도 옹색하고 답답해 보였다. 김 대표는 칸막이를 없애고 통유리를 활용해 폐쇄적인 이곳을 탁 트인 공간으로 바꾸기로 했다. 우선 건물 외벽을 허물고 통유리 폴딩도어를 달아 채광과 환기 문제를 해결했다. 폴딩도어를 따라 커피와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바와 테이블이 놓인 직원용 휴게 공간이 넓게 배치돼 있는데, 여름에 폴딩도어를 열어젖히면 발코니까지 휴게 공간이 확장된다. 휴게 공간의 반대쪽엔 회의실과 전시실이 있다. 회의실의 스크린을 올리면 통유리 너머로 전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바이어와 직원들은 전시실의 제품을 보면서 회의를 할 수 있다. 건물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곳이 접견실인데 이곳은 사람이 들고나거나 조도에 따라 루버(창살)와 조명이 자동 조절되는 코맥스의 첨단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책장과 그랜드피아노, 소파가 놓여 있는 이곳은 고급 주택의 거실이나 서재 분위기가 나는데 외부 손님이 없을 땐 직원들이 회의와 휴식 공간으로 활용한다. 5월 13일 문을 연 갤러리에서 직원들은 수시로 회의를 하고 커피를 내려 마신다. 점심식사 후엔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한담을 나눈다. 휴게 공간엔 4.5m 길이의 테이블이 3개 놓여 있다. 4인용 테이블로 쪼개지 않고 큰 테이블을 놓은 이유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시선이라도 섞으며 소통하라는 배려에서다. 작은 음악회와 파티를 열기도 한다. 양유석 마케팅팀 과장은 “갤러리에선 다른 팀의 사원들과도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게 된다. 생산라인 직원들과 말해본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생산팀에서 일하는 강은선 씨(52)는 “생산 현장에 갇혀 다방 커피 마시는 것과 갤러리에서 원두커피 마시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이라고 했고, 손경옥 씨(42)는 “이곳에서 볕을 쬐고 들어가면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갤러리는 공간이 하나로 통합돼 있어 바이어들이 회의하고 전시장을 둘러보는 동선이 이곳을 이용하는 직원들의 동선과 섞이게 된다. 직원과 기업 문화도 자연스럽게 ‘전시’가 되는 셈이다. “120개국에서 오는 바이어들이 중소 제조업체가 고급스러운 사원용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는 사실에 좋은 인상을 받는 것 같습니다. 밝아진 직원들 얼굴이 회사로서는 최고의 홍보수단입니다.”(변우석 코맥스 부사장)성남=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한국인의 1인당 평균 영화 관람 편수가 처음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22일 복합상영관 CGV가 영국 조사기관인 스크린다이제스트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올해 1인당 평균 4.12편의 영화를 관람해 세계 1위였다. 2위는 미국(3.88편), 3위는 호주(3.75편), 4위는 프랑스(3.44편) 순이었다. 올해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19일 0시를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2억 명을 넘었고 영화산업의 전체 매출액도 사상 처음으로 1조5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관객이 몰리면서 국내 영화관의 영업 실적도 좋아졌다. CGV는 미국의 리걸시네마, 중국 AMC, 미국 시네마크, 멕시코 시네폴리스에 이어 세계 5번째로 누적관객 1억 명을 돌파했다. CGV의 스크린 수는 1119개이며, 이 중 해외 비중은 26.5%(296개)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손석희 진행 JTBC ‘뉴스9’에 방통심의委 중징계▼“통진당 관련보도 공정성 위반”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가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내용을 불공정하게 보도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프로그램이 정당 해산 심판 청구 문제를 보도하면서 일방적인 의견만을 내보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이 프로의 관계자에 대해 징계 및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당시 손 앵커는 이 쟁점을 보도하면서 당사자인 김재연 진보당 대변인, 정부의 정당 해산 심판 청구에 비판적인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대담했으며, 취임 2주년을 맞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말미에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방통심의위는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있는 사안을 다루면서 이를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않아 시청자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통심의위가 이 뉴스 프로를 심의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온라인에는 심의위의 문제 제기를 비판하는 의견이 잇달아 올라왔다. 한편 MBC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합성사진을 내보낸 ‘기분 좋은 날’의 남궁찬 콘텐츠협력2부장을 보직 해임하고, 그 자리에 김태현 부장을 임명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본보 관련 허위사실 유포 중앙일보 간부 약식기소 ▼중앙일보 간부가 동아일보와 채널A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약식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권정훈)는 명예훼손, 신용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중앙일보 부국장급 간부 최모 씨(51)를 벌금 300만 원에 약식 기소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최 씨는 지난해 8월경 모 그룹이 종편 인수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고, 인수 대상은 채널A가 유력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씨는 동아일보 오금동 공장 관련 허위사실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지난해 10월 최 씨와 송필호 중앙일보 대표이사 부회장, e메일을 받은 기자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은 송 부회장과 기자들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일부 시민단체가 채널A의 주주 구성 관련 의혹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며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데 대해 방통위는 “채널A 관련 의혹을 검토한 결과 방송법 위반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19일 설명자료를 내고 “채널A 관련 의혹에 대한 소명자료, 주금 납입 관련 서류와 주식청약서 및 통장 사본, 법무부의 유권해석을 종합한 결과 방송법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사업 승인 취소나 검찰 고발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채널A 등 관계사가 필요한 자료를 모두 제출했기 때문에 자료 미제출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하지 않았다”며 “제출받은 자료는 국회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언론개혁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18일 채널A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채널A 주주 구성에 대해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승인 취소를 하지 않았고, 관련 자료를 제대로 제출받지 않았다며 방통위원장과 담당자를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한국신문협회(회장 김재호)는 언론 보도의 피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대해 언론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폐기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1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전달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가해자의 불법 행위에 대해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다. 9일 이 위원회에 상정된 개정안은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법원은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신문협회는 의견서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형사적 제재가 없는 나라에서 민사적으로 처벌적 성격의 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제도여서 언론 보도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같이 지우는 우리나라 법률 체계에 맞지 않는 부당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우리나라는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 미국과 달리 형사처벌하고 있는데,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까지 부과한다면 언론 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국가인 미국은 대부분의 주(州)에서 언론 보도에 대해 형사처벌은 하지 않는다. 협회는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이나 언론 보도의 피해자는 불특정 다수의 약자들이 아니라 소수의 특정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헌법상 가치인 언론 자유에 대한 과잉 규제”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개정안이 시민단체에서 10년 이상 종사한 사람을 언론중재위원으로 위촉하도록 한 데 대해서도 “준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전문성, 독립성, 중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기둥과 보 없이 건물을 지을 순 없다. 그런데 와이어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와이어는 여러 가닥의 강철 철사를 합쳐 꼬아 만든 줄로, 당기는 힘이 뛰어난 재료다. 조병수건축연구소의 조병수 대표(56·사진)가 올 9월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완공한 고려제강의 키스와이어센터 기념관은 두꺼운 기둥과 보 대신 가느다란 와이어로 콘크리트 지붕을 들어올려 지은 뮤지엄이다. 현수교의 원리를 이용한 설계인데, 와이어의 장점을 활용한 건축 구조는 와이어가 주력 상품인 기업의 정체성과도 딱 맞아떨어진다. “와이어는 기둥과 보의 부피를 줄여줘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어요. 고층빌딩의 경우 층수를 늘릴 수도 있죠. 와이어의 물성 자체가 유연해 구조계산을 정밀하게 해야 하는데 시공 사례가 적어 쉽지는 않았습니다.” 키스와이어센터 기념관의 콘크리트 지붕 무게는 836t. 이를 기둥 없이 와이어로 지탱하는 방법은 이렇다. 우선 지름 35mm 굵기의 와이어로프 28개를 이용해 지붕을 들어 올린다. 이대로만 두면 벽체가 건물 가운데로 몰릴 수 있어 벽체 자체를 바깥쪽으로 당겨 힘의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그래서 양쪽 벽체 외벽의 위쪽에서 바닥까지 같은 굵기의 와이어로프를 설치해 바닥 쪽으로 당긴다. 땅속 15m 깊이에 설치된 와이어로프가 이를 견고하게 고정시켜준다. 결론적으로 와이어 1919.1m가 건물을 팽팽히 당겨 지탱하고 있는데 이는 1만2509명이 당기는 힘과 같다고 한다. 덕분에 뮤지엄 안으로 들어서면 6∼7.5m 높이에 27m 길이의 공간이 기둥 없이 펼쳐져 시원한 느낌을 준다. 뮤지엄 가운데는 키스와이어센터의 절정이 기다리고 있다. 와이어에 지탱해 공중에 붕 떠 있는 듯 설치된 달팽이 모양의 대형 철골 램프다. 이 오름길을 따라 걸으면 노출콘크리트와 가느다란 와이어 딱 두 가지 재료만으로 설계한 힘 있고도 날렵한 건물의 아름다움을, 더불어 와이어의 효용을 느끼게 된다. 램프는 벽을 뚫고 나가 이어지고 건물 바깥엔 물이 있는 야외 정원인 ‘수정원’이 있다. 램프의 아래쪽도 슈퍼 미러로 마감해 철을 가공하는 기업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재료가 철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선명한 거울이다. 이외수문학관(2009년)과 땅을 파내고 그 속에 묻어 놓은 듯 지은 땅집(2009년) 설계로 유명한 조 대표는 미국 몬태나주립대 교수 시절부터 와이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0년대 초반 고려제강이 와이어 건축의 가능성을 검토해 달라며 연구비를 지원했어요. 덕분에 1년간 강의를 접고 와이어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지요.” 조 대표는 귀국 후 2007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자기 집을 지으면서 와이어를 시범적으로 사용했다. 지름 30cm 기둥 4개를 지름 15mm 굵기의 와이어 12줄로 대체해 지붕을 들어올렸다. 이후 경복궁 맞은편 유리빌딩인 트윈트리(2010년)와 경남 남해군 사우스케이프 호텔(2013년)에 와이어 건축 기술을 부분적으로 사용했다. 덕분에 트윈트리는 1, 2개 층을 늘려 17층 규모로 올리고, 사우스케이프 호텔도 와이어에 지탱해 10m 길이의 캔틸레버(외팔보) 설계를 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도 와이어의 당기는 힘을 이용합니다. 와이어의 발명 덕분에 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었죠. 기술이 발달해 훨씬 가느다란 와이어로 엘리베이터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엘리베이터 타워의 공간이 줄어들어 빌딩 건축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겁니다. 내년 5월 문을 여는 키스와이어센터 기념관이 와이어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직접 보고 느끼는 장소가 됐으면 합니다.” 부산=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조명은 디자이너들이 탐내는 소품이다. 빛을 내는 것 말고는 필요한 기능이 없고 사람 몸에 직접 닿지 않아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마음껏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갤러리 로얄에서 시작된 ‘금속공예가의 조명-빛을 내는 사물’은 연말연시에 어울리는 조명 전시다. 금속공예가 20명이 작품 80여 점을 선보이고 판매도 한다. 금속의 날렵하고 세련된 물성을 극대화한 작품부터 착색과 가공 기술로 털실이나 가죽처럼 전혀 다른 재료의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살린 것까지 재료와 형태가 다양하다. 찬찬히 뜯어보면 철을 자유자재로 휘어 유연한 곡선을 만들고, 마이크로 용접이나 3차원(3D) 프린터로 찍어낸 투명한 소품으로 금속 조각을 감쪽같이 이어붙인 섬세한 손작업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 방식도 독특하다. 건축가 민현식의 설계로 레스토랑 북카페 갤러리가 함께 있는 공간 이곳저곳에 작품이 아닌 듯 슬쩍 전시해 놓아 일상의 공간에서 만나는 소품이 예술이 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내년 2월 9일까지.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김수근(1931∼1986)과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 한국과 멕시코에서 동갑내기로 태어난 세계적인 건축가 두 사람이 지난해 가을 한국 언론에 이름을 올렸다. 레고레타가 제주에 지은 갤러리 건물(2009년)이 건축주가 바뀌면서 철거 위기에 놓이자 멕시코 정부가 “멕시코의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유산이기도 하다”며 한국 정부에 철거를 막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김수근이 설계한 캐나다 몬트리올 엑스포 한국관(1967년)이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라는 소식이 날아든 것도 그 즈음이었다. 엑스포 건물은 행사가 끝나면 철거되지만 몬트리올 시가 허물기엔 너무 아깝다며 영구 보존해오던 건물이었다. 자기 나라 건축가가 나라 밖에 남겨놓은 작품까지 챙기는 외국과 달리 한국 정부는 해외에 진출한 제 건축은커녕 국내에 남아 있는 수작에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물로 꼽히는 김수근의 공간사옥은 올해 초 공간그룹의 부도로 매물로 나왔고, 우여곡절 끝에 최근 미술계 큰손이 사들였다. 문화재청이 늦게나마 등록문화재 지정에 착수하고, 새 주인도 공간사옥을 원형대로 보존하겠다고 공언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건물은 보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어떻게 쓸 것인가이다. 1970, 80년대 떠들썩했던 공간사옥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이들은 담쟁이 덮인 예쁜 건물보다 그 속에서 작동했던 소프트웨어에 주목한다. 공간사옥은 전후 폐허 속에서 문화예술계 스타와 담론을 키워내는 자궁 같은 곳이었다. 공간사옥엔 한국 건축계를 이끌어갈 건축가 650명을 배출해낸 설계사무실 말고도 전시장인 공간화랑과 공연장인 공간사랑, 그리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카페와 마당이 있었다. 최순우 백남준 이어령 황병기 같은 문화계 엘리트들에겐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건축가 김원은 “공간은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 한국의 미래를 그리는 연구소였다. 비무장지대(DMZ) 자연공원화와 여의도개발계획 이후 서울의 발전방향에 대한 밑그림이 이곳에서 나왔다”고 회고한다. 문화계 비주류들에게도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김덕수 사물놀이와 공옥진의 병신춤, 무용가 홍신자가 이곳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공간의 문화 실험을 도운 것이 국내 최고(最古)의 예술전문지 ‘공간(SPACE)’이다. 정치인 김종필이 격려금으로 내놓은 100만 원짜리 수표 2장을 밑천으로 김수근이 1966년 11월 창간했다. 건축전문지 ‘도무스’가 전후 이탈리아의 디자인 르네상스를 견인했듯, ‘공간’은 문화 불모지에 국내외 문화계 경향을 소개하고 신예 작가를 발굴하며 문화계 담론을 주도했다. 공간사옥의 새 주인은 “현대 미술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했고, 김수근문화재단은 13일 그를 만나 “건축박물관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간사옥은 고급 컬렉션을 전시하고, 건축계의 과거를 보여주는 죽은 자를 위한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정통과 이단이 충돌하고 다양한 장르가 부딪치는 가운데 변화의 씨앗을 잉태해 새로운 문화를 키워내는, 산 자를 위해 들썩이는 공간이 돼야 한다. 생전 자신의 손을 예인(藝人)을 건져 올리는 조막손이라 부르며 자신의 역할은 바늘구멍을 뚫는 것이라고도 했던 르네상스인 김수근. 부인이 살 집 한 칸 남기지 못하면서도 작은 손으로 문화의 바늘구멍을 크게 뚫어놓고 간 그를 따라 이제 우리가 그 바늘구멍에 실을 꿸 차례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