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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일방주의와 괴롭힘이 세계의 안정과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이라며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자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현재 세계 평화 안정이 직면한 최대 위협은 바로 일방주의가 현 국제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고 ‘바링(覇凌·괴롭힘)’ 행위가 국제관계 준칙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국이 소국을 괴롭히는 것(以大欺小),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恃强凌弱), 남에게 억지로 강요하는 것(强加于人)을 반대해 왔고, 다른 국가에 대한 내정 간섭을 반대해 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괴롭힌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이 수년간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한 것과는 상충되는 발언이란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외교부는 회담 후 자료를 내고 왕 부장이 “한중은 다자주의 무대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왕 부장은 또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한국의 발전 계획 전략과 접목해 적극적으로 제3국(진출) 협력을 탐색하기를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 발표문에 ‘다음 단계 고위급 교류’라는 표현이 두 차례 등장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중국은 한국과 함께 ‘다음 단계의 중요한 고위급 교류’를 추진해 양국 관계에 계속해서 새로운 동력을 주입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 소식통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기를 확정할 순 없지만 내년 봄쯤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14년 이후 5년 반 만이자, 한중 간 사드 갈등 이후 중국 외교 수장의 첫 방한인 만큼 양국은 회담에 이어 만찬까지 내내 한중 관계 정상화를 강조했다. 왕 부장은 회담에 앞서 “중한(한중)은 이웃이고 친구이고 동반자”라고 밝혔고, 강 장관이 “그간 양국관계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성과를 평가하고 다소 미진한 부분에 대해 개선·발전시킬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중 관계 발전을 견인해 나가는 차원에서 당국 간 소통 채널들을 활성화하자고 공감했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한중 차관급 인문교류촉진위원회나 차관급 전략대화를 열자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조선(북한) 측의 안보 및 발전과 관련한 합리적 관심사는 마땅히 중시되고, 해결되어야 한다”며 기존 주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회담이 당초 예정보다 50분 길어진 2시간 20분간 진행되면서 우호적인 이야기만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관변학자 2명의 기고 형식으로 “한중 관계가 전환기에 있다. 새로운 이슈에 양국 관계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임무”라며 “한국의 미국 중거리미사일 배치는 한중 관계의 잠재적 도전”이라고 경고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중국은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한한 4일 매체를 통해 “한국이 미국의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면 한중관계를 완전히 망칠 것이고 한국에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한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내년 서울 방문을 예상하고 시 주석 방문 이후 한중관계가 정상화되기를 희망한다”며 “시 주석 방문의 길을 열 수 있을지가 왕 위원 방한의 어젠더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 보도는 중국 관변학자 2명의 기고 형식으로 이뤄졌지만 사실상 왕 위원의 방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왕 위원은 한국이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약속하고 미중 갈등 이슈에서 중국 이익을 해치지 않아야 시 주석 방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타임스는 “한중관계가 전환기에 있다. 양국 간 얼음이 녹고 있지만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양국관계 문제 해결을 위해 사드 배치로 발생한 남안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이슈에 양국관계가 영향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임무”라고 주장하며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를 들었다. 또 “한국의 미중 중거리미사일 배치는 한중관계의 잠재적 도전”이라며 “미국이 한미 방위비 협상에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협상이 잘 안 되면 한국이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양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면 의심의 여지없이 중국이 강하게 반격할 것”이라며 “한국은 한중 관계 해빙이 틀어지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홍콩, 신장위구르 문제를 두고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직면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의 내정간섭’이라고 직접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중국이 미국에 대한 추가 보복 조치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2일 베이징(北京)에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안보회의 서기(국가안보실장 격)를 만나 “올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과 러시아 국내 문제에 대한 간섭을 강화했다”며 “중러 양국의 주권과 안보를 위협하고 경제 사회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방식이 아주 잘못됐다’고 지적했고 이에 중국은 완전히 찬성한다”며 “어떤 세력도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 전진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트위터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이 곧 미국 기업들이 포함된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을 발표할 것”이라며 이른바 ‘블랙리스트’ 발표를 예고했다. 이 신문은 “미국 의회가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이 때문에 중국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올해 여름 미중 무역전쟁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의 블랙리스트를 발표해 제재하겠다고 밝혔다가 협상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발표를 미뤄왔다. 후시진(胡錫進) 환추(環球)시보·글로벌타임스 편집장도 이날 트위터에 “중국 정부가 신장위구르 문제에서 혐오스러운 행위를 한 미국 관료와 의원들의 비자 제한과 미국 외교관 여권 소지자의 신장위구르 지역 출입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비판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외교부가 2일 홍콩 문제와 관련해 미국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데 대해 중국 정부가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와 미국국가민주기금회(NED) 등을 불법 단체로 규정한 뒤 이들과 관련 있는 홍콩과 마카오 주재 미국 외교관들을 추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이 홍콩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 첫 보복 조치를 내놓았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날부터 미국 군함과 함재기의 홍콩 입항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홍콩 시위를 지지한) 미국 비정부기구(NGO)들도 제재한다”고 밝혔다. 그가 거론한 NGO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프리덤하우스, 미국국가민주기금회, 미국국제사무민주협회, 미국국제공화연구소 등이다. 화 대변인은 “상황 변화에 따라 필요한 추가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보복 조치가 더 나올 수 있음을 예고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미 상·하원이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을 통과시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되자 “강력히 반격할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화 대변인은 “미국 NGO들이 각종 방식으로 홍콩 시위대의 폭력과 분열 활동을 부추겼기 때문에 홍콩의 혼란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 제재를 받아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제재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마땅한 직접적인 제재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NGO 관계자들에게 중국 비자를 내주지 않는 비자 발급 거부 조치를 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은 미중관계 악화 때 미 군함의 홍콩 기항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해 왔다. 홍콩 시위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되던 올해 8월 미군 수송상륙함 그리베이함과 미사일 순양함 레이크에리함의 홍콩 입항을 거부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에는 미군 강습상륙함 와스프함의 홍콩 기항을 거부했다. 따라서 이번 홍콩 기항 금지는 새로운 조치는 아니다. 중국이 미중 무역 합의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신중한 접근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홍콩에선 지난달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반중(反中) 진영인 범민주파가 압승했음에도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에 대한 새로운 조치를 내놓지 않자 시위가 다시 격렬해지고 있다. 시위대가 예고한 8일 대규모 시위에서 다시 유혈 충돌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홍콩에서 가까운 중국 남부 소도시에서 일어난 화장장 건설 반대 시위에 중국 당국이 이례적으로 폭동 진압 무장경찰을 투입해 다량의 최루탄을 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중국에서 지방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시위가 일어나는 일은 종종 있지만 경찰이 시위대를 구타하고 대거 체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경찰과 주민 간 충돌 영상이 올라온 트위터와 유튜브에선 진압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주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도로를 막고 경찰 차량을 부수는 홍콩 스타일의 시위 형태 때문에 홍콩 사태가 본토로 확산되는 걸 우려한 중국 당국이 강경한 무력 진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광둥(廣東)성 화저우(化州)시 원러우전(文樓鎭)에서 주민들이 화장장 건설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당국이 공원 건설 계획에 화장장이 포함된 사실을 뒤늦게 밝히자 거리로 나왔다. 전(鎭)은 상공업이 발달한 지역을 가리키는 행정 단위로 한국의 읍 정도에 해당한다. 이곳은 홍콩에서 약 39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SCMP는 현지 주민들을 인용해 “폭동 진압 무장경찰이 주민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십 명이 부상했고 최대 100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무장경찰들이 주민들을 향해 잇달아 최루탄을 쏘며 돌진하면서 붙잡은 시위 참가 주민을 곤봉으로 구타하고 질질 끌고 가는 모습도 보였다. 시위에 참가한 상당수 주민이 마스크를 쓴 장면은 홍콩 시위를 연상시켰다. 시위대는 무장 차량을 향해 돌을 집어던지고 경찰과 격투도 불사했다. 경찰과 대치 중인 주민 1명이 정신을 잃은 채 길바닥에 쓰러진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에는 “경찰에 구타당해 2명이 사망했고 그중 1명”이라는 주장이 올라왔다. 경찰은 외부인이 원러우에 들어가지 못하게 봉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SCMP에 “왜 경찰이 홍콩의 폭도를 처리하지 않고 우리를 겨냥하느냐. 우리는 폭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화저우시 인민정부는 “인민생태공원 건설에 이견이 있어 주민들의 의견을 더 듣기로 하고 건설을 중단한다”며 “공안기관은 공공질서를 해치는 모든 활동을 법에 의거해 퇴치하고 엄하게 처벌할 것”이라는 공고를 냈다. 한편 중국 공안은 이달 20일로 다가온 마카오 반환 2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지난달 29일 홍콩과 마카오로 연결되는 강주아오 대교 입구인 광둥성 주하이(珠海)시에서 무장경찰 1000명을 동원한 테러 진압 훈련을 했다. 홍콩에선 지난달 24일 반중(反中) 성향의 야당 범민주파가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뒤 첫 주말을 맞아 1일 시위대 수천 명과 경찰이 충돌했고, 최루탄과 화염병이 다시 등장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이 4번째 항공모함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강군몽(夢)을 추진해온 중국이 미국과 군사력 경쟁을 본격화하려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우크라이나로부터 들여와 개조한 첫 항모 랴오닝(遼寧)함을 실전 배치한 상태다. 첫 중국 국산 항모인 001A함은 최근 취역해 첫 항로로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SCMP는 중국이 2년 전 001A함보다 더 현대화한 002함 건조를 시작했고 4번째 항공모함 건조는 이르면 2021년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군 관계자는 SCMP에 “3, 4번째 항모는 전자식 사출 장치를 갖춘 차세대 항모”라고 밝혔다. 사출 장치는 항모 갑판에서 전투기가 안전하게 이륙하도록 해주는 장치다. 증기식과 전자식으로 나뉘며 전자식 사출 장치를 통해 더 짧은 시간에 많은 전투기가 발진할 수 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중국 해군 수뇌부가 5번째 항모를 핵추진 항모로 건조하는 것을 검토해 왔으나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난관으로 현재는 (4번째 항모 이후) 추가 항모를 건조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핵추진 잠수함 여러 척을 보유하고 있으나 중국의 현재 기술로는 핵추진 항공모함에 탑재할 원자로 제작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2025년까지 핵추진 항공모함 건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최근 항모를 건조하는 중국 내 1위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그룹(CSIC)을 합병해 세계 최대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G)을 설립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미국과 중국이 홍콩 사태를 둘러싸고 정면충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홍콩 시위대를 탄압한 중국 및 홍콩 당국자들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에 서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28일 대변인 성명을 내고 “적나라한 패권행위”라고 거칠게 비난하면서 “결연히 반격할 것이다. 모든 후과(後果)는 미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특히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홍콩인권법 서명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21세기 중반까지 세계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중국몽(夢), 즉 중국식 사회주의 발전 구상을 미국 정부가 홍콩 문제를 이용해 파괴하려는 것으로 처음 규정한 것이다. 이는 홍콩 사태가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한 중국의 애국주의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와 미국 등 서방의 민주주의 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전선(戰線)으로 떠올랐음을 중국 스스로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무역,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이어 미중 간 충돌이 이데올로기 영역으로 확전됐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 합의에 파장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인권법안 및 ‘홍콩에 특정 경찰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홍콩인권법은 미 행정부가 홍콩의 인권 탄압에 연루된 중국 정부 인사 등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 및 자산 동결 같은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미 국무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토해 그 결과를 홍콩의 무역 특별지위 유지 여부 결정에 반영하는 내용도 담겼다. 시위 참가로 체포되거나 기소된 학생의 미국 비자 발급 허용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중국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홍콩 시민에 대한 존경심에서 이 법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상·하원이 모두 초당적으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 법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서명하지 말라”고 경고해 왔다는 점에서 미중 간 1단계 무역 합의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NYT)는 “공개적으로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미중 협상을 비틀 수 있는 변수”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규모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시한(다음 달 15일)까지 1단계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양국 간 관세 전쟁 확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 3일 만에 주중 대사 다시 불러 항의 시 주석의 분노는 28일 중국 정부의 반응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관영 신화통신은 외교부 성명을 보도하면서 기사 위 붉은 바탕에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다. 중국은 미국에 엄정하게 통고한다”며 “패권행위/결연반대/실패운명”이라고 큼지막하게 썼다.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 홍콩 주재 중앙정부 연락판공실, 홍콩특구정부 등 관련 기관들도 미국 비난에 총동원됐다. 특히 외교부는 홍콩 시위대를 ‘폭력 범죄 분자’라고 부르며 미국에 “사실을 외면하고 흑백을 전도해 이를 부추기는 것은 극도로 악질적이고 속셈이 매우 사악하다”고 거칠게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에 이어 러위청(樂玉成) 부부장이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항의하기 위해 불러들임)해 “미중 관계와 양국 간 중요한 분야의 협력이 중대한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미국이 잘못을 바로잡아 법안을 실시하지 말기를 강하게 촉구한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인권법안 서명이 미중 무역협상에 영향이 있는가’ 등의 질문에 러 부부장과 같은 답변을 했다. 다만 무역협상 주무부처인 중국 상무부는 미국 비난을 자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가오펑(高峰) 상무부 대변인은 27일 “홍콩인권법이 무역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더 공개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답해 온도 차를 보였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추궈훙(邱國洪·사진) 주한 중국대사는 28일 “중국은 앞으로 어떤 상황 속에서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추 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중관계의 오늘과 내일’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과 관련한 새로운 도발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중국은 책임감 있는 대국으로 유엔 제재를 엄격하게 이행하고 있으며 어떤 상황 속에서도 북핵 보유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 대사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어느 정도 노력했지만 부족하다”면서 “북한을 더 많이 격려해 비핵화 관련 발걸음을 떼게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적절한 상황에서 유엔 안보리 제재의 가역적 조항 가동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한 미국이 한반도에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미국이 한국 본토에 중국을 겨냥하는 전략적 무기를 배치한다면 어떤 후과(後果)를 초래할지에 대해서는 여러분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중국 외교부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다음 달 4일부터 1박 2일간 방한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이 한중 양자관계로 한국을 찾는 것은 2014년 5월 이후 5년 7개월 만이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왕 부장은) 한국 지도자(문재인 대통령)와 만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도 논의하느냐’는 본보 질문에 “(한중은) 밀접한 고위층 상호 방문을 유지해왔다. (시 주석 방한) 소식이 있으면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협상과 홍콩 문제가 동시에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26일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근접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이날 미중 고위급 협상 대표 간 전화 통화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무역 협상과 홍콩 문제를 동시에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최근 선거를 치른 홍콩 시민에게 전할 메시지에 대해 “우리는 그들과 함께 있다”며 “알다시피 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아주 좋은 관계”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매우 중요한 합의의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무역에서 역대 가장 중요한 합의들 중 하나”라며 “동시에 우리는 홍콩에서도 잘 진행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의 홍콩 문제 거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여 왔다. 미 의회는 지난주 행정부가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하고 무역 투자 등에서 홍콩의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중국 정부는 이 법안이 주권을 침해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 서명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 법안은 다음 달 3일 법률로 제정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 서명은 시 주석이 무역합의에 서명하는 것을 정치적으로 힘들게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이날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열흘 만에 전화 통화를 했다고 공개했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에서 “양측이 공동 관심사인 핵심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했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WSJ는 내년 1월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가 미중 정상회담 장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친정부파인 건제(建制)파의 참패에 아직도 당혹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중국 중앙 정부 관료가 중국이 반중(反中) 성향 범민주파의 압승에 놀랐음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SCMP에 따르면 이 관료는 “건제파 후보들이 거리에서 (시민들의) 욕설을 듣는다는 얘기를 듣고 어려운 싸움이 될 걸 알았지만 건제파가 확보한 의석수가 예상보다 낮았다”고 털어놨다. 중앙 정부와 홍콩 당국의 소통 창구였던 홍콩 주재 중앙정부연락판공실 최고 책임자인 왕즈민(王志民) 주임의 교체를 검토하는 것도 민심 오판에 대한 경질 성격으로 알려졌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이 ‘북한판 걸그룹’으로 알려진 모란봉악단의 다음달 순회공연을 추진하다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소식통은 27일 “광저우칭쓰웨이(廣州經思緯) 문화창의유한공사라는 공연기획사가 10월 말 중국 국무원 승인으로 설립된 중국의 대외 문화교류 기관인 중국국제문화전파센터와 함께 모란봉악단의 순회공연 계획을 예고했으나 공연 장소 대관 등 실질적인 공연 준비 상황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기획사가 다음달 3일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 장소로 예고한 우커송 캐딜락센터 측도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모란봉악단의 공연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공연을 추진한 업체 측은 “정치적 고려가 작용해 다음달 공연히 어렵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북-미 관계가 여전히 교착 상태인 상황에서 중국이 자국 단체의 공연 추진을 중단시킨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북-중관계가 여전히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님을 보여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애초 이 업체가 밝힌 공연 추진 계획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 업체는 당시 “북-중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모란봉악단이 12월 3일 베이징 공연을 시작으로 25일 창사 공연까지 11개 도시에서 순회 공연을 한다”며 구체적인 동선을 공개했다. 또 “시진핑 국가주석이나 리커창 총리 등 국가지도자와 각 성(省), 시 지도자들이 참석할 것”이라며 “전체 관중이 1만 명 이상 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번 순회공연은 온라인 티켓사이트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표를 판매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하지만 북한 인사들의 자세한 방중 동선이 사전에 공개된 적이 없고 시 주석 등 중국 국가지도자의 동선도 사전 공개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당시에도 현실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또 이 업체는 공연 홍보계획을 중국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면서 버스 등 옥외 광고 계획을 공개하고 협력업체를 모집한다고도 밝혔다. 중국의 온라인 티켓 사이트에는 모란봉 악단 공연 안내가 올라온 적이 없었다. 우커송 캐딜락센터는 유명 가수들의 상업 콘서트가 열리는 곳이고 좌석이 1만9000석에 달한다. 시 주석 등 지도자가 참석할 북-중 교류 행사 개최 장소로는 애초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란봉 악단은 4년 전인 2015년 12월 베이징(北京) 공연 직전 돌연 공연을 취소하고 중국 측의 만류에도 북한으로 전격 철수했다. 이후 1개월 만인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북-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바 있다. 따라서 중국의 한 단체가 모란봉악단의 순회공연을 추진하다고 밝히자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북-중관계가 회복됐음을 보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22일 낮 12시 반경 홍콩 중심가 센트럴 증권거래소 앞에서 열린 반중(反中) 반정부 집회 참석자인 20대 여성 N 씨. 충돌 없이 구호를 외치는 수준의 이 집회에, 인근 회사에서 일하는 그는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왔다. 한국 기자라고 소개하고 구의원 선거에 대한 생각을 묻자 흔쾌히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말해줬다. 집회가 끝나갈 무렵 투표소 준비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인근 센트럴 선거구 투표소 설치 예정 장소로 향했다. 걸어서 10분 거리인 이곳에서 우연히 N 씨와 다시 마주쳤다. 그가 기자의 소속을 다시 물어봤다. 베이징(北京)에 주재하는 특파원이라고 하자 뜻밖에도 미행이라도 당한 듯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중국의) 스파이는 아니겠죠?” 전혀 아니라며 한국 기자임을 재차 얘기한 뒤에도 “외국 기자라도 중국 당국의 기사 검열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서 그렇지 않다고 설명해야 했다. 9월 시위 당시 홍콩중원(中文)대에서 만난 학생들도 떠올랐다. 그들 역시 베이징에서 왔다고 말했을 때 이와 비슷하게 의심하며 취재에 응하려 하지 않았다. 6월 200만 홍콩 시민이 참가한 평화 시위 현장 취재 때만 해도 경험하거나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홍콩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불신과 반중 정서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앙 정부가 홍콩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누려온 자유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는 범민주파의 구의원 선거 압승이 그들에게 준 잠깐의 흥분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보였다. 홍콩에서 만난 지식인들은 젊은이들의 두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좌절하고 있었다. 저명한 정치학자인 이반 초이 홍콩중원대 교수는 “중국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분노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본토와 홍콩 사이에 가치관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앙 정부가 홍콩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권을 계속 강조하면 홍콩 젊은이들도 중앙 정부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을 것이고 지식인들도 젊은이들을 설득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였다. 홍콩은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다. 홍콩에 혼란과 불확실한 미래가 계속되는 건 중국 중앙 정부는 물론이고 세상 모두가 바라지 않는 일이다. 초이 교수는 ‘사완즉원(事緩則圓)’이라는 중국 성어를 말했다. 조급하고 강압적인 대응보다는 중국인이 가진 미덕처럼 서로 존중하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홍콩인들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조금 기다려주면 어떻겠느냐는 말이었다.―홍콩에서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범민주파의 압도적 승리는 중국 중앙정부의 통제 강화로 자유를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이 홍콩 시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홍콩의 저명한 정치학자이자 시사평론가인 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교수(54)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은 자유주의를 숭상하는 반면 중국 본토는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숭상한다”고 차이점부터 강조했다. 중국 본토와 홍콩 간 이데올로기 차이가 홍콩 시위의 근본적인 원인이자 야당인 범민주파의 선거 압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인터뷰는 24일 구의원 선거 전후로 2차례 진행했다. 그는 선거 직전 인터뷰에선 “범민주파가 크게 약진할 것”이라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압도적인 선거 결과에 대해 그는 “최근 홍콩중문대, 이공대 등의 폭력 사태에도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에 대한 민심의 반감(反感)과 분노가 전혀 줄지 않았으며 시위 지지 메시지를 국제사회에까지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 중앙정부가 선거 결과에 대해 큰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6개월 가까이 지속된 반중(反中) 반정부 시위는 야당의 선거 압승에도 불구하고 당장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시위대는 25일부터도 다양한 시위를 예고했다. 이면에 숨은 모순과 갈등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끝이 보이지 않는 걸까. ―왜 자유주의와 애국주의·민족주의의 차이가 근본적이라고 보나. “홍콩의 핵심 가치는 자유주의다. 홍콩 시민 대부분은 개인을 집단보다 중요하게 인식한다. 중국 본토는 집단이 개인보다 위에 있다. 국가안보가 제일 중요하다고 여긴다. 완전히 다르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주의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건가. “5년 전 우산혁명 때보다 지금 반향이 훨씬 더 크다. 그때는 민주주의를 쟁취하려 했다. 홍콩은 영국 식민지 때부터 선거 민주주의가 없었다. 많은 구세대는 민주주의의 부재에 익숙하다. 이번 시위가 쟁취하려는 건 훨씬 기본적인 자유다. 구세대를 포함해 자유를 맛본 이들에게서 자유를 몰수해 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회의 호응이 매우 컸고 이번 선거 결과로도 나타난 것이다.” ―왜 자유 제약의 문제가 발생했나.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를 둘러싼 심층 모순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일국양제가 영원한 것이 아니라 과도적 방안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중국 본토와 완전히 다른 홍콩의 가치들을 바꾸려 한다. 중앙은 홍콩에 일국이 부족하다고 여기고 홍콩인들은 갈수록 양제에서 멀어진다고 인식한다.” 초이 교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시 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됐고 중국과 서방 국가들과의 적대관계가 심각해지면서 국가주권 수호를 앞세우기 시작했다”며 “이 과정에서 홍콩이 ‘구멍’이 되면 안 된다며 전면적인 통제권을 추진한 것도 사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정부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중앙정부와 관련된 것이기에 그들은 난처하다. 그래서 민생 문제를 거론한다. 빈부 격차가 심하고, 집값이 너무 비싸져 젊은이들이 집을 사지 못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시위의 가장 주된 이유는 아니다. 시위대가 외치는 구호와 그들이 파괴한 대상을 보라. 그들이 겨냥한 대상은 중앙과 홍콩 정부, 홍콩 내 중국 기업이지 부동산 회사가 아니다. 범민주파의 선거 압승은 민생 문제 해결로는 민심을 달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무엇이 필요한 때인가. “중앙정부는 홍콩을 신뢰하고 존중해야 한다. 홍콩 반환 이후 첫 10년은 충돌이 있으면 시간을 주고 천천히 해결했다. 지금은 너무 조급하게 해결하려 해 문제가 커졌다. 시위대는 ‘사지(死地)에 몰려야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찬성하지 않는다. 홍콩이 너무 큰 손상을 입을 것이다.”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범민주파가 압승한 홍콩 구의원 선거에선 반중(反中) 반정부 정서가 강한 젊은층인 ‘앵그리영맨’들이 투표율 급증을 주도했다. 그 결과 2014년 우산혁명과 올해 시위를 이끈 젊은 주역들이 대거 당선됐다. 올해 6월 100만, 200만 명이 참가한 평화 시위를 이끈 시민단체 민간인권진선(陣線)의 지미 샴 대표(32)가 친중·친정부파 현역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그는 “내가 선거에서 이긴 게 아니라 유권자들이 청년층에 표를 던진 것이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시위대의 5대 요구를 수용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괴한들에게 테러를 당해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레스터 슘 등 우산혁명 리더 5명도 구의원에 당선됐다. 슘 역시 5대 요구를 강조하며 “모레부터는 홍콩의 미래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의 요구 사항은 △범죄인 인도법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조사위원회 설치 △시위대에 대한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다. 송환법은 이미 철회했고 야당인 범민주파에서는 독립조사위 설치를 홍콩 정부에 요구해 왔지만 5개 요구 전면 수용은 비현실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시위대 출신 구의원 당선자들이 5개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최근 폭력 사태로 수세에 몰렸던 시위대에 다시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위대는 당장 시위를 재개할 계획이다. 범민주파 당선자들이 이날 일부 시위대가 남은 시위대 ‘최후의 보루’인 홍콩이공대 안에 들어가기도 했다. 야권 지도자 조슈아 웡의 출마가 금지되자 직장을 그만두고 대신 출마했던 켈빈 람(40)도 당선됐다. 은행 경제전문가였던 그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사상 자유에 영향을 주는 중앙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홍콩 일상생활의 구석구석에 들어오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민심 이반(disaffection)의 쓰나미가 홍콩 전체를 휩쓸었다.” 홍콩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야당인 범민주파의 홍콩 반환 이후 사상 첫 구의원 과반 차지이자 예상외 압승 결과를 전하며 중국 중앙·홍콩 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평가했다. 홍콩 구의회는 한국의 지방의회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교통·인프라 등 지역 민생을 챙기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홍콩 정부를 견제하는 기능은 없다. 하지만 홍콩 유권자들이 직접선거를 통해 구의회 권력 지형을 교체함으로써 차기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선거인단 구성을 바꾸는 ‘선거 혁명’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민심은 “중국의 홍콩 통제에 불만·공포” 18개 구 구의회를 장악했던 친중파 의원들은 줄줄이 낙선했다. 구의원 선거가 정치와 거리가 먼 지역 현안 선거라고 주장하다 대패한 친중·친정부 성향의 건제(建制)파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입법기관) 대의원이자 홍콩 입법회(국회) 의원을 겸하고 있는 거물 마이클 티엔도 자신의 지역구인 췬완에서 낙선했다. 췬완은 반중·반정부 시위가 격렬했던 지역. 그는 “정부가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7월 시위대에 대한 백색테러를 옹호한 뒤 시위대의 혐오 대상이 된 친중파 후보 주니어스 호(입법회 의원 겸임)도 낙선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패배가 낯설다”는 글을 남겼다. 반면 범민주파 지지자들은 25일 새벽 선거구별로 개표 결과가 발표돼 승리가 확정될 때마다 선거사무소와 거리 곳곳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샴페인을 터뜨리기도 했다. 당선된 범민주파 후보들은 “홍콩 시민의 목소리는 크고 분명했다. 자유를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 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강경 대응 구상도 차질 이런 민심 표출에 홍콩 사태를 국가 안보·주권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계속해온 중국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식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 구상이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홍콩 시민들과 분리시키는 전략을 취해온 시 주석 지도부도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시위에 참가하면 국가 안보와 주권을 위협하는 폭도가 되니 시위대를 지지하지 말라고 경고해 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로 홍콩 민심이 시위대를 지지하는 것이 확인된 이상 강경 대응으로 일관해온 중국 정부의 홍콩 대응이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유권자들을 폭도로 규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홍콩 현지 일각에서는 중앙정부가 캐리 람 행정장관 교체를 고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람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지하게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홍콩 대학의 한 교수는 “중앙정부가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사퇴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람 장관 지지를 밝혔다. ○ 행정장관 선출 선거인단에 변수로 범민주파의 압승으로 인한 정치적 파장은 이번 선거에 그치지 않고 내년 9월로 예정된 입법회 선거, 2022년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위대가 요구해온 행정장관 직선제(보통선거) 등 정치개혁 요구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구의회 다수당은 행정장관을 간접선거로 선출하는 선거인단 1200명 가운데 117명을 독식한다. 이에 따라 건제파가 차지했던 구의회 선거인단 117명이 고스란히 범민주파에 넘어간다. 2015년 람 행정장관이 당선될 때 친중파 선거인단이 726명, 범민주파가 325명이었다. 이번 선거에 따른 선거인단 변동을 반영하면 친중파 609명, 범민주파 442명으로 격차가 줄어든다. 여기에 의원 전원이 선거인단이 되는 입법회 선거에서도 범민주파가 선전하면 격차가 더 줄어들 수 있다. 입법회는 70석 가운데 35석을 선거로 뽑는다. 친중파 우세의 선거인단 구조를 극적으로 바꾸기 어려워도 간접선거의 불합리성을 제기하며 직선제 요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예상치 못한 압승에서 공포감이 느껴질 정도다. 두려운 민심의 진짜 힘을 확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홍콩의 30대 남성 시민은 25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24일 실시된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야당인 범민주파가 친중·친정부파인 건제(建制)파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승리했다. 홍콩의 유일한 직접선거를 통해 홍콩 민심이 시위대에 손을 들어주고 중국 중앙 및 홍콩 정부에 분노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18개 구의 선거구 452곳 가운데 범민주파는 388석을 휩쓸어 구의회의 약 86%를 장악한 반면 건제파는 60석(13.3%)에 그쳤다. 2015년 선거에서는 458석 중 건제파가 327석, 범민주파가 124석을 차지했다. 범민주파가 홍콩 반환 이후 사상 첫 과반으로 선거 판도를 완전히 뒤집는 ‘선거 혁명’을 이룬 것이다. 범민주파는 18개 구 중 17개 구에서 다수당이 됐다. 이번 선거는 선거인단에 의해 간접선거로 치르는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와 달리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하는 방식이다. 구의원은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역할에 제한되지만 이번 선거는 6개월간 시위를 평가하는 사실상 첫 국민투표여서 그 의미가 컸다.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범민주파의 압도적 승리는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자유를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이 홍콩 시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음을 보여줍니다.” 홍콩에서 가장 저명한 정치학자이자 시사평론가로 꼽히는 이반 초이(54) 홍콩중문대 교수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홍콩은 자유주의를 숭상하는 반면 중국 본토는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숭상한다”며 “중국 본토와 홍콩 간 이데올로기 차이가 이번 홍콩 시위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자 야당인 범민주파의 구의원 선거 압승으로 이어졌다”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뷰는 24일 구의원 선거 전후 각각 대면과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초이 교수는 “중앙 정부가 최근 수년간 홍콩의 자유를 줄이고 애국주의 교육 등을 통해 국가안보를 강조하면서 두 가치의 충돌이 갈수록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자유가 제한될 것이라는 압박을 견디지 못한 홍콩 젊은이들이 거리에 나왔고 홍콩 시민들이 선거를 통해 이에 대한 지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선거 직전 인터뷰에서 “범민주파가 크게 약진하겠지만 현재 의석이 워낙 열세이기 때문에 과반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높은 투표율과 범민주파의 압도적 구의원 선거 승리는 그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선거 뒤 인터뷰에서 그는 “최근 홍콩중문대, 이공대 등의 폭력 사태에도 중앙과 홍콩 정부에 대한 민심의 반감(反感)과 분노가 전혀 줄지 않았으며 시위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중앙과 홍콩 정부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중앙 정부가 선거 결과에 대해 큰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6월 100만 시위로 촉발된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반대 운동은 반(反)정부 시위로 격화된 뒤 반중(反中) 시위로 변했다. 선거로 모든 문제가 당장 해결될 것으로 보는 이는 적다. 이면에 숨은 모순과 갈등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끝이 보이지 않는 걸까. ―왜 이 차이가 근본적인가. “홍콩의 핵심 가치는 자유주의다. 홍콩 시민 대부분은 개인을 집단보다 중요하게 인식한다. 중국 본토는 집단이 개인보다 위에 있다. 국가안보가 제일 중요하다고 여긴다. 완전히 다르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주의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건가. “5년 전 우산혁명 때보다 지금 더 반향이 훨씬 크다. 그때는 민주주의를 쟁취하려 했다. 홍콩은 영국 식민지 때부터 선거 민주주의가 없었다. 민주주의가 중요하지만 많은 구세대들은 민주주의 부재에 익숙해졌고 그리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시위가 쟁취하려는 건 훨씬 기본적인 자유다. 구세대를 포함해 홍콩은 한동안 자유를 비교적 많이 누려 왔다. 자유를 맛본 이들에게서 자유를 몰수해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회의 호응이 매우 크다.” ―왜 자유 제약의 문제가 발생했나.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를 둘러싼 심층 모순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일국양제가 영원한 것이 아니라 과도적 방안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중국 본토와 완전히 다른 홍콩의 가치들을 바꾸려 한다. 왜 홍콩은 애국하지 않느냐고, 국가를 가장 중요한 지위로 생각하지 않느냐고 비판한다. 중앙 정부는 일국을 강조하지만 홍콩 시민은 양제를 강조한다. 중앙은 홍콩에 일국이 부족하다고 여기고 홍콩인들은 갈수록 양제에서 멀어진다고 인식한다.” 초이 교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시 주석에 권력이 집중됐고 중국과 서방 국가들과 적대 관계가 심각해지면서 국가주권 수호를 앞세우기 시작했다”며 “이 과정에서 홍콩이 ‘구멍’이 되면 안 된다며 전면적인 통제권을 추진해온 것도 사태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정부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중앙 정부와 관련된 것이기에 그들은 난처하다. 그래서 민생문제를 거론한다. 빈부격차, 집값이 너무 비싸져 젊은이들이 집을 사지 못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시위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니다. 시위대가 외치는 구호와 그들이 파괴한 대상을 보라. 그들이 겨냥한 대상은 중앙과 홍콩 정부, 홍콩 내 중국 기업이지 부동산 회사가 아니다. 범민주파의 압승은 민생문제 해결로는 민심을 달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초기 평화 시위가 폭력 충돌로 변했다. “홍콩 반환 뒤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집중해온 경찰은 이전엔 강경 진압에 나서지 않았다. 충돌이 심각해지면서 많은 홍콩 시민들이 경찰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 시위대와 경찰 모두 상대에 대한 ‘이에는 이, 피에는 피’ 식의 증오가 너무 커졌다.” ―젊은 시위대가 너무 과격하다는 지적은. “당연히 우리 같은 구세대에게는 평화 이성 비폭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들은 절망적인 상황이다. 미국에 기대려는 것에도 구세대는 그리 찬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미국을 찾지 말고 비폭력으로 해결하자’는 우리에게 ‘당신들의 방법으로 무슨 효과가 있었는가’고 묻고 있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무엇이 필요한 때인가. “중앙 정부는 홍콩을 신뢰하고 존중해야 한다. 홍콩 반환 이후 첫 10년은 충돌이 있으면 시간을 주고 천천히 해결했다. 지금은 너무 조급하게 해결하려 해 문제가 커졌다. 시위대는 ‘사지(死地)에 몰려야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찬성하지 않는다. 홍콩이 너무 큰 손상을 입을 것이다.” 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불만의 쓰나미가 홍콩 전체를 휩쓸었다.” 홍콩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야당인 범민주파의 홍콩 반환 이후 사상 첫 구의원 과반 차지이자 예상외 압승 결과를 전하며 중국 중앙·홍콩 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는 홍콩의 성난 민심이 6개월 가까이 이어진 시위 사태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목소리에 경청하지 않은 홍콩 정부를 심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위대 진압만 강조해온 중국 중앙 정부에 대해 홍콩을 존중해달라는 강한 불만의 메시지도 깔려있다.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수록 홍콩에선 뿌리 깊은 공포가 커진다는 뜻이다. 비록 정치적으로는 한계가 있는 구의회지만 홍콩 유권자들이 처음으로 자기 손으로 선거를 통해 구의회 권력을 교체한 ‘선거혁명’이어서 홍콩 정국을 또 다른 소용돌이로 이끌 수 있다. 이런 민심 표출에 홍콩 사태를 국가안보·주권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고수해온 중국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심은 “중국의 홍콩 통제에 불만·공포” 18개구 구의회를 장악했던 친중파 의원들은 줄줄이 낙선했다. 구의원 선거는 정치와 거리가 먼 지역현안 선거라고 주장하다 대패한 친중·친정부 성향의 건제(建制)파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입법기관) 대의원이자 홍콩 입법회(국회) 의원을 겸하고 있는 거물 마이클 티엔도 자신의 지역구인 췬안에서 낙선했다. 췬안은 반중 반정부 시위가 격렬했던 지역. 그는 “정부가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7월 시위대에 대한 백색테러를 옹호한 뒤 시위대의 혐오 대상이 된 친중파 후보 주니어스 호(입법회 의원 겸임)도 낙선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패배가 낯설다”는 글을 남겼다. 반면 범민주파 지지자들은 25일 새벽 선거구별로 개표 결과가 발표돼 승리가 확정될 때마다 선거 사무소와 거리 곳곳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샴페인을 터뜨리기도 했다. 당선된 범민주파 후보들은 “홍콩 시민의 목소리는 크고 분명했다. 자유를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경 대응 시진핑 지도부에도 타격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홍콩 시민들과 분리시키는 전략을 취해온 시 주석 지도부도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시위에 참가하면 지도부 권위에 도전하는 폭도가 되니 시위대를 지지하지 말라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로 홍콩 민심이 시위대를 지지하는 것이 확인된 이상 강경 대응으로 일관해온 중국 정부의 홍콩 대응이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유권자들을 폭도로 규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지도력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홍콩 현지에서는 중앙 정부가 캐리 람 행정 장관 교체를 고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건제파들은 정부의 무능 때문에 대패했다며 람 장관을 원망하고 있다. 람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거 결과를 존중한다”며 “진지하게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홍콩 대학의 한 교수는 “중앙 정부가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사퇴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장관 선출 선거인단에 변수로 범민주파의 압승으로 인한 정치적 파장은 이번 선거에 그치지 않고 내년 9월로 예정된 입법회 선거, 2022년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위대가 요구해온 행정장관 직선제(보통선거) 등 정치개혁 요구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구의회 다수당은 행정장관을 간접선거로 선출하는 선거인단 1200명 가운데 117명을 독식한다. 이에 따라 건제파가 차지했던 구의회 선거인단 117명이 고스란히 범민주파에게 넘어간다. 2015년 람 행정장관이 당선될 때 친중파 선거인단이 726명, 범민주파가 325명이었다. 이번 선거에 따른 선거인단 변동을 반영하면 친중파 609명, 범민주파 442명으로 격차가 줄어든다. 여기에 의원 전원이 선거인단이 되는 입법회 선거에서도 범민주파가 선전하면 격차가 더 줄어들 수 있다. 입법회는 70석 가운데 35석을 선거로 뽑는다. 친중파 우세의 선거인단 구조를 극적으로 바꾸기 어려워도 간접선거의 불합리성을 제기하며 직선제를 요구할 선거혁명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유권자의 투표율이 폭발적으로 치솟으며 6개월 가까이 이어진 홍콩 반중(反中) 반정부 시위와 정부에 대한 민심을 처음 드러냈다. 이번 투표는 사실상 시위의 향방을 가를 국민투표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후 8시 반(한국 시간 오후 9시 반) 현재 투표율은 약 66.5%로 2015년 같은 시간 40.2%의 약 1.7배였다. 약 274만 명 이상이 투표했다.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하던 구의원 선거에서 역대 최고 기록이다. 2015년 투표율인 47.1% 기록은 오후 3시 반에 돌파했고 투표 참여자 수(146만 명)는 오후 1시 반에 넘기는 기록적인 투표율이었다. 유권자는 홍콩 인구 739만 명의 55%에 해당하는 413만 명. 18∼35세 젊은층 유권자는 12% 증가했다. 정치에 관심이 없던 젊은층이 시위 사태 이후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에 불만을 품고 대거 투표장에 나왔다는 얘기다. 홍콩 18개 구에 마련된 610여 개 투표소마다 투표가 시작된 오전 7시 반 이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한두 시간 기다리는 것도 예사였다. 일본에서 유학 중인 람윙만 씨(26·여)는 카오룽 동부 선거구에서 투표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왔다. 기자와 만난 람 씨는 “외국에서 일하는 많은 친구들이 투표하려고 홍콩에 왔다”며 “젊은이들은 정치적 민주적 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카오룽 서부 선거구에서 만난 세라 호 씨(25·여)는 “젊은층은 자기 일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그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투표장에 나온 ‘숨은 친중파 유권자’도 상당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로 이뤄지는 행정장관(행정수반), 입법회(국회의원) 의원 선거와 달리 구의회 선거는 직접선거다. 이 때문에 홍콩 정부의 시위 대응 방식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을 보여주는 분명한 첫 지표라고 홍콩 언론이 분석했다. 친정부 친중 성향의 건제파(建制派)는 “시위대 폭력을 제압하기를 원하면 건제파를 지지해 달라”고 했고 범민주파는 “시위대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기를 원하면 범민주파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구의회 선거는 452석을 두고 후보 1090명이 경합했다. 2015년 선거 결과 현 임기 458석 가운데 건제파가 327석을 차지하고 있어 124석에 그친 범민주파 의석을 압도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 급증으로 범민주파의 약진이 예상됐다. 지난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워낙 열세였기 때문에 과반 승리가 아닌 의석수의 큰 증가만으로도 시민들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에게 ‘현 사태에 대한 대응 방식을 바꾸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출마를 금지당한 홍콩 야권 리더 조슈아 웡을 대신해 사우스허라이즌스 서부 선거구에 출마한 켈빈 람 후보는 기자와 만나 “중앙 정부, 홍콩 정부에 시민이 진짜 원하는 걸 경청하라고 협상할 충분한 지위를 얻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구의원 선출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17명은 행정장관을 뽑는 1200명의 선거인단에도 배정된다. 구의회에 할당된 선거인단 117명은 구의회 다수파가 독식하기 때문에 범민주파가 과반 승리했다면 2022년으로 예정된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왕이(王毅·사진)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다음 달 초순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들은 24일 “(한중) 양국이 왕이 부장의 조기 방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한중 외교 당국이 왕 위원의 조기 방한을 위해 구체적인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달 하순 중국에서 개최되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베이징(北京) 정상회담, 시 주석의 방한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며 한중일 정상회의에는 중국 측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참석해 왔다. 왕 위원은 2015년 3월 서울에서 개최된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의 참석 이후 4년 8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한다. 한중 정상회담 일정 협의 과정에서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취한 한국 대중문화 금지 조치인 한한령(限韓令), 한국행 단체관광 제한 해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한중일 정상회의 의제를 협의할 것으로 전해졌다.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한기재 기자}

5개월째인 홍콩 반중(反中) 반정부 시위 이후 첫 홍콩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구의원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22일. 대규모 시위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날 오후 점심시간 무렵 홍콩 시내 곳곳에서 기습적인 반정부 집회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12시 반경. 금융 기관이 몰린 중심가인 센트럴의 증권거래소 앞에 직장인과 시위대들이 점차 몰려들기 시작했다. 집회 시작 전부터 이 곳에 와 있던 여성 직장인 N모 씨는 24일 선거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이냐는 동아일보 기자의 질문에 “홍콩 정부(쪽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센트럴에 있는 회사에서 일한다는 이 여성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시위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집회가 열리는 이곳을 찾았다. 그는 “홍콩에 정치적 민주주의가 없기 때문에 이번 달에 5000명이나 경찰에 체포돼도 막을 수가 없다”며 “(야당인) 범민주파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경찰이 6일째 시위대 고사 작전을 펴고 있는 시위대 최후의 보루 홍콩이공대 인근 공원에서 만난 요리사 레이산메이(56) 씨는 과격한 시위 방식을 지지하지 않지만 “(친중파인) 건제(建制)파보다는 범민주파에 마음이 기운다”고 말했다. “지금 홍콩 경제 민생이 모두 안 좋아져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이공대 인근 식당에서 일하는 레이 씨는 시위로 매출이 많이 줄었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반면 이 공원에서 만난 87세 여성은 건제파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24일 선거는 홍콩 18개 구에서 452명의 구의원을 선출한다. 700만 홍콩 인구의 약 60%인 413만의 유권자가 참여한다. 이 때문에 선거 결과가 최근 1주일여 시위대와 경찰의 극한 충돌 이후 민심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의원 자체는 지역 생활현안을 다루지만 452명 구의원 가운데 117명이 향후 홍콩 행정수반인 행정장관을 간접선거로 뽑는 1200명의 선거인단에 포함된다. 구의원 선거인단은 다수당이 독식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현재는 구의회 다수당인 건제파가 112명 선거인단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야당인 범민주파가 다수를 차지해 선거인단 판도가 바뀌면 차기 행정장관 선출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홍콩 경찰은 24일 선거 때 사상 처음으로 모든 투표소에 폭동진압 경찰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