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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서부 9번가에 있는 한 피자집. 가게 내부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점심시간을 맞아 포장과 배달 주문이 정신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주방을 포함해 보이는 직원은 3명뿐이었다. 가게 밖에서 볼 수 있도록 ‘직원 구함(Help Wanted)’이라고 쓴 공지문이 유리창에 붙어 있었다. 이 피자집을 운영하는 존 아카디 씨는 기자에게 “주방과 계산원을 포함해 직원이 3명 정도 더 필요한데, 다른 모든 곳들처럼 우리도 직원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면서 “직원들이 금방 그만두거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사람은 항상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카디 씨는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공고문을 늘 걸어두는가 하면 얼마 전엔 종업원을 더 데리고 있기 위해 보수 등 인센티브도 올려줬다고 했다. 요즘 맨해튼 거리를 걷다 보면 5∼10분에 한 번씩은 ‘직원 구함’이란 공지문이 붙은 가게를 볼 수 있다.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 가게들도 마찬가지다. ○ 사람 모자라 식당 폐업, 거리엔 쓰레기 쌓여 일손 부족으로 미국 기업과 음식점, 상점들은 직원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급여나 복지 혜택을 늘리고 재택·유연근무를 허용하는가 하면 직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자동차를 경품으로 나눠주는 기업도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주 ‘베이지북’이라고 불리는 경기동향 보고서에서 “근로자 확보에 실패한 기업들은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업무 자동화로 대응하고 있다”고 적었다.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체니에르 섀크라는 음식점이 그런 경우다.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이곳은 최근 직원 수가 줄어들자 휴업일을 일주일에 이틀로 늘리고 영업일에도 기존보다 1시간 더 일찍 문을 닫기로 했다. 이 식당 업주는 영업시간 단축으로 매출이 40%는 줄었다고 했다. 북동부 메인주에 있는 유명한 인도 식당 봄베이 마할의 경우 최근 매장 내 영업을 포기하고 포장 판매만 하기로 했다.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46년 전통의 이탈리안 식당은 일손이 모자라 폐업하게 됐다고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사람 대신 일할 ‘서빙 로봇’을 들여놓는 곳도 등장하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쿠바 음식 체인 세르히오스는 직원을 구하기 위해 일자리 박람회를 여는 등 많은 노력을 했지만 사람을 구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이 식당은 매달 1000달러(약 170만 원)를 들여 매장에 서빙 로봇을 들여놨다. 신규 채용 못지않게 기존 직원들의 이탈도 기업들의 고민거리다. 미국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올 8월 한 달 동안만 430만 명이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뒀고, 기업들의 구인 규모는 1000만 명을 넘었다. 모두 연초보다 30∼40% 급증한 수치다. 최근 트럭운전사 부족으로 물류대란이 벌어지고 있고, 일부 학교는 스쿨버스 운전기사가 모자라 다시 원격수업으로 되돌아갔다. 환경미화원이 부족해 길거리에 쓰레기가 쌓이는 곳도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잭슨빌과 애틀랜타, 덴버 등 주요 도시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쓰레기 수거가 지연되고 악취가 발생하면서 주민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한 결과미국의 이런 이례적인 구인난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최근 베이비붐 세대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노동인구 자체가 감소한 점이 꼽힌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미겔 파리아 카스트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이후 올 8월까지 미국의 ‘초과 은퇴자’가 300만 명을 넘는다는 분석을 내놨다. 코로나19만 아니었으면 아직까지 일터에 있었을 미국인들이 팬데믹 때문에 그만큼 일찍 은퇴했다는 것이다. 팬데믹이 발발하자 건강을 염려한 고령 근로자들이 계획보다 먼저 직장을 떠났다는 분석도 있다. 높은 실업수당도 구인난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팬데믹 이후 연방정부는 주정부가 지급하는 실업수당에 더해 주당 300달러의 수당을 추가 지급해왔다. 이로 인해 일주일 평균 약 700달러(약 82만 원)를 받게 된 실업자들이 직장을 서둘러 구할 이유가 없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연방정부의 추가 수당 지급은 논란 끝에 결국 지난달 종료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구인난은 계속되고 있다. 근로자들이 지갑에 여유가 생겨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알아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25세 여성 레이철 이거 씨는 팬데믹 기간에 높은 실업급여를 받고 집에 머무는 동안 지출을 줄이면서 저축을 늘릴 수 있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내가 직장을 까다롭게 고를 수 있는 건 전적으로 나의 좋은 재정 상황 덕분”이라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인난은 기업 및 자영업자들의 생산 차질과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물류대란을 자극해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인력 부족 현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구인난이 최소 내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물경제학자들의 모임인 전미기업경제협회(NABE)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업체 중 절반에 가까운 47%는 올 3분기(7∼9월)에 근로자 부족 현상을 겪었다고 답했다. 인력난이 올해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36%는 구인난이 내년에 해소될 것으로 봤고, 14%는 2023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좀 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가전업체인 월풀의 마크 비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BC방송에 나와 수년째 이어지는 미국의 출산율 하락이 구인난을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구는 소비뿐 아니라 고용도 견인한다”면서 “이번 인력난이 구조적인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원인인 항만 등의 물류난 역시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 로니 워커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물류 지연과 운임 상승은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 항구들의 수급 불균형을 당장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았던 당국자들의 의견도 신중해지기 시작했다. 최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모두 물가 상승이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이번 구인난이 근로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저소득층의 열악했던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낸다는 분석도 있다. 옐런 장관은 20일 방송 인터뷰에서 “저소득 근로자들의 임금이 오르고 근무 여건이 개선된다는 것은 우리가 오랫동안 이루고자 했던 것”이라고 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26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첼시 지역의 한 스튜디오 건물. 초록색 체육복에 각기 등번호를 단 뉴욕 시민 80명이 버스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게임’ 놀이들을 직접 체험하며 우승자를 가리는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가 주최한 이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달고나 뽑기’와 ‘딱지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며 승부를 겨뤘다. 우승자 한 명에게 한국에 올 수 있는 왕복 비행기표를 주는 이 행사에 3110명이 지원해 80명이 무작위로 선발됐다. 10년 전쯤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했다는 딜런 도노번 씨는 “오징어게임은 배우들의 연기도 경이로웠고 ‘계급’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며 “수준 높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미국에서 인기를 얻게 돼 기쁘다”고 했다. 참가자 줄리아 씨는 “한국 문화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다. 영화 ‘기생충’도 봤다”면서 “미국의 연속극들은 진부하거나 지루할 때가 있는데 한국 드라마는 창조적이고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첫 게임은 달고나를 정해진 모양대로 도려내는 ‘달고나 뽑기’였다. 참가자들은 각자 받아든 달고나 모양을 확인하며 환호성과 탄성을 동시에 질렀다. 이들은 일제히 바닥에 엎드려 바늘로 달고나를 긁거나 배우 이정재처럼 혓바닥으로 연신 핥아댔다. 별 모양을 도려내는 데 성공한 젊은 여성 벨렌 씨는 “드라마에서 본 대로 핥았더니 성공했다”면서 달고나 조각 하나를 기자에게 건넸다. 20대 남성 크리스 씨는 정해진 시간을 불과 수십 초 남기고 가장 어려운 우산 모양을 도려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바늘은 거의 쓰지 않고 무조건 계속 핥기만 했다”면서 성공담을 흥분한 목소리로 전했다. 팀별 대항전으로 열린 딱지치기가 시작되자 스튜디오 안에는 딱지가 바닥에 메쳐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대 딱지를 넘기기는커녕 엉뚱한 곳을 내려치는 참가자도 많았지만 드라마와 달리 모두들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3분 안에 술래에게 걸리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해야 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는 참가자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이날 행사 주최 측은 드라마에서 진행요원들이 입었던 빨간 복장을 착용했고, 그중 한 명은 ‘프런트맨’ 역할을 위해 검은색 망토를 입고 나왔다. 우승은 뉴욕 퀸스 지역에 사는 남성 찰스 씨가 차지했다. 항공권을 받은 그는 “하루빨리 한국으로 여행을 가서 한국 문화에 푹 빠지고 싶다”며 “한국은 다른 나라들을 위해 혁신을 창조하고 있다”고 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인난은 기업 및 자영업자들의 생산 차질과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물류대란을 자극해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인력 부족 현상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가늠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구인난이 최소 내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물경제학자들의 모임인 전미기업경제협회(NABE)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업체 중 절반에 가까운 47%는 올 3분기(7~9월)에 근로자 부족 현상을 겪었다고 답했다. 인력난이 올해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36%는 구인난이 내년에 해소될 것으로 봤고, 14%는 2023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좀 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가전업체인 월풀의 마크 비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BC방송에 나와 수년 째 이어지는 미국의 출산율 하락이 구인난을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구는 소비 뿐 아니라 고용도 견인한다”면서 “이번 인력난이 구조적인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원인인 항만 등의 물류난 역시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 로니 워커는 투자자들에 보낸 서한에서 “물류 지연과 운임 상승은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 항구들의 수급 불균형을 당장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았던 당국자들의 의견도 신중해지기 시작했다. 최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모두 물가상승이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이번 구인난이 근로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저소득층의 열악했던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낸다는 분석도 있다. 옐런 장관은 20일 방송 인터뷰에서 “저소득 근로자들의 임금이 오르고 근무 여건이 개선된다는 것은 우리가 오랫동안 이루고자 했던 것”이라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서부 9번가에 있는 한 피자집. 가게 내부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점심시간을 맞아 포장과 배달 주문이 정신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주방을 포함해 보이는 직원은 3명뿐이었다. 가게 밖에서 볼 수 있도록 ‘직원 구함(Help Wanted)’이라고 쓴 공지문이 유리창에 붙어 있었다. 이 피자집을 운영하는 존 아카디 씨는 기자에게 “주방과 계산원을 포함해 직원이 3명 정도 더 필요한데, 다른 모든 곳들처럼 우리도 직원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면서 “직원들이 금방 그만두거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사람은 항상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카디 씨는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공고문을 늘 걸어두는가 하면 얼마 전엔 종업원을 더 데리고 있기 위해 보수 등 인센티브도 올려줬다고 했다. 요즘 맨해튼 거리를 걷다 보면 5~10분에 한 번씩은 ‘직원 구함’이란 공지문이 붙은 가게를 볼 수 있다. 대형 마트나 프랜차이즈 가게들도 마찬가지다. 사람 모자라 식당 폐업, 거리엔 쓰레기 쌓여일손 부족으로 미국 기업과 음식점, 상점들은 직원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급여나 복지 혜택을 늘리고 재택·유연 근무를 허용하는가 하면 직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자동차를 경품으로 나눠주는 기업도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주 ‘베이지북’이라고 불리는 경기동향 보고서에서 “근로자 확보에 실패한 기업들은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업무 자동화로 대응하고 있다”고 적었다.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체니에르 섀크라는 음식점이 그런 경우다.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이곳은 최근 직원 수가 줄어들자 휴업일을 일주일에 이틀로 늘리고 영업일에도 기존보다 1시간 더 일찍 문을 닫기로 했다. 이 식당 업주는 영업시간 단축으로 매출이 40%는 줄었다고 했다. 북동부 메인주에 있는 유명한 인도 식당 봄베이 마할의 경우 최근 매장 내 영업을 포기하고 포장 판매만 하기로 했다.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46년 전통의 이탈리안 식당은 일손이 모자라 폐업하게 됐다고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사람 대신 일할 ‘서빙 로봇’을 들여놓는 곳도 등장하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쿠바 음식 체인 세르히오스는 직원을 구하기 위해 일자리 박람회를 여는 등 많은 노력을 했지만 사람을 구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이 식당은 매달 1000달러(약 170만 원)를 들여 매장에 서빙 로봇을 들여놨다. 신규 채용 못지않게 기존 직원들의 이탈도 기업들의 고민거리다. 미국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올 8월 한 달 동안만 430만 명이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뒀고 기업들의 구인 규모는 1000만 명을 넘었다. 모두 연초보다 30~40% 급증한 수치다. 최근 트럭운전사 부족으로 물류대란이 벌어지고 있고, 일부 학교는 스쿨버스 운전기사가 모자라 다시 원격수업으로 되돌아갔다. 환경미화원이 부족해 길거리에 쓰레기가 쌓이는 곳도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잭슨빌과 애틀랜타, 덴버 등 주요 도시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쓰레기 수거가 지연되고 악취가 발생하면서 주민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한 결과미국의 이런 이례적인 구인난은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노동인구 자체가 감소한 점이 꼽힌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미겔 파리아 카스트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이후 올 8월까지 미국의 ‘초과 은퇴자’가 300만 명을 넘는다는 분석을 내놨다. 코로나19만 아니었으면 아직까지 일터에 있었을 미국인들이 팬데믹 때문에 그만큼 일찍 은퇴했다는 것이다. 팬데믹이 발발하자 건강을 염려한 고령 근로자들이 계획보다 먼저 직장을 떠났다는 분석도 있다. 높은 실업수당도 구인난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팬데믹 이후 연방정부는 주정부가 지급하는 실업수당에 더해 주당 300달러의 수당을 추가 지급해왔다. 이로 인해 일주일 평균 약 700달러(약 82만 원)를 받게 된 실업자들이 직장을 서둘러 구할 이유가 없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연방정부의 추가 수당 지급은 논란 끝에 결국 지난달 종료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구인난은 계속되고 있다. 근로자들이 지갑에 여유가 생겨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알아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25세 여성 레이첼 이거 씨는 팬데믹 기간 높은 실업급여를 받고 집에 머무는 동안 지출을 줄이면서 저축을 늘릴 수 있었다. 그는 NYT에 “내가 직장을 까다롭게 고를 수 있는 건 전적으로 나의 좋은 재정 상황 덕분”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구인난으로 구직자들 사이에서 언제든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진 점 등도 기업들의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OO번 합격, OO번 탈락…” 26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첼시 지역의 한 스튜디오 건물. 초록색 츄리닝에 각기 등번호를 단 뉴욕 시민 80명이 버스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온 놀이들을 직접 체험하며 우승자를 가리는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가 주최한 이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달고나 뽑기’와 ‘딱지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며 승부를 겨뤘다. 우승자 한 명에게 한국 왕복 비행기표를 주는 이 행사에 모두 3110명이 지원해 그중 80명만 무작위로 선발했다. 10년 전 쯤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했다는 딜런 도노번 씨는 “오징어게임은 배우들의 연기도 경이로웠고 ‘계급’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며 “질 좋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여기 미국에서 인기를 얻게 돼 기쁘다”고 했다. 첫 게임은 달고나를 정해진 모양대로 도려내는 ‘달고나 뽑기’ 게임이었다. 참가자들은 각자 받아든 달고나 모양을 확인하며 탄성과 한숨을 동시에 내뱉었다. 이들은 일제히 바닥에 엎드려 바늘로 달고나를 긁거나 배우 이정재처럼 혓바닥으로 연신 핥는 모습을 보였다. 별모양을 도려내는데 성공한 젊은 여성 벨렌 씨는 “드라마에서 본대로 핥았더니 성공했다”면서 달고나 조각 하나를 기자에게 먹어보겠느냐고 건넸다. 크리스라는 이름의 20대 남성은 정해진 시간을 불과 수십 초 남기고 가장 어려운 우산 모양을 도려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바늘은 거의 쓰지 않고 무조건 핥기만 했다”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흥분한 목소리로 전했다. 팀별 대항전으로 열린 딱지치기가 시작되자 스튜디오 안에는 딱지가 바닥에 매쳐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3분 안에 술래 몰래 결승선을 통과해야 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는 참가자들의 집중력과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행사 주최측은 실제 오징어게임 진행요원들이 입었던 빨간 복장을 착용했고, 그중 한 명은 ‘프론트맨’ 역할을 위해 검은색 망토를 입고 나왔다. 우승자는 뉴욕 퀸스 지역에 사는 남성 찰스 씨로 정해졌다. 무료 항공권을 받은 그는 “오늘 모든 게임을 재미있게 했다”면서 “하루 빨리 한국으로 여행을 가서 그 문화유산에 휩싸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한국 문화는 아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다른 나라들을 위해 혁신과 창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도 했다. 참가자들은 게임 전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한국관, 코리아타운 등을 관광했고 게임을 마친 뒤에는 타임스 스퀘어로 이동해 ‘단체 딱지치기’를 선보였다. 줄리아라는 이름의 여성은 “한국 문화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다. 영화 기생충도 봤다”면서 “미국의 연속극들은 진부하거나 지루할 때가 있는데 한국 드라마는 창조적이고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주가도 1000달러를 넘어서 이른바 ‘천슬라’의 경지에도 올랐다.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2.66% 급등한 1024.86달러로 마감했다. 주가가 뛰면서 시총도 1조100억 달러까지 올랐다. 22일에 900달러 고지를 탈환한 테슬라는 이로써 ‘900슬라’가 된 지 하루 만에 주가 1000달러 시대를 열었다. 현재 시총 1조 달러가 넘는 기업은 애플(2조460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MS·2조3100억 달러), 구글 모회사 알파벳(1조8400억 달러), 아마존(1조6800억 달러)으로 모두 거대 정보기술(IT) 업체다.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업체로는 처음 1조 달러 클럽에 입성했다. 테슬라 시총은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포드, 폭스바겐, BMW, 혼다 등 다른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날 주가 급등으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지분(23%) 가치도 2300억 달러로 치솟았다. 테슬라 주가가 크게 뛴 것은 렌터카 업체 허츠의 구매 계약에 힘입은 바가 크다. 허츠는 내년 말까지 테슬라의 ‘모델 3’ 전기차 10만 대를 구매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허츠의 마크 필즈 임시 CEO는 로이터통신에 “전기차는 이제 주류”라며 “이에 대한 전 세계의 수요와 흥미가 커지는 것을 우리는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주가도 1000달러를 넘어서 이른바 ‘천슬라’의 경지에도 올랐다.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2.66% 급등한 1,024.86달러로 마감했다. 주가가 뛰면서 시총도 1조100억 달러까지 올랐다. 22일에 900달러 고지를 탈환한 테슬라는 이로써 ‘900슬라’가 된지 하루 만에 주가 1000달러 시대를 열었다. 현재 시총 1조 달러가 넘는 기업은 애플(2조460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MS·2조3100억 달러), 구글 모회사 알파벳(1조8400억 달러), 아마존(1조6800억 달러)으로 모두 거대 정보기술(IT) 업체다.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업체로는 처음 1조 달러 클럽에 입성했다. 테슬라 시총은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포드, 폭스바겐, BMW, 혼다 등 다른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날 주가 급등으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지분(23%) 가치도 2300억 달러로 치솟았다. 테슬라 주가가 크게 뛴 것은 렌터카 업체 허츠의 구매 계약에 힘입은 바가 크다. 허츠는 내년 말까지 테슬라의 ‘모델 3’ 전기차 10만대를 구매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허츠의 마크 필즈 임시 CEO는 로이터통신에 “전기차는 이제 주류”라며 “이에 대한 전 세계의 수요와 흥미가 커지는 것을 우리는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일요일인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유니언스퀘어 광장. 이곳에서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게임’ 관련 이벤트가 열렸다. ‘달고나 뽑기’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은 원하는 모양을 도려내기 위해 달고나를 옷핀으로 열심히 긁었다. 드라마 속의 배우 이정재처럼 달고나를 빨리 녹이기 위해 혀로 핥는 모습도 보였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벤트가 진행됐다. 어린이들은 드라마 속 술래 인형과 비슷하게 옷을 입은 진행자의 눈을 피해 한발 한발 앞으로 전진했다. 오징어게임 관련 부스들에는 오전부터 뉴욕 시민 수백 명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 ‘코리안 페스티벌’ 행사는 한국 문화를 미국 사회에 알리기 위해 매년 뉴욕한인회가 개최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예년보다 많은 수천 명의 시민이 모였다. 현지 교민들도 많이 찾았지만 참가자나 구경 나온 사람들 중에는 비(非)한국계 뉴요커들도 절반 정도나 됐다. 이날 광장에선 뉴욕 시민 60여 명이 참가한 ‘씨름왕 쟁탈전’도 진행됐다. 뉴욕대한씨름협회 김상현 회장은 “참가자들 중에는 한국 교민이 아닌 미국인 청소년과 여성도 많았다”며 “씨름이 한국에서 요즘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데 미국에서도 한국 전통문화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마련한 김치홍보관에서는 시민들이 배추와 고춧가루 등 음식 재료를 활용해 김치를 만들어 보는 체험이 이뤄졌다. 행사장에는 독도와 동해홍보관도 마련됐고 판소리와 케이팝 공연, 태권도 시범, 붓글씨 쓰기, 한복 체험 등의 행사도 열렸다.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은 “준비한 기념품이 일찌감치 동이 났을 정도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줘서 기쁘다”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인플레이션 우려를 “일시적인 것”이라고 치부했던 조 바이든 행정부 경제팀에서 이런 발언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24일 CNN방송에 출연해 “언제 인플레이션이 수용 가능한 2%대로 되돌아올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내년에 그럴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옐런 장관은 “인플레이션은 지금까지 이미 진행된 일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도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내년 중반에서 연말 사이, 즉 하반기까지는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옐런 장관은 최근 기업들의 구인난에 대해서는 “노동 공급이 팬데믹 때문에 침체돼 있다”면서 “우리가 팬데믹을 극복해가면서 노동 공급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 당국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앞서 22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한 컨퍼런스에서 공급망 위기와 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돼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기타 고피나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피나스는 24일 CBS방송에서 “팬데믹이 세계 무역을 계속 방해하면서 공급망 문제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 압력은 내년 중반 어느 시점까지 유지될 것이고 내년 연말로 가면서 우리는 좀 더 정상 수준의 인플레이션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일요일인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복판에 있는 유니언 스퀘어 광장. 평소에도 많은 행사가 열리는 이곳에 네모난 모래판이 깔렸다. 뉴욕한인회 주최로 열린 ‘코리안 페스티벌’의 주요 행사로 뉴욕 시민 약 60여 명이 참가한 ‘씨름왕 쟁탈전’이 진행됐다. 모래판 가장자리에 둘러앉은 관객들은 참가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보면서 탄성을 질렀다. 뉴욕대한씨름협회 김상현 회장은 “참가자들 중에는 한국 교민이 아닌 미국인 청소년들과 여성도 많이 참가했다”며 “씨름이 한국에서 요즘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데 미국에서도 한국 전통문화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주목도가 높아 현장에서 즉석으로 참가 신청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코리안 페스티벌’ 행사는 한국 문화를 미국 주류사회에 알리기 위해 매년 뉴욕한인회가 개최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예년보다 많은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현지 교민들도 많이 찾았지만 참가자나 구경 나온 사람들 중에는 비(非)한국계 뉴요커들도 절반 정도나 됐다. 이날 행사에선 넷플리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 관련 행사도 큰 인기를 끌었다. ‘달고나 뽑기’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은 원하는 모양을 도려내기 위해 달고나를 옷핀으로 긁어대고 드라마 속의 배우 이정재처럼 혀로 핥는 모습도 보였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드라마 속 술래 인형처럼 옷을 입은 진행자의 눈을 피해 한발 한발 앞으로 전진했다. 오징어 게임 관련 부스에는 오전부터 수백 명이 몰려들며 성황을 이뤄 주최 측이 준비한 재료나 상품들이 일치감치 모두 소진됐다. 오징어 게임 속 진행 요원의 복장을 하고 부스를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보였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마련한 김치 홍보관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배추와 고춧가루 등을 활용해 김치를 만들어 보는 체험이 이뤄졌다. 행사장에는 독도와 동해 홍보관도 마련됐고 판소리와 케이팝, 태권도 시범, 서예 쓰기, 한복 체험 등의 행사도 열렸다. 찰스윤 뉴욕한인회장은 “준비한 기념품이 일찌감치 동이 났을 정도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줘서 기쁘다”고 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주(州) 방위군에게 트럭 운전을 맡길 것이라고 했다. 미국 내 ‘공급망 쇼크’의 원인 중 하나인 운전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력까지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주 방위군 투입은 주지사 권한이다. 또 치솟는 유가를 두고선 “내년에나 낮아지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부동산기업 헝다그룹은 달러 채권 이자 8350만 달러(약 984억 원) 지급 만기 이틀 전인 21일에 이를 갚고 급한 불을 껐지만 연말까지 갚아야 할 막대한 이자가 더 있어 헝다의 유동성 위기는 당분간 중국 경제 전반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각각 세계 경제의 소비와 생산 기지로 불리는 미국, 중국의 경제 위기와 전망을 짚었다. 》바이든 “물류해결 주방위군 투입”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 경제에 나란히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의 물가 상승 위험이 높아지고 공급망 교란 또한 심각한 가운데 중국의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까지 예상보다 부진하자 세계 경제에 ‘퍼펙트 스톰(대형 복합 위기)’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두 나라는 지난해 기준 세계 전체 GDP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이 주요 2개국(G2)의 경제가 이상 조짐을 보이면 어떤 식으로든 그 여파가 세계 전체로 번진다. 각각 ‘세계의 소비 기지’(미국)와 ‘생산 공장’(중국) 역할을 하는 두 나라의 경제 상황은 서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중국의 전력난은 전 세계의 천연가스, 원유 가격 상승을 촉발시켜 가뜩이나 심각한 미국의 인플레 압력과 물류대란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 또한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가 크다. 무역전쟁으로 대미 수출길이 막히자 기존의 수출 중심 경제에서 부동산 등 내수 위주 성장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강력한 부동산 규제 등으로 성장이 기대에 못 미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난과 헝다가 中 양대 악재 당초 5%대로 예상됐던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이너스(―) 성장까지 나타났던 지난해를 제외하면 분기 성장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관련 통계가 발표된 1992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1분기(1∼3월·18.3%), 2분기(4∼6월·7.9%)와 비교해도 둔화세가 완연하다. ‘제조업 벨트’로 불리는 남동부 해안지대의 심각한 전력난, 대형 부동산 기업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가 성장률 둔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3분기 부동산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2분기(7.1% 성장)와 큰 차이가 있다. 3분기 건설업 생산 또한 한 해 전보다 1.8% 줄었다. 3분기 제조업 성장률 역시 4.6%에 그쳤다. 역시 2분기(9.2%)보다 증가세가 대폭 둔화됐다. 남동부 광둥, 저장, 장쑤 등 3개 성의 제조기업은 전기가 부족해 제대로 공장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3개 성의 GDP 합계는 28조 위안으로 중국 전체(101조 위안)의 28%를 차지한다. 그만큼 전력 사용량도 많을 수밖에 없다. 11일 장쑤성 쑤저우시 외곽에 있는 한 장비제조 회사를 찾았다. 회사 관계자는 “당국이 지역 내에 있는 모든 회사에 담당 공무원을 배정했고, 회사에도 별도의 전력 관리 담당자를 두도록 했다”며 “이들은 서로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대화방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전력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 당국은 낮 동안 수집한 회사별 전력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다음 날 대응 방침을 통보해주고 있었다. 전력 사정에 따라 매일매일 방침이 달라지는 것이다. 최종 결정은 당일 0∼2시 사이 위챗 대화방 혹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보된다. 이 관계자는 이날 0시 20분에 온 문자메시지를 보여줬다. ‘11일 09∼21시 전력 제한, 85% 감축 유지’라고 쓰여 있었다. 평소 사용하는 전력에서 85%를 줄이고 나머지 15%만 사용하라는 뜻이다. 이 회사는 전기 사용이 평소의 15%만 가능해지자 6층 건물 전체의 에어컨 가동을 중단했다. 올해 장쑤성에는 이상 고온이 나타나 10월 중순까지 섭씨 30도가 넘는 곳이 많았는데도 예외가 없었다. 엘리베이터 운행도 멈췄고 사무실 천장 조명도 다 껐다. 헝다의 파산 위기는 중국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부동산 시장의 냉각이 곧 경기 침체와 직결된다는 뜻이다. 화양녠, 신리홀딩스 등 다른 부동산업체의 위기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헝다는 150만 명으로 추산되는 선분양자들로부터 계약금을 받아 부동산 개발을 진행해 왔다. 헝다가 파산하면 이들은 돈을 내고도 집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여기에 헝다가 직접 고용한 인원만 최소 20만 명이다. 중국은 가계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60%에 이를 정도로 높은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 위축은 가계 자산 하락으로 이어져 소비 회복세를 제약할 수도 있다. 11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월 말 기준 중국 부동산업계가 총 5조2000억 달러(약 6240조 원)의 부채를 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5년 전인 2016년 말과 비교하면 두 배로 늘었으며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의 지난해 GDP보다도 많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중국 은행권의 전체 대출 28조8000억 달러 중 부동산 대출이 27%를 차지했다. 헝다 등 대형 부동산업체가 파산하면 이들에 돈을 빌려준 금융사 또한 대출을 회수하지 못해 동시에 파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 4분기가 더 문제전력난과 헝다 위기는 이를 해결할 정책 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4분기(10∼12월)에도 중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최근 석탄 생산 중심지인 산시성에 내린 폭우 등으로 석탄 값이 급등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중국의 석탄 선물 가격은 지난 몇 년간 t당 600위안(약 11만 원) 내외였으나 최근 세 배 이상 높은 2000위안(약 36만2900원)에 육박했다. 헝다 사태도 마찬가지다. 류허(劉鶴) 부총리, 이강(易綱) 런민은행장 등 수뇌부가 “일부 우려가 있지만 헝다 위기를 억제할 수 있다”고 연일 언급하고 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수뇌부가 연일 낙관적인 발언을 하며 다독일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력난은 이제 식자재 유통, 겨울 난방 등 민생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콩 수확철이 됐지만 이를 가공할 공장이 전력난으로 멈춰 서면서 유통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콩은 목축 및 양식업 사료의 주원료이며 중국은 세계 최대 콩 소비 국가다. 사료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중국인의 주 식재료인 돼지고기 가격도 오른다. 이것이 전 세계적인 농산물 가격 상승(애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매서운 겨울 추위가 몰아치는 랴오닝성 산시성 등 북동부 지역에서는 겨울철 난방이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 美 인플레 공포미국은 최근 인력, 물자, 장비 등 경제활동에 필요한 요소가 극심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공급망 붕괴와 에너지 대란 속에 높은 물가상승률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짙다. 9월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4.8% 상승했고 중고차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4.4% 오르는 등 물가 상승세가 완연하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물가 관리 목표치(2%)를 한참 넘는 5%대의 상승률이 5월부터 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와 식품, 임차료 등 소비를 줄이기 힘든 품목들이 많이 올랐고 주택 가격, 임대료, 임금 등 한 번 오르면 내려가기 어려운 분야에서도 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겨울철 난방 수요가 증가하고 코로나19 방역 규제 완화로 여행이 증가하면 이 부문에서 가계 지출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심각한 구인난도 인플레를 부채질한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역대 가장 많은 430만 명의 미국인이 직장을 자발적으로 그만뒀다. 인력 확보가 절실한 기업들이 앞다퉈 임금을 올리면서 물가가 더 높아지고 있다. 공급망 붕괴로 인한 생산 차질도 심각하다. 18일 발표된 미 9월 제조업 생산은 한 달 전보다 0.7% 줄었다. 특히 반도체 부족 여파로 자동차 생산이 7.2% 감소했다. 미 양대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최근 반도체 공급난을 이유로 일부 차종의 생산을 중단했다. 애플 역시 최근 출시한 아이폰13의 생산량을 올해 1000만 대가량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물류대란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서부 캘리포니아주, 동부 뉴욕주 뉴저지주, 남동부 조지아주 등 주요 항만의 인력난이 여전하다. 이 외 트럭기사 및 운송장비의 부족, 물류센터의 노동력 부족 등도 심각하다. 현재 미국에는 3만여 명의 트럭기사들이 있지만 운송 수요의 급증으로 물류업계는 역대급 기사 구인난을 겪고 있다. 12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6.0%로 7월 전망에 비해 1.0%포인트 하락했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같은 기간 6.0%에서 5.9%로 0.1%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유독 미국만 대폭 악화됐다. IMF는 “이번 전망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4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및 사회복지 예산 지출 계획을 의회가 통과시킨다고 가정한 수치”라는 단서를 달았다. 통과되는 예산안 규모가 줄어들면 미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주요 교역국 또한 성장 전망이 추가로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집권 민주당은 공화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이 예산안을 2조 달러 이내로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성장률 전망치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 압력에 대처하기 위해 미 연준이 당초 내년 하반기 정도로 예상됐던 시기보다 빠른 시점에 금리를 올리는 것 또한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경제에 작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물가 상승 압력과 성장률이 모두 높아야 한다. 지금은 인플레만 높고 실제 경기 회복세는 그에 못 미치는데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준이 갑자기 금리를 올리면 미 부동산 경기가 식고, 신흥시장국의 돈 또한 높은 투자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미국으로 이동해 신흥시장에도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평했다. ○ ‘경제의 정치화’도 문제전문가들은 두 나라의 정치 갈등이 서로의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홍춘욱 리치고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중국의 생산난이 서방과의 갈등에서 기인한 면이 크다며 “중국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내수 비중이 약 40%에 불과하다. 수출을 하려면 공장을 돌리고 생산을 해야 하는데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 호주와의 외교 갈등으로 석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무역 갈등도 여전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머리를 숙이면 해결될 수도 있지만 내년 3연임을 앞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라며 “경제가 정치화됐다”고 진단했다. 헝다 위기를 포함한 부동산 시장의 둔화 또한 장기 집권을 위해 ‘공동부유(共同富裕·다 같이 잘살자)’ 등을 주창하며 민간 기업에 전방위적 규제를 가한 여파라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 경제는 중국이 공급하고 미국이 소비하는 방식으로 돌아간다. 전력난 등으로 중국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미국의 소비가 생각보다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평했다. 베이징·쑤저우=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의 핵 시설과 관련해 “(북한은) 상상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가능한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IAEA 총회에서 “북한이 (핵무기용) 플루토늄 분리와 우라늄 농축 및 다른 활동들에 대한 작업을 전속력으로(full steam ahead) 진행하고 있다”고 한 데 이어 더 강한 톤으로 북한 핵시설의 위협에 대해 경고하고 나선 것. 그로시 사무총장은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핵사찰이 중단된) 2009년과 비교해도 (북한 핵시설은) 고도화되고 지리적으로도 확장됐다”고 우려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도 이날 화상간담회에서 “북한이 다른 나라에 대량살상무기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며 “북한은 매우 불량 국가”라고 지적했다. 북핵 시설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미는 종전선언 등을 위한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3일 방한해 다음 날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는다. 워싱턴에서의 회동 이후 닷새 만의 회동에서 한미 수석대표는 종전선언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김 대표와의 이번 회동 결과가 미국의 입장을 가늠해 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美, 종전선언 제안 따른 득실 검토중” 성김 오늘 방한… 美 화답여부 주목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 핵 위협에 대해 더 강하게 경고하고 나선 건 최근 북한 핵시설 움직임이 활발하고 다방면에서 동시에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그곳(북한 핵시설)에 있는 것은 더 이상 (단순한) 복합물(compound)이 아니다. 그 이상”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미는 이런 북핵 위협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사진)의 23일 방한이 종전선언 등 논의를 진전시켜 대북 협상을 촉진시켜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가에선 북핵 위협을 방치한 채 대화만 서두르면 결국 향후 대북 협상이 시작돼도 북한에 휘둘리기만 할 것이란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IAEA 사무총장 “북핵 시설 가동 중 신호” 그로시 사무총장은 21일(현지 시간) 미 싱크탱크 스팀슨재단에서 진행한 세미나에서 영변 등 북한 핵시설과 관련해 “원자로는 재가동됐고, 플루토늄 분리(추출)도 진행 중”이라면서 “우라늄 농축도 진행 중일 것이고, 다른 시설들도 가동 중이란 신호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전방위적으로 핵시설 가동에 나섰다는 것. 그러면서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북핵 시설) 검증 및 보호 작업은 거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도 ‘플로 셰어스 펀드’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북한이 요란하게 기술을 자랑하고 있는 것은 그것(대량살상무기 등)을 판매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관련 사이트 ‘분단을 넘어’는 “북한은 언제든 SLBM을 추가 시험하거나 첫 탄도미사일잠수함(SSB)까지 진수할 능력과 자원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美, 종전선언 제안 따른 득실 검토 중 북핵 위협 속에서도 한미 당국은 최근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해 잇따라 회동을 가지고 있다. 이번 달만 해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방미(12일),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방한(14∼15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간 워싱턴 협의(16∼19일), 한미일 정보 수장 회동(18∼19일) 등이 이어졌다. 외교가에선 23일 김 대표의 방한이 이런 일련의 흐름에 결정적인 촉매제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감도 감지된다. 특히 관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다시 꺼내 든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미국의 화답 여부다. 앞서 김 대표는 18일(현지 시간)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워싱턴에서 만난 후 “종전선언에 대해 논의했다. 주 후반 서울에서 이 논의를 지속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측 외교안보 라인이 총출동해 미국과 접촉한 결과 미국도 종전선언 제안에 따른 득실 검토 작업을 벌이는 수준까진 접어들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도 대화를 위해 ‘입구’가 필요한 만큼 종전선언에 보다 유연한 분위기로 선회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도 22일 서 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종전선언 문제를 포함한 대북 관여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노 본부장도 참석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의 핵 시설과 관련해 “(북한은) 상상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가능한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IAEA 총회에서 “북한이 (핵무기용) 플루토늄 분리와 우라늄 농축 및 다른 활동들에 대한 작업을 전속력으로(full steam ahead) 진행하고 있다”고 한데 이어 더 강한 톤으로 북한 핵시설의 위협에 대해 경고하고 나선 것. 그로시 사무총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핵사찰이 중단된) 2009년과 비교해도 (북한 핵시설은) 고도화되고 지리적으로도 확장됐다”고 우려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도 이날 화상 간담회에서 “북한이 다른 나라에 대량살상무기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며 “북한은 매우 불량 국가”라고 지적했다. 북핵 시설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미는 종전선언 등을 위한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3일 방한해 다음날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는다. 미국 워싱턴에서의 회동 이후 닷새 만의 회동에서 한미 수석대표는 종전선언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김 대표와의 이번 회동 결과가 미국의 입장을 가늠해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미국 볼티모어에서 열린 CNN 타운홀 미팅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이 대만을 지킬 것인가”라는 앤더슨 쿠퍼 CNN 앵커의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그럴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한 청중이 최근 중국의 초음속 미사일 시험을 거론하며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묻자 “미국이 세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전 세계가 다 알고 있다”며 “그것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하지만 그들(중국과 러시아)이 어떤 행동에 관여해 심각한 판단착오를 범하게 될 경우에 대해서는 우리가 우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나는 전 세계 어떤 정상들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많이 대화하고 시간을 보냈다”며 “나는 중국과 냉전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시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중국이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유사시 대만을 지키기 위해 중국과 군사적 충돌을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지금까지 미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 개입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파장이 커지자 이날 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언론에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한 게 없다”면서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8월에도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비슷한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상호방위조약 5조를 언급한 뒤 “이는 일본에도, 한국에도, 대만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때도 행정부 당국자가 “우리의 대만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수습하는 발언을 했다. 21일 바이든 대통령은 공급망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주방위군을 호출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한 쿠퍼 앵커의 질문에 “그렇다. 물론이다. 나는 그렇게 할 것”이라며 “운전기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방위군에 트럭 운전을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이후 백악관 관계자는 CNN에 “각주에서 주방위군 사용을 요청하는 것은 주지사의 재량에 달려 있지만, 연방차원에서는 주방위군 사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해서는 “기름값이 지금 현저하게 줄어들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기름값은 내년은 돼야 낮아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린이용 백신 사용승인 시기에 대한 질문에는 “아마 조만간 준비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몇 달이 아닌, 수주 안에 준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 경제에 나란히 빨간 불이 켜졌다. 미국의 물가 상승 위험이 높아지고 공급망 교란 또한 심각한 가운데 중국의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까지 예상보다 부진하자 세계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두 나라는 지난해 기준 세계 전체 총생산(GDP)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이 주요 2개국(G2)의 경제가 이상 조짐을 보이면 어떤 식으로든 그 여파가 세계 전체로 번진다. 각각 ‘세계의 소비 기지’(미국)과 ‘생산 공장’(중국) 역할을 하는 두 나라의 경제 상황은 서로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중국의 전력난은 전 세계의 천연가스, 원유가격 상승을 촉발시켜 가뜩이나 심각한 미국의 인플레 압력과 물류대란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 또한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가 크다. 무역전쟁으로 대미 수출길이 막히자 기존의 수출중심 경제에서 부동산 등 내수 위주 성장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강력한 부동산 규제 등으로 성장이 기대에 못 미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난과 헝다가 中 양대 악재 당초 5%대로 예상됐던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이너스(-) 성장까지 나타났던 지난해를 제외하면 분기 성장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관련 통계가 발표된 1992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1분기(18.3%), 2분기(7.9%)와 비교해도 둔화가 완연하다. ‘제조업 벨트’로 불리는 남동부 해안지대의 심각한 전력난, 대형 부동산기업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가 성장률 둔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3분기 부동산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2분기(7.1% 성장)와 큰 차이가 있다. 3분기 건설업 생산 또한 한 해 전보다 1.8% 줄었다. 3분기 제조업 성장률 역시 4.6%에 그쳤다. 역시 2분기(9.2%)보다 증가세가 대폭 둔화됐다. 남동부 광둥, 저장, 장쑤 3개성의 제조기업은 전기가 부족해 제대로 공장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3개성의 GDP 합계는 28조 위안으로 중국 전체(101조 위안)의 28%를 차지한다. 그만큼 전력 사용량도 많을 수밖에 없다. 11일 장쑤성 쑤저우시 외곽에 있는 한 장비제조 회사를 찾았다. 회사 관계자는 “당국이 지역 내 있는 모든 회사마다 담당 공무원을 배정했고, 회사에도 별도의 전력 관리 담당자를 두도록 했다”며 “이들은 서로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대화방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전력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 당국은 낮 동안 수집한 회사별 전력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다음날 대응 방침을 통보해주고 있었다. 전력 사정에 따라 매일매일 방침이 달라지는 것이다. 최종 결정은 당일 새벽 0시~2시 사이 위챗 대화방 혹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보된다. 이 관계자는 이날 0시 20분에 온 문자 메시지를 보여줬다. ‘11일 09~21시 전력 제한, 85% 감축 유지’라고 쓰여 있었다. 평소 사용하는 전력에서 85%를 줄이고 나머지 15%만 사용하라는 뜻이다. 이 회사는 전기 사용이 평소의 15%만 가능해지자 6층 건물 전체의 에어컨 가동을 중단했다. 올해 장쑤성에는 이상 고온이 나타나 10월 중순까지 섭씨 30도가 넘는 곳이 많았는데도 예외가 없었다. 엘리베이터 운행도 멈췄고 사무실 천장 조명도 다 껐다. 헝다의 파산 위기는 중국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부동산 시장의 냉각이 곧 경기 침체와 직결된다는 뜻이다. 화양녠, 신리홀딩스 등 다른 부동산업체의 위기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헝다는 150만 명으로 추산되는 선분양자들로부터 계약금을 받아 부동산 개발을 진행해 왔다. 헝다가 파산하면 이들은 돈을 내고도 집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여기에 헝다가 직접 고용한 인원만 최소 20만 명이다. 중국은 가계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6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 위축은 가계 자산 하락으로 이어져 소비 회복세를 제약할 수도 있다. 11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월 말 기준 중국 부동산업계가 총 5조2000억 달러(약 6240조 원)의 부채를 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5년 전인 2016년 말과 비교하면 두 배로 늘었으며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의 지난해 GDP보다도 많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중국 은행권의 전체 대출 28조8000억 달러 중 부동산 대출이 27%를 차지했다. 헝다 등 대형 부동산업체가 파산하면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사 또한 대출을 회수하지 못해 동시 파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 4분기가 더 문제 전력난과 헝다 위기는 이를 해결할 정책 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4분기에도 중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최근 석탄 생산 중심지인 산시성에 내린 폭우 등으로 석탄 값이 급등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중국의 석탄선물 가격은 지난 몇 년 간 600위안(약 11만 원) 내외였으나 최근 세 배 이상 높은 2000위안(약 36만 2900원)에 육박했다. 헝다 사태도 마찬가지다. 류허(劉鶴) 부총리, 이강(易綱) 런민은행장 등 수뇌부가 ‘일부 우려가 있지만 헝다 위기를 억제할 수 있다’고 연일 언급하고 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수뇌부가 연일 낙관적인 발언을 하며 다독일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력난은 이제 식자재 유통, 겨울 난방 등 민생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콩 수확철이 됐지만 이를 가공할 공장이 전력난으로 멈춰 서면서 유통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콩은 목축 및 양식업 사료의 주 원료이며 중국은 세계 최대 콩 소비 국가다. 사료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중국인의 주 식재료인 돼지고기 가격도 오른다. 이것이 전 세계적인 농산물 가격상승(애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매서운 겨울 추위가 몰아치는 랴오닝, 산시성 등 북동부 지역에서는 겨울철 난방이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 美 인플레 공포 미국은 최근 인력, 물자, 장비 등 경제활동에 필요한 요소가 극심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공급망 붕괴와 에너지대란 속에 높은 물가상승률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짙다. 9월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4.8% 상승했고 중고차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4.4% 오르는 등 물가 상승세가 완연하다. 미 중앙은행 연준(연방준비제도·Fed)의 물가관리 목표치(2%)를 한참 넘는 5%대의 상승률이 5월부터 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와 식품, 임차료 등 소비를 줄이기 힘든 품목들이 많이 올랐고 주택 가격, 임대료, 임금 등 한번 오르면 내려가기 어려운 분야에서도 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겨울철 난방수요가 커지고 코로나19 방역 규제 완화로 여행이 증가하게 되면 이 부문에서 가계 지출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심각한 구인난도 인플레를 부채질한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역대 가장 많은 430만 명의 미국인이 직장을 자발적으로 그만뒀다. 인력 확보가 절실한 기업들이 앞다퉈 임금을 올리면서 물가가 더 높아지고 있다. 공급망 붕괴로 인한 생산 차질도 심각하다. 18일 발표된 미 9월 제조업 생산은 한 달 전보다 0.7% 줄었다. 특히 반도체 부족 여파로 자동차 생산이 7.2% 감소했다. 미 양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최근 반도체 공급난을 이유로 일부 기종의 생산을 중단했다. 애플 역시 최근 출시한 아이폰13의 생산량을 올해 1000만 대 가량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물류대란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있다. 서부 캘리포니아, 동부 뉴욕·뉴저지, 남동부 조지아 등 주요 항만의 인력난이 여전하다. 이 외 트럭기사 및 운송장비의 부족, 물류센터의 노동력 부족 등도 심각하다. 현재 미국에는 3만 여 명의 트럭 기사들이 있지만 운송 수요의 급증으로 물류업계는 역대급 기사 구인난을 겪고 있다. 12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6.0%로 7월 전망에 비해 1.0%포인트 하락했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같은 기간 6.0%에서 5.9%로 0.1%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유독 미국만 대폭 악화됐다. IMF는 “이번 전망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4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및 사회복지 예산 지출 계획을 의회가 통과시킨다고 가정한 수치”라는 단서를 달았다. 통과되는 예산 안 규모가 줄어들면 미국은 물론 미국의 주요 교역국 또한 성장 전망이 추가로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집권 민주당은 공화당과 협상 과정에서 이 예산안을 2조 달러 이내로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성장률 전망치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 압력에 대처하기 위해 미 연준이 당초 내년 하반기 정도로 예상됐던 시기보다 빠른 시점에 금리를 올리는 것 또한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물가 상승압력과 성장률이 모두 높아야 한다. 지금은 인플레만 높고 실제 경기 회복세는 그에 못 미치는데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준이 갑자기 금리를 올리면 미 부동산 경기가 식고, 신흥시장국의 돈 또한 높은 투자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미국으로 이동해 신흥시장에도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평했다. ● ‘경제의 정치화’도 문제 전문가들은 두 나라의 정치 갈등이 서로의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홍춘욱 리치고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중국의 생산난이 서방과의 갈등에서 기인한 면이 크다며 “중국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내수 비중이 약 40%에 불과하다. 수출을 하려면 공장을 돌리고 생산을 해야 하는데 세계 최대 석탄수출국 호주와의 외교 갈등으로 석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무역 갈등도 여전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머리를 숙이면 해결될 수도 있지만 내년 3연임을 앞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라며 “경제가 정치화됐다”고 진단했다. 헝다 위기를 포함한 부동산 시장의 둔화 또한 장기집권을 위해 ‘공동부유(共同富裕·다 같이 잘 살자)’ 등을 주창하며 민간 기업에 전방위적 규제를 가한 여파라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 경제는 중국이 공급하고 미국이 소비하는 방식으로 돌아간다. 전력난 등으로 중국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미국의 소비가 생각보다 활황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평했다. 중국을 제조 기지로 사용하는 미 전자제품 부문 공급난 또한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베이징·쑤저우=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세인트루이스 인근의 대형 소매업체 A사는 최근 근무 태도가 좋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자동차를 경품으로 나눠 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심각한 구인난에 빠진 미국 기업들 중에 직원들의 퇴사를 막기 위해 A사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는 곳이 많다. 인디애나주의 일부 공립학교들은 얼마 전 다시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비대면 수업으로 바뀐 게 아니라 스쿨버스 운전기사를 구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 공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는 이처럼 미국 전역에서 인력난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현상들이 담겨 있다. 미국에서는 한 달에 400만 명 이상이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있는 반면 기업들은 적당한 인력을 뽑지 못해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인력난을 호소하는 기업들은 기존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월급을 올려주거나 보너스를 새로 지급했다. 직접 채용박람회를 열어 신입 직원 채용에 나서는 곳도 있었다. 애틀랜타 지역에서는 기업 대부분이 근로자의 코로나19 백신 의무 접종을 원하지만 이에 반발하는 직원들이 그만둘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지난달 미네소타주에서 열린 한 기업인 모임에서는 참석자 전원이 손을 들어 “지금 사람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에피소드도 실렸다. 기업이 사람을 못 구해 비상이 걸린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기존 직장을 그만둬도 더 좋은 곳에 다시 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커졌다. 팬데믹을 계기로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은퇴해 미국의 노동인구 자체가 감소한 것도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또 일을 그만둬도 일주일당 수백 달러에 이르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구인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 보고서는 “많은 기업들이 보너스와 높은 임금, 더 많은 직업훈련 기회를 근로자들에게 제안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런 노력에도 근로자 확보에 실패한 기업들은 아예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 미국 식당들이 구인난 속에 주방 요리와 홀 서빙을 돕는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소개된 로봇 ‘서비’는 카메라와 레이저 센서를 활용해 주방에서 손님들의 식탁으로 음식을 나를 수 있다. 서비가 가져간 음식 접시를 웨이터가 고객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로봇 사용료는 월 999달러(약 118만 원) 수준이다. 음식 제조 로봇 ‘플리피’를 만드는 미소 로보틱스의 마이크 벨 최고경영자는 플리피 구매 주문을 매주 약 150대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로봇은 기름의 온도를 감지하며 조리 시간을 잴 수 있어 감자튀김이나 치킨윙 같은 패스트푸드를 만들 수 있다. 연준은 이날 보고서에서 노동력 부족을 비롯해 공급망 붕괴, 인플레이션, 코로나19 델타 변이에 대한 우려 등을 거론하며 “미국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또 많은 기업들은 이런 물가 상승과 공급 부족이 향후 1년은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연준의 보고서는 12개 연방준비은행이 관할 구역의 경기 동향 평가를 취합한 것으로 다음 달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 , “더 이상의 자살을 막아라.” 18일(현지 시간) 낮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의 뉴욕시청 앞 도로. 뉴욕택시근로자연합(NYTWA)에 소속된 수십 명의 택시 기사들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팻말에는 ‘빚을 줄여라’ ‘파산할 수 없다’ , ‘시와 은행들이 거짓말을 했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이들은 “업계 불황으로 벼랑 끝에 몰린 우리의 채무를 시 당국이 탕감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약 한 달간 도로 농성을 이어왔다.》 시위대는 우버, 리프트 등 다양한 차량 공유 서비스가 등장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민들의 이동 수요 또한 대폭 줄어 택시 기사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시에서 발급하는 택시 면허권 ‘머댈리언(medallion)’을 사기 위해 엄청난 돈을 쓰는 바람에 수십만 달러의 빚을 졌다며 현 사태에 당국 또한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했다. 현재 뉴욕에서 면허를 갖고 있는 택시 기사는 약 1만2000명. NYTWA에 따르면 기사 한 명당 부채는 평균 약 60만 달러(약 7억2000만 원)에 이른다. 1987년부터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는 카리브해 아이티 출신의 도로시 르콩트 씨는 “하루 종일 운전을 해도 매출이 300달러(약 36만 원)인데 세금, 기름값, 차량 정비 등에 쓰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 택시 기사들은 9·11테러, 허리케인 등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운전을 하며 시민들을 도왔지만 이번 위기는 속수무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6년 전부터 택시 운전을 했다는 중국계 어거스틴 탕 씨 또한 “빚이 수십만 달러에 이른다. 직장도 집도 잃을 위기에 처했다”며 가세했다. NYTWA의 집행이사를 맡고 있는 바이라비 데사이 씨는 도로 농성만으로는 부족하다며 “20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의 대표 ‘명물’ 노란 택시(Yellow Cab)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파산-극단적 선택 속출 뉴욕 택시의 사업구조는 한국 개인택시와 유사하다. 기사가 되려면 시가 발급하는 면허권, 즉 머댈리언을 구입해야 한다. 당국은 택시 수를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1937년부터 이 제도를 운영했다. 머댈리언을 구입한 기사들은 당국이 마련해 놓은 진입장벽 안에서 안정적인 영업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관광객과 유동인구가 많은 뉴욕에서는 머댈리언의 가치도 한동안 꾸준히 올랐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약 20만 달러(약 2억4000만 원)였던 머댈리언 가격은 2014년 100만 달러(약 12억 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택시 기사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민자들이 택시 운전을 미국 사회 정착의 지름길로 보고 앞다퉈 은행 빚을 내 면허를 구입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은 물론이고 일가친척의 자산까지 몽땅 투자해 면허를 얻으려 했다. 기사들의 바람과 달리 머댈리언 가격 급등은 오래가지 못했다. 현재 가격은 최고 수준이었던 2014년의 10분의 1인 10만 달러 안팎에 불과하다. 일각에서 ‘뉴욕시 택시면허의 거품 붕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와 비슷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이유다. 우버 등 승차 공유 서비스가 택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기사들의 수입도 크게 줄었다. 매출이 급감하자 기사들은 머댈리언을 사느라 빌렸던 대출의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이민자 출신인 60대 택시 기사 에르한 씨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도저히 빚을 갚을 형편이 못 된다. 현재 빚이 70만 달러에 육박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빚을 갚지 못해 은행이 면허권을 압류했다. 이제 뉴욕에서 중산층이 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졌다”고 했다. 많은 기사들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파산을 신청했다. 특히 2017년 이후 매년 10명 안팎의 기사들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고 있다. 안타깝게 세상을 뜬 사람들 중에는 한국계 50대 운전사 A 씨도 있다. 약 60만 달러에 면허권을 산 그는 점점 영업에 어려움을 느끼다가 2018년 세상을 등졌다.시가 책임져야 vs 도덕적 해이 기사들은 사태의 책임이 시 당국에 있다고 주장한다. 애초에 머댈리언을 비싸게 판매해 거품을 키운 것도, 우버를 허용해 택시업계를 고사시킨 것도 당국이었다는 주장이다. 탕 씨는 “시가 (세수) 이득을 취하기 위해 택시면허 가격을 고의로 부풀리고 우버와 리프트의 영업을 허가했다”며 “시가 현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987년부터 택시 운전을 했다는 한국계 기사 이영 씨(61) 또한 “시는 면허권을 팔아 엄청난 수익을 얻었는데 막상 지금은 택시 기사들이 힘들어하는 것에는 책임을 안 지려 한다. 그래서 화가 난다”고 규탄했다. 경기가 좋았을 때는 시간당 50달러를 벌었지만 지금은 30달러밖에 안 된다고 했다. 시는 택시 기사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재정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맞서고 있다. 특히 당국이 발급한 면허를 사느라 빚에 허덕이는 택시 기사들을 모두 구제하면 기사들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또한 “당국이 내 빚을 언제든지 탕감해 줄 것”이라고 믿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시 당국이 그간 어려움에 처한 기사들의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시는 6500만 달러의 예산을 동원해 기사들의 은행 대출 구조조정을 돕는 방안을 시행 중이다. 1인당 최대 2만 달러의 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이 정책으로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기사들이 일부 빚을 탕감받았다. 그러나 일선 택시 기사들은 이 정도의 지원으로는 생존의 위기를 벗어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시 정부가 아예 기사들의 빚보증을 함으로써 부채 원금을 14만5000달러 이하로 낮추고, 매월 상환액도 800달러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택시 기사들의 이런 요구에 척 슈머 집권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 등 뉴욕을 지역구로 둔 유명 정치인들이 잇따라 지지 의사를 보였다. 기사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쪽은 “시가 애초에 기사들의 머댈리언 투자를 부추겼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카타리나 피스토어 뉴욕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시는 머댈리언 가격 급등으로 돈을 벌었고 버블이 커지도록 방치한 책임이 있다”며 택시 기사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재동 뉴욕 특파원 jarrett@donga.com}

북한이 19일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쏜 탄도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수중발사형으로 개량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사진)로 확인됐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면서도 북-미 간 직접 접촉 사실을 공개하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둬 향후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발사 현장을 참관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19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연례만찬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북한과 직접 접촉했다”고 밝혔다. 다만 북-미 간 접촉이 이뤄진 일시와 장소, 주체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여러 번 밝힌 대로 전제조건 없이 북한을 만날 준비가 돼 있고,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며 “북한이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길 바란다”고 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경제가 유례없는 물류대란과 공급망 병목 현상에 시달리는 가운데 백악관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주방위군 배치까지 검토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 보도했다. 주방위군은 평소 예비군처럼 재난 대응과 치안유지 업무를 맡지만 전시에는 정규군 같은 역할을 하는 준(準)군사 조직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그만큼 현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WP에 따르면 최근 백악관은 트럭 운전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주방위군이 운송 트럭을 운전하거나 항만에서 적체된 컨테이너 품목을 하역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검토했다. 주방위군 소속 군인들이 어떤 종류의 운전면허증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들을 기존 업무에서 배제한 뒤 트럭 운전사로 배치하는 것이 가능한지 등을 논의했다는 의미다. 바이든 행정부 내 고위 경제 관료와 교통부 소속 관리가 이 안을 검토했고 민간 기업 또한 비슷한 구상을 내놨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안이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숙련 노동자 부족이 물류대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트럭 면허를 보유한 일부 주방위군을 동원하는 정도로 현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악관은 앞서 13일에도 공급망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항 등 주요 항만을 주 7일, 하루 24시간 운영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월마트 페덱스 삼성전자 등 국내외 주요 민간 기업에도 물류난 해소를 위해 근로시간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10월 말 핼러윈, 11월 추수감사절, 12월 성탄절 등 소매유통업계의 연말 대목이 다가오고 있어 물류대란이 현재보다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항과 인근 롱비치항에서 입항을 기다리는 화물선이 18일 기준 157척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항구는 미국에 오는 수입 화물의 40%를 처리하고 있다. 두 항구의 화물 처리 지연이 공급망 병목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동부 조지아주 서배너항에도 20여 척의 화물선이 바다에서 입항을 기다리고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입항을 한다 해도 항만에 쌓인 컨테이너 또한 제때 내륙으로 운반되지 못해 물류대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진 세로카 로스앤젤레스항 이사는 18일 CNN에 “현재 약 20만 개의 컨테이너가 하역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항구에서 하역된 컨테이너 중 25%는 13일 이상 하역장에서 대기한 후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BC는 18일 “최근 백악관 관료들은 크리스마스에 사람들이 필요한 물품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서 폭발적으로 소비가 이뤄지는 연말 시즌에 소비자들은 화장지, 생수, 옷, 장난감, 반려동물용 사료 등의 물품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