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희

한재희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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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산업1부 재계팀 한재희 기자입니다.

hee@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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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강 살리기’ 나선 中, 품질 끌어올리고 신규제철소 제한

    중국 정부가 철강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각종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중국발 ‘저가 밀어내기’에 고통을 받던 한국 철강업계는 업황 반등의 계기가 될지 중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1일 국내 증권사 하나증권과 중국 철강 자문업체 마이스틸의 분석에 따르면 건축물에 주로 쓰이는 ‘철근’의 중국 내 유통 재고량은 지난달 27일 기준 441만 t이었다. 한 달 전에 비해 39% 감소했다. 주로 선박이나 건설업에 사용되는 ‘후판’, 자동차 차체에 쓰이는 ‘냉연’, 건축 구조물이나 차량에 적용되는 ‘열연’은 각각 한 달 전 대비 19%, 8%, 4%씩 재고량이 줄었다. 이 중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던 철근의 경우 재고량이 6개월 전인 올 3월 말과 비교해 68% 줄어들며 가장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철강 제품 재고량 감소는 중국 정부가 최근 몇 달간 발표한 철강 구조조정 정책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올 6월에 새로운 철근 표준을 도입해 철강업체들에 기존보다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도록 요구했다. 그러면서 유예 기간은 고작 3개월만 줬다. 이 기간 이후에는 기존 철근을 판매할 수 없기에 중국 업체들은 공격적으로 재고를 털어냈다. 8월 중국 당국은 새 제철소 건설 계획을 제한하는 내용을 고시했다. 이전에는 기존 설비를 대체하는 새 설비를 허용했으나 이제는 이마저도 막는 것이다. 철강업계의 공급 과잉이 심각해지자 생산 설비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또 올해 목표인 5%대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최근 내놨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첫 주택 구입자의 최소 계약금 비율을 15%로 낮추고, 시중은행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를 지시했다. 중국 광저우도 주택 구입에 대한 자격 심사를 중단하고, 소유 주택 수를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 철강업계가 큰 수혜를 볼 수 있다. 중국 철강업체들의 생산량과 재고량은 글로벌 철강 경기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중국 업체들이 과잉 생산한 물량을 자국 내에서 해소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밀어내 국내 철강 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더군다나 5월 미국이 중국산 철강 특정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0∼7.5%에서 25%로 연내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중국 업체들의 밀어내기는 더 심해졌다. 이로 인해 올해 중국의 철강 수출량이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1억 t을 넘길 전망이다. 만약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으로 중국 철강 시장이 회복돼 재고가 줄면 중국 업체들의 밀어내기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국내 업체들의 업황이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신중론도 여전하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각종 부양책을 내놓은 지 얼마 안 됐고, 철근 재고량 감소는 건설업 성수기로 인해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다”면서 “국내 건설경기 침체도 여전하기에 국내까지 온기가 전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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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화를 이끄는 도전 정신… AI-친환경 기술에 몰두하라

    기업에 있어 기술혁신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산업 전 분야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거 기술에 안주하다 보면 지금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금세 도태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조선업이나 유통업 등 그동안은 정보기술(IT)과는 거리가 있다고 여겨졌던 업종의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더군다나 글로벌 환경 규제가 단계적으로 매년 강화됨에 따라 친환경 혁신 기술의 연구·도입도 활발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전 산업군에서 AI 기술 적용 골머리SK그룹의 반도체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AI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2022년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출시를 계기로 글로벌 산업계에 AI 열풍이 불붙자 이에 대응하는 기술 개발·적용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AI 시대에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많이 늘어나게 되는데 SK하이닉스는 올 8월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 1c 미세공정을 적용한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내 1c DDR5의 양산 준비를 마치고 내년부터 제품을 공급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세계적 기업들이 SK하이닉스 1c D램을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면 전력 비용을 이전보다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엔 AI가 탑재된 미래형 선박의 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AI 기관사’를 탑재한 LNG 추진 벌크선을 인도한 바 있다. 이 선박은 기관자동화솔루션을 탑재해 선박의 주요 장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비상 상황을 자동으로 인식한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과일 품질 관리의 고도화를 돕는 ‘AI 선별 시스템’을 기반한 제품을 출시해오고 있다. 7월에는 ‘딥러닝’ 기반의 AI 선별 시스템으로 고른 ‘아삭한 복숭아’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고객 상담 채널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PC·모바일 챗봇, 콜봇 등을 도입했다. 이 중 콜봇에 생성형 AI를 적용해 대응 시나리오를 더욱 다양하게 늘려나가고 있다.친환경 기술혁신에 몰두하는 기업들 삼성전자는 친환경 기술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루고자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는 2050년 탄소중립을 통해 글로벌 기후 위기 극복 노력에 동참한다는 내용을 담은 ‘신환경경영전략’을 2022년 9월 세웠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203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세계 주요 제조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93.4%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전동화 차량으로 전환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할 친환경차인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2026년 말 북미와 중국에서 양산을 시작해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돌입할 계획이다. EREV는 엔진으로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 충전을 지원하는 덕에 주행거리가 기존 전기차보다 길어진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완충 시 900㎞ 이상 주행이 가능하게 개발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기존 엔진을 최대한 활용하고 원가 비중이 높은 배터리 용량은 약 30% 축소함으로써 동급 전기차 대비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량(PHEV)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판매 가격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한화큐셀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며 미국에 북미 최대 규모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 허브’ 구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이다. 총 3조4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 달튼 지역에 있는 태양광 모듈 공장을 증설하고 카터스빌 지역에 잉곳, 웨이퍼, 셀, 모듈을 각각 3.3GW(기가와트)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신설한다. 또한 한화큐셀은 주택용 태양광 솔루션 ‘큐홈’ 시리즈와 에너지 관리 시스템 ‘커맨드’를 유럽, 미국 중심으로 공급하며 주택용 에너지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HD현대는 암모니아 추진선 독자 기술도 개발 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5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국제테크포럼’을 열고 암모니아 연료의 독성가스 배출량을 제로 수준으로 줄이는 친환경 신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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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풍 “고려아연 구조조정 안해” 고려아연 “장형진 배임 혐의 해명을”

    75년간 동업을 해온 고려아연과 영풍이 27일에도 경영권 다툼을 이어가며 여론전에 나섰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연합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영풍 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발표했고, 고려아연 측은 장형진 영풍 고문의 배임 의혹을 지적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며칠 전 금속노조 위원장을 개인적으로 만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씀드렸다”며 “만약 공개매수가 끝나서 주요 주주가 되면 (공장이 있는) 울산에 내려가 걱정하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약속을 직접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의 발언은 고려아연 임직원들의 집단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노동조합과 핵심 기술인력 등은 MBK에 인수될 경우 비철금속 제련 글로벌 1위인 고려아연의 기술이 결국 해외로 유출되고,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강 사장은 “저와 MBK 김광일 부회장이 회사에 존재하는 한 고려아연을 중국에 안 판다”고 또다시 강조했다. MBK가 26일 고려아연 주식 매수 가격을 주당 66만 원에서 75만 원으로 인상한 것과 관련해선 “MBK가 부담하는 것이라 제가 답할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추가 인상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을 발표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되고 석포제련소가 60일간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영풍은 기자회견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석포제련소를 살리기 위해 1분 1초를 아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영풍은 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도록 하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3000억 원을 빌려 결국 금융기관 차입이 2.7배나 증가했다”며 “영풍은 지난 5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1371억 원에 달할 정도로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데, 장형진 영풍 고문 개인의 지시에 의해 배임적 성격의 결정을 한 게 아닌지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20일 고려아연의 계열사 영풍정밀은 장 고문 등을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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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소비자 10명 중 9명 “중국 전기차 구매 의사 없다”

    비야디(BYD)와 지커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인 가운데 국내 소비자 10명 중 9명은 중국 전기차를 구매할 의향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만 국산차 대비 가격이 현저히 싸다면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소비자도 61%에 달해 BYD와 지커가 얼마나 가성비 높은 모델을 들고 오는지가 성공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27일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향후 2년 내 신차 구매 의사가 있는 국내 소비자 5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중국 전기차를 구매하겠다는 답변은 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1%는 구매 의사가 없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BYD나 지커처럼 중국 토종 브랜드만 대상으로 했고, 테슬라와 같이 중국에서 생산되기는 하지만 브랜드는 다른 나라인 경우는 배제하고 진행했다. 소비자들이 중국 브랜드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이유로는 ‘배터리 안정성’이 31%로 가장 많이 지목됐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배터리 성능‧품질’을 꼽은 답변도 17%에 달했다.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브랜드‧제조사’(17%)와 ‘애프터서비스‘(10%), ‘주행성능‧안정성’(10%) 등도 중국 전기차를 사지 않게 되는 이유로 꼽혔다.하지만 중국 전기차 가격이 현저히 싼 경우에는 소비자 마음에 변동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얼마에 팔든지 상관없이 중국차는 구매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39%였고, 나머지 소비자들은 가격대에 따라 유동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산차와 거의 같은 가격(90~100%수준)일 경우 중국 전기차를 사겠다는 응답자가 8%에 그쳤으나, 국산차 대비 70~80% 수준이라면 중국산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응답자가 29%로 늘었다. 국산차 대비 중국 전기차의 가격이 ‘50~60%’ 수준으로 가정할 경우 구매 의사가 있다는 답변은 61%에 달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소비자가 중국 브랜드 전기차의 가격 조건을 유일한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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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니 본뜬 아이오닉, 1세대 닮은 신형 그랜저… 헤리티지 활용법

    동아일보가 최근 국내 30대 그룹 전략·마케팅 담당 임원과 한국경영사학회 교수 70명을 대상으로 한국 기업들의 헤리티지 활용도를 설문조사했을 때 현대자동차그룹은 헤리티지를 잘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혔다. 실제 현대차는 올해 초 ‘브랜드 헤리티지팀’을 신설했고, 울산에 헤리티지 전시관(사진)을 두고 있다. 현대차는 창업자부터 내려오는 도전의 서사를 기업 이미지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헤리티지팀은 현대차가 만든 첫 완성차인 포니의 콘셉트 차를 복원하고, 차량별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 전기차는 포니 디자인을 모방했고, 현대차 신형 그랜저는 1세대 ‘각 그랜저’의 디자인을 녹여내 지난해 국내 자동차 모델 중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가 헤리티지에 주목하는 것은 명차 제작사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그만한 ‘하차감’을 제공하는 데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차감이란 주로 고급차에서 내릴 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 헤리티지를 이어 온다는 점은 완성차 제조사로서 쌓아온 수십 년간의 제작, 경영 노하우를 소비자들에게 은연중에 전달할 수 있고, 브랜드 이미지도 각인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르셰 등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헤리티지를 구축하는 전략을 활발히 펼친다. 올드카 모델의 디자인을 도입하거나 과거 차량을 복원해 전시하고, 액세서리와 같은 ‘굿즈’를 판매하는 등의 방식이다. 현대차는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브랜드 정체성을 새로 구축해야 할 시점을 맞았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판매량 기준 세계 3위 완성차 그룹으로 올라섰다. 그러면서 브랜드 지향점을 기존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포니를 자체 개발한 그 도전의 이미지를 전동화 전환 시기에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커진 것이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현대차처럼 기업 성장의 또 다른 단계로 진입할 때 ‘리브랜딩’이 필요해진다”며 “리브랜딩은 서사가 될 수 있고 디자인이 될 수 있을 텐데, ‘나만의 헤리티지’가 주요 재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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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년전 전기차 만들려 골프카트 뜯어… 헤리티지 된 “해봤어?” 정신

    26일 찾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전시관 한편에는 ‘쏘나타 EV’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현대차는 1991년 11월에 이미 쏘나타를 연구용 전기차로 내놨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70km에 불과하고 배터리를 많이 장착하느라 실내가 비좁긴 해도 30여 년 전 만들어졌단 점을 감안하면 과거 일각에서 나오던 비아냥거림 ‘소나 타는 차’로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전기차라는 용어도 생소했던 시기에 만들어진 이 투박한 쏘나타 EV는 현대차그룹의 헤리티지(유산)인 “이봐, 해봤어?” 정신이 집약된 대표 상품이다. “이봐, 해봤어?” 혹은 “임자, 해봤어?”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평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회사 임원들이 회의에 나타나 ‘이 사업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업은 저래서 안 된다’고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정 창업자는 묵묵히 듣다가 불쑥 “이봐, 해봤어?”라고 물었다고 한다. 도전해 볼 생각조차 안 하는 모습에 임원들의 이름이나 직급도 다 제쳐버리고 일침을 놔버린 것이다. 무리해 보였던 사업들도 정 창업자가 나서 끈덕지게 챙기자 기적처럼 성공 궤도에 오르는 일이 반복됐다. 이러한 정 창업자의 ‘이봐, 해봤어?’ 정신은 현대차가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등장해 회사의 헤리티지로 자리 잡았다.● “미쳤다” 소리 들으며 만든 포니현대차가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승용차인 ‘포니’도 “이봐, 해봤어?” 정신 없이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 1968년부터 포드의 소형 세단 ‘코티나’를 조립해 판매하던 현대차는 한국형 승용차 개발을 추진했으나 사내 반대에 부딪혔다. 신차를 만들 만한 기술력이 부족한 데다 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어야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 창업자는 포니 개발을 밀어붙였다. 이수일 전 현대차 기술연구소장은 “당시 연 4000대만 팔아도 연말에 맥주 파티를 할 정도였는데 갑자기 연산 5만6000대 규모의 공장을 짓는다고 하니 제대로 된 사업 규모라고 믿어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심지어 ‘현대차가 저것 때문에 망할 것이다’, ‘미친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당시 현대차 엔지니어들은 차량 제작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 미쓰비시에서 수개월간 교육을 받았다. 연수를 끝내고 밤에 돌아와 오후 10시까지 그날의 보고서를 작성한 뒤, 일본어 공부도 한두 시간씩 하는 강행군이었다. 울산공장 전시관엔 엔지니어들이 노트에 빼곡하게 일본어 알파벳인 히라가나를 적으며 공부했던 기록도 남아 있다.힘들게 탄생한 포니는 1975년 12월 양산을 시작해 판매 첫해인 1976년 시장점유율 43%(1만726대)를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현대차는 이번 달 달성이 유력한 ‘누적 판매 1억 대’를 기념하기 위해 울산공장에서 행사를 준비 중인데 이 또한 포니가 없었다면 넘보기 힘들었을 성과다.● 1991년에 이미 개발했던 전기차 현대차의 “이봐, 해봤어?” 정신은 전기차 개발로도 이어졌다. 쏘나타 EV 실무 개발을 이끈 이성범 전 현대차 수석연구원은 1990년 1월 전기차 개발에 착수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맨땅에 헤딩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완성차 전체 판매 대수의 2% 이상을 완전 무공해 자동차로 판매하라’는 의무 규정이 발표된 것을 계기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기차가 없다면 당시 한창 공을 들이던 미국 수출을 접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전 수석연구원을 포함해 개발자 8명이 회사의 특명을 받고 울산에 모여 쏘나타 Y2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2년 만에 만들어냈다. 이 전 수석연구원은 “참고할 다른 전기 승용차도 마땅치 않아 전동 골프카트를 분해해 살피면서 제작했다”며 “쏘나타 EV에 전원을 연결했다가 갑자기 차에서 10∼20cm 불꽃이 치솟기도 하고, 거의 다 완성했는데 작동이 안 돼 다시 해체했다가 조립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울산 주행시험장에서 시험 운전을 했는데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환호성을 내질렀다”며 “시행착오가 쌓여 현재의 전기차가 나온 것이기에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무작정 유럽, 미국 찾아가 구한 반도체가장 최근 현대차의 “이봐, 해봤어?” 헤리티지를 엿볼 수 있었던 사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2021년 차량용 반도체 부족 대응이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자칫하면 차량 생산을 멈춰야 하는 위기였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현대차그룹 구매본부 임직원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전 세계가 ‘셧다운’돼 항공기 운항이 크게 줄었음에도 표를 구해 거의 매주 유럽, 미국 등지로 향했다. 만나주려는 사람이 없어 유럽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 임원 집 앞으로 무작정 찾아간 적도 있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텅텅 빈 비행기에 혼자 앉아 출장을 갔다. 코로나 시국에 해외에 나가니 가족들이 걱정했던 기억도 난다”며 “호텔에 일종의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해외 차량용 반도체 직원들을 초청해 상황을 설명하는 등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말했다. 해외 경쟁사들이 발만 구르는 상황 속에서도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를 어떻게든 구해 큰 차질 없이 차량 생산을 이어갔다. 현대차그룹이 2022년 처음으로 생산량 기준 글로벌 3위에 오른 것도 당시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 관리를 전투적으로 해낸 덕이었다.현대차가 이 같은 헤리티지를 앞세워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제네시스의 유럽 판매 활성화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현재 국내와 북미 시장에서 주로 팔리고 유럽에서는 존재감이 약하다. 100년가량 명성을 쌓아온 유럽 고급차 브랜드들이 시장을 꽉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차가 주도하고 있는 수소차 생태계를 업계의 회의적 시각을 딛고 궤도에 올리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울산=한재희 기자 hee@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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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아연, ‘이차전지’ 국가핵심기술 신청… 영풍, 고려아연 경영진 배임 혐의로 고소

    75년간 동업을 해온 영풍과 경영권 다툼 중인 고려아연이 자신들의 이차전지 원료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선정해 달라고 정부에 신청했다. 영풍과 손잡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회사를 해외로 매각하기 어렵게 만들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은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판정신청서를 전날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산업부에서 전문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내부 절차를 밟아 추후 판정 결과가 나오게 된다.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로 판정을 요청한 기술은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다. 전구체는 전기차 배터리의 소재인 양극재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다. 전구체를 만들 때 니켈이 어느 정도 들어가는지가 전기차 주행거리를 크게 좌우한다. 이때 전구체 내 니켈의 비중을 높일 수 있는 고려아연의 특허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달라는 것이다. 고려아연이 갑자기 국가핵심기술 신청에 나선 것은 MBK의 경영권 취득 의욕을 꺾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해당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고려아연이 외국 기업에 인수합병될 때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정부는 해당 국가핵심기술의 유출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면 인수합병에 대해 중지를 명령할 수 있다. 만약 분쟁 끝에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해외 기업에 매각하지 못할 가능성도 생기는 것이다. 그동안 고려아연은 MBK가 경영권을 가져가면 결국 다시 회사를 중국에 매각할 것이라 주장해 왔다. 이로 인해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 업체인 고려아연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MBK 측에서는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 장기간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영풍 측은 이날 고려아연 경영진에 대한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하면서 맞대응했다.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과 노진수 전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것이다. 최 회장이 중학교 동창이 운영하는 회사에 출자하는 등 부적절한 투자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영풍 측 주장이다. 이에 따라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법정 싸움으로 확산하게 됐다. 고려아연의 계열사 영풍정밀도 20일 장현진 영풍 고문과 김광일 MBK 부회장 등 5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영풍이 MBK와 손을 잡는 과정에서 영풍이 갖고 있는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MBK와 공동 행사하기로 한 것이 회사에 손해를 미쳤다는 주장이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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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아연 “MBK가 경영권 가지면 결국 中에 매각” MBK “근거없는 억측… 韓경제에 중추 역할 수행”

    비철금속 제련 글로벌 1위 기업인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가지면 결국 회사가 중국에 팔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MBK는 “근거 없는 억측이며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고려아연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은 이제중 부회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투기자의 눈으로 보면 그룹을 팔아먹기 굉장히 쉽다”며 “누구에게 팔아먹겠냐. 중국자본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은 국가적인 재앙”이라며 “우리는 (국가) 기간산업이다”라고 했다. 영풍이 13일 사모펀드(PEF) 운영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의 공개매수를 선언한 이후 고려아연이 기자회견을 연 것은 처음이다. 1984년 입사해 부회장까지 오른 이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자처하면서 이번 자리가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주장은 비철금속 제련의 글로벌 산업 구조를 근거로 삼았다. 비철금속 제련 시장에서 현재 두각을 나타내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 등인데 만약 고려아연이 매물로 나오면 분명 이 분야 강자인 중국에서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 부회장은 “MBK파트너스라는 투기 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우리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술을 지켜야 된다”고 지적했다. MBK는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박에 나섰다. MBK 측에서는 “일각에서는 우리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신성장 사업들이 모두 중단될 것 같이 호도하고 있다. 핵심 기술이 유출되고 심지어 인수 후에는 중국에 매각될 것 같이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며 “장기간 투자하고 대한민국 구성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고려아연이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대한민국 경제에 중추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75년 동업’이 깨진 원인을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이 부회장은 “영풍의 장형진 고문은 그동안 (영풍) 석포제련소의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유해 폐기물을 떠넘겨 고려아연을 ‘영풍 폐기물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해왔다”며 “이걸 막은 사람이 최윤범 현 고려아연 회장이고, 그때부터 장 고문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풍은 “떠넘긴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이 2022년 영풍의 반대에도 유상증자로 한화에 지분을 준 것이 결별의 핵심 이유란 것이다. 영풍 측은 “‘자로사이트 케이크’라는 부산물에는 일부 아연 및 금속 성분이 남아 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일부 재처리를 제안했던 것”이라며 “협의 끝에 최종적으로 없었던 일로 했다”고 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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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아연 사외이사들 “영풍의 공개매수 반대”… MBK “이사회 기능 이미 심각하게 훼손” 비판

    75년 동업을 이어온 영풍(장씨 집안)과 고려아연(최씨 집안)의 경영권 다툼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고려아연 사외이사 7명 전원이 최씨 집안 쪽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영풍 측과 손잡은 사모펀드(PEF) 운영사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이사회 기능이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후진적 이사회부터 지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22일 고려아연 측에 따르면 고려아연 사외이사 7명 전원은 입장문을 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들은 “고려아연 경영진은 사외이사의 건전한 감시와 견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정도 경영을 해왔다”며 “주주들의 이익 관점에서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사외이사 전원의 합의로 반대한다”고 했다. 또한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가져가면) 사모펀드의 속성상 기업의 중장기적인 성장보다는 핵심 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한 단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측은 현 경영진의 사업적 능력을 강조하면서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고려아연은 “전 세계 제련소의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2∼3% 수준이지만 고려아연의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8∼10%”라며 “고려아연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세계 최고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한 “영풍의 경우 사망사고와 중대재해 문제로 최근 대표이사 2명이 모두 구속된 상태”라며 “(영풍 사외이사 중 1인은) 기업의 경영과 전혀 무관한 이력을 보유한 인물로 영풍의 후진적인 지배구조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영풍 측에서는 고려아연의 사외이사 구성에 대해 꼬집었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했으면 원아시아파트너스에 5600억 원 출자,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이그니오홀딩스를 5800억 원에 인수한 것은 가당치도 않았다”며 “최윤범 회장은 이사회 결의를 받지 않고 원아시아파트너스에 고려아연 자금을 투자했다”고 지적했다. 또 “대항 공개매수를 위해 최씨 일가가 개인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더라도 (경영권 방어를 위한) 2조 원 자금 확보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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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2027년식 커넥티드 차량부터 中 SW 사용 금지”

    미국이 무선 네트워크를 이용해 자율주행 등을 할 수 있는 차량에서 중국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사용을 각각 2027년과 2029년부터 금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부가 23일 커넥티드 차량에서 중국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사용 금지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커넥티드 차량은 무선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변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자율주행, 내비게이션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이른바 ‘스마트카’다. 미 정부는 중국산 기술을 활용한 커넥티드 차량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중국이 해킹을 통해 커넥티드 차량을 원격으로 조종하거나, 미국인 운전자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단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 소프트웨어는 2027년식 차량부터, 하드웨어는 2029년부터 사용을 금지할 계획이다. 상무부는 이에 대해 30일 동안 공개적으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규정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와 한국 자동차 업계는 올 4월 미 정부에 커넥티드 차량 규제와 관련해 입장문을 전달한 바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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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코 전기차 공장 찾은 정의선 “혁신-성장 노력 강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유럽 내 회사의 유일한 전기차 생산시설인 체코 공장(HMMC)을 찾아 유럽 시장 전략을 점검했다. 2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19일(현지 시간) 체코 노소비체의 현대차 체코 공장을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동행한 정 회장이 일정을 쪼개 현지 사업장을 방문한 것이다. 현대차는 체코 공장에서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을 생산한다. 유럽 시장의 올 1∼7월 전기차 산업 수요가 109만3808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0.6% 증가하는 데 그칠 정도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의 그늘이 드리워진 상태다. 현대차는 체코에서 생산하는 ‘투싼 하이브리드’를 내세워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7∼12월) 유럽에 ‘캐스퍼 일렉트릭’을 투입해 전기차 선택지도 넓힌다. 또 독일에 있는 현대차그룹 유럽기술연구소(HMETC)의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고, 슬로바키아 기아 공장에서는 내년 하반기부터 전기차 생산에 나서며 전동화 전환도 차질없이 진행한다. 정 회장은 “체코 공장은 친환경 모빌리티 비전과 기술을 위한 미래 투자의 핵심 거점”이라며 “최근 전기차 시장의 지각 변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혁신과 지속 성장을 위한 변함없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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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아연-영풍 ‘장외 공방’ 격화

    75년간 동업 관계를 이어온 ‘최씨 가문’(고려아연)과 ‘장씨 가문’(영풍)이 사실상 파경을 맞은 가운데 장외 공방까지 격화하고 있다. 양측은 하루에도 수차례 상대방을 비판하고 나섰다. 경영권 확보 경쟁이 가열되면서 고려아연 주가는 주당 70만7000원까지 치솟았다.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김광일 부회장은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9년 고려아연의 금융권 차입 부채는 410억 원으로 사실상 없었는데 올해 6월 말에는 1조4000억 원에 이른다”며 “쉬운 말로 현금을 물 쓰듯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MBK파트너스 측은 자신들이 ‘중국계 자본’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2005년 한국에서 출범한 1세대 사모펀드”라며 “중국계 주장은 마타도어(흑색선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도 입장문을 내고 영풍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MBK파트너스가 무분별한 투자의 예로 지적한 이그니오홀딩스 인수에 대해 “이그니오는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100% 리사이클링 동박’을 생산하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의 핵심”이라며 “지난해 3만 t 수준이던 동(구리) 생산량을 2028년 15만 t까지 확대하기 위한 필수 투자”라고 강조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에 출자한 것에 대해서는 “일부 손실이 발생했다고 투자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노동조합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50년 역사의 세계 최고 비철금속제련회사인 고려아연이 기업사냥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회사를 빼앗길 위협에 직면했다”며 “우리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적대적, 악의적, 약탈적 공개매수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양측의 뜨거운 장외 대결 탓에 고려아연의 주가는 이날 6.16% 오른 주당 70만7000원으로 마감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66만 원)를 훌쩍 넘겼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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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에 20억 원 추가 기부

    포스코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를 위해 20억 원을 추가로 기부했다.포스코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20억 원을 출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기부는 이달 13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결정됐다.포스코는 측은 “대일 청구권 자금의 수혜를 통해 성장한 기업 중 하나로 사회적 , 도의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해왔다”며 “생존 피해자들이 날로 고령화됨에 따라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재단에 20억 원을 추가 출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포스코는 2012년 이사회 의결을 통해 총 100억 원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2016년에 1차로 30억 원, 2017년에 2차로 30억 원을 기부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에도 남은 40억 원을 마저 출연했다. 이번 기부까지 합치면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관련한 포스코의 누적 출연금은 120억 원에 달한다.포스코는 한일청구권협정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기업이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일본이 한국 정부에 제공한 5억 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 중 24%에 해당하는 1억1948만 달러가 포스코에 투입됐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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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아연, 특수관계자서 영풍 제외… 주식 매수 경쟁 나설듯

    75년간 동업해 온 영풍그룹(장씨)과 고려아연(최씨)이 사실상 결별한 가운데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두 집안의 수 싸움이 치열해졌다. 13일 장씨 집안이 국내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자 최 씨 집안에서는 우군 확보에 나서면서 동시에 별도 주식 매수 준비에 나섰다.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18일 비철금속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19일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공시할 예정이다. 최 회장과 그의 특수관계자가 지닌 주식 수량을 알리는 공시다. 이때 영풍그룹을 운영하는 장씨 집안 측이 보유한 수량은 제외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동업 관계에 있는 장씨 집안을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인 ‘특수관계자’로 정의했지만 앞으로는 아니라는 얘기다. 장씨 집안이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다음 달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주당 66만 원에 사들이겠다고 선언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씨 집안이 주식 매수 경쟁에 나서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140조에서는 공개매수가 이뤄지고 있을 때는 특수관계자가 별로도 주식을 매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최 회장이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현재 최씨 집안 측이 확보한 고려아연 주식은 34.0%이고, 장씨 집안은 33.1%로 박빙인 상황이다. 최씨 집안 측은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하고 주식 6.05%를 추가로 획득해야 장씨 집안과 MBK파트너스의 공세를 막을 수 있다. 현재 주가(주당 66만6000원) 기준으로 약 8000억 원이 있어야 한다.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돈을 마련하거나 우군이 될 ‘백기사’(우호 세력)를 데려와야 한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추석 연휴에도 회사에 나와 임원들과 회의를 열거나 외부 인사들을 만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가 있는 울산의 김두겸 시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를 비난하며 지역 상공계와 함께 ‘120만 시민 주식 사주기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시의회도 17일 “적대적 인수합병에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의 자금 운용에 있어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조하는 ‘MBK 방지법’(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안에 대해 다음 달 진행되는 국정감사에서 따져 보겠다고 선언했다. 소수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 운영진도 현재 고려아연 경영진을 지지하는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 측이 사모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해 고려아연 지분을 넘겼다”며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장씨 집안과 손을 잡은 MBK파트너스는 입장문을 발표해 “(알려진 것과 달리) 현대차, 한화, LG 등 기업들이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이 아니다”라며 “우호 지분이라면 최 회장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등 공동행위 주요 주주로 공시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MBK파트너스는) 중국계 자본이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해외 기술 유출 등의 우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연·납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제련업체인 고려아연은 알짜 회사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 9조7045억 원, 영업이익 6599억 원을 기록했다. 고려아연은 최근 영풍그룹 전체 매출의 7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말 이차전지·그린수소 등 신사업과 제련 사업에 10년 동안 17조 원을 투자해 2033년에 매출 25조3000억 원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울산=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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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GM ‘미래차 동맹’… 전기차 등 공동 개발-생산한다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1위를 달리는 현대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가 동맹을 맺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미국에서 메리 바라 GM 회장을 만나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에 서명했다. 두 회사가 향후 전기차나 수소차 등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서기 위해 ‘미래차 동맹’을 맺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현대차와 GM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메리 배라 GM 회장은 최근 미국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에서 만나 포괄적 협력 MOU를 체결했다. 현대차와 GM은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잠재적인 협력 분야는 친환경 에너지, 전기 및 수소 기술의 공동 개발 및 생산”이라며 “양 사는 배터리 원자재, 철강 및 기타 소재의 통합 소싱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경쟁관계인 두 회사의 협력을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하고 있다.협력의 방점은 미래차 분야에 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정 회장은 “현대차와 GM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회를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 사가 보유한 전문성과 혁신적 기술을 바탕으로 효율성을 향상시키겠다”고 했다.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 등 미래차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두 회사가 소재를 통합 소싱하겠다”는 부분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라 회장은 “양 사의 이번 파트너십은 체계화된 자본 배분을 통해 제품 개발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했다. 실제 현대차와 GM이 공동으로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 구매에 나선다면 수익성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 양극재, 음극재를 비롯한 배터리 원자재를 함께 구매하면 협상력이 높아지고 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하나를 개발하면 10만 대 이상 팔아야 수익이 난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런 성과를 낼 만한 곳이 없다 보니 양 사의 협업 필요성이 부각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GM의 미래차 동맹은 테슬라와 BYD 등 강력한 전기차 경쟁자들에 주도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위기 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판매량 기준 현대차·기아가 3위, GM은 5위지만 전기차만 따지고 보면 각각 7위와 10위권 밖으로 내려간다. 미국 테슬라와 중국 BYD가 압도적으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시간이 갈수록 더 따라잡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와 GM의 판단으로 보인다. 이번 동맹으로 차량을 만들 때 기초가 되는 플랫폼을 두 회사가 공유해 약점을 보완할 수도 있다. GM의 강점인 픽업트럭 플랫폼을 현대차가 활용하고, 반대로 현대차의 중·소형급 승용차 플랫폼을 GM이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현대차와 GM은 주력 차종이 서로 겹치지 않아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룰 수 있다”며 “양 사가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력도 끌어올릴 기회”라고 말했다. 이번 협력으로 현대차의 북미 수소차 시장 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친환경차 산업 정부 지원책은 자국 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GM과의 협업은 미국 수소차 시장 개척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GM 입장에선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세계 수소차 시장 점유율 1위(32.7%)를 달리는 현대차의 앞선 기술력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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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버 보안 인증’ 못받으면 車 못파는 시대

    자동차에 정보기술(IT) 기능이 늘면서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에 대해 해킹 방지 규정이 강화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중소·중견 기업들은 IT 인력 확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7월부터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 56개국 회원국의 모든 양산차에는 사이버 인증이 필수 판매 조건으로 적용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표준에 따라 자동차 사이버 보안 관리 체계(CSMS) 인증을 받아야만 유럽에서 차량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2월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국제 기준에 맞춰 자동차 사이버 보안체계를 갖춰야만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내년 하반기(7∼12월) 신차부터 적용된다. 규정이 강화되는 것은 각종 IT 기능이 적용된 차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차들은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기능이 장착됐고, 차 안에서 영상을 감상하고 내비게이션이나 인공지능(AI) 비서 등도 활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미국의 국립제조과학센터(NCMS)에 따르면 요즘 최고급 차량에는 마이크로칩이 1000∼3000개, 전자제어장치(ECU)가 150개가량 장착돼 있다.이런 경향은 점점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는 올해 425억 달러(약 57조 원)로 예상되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의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1478억 달러(약 197조 원)로 3.5배 규모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미래차 보급이 늘면서 차량 내 소프트웨어에 해커들이 침투해 차량을 탈주하거나 개인정보를 빼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자동차 보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와 관련한 인증을 도와주는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아우토크립트가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고 이타스코리아(독일)나 아르거스(이스라엘) 등의 업체도 국내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사이버 보안 시장은 2020년 49억 달러(약 7조 원)에서 2030년 97억 달러(약 13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소·중견 자동차 부품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ECU가 장착된 부품들을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려면 보안 소프트웨어도 적용하고 이에 대한 글로벌 인증을 받아야 한다. 중소·중견 업체들은 인력과 자금력이 부족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전장부품회사 AM주식회사의 안상곤 연구기획팀장은 “사이버 보안 프로세스를 적용하고자 컨설팅 업체에 연락하면 2억∼3억 원을 요구해 중소기업으로선 부담이 된다”며 “사이버 보안 기준을 맞추려면 기존 개발 인력의 1.5배가 필요한데 중소기업은 연봉이 많지 않다 보니 인력 채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형욱 아우토크립트 이사는 “중소기업은 사이버 보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해한다”며 “이들을 도와주는 지원책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홍창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소·중견 기업으로도 사이버 보안 관련 인력이 공급되도록 추가적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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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성차 업계 “급발진 의심 대부분은 휴먼 에러”

    완성차 업체들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자동차 전문가들은 급발진에 대해 ‘휴먼 에러’(인간 실수)가 대부분이고 사고 원인을 밝힐 때 사고기록장치(EDR)를 신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12일 서울 여의도 FKI 콘퍼런스센터에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를 공동 개최했다. 7월 서울 중구 시청역에서 차량 역주행으로 9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급발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마련된 자리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자동차 제동력은 차량 중량과 속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보다 더 크게 설계돼 있다”며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을 통해 제동 신호와 가속 신호를 동시에 보낼 때 제동 신호를 우선하게 돼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자동차는 무조건 속도가 줄거나 정차한다”고 설명했다.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도 “급발진 의심 현상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며 “대부분은 휴먼 에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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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붙은 ‘중형-준중형 SUV’ 대전… “전체 판매량 34% 차지”

    자동차 시장에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대전이 벌어졌다. 완성차 업체마다 중형이나 준중형 SUV 신차를 쏟아내면서 시장이 후끈 달아오른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중형 SUV가 유독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은 차급이기 때문이다. 가족용 차량으로 사용하기 적당한 크기이면서 가격도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KAMA)에 따르면 올 1∼8월 기준으로 중형 및 준중형 SUV는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34.1%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 판매량을 자랑한다. SUV 중에서 중형과 준중형이 차지하는 비율은 58.6%에 이른다. 현대자동차는 ‘싼타페’, 기아는 ‘쏘렌토’의 연식 변경 모델을 최근 나란히 내놔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아의 ‘스포티지’도 올해 말에 부분 변경 모델이 나올 예정이다. 카이즈유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올 1∼8월 쏘렌토(6만2581대)는 내수 판매 1위, 싼타페(5만2658대)와 스포티지(5만1685대)는 3, 4위를 차지했다. 최강자 자리를 점하는 인기 중형·준중형 모델들이 줄이어 재단장에 나선 것이다. 싼타페는 가솔린 모델(3546만∼4442만 원) 기준으로 기존 모델 대비 트림별 최대 60만 원가량 가격이 올랐다. 쏘렌토 가솔린 모델(3605만∼4291만 원)은 트림별로 약 100만 원 인상됐다. 추가 금액을 내고 구매해야 했던 일부 편의 품목들이 기본으로 장착됐음에도 가격 인상을 최소화해 선두 자리를 뺏기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르노코리아도 이번 달부터 중형 SUV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의 인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르노가 4년 만에 국내에 내놓는 신차다. 차량 1열에 12.3인치 디스플레이 3개가 설치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앙 디스플레이에서는 내비게이션을 보고 조수석 쪽 디스플레이에서는 영상을 감상하는 등 독립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쏘렌토나 싼타페보다 전장은 짧지만 휠베이스(2820mm)는 오히려 길게 설정해 넓은 실내를 자랑한다. 가격은 가솔린 모델 기준으로 3495만∼4345만 원으로 나왔다. KG모빌리티는 준중형에서 중형에 걸친 차급의 SUV인 ‘액티언’을 지난달부터 판매하고 있다. 액티언에 대한 사전 예약은 5만8085대로 역대 KG모빌리티 차량 중 가장 많았다. KG모빌리티의 전신인 쌍용차가 2005년 선보였던 액티언을 계승한 차량이다. 트렁크 용량은 668L인데 뒷좌석을 접으면 1568L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캠핑족이 활용하기에 적합하도록 수납 공간이 넓게 나온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3395만∼3851만 원이다. 전기차 회사인 폴스타도 중형 SUV 전기차인 ‘폴스타4’를 출시했다. 2022년 ‘폴스타2’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신차다. 폴스타4는 뒷유리를 없앤 디자인이 특징이다. 쿠페형 차량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장치다. 폴스타4는 뒷유리를 없앤 대신 2열이 최대한 넓게 느껴지게 디자인했다. 또한 폴스타는 전 세계 27개국에 진출했는데 그중에서 폴스타4 생산 공장이 있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가장 싼값(6690만∼7190만 원)에 공급된다. 조만간 출시를 예정한 차량도 있어서 앞으로 중형·준중형 시장은 한동안 계속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BMW코리아는 하반기(7∼12월) 중형 SUV인 ‘X3’ 완전 변경 모델을 출시한다. 제너럴모터스(GM)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중형급 전기 SUV인 ‘이쿼녹스 EV’를 출시한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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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연속 ‘동력시스템 오스카상’ 수상한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탑재된 동력시스템이 미국 자동차매체 워즈오토가 선정한 ‘최고의 10대 엔진 및 동력시스템’에 선정됐다고 11일 밝혔다. 이번에 이름을 올린 최고 동력시스템은 현대차 아이오닉5N과 기아 EV9 GT라인의 동력시스템이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2022년 아이오닉5, 지난해 아이오닉6에 이어 3년 연속으로 이 분야에서 수상을 이어갔다. 아이오닉5N과 EV9의 동력시스템은 우수한 주행 성능과 첨단 주행 관련 기술,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워즈오토가 1995년부터 매년 선정해 온 ‘10대 엔진’은 자동차 파워트레인 기술 분야의 오스카상으로 불린다. 동력장치 분야에서 전동화 추세가 빠르게 진행되자 워즈오토는 2019년부터 수상 명칭을 ‘최고 10대 엔진’에서 ‘최고 10대 엔진 및 동력시스템’으로 변경했다. 올해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신차에 탑재된 34개 동력장치를 대상으로 심사가 이뤄졌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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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용 A등급 韓기업 10곳 돌파 눈앞… “위기경영의 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상위 등급인 A등급(A―, A3, A― 이상)을 받은 비(非)금융 계열 한국 기업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곳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이 A등급으로 상향 평가를 받으면서 상반기(1∼6월)에만 9곳으로 5년 전 7곳(연말 기준)을 이미 뛰어넘었다. 팬데믹,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닥친 시기에 한국 기업 특유의 ‘위기 경영’ 능력이 진가를 발휘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상반기에만 A등급 9곳, 국제 신용 ‘우등생’으로 10일 본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A등급으로 평가 받은 회사는 9개로 나타났다. 금융·보험·투자사를 제외하고 이 기간에 평가를 받은 업체 기준이다. 같은 기준으로 5년 전 이 수치는 7곳이었다. 당시에는 A등급을 받지 못했던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포스코홀딩스 등이 상향 평가를 받으면서 수치가 늘었다. 하반기(7∼12월)에 매년 A등급을 받아 온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평가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사상 처음으로 10곳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처럼 정부 지원이 가능한 공기업은 보통 국가신용등급(한국, 무디스 Aa2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A등급을 받은 기업 수는 그간 2014년 7곳에서 지난해 9곳으로 줄곧 10곳 미만에 머물렀다. 국가 신용 등급까지 매기는 3대 신용평가사 평가 등급은 장기 기준 S&P 22등급(AAA∼D), 무디스 21등급(Aaa∼C), 피치 20단계(AAA∼D)로 나뉜다. 이 중 A등급은 채무 상환 능력이 충분해 ‘투자 적격’으로 분류되는 중상위 등급.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한 수익성(매출 영업이익률 등) 분석은 물론이고 사업 포트폴리오, 지배구조, 시장 내 지위, 경영 투명성 등 기업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따지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 낮은 이율의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직접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A등급을 받으면 대외 신인도 상승으로 회사채 발행 시 유리한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 주요 기관들로부터의 투자 유치에 유리해진다”고 했다.● 팬데믹 등 위기 상황서 특유의 대처 능력 발휘 2016년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발끈한 중국이 보복 조처를 하면서 현대자동차의 중국 판매량이 급락하던 2018년.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S&P는 현대자동차·기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강등했다. 그러면서 ‘부정적(Negative)’이란 전망까지 부여해 추가 하향 평가까지 걱정했던 상황이었다. 경색된 한중 관계는 지금도 그대로지만 신용 평가에서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올해 현대차·기아는 S&P는 물론이고, 무디스, 피치 등 다른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A등급으로 줄줄이 상향 평가를 받은 것이다.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등급을 받은 완성차는 현대차·기아 외에 도요타, 혼다, 벤츠뿐이다. 위기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한 현대차그룹의 위기 관리 능력에 따른 결과물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2022년 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의 공급망 위기 속에서 사상 처음으로 세계 판매량 3위에 올라서는 저력을 발휘했다. 일본 혼다 등 경쟁 업체들이 부품을 구하지 못해 생산·판매량이 급락하는 와중에 판매 순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대외 상황에 잘 대처하는 능력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면이 팬데믹 기간, 생산 시스템 붕괴를 막는 것과 동시에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발 빠른 대처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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