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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 청와대와 정부의 머리를 무겁게 하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악수를 무난하게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의 정상회담에서라면 이런 부분은 고민거리가 될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 때마다 악수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3월 미국과 독일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란히 앉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악수하실래요?”라고 직접 제안을 했음에도 못 들은 척 딴청을 피웠다. 2월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19초 동안 손을 잡고 흔들었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는 손을 잡은 채 다른 손으로 손등까지 토닥였다가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철저한 준비로 반격에 나섰다. 지난달 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은 이를 악물 정도로 상대방의 손을 강하게 잡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손이 아픈지 살짝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나라 정상들 간의 지금까지 회동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두 정상 간 악수부터 동선까지 꼼꼼히 준비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법은 밝힐 수 없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원만한 악수’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 대비에도 고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관례를 깨고 정상회담 내용을 언론이나 트위터에 공개할 수 있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한편 이날 한미 정상회담 사전 준비차 방한한 토머스 섀넌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면담한 뒤 “사드 배치 문제는 한미 두 나라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계속 공을 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다루겠다는 뜻이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신나리 기자}
13일 오후 10시 20분경(현지 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렁큰 공항. 북한에 17개월째 억류됐다가 12일 석방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혼수상태로 고향에 돌아오자 미국인들은 그야말로 충격에 휩싸였다. 억류되지 않았다면 올해 미 버지니아대를 졸업했을 웜비어는 이날 전혀 의식이 없어 보였다. 머리는 삭발을 하고 코에 튜브를 꽂은 채 사람들에게 들려 평양에서 타고 온 걸프스트림 전용기에서 내렸다. 부모인 프레드와 신디 웜비어는 성명을 내고 “버림받은 잔혹한 정권에 의해 우리와 아들이 얼마나 괴롭고 공포에 떨었는지 온 세상이 알기를 바란다”며 울부짖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에서 “한 미국인 대학생을 이처럼 만든 북한 측 처사는 세계에서 가장 사악하고 고립된 체제 가운데 하나임을 고려하더라도 절대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이에 따라 조지프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까지 이어진 웜비어의 석방이 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웜비어의 상태를 감안했을 때 이번 윤 대표의 방북은 순수 인도주의적 목적에 방점이 찍혔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윤 대표의 12일 방북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초 윤 대표는 방한 중인 토머스 섀넌 국무부 정무차관을 수행할 예정이었는데 방한 직전 명단에서 빠졌다. 윤 대표가 이달 6일 북한의 요청으로 뉴욕에서 자성남 주유엔 북한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미 대학생 웜비어가 지난해 3월부터 식중독의 일종인 보툴리누스균 감염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뒤 급히 방북 일정을 잡았기 때문이다. 웜비어의 상태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서 보고받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를 잘 챙기라”며 방북을 지시했고, 윤 대표는 두 명의 의료진과 함께 민간항공기인 걸프스트림을 타고 일본을 경유해 이날 오전 평양에 도착했다. 앞서 윤 대표는 지난달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북-미 간 ‘트랙 1.5 회담’(민관 대화)에 참석해 억류 미국인 4명의 석방을 위한 협상의 물꼬를 튼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정부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윤 대표의 방북 추진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당국자는 “미 정부가 한국 정부와 직접 관련이 없는 웜비어 석방 건을 자세히 알려준 것은 아니지만 동맹 간 정보 공유 차원에서 필요한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윤 대표가 1박 2일 동안 평양에 머물며 다양한 북측 인사를 접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직전까지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던 리용호 외무성 부상을 만났을 가능성이 크다.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이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한성열 등을 만났다면 더 깊은 대화가 오갔을 수도 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웜비어 석방을 계기로 윤 대표의 방북 못지않게 지난해 7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폐쇄를 선언했던 ‘뉴욕채널’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 부활한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국무부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간 채널을 뜻하는 뉴욕채널은 북한의 핵실험 후에도 가동될 정도로 북-미 간에 가장 빈번하게 이용하던 소통 창구였다. 이것이 웜비어 석방 건으로 재가동되면서 어떤 식으로든 북-미 간 소통의 계기가 지금보다는 자주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대화 재개 조건으로 미국이 내건 비핵화를 거부하고 있고, 최근까지도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이어온 만큼 이번 방북으로 북-미 간 대화가 당장 급물살을 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도 많다. 뉴욕타임스 등 일부 언론은 웜비어가 북한에서 구타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에도 북한이 억류 미국인을 유사한 방식으로 석방할 때마다 북-미 대화론이 나왔지만 실제론 진전이 없었다. 그래서 일각에선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보다는 웜비어의 상태가 더 나빠져 북한에서 사망이라도 하기 전에 석방할 필요성을 느껴 미국과의 대화를 요청했고, 미국도 웜비어를 빼내기 위해 윤 대표를 평양에 보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억류자가 혼수상태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이뤄진 방북이고 추가적인 억류자 석방이 없다는 점에서 북-미 대화 재개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때마침 방북한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이자 김정은 위원장의 ‘절친’으로 알려진 데니스 로드먼은 웜비어의 석방과는 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로드먼의 방북은 개인적인 일정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가져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우경임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준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12일 국회 시정연설과 높은 국정 지지를 바탕으로 ‘강경화 구하기’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강 후보자 임명 강행 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투표는 물론이고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실에서 정세균 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따로 만나 추경안 협조와 함께 강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직접 설득할 예정이다. 전직 외교부 장관 10명도 10일 “강 후보자가 조속히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돼 주요 외교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지지 성명을 발표해 문 대통령에게 힘을 보탰다. 특히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에 앞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북한의 반응을 알아보자고 말했다고 회고록에서 주장해 이번 대선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송민순 전 장관도 성명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야3당은 일제히 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일전(一戰)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11일 기자들을 만나 “(강 후보자는) 민간 연안 여객선 선장으로는 맞을지 모르지만, 전시에 대비할 항공모함 함장을 맡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도덕성뿐 아니라 역량과 자질도 미흡하다는 얘기다. 이어 “적격한 후임자를 빨리 발탁해 국회로 보내면 하루빨리 외교부 장관을 임명하는 데 협조하겠다”며 강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압박했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대변인도 “청와대가 부적격 인사들을 일방적으로 임명한다면 향후 급랭(急冷) 정국의 모든 책임은 대통령과 민주당에 있음을 명심하라”며 “부적격 후보자들의 자진사퇴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주장했다. 여야는 12일 강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다시 논의한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우경임 기자}
일본 자민당 ‘넘버2’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특사로 10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1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아베 총리의 친서를 전달하고 7월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타진한다. 외교 소식통은 “니카이 특사는 아베 총리의 최측근이면서 한일 관계를 중시해온 대표적인 인물”이라며 “이는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아베 총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11일 말했다. 니카이 특사는 전남 목포에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10일), 보육시설인 공생원(11일)을 찾는 것으로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공생원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관리의 외동딸인 윤학자(일본명 다우치 지즈코) 여사가 고아들을 돌보며 일생을 바친 곳이다. 한일 간 오래된 교류의 역사를 부각시킨 일정인 셈이다. 그러나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니카이 특사는 10일 한국 국회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일 관계에) 한 줌의 간계를 꾸미는 일당은 박멸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다만 이 자리에 동석한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니카이 간사장은 ‘한일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일본이나 한국의 인사들이 있다면 박멸시키자’라 했고 이는 소수의 극단적 발언을 자제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상호 노력하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니카이 특사는 11일 전남 목포 신안비치호텔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 사이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니카이 특사가 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을 다시 언급할지도 주목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감사원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과정에서 국방부의 환경영향평가 회피 의혹을 집중적으로 감사할 방침인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감사원은 국방부의 자체 조사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국방조사국을 중심으로 사드 배치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차원에서 조사를 마무리했지만, 환경영향평가 회피 의혹을 포함한 사드 배치 전 과정에 대한 조사는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감사원의 추가적인 직무 감찰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부지 33만 m² 미만)가 가능한 32만8779m²의 부지만 공여를 했고, 지난해 12월에는 환경평가 업체와 용역계약을 맺으면서 평가 대상 부지를 15만4550m²로 제한해 ‘꼼수 공여’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국방부가 전략 환경영향평가와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해 사드 부지를 고의로 쪼개어 주한미군에 공여한 것인지 △이 과정을 누가 지시했는지 △국방부와 환경부 간 협의는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감사원은 한미 간 사드 배치 결정 과정 등 외교정책 차원에서 결정된 부분은 감사 범위를 넘어선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감사가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감사원은 이달 안에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에도 공식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녹색연합 등 40개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가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 공익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총 13만1185명이다. 이 가운데 이미 절반 이상이 세상을 떠나 상봉 신청자 중 생존자는 6만746명이다. 이 가운데 80세 이상 고령자가 생존자의 63%를 차지한다. 이산가족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이제 북한의 선의에 기댄 이벤트성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985년 9월 서울과 평양에서 첫 고향방문단 및 예술단 교환 이후 2015년 마지막 이산가족 상봉 행사까지 고작 20차례만 상봉이 성사됐다. 2015년 상봉 행사는 북한의 지뢰 도발로 촉발된 남북 긴장 상황에서 고위 당국자 간 ‘8·25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돼 이뤄졌다. 이처럼 남북 관계 상황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좌우된 탓에 그동안 단 4186건(1만9930명), 이른바 ‘로또 상봉’이 이뤄졌다. 북한 당국이 이산가족을 볼모로 남한의 지원을 얻어내면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정치적 이벤트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철저한 감시 속에서 이뤄지는 상봉 방식이나, 다시 이산가족이 될 수밖에 없는 일회성 상봉 역시 인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이제 이산가족 상봉을 ‘인권’이라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 측면에서 근본적인 해결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극소수일 뿐이고 일제 해방기와 6·25전쟁 당시 월남한 450만 명, 국군 포로 및 북한군 포로, 납북자 및 탈북자까지 합치면 남북한 이산가족은 수백만 명에 달한다. 이벤트성 상봉 행사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공론화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통곡도 못하고 뚜드리도 몬허고…살아생전 마지막 만남이라 먼 산만 쳐다봤다 아입니까.” 납북 어부인 정건목 씨의 동생 정향 씨(56·여)는 “편지만 생각하면 원하는 게 돈인 건지, 괜히 오빠가 다치는 건 아닌지 미칠 지경”이라며 답답해했다. 편지가 와서 되레 화가 치밀었다. 7년 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30대 초반의 탈북 여성이 접근해 “오빠와 직접 통화시켜주겠다”며 300만 원을 가져갔다. “돈이 어디를 넘어가고 있다”며 띄엄띄엄 연락이 오다가 ‘김정은 정권으로 바뀌면서 단속이 심해졌다’며 소식이 끊겼다. 지난해 초 정건목 씨의 편지를 건네받아 남측 가족에게 전달한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은 “가족들을 데리고 함께 중국 단둥(丹東)으로 오라. 건목 씨를 데리고 나오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최 이사장은 “과거부터 북한 보위성이나 북측 사람들이 이산가족과 납북자들의 아픔을 이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라고 설명했다. 가족들을 꾀어 돈을 요구하고 중간자 역할을 한 사람들을 납치하거나 위해를 가하는 식이다.심리적인 트라우마에 탈북 브로커 사기까지 상봉의 후유증을 겪는 것은 비단 정건목 씨 가족만이 아니다. 감시 아래 이뤄지는 짧은 만남, 다시 기약할 수 없는 만남에 이산가족들은 두 번 울고 있다. 대한적십자사가 당시 상봉 이후 이산가족 4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4%가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낀다’고 답했다. 불면증, 무력감, 그리움, 우울증 등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동아일보는 2015년 10월 20∼22일, 24∼26일 이뤄진 마지막 남북 이산가족 상봉 당시 애틋한 사연으로 시선이 집중됐던 이산가족들을 인터뷰해 상봉 이후의 삶을 추적해 봤다. “잊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 북측 최고령 할아버지 리흥종 씨(90)가 ‘꿈꾸는 백마강’을 나직하게 부르자 딸 이정숙 할머니(70)는 정말 아이처럼 울었다. 그리고 상봉 이후 두 달 동안 이 할머니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줄줄 흘렸다. 지난해 6월 아버지를 그리던 이 할머니에게 북-중 무역을 한다는 사업가가 아버지에게 돈을 전달할 수 있다며 접근했다. “방에 TV가 없다”는 아버지 말이 귀에 맴돌던 이 할머니는 돈을 보내려고 했다. 2000달러면 아버지가 방 세 칸짜리 집도 살 수 있는 돈이라고 했다. 그 대신 아버지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구하자 브로커는 답이 없었다. 이 할머니는 “상봉 끝나고 금전이든, 서신이든 당사자끼리 직접 교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엉뚱한 사람들이 돈을 벌고 있다”며 다시 흐느꼈다. 2년 전 이산가족 상봉 당시 구상연 할아버지는 98세로 남측 최고령 상봉자였다. 65년 만에 주름진 할머니가 된 두 딸 송자 씨와 선옥 씨를 만났다. 구 할아버지는 이산가족 상봉을 하고서 석 달 뒤 돌아가셨다. 아들 형서 씨는 “오직 그날만 기다리신 것 같았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남은 가족들은 다시 생이별을 한 북측 누나들을 위해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있으나 전달할 방법이 없다. 65년 만에 재회한 신혼부부였던 오인세(85), 이순규 씨(86·여)의 아들 장균 씨는 이산가족 상봉 이후 7개월 동안 술에 의존할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한참 혼났다”고 했다. 장균 씨는 평생 처음 본 아버지 어깨를 주물렀다가 살이 없이 갈비뼈만 앙상한 마른 몸매에 말문이 막혔다. 아버지는 또 들쭉술을 곁들인 식사를 하면서 허겁지겁 비우고는 머쓱해했다. 그런데도 팔 힘이 어찌나 센지 당해낼 수가 없었다. “팔 힘이 왜 이리 좋아요”라고 물었더니 “일만 했다”고 속삭였다. 그런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장균 씨는 가슴이 메어졌다. 어머니 역시 “보고 싶긴 뭘 보고 싶냐”라고 하셨지만 돌아와서는 내내 시름시름 앓았다. “얼마나 아버지를 그리워했겠습니까. ‘아버지’ 불러봤으니 좋았죠. 그런데 만나고 나니 불쌍하고 가여운 모습이 잊혀지지를 않아 여태껏 속만 상합니다.” 누나 윤금순 씨(83)를 만난 희표 씨(81)는 남북이 단절된 채 살아온 세월이 만든 간극이 컸다고 회고했다. 희표 씨는 “누나의 막내며느리가 ‘미국 놈들이 빨리 나가야 우리가 통일된다’ 그러기에 ‘미국이 손바닥만 한 나라에 왜 있겠느냐. 통일되면 붙잡아도 나갈 거다’라고 했더니 눈을 흘겼다”며 “이후 북측 가족의 말수가 줄어들면서 변변한 대화를 못 나눴다”고 했다. 희표 씨는 “명절마다 돼지고기 서너 근씩 준다”고 자랑하는 누나 손을 꼭 잡고 “죽지만 말고 살아 있어라. 데리러 올게”라고 한 후 돌아섰다.북한 당국의 엄격한 통제 아래 ‘보여주기식 만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철저한 북한 당국의 감시 아래 이뤄진다. 한 번 이산가족 상봉을 했던 가족들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부터 든다고 한다. “이산가족 테이블 위에는 담뱃갑만 한 녹음기가 올려져 있고, 테이블 주변에는 감시요원들이 배치돼 있었다. 화장실을 가도, 담배를 피우러 가도 따라다녔다. 2시간의 만남이 끝나면 매가 병아리 채 가듯 아버지를 데려갔다. 그리 핍박받고 사나 싶어 한동안 술만 들이켰다.”(장균 씨) “대화도 하고 밥도 편하게 먹는 줄 알았다. 막상 가 보니 잠도 같이 못 자고, 대화도 1, 2시간씩 쪼개져 있고…. 감시원들이 지켜보다가 깊은 얘기를 할 때마다 눈빛을 보냈다. 요즘에는 이산가족 만나봤자 마음만 더 아플 것이라고 말린다.”(희표 씨) 누나 박룡순 씨(85)를 상봉한 용득 씨(83)도 이산가족 상봉 방식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개방된 장소에서 감시를 당하고 있으니 누나는 눈치를 보며 눈물만 흘리고 용득 씨도 대화를 길게 할수록 추궁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니 말이 절로 조심스러워졌다고 했다. “북한이 바뀌지 않는데 자주 만나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편지 왕래를 하더라도 모두 검열할 텐데 안부밖에 더 묻겠나. 이산가족 상봉할 때만이라도 같이 잠도 자고, 감시 없이 자유롭게 대화하면 이렇게 가슴에 맺히지는 않을 것이다.”(장균 씨) 우경임 woohaha@donga.com·신나리·신진우 기자}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남색 상의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기억하는 나비 배지가 달려 있었다. 최근 나눔의 집 방문 당시 위안부 할머니가 손수 달아준 것이라고 했다. 강 후보자는 각종 의혹 제기에는 연신 “죄송하다”며 자세를 낮췄지만, 본인의 전공인 ‘인권’에 대해선 당당하게 소신을 밝혔다. 강 후보자는 “유엔의 인권을 6년간 담당한 입장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가 나왔을 때 굉장히 의아스러웠다”며 “과연 피해자 중심의 접근으로 도출한 합의인지, 과거 역사의 교훈으로 남을 부분을 제대로 수용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강 후보자는 “위안부 문제는 전시 성폭력이라고 하는 인권 유린 문제”라고 규정하고 “(합의에 포함된) 불가역적·최종적 합의는 군사적 합의에서나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며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강 후보자는 “인권 유린 상황에 있어 가장 핵심은 피해자 중심의 법적 책임과 배상”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자는 “(한일 외교) 장관 간의 합의라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도 밝혔다. 법적 구속력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한일 위안부 합의의 파기나 재협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강 후보자는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추진할 것인가”를 묻자 “보완할 부분이 있지만 (보완) 형태가 어떻게 될지는 이 자리에서 예단하긴 어렵다”고 일단 재협상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 피해자들의 마음에 와 닿는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그런 방향으로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후보자는 또 “(위안부 외교 협상 과정에서) 외교부의 부족한 점에 대해서도 장관이 되면 꼼꼼히 검토해 보겠다”며 “책임을 추궁할 부분이 있다면 추궁하겠다”고 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1일 발표된 국가정보원의 차장 인사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박선원 전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54·사진)의 이름은 없었다. 박 전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안보상황단 부단장을 맡아 단장이었던 서훈 국정원장과 호흡을 맞추며 외교안보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나 국정원의 차장 등으로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미국 특사단 일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비서관은 안보실 차장 인사에서 빠진 데 이어 국정원 차장으로도 발탁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개혁의 칼자루’를 쥐는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기용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여의치 않다는 관측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박 전 비서관이 당분간 공직과 거리를 둘 것 같다”고 전했다. 이는 청와대가 이념적 색깔이 짙은 ‘자주파’의 중용을 부담스러워한다는 분석과 맞물려 있다.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자주파’로 분류되는 박 전 비서관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당시 침몰 원인에 대해 “좌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외교안보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주파의 중용은 국내외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서 원장이 “국정원을 반드시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만들겠다”고 약속한 만큼 국정원 내부 출신으로 진용을 꾸리면서 배제됐다는 해석도 나온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대 반입 보고 누락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조사 지시를 놓고 국내 국제적으로 복잡한 전선(戰線)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다른 이유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드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본심(本心)은 무엇인지, 궁극적으로 어떤 해법을 찾으려는 것인지 짚어본다. 》 청와대는 1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날 만난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의 언론 인터뷰 내용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더빈 총무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드 배치 및 운용 비용인) 9억230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는 “그런 발언은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반입 보고 누락 진상 조사 지시 이후 우려됐던 외교적 후폭풍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외 여론 달래기 위한 시간 벌기?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조사 지시가 단순한 ‘즉흥적 카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보고 여부를 넘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드 문제의 해법을 찾아가는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는 사드 문제는 다음 정부에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줄곧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드 배치 철회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사드를 되돌려 보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기존의 결정을 바꾸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미국이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뜻과 완전히 반대되는 결정을 하지는 않겠지만, 즉각적인 배치 역시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는 사드를 배치하더라도 적법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사드 배치에 대해 “지난 정부의 결정에서 환경영향평가와 국회 논의라는 두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절차적 정당성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에게 사드 진행 과정을 설명하는 동시에 중국을 향한 제스처의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사드의 완전한 철회를 요구하는 중국에 한국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을 달래려고 한다는 취지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일단 시간을 벌어놓고 북핵 문제 해결을 논의하다 보면 국면이 바뀌어 사드 배치에 대한 여론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중의 외교적 압박 거세질 수도 보고 누락 논란이 커지면서 미국은 ‘신속한 배치’, 중국은 ‘배치 철회’라는 상반된 태도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한 사드 논란이 길어질수록 한국에 가해지는 외교적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특히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견이 표출될 경우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면서 ‘북핵 해결을 통한 사드 해법 마련’이라는 문 대통령의 구상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진상 조사 지시가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이 나타나자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외교부 경로를 통해 한미동맹 관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했다”는 점을 공개한 것도 국내외에 ‘한미동맹에 대해선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 안보실장은 김관진 전 안보실장과 사드 조기 배치를 협의한 당사자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만나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한다. 전날 청와대에서 사드 보고 누락 경위를 조사받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6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2일 출국한다. 한 장관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등과 회담을 갖고 양국이 합의한 사드 배치 결정이 번복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우경임 기자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사진)가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 예방 직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에게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원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사드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더빈 의원은 국방 예산을 담당하는 미국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더빈 의원은 “내가 만약 한국에 산다면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경우 한국에 퍼부을 수백 발의 미사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되도록 많은 사드 시스템을 원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사드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는 취지의 더빈 의원 발언에 대해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그런 발언은 없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어제(31일) 브리핑에서 밝혔듯 더빈 의원이 ‘미국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미 정부가 한국에 사드 배치를 위해 9억2300만 달러(약 1조 원)를 지급할 예정인데 한국 내에서 논란이 있어 놀랍다’는 발언을 한 적은 있다”며 “합법적 절차 필요성에 대한 문 대통령의 설명에 더빈 의원이 공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방미길에 올랐다. 정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서 사드 진상조사 지시를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정 실장은 미국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만나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고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우경임 woohaha@donga.com·문병기·유근형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 분야는 옛 경제기획원(EPB), 외교안보 분야는 ‘연정’(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라인이 약진하고 있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중용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관맥’과 ‘학맥’으로 나눠지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경제와 외교를 맡았던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과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사단으로 분류된다. 고형권 신임 기획재정부 1차관은 EPB의 맥을 잇는 기획예산처에서 재정총괄과장 등을 지냈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돼 기획재정부로 출범한 이후 예산처 출신 관료로는 사실상 처음 1차관에 올랐다.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정부 예산안 등의 작성을 맡았던 EPB는 중장기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능숙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6명 가운데 절반(박봉흠 권오규 변양균)이 EPB 출신일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도 EPB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요직에 있었다. EPB 출신들이 중용되면서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로 통칭되는 금융 및 미시정책 라인은 소외되는 모양새다. 정책기획 능력이 뛰어난 예산처 출신이 문재인 정부와 궁합이 맞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일자리 대책과 가계부채 문제, 구조조정 등 당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EPB 독식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연정 라인’이 부상하는 것도 노무현 정부를 연상시킨다.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연세대 출신이 청와대에 대거 입성하면서 ‘청Y대’라는 표현이 회자된 적이 있다. 신임 조현 신임 외교부 2차관(60·외시 13회) 역시 연세대 정외과 76학번이다. 73학번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75학번인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후배로 연세대 재학 시절부터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연정 라인’의 좌장 격인 문 특보의 역할론이 나온다. 문 특보는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부터 연세대 정외과 교수를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서 동북아시대위원장, 외교부 국제안보 대사를 지내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오래 인연을 맺어왔다. 신임 조 차관은 ‘통상’과 ‘다자외교’ 전문가로 외교부가 외교통상부로 개편될 것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 파견돼 대통령정책실에서 일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 / 세종=박민우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장녀가 2000년 위장전입했던 서울 중구 정동아파트가 이화여자외국어고 원어민 교사 숙소였던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강 후보자는 “한국에 돌아온 딸의 적응을 위해 모교인 이화여고에 보내려고 아는 은사께 주소지를 소개받아 옮겼다”고 해명했다. 강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위장전입 의혹과 관련해 “1999∼2000년 남편이 학교에서 안식년을 얻어 아이 셋을 다 데리고 미국에 갔다가 1년 교육을 받고 2000년 다시 돌아왔다”며 “큰딸이 미국에 있을 때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봤기에 엄마 마음에 (딸이) 다시 한국에 적응하는 데 편한 상황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가 다니던 이화여고에 꼭 넣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소지(정동아파트)에 누가 살고 소유주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며 “딸아이의 안녕을 위해서 생각 없이 한 일이 이렇게 여러 물의를 빚게 돼서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는 위장전입한 아파트를 친척 집이라고 밝혔던 것에 대해선 “청와대가 검증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스위스 제네바 출장 중이다 보니 남편에게 연락을 했고, 전입 과정에서 역할이 없었던 남편이 친척 집이라고 쉽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21일 조현옥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밝히면서 “1년간 친척 집에 주소지를 뒀다”고 설명한 바 있다. 강 후보자와 장녀는 2000년 7월 23일 정동아파트로 전입했고 장녀는 이화여고에 진학했다. 당시 이화여고 교장이던 정모 전 교장은 강 후보자가 이화여고에 다닐 당시 교사로 재직했다. 정 전 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강 후보자가 위장전입한 아파트는) 이화외고 원어민 교사 숙소였다”며 “(강 후보자를 만났을 때) 이런 좋은 학교에, 본인 모교에 큰딸이 입학했으면 좋겠다고 한 것까지는 들었다”고 했다. 이화학원 측 관계자도 “이화외고 원어민 교사의 요청이나 수요에 따라 보통 두 채 정도 아파트 전세권을 설정해 놓는다”고 설명했다. 강 후보자가 어떻게 이 아파트에 위장전입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정 전 교장은 “(위장전입 등) 이렇게 하라고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어떻게 (장녀가) 학교에 들어왔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당시 해당 아파트에 전세권자로 설정돼 있던 심모 전 이화여고 교장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세권 취득 과정과 강 후보자 일가의 위장전입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또 “강 후보자가 이화여고, 연세대 동문이라 매스컴을 통해 알긴 알지만 개인적 인연은 없다”고 말했다. 이화학원이 전세권을 소유한 아파트를 강 후보자가 학교 측의 묵인 없이 어떻게 주소지를 옮길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한편 강 후보자의 장녀가 세운 회사에 강 후보자와 함께 근무했던 부하 직원이 자본금의 절반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실에 따르면 강 후보자의 장녀가 지난해 6월 설립한 주류 수입 회사에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인권보호관 출신인 우모 씨가 4000만 원을 투자했다. 강 후보자는 부대표를 지냈다. 공무원인 우 씨의 형도 이 회사에 2000만 원을 투자했다고 이 의원 측은 밝혔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신나리·신규진 기자}

“북한이 문재인 정부 들어 벌써 세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지속적으로 도발하고 있다. 북한이 이런 태도를 고수하면서 북핵 문제가 협상과 외교로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29일 방한한 맥 손베리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은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을 대할 때는 눈을 크게 뜨고 현실적이 돼야 한다”며 “과거에도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유화책을 시도한 바 있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 가능한 시기는 지났다는 회의적 시각이 반영된 발언이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 움직임과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에 대해 손베리 위원장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개성공단이 자본주의 확산에 기여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인도적 지원을 목적으로 들어간 돈이 북한 정권에 의해 미사일 등 무기 프로그램에 전용되는 모습을 봐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인도적 지원에) 늘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북한과 거래한 제3국의 기업과 단체까지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 같은 강력한 경제적 제재와 함께 ‘군사적 옵션’을 한층 강화하는 전략으로 김정은을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쩌면 김정은에게 통하는 유일한 옵션은 군사력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한반도 내 전술핵 재배치를 고려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는 것 외에도 미사일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언급한 ‘사드 배치 비용의 한국 분담’ 문제에 대해 손베리 위원장은 “미국이 사드 비용을 부담한다”며 “한국이 방위비 분담에 기여하고 있으며 다른 동맹국들에 본보기가 된다”고 명확히 밝혔다.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 국회 비준 추진을 시사한 데 대해서는 “한국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미국에서는 특정 무기 시스템을 배치할 때 국회 비준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의회가 정부의 행정 절차를 비판할 수 있지만 동맹국과의 결정은 고수한다”고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손베리 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미 하원의원 대표단과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은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 정세균 국회의장 등을 잇달아 면담하고 대북 정책을 협의했다. 한미 양측은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손효주 기자·김정안 채널A 기자}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처음으로 공식 언급했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타결된 이후 “한일 합의는 양국 간 합의로서 존중되고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합의 이행’을 강조해 온 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이다. 외교 당국자는 29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면담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는 일본 언론 보도와 관련해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발언은) 위안부 문제 해결책의 성격과 내용은 양국이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언급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하여 문제를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위안부 합의의 ‘파기’나 ‘재협상’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내 여론을 반영해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후속 조치를 요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가에서는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의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 또는 태평양전쟁 당시 식민지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처럼 일본이 진정성 있는 반성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을 성사시키는 데 기여한 현홍주 전 주미 대사(사진)가 27일 별세했다. 향년 77세. 검사 출신(고등고시 사법과 16회)인 고인은 1980년 서울고검 부장검사 당시 안기부 제1차장에 발탁됐고 1985년 민주정의당 소속으로 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87년 대선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활약했다. 현 전 대사가 공동 저서인 ‘노태우 대통령을 말한다’에서 회고한 바에 따르면 1987년 6월 민정당 대선 후보인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을 불러 그해 12월 대선을 대비하여 민정당 시국대책과는 별도로 플랜B를 비밀리에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는 “직선제로의 개헌, 국민기본권 보장, 광주사태 후유증 수습을 중점적으로 다룬 자필 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했다”며 “6·29선언은 한두 사람의 기발한 착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던 시대적 양심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썼다. 이후 법제처장을 지내며 새 헌법에 따른 법률 정비를 주도했다. 1990년 주유엔 대표부 대사, 1991∼1993년 주미 대사로 근무하며 북한의 방해에도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을 성사시키는 데 기여했다. 1991년 7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미 백악관 앞뜰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이 한 팀이 되고, 도널드 그레그 주한 미국대사와 현 전 대사가 한 팀이 되어 테니스 복식 경기를 한 것은 한미 동맹의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노태우 정부는 한미 동맹과 유엔 가입을 발판으로 과감한 북방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 2012년 한미협회로부터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한미 우호상’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문영혜 씨와 아들 준용(LG유플러스 전무) 제용 씨(케이에어항공 본부장), 딸 정원 씨(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사위 정우용 씨(뉴욕홀리스틱케어 원장)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30일 오전 7시 30분. 02-3010-2230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의 정책감사를 설계하고 감사의 방향을 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28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런 내용이 포함된 4대강 사업 감사 관련 추진 상황을 보고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TF는 감사 자체의 필요성은 물론이고 감사 범위와 방법, 감사팀 구성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기 위한 준비단 성격의 조직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TF가 곧 전체 감사팀을 의미하진 않지만 본격적인 감사에 들어가면 분야별로 TF에서 활동한 인원들이 주축이 돼 감사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지휘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이번 주초 출범할 계획인 TF는 국 단위를 초월해 최소 약 30명 규모로 꾸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주 환경단체들의 공익감사 청구로 내부 검토에 착수한 감사원은 주말에도 국토해양국 일부 직원 등이 출근해 준비작업을 진행했다. 감사원은 또 전문성 있는 감사를 위해 이전에 진행된 세 차례의 4대강 감사에 참여했던 감사 실무자들을 TF에 일부 재기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술적인 부분이나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은 실무자들은 정치색 등으로 인해 배제할 특별할 사유가 없다면 적합한 순으로 참여시킬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우경임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가 26일 국회에 제출됐다. 요청서에 따르면 강 후보자의 재산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 공동주택(2억8700만 원)과 예금·증권(8억4171만 원) 등을 포함해 11억3057만 원이다. 배우자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재산은 총 20억7556만 원이다. 자녀(1남 2녀)와 부부 명의 재산을 전부 합치면 34억7009만 원이다. 이 교수는 3460만 원 상당 요트(8.5t), 500만 원 상당의 수상오토바이를 포함해 오토바이 3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녀와 장남도 각각 오토바이를 1대씩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또 강 후보자가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인 23일 장녀와 차녀가 각각 증여세 232만 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두 딸은 2014년 공동 명의로 경남 거제시 동부면에 1억6000만 원 상당 2층짜리 주택을 구매했다. 이들은 당시 소득 신고 내역이 없다. 부모에게서 증여받은 돈으로 구입했다면 3개월 안에 증여세를 내야 하지만 최근까지 납부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요청서에 포함된 신상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청문회에서 일괄적으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강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장녀 이모 씨의 위장전입과 이중국적 문제를 밝힌 바 있다. 이 씨는 2000년 10월 미국에서 한국 고등학교로 전학하는 과정에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친척집으로 주소를 옮겼고, 이 씨는 이화여고에 전학했다. 강 후보자가 유학 중이던 1984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태어난 이 씨는 한국과 미국 이중국적을 유지하다가 2006년 4월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강 후보자는 “향후 가족과 상의해 딸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최고야 best@donga.com·우경임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약 2주간 발표된 인사 내용을 정리해 보면 청와대는 경제와 일자리수석비서관을 빼고는 인선이 거의 마무리됐다. 반면에 내각은 국무총리 후보자와 경제부총리, 공정거래위원장,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빼고는 인사 속도가 더딘 편이다. 첫 인사 발표에서 호남 출신인 이낙연 총리 후보자(65)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51)을 지명한 것은 대선 후보 시절 호남을 중용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면서 개혁적이고 안정감을 주는 새 인물을 과감히 발탁한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줬다는 평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60)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62)는 각각 ‘개인 스토리’를 갖춘 인사로 주목을 끌었다. 그러면서도 적폐 청산 등을 밀고 가야 하는 핵심 자리에는 친문(친문재인) 인사나 코드가 맞는 인물을 배치했다. 검찰개혁을 해야 하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2)를, 그 밑의 민정비서관에 백원우 전 의원(51)을 임명한 게 대표적이다. 재벌개혁 임무를 맡게 된 공정거래위원장에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55)를 지명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등이 청와대 입성을 포기하고 해외로 출국하면서 측근 배제 인사를 실천한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런 가운데 청와대의 허리인 비서관급에는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문 대통령의 측근 그룹이 조용히 포진을 완료했다.○ 靑 비서관급 캠프 인사로 채워 문 대통령이 10일 취임한 이후 26일까지 공식 임명하거나 내정한 청와대와 내각 인사는 모두 41명이다. 호남(11명)과 서울(10명) 출신이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부산을 포함한 영남이 8명, 충청 7명으로 출신 지역별 색깔은 옅어졌다. 인천·경기와 강원이 각각 2명, 제주 1명으로 뒤를 이었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호남 홀대론’을 불식하면서 출신 지역을 안배했다. 청와대와 내각의 고위직에 계파 구분 없는 탕평인사에도 큰 비중을 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 청와대와 내각에 대거 입성할 것으로 예상됐던 친문 핵심 인사들은 배제됐다. 주로 대통령의 최측근이 맡아 왔던 대통령총무비서관에 ‘7급 공채’ 출신인 이정도 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을 발탁한 것도 파격적인 인사였다. 청와대 참모진이 젊어진 것도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진용의 특징이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12명 중 절반인 6명의 나이가 50대다. 장하성 정책실장(64)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71) 및 이상철 안보실 제1차장(60)과 김기정 안보실 제2차장(61) 등 정책실과 국가안보실을 제외한 대통령비서실은 대부분 50대 수석비서관으로 채워졌다. 문 대통령의 개혁 과제를 힘 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젊은 참모진으로 대통령비서실을 꾸린 것이다. 이번 청와대에는 또 서울시에서 행정 경험을 쌓은 개혁적 인사가 대거 포진했다. 하승창 대통령사회혁신수석비서관(56)은 임 비서실장으로부터 정무부시장직을 이어받았으며 김수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55)은 서울시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 원장, 조현옥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61)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을 지냈다. 그 대신 청와대 비서관급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문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백원우 민정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48),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49) 등은 모두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문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과 대선 본선을 위한 초기 캠프인 이른바 ‘광흥창팀’도 대부분 청와대에 입성했다. 한병도 정무비서관(50), 신동호 연설비서관(52),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50),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46) 등이 대표적인 광흥창팀 멤버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와 내각 진용에서 특정 학맥은 두드러지는 게 없다. 41명 중 서울대가 13명으로 이낙연 총리 후보자,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49), 김종호 공직기강비서관(55) 등이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검찰개혁 등 법무 관련 업무가 많은 민정수석실이 가장 인선 속도가 빠른 영향이다. 이어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66), 김기정 안보실 제2차장 등 연세대가 5명, 임 비서실장 등 한양대 출신이 4명으로 뒤를 이었다.○ ‘강경화 스토리’ 앞세워 비둘기파 발탁 문 대통령은 청와대 조직 개편을 통해 국가안보실과 정책실을 대폭 개편했다. 특히 안보실 등 외교안보 라인은 크게 강화됐다. 청와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면서 국방과 안보를 결합한 문 대통령의 ‘통합외교’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라인 인선에는 ‘파격’이 이어지고 있다. 외교부 70년 역사상 첫 여성 장관 후보자인 강경화 후보자는 외무고시 위주의 순혈 조직인 외교부를 개혁할 카드로 발탁됐다. 군 출신이 장악했던 국가안보실 구성도 다채롭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조정관,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 의장, 주제네바·이스라엘대사를 지낸 정의용 안보실장은 통상 전문가다. 이상철 1차장은 6자회담 대표단 참여, 남북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를 지내 대북 협상 경험이 풍부하다. 김기정 2차장은 문 대통령 곁에서 10여 년간 한반도 평화론에 입각한 외교안보 틀을 구성해 왔고 대표적인 대화론자로 분류된다. 지금까지 인선으로 보면 문재인 정부는 외교 또는 안보에 치우치지 않는 통합적인 틀에서 외교안보정책을 결정하고,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국방부 장관으로는 그동안 육군 중심의 군을 개혁하기 위해 공군과 해군 출신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68),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61),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63)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송 전 총장은 참여정부 시절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내며 국방개혁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주도했다. 육군 출신으로는 정승조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62) 얘기가 나온다. 통일부 장관에는 정치인과 관료 출신이 골고루 거론된다. 인천시장 시절 남북교류 사업을 확대했던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54),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꾸준히 활동한 우상호 의원(55) 등이 유력한 후보다. 남북 교류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에서 천해성 전 통일부 통일정책실장(53), 조명균 전 대통령안보정책비서관(60) 등 관료 출신도 약진하고 있다. ○ 경제 라인은 관료 및 진보학자 ‘투 톱’ 체제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정책의 ‘투 톱’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장하성 정책실장이 꼽힌다. 민생경제 안정과 일자리 창출, 재벌개혁을 핵심 경제과제로 꼽고 있는 문 대통령이 개혁과 안정을 염두에 두고 인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기획재정부 2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장 실장 역시 2012년 대선 때는 안철수 당시 후보 측 캠프에서 일했다. 경제기획원,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에서 줄곧 재정 업무를 해온 김 후보자는 관료사회에서 손꼽히는 ‘예산통’이다. 2006년에는 노무현 정부의 장기 재정 운용 계획인 ‘비전2030’에 참여하는 등 거시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도 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이 정부 재정을 마중물 삼아 공공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겠다는 일자리 대책을 내세우면서 일찌감치 부총리 물망에 올랐다. 실제로 김 후보자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기재부 간부들을 처음 만나 당부한 것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김 후보자는 22일 아주대에서 가진 강연에서 “기재부 관료들에게 ‘추경을 제대로 편성하라’고 가장 먼저 지시했다. 추경으로 일자리가 제대로 창출되고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산업 생산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국내의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다. 대기업 총수의 부당한 기업경영을 견제하기 위한 소액주주운동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부터 이끌어 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함께 문 대통령이 공약한 재벌 지배구조 개혁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 강화 등을 주도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문재인 경제팀이 과격한 개혁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와 청와대의 분위기를 종합해 보면 급격한 재벌개혁과 법인세 인상 등 증세(增稅)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다. 김동연 후보자는 “조세 감면 혜택을 다시 둘러보거나 (부유층의 세 부담을 높이기 위해) 분리과세를 종합과세로 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우경임 / 세종=천호성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인도적 지원은 인간의 고통을 대하는 인류 보편의 가치이므로 정치적 고려와는 별도로 해야 한다”라고 25일 밝혔다. 이날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강 후보자는 기자들과 만나 “그렇게(인권과 정치는 별개로) 하는 것이 유엔의 원칙”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 관계가 어렵더라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계속한다는 취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인도적 지원과 개발협력을 통한 북한주민의 사회권 보호 증진’을 공약했다. 같은 맥락으로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매개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날까지 대북 접촉 신청이 20건 접수됐다. 다만 강 후보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추가 도발이 있으면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자택에서 잠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강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인근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위안부 피해자를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사실 지난 휴가 때 뵈러 가려고 연락하니 한 분이 몸이 편찮으셔서 못 갔지만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볼까 한다”라고 답했다. 강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공약한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과 관련해선 “그 사안에 대해서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여성 인권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춰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강 후보자는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로부터 북핵 문제를 보고받은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착수했다. 강 후보자는 ‘북핵 외교’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북핵은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문제로 유엔에서도 여러 번 다뤄졌다”며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통역을 3년간 맡았을 때 북핵이 큰 이슈여서 관찰하고 배울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 첫 외교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유로는 “국제무대에서의 10년 경험이라든가 여러 가지를 고려해 부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후보자를 포함해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라인을 ‘비둘기파’가 장악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및 한미 공조에서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최근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를 주장했다. 남북군사회담 전문가인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과 학자 출신인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도 대표적인 대화론자로 분류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대북정책에서 매파인지, 비둘기파인지 확정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대북정책을 어떻게 하느냐는 상황과 한미 공조, 대북제재의 틀 속에서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