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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열나고 아프다. 함께 가던 학교를 혼자 간다. 터덜터덜 걷다 이런, 껌을 밟았다. 학교에선 크레파스가 똑 부러져 거의 다 그린 그림에 선이 죽 그어졌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니 아뿔싸, 휴지가 없다. 날아온 공은 얼굴을 때린다. 집에 가는 길, 비까지 내린다.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온다. 그때 들린 목소리. “형아!” 동생이 우산을 들고 마중 나왔다! 낭패를 겪을 때면 아이의 얼굴과 몸은 블루베리 멜론 레몬 오렌지 딸기로 바뀐다. 아이가 느낀 감정의 색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신선한 묘사에 감탄이 나온다. 동생을 향해 달려가자 서러움도 날아가고, 딸기였던 아이는 차츰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다. 나란히 쓴 우산 아래서 쿡쿡 웃는 둘. 정겨움이 담뿍 묻어나온다. 책에 나온 글은 ‘형아!’뿐이다. 그림으로 충분히, 아니 더 풍부하고 사랑스럽게 이야기와 마음을 담아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전업주부로 딸 셋을 키우고 46세에 동화작가가 됐다. 50세 기념 적금을 부으며 뭘 할지 즐거운 상상을 하다가 우리 나이로 50세를 맞았다. 한데 덜컥 찾아온 건 갱년기 우울증. 과자, 초콜릿을 달고 살았다. 순식간에 10kg이 늘어 체중계는 64kg을 가리켰다. 견딜 수 없어 시작한 운동. 삶이 바뀌었다. 46kg 근육질 몸매로 피트니스 대회에 나갔다. 채널A ‘TV 주치의 닥터 지바고’를 비롯해 방송 출연 요청이 이어졌고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올랐다. 올해 7월 출간한 ‘50, 우아한 근육’(사진)은 한 달 만에 초판 2000권이 다 팔렸다. ‘운동하는 동화작가’ 이민숙 씨(50) 이야기다. 이 작가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2일 만났다. 키 164.5cm로, 초록색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은 그에게서 경쾌한 에너지가 흘렀다. 그는 “저질체력이던 내가 이렇게 바뀔 줄 몰랐다”며 웃었다. 그가 운동을 하게 된 건 보디빌딩 대회에서 2위를 한 75세 임종소 할머니의 TV 인터뷰를 우연히 본 게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렸어요. 그러다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지난해 가을 피트니스센터를 찾았죠. 트레이너 선생님이 피트니스 대회 출전을 권했어요.” 피트니스 대회에 나가려면 100일 정도 준비해야 하는데 당시 대회까지는 60일밖에 남지 않았다. 트레이너는 2020년 봄 대회를 목표로 하라고 했지만 그는 2019년을 고집했다. “50세가 지나기 전에 뭔가 꼭 이루고 싶었어요. 한데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어요.” 하루 네 끼 닭가슴살, 고구마, 채소만 먹었다. 그렇게 채소를 많이 먹은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매일 무게를 늘려가며 덤벨을 들어올릴 때면 지옥이 따로 없었다.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을까. “갱년기 증상을 빨리 극복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갑자기 화가 치솟고 등이 화끈거리면서 땀으로 흠뻑 젖고…. 계속 그렇게 지내기 싫었어요. 독박육아로 애 셋을 키우다 보니 의지력도 생긴 것 같고요.(웃음)” 식단을 바꿔 규칙적으로 먹고 운동하니 몸에서 독소가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자신의 11자 복근도 만났다. “가족들 뒷바라지를 하다가 나에게만 집중하는 게 참 좋았어요. 몸은 정직해요. 내가 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니까요. 무기력증도 사라졌고요.” 가족의 응원 속에 굽 15cm 하이힐을 신고 피트니스 대회 무대에 선 날, 떨면서도 1분 20초간 무사히 해냈다. 건강한 몸을 만들자 자신감도 생겼다. 이 경험을 담은 에세이 ‘50, 우아한 근육’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단순히 운동법과 식단만 정리한 건 아니다. 먹는 게 왜 중요한지, 근육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몸이 바뀌면 정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자신의 경험과 함께 여러 전문 서적을 인용해 설득력 있게 썼다.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의 몸을 돌아보고 생활 방식과 식습관을 하나하나 따져보게 된다. 독자들은 “갱년기를 먼저 경험한 옆집 언니가 대비 방법을 도란도란 얘기해주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요즘 채소, 단백질 중심으로 하루 세 끼를 먹고 일주일에 한 번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즐긴다. 운동은 일주일에 세 번, 산책은 한 번 한다. 운동과 산책하는 시간은 각각 한 시간 반 정도다. 일상에서도 몸을 많이 움직인다. 에스컬레이터는 타지 않는다. 지하철 환승역의 계단이 아무리 많아도 걸어서 올라간다. “나를 운동시켜주는구나”라고 반기면서. “스쾃은 매일 200번 해요. 엉덩이가 커서 콤플렉스였는데 운동을 하니까 엉덩이가 위로 올라가 이른바 ‘애플 힙’이 됐어요. 다리도 길어 보이고요. 열심히 유지해야죠.(웃음)” 그는 뼈를 붙들고 있는 근육이 튼튼해야 뼈도 튼튼하고 체력도 근육에서 나오기에 재테크를 하듯이 근육을 키우는 ‘근육 테크’를 하라고 강조했다. 50세를 위해 3년간 부은 적금을 운동에 썼던 그는 60세를 위한 적금도 붓고 있다. 영어 배우기, K팝 댄스 등 새로운 분야를 떠올리면 가슴이 뛴다. “50대는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도전하기 좋은 나이예요. 물론 어려운 시기도 중요한 삶의 조각들이고요. 인생은 즐거웠던 순간, 괴로웠던 순간의 그 모든 퍼즐이 없으면 완성되지 않는 것 같아요. 힘든 때가 오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운동을 해보세요. 생각이 바뀌고 일도 더 몰입해서 할 수 있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한국기원이 서울 성동구에서 경기 의정부시로 이전한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서 1994년 성동구로 옮긴 한국기원은 시설이 노후화되고 공간이 부족해 새 부지를 물색해 왔다. 의정부에는 국내 첫 바둑 전용 경기장도 들어선다. 임채정 한국기원 총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3일 경기도청에서 ‘한국기원 이전 및 바둑전용경기장 건립 협약’을 체결했다. 바둑경기장 건립에는 400억 원이 투입돼 2022년 말 준공될 예정이다. 의정부시는 부지 제공과 건축을 맡고, 경기도가 재정 및 행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의정부시 호원동 옛 기무부대 터에 들어서는 바둑전용경기장은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면적은 1만2597m²(약 3810평)이다. 대국장과 관람실, 교육장과 전시실, 대국 중계 미디어실로 구성된다. 안 시장은 “중국, 일본의 프로기사들이 방한하면 한국기원이 아닌 호텔에서 바둑을 둘 만큼 시설이 열악하다는 얘기를 듣고 본원 유치를 추진했다”며 “한국 바둑의 얼과 기가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고종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며 1904년 경북 의성 고운사 경내에 지은 연수전(사진)이 보물 제2078호로 지정됐다고 문화재청이 31일 밝혔다. 경북 유형문화재에서 보물로 승격된 의성 고운사 연수전은 고종이 1902년 기로소(耆老所)에 입소하자 지어졌다. 기로소는 70세가 넘은 정2품 이상 문관의 친목 및 예우를 위해 설치한 기구로, 왕은 60세가 넘으면 들어갈 수 있었다. 조선 시대 기로소에 입소한 왕은 태조 숙종 영조 고종이다. 고운사는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연수전은 솟을삼문 정문과 담장이 있어 사찰 내 다른 건물과 구분된다. 본전 건물은 3단 석축 위에 있다. 중앙 칸에 생년월일, 아호 등을 쓴 어첩(御帖) 봉안실이 있다. 문화재청은 “규모는 작지만 황실에 어울리는 격식을 갖췄고 기능과 건축 형식이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아침에 거울을 본 꼬질이. 이가 몽땅 빠져 입이 쭈글쭈글해졌다. 울음이 터져 나온다. 엄마와 함께 치과에 가지만 의사 선생님은 이유를 알 수 없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몬스터 치과병원에 가 보렴.” 몬스터 치과의사는 꼬질이의 엄지손가락 굳은살을 보고 손가락 빠는 버릇을 간파한다. “손가락을 빨면 세균이 들어가 앞니가 도망간 것”이라고 말한다. 꼬질이 옷에 붙은 밥알, 주머니에 가득한 사탕을 확인하고는 “음식을 오래 물고 다녀 송곳니가 도망갔고, 사탕을 많이 먹고 이를 잘 닦지 않아 어금니가 도망갔다”고 설명한다. 몬스터 의사와 꼬질이는 용, 두꺼비와 함께 이들을 찾기 위한 모험에 나서는데…. 치과의사인 저자가 어린이의 치아 관리를 위해 쓴 동화다. 치실 사용법(2권), 치아에 좋은 음식(3권), 올바른 양치질 방법(4권)도 담았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머리에 정보가 쏙쏙 들어온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자녀가 게임 때문에 공부를 안 한다고 속상해하는 부모가 많은데요,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성적, 가정·친구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이 게임일 뿐이에요. 공부나 인간관계에서 못 느낀 성취감을 게임에서는 맛볼 수 있으니까요.” 방승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관(59)은 게임에 대한 오해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충정로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그는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달 온라인으로 개최한 2020 게임문화포럼 관련 회의에서 ‘게임에 빠진 아이 마음 들여다보기’를 주제로 발표했다. 모험놀이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일선 고교에서 교감, 교장으로 재직하며 학교에 PC방을 만들고 e스포츠학과를 개설했다. 게임 과몰입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게임 과몰입을 치유할 때는 우선 게임을 잘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챔피언, 닉네임 등 게임에서 쓰는 영어를 가르쳐요. 골드 실버 브론즈를 올림픽의 금·은·동메달과 연결해 인문학 수업을 하고 글쓰기도 했어요. 게임에서 장애물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했는지 신나게 쓰던 아이들이 인생에서 고비가 닥치면 어떻게 할지 생각하기 시작하더군요.” 프로게이머도 만나게 했다. 게임을 하는 아이들 상당수는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꿈을 꾼다. 하지만 막상 프로게이머와 겨뤄보면 자신의 실력이 한참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취미로 즐기겠다고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게임 중독 척도에 따라 △고위험 사용자군 △잠재적 위험사용자군 △일반 사용자군으로 나누는데, 9회 차 교육을 마친 후 고위험 사용자군의 90% 이상이 일반 사용자군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일선 학교, 교육청에서 게임 과몰입 치유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게임의 규칙과 캐릭터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아이가 게임하는 것을 함께 보면서 이기면 잘한다고 칭찬해주세요. 그러다 보면 게임할 때 기분이 어떤지, 왜 게임을 하는지 대화를 할 수 있어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면 인정해주시고요. 단, 직업으로 게임을 할 실력을 갖춘 사람은 전체 지원자의 0.001%도 안 됩니다.” 게임하며 욕하는 아이가 많은데 부모가 “우리 ○○이, 욕도 잘하네”라고 농담처럼 말하면 쑥스러워서 점점 안 하게 된다고 한다. “물론 이런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습니다. 부모는 인내하며 자녀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공감해주고 속내를 털어놓게 만드는 질문에 답을 하면서 신기하게도 스스로 길을 찾습니다. 실제 이런 학생을 많이 봤어요.” 그는 사춘기 아이들도 부모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영화를 같이 보거나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하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게임은 몰입도가 정말 큽니다. 게임 회사들이 게임 스토리나 캐릭터를 교과 내용과 연계해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육 역시 게임의 순기능을 활용해 아이들의 역량을 키우도록 해야 합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박성옥 대전대 아동교육상담학과 교수게임문화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는 소통과 공감을 매우 어렵게 한다. ‘게임중독’으로 인한 갈등의 근원과 해결 방법에 대한 고민은 교육과 상담 현장에서 자주 마주하는 화두다. 이런 현상은 세대 간 문화 감수성 차이로 인한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민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게임은 성공의 결과만을 중시하지 않는다. 실패 속에서 즐거움을 얻고, 성공의 보상 속에서 보람을 얻는 심리적 역동에 초점을 둬야 한다. 필자는 임상게임놀이학회를 통해 게임의 치료적 효과를 강조해 왔다. 게임 활동은 비관적인 무능력감으로 힘겨워하는 사람이 낙관적 유능감을 키울 수 있는 치료법이라고 생각한다. 통제와 자율 사이에서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성장해야 하는 청소년에게 게임 문화가 미치는 영향은 특히 크다. 디지털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강화된 현 시점에 창의적 상상력, 융합적 문제 해결력, 감각적 사고력, 소통과 공감 같은 게임의 긍정적 가치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 미래연구소 수석 디자이너이자 게임 프로듀서인 제인 맥고니걸은 “게임에 몰입해 긍정적인 가치를 배우고 이를 활용할 때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이 재미 이상을 제공해 준 사례는 많다. 3차원(3D)으로 재현된 실제 단백질 분자 구조를 조작해 과제를 달성하는 게임 ‘폴드 잇’은 10여 년간 학계가 풀어내지 못한 단백질 구조를 게임 이용자들이 3주 만에 해결해 불치병 완치에 큰 기여를 했다. 북극곰의 생태 위기를 게임으로 구현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문제를 환기시킨 ‘북극곰을 부탁해’, 기근에 시달리는 나라에 식량을 지원하는 ‘푸드 포스’ 같은 게임 역시 우리가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게 만드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강가 느티나무 아래 앉아/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톡톡 분질러 던지며 놀았다/소낙비가 쏟아졌다/커다란 나뭇가지 아래 서서/비를 피했다/혼자다.’ 김용택 시인(72)의 새 동시집 ‘은하수를 건넜다’(창비)에 실린 시 ‘혼자였다’다. 코로나19로 사람들과 가까이 하지 못하는 지금, 가슴에 더 와 닿는 시들이 많다. 절판된 시집 ‘내 똥 내 밥’에서 시 여러 편을 가져와 새로 써서 담았다. 김 시인은 머리말에서 “내가 사는 산골 마을에 어린이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 어린이가 없는 마을은 정말 심심하다. 그 심심함이 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은 지구와 자연, 그리고 생산과 소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특별한 해”라며 “작고 낮고 느리게 살게 하는 농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인은 산골에서 달팽이를 내려다보며 앉아 있기도 하고 참새들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혼자 논다. 외로움보다는 자연 속에서 혼자 놀기에 단련된 느긋함, 옛 기억을 떠올리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별을 보러/마당에 나갔다./은하수가 길게 흐른다./양말을 벗고/바지를 걷어 올리고/신발을 벗어 들고/은하수를 건너갔다가/다시 건너왔다./첨벙첨벙 은하수 물은/얕았다.’ 표제작 ‘은하수를 건넜다’는 하얀 은하수를 하염없이 올려다보며 맑은 밤공기를 한껏 들이마신 후 쏟아낸 듯하다. 향토어로 나눈 대화를 실감나게 담은 ‘장날’, 논두렁을 따라 집에 가다 만난 개구리들을 묘사한 ‘개구리’, 같이 일하고 먹고 놀며 거짓말 하지 않고 살았던 시절을 노래한 ‘옛 마을’ 등 자연과 사람살이를 편안한 언어로 해사하게 그렸다. 수명 작가가 연필로 그린 그림은 수묵화처럼 은은한 여운을 남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J K 롤링이 코로나19 사태로 실의에 빠진 어린이들에게 선사한 소설 ‘이카보그’가 18일부터 한국어판 공식 홈페이지에서 무료 연재를 시작한다. 문학수첩은 ‘이카보그’ 연재는 10월 2일까지 하며, 10월 9일까지 모든 연재물을 읽을 수 있다고 16일 밝혔다. 64챕터로 구성된 ‘이카보그’는 평일에 하루 2, 3챕터씩 연재한다. ‘이카보그’는 10년 전 롤링이 잠자리에 든 자녀들을 위해 쓴 이야기로, ‘코르누코피아’라는 왕국을 배경으로 ‘이카보그’라는 전설 속 동물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모험을 그렸다. 연재가 끝나면 올해 안에 단행본과 전자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이카보그 일러스트 공모전’도 18일부터 10월 9일까지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공모전 홈페이지와 문학수첩리틀북 SNS를 참조하면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개미에게는 요술 더듬이가 있다. 친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 릴라와 놀던 개미는 아지가 릴라와 놀고 싶어하는 마음을 알고는 자리를 비켜준다. 아지가 릴라의 인형을 망가뜨리자 개미는 이를 고쳐준다. 툭하면 소리 지르는 아지도 달래고, 같이 놀자는 악어도 외면할 수 없다. 친구들을 즐겁게 해 주려 노력할수록 더듬이도 쑥쑥 자란다. 한데 이상하다. 어떻게 말해야 친구들이 행복해할까 고민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눈물만 자꾸 나올 뿐이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맞춰 주려 애쓰다 자신을 챙기지 못하는 아이에게 모두가 즐거우려면 자기의 마음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해준다. 울고 있던 개미는 낯설고 반가운 목소리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 후 이를 알게 된다. 내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다. 아니, 그래야 괜찮아진다. 그리고 친구의 마음도 헤아리면서 함께 어울리는 게 진짜 괜찮은 거라는 걸 공감 속에 깨닫게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다른 애들은 회색과 까만색이 섞여 있는데 나만 왜 새하얀 걸까?” 작고 하얀 펭귄이 눈물방울을 떨어뜨린다. 그때 엄마 펭귄의 목소리가 들린다. “숨바꼭질할 때 눈 속에 숨으면 감쪽같을걸.” 작고 하얀 펭귄은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달리지 못해 고민하고, 고래처럼 몸이 커지길 소망한다. 엄마는 “맨 뒤에 가다가 누군가 넘어졌을 때 일으켜 주라고 그런 것”이라 말하고 “고래처럼 몸이 커지지는 않지만 마음은 고래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속삭인다. 남들과 다르고, 스스로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을 고민하는 아이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도록 어깨를 토닥인다. 단점이라 여긴 것도 새로운 시선으로 보면 근사하다는 걸 콕콕 찍어 알려준다. 막연하게 “괜찮다”고 하지 않고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긍정적인 관점을 제시해 신선하다. 아하,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구나! 깜깜한 밤에 반짝이는 별을 만난 것 같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지금 한 자리씩 띄어 앉으신 거죠? 낯설지만 그래도 익숙해져야겠죠?”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일 열린 한 콘서트에서 반짝이는 은빛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선 옥주현이 말했다. 관객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띄어 앉은 풍경은 관객은 물론이고 그에게도 새로운 모습이었나 보다. “그거 아세요? 마스크를 쓰면 관객분들 표정이 의외로 더 잘 보인답니다. 눈이 또렷하게 드러나거든요. 어떤 분의 눈에서 빛이 반짝 나는 순간도 보일 정도예요. 앞으로도 (마스크의) 하얀 물결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의 말에는 관객들을 다시 만난 데 대한 반가움이 진하게 묻어 나왔다. 동남아시아의 스콜처럼 양동이로 들이붓듯 폭우가 쏟아진 날이었지만 한 자리씩 비운 객석 대부분은 관객들로 가득 찼다. 문화생활에 목말라 있던 이들이 앞다퉈 공연장을 찾은 듯했다. 지난달 22일부터 수도권에 있는 국공립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운영 재개 시점을 조정하고 있다. 이전처럼 다시 공연을 보고, 전시를 관람할 수 있게 돼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다만 지켜야 할 점도 있다. 공연장에는 이전에 비해 조금 더 일찍 도착하는 게 좋다. 발열 체크를 하고 온라인으로 문진표 작성을 한 후 그 결과가 담긴 QR코드를 티켓과 함께 제시해야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오페라극장 입구에서는 “QR코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라고 묻는 노년층 관객들도 상당수 있었다. 직원들은 1부, 2부 공연이 시작하기 전 객석 곳곳을 다니며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관객에게 “코가 덮이도록 마스크를 올려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렌트’의 배우와 제작진은 “오늘이 마지막 공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무대를 채워가고 있다.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이 미래가 보이지 않지만 꿈을 노래하는 이 작품은 실제 공연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모두가 가슴을 졸이며 연습했다. 다행히 공연이 시작됐지만 이달 23일 막을 내릴 때까지 한순간도 안심할 수 없다. 배우, 제작진, 관객 등 누구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즉시 공연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출신으로 스페인에 거주하는 ‘렌트’의 협력 연출가 앤디 세뇨르 주니어는 아이비 최재림 정원영 등 한국 배우들과 스태프에게 “외국은 공연장이 다 문을 닫아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일을 잃었다. 지금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다. 절대 당연하게 여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오직 오늘뿐(No Day But Today)’이라는 렌트의 주제가 특히 가슴에 와닿는 요즘이기에, 한 회차 공연이 끝날 때마다 배우들은 울컥하며 눈물을 쏟아낸다고 한다. “거리에서 키스하며 데이트를 하는 로맨스 영화가 지금은 판타지 영화가 돼 버렸다”는 민규동 감독의 말은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일상이 조심스럽게 다시 시작되고 있다. 이전에는 당연했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건지 모른다. 그냥 주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사이좋은 노부부는 아기 눈사람을 만든다. 눈사람이 추울까 봐 집으로 옮긴 부부는 다음 날 아침 아이를 발견한다. 자녀가 없던 부부에게 눈나라에 사는 아이가 찾아온 것. 셋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봄이 오자 아이는 떠나야 한다. 다시 겨울이 되면 만날 수 있을까.(나태주 ‘눈사람 아기’) 나태주 작가가 등단 50주년을 맞아 우미옥 임태리 장성자 안선모 이현주 최이든 작가와 함께 동화집을 냈다. 볼이 자주 붉어져 ‘딸기’라는 별명이 붙은 ‘나’가 별명이 ‘우유’인 우유석을 돕다 가까워지고(우미옥 ‘우리는 딸기 우유’), 베란다에서 떨어진 아기 이불이 길고양이를 만난다(장성자 ‘고양이 이불’). 지우개 따먹기 놀이를 하다 감정이 상하지만 결국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는 동하와 준우.(이현주 ‘지우개 따먹기’) 여리고 자그마한 존재들이 빚어내는 이야기가 따스하다. 가만가만 생명을 어루만지는 보드랍고 섬세한 손길을 맑은 눈으로 바라본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과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런 전염병이 과도한 전파 사용으로 인한 전자기장 교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의대에 다니던 저자는 엑스레이 과잉 노출 질환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그는 20세기 들어 심장병, 당뇨병, 암 환자가 급증하는 현상도 전기 사용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놀랍고 다소 의아해 보이는 주장을 저자는 각종 연구 결과와 사례로 뒷받침한다. 미국은 1917년 자국과 식민지에 고출력 송신기를 50개 이상 세웠고 해군은 1만 개 넘는 송신기를 함정(艦艇)에 설치했다. 1918년 뉴욕주, 메릴랜드주에는 고성능 송신 장비가 들어섰다. 저자는 수천만 명이 숨진 스페인 독감이 그해 미국에서 발생해 미 해군 함정에 의해 세계로 퍼진 것 같다고 말한다. 미국에 휴대전화 중계탑 수만 개가 들어선 1996년, 운동선수들의 심장마비가 두 배로 늘었다. 저자는 전자기장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의 활동력을 떨어뜨려 세포가 포도당 지방 단백질을 분해하는 속도를 줄어들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그 근거로 제시한다. 전자파와 질병 간의 인과관계가 직접적으로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지만 많은 사례로 그 가능성은 가늠케 한다. 번역자인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전파시설에 따른 영향을 파악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제 ‘The Invisible Rainbow’.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빵을 무척 좋아하는 토끼 삐뽀. 빵 생각만 하다가 빵이 되기로 결심한다. 삐뽀는 빵집 아저씨에게 말한다. “저를 빵으로 만들어 주세요.” 어처구니없어 하는 아저씨에게 쫓겨난 삐뽀는 직접 빵이 되려 한다. 하얀 빵 옆에 밀가루를 바른 몸을 동그랗게 말고 앉는다. 또 쫓겨났다. 두 귀 사이에 토마토와 치즈, 양상추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든 후 샌드위치들 사이에 자리 잡은 삐뽀. 역시 금세 들킨다. 진짜 좋아하는 대상 그 자체가 되고 싶은 꿈을 깜찍하게 담았다. 무언가를 간절히 좋아해 본 이라면 아는 그 마음. 아저씨는 삐뽀에게 빵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한다. 삐뽀가 작은 손으로 조물조물 주물러 만든 토끼 모양 빵은 삐뽀를 꼭 닮았다. 삐뽀는 빵 만들기로 만족했을까. 천만에! 얼굴에 달걀 물을 바른 삐뽀는 토끼빵 옆에 선다. 빵으로 보일까 궁금해하며…. 끈기가 단연 최고다. 앙증맞은 그림은 이야기와 발랄하게 어우러진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에 참여한 이들이 여행을 더 오래하고 지출도 더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은 근로자가 20만 원을 부담하면 기업이 10만 원, 정부가 10만 원을 각각 지원한다. 근로자는 총 40만 원을 국내 여행 경비로 사용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해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에 참여한 근로자 1000명과 미참여 근로자 500명을 대상으로 여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참여 근로자의 국내 여행 기간은 9.82일로 미참여 근로자보다 3.24일 많았다고 20일 밝혔다. 지출액도 참여 근로자는 평균 201만9400원으로 집계돼 참여하지 않은 이들보다 102만5700원을 더 썼다. 여행 횟수도 참여 근로자는 4.86회로, 미참여 근로자에 비해 1.4회 많았다. 당초 계획이 없었지만 휴가지원사업을 통해 여행을 다녀왔다는 답변은 58.5%였다. 여행지를 해외에서 국내로 바꿨다는 이는 50.8%나 됐다. 지난해 8만 명이었던 지원 인원은 올해 12만 명으로 늘었다. 대상도 중견기업 근로자, 소상공인 대표로 확대했다. 지원금은 내년 2월까지 국내 여행을 할 때 사용하면 된다. 참가 신청은 선착순으로 받는다. 근로자 휴가지원사업 누리집에서 기업이 신청하고 전담지원센터에 문의하면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서울 광화문 앞에 있는 조선시대 관청 ‘의정부’ 터(의정부지·議政府址)가 문화재가 된다. 이곳은 광화문광장∼세종대로의 옛 육조거리에 있던 주요 관청 가운데 유일하게 흔적이 남아 있다. 서울시는 종로구 세종로 76-14 일대 ‘의정부지’ 1만1300m²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 예고된다고 20일 밝혔다. 의정부는 1400년(정종 2년) 설치된 후 1907년까지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등이 국왕을 보좌하며 국가 정사를 총괄하던 조선시대 최고 행정기구다. 임진왜란 때 화재로 건물이 훼손됐다가 흥선대원군이 집권한 후 1865년 경복궁과 함께 재건됐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산업화 과정에서 경관이 대부분 훼손됐다. 의정부 터에는 1990년대까지 여러 행정 관청이 있었다. 1997년부터 서울시가 공원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으로 사용해왔다. 서울시는 2013년 옛 의정부의 유구와 유물을 처음 확인했고 2016년부터 본격적인 발굴 조사를 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우리 집은 언덕 위에 있어. 놀러 와.’ 토끼의 편지를 받고 길을 나선 오리. 한데 언덕이 줄지어 나타난다. 알고 보니 거북이 등이다. 거북이는 미안해하는 오리를 다른 언덕으로 데려다 준다. 앗, 그런데 분수가 솟구친다. 이번엔 고래 등에 올라탄 것. 오리는 두더지, 새, 양에게 토끼를 봤는지 묻는다. 여기저기 헤매지만 포기하지 않는 오리는 꿋꿋하다. 토끼 이름을 불러보라는 양의 말에 “깡충아∼”라고 크게 외치자 “꽥꽥아!” 하며 나타난 깡충이. “너 찾기 되게 쉽더라”는 꽥꽥이의 허세가 귀엽다. 보너스 같은 이야기 하나. 꽥꽥이와 깡충이가 만나는 모습을 본 다른 토끼들은 술래잡기가 끝난 거냐며 소곤거린다. 책장을 앞으로 넘겨 찬찬히 살피면 꽥꽥이가 새를 만날 때부터 바위 뒤에 숨어 있는 토끼들의 귀, 다리가 살짝 보인다. 토끼들은 꽥꽥이가 술래잡기를 하는 줄 알고 열심히 숨은 것. 기발하고 깜찍한 상상력에 웃음이 터진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어젯밤 몇 번이고 책을 읽어달라던 18개월 딸아이가 오늘 아침 비 내리는 창밖을 보며 ‘주룩주룩’이라고 말해 너무 놀라웠어요.” “아이가 엄청 빠져서 율동과 노래도 하며 재미있게 봤어요.” 의성어와 의태어로 가득한 그림책 ‘구름똥’ ‘코끼리 방귀’ ‘데굴데굴 집’을 본 독자들이 온라인 서점에 올린 글이다. 책을 보다가 신나게 춤추는 아이의 사진을 첨부하기도 했다. 꼬마싱긋 출판사는 ‘구름똥’이 출간된 지 3개월여 만에 4000권 넘게 판매됐고, ‘코끼리 방귀’의 판매량은 2개월여 만에 1500권이 넘었다고 밝혔다. 그림책으로는 판매 속도가 빠르고 판매량도 많은 편이다. 탁소 작가(48)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8일 만났다. 광고회사 크리에이티브 본부장인 그의 본명은 김홍종. 안동이 고향인 그는 경상도 말씨로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뭉클하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러더니 곧 출간할 ‘바나나킹’의 표지를 보여주며 물었다. “30초 안에 설명해드릴까요?” 서울산업대(현 서울과학기술대) 금속공예과를 졸업한 그는 국내 대형 광고회사에 취직했다. 작가를 꿈꿨던 그는 2008년 사표를 내고 3년간 일러스트책, 글씨로 메시지와 감성을 전하는 타이포아트, 그림책 작업을 했다. ‘구름똥’ ‘코끼리 방귀’도 당시 작업한 책들이다. “아이들이 의성어와 의태어를 좋아하는 걸 보고 수백 개를 취합했어요. 이런 동작을 하고 소리를 내는 건 동물이 많다 보니 동물 캐릭터를 등장시켰죠. 똥과 방귀는 아이들이 영원히 사랑하는 소재고요.”(웃음) 작품 한 권에는 ‘뱅글뱅글’ ‘폴짝폴짝’ 등 의성어와 의태어가 20∼30개 들어간다. 캐릭터들은 서로를 도와준다. ‘구름똥’은 세찬 바람 때문에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진 구름 이야기다. 먼지가 묻은 구름은 흙색으로 변해 외면당하는데, 개구리가 ‘으라차차’ 뒷발로 힘껏 찬 덕분에 하늘로 ‘휘리릭’ 올라간다. 날이 더워져 개구리가 힘들어하자 구름은 시원하게 비를 내려 준다. 독자들은 ‘선한 상상력으로 기분 좋은 책’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책’이라고 평했다. “지하철, 버스를 타고 출퇴근할 때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라요. 지금도 그림책 아이디어가 100개 정도 있어요.” 업무 강도가 높은 광고계로 돌아왔지만 과거에 작업을 해 놓았기에 출간이 가능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이 조언도 많이 해준다. “해봄이가 ‘아빠, ‘출렁출렁’보다는 ‘촐랑촐랑’이 더 잘 어울려’라고 콕 찍어서 말해줘요. 진짜 그 말이 맞더라고요.” 그의 책은 쨍한 원색의 선명한 그림도 눈길을 끈다.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 광고의 특성이 그림책으로도 이어진 걸까. 그는 금연 광고로 대한민국공익광고제 대상을 받았고 뉴욕페스티벌, 런던 인터내셔널 어워즈에서도 수상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보게 만들까 늘 고민해요. 아이들은 알록달록한 그림에 집중하는 것 같아 채도를 높였어요. 캐릭터의 눈을 크고 또렷하게 그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탁소는 20대 때 쓰던 필명 ‘세탁소’에서 왔다. “세탁한 옷의 뽀송뽀송한 느낌을 좋아해서 창작물을 통해 뽀송한 기분을 전하고 싶었어요. 나이가 드니 너무 직설적인 것 같아 ‘세’ 자는 뺐어요.”(웃음) 그는 그림책 작업에서 활력을 얻는다고 했다. “회화를 전공한 분들에 비하면 저는 그림을 잘 못 그려요. 그만큼 아이디어로 승부를 봐야죠. 목표는 그림책 100권 만들기예요. 할아버지가 돼도 재미있는 그림책을 만드는 꿈을 꿉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 처음 듣는 말이었다. 친구는 이유도 말해 주지 않고 가버린다. 아이는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아이도 친구를 미워하기로 마음먹는다. 숙제를 할 때도, 배드민턴을 칠 때도, 목욕할 때도…. 그런데 이상하다. 마음이 하나도 시원하지 않다. 상처 주는 말이 가시처럼 목에 걸리고 귓가에 맴도는 느낌을 절묘하게 그려냈다. 자꾸 긁으면 번지지만 신경 쓰지 않고 놔두면 가라앉는 부스럼. 미움도 그런 거다. 마음에 미움이 가득 차면 그 창살 속에 내가 갇히고, 발에 무거운 족쇄를 찬 것처럼 힘들다. 미워하지 않는 건 쉽지 않지만 이를 해내고 나면 훨훨 가벼워지는 건 자기 자신이라고 얘기해 준다.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공감을 자아내는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넘기다 어느새 내 마음을 가만히 바라보게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안전한 국내 여행지는 어디일까.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 가운데 안전은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됐다. 한국관광공사와 7개 지역관광공사로 구성된 지역관광기관협의회는 안심하고 갈 수 있는 ‘언택트 관광지 100선’을 추천했다. 이들 관광지는 △많이 알려지지 않고 △개별 혹은 가족 여행을 하기 좋으며 △야외이고 △자체적으로 입장객 수를 제한하는 곳을 기준으로 검토해 선정했다. 경기 평택시 바람새마을 소풍정원은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습지공원이다. 시흥시 갯골생태공원에서는 옛 염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인천 강화군 석모도에는 백사장 길이가 1km가량인 민머루해변이 있다. 대전 식장산 문화공원에는 대전 도심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식장산 전망대가 있다. 측백나무와 편백나무의 향기를 음미할 수 있는 곳으로는 경북 영덕군 벌영리 메타세쿼이아길이 꼽혔다. ‘안동의 비밀의 숲’으로 불리는 낙강물길공원은 곳곳에 사진 찍기 좋은 명소가 많다. 울진군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짙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듣기에 제격이다. 부산 아미르공원은 넓은 잔디에서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하기에 적합하다. 전북 남원시 교룡산국민관광지에는 교룡산성과 선국사가 있다. 전남 해남군 우수영은 명량대첩 기념공원으로 조성돼 역사 교육장으로 활용하기에 좋다. 제주 거문오름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자세한 내용은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참조.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