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종

이유종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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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100%
  • [단독]‘열병’ 뺀 전승절 열병식?… 한-중 ‘朴대통령 배려’ 막판조율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이 ‘열병’ 없는 열병식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열병식 참관 문제를 두고 한중 정부는 열병식에서 열병 순서를 빼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현재 양국 간 막바지 조율이 진행 중”이라며 “열병 순서가 빠지면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관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군 열병식은 국가원수가 무개차(無蓋車)를 타고 군대를 둘러보는 ‘열병식’과 각 군부대가 국가원수가 서 있는 단상 앞을 행진하는 ‘분열식’으로 구성된다. 군 관계자는 “열병식은 국가원수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자리로 군사적 의미가 매우 강한 의식”이라면서 “열병식에서 열병을 빼고 단지 분열만 하면 ‘군 퍼레이드’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분열만 할 경우 ‘참석’이라는 의미보다는 ‘관람’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 대신 ‘참관’이란 표현만 쓰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경도(傾倒)론’을 의식해 전승절 열병식의 의미를 군사적 무력시위가 아닌 항일(抗日) 승리 축하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다음 달 3일 오전 10시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릴 ‘항일 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전승절) 70주년 기념식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개막을 알리는 축하 연설로 시작될 예정이다. 시 주석의 연설은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데 맞춰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어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열병식이 펼쳐진다. 시 주석이 단상에서 내려와 무개차를 타고 중국 인민해방군을 열병할 경우 중국의 군사적 무력시위 이미지가 강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장에서 이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박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열병을 빼고 바로 군부대 행진인 분열을 시작해 ‘축제의 장’처럼 연출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이다. 또 국내 비판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6·25전쟁 때 우리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항일전쟁에 참전했던 공산당 부대들을 앞세우되 6·25전쟁에 참전했던 부대는 열병식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북한군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도 양국이 긴밀히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가 전승절 행사에 여러 나라 군 의장대 파견을 요청했는데 북한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북한군 의장대 파견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자칫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가 북한군의 군사 퍼레이드에 손을 흔드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미국 정부는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에 대해 공식적으로 한국 정부 의사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행사 참여 문제는 각국의 주권적 결정사항”이라며 “우리는 한국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일부 외신은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박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불참을 요청했다고 보도했지만 한국 미국 정부 모두 이를 공식 부인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 발표에 앞서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박민혁 mhpark@donga.com·이유종 기자}

    • 201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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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열병식 관련 회견 돌연 취소

    중국 정부가 다음 달 3일 개최할 예정인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 관련 기자회견을 갑자기 취소했다. 중국 정부는 20일 오전 10시 베이징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작전부 취루이(曲叡) 부부장 등이 나와 열병식 준비 상황 등을 설명하겠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이날 모인 기자들에게 국무원 직원은 “기자회견이 취소됐다. 언제 열릴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취소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중국은 올 6월 첫 열병식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번 열병식에 7대 군구(육군), 해군, 공군, 제2포병, 무장경찰(준군사조직) 등이 참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열병식 규모나 무기의 종류에 대해서는 함구해왔다. 중국의 일부 언론들은 이번 열병식에 1만 명 이상의 병력이 동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9년 10월 1일 열린 건국 60주년 국경절 열병식에는 8000여 명이 동원됐다. 중국은 주로 건국기념일인 국경절에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첨단무기 공개 등을 포함한 열병식을 진행해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해왔다. 열병식은 1949년 건국 이후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모두 13차례 진행됐다. 이번 열병식은 2009년 열병식 이후 6년 만이다. 전쟁승리 기념일에 열병식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권력을 외부에 과시할 좋은 기회”라며 “중국이 과거에 기대서 현재 야심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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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일 교과서, 민족주의 충돌… 근대사 기술 국익따라 제각각”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이 근대 역사를 국익에 따라 달리 해석해 민족주의 강화에 이용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FT는 “이들 3국은 자국에 유리한 내용을 교과서에 집중 기술하고 불리한 내용은 축소하거나 아예 기술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교과서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저지른 만행을 간단하게 쓰거나 핵심 내용을 각주에 살짝 기술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을 감췄다. 중국은 공산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교과서를 만들었다. 공산당 정권은 가상의 적을 만들어 국민들이 정권을 지지하도록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일본을 싫어할 만한 내용을 골라 기술했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아시아의 폴란드’인 한국은 대체로 희생자의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했다고 FT는 전했다.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중국은 모두 일본의 압제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기억을 근대화라고 주장한다. 3국은 같은 역사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난징대학살, 일본군 위안부 문제, 시모노세키 조약 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3국의 교과서 내용을 비교했다. 난징대학살은 1937년 당시 중국의 수도였던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이 저지른 대규모 학살 사건이다. 중국과 일본은 난징대학살에 대한 시각차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일본은 교과서에 민간인 성폭행 등 자신들의 잔혹 행위와 관련된 내용을 철저하게 숨겼다. 사망자 수도 본문에는 20만 명으로 기술한 반면 주석에는 최대 4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난징대학살을 그다지 비중 있게 다루지 않으면서 ‘대량 학살과 고통’ 내용 위주로 기록했다. 중국은 그래픽 등을 활용해서 일본의 만행을 크게 강조했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3국의 시각차도 확연했다. 중국은 난징대학살에 비해 위안부 문제를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뤘다. 반면 한국은 위안부 문제를 매우 자세하게 다루면서 일본군에 강제로 동원된 위안부들이 엄청난 고통과 모욕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 위안부들이 2차대전 이후에도 엄청난 고통을 받았으며 대부분 비참한 생활을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반면 일본은 교과서 본문에 징병과 징용에 대한 언급은 있으나 위안부 문제는 각주 정도에 간략히 소개했다. 위안부들이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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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위안화 절하 목표 10%說… 리스크 여전

    《 중국의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13일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1.11% 추가로 인하했다. 이로써 위안화는 11일부터 사흘간 4.66% 절하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위안화의 하락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세를 되찾았다. 런민은행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화가 추가 절하될 여지는 크지 않고 조만간 안정 기조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사흘째 위안화를 절하했지만 금융시장은 차츰 안정을 되찾는 분위기다. 중국의 이번 조치가 전면적인 환율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8원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한 1174.0원에 마감했고 코스피는 7.99포인트(0.4%) 오른 1,983.46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주요국의 거시경제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한 상태라는 게 다시 한번 드러난 만큼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기 둔화 등 다가올 외부 변수에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中 “추가 절하 여지 크지 않아”… 시장 안정 중국은 올 4월경부터 달러화 대비 위안화의 고시환율을 달러당 6.11위안대로 거의 고정시켜 운용해 왔다. 자국 화폐가치의 안정성을 높여 ‘위안화의 국제화’를 돕고 중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를 끌어올리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사실상 ‘달러화 페그제(고정환율제)’와 다름없는 이 같은 중국 당국의 방침은 정부와 시장의 심각한 괴리라는 부작용을 일으켰다. 수출 둔화와 경기 침체, 해외로의 자본 유출이 발생하면서 중국 은행들끼리 거래되는 ‘진짜’ 환율은 정부의 고시환율과 관계없이 상승세(위안화 가치 하락)를 이어 갔던 것이다. 이에 중국 당국은 뒤늦게 “시장 환율을 제대로 반영하겠다”면서 11일부터 사흘 동안 이 격차를 줄이는 작업을 단행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지금까지 중국은 자국 수출이 손해 보는 걸 감내하면서까지 위안화 환율을 무리하게 고정시켜 왔다”며 “하지만 이는 환율을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역행하는 데다 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안 돼 정책 기조를 대폭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은 위안화의 과도한 절하를 막기 위해 12일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조차도 위안화 환율의 지나친 변동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중국의 ‘환율 개혁’이 일차적으로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 팀장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 환율 전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시장의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며 “지난 사흘간 시장 환율을 거의 따라잡은 만큼 앞으로 절하의 폭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13일 시장 환율의 종가를 감안했을 때 14일 위안화 고시환율의 오름폭은 13일(1.11%)보다 훨씬 낮은 0.3∼0.4%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하면서 위안화의 움직임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지난 며칠간의 위안화 절하에 맞서 섣불리 기준금리를 내리기보다는 중국 당국의 의도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더 면밀히 관찰하겠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중국의 조치는 환율을 시장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한국에 대한 영향이 상당히 복잡한 만큼 앞으로의 환율 움직임을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절하에 대한 불안감 여전 그러나 중국 경제의 침체가 길어지는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예고돼 있어 시장에서 보는 위안화 환율과 이를 반영하는 고시환율은 앞으로도 추가로 상승할 여지가 크다. 중국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위안화 평가절하 목표치를 10%가량으로 정해 놨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도 보고서를 통해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8위안으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으로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게 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위안화 평가절하가 시작된 11일 이후 원화 가치 하락 폭이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컸고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서는 등 금융시장 전반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금융시장의 일시적 충격이나 환율 움직임보다 더 큰 문제는 실물 부문이다. 중국의 성장률이 지금처럼 점점 가라앉는 방향으로 흐르게 되면 산업계 전반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펀드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설정된 중국 본토 주식형펀드의 일일 수익률은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선 첫날인 11일 일제히 ―1∼―2%대로 떨어졌다. 당분간 위안화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위안화 절하로 신흥국에서도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중국 및 신흥국 펀드 수익률의 동반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유재동 jarrett@donga.com·이유종·주애진 기자}

    • 201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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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 대표 상징물은 폴크스바겐”

    독일인들은 자동차 브랜드 ‘폴크스바겐’이 독일을 가장 잘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폴크스바겐은 소형차 ‘비틀’을 1938년부터 전 세계에 2100만 대 이상 판매한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독일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어떤 사람이나 사물이 독일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63%(복수 응답)가 폴크스바겐을 꼽아 1위에 올랐다고 독일 유력지 디차이트가 10일 보도했다. 2위에는 19세기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올랐다. 3위는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가 차지했고 국가(國歌)인 ‘독일의 노래(Deutschlandlied)’는 4위를 기록했다. 축구 강국답게 독일의 국가대표 축구팀이 5위에 꼽혔고 6위는 냉전시대 동방정책으로 동서의 긴장을 완화한 빌리 브란트 전 총리가 올랐다. 7위는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 전 총통, 8위는 유대계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차지했다. 9위는 소시지에 카레 가루를 뿌린 커리부르스트, 10위는 ‘음악의 아버지’로 통하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차지했다. 독일인이 생각한 독일인의 특성은 ‘시간 엄수’가 1위에 올랐다. 이어 책임감, 근면, 질서정연, 맥주 사랑 등도 주요한 특성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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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이코노미스트 인수놓고 ‘가문의 대결’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지분 절반이 7000억 원 이상에 자동차 회사 피아트를 소유한 아넬리 가문이나 금융 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에 팔릴 것으로 보인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교육전문출판기업 피어슨이 이르면 이번 주 이코노미스트 보유 지분 50%를 약 4억 파운드(약 7200억 원)에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9일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의 주식은 대주주인 피어슨 외에도 금융부호 로스차일드 가문(21%),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와 명문 축구클럽 유벤투스를 소유한 아넬리 가문(4.7%) 등이 나눠 가지고 있다. FT는 “로스차일드와 아넬리 가문 중 하나가 이코노미스트의 최대주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분 매각은 이코노미스트의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기구인 4명의 신탁관리자들로부터 승인을 얻어야 한다. 1843년 영국에서 창간된 이코노미스트는 발행부수 160만 부로, 지난해 6000만 파운드(약 108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 잡지의 매출은 오프라인 잡지의 광고 감소로 3년 연속 떨어졌다. 피어슨은 지난달 FT를 8억4400만 파운드(약 1조5000억 원)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팔았다. 피어슨은 1957년 FT를 인수하면서 이코노미스트의 지분도 소유하고 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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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 부유층 여성은 다이아 브로치, 일반 주민은 여전히 강에서 손빨래”

    북한의 신흥 부자들은 평양의 맨해튼으로 불리는 곳에 거주하며 물건을 구매할 때 현금카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빵과 서커스’라는 제목으로 평양 신흥 부유층의 일상을 평양발(發)로 보도했다. 빵과 서커스는 대중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방편의 대책이라는 상징적 은유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1년 12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뒤 물놀이장, 영화관, 돌고래수족관 등을 잇달아 열었다. 잡지에 따르면 이런 시설물들은 모두 평양의 신흥 부자인 ‘돈 주인(전주·錢主)’들을 위한 것이다. 밀무역을 통해 성장한 전주들은 북한 정권에 이익금의 상당 부분을 주는 대가로 국영기업과 함께 사업을 하거나 상당 수준의 자치권을 얻은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부유층은 평양 주재 외교관들 사이에서 평양의 맨해튼이라 불리는 창전거리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들 중 젊은 여성들은 화려한 의상을 입으며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한 30대 여성은 김일성 부자의 배지 위에 다이아몬드가 박힌 샤넬 브로치를 달고 다니기도 했다. 핸드백에 작은 반려견을 담아 가는 여성의 모습도 보였다. 김정은은 최근 국영 신발공장에 하이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부유층 가족들은 광복백화점에서 시바스리갈 위스키를 34달러(약 4만 원)에 구매할 수도 있다. 외화를 은행에 미리 예탁한 뒤 사용하는 현금카드인 ‘나래카드’로 돈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평양에서 북쪽으로 28km 떨어진 평남 평성시의 농부들은 소를 이용해서 일을 하며 여성들은 여전히 강에서 옷을 빨고 있었다. 잡지는 “김정은이 약속한 번영의 시대는 여전히 허망하게 들린다”고 꼬집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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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뉴욕 1시간… 초음속 여객기 만든다

    영국 런던에서 미국 뉴욕까지 1시간 만에 날아가는 초음속 여객기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유럽 항공기제조사 에어버스가 최근 미국 특허청에 음속보다 4배 이상 빨리 비행할 수 있는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2’와 관련한 특허를 출원했다고 4일 보도했다. 콩코드2가 상용화되면 런던에서 뉴욕까지 거리 5585km를 1시간 만에 돌파할 수 있다. 현재 항공기로는 약 7시간이 걸린다. 콩코드2의 엔진은 제트 엔진과 로켓 모터를 결합해 만들어 강한 추진력을 지녔다. 항공기는 거의 수직으로 솟구친 뒤 음속을 돌파하게 된다. 에어버스는 승객 20명과 화물 2, 3t을 싣고 30km 이상의 상공에서 8850km를 이동하는 초음속 여객기를 구상하고 있다. 콩코드2는 사업상 유럽과 미주 대륙을 빠른 시간에 왕복해야 하는 경제계 인사들이나 정찰, 긴급 수송 등 군사적 목적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콩코드2 제작 관계자들은 “매우 높은 위치에서 비행하기 때문에 기존 대공 요격 미사일의 공격을 거의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에어버스는 과거 콩코드가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던 소음 문제를 크게 개선했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처음 출현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롤스로이스의 올림푸스 엔진을 장착해 최고 속도가 마하2 이상으로 승객 120명을 태우고 18km 높이의 상공을 비행했다. 1976년 도입돼 에어프랑스, 브리티시항공 등이 모두 14대를 운용했으나 2000년 7월 파리에서 113명이 숨지는 대형 추락사고가 발생한 데다 과다한 연료 사용과 승객 감소 등 경제적인 문제까지 겹쳐 2003년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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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유럽 젊은이들 ‘일자리 엑소더스’… 獨 이민자 사상최대

    스페인 출신 건축기술자 펠릭스 가르시아프리마는 2008년 금융위기로 바르셀로나에서 직장을 잃었다. 영국으로 떠나 석사 학위를 받고 다시 바르셀로나에 돌아왔으나 여전히 일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 한 지인이 독일 기업을 추천했다. 일자리를 알아보니 곧 중견기업 2곳에서 연락이 왔다. 독일어는 한마디도 못 했지만 독일로 이주해 취직을 했고 이제는 결혼 자금까지 마련해 여자 친구와 결혼도 할 수 있게 됐다. 독일에 거주하는 이민자 수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3일 독일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거주 이민자는 1090만 명을 기록했다. 2013년과 비교하면 39만 명이 늘었고 2011년과 비교하면 100만 명이나 늘었다. 독일 인구 8108만여 명 중 13% 이상이 이민자인 셈이다. 이민자들은 가르시아프리마처럼 일자리를 찾아 이주한 사례가 많다. 독일은 실업률이 7.4%로 유럽에서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다. 숙련노동자 부족 현상으로 임금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5%였으며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다. 2013년 0.1%, 2012년 0.4% 성장에 그쳤던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 그렇다 보니 독일로 가는 이민자들은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에서 급증하고 있다. 스페인 출신은 2011년에 비해 41.8%, 그리스 출신은 17.4%가 늘었다. 독일 정부는 이민자들을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2012년 8월부터 연간 4만4000유로(약 5600만 원)의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외국인에게 비자를 주는 ‘블루카드’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에서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은 18개월 동안 거주하며 직업을 찾을 수 있다. 이민법도 완화했다. 5년 이상 안정적으로 독일에서 일하면 영주권을 준다. 2013년 이민자 3만3824명이 베를린에 안착했다. 동시에 독일은 전쟁과 종교적 박해 등을 피해 도망쳐온 난민도 기록적인 규모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독일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은 모두 25만8000명으로 연말에는 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에 망명 신청을 한 난민 수는 헝가리의 2배,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3배로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많다. 터키 등 저임금 노동자들이 대거 이주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 독일로 오는 이민자들은 교육 수준도 높은 편이다. 2004년 이후 폴란드와 체코에서 온 25∼44세 이주자 중 20.7%가 대학 교육을 받았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출신도 대학 교육을 받은 비율이 20.9%에 달했다. 같은 연령대의 독일인은 18.1%에 불과하다. 펠리시타스 힐만 베를린자유대 지리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저렴한 물가와 창의적인 환경으로 남유럽 젊은 학자들이 베를린 거주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민을 둘러싼 의견은 독일 내에서 분분하다. 문화적으로 이질감을 가진 이슬람 출신 이민자들이 난민 등으로 대거 들어오면서 독일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베르톨트 콜러 FAZ 공동발행인은 3일 칼럼에서 “독일에서 몇 년 동안 일했던 외국인들이 출신 국가로 되돌아가지 않고 가족까지 데려와 살고 있다. 독재국가 출신 난민도 늘고 있다”며 “독일 정치권은 이민법 등 이민자 유입을 제어하는 정책과 관련해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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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유종]덴마크 도축장

    덴마크 호르센스의 한 도축장. 도축된 육류가 늦어도 서너 시간 안에 덴마크 전역에 배달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하루 돼지 2만 마리가 처리된다. 돼지가 들어오면 이산화탄소로 기절시키고 도축 가공 포장 등 모든 과정이 자동이다. 외관은 반도체공장처럼 보인다. 외부에선 특유의 동물 냄새도 전혀 나지 않는다. 직원 급여는 독일이나 스웨덴보다 2, 3배 많다. 그래도 경쟁력이 있다. 지난해 이 도축장은 250억 덴마크 크로네(약 4조3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덴마크 축산업의 효율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덴마크 축산업계의 대표 상품은 돼지고기다. 농가는 인구(약 560만 명)보다 2배 이상 많은 돼지 1200만 마리를 키운다. 80% 이상은 도축해 130개국으로 수출한다. 수출량은 미국 캐나다 브라질 다음으로 많다. 덴마크 축산업의 성공 비결은 한마디로 효율성이다. 농부들은 19세기 말 이미 축산협동조합을 세워 도축, 판매 등에서 시너지를 추구했다. 축산 농가는 40년 전과 비교할 때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돈육 생산량은 계속 늘고 있다. 어미 돼지 한 마리가 1년간 새끼를 낳으면 출하될 때까지 24마리 이상이 살아남는다. 한국은 13마리에 불과하다. 하루 돼지 한 마리의 체중 증가도 866g으로, 한국(680g)보다 27% 많다. 생산비는 한국의 71%에 불과하다. 모두 효율을 추구한 결과다. 판매에서도 효율이 우선시된다. 영국에는 베이컨용 비(非)거세 돈육을, 빛깔을 중시하는 일본에는 붉은색 고기를 공급하고 있다. 족발과 귀, 꼬리, 머리 등은 아시아 국가에다 팔아치운다. 비계는 식용기름과 동물사료, 바이오에너지에 사용한다. 소비되지 않고 그냥 폐기하는 돼지의 부위는 하나도 없다. 판매 시장에서는 미국 캐나다와 가격 경쟁을 하기 어려워 고급 육류 공급에 집중하고 있다.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급 돈육의 최대 시장인 일본시장에서 덴마크 돈육의 시장점유율이 25%에 달한다. 국내 축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성장 속도가 매우 더디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인적 물적 자원을 집중하다 보니 1차 산업인 축산업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덴마크를 보면 국내 축산업이 성장할 여지는 충분하다. 축산업계가 지금보다 더 효율성을 추구한다면 덴마크와 겨룰 수도 있다. 중국, 일본 등 소비량이 많고 성장세가 큰 시장도 가깝다. 정부는 2008년 축산업 효율화를 추진하며 50곳 이상의 도축장을 통폐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제 문을 닫은 도축장은 10여 곳에 불과했다. 불법 도축도 여전하다. 덴마크 축산업계는 경쟁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1970년 54개에 달했던 협동조합을 2004년 2개로 대폭 줄였다. 1970년 60곳이던 도축장은 2009년 9곳으로 감소했다. 대신 도축장의 규모가 커져 경쟁력이 올라갔다. 한국은 갈 길이 멀지만 축산업 발전을 위해 선택지가 아직은 많이 남아 있다.이유종 국제부 기자 pen@donga.com}

    • 201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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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레반 최고 지도자 오마르 2, 3년전 이미 숨져”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55·사진)가 이미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BBC 방송은 29일 아프간 정부와 정보국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2, 3년 전 오마르가 숨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사인과 사망 시기 등은 밝히지 않았다. 오마르 사망설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탈레반 대변인은 매번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자파르 하셰미 아프간 대통령 부대변인은 이날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마르는 1960년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주에서 태어났으며 자신이 살던 마을이 소련의 침공을 받자 ‘전사’로 나섰다. 1983∼1991년 러시아 군과 맞선 전투에서 4차례 부상을 당했으며 로켓탄의 파편에 맞아 오른쪽 눈을 잃었다. 그는 1994년 10월 학생 2만5000명을 규합해 이슬람 민병대 ‘탈레반’을 결성한 뒤 1996년 9월 수도 카불을 점령해 정권을 장악했다. 추종자들에겐 ‘물라(스승)’라고 불렸다. 오마르의 탈레반은 ‘이슬람공화국’을 선포하고 약탈과 강도, 부정부패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여학교 폐교, 여성 외출 금지 등 극단적인 남녀차별과 불상 파괴 등으로 세계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오마르는 집권 기간 동안 사진촬영을 금지해 ‘얼굴 없는 애꾸눈 두령’이나 ‘은둔의 지도자’로 불렸다. 또 다른 테러 단체인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후원했던 그는 9·11테러 이후 미국의 빈라덴 신병 인도 요구를 거부했다. 2001년 미군의 침공을 받아 탈레반 정권이 붕괴됐고 파키스탄 접경 지역 등에 피신해 도망자 신세로 탈레반을 지휘했다. 올 4월 초 아프간 탈레반은 웹사이트에 ‘물라 오마르 전기’를 올리기도 했다. 전기는 오마르에 대해 ‘화를 내거나 낙담하지 않고 해외 은행 계좌가 없다’고 묘사했다. 미국은 오마르에게 1000만 달러(약 116억 원)의 현상금을 걸고 있다. 오마르의 사망 보도가 나온 이후 또 다른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탈레반의 세력 다툼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IS는 자금력을 동원해 탈레반 산하 조직원들을 빼내가 탈레반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오마르 네사르 아프간현대화연구소 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탈레반의 주 수입원인 아프간 마약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IS와 탈레반이 곧 사투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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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험한 파도 헤치고 도착한 곳… 백제 부흥의 꿈 서린 오사카

    세계문화유산으로 백제유산이 등재됨으로써 국내에서도 백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우리에겐 백제 문물의 모습을 보여줄 자료가 너무 빈약하다. 오히려 일본에서 백제 문화의 흔적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문화는 발상지보다 변두리에서 잘 보존된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님을 실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백제 흔적은 언어에서도 확인된다. 일본어로 ‘구다라나이(百濟無い)’라는 말은 ‘백제가 없다’는 뜻이지만 사실은 ‘백제 물건이 아니면 쓸모가 없다’는 속뜻을 담고 있다. 일본 문화에 스며든 백제의 영향이 얼마나 컸으면 이런 말까지 만들어졌을까.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大阪)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들이 제일 먼저 닿은 항구였다. 오사카 항구의 옛 지명은 ‘나니와쓰(難波津)’인데 ‘험난 파도를 헤치고 당도한 항구’라는 뜻이다. 주어는 바로 도래인들이었다. 규슈(九州)에서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라는 내해를 거치면 바로 오사카 항에 닿는다. 고대 이 코스로 들어간 이들 중 백제인들은 압도적이었다. 백제의 또 다른 얼굴 오사카로 떠나보자.○ 백제천 백제종 백제탕 5월 21일 ‘百濟川(백제천)’이라는 강 이름이 있는 오사카 남쪽, 사카이 시로 향했다. 닌토쿠(仁德) 왕릉을 비롯한 대규모 능과 스에키 토기 유적지, 철기 유적지 등이 지금도 잘 보존된 곳이다. 오사카가 인구 200만 이상의 대도시가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잿더미 위에 도시를 확장했던 1960년대 이후다. 오사카가 시내 중심으로 급변하는 동안 주변 도시 개발은 상대적으로 더뎠다. 그러다 보니 옛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날 취재에는 오시종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오사카 부 사카이 시 지단장이 동행했다. 70세가 넘는 재일교포였는데 ‘밥’ ‘이름’ 등 몇 가지 빼고는 한국어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백제천(구다라가와)’을 소개하면서 난데없이 “이제는 일본인들이 옛날처럼 일본식으로 이름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이 식민 통치를 시작하면서 오사카 일대 한반도 관련 지명 대부분을 일본 이름으로 바꾸었던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사카이 시 남쪽 주택가 료난 마을 약간 비스듬한 언덕길에는 ‘百濟村(백제촌)’이라는 이름의 동종(銅鐘)이 있었다. 양각으로 새겨진 한자가 매우 선명했다. 오 단장은 “언제 제작됐는지는 모르지만 주민들이 매우 아끼는 유물”이라고 했다. 동종 옆에는 ‘百濟湯(백제탕)’이라고 적힌 약수터가 있었다. 중세 시대 오사카 주변에는 한반도 도래인들이 얼마나 살고 있었을까. 이에 대한 단서는 815년 만들어진 신찬성씨록(新撰姓氏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당시 이즈미(和泉) 가와치(河內) 등 5개국 성씨의 계보를 정리한 것이다. 왜는 당시 율령제 반포에 따라 전국을 66개국으로 나누었는데, 가와치와 이즈미는 수도권에 해당하는 기나이(畿內)에 속해 있었다. 이 중 이즈미는 지금의 사카이 시를 아우르고 있었다. 최근 일본 학계에서는 “기나이 5개국에서 한반도 출신 도래계 씨족이 36%를 차지했다”는 연구 자료가 공개됐다. 도래계 씨족은 이즈미국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널리 퍼져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1984년 10월 아사히신문에는 오사카 남동부의 유물 보존을 주제로, 한 고등학교 교사가 시집을 냈다는 기사가 실렸다. 교사가 쓴 시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나의 고향 미나미카와치/…도래씨족은 미나미카와치에 거주한 씨족의 7할을 점했다고 한다/눈초리가 째진 듯한 미소녀나 쓸쓸한 망명귀족인 청년과 베를 짜는 여자, 절의 목수, 도기나 철기의 기술자들이 속속 건너온 이 비옥한 땅/고향인 신라나 백제의 땅과 어딘가 닮은 스산한 따뜻함과 밝은 분위기가 가득한 이 땅에 정착해 살았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잘라내고/…마을들은 구다라 향(百濟鄕)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시에는 먼 옛날 한반도에서 건너온 도래인들이 어떤 사람들이었고 고향 땅과 비슷한 곳을 발견했을 때 그들이 느꼈던 안도와 반가움,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 돌덩이처럼 자리 잡은 고향에 대한 향수가 구구절절 담겨 있다. 료난 마을을 조금 지나자 ‘사카이 시립 료난중학교’ 교문이 나왔다. 학교 문패 아래에는 ‘百濟門(백제문)’이라는 글귀가 따로 붙어 있었다. 오 단장은 “백제문은 주변에 백제 도래인 집단 촌락이 형성된 이후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문을 세웠는데, 그 자리에 학교가 생기자 교문에 문 이름을 그대로 붙여놓은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이 백제 문화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 실감됐다.○ 일본 전역으로 퍼진 도래인들 마을 주변에는 백제인들의 집단거주를 증명이라도 하듯 대형 무덤만도 10곳이 넘었다. 여기서 나온 유물들은 백제가 직접 전해줬거나 백제의 기술이 응용된 철제 갑옷과 병기, 스에키 토기나 철제 농기구와 같은 생활용품들까지 다양하다. 미나미 미쓰히로(南光弘) 동오사카 문화재학회장은 “일본 전역에 절과 신사가 급격히 늘어난 7세기 후반 시점이 백제 멸망 이후 시점과 비슷하다는 점을 보면, 나라가 망한 후 백제인들이 일단 지금의 오사카 나라 지역에 집단 거주하다 이후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10세기에 이르러서는 일본 북동부에까지 퍼진 것으로 보인다. 미나미 회장은 “당시 일본에는 금 공예품이 없었는데 도호쿠(東北) 지역에서 금동 불상이 발굴됐다”며 “이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들의 유품”이라고 했다. 도래인들이 일본 각지에 어떻게 살았는지는 추적하기 어려운 반면 왕족과 귀족들의 이주 기록과 경로는 유물 발굴로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확인된다. 예를 들어 오사카 나니와 궁터에서는 ‘百濟’라는 글씨가 새겨진 토기가 발굴됐고 나무에다 붓글씨를 쓴 목간(木簡)이 발견됐는데 비구니가 살던 절에 그의 아버지가 면회 허가를 얻기 위해 찾아간 흔적이 남아 있다. 이 목간에는 백제의 5부제를 본뜬 주소지가 나온다. 오사카역사박물관의 데라이 마코토(寺井誠) 주임학예원은 “오사카와 인근에 잔류하던 왕족과 호족들은 행정구역도 백제 방식으로 정하는 등 고향 백제와 똑같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나미 회장은 또 “고대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도래인들은 평민이나 귀족 가리지 않고 사찰과 신사에서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는 등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자주 발견됐다”고 말했다. 조안수 민단 오사카 시 스미요시·스미노예 구 지단장은 “요즘도 오사카로 새로 이주하는 동포들이 많은데, 종교가 없어도 신사에서 제사 음식을 나눠 먹는 등 일본 주민과 자연스러운 유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말을 들으니 지구상에서 한국과 일본만큼 동질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들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오사카에 도착하면 관광객들이 저렴한 술집과 포장마차가 즐비한 ‘도톤보리(道頓堀)’를 한 번 정도는 찾게 된다. 여기에는 길이 2.7km, 폭 28∼50m에 달하는 도톤보리 운하가 있는데 1612년 이것을 만든 나리야스 도톤도 백제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도톤보리’ 운하 개설을 맡았던 최고위 행정관(奉行)으로 공사를 직접 지휘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일본 학자들 중에는 백제 문화에 대한 존경심과 고마움을 솔직하게 표현해 기자를 오히려 놀라게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사카오타니대의 다케타니 도시오(竹谷俊夫) 역사문화학과 교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의 말이다. “백제인들은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 정치권에서도 크게 활약했다. 매우 중요한 인재였다. 일본이 여러 가지 이유로 도움을 요청해 초빙해 온 사람들 중엔 아예 그대로 정착해 일가를 이루고 산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일본인들 중에는 백제인들의 후손이 상당하다고 봐야 한다. 백제의 높은 학문과 기술 덕에 백제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내심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마 내게도 백제인의 피가 흐를지 모른다.”:: 오사카 :: 고대에는 나니와(難波), 중세 이후 오사카(大阪)로 고쳐졌다. 고대 아스카 시대의 중심지였으나 중세 들어 쇠퇴하다 1583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성(城)을 세우면서 급속하게 발전했다. 메이지유신 이후 상업도시로 발전해 도쿄에 이은 제2의 도시로 성장했다. 일본의 2대 교통중심지이기도 하다. 사카이=정위용 viyonz@donga.com / 오사카=이유종 기자※21회부터는 일본에 전해진 불교편이 이어집니다. 휴가 시즌 감면으로 8월 중순부터 시리즈가 다시 계속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 201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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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 유치” 벌써 유럽 달려간 이란

    이란이 내년 초로 예상되는 경제제재 해제를 앞두고 산업과 자원 관련 장차관을 해외에 파견하는 등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27일 보도했다. 이란과 서방은 14일 핵 협상을 타결지었지만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결과가 나온 뒤 단계적으로 해제된다. 모하마드 레자 네마트자데 이란 산업광업장관은 2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란-유럽연합(EU) 무역투자 콘퍼런스’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향해 “이란 시장의 선점자가 돼라”며 투자를 권유했다. 그는 “이란의 경제회복은 제조업과 광업이 선도하고 있다”며 “이미 지난해 각각 6.7%와 9.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네마트자데 장관은 이어 유럽과 일본 자동차회사들 외에 미국의 제너럴모터스가 자동차 합작생산 논의에 간접적으로 관심을 보였다면서 2025년 이란산 자동차 생산대수가 현재의 3배 수준인 300만 대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산유국인 이란은 석유 등 지하자원 개발과 관련된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네마트자데 장관과 함께 콘퍼런스에 참석한 메흐디 카르바시안 산업광업차관은 “현재 진행 중인 광물자원 사업 규모가 90억 달러(약 10조5000억 원)”라며 “이란은 2025년까지 200억 달러(약 23조3000억 원)의 추가 투자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르바시안 차관은 추가 투자 사업에 알루미늄, 희토류 금속, 구리, 금, 석탄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은 구리(매장량 기준 세계 9위), 철광석(12위), 석탄(26위) 등이 풍부한 광물자원 부국이다. 이에 앞서 호세인 자마니니아 이란 석유차관은 22일 빈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서 “이란은 2020년까지 1850억 달러(약 215조8000억 원) 규모의 석유·가스 프로젝트 50건을 발주할 것”이라며 러시아 가스의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 국가들에 ‘러브콜’을 보냈다. 한편 이란은 경제제재 조치로 동결된 해외 자산과 자금이 최대 1500억 달러(약 17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란중앙은행은 갑작스러운 외화 유입에 따른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해 일단 290억 달러(약 33조8000억 원)만 들여와 석유화학, 가스, 광업, 도로 건설 등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분야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이란 정부는 24일 국제적인 관광지를 개발해 2025년까지 매년 2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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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2차 개혁법안 의회 통과

    그리스 의회가 최대 860억 유로(약 109조 원) 규모의 3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채권단이 요구한 2차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2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 의회는 유럽연합(EU)의 은행 회생 정리 지침 준수와 민사소송 절차 간소화 등 2개 법안을 전체 의원 300명 중 230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집권 시리자당 의원 149명 중 36명은 법안을 지지하지 않았다. 이는 15일 1차 개혁 법안 표결 당시 시리자당 의원 39명이 이탈했던 것에 비하면 3명이 줄어든 것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표결 직전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채무불이행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했지만,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채권단은 개혁 법안 처리라는 약속을 지킨 그리스 정부를 상대로 이날부터 3차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시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에서 “협상이 다음 달 하순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농업 부문 세금 인상,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 조정 등 추가 개혁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그리스 정부는 추가 개혁 법안을 9, 10월 의회에 상정해 처리할 방침이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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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의 ‘거친 입’ 행진… 한국에도 “미쳤다” 막말

    2016년 미국 대선의 공화당 주자 중 한 명이자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69)가 수차례의 막말 논란에도 불구하고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출마 선언 후 내놓은 히스패닉 비하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금세 잊혀질 것 같았지만 오히려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더니 급기야 공화당 간판주자로 평가되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제치고 선두로 부상했다. 21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의 공동 여론조사(16∼19일·1002명 대상)에 따르면 트럼프는 공화당 지지자들로부터 24%의 지지율을 얻어 2위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13%), 3위 부시 전 주지사(12%)를 크게 앞섰다. 트럼프의 인기가 고공행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진보 정책에 염증을 느낀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민법 개혁,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 케어) 등 오바마 정부의 주요 이슈가 백인 주류 계층에 불리한 정책이라는 점을 파고들고 있다. 드러내놓고 말하기 어려운 이슈를 트럼프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으로 건드렸고, 백인 상당수가 익명이 보장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의 또 다른 특징은 히스패닉에 대한 막말 논란에서 보듯 강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카리스마형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별명이 ‘햄릿’일 정도로 정책을 결정할 때 장고(長考)를 거듭하는 스타일이다. 반면 트럼프는 각종 인터뷰와 유세에서 거침없는 언변을 보여주고 있고, 내용보다는 그런 스타일에 열광하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일부 언론은 그의 행태를 빗대 ‘골든(돈 많은) 카우보이’로 부를 정도다. 그런 트럼프도 최근 고비를 맞고 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5년간 포로로 붙잡혔던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을 “전쟁 영웅이 아니다”라고 비하했다가 뭇매를 맞고 있다. 공화당 주자인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20일 “트럼프는 암(癌)적 존재”라고 비판했고, 또 다른 주자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아예 대놓고 “트럼프는 멍청이(jackass)”라고 맹비난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21일 “바보(idiot) 같은 그레이엄이 몇 년 전 나에게 전화를 걸어 ‘방송에서 나에 대해 잘 좀 말해 달라’고 한 적이 있다”며 그레이엄 의원의 휴대전화번호를 유세장에서 공개해 또 다른 화제를 낳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선시티에서 열린 유세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에도 막말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에 수십억 달러를 벌면서도 무슨 문제가 생기면 우리 군대가 해결해줘야 한다”며 “한국도 그렇다. 그들은 (미국에서) 수십억 달러를 벌어간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한국은 미쳤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트럼프가 지지율 상승세를 계속 유지할지는 ‘매케인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 많은 미국인에게 ‘전쟁영웅’으로 존경받는 매케인 의원에게 인신공격성 비판을 가한 것은 지나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이유종 기자}

    • 20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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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총기난사범, 온라인서 소총 구입… 매주 2, 3회 사격 연습

    미국 테네시 주 채터누가의 해군 시설에서 총기를 난사해 현역 군인 5명을 살해한 용의자 무함마드 유세프 압둘아지즈(24)가 지난해 중동 지역을 다녀왔으며 범행 직전 친구들에게 범행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통신은 18일 압둘아지즈가 범행 전날인 15일 가까운 친구들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입수해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압둘아지즈는 범행 몇 시간 전 ‘누구든 내 친구에게 적개심을 보이면, 난 그에게 전쟁을 선언할 것’이라는 내용의 이슬람교 관련 문구를 친구들에게 전송했다. 압둘아지즈의 한 친구는 “범행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압둘아지즈가 지난해 4∼11월 요르단의 친척집을 다녀온 뒤 부쩍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 시리아 내전 등 중동 문제와 관련해서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압둘아지즈는 이후 온라인 총기 쇼핑몰에서 범행에 필요한 소총 3자루를 구입했으며 매주 2, 3차례 사격 연습까지 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압둘아지즈의 범행 동기, 국제 테러단체와의 연관성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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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리 美국무, 보름간 51차례 회의 ‘목발 투혼’

    이번 협상 과정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다. 협상차 5월 말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자전거를 타다 대퇴부 골절상을 입고 수술을 받은 그는 보름 동안 병원 신세를 진 뒤 목발을 짚고 협상장인 오스트리아 빈으로 날아가는 투혼을 보였다. 그는 입원 중에도 협상 과정을 진두지휘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2004년)와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그는 관록의 협상술로 이란과의 밀고 당기기에 성공했다. 블랙커피를 물 마시듯 하며 밤샘 협상에 나섰다. 지난 보름간 최소 51차례 회의를 열며 견해차를 좁혀 나가는 끈기를 보여줬다고 보스턴글로브는 전했다. 이란 측에서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2013년 8월 보수 강경파를 누르고 당선된 그는 “이란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서방의 제재를 풀겠다”며 핵협상에 천착해왔고 이 과정에서 보수 성향의 이란 군부와 마찰을 빚었으나 결국 ‘제재 해제=경제 성장’이라는 점을 내세워 협상을 이뤄냈다. 한편 미 덴버대에서 국제법 박사학위를 받은 대표적인 미국통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도 협상 내내 원어민 수준의 영어로 케리 장관과 찰떡궁합을 선보였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최대 외교 현안으로 삼았던 이란 핵협상 타결로 또 하나의 ‘레거시 빌딩(성과 만들기)’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번 협상을 성사시킬 것을 주문하고 케리 장관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했다는 후문이다. 더불어 미 정부의 대표적인 핵 협상 전문가 중 한 명인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도 빈 현지에서 케리 장관이 놓칠 수 있는 미세한 협상 내용을 챙기며 베테랑 여성 외교관으로서의 장기를 이번에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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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격 휩싸인 그리스인들 “이럴거면 국민투표 왜 했나”

    “우리는 어그리크먼트(aGreekment)에 이르렀다. 이제 잠자리에 들 수 있다.” 13일 오전(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 국가) 정상회의장에서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트위터에 올린 이 소식에 세계 증시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를 피하게 됐다”며 반겼다. 반면 혹독한 개혁 리스트를 받아든 그리스 민심은 심각한 충격에 빠졌다고 외신들은 일제히 전했다. 그리스 국민은 5일 국민투표에서 62%의 압도적인 지지로 긴축안에 반대하며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에게 힘을 실어 줬으나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치프라스 정부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계 회사 직원인 페터 파파스 씨는 “이번 국민투표처럼 이상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러려면 돈과 시간을 들여 국민투표는 왜 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어장애 치료사인 마리오스 로지스 씨(23)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긴축안 반대에 모두 행복했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투표를 왜 했는지 모르는 황당한 상황으로 변했다”며 말했다. 바실리스 시카 씨(20)도 “치프라스 총리가 마지막에 내놓은 개혁안은 표심에 부응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부가가치세 우대와 보조금 혜택을 받은 도서 지역의 민심은 더욱 술렁였다. 새로운 긴축안을 적용하면 도서 지역의 부가가치세 우대와 보조금이 철폐돼 서민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파로스 섬의 마로코스 코베오스 시장은 “주민의 생활비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다. 관광업에도 타격을 준다. 인근 터키 몰타는 물론이고 이탈리아 스페인과 비교할 때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위터에선 갑작스럽게 ‘#이것은 쿠데타다(#ThisIsACoup)’라는 해시태그를 붙인 메시지의 전송량이 급증했다. 이번 구제금융 협상을 비난하는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리스와 독일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해시태그는 특정 단어 앞에 ‘#’ 기호를 붙여 특정 주제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나타내는 누리꾼들의 표현 방법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저명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도 뉴욕타임스 블로그에 “(채권단의 요구는) 가혹을 넘어 보복과 주권 말살을 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일에 대한 분노도 표출됐다. 테살로니키에 거주하는 파나지오티스 알렉시아디스 씨는 그리스에 대한 강경 노선으로 일관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을 겨냥해 “그는 인간이 아니다. 우리가 게으르다고 하는데 9세부터 67세인 지금까지 줄곧 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럽의회 부의장으로 그리스 집권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소속 의원인 디미트리오스 파파디물리스 씨는 방송에 출연해 “독일은 그리스와 그리스 국민을 굴욕당하게 하거나 치프라스 정부를 전복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리자 소속 디미트리 세바차키스 의원도 “독일 등이 제안한 것은 징벌적이다. 일종의 복수”라고 규탄했다. 12일 오후 9시에는 그리스 의회 앞 신타그마(그리스어로 헌법) 광장에 100여 명이 모여 독일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좌파 정당인 ‘안타르시아’는 13일 저녁 아테네 의사당 앞에서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일단 그렉시트 불안이 해소된 데 대해서는 안도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CNN은 “앞으로 증세와 연금 지출 삭감 등 개혁 조치들로 생활이 더 어려워지겠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는 체념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무원인 40대 스텔라 길바니 씨(여)는 “이렇게 될 걸로 믿고 있었다. 비록 우리에겐 힘든 길이 되겠지만 다른 길이 없는 것 아니냐”며 “유로존이 아무리 그리스를 탈퇴시키려 해도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이런 결정밖에는 못 내렸을 것”이라고 했다. 어떻든 이번 협상 타결로 그리스 경제는 일단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협상 타결과 동시에 그리스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증액을 결정해 빈사 상태에 허덕이던 은행들이 살아날 가능성이 생겼다. 요르고스 스타타키스 그리스 경제장관은 11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ELA 증액이 결정되면 은행이 일주일 내로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유종 pen@donga.com·이설 기자}

    • 201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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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터 지바고’ 오마 샤리프 별세

    영화 ‘닥터 지바고’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유명한 이집트 출신 배우 오마 샤리프(사진)가 10일(현지 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한 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향년 83세. 샤리프는 이집트에서 활동하던 중 1962년 거장 데이비드 린 감독이 연출한 대서사극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출연해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했다. 그는 영화 ‘닥터 지바고’, ‘퍼니걸’, ‘아라비아의 로렌스’ 등으로 아카데미상 후보로 올랐으며 골든글로브상을 세 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샤리프는 말년에 치매를 앓았다. 외아들 타레크 샤리프는 올해 5월 언론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현재 자신이 유명 배우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옛날 일을 떠올리는 것을 힘겨워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201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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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유종]노르웨이 고등어

    노르웨이 고등어가 ‘국민 생선’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기후 변화와 치어 남획, 중국 어선의 싹쓸이 조업으로 근해에서 먹을 만한 고등어가 잘 잡히지 않자 노르웨이산 냉동 고등어가 국산의 공백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고등어 수입량은 2013년 1만1850t에서 지난해 2만6940t으로, 1년 만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노르웨이는 1인당 소득이 10만 달러를 웃돈다. 세계 최상위권이다. 인건비도 비싸다. 그럼에도 1차산업인 어업에서 값싸고 품질 좋은 고등어를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노르웨이가 수산 대국에 오른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1970년대 노르웨이 어민은 10만 명에 달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남획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근본적인 해법은 어민을 줄이는 것이었다. 당연히 반발이 컸다. 어민들은 정부에 어업 보조금을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정부는 보조금 대신 폐업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어민이 다른 산업에 취업하거나 조기에 퇴직하면 혜택을 줬다. 결국 어민이 1만 명으로 줄었다. 정부는 어선별로 어획량도 정했다. 이전에는 전체 어획량만 정해 어민들의 치열한 경쟁이 남획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으며 과학적인 연구 결과에 따라 설정된 어획량이 합리적이라는 것을 부단히 설득했고 어민들도 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도 노르웨이 어민들은 힘든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어획량이 할당돼 물고기를 마음대로 잡을 수 없었다. 보조금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어민들은 어획 할당량을 근거로 은행, 투자자들을 찾아야 했다. 은행과 투자자들을 설득하려면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어종이 고등어다. 당시 노르웨이에서는 고등어가 사료와 기름 추출용으로 쓰였다. 일본 등에서는 품질 높은 고등어의 소비량이 많았다. 그런데 고등어를 그물로 잡으면 움직이지 못해 즉시 죽었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등어를 산 채로 잡는 방법이 절실했다. 강력한 펌프를 이용해서 고등어를 바닷물과 함께 통째로 빨아들이는 방법을 고안했다. 경매 시스템도 바꿨다. 데이터 망을 통해 배에서 경매가 시작되고 배가 뭍으로 오기 전에 물고기는 이미 팔린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노르웨이 어민은 10분의 1로 줄었으나 어획량과 소득은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도 노르웨이처럼 해양 강국으로 도약할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어획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답답한 정부는 ‘수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어민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보조금 부정 수급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보조금이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온다. 노르웨이 정부는 보조금 대신 어획량 규제와 품질 관리 등 심판자 역할에만 충실하고 있다. 노르웨이 고등어에서 한국 어민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결국 보조금을 주는 정부에 너무 기대지 말고 경쟁력을 스스로 키우는 방안이 될 것이다.이유종 국제부 기자 pen@donga.com}

    • 201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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