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교과서, 민족주의 충돌… 근대사 기술 국익따라 제각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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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위안부문제 등 사례 비교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이 근대 역사를 국익에 따라 달리 해석해 민족주의 강화에 이용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FT는 “이들 3국은 자국에 유리한 내용을 교과서에 집중 기술하고 불리한 내용은 축소하거나 아예 기술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교과서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저지른 만행을 간단하게 쓰거나 핵심 내용을 각주에 살짝 기술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을 감췄다. 중국은 공산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교과서를 만들었다. 공산당 정권은 가상의 적을 만들어 국민들이 정권을 지지하도록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일본을 싫어할 만한 내용을 골라 기술했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아시아의 폴란드’인 한국은 대체로 희생자의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했다고 FT는 전했다.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중국은 모두 일본의 압제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기억을 근대화라고 주장한다. 3국은 같은 역사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난징대학살, 일본군 위안부 문제, 시모노세키 조약 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3국의 교과서 내용을 비교했다.

난징대학살은 1937년 당시 중국의 수도였던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이 저지른 대규모 학살 사건이다. 중국과 일본은 난징대학살에 대한 시각차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일본은 교과서에 민간인 성폭행 등 자신들의 잔혹 행위와 관련된 내용을 철저하게 숨겼다. 사망자 수도 본문에는 20만 명으로 기술한 반면 주석에는 최대 4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난징대학살을 그다지 비중 있게 다루지 않으면서 ‘대량 학살과 고통’ 내용 위주로 기록했다. 중국은 그래픽 등을 활용해서 일본의 만행을 크게 강조했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3국의 시각차도 확연했다. 중국은 난징대학살에 비해 위안부 문제를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뤘다. 반면 한국은 위안부 문제를 매우 자세하게 다루면서 일본군에 강제로 동원된 위안부들이 엄청난 고통과 모욕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 위안부들이 2차대전 이후에도 엄청난 고통을 받았으며 대부분 비참한 생활을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반면 일본은 교과서 본문에 징병과 징용에 대한 언급은 있으나 위안부 문제는 각주 정도에 간략히 소개했다. 위안부들이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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