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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종합병원 소속 의사가 술을 마신 채 수술을 진행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음주 상태에서 메스를 잡아도 현행법상 형사 처벌할 근거가 없어 ‘솜방망이 처분만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서울 강동경찰서와 의료계에 따르면 12일 오후 11시경 서울 강동구의 한 종합병원에서 음주 상태로 수술을 한 20대 의사 A 씨가 환자 신고로 적발됐다. 응급실 당직 의사였던 성형외과 전공의 A 씨가 60대 남성 환자의 얼굴 상처를 꿰매는 수술을 했는데, 수술 직후인 오후 11시 55분경 환자가 경찰에 “수술한 의사가 음주 상태로 의심된다”며 신고한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혈중 알코올 감지기로 확인한 결과 A 씨의 음주 상태가 실제로 확인됐다. A 씨는 “저녁 식사를 하다 맥주 한 잔을 마셨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A 씨를 입건하지 못했다. 현행 의료법상 ‘음주 의료 행위’를 형사 처벌하는 규정이 별도로 없기 때문이다. 의사가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진료하는 것은 위험하고 비윤리적인 처사이지만 그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법 규정은 없는 셈이다. 음주 운전이 행위 자체만으로 처벌받는 것과 달리 의사의 음주 진료는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A 씨의 정확한 혈중 알코올 농도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음주 의료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역시 보건복지부 소관이라 경찰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A 씨를 진료에서 배제하고 15일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병원 관계자는 “당연히 음주 치료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개인의 일탈이라고 해도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전공의 교육과 시스템을 재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음주 의료인이 받는 처분은 ‘자격정지’뿐이다. 의료법 제66조 1항 1호에 따르면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하는 행위를 했을 경우’ 1년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자격정지 처분마저 실제로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5∼2020년 음주 상태로 의료 행위를 하다 적발돼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는 7명뿐이다. 모두 1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2020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음주 의료 행위의 행정처분 기준을 자격정지 1개월보다 강화하라’고 복지부에 권고했지만 3년이 넘도록 개선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의사 면허 취소 사유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로 넓히는 개정 의료법이 지난해 11월 시행된 이후 관련된 행정처분 규칙을 한꺼번에 고치려 준비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만 묶여 있는 조항에 음주 관련 규정을 신설하고 자격정지 기간을 늘리는 내용을 포함해 조만간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2022년 9월 미국 방문 당시 불거졌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MBC가 정정보도를 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성지호)는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12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고,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라는 정정보도문을 뉴스데스크에서 앵커가 1회 낭독하고 자막으로 표시하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9월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을 나눈 뒤 회의장을 나서면서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촬영됐다. MBC 등 일부 언론은 ‘○○○’ 대목을 바이든 대통령을 지칭하는 ‘바이든은’이라고 자막을 달아 보도했지만 대통령실은 ‘날리면’이었다고 반박하며 논란이 이어졌다. 재판부는 “(MBC는) 자막을 추가하지 않은 채 음성 원본만을 들려준다거나, 논란이 되는 발언 부분을 공란으로 처리하는 등으로 시청자가 각자 판단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도 진위가 불분명한 ‘바이든은’을 자막에 추가해 정보 전달에 왜곡이 생기게 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윤 대통령이 정확하게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재판부가 양측의 동의를 얻어 전문 감정인에게 윤 대통령 음성 감정을 의뢰했지만, 전문 감정인은 감정이 불가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법원 판결에 대해 이도운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브리핑을 통해 “공영이라 주장하는 방송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확인 절차도 없이 자막을 조작하면서,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허위 보도를 낸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코미디 같은 대통령의 비속어가 코미디 같은 판결로 이어지다니 나라 망신”이라고 했다. MBC는 입장문을 내고 “잘못된 1심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곧바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다방 여주인 2명을 잇달아 살해한 이영복(57·사진)의 신상정보와 얼굴이 10일 공개됐다. 5일 강원 강릉시로 도주했다가 붙잡힌 지 닷새 만이다. 경기북부경찰청은 10일 오전 신상공개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를 열고 강도살인 혐의를 받는 이영복의 이름과 나이, ‘머그샷(mug shot·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을 공개했다. 신상공개위는 이영복이 저지른 범행의 잔인성과 피해 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영복은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7시경 경기 고양시의 한 다방에서 60대 여주인을 숨지게 한 뒤 이달 4일 밤부터 5일 오전 1시 반 사이 경기 양주시의 다방에서 또 다른 60대 여주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는 “(피해자들이)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강해 보이고 싶어서 범행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머그샷 공개는 이영복의 동의에 따른 것이었다. 강제 촬영 및 공개 등 내용이 담긴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법 제정안’(머그샷법)은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어 아직은 피의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신상공개 피의자의 머그샷 공개는 2021년 ‘신변보호 여성 가족 살해범’ 이석준, 지난해 8월 ‘등산로 폭행살인범’ 최윤종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콘택트렌즈를 오래 끼면 갑상샘 질환이나 고혈압 등의 위험을 높이는 화학물질이 몸속에 쌓인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 최윤형 고려대 보건환경융합과학부 교수와 김동현 고려대안암병원 안과 교수 연구팀은 1999∼2008년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콘택트렌즈를 사용한 20, 30대 청년의 혈중 과불화화합물의 체내 축적량이 콘택트렌즈 미착용군에 비해 1.2배로 많았다고 밝혔다. 과불화화합물은 아웃도어 의류나 식품 포장재 등에 주로 쓰이는데, 잘 분해되지 않고 환경에 오래 잔류해 ‘사라지지 않는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불린다. 지속해서 노출되면 고콜레스테롤혈증이나 신장암, 정소암, 당뇨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연구 결과는 4일 국제적으로 저명한 환경화학 분야 학술지인 ‘케모스피어’에 게재됐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서 습격당해 자상을 입은 뒤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천준호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이 서울대병원 당직 교수에게 개인휴대전화로 직접 전원(轉院·병원을 옮김) 요청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다만 해당 교수는 ‘헬기 이송은 이 대표의 출혈 등 상태를 고려해 자신이 제안했고, 의학적 기준에 맞는 판단을 내렸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 대표의 헬기 이송과 관련해 여러 의사단체가 고발장은 내는 등 관련 논란이 거센 가운데, 직접 관계된 서울대병원 의료진의 입장이 나온 건 처음이다. 9일 서울대병원이 국회에 제출한 ‘이재명 대표 이송 및 치료 요청 경위’ 등을 종합하면 이 대표 전원을 위해 서울대병원에 첫 연락을 한 사람은 천 실장이었다. 그는 2일 오전 11시 53분경 당직 근무 중이던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A 교수의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를 걸었다. A 교수는 9일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며 “(천 실장으로부터) ‘지금 서울대병원에서 응급환자가 수술할 수 있냐. 환자를 받을 수 있겠냐’고 전화가 왔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천 비서실장이 ‘응급환자’라고만 해서 환자가 이 대표인지 몰랐고, ‘무슨 환자냐’라고 되물은 끝에 천 실장이 이 대표의 이름을 말했다는 게 A 교수의 얘기다. 천 실장이 ‘이 대표와 보호자가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수술받길 원한다’며 전원 수용을 요청하자 A 교수는 “주치의에게 환자의 상태를 들어보고 (전원) 결정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후 천 실장이 김영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에게 전화를 바꿔주며 A 교수를 포함한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이 대표의 상태와 엑스레이 검사 영상 등을 전달받았다. A 교수는 천 실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2019~2022년 (서울대병원) 주요 직책을 맡아 일하며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양쪽을 다 알게 됐다”면서 “(천 실장이) 내 개인 전화번호를 알고 (내 휴대전화에도) 천 실장 번호가 등록돼 있다”고 말했다. ‘특혜’ 논란이 불거진 헬기 이송에 대해 A 교수는 ‘내가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를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기기로 한 뒤 이송 수단 관련 얘기가 나왔고, A 교수가 의학적 판단하에 헬기 이송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헬기 이송에 대해 개입했을 거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A 교수는 “민주당은 저랑 헬기 얘기를 ‘10원어치’도 한 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천 실장이 A 교수에게 이 대표 전원 수술 요청을 한 내용이 양측 대화의 전부였다는 것. 당시 김 센터장으로부터 이 대표의 상태를 공유받은 A 교수는 “우리(서울대병원) 쪽에 수술 가능한지 모르겠다. 확인해봐야 하겠다”고 한 뒤 서울대병원 중증외상최종치료센터장인 B 교수에게 상황을 전했다. 이후 B 교수가 A 교수에게 ‘OK(전원을 받기로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오자 A 교수가 ‘그 정도 응급수술이랑 이럴 거면 헬기 이송을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는 게 A 교수의 설명이다. A 교수는 “(이 대표가 다친) 경정맥은 우리 몸에 있는 제일 중요한 혈관 중에 하나”라며 “동맥 출혈도 있어 근육 내 출혈이 엄청나게 있어서 기본적으로 (헬기) 이송을 하게 되는 기준에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A 교수는 “일단 헬기는 서울대병원에서 요청은 안 했다”고 설명했다. 이송 수단은 절차상 전원을 보내는 병원이 요청해야 하는 만큼 헬기를 부른 건 부산대병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 실제로 2일 낮 12시 41분 소방당국에 출동 요청을 의뢰한 건 부산대병원이었다. 또 A 교수는 “자꾸 뭐 ‘구급차로 옮겨도 되는 거 아니야’라고 하는데 제가 알고 있는 의학적 상식으론 그건 어림도 없는 얘기다. 저희 응급의학 쪽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헬기 타야 된다’ 생각한다”며 “다른 환자였어도 제가 당연히 헬기로 이송하라고 하고,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힘이든 일반 국민이든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표는 피습 8일 만인 10일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한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경찰관 50여 명이 백혈병에 걸린 청년을 위해 헌혈증 190장을 십시일반 모아 전달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일 서울 성동경찰서 임원석 서울숲지구대장은 평소 교류해오던 대구의 한 교회 목사 백모 씨로부터 “아들이 갑작스럽게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뇨가 있어 헌혈이 불가능했던 임 지구대장은 백 씨를 돕기 위해 동료 경찰관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속한 서울경찰기독선교연합회 등 카카오톡 단체방에 사연 글도 남겼다. 이후 한 달간 선교연합회와 성동서, 종암경찰서 경찰관 50여 명이 헌혈증서 190장을 임 지구대장에게 보냈고, 임 대장은 백 씨에게 전달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헌혈증을 주겠다는 경찰관들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임 지구대장은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동료 경찰관은 물론이고 경찰관 지인까지 총 150∼170명으로부터 ‘나도 돕겠다’는 연락을 더 받았다”며 “다음 주부터는 더 많은 도움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다방 여주인 2명을 잇달아 살해해 5일 체포된 이모 씨(57)는 범행 후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가 드문 개천 등을 걸어서 이동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이 씨는 ‘강해 보이려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는 7일 이 씨를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7시경 경기 고양시의 한 다방에서 60대 여주인 A 씨를 숨지게 한 뒤 이달 4일 밤부터 5일 오전 1시 반 사이에 양주시의 다방에서 또 다른 60대 여주인 B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범행 당시 총 60만 원가량을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씨는 A 씨를 살해한 뒤로도 사흘간 파주시의 고시원 등 원래 주거지 인근에 머물렀다. 범행 직후 고시원에서 옷을 갈아입었고, 이달 1일 경찰이 그를 A 씨 살인의 용의자로 특정한 다음 날(2일)에도 인근의 한 치킨집에서 무전취식을 하고 돈통을 훔쳐 달아났다. 경찰은 무전취식 신고를 받았지만 이 씨와 연결 짓지는 못했다. 이 씨는 도주 과정에서 CCTV가 미치지 않을 것 같은 개천이나 공원 등을 위주로 걸어 다녔고, 현금만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흘간의 동선을 추적했는데 인도가 있는 쪽이 아닌 개천 쪽으로 걸어가 추적에 난항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2일 밤 파주시에서 서울까지는 지하철을 이용했지만, 이후 4일 밤 경기 양주시로 이동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꼬박 이틀을 걸었다.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목적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 씨는 양주시에서 B 씨를 살해한 뒤 강원 강릉시로 달아났다. 경찰은 5일 오전 8시 반경 B 씨가 숨진 채로 발견된 뒤 CCTV 추적에 나섰고, 이 씨의 걸음걸이 등을 단서로 수사망을 좁혀 같은 날 오후 10시 44분경 강릉시 길거리에서 그를 붙잡았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들이)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강해 보이고 싶어서 범행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6일 반미·친북 성향 학생 단체가 대통령실 경호구역까지 난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격된 뒤 나흘 만에 대통령실마저 위험에 노출되면서 정관계 테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 20명은 6일 오후 1시경 서울 용산구 국방부 서문 인근에서 모여 ‘김건희를 특검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불법 기습 집회를 열었다. 국방부 서문은 대통령실로 이어진다. 이들은 오후 1시 10분경 일제히 국방부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고, 이 중 대다수가 실제로 울타리를 넘어 경호구역에 해당하는 검문소 경계 안쪽까지 진입했다. 경찰은 이들을 공동건조물 침입과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경찰서로 연행되면서도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저항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서문은 평소 서울경찰청 101, 202경비단을 포함한 경비 인력이 상주하며 출입을 통제한다. 대진연 회원들이 무단 진입을 시도할 당시에도 검문소엔 경비 인력이 있었지만, 이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진 후에야 본격적인 경비 인력 보강이 이뤄졌다. 대진연은 미국의 한국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대한 반발로, 2019년 10월 서울 중구 주한 미국대사관저에 침입해 기습 시위를 벌였던 대표적인 반미·친북 성향 단체다. 지난해 3월엔 용산구 한미연합군사령부 출입 게이트를 무단으로 돌파해 사령부 건물 현관으로 진입했다. 이처럼 상습적으로 주요 시설에 침입해 온 단체가 대통령실 청사 인근에서 시위를 열고 경호구역까지 난입한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사건이 일어난 국방부 서문을 포함한 인근 경비와 출입문 관리, 검문 등을 7일 강화한 상태다. 6일 이전엔 철문을 열어둔 채로 출입자를 확인했지만 7일엔 차량 통로를 닫아둔 채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친 뒤에야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 걸어온 방문자는 닫힌 보행자 통로 대신 안내소 건물을 통해서만 청사 부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경찰은 연행된 이들 중 일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7일 영하의 추운 날씨 속 서울 서대문구와 강서구 등 시내 곳곳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수백 가구의 전기 공급이 최대 5시간 40분 동안 끊기면서 시민들이 추위에 떨며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19분경부터 서대문구 홍은동 일대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등 767호의 전기가 끊겼다. 이 가운데 766호는 정전 2시간 31분 만인 오전 5시 50분부터 전기 공급이 이뤄졌다. 하지만 아파트 78채가 있는 한 호(동)는 오전 8시 58분에야 전기가 복구됐다. ‘호’는 한전이 전력 공급에 쓰는 단위로, 여러 가구가 1개 호로 묶인 경우가 있어 실제 피해를 겪은 건 844가구가 넘는다. 소방 당국에 접수된 인명 피해 신고는 없었지만 특히 영하 6도의 강추위 속에 정전으로 난방기구를 쓰지 못한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홍은동의 한 다세대주택에 사는 최영수 씨(67)는 “보일러가 작동을 멈춰 옷을 여러 겹 입고 잤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집 안에서 난방기구를 쓸 수 없게 되자 자동차로 피신해 히터를 틀고 복구를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낮 12시 51분경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900여 가구의 전기 공급도 끊겼다. 정전은 약 1시간 만인 오후 1시 50분경 복구됐지만 갑작스러운 정전에 멈춰 선 승강기에 갇혔다는 신고가 5건 접수돼 소방 당국이 구조에 나서기도 했다.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경찰관 50여 명이 백혈병에 걸린 청년을 위해 헌혈증 190장을 십시일반 모아 전달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일 서울 성동경찰서 임원석 서울숲지구대장은 평소 교류해오던 대구의 한 교회 목사 백모 씨로부터 “아들이 갑작스럽게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뇨가 있어 헌혈이 불가능했던 임 지구대장은 백 씨를 돕기 위해 동료 경찰관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속한 서울경찰기독선교연합회 등 카카오톡 단체방에 사연 글도 남겼다. 이후 한 달간 선교연합회와 성동서, 종암경찰서 경찰관 50여 명이 헌혈증서 190장을 임 지구대장에게 보냈고, 임 대장은 백 씨에게 전달했다.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헌혈증을 주겠다는 경찰관들은 더 늘어났다고 한다. 임 지구대장은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동료 경찰관은 물론 경찰관 지인까지 총 150~170여 명으로부터 ‘나도 돕겠다’는 연락을 더 받았다”며 “다음 주부터는 더 많은 도움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30대 여성이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타살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사인을 더 조사할 방침이다.7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5분경 서울 광진구 올림픽대교와 천호대교 사이 한강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한강시민공원에서 운동을 하며 지나가던 시민이 “사람이 한강에 빠져 있는데 움직이지 않는다”고 신고했고, 출동한 구조대가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티셔츠 차림의 A 씨는 발견 당시 흉기에 찔려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사망 장소 인근에서 발견된 A 씨의 가방에는 외투와 휴대전화 등이 들어 있었다.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6일 오후 1시경 경기 이천시의 집을 나와 대중교통을 통해 이동한 뒤 오후 7시 반경 올림픽대교 인근 한강공원으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A 씨가 집을 나설 때부터 한강으로 들어가기까지 다른 사람과 접촉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경찰은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타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단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행적과 관련해서도 타살로 볼 만한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대표님, 사인 하나만 해주세요.”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인근 대항전망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신공항 건설 계획에 대해 설명을 듣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던 중 ‘내가 이재명’ 이라고 적힌 파란색 종이 왕관 모양의 머리띠를 한 김모 씨(67)가 이 대표를 향해 소리쳤다. 김 씨는 기자와 당직자 등 수십 명에게 둘러싸여 있던 이 대표를 향해 인파를 헤치고 다가가기 시작했다. 반경 1m 앞까지 이 대표가 걸어오자 김 씨는 오른손에 칼을 들고 순식간에 이 대표를 덮쳤다. 불과 3분 내에 벌어진 일이었다. ● “‘볼펜’이라고 말한 뒤 기습해”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4분경부터 약 20분간 신공항 관련 브리핑에 참석했다. 부산 지역 민주당 의원들과 신공항 관련 의견을 전달할 지역 주민들, 민주당 지지자, 취재기자 등이 현장에 있었다. 브리핑이 끝난 뒤 오전 10시 24분경 이 대표는 기자들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한 질의응답을 하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지지자들이 “대표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 인파가 몰리자 당직자들이 “위험하니 비켜 달라”며 주변을 정리하기도 했다. 김 씨는 취재진 틈에 섞여 함께 걸어가다 이 대표를 촬영하던 카메라 기자 사이로 비집고 나와 이 대표의 정면 방향에 섰다. 왼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 당시 목격자에 따르면 김 씨는 “볼펜”이라고 말하며 오른손으로 상의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들었다고 한다. 김 씨는 18cm 길이의 칼을 쥔 채 이 대표를 향해 달려들어 이 대표의 왼쪽 목 부분을 찔렀다. 경찰과 당직자들이 곧바로 김 씨를 제압하고 체포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피습 사건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들이 김 씨를 붙잡아 이 대표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끌어냈고 김 씨를 바닥으로 쓰러뜨렸다. 이어 김 씨의 흉기를 빼앗은 뒤 수갑을 채웠다. 체포 상황을 지켜봤던 한 목격자는 “김 씨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저항하지 않았다”며 “눈빛이나 표정도 평범한 편이라 그다지 특별한 인상이 없었다”고 전했다. ● 아수라장 된 피습 현장 이 대표는 불의의 습격을 당한 직후 손으로 목을 붙잡으며 뒤로 쓰러졌다. 곳곳에선 “119를 불러 달라” “의사나 간호사 출신 누구 없느냐”는 긴박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과 주변에 있던 지지자들이 손수건 등으로 이 대표의 목을 지혈하며 응급처치를 했다. 이 대표는 눈을 감은 채 일어서지 못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했던 변성완 민주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구급차가 바로 도착하지 못해 보좌진과 주변에 있던 이 대표 지지자들이 쓰러져 있는 이 대표 주위를 둘러싸고 응급처치를 하며 우산으로 촬영을 막았다”며 “경찰도 외부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으며 응급처치를 도왔다”고 전했다. 피습 당시 현장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있던 진정화 씨는 이날 통화에서 “(김 씨가) 사인해 달라고 소리치며 접근했다”며 “왕관 모양 머리띠를 하고 있길래 유별난 지지자라고만 생각했다. 경찰도 아마 지지자라고 생각하고 안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 씨는 “김 씨가 ‘총선 승리 200석’이라고 적힌 손팻말도 들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김 씨는 이 대표가 대항전망대에 도착하기로 예정돼 있던 오전 10시보다 최소 40분 일찍 현장에 와서 이 대표를 기다렸다고 한다. 김 씨를 현장에서 목격했다는 김상환 가덕도 신공항 대항지구 피해보상대책위원장은 통화에서 “신공항 관련 주민들이 30분가량 일찍 도착했는데 김 씨도 먼저 와 있었다”며 “다른 일행 없이 혼자 있었고 이 대표의 이름을 연호하길래 지지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지방 일정 이틀째에 피습 이 대표는 1일에 이어 이틀째 부산·경남 일정을 소화하던 중 피습됐다. 경찰 41명이 현장에 배치됐지만 관련 규정상 정당 대표가 평상시에는 경찰의 밀착 경호 대상이 아니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새해를 맞아 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2일에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를 예방할 예정이었다. 문 전 대통령 예방 일정에 앞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현장 방문했다가 공격을 당한 것이다. 이 대표는 피습 직전 현장에서 “가덕 신공항은 동남권 산업 경제의 새로운 출발, 지금 안 그래도 무너져가는 동남권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핵심 장치라고 생각한다”며 “부산 엑스포 실패 때문에 많은 상실감을 가지고 계시는데 그것이 혹여라도 가덕 신공항을 지연시키는 이유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부산 지역구 의원은 “최근 부산 지역 분위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 거기에 힘을 실어주려고 문 전 대통령 내외 예방에 앞서 시간을 내어 방문한 것인데 사고를 당했다”며 “지지자들이 주로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 정말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피습한 60대 남성이 최근에도 이 대표가 참석한 행사 현장을 두 차례 찾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찰은 계획범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일 이 대표를 습격한 김모 씨(67)는 지난해 12월 13일 오후 부산 수영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민주당 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 현장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표는 이날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간담회 참석차 부산을 방문했다. 당시 촬영된 영상을 살펴보면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 이 대표를 기다리는 인파 속에 김 씨로 보이는 인물이 섞여 있는 장면이 있다. 그때도 김 씨로 보이는 인물은 2일 이 대표를 공격할 때처럼 ‘내가 이재명’이라고 쓰인 왕관 모양의 띠를 머리에 두르고, 같은 문구의 손팻말을 들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날은 이 대표와 직접 접촉하지는 못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해당 인물이 김 씨가 맞는지 사실관계를 따로 파악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여했던 이 대표 지지자 박모 씨는 “지지자들끼리 웬만큼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는데 그런 사람이 기억나진 않는다”고 말했다. 1일 이 대표가 찾아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 현장에 김 씨가 나타났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당내에서 김 씨가 어제(1일) 봉하마을에 왔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이날 봉하마을을 찾았던 시민들에 따르면 김 씨는 2일과 같이 검은색 옷을 입은 채 ‘총선 승리 200석’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나타났다고 한다. 다만 이날은 왕관 모양 머리띠는 쓰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1일 오후 민주당 지도부 등과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김 씨가 이처럼 이 대표의 최근 동선을 따라다녔다는 점이 사실이라면 계획범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가 범행에 쓴 흉기 또한 지난해 말 인터넷을 통해 미리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2일 이 대표가 피습된 현장에 있었던 변성완 민주당 부산 북-강서을 예비후보는 “이번에도 누구나 자유롭게 올 수 있는 공개 일정이었다”며 “현장에 당원 및 지지자들이 있었다는 것 정도만 알고 누가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대표님, 사인 하나만 해주세요.”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인근 대항전망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신공항 건설 계획에 대해 설명을 듣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던 도중 파란색 종이 왕관 모양 머리띠를 쓴 김모 씨(67)가 이 대표를 향해 소리쳤다.김 씨는 기자와 당직자 등 수십 명에게 둘러싸여 있던 이 대표를 향해 인파를 헤치고 다가가기 시작했다. 반경 1m 앞까지 이 대표가 걸어오자 김 씨는 오른손에 칼을 들고 순식간에 이 대표를 덮쳤다. 불과 3분 내에 벌어진 일이었다.● “‘볼펜’이라고 말한 뒤 기습해”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4분경부터 약 20분간 신공항 관련 브리핑에 참석했다. 부산 지역 민주당 의원들과 신공항 관련 의견을 전달할 지역 주민들, 민주당 지지자, 취재기자 등이 현장에 있었다. 브리핑이 끝난 뒤 오전 10시 24분경, 이 대표는 기자들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한 질의응답을 하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지지자들이 “대표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 인파가 몰리자 당직자들이 “위험하니 비켜 달라”며 주변을 정리하기도 했다.김 씨는 취재진 틈에 섞여 함께 걸어가다 이 대표를 촬영하던 카메라 기자 사이로 비집고 나와 이 대표의 정면 방향에 섰다. 왼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 당시 목격자에 따르면 김 씨는 “볼펜”이라고 말하며 오른손으로 상의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들었다고 한다. 김 씨는 18cm 길이의 칼을 쥔 채 이 대표를 향해 달려들어 이 대표의 왼쪽 목 부분을 찔렀다.경찰과 당직자들이 곧바로 김 씨를 제압하고 체포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피습 사건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들이 김 씨를 붙잡아 이 대표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끌어냈고 김 씨를 바닥으로 쓰러트렸다. 이어 김 씨의 흉기를 빼앗은 뒤 수갑을 채웠다. 체포 상황을 지켜봤던 한 목격자는 “김 씨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저항하지 않았다”며 “눈빛이나 표정도 평범한 편이라 그다지 특별한 인상이 없었다”고 전했다.● 아수라장 된 피습 현장이 대표는 불의의 습격을 당한 직후 손으로 목을 붙잡으며 뒤로 쓰러졌다. 곳곳에선 “119를 불러 달라” “의사나 간호사 출신 누구 없느냐”는 긴박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과 주변에 있던 지지자들이 손수건 등으로 이 대표의 목을 지혈하며 응급처치를 했다. 이 대표는 눈을 감은 채 일어서지 못했다.당시 상황을 목격했던 변성완 민주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구급차가 바로 도착하지 못해 보좌진과 주변에 있던 이 대표 지지자들이 쓰러져 있는 이 대표 주위를 둘러싸고 응급처치를 하며 우산으로 촬영을 막았다”며 “경찰도 외부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으며 응급처치를 도왔다”고 전했다.피습 당시 현장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있던 진정화 씨는 이날 통화에서 “(김 씨가) 사인해 달라고 소리치며 접근했다”며 “왕관 모양 머리띠를 하고 있길래 유별난 지지자라고만 생각했다. 경찰도 아마 지지자라고 생각하고 안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 씨는 “김 씨가 ‘총선 200석’이라고 적힌 손팻말도 들고 있었다”고 덧붙였다.목격자들에 따르면 김 씨는 이 대표가 대항전망대에 도착하기로 예정돼 있던 오전 10시보다 최소 40분 일찍 현장에 와서 이 대표를 기다렸다고 한다. 김 씨를 현장에서 목격했다는 김상환 가덕도 신공항 대항지구 피해보상대책위원장은 통화에서 “신공항 관련 주민들이 30분가량 일찍 도착했는데 김 씨도 먼저 와 있었다”며 “다른 일행 없이 혼자 있었고 이 대표의 이름을 연호하길래 지지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방 일정 이틀째에 피습이 대표는 1일에 이어 이틀째 부산·경남 일정을 소화하던 중 피습됐다. 경찰 50여 명이 현장에 배치됐지만 관련 규정상 정당 대표가 평상시에는 경찰의 밀착 경호 대상이 아니었던 탓에 김 씨의 습격을 막지 못했다.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새해를 맞아 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2일에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를 예방할 예정이었다. 문 전 대통령 예방 일정에 앞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현장 방문했다가 공격을 당한 것이다.이 대표는 피습 직전 현장에서 “가덕 신공항은 동남권 산업 경제의 새로운 출발, 지금 안 그래도 무너져가는 동남권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핵심 장치라고 생각한다”며 “부산 엑스포 실패 때문에 많은 상실감을 가지고 계시는데 그것이 혹여라도 가덕 신공항을 지연시키는 이유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민주당의 한 부산 지역구 의원은 “최근 부산 지역 분위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 거기에 힘을 실어주려고 문 전 대통령 내외 예방에 앞서 시간을 내어 방문한 것인데 사고를 당했다”며 “지지자들이 주로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 정말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일본 변호사를 사칭해 국내 주요 기관을 상대로 테러를 예고하는 팩스가 사흘째 이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 34분경 경기 평택시 평택항만출장소에 “시설을 폭파하겠다”는 내용의 팩스가 들어왔다. 일본 변호사 하라다 가쿠우에 명의로 발신된 이 팩스에는 “고성능 폭탄을 실은 ‘가미카제’ 드론 778대를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과 언론사 기자에게 테러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12월 28일에도 같은 내용의 팩스가 수신됐다. 문구는 일본어와 한국어가 섞여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오전 8시 40분경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외국인 지원센터에 “국세청, 검찰청, 경찰청, 국방부 등을 폭파하겠다”는 내용의 팩스가 접수되기도 했다. 경찰은 해당 팩스들이 일본 인터넷주소(IP주소)에서 발송된 것을 확인하고, 일본 경시청에 협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잇따랐던 일본발(發) 국내 주요 기관 폭파 테러 예고 이메일과 동일범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시 테러 예고범도 가라사와 다카히로라는 일본 변호사 명의를 썼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마약류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가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롤스로이스남’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가 여성 환자 10여 명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27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마약류관리법 위반,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준강간 준강제추행 등의 혐의를 받는 40대 의사 염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염 씨는 올 8월 2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성형외과에서 ‘롤스로이스남’ 신모 씨(28)에게 의료상 필요가 없음에도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염 씨는 치료 목적인 것처럼 진료 기록을 거짓으로 기재했다가 사고 소식을 접한 뒤 해당 기록을 삭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염 씨의 마약류 불법처방 혐의를 수사하다가 염 씨가 지난해 1월부터 올 10월까지 자신의 병원에서 수면 마취 상태의 여성 환자 10여 명을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도 파악해 영장 신청서류에 기재했다. 염 씨는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죄송하다”고만 밝혔다. 성폭행 피해자 3명을 대리하는 김은정 변호사는 이날 법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염 씨가 영장심사 전날까지도 피해자에게 합의해 달라고 연락해 왔다”며 “성폭행 피해자 중 일부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신 씨의 차량에 치여 뇌사 판정을 받은 피해자 배모 씨(27)는 지난달 25일 사망했다. 검찰은 신 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고,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24일 열린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마약류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롤스로이스남’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가 여성 환자 10여 명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27일 구속됐다.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마약류관리법 위반,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준강간 준강제추행 등의 혐의를 받는 40대 의사 염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실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염 씨는 올 8월 2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성형외과에서 ‘롤스로이스남’ 신모 씨(28)에게 의료상 필요가 없음에도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염 씨는 치료 목적인 것처럼 진료 기록을 거짓으로 기재했다가 사고 소식을 접한 뒤 해당 기록을 삭제한 혐의도 받고 있다.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염 씨의 마약류 불법처방 혐의를 수사하다 염 씨가 지난해 1월부터 올 10월까지 자신의 병원에서 수면 마취 상태의 여성 환자 10여 명을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도 파악해 영장 신청서류에 기재했다.염 씨는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죄송하다”고만 밝혔다. 성폭행 피해자 3명을 대리하는 김은정 변호사는 이날 법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염 씨가 영장심사 전날까지도 피해자에게 합의해 달라고 연락해 왔다”며 “성폭행 피해자 중 일부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신 씨의 차량에 치어 뇌사 판정을 받은 피해자 배모 씨(27)는 지난달 25일 사망했다. 검찰은 신 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고,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4일 열린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새벽 시간대에 서울 서대문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불이 나 산모와 신생아들이 한 햄버거 매장으로 황급히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매장은 산모와 신생아 수십 명에게 대피 공간을 제공했고, 이날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26일 서대문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반경 서대문구 홍제동의 지하 3층, 지상 13층 규모의 한 산부인과에서 불이 나 산모 22명, 신생아 14명, 병원 관계자 9명 등 45명이 대피했다. 오전 6시 58분경 신고로 소방이 출동한 뒤 불은 오전 7시 15분경 꺼졌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병원 인근에 있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 직원들은 소방 당국에 화재 신고가 접수되기 전부터 산모와 신생아들이 대피할 공간을 내어줬다. 해당 매장 서유진 부점장(28)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전 6시 반경 한 산모가 갓난아이를 안고 매장에 들어왔는데 불안해 보여서 ‘도와드릴 게 있을까요’라고 물었다”며 “산모가 ‘산부인과에 머물고 있는데 타는 냄새가 나서 일단 우리 매장으로 들어왔다’고 하길래 머물 곳을 마련해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산모들이 한두명 씩 매장으로 들어서는 걸 본 다른 산모들도 잇따라 매장으로 향했다. 이어 소방관이 이 매장에 찾아와 “사람들을 이곳으로 모두 대피시켜도 되겠느냐”며 협조를 구했다. 서 부점장은 “인근에 마땅히 대피할 만한 공간이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흔쾌히 동의했다”며 “직원 4명과 함께 산모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전까지 3시간가량 매장 공간을 대피 장소로 제공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따뜻한 물을 준비해 제공했다. 이날 매장을 이용한 일반 손님들도 이같은 풍경에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다가 화재로 인한 대피 상황이라는 걸 전해 들었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지휘했던 허남희 서대문소방서 소방경은 “시민 대피에 쓰이는 ‘회복 차량’이 있긴 했지만 공간이 협소해 수용 인원이 한정적이고 신생아들은 안전상 차량에 태우는 게 조심스러워 대피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며 “영업시간 중에도 산모와 신생아들을 위해서 기꺼이 공간을 내어준 매장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 부점장은 “하필 식재료 납품과 간판 청소 때문에 여러 업체가 매장을 방문하는 날이었는데 산모와 신생아를 돌보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업체 측에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산모들은 갑작스러운 화재 때문에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직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를 여러 차례 건넸다고 한다. 이날 산모들은 서대문구청 측이 마련한 서대문구의 한 공공산후조리원으로 옮겨가 안정을 취하고 있는 상태다. 소방 당국은 산부인과 건물 지하 1층의 건조기 모터가 과열돼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겨울마다 날씨는 추워도 마음은 따뜻했습니다. 엄마 혼자 키워 제대로 못 배웠을 거란 말을 들었을 때도 산타 삼촌 이모를 생각하며 꾹 참았어요.” 올해 수도권 대학 게임학부에 입학한 김우재 군(19)은 며칠 전 서울 성북구 집에 도착한 소포를 보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는 걸 실감했다. 배송자가 한국미혼모가족협회인 소포에는 김 군이 선물로 받길 바랐던 운동복 바지가 담겨 있었다. 김 군은 “얼굴도 모르는 분이 해외에서 매년 선물을 보내준 게 벌써 11년째”라며 “엄마가 미혼모다 보니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는데 초등학교 때 책가방을 받고 행복했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산타가 된 해외 입양인들 미혼모협회를 통해 김 군 같은 미혼모가정 아이들에게 매년 선물을 보내는 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해외로 입양된 이들이다. 미혼모였을 자신의 친모를 떠올리며 아이를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한다는 취지에서 2009년 미국에 사는 섀넌 하이트 씨(41·한국명 정두나)가 ‘미혼모 가정 아이들에게 산타 되기’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해 15년째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참가자들 사이에서 ‘리더’로 불리는 하이트 씨는 18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친모가 저를 2세때 까지 혼자 힘들게 키우다 보냈다고 들었다”며 “사회적 편견도 있겠지만 우리 입양아들만큼은 미혼모 가정을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하이트 씨는 취지에 동참하는 입양인 30여 명을 모은 후 미혼모협회를 통해 선물받기를 원하는 아동 30여 명에게 선물을 보냈다. 지금은 입양인 150여 명이 300여 명에게 선물을 보낼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미혼모협회는 매년 각 가정에 희망하는 선물을 조사하는데 “추운 날씨에 아이에게 코트 한 벌, 부츠 한 켤레 못 사줘 마음이 아프다”는 등의 사연이 들어온다고 한다. 두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앨런 메이저스 씨(64)는 9년째 프로젝트에 동참해 매년 50여 명을 후원하고 있다. 메이저스 씨는 “미혼모 가정을 돕지 않으면 저처럼 입양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산타가 되기로 했다”며 “매일 투쟁 같은 일상을 보내는 미혼모 가정에 깊은 기쁨(Deep Joy) 하나쯤 주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부·봉사로 사회에 돌려주는 산타 키즈들 이제 연례 행사로 자리 잡은 프로젝트를 통해 김 군처럼 성장 과정 내내 선물을 받는 경우가 많다. 산타의 선물을 받고 자란 아이 중 상당수는 ‘나도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고 한다. 김 군의 어머니도 “너도 성공하면 미혼모 자녀들에게 도움 주는 사람이 돼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했다. 김 군은 “대학을 졸업하고 최고의 게임 사운드 엔지니어가 돼 미혼모 자녀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며 “미혼모협회 송년회 때 음향감독 자원봉사를 하는 등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는 봉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윤라엘 양(15)도 9년째 선물을 받는 ‘산타 키즈’다. 올해는 내년에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의자를 선물로 받았다. 윤 양은 ‘계속 받기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어머니(43)와 함께 각종 기부에도 참여하고 있다. 윤 양은 “최근에는 전쟁이 장기화된 우크라이나에 용돈 5만 원을 기부했다”며 “좋아하는 마라탕을 6, 7번 먹을 금액이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했다. 김 군도 윤 양도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산타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 선물 구입과 배송을 주관하는 한국미혼모가족협회는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후원자와 후원 아동에게 서로의 신원을 알려주지 않는다. 후원에 대해 감사 편지를 쓰라고 하는 일도 없다. 이에 대해 메이저스 씨는 “누가 제 도움을 받는지 몰라도 상관없다. 형편이 되는 한 그림자 속에서 계속 도와주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등교하던 초등학생을 흉기로 협박해 납치한 뒤 부모로부터 2억 원을 뜯어내려 한 납치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20일 서울 도봉경찰서에 따르면 40대 남성 A 씨는 전날(19일) 오전 8시 40분경 도봉구 쌍문동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등교하던 여자 초등학생을 흉기로 위협하며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갔다. 이어 옥상에 학생을 결박했고 오전 9시 15분경 학생 휴대전화로 “2억 원을 주지 않으면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어머니에게 보내고 옥상을 벗어났다. 옥상에 혼자 남겨진 학생은 납치된 지 약 1시간 만인 오전 9시 44분경 몸을 결박한 테이프를 끊고 탈출해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 협박 연락을 받은 학생의 어머니도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터라 학생은 다친 곳 없이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A 씨는 미리 챙겨간 옷으로 갈아입고 옥상을 벗어나는 치밀함을 보였다. 폐쇄회로(CC)TV가 있는 구간에서는 우산으로 자신을 가리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CCTV 화면을 계속 확인하며 동선을 추적했고 19일 오후 5시 15분경 피의자를 검거했다. 범행을 벌인 아파트 인근에 거주하는 A 씨는 자택에 있다가 붙잡혔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채무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개인사업을 하는 A 씨는 사업 부진으로 수억 원의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자택 인근의 아파트에 무작위로 들어가 범행 대상을 고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13세 미만 약취·유인)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초등학생 납치 사건이 일어나자 인근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했다. 쌍문동에서 8년째 살고 있다는 주부 허수경 씨(47)는 “아파트 단지 외부도 아니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대담하게 납치가 이뤄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초등학생 아들이 둘 있는데 당분간 안심하고 밖에 내보내기 어려울 거 같다”고 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