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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테러범의 이름을 부르지 않겠다. 테러범의 악명만 높아진다. 범인보다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자.” 15일 뉴질랜드 테러 후 피해자 위로 및 신속한 사태 수습에 나선 저신다 아던 총리(39)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아던 총리는 19일 수도 웰링턴 의회 연설에서 “사람의 목숨을 뺏은 이의 이름보다 목숨을 잃은 이들의 이름을 말해야 옳다. 나에게 범인은 이름 없는 존재”라고 외쳤다. 그는 연설 말미에 ‘여러분에게 평화를’이란 뜻이 담긴 아랍어 ‘앗살라무 알라이쿰’을 언급해 주목받았다. 아던 총리는 “22일을 ‘무슬림의 날’로 선포하자”며 “희생자 50명 전원의 장례비를 정부가 전액 부담하겠다”고 했다. 이슬람 관습에서는 주검을 빨리 수습하지만 신원 확인이 늦어지고 검시 과정 등이 지체되면서 아직 한 명도 장례 절차를 밟지 못했다. 그는 “이번 테러가 무슬림 이민자 때문”이라고 망언한 프레이저 애닝 호주 상원의원에게 “수치스러운 줄 알라”고 일갈했다. 그는 용의자 브렌턴 태런트(29)가 생중계로 내보낸 살상 동영상이 퍼지지 않도록 해 달라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회사를 질타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는 ‘편집인’이지 ‘우편배달부’가 아니다. 책임지지 않고 수익만 낼 순 없다”고 비판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이에 동조했다. 아던 총리는 이날 연설에 앞서 히잡을 쓰고 웰링턴의 무슬림 지도자들을 만났다. 테러 발생 다음 날인 16일에도 히잡을 쓰고 사건이 발생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을 찾았다. 백인 여성이자 이슬람 신자가 아닌 그의 무슬림 위로 행보에 세계가 찬사를 보낸다. 파키스탄 이민자 후손인 사디크 칸 영국 런던시장은 트위터에 아던 총리가 무슬림 여성을 껴안은 사진을 올리고 ‘감동적’이라고 썼다. 그의 이름과 마니아를 결합한 ‘저신다마니아(Jacindamania)’ 열풍도 분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2017년 10월 취임한 그는 정부 내 직책을 맡은 적이 없는 ‘벼락 총리’였다. 당시 소속 노동당 대표가 지지율 부진으로 전격 사임하자 당 대표를 맡았다. ‘뉴질랜드의 힐러리’로 불리며 주목받았지만 주택난 등 경제 상황 악화로 지지율 하락에 직면했고 이번에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Misery loves company.’ 오늘은 유명한 영어 표현으로 시작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터진 입시 비리 뉴스를 접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저는 ‘미국도 다르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수한 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경쟁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한국처럼 대학입시 문제로 나라 전체가 골머리를 앓다 보면 미국의 대입 경쟁, 입시 비리 뉴스에 왠지 모를 안도감이 밀려옵니다. 그래서 이 뉴스가 한국에서 유달리 주목받는 것이 아닐까요. 이럴 때 ‘곤경은 친구를 사랑한다’는 말을 씁니다. 내가 힘들면 다른 사람도 힘들기를 바라는 법입니다. △The measure of success is the badge you get. 미국에도 자녀 입시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헬리콥터 부모’ ‘타이거 맘’ 같은 열혈 부모를 가리키는 용어들이 미국에서 처음 나왔으니까요. 그런 부모들은 자녀에게 잔소리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 성공의 척도는 어느 대학에 가느냐에 달렸어.” 여기서 ‘badge’는 단순히 대학 배지가 아니라 소속, 신분 등 좀 더 포괄적인 의미입니다. △Recipes create cooks. They don’t produce chefs. 레시피는 이미 남들이 정해 놓은 조리법입니다. 레시피대로 하면 실패할 걱정은 없습니다. 그러나 레시피를 따라하면 ‘cook(요리사)’은 될 수 있을지언정 ‘chef(요리장)’는 될 수 없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려면 내신이나 수학능력시험, 자기소개서까지 ‘레시피’를 잘 따라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합격했다면 이는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을 암기한 것이지 창조적으로 활용할 능력은 부족하다는 것이겠지요. △Resume padding isn‘t worth it. 대학에 들어갈 때나 회사에 취직할 때 자기소개서를 씁니다. 자소서는 정직하게 써야 합니다만 거짓 내용이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자소서에 과장이나 오류를 포함시키는 것을 ‘resume padding’이라고 합니다. 패딩 점퍼처럼 빵빵하게 부풀리는 거죠. ‘Padded resume(거짓 자소서)’는 언제나 들통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이런 위험을 고려한다면 시도할 가치가 아예 없겠지요.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북-미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발언에 미국 정계가 제재 강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공격견’ 최 부상을 앞세워 ‘강(强) 대 강’으로 받아친 북한에 발끈하는 분위기가 많지만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며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현지 시간) 방송된 뉴욕 AM970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미국과의 핵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필요한 행보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위협을 협상으로 해결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불행히도 북한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려는 의지가 없다”며 “어젯밤 그들은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쓸모없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 언론은 그가 14일 밤(미 동부시간 기준)에 있었던 최 부상의 기자회견을 ‘어젯밤’이라고 지칭한 점을 감안할 때 인터뷰가 15일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 부상이 하노이 회담 결렬 책임자로 비난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강도 같다(gangster-like)는 말은 과거에도 들었지만 그 이후 전문적 협상을 이어왔다”며 차분히 받아넘겼다. 북한의 수사(레토릭)를 파악한 폼페이오 장관이 한결 여유를 갖고 북한을 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15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 관리들의 발언은 거의 강탈 수준”이라며 “북한의 위협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비확산소위원장인 브래드 셔먼 의원도 “제재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인보다 신중한 상황 관리를 주문했다.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본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최선희의 발언이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도발 국면으로 되돌아간다는 신호라기보다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태도를 수정하라는 전략적 압박”이라고 분석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평양에서 나온 발언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외교적 노력에 ‘경고 사격’을 한 것”이라며 “북한은 비핵화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와 함께 ‘스몰딜’을 받으라고 미국을 압박하면서 공을 다시 미국으로 넘겼다”고 해석했다. 미 시사월간지 애틀랜틱은 ‘북-미가 다시 거친 발언으로 돌아갔다’는 최신 기사에서 최 부상과 볼턴 보좌관이 공개 설전을 벌이는 것에 대해 “공격견(attack dogs)들이 풀려났다”고 진단했다. 북-미 협상에서 한동안 뒤로 물러나 있던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공격의 선봉에 선 이유는 양측 모두 내부 강경파를 무마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북한의 진의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다음 대응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심각한 도발의 징후라기보다 미국과의 대화를 압박하는 쪽에 방점을 두고 차분하게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정미경 기자}

미국을 뒤흔든 대학입시 비리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지만 정작 트럼프 가문도 정당한 대학입시와는 거리가 멀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3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입시비리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부정하게 자녀를 입학시킨 부모들을 보면 부와 특권의 카탈로그(목록)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명문대 입시 부패가 커진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그러자 켈리엔 컨웨이 백악관 고문은 트위터에서 이번에 기소된 유명 배우 펄리시티 허프먼과 로리 로클린을 조롱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도 “자신들의 주장을 크게 떠드는 할리우드가 오늘따라 유달리 조용하네”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부터가 입시비리로부터 떳떳할 수 없다다는 것이다. 그는 뉴욕 사립대 포드햄대를 2년간 저조한 성적으로 다니다가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비즈니스스쿨 학부과정에 편입했다. 트럼프 전기 작가 그웬 블레어에 따르면 와튼 스쿨에 다닐만한 학업 수준은 아니었지만 와튼의 입학 사정관이 트럼프 형의 동창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말 펜실베이니아대에 150만 달러(약 17억 원)를 기부했다. 자녀 트럼프 주니어(1996년)와 이방카(2000년)가 이 대학에 입학할 때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빠지지 않는다. 쿠슈너가 하버드대에 입학하기 전 뉴욕의 유명한 부동산 재벌인 그의 아버지가 250만 달러(약 28억3000만 원)를 학교 측에 기부했다. 쿠슈너의 SAT(대학수학능력시험)와 GPA(고교평점)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은 하버드 입시관계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일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거액의 기부금을 내고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어서 탓할 일은 아니다. 앨 고어 전 부통령 등 상당수 정치인들도 ‘기부금 입학’을 했다. WP는 “기부금 입학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부와 특권의 세계에 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자신은 이런 세계와는 동떨어진 ‘아웃사이더’처럼 말하면서 자신을 팔아버린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요즘 미국은 고(故) 마이클 잭슨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로 떠들썩합니다. 이달 초 케이블방송 HBO는 어린 시절 잭슨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두 남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리빙 네버랜드(Leaving Neverland)’를 공개해 큰 파장을 낳았죠. 잭슨의 성추행 의혹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그때마다 흐지부지 끝나버렸는데요. 이번 다큐에는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담겨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잭슨은 과연 ‘세기의 문화 아이콘’일까요, 아니면 아동 성추행범일까요? 1980년대 마이클 잭슨의 현란한 ‘문워크’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한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How can you see clearly when you‘re looking into the sun? 뉴욕타임스(NYT)의 인기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가 최근 칼럼에서 쓴 표현입니다. 우리가 태양을 바라보는 이유는 무언가를 선명하게 보기 위한 것이지만 사실 아무것도 안 보이고 눈앞만 깜깜해질 때가 많죠. 즉, 마이클 잭슨을 태양처럼 쳐다보며 숭배만 한다면 어떻게 진실을 알 수 있겠느냐는 뜻입니다. 진실은 일정 거리를 두고 객관적 시각에서 볼 때만 보인다는 주장입니다. ‘You cannot see clearly when you look into the sun’은 유명한 격언이죠. △Great art is often made by terrible people. 이것도 기억해둘 만한 표현인데요. 주로 마이클 잭슨을 두둔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죠. 위대한 예술가 중 인격적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술 작품을 예술로만 음미할 뿐 그 예술가의 사생활까지 따지지는 않습니다. 잭슨의 유족과 팬들도 “그의 노래와 춤을 즐기는 데 있어 사생활 문제가 방해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요즘 잭슨 노래들을 금지하는 방송국들이 속속 등장하다 보니 잭슨의 지지자를 중심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This moment transcends Michael Jackson. ‘토크쇼 여왕’ 오프라 윈프리도 잭슨 논쟁에 가세했는데요. 윈프리는 다큐 ‘리빙 네버랜드’가 끝난 직후 ‘애프터 네버랜드’라는 특별 토크쇼를 진행했습니다. 다큐에 등장한 성추행 피해자 2명과 감독이 출연했죠. 윈프리는 “나는 피해자들의 말을 믿는다”고 선언했는데요. 그는 자신이 어렸을 때 성추행을 당한 경험을 얘기하면서 “이 문제는 마이클 잭슨이란 한 개인을 넘어선 사안”이라고 호소했죠.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사진)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해체 공약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 대선 주자 중 가장 지명도가 높은 워런 의원은 8일 뉴욕 롱아일랜드시티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25년 전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됐고 이건 대단한 스토리”라며 “그러나 그것은 또한 정부가 독점을 해체하고 경쟁 시장을 키워야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뉴욕 롱아일랜드시티는 아마존 제2본사 자리로 선정됐다가 주민 반대로 철회된 곳이다. 워런 의원은 “IT 분야는 영화 ‘헝거게임’처럼 약육강식의 세계가 됐다”며 “다양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거대 IT 기업들의 독점을 해체 또는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런 의원은 IT 해체론을 ‘플랫폼 중립성’이라고 명명하며 이날 뉴욕 집회에서 처음 공개했다. 구글 등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것은 플랫폼 제공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이중 수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워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을, 아마존은 홀푸즈(유기농 슈퍼마켓), 구글은 네스트(사물인터넷 기기)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다음 날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세계 최대 창조산업 축제)에 참석해 또 한 번 같은 주장을 했다. 그러나 미 여론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워런 의원의 기업 규제 논리가 너무 나갔다. IT 해체론은 그녀에게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워런 의원은 2000년대 말 금융기업들을 감시하는 의회 감독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전국구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한동안 금융시스템 개혁에 매달린 워런 의원이 이번에는 IT 기업들을 정조준한 것이다. IT 해체론은 페이스북, 구글 등이 개인정보 유출, 불법 광고행위 등으로 의회 청문회까지 불려 나가며 비난을 받은 것과 때를 같이한다. 그러나 IT가 세계적인 기업들을 배출할 수 있었던 배경은 많은 규제를 받는 금융과 달리 정부의 간섭이나 감독을 거의 받지 않으며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도 무시하지 못할 대목이다. NYT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워런 의원 당선을 걱정하고 있다”며 “규제 메커니즘이 가동되면 제2의 애플, 제2의 페이스북은 탄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허탕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달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하루 먼저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직접 만나겠다는 의사를 북측에 전했다. 두 정상이 마주 앉기 전 과연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타결할 의지가 진짜로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베트남의 뜨거운 해가 떨어지고 밤이 됐건만 김 부위원장에게서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CNN방송은 6일(현지 시간) 다수의 행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마지막 순간을 소개했다. CNN은 “유리하다고 판단될 때는 튕기고, 궁할 때는 매달리는 북한의 ‘변덕스러운(capricious)’ 협상 스타일이 이번 회담에서 다시 한 번 정체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기사 제목도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북한의) 무시와 마지막 순간의 절망적 시도.’ 이틀 뒤인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회담장에서 나가 버리려 하자, 북한은 그제야 회담 결렬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3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들고 미국 협상대표단 쪽으로 뛰어왔다. 북한과 미국 관리들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위한 공동의 정의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 왔는데, 최 부상이 가져온 메시지는 영변 폐기에 관한 북한의 제안을 조금 진전시킨 것이었다. 이 제안은 미국이 원했던 영변 핵시설의 광범위한 정의를 북측도 공유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담지 않았다. 그래서 최 부상은 미국의 요구를 들고 다시 김 위원장에게 달려갔고, 영변의 모든 것이 포함된다는 답변을 얻어왔다. 하지만 미국 측은 이를 대단하게 여기지 않았다.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출발해 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돌아간 것은 미국이 원하던 ‘영변+α(알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은 영변 폐기뿐만이 아닌 더 광범위한 수준의 비핵화를 북한에 요구했고, 북한에는 영변 폐기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그(영변 폐기)보다 더 얻어야 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도 “김 위원장은 미국이 영변 폐기 수준에서 납득하기를 원했지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들어줄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담 결렬은 실무회담 때부터 예견됐다. 북한 관리들은 수차례 회담을 취소하겠다고 협박했다. 미 고위 관리들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에 계속 의구심을 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이 실무회담보다 진전된 사항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보인다면 회담장에서 걸어 나오라”고 충고했다. 현재 미국 관리들은 다음 달 안으로 북한과 실무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지만 북한은 아직 답변이 없다고 CNN이 전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그는 설교하지 않는다. 싸운다(He doesn’t lecture, he fights).” 한 미국 정치 평론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한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빛날 때는 적을 설정해 휘몰아치는 공격을 가할 때인데요. 미디어 속성을 잘 간파하고 있는 그는 ‘설교’보다 ‘싸움’이 TV 화면에 인상적으로 비친다는 점을 십분 활용합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는 별다른 ‘드라마’가 없었습니다. 합의가 불발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특기인 비난을 퍼부을 상대가 없었으니까요. 기자회견은 35분 만에 끝났고 그는 유달리 피곤해 보였죠. 기자회견에서의 트럼프 대통령은 빛나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언급한 몇 가지 재미있는 표현들을 살펴보겠습니다. △“He is quite a character.”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가리켜 한 말인 ‘Quite a character’는 ‘흔치 않은(unusual)’의 뜻입니다. “그는 독특한 사람이야” “그런 사람 또 없지”란 의미죠. “그 사람 정말 인물이야 인물”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주로 상대방을 칭찬할 때 쓰지만 비난할 때도 종종 쓰입니다. 고집불통인 사람을 가리킬 때도 “He is quite a character”라고 합니다. △I happen to believe that North Korea’s calling its own shots.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Calling its own shots’는 ‘북한의 운명은 북한 스스로 알아서 결정한다’입니다. 중국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뜻이죠. 그런데 ‘believe’가 아닌 ‘happen to believe’라고 했습니다. ‘믿는다’가 아닌 ‘믿는 사람 중 하나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믿게 됐다’의 뜻입니다. 자신이 조금 없거나, 자신의 의견이 소수처럼 느껴질 때 쓰죠. △I’d much rather do it right than do it fast.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빨리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 올바르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죠. 미국인들은 ‘빨리빨리(do it fast)’보다 ‘빈틈없이, 틀린 것 없이(do it right)’를 중시합니다. 한국인들이야 당연히 ‘fast’를 좋아하겠지만요.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은 2일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 참석해 2020년 대선에서 재선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집권한다면 미국은 ‘사회주의 악몽’을 경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CPAC의 키워드는 ‘사회주의’라고 할 만큼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대다수 연사는 ‘민주당=사회주의=악’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미래는 사회주의가 아닌 자유를 신봉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미국은 결코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객들은 “USA”를 외치며 환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시간에 걸쳐 북-미 정상회담, 차기 대선, 러시아 스캔들, 국경장벽, 기후변화, 언론 자유 등 10여 개 주제에 대해 연설했다. 때론 연단을 치며, 때론 남부 사투리를 흉내 내며 관중을 휘어잡는 연설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와 민주당 의원들을 “역겹다”고 비난하며 “그들은 내가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추진되는 환경 보호 및 재생에너지 정책인 ‘그린 뉴딜’을 비난할 때는 “여보, 서둘러요. 오늘 바람 부나요(풍력에너지). 난 텔레비전이 보고 싶어요”라며 여성 흉내를 내기도 했다. 이날 연설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대학에서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많은 보수파 대학생이 대학 캠퍼스에서 입을 열기만 하면 차별과 조롱, 괴롭힘과 그보다 더한 일들을 당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CPAC는 공화당 최대 후원단체인 보수주의연맹(ACU) 주최로 매년 3월 초 열리는 행사로 각종 연설과 콘퍼런스 등을 진행한다.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 보수파 정치인, 언론인이 총출동해 흔히 ‘보수 진영의 슈퍼볼’로 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CPAC 행사에 취임 후 3년 연속 참석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이룬다면 믿을 수 없을 만큼 빛나는 경제적 미래를 얻겠지만 만약 핵무기를 가진다면 그 어떤 경제적 미래도 갖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메릴랜드주 옥슨힐 게일로드 내셔널리조트에서 열린 미 보수 진영의 연례행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에서 “그것은 그들(북한)에게 정말 나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28일 정상회담 합의 결렬 직후 폭스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가 잘 풀리지 않았다”며 “어쩌면 나도 김 위원장도 모두 준비가 안돼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 상태로 합의서에 서명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고, 그래서 김 위원장에게 “이봐. 이건 잘 안될 것 같아”라고 말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우리가 진짜 (북핵 폐기) 프로그램을 갖지 못한다면 제재를 완화해주기를 원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그들도 준비가 안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적으로 이해한다. 그들이 그걸(핵 프로그램을) 구축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개성이 강한 사람(a real personality)’이라는 표현과 함께 “예리하며 종잡을 수 없다(pretty mercurial)”고 평가했다. “회담을 결렬시킨 것이 당신의 선택이었느냐”는 질문에는 “둘 다(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선택이라고 해두자. 내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만 답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하노이 회담의 결렬은 지난달 27일 만찬에서 이미 예고됐다고 한다. 원탁 테이블에 어깨를 맞대고 앉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모든 핵과 미사일 폐기+제재 완전 해제’라는 빅딜을 제안했지만 김 위원장이 그 자리에서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음 날인 28일 오전 정상회담은 처음부터 긴장된 분위기였다고 NYT는 전했다.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은 김 위원장이 빅딜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젊은 북한 리더의 속임수에 넘어갔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며 ‘스몰딜’ 수준의 합의는 받아들이지 말라고 충고한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정미경 기자}

미국 밀레니얼 세대들이 열광하는 운동화 ‘섀도 6000 아보카도 토스트’가 화제다. 젊은이들이 건강식에 관심이 많다는 것에 착안해 ‘아보카도를 얹은 토스트 빵’이라는 콘셉트를 지녔다. 이 운동화의 윗부분은 아보카도 같은 연두색, 아래쪽은 토스트 빵처럼 갈색이다. 미국인들이 ‘아보카도 토스트’에 즐겨 뿌려 먹는 레드페퍼(고춧가루 일종)를 형상화한 빨간 점들도 많다. 뒤쪽에는 ‘소카몰레(saucamole)’라는 문구도 있다. 아보카도를 으깨 양파, 할라페뇨 등과 섞은 음식 ‘과카몰레’와 제조업체 이름 ‘소코니’의 합성어다. “‘아보카도 토스트’ 운동화를 신고 건강식 브런치를 먹으러 가자”는 광고도 등장했다. 소코니는 이 제품을 불과 1200켤레만 한정 생산했다. 회사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살 수 있으며 값은 130달러(약 14만5000원). 산뜻한 디자인에 한정품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없어서 못 살’ 정도로 인기다. 스포츠 리서치회사 NPD그룹의 맷 파월 고문은 이 운동화의 인기 비결에 대해 “포화 상태인 스포츠 스니커즈 시장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로 성공을 거뒀다. 특히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건강’과 ‘재미’를 잘 버무렸다”고 분석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요 언론사 기자 4명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그의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에 대한 질문을 했다 취재를 금지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첫 일대일 회담을 갖고 악수하며 사진을 찍었다. 이 때 AP 및 로이터 기자가 “미 하원 청문회에서 당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코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들 옆에 블룸버그 및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자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질문한 기자들을 노려보기만 했다. 질문 당시 미국 워싱턴에서 아직 청문회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사기꾼이자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한 코언의 발언문이 공개된 상태였다. 세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일대일 회담이 끝나고 만찬이 시작되기 전 기자 4명에게 “추가 취재를 허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과 기자 4명의 소속 언론사는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언론 자유가 없는 독재국가 정상을 만나는 민주국가 정상이 자국 언론의 자유를 통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反)트럼프 성향으로 백악관 출입을 금지당한 적 있는 짐 아코스타 CNN 기자도 “대통령의 몸은 베트남에 있지만 그의 정신은 ‘코언의 입’에 집중돼 있다”고 꼬집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자신에게 비판적인 스파이크 리 감독(사진)의 아카데미상 수상 소감을 반박하고 나섰다. 유독 아카데미상과 인연이 없었던 리 감독은 하루 전 영화 ‘블랙클랜스맨’으로 제91회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았다. 최초 수상이어서 그는 상을 받으러 나올 때 펄쩍펄쩍 뛰며 기쁨을 표했다. 리 감독은 쪽지에 적은 글을 보며 “2020년 대선이 가까워오고 있다.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간접 비판하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미국을 만든 사람들, 원주민을 죽인 사람들에게 ‘인간성을 회복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발끈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리가 쪽지를 잘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 자기 나라 대통령에게 인종차별적 공격을 가하는 쪽지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미국 역사상 그 어떤 대통령보다 흑인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한 대통령”이라며 사법체계 개혁, 역사상 가장 낮은 실업률, 세금 감면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 트윗으로 밝혀진 사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인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하기 바로 전날 회담 준비 대신 TV 시청에 몰두했다는 것.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간으로 24일 오후에 약 4시간 동안 방송된 아카데미 시상식을 시청한 뒤 다음 날 정오경 출국했다. 한편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시청률과 시청자 수가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지난해까지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10년 연속 시청률이 하락했지만 올해 반등했다.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올해 시상식 시청자는 지난해보다 약 12% 증가한 2960만 명이었다. 특히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18∼49세 시청률지수도 지난해 6.8에서 7.7로 올랐다. 이는 올해 시상식의 ‘다양성 추구’에 대한 호평이란 분석이 나온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8개 작품 중 수상작 ‘그린북’을 비롯해 ‘블랙팬서’ ‘블랙클랜스맨’ ‘로마’ 등 4개 영화가 모두 소수인종 및 소외계층 문제를 다뤘다. 또 당초 진행자로 내정됐던 이가 인종차별성 발언으로 사퇴한 후 ‘진행자 구인난’을 겪어 진행자 없는 시상식이 열린 것도 주효했다. 군더더기 없는 신속한 진행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 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론의 검증이 진행되면서 후보들이 숨기고 싶은 과거 행적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후보들의 ‘더러운 빨랫감(dirty laundry)’ 들춰보기. △“I won’t eat the pork chop on a stick, but there will be a lot of fried stuff.” 뉴저지주 뉴어크 시장 출신인 코리 부커 민주당 후보는 ‘비건’(고기는 물론 달걀, 우유 등도 안 먹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입니다. 그는 ‘정크푸드’(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음식)광이기도 합니다. 언론 인터뷰 때 “아이오와 유세 때는 뭘 드실 겁니까”라는 질문을 받자 “폭찹(돈가스와 비슷) 꼬치는 안 먹겠지만 튀긴 음식들이 많을 테니 그걸 먹죠”라고 답했죠. 대선 경선이 처음 열리는 곳이자 미국 내 고기 생산 1위인 아이오와에서 고기를 안 먹겠다는 것은 용감한 발언입니다만, 사실 고기나 튀긴 음식이나 건강에 안 좋기는 마찬가지 아닙니까. △“Oh yeah, definitely Snoop. Tupac for sure.” 캘리포니아주 검사 출신인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는 대학 시절 유명 래퍼 스눕독 및 투팍의 팬이었다고 합니다. 스눕독과 투팍은 ‘힙합의 원조’로 통하죠. 그런데 할 일 없어 보이는 소셜미디어 수사대가 추적한 결과 해리스 후보는 1986년 대학을 졸업했고, 스눕독과 투팍은 각각 1993년과 1991년 데뷔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직 데뷔도 안 한 가수들을 즐겨 들었다고요? 일각에서는 인도-자메이카계 혼혈인 해리스 후보가 흑인이라는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거짓으로 힙합 가수를 거론한 것 아니냐고 비판합니다. △“Am I a tough boss sometimes? Yes. Have I pushed people too hard? Yes.” 급히 비행기를 탄 에이미 클로버샤 민주당 후보에게 보좌관이 샐러드를 가져다줍니다. 그런데 포크가 없네요. 클로버샤 후보는 불같이 화를 내더니 핸드백에서 빗을 꺼내 그걸로 샐러드를 먹기 시작합니다. 다 먹은 뒤 보좌관에게 빗을 씻어오라고 시켰고요. 최근 클로버샤 후보의 ‘갑질’ 논란을 일으킨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죠. 부하들을 달달 볶기로 유명한 그는 리더십 논란 때마다 “내가 터프한 보스냐고? 맞다. 내가 사람들을 몰아붙인다고? 맞다”라고 당당히 외칩니다. 부하들에게 최고를 요구하는 자신이 결국 훌륭한 보스라는 주장이죠.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전 워싱턴 특파원}

여기저기 감시 카메라가 지켜보는 지상은 물론이고 3만 피트(약 9km) 상공으로 올라가더라도 감시의 눈길은 피할 수 없는 시대가 다가왔다. 23일 버즈피드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델타 등 3개 미국 항공사와 싱가포르 에어라인의 기내 TV 스크린에 카메라 렌즈가 달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항공사들의 기내 스크린에도 정면에 앉은 승객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카메라 렌즈가 달린 것으로 보인다고 버즈피드는 전했다. 항공기에 앉아서 여행을 하는 시간에도 감시의 눈길이 미친다는 뜻이다. 카메라 렌즈가 달린 곳은 흔히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으로 불리는 기내 스크린. 최근 싱가포르 에어라인에 탑승했던 한 승객이 이를 발견했다. 그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카메라 렌즈 사진이 전 세계 누리꾼의 관심을 받으면서 다른 항공사들도 기내 스크린에 카메라 렌즈가 달려 있다고 ‘자백’한 것이다. 에어버스, 보잉 등 기종을 가릴 것 없이 일부 항공기 좌석에는 카메라 렌즈가 달려 있다. 항공기 1000여 대를 운항하는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항공기 82대에는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바로 뒤쪽인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에 카메라 렌즈가 달려 있다. 항공사들은 “우리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기내 스크린 제작사들이 카메라 렌즈를 포함시켰다”고 해명했다. 미국 항공사 3곳의 기내 스크린은 일본 파나소닉이 만들고, 싱가포르 에어라인 스크린은 파나소닉과 프랑스 업체 탈레스 등 2개사가 제작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 측은 “제작사들이 ‘앞으로 기술의 발전이 이뤄져 항공기 승객들 간에 비디오 콘퍼런스를 할 수 있도록 카메라 렌즈를 포함시킨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커지자 항공사들은 “카메라 렌즈가 설치돼 있지만 작동시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공항 보안검색을 지날 때 안면인식 시스템이 작동되면서 개인정보가 이미 유출되기 때문에 기내 카메라 렌즈는 큰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기내 스크린 앞에서 승객들은 하품을 하는 모습 등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한 승객은 “카메라 렌즈가 계속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해야 한다면 매우 피곤한 여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사모펀드의 제왕’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사진)이 지원하는 인공지능(AI) 단과대 설립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그가 인권 유린 논란의 사우디아라비아 왕실과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일부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MIT 재학생 졸업생 교수 등 20명은 최근 교지 ‘테크(Tech)’에 실린 글을 통해 “대학 당국은 ‘슈워츠먼 컴퓨팅 단과대’ 설립 계획을 취소하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설립 축하 행사 연사로 초청하는 일도 그만두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MIT 학생들에게 “26∼28일 열리는 단과대 설립 축하 행사를 보이콧하자”고 했다. 학생들은 슈워츠먼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와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들은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에서 저소득층 임대주택 사업에 관한 주민투표가 이뤄졌을 때 슈워츠먼이 이를 반대하는 로비를 펼쳤다는 점도 문제 삼는다. 키신저 전 장관은 베트남전 당시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불법 폭격을 가하는 명령을 내려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등 전쟁을 끝내기보다 확전시켰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마틴 슈밋 MIT 교무처장은 “학문이 정치에 얽매여선 안 된다. 슈워츠먼 단과대는 AI 연구를 주도할 역사적 순간을 제공할 것”이라며 설립 강행 의지를 밝혔다. 억만장자 자선가 슈워츠먼은 지난해 MIT 측에 자신의 이름을 딴 AI 관련 단과대를 만들어 달라며 3억5000만 달러(약 3900억 원)를 기부했다. 자신의 모교 예일대를 비롯해 뉴욕 공립도서관, 중국 칭화대 등도 지원한 바 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명 배우 앨릭 볼드윈(사진)이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 NBC방송의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SNL’에서 트럼프 대통령 역할을 맡고 있는 볼드윈이 비상사태 선포 기자회견을 조롱하자 발끈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불공정한 프로그램은 당국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공격했다. 볼드윈도 “나와 가족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16일 ‘SNL’에서 트럼프로 분장한 볼드윈은 기자회견에서 플레이보이 잡지 기자에게만 질문권을 주고, ‘대통령의 앙숙’ 짐 어코스타 CNN 기자로 분한 코미디언과 치졸한 말싸움을 벌여 큰 웃음을 자아냈다. 성추문 논란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해 지난해 10월 신임 연방대법관이 된 보수 성향 브렛 캐버노와의 일화도 등장했다. 볼드윈이 “캐버노가 나를 도와줄 것”이라며 전화를 걸자 캐버노를 연기하는 코미디언이 “이 번호 모르겠는데. 당신 누구야”라고 호통 치는 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 7개의 ‘폭풍 트윗’을 날려 분노를 표했다. “공화당을 죽이는 거짓 뉴스다. 보복이 두렵지 않으냐. SNL은 매우 불공정한 프로그램이고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 볼드윈은 “가족 안전이 걱정된다”는 트윗으로 응수했다. 실제 최근 대통령 지지 집회에서 극성 지지자들이 반(反)트럼프 성향 기자들을 공격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한편 캘리포니아 등 16개 주(州)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나흘 만인 18일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주말 대형 슈퍼마켓은 전쟁터입니다. 충만한 투쟁정신으로 물건을 카트에 던져 놓고 계산대 앞으로 달려가면 평균 5명 이상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내 줄은 막혀 있는데 옆줄 계산대는 앞으로 쑥쑥 빠지는 듯합니다. 스트레스 지수가 상승합니다. 그래서 셀프계산대로 향하는 분이 많습니다. 바코드를 찍는 것이 손에 익지 않아 시간은 더 걸리지만 속은 편하죠. 줄서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성격 급한 한국인이야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인들도 싫어합니다. △“Occupied time feels shorter than unoccupied time.” 미국 행동연구학자 리처드 라슨 박사의 명언입니다. 미국 공항들은 짐이 빨리 안 나온다는 승객 불만이 고조되자 수하물 처리체계 개선 대신 공항 구조를 바꾸는 데 집중했습니다. 도착 게이트를 일부러 멀리 만들어 승객들로 하여금 이전보다 6배 더 걸어야 짐 찾는 곳에 도달할 수 있게 했죠. 오래 걷는 동안 짐이 나와 있을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걸어도 별로 힘든 줄 모릅니다. 셀프계산대와 같은 이치죠. 공항에서 걷거나, 슈퍼마켓에서 바코드를 찍으며 열중하는 시간(occupied time)은 계산대나 벨트 앞에서 할 일 없이 기다리는 시간(unoccupied time)보다 훨씬 짧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The serpentine line is the most significant improvement in consumer psychology. 요즘 줄서기는 대부분 외줄입니다. 한 줄로 섰다가 비는 카운터나 계산대로 가는 방식입니다. 외줄 방식을 ‘뱀줄(serpentine line)’이라고 합니다. 줄이 구불구불하니까요. 외줄은 ‘줄서기의 혁명’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카운터마다 줄을 서면 고객들은 “이 줄이 짧은가, 저 줄이 짧은가” “왜 이 줄은 안 줄어드나” 등 고민에 빠집니다. 외줄 서기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게 만듭니다. △I‘m queuing. 영국과 캐나다에서는 ‘queue’라는 단어를 자주 씁니다. ‘큐’라고 읽습니다. 예컨대 영국 열차 탑승구 앞 바닥에 ‘queue line’이라고 쓰여 있는 곳이 있는데 ‘여기에 줄 서라’는 뜻입니다. 미국 영어의 ‘line’과 같죠. ‘줄’ ‘줄 서서 기다리다’로 보면 됩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전 워싱턴 특파원}

“국가비상사태 선포 결정은 몇몇 ‘보수 미디어 여론주도자’의 영향을 받았나.”(기자) “숀 해니티, 앤 콜터, 터커 칼슨, 로라 잉그러햄, 러시 림보. 나는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국가비상사태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보수성향 언론인 5명을 일일이 언급했기 때문. 미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특정 언론인을 칭찬한 것은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5명에게 ‘폭풍 칭찬’을 퍼부었다. “해니티는 내가 하는 일마다 지지해주는 고마운 친구.” “림보는 혼자 세 시간을 떠들 만큼 아는 것이 많다.” “잉그러햄과 칼슨은 나에게 좋을 일을 많이 해줬다.” 대통령의 파격적 언론관에 워싱턴 정가도 할 말을 잃은 분위기다. 이날 그가 콕 집어 칭찬한 5명은 ‘보수 라디오 퍼스낼리티 5인방’으로도 불린다. 트럼프의 주요 지지자인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매체인 라디오에서 저녁 황금시간대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들은 특정 라디오방송에 전속된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해 미 전역 라디오 방송국에 판매하는 ‘신디케이트’ 방식을 쓴다. 칼슨, 잉그러햄, 해니티는 라디오에서 성공해 지상파 TV로 진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발표 몇 시간 전 몇몇 보수 언론인과 통화했다. 이들이 대통령의 결정에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언론’이 아닌 ‘특정 언론인’을 선호한다. 보수 성향 폭스뉴스라 해도 폭스 소속 모든 앵커와 기자를 좋아하지 않고 칼슨, 잉그러햄, 해니티가 진행하는 프로그램만 선호하고 단독 인터뷰에 응하는 방식이다. ‘보수 5인방’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선동적이란 평을 듣는다. 백인우월주의, 이민자 혐오 등 극렬 보수층의 아이디어를 종종 토론한다. 즉, 보수 5인방의 역할은 과격한 보수 아이디어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정 수준으로 희석해 전파하는 데 있다. 5명은 탁월한 언변을 지녔고, 개인 스캔들로 한동안 시련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해니티는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을 역시 변호사로 고용했었단 사실을 밝히지 않아 투명성 훼손 비판을 받았다. 칼슨도 폭행 시비에 휘말렸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강경 노선을 보이지 않으면 매섭게 비판도 한다. 콜터는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연방정부 일시 업무정지(셧다운) 종료 법안에 서명하자 ‘트럼프는 겁쟁이’란 로고송을 만들었다. 해니티도 11일 “여야가 합의한 국경장벽 예산안은 ‘쓰레기’”라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앞서 통과된 의회 예산안에서 배정된 13억7500만 달러(약 1조5500억 원)를 포함해 총 80억 달러(약 9조 원)의 예산을 쓰기로 했다. 1976년 만들어진 국가비상사태법(National Emergencies Act)은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핵개발과 함께 상당한 수준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보유한 북한은 우주 궤도에 떠있는 인공위성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보고서를 인용해 13일 보도했다. DIA가 공개한 ‘우주 안보에 대한 도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 중국 이란과 함께 우주 안보를 해칠 수 있는 ‘잠재적 위협 국가’로 분류됐다. 북한은 궤도 진입이 가능한 탄도미사일과 우주발사체를 보유하고 있다. 이론상으로 우주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미사일로 위성을 겨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북한이 정찰, 통신 등과 같은 우주 기반 서비스를 군과 민간 역량 향상에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덕분에 전자전 능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미사일과 진보된 위성발사체로 궤도 위성도 겨냥할 수 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위성교신 교란 등을 포함한 비활동적 방식의 대항 능력을 실행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북한이 우주에 대한 열망을 이유로 두 개의 위성을 궤도에 올렸다고 주장했지만 북한 (위성) 프로그램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가장해 탄도미사일에 쓰이는 기술을 시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성 발사를 위장해 장거리 다단계 탄도미사일 기술을 발전시켰다는 지적이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