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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의 ‘소울’ 제작에 참여한 김성영 픽사 레이아웃 아티스트(41·사진)를 화상으로 만난 10일은 디즈니 산하 애니메이션 제작사 ‘블루스카이 스튜디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정난을 겪다가 문을 닫는다는 미국 매체들의 보도가 나온 날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울은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담아 인기를 끌었다. 영화는 한국에서 16일 기준 159만 관객을 모았고, 4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하루아침에 직업을 잃은 블루스카이 동료들처럼 코로나19로 삶 자체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생에서 목표 달성이 잠시 좌절됐다고 해서 삶의 의미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재미있게 풀어냈기에 소울이 사랑받는 것 같아요.”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카메라 움직임, 캐릭터 동선 등을 계획해 화면을 연출한다. 홍익대 애니메이션학과를 나온 그는 국내 게임회사에서 일하다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안고 생후 1개월 된 아들, 아내와 함께 2009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시네마틱아트 석사를 전공한 뒤 2012년 픽사에 입사한 그는 ‘몬스터대학교’, ‘굿 다이노’, ‘코코’, ‘인크레더블2’, 소울, 올여름 개봉하는 ‘루카’에 참여했다. 소울은 재즈 음악가의 꿈을 이루기 직전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학교 음악 교사 ‘조 가드너’가 열정을 발견하지 못해 지구에서의 삶을 살길 주저하는 영혼 ‘22’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22는 조의 몸속에 들어와 세상을 여행한다. 22는 커피숍에서 수다를 떨며 웃는 사람들, 미풍에 흩날리며 떨어지는 메이플 씨앗을 찬찬히 바라보던 중 삶의 매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낀다. 3분가량 이어지는 이 장면은 김 아티스트가 연출했다. 가수 이적은 해당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쉼표’라는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손에 메이플 씨앗이 놓이던 때 22는 처음 삶에 의지를 갖게 됩니다. 평범하지만 특별해 보여야 하는 시퀀스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부터 씨앗이 바람에 날려 손에 앉는 장면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어요. 관객들이 장면을 온전히 느끼길 바랐기 때문이죠. 메이플 씨앗에 붙은 낙엽 개수, 씨앗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각도까지 계산했죠.” 픽사는 감독이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주의’ 색채가 강하다. 감독의 감정을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지만 이야기가 정형화돼 있지 않아 결과물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픽사는 사내외 상영회를 수차례 진행한다. “최종본이 나오기까지 1000여 명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6, 7회의 시사회를 진행하고 익명 피드백을 받습니다. 소울의 조 가드너도 원래 죽는 결말이었는데 이야기의 주제가 심오하기에 결말은 너무 어둡게 가지 말자는 의견이 많아 조가 사는 것으로 변경했죠.” 9년 가까이 픽사에 몸담고 있는 그에게 영감의 원천은 꼼꼼한 조사다. 연출의 디테일은 영화와 드라마에서부터 다큐멘터리, 미술 회화 등 그가 참고하는 모든 자료들에서 나온다는 것. “‘굿 다이노’ 시작 부분에서 아름다운 아침 농장을 연출해야 했어요. 이를 위해 농장의 모습을 담은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닥치는 대로 봤어요. 그중 제가 아름답다고 느낀 장면들을 기반으로 그림자, 햇살을 연출해냈어요. 디테일은 상상이 아니라 다양한 자료 조사에서 나옵니다. 머릿속에서 정답을 얻으려 하면 결국 나라는 그릇밖에 안 나오기 때문이죠.”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1174만6000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한국 영화 중 두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가 3월 CGV에서 재개봉한다. 리마스터링 전문 업체 ‘콘텐츠존’이 복원 작업을 진행해 4K 초고화질(UHD·3840×2160) 해상도로 다시 선보이게 된 것이다. 리마스터링이란 ‘마스터’(원본)의 화질 및 음질상 문제점을 개선해 더 나은 품질로 재생산하는 작업이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17년 만에 극장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된 건 ‘우수한 한국 영화를 다시 선보이자’는 취지로 콘텐츠존의 장지욱 대표가 수년간 재개봉을 추진해온 덕이다. 장 대표는 약 7년 전부터 1980∼2000년대 초반 한국 영화들의 2차 저작권을 확보해 리마스터링을 진행해왔다. 장 대표는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는 4K, 8K 해상도로까지 리마스터링이 가능하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4K로 필름을 스캔 받아 복원 작업을 준비 중이다”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신작 개봉이 미뤄지는 가운데 한국 명작들의 재개봉이 극장가에 가뭄의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지난해부터 영화 팬들 사이에서 ‘이 영화를 볼 방법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작품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던 영화사 ‘강제규필름’이 문을 닫은 후 저작권 보유사가 바뀌면서 IPTV와 VOD,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영화 서비스 플랫폼 어디에서도 이 영화를 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영화의 저작권을 보유한 ‘주식회사 빅픽쳐’와 콘텐츠존이 저작권 계약을 맺으면서 극장 개봉과 더불어 OTT 플랫폼 웨이브와 IPTV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게 된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시작으로 40여 편의 한국 영화들이 재개봉 출격을 준비 중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바통을 이어받을 작품들은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1981년)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1980년) ‘자녀목’(1984년)이다. 세 편 모두 1960년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정진우 감독의 작품이다.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는 대종상 우수작품상과 남녀 주연상을 비롯해 9개 부문을 수상한 고전이다.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성의 씨받이를 소재로 한 자녀목은 대종상 최우수작품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는 배우 정윤희에게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장 대표는 “세 작품은 요즘 사람들에게 에로영화 같은 이미지가 있지만 모두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들이다. 잊혀진 고전을 밀레니얼 세대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어 리마스터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콘텐츠존은 강제규필름이 제작한 ‘단적비연수’ ‘베사메무쵸’ ‘몽정기’ 등도 리마스터링해 CGV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1980∼1990년대 에로영화의 대명사 ‘애마부인’ 1∼4편, ‘깊고 푸른 밤’(1985년), ‘겨울나그네’(1986년), ‘비 오는 날 수채화’(1989년),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1993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년) 등도 재개봉을 추진하고 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1174만6000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한국 영화 중 두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가 3월 CGV에서 재개봉한다. 리마스터링 전문 업체 ‘콘텐츠존’이 복원작업을 진행해 4K 초고화질(UHD·3840×2160) 해상도로 다시 선보이게 된 것이다. 리마스터링이란 ‘마스터’(원본)의 화질 및 음질 상 문제점을 개선해 더 나은 품질로 재생산하는 작업이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17년 만에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된 건 ‘우수한 한국 영화를 다시 선보이자’는 취지로 콘텐츠존의 장지욱 대표가 수년 간 재개봉을 추진해온 덕이다. 장 대표는 약 7년 전부터 1980~2000년대 초반 한국 영화들의 2차 저작권을 확보해 리마스터링을 진행해왔다. 장 대표는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는 4K, 8K 해상도로까지 리마스터링이 가능하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4K로 필름을 스캔 받아 복원작업을 준비 중이다”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신작 개봉이 미뤄지는 가운데 한국 명작들의 재개봉이 극장가에 가뭄의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지난해부터 영화 팬들 사이에서 ‘이 영화를 볼 방법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작품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던 영화사 ‘강제규필름’이 문을 닫은 후 저작권 보유사가 바뀌면서 IPTV와 VOD,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영화 서비스 플랫폼 어디에서도 이 영화를 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영화의 저작권을 보유한 ‘주식회사 빅픽쳐’와 콘텐츠존이 저작권 계약을 맺으면서 극장 개봉과 더불어 OTT 플랫폼 웨이브와 IPTV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게 된다. 빅픽쳐는 강제규 감독의 누나가 대표로 있는 영화사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시작으로 40여 편의 한국 영화들이 재개봉 출격을 준비 중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바톤을 이어받을 작품들은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1981)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1980) ‘자녀목’(1984)이다. 세 편 모두 1960년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정진우 감독의 작품이다.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는 대종상 우수작품상과 남녀 주연상을 비롯해 9개 부문을 수상한 고전이다.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성의 씨받이를 소재로 한 자녀목은 대종상 최우수작품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는 배우 정윤희에게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장 대표는 “세 작품은 요즘 사람들에게 에로영화 같은 이미지가 있지만 모두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들이다. 잊혀진 고전을 밀레니얼 세대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어 리마스터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콘텐츠존은 강제규필름이 제작한 ‘단적비연수’ ‘베사메무쵸’ ‘몽정기’ 등도 리마스터링해 CGV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1980~1990년대 에로영화의 대명사 ‘애마부인’ 1~4편, ‘깊고 푸른 밤’(1985), ‘겨울나그네’(1986), ‘비 오는 날 수채화’(1989)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 등도 재개봉을 추진하고 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알츠하이머병으로 투병 중인 배우 윤정희 씨(77)의 형제자매들이 윤 씨가 프랑스 파리에 방치돼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글을 올린 것이 자신들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9일 입장문을 내고 “가정사를 사회화시켜 죄송하다”면서도 “백건우는 지난 2년간 아내와 처가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윤 씨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75)가 2019년 장모상을 당했을 때 서울에 체류했지만 윤 씨의 전화를 받지 않고 빈소에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 씨의 후견인 자격을 놓고 백 씨 측과 법적 분쟁을 벌인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들은 “조카딸(백진희)이 후견인이 되기에 부적임자임을 주장하는 데 역점을 뒀다. 형제자매들이 후견인이 되려고 하는 소송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논란이 윤 씨의 형제자매들이 윤 씨의 재산을 노린 데에서 비롯됐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들은 “윤정희 명의의 국내 재산은 여의도 시범아파트 두 채와 예금자산”이라며 “모든 재산의 처분관리권은 사실상 백건우에게, 법률상 후견인인 딸에게 있으며 형제자매들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윤정희를 위해 충실하게 관리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들은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윤 씨가 남편과 별거 상태로 프랑스에 방치돼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당시에는 자신들이 윤 씨의 형제자매임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백 씨 측은 7일 “사실무근이며, 윤 씨는 프랑스에서 적절한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고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백 씨는 국내 연주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11일 프랑스에서 귀국할 예정이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도시어부2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지인 특집 ‘제1회 일심동체 붕친대회’가 설 연휴를 맞아 다시 시청자를 찾아간다. 김민경, 효연, 피오, 윤보미, 허재, 조정민, 돈스파이크가 도시어부 고정 7인방의 지인으로 참여해 14인이 토종 붕어 대결을 펼친다. 박 프로의 초대로 붕친대회에 참석한 돈스파이크는 낚시 경력 15년, 부산교육대 낚시 아카데미 과정까지 수료한 베테랑 낚시꾼으로서의 실력을 발휘한다. 이수근의 초대 손님인 블락비 피오는 이덕화와 허재로부터 “피오가 누구냐”는 말을 들으며 굴욕을 당하지만 한 팀인 이수근과 나이 차를 뛰어넘는 ‘케미’를 선보이며 활약한다. 소녀시대 효연을 초대한 지상렬은 남다른 친분과 의리를 자랑해 부러움을 산다. 이태곤은 에이핑크 윤보미를, 이경규는 트로트 가수 조정민을 각각 불러 승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 음악상과 주제가상 예비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작품상과 감독상, 남녀 주연·조연상 등 주요 부문 예비후보는 다음 달 15일 발표된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의 이 영화에 출연한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수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제93회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9일(현지 시간) 음악, 주제가를 비롯해 국제영화, 장편 다큐멘터리, 단편 다큐멘터리, 분장, 단편 애니메이션, 단편 영화, 시각효과 9개 부문의 예비후보를 발표했다. 미나리의 음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가수인 에밀 모세리가 맡았다. 주제가 ‘레인 송’은 미나리의 주연 배우 한예리가 불렀다. 국제영화상 후보로 출품된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은 예비후보 명단에 들지 못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알츠하이머병으로 투병 중인 배우 윤정희 씨(77)의 형제자매들이 윤 씨가 프랑스 파리에 방치돼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글을 올린 것이 자신들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9일 입장문을 내고 “가정사를 사회화시켜 죄송하다”면서도 “백건우는 지난 2년간 아내와 처가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윤 씨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75)가 2019년 장모상을 당했을 때 서울에 체류했지만 윤 씨의 전화를 받지 않고 빈소에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 씨의 후견인 자격을 놓고 백 씨 측과 법적 분쟁을 벌인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들은 “조카딸(백진희)이 후견인이 되기에 부적임자임을 주장하는데 역점을 뒀다. 형제자매들이 후견인이 되려고 하는 소송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논란이 윤 씨의 형제자매들이 윤 씨의 재산을 노린 데에서 비롯됐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들은 “윤정희 명의의 국내 재산은 여의도 시범아파트 두 채와 예금자산”이라며 “모든 재산의 처분관리권은 사실상 백건우에게, 법률상 후견인인 딸에게 있으며 형제자매들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윤정희를 위해 충실하게 관리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들은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윤 씨가 남편과 별거 상태로 프랑스에 방치돼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당시에는 자신들이 윤 씨의 형제자매임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백 씨 측은 7일 “사실무근이며, 윤 씨는 프랑스에서 적절한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고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백 씨는 국내 연주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11일 프랑스에서 귀국할 예정이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 음악상과 주제가상 예비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작품상과 감독상, 남여 주연·조연상 등 주요 부문 예비후보는 다음달 15일 발표된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의 이 영화에 출연한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수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제93회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9일(현지 시간) 음악, 주제가를 비롯해 국제영화, 장편 다큐멘터리, 단편 다큐멘터리, 분장, 단편 애니메이션, 단편 영화, 시각효과 9개 부문의 예비후보를 발표했다. 미나리가 이름을 올린 음악상 예비후보에는 ‘맹크’ ‘뮬란’ ‘소울’ ‘테넷’ 등 15편이 선정됐다. 주제가상 예비후보는 미나리와 더불어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등 15편이다. 미나리의 음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가수인 에밀 모세리가 맡았다. 주제가 ‘레인 송’은 미나리의 주연 배우 한예리가 불렀다. 국제영화상 후보로 출품된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은 예비후보 명단에 들지 못했다. 이번 국제영화상에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다인 93개국이 작품을 냈다. 아카데미는 이 중 ‘어나더 라운드’(덴마크) ‘샬러턴’(체코) ‘소년 시절의 너’(중국) 등 15편을 예비후보로 선정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우주 배경의 공상과학(SF) 영화 ‘승리호’가 5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직후 각국에서 1위를 휩쓸고 있다. 제작비 240억 원이 투입된 이 작품은 공개 하루 만인 6일 한국 벨기에 불가리아 등 16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7일에는 프랑스 노르웨이 등 27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순위를 제공하는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선 나흘 연속 영화 부문 1위를 지켰다. 각국 반응을 접한 직후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잘될 줄 몰랐다”는 조성희 감독과 주인공 ‘김태호’ 역의 송중기를 화상으로 만났다. 조 감독은 관객 706만 명을 동원한 장편 데뷔작 ‘늑대소년’(2012)에서 송중기를 캐스팅한 후 승리호에서 다시 만났다. 승리호는 환경오염으로 지구에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2092년, 위성궤도에 만들어진 새로운 보금자리 UTS가 배경이다.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며 돈을 버는 청소선 승리호의 선장 ‘장현숙’(김태리)과 조종사 김태호,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 로봇 ‘업동이’(유해진)는 인간의 모습을 한 대량살상무기 ‘도로시’를 잡는 데 뛰어든다. 조 감독은 늑대소년을 찍던 2010년 ‘우주를 날아다니는 쓰레기들이 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승리호 구상을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날며 부딪치는 모든 걸 부수는 우주 쓰레기에 매력을 느낀 조 감독은 이를 수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했다. 조 감독과 송중기가 입을 모아 말하는 승리호의 가장 큰 매력은 ‘한국적 SF물’이라는 것.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등 관객들이 많이 접한 SF 영화와 차별화하기 위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SF물 주인공이 한국인이라는 것 자체가 관객에게 낯설 수 있겠다고 생각해 캐릭터에 ‘보통의 한국 사람’ 모습을 녹이려고 했다. 멋있는 슈트를 입은 초능력자가 아니라 낡은 점퍼를 입고 대출금을 걱정하는 사람들로 그렸다. 승리호 내부 구조도 익숙함을 주기 위해 흔한 한국 아파트 구조를 따랐다.”(조 감독) “안 해본 장르에 욕심이 많다. 승리호 대본을 봤을 때도 ‘한국 영화인데 우주 이야기를 한다?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고철 덩어리에 한글로 ‘승리호’가 써 있고 태극기가 붙어 있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우주 영화에 ‘한국 말’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너무 신선했다.”(송중기) 승리호의 장단점에 대한 평가는 명확하다. 한국에서 선보인 적 없는 우주 배경 SF 영화를 놀라운 컴퓨터그래픽(CG) 기술력으로 구현한 건 관객 다수가 인정하는 성취다. 다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와 아이를 구하는 과정에서 신파가 몰입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다. “우주선을 그럴싸하게 보이게 하는 건 한국 CG 기술로 전혀 어렵지 않다. 가장 어려웠던 건 실제같이 보이게 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게 하느냐였다. 우주선의 폭발과 이후 작은 입자들이 날아다니는 장면이 그랬다. 무엇이 더 근사하고 아름답게 보일지에 대한 문제라 스태프와 수도 없이 논의했다. 우주 쓰레기를 버리는 위성인 ‘공장’이 파괴되는 장면은 100번 넘게 수정했다.”(조 감독) “감독님의 단편(‘남매의 집’·2008)도 그렇고 모든 영화에 가족 코드가 들어간다. 가족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아닌가. 워낙 조 감독님의 정서를 좋아해 신파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다만 솔직한 감상평, 다양한 반응은 최대한 수용하고 즐기려 한다. 그게 대중문화 예술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송중기)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후 한국 배우에 대한 관심도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 기생충에서 ‘기우’ 역으로 해외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최우식은 미국 영화 제작·배급사 ‘A24’가 만드는 로맨스 영화 ‘패스트 라이브스’에 캐스팅됐다. 캐나다에서 학창시절을 보내 영어가 유창한 최우식이 기생충 주역들 중 가장 먼저 할리우드 진출의 스타트를 끊었다. 영화는 어린 시절 한국에서 사랑에 빠졌던 두 사람이 각자의 삶을 살다가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A24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문라이트’의 제작·배급을 맡았던 영향력 있는 곳이다.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 작품들에도 한국 배우들이 다수 등장한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통해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전종서는 할리우드 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문’의 주연으로 촬영을 마쳤다. 마동석은 올해 개봉 예정인 마블의 신작 ‘이터널스’에서 히어로 ‘길가메시’ 역할을 맡았다. 할리우드에서는 아시아계 배우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커졌다. 아마존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제목 미정의 범죄물에 한국계 미국인 배우 대니얼 대 김과 랜들 박이 ‘투톱’ 주연을 맡았다. 미국 연예매체 데드라인은 “‘페어웰’ ‘기생충’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등 아시아계가 등장하는 작품의 성공 사례를 목격한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이 아시아인 또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주연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1987’의 장준환, ‘악녀’의 정병길, ‘하녀’의 임상수, ‘사냥의 시간’의 윤성현. 최근 1년 사이에 미국 할리우드 진출을 알린 감독들이다. 지난해 5월 장준환 감독의 장편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가 17년 만에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영화는 ‘강만식’(백윤식)이 외계인이라고 믿는 ‘병구’(신하균)가 강만식을 통해 지구를 구해줄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려 벌이는 소동극. 개봉 당시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상상력과 문제의식이 버무려진 ‘비운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드소마’를 연출한 아리 애스터 감독이 프로듀서를, 장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정병길 감독은 지난해 5월 미국 3대 에이전시 중 하나인 CAA와 계약을 체결했다. ‘악녀’로 2017년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후 ICM 파트너스 등 여러 할리우드 에이전시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온 정 감독이 본격적으로 할리우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 정 감독은 “여러 할리우드 드라마와 영화의 기획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드라마 중에서는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한국인 ‘갱단’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누아르도 준비 중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드’인데 주연이 전부 한국인”이라고 귀띔했다. ‘하녀’ ‘돈의 맛’을 만든 임상수 감독은 열매엔터테인먼트와 미국 제작사 ‘2W네트워크’가 제작하는 누아르 ‘소호의 죄’ 연출을 맡았다. 윤성현 감독도 할리우드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었다. 한국 감독들의 할리우드 진출 러시는 이들의 역량과 작품이 뛰어난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여기에 지난해 2월 9일 봉준호 감독(사진)의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에 오른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를 계기로 한국 창작자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영화계의 분석이다. 기존에는 국제영화제 수상 등을 통해 해외에서 꾸준히 인지도를 쌓은 감독들만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박찬욱 감독이 니콜 키드먼 주연의 ‘스토커’를 만들기까지는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올드보이’가 있었고, 김지운 감독이 할리우드 영화 ‘라스트 스탠드’를 만든 것도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으로 해외 팬덤을 구축했기에 가능했다. 이제는 이런 공식이 깨졌다.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가 변방에서 주류로 자리매김하면서 해외에 알려지지 않은 한국 감독들에게도 할리우드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본부 해외사업부장은 “기존에도 박찬욱, 이창동 감독 등이 해외 영화제 수상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그들의 영화는 마니아층에게만 소비됐다”면서 “기생충 이후 ‘시네필’이 아닌 일반인들도 기생충과 비슷한 한국 영화, 한국 감독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할리우드 제작사에서 기생충 이후 ‘한국 감독, 한국 작가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제안을 훨씬 적극적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기생충 이후 주요 외신들도 앞다퉈 한국 감독들과 그들의 재능에 주목했다. 미국 연예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포스트 봉준호’로 ‘곡성’의 나홍진,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 등을 소개했다. 영국 가디언은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후 “한국 영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정점을 찍었다”면서 ‘박하사탕’ ‘집으로’ 등 1990∼2000년대 한국 영화와 감독을 재조명했다.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할리우드의 흐름도 한국 창작자를 향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사람들이 세계 각국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 데다 아카데미상에 ‘백인들만의 오스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다룬 이야기를 필요로 하게 된 것. 중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페어웰’,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 가족을 그린 ‘미나리’에 쏟아지는 할리우드의 관심도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수요를 보여주는 사례다. 페어웰의 주인공인 한국계 여배우 아쿼피나(본명 노라 럼)는 지난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미나리는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59관왕에 올랐다. 기생충을 영어로 번역한 번역가이자 평론가 달시 파켓은 “할리우드에서 수년 전부터 다양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린북, 문라이트 등 흑인이 주연을 맡은 영화에 아카데미가 작품상을 수여했고, 배우상 후보에도 인종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진다.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영화 ‘뷰티풀 마인드’(2001년)에서 수학자 존 내시는 이리저리 걸어 다니는 비둘기 떼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러더니 기숙사 유리창 위에 온갖 수식들을 빼곡히 적는다. 규칙성이라곤 별로 보이지 않는 비둘기들의 행동패턴에서 수학적 원리를 찾아낸 것. 훗날 내시는 상대방의 선택에 의존하는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행동패턴을 예측할 수 있는 수학 모델(내시 균형)을 만들어 노벨 경제학상을 받게 된다. 이 책은 역학자이자 수학자인 저자가 감염병과 컴퓨터 바이러스, 가짜 뉴스, 금융위기, 폭력 사건 등 각종 사회 현상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전염’의 패턴을 수학으로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 의학자 로널드 로스는 모기 개체 수를 일정 수준 이하로 줄이면 완전히 박멸하지 않고도 말라리아를 종식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른바 ‘모기 정리(定理)’다. 로스는 이를 설명하면서 ‘R값(감염재생산지수)’ 개념을 도입했다. R값은 확진자 1명이 평균 몇 명을 추가로 감염시킬 수 있는지를 뜻한다. 로스는 모기 수를 줄이면 감염 기회를 줄여 전염병 확산세를 꺾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수학 모형을 이용한 말라리아 연구로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오늘날 R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뿐만 아니라 에이즈, 에볼라 등 모든 감염병 방역에서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등 방역당국 핵심 관계자들이 코로나19 브리핑에서 “R값을 1 이하로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발언을 이어가는 배경이다. 저자는 감염병의 확산 원리를 수학 모델로 분석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러 사회 현상에 숨어 있는 전염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연쇄 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데 천연두 퇴치 메커니즘을 활용한 미국 시카고 사례가 대표적이다. 천연두와 폭력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노출된 뒤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잠복기가 있다는 점이다. 이에 역학자들은 천연두 신규 확진자가 나타나면 감염된 사람이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가족이나 이웃 등도 백신을 맞게 하는 ‘포위 접종’ 방식을 썼다. 시카고시는 폭력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 사건 초반에 용의자의 주변 인물들을 집중 관리하는 일종의 포위 접종 방식을 채택했다. 천연두 확산을 막는 원리로 추가 폭력을 막은 셈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더 널리 더 빠르게 퍼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런데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사람은 대개 팔로어가 적은 이들이었다. 전파 기회가 많다기보다는 주목하고 공유할 확률이 높은 가짜 정보가 잘 퍼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해로운 콘텐츠와 맞서 싸우면 어떤 사람이 그 콘텐츠를 보지 못하도록 하는 직접적 효과와 함께 다른 사람에게 퍼뜨리지 못하는 간접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43)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제78회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면서 ‘오스카 레이스’에 청신호를 밝혔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 중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이후 아카데미 4관왕에 올랐던 쾌거를 미나리가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나리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각종 트로피를 쌓아 왔다. ‘미리 보는 아카데미상’으로 평가되는 ‘미국영화연구소(AFI) 어워즈’에서 10대 영화에 올랐다. 미국 4대 비평가협회상 중 하나인 전미비평가협회에서 각본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4일까지 받은 상만 무려 59개. 특히 주목을 받은 건 남편 ‘제이콥’(스티븐 연), 두 아이와 함께 미국으로 온 딸 ‘모니카’(한예리)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아칸소로 온 할머니 ‘순자’를 연기한 배우 윤여정이었다. 윤여정은 이 영화로 전미비평가협회와 LA비평가협회 등 20개 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을 휩쓸며 가장 강력한 여우조연상 후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후보에 들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 언론과 비평가들은 ‘이변’, ‘실수’ 등의 강한 표현을 쓰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앞서 지난 연말 골든글로브는 미나리를 작품상이 아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로만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뒤이어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까지 불발되자 골든글로브의 후보 선정 기준에 대해 ‘구시대적이고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을 좇는 이민자의 이야기로, 미국인 감독이 만들었고 미국에서 촬영한 미국 자본의 영화지만 골든글로브는 미나리를 외국어영화로 분류함으로써 체면을 구겼다”며 “배우들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에 들 자격이 있었지만 한 군데에도 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 연예매체 엔터테인먼트 투나이트는 “올해 골든글로브 후보 선정에 있어 가장 어처구니없는 누락(omission)은 윤여정을 여우조연상 후보에 넣지 않은 것”이라며 “이는 오스카에서 정정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이어질 오스카 레이스에서는 미나리가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작품상, 각본상 등 여러 분야의 후보로 지명될 것이란 기대감이 적지 않다. 올해 아카데미 후보 발표는 3월 15일, 시상식은 4월 25일이다. 골든글로브와 달리 아카데미는 대사가 영어가 아닌 영화에도 작품상을 수여한다. 모든 대사가 한국어인 기생충도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윤여정을 ‘가장 유력한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자’로 꼽았다. 미나리의 국내 배급을 담당하는 판씨네마는 “윤여정이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에서 더 주목하고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를 아카데미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들도 감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미나리는 미국 농촌에 정착하려는 이민자 가족이 겪는 어려움과 갈등,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남자의 야망 등 복합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미국인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다룬 영화 ‘미나리’(사진)가 제78회 골든글로브의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에 지명됐다. 그러나 유력한 여우조연상 후보로 거론되던 배우 윤여정은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는 3일(현지 시간) 골든글로브 후보작을 발표하면서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지목했다. 이 영화는 미국 자본을 들여 한국계 미국인인 리 아이삭 정 감독이 만들었으나, 골든글로브 측은 지난해 말 영어 비중이 낮다는 이유로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분류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2월 28일 열린다. 미나리는 덴마크의 ‘어너더 라운드’, 프랑스-과테말라 합작의 ‘라 로로나’, 이탈리아의 ‘라이프 어헤드’, 미국-프랑스 합작의 ‘투 오브 어스’ 등 다른 후보작들과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수상을 겨루게 됐다. 미나리는 다음 달 3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송중기, 김래원, 조승우, 신하균….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들을 이달 중 TV 드라마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신작 개봉이 지연되고 있는 극장가와 달리 방송국들은 새해 들어 ‘텐트폴’(tentpole·많은 제작비와 유명 배우 출연을 통해 큰 흥행을 기대하는 작품) 드라마들을 잇달아 편성하고 있는 것. 드라마 커뮤니티에선 “이게 정말 2월에 전부 방영되는 드라마들이 맞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2월 신작 드라마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남자 주인공들의 라인업이다. 그간 드라마에서 얼굴을 보기 힘들었거나 연기력을 인정받은 베테랑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 중 송중기가 주연을 맡은 tvN 주말 드라마 ‘빈센조’는 20일 처음 방영된다.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에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 까사노’(송중기)가 베테랑 독종 변호사와 함께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쓸어버리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군함도’(2017년)와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2019년) 이후 송중기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라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tvN에서 1일 방영을 시작한 월화 드라마 ‘루카: 더 비기닝’에서 주연을 맡은 김래원도 ‘흑기사’(2017∼2018년) 이후 3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했다. 루카는 특별한 능력 때문에 쫓기게 된 ‘지오’(김래원)가 유일하게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강력반 형사 ‘구름’과 함께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추격 액션극이다. JTBC 수목 드라마 ‘시지프스: the myth’에선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고 있는 존재를 밝혀내려는 천재 공학자 ‘한태술’을 조승우가 연기한다. 금토 드라마 ‘괴물’에선 신하균과 여진구가 각각 괴물스러운 모습을 숨기고 살아가는 파출소 경사와 엘리트 형사로 등장한다. 해당 작품 작가들도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흥행작을 내놓은 실력파로 꼽힌다. 빈센조 대본을 집필한 박재범 작가는 OCN ‘신의 퀴즈’ 시리즈를 비롯해 KBS ‘굿 닥터’ ‘김과장’, SBS ‘열혈사제’ 등을 잇달아 흥행시켜 팬 층이 두껍다. 자폐성 장애 일종인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의사가 이를 이겨내고 소아외과 의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굿 닥터는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리메이크돼 미국 방송사 ABC에서 시즌3까지 방영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시즌4가 제작 중이다. 루카: 더 비기닝의 극본을 쓴 천성일 작가 역시 믿고 보는 작가다. 천 작가는 866만 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기획 및 각본, 김하늘 강지환 주연의 ‘7급 공무원’ 각본을 맡았다. 시청률 30%대가 나온 KBS 드라마 ‘추노’ 각본을 담당하며 영화와 드라마 양쪽에서 실력을 입증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모아나’ 이후 13번째 디즈니 프린세스는 누구일까?” 디즈니 팬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질문이다. 백설공주(1937년) 이후 80여 년간 공고한 팬덤을 구축한 디즈니 공주 12명의 뒤를 이을 새로운 공주가 나왔다. 올 3월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주인공 ‘라야’다. 라야는 디즈니가 선보이는 첫 동남아시아 공주다. 영화는 라야가 분열된 상상의 섬 ‘쿠만드라’를 통합하기 위해 마지막 용 ‘시수’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렸다. 돈 홀 감독, 오스냇 슈러 PD, 아델 림 작가 등 제작진 6명을 최근 화상으로 만났다. 홀 감독은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 수상작 ‘빅 히어로 6’의 감독이다. 슈러 PD는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오른 ‘모아나’를 제작했다. 기존의 디즈니 공주들과 라야의 차이점을 묻자 슈러 PD는 ‘책임감’을 꼽았다. “라야를 공주로 정할지를 두고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를 공주로 정한 건 라야가 분열된 땅을 통합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인물이길 바랐기 때문이에요. 쿠만드라의 리더였던 아버지를 잃은 라야는 자신이 아버지 대신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통치자의 딸로서 갖는 책임감을 드러내기 위해 라야를 공주로 정했죠.” 라야와 친구들은 사원에 들어가기 전 신발을 벗는다. 신성한 장소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 동남아시아 문화를 반영했다. 식사 장면에서는 테이블 위에 음식을 놓는 위치까지 동남아시아 전통을 따랐다. “동남아시아 물의 신 ‘나가’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게 됐기에 동남아시아 문화를 제대로 반영하는 게 중요했어요. 라오스,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을 방문 조사했어요. 이후 언어학자, 건축가, 안무가, 음악가 등 동남아시아 전문가들로 구성된 ‘동남아시아 스토리 트러스트’를 꾸려 자문했습니다.”(슈러) 스토리 트러스트는 디즈니가 작품 배경이 되는 지역 출신 역사·인류학자, 언어학자를 비롯해 건축가, 안무가, 음악가, 식물학자 등으로 팀을 꾸려 자문하는 조직이다. 제작진이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신뢰’다. 사람들 사이의 배신으로 분열된 쿠만드라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필요한 건 신뢰라는 점에 모두 공감했다. “쿠만드라는 엄청난 생존의 위협이 도사리는 땅입니다. 이곳에서 캐릭터들이 서로를 믿는 방법을 배우는 게 영화의 핵심 메시지죠. 영화 제작 도중 팬데믹이 터져 현실세계에서 생존의 위협과 마주했고, 그로 인해 사람들 간 불신이 싹트는 걸 목격했어요. 영화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을 매 순간 실감했죠.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팬데믹 시대에 무엇이 필요한지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홀) 디즈니는 끊임없이 공주 캐릭터의 국적과 인종의 다양성을 추구해왔다.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자스민은 디즈니의 첫 비(非)백인 캐릭터였고, 뮬란은 중국인, 모아나는 폴리네시아인이었다. 각자의 고유한 이야기를 꺼내도록 직원들을 독려하는 디즈니의 문화가 바탕에 깔려 있다. “디즈니의 모든 이야기는 굉장히 개인적(personal)이에요. 개인적 이야기를 하도록 장려하는 분위기가 회사에 깔려 있는 덕이죠. 모아나 때도 한 직원이 ‘폴리네시아 문화가 흥미롭다’고 하자 ‘재밌겠다. 해보자’고 한목소리를 냈어요. 개인적인 이야기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생각해요.”(슈러)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 웹툰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미국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아르지(change.org)’에 올라온 한 청원이다. 해당 청원에는 31일 기준 총 17만9000여 명이 동의했다. ‘디즈니의 나라’ 미국에서 18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애니메이션화를 요구하고 있는 웹툰은 다름 아닌 한국 콘텐츠 기업 ‘디앤씨미디어’가 제작한 ‘나 혼자만 레벨업’이다. 몬스터를 잡는 헌터 ‘성진우’가 ‘퀘스트’(게임에서 유저가 실행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레벨이 상승하고, 약체에서 최강 전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이 웹툰이 영미권 웹툰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면서 해당 웹툰을 접한 사람들이 애니메이션 제작을 요청하고 있는 것. 미국뿐만 아니라 만화 강국인 일본과 유럽에서도 반응은 뜨겁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카카오재팬 만화 플랫폼 ‘픽코마’에서 서비스된 이후 하루 최대 100만 명이 봤고, 브라질과 독일에서는 단행본 출간 첫 주에 아마존 만화책 부문 판매 1위에 올랐다. 해외에서의 선풍적인 반응에 힘입어 디앤씨미디어는 나 혼자만 레벨업 웹툰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추진 중이다. 네이버도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신의 탑’과 ‘갓 오브 하이스쿨’ ‘노블레스’ 세 편을 연이어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해 선보였다. 세 웹툰은 각각 국내외 누적 조회수 45억 회, 38억 회, 46억 회를 기록한 네이버웹툰의 ‘슈퍼 지식재산권(IP)’이다. 세 작품 모두 네이버의 동영상 플랫폼인 ‘시리즈온’을 통해 국내 방영됐고, 미국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플랫폼 ‘크런치롤’을 통해 미국과 남미, 유럽 지역에서 서비스됐다. 네이버는 올해도 ‘유미의 세포들’ ‘연의 편지’ ‘나노리스트’ 세 편의 웹툰을 애니메이션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제작을 진행 중이다. 유미의 세포들과 연의 편지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나노리스트는 해외 플랫폼을 타깃으로 한 시리즈물로 내년 선보일 예정이다. ○ K웹툰 등에 업고 ‘뽀로로’ 넘는 K애니 그동안 국내 애니메이션은 타깃 연령층이 영·유아로 한정돼 있고, 완구로 수익을 내는 사업 모델이 수십 년간 지속됐다. 자연히 장르가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같은 영·유아 타깃의 교육물이나 로봇메카물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K웹툰’의 인기는 이런 애니메이션계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기존에는 웹툰 IP를 영화나 드라마로 실사화하는 게 대세였다. 이유는 단순하다. 애니메이션에 비해 영화나 드라마 시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K애니메이션의 사업성이 커지면서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드라마부터 로맨스 판타지, 액션, 무협 등 다양한 장르의 웹툰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타깃 연령층과 장르의 한계가 깨질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웹툰이 애니메이션화의 바람을 탄 건 K웹툰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다. 웹툰 원작의 팬층을 애니메이션으로 그대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시장이 큰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 한국 웹툰이 인기를 끌자 원작의 인기를 등에 업고 애니메이션도 해외에서 흥행을 노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희윤 네이버웹툰 IP비즈니스팀 리더는 “원작 팬은 만화에서 받은 느낌을 애니메이션에서 그대로 느끼길 바라기 때문에 웹툰을 얼마나 똑같이 재현했느냐가 애니메이션화 성공의 관건이다. 제대로 재현해 냈을 경우 웹툰 원작 팬이 곧 리메이크 애니메이션 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팬층 유입 효과가 크다”고 했다. 이어 “원작 그림체를 잘 살린 신의 탑과 갓 오브 하이스쿨, 노블레스도 원작 팬 유입 효과가 있었다. 세 애니메이션 모두 원작 웹툰 구독자 주 연령대인 10대 후반, 20∼30대가 가장 많이 시청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개봉한 극장용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도 원작 웹툰의 해외 인기가 실제 흥행으로도 이어진 사례다. 원작은 오성대 작가의 옴니버스 웹툰 ‘기기괴괴’ 중 ‘성형수편’이다. 기기괴괴는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에서 2015년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해외 시장에서의 흥행 가능성을 본 에스에스애니먼트가 2차 저작권을 확보해 애니메이션 제작을 추진했다. 9월 대만 개봉 당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테넷’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올해 일본에서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아직까지 일본, 미국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는 해외 시장의 편견을 뛰어넘는 데 있어서도 K웹툰의 인지도가 도움이 된다. 기기괴괴 성형수 연출을 담당한 에스에스애니먼트의 전병진 PD는 “한국 애니메이션은 해외에서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한국 개봉 전에 수입배급사가 시나리오와 감독, 제작사 등을 보고 작품을 사가는 ‘프리바이’가 거의 없다. 통상 한국에서 개봉한 뒤 관객 수, 반응 등을 본 뒤 수입배급을 결정한다”면서 “그런데 기기괴괴 성형수는 원작 IP의 인기가 워낙 높았던 덕분에 굉장히 드물게 대만, 홍콩, 일본 등 아시아권 국가들에서 프리바이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웹툰을 가장 원작과 가깝게 구현할 수 있는 장르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점도 웹툰의 애니메이션화를 촉진하는 요소다. 웹툰을 실사화할 경우 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라도 원작 캐릭터만이 갖는 고유한 매력을 그대로 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물이나 아포칼립스물은 실사화가 까다롭다는 장벽도 있다. 애니메이션은 실사에 비해 웹툰 안의 세계관을 더 쉽게 구현할 수 있기에 ‘높은 싱크로율’을 첫 번째 기준으로 삼는 원작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 적합하다.○ IP는 앞서가지만 인력난이 문제 현재 K웹툰을 둘러보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을 때 대박이 날 수 있는 ‘슈퍼 IP’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애니메이션은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 때문에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네이버처럼 자체 투자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콘텐츠 공룡’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형 제작사들은 우여곡절 끝에 인기 IP의 2차 저작권을 확보해도 투자가 막혀 제작이 지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기기괴괴 성형수 역시 투자처를 찾지 못해 2015년 3월 저작권 계약을 하고 5년이 지나서야 개봉을 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달고나엔터테인먼트의 김광회 부대표는 “제작 기간은 길어야 2년 정도다.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는 주기가 감독 또는 제작사마다 5∼10년에 달하는 이유는 제작비를 투자 받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다가 시간이 지연됐기 때문”이라며 “220만 관객을 모아 극장 개봉 한국 애니메이션 1위를 달성한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오성윤 감독조차 차기작 ‘언더독’이 개봉하기까지 투자 문제로 7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투자를 받지 못하면 제작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보장된 영·유아 타깃의 애니메이션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성인 타깃의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 배출되는 길이 막히는 것이다. 시장이 좁으니 돈이 돌지 않고, 노하우를 전수할 인력도 양성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웹툰·웹소설 업체 부장은 “국내 애니메이션의 제작 기술이 해외에 비해 낮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국내 제작사 대부분이 아동 애니메이션에 치중해 있기 때문에 성인 타깃 애니메이션을 기획하고 연출할 역량을 갖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일본에서 대히트를 친 ‘귀멸의 칼날’ 수준의 3D 드로잉과 컴퓨터그래픽 기술은 한국도 충분히 갖췄지만 귀멸의 칼날과 같은 기획과 연출을 할 수 있는 제작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지난해 10월 일본 개봉 후 2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아 일본 극장 흥행 수입 1위를 달성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개봉돼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현장에서는 K애니메이션을 제대로 키우려면 관련 인력의 역량을 키울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인기 있는 원천 IP를 제대로 살릴 만한 기획력과 연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 지금처럼 제작비 일부를 주는 형식적 지원을 뛰어넘어서 기획과 시나리오, 스토리보드를 짜는 프리 프로덕션부터 편집, 더빙 등의 포스트 프로덕션에 이르기까지 애니메이션 제작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병진 PD는 “현재 정부 등의 지원책은 제작비 일부 지원 형식이다.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창업투자회사 등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프로젝트가 엎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낼 수 있는 공공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설립을 통해 노하우를 쌓은 인력을 배출하는 데 힘써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김재희 문화부 기자 jetti@donga.com}

“‘모아나’ 이후 13번째 디즈니 프린세스는 누구일까?‘ 디즈니 팬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질문이다. 디즈니의 첫 공주인 백설공주부터 신데렐라, 오로라(잠 자는 숲속의 미녀), 에리얼(인어공주), 벨(미녀와 야수), 자스민, 포카혼타스, 뮬란, 티아나(공주와 개구리), 라푼젤, 메리다, 모아나까지. 백설공주가 나온 1937년 이래로 70여 년간 공고한 팬덤을 구축한 이들이기에 디즈니는 ’디즈니 프린세스‘라는 프랜차이즈를 만들었고, 새로운 공주가 탄생할 때마다 ’대관식‘을 열어 이들이 ’디즈니 프린세스‘가 됐음을 선포했다. 모아나 이후 5년 만에 디즈니 공주가 나왔다. 3월 개봉하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Raya and the last dragon)의 주인공 ’라야‘다. 라야는 디즈니가 선보이는 최초의 동남아시아 공주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쿠만드라‘ 섬이 사람들의 다툼으로 분열되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가 돌로 변하게 되자 라야가 아버지를 구하고 사람들을 통합하기 위해 쿠만드라에 남은 마지막 용 ’시수‘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렸다. 22일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만든 돈 홀 감독, 오스냇 슈러 PD, 작가 아델 림 등 6명의 제작진을 화상으로 만났다. 홀 감독은 ’빅 히어로 6‘(2014)로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슈러 PD는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 후보작이었던 모아나의 PD 출신이다. 디즈니는 새로운 공주를 선보일 때마다 기존의 공주에게 없었던 특징을 부여했다. 자스민은 처음으로 바지를 입었고, 에리얼은 인간이 아닌 생명체가 공주가 된 첫 사례였다. 기존 디즈니 공주들과 라야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슈러 PD는 ’책임감‘을 들었다. 외적인 모습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해나가려는 라야의 의지를 더 중요한 특징으로 꼽은 것. ”디즈니의 여성 주인공이라고 해서 모두 공주일 필요는 없기에 라야를 공주로 정할 지를 두고 내부에서도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녀를 공주로 정한 건 라야가 분열된 사람들을 통합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인물이길 바랐기 때문이에요. 라야는 쿠만드라의 리더였던 아버지를 잃은 상황에서 자신이 아버지 대신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죠. 통치자의 딸로서 갖는 책임감을 드러내기 위해 라야를 공주로 정했습니다.“ (오스냇 슈러)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19세에 미국으로 건너 온 림 작가는 동남아시아 여성들의 ’정신‘을 라야에 담았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는 강인한 여성 리더가 많은 곳이에요. 사회적 지위도 높은 편이고요. 이러한 동남아시아 여성들의 정신을 라야가 대변할 수 있길 바랐어요.“ (아델 림) 영화에서 라야와 그녀의 친구들은 사원에 들어가기 전 신발을 벗는다. 신성한 장소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 동남아시아 문화를 반영했다. 식사 장면에서는 테이블 위에 음식을 놓는 위치까지 동남아시아 전통을 따랐다. ”쿠만드라는 허구의 세계지만 동남아시아 물의 신 ’나가‘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게 됐기 때문에 동남아시아 문화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어요. 라오스,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싱가폴 등 동남아 국가들을 탐방했고, 그곳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유적지를 돌아보며 문화를 체득했죠. 언어학자, 건축가, 안무가 음악가 등 동남아시아 문화 전문가들로 구성된 ’동남아시아 스토리 트러스트‘(Southeast Asia Story Trust)를 구성해 이들로부터 동남아시아 문화를 관통하는 공통점을 배웠습니다.“ 스토리 트러스트는 디즈니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자문을 구하는 시스템이다. 모아나를 만들 때도 폴리네시아 지역 출신 전문가로 구성된 스토리 트러스트를 만들었다. 제작진이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신뢰‘다. 사람들 간 배신으로 분열된 쿠만드라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신뢰라는 점에 모두 공감했다. ”쿠만드라는 엄청난 생존의 위협이 도사리는 땅입니다. 이곳에서 캐릭터들이 서로를 믿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죠. 영화 제작 도중 팬데믹이 터져 현실세계에서 생존의 위협과 마주했고, 그로 인해 사람들 간 불신이 싹트는 걸 목격했어요. 영화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을 매 순간 실감했죠.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팬데믹 시대에 무엇이 필요한지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돈 홀) 디즈니는 끊임없이 공주 캐릭터의 인종과 국가의 다양성을 추구해왔다. 자스민은 디즈니의 첫 ’비(非) 백인‘ 캐릭터였고, 뮬란은 중국인, 모아나는 폴리네시아인이었다. 개인적인(Personal) 이야기를 꺼내도록 직원들을 독려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을 영화에 담아내고자 하는 회사의 문화가 바탕에 깔려있다. ”디즈니의 이야기들은 굉장히 개인적이에요. 개인적 이야기를 하도록 장려하는 분위기가 기본으로 깔려있기 때문이죠. 모아나 때도 한 직원이 ’폴리네시아의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고 하자 ’재밌겠다. 해보자‘고 한 목소리를 냈죠. 개인적인 이야기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생각해요“ (오스냇 슈러) ”디즈니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최대한 넓게 담아내려고 해요. 우리 영화가 인종과 국가를 넘나드는 다양한 그룹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늘 확인하죠.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진솔한 열망은 디즈니의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는 가치입니다.“ (돈 홀)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 웹툰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미국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 닷 오알지’(change.org)에 올라온 한 청원이다. 해당 청원에는 31일 기준 총 17만9000여 명이 동의했다. ‘디즈니의 나라’ 미국에서 18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애니메이션화를 요구하고 있는 웹툰은 다름 아닌 한국 콘텐츠 기업 ‘DMC미디어’가 제작한 ‘나 혼자만 레벨업’이다. 몬스터를 잡는 헌터 ‘성진우’가 ‘퀘스트’(게임에서 유저가 실행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레벨이 상승하고, 약체에서 최강 전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이 웹툰이 영미권 웹툰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면서 해당 웹툰을 접한 사람들이 애니메이션 제작을 요청하고 있는 것. 미국뿐만 아니라 만화 강국인 일본과 유럽에서도 반응은 뜨겁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카카오재팬 만화 플랫폼 ‘픽코마’에서 서비스된 이후 하루 최대 100만 명이 봤고, 브라질과 독일에서는 단행본 출간 첫 주에 아마존 만화책 부문 판매 1위에 올랐다. 해외에서의 선풍적인 반응에 힘입어 DMC미디어는 나 혼자만 레벨 업 웹툰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추진 중이다. 네이버도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신의 탑’과 ‘갓 오브 하이스쿨’ ‘노블레스’ 세 편을 연이어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해 선보였다. 세 작품은 각각 국내외 누적 조회수 45억 회, 38억 회, 46억 회를 기록한 네이버웹툰의 ‘슈퍼 지식재산권(IP)’이다. 세 작품 모두 네이버의 동영상 플랫폼인 ‘시리즈온’을 통해 국내 방영됐고, 미국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플랫폼 ‘크런치롤’을 통해 미국과 남미, 유럽지역에서 서비스됐다. 네이버는 올해도 ‘유미의 세포들’ ‘연의 편지’ ‘나노리스트’ 세 편의 웹툰을 애니메이션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제작을 진행 중이다. 유미의 세포들과 연의 편지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나노리스트는 해외 플랫폼을 타깃으로 한 시리즈물로 내년 선보일 예정이다. ●K 웹툰 등에 업고 ‘뽀로로’ 넘는 K 애니 그동안 국내 애니메이션은 타깃 연령층이 영·유아로 한정돼 있고, 완구로 수익을 내는 사업 모델이 수십 년 간 지속됐다. 자연히 장르가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같은 영·유아 타깃의 교육물이나 로봇메카물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K 웹툰’의 인기는 이런 애니메이션계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기존에는 웹툰 IP를 영화나 드라마로 실사화하는 게 대세였다. 이유는 단순하다. 애니메이션에 비해 영화나 드라마 시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K 애니메이션의 사업성이 커지면서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드라마부터 로맨스 판타지, 액션, 무협 등 다양한 장르의 웹툰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타깃 연령층과 장르의 한계가 깨질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웹툰이 애니메이션화의 바람을 탄 건 K 웹툰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다. 웹툰 원작의 팬층을 애니메이션으로 그대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시장이 큰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 한국 웹툰이 인기를 끌자 원작의 인기를 등에 업고 애니메이션도 해외에서 흥행을 노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희윤 네이버웹툰 IP비즈니스팀 리더는 “원작 팬은 만화에서 받은 느낌을 애니메이션에서 그대로 느끼길 바라기 때문에 웹툰을 얼마나 똑같이 재현했느냐가 애니메이션화 성공의 관건이다. 제대로 재현해냈을 경우 웹툰 원작 팬이 곧 리메이크 애니메이션 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팬층 유입 효과가 크다”고 했다. 이어 “원작 그림체를 잘 살린 신의 탑과 갓 오브 하이스쿨, 노블레스도 원작 팬 유입효과가 있었다. 세 애니메이션 모두 원작 웹툰 구독자 주 연령대인 10대 후반, 20~30대가 가장 많이 시청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개봉한 극장용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도 원작 웹툰의 해외 인기가 실제 흥행으로도 이어진 사례다. 원작은 오성대 작가의 옴니버스 웹툰 ‘기기괴괴’ 중 ‘성형수편’이다. 기기괴괴는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에서 2015년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해외 시장에서의 흥행 가능성을 본 에스에스애니먼트가 2차 저작권을 확보해 애니메이션 제작을 추진했다. 9월 대만 개봉 당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올해 일본에서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아직까지 일본, 미국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는 해외 시장의 편견을 뛰어넘는데 있어서도 K 웹툰의 인지도가 도움이 된다. 기기괴괴 성형수 연출을 담당한 에스에스애니먼트의 전병진 PD는 “한국 애니메이션은 해외에서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한국 개봉 전에 수입배급사가 시나리오와 감독, 제작사 등을 보고 작품을 사가는 ‘프리바이’가 거의 없다. 통상 한국에서 개봉한 뒤 관객 수, 반응 등을 본 뒤 수입배급을 결정한다”면서 “그런데 기기괴괴 성형수는 원작 IP의 인기가 워낙 높았던 덕분에 굉장히 드물게 대만, 홍콩, 일본 등 아시아권 국가들에서 프리바이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웹툰을 가장 원작과 가깝게 구현할 수 있는 장르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점도 웹툰의 애니메이션화를 촉진하는 요소다. 웹툰을 실사화할 경우 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라도 원작 캐릭터만이 갖는 고유한 매력을 그대로 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물이나 아포칼립스물은 실사화가 까다롭다는 장벽도 있다. 애니메이션은 실사에 비해 웹툰 안의 세계관을 더 쉽게 구현할 수 있기에 ‘높은 싱크로율’을 첫 번째 기준으로 삼는 원작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 적합하다. 이희윤 리더는 “각 웹툰 IP마다 최적화된 장르가 존재한다. 명확한 기승전결이 있고 실사화하기에 부담이 없는 설정인지가 영화나 드라마화의 중요한 기준이라면, 애니메이션은 캐릭터의 ‘엣지’(edge), 즉 그 캐릭터만이 갖는 매력이 가장 중요하다. 캐릭터 설정 하나하나가 매력적인 노블리스나 갓 오브 하이스쿨이 애니메이션에 가장 적합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유미의 세포들 역시 주인공 유미가 왜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유미 머릿속의 세포들의 관점에서 보여준다. 이 이야기를 100% 살릴 수 있는 최적화된 장르는 애니메이션”이라고 말했다. ●IP는 앞서가지만 인력난이 문제 현재 K 웹툰을 둘러보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을 때 대박이 날 수 있는 ‘슈퍼 IP’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애니메이션은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 때문에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네이버처럼 자체 투자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콘텐츠 공룡’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형 제작사들은 우여곡절 끝에 인기 IP의 2차 저작권을 확보해도 투자가 막혀 제작이 지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기기괴괴 성형수 역시 투자처를 찾지 못해 2015년 3월 저작권 계약을 하고 5년이 지나서야 개봉을 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달고나엔터테인먼트의 김광회 부대표는 “제작 기간은 길어야 2년 정도다.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는 주기가 감독 또는 제작사마다 5~10년에 달하는 이유는 제작비를 투자 받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다가 시간이 지연됐기 때문”이라며 “220만 관객을 모아 극장 개봉 한국 애니메이션 1위를 달성한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오성윤 감독조차 차기작 ‘언더독’이 개봉하기까지 투자 문제로 7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투자를 받지 못하면 제작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보장된 영·유아 타깃의 애니메이션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성인 타깃의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 배출되는 길이 막히는 것이다. 시장이 좁으니 돈이 돌지 않고, 노하우를 전수할 인력도 양성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웹툰·웹소설 업체 부장은 “국내 애니메이션의 제작 기술이 해외에 비해 낮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국내 제작사 대부분 아동 애니메이션에 치중해 있기 때문에 성인 타깃 애니메이션을 기획하고 연출할 역량을 갖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일본에서 대히트를 친 ‘귀멸의 칼날’ 수준의 3D 드로잉과 컴퓨터그래픽 기술은 한국도 충분히 갖췄지만 귀멸의 칼날과 같은 기획과 연출을 할 수 있는 제작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지난해 10월 일본 개봉 후 2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아 일본 극장 흥행 수입 1위를 달성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개봉돼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현장에서는 K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키우려면 관련 인력의 역량을 키울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인기 있는 원천 IP를 제대로 살릴 만한 기획력과 연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 지금처럼 제작비 일부를 주는 형식적 지원을 뛰어넘어서 기획과 시나리오, 스토리보드를 짜는 프리 프로덕션부터 편집, 더빙 등의 포스트 프로덕션에 이르기까지 애니메이션 제작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병진 PD는 “현재 정부 등의 지원책은 제작비 일부 지원 형식이다.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창업투자회사 등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프로젝트가 엎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낼 수 있는 공공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설립을 통해 노하우를 쌓은 인력을 배출하는데 힘써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세계적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를 올해 선보인다는 소식은 팬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그가 ‘셰이프 오브 워터’ 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인 데다 젊은 망나니 사기꾼이 정신과 의사와 한 팀을 이뤄 사람들로부터 돈을 뜯어낸다는 시놉시스가 관심을 끌었다. 앞서 그는 ‘셰이프 오브 워터’와 ‘판의 미로’로 각각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신작 영화가 동명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국내 영화 팬은 적다. 영국 가디언지가 ‘세상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10권의 소설책’ 중 하나로 이 책을 선정할 정도로 작품성에 비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저자가 29세 때 스페인 내전에서 만난 전직 순회 공연단원으로부터 술을 얻기 위해 닭과 뱀의 대가리를 물어뜯은 알코올의존증 환자 이야기를 듣고 썼다는 이 책은 출간된 지 75년이 지난 뒤에야 영화화와 더불어 주목받게 됐다. 소설은 1940년대 카니발 유랑극단에 발을 들인 주인공 ‘스탠턴 칼라일’의 성공과 몰락을 그렸다. 칼라일은 유랑 도중 만난 ‘지나’로부터 독심술을 배워 큰 무대에 오르게 된다. 그는 영매를 통해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는 심령주의 교회를 만들어 두려움과 죄책감을 가진 부자들을 갈취한다. 돈 뺏는 일에 중독돼 심신이 황폐해진 그는 여성 심리학자 ‘릴리스 리터’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지만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파멸에 이른다. 이를 단순히 ‘독심술로 돈을 버는 사기꾼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는 건 소설이 담은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때문이다. 상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면 누구든 조종할 수 있고, 공포는 인간 본성으로 이어지는 열쇠라는 사실을 이용해 돈을 버는 칼라일을 통해 인간이 병과 빈곤, 실패의 공포 앞에서 얼마나 나약해지는지를 생생히 보여 준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