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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최전방에서 만들어진 가장 하찮은 존재들로 잡스러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것이 내가 말하는 미의 언어다.” 이 같은 철학을 가진 작가 최정화(53)가 11일∼다음 달 1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박여숙화랑에서 개인전 ‘타타타:여여하다’를 연다.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뚜껑과 소쿠리, 고무장갑을 활용해 대량생산과 소비문화라는 묵직한 주제를 유쾌하게 다뤄온 작가다. 이번엔 나무 돌 유리 철 같은 자연 재료도 썼다. 최정화식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이 이우환 ‘관계항’의 ‘짝퉁’ 같은 ‘관계한’(사진)이다. 술병 파편을 눈깔사탕처럼 뭉쳐 통나무 판에 얹어놓은 작품이다. ‘타타타(tathata)’는 산스크리트어로 ‘여여(如如)하다’ 즉, ‘그러하니 그러하다’라는 뜻. 02-549-7575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시가총액 2조~3조원짜리 글로벌 회사를 만들려면 SM, YG 시스템으론 안 됩니다. 1년에 열 장 남짓의 앨범만 제작해서는 힘듭니다. 여러 음악 장르별로 각각 특화된 레이블(산하 음반사)을 여럿 두고, 국내외에 노래를 만들어 팔 수 있도록 전방위 작곡가를 키우는 퍼블리싱 자회사도 둬야하죠."음악 프로듀서 박진영(42)이 가수 데뷔 20년을 맞았다. 1994년 1집 '블루 시티'로 가요계에 나타난 그는 신선했다. '날 떠나지마'를 부르며 격렬한 춤을 추다 이내 피아노 건반을 더듬으며 '너의 뒤에서'를 애잔하게 불렀다. 노래, 춤, 작곡, 몸매 다 되는 솔로 남자 가수의 등장이었다.박진영은 여기 만족하지 않았다. god의 작곡가, 프로듀서로 90년대를 호령했고, 대형 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를 차려 비, 원더걸스, 2PM, 미쓰에이 같은 아이돌 스타를 배출했다. 20년간 508곡을 작곡해 42곡을 가요 차트 1위에 올려놓았다. 매년 '저작권 수입 1위 작곡가'로 회자된다.4일 밤 서울 강남구 논현로의 카페에서 만난 박진영은 "JYP를 박진영의 회사로 만들고 싶지 않아졌다. 회사 체질 개선에 3년을 더 매달릴 계획"이라고 했다."스티브 잡스(1955~2011)가 별세하고 애플의 위상이 급락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제2, 제3의 박진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JYP퍼블리싱'을 설립해 현재 작곡가 30명을 관리하고 있어요. 그들의 곡이 SM, YG에도 팔리죠. 해외 대형 음반사처럼 R&B, 솔, 힙합의 다양한 하부 장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레이블 체제를 만들 작정이에요." JYP퍼블리싱의 작곡가 30인 중엔 원더걸스 멤버 예은도 있다. 박진영은 "그들에게 음악 프로듀서로서 내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고 했다. "따져보니까 20년간 제 곡이 차트 1위를 하지 않은 해가 없었어요. 데이비드 포스터, 베이비페이스, 김형석 같은 제 우상도 못 이룬 일을 제가 했다니 믿기지 않아요. 감사할 뿐이죠."헐렁한 연노랑 긴팔 라운드 티에 칠푼 바지 차림을 한 이 금발 프로듀서는 "내년에 제 새 앨범도 낼 건데 전곡 가사가 야하게 만들어져 큰일"이라며 호들갑도 떨었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게 좀 줄어들 줄 알았더니 왜…'라고 물었더니 박진영이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신혼이잖아요!" 그는 지난달 재혼했다.박진영은 원더걸스를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갔던 몇 년 전 고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총 네 팀을 현지 대형 음반사에서 '빵빵빵' 터뜨릴 계획이었는데, 2008년 리먼 사태 터지면서 전부 물거품 됐죠. 미련은 없어요. 미국 음반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걸 소유한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의 장점은 뭔지를 읽어낼 수 있었거든요."박진영은 8일 오후 6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홀에서 20주년 공연을 연다. 그는 삼성전자 '밀크뮤직'에서 모든 선곡을 책임지는 총괄 큐레이터도 맡기로 했다.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방송 프로그램의 심의 과정에 시청자들이 참여하는 시청자 배심원제 도입이 추진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는 4일 ‘제3기 위원회 비전 및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사회적 논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이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BS의 문창극 총리 후보자 강연 왜곡 보도 논란과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심의할 때 이례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현재 자문 역할을 하는 특별위원회와의 역할 중복 여부 등을 검토한 뒤 내년 시범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위원회는 또 노골적인 간접광고나 막말 및 선정적 방송에 대해 심의를 강화하고, 심의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방송사에는 방송법 100조 3항에 따라 1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통신심의와 관련해 위원회는 △피해 상담과 법률자문 서비스부터 심의신청과 분쟁조정 신청까지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원스톱 인터넷 피해구제센터’를 정식 직제화하고 △인터넷 음란물에 대처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내년 1분기(1∼3월) 안에 음란물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서도호 작가의 푸른 집 대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항구가 들어섰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가장 높은 전시실 ‘서울박스’의 전시물을 지난해 11월 개관 후 처음으로 바꾸었다. 첫 전시작인 서 작가의 ‘집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속의 집’ 대신 들어선 작품은 아르헨티나 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41)의 ‘대척점의 항구(Port of Reflections)’. 가로세로 각 23m, 높이 17m인 대형 공간에 경쾌한 색감의 배 6척이 따뜻한 가로등 조명을 받으며 조용히 닻을 내린 항구의 모습을 표현한 설치 작품이다.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지구의 정반대편, 즉 대척점에 위치해 있어요. 두 문화권의 소통을 위해 상호 연결을 상징하는 배와 항구를 끌어들였죠.” 전시를 하루 앞두고 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에를리치는 “후원사가 한진해운이어서 배를 오브제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웃으며 “아니다”라고 했다. 에를리치는 관객들의 착시 현상을 이용한 설치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번 작품도 배와 가로등이 수면 위에 고스란히 비친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단단하다고 믿는) 현실 자체도 가변적이잖아요. 같은 현실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고요. 관객을 진짜 속일 의도는 없습니다.” ‘대척점의 항구’를 감상하는 지점은 모두 3곳이다. 지상 1층에선 ‘물 위’의 항구가 보인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검은 ‘물 속’에 들어간 듯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배들을 올려다볼 수 있다. 해가 진 다음이라면 전시장 밖에서 유리로 된 서울박스를 들여다보자. 서울 한복판에서 뜬금없어 비현실적인 항구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9월 13일까지.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조경 용어인 ‘정원(庭園)’은 ‘원림(園林)’이라 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동북아시아 조경 전문가인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62·사진)은 국립문화재연구소 의뢰로 최근 마무리한 연구서 ‘명승지정 기준 내 경승지 개념 확립을 위한 기초연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원림’은 중국에서 유래된 용어로 ‘놀고 휴식하는 장소’였으나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정원’과 같은 뜻인 ‘동산의 뜰’, 다시 말해 집 안팎의 조경을 뜻하는 단어로 쓰였다. 지금은 ‘원림’보다 ‘정원’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지만 옛 문헌에 많이 나오는 용어는 ‘원림’이다. 조선왕조실록 효종편에 ‘새로 원림을 만들어 진귀한 새와 짐승을…’, 다산 시문집에 ‘살구나무 원림에서 술이나 늘 마시고…’ 등 ‘원림’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반면 ‘정원’은 ‘삼국사기’나 ‘고려사’ 같은 이른 시기의 문헌에는 보이지 않고, 약 16세기 문헌에서부터 간헐적으로 보이지만 그 용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일제강점기부터 ‘정원’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됐다”며 “경치가 빼어난 경승지의 중심 개념인 전통 조경을 지칭할 땐 ‘전통정원’이 아니라 ‘전통원림’이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도서관은 시장이다. 유럽의 잘나가는 공공 도서관을 둘러본 저자들이 전하는 요즘 도서관 동향은 놀랍다. 도서관은 조용히 책 보거나 시험 공부 하는 곳 아니던가. 사다리가 필요할 만큼 세상의 모든 책을 높게 쌓아올려 주눅 들게 하는 도서관. 선진국들은 도서 대출 빈도와 방문자 수가 줄어들자 이런 구닥다리 도서관으로는 안 되겠다며 연구 끝에 결론 내렸다. 도서관은 침묵이 지배하는 ‘지식의 신전’이 아니라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며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지식의 시장’이어야 한다고. 슈퍼 마켓처럼 편하게 드나들며 이것저것 둘러볼 수 있는 ‘슈퍼’ 라이브러리가 돼야 한다고. 네덜란드 델프트 시의 ‘디오케이(DOK) 중앙도서관’을 보면 슈퍼 라이브러리가 기존 도서관과 어떻게 다른지 감 잡을 수 있다. DOK는 외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작은 도시를 이룬다. 주상복합건물과 연결되고, 자전거 주차장과 카페, 상가,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다. 도서관엔 갤러리도 있고, 예술품을 대여해주며, 만화방에 비디오 게임공간까지 있고, 때론 디스코센터로 활용된다. 지역 사회의 구심점이 돼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슈퍼 도서관 얘기는, 도시 재생이 화두인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에 좋은 참고자료가 될 듯하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기울어진 집. 경기 가평군 청평면 대성리에 총면적 127m² 크기로 들어선 수헌정(樹軒亭)은 고심해서 지은 택호보다는 ‘기울어진 집(leaning house)’으로 불린다. 집 몸체가 남쪽 능선을 향해 고개를 드는 모양새로 19도 각도로 기울어 있기 때문이다. 건축주는 퇴임한 임창복 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68)이고, 설계자는 그의 아들로 미국 보스턴에서 설계사무소 PRAUD를 운영하는 건축가 임동우 대표(37)다. “왜 기울여 지었느냐고요? 한국의 전통 주택처럼 거실과 침실, 서재가 단절되지 않고 유기적인 관계를 맺었으면 했어요. 아파트와 달리 전통 주택에선 마루와 방이 구분이 되기는 하지만 동시에 서로에게 열려 있거든요. 위치상 집이 동향으로 청평호를 바라보도록 돼 있는데 남쪽 면을 들어올린 덕분에 침실과 테라스 공간이 남쪽의 햇빛을 더욱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됐죠.”(임 대표) 19도는 일부러 쳐다보지 않아도 시야에 들어오는 안각의 최대치라고 한다. 수헌정은 침실-서재-거실 순으로 배치돼 있는데 침실 쪽을 위로 살짝 들어올림으로써 1층의 거실과 중간층의 서재, 2층 침실이 역동적인 하나의 열린 공간이 됐다. 들어올려진 부분에 끼워 넣은 유리상자(응접실)가 기다란 상자 모양의 집을 지탱해 내부엔 별도의 구조체가 없다. 수헌정은 차가운 금속 재질인 징크와 브라질산 이페 나무가 대조를 이루면서 현대와 전통의 아우름을 시도한다. 디자인은 현대적이지만 동쪽과 남쪽으로 낸 대청마루는 전통 가옥처럼 주변 잣나무 숲과 호수를 감상하기에 넉넉하다. 집 곳곳에 뚫어놓은 작고 긴 창으로는 다양한 눈높이에서 경관이 그림처럼 들어온다. 경치가 좋아 작은 창이 야속하다. “추사 김정희가 소창다명 사아구좌(小窓多明 使我久坐)라고 했어요. 작지만 많은 빛을 받을 수 있는 창문이 오래 앉아 있게 한다는 뜻이죠.”(임 전 교수) 수헌정은 은퇴자를 위한 전원주택도, 주말주택도 아닌 주거와 작업을 겸하는 홈 오피스다. 부부 교수인 건축주에겐 프로젝트나 세미나를 위한 작업 공간이 필요했다. 택호를 수헌‘재(齋)’가 아닌 수헌‘정(亭)’으로 지은 이유도 마을 음악회나 시 낭송회 같은 공적인 쓰임새를 갖췄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임 대표는 “전문가 직종이 많이 생겨나고 재택근무가 늘고 있어 수헌정 같은 홈 오피스 개념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건축계에선 최악의 건축주는 건축가라는 말이 있다. 더구나 그 건축주가 아버지라면? “집 짓다 원수 된다더니, 1년 반 동안 설계하면서 아내가 중재하지 않았으면 아들과 원수 될 뻔했어요. 또 설계를 맡길 기회는 아마….”(임 전 교수) “건축주와 건축 역사, 건축 이론까지 들먹여가며 논쟁하기는 처음입니다. 저보다 이론적으로 훨씬 방대한 지식을 갖고 계셔서 힘들었어요. 하지만 또다시 설계를 맡기신다면 전 언제든 좋습니다.”(임 대표)가평=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마르기 전 규칙, 투명하게 짙은, 스타카토 블랙.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권경환(37) 류장복(57) 진시우(39) 작가의 개인전 제목이다. 작가들을 한데 묶어주는 인연도,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도 없지만, 셋 모두 일상에서 발견한 시어(詩語) 같은 이미지로 조용하게 말을 걸어온다. 규칙이 굳어지기 전에 의심해본 적 있어? 창 밖 풍경을 느긋하게 내다본 적 있니? 눈을 깜박하는 순간 무슨 색이 보여? 31일 오후 5시(류), 11월 8일 오후 2시(권), 11월 14일 오후 5시(진) 작가의 강연회가 열린다. 12월 7일까지. 02-2020-2050틀에 박힌 생각을 무력화○ 마르기 전 규칙 권 작가는 규칙이 굳기 전의 상태를 설치와 조각으로 표현했다. “일상에서 발견된 규칙의 억압성을 들추어내고 관객의 틀에 박힌 생각들을 무력화하기 위한” 작업이다. ‘의자에 앉는 방법’은 철제 의자 네 개를 나란히 배열한 작품이다. 의자 앞엔 “당신의 가능성을 믿어야” “낙심하지 말고 끝까지” 같은 문구가 적힌 종이가 놓여 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성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적은 것이다. 의자는 앉자마자 부서질 듯 불편해 보인다. ‘5초에서 8초’는 결혼식 주례사에 나오는 상투적 단어들을 벽에 도드라지게 붙여놓아 관객이 손이나 얼굴을 대고 잠시 누르면 낙인처럼 단어가 새겨지는 작품이다. ‘영광’을 새기려면 사다리를 딛고 올라야 하고, ‘행복’은 몸을 잔뜩 숙여 납작 엎드려야 한다. 전시장 안쪽 시멘트 위엔 묘한 발자국이 움푹 파여 있다. 작가가 해안선의 군부대에 근무하면서 아침마다 바다에서 올라온 (적들의) 발자국을 확인하던 기억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 발자국은 한 사람의 것일까? 아님 두 사람? 세 사람?일상의 평온을 깬 이미지○ 투명하게 짙은 그림 일기장을 들춰보는 듯하다. 강원 철암 탄광촌, 서울 성미산과 한남동 등을 순례하며 사생을 바탕으로 힘 있는 그림을 그려온 류 작가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지난해와 올 여름 일기 쓰듯 창 밖 풍경 25점을 그렸다. 일기를 날짜순으로 적듯 띠 모양으로 정렬한 풍경화 사이사이 “일상의 평온을 째고 들어온 이미지들”을 흑백으로 걸어놓았다. 뱃머리를 바닷속에 처박은 세월호, 폭격으로 검은 연기를 내뿜는 중동의 가자 지구, 그리고 엉뚱하게도 청와대의 보도 개입설을 제기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얼굴이 있다. 제목은 ‘언론인’. 사생을 중시하는 작가에게 태블릿PC는 축복이다.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디지털 드로잉을 하고 아날로그 유화로 옮겨 그리는 작업을 반복했다. 전시장 동선의 마지막엔 마침표 찍듯 유화와 목탄으로 휘갈겨 쓴 글을 한데 걸어두었다. “감각하는 그림과 해석하는 글은 한 몸”이라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그냥 보이는게 다가 아냐○ 스타카토 블랙 어느 날 방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작가. 엎드려 보니 바닥 장판이 울어서 생긴 울퉁불퉁한 표면이 과장되게 산처럼 커보였다. 그래서 나온 작품이 ‘고꾸라져 머리를 바닥에 찧고 나서야 산 넘어 산이라는 것을 알았다’이다. 3인의 미술가집단 ‘옥인콜렉티브’를 통해 ‘옥인아파트 프로젝트’ 같은 사회성 짙은 작품을 해온 진 작가. 이번에는 일상의 재료에 사적인 경험담을 담았다. ‘스타카토 블랙’이란 눈을 깜빡일 때 보이는 검은색을 뜻한다. 매 순간 색깔이 달라진다. 가장 흥미로운 작품은 ‘singing a tin pail(양동이 노래하기)’. 천장에 거꾸로 매달아놓은 양동이에서 웅얼거리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데 가까이 가면 뚝 그친다. 양동이를 쓰고 연습해야 할 만큼 지독한 음치, 흥얼거리다 누군가가 다가오면 뚝 그치던 작가의 경험담에서 나왔다. “노래를 못하면 장가를 못 가요 아 미운 사람”으로 시작되는 노랫말을 적어 따로 전시했는데 장난삼아 부른 노랫말의 마지막 부분이 섬뜩해 멈칫하게 된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흑백으로 나누어 염색한 뒤 곧추 세운 머리, 형광색 의상, 눈두덩에 과장되게 그려 넣은 속눈썹, 그리고 반짝이로 장식한 이마의 혹 두 개. ‘몸으로 예술 하는’ 작가다웠다. 프랑스의 신체행위예술가 오를랑(ORLAN·67)이 시선을 확 잡아당기는 차림으로 10일 오후 개인전 ‘마스크, 경극 가면 디자인과 증강현실’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평창30길 갤러리 세줄을 찾았다. 2001년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 갖는 개인전이다(다음 달 18일까지). 14일 오후 2시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특별 강연도 한다. 》 오를랑은 1990년대 ‘성형수술’ 퍼포먼스로 미술계를 뒤집어놓은 인물이다. 비너스의 턱(보티첼리), 모나리자의 이마(레오나르도 다빈치), 프시케의 코(장레옹 제롬), 에우로페의 입술(프랑수아 부셰), 디아나의 눈(16세기 프랑스 퐁텐블로 화파)처럼 얼굴을 고치려고 1990∼1995년 9번 성형수술을 했는데, 그 장면을 사진과 비디오로 촬영해 발표하고 일부는 위성으로 생중계했다. 서구 남성들의 입맛대로 정해놓은 아름다움의 개념에 도전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자기 몸에 서구 미술사를 다시 썼다” “자신의 피와 살을 예술의 제단에 바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개인전에선 중국의 경극 배우로 분장한 작품들을 내놓았다. 디지털 합성 기술을 이용해 남미나 아프리카 원주민 등 비서구 지역의 사람처럼 자기 얼굴을 ‘리모델링’하는 사진작품 ‘자기 교배(Self-Hybridization)’ 시리즈의 일부다. ―아날로그 수술이 아닌 ‘디지털 수술’이라 고생을 덜했겠다. “고통 없이 내 몸을 조각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할 수 있어 신난다. 주제 의식은 성형 퍼포먼스 때와 같다. 사회나 정치적 압력에 의해 변화한 몸에 관심이 있다.” ―중국의 경극 시리즈는 커가는 중국 시장을 의식한 것인가. “오래전부터 경극에 관심이 많았다. 경극에선 여자 배역도 남자가 한다. 여자에게 금지된 영역에 도전했다는 것, 이미지의 틀을 깨고 나온다는 것이 이번 작업의 핵심이다.” 경극 시리즈는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작품의 이미지를 스캔 하면 증강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 증강현실 속에서 오를랑은 액자에서 빠져나와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마스크를 벗는다. ―다양한 마스크를 쓰고 벗는 것이 의미심장해 보인다. 다중 정체성은 디지털시대의 아바타 문화가 제기한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다. “정체성이란 고정불변이 아니라 유목적이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내 작업은 주어진 것, 타고난 것들에 맞서는 투쟁이다. DNA는 나의 라이벌이다.” 이번 전시에는 비디오 설치 작품도 있다. 피부가 벗겨진 작가의 이미지가 온몸으로 바닥의 치수를 재고, 자유의 여신상 포즈를 취하는 내용이다. ―작품을 보면 ‘나는 자유롭다. 내가 세상의 척도다’라고 선언하는 것 같다. “예술가의 초상을 표현한 것이다. 껍질이 벗겨져 신경이 곤두선 상태, 그리고 자유로운 존재.” ―예전에 TV 프로그램에서 가수 마돈나에게 “내 소프트웨어”라며 성형수술 후 남은 신체 일부를 건네는 장면이 나와 시끄러웠다. 귀스타브 쿠르베가 여자 생식기를 그린 ‘세상의 기원’을 패러디해 남자 생식기를 드러낸 ‘전쟁의 기원’이란 작품도 내놓았다. 하는 일마다 논쟁적이다. “프랑스 시인 르네 샤르의 시 구절은 내 좌우명이다. 이런 내용이다. ‘세상을 교란시키려 오지 않은 자는 존중할 필요도, 인내심을 가지고 대할 필요도 없다. 행복을 붙들고 위험을 무릅써라.’”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전남 진도에는 4대에 걸쳐 한국화가 5인을 키워낸 화실이 있다. 국가지정 명승 제80호 운림산방(雲林山房)이다. 조선후기 남종화의 거두인 소치 허련(小癡 許鍊·1808∼1893)에서 시작해 2대인 미산 허형(米山 許灐·1861∼1938), 3대인 남농 허건(南農 許楗·1908∼1987)과 임인 허림(林人 許林·1917∼1942), 4대 임전 허문(林田 許文·73)이 대를 이어 일궈온 화맥을 담은 곳이다. 소치 가문의 4대 5인의 그림을 한데 모은 ‘운림산방 4대전’이 8∼2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9길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4대인 임전의 회고전 ‘붓질오십년’을 겸해 열리는 전시다. 운림산방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하기 위한 홍보전이기도 하다. “소치의 고손자이자 제 조카인 4명도 한국화를 하고 있으니 5대 9인입니다. 얘들은 아직 그림이 어려 이번 전시에선 제외했어요. 5대째 화맥을 이어가는 집안은 허소치 일가밖에 없을 것이오.” 7일 만난 허 화백의 사투리엔 뿌리에 대한 자긍심이 배어 있었다. ‘그림이 어려’ 제외된 4명 중엔 남농의 손자인 허진 전남대 미대 교수(52)도 있다. 허 화백은 200년 넘게 이어져 내려온 가문의 이야기를 2시간 동안 ‘간략하게’ 들려줬는데, 소치가의 당당한 예맥은 가난이라는 땅에 그림 재주가 씨처럼 뿌려져 자라난 것이었다. 남도의 외딴섬에서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렵게 자란 소치는 ‘스스로 일깨운 그림 재주’로 “압록강 이동엔 소치만 한 그림이 없다”는 찬사를 받으며 남종화의 거봉이 됐다. 붓에 먹을 조금만 찍는 ‘갈필법(渴筆法)’의 원조로 이 화법은 소치 가문을 남도 화단의 중심에 올려놓게 된다. 2대 미산은 운림산방에서 농사일로 어렵게 가세를 꾸려가며 24세의 늦은 나이에 그림 공부를 시작했고, 화맥의 뿌리를 목포로 옮겨 내렸다. 집안에선 소치와 남농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한다. 3대 남농 역시 한겨울 냉방에서 지내다 동상에 걸려 한쪽 다리를 잘라낼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결국 그는 갈필산수로 독특한 화풍을 일궈내 임전의 표현에 따르면 ‘화가 재벌’이 됐다. 대한민국문화훈장을 받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4대 임전도 어린 시절엔 “그림 그리면 밥 굶는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부친이 일찍 돌아가셔서 백부(남농) 댁에서 8남매와 함께 자랐소. 어깨너머로 익힌 것을 눈대중으로 조잡한 그림들을 그려 숨겨 놓았는데 그걸 백부께 들켰지요. ‘썩을 놈, 그림 그리지 말랑께는’ 하시며 전부 찢어버리셨어요.” 하지만 25세에 요절한 동생 임인에게서 물려받은 조카의 재주를 몰라볼 남농이 아니었다. 남농은 “기왕에 붓을 들었으니 선대들의 명성에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며 임전을 홍익대 미대에 보냈고, 임전은 갈필법으로 ‘운무(雲霧)산수’라는 독자적인 화풍을 개척해 백부의 뒷바라지에 보답했다. 구름과 안개의 움직임을 수묵 담채로 잡아낸 동적인 한국화다. 그림의 주인공이 운무이니 붓이 지나간 자리보다 여백이 넓다. 그는 “여백이 그리기 가장 어렵다. 여백이 그림이 돼야 하니까”라고 설명했다. “예전엔 가난한 사람들이 그림을 했지만 요즘은 부자들이 그림을 하잖아요. 붓을 맘대로 쓰고 먹맛을 제대로 내려면 10년은 해야 하는데 이렇게 어려운 걸 귀하게 자란 사람들은 안 하지요. 이런 한국화는 앞으로 나오기 힘들 거요.”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추사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천재입니다. 가까운 옛것부터 먼 옛날로 소급해가며 중국 역대 서법의 특징을 배운 뒤 우리의 전통까지 융합해 새것을 만들어냈지요. 옛 법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하나도 옛것과 같지 않은 서체가 추사체입니다.”(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 간송미술관 올가을 정기전의 주제는 ‘추사정화(秋史精華)’다. 추사 김정희(1786∼1856)가 남긴 추사체의 고갱이를 보여주는 서예와 서화 작품 44점을 선별했다. 아버지를 따라 청나라 연경에 가서 금석학의 대가 옹방강에게 글씨를 배우던 시절부터 중국 서도사(書道史)를 관통해 자신의 서체를 가다듬었던 50대를 거쳐 제주 귀양살이 후 칼날 같던 서체가 완숙해지기까지 추사체의 형성 과정을 일별할 수 있는 기회다. 조선 제일의 명필로 꼽히던 원교(員嶠) 이광사를 조선 서예계를 망친 주범으로 비판하며 그의 저서를 “가장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거침없이 비판하던 추사. 나이 70에는 “봄바람처럼 큰 아량은 만물을 용납하고, 가을 물같이 맑은 문장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春風大雅能容物, 秋水文章不染塵)”는 ‘경쾌전아(輕快典雅)’한 문장을 남겼다. 최 소장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기본적인 문화 수단이 글씨이기 때문에 글씨는 문화의 핵이다. 그리고 동아시아를 아우를 수 있는 문화의 핵심이 추사”라고 말했다. 1970년대부터 수차례 다뤄온 추사전을 다시 마련한 계기는 최 소장이 추사의 작품을 꼼꼼히 번역해 낸 개정증보판 ‘추사집’이다. 1976년 낸 393쪽 분량의 초판에서 틀린 부분을 바로잡고 분량을 늘려 768쪽으로 펴냈다. 올 정기전은 보화각 2층으로 한정해 전시 규모가 줄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대중적인 간송 기획전을 하면서 간송미술관은 학술 전시에 중점을 두게 됐다. 12∼26일 딱 2주간이며 올해부터 예약제로 운영된다. 070-7774-2523, www.kansong.org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책 표지에 나오는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이탈리아에서 쓰는 1유로 동전 뒷면에 이 그림이 나오고, 가운데 벌거벗은 남자 대신 스펀지 밥이나 호머 심슨을 그려 넣은 패러디물도 있다. 하지만 그림의 제목이 ‘비트루비우스 인간’이란 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미국 시사월간 애틀랜틱 객원기자인 저자(50)는 의학 수학 철학 미학 해부학 지리학을 가로지르며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이 그림의 족보를 추적해 댄 브라운의 소설처럼 폼 나면서도 흥미진진한 책으로 엮어냈다. 그림의 제목이 말해주듯 서양 건축서의 고전인 ‘건축십서’의 비트루비우스가 없었다면 다빈치의 그림도 없었다. 건축십서는 비트루비우스가 기원전 25년경 카이사르의 의붓아들인 아우구스투스에게 헌정한 로마 제국 건설용 지침서다. 그는 영원한 제국이 되려면 도시나 건물의 설계가 세계의 축소판인 인체의 비례를 따라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신적인 원과 세속적인 정사각형 안에 인체를 꼭 맞게 그릴 수 있다고 했다. 비트루비우스의 삽화 한 장 없는 이 책은, 신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소우주’인 인간의 본성을 알아야 한다는 중세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다양한 필사본으로 제작돼 르네상스 시대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독자 중에 다빈치가 있었다. 그가 38세경 가로 34.29cm, 세로 24.45cm 종이에 그린 비례도는 1500년 전에 나온 건축십서의 내용과 놀랍도록 겹친다. 다빈치는 그림 옆쪽에 ‘사람이 두 팔을 벌린 폭은 키와 같다. 턱밑에서 정수리까지는 키의 8분의 1(8등신!)이며… 발 길이는 키의 7분의 1과 같고…’라고 썼다. 그가 언급한 22가지 치수 중 10가지가 건축십서 내용과 일치한다. 저자는 다빈치의 비례도에 대해 ‘황홀하면서도 덧없는 순간, 미술과 과학과 철학이 하나로 수렴되는 것처럼 보이던 순간을 포착한다’고 썼다. 저자 덕분에 미술과 과학과 철학이 만나는 ‘사상사의 결정적인 한순간’을 놓치지 않게 됐다. 원제는 ‘다빈치의 유령(Da Vinci’s Ghost)’.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한국신문협회 소속 27개 지방회원사는 2일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ABC협회 집행부는 즉각 감사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또 “정관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감사의 감사권을 부정한다면 ABC협회 집행부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회원사들은 신문부수 인증기관인 ABC협회가 최근 이사회나 총회의 심의 절차 없이 회비 인상이 가능하도록 회비체계를 개편하고, 집행부 임의로 회비를 인상하려 한다며 회비 책정과 예산 집행 및 회계처리 실태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신문협회 산하 판매협의회는 이사회에서 ‘회원사 자매지의 ABC협회 회비 납부를 거부’하기로 의결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범생이 짝꿍의 노트를 빌려보는 기분이다. 과목은 ‘미술경영’. 미술시장에 관한 기초 용어부터 미술 마케팅 전략과 미술 투자, 미술법까지 꼼꼼하게 정리해놓아 시험을 코앞에 둔 왕초보들이 “이것만 보면 되겠네” 하며 반길 만하다. 요즘은 공공미술관도 관람객을 모으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짠다. 영국 테이트 브리튼은 미술관까지 와서 식당만 들렀다 가는 이들을 위해 ‘나만의 컬렉션 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로비에 ‘애인과 방금 헤어졌어요’ ‘숙취에 시달리고 있어요’ ‘곧 중요한 사업 미팅이 있어요’ 등 20개가 넘는 상황별 팸플릿을 마련해둔 뒤 관람객이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하나를 집어 딱 6, 7개 작품만 보고 가게 안내하는 것이다. 이 덕분에 관람객이 20% 증가했다고 한다. 미술 투자 단원으로 넘어가면 본격적인 돈 냄새가 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자들은 미술품 가격지수와 주가지수 변동 추이를 비교해보며 미술 시장에 눈을 돌렸다. 아트펀드도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국 파인아트펀드만이 7% 이상의 수익을 낼 뿐 망한 아트펀드가 더 많다. 주식으로 돈 벌기 어렵듯 미술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미술 투자에선 세금을 꼭 따져봐야 한다. 한국에서 독일 컬렉터에게 작품을 팔려면 영국을 거치는 것이 좋다. 비유럽연합 지역에서 들어오는 미술품 세율이 영국은 5%, 독일은 7%이고 유럽연합 내에서는 수입세를 부과하지 않으며, 독일의 부가가치세율이 영국보다 낮기 때문이다. 세계 미술 시장을 이끄는 주요 도시는 뉴욕, 런던, 홍콩인데 이들 도시는 세제 혜택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술법과 윤리 단원으로 가면 미술의 본질에 대한 물음과 맞닥뜨리게 된다. 영국 앤서니 곰리의 조각작품은 콘셉트만 곰리의 것일 뿐 실제 작품을 제작하는 이는 시급 15파운드(약 2만6000원)를 받는 미대 졸업생들이다. 이건 곰리의 작품일까. 데이미언 허스트는 진짜 상어로 일명 ‘상어 수족관’ 작품을 만들어 팔았으나 상어가 썩어 다른 상어로 교체했다. 바뀐 상어 작품은 허스트가 처음에 만든 작품과 같은 것일까.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공원화한다고요?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김정후 박사(45)의 말은 의외였다. 그는 저서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2013년)에서 해외의 폐선 부지를 공원화한 사례를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모범으로 소개했다. 런던대 UCL 지리학과 도시연구 펠로와 런던대 JHK 도시건축정책연구소장으로 연구 활동을 하며 한국에 올 때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연구기관에서 특강을 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 전도사’다. 산업단지 5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주제발표와 서울시 도시건축정책 자문회의를 위해 13일 방한한 후 25일 출국할 때까지 서울 인천 마산 등에서 도시재생을 주제로 7차례 특강을 한다. 그가 주목할 만한 재생 프로젝트에 고개를 갸웃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고가도로를 공원화하는 일은 서둘러 결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왜 철거를 하지 않고 남겨야 하는지, 남기기로 했다면 왜 그것이 공원이 돼야 하는지, 운영은 어떻게 하고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충분히 논의해야지요. 유행을 좇듯 남의 성공 모델을 그대로 따를 것이 아니라 부지 조건과 상황을 꼼꼼히 검토해야 합니다.” 서울시가 5일 발표한 이 프로젝트는 올해 말 철거할 예정이었던 938m 길이의 서울역 고가를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을 뛰어넘는 녹지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발표 2년 만인 2016년 말 완공할 계획이다. 뉴욕의 명물 하이라인은 공중의 버려진 열차 선로를 활용한 공원인데, 시민사회의 격렬한 찬반 토론을 거쳐 2009년 완공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총길이가 서울역 고가의 두 배가량인 1.6km이고, 비영리 단체가 주도한 사업이라 추진력을 발휘할 수 없었음을 감안해도 서울역 고가 공원화는 서두르는 감이 있다. 더구나 해외 성공 사례는 모두 폐선이고, 고가도로를 공원화한 사례는 드물다. 김 박사는 “공중에 공원을 만들어 유지하는 데는 지상 공원보다 많은 예산이 들고 어려움이 따른다”며 세금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창의적인 재활용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 사례로 파리의 고가 철로를 공원으로 재활용한 프롬나드 플랑테(4.5km)를 예로 들었다. 뉴욕의 하이라인보다 앞서 1994년과 2000년 단계적으로 개장한 공원인데 철로는 산책로로, 아래 버려진 공간은 아틀리에, 상점, 레스토랑, 카페를 유치해 수익을 내고 있다. 서울역 고가도로와 함께 요즘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마포구 매봉산 자락에 있는 마포석유비축기지(10만1510m²) 재생 사업이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테러 위험이 있어 폐쇄된 채 버려져 있던 이곳을 서울시는 2016년 말까지 공연장과 상설 전시장을 갖춘 문화공간으로 바꾸기로 했다. 김 박사는 “영국 런던의 화력발전소를 재활용한 테이트모던 미술관이 성공한 후 유행처럼 낡은 산업시설은 전시장이나 공연장으로 활용하는데 이건 상상력이 빈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원과 공공시설은 다다익선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공원이나 미술관을 지어놓고 사람이 오지 않을 경우 결국 도시의 골칫거리가 될 겁니다. 주거, 상업, 교육시설 등 실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야지요.” 그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이 대규모 가스 저장고 가소메터 재생사업을 할 당시를 예로 들며 “활용 방안에 대한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 경우 당장 뭔가 만들어내려 하지 말고 다수가 합의하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남겨두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제언했다.: : 도시재생 : : 인구 감소, 산업구조 변화, 주거환경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경제사회 환경적으로 활성화하는 작업. 신축 위주의 도시 개발과 달리 공장 조선소 기차역 등 쓸모가 없어진 시설을 재활용해 역사성과 장소성을 살리는 작업을 중요시한다. 지난해 12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발효됐으며 국토교통부는 올 4월 서울 종로구, 광주 동구, 부산, 충북 청주 등 13곳을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해 계획수립비 전액(13억1000만 원)과 사업비의 20%(28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이인호 KBS 이사회 신임 이사장(78·사진)은 17일 “나의 역사관은 공직생활 10년을 통해 알려지고 검증받은 것으로 갑자기 바뀐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KBS 이사회 사무국에 따르면 그는 이사장으로 선출된 후 처음 열린 이날 이사회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자신의 역사관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이사장은 또 “KBS 이사장으로서 나의 역할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영성 확립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역사관이나 자격 시비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달 4일 이 이사장의 보수적인 역사관을 문제 삼으며 신임 이사장을 뽑는 이사회에 불참했던 야당 쪽 이사 4명은 12일에 이어 이날도 이 이사장의 역사관 등을 묻는 공개 질의서를 보내고 이사회 참석을 거부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비틀스, 에릭 클랩턴, 지미 헨드릭스, 더 도어스, 롤링스톤스…. 20세기 최고의 뮤지션들의 전성기 때 모습을 가장 자연스럽게 포착해낸 사진작가 린다 매카트니(1941∼1998) 사진전이 11월 6일부터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4길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그는 전 남편인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 덕분에 이들과 가깝게 지내며 일상 속 스타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는 1960년대를 주름잡았던 뮤지션들을 찍은 ‘60년대 연대기’, 매카트니 부부와 두 딸 메리, 스텔라 매카트니의 삶을 기록한 ‘패밀리 라이프’, 채식주의와 동물 권리보호 같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소셜 코멘터리’ 시리즈가 소개된다. 또 스타들이 린다 매카트니의 모습을 찍은 작품들도 선보인다. 전시 작품은 모두 200여 점. “린다의 진솔함은 그녀가 만들어낸 모든 이미지 속에서 빛을 발한다”는 폴 매카트니의 평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내년 4월 26일까지.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언론이 따라야 할 재난보도준칙이 마련됐다. 한국신문협회(회장 송필호) 한국방송협회(회장 안광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송희영)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이사장 이명관) 등 언론 5개 단체는 재난보도준칙을 공동으로 만들어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선포했다. 언론 단체가 공동으로 재난보도준칙을 마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선포된 재난보도준칙은 △정확한 보도 △인명구조와 수습 우선 △피해의 최소화 △예방 정보 제공 △비윤리적 취재 금지 △무리한 보도 경쟁 자제 △취재원에 대한 검증 △피해자 보호 등 44개 조문으로 구성됐으며 보도의 신속성보다는 정확성에 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 준칙 전문에는 “언론의 재난보도는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자와 피해 지역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한다” “재난보도는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재난 수습에 지장을 주거나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재난보도준칙은 이날부터 시행되며 이에 동의한 언론사가 준칙을 어기면 관련 심의기구의 제재를 받게 된다. 이날 선포식에는 재난보도준칙 제정에 참가한 5개 단체 외에 10개 언론 단체가 동참해 준수 의사를 밝혔다. 5개 단체는 또 재난관리 당국이 언론에 정보 공개와 필요한 협조를 하고 지나친 취재 제한을 하지 않도록 정부에 4개항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재난보도준칙은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기자협회 준칙제정위원회가 시안을 마련하고 5개 단체 대표로 구성된 공동검토위원회가 수정 보완해 공청회를 거쳐 최종 확정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재난보도준칙 전문 ▼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난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도 언론의 기본 사명 중 하나이다. 언론의 재난보도에는 방재와 복구 기능도 있음을 유념해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자와 피해지역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한다. 재난 보도는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재난 수습에 지장을 주거나 피해자의 명예나 사생활 등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우리 언론인은 이런 의지를 담아 재난보도준칙을 제정하고 이를 성실하게 실천할 것을 다짐한다.제1장 목적과 적용제1조(목적) 이 준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언론의 취재와 보도에 관한 세부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취재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고 언론의 원활한 공적 기능 수행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제2조(적용) 이 준칙은 다음과 같은 재난으로 대규모 인명피해나 재산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 적용한다. 전쟁이나 국방 분야는 제외한다.① 태풍, 홍수, 호우, 산사태, 강풍, 풍랑, 해일, 대설, 낙뢰, 가뭄, 지진 등과 이에 준하는 자연 재난② 화재, 붕괴, 폭발, 육상과 해상의 교통사고 및 항공 사고, 화생방 사고, 환경오염, 원전 사고 등과 이에 준하는 인적 재난③ 전기, 가스, 통신, 교통, 금융, 의료, 식수 등 국가기반체계의 마비나 이에 대한 테러④ 급성 감염병, 인수공통전염병, 신종인플루엔자, 조류인플루엔자(AI)의 창궐 등 질병재난⑤ 위에 준하는 대형 사건 사고 등 사회적 재난제2장 취재와 보도1. 일반준칙제3조(정확한 보도) 언론은 재난 발생 사실과 피해 및 구조상황 등 재난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최대한 정확하고 신속하게 보도해야 한다.제4조(인명구조와 수습 우선) 재난현장 취재는 긴급한 인명구조와 보호, 사후수습 등의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재난관리 당국이 설정한 폴리스라인, 포토라인 등 취재제한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준수한다.제5조(피해의 최소화) 언론의 역할 중에는 방재와 복구기능도 있음을 유념해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제6조(예방 정보 제공) 언론은 사실 전달뿐만 아니라 새로 발생할지도 모르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내와 사전 정보를 제공하고, 피해자 및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생활정보나 행동요령 등을 전달하는 데도 노력해야 한다.제7조(비윤리적 취재 금지) 취재를 할 때는 신분을 밝혀야 한다. 신분 사칭이나 비밀 촬영및 녹음 등 비윤리적인 수단과 방법을 통한 취재는 하지 않는다.제8조(통제지역 취재) 병원, 피난처, 수사기관 등 출입을 통제하는 곳에서의 취재는 특별한사유가 없는 한 관계기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제9조(현장 데스크 운영) 언론사는 충실한 재난 보도를 위해 가급적 현장 데스크를 두며, 본사 데스크는 현장 상황이 왜곡돼 보도되지 않도록 현장 데스크와 취재기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제10조(무리한 보도 경쟁 자제) 언론사와 제작책임자는 속보 경쟁에 치우쳐 현장기자에게 무리한 취재나 제작을 요구함으로써 정확성을 소홀히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제11조(공적 정보의 취급) 피해 규모나 피해자 명단, 사고 원인과 수사 상황 등 중요한 정보에 관한 보도는 책임 있는 재난관리당국이나 관련기관의 공식 발표에 따르되 공식발표의 진위와 정확성에 대해서도 최대한 검증해야 한다. 공식 발표가 늦어지거나 발표 내용이 의심스러울 때는 자체적으로 취재한 내용을 보도하되 정확성과 객관성을 최대한 검증하고 자체 취재임을 밝혀야 한다.제12조(취재원에 대한 검증) 재난과 관련해 인터뷰나 코멘트를 하는 인물에 대해서는 사전에 신뢰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 재난 발생시 급박한 취재 여건상 충실한 검증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평소 검증된 재난 전문가들의 명단을 확보해 놓고 수시로 검증하여 활용하도록 한다. 취재원을 검증할 때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① 취재원의 전문성은 충분하며, 믿을 만한가② 취재원이 고의, 또는 실수로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할 가능성은 없는가③ 취재원은 어떤 경위로 그런 정보를 입수했는가④ 취재원의 정보는 다른 취재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가⑤ 취재원의 정보는 문서나 자료 등을 통해서도 검증할 수 있는가제13조(유언비어 방지) 모든 정보는 출처를 공개하고 실명으로 보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확인되지 않거나 불확실한 정보는 보도를 자제함으로써 유언비어의 발생이나 확산을 막아야 한다.제14조(단편적인 정보의 보도) 사건 사고의 전체상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단편적이고 단락적인 정보를 보도할 때는 부족하거나 더 확인돼야 할 사실이 무엇인지를 함께 언급함으로써 독자나 시청자가 정보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제15조(선정적 보도 지양) 피해자 가족의 오열 등 과도한 감정 표현, 부적절한 신체 노출,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위주의 보도 등은 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장면의 단순 반복 보도는 지양한다. 불필요한 반발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지나친 근접취재도 자제한다.제16조(감정적 표현 자제)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간 즉흥적인 보도나 논평은 하지 않으며 냉정하고 침착한 보도 태도를 유지한다.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용어, 공포심이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제17조(정정과 반론 보도) 보도한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에는 독자나 시청자가 납득할 수있는 적절한 방법으로 신속하고 분명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반론 보도 요구가 타당하다고 판단될 때는 전향적으로 수용해야 한다.2. 피해자 인권 보호제18조(피해자 보호) 취재 보도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등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의 의견이나 희망사항을 존중하고, 그들의 명예나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제19조(신상공개 주의)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의 상세한 신상 공개는 인격권이나 초상권,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제20조(피해자 인터뷰)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에게 인터뷰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인터뷰를 원치 않을 경우에는 그 의사를 존중해야 하며 비밀 촬영이나 녹음 등은 하지 않는다. 인터뷰에 응한다 할지라도 질문 내용과 질문 방법, 인터뷰 시간 등을 세심하게 배려해 피해자의 심리적 육체적 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제21조(미성년자 취재) 13세 이하의 미성년자는 원칙적으로 취재를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부모나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제22조(피해자 대표와의 접촉)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대표자를 정했을 경우에는 이들의 의견을 적절히 수용하고 보도에 반영함으로써 피해자와 언론 사이에 불필요한 마찰이나 갈등,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한다. 자원봉사자와의 접촉도 이와 같다.제23조(과거 자료 사용 자제) 과거에 발생했던 유사한 사건 사고의 기사 사진 영상 음성 등을 사용하는 것은 해당 사건 사고와 관련된 사람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고 불필요한 불안감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가급적 자제한다. 부득이 사용할 경우에는 과거 자료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3. 취재진의 안전 확보제24조(안전 조치 강구) 언론사와 취재진은 취재 현장이 취재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취재에 앞서 적절한 안전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제25조(안전 장비 준비) 언론사는 재난 취재에 대비해 언제든지 취재진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안전 보호 장비를 준비해두어야 한다. 취재진은 반드시 안전 장비를 갖추고 취재에 임해야 한다.제26조(재난 법규의 숙지)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취재진은 사내외에서 사전 교육을 받거나 회사가 제정한 준칙 등을 통해 재난 관련 법규를 숙지해야 하며 반드시 안전지침을 준수해야 한다.제27조(충분한 취재지원) 언론사는 재난 현장 취재진의 안전 교통 숙박 식사 휴식 교대 보상등을 충분히 지원해야 하며, 사후 심리치료나 건강검진 등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4. 현장 취재협의체 운영제28조(구성) 각 언론사는 이 준칙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협의하고 협력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현장 데스크 등 각사의 대표가 참여하는 '재난현장 취재협의체'(이하 취재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다. 각 언론사는 취재협의체가 현장의 여러 문제를 줄이고, 재난보도준칙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도 유효한 대안이라는 점에 유념해 취재협의체 구성에 적극 협력하고 그 결정을 존중한다. 사전에 이 준칙에 대한 동의 의사를 밝힌 사실이 없는 언론사라 하더라도 취재협의체에 참여하게 되면 준칙 준수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제29조(권한) 취재협의체는 이 준칙에 따라 원활한 취재와 보도를 할 수 있도록 재난관리당국에 현장 브리핑룸 설치, 브리핑 주기 결정, 브리핑 담당자 지명, 필요한 정보의 공개, 기타 취재에 필요한 사항 등과 관련해 협조를 요구할 수 있다.제30조(의견 개진) 취재협의체는 재난관리 당국이 폴리스라인이나 포토라인 설정 등 취재에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안을 결정할 경우 사전에 의견을 개진하고 사후 운영 방법에 대해서도 개선이나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제31조(대표 취재) 취재협의체는 재난 현장에 대한 접근이 제한받을 경우, 과도한 취재인원으로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구조작업 등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을 경우, 기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논의를 거쳐 대표 취재를 할 수 있다.제32조(초기 취재 지원) 취재협의체는 취재 초기에 취재진이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생활용품이나 단기간의 숙박 장소, 전기.통신.이동수단 등을 확보하기 위해 현장의 관계당국이나 자원봉사단체 등과 협의할 수 있다. 취재협의체는 사후 정산을 제안하거나 수용할 수 있으며 언론사가 소요경비를 분담해야 할 경우 각 언론사는 취재협의체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제33조(현장 제재) 이 준칙에 따라 취재협의체가 합의한 사항을 위반한 언론사의 취재진에대해서는 취재협의체 차원에서 공동취재 배제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위반 정도에 따라 소속 언론 단체에 추가제재도 요청할 수 있다.제3장 언론사의 의무제34조(지원 준비와 교육) 언론사는 재난보도에 관한 교재를 만들어 비치하고 사전 교육을실시함으로써 취재진의 빠른 현장 적응을 돕는다.제35조(교육 참여 독려) 언론사는 사내외에서 실시하는 각종 재난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에 소속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언론사는 가능하면 재난보도 담당 기자를 사전에 지정해 평소 전문지식을 기르도록 지원한다.제36조(사후 모니터링) 언론사는 재난 취재에서 돌아온 취재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나 의견청취, 보고서 제출 등을 통해 다음 재난 취재시 더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제37조(재난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언론사는 노약자, 지체부자유자, 다문화가정, 외국인 등재난 취약계층에게도 재난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힘쓴다.제38조(언론사별 준칙 제정) 언론사는 필요할 경우 이 준칙을 토대로 각사의 사정에 맞춰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자체 준칙을 만들어 시행한다.제39조(재난관리당국과의 협조체제) 언론사는 회사별로, 또는 소속 언론사 단체를 통해 재난관리당국 및 유관기관과의 상시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효율적인 방재와 사후 수습, 신속 정확한 보도를 위해 노력한다.제40조(준칙 준수 의사의 공표) 이 준칙의 제정에 참여했거나 준칙에 동의하는 언론사는 자체 매체를 통해 적절한 방법으로 준칙 준수 의사를 밝힌다.제41조(자율 심의) 이 준칙의 제정에 참여했거나 준칙에 동의하는 언론사는 각 언론사별, 또는 소속 언론사 단체별로 자율심의기구를 만들어 준칙 준수 여부를 심의하도록 한다.제42조(사후 조치) 이 준칙의 제정에 참여했거나 준칙에 동의하는 언론사의 특정 기사나 보도가 준칙을 어겼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심의기구별로 적절한 제재조치를 취한다. 구체적인 제재 절차와 방법, 제재 종류 등은 심의기구별로 자체 규정을 만들어 운영한다.①한국방송협회 회원사, 또는 방송사업자는 방송법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후 심의를 받는다.②한국신문협회 회원사와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원사, 신문윤리강령 준수를 서약한 신문사는 기존의 자체 심의기구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신문윤리강령 및 실천요강과 이 준칙에 따라 심의를 받는다.③한국인터넷신문협회 회원사와 인터넷신문위원회 서약사는 기존의 자체 심의기구인 인터넷신문위원회의 인터넷신문윤리강령과 이 준칙에 따라 심의를 받는다.부 칙제43조(시행일) 이 준칙은 2014년 9월 16일부터 시행한다.제44조(개정) 이 준칙을 개정할 경우에는 제정 과정에 참여한 5개 언론 단체 및 이 준칙에동의한 언론단체로 개정위원회를 만들어 개정한다.}

《 그리지 않은 그림, 표면이 도드라져 조각 같은 회화, 캔버스 위에 한지와 먹을 써서 수묵화처럼 보이는 서양화.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 ‘단색화의 예술’(다음 달 19일까지) 전시장에 들어서면 한두 가지 색만으로 그린 대형 회화 작품들이 차분하게 관람객을 맞는다. 하지만 단순한 그림은 뜯어볼수록 회화의 문법을 해체할만큼 전복적이다. 1960, 70년대 구상화 위주의 화단을 부정하며 등장해 하나의 미술 사조를 일군 단색화(單色畵)의 대표작들이다. 》단색화의 출발이 된 서구 모더니즘은 퇴조했지만 그 모더니즘을 한국화한 단색화는 40년이 지난 지금 해외에서 주목하는 한국 미술 브랜드로 떠올랐다. 영어 표기도 ‘Korean monochrome(한국의 모노크롬)’이 아니라 ‘Dansaekhwa’ 또는 ‘Tansaekhwa’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블룸 앤드 포 갤러리는 13일∼11월 8일 ‘다방면에서: 추상에 관한 단색화’ 전시를 마련했다. 기획자인 조앤 기 미시간대 교수(미술사)는 지난해 단색화에 관한 최초의 영문서인 ‘한국의 현대미술: 단색화와 방법의 긴급성’(미네소타대 출판부)을 출간했다. 앞서 올 2월 뉴욕 알렉산더 그레이 어소시에이츠 갤러리는 ‘근대의 극복, 단색화: 한국의 모노크롬 운동’전을 열었다. ‘Dansaekhwa’란 단어를 사용한 첫 전시였다. 올해 5월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경매와 6월 세계 최대의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에서도 이우환 정상화 하종현 등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이 높은 가격에 팔려 화제가 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미술 한류의 대표주자로 원로 작가들의 단색화를 꼽고 올 6월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독일 헝가리 폴란드 인도네시아에서 단색화 그룹 순회전을 개최한다. 40년 전에 형성된 한국의 미술 운동이 21세기 해외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속도의 디지털 시대에 물성(物性)을 강조한 느림의 미학이 주는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국제갤러리의 단색화전을 기획한 윤진섭 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은 “단색화엔 시각 중심적인 서구 미니멀 회화와 차별화되는 한국 고유의 미학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주목하는 단색화의 특징은 반복과 촉각성이다. 박서보(83)는 마르지 않은 물감 위에 연필로 반복해서 선을 긋고, 정상화(82)는 물감 뜯어내고 메우기를 반복한다. 이우환(78)은 반복해서 선과 점을 그리고, 윤형근(1928∼2007)은 반복해서 넓은 색역(色域)을 중첩시킨다. 반복을 통한 끝없는 자기 부정은 기술사회의 속도전에 대한 반발이며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의 과정으로 해석된다. 단색화는 입체적이다. 김기린(78)은 캔버스 위에 한지를 여러 장 겹치고, 정창섭(1927∼2011)은 그림을 그리는 대신 물에 불린 닥종이를 주물러 작업한다. 하종현(79)은 물감 덩어리를 마대 뒷면에서 앞으로 밀어 넣는 방식으로 그린다. 물성을 강조한 단색화는 작품과 관객의 권력 관계를 파괴한다. 관객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때에만 작품의 의미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로 먼로 구겐하임 미술관 아시아 미술부 큐레이터는 “최근 유럽과 미국에선 1950∼70년대 추상미술에 주목하는 전시가 늘고 있는데 이는 스펙터클과 차용이 난무하는 대중문화가 주지 못하는 깊이 있는 질서를 경험하게 해주기 때문”이라며 “서구 미술계가 비서구 지역의 예술적 움직임을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단색화도 재조명받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1956년 9월 6일 서대문 서울적십자병원 시신 안치실 칠판에 어느 무연고자의 부고 공고가 성의 없는 글씨로 떴다. ‘오후 11시 45분. 간장염으로 입원 가료 중 사망. 이중섭 40세.’ 비운의 천재 예술가다운 죽음이라고 해야 할까. 국내 미술 시장에서 그림값이 박수근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싼 작가의 끝은 비참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근대미술가를 꼽으라면 여러 이름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중 가장 극적인 삶을 살다 간 이는 이중섭(1916∼1956)이다. 재능과 미모에 부까지 지니고 태어났지만 가난과 추위, 외로움에 찌든 유랑 생활 끝에 몸도 마음도 병들어 요절했다. 뜨겁게 사랑하고도 아내와 어린 두 아들과는 떨어져 지내야 했다. 그가 시와 소설과 연극과 영화의 단골 주인공이 되는 이유다. 미술평론가이자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이중섭 실록의 완성’을 목표로 150여 종의 문헌 속에서 충돌하고 어긋나 있는 화가의 실체를 더듬어 작품 사진과 함께 두툼한 평전으로 맞추어 냈다. 이중섭은 1916년 9월 16일 평남 평원군에서 태어나 평양과 일본 도쿄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6·25전쟁 후 월남해 서울 부산 서귀포 통영 마산 진주 대구 칠곡 왜관을 전전했는데, ‘진실의 힘이 비바람을 이긴 기록’이라는 그의 그림엔 유랑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학창 시절에 보았던 평양부립박물관의 고구려 고분벽화는 신비롭고 초현실적인 이중섭 화풍의 기초가 됐다. 오산고보 시절 소도둑으로 몰릴 만큼 남의 집 소에 미쳐 있던 시간은 20세기 걸작 ‘소’ 시리즈의 출발점이었다. 미술대학 후배인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엽서 가득 그려 보낸 엽서화는 ‘미술사의 축복’으로 평가받는다. 부산에선 ‘전쟁의 쓰레기 더미에서 탄생한 새로운 미학’ 은지화 장르를 개척했다. 미군이 버린 쓰레기나 변소에서 주운 빈 담뱃갑 속 은종이에 못이나 송곳으로 그린 그림이다. 20세기 한국인 화가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그의 은지화 3점이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돼 있다. 서귀포 시절 이후 그림엔 게를 자주 그려 넣었고, 공예의 중심지 통영에 살 땐 공예 재료인 에나멜을 대담하게 시도했다. 이중섭의 작품은 유독 위작 시비가 많고 찬사와 함께 비판도 따라다닌다. “예술의 본질 규명을 하기엔 유작이 적고 본격 작품도 적다” “전쟁의 현장을 외면했으며 (작품) 모두 시대의식이 결여된 사적 세계”라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저자는 “연구자들은 이중섭을 과대평가받는 작가로 꼽다가 어느 때는 최고 수준의 작가 반열에 올려놓는 변덕을 부린다. 이는 이중섭의 문제가 아니라 연구자들의 부실함과 나태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이 만들어낸 이중섭 신화는 과장됐다는 데엔 저자도 동의했다. “전쟁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필요한 건 황폐한 시절을 견뎌낼 만큼 순결한 영혼이었고, 그 기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이중섭이었다. 폭발하는 천재이자 맑은 영혼의 모습으로 부활한 이중섭은 순수의 상징이 되었다.” 신화 속 허상을 걷어내고 홀로 몸부림치다 떠난 이중섭의 생을 과장 없이 요약하자면 그의 고향 평안도 민요 ‘수심가’의 구절이 되지 않을까. ‘獨行千里 一生 一去(홀로 걸어 천리 길, 한 번 나고 한 번 가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