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여야는 4일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깨고 본회의 처리를 무산시킨 지 6일 만이다. 법안이 발의된 지 210일 만이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원샷법을 비롯해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등 40개 법안이 처리됐다. 그러나 이날도 ‘버르장머리’ 등 여야 간 고성과 폭언이 오가면서 ‘무능한 19대 국회’의 씁쓸한 모습을 보여줬다. 원샷법은 223명(전체 의석수 293석)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74명, 반대 24명, 기권 25명으로 가결됐다. 더민주당은 의원 61명(전체 109명)이 투표에 참여해 46명이 반대하거나 기권했다. 이날 처음 본회의에 참석한 국민의당은 전체 의원 17명 중 11명이 투표해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과 원샷법 동시 처리를 주장했던 더민주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늦어도 19일까지는 선거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4일 오후 원샷법 표결 참여를 최종 결정했다. 앞서 4일 오전 더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와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정 의장을 면담한 뒤 “정 의장이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선거구 획정 기준안을 (자체적으로) 정해 늦어도 12일까지 선거구획정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의장이) 일정 기간을 거쳐 적어도 19일까지는 선거법을 처리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거법과 노동 관련 4법, 대테러방지법 등 다른 쟁점법안의 연계 처리를 주장하는 새누리당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혀 또 다른 진통이 예상된다. 10년 5개월 전 처음 발의된 북한인권법은 이날도 처리되지 못하고 2월 임시국회를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여야가 북한인권법안 문구 중 일부 표현의 위치를 놓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본회의 직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와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 이 원내대표는 ‘2+2’ 회동을 갖고 선거구 획정 및 쟁점법안을 12일까지 합의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씨(54)의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놓고 세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외연 확장을 위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권 핵심에서 일하던 장수(將帥)가 이유야 어떻든 상대 진영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금기시(禁忌視)돼 온 ‘사람 빼가기’ ‘여야 넘나들기’가 독이 될지, 득이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내밀한 자료 들고… 더민주당은 지난해 7월부터 총선을 대비한 인물 영입 작업에 들어갔다. 최우선 영입 대상은 주로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다 불이익을 받은 인사들이었다. 그중에는 전현직 검사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자신이 일했던 청와대로부터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배후로 몰려 재판에 넘겨졌던 조 씨는 영입 리스트 중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문재인 전 대표 등이 지난해 8월부터 조 씨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가 끈질기게 설득했고, 조 씨는 결국 받아들였다. 조 씨의 더민주당 입당에 대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강도 높게 비난하는 건 현 정부에서 그가 했던 업무 때문이다. 조 씨는 2012년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과 친인척 관리를 맡았다. 또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하면서 청와대 직원을 포함해 현 정부 핵심 인사들과 관련된 내밀한 ‘자료’를 들여다봤을 가능성이 크다. 조 씨처럼 정권의 핵심에 있던 인사가 정권이 바뀌기도 전에 또는 정권이 바뀐 뒤 상대 진영으로 말을 갈아탄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자신의 정치적 목표 달성의 지렛대로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유독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많았다. 노무현 정부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김만복 씨는 지난해 11월 새누리당에 입당원서를 냈다. 김 씨는 “저는 새누리당 정책과 많은 부분에서 정서가 맞다”고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은 뒤늦게 논란이 불거지자 제명 조치했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도 그를 둘러싼 ‘이중 행보’에 대한 뒷말이 무성했다.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치안비서관과 경찰청장을 지낸 허준영 씨도 2006년 서울 성북을 보궐선거 때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을 했고,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 ○ 흐릿해진 진영 구분 이들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 보수와 진보, 여야를 넘나드는 인사도 이전에 비해 많다. 정치권에도 ‘이적(移籍)의 시대’가 온 것이다.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나 2일 국민의당에 합류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두 사람은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냈다. 김 위원장이 당시 자신이 주장했던 ‘경제민주화’ 공약이 박근혜 정부에서 좌절됐다는 이유로, 이 교수도 자신이 바라는 중도개혁 정치를 위해 당을 옮겼다고 설명하고 있다. 부산의 유일한 더민주당 현역이었던 조경태 의원은 최근 새누리당으로 옮겼다. 국민의당에는 이명박(MB) 정부 인사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정용화 전 대통령연설기록비서관이 입당했고, MB 정부에서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지낸 김봉수 씨도 영입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실리를 찾아다닌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각 정당의 정책이나 이념이 중간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도 잦아진 이적의 이유로 들고 있다. 그만큼 그동안 정치권을 양분해온 보수-진보, 여와 야 간의 진영 구분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화여대 유성진 교수(정치학)는 “여든 야든 정당의 가치와 비전이 담긴 정강·정책을 살펴보면 큰 차이를 찾을 수 없다”며 “정치인들이 과거에 비해 진영을 바꾸는 데 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민동용 mindy@donga.com·차길호 기자}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4·사진)이 2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스무 번째 영입인사다.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의 64번째 생일이었다. 2014년 말 정국을 뒤흔든 이 사건으로 기소된 조 전 비서관은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조 전 비서관은 입당 회견에서 사건 당시 청와대가 자신을 문건 유출의 배후로 지목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가 없는 것을 만들어 덮어씌우고 탄압하는 건 큰일 날 일이라고 (언론에) 얘기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2의 윤필용 사건’에 비유했다. 박정희 정권 당시 윤필용 수도경비사령관 등이 쿠데타 모의 혐의로 숙청당한 사건이다. 윤 전 사령관 등은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형님(이후락)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발언했다는 이유로 구속 기소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지만 재심을 신청해 지난해 대법원에서 대부분 무죄가 확정됐다. 청와대는 이날 조 전 비서관의 더민주당 입당에 대해 “불순한 의도가 드러났다”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애초부터 저에 대한 비토(거부)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응수했다. 고향 대구 출마를 위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줄을 대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김 대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했다. 김상곤 인재영입위원장은 그를 자신의 “첫 번째 영입인사”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문재인 전 대표가 여러 차례 찾아와 ‘내가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게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정치의 시작 아니겠나’라고 설득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더민주당은 그를 이번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의 기수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안대희 전 대법관이 출마 선언한 서울 마포갑 출마가 거론된다. 조 전 비서관에게서 ‘청와대 문건’을 건네받았던 박지만 EG 회장은 “평생 공직에 있던 사람이 식당이나 하면서 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양식이 있으니 정파적인 의도로 누나(박 대통령)를 힘들게 하거나 생채기 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선거를 앞두고 더민주의 초조함과 조급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에선 조 전 비서관이 ‘정치적 희생양’ 이미지를 기반으로 평소 갖고 있던 권력의지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당 내부에서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국회에 입성한 권은희 의원처럼 “박 대통령에게 반대만 하면 공천을 주느냐”는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1일 자당 소속 이상민 의원이 위원장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통과시켰다. 최근 국회 ‘입법 마비’ 사태의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피하면서 “원샷법 처리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원샷법’ 처리를 무산시킨 지난달 29일 이 위원장은 예정돼 있던 법사위를 아예 열지 않았다. 하지만 야당이 이 법안의 본회의 상정과 처리까지 순순히 응할지는 미지수다. ○ 金, “경제 세력들이 나라 전체 지배”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지난 며칠 사이 마치 원샷법이 없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오늘날 이렇게 이른 것처럼 묘한 반응을 느꼈다”고 운을 뗐다.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깬 데 대한 비판을 원샷법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로 덮은 것이다. 그는 이어 “과거부터 우려했던 상황이 우리나라에 전개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경제 세력들이 은연중에 나라 전체를 지배하는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나라가 특정 세력들의 영향력에 한꺼번에 쏠려서 (입법을) 결정해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며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는 게 다른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원샷법이 경제 주체 중 대기업의 이해를 주로 반영하고 있다는 인식을 내비치면서 자신의 경제민주화 담론을 편 것이다. 당내 일각에선 원샷법 처리 자체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영선 비대위원은 “원샷법은 권력이 재벌로 넘어갔다는 것을 증명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인권법 처리 합의를 깬 이목희 정책위의장도 “노무현 정부가 국가보안법 등을 처리하려고 할 때 (당시 한나라당 대표인) 박근혜 대통령이 단식하고 그랬다”며 “우리도 박근혜식으로 싸워야 한다”고 했다. ‘코너’에 몰린 이종걸 원내대표도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원샷법 처리 합의를 할 때 선거법을 함께 타결짓기로 구두 이면합의를 했다고 뒤늦게 주장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당 핵심 관계자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지난달 23일 합의문 어디에도 선거법 논의 내용은 한 글자도 담겨있지 않다. 합의 파기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순리”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내부 기류 때문에 김 위원장이 당내 강경파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 원샷법 처리 자체에는 반대할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합의를 했으니 통과를 해주는 것은 틀림없다”며 “국회 (공직선거법 논의) 진행 과정의 하자를 시정해서 같이하자는 것이 제 주장인데 왜 이렇게 이상한 반응을 보내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원샷법 처리에 동의하지만 선거법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입법 사태가 지지부진하게 가는 것도 여당이 지나칠 정도로 자기 입장만 호소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새누리 “원샷법만 통과는 안 돼” 새누리당 지도부는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 의장 면담 직후 “일방적으로 야당이 파기해버린 여야 원내대표 합의사항을 지켜야 한다”며 “더민주당 김종인 위원장의 사과가 전제되지 않으면 어떤 (여야 회동) 자리에도 안 나갈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원 원내대표는 2일 오전 비공개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서 노동개혁 4법을 포함한 쟁점 법안에 대해 최종 의견을 조율한 뒤 이날 오후 여야 협상에 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돌연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여야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민동용 mindy@donga.com·강경석 기자}
국회가 또 공전(空轉)이다. 합의는 파기되고 책임 떠넘기기만 남았다. ‘최악의 국회’로 불리는 19대 국회 4년 내내 반복된 행태다.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깨고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과 북한인권법 처리를 무산시킨 뒤 주말 동안 여야 간 어떤 협상이나 대화도 없었다. 더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국회를 마비시킨 다음 날(30일) 광주로 내려갔다. 당을 떠난 호남 민심을 되돌리느라 정작 합의 파기에 분노하는 전체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경제 관련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에 참여한 국민은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31일 광주에서 ‘쟁점법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 진행돼 온 여야 협상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한 바가 없다. 그러므로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구체적으로 파악한 바도 없고 특별한 입장도 없이’ 원내대표 간 합의까지 마친 법안 처리를 단번에 무산시켰다는 얘기다. 더민주당은 이종걸 원내대표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했던 합의 파기에 대해 공식 유감 표명도 없었다. 김 대변인은 “원샷법이 하루 이틀 미뤄진다고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고 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일 여야 지도부 회동을 제안했다. 하지만 여당은 김 위원장의 선(先)사과를 요구했고, 야당은 사과할 뜻이 없다고 맞섰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제 정 의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직권상정을 촉구했다. 정 의장이 직권상정하지 않을 경우 법안 처리는 설 연휴 이후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경제계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중국과 일본은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은 극단적인 경제활성화 조치들을 내놓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넋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민동용 mindy@donga.com·김창덕 기자}

“꼴이 말이 아니다.” 전화기 너머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29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이 이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합의한 내용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27일 발표된 비대위원 인선에서 제외된 데 이어 두 번째 ‘시련’이다. 이날 더민주당 의원 총회는 이 원내대표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협상하면서 아쉬운 면이 좀 있었지만 김 위원장과 의원들이 면전에서 협상을 문제 삼고 뒤집은 건 지나쳤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파기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는 “북한인권법을 (법제사법위원회의) 숙려 기간 없이 처리해줄 수 있느냐고 이상민 법사위원장에게 물으니 ‘불우이웃돕기 기간이라 할 수 있다’고 하더라”며 “내가 불우이웃”이라고 했다. 전날 당 비대위원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원내대표가 탄핵당한 게 맞다”고 했던 이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 사퇴의 기로에 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사실상 ‘굴욕’을 당한 이 원내대표가 사퇴와 탈당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는 이 원내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김 위원장과 박영선 변재일 의원 등 비대위원이 참석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민동용 기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26일 오전 서울 동교동 자택에서 낙상해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사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 여사는 이날 사저에서 일어서다 엉덩방아를 찧어 골반뼈에 금이 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고관절에는 이상이 없는 상황으로 통증이 있어 요양이 필요한 상태”라며 “(퇴원 시기는) 경과를 좀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여사는 지난해 말에도 침대에서 일어나다 넘어져 갈비뼈 4개에 금이 가고 왼쪽 엄지손가락이 부러져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출마 보장 입당설’이 나돌던 김 전 대통령 3남 홍걸 씨는 이번 총선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홍걸 씨는 지역구로도, 비례대표로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지만 저희가 특별히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입당) 발표를 함께 했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의 입당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우리 당이 영입을 발표한 인사들은 모두 총선 출마를 전제로 해서 영입한 분들”이라며 “단 한 분 예외가 김홍걸 박사”라고 설명했다. 한편 더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된 금태섭 변호사는 27일 서울 강서갑 출마를 선언한다. 금 변호사는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의원의 ‘입’으로 불렸다. 강서갑은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아 사실상 공천이 배제된 신기남 의원의 지역구다. 국민의당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날 전북 전주덕진 출마를 선언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의 공천 조건 1번은 정체성이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당 대표로 선출되고 친노(친노무현) 진영이 당권을 장악하면서 나온 결과였다. 정체성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도를 지향하던 경제통인 김진표, 강봉균 의원은 후보자 공천을 위한 경선 기회도 못 잡을 뻔했고,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은 경선에서 아예 배제됐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보고 나니 정체성이란 이른바 민주화운동 경력과 ‘싸가지 없는 진보’를 뜻하는 것으로 대략 파악이 됐다. 민주통합당은 19대 총선과 그해 18대 대선에서 ‘민주 대 반(反)민주’ 구도를 여전히 버리지 못했다. 그리고 패했다. 더민주당이 올해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정체성을 최우선 조건으로 내세우지 못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김종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모셔오는’ 순간, 정체성과는 결별한 셈이다. 1980년 5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되고 광주에서 참극이 벌어지고 있을 때 서강대 교수였던 김 위원장은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직을 수락했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 통과를 방조했던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로 2004년 국회에 또 들어왔다. 김 위원장의 행적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려는 건 아니다. 다만 더민주당이 4년 전의 ‘정체성’을 고수하고 있다면 그가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지 2주가 다 돼 가는 지금까지 온전히 자리를 지켰을지 의문이다. 운동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지정곡이 돼야 한다며 3년간 피를 토했던 광주의 모 의원은 아무 말이 없다. 재작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경력의 이상돈 명예교수를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모시고자’ 했을 때 결사반대를 외치며 연판장까지 돌렸던 친노·운동권 의원 54명도 조용하다. 그들을 질책하려는 게 아니다. 그들의 ‘눈치 행보’가 오히려 야권의 미래, 아니 한국정치의 미래를 위해서는 올바른 행동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다시 강조하면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당의 케케묵은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용도 폐기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기존 잣대로는 ‘반민주’ 인사임에 틀림없는 ‘당 대표’를 모시고 그런 전략을 내세운다면 정신분열에 가까운 자기부정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책 대결만이 남았다. 물론 야권통합 또는 선거연대라는 변수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총선 직전에나 성사될 확률이 높다. 그동안이라도 써먹을 수 있는 총선 전략은 좋은 정책을 많이 내놓는 것이 유일하다. 여기에 양당 독점체제 타파를 내세운 국민의당이 정책 위주로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겠다고 천명하기까지 했다. 더민주당이 정책 개발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선장이 되고, 선원들은 미필적 고의로 이를 묵인하는 묘한 상황이 야권 정치를 업그레이드시킬지 모른다. 김종인의 역설이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지지율 하향세와 당내 갈등설로 국민의당(가칭) 안철수 의원이 시련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의 야권 내 주도권 싸움에서 다소 밀리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 의원은 24일 인천시당 창당대회에서 “모든 대권 후보분들에게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며 “와서 주인이 돼 달라. 총선이 끝난 뒤 정권교체를 위해 여러 좋은 대선 후보의 선의의 경쟁이 우리 당에서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호남권 신당 추진 세력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 정동영 전 의원은 물론이고 정치 참여를 고민 중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향해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안 의원은 또 당내 현역 의원들을 향해 “저 당(더민주당)을 나설 때 어떤 각오였는지, 초심을 생각하며 함께 나가자”며 “기득권을 포기하고 헌신해야 한다. 살려고 하면 죽고 죽으려고 하면 산다”고 강조했다. 더민주당을 탈당해 합류한 현역 의원들과의 ‘내부 싸움’도 만만치 않음을 내비친 것이다. 당내에서는 현역 의원을 중심으로 다음 달 2일 중앙당 창당 전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과 호남 신당 세력과의 통합 목소리가 높아진다. 제3당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교섭단체 구성이 필수인 만큼 통합 전이라도 천정배, 박지원, 박주선 의원 등과 협력해 교섭단체부터 먼저 만들자는 얘기다.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 창준위는 이날 김민석 전 의원의 민주당과의 통합을 발표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교섭단체 구성이 목표가 아니라고 수차례 밝혔고 야권 통합도 ‘선(先)창당 후(後)통합’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자칫 야권 통합이 ‘호남 내 통합’에 그치는 데다 그 자체가 혁신으로 비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인천시당 창당대회에서는 내부 불협화음도 불거졌다. 인천시당 공동창당위원장을 맡은 이수봉 인천경제연구소장은 최근 ‘한상진 꺾고, 안철수계(?) 조용히 있으라 하고’라는 내용의 김관영 의원 문자메시지 사건을 거론하며 “제가 아는 안철수계는 정권교체 희망 하나로 풍찬노숙하고 고생해왔다. 이런 분들에게 계파의 딱지를 붙이면 우리는 출발부터 흔들린다”고 말했다. 안 의원 보좌관 출신인 이 소장 측 한 인사는 행사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인천 지역 탈당파 의원들이 전국 지지율을 까먹고 있다. 현재 인천 국민의당은 명백히 도로 민주당 분위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한상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김한길 문병호 의원 등과 함께 당원들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을 하며 내부 결속을 다졌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22일 김종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하는 선대위원회를 구성했다. 선대위는 27일 당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비상대책위원회를 겸한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결속이 중요하다”며 “여러 갈등 구조에 섞였던 사람들을 봉합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선대위원 15명 중 상당수가 당 주류, 친노(친노무현) 진영에 속해 잡음이 일고 있다. “당 분열에 책임이 있다”며 당 안팎에서 퇴진론이 일었던 최재성 총무본부장도 포함돼 문재인 대표 사퇴의 진정성에까지 의문이 제기된다. 위원에는 현역 의원 6명, 전 의원 3명, 표창원 이철희 씨 등 ‘문재인 영입 인사’ 5명과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포함됐다. 유은혜 의원은 명단이 발표되자 고사했다. 의원 중에는 김 위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우윤근 의원과 ‘문 대표 호위무사’로 불린 최 의원 등 5명이 친문(친문재인) 진영에 속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이용섭 전 의원도 친노로 통한다. 손 홍보위원장은 문 대표와 가깝다. 비주류 측은 “선대위에 친노는 없도록 하겠다”던 김 위원장의 계파 해체 의지가 무색해졌다고 반발했다. 한 주류 의원도 “최 의원이 들어간 건 옥에 티”라고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나는) 누가 친노이고 아닌지 개념이 없는 사람”이라며 논란을 피해 갔다. 한 당직자는 “문 대표가 불출마까지 선언하며 헌신한 최 의원을 직·간접적으로 살피지 않았겠느냐”고 해석했다. 당초 8, 9명으로 예상되던 선대위 위원 수도 대폭 늘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청년, 노동, 노년을 보강하겠다”며 증원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위원 전력에 대해 “국보위 참여가 뭐가 문제냐”며 “어떤 참여든 후회하는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현역 의원과 기존 안철수 의원 참모진 사이의 갈등설이 도는 국민의당도 이날 주승용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하며 수습에 나섰다. 호남 야권 신당세력들의 통합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동영 전 의원은 최근 박주선 의원을 만나 “천정배, 박주선 의원이 먼저 통합을 하면 참여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정 전 의원은 21일에는 천 의원을 만나 “(통합을) 적극 고려해 보겠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25일 전주에서 열리는 강연에서 정치 복귀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민동용 mindy@donga.com·황형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1일 기업활력제고법(일명 원샷법) 수용으로 ‘급선회’한 배경에는 야당 심판론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설(2월 8일) 전에 여야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를 타결짓지 못하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야당이 또 발목을 잡는다”는 프레임에 걸려들게 된다는 판단에서다. 확산되고 있는 ‘입법 촉구 1000만 서명 운동’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더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서명 운동에 야당 심판론에 불을 붙이려는 청와대 의도가 숨어 있지 않겠느냐”면서도 “다만 이를 통해 나타나는 민심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와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따로 회의를 갖고 원샷법 수용에 합의했다고 한다. 이어 이 법을 다루는 산업통상위원회 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에게 전화해 이 같은 뜻을 전달한 뒤 동의를 얻었다. 이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원래 18일에 (원샷법 수용 발표를) 준비했는데 여당의 국회선진화법 폐기 시도 때문에 얘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선회’가 아니라는 얘기다. 전날 이 원내대표의 ‘삼성 옹호’ 발언도 쟁점법안 타결을 위해 준비해온 프로세스를 따른 거라는 설명이다. 이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의장, 야당 원내대표와의 만찬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책임자를 국회에 초청해 이야기를 듣고 신사협정을 맺도록 하자”며 원샷법 수용을 시사했다고 한다.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이 테러방지법을 비롯한 일부 쟁점 법안의 신속 처리를 내세우며 더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의 국회선진화법 처리 시도를 막아준 정의화 국회의장의 ‘배려’에 대한 성의 표시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21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조속 제정을 위한 경제계 간담회에서 ‘낙선운동’을 언급해 선거법 위반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국회) 상임위가 열릴 때 어느 의원이 어느 부분에서 발목을 잡고 있는지를 보고, (협회) 지회에서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달라”고 말했다.민동용 mindy@donga.com·고성호 기자}

《 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후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4·13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사실상 정계를 떠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표직 사퇴 심경과 야권 연대, 향후 정치 행보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소상히 밝혔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문 대표는 “총선에서 집권 희망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국민을 볼 면목이 없어진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법안 처리를 압박하기 위해 서명에 참여한 것에 대해 그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국가의 품격 문제”라며 “대통령은 야당과 더 대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날선 비판을 했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신년 기자회견 직후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4·13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사실상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표는 “총선 승리의 기준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저지는 야권이 꼭 해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압박하며 거리에서 서명에 참여한 데 대해 그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국가의 품격 문제”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그의 표정은 홀가분해 보였다. 불과 몇 시간 전 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사람 같지 않았다. 전날 밤에도 숙면을 취했다고 한다. 평소 그는 자신의 연설 내용을 밤늦게까지 수정하며 잠을 설쳤다. 앞서 이날 오전 국회 대회의실에서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문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로 권한 이양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백의종군하겠다”며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총선 패배하면 자연스럽게 정계 은퇴” ―사퇴 후에도 막후에서 당 운영과 공천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데…. “대표 할 때도 만날 휘둘려서 인사 한번 마음대로 못했는데 막후에서 더 힘이 세질까. 대표직은 그냥 내려놓으면 그만이다. 다만, 선거 관련 권한과 일상 당무에 관한 권한까지 모두 선대위에 넘기려면 절차가 필요하다. 질서 있는 사퇴가 돼야 한다.” 더민주당은 이르면 이번 주말 당무위원회를 소집해 선대위로 전권을 넘기는 절차를 밟는다. ―오전 회견에선 ‘정권 교체 희망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겸허하게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인정하겠다’고 했는데, ‘정치인 문재인’으로서의 마지막이라는 뜻인가. “정권교체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저절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여기까지였다고 되는 것 아닌가.” ―자연스럽게 정계은퇴가 된다는 뜻인가. “그렇게 생각해도 좋다.” ―총선 승리의 기준은 뭔가. “국민이 평가할 것이다. 일정한 기준은 없지만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저지는 야권이 꼭 해내야 할 과제라고 본 것이다. 총선에서 집권 희망을 만들어 내는 데 실패했다고 판명난다면 국민들께 면목이 없어진다.” ―총선 승리를 돕겠다고 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도울 건가. “찾아야죠. 우리 당 후보를 지원하거나 유권자, 특히 야권 지지자가 많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야권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방법 다 동원해서….”○ “인위적 우(右)클릭 안 해” ―오전 회견에서 국민회의와 정의당에 통합 논의를 공개적으로 제안했는데….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는 물론이고 국민의당과도 총선 전에 다시 합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본다. 그게 어렵다면 연대 방안이라도 모색해야 한다. 호남에서는 선의의 경쟁, 수도권에서는 연대를 모색해 볼 수도 있다. 정의당과는 통합은 어렵고 선거 연합 같은 방식이 꼭 필요하다.” ―정의당과의 통합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당 정체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도 왼쪽으로는 정의당 수준, 오른쪽으로는 합리적 보수까지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져야 한다. 중간층을 잡는 게 승리의 길이지만 인위적 우(右)클릭은 오히려 중간층의 신뢰를 잃는 것이다.” ―통합 논의가 얼마나 진행됐나. “국민의당을 뺀 나머지 분들은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을 오래전부터 기울여 왔다. 천정배 의원이 이런저런 이유로 결단을 내리지 못했는데 이제는 결단을 해야 할 시기다.” 천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대표 모두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철수 의원은 더민주당과의 통합과 연대는 없다고 못 박았는데…. “당을 뛰쳐나가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쪽 기세상으로도 통합, 연대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선거에 다가가면 갈수록 국민은 힘을 모으라고 요구할 것이다. ‘통합, 연대는 절대 없다’는 얘기는 막 할 게 아니다.”○ “내가 패권을 가진 적 있나” ―안철수 의원이 김종인 선대위원장 영입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는데…. (이 질문에 문 대표의 표정은 다소 굳어졌다. 그리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돌아가신 대통령 들먹이는 것 좀 그만하죠.” ―안 의원에 대한 서운함은 없나. “글쎄…. 어쨌든 분열한 것만 해도 아프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상대는 박근혜 정권이다. 선의의 경쟁도 좋지만 이제 서로 헐뜯고 상처 주는 그런 경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일각에선 호남 민심이 돌아선 요인 중 하나로 참여정부 시절 ‘호남 인사 홀대’를 든다. “그렇지 않았다는 건 호남 분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어느 정부보다 참여정부 때 호남이 제대로 평가받고 가장 많이 등용됐다. 국가 의전 서열 10위까지 통상 대여섯 명은 호남 인사였다. 지금은 한 명도 없다. 감성적으로 (저를) 반대하니까 그런 것도 깡그리 잘못한 것으로 매도당한다.” ―당내 친노 인사들의 불출마 선언이 있어야 대표 사퇴의 진정성이 입증된다는 얘기도 있는데…. “거꾸로 묻고 싶다. 내가 패권을 갖고 있는 걸 본 적이 있나. 패권을 쥐어본 적도 없는 패권주의가 있나? 이제는 이런저런 이유로 (누구를) 배제하자고 하는 식의 이야기는 그만할 때다. 서로 대동단결하고 힘 모으자는 이야기를 할 때다.” ―안 의원의 ‘낡은 진보’ 주장을 비판한 적이 있는데…. “진보 전체를 부정하는 뉘앙스가 있어서 그랬다. 다만 우리 당의 행태는 정말로 낡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낡은 점들을 씻어내지 못한다면 더 유연하고 더 유능하고 더 포용적이고 더 개방적인 진보가 될 수 없다.” ―조경태 의원이 탈당했다. 대표도 불출마 선언을 했다. 부산에 현역 의원이 없어질 수도 있는데…. “이번 총선에서 더 만들어 내면 된다. 온라인 입당 시스템으로 10만 명 넘게 입당했다. 탈당의 힘보다 새롭게 입당한 힘이 훨씬 강하다고 본다.” 인터뷰를 마치며 ‘표정이 밝다. 자신감 때문이냐’고 물었다. 문 대표는 “해방됐으니까요”라며 “정치를 바꾸기 위해선 당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마음 같지 않다. 그래도 조금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절박함 때문이다. 절박함, 간절함이 모이면 뭔가 잘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답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이삿짐을 정리하러 가야 한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는 이날, 문 대표는 서울 종로구 구기동 생활을 끝내고 서대문구 홍은동 빌라로 이사했다.정리=민동용 mindy@donga.com·한상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9일경 당 대표직 사퇴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표는 이르면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거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어 20일 선대위 출범과 함께 당 대표직을 사퇴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문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실권을 선대위에 넘기는 ‘2선 후퇴’ 형식이 아닌, 완전한 사퇴를 의미한다. 이 경우 김종인 위원장이 이끄는 선대위가 사실상 ‘비상대책위원회’ 역할까지 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수습할 능력이 없다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다”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일부 친노 진영 인사는 문 대표 사퇴에 반대하고 있어 내부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문, ‘2선 후퇴’가 아닌 ‘사퇴’ 김 위원장은 문 대표의 거취에 대해 ‘2선 후퇴’ 대신 ‘사퇴’라고 못 박았다. 김 위원장은 10명 안팎의 선대위 인선을 마치고 18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연기했다. 당 관계자는 “문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선대위 출범 후 대표직 사퇴’를 명확히 해 먼저 스스로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은 문 대표 기자회견 이후까지 선대위 발표를 미룰 예정이다. 문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사퇴 방침을 명확히 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회견에는 (거취 등) 정무적인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회견 시기도 하루 이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문 대표와 김 위원장이 고려하는 건 대표와 최고위원이 총사퇴 후 전권을 넘기는 ‘비상대책위원회 방식’이다. 그러나 일부 최고위원과 친노 진영에서는 사퇴 대신 문 대표와 최고위가 전권 위임을 의결하는 지난해 ‘혁신위원회 방식’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현행법과 당헌·당규상 공천을 하려면 당무위 의결을 거친 뒤 당 대표 명의의 공천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대위원장의 법적 권한을 놓고 진통이 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선대위에 친노는 없다” 김 위원장은 “내가 친노의 압력에 의해 일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선대위에 친노는 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김종인 선대위’ 체제의 첫 작품이 친노 일부 의원에 대한 물갈이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문 대표 측은 “이미 총선 승리를 위해 김 위원장에게 모든 권한을 준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칼을 들이대는 것이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뜻)’이라고 본다 해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 수락 직후 박병석, 우윤근 의원 등 중도·범친노 의원들에게 선대위 합류를 권유했고, 이날 열린 당 행사에 앞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등 최근 영입된 인사들에게도 선대위 합류를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박영선 의원에 대해서도 “‘(탈당 대신) 야권통합위원장 같은 것이라도 맡아서 하면 괜찮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무조건 선대위 (참여) 하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비주류 측은 문 대표의 최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의 역할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비주류의 한 의원은 “최 본부장이 총선기획단장 등 핵심 역할을 맡는다면 문 대표의 사퇴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김 위원장 영입과 문 대표 사퇴 가능성에 당 내부의 동요도 진정되는 분위기다. 박지원 의원과 함께 탈당설이 돌았던 의원들 중 일부에게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윤석 의원(전남 무안-신안)은 이날 “문 대표가 대표직을 떠난다고 시사한 마당에 탈당이 올바른 길인지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광주시장 공천에 반발하며 당을 떠났던 이용섭 전 의원은 이날 복당을 선언했다. 충청 지역 의원들도 “더민주당을 탈당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로 결정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민동용 기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분신’으로 불리는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86)이 12일 탈당했다. 현 야당의 살아 있는 역사로 평가받는 그의 60년 가까운 정치 인생에서 첫 탈당이다. 이훈평 전 의원 등 다른 동교동계 인사 80여 명도 탈당계를 제출했다. 권 전 고문은 조만간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국민의당)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신당은 더민주당과의 호남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권 전 고문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 지도부의 꽉 막힌 운영 방식과 배타성, 이른바 ‘패권’이란 말로 (당이) 구겨진 지 오래됐다”며 “그럼에도 분열을 막아 보려고 혼신의 힘을 쏟았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당초 회견문에는 ‘친노 패권’으로 돼있었지만 권 전 고문은 ‘친노’를 빼달라고 했다. 그는 분당을 막기 위해서는 문재인 더민주당 대표가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권 전 고문은 지난주 탈당을 만류하는 문재인 대표를 만난 후 지인에게 “탈당 후 15일쯤 국민의당에 입당할 생각”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문 대표를 만난 뒤 오히려 ‘탈당 후 신당 입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당초 권 전 고문은 탈당 후 중간지대에서 야권 통합의 중심이 되겠다는 뜻을 피력해 왔다. 최근 자택을 찾은 기자에게도 권 전 고문 측은 이런 계획을 얘기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권 전 고문은 ‘중간지대’ ‘야권 통합’ 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이제 제대로 된 야당을 부활시키고 정권 교체를 성공시키기 위해 미력하나마 혼신의 힘을 보태겠다”고만 했다. 현 상황에서 자신이 볼 때 정권 재창출이 가능성이 높은 세력에 힘을 실어 주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국민의당 합류 시기는 다소 늦춰질 수 있다. 천정배 의원 등 독자 신당 추진 세력과 국민의당 간 통합을 위해 당분간 제3지대에 머물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권 전 고문이 입당하기로 했지만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독자 신당 세력과 함께 내달 2일 국민의당 창당 대회 때 합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 대표는 “지금 우리 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탈당의 움직임들은 무척 아프다”며 “젊고 유능한 새로운 정당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권 전 고문의 탈당은 제1야당의 기반인 호남, DJ 진영과 친노(노무현 전 대통령)·운동권 진영의 결별로 받아들여진다. 야권 분열이 새로운 야당의 탄생으로 귀결될지, 과거처럼 단순 재결합으로 끝날지는 이제 시작된 더민주당과 신당 간 싸움에 달렸다. 최원식 의원 등 더민주당 의원들의 탈당은 이날도 이어졌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국민의당(창당준비위원회) 안철수 의원이 인재 영입 경쟁 전면에 나서면서 주요 야권 인사들의 ‘주가(株價)’가 요동치고 있다. 양측 간 경쟁이 가열될수록 이들의 셈법도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더민주당 수도권 의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 文-安 경쟁에 몸값 요동치는 인사들 현재 야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더민주당 박영선 의원이다. 박 의원은 비교적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당내 중도 성향 의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 중진과 386그룹에선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밀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최근 문 대표에게 “선대위를 빨리 구성하고 백의종군하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문 대표가 선대위원장에게 어느 정도 권한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박 의원의 수용 여부가 판가름 날 수 있다. 반면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박 의원 대표설이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정치개혁의 새 물결에 헌신하느냐, 야권 대통합의 밀알이 되느냐 깊은 고민이 있다”며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철수신당 바람’에 밀려 존재감이 미약해진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문 대표 측은 공동선대위원장의 한 축으로 천 의원을 검토 중이다. 당 관계자는 “조기 선대위를 개문발차(開門發車)하고 나중에 운전대를 천 의원에게 맡긴다는 구상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 의원 측은 당분간 독자 신당 창당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양측에서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행보도 주목 대상이다. 최근 힘을 합치기로 한 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 김민석 전 의원은 야권 통합 과정에 대비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번 주 탈당하는 권노갑 정대철 상임고문 등 범동교동계도 최근 주가가 한껏 오른 상황이다. 다만 박지원 의원은 높은 몸값에 비해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 재개된 탈당 러시… 깊어지는 고민 2차 탈당 러시가 시작되면서 더민주당 내 호남과 수도권 의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1일 더민주당 김관영 의원(전북 군산)이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앞서 양영두 전북도당 고문도 탈당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전남 해남-완도-진도)도 대변인직을 내놨다. 김 의원은 “민심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윤석 의원(전남 무안-신안)도 다음 주 박지원 의원과 함께 탈당할 예정이다. 전북도당 관계자는 “선거구 획정, 경쟁자 유무 등이 변수지만 의원들이 민심의 변화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더민주당 수도권 의원들의 고민은 더 복잡하다. 이들은 지역 민심보다는 오히려 ‘일여다야(一與多野)’라는 선거 구도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다. 어느 한쪽으로 힘이 쏠리지 않을 경우 전멸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인천 계양을의 최원식 의원은 이르면 12일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동대문을 민병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1강 2중 구도는 정치 세계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수도권 120석 중 절반만 후보 단일화하는 목표를 세우자”고 촉구했다. 양측은 치열한 세 불리기 싸움과 함께 언제 터질지 모를 내부 문제도 안고 있다. 문 대표는 퇴진 압박과 탈당을 막고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 안 의원은 합류한 현역 의원과 기존 참모그룹 간 알력을 최소화해야 한다.민동용 mindy@donga.com·황형준 기자}

《 4·13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인재 영입’ 소리가 요란하다. 하지만 ‘선거구 실종’ 탓인지 ‘정치 혁신’을 바라는 국민 눈에 쏙 들어오는 인사는 찾기 힘들다. 선진국처럼 청년당원을 정치 지도자로 길러내는 시스템이 전무한 한국에선 총선이 인재 충원의 거의 유일한 통로다. 그렇기에 현 상황은 더 절망적이다. ‘정치 인재 발굴’이라는 정당의 중요한 기능이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당장 정치 혁신은 물론이고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의 인재풀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 인재영입의 불을 댕긴 더불어민주당의 첫 여성 영입인사였던 김선현 차의과학대 미술치료대학원 교수는 영입 이틀 만에 ‘무효 처리’됐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그림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탓이다. 안철수 의원은 신당 이름을 발표하는 날 영입인사들의 과거 전력이 문제가 되자 무더기 영입 취소와 함께 사과했다. 새누리당은 당 대표가 직접 나서 이른바 ‘젊은 전문가 그룹’ 영입을 발표했지만 주로 ‘방송 패널’ 출신으로 급조한 흔적이 짙었다. 여야가 국민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인재영입에 나섰다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이는 ‘정치절벽’ 앞에 선 현 정치권 상황과 무관치 않다. 상향식 공천을 내세운 새누리당은 인재영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야당은 사분오열하면서 정치 신인이 특정 정당을 선택하기 힘든 ‘아노미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홍길동 신세’ 새누리당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새로 영입한 인사 6명을 소개했다. 김 대표가 직접 나선 건 이례적이다. “인재영입 경쟁에서 새누리당이 야당에 밀린다”는 비판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야당의 인재영입은 탈당파 정치인이거나 고관대작 출신, 법조계 인사”라며 “새누리당은 반짝 쇼가 아닌 정치를 바꿀 능력이 있는 인사 위주”라고 자평했다. 이날 소개된 6명은 모두 방송 출연이 잦아 상대적으로 얼굴이 알려져 있긴 하다. 또 박상헌 정치평론가를 제외하곤 30, 40대로 젊은층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당 포럼에서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연을 들은 뒤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전 사무총장과 박 평론가는 이미 새누리당 당적을 갖고 있어 영입인사로 보기 힘들다. 나머지 4명도 방송에 자주 등장한 변호사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배승희 변호사는 한 방송에서 수조 원대 유사수신 사기범 조희팔과 유승민 의원이 관련된 것처럼 말했다가 유 의원으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당했다. 김 대표는 이런 지적에 “내가 먼저 연락한 게 아니라 이분들이 저한테 연락을 했다”며 한발 물러섰다. 엄밀한 의미의 인재영입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새누리당은 인재영입을 인재영입이라고 부를 수 없는 ‘홍길동 신세’가 된 것이다. 김 대표는 여러 차례 “상향식 공천과 인재영입은 결이 맞지 않는다”고 밝혀 스스로 말을 뒤집기 힘든 처지다. 이날 영입인사들에 대해서도 “(경선에서) 특혜는 없다”고 못 박았다. 김 대표는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수도권 험지 출마를 권유했지만 20일 가까이 출마 지역을 정해주지 않으면서 경쟁력 높은 인사들까지 손발을 묶어놓는 패착을 뒀다.○ 검증 실패로 영입이 부담으로 돌아온 야권 ‘여성 인재영입 1호’였던 김 교수 파문은 더민주당 문재인 대표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문 대표는 당 인재영입위원장이다. 비록 문 대표가 김 교수를 직접 접촉하진 않았지만 그 책임을 피할 순 없다. 더민주당은 지난해 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시작으로 10일 오기형 변호사까지 당 밖 인사 5명을 영입했다. 이는 더민주당 의원들의 ‘살라미 탈당’과 시기가 맞물린다. 당에 필요한 인재를 구한다는 본래 취지보다 소속 의원들의 ‘탈당 충격파’를 상쇄하려는 방어적 영입 성격이 짙다. 영입인사의 문제점을 놓친 것도 시간에 쫓긴 탓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영입인사 5명 중 3명을 바로 집으로 돌려보낸 국민의당도 인재영입에 ‘빨간불’이 켜졌다. 8일 영입취소를 밝힌 3명은 모두 탈당파 의원들이 추천한 인사였다. 이를 두고 탈당파 의원들과 안 의원의 기존 측근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국민의당의 성패를 좌우할 인재영입을 놓고 내부 갈등이 있었다는 얘기다. 당장 안 의원의 측근들은 “영입인사들이 과연 ‘새 정치’에 걸맞은 인물이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반면 탈당파 의원들은 즉각 영입을 취소한 안 의원의 결정에 “국민의당이 폐쇄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창당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인재영입의 기준과 방향이 길을 잃는 모양새다.이재명 egija@donga.com·민동용 기자}
더불어민주당 권노갑 상임고문이 이르면 12일 탈당한다. 동교동계를 이끌고 있는 권 고문 을 시발점으로 ‘탈(脫) 더민주’ 행렬이 이번 주 피크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10일 “권고문이 주초에 탈당하기로 결심했다”며 “호남 민심이 악화돼 더이상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10일 저녁 긴급 만찬 간담회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정대철 상임고문과 박지원 의원 등 범동교동계 인사들도 하루 이틀 시차를 두고 이번 주 탈당한다. 호남 현역 의원 추가 탈당도 이번 주에 대부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관영 의원(전북 군산)이 11일 탈당한다. 이미 탈당한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과 함께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승용(전남 여수을) 장병완 의원(광주 남구)은 13일 탈당할 예정이다. 당 안팎에선 호남에서 이들을 포함해 8명이 추가 탈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더민주당은 호남에서 소속 의원 수(전체 29명)가 14명으로 줄게 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4일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찾았다. 이 여사가 이날 안 의원을 대하는 방식은 1일 찾아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맞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만남의 시간부터 달랐다. 이 여사가 안 의원 일행과 만난 시간은 26분이다. 이 중 안 의원과 단둘이 별도로 만난 시간만 17분이나 됐다. 문 대표 일행의 새해 인사 시간 6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꽤 긴 시간이다. 환담 내용도 달랐다. 문 대표 일행에게 이 여사가 한 말은 “네”, “감사합니다”가 사실상 전부였다. 안 의원 일행에게는 “새 소식을 일구기 위해서 수고하는 것 같아요”, “잘하시겠죠” 등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안 의원은 이 여사와 독대한 뒤 “(이 여사께서) 새해 덕담을 해 주셨다. 앞으로 만드는 정당이 정권 교체를 하는 데 꼭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많은 기대를 가지고 계시다는 말씀도 해 주셨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안 의원에게 동교동 자택 마당 모과나무에서 딴 모과로 만든 차(茶)를 대접했다. 문 대표와 만남 때는 차가 나오지 않았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문 대표의 다음 일정을 위한 비행기 시간이 촉박해서 차를 마실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이 여사가 왼손을 다쳐 몸이 불편한데도 따뜻한 차를 주시고 새롭게 출발하는 당에 힘을 실어 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며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호남이 다시 야당 정치의 중심으로 복귀하고 있다. 더민주당, 안철수 신당 등 야권 주요 세력의 구애(求愛)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DJ 이후 대선에서 호남은 노무현, 문재인 후보에게 몰표를 줬다.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볼모로 잡힌 것 아니냐”는 비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야권에선 한동안 다소 중심에서 비켜서 있는 듯했던 호남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안철수 신당 바람의 근원지도 호남이고, 더민주당 문 대표도 호남을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호남이 누구를 선택할지가 관심사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호남은 안 의원으로 사실상 정리가 됐다고 봐도 될 듯하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 측도 “호남 민심은 문 대표로서는 집권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고 본다”고 조심스레 동의했다. 그러나 더민주당 수도권 재선의원은 “대선까지 2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문 대표로서도 호남을 끌어안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탈당해 독자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모시는’ 방안을 추진하고 전북 순창까지 달려가 정동영 전 상임고문을 만났다. 당 혁신위원회는 지난해 9월 이 두 사람을 겨냥해 “탈당한 인사들의 복당을 불허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표로선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다시 모셔 와야 할 만큼 호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문 대표 측은 “천 의원이나 정 전 고문도 외부 인사 아니냐”며 “복당이 아니라 당 밖에 있는 인물을 끌어들이고, 야권 통합을 위한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이용훈 전 대법원장 등 호남 출신 유력 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는 것도 결국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서다. 당 관계자는 “누가 더 혁신적이고,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느냐에 따라 호남 민심은 언제든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민동용 mindy@donga.com·차길호 기자}

4일로 4·13총선이 꼭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시계(視界) 제로(0)다. 선거구도 없고, 여야 대결 구도 역시 오리무중이다. 유권자는 ‘깜깜이’ 선거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대한민국은 3일 현재 선거구가 없는 나라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1일 0시를 기해 선포한 대로 ‘입법부 비상사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어 정 의장이 제시한 지역구 ‘246석’ 기준안을 놓고 8시간 동안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추가 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정 의장이 요구한 선거구 획정안 제출시한(5일)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야권 분열이 가속화하면서 총선에서 여야가 어떤 구도로 맞붙게 될지도 안갯속이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김한길 의원은 3일 탈당을 선언했다. 김 의원은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다시 시작하려 한다”며 “애오라지(‘오로지’를 강조하는 말) 계파 이익에 집착하는 패권정치의 틀 속에 주저앉아 뻔한 패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3일 안철수 의원 탈당 이후 9번째다. 야권의 비주류 좌장으로 불리는 김 의원이 당을 떠남에 따라 비주류 의원들의 후속 탈당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다음 주에 탈당이 피크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최대 15명이 더 나갈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김 의원은 10일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을 앞둔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4월 총선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질 확률이 높다. 야권의 이합집산, 합종연횡 결과에 따라 총선 구도는 선거 직전까지 심하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의 사정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친박, 비박으로 갈려 3개월째 ‘공천 룰’을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다.민동용 mindy@donga.com·고성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주류계 좌장 격인 김한길 의원의 탈당이 임박하면서 더민주당 탈당 사태가 새해 벽두 변곡점을 맞을 듯하다. 8일까지 선거구 획정이 이뤄질 경우 중순쯤 탈당 러시가 피크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선 문재인 대표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 ‘살라미 탈당’은 진 빼기 전략? 지난해 12월 13일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소규모로 이어지고 있는 탈당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살라미 탈당’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탈리아 소시지인 살라미를 얇게 썰어내듯 의원들이 한두 명씩 시차를 두고 연쇄적으로 탈당한다는 것이다. 2007년 2월 당시 열린우리당에서 김한길 의원을 중심으로 23명이 한꺼번에 탈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민주당 의원들은 2007년과 지금의 탈당 양상이 다른 이유로 100여 일 앞둔 4·13 총선을 꼽는다. 2007년에는 총선이 1년 이상 남은 상황이었다. 비주류에 속하는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갑)은 1일 “선거를 코앞에 두고 지역구민 다수가 탈당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섣부른 결정이 지지층의 속내와 다르다면 총선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2007년 집단 탈당 때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있어 그해 12월 대선 승리가 희박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 당을 나가 외연을 넓혀야 집권을 연장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탈당했던 우윤근 의원은 “그때는 제3지대에서 당을 만들고 외부 중도세력과 통합해 파이를 키우자는 명분이 있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살라미 탈당이 문 대표 측을 서서히 옥죄어 진이 빠지게 하려는 전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꺼번에 나가면 탈당 효과가 곧바로 증발해버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 文, 김부겸 전 의원에게 선대위원장 제안 문 대표는 1일 새벽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단배식에 참석했다. 단배식 상에서는 매년 올라오던 홍어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흑산도 홍어를 공급했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올해는 (당에서) 요청이 없었다”고 했다. 단배식을 마친 문 대표는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묘소 참배, 국립4·19민주묘지 참배, 이희호 여사 예방 등 숨 가쁜 서울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위해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달려갔다. 봉하마을에 모인 지지자들은 “끝까지 가십시오”라고 응원했다. 동행한 이종걸 원내대표가 헌화한 뒤 묵념을 하자 한 노인이 “이종걸 정신 차려라”라고 고함치다 제지당했다. 문 대표 일행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예방을 위해 노 전 대통령 생가로 이동하던 중 한 중년여성은 “안철수 ×××한테 절대 지지 마라. 힘내!”라고 소리쳤고, 이에 문 대표는 미소를 지었다. 문 대표는 3일 오전까지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 예정이다. 문 대표 측은 조기 선대위 출범 및 호남 인재 영입 카드로 ‘살라미 탈당’에 맞설 계획이다. 문 대표는 김부겸 전 의원에게 선거대책위원장 직을 제안했으며, 이날 봉하마을 방문에 동행한 일부 의원이 대구에서 김 전 의원을 만나 설득했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동아일보 등 각 언론사 신년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더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측은 이날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놨다. 정당 지지율에서 더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은 여론조사 기관별로 2%포인트 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했기 때문이다. 더민주당 측은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이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안 의원 측은 “흐름을 탔다”고 반박했다.민동용 mindy@donga.com·차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