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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29·샌디에이고·사진)이 시범경기 전 경기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김하성은 29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 랜치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5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하성은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오른손 투수 브라이언 쇼를 상대로 깨끗한 중전 안타를 기록했다. 1회에는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됐고,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한 뒤 대주자로 교체됐다. 김하성은 시범경기 개막전이던 23일 LA 다저스전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출전한 4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냈다. 이날 현재 성적은 타율 0.571(7타수 4안타), OPS(출루율+장타율) 1.414다. 김하성은 물론이고 올해 샌디에이고에 입단한 투수 고우석(26)도 20,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올 시즌 MLB 개막전 ‘서울시리즈’에 출전한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이날 “한국 출신 김하성과 고우석은 모두 서울시리즈를 위해 한국으로 향한다”며 “김하성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KBO리그 키움에서, 고우석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LG에서 뛰었다”고 소개했다. 주전 유격수 김하성의 출전은 확정적인 가운데 고우석의 개막 엔트리 포함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샌디에이고는 서울시리즈의 상징성과 마케팅 효과를 고려해 고우석의 개막시리즈 동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시범경기 출전이 없는 고우석은 1일 애리조나주 메사 호호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오클랜드와의 시범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오클랜드에는 초청선수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내야수 박효준(28)이 소속되어 있어 둘의 맞대결 가능성도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괜히 슈퍼스타로 불리는 게 아니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첫 출전 첫 타석부터 안타를 때려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정후는 28일 시범경기 안방구장인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과의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가벼운 옆구리 통증으로 앞선 세 차례의 시범경기에 나서지 않았던 이정후는 이날 처음으로 MLB 공식 경기에 출전했다. 0-2로 뒤진 1회말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상대 오른손 투수 조지 커비를 상대로 노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3구째 변화구를 공략해 우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안타를 때려냈다. 데뷔 시즌인 2022년에 8승, 지난해 13승을 거둔 커비는 작년 올스타전에도 출전한 시애틀의 차세대 에이스다. 1루를 밟은 이정후는 활발한 주루 플레이로도 눈길을 끌었다. 이정후는 2번 타자 타이로 에스트라다의 유격수 앞 땅볼 때 2루로 빠르게 뛰어들면서 시애틀 유격수 라이언 블리스의 실책을 유도해냈다. 병살타 위기를 무사 1, 2루 기회로 바꾼 플레이였다. 이어 3번 타자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2회에는 1루수 땅볼, 4회 헛스윙 삼진 아웃을 당한 이정후는 5-9로 뒤진 5회초 수비 때 타일러 피츠제럴드와 교체돼 첫 시범경기 출전을 마감했다. 이정후는 10-10으로 경기가 끝난 뒤 현지 언론 인터뷰에 나서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커비는 잘 알려진 투수다. 2스트라이크가 됐을 때 그냥 공을 맞히자고 생각했다”며 “MLB 투수들의 패스트볼은 확실히 한국 투수들과 다르다. 하지만 더 큰 차이는 변화구 구속인 것 같다”며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가벼운 부상으로 출발이 늦었지만 첫 경기부터 안타와 득점을 기록한 게 좋아 보인다”며 “발도 빨라서 상대 수비진에 어떤 혼란을 일으킬지 아무도 모른다”고 평했다. 이정후는 이날 스윙을 할 때와 주루 플레이 도중 여러 차례 헬멧이 벗겨졌다. MLB에서 쓰는 헬멧이 아시아 선수 머리 모양과 잘 맞지 않아 생긴 일이다. 김하성(샌디에이고)도 지난해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정후는 맞춤형 헬멧을 따로 주문했고 빠르면 이틀 안에 새 헬멧을 받을 예정이다. 오타니 쇼헤이(30)는 이날 LA 다저스 소속으로는 처음 시범경기에 나서 홈런포를 가동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안방경기에 지명타자로 출전한 오타니는 1회말 첫 타석에서 삼진,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병살타로 물러났다. 그러나 5회말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중간 담장을 넘기면서 다저스 이적 이후 첫 홈런을 기록했다. 초청 선수 신분으로 시범경기에 참가 중인 최지만(32·뉴욕 메츠) 역시 이날 홈런으로 시범경기 첫 안타를 장식했다. 최지만은 마이애미와의 안방경기에 3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6회말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0년 넘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골프 천재’의 필드 복귀에 골프계가 들썩이고 있다. 프로 선수로 뛴 길지 않은 기간에도 누구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재미동포 골퍼 앤서니 김(김하진·39)이 주인공이다. 그레그 노먼 LIV 골프 커미셔너(호주)는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앤서니 김의 실루엣과 함께 스윙하는 동영상을 올리며 그의 필드 복귀를 알렸다. 노먼은 “LIV 골프의 커미셔너로서 이렇게 재능이 충만한 스타에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돼 영광”이라며 “LIV 골프의 가족이 된 걸 환영한다. 골프계는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려 왔다”는 글을 남겼다. 앤서니 김의 복귀설은 최근 미국의 골프 전문 매체들을 통해 꾸준히 흘러나왔다. 앤서니 김이 3월 1일부터 사흘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LIV 골프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필드 복귀와 관련해 앤서니 김 측에선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앤서니 김은 2006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해 초청 선수로 참가한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공동 2위를 하며 이름을 알렸다. 2008년 6월 와코비아 챔피언십에서 PGA투어 첫 승을 거뒀고, 한 달 뒤 AT&T 내셔널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0년 4월 셸 휴스턴 오픈에선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5세가 되기 전에 PGA투어 3승을 거둔 선수는 필 미컬슨,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애덤 스콧(호주)에 이어 앤서니 김이 5번째였다. 앤서니 김은 활력 넘치는 경기 스타일과 세리머니로 ‘골프 황제’ 우즈에 필적할 만한 선수로 평가받기도 했다. 2010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2라운드에선 단일 라운드 역대 최다인 11개의 버디를 잡아냈는데 이 기록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이랬던 그가 2012년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은 이후 골프계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그의 나이 27세 때였다. 앤서니 김은 2015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은퇴 후 어깨 회전근, 허리, 손 등에 예닐곱 번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가 부상 여파로 받은 보험금 1000만∼2000만 달러(약 133억∼266억 원) 때문에 필드 복귀가 어렵다는 추측도 외신 보도로 전해졌다. 선수로 복귀할 경우 이 돈을 고스란히 다시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복귀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이기에 가능하다는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LIV 측으로부터 막대한 계약금을 받았을 수 있고, 대회 상금 규모 역시 크기 때문이다. 다음 달 1일부터 제다에서 열리는 LIV 골프 대회 총상금은 2500만 달러(약 333억 원), 개인전 우승 상금은 400만 달러(약 53억 원)다. 29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리조트 챔피언스코스(파71)에선 PGA투어 코그니전트 클래식이 열리는데 총상금은 900만 달러, 우승 상금은 162만 달러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첫 우승을 차지했던 이곳에만 오면 자신감이 붙는다.”임성재가 29일부터 나흘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리조트 챔피언스코스(파71)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코그니전트 클래식을 앞두고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이 대회는 지난해까지 혼다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43년간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던 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가 후원을 중단하면서 올해부터 대회 명칭이 바뀌었다. 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둔 정보기술(IT) 기업 코그니전트는 5월에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도 후원한다. 임성재는 2020년 혼다 클래식으로 열렸던 이 대회에서 PGA투어 첫 승을 따냈다. PGA 챔피언스투어에서 뛰고 있는 양용은도 2009년 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깊다. 올해 임성재를 비롯해 김주형, 이경훈, 안병훈, 김성현까지 한국 선수 5명이 출전한다. 임성재는 27일 서울 강남구 클럽D 청담에서 열린 풋조이 신제품 발표회 행사에 온라인으로 참여해 “제가 PGA 투어에서 처음 우승한 코스라 이곳에 좋은 기억이 많다. 항상 자신감이 붙는다”며 “최근 몇 주간 원하는 성적이 나지 않았지만 지난 주 쉬면서 연습을 통해 이번 대회를 잘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초부터 풋조이 PRO/SLX 제품을 신고 있다. 스윙할 때 탄력을 받을 수 있고, 안정감 있게 발을 잘 잡아주는 부분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임성재와 함께 김주형 역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세계 랭킹 16위인 김주형은 이번 대회에 나오는 선수 가운데 로리 매킬로이(2위·북아일랜드), 매슈 피츠패트릭(9위·잉글랜드)에 이어 세계 랭킹이 세 번째로 높다.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안병훈 역시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한다. PGA투어는 시즌 초반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안병훈을 파워랭킹 3위에 올려놓았다. 지난해 우승자 크리스 커크(미국)는 대회 2연패와 올해 2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커크는 이번 시즌 개막전으로 1월에 열린 더 센트리에서 우승했다. 26일 끝난 멕시코 오픈 우승자 제이크 냅(미국)도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냅은 2년 전까지 나이트클럽 경비원으로 일한 경력이 알려져 큰 화제를 모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0년 넘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골프 천재’의 필드 복귀에 골프계가 들썩이고 있다. 프로 선수로 뛴 길지 않은 기간에도 누구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재미동포 골퍼 앤서니 김(39·한국명 김하진)이 주인공이다.그레그 노먼 LIV 골프 커미셔너(호주)는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앤서니 김의 실루엣과 함께 스윙하는 동영상을 올리며 그의 필드 복귀를 알렸다. 노먼은 “LIV 골프의 커미셔너로서 이렇게 재능이 충만한 스타에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돼 영광”이라며 “LIV 골프의 가족이 된 걸 환영한다. 골프계는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려왔다”는 글을 남겼다.앤서니 김의 복귀설은 최근 미국의 골프 전문 매체들을 통해 꾸준히 흘러나왔다. 앤서니 김이 3월 1일부터 사흘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LIV 골프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필드 복귀와 관련해 앤서니 김 측에선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앤서니 김은 2006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해 초청 선수로 참가한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공동 2위를 하며 이름을 알렸다. 2008년 6월 와코비아 챔피언십에서 PGA투어 첫 승을 거뒀고, 한 달 뒤 AT&T 내셔널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0년 4월 셸 휴스턴 오픈에선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5세가 되기 전에 PGA투어 3승을 거둔 선수는 필 미컬슨,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애덤 스콧(호주)에 이어 앤서니 김이 5번째였다.앤서니 김은 활력 넘치는 경기 스타일과 세리머니로 ‘골프 황제’ 우즈에 필적할 만한 선수로 평가받기도 했다. 2010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2라운드에선 단일 라운드 역대 최다인 11개의 버디를 잡아냈는데 이 기록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이랬던 그가 2012년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은 이후 골프계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그의 나이 27세 때였다. 앤서니 김은 2015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은퇴 후 어깨 회전근, 허리, 손 등에 예닐곱 번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그가 부상 여파로 받은 보험금 1000만~2000만 달러(약 133~266억 원) 때문에 필드 복귀가 어렵다는 추측도 외신 보도로 전해졌다. 선수로 복귀할 경우 이 돈을 고스란히 다시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복귀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이기에 가능하다는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LIV 측으로부터 막대한 계약금을 받았을 수 있고, 대회 상금 규모 역시 크기 때문이다. 다음 달 1일부터 제다에서 열리는 LIV 골프 대회 총상금 은 2500만 달러(약 333억 원), 개인전 우승 상금은 400만 달러(약 53억 원)다. 29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리조트 챔피언스코스(파71)에선 PGA투어 코그니전트 클래식이 열리는데 총상금은 900만 달러, 우승 상금은 162만 달러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년 전까지만 해도 나이트클럽과 결혼식장 경비원으로 일하던 무명 골퍼 제이크 냅(30·미국)이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됐다. 냅은 26일 멕시코 바야르타의 비단타 바야르타 골프코스(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멕시코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이븐파 71타를 쳐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냅은 지난해 2부 투어인 콘페리투어를 거쳐 올해 PGA투어로 올라온 신인이다. 이번 대회는 9번째 출전한 PGA투어 대회였는데 PGA투어 회원이 된 올해 들어선 5번째다. 종전 최고 성적은 1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의 공동 3위다. 냅은 PGA투어 정상에 서기까지 남다른 길을 걸어야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를 졸업한 뒤 2016년 프로로 전향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캐나다 투어와 2부 투어를 전전하다 2021년엔 콘페리투어 출전 카드마저 잃었다. 대회 참가에 필요한 경비를 벌기 위해 고향 코스타메사의 한 골프장 내 나이트클럽에 이력서를 냈다. 낮엔 골프장에서 연습하고, 밤엔 바텐더로 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의 체격(181cm, 86kg)을 본 사장은 나이트클럽 입구를 지키는 경비 일을 맡겼다. 인근 결혼식장에서 행사가 있을 때도 경비원으로 일했다. 나이트클럽 경비원 생활은 그에게 큰 자극이 됐다. 냅은 “파티가 열리는 금, 토요일 새벽까지 입구를 지키다 보면 골프가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 골프로 돈을 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며 “그곳에서 일하면서 웬만한 일엔 흔들리지 않게 됐다.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그때의 경험 때문”이라고 했다. 절치부심한 그는 지난해 콘페리 투어 포인트 13위 자격으로 올해 PGA투어에 올라왔다. 이번 대회 우승을 확정한 뒤 냅은 18번홀 그린에서 기다리던 여자 친구를 안았다. 지난해 암으로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의 이름 이니셜을 팔뚝에 새기고 경기를 한 그는 “라운드 후 매번 하늘에 계신 외할아버지께 문자를 보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셨다면 ‘잘했어, 이제 우승 축하 닭튀김 먹으러 가자’고 하셨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우승 상금 145만8000달러(약 19억4000만 원)를 챙긴 냅은 이번 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향후 2년간 PGA투어 카드를 유지한다. 총상금 2000만 달러(약 266억 원)가 걸린 특급 대회와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PGA챔피언십에도 나갈 수 있다. 전날 케냐 나이로비의 무타이가 골프클럽(파71)에서 끝난 DP월드투어(옛 유럽투어) 케냐오픈에서도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나왔다. 영국에서 슈퍼마켓 배달기사로 일하며 투어를 뛰던 조 딘(30·잉글랜드)은 최종 합계 12언더파 261타로 공동 2위를 하며 상금 19만9749유로(약 2억9000만 원)를 받았다. 이번 대회 전까지 세계랭킹 2930위이던 딘은 “오랫동안 꿈꿔온 일이 현실이 됐다”며 기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세상에 좋은 골프장은 많다. 하지만 직접 라운드하는 골퍼가 만족해야 진정 좋은 골프장이다. 동아일보, 스포츠동아, 국내 최대 골프부킹 서비스 업체 ‘XGOLF’가 선정하는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은 소비자들이 직접 최고의 골프장을 뽑기에 더 의미가 있다. 2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는 ‘2022∼2023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시상식에서는 88컨트리클럽(경기 용인), SG아름다운골프&리조트(충남 아산), 동촌골프클럽(충북 충주), 문경레저타운(경북 문경), 블루원상주 골프리조트(경북 상주), 서원힐스(경기 파주), 솔모로 컨트리클럽(경기 여주), 스카이밸리 컨트리클럽(경기 여주), 클럽모우 골프&라이프스타일(강원 홍천), 파인힐스 골프&호텔(전남 순천)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서원힐스는 역대 최다인 8번째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에 선정됐고, 동촌골프클럽은 처음으로 뽑혔다. 이번 소비자만족 10대 골프장은 2022년 1년간 이용 후기 중 평점 9.0 이상을 받은 골프장들을 대상으로 1차 평가를 진행했다. 이후 2차로 지난해 5∼12월 골프장 예약자들로부터 11개 세부 항목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평가 항목은 △캐디(서비스, 경기 진행) △코스(관리 상태, 조경, 구성, 난이도) △가격 만족도(접근성, 이용 요금) △부대시설 및 직원 서비스 등으로 구성됐다. 1, 2차 평가 점수를 각각 50% 합산한 평점으로 10개 골프장을 최종 선정했다. 조성준 XGOLF 대표이사는 “올해 9회째인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은 고객의 입장에서 골프장 업계를 바라보고 고객 만족과 골프장 발전을 함께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앞으로도 골퍼와 골프 업계가 모두 만족하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2년 만에 한국프로야구로 돌아온 류현진(36)이 올해 정규시즌 개막전부터 마운드에 오른다. 일본 오키나와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한화의 최원호 감독은 25일 “변수가 없다면 류현진은 개막전에 들어간다. 원래 잡은 훈련 일정이 날씨 등으로 차질만 없다면 개막 경기에 등판할 것”이라고 했다. 한화는 다음 달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지난해 한국시리즈 챔피언 LG와 시즌 개막 경기를 치른다. 최 감독은 “류현진이 개막전에 나간다면 투구 수는 80개 안팎이 될 것이다. 당분간은 100개 안으로 관리해줘야 한다”며 “1선발로 나간다면 한 시즌에 150∼160이닝 정도 던질 것 같다. 나이와 수술 이력 등을 감안해 투구 수를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한화와 8년간 연봉 총액 170억 원에 계약한 다음 날인 23일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자마자 불펜에서 45개의 공을 던졌다. 류현진의 첫 불펜 투구를 본 최 감독은 “아트(예술)죠”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류현진은 26일 한 차례 더 불펜 투구를 한 뒤 3월 1일엔 타자들을 세워 놓고 던지는 라이브 피칭을 할 예정이다.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연습경기에는 등판하지 않고 귀국 후 시범경기 기간(3월 9∼19일)에 마운드에 올라 실전 감각을 점검한다. 류현진 역시 개막전 선발 등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25일 스프링캠프에서 팀 동료들과 첫 합동훈련을 마친 류현진은 “너무 재밌게 훈련했다. 미국에서는 각자 따로 워밍업을 하는데 오랜만에 단체로 같이 하니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류현진은 “개막하기 전까지 투구 수를 80개 정도로 끌어올리는 게 최우선 과제”라며 “몸 관리만 잘한다면 이번 시즌에 최소 150∼160이닝 정도는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한화의 개막전 상대인 LG 염경엽 감독은 경계심을 나타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팀 스프링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염 감독은 류현진의 한화 복귀설이 굳어질 무렵부터 “우리 팀 역대 최다승 목표(88승)를 지워야 할 것 같다. 당초 목표에서 2승 정도는 빼야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염 감독은 또 “류현진의 합류로 한화는 (LG, KT, KIA 등과 함께) 4강 전력이 됐다”며 “시즌 맞대결 전적에서 +3승 정도를 예상했는데 이제는 승패를 장담하기 힘들다”고도 했다. 염 감독의 말을 전해 들은 류현진은 “LG가 줄인 목표 승수 2승 가운데 1승을 내가 개막전에서 따내겠다”고 했다. 류현진이 한 시즌을 건강하게 보낸다면 한화는 국내 프로야구 전체 10개 팀 중 가장 강력한 선발진을 구성할 수 있다. 실력이 검증된 외국인 듀오 페냐와 산체스가 있고, 국내 최정상급 구위를 가진 3년차 투수 문동주도 한 단계 더 성장했다. 12년 만에 다시 한화 캠프에서 동료들과 함께 땀을 흘린 류현진은 “예전에는 스프링캠프 분위기가 딱딱했는데, 요즘은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구단 분위기가 밝은 것 같다”며 “아직 어린 선수들이 어려워하는 것 같은데 그냥 편안하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후배들이 밥을 사달라고 하면 다 사줄 거다. 많이 먹어도 된다”고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달 초 일요일 이른 아침.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82)은 어김없이 야구장에 나와 있었다. 그는 경기 성남시 대원중학교에서 아마추어 선수 두 명을 지도하고 있었다. 야구 예능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여든이 넘은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열정에 불탄다. 티배팅을 하는 선수들에게 공을 직접 올려 주고, 펑고(수비 훈련을 위해 쳐 주는 땅볼)도 직접 쳐 준다. 김 감독은 2시간 가까운 대화 시간 내내 악력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왼손으로 수십 번 쥐었다 폈다 하다가 힘이 빠졌다 싶으면 오른손으로 옮겨 잡았다. 그는 “펑고를 제대로 치려면 손아귀에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출신인 그는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한국 프로야구에 큰 획을 그었다. 그가 감독을 맡았던 한국 프로팀만 7개(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 한화)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은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코치 고문으로 일했다. 김 감독은 건강관리에 진심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야구를 계속하려면 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한다. 집이 있는 서울 성동구 서울숲 주변을 2시간가량 걷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꾸준히 한다.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해 과일이나 나무, 꽃, 선수 이름 등을 틈틈이 노트에 적기도 한다. 피 말리는 승부의 세계에 오랫동안 몸담으면서 그는 여러 차례 큰 병을 얻었다. 1990년대 말 쌍방울 감독 시절 신장암 수술을 받았다. SK 감독으로 재임할 때도 신장암 수술 한 번, 간암 수술을 한 번 받았다. 그는 “처음 신장암 수술을 삼성서울병원에서 받았다. 그런데 그곳 복도에서 잠실야구장이 보인다. 수술한 뒤에도 살아야겠다는 생각보다 야구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며 “건강은 곧 의식이다.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니 아프다, 죽는다는 의식이 없어졌다”고 했다. 이후 그는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몸이 조금만 이상하다 싶으면 병원을 찾는다. 이후 두 번의 암도 조기에 발견하면서 큰 후유증 없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그는 “암 수술을 받을 때마다 구단이나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당시엔 경쟁 속에 있을 때니 상대에게 약점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며 “간암 수술을 받고 나서는 퇴원하자마자 곧바로 경기장에 갔다. 그날 수원에서 열린 경기에서 결국 이겼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나이에 대한 편견도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나이와 관련된 편견은 내게도 항상 따라다녔다. 하지만 내가 SK 와이번스에서 처음 우승한 게 65세 때였다”며 “어떤 조직이든 세대교체가 필요하지만 그 기준은 나이가 아닌 성장하려는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말 그는 ‘인생은 순간이다’라는 저서를 통해 자신의 야구와 인생을 정리했다. 갖고 간 책에 사인을 요청하자 그는 자신의 좌우명이자 상징과도 같은 글귀를 써 줬다. 일구이무(一球二無). 한 번 떠난 공은 돌아오지 않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라는 의미였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2월초 일요일 이른 아침 시간.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82)은 어김없이 야구장에 나와 있었다. 그는 경기 성남 대원중학교 운동장 한 켠에서 야구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 출연하는 아마추어 선수 두 명을 지도하고 있었다. 이 팀은 이대호, 정근우, 박용택, 이대은 등 한국 프로야구 무대를 주름잡았던 은퇴 선수들이 주축이다. 그렇지만 독립리그나 대학 야구에서 뛰는 선수도 꽤 있다. 이들 중 정현수(롯데), 황영묵(한화), 고영우 원성준(이상 키움) 등이 실력을 키워 지난해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김 감독은 “6명이 프로에 지원했는데 두 명은 프로에 못 갔다. 집에서 이틀 동안 고민했다. 결론은 내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는 거였다”며 “작년 추석 때도 불러서 훈련을 했다. 10~20년 지난 후 나 때문에 인생 망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설혹 (프로 진출이) 안되더라도 지금의 노력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든이 훌쩍 넘은 나이.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야구의 열정에 불탄다. 말로만 하는 게 아니다. 티 배팅 때 선수들에게 직접 공을 올려주고, 토스 배팅 때는 공을 가볍게 던져준다. 그리고 지금도 선수들에게 펑고(수비 훈련을 위해 쳐 주는 땅볼)를 쳐 준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펑고의 달인’이다. 노크 배트를 잡으면 자유자재로 공을 친다. 야수가 있는 힘을 다해 팔을 뻗어야 겨우 잡을 수 있는 코스로 공을 보낸다.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1960년대 말부터 펑고를 쳤으니 거의 60년간 이어왔다. 하루 1000개씩 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김성근표 펑고’로 성장한 대표적인 선수가 SSG 3루수 최정과 당대 최고의 2루수 정근우였다. 김 감독은 “내야수라면 가볍게 공을 잡아야 한다. 힘이 들어가면 글러브에서 공이 튕겨나가기 일쑤다. 1000개씩 잡다보면 나도 모르게 몸이 먼저 움직인다. 힘이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공을 잡아낸다. 힘을 뺀 상태에서 편안함을 찾는 게 바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람들은 그렇게 기술을 연마하는 걸 혹사라고 한다. 어림도 없이 이야기다. 지금 메이저리그 최고의 내야수가 된 김하성(샌디에이고) 역시 하루 1000개, 2000개 씩 받으면서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대화 내내 손을 가만히 있지 않고 악력기를 끊임없이 움직였다. 왼손으로 수십 번 쥐었다 폈다 하다가 힘이 빠졌다 싶으면 오른손으로 옮겨 잡았다. 2시간 가까이 한 인터뷰 동안 그는 쉴 새 없이 악력기를 쥐었다 폈다 했다. 그는 “펑고를 제대로 치려면 손아귀에 힘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남긴 명언 중엔 일구이무(一球二無)란 말이 있다. 한 번 떠난 공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가 치는 펑고 역시 마찬가지다. 펑고 하나하나마다 목적이 있고,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는 “훈련이 되는 펑고를 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실전과 같은 타구처럼 만들어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 들어가면 뭔가가 보이게 된다”며 “현재 많은 팀들이 그냥 치고, 그냥 잡는다. 쉽게 잡을 수 있는 펑고에 무슨 의미가 있나. 힘들게 치고, 힘들게 잡아야 자기 것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타격 역시 마찬가지. ‘국민타자’였던 이승엽 두산 감독은 2004년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에 진출한 뒤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지바 롯데는 김 감독에게 도움을 청했고, 이승엽과 김 감독은 그날부터 하루 1000개의 스윙을 했다. 원래 갖고 있던 재능에 그같은 노력이 뒷받침되자 이승엽은 다시 홈런 타자로 부활할 수 있었다. 재일동포 출신인 그는 이같은 열정 하나로 한국 프로야구에 큰 획을 그었다. 그가 감독을 맡은 한국 프로 팀만 7개(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 한화)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감독도 했고,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은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뱅크스에서 5년간 코치 고문으로 일했다. 현역 선수 시절 868개의 홈런을 친 오사다하루(왕정치) 소프트뱅크 회장이 그를 유독 아꼈다. 김 감독은 “1940년생인 왕 회장이 나보다 두 살 위다. 왕 회장이 나만 보면 ‘김 상은 팔팔해서 좋겠다. 나는 힘이 없다’고 농담을 하신다. 그럴 때마다 ‘회장님도 운동하시면 된다’고 말씀드리곤 한다. 하지만 우리 둘 모두 ‘야구장에만 있으면 나이에 관계없이 가장 편하다’라며 의기투합한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운동에 진심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야구를 계속하려면 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한다. 집이 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주변을 2시간 가량 걷는다. 근력 유지를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도 꾸준히 한다. 그는 “시간이 되는 대로 걸어다니려 한다. 집에도 이런저런 운동 기구가 5, 6개 있다. 아침에 걷지 못할 때는 집에 있는 사이클 기구로 유산소 운동을 보충한다”라고 했다. 정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틈틈이 과일이나 나무, 꽃, 선수 이름 등을 노트에 적곤 한다. 평소부터 메모 습관이 있었던 그이지만 요즘은 가능한 한 더 많이 뭔가를 적으려 노력한다. 2022년 말 한국에 돌아온 뒤엔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일할 때보다 체중이 5,6kg정도 빠졌다. 일본에서 활동할 때는 체중이 80kg에 육박했다고 한다. 그는 “코치 고문으로 일하다 보니 일본 코치들과 어울리는 자리가 적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맥주 한잔 해가며 야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새벽 3, 4시가 되어 있곤 했다”며 “그래도 나는 다음날 아침이면 거뜬히 일어나 운동을 했다. 일본인 코치들이 그 모습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말하곤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뒤로는 저녁 술자리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체중도 줄었다. 스스로도 가능한 한 음주를 자제하려 한다. 하지만 지난 연말 피할 수 없는 자리가 두 번 있었다. 2000년 대 초반 지도했던 LG 트윈스 선수단 망년회와 2000년해 후반 SK 와이번스 왕조 시절 멤버들과의 자리였다. 피를 말리는 승부의 세계에 오랫동안 몸담으면서 그도 여러 차례 큰 병을 얻었다. 1990년대 말 쌍방울 감독 시절 신장암 수술을 했고, SK 감독으로 재임할 때도 신장암 수술 한 번, 간암 수술 한 번을 했다. 그는 “처음 신장암 수술을 서울삼성병원에서 했다. 그런데 그곳 복도에서는 서울 잠실야구장이 보인다. 수술한 뒤에도 살아야겠다는 생각보다 야구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며 “가장 하고 싶은 말은 건강은 곧 의식이라는 것이다. 아프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 하지만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니 아프다, 죽는다는 의식이 없어졌다”고 했다. 첫 번째 암수술을 받은 뒤 그는 건강검진의 증요성을 절감했다. 이후엔 몸이 조금만 이상하다 싶으면 병원을 찾는다. 이후 두 번의 암도 조기에 발견하면서 큰 후유증 없이 성공적으로 수술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암수술을 받을 때마다 구단이나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서 했다.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당시엔 경쟁 속에 있을 때니 상대에게 약점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며 “간암 수술은 정말 너무 아팠다. 하지만 아픔을 참고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곧바로 경기장에 갔다. 수원에서 열린 그 경기에서 결국 이겼다”며 웃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나이에 대한 편견도 사라져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그는 “요즘 한국 사회는 나이에 너무 민감하다. 나이를 먹어도 능력이 있으면 계속해야지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그만둘 이유가 없다”며 “내게도 나이와 관련된 편견이 항상 따라다녔다. 하지만 내가 SK 와이번스에서 처음 우승한 게 65세 때였다. 마지막 우승은 69세 였다”고 했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이기는 것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야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어떤 조직이든 리빌딩과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기준은 나이가 아닌 성장하려는 의식이 있는가의 여부여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그는 ‘인생은 순간이다’라는 책을 통해 자신의 야구와 인생을 정리했다. 갖고 간 책에 사인을 요청하자 그는 다음과 같은 글귀를 써 줬다. 一球二無.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5번 타자 유격수 하성 킴(Ha-Seong Kim).”장내 아나운서가 샌디에이고 김하성(29)을 소개하자 관중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산더르 보하르츠 등 연봉 총액 2억 달러가 넘는 특급 스타들이 받았던 것과 비슷한 환영의 박수였다. 전광판에서는 김하성이 지난해 선보였던 멋진 수비 장면과 세리머니들이 연이어 흘러나왔다.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설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하성의 이름이 호명되면 관중들은 입을 모아 “하성 킴, 하성 킴”을 연호했다. 샌디에이고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 김하성이 23일 LA 다저스와의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올 시즌 187경기(정규시즌 162경기+시범경기 25경기, 포스트시즌은 제외)의 대장정에 돌입했다.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는 이날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다저스를 상대로 MLB 시범경기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3월 20~21일 서울에서 정규시즌 개막전 두 경기, 일명 서울시리즈를 치르는 두 팀은 다른 팀에 비해 일찍 스프링캠프의 문을 열었고, 시범경기도 가장 먼저 시작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이자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두 팀이 맞붙은 이 경기는 미국 현지에서도 큰 화제였다. 1만1333석의 관중석이 가득 들어찼고,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이 전국에 생중계했다. 가장 저렴한 티켓이 79달러(약 10만 5000원)로 10만 원을 훌쩍 넘겼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매니 마차도를 제외한 주전 대부분을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선발 투수 역시 에이스로 낙점된 조 머스그로브를 내세웠다. 다저스에서는 10억 달러 일본인 듀오 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와 야마모토 요시노부(투수)가 결장했지만 무키 베츠, 오스틴 반스, 개빈 럭스 등 주전 선수들이 대거 선발 출전했다. 경기는 1회에만 대거 8득점한 다저스의 14-1 압승으로 끝났다. 샌디에이고는 올해 첫 공식 경기에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대패했지만 김하성의 빛나는 활약으로 위안을 삼을 만 했다. 5번 타자로 출전한 김하성은 0-8로 뒤진 2회말 1사루 타석에 들어서 강속구 투수 마이클 글로브의 초구 패스트볼을 깨끗한 좌전 안타로 연결시켰다. 이날 샌디에이고에서 나온 첫 안타였다. 김하성은 4회말에는 왼손 투수 알렉스 베시아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냈다. 5회 초 수비부터 교체된 김하성은 100% 출루에 성공했다. 수비에서는 공이 하나도 유격수 방향으로 날아오지 않았지만 시종 날쌘 움직임을 보였다. 김하성은 경기 후 “첫 타석부터 공격적으로 치려고 했다. 샌디에이고 팬들께서 이름도 불러시고, 많이 응원해주셔서 항상 감사드린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 옆을 지나가던 타티스 주니어는 스페인어와 영어를 섞어 “무초, 페이머스(Mucho famous。엄청 인기 많네)”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김하성은 캠프 첫날 인터뷰에서도 “동료들도, 팬들도 너무 잘해주는 샌디에이고가 너무 좋고 이 팀에 남고 싶다. (트레이드 설이 돌지만) 다른 팀에 가고 싶지 않다. 올 시즌 더 잘하고 팀 성적이 좋다면 떠날 확률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마무리로 뛰다 올해 샌디에이고에 합류한 일본인 왼손 투수 마쓰이 유키(29)는 데뷔 무대부터 1이닝 3타자 3삼진을 잡아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마쓰이와 경쟁하는 LG 마무리 출신 고우석(26)은 이날 등판하지 않았다. 고우석은 28일 캔자스시티전 또는 28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피오리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26)에게는 늘 붙어 다니는 사람이 있다. 올해 이정후의 통역을 맡은 한동희 씨(29)다. 한 씨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리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이정후의 귀와 입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씨는 지난해엔 한국프로야구 NC의 외국인 투수였던 에릭 페디(31)의 통역으로 일했다. MLB 워싱턴에서 뛰다 지난해 NC 유니폼을 입은 페디는 트리플 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모두 1위)을 달성하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그리고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하며 MLB에 복귀했다. 한 씨와 페디는 찰떡궁합이었다. 페디가 한국프로야구에서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가족처럼 그를 도운 한 씨의 역할도 컸다. 페디는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되자 한 씨에게 각별히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이정후에게 한 씨를 통역으로 추천한 인물이 페디다. 이정후가 MLB에 진출하자 한국에서 자신과 호흡을 맞췄던 한 씨를 추천한 것이다. 페디와 이정후는 MLB를 대표하는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 사단에 함께 속해 있다. 올해도 NC에서 계속 일하려 했던 한 씨는 구단의 양해를 얻어 이정후의 통역을 맡기로 했다.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만난 한 씨는 “스포츠 팀에서 외국인 선수 통역을 하는 게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다. 한국에서 외국인 선수 통역을 했고, 이번엔 미국에서 한국 선수를 돕게 됐다”며 “이정후 선수가 빅리그에서 뛰는 꿈을 이룬 것처럼 나 역시 꿈을 이뤄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한 씨는 대학도 한국에서 다녔다.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서 몇 년간 생활해 영어엔 익숙하지만 원어민만큼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통역 일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처음 해봤다.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에서도 외국인 선수 통역을 맡았다. 페디의 소속 팀 화이트삭스도 애리조나주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한 씨는 틈이 나면 페디와 식사도 할 생각이다. 한 씨는 “작년엔 페디라는 빛나는 선수와 함께해 영광이었다”며 “올해는 이정후 선수가 MLB에서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했다.스코츠데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시리즈 우승하고 나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딱 이틀 지나니까 다음 시즌이 걱정되더라고요.” 프로야구 LG 중심타자이자 정신적인 지주인 김현수(36)가 ‘반성 모드’로 돌아온 건 우승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LG는 지난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29년 만에 프로야구 정상에 섰다. 김현수는 두산에서 뛰던 2015년 이후 8년 만에 다시 챔피언 반지에 입을 맞췄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차려진 LG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김현수는 “팀은 우승했지만 내가 너무 못했다. 잔부상으로 운동을 제대로 못해 살이 많이 쪘다. 홈런도 줄었고, 타구의 질도 좋지 않았다”고 반성했다. 김현수의 지난해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0.293, 6홈런, 88타점이었다. 객관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타격 기계’로 통하는 김현수의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했다. 김현수는 프로야구에서 총 세 시즌(2008, 2009, 2018년)에 걸쳐 타율 0.350을 넘겼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이런 기록을 남긴 건 김현수를 포함해 네 명밖에 없다. 그는 “타격은 무조건 지난해보다 잘해야 한다. 외야수나 1루 수비에도 자주 나가 팀 전력에 보탬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권토중래를 다짐한 김현수는 몸무게부터 7kg을 줄였다. 많이 뛰면서 닭가슴살과 채소 위주로 식생활도 관리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초콜릿도 단번에 끊었다. 그는 “작년까진 경기가 잘 안 풀리는 날에는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 등 단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기에 요즘은 이를 악물고 참고 있다”며 웃었다. 염경엽 LG 감독도 “베테랑답게 겨우내 몸을 정말 잘 만들어 왔다”며 흡족해했다. 희소식도 있다. 그동안 김현수를 비롯해 힘 있는 왼손 타자들을 괴롭혔던 수비 시프트가 올 시즌부터 금지된다. 그는 “잘 맞은 타구가 시프트에 걸리다 보니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졌다. 나도 모르게 소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2020년까지 통산 타율 0.322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비 시프트가 ‘대세’가 된 최근 세 시즌 동안에는 0.285, 0.286, 0.293에 그쳤다. 한 구단 전력분석팀 관계자는 “김현수나 김재환(두산) 같은 왼손 강타자들은 시프트 금지로 타율이 최소 2푼 정도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수가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은 후배들에게도 본보기가 된다. 투수 최원태는 “어디선가 방망이 치는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면 (김)현수 형이 항상 그곳에 있다. 그런 선배를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큰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2018년 LG 유니폼을 입은 뒤 모래알 같던 LG 선수단 분위기를 바꿨다는 평가를 듣는다. 군기반장을 자처하며 후배들에게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그는 “팀이 강해지려면 누군가는 악역을 맡아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나도 편하지만 팀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순 없다”며 “야구는 팀 스포츠다. 나 혼자 아무리 잘해도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 모두가 다 같이 잘해야 이긴다. 야구는 이겨야 재미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지난해와 비교해 마운드 높이가 낮아졌다.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미국프로야구 샌디에이고에 입단했고, 이정용은 군에 입대했다. 왼손 투수 함덕주는 부상으로 시즌 개막 후에도 한동안 결장이 불가피하다. 지난해에도 강했던 타선이 빈자리를 메워 줘야 한다. 김현수는 “올해도 우승하려면 기존 선수들이 더 발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부터 더 열심히 잘해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스코츠데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정후(26)가 타석에 들어서자 관중석에선 박수가 터졌다. 지난해 말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512억 원)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한 이정후가 처음으로 팀 유니폼을 입고 훈련했다. 샌프란시스코 선수단은 20일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첫 공식 훈련을 했다. 이날은 샌프란시스코 선수단이 지난 시즌 종료 이후 처음 완전체가 된 날이다. 투수와 포수들은 닷새 전에 소집됐고 야수진이 이날 합류했다. 이정후는 15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야수들과 손발을 맞추기 시작했는데 공식 일정이 아니어서 그동안엔 트레이닝복을 입고 훈련했다. 등번호 51번과 영어 이름 J.H.LEE가 새겨진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훈련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이정후는 한국프로야구 키움에서 뛸 때도 51번을 달았다. 스트레칭과 러닝으로 훈련을 시작한 이정후는 외야 수비훈련을 마친 뒤 동료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 루이스 마토스와 한 조를 이뤄 첫 라이브 배팅을 했다. 이정후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관중석 팬들은 함성과 박수로 샌프란시스코의 새 스타를 환영했다. 이정후의 51번 유니폼을 입거나 손에 든 팬들도 눈에 띄었다. 실전 배팅에 처음 나선 이정후는 MLB 최장신 투수(211cm) 션 옐레와 마이너리그에서 주로 뛰고 있는 닉 아빌라를 상대했다. 이정후는 자신의 타격 차례가 끝난 뒤엔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배팅을 유심히 지켜봤다. 이정후는 “타구가 모두 필드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만족한다.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앞으로 라이브 배팅이 계속 있으니 차츰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옐레는 키가 엄청 컸다. MLB 투수들이 한국 선수들보다 전반적으로 키가 커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라이브 배팅 후 배팅 케이지에서 프리 배팅을 이어갔다. 30여 개의 공 중 3개를 담장 밖으로 날려 보냈다. 좌우 방향으로 날카로운 직선 타구도 만들어 냈다. 이정후는 “한국에서 뛸 때도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훈련해 왔다. 오늘 홈런도 그렇게 직선 타구를 만들다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3시간 남짓한 훈련을 마친 이정후는 “오늘이 공식 훈련 첫날인데 쉬는 시간이 전혀 없이 계속 움직였다”며 “MLB는 훈련 시간이 짧아도 선수들이 움직이는 양은 정말 많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는 25일 시카고 컵스와 이번 시즌 첫 시범경기를 치른다.스코츠데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에서 열리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팀들의 스프링캠프는 일명 ‘캑터스(선인장) 리그’로 불린다. 겨우내 시즌 개막을 기다려 온 팬들은 응원하는 팀 캠프를 직접 찾는다. 팬들은 정규시즌에 비해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선수들을 만나고 사인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받을 수 있다. 정규시즌에 비해 한결 여유로운 다른 팀들과 달리 LA 다저스가 캠프를 차린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는 연일 붐비고 있다. 다저스는 원래 스타 선수가 많은 인기 팀인 데다 ‘10억 달러 듀오’ 오타니 쇼헤이(왼쪽 사진)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른쪽 사진)가 새로 합류했기 때문이다. MLB 역사상 최고액인 10년 7억 달러(약 9349억 원)에 계약한 오타니는 최고 인기 스타다. 역대 투수 최고액인 12년 3억2500만 달러(약 4340억 원)를 받는 야마모토 역시 제1선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훈련은 대개 오전 10시경 시작되는데 한두 시간 전부터 선수들의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로 긴 줄이 늘어선다. 18일엔 야마모토가 첫 라이브 피칭(타자를 상대로 실전처럼 던지는 것)을 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야마모토는 이날 리그 최정상급 타자인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맥스 먼시 등을 상대로 28개의 공을 던졌다. 최고 시속 155km의 빠른 공과 다양한 변화구를 골고루 점검했다. 코칭스태프와 동료 선수들, 팬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집중됐다. 야마모토가 피칭을 끝내자 관중은 일제히 큰 박수를 보냈다. 프리먼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공을 던졌다. 그가 나와 같은 팀인 게 다행”이라고 했다. 다저스 캠프는 취재도 쉽지 않다. 취재진이 너무 많이 몰려 구단에서 출입증 발급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건물 내 기자석만으로는 모자라 주차장 한쪽에 텐트를 설치해 임시 기자실을 만들어야 할 정도다.글렌데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산더르 보하르츠가 2루수로, 김하성이 유격수로 자리를 옮긴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전체 선수단 스프링캠프 첫날인 17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진행된 훈련에 앞서 이렇게 발표했다. 이 발언이 소셜미디어와 언론 속보 등으로 알려지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MLB 모든 구단 스프링캠프를 통틀어 가장 화제가 된 소식이었다. 관련 내용이 현지 방송 자막을 통해서도 수시로 소개됐다. 1년 전만 해도 두 선수의 처지는 정반대였다. 높은 몸값의 보하르츠가 김하성의 자리를 차고 들어왔다. 샌디에이고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보스턴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유격수 보하르츠를 11년간 총액 2억8000만 달러(약 3740억 원)에 데려왔다. 2022년 팀의 주전 유격수로 뛰었던 김하성은 2루수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해 유격수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명에 포함된 김하성이었기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팀은 불과 1년 만에 김하성을 유격수로 복귀시켰다. ‘유격수 김하성-2루수 보하르츠’ 조합이 팀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하르츠의 2루행이 본인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던 이유는 그가 2루수로 나선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빅리그 데뷔 후 11년간 줄곧 유격수였다. 자칫 불협화음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보하르츠는 받아들였다. 그는 “유격수 포지션으로 계약해 이 팀에 왔다. 그렇지만 내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내가 2루로 가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며 “특히 김하성의 흠잡을 데 없는 수비는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MLB에서 돈을 가장 많이 받는 유격수 중 한 명을 김하성이 실력으로 밀어낸 것이다. 지난 시즌 주로 2루수로 뛴 김하성은 팀 사정에 따라 3루수와 유격수로도 나서며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받았다. 이날 김하성은 골드글러브 후원 업체가 선물한 글러브를 끼고 유격수 자리에서 훈련했다. 동료 선수들은 금색 패치가 들어간 그의 글러브를 터치하거나 빌려 껴 보며 축하를 건넸다. 김하성은 “보하르츠가 양보 아닌 양보를 하게 됐다. 거기에 맞게 더 잘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유격수 골드글러브는 이제 꿈이라기보다 목표로 바뀐 것 같다. 그래서 더 큰 자극제가 된다”고 했다. 김하성은 올 시즌을 마치면 샌디에이고와의 4년 2800만 달러(약 374억 원) 계약이 끝난다. 올해 유격수로 골드글러브급 활약을 한다면 FA가 된 뒤 몸값은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골드글러브만으로도 그의 몸값은 1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격수로 뛰면서 지난해와 비슷한 타격 성적(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38도루)을 남긴다면 2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 계약을 할 수도 있다. 김하성은 팀 내에서 이미 특급 대우를 받고 있다. 타격 훈련 때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4년 3억4000만 달러), 매니 마차도(11년 3억5000만 달러) 등 ‘귀하신 몸’들과 같은 조에 속해 있다. 지난해 샌디에이고 마이너리그에서 코치 연수를 했고 올해 스프링캠프에 초청받은 이동욱 전 NC 감독은 “선수단 식당에 김치와 고추장, 된장국이 모두 차려져 있더라. 작년까지만 해도 안 그랬다.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된 김하성을 더욱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피오리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달 한국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안준호 감독(68)은 코트 안에서는 승부욕에 불타지만 코트를 벗어나면 유쾌한 사람이다. 항상 긍정적으로 말하고, 웃는 낯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그는 “우리가 살면서 하는 90% 이상의 걱정은 아무리 해도 해결이 안 되는 것들이다. 어쩔 수 없는 일들로 끙끙 앓느니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게 낫다”고 했다. 그는 또 끝없이 배움을 추구한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미국 대학 농구 명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다. 현지 코칭스태프와 함께 경기를 보고, 회의에도 참가하며 열정적으로 보고, 듣고, 배웠다.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도 틈틈이 관전하면서 변화하는 농구의 흐름을 따라잡으려 애썼다. 그가 국가대표 감독 지도자 공모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나이가 적지 않은 데다 현장 복귀가 13년 만이기 때문. 안 감독은 “많은 분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판사는 판결로 얘기하듯 감독은 성적으로 말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안 감독은 자신의 도전을 ‘라스트 서바이벌’이라고 표현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미국)의 ‘라스트 댄스’를 패러디한 것이다. 그는 “후배들 자리를 뺏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인생 100세 시대 아닌가.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꿈을 꾸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게 가능한 건 그가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건강하기 때문이다. 그의 하루는 오전 5시 반이면 시작된다. 오전 6시면 수십 년째 다니는 피트니스센터로 ‘출근’한다. 스트레칭→열탕→실내 자전거→트레드밀→근력 운동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다. 그는 “운동으로 시작해야 하루가 즐겁고 쾌활하게 돌아간다. 내게 운동은 만족이나 행복 그 자체”라고 말했다. 운동을 마치고 오전 11시쯤 그날의 첫 끼니를 ‘아점’으로 먹는다. 저녁 식사는 오후 5시경에 한다. 그는 “자연스럽게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된다. 저녁 약속 등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 두 끼만 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인들과의 저녁 약속 때는 반주도 종종 곁들인다. 정신 건강은 신문과 독서를 통해 챙긴다. 그는 매일 일간지 사설과 칼럼 등을 꼼꼼히 읽는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나 문구를 잘 정리했다가 강연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때 활용한다. 대학생 시절에도 운동을 하면서 책을 가까이했다. 휴일이 되면 서울 청계천에 있던 고서점가를 다니는 게 주요 일과였다. 덕분에 그는 감독 생활을 하면서 여러 명언을 만들어 냈다. 특히 사자성어를 통해 팀 분위기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을 촌철살인(寸鐵殺人)으로 표현하곤 했다. 이제 한국 농구의 부활을 책임져야 할 감독으로 돌아온 그는 현재 상황을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사자성어로 정리했다. 그는 “늙은 말의 지혜가 세상에는 필요하다.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경험과 지혜를 한국 농구 부활에 쏟아붓겠다”고 했다. 그는 또 “감독으로 받는 연봉을 기부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대한민국 농구 발전을 위해 하나의 불쏘시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60대 후반 나이에 자비를 들여 해외 연수를 가는 사람은 좀처럼 찾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를 지휘한 7시즌(2004~2011년) 동안 우승 1회, 준우승 2회를 이끈 안준호 감독(68)은 지난해 하반기에 미국 대학 농구 명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다. 현지 코칭스태프와 함께 경기를 보고, 회의에도 참가하며 열정적으로 보고, 듣고, 배웠다. 그는 이전에도 종종 미국으로 건너가 UCLA에서 개최한 빅맨 캠프나 프리미어 캠프 등에 참가했다.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도 틈틈이 관전하면서 변화하는 농구의 흐름을 따라잡으려 애썼다. 그 같은 노력 덕분에 안 감독은 최근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감독-코치를 한 조로 뽑는 방식으로 대표팀 지도자를 공모했는데 서동철 전 수원 KT 감독과 조를 이룬 안 감독이 면접 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안 감독이 나이가 적지 않은 데다 현장을 떠난 지도 13년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안 감독은 2011년 삼성 감독에서 물러난 뒤 한국프로농구(KBL)의 경기이사와 전무이사를 맡으며 행정가로 일했다. 이후엔 모교인 경희대에서 객원교수 등을 지냈다. 안 감독은 “많은 분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판사는 판결로 얘기하듯 감독은 현장에서 성적으로 말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안 감독은 자신의 새 도전을 ‘라스트 서바이벌’이라고 표현했다. NBA 시카고 불스에서 뛰었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미국)이 현역 은퇴 연도에 사용했던 ‘라스트 댄스’를 패러디한 것이다. 안 감독은 “후배들 자리를 뺏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경험과 연륜을 접목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요즘은 인생 100세 시대 아닌가. 누구나 나이에 관계없이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농구 공부만큼 많이 신경 쓰는 건 건강 관리다. 나이가 무색할 만큼 건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덕에 지금도 어지간한 젊은 사람 못지 않게 건강하고 탄탄한 몸을 갖고 있다. 체력이 뒷받침되었기에 적지 않은 나이에도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중책을 맡을 수 있었다. 그의 하루는 오전 5시 반이면 시작된다. 남들보다 늦은 고교 1학년 때 농구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하루를 빨리 시작하는 버릇을 들였다. 오전 6시면 수십 년째 다니는 피트니스센터로 출근해 그곳에서 오전 시간을 보낸다. 그는 “아침형 인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은 새벽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예전 프로 감독직을 맡을 때나 지금이나 새벽에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그에겐 수십 년간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운동 루틴이 있다. 먼저 스트레칭과 열탕을 통해 땀을 한 번 뺀다. 이후 냉탕에 들어가 몸을 식힌 뒤 실내 자전거를 한 시간 가량 탄다. 강도 높은 자전거 페달 밟기를 통해 다시 한 번 땀을 낸 후 이번에는 트레드밀에서 가벼운 조깅이나 빨리 걷기를 한다. 이후는 근력 운동 시간이다. 벤치프레스로 상체 근력 운동을 하고, 레그 컬과 레그 익스텐션 등을 통해 하체를 단련한다. 스쾃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내 삶의 기본적인 요소는 운동이다. 건강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운동으로 시작해야 하루가 즐겁고 쾌활하게 돌아간다. 내게 운동은 만족이나 행복 그 자체”라고 말했다. 운동을 마치고 오전 11시 쯤 그날의 첫 끼니를 ‘아점’으로 먹는다. 저녁 시간도 빨라 오후 5시경 저녁 식사를 한다. 그는 “자연스럽게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된다. 저녁 약속 등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 두 끼 식사를 한다”고 말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그는 지인들과의 저녁 약속 때는 반주도 종종 곁들인다. 수십 년간 운동으로 단련된 몸에 매일 아침 땀을 빼는 게 일상화되어 있는 덕분인지 여전히 센 주량을 자랑한다. 농구 코트에서는 승부욕을 불태우지만 코트만 벗어나면 그는 유쾌한 남자가 된다. 항상 긍정적으로 말하고, 웃는 낯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그는 “항상 즐겁고 유쾌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70세 가까이 살아보니 우리가 살면서 하는 90% 이상의 걱정은 아무리 해도 해결이 안 되는 것들이다. 해결할 수 없는 일들로 끙끙 앓느니 차라리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게 낫다”고 했다. 취미로 가끔 나가는 골프장에서도 그는 ‘명랑 골프’를 추구한다. 그에게 골프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웃고 즐기며 재미있게 치는 것이다. 그는 “골프장에서는 모든 게 ‘오케이’다. 멀리건도 오케이, 가까운 거리 퍼트도 오케이다. 동반자가 원하는 모든 걸 해준다”며 웃었다. 그가 가진 철칙 중 하나는 절대 내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함께 라운드를 하면 좋으나 싫으나 4시간 넘게 함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액수가 적더라도 돈 잃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다. 좋았던 관계가 사소한 감정싸움으로 인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내기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골프 스윙도 허허실실이다. 그는 온 힘을 싣는 스윙을 하지 않는다. 행여나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어서다. 대신 박인비처럼 가볍게 쓸어치는 스윙을 한다. 상체 위주의 가벼운 스윙을 하기 때문에 ‘팔로만’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정신 건강은 신문과 독서를 통해 챙긴다. 그는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간지 사설과 칼럼 등을 꼼꼼히 읽는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나 문구를 잘 정리했다가 강연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때 활용한다. 한창 운동을 하던 대학생 시절에도 그는 책을 가까이했다. 휴일이 되면 서울 청계천에 있던 고서점가를 다니는 게 주요 일과였다. 이런 습관은 어릴 때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안 감독은 초등학교 입학 전 고향인 전남 담양군에 있는 서당에 다녔다. 천자문, 명심보감을 익히면서 한자와 익숙해졌다. 서울 유학 후 광신상고에 입학해서도 혹시 모를 취업에 대비해 한자 공부만큼은 열심히 했다. 덕분에 프로 감독을 하는 내내 그는 여러 가지 명언을 만들어 내곤 했다. 특히 사자성어를 통해 팀 분위기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을 촌철살인(寸鐵殺人)으로 표현하곤 했다. 이제 한국 농구의 부활을 책임져야 할 감독으로 돌아온 그는 현재 상황을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사자성어로 정리했다. 그는 “늙은 말의 지혜가 세상에는 필요하다.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경험과 지혜를 한국 농구 부활에 쏟아붓겠다”며 “감독이라는 자리를 개인적인 영달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으로 받는 연봉을 기부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대한민국 농구 발전을 위해 하나의 불쏘시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정후(26)를 비롯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선수들은 15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올해 처음 합동 훈련을 했다. 그런데 하루 뒤인 16일에 투수, 포수를 제외한 야수들은 야구장에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 샌프란시스코는 25일 시카고 컵스전을 시작으로 시범경기에 돌입한다. 시범경기가 열흘도 남지 않았는데 딱 한 번 훈련한 뒤 단체 휴식을 취한 것이다. MLB는 또 스프링캠프 훈련 일정도 한국 프로야구에 비하면 한가로운 느낌이다. 대개 오전 9시에 훈련을 시작해 낮 12시면 모두 끝낸다. 주전급 선수들은 훈련 종료 후 곧바로 퇴근한다. 골프를 치러 가는 선수도 있고, 쇼핑몰에 가는 선수도 있다. 야구장을 벗어나면 무엇을 하든 자유다. 이 정도 훈련 강도로 기나긴 시즌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MLB와 한국 팀은 스프링캠프를 바라보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한국프로야구 10개 팀은 2월 1일부터 캠프를 시작한다. 선수들은 스프링캠프 초반 체력을 키우고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3월 초순까지 이어지는 스프링캠프는 치열한 주전 경쟁이 펼쳐지는 무대이기도 하다. 반면 MLB 캠프는 대부분 2월 중순에 시작한다. 선수들은 당장이라도 경기에 뛸 수 있는 몸을 개인적으로 만든 상태로 캠프에 합류한다. 며칠 되지 않는 공식 스프링캠프는 선수들끼리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다. MLB 경기에 출전하는 26인 로스터(출전선수 명단) 역시 한두 자리를 빼고는 대개 정해져 있다. 이정후 같은 주전급 선수들은 굳이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이유가 없다. 훈련 강도도 만만치 않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소수 정예만 모여서 훈련을 하기에 훨씬 큰 집중력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한국 팀에서 연습 타격 케이지에 한 번 들어갈 때 MLB 팀에선 두세 번 들어간다. 공식 훈련은 오전 9시부터지만 6시나 7시에 일찌감치 나와 개인 훈련을 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이정후는 “겉보기와 달리 한국에서 했던 것보다 훈련량이 더 많은 것 같다. 훈련이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된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스코츠데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개막전에 선두 타자로 나가는 건 난생처음이다. (김)하성이 형이랑 서로 상대 팀 리드오프로 만나는 게 너무 신기하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의 목소리엔 설렘이 가득했다. 절친한 형이자 한국프로야구 키움 시절 동료였던 김하성(29·샌디에이고)과 함께 만들 역사적인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는 듯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다음 달 29일 샌디에이고 방문경기로 2024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을 치른다. 이정후와 김하성이 이날 나란히 양 팀 톱타자로 나서면 MLB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인 1번 타자 맞대결이 벌어지게 된다. 팀 스프링캠프 공개 훈련 첫날인 15일 취재진과 만난 이정후는 “개막전부터 하성이 형을 만나는 것도 신기한데 같이 1번 타자로 나서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하성이 형이야 워낙 잘하니까 나만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선수들은 이날 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처음으로 합동 훈련을 진행했다. 야수진의 공식 소집일은 21일이지만 40인 로스터에 속한 선수들 모두 15일에 모여 손발을 맞췄다. 유니폼 대신 트레이닝복을 입은 것만 달랐을 뿐 프로그램과 훈련 강도 등은 스프링캠프와 동일했다. 이정후도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으로 수비, 타격 훈련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야외 타격 훈련에 나선 이정후는 4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내는 등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이정후는 “치려고 한 게 아닌데 (컨디션이 좋아서) 넘어갔다”며 너스레를 떤 뒤 “시범경기 시작까지 며칠 남지 않아 몸을 빨리 끌어올리려 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는 25일 시카고 컵스와 첫 시범경기를 치른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도 흐뭇한 표정으로 이정후의 훈련 장면을 지켜봤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타격과 수비 모두 준비를 잘해 왔더라”라며 “이정후가 개막전에 출전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놀라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후에게 개막전 1번 타자 자리를 맡길 것이라고 예고한 셈이다. 멜빈 감독은 지난해까지 샌디에이고 사령탑으로 김하성에게 톱타자를 맡겼던 지도자다. 이정후는 1일 캠프지에 도착해 개인 훈련을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는 적응에 문제가 없다. 이정후는 “2017년 신인으로 키움에 입단했을 때가 지금보다 더 긴장되고 떨렸다. 그때는 숨도 제대로 못 쉬었지만 지금은 마음껏 쉰다”고 농담한 뒤 “이번에는 오히려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이 크다.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오른손 투수, 왼손 투수를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상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 “MLB에서는 아직 한 경기도 뛰지 않아 투수들을 잘 모른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 타석에 자주 서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시범경기부터 투수들의 공을 보는 걸 최우선으로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팀 최고 스타 대접을 받고 있는 이정후는 동료들과도 빠르게 친해지고 있다. 이정후에게 한국어 인사말을 배운 몇몇 선수는 이날 한국 취재진을 향해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정후는 “선수들이 사용하는 영어는 거의 다 알아듣는다. 다만 아직 말은 잘 나오지 않는다”며 웃었다. 멜빈 감독은 “김하성이 그랬던 것처럼 이정후도 빠르게 적응해 정말 놀랍다. 이정후는 짧은 영어로 선수들에게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동료들이 다가가기 편한 성격인 것 같다”고 말했다.스코츠데일=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