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박선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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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선희 기자입니다.

teller@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문학/출판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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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3%
  • BTS 12억 기부하자… 전세계 팬들 같은 금액 모금

    경찰의 과잉 진압에 숨진 조지 플로이드 씨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흑인 인권운동 캠페인에 방탄소년단(BTS·사진)의 팬클럽 ‘아미’가 100만 달러(약 12억 원)를 기부했다. BTS와 소속사가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이 함께 나선 것이다. 8일 BTS 팬들이 운영하는 소액 기부 프로젝트 ‘원 인 언 아미(One in an ARMY)’에 따르면 전 세계 아미가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기부한 금액은 1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앞서 ‘원 인 언 아미’는 1일 팬들의 요청에 따라 인종차별 반대 운동 단체에 소액 기부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BLM)’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시민자유연합(ACLU) 등에 기부금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한 페이지다. 이를 통해 약 5만 달러(약 6025만 원)가 모였다. 이어 6일 BTS와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BLM 측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아미들은 ‘우리도 100만 달러를 모금하자’는 뜻의 ‘매치어밀리언(#MatchAMillion)’ 해시태그를 전파하며 더 적극적으로 기부에 나섰다. 8일 기준 기부 인원 3만7000명, 기부액 100만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이에 영국 BBC는 이날 아미의 기부 소식을 전하며 “BTS의 팬들은 적극적인 헌신으로 유명하다. 온라인에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를 조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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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동없이 말만 번지르르” 명품업체 값싼 동조 비판

    《백인 경관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가 숨진 이후 인종차별과 경찰력 남용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을 2주 가까이 뒤덮고 있다. 음악 영화 등 대중문화 산업계를 비롯해 고급 패션 및 명품 업계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위 취지에 동참했다. 그러나 일부 시위대의 공격 표적이 된 명품 업계는 SNS에서도 냉소를 받고 있다.》○ ‘명품업체 시위 동참의 진정성 의심’ 샤넬 루이비통 펜디 프라다 등 대다수 명품 및 디자이너 브랜드는 플로이드 추모 시위를 지지하는 ‘#블랙아웃 튜즈데이(#blackouttuseday)’ 운동이 시작된 2일(현지 시간)을 전후해 SNS의 광고 마케팅을 일시 접고 일제히 검은 화면을 드러냈다.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 같은 추모 해시태그로 애도의 뜻을 전했고, 경쟁적으로 ‘차별에 반대한다’ ‘우리가 바꿀 것’ 같은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SNS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지갑을 열어라’ ‘말만 하지 말고 돈을 써라’ ‘후원을 하고 흑인을 중요한 자리에 앉힌 다음 평등에 대해 말해라’ 같은 비아냥거림이 주를 이뤘다. 티파니앤코는 브랜드 상징색인 민트색 티파니블루 화면에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이고 사랑의 힘을 믿습니다’란 애매한 문구를 썼다가 ‘비겁한 표현’ ‘나약하다’ ‘팔로 취소’ 등 거센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 업체는 사과한 뒤 입장문을 다시 냈다. 분위기가 더 악화될 것을 의식한 듯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분노한다’(프라다) ‘우리는 이 전투의 동맹군’(디올)같이 더 명확하고 강력해진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다. 돌체앤가바나는 액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흑인인권단체에 기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도 명품업체들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는 시선은 여전하다. 이 같은 반감의 뿌리는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이 업체들이 SNS에서 몇 마디 거드는 것 이상의 실질적 행동은 하지 않는 데 있다는 지적이 많다. 프라다, 구찌, 돌체앤가바나 등은 최근까지도 흑인을 희화화한 스웨터와 액세서리, 동양인을 비하하는 화보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인권감수성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줬다. 패션산업 자체가 ‘미의 기준’으로 삼는 모델에서부터 주요 임원진까지 백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특징도 있다. 패션전문지 ‘보그’는 “대중이 접하기 어려운 하이엔드 디자이너와 브랜드는 불평등의 아바타”라고 했다.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노력보다는 기존 방식만 안이하게 고수해 화를 자초한다는 평가도 있다.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SNS에 약탈된 자신의 매장 간판 사진을 올리며 “약탈이 폭력이란 말을 믿지 마라. 배고픔이 폭력이고 노숙이 폭력이다”라고 썼다. 이번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는 그였지만 “약탈도 ‘미학적 캠페인’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냉소를 받았다. 흑인 패션 브랜드 파이어모스의 디자이너 커비 진 레이먼드는 “회사 법무팀이라도 흑인 관련법 수정을 돕도록 하라. SNS에서 멍청한 말 하는 건 제발 그만”이라고 꼬집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오프화이트의 대표 버질 아블로는 흑인운동가 단체에 50달러를 기부한 영수증을 올렸다가 악화된 여론에 기름만 끼얹은 꼴이 됐다. 논란이 커지자 진짜 기부한 2만 달러(약 2400만 원) 중 일부였다고 해명했지만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각 명품 브랜드의 태도와 대응방식이 향후 대중의 소비나 투자 등을 결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GQ’는 “마케팅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한 브랜드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대중음악계 시위 지지… ‘긍정적’ 대중음악과 영화계에서는 실질적인 후원과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유니버설뮤직 워너뮤직 소니뮤직 등은 ‘블랙아웃 튜즈데이’ 날 하루 휴무했고 각 한국지사도 이날 SNS에 홍보물은 한 건도 올리지 않았다. 소니뮤직은 “적절하다 생각하는 조직과 단체를 후원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대중음악계에서 흑인음악의 유산이 상당한 만큼, 너 나 없이 차별과 폭력에 맞서는 데 동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1위 음원 플랫폼인 ‘스포티파이’는 흑인 인권 운동을 촉구하는 추천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전진 배치했다. 넷플릭스, HBO 맥스, 아마존 스튜디오 등과 배우들도 적극적으로 시위 지지에 나섰다. 워너브러더스는 흑인 인권변호사 브라이언 스티븐슨을 다룬 영화 ‘저스트 머시’를 이달 한 달 디지털 플랫폼에서 무료 공개했다. 디즈니는 흑인 인권단체를 포함한 사회단체에 500만 달러(60억6300만 원)를 기부했다. 밥 체팩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인종차별과 폭력은 절대 용인될 수 없음을 확실히 하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영화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도 4일 25만 달러(약 3억300만 원)를 인권단체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배우 존 보예가는 3일 시위에 참여해 “향후 연기 경력에 지장을 줄 수도 있지만 상관하지 않겠다. 우리는 합당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연설하며 울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티머시 섈러메이도 시위 현장에 나왔다.박선희 teller@donga.com·임희윤·김재희 기자}

    •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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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고전영화에서 백인여성만 유독 빛나는 까닭

    “금발에 붉은 뺨을 지닌 에바가 흰옷을 입고 다가오자 태양 빛이 에바의 뒤에 후광을 만들어주었다.”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1852년)에 등장하는 이 구절은 이상화된 백인 여성의 이미지를 잘 구현하고 있다. 백인 여성은 빛난다. 그것도, 눈이 부시게. 이러한 시각적 이미지는 사진이나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되면서 ‘백인성(性)’ ‘백인다움’을 재현해왔다. 시각예술에서 조명과 화장술은 극단적으로 밝고 흰 동시에 번들거리지 않게 광채가 나는 백인다운 피부를 구현해내는 방향으로 발전해온 것이다. 백인 여성이 받는 빛은 미덕 순수 사랑을 상징한다. 이 책은 영화학을 전공한 저자가 서구 문화에서 특권적 위치를 형성해온 백인성이 특히 영화, 사진 같은 시각예술에서 어떻게 반복적으로 재현되면서 불평등 구조를 고착화시켰는지를 진단했다. 1997년 출간돼 백인성 연구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저자는 백인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백인을 ‘인간의 표준’으로 간주하는 전통적인 백인우월주의를 먼저 논박한다. 유색인종의 특성과 그들이 받는 불평등한 대우에 대해서는 많이 논의됐지만 정작 백인 자체에 관해서는 당시만 해도 많이 주목받지 못했다. 백인은 인종의 하나로 간주되지 않고 언제나 ‘그냥 인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백인성 자체가 인간의 조건이었다. 백인성의 구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색이다. 백인은 실제로 하얗다고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피부색을 가졌다. 하지만 ‘코카시아 인종’ 같은 용어 대신 백인이란 용어가 사용된다. 흰색은 빛의 색이며 중립성, 도덕, 계몽을 상징한다. 그리스도의 백인화는 르네상스 말기에 성취됐고 19세기에 이르러서는 비(非)유대인화 정도를 떠나 푸른 눈에 밝은 피부라는 백인적 조합을 완성했다. 명백한 이상으로서의 흰색을 구현하기 위해서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한 영화산업은 백인을 부각시키는 조명 기술을 완성했다. 사실 이런 조명 시스템에서는 빛 반사율이 낮은 다른 인종이 매력적으로 연출되기 어렵다. 백인 여성이 빛의 화신으로 묘사됐다면 백인 남성은 다양한 영화에서 마치 조각상 같은 근육질의 견고한 몸을 가진 영웅으로 그려진다. 근육질 몸은 제국주의적 진취성을 상징한다. 심지어 ‘타잔’ 같은 영화는 백인 남성이 식민주의적 권력과 자연에 대한 친밀성을 모두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점은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모든 특혜를 누리는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백인 내부에서도 백인성에 대한 개념과 정의가 수시로 달라졌다는 것. 아일랜드인이나 유대인은 시대에 따라 백인이 되기도 하고 그 집단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최근 인종차별 문제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인종차별적 문화를 지속시키는 백인성의 기원을 살펴보는 일은 어느 때보다 의미 있어 보인다. 백인성을 인류의 보편 기준으로 만들어온 은밀한 문화적 작동기제를 냉철하게 직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를 들어 글을 풀어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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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기에는 성별이 없다

    젠더리스, 젠더 뉴트럴, 유니버설, 유니섹스…. 명칭이 어떻든 최근 뷰티와 패션 트렌드의 핵심은 하나다. 성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향수도 마찬가지다. 체취에 민감해지는 계절을 앞두고 어떤 향수를 선택할지 고민이라면 요즘 대세인 중성적인 향을 염두에 두자. 과거 향수의 세계에선 남녀의 구분이 분명했다. 꽃향기를 본뜬 플로럴 계열은 여성 향수, 알싸한 스파이시 계열은 남성 향수로 분류됐다. 여성 향수는 곡선이 두드러지는 유리병, 꽃문양, 화려한 색감의 캡 등을 갖고 있는 반면에 남성 향수에는 직사각형의 어두운 용기나 가죽 패키지 등이 애용됐다. 하지만 남녀의 경계를 흐린 니치(소수를 겨냥한 프리미엄 브랜드) 향수들이 시장에서 점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은 “바이레도, 프레데릭 말, 딥디크 등의 니치 향수들이 성별의 스테레오타입을 뒤집는 변화로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니치 브랜드의 향수들은 용기와 향이 모두 세련되고 중성적인 느낌을 준다. 젠더리스 향수의 시초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대 캘빈클라인의 향수 CK 원(One)은 젠더리스를 표방한 제품으로 세계적인 히트를 쳤다. 남녀 향수에서 모두 사용하는 시트러스 향에다 주로 남성적 향으로 분류되는 우디(woody) 계열 향을 섞었다. 광고 캠페인에서도 남녀가 주체적으로 선택해 다른 느낌을 낼 수 있는 제품임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X세대의 정신을 반영한 향”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후 플로럴 계열의 향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젠더리스 향수는 잊혀졌다. 젠더리스 향수가 최근 다시 시장을 이끌게 된 것은 젠더 감수성이 높아지고 패션계 전반에 유니섹스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향기를 남녀를 기준으로 분류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 소비 트렌드 조사 회사인 영국의 민텔에 따르면 성 중립적인 향수는 2010년 17%에 불과했지만 2018년 전체 시장의 51%로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남녀를 떠나 ‘나다운 향기’를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분석한다. 굳이 젠더리스 제품임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남녀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브랜드들은 큰 인기다. 르라보, 이솝 등은 패키지 디자인도 미니멀하게 단순화한 데다 좋아하는 향이 어떤 것인지에 따라서 남녀 누구나 선택할 수 있게끔 했다. 구찌, 셀린 같은 명품 브랜드도 남녀 구분이 없는 향수를 신제품으로 출시하기 시작했다. 구찌는 지난해 9월 최초의 중성적 향수 ‘메모아 뒨 오더’를 유니버설 향수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성별뿐 아니라 시대에도 구애받지 않는 향이라는 테마로 미네랄 아로마틱 계열의 향을 썼다. 셀린이 지난해 8월 출시한 11가지 향의 ‘오트 퍼퓨머리’ 역시 남녀 구분이 없다. 특히 젠더리스 향은 강한 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한국인들에게 잘 맞는다는 특징이 있다. 홍연주 코스맥스 향료랩장은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향은 머스크, 코튼, 로즈 향처럼 은은하면서도 지속력이 좋은 향기”라며 “남성적, 여성적 향취가 강렬하거나 독특한 향보다는 친근하면서도 자극이 덜한 중성적인 향의 시장성이 높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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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취에 민감해지는 계절… ‘나다운 향기’ 젠더리스 향수가 대세

    젠더리스, 젠더 뉴트럴, 유니버설, 유니섹스…. 명칭이 어떻든 최근 뷰티와 패션 트렌드의 핵심은 하나다. 성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향수도 마찬가지다. 체취에 민감해지는 계절을 앞두고 어떤 향수를 선택할지 고민이라면 요즘 대세인 중성적인 향을 염두에 두자. 과거 향수의 세계에선 남녀의 구분이 분명했다. 꽃향기를 본뜬 플로럴 계열은 여성 향수, 알싸한 스파이시 계열은 남성 향수로 분류됐다. 여성 향수는 곡선이 두드러지는 유리병, 꽃문양, 화려한 색감의 캡 등을 갖고 있는 반면, 남성 향수는 직사각형의 어두운 용기나 가죽 패키지 등이 애용됐다. 하지만 남녀의 경계를 흐린 니치(소수를 겨냥한 프리미엄 브랜드) 향수들이 시장에서 점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은 “바이레도, 프레데릭 말, 딥디크 등의 니치 향수들이 성별의 스트레오타입을 뒤집는 변화로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니치 브랜드의 향수들은 용기와 향이 모두 세련되고 중성적인 느낌을 준다. 젠더리스 향수의 시초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대 케빈클라인의 향수CK 원(One)은 젠더리스를 표방한 제품으로 세계적인 히트를 쳤다. 남녀 향수에서 모두 사용하는 시트러스 향에다 주로 남성적 향으로 분류되는 우디(woody) 계열 향을 섞었다. 광고 캠페인에서도 남녀가 주체적으로 선택해 다른 느낌을 낼 수 있는 제품임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즈는 “X세대의 정신을 반영한 향”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후 플로럴 계열의 향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젠더리스 향수는 잊혀졌다. 젠더리스 향수가 최근 다시 시장을 이끌게 된 것은 젠더 감수성이 높아지고 패션계 전반에 유니섹스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향기를 남녀를 기준으로 분류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고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 소비트렌드 조사 회사인 영국의 민텔에 따르면 성 중립적인 향수는 2010년 17%에 불과했지만 2018년 전체 시장의 51%로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남녀를 떠나 ‘나다운 향기’를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분석한다. 굳이 젠더리스 제품임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남녀 구분이 명확하지 않는 브랜드들은 큰 인기다. 르라보, 이솝 등은 패키지 디자인도 미니멀하게 단순화시킨데다 좋아하는 향이 어떤 것인지에 따라서 남녀 누구나 선택할 수 있게끔 했다. 구찌, 셀린 같은 명품 브랜드도 남녀 구분이 없는 향수를 신제품으로 출시하기 시작했다. 구찌는 지난해 9월 최초의 중성적 향수 ‘메모아 뒨 오더’를 유니버설 향수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성별 뿐 아니라 시대에도 구애받지 않는 향이라는 테마로 미네랄 아로마틱 계열의 향을 썼다. 셀린이 지난해 8월 출시한 11가지 향의 ‘오트 퍼퓨머리’ 역시 남녀 구분이 없다. 특히 젠더리스 향은 강한 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한국인들에게 잘 맞는다는 특징이 있다. 홍연주 코스맥스 향료랩장은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향은 머스크, 코튼, 로즈향처럼 은은하면서도 지속력이 좋은 향기”라며 “남성적, 여성적 향취가 강렬하거나 독특한 향보다는 친근하면서도 자극이 덜한 중성적인 향의 시장성이 높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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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간 쓴 원고를 보면서 달콤한 꿈에 젖어들어요”

    “50년 동안 열심히 쓴 것치고는 생각보다 원고량이 많지가 않습니다. 요즘은 예전 원고들 보며 비감에 젖기도 하고 달콤한 꿈에 젖기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경기 이천시 부악문원에서 지난달 28일 만난 이문열 작가(72)의 작업대에는 두꺼운 국어사전과 함께 빨간 펜으로 교정 표시가 된 ‘젊은 날의 초상’ 원고가 올려져 있었다. 지난해 민음사와의 계약을 끝내고 RHK로 둥지를 옮긴 뒤 대표작 ‘삼국지’ ‘사람의 아들’ 등을 개정판으로 내고 있다. 단순한 교정이 아니라 문체와 내용도 고친다. 이런 식으로 오랜 원고를 손봐 60여 권을 순차적으로 다시 낼 계획이다. 그가 35년을 지낸 부악문원은 한때 사숙하는 문청들을 받아 강의도 하며 붐비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고즈넉했다. 그는 “거창하게 시작했는데 시대와도 안 맞고 아예 없는 사람 취급당할 만큼 여러 일을 겪다 보니 관두게 됐다. 이제는 안동(고향) 말로 ‘영감 할마이’ 둘만 산다”며 웃었다. ―지난 작품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소회가 어떤가. “글이란 게 한번 떠나면 그만이라지만 아직 살아 있으니 추고의 권리도 있는 게 아닌가. 고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싶으니 좀 더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그때의 사려 부족, 감정이 과장된 부분 등은 고친다. 욕심도 많고 후회도 많은 작업이 되고 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열 손가락 같은 것”이라면서 개정판 ‘사람의 아들’을 펼쳐 보였다. 등단 1년 차 신인 작가였던 그는 이 작품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고 일약 스타가 됐다. 그는 “이번에 고치고 나서 보니 개정 서문만 50여 쪽을 썼더라”며 웃었다. 요즘 붙들고 있는 ‘젊은 날의 초상’은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되돌아보면 애잔해지는 작품이다. 그는 “가열했던 시절의 이야기”라며 “이런 작품이 10여 편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정판 ‘삼국지’는 절판되기 전보다 4배 이상 팔리고 있다. ―인터넷 댓글을 보는지. ‘삼국지’를 비롯한 개정판 출간에 독자들이 무척 반가워한다. “그런 반응이라면 힘이 날 것 같은데 잘 안 보니 모른다. 세상이 망한 건 말이 망해서다. 인터넷 세계는 즉문즉답이다. 자기 몸보다 더 큰 도끼와 칼을 함부로 휘두르면서 책임은 안 진다. 그런데 지금 이 세계의 중요한 결정을 그런 식의 사람들이 하니 문제다. 정의기억연대 사태도 봐라. 인터넷이 또 요사를 부리면서 논점을 흐린다.” 그는 ‘우파 작가’란 이유로 공격받았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2001년 작가로서 치명적 상처가 된 ‘책 장례식’이 벌어진 곳도 문원 입구 언덕길이었다. 그는 “아직도 피해의식 같은 게 있다. 이렇게 조리돌림당하는 걸 보면 누구라도 나 같은 목소리를 낼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오” 하다가 “그래도 글 쓴 게 50년인데 이런 걸로 징징대면 안 된다”며 웃었다. ―요즘의 보수 지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 “이 판세가 이해 안 된 지 한 달 가까이 됐다. 그래도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쉽게들 나를 ‘보수우파 논객’ ‘보수당 지지자’라고 하더라. 다 시인했다. 하지만 현재의 이 정당(미래통합당)이 보수라면 나는 보수 논객도, 우파도 아니다. 70년 분단사를 가진 나라의 보수 정당이 이념을 생각하면 안 된다니 무슨 수작인가.” ―작업에는 일정한 ‘루틴’이 있으신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40년 가까이 유지해 온 루틴이 있었다. 새벽 2, 3시까지 쓰고 오전 9시 넘어 늦게 일어나는 식으로 매일 10시간 넘게 썼다. 신장암 수술을 한 후부터 부쩍 힘에 부친다. 낱말이 기억이 안 나 생산성이 반으로 떨어졌다. 생각나지 않는 단어는 컴퓨터나 사전이 있어도 불러올 방법이 없다. 70세 넘은 늙은 작가는 이해할 것이다.” ―요즘 어떤 책을 주로 읽으시나. 책 읽는 이들이 자꾸 줄어드는 시대다. “이제는 읽어서 어떻게 써먹겠단 생각은 못 한다. 내게 가장 흥미로운 게 우선이라 중국 역사책 위주로 본다. 지금까진 잠잠하다가도 한 번씩 산문 붐이 크게 일었다. 또 한 번 올 때가 됐다 싶은데, 요즘은 그런 게 잘 없다. ‘삼국지’ 아니었다면 나도 이렇게나마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다들 어떻게 사는지 걱정이다.”이천=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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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문열 “날 보수우파 논객이라 하는데, 요즘의 보수 진영 보면…”

    “50년 동안 열심히 쓴 것치고는 생각보다 원고 양이 많지가 않습니다. 요즘은 예전 원고들 보며 비감에 젖기도 하고 달콤한 꿈에 젖기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경기 이천시 부악문원에서 지난달 28일 만난 이문열 작가(72)의 작업대에는 두꺼운 국어사전과 함께 빨간펜으로 교정 표시가 된 ‘젊은 날의 초상’ 원고가 올려져 있었다. 지난해 민음사와의 계약을 끝내고 RHK로 둥지를 옮긴 뒤 대표작 ‘삼국지’ ‘사람의 아들’ 등을 개정판으로 내고 있다. 단순한 교정이 아니라 문체와 내용도 고친다. 이런 식으로 오랜 원고를 손봐 60여 권을 순차적으로 다시 낼 계획이다. 그가 35년을 지낸 부악문원은 한때 사숙하는 문청들을 받아 강의도 하며 붐비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고즈넉했다. 그는 “거창하게 시작했는데 시대와도 안 맞고 아예 없는 사람 취급당할 만큼 여러 일을 겪다보니 관두게 됐다. 이제는 안동(고향) 말로 ‘영감 할마이’ 둘만 산다”며 웃었다. ―지난 작품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소회가 어떤가? “글이란 게 한번 떠나면 그만이라지만 아직 살아 있으니 추고의 권리도 있는 게 아닌가. 고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싶으니 좀더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그때의 사려부족, 감정이 과장된 부분 등은 고친다. 욕심도 많고 후회도 많은 작업이 되고 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열 손가락 같은 것”이라면서 개정판 ‘사람의 아들’을 펼쳐 보였다. 등단 1년차 신인 작가인 그는 이 작품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고 일약 스타가 됐다. 그는 “이번에 고치고 나서보니 개정서문만 50여 쪽을 썼더라”며 웃었다. 요즘 붙들고 있는 ‘젊은 날의 초상’은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되돌아보면 애잔해지는 작품이다. 그는 “가열했던 시절의 이야기”라며 “이런 작품들이 10여 편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정판 ‘삼국지’는 절판되기 전보다 4배 이상 팔리고 있다. ―인터넷 댓글을 보는지? ‘삼국지’를 비롯한 개정판 출간에 독자들이 무척 반가워한다. “그런 반응이라면 힘이 날 것 같은데 잘 안 보니 모른다. 세상이 망한 건 말이 망해서다. 인터넷 세계는 즉문즉답이다. 자기 몸보다 더 큰 도끼와 칼을 함부로 휘두르면서 책임은 안 진다. 그런데 지금 이 세계의 중요한 결정을 그런 식의 사람들이 하니 문제다. 정의기억연대 사태도 봐라. 인터넷이 또 요사를 부리면서 논점을 흐린다.” 그는 ‘우파작가’란 이유로 공격 받았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2001년 작가로서 치명적 상처가 된 ‘책 장례식’이 벌어진 곳도 문원 입구 언덕길이었다. 그는 “아직도 피해의식 같은 게 있다. 이렇게 조리돌림 당하는 걸 보면 누군들 나 같은 목소리를 낼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오” 하다가 “그래도 글 쓴 게 50년인데 이런 걸로 징징대면 안 된다”며 웃었다. ―요즘의 보수 지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 “이 판세가 이해 안 된지 한 달 가까이 됐다. 그래도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쉽게들 나를 ‘보수우파 논객’ ‘보수당 지지자’라고 하더라. 다 시인했다. 하지만 현재의 이 정당(미래통합당)이 보수라면 나는 보수논객도, 우파도 아니다. 70년 분단사를 가진 나라의 보수 정당이 이념을 생각하면 안 된다니 무슨 수작인가.” ―작업에는 일정한 루틴이 있으신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40년 가까이 유지해온 루틴이 있었다. 새벽 2, 3시까지 쓰고 오전 9시 넘어 늦게 일어나는 식으로 매일 10시간 넘게 썼다. 신장암 수술을 한 후부터 부쩍 힘에 부친다. 낱말이 기억이 안 나 생산성이 반으로 떨어졌다. 생각나지 않는 단어는 컴퓨터나 사전이 있어도 불러 올 방법이 없다. 70세 넘은 늙은 작가는 이해할 것이다.” ―요즘 어떤 책을 주로 읽으시나. 책 읽는 이들이 자꾸 줄어드는 시대다. “이제는 읽어서 어떻게 써먹겠단 생각은 못한다. 내게 가장 흥미로운 게 우선이라 중국 역사책 위주로 본다. 지금까진 잠잠하다가도 한번씩 산문 붐이 크게 일었다. 또 한 번 올 때가 됐다 싶은데, 요즘은 그런 게 잘 없다. ‘삼국지’ 아니었다면 나도 이렇게나마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다들 어떻게 사는지 걱정이다.”이천=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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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111개 전생’이 만들어낸 지금의 나

    중학교에서 역사 교사로 일하고 있는 르네는 매주 일요일 저녁 관례대로 동료인 엘로디와 함께 공연을 구경하러 간다. 그들이 보기로 선택한 것은 유람선에서 진행되는 ‘최면과 잊힌 기억들’이라는 공연. 오팔이라는 최면술사가 마지막 순서에 관객 가운데 한 사람을 무대로 불러내 새로운 실험을 시작하겠다고 한다. 하필이면 르네가 낙점된다. 내키지 않지만 분위기에 떠밀려 무대 위에 세워진 르네는 전생이라는 무의식의 심층 기억으로 도달하게 해주겠다는 오팔의 안내에 따라 영 마뜩잖고 못 미더운 기분으로 최면에 참여한다. 이 평범한 유람선 위에서의 저녁이 어떤 후폭풍을 부르게 될지는 전혀 짐작하지 못한 채 말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외국 작가로 꼽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작은 사진)의 신작 장편소설 ‘기억’은 인간의 무의식적 심층부에 있는 전생의 기억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상식의 세계에서 전생이나 전생 체험은 ‘신비주의’ ‘가짜 기억’ 혹은 ‘정신착란’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베르베르는 한 사람이 가진 수많은 전생의 기억들이야말로 그의 진짜 정체성과 인류의 역사를 온전히 복원해 낼 수 있는 통로라는 독창적인 상상력에 착안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오팔의 안내대로 전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무의식의 문을 여는 데까지 성공한 르네. 그에게 붉은 카펫이 깔린 복도 통로 옆으로 흰색의 수많은 문이 보인다. 각 방은 모두 르네가 살아온 전생으로 통하는 문이다. 방문은 111번까지 번호가 달려 있다. 이번 생이 그에게 112번째란 뜻. 그는 ‘가장 영웅적인 삶’을 살았던 전생을 엿보고 싶다고 말한다. 빨간색 불이 켜진 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독일군과의 대치를 앞둔 제1차 세계대전의 전장이 펼쳐진다. 자신의 끔찍한 죽음을 목도한 상황에서 르네는 충격으로 갑자기 눈을 뜬다. 최면에서 갑작스레 깨어난 그에게 그때부터 현실과 최면이 뒤섞이는 극심한 혼란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착란 때문에 우발적 살인까지 저지른 그는 경찰에 쫓기면서 자신에게 일어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팔과 함께 전생으로 가는 다른 문들을 열기 시작한다. 이미 한번 알게 된 전생의 기억을 지울 수는 없지만 다른 긍정적인 기억으로 병적 효과를 약화시킬 수는 있다는 설명 때문이다. 르네가 기억의 문을 본격적으로 열면서 소설은 시대와 배경을 넘나들며 스펙터클해진다. 아틀란티스라는 전설 속 섬에 사는 남자 게브를 비롯해 고성에 사는 백작부인, 고대 로마의 갤리선 노잡이, 캄보디아 승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르네들’이 출연한다. 그를 정신병자로 규정하고 체포하려는 현생의 사람들과 수많은 전생의 ‘나’를 만나며 역사의 숨겨진 비밀을 알아가는 르네의 모험이 한 편의 영화처럼 유머러스하면서도 몰입도 높게 펼쳐진다. 프랑스에서는 2018년 출간됐다. 원제 ‘판도라의 상자’.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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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조-기품의 송연묵향, 수백년 넘게 퍼져가길”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기념하는 향기를 개발하게 됐을 때 홍연주 코스맥스 향료랩(lab)장(47·이사)은 연구원들과 함께 1920년 당시를 고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홍 랩장은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묵묵히 걸어온 동아일보 100년의 향기는 어떤 것일까 상상하며 당시 일들을 찾아보고 연구했다”고 말했다. 임시정부의 상징이던 오얏꽃의 향기, 여러 서원에 가득했던 목백일홍 등이 떠올랐다. 하지만 ‘먹의 향기’야말로 인쇄물로 태어난 동아일보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향료 같았다. 소나무향이 은은히 밴 송연묵향(松煙墨香)의 기품으로 동아일보 100주년을 표현해 낸 향수 ‘1920℃’의 출발이었다. 송연묵향 향수 ‘1920℃’는 소나무향과 먹향이 결합한, 지금까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향이면서도 연령대나 성별 상관없이 편안함을 준다. 유서 깊은 우리 전통을 한국적 향으로 되살려낸 홍 랩장을 26일 경기 성남시 코스맥스에서 만났다. ―묵향은 표현하기 쉽지 않은 향료처럼 느껴지는데 선택한 이유는…. “소나무는 수백 년을 묵묵히 버티며 한결같은 지조를 나타내는 이미지다. 100년을 걸어온 동아일보가 앞으로도 수백 년 힘 있게 나아갔으면 했다. 인쇄 매체를 상징하는 먹과 소나무의 기품을 결합시킨 송연묵향이 제격이었다. 묵향이 피부에 닿을 때 향취가 편안하고 은은하도록 한국인이 좋아하는 머스크향 등을 더하고 젠더리스(성 구별 없는)한 요즘 트렌드를 반영해 무겁지 않게 표현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문방사우에 속하는 먹의 향기는 향을 강하게 발산하는 꽃향기 포집과는 달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먹 상태나 사용법에 따라 향기도 천차만별이다. 송연묵 자체의 향, 관솔향, 가마 안에서 관솔이 타고 만들어진 재의 향, 벼루에 간 먹의 향 등 다양하게 향을 포집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제품 용기도 예사롭지 않게 고급스럽다. “백색의 단아한 향수 및 디퓨저 용기는 코스맥스 디자인팀과 한국도자기의 디자이너, 기술자들이 협업해 만들어냈다. 향수 캡은 여인의 치마폭을 모티브로 했고, 디퓨저의 팔각 덮개는 정자의 팔각 형태를 차용해 제품 외형에서도 한국적인 단아함을 현대적으로 살리고자 했다.” ―이 제품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조향사로서 정말 뜻깊은 작업이었다. 우리의 뿌리이자 조상들이 사랑했던 향기다. 우리가 간절하게 재현해 낸 향을 1920℃의 향기를 맡는 한 분 한 분이 공유해주시면 좋겠다.”성남=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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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상진 “진보, 기득권 집단 변모… 독선적 자기확신에 빠져”

    사회학자인 한상진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중민재단) 이사장 겸 서울대 명예교수(75·사진)는 27일 “진보는 더 이상 시민사회를 대변하는 과거의 진보가 아니라 국가권력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집단 또는 기성체제로 급격히 변모하고 있다”며 “독선적 자기 확신과 선악의 이분법에 빠져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는 테러에 가까운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민재단과 한국연구재단이 개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부 정책과 국민의식 조사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새로운 변동 양상’ 결과 발표에서 ‘코로나19로 드러난 한국 진보·보수 정치지형의 탈바꿈’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이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56명을 대상으로 했다. 한 교수는 이날 발표를 마친 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사 결과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진보의 기득권화가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방심했던 서구 국가에 비해 코로나 위기를 비교적 잘 넘기면서 ‘내가 옳다’는 진보의 자기 확신이 더 강해졌다”며 “김대중 노무현 어느 (진보) 정부 때에도 시민사회를 대변한다는 진보 고유의 정체성이 이렇게 약화되고 독선적이 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로 인한 우려스러운 징후가 상당수 나타나고 있다며 한 교수는 ‘정의기억연대 사태’를 예로 들었다. 그는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을 ‘친일파’ ‘친일세력’이라며 극단적으로 규정해 국민적 증오를 부르고 무력화시키려 한다”며 “상대를 공존의 대상, 대화의 상대로 생각하지 않고 적(敵)으로 보고 심지어 여권 내부의 문제 제기조차 ‘진보 정체성’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해 공격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일종의 테러”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보수는 시민 우선 중심적 성향을 나타냈다. 한 교수는 보수 정치권이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이 합리적 세력으로 굳건히 서면 대안이 되는데 준비 안 된 야당이란 비대칭성이 한국 정치의 위험스러운 ‘(진보 보수의) 탈바꿈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반공 같은 과거 패러다임을 벗어나 시민사회의 잠재력을 끌어안는, 상식에 기반한 보수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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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상진 “진보, 기득권 집단 변모…더 이상 시민사회 대변 안해”

    사회학자인 한상진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중민재단) 이사장 겸 서울대 명예교수(75)는 27일 “진보는 더 이상 시민사회를 대변하는 과거의 진보가 아니라 국가권력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집단 또는 기성체제로 급격히 변모하고 있다”며 “독선적 자기 확신과 선악의 이분법에 빠져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는 테러에 가까운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민재단과 한국연구재단이 개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부 정책과 국민의식 조사로 드러난 한국사회의 새로운 변동 양상’ 결과 발표에서 ‘코로나19로 드러난 한국 진보·보수 정치지형의 탈바꿈’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이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56명을 대상으로 했다. 한 교수는 이날 발표를 마치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사 결과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진보의 기득권화가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방심했던 서구 국가에 비해 코로나 위기를 비교적 잘 넘기면서 ‘내가 옳다’는 진보의 자기 확신이 더 강해졌다”며 “김대중 노무현 어느 (진보) 정부 때에도 시민사회를 대변한다는 진보 고유의 정체성이 이렇게 약화되고 독선적이 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로 인한 우려스러운 징후가 상당수 나타나고 있다며 한 교수는 ‘정의기억연대 사태’를 예로 들었다. 그는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을 ‘친일파’ ‘친일세력’이라며 극단적으로 규정해 국민적 증오를 부르고 무력화시키려 한다”며 “상대를 공존의 대상, 대화의 상대로 생각하지 않고 적(敵)으로 보고 심지어 여권 내부의 문제제기조차 ‘진보 정체성’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해 공격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일종의 테러”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보수는 시민 우선 중심적 성향을 나타냈다. 한 교수는 보수 정치권이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이 합리적 세력으로 굳건히 서면 대안이 되는데 준비 안 된 야당이란 비대칭성이 한국 정치의 위험스러운 ‘(진보 보수의)탈바꿈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반공 같은 과거 패러다임을 벗어나 시민사회의 잠재력을 끌어안는, 상식에 기반한 보수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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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겁지만 풋풋한 이 시대 ‘중딩’의 서사

    ‘82년생 김지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조남주 작가가 이번에는 싱그러운 청소년 소설로 돌아왔다. 버겁지만 함께 있어 외롭지 않았던 사춘기 시절의 풋풋한 서사를 다룬 ‘귤의 맛’(문학동네)을 들고서다. 소설은 중학교 영화 동아리에서 만난 소란 다윤 해인 은지 네 명의 단짝 친구가 고등학교에 함께 입학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우정과 사랑,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며 사춘기의 감성이 폭발하는 시기. 늘 붙어 다니는 이 친구들은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귤밭이 지천으로 깔린 제주도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이들은 충동적인 한 가지 약속을 하고 타임캡슐을 묻는다. 작가는 이 약속을 중심으로 네 아이의 속사정을 번갈아 풀어간다. 단짝 친구와 어리둥절하게 멀어져버린 상처, 아픈 동생 때문에 힘든 마음을 내색하지 못하는 어려움, 가족 내에서의 갈등과 의사소통의 부재로 무너지는 마음, 또래집단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외로움. 의지하면서도 질투하고, 함께 있으면서도 외롭고 불안한 소녀들의 서사는 고유하면서도 보편적이다. 누구나 그 시절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자잘한 생채기들과 불안정한 감정들이 빚어져 공감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그 시절 특유의 감성을 작가는 노련하게 되살린다. 방송작가 출신으로 대면 인터뷰, 자료조사 등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디테일을 구현해내는 작가의 장기는 이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실제 10대들의 생활 말투 문화 등이 소설에 녹아들었다. 요즘 청소년들이 무엇을 할까 궁금했던 작가는 실제 청소년들을 만나보고 청소년 서적,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면서 취재했다고 한다. 조 씨는 ‘작가의 말’에서 “이 시기의 인물들을 쓸 수 있어서 좋았다. 쓰는 내내 저를 생각하고 제 아이를 생각하고 저와 다른 세대를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추면서 새 학기, 새 교실과 새 친구를 만나는 설렘과 기대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아이들에게 이 책이 인사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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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콕에 지친 당신, ‘반려식물’로 힐링하세요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며 초보 ‘식물 집사’가 늘고 있다. ‘집콕(집에 콕 머무는 생활)’ 와중 자연의 생기를 느끼기에 식물만큼 좋은 것이 없어서다. 최근 방탄소년단(BTS)도 자그마한 다육이(다육식물) 화분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생명과 같이 지내면 크든 작든 좋은 변화가 생긴다”고 ‘식물 집사’ 입문을 신고했다. 식물과의 교감, 반려식물 기르는 법, 플랜테리어(식물+인테리어) 등을 소개한 신간도 부쩍 늘었다. 출간 몇 주 만에 2, 3쇄를 찍을 정도다. 반려식물이 대세가 된 건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연관이 깊다. 공동주택에 살며 출장이나 여행 비중이 높은 1인 가구가 늘면서 손이 많이 가는 반려동물보다 정서적으로 교감이 가능하면서도 키우기 수월한 식물이 잘 맞는다는 것.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를 쓴 임이랑 작가는 “거창한 미래 계획보다 지금 이곳에서 작은 공간을 꾸며 소소한 행복과 풍요로움을 느끼려는 이들이 많다 보니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른의 취미라고만 여겼던 ‘홈 가드닝(집에서 식물 가꾸기)’은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되면서 폭발력을 얻었다. 식물은 푸른 색감이나 시원시원한 수형 등이 시각적이어서 유행에 민감하다.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그대에게’의 저자 송한나 씨는 “요즘 대세는 몬스테라, 필로덴드론 등 열대식물”이라며 “꽃이 피고 화려한 식물보다 단조로우면서도 잎이 크고 시원해 보이는 식물이 인기”라고 말했다. 임, 송 작가에게 가장 핫한 반려식물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먼저 세계적으로 플렌테리어 열풍을 몰고 온 몬스테라가 꼽혔다. 어린 이파리가 자라면서 구멍과 갈퀴가 생기는데 북유럽풍 인테리어의 감초인 데다 초보도 키우기 쉽다. 열대식물 인기 트렌드를 반영한 아레카야자, 떡갈고무나무도 빼놓을 수 없다. 아레카야자는 공기정화 효과가 탁월하고 쭉쭉 뻗은 이파리가 열대우림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낸다. 떡갈고무나무도 튼튼한 목대에 흐르는 듯한 선을 가진 커다란 이파리가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좁은 공간에서 흙 없이 매달아 키우는 에어플랜트(행잉플랜트)도 주목할 만하다.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분갈이도 필요 없어 관리가 편하다. 임 작가는 이 중에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양치류 박쥐난을 추천했다. 이런 식물은 물에 푹 담가뒀다가 거꾸로 잘 말려줘야 한다. 해가 많이 들지 않는 곳에서도 키울 수 있는 피토니아, 과습과 물 마름에 강해 ‘똥손’도 거뜬히 키울 수 있는 블루스타고사리도 추천 식물이다. 두 작가는 식물을 죽여본 경험 등 시행착오를 겪어야 경험치가 쌓인다고 입을 모은다. 임 작가는 “조금 더 들여다보고 검색해서 내 품의 식물이 뭘 좋아할지 관심을 가져보라”며 “그러다보면 살리는 식물이 많아지고 방치해 죽이는 일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송 작가도 “내가 어떤 식물을 좋아하는지, 그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인지 따져보라”며 “반려동물처럼 아껴준다면 그 자리에서 묵묵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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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도 푹 빠진 취미… 초보 ‘식물 집사’에 추천하는 반려식물은?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며 초보 ‘식물 집사’가 늘고 있다. ‘집콕(집에 콕 머무는 생활)’ 와중 자연의 생기를 느끼기에 식물만큼 좋은 것이 없어서다. 최근 방탄소년단(BTS)도 자그마한 다육이(다육식물) 화분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생명과 같이 지내면 크든 작든 좋은 변화가 생긴다”고 ‘식물 집사’ 입문을 신고했다. 식물과의 교감, 반려식물 기르는 법, 플랜테리어(식물+인테리어) 등을 소개한 신간도 부쩍 늘었다. 출간 몇 주 만에 2, 3쇄를 찍을 정도다. 반려식물이 대세가 된 건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연관이 깊다. 공동주택에 살며 출장이나 여행 비중이 높은 1인가구가 늘면서 손이 많이 가는 반려동물보다 정서적으로 교감이 가능하면서도 키우기 수월한 식물이 잘 맞는다는 것.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를 쓴 임이랑 작가는 “거창한 미래 계획보다 지금 이곳에서 작은 공간을 꾸며 소소한 행복과 풍요로움을 느끼려는 이들이 많다보니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른의 취미라고만 여겼던 ‘홈 가드닝(집에서 식물 가꾸기)’은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되면서 폭발력을 얻었다. 식물은 푸른 색감이나 시원시원한 수형 등 시각적이어서 유행에 민감하다.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그대에게’의 저자 송한나 씨는 “요즘 대세는 몬스테라, 펠로덴드론 등 열대식물”이라며 “꽃이 피고 화려한 식물보다 단조로우면서도 잎이 크고 시원해 보이는 식물이 인기”라고 말했다. 임, 송 작가에게 가장 핫한 반려식물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먼저 세계적으로 플렌테리어 열풍을 몰고 온 몬스테라가 꼽혔다. 어린 이파리가 자라면서 구멍과 갈퀴가 생기는데 북유럽풍 인테리어의 감초인 데다 초보도 키우기 쉽다. 열대식물 인기 트렌드를 반영한 아레카야자, 떡갈고무나무도 빼놓을 수 없다. 아레카야자는 공기정화 효과가 탁월하고 쭉쭉 뻗은 이파리가 열대우림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낸다. 떡갈고무나무도 튼튼한 목대에 흐르는 듯한 선을 가진 커다란 이파리가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좁은 공간에서 흙 없이 매달아 키우는 에어플랜트(행잉플랜트)도 주목해볼만하다.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분갈이도 필요 없어 관리가 편하다. 임 작가는 이중에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양치류 박쥐란을 추천했다. 이런 식물은 물에 푹 담아뒀다가 거꾸로 잘 말려줘야 한다. 해가 많이 들지 않는 곳에서도 키울 수 있는 피토니아, 과습과 물 마름에 강해 ‘똥손’도 거뜬히 키울 수 있는 블루스타고사리도 추천 식물이다. 두 작가는 식물을 죽여 본 경험 등 시행착오를 겪어야 경험치가 쌓인다고 입을 모은다. 임 작가는 “조금 더 들여다보고 검색해서 내 품의 식물이 뭘 좋아할지 관심을 가져보라”며 “그러다보면 살리는 식물이 많아지고 방치해 죽이는 일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송 작가도 “내가 어떤 식물을 좋아하는지, 그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인지 따져보라”며 “반려동물처럼 아껴준다면 그 자리에서 묵묵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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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생의 갈림길에서 ‘유익’은 중요치 않아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저자가 펴낸 첫 산문집. 오랜 세월에 걸쳐 젊음, 선택, 집필 활동 등에 대해 써온 짧은 에세이와 프랑스 시 감상록, 스승과 친구 등 지인과의 에피소드, 문학 비평문 등을 두루 수록했다. 1부에는 젊은 날의 경험과 방황을 반추하면서 인생을 되짚어보는 글이 주로 실렸다. ‘가지 않을 뻔한 길의 파리’에서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우연히 내린 선택이 훗날 비평가로서의 삶에 큰 자산이 됐던 경험을 떠올리며 선택의 기로에선 ‘유익’보다는 ‘가야 할 길’을 기준으로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2부에서는 보들레르, 프레베르, 랭보, 발레리 등이 쓴 프랑스 명시(名詩)에 대한 친근한 감상과 해설을 기술했다. 3부에서는 문학평론가 김현, 불문학자 김치수 선생 등의 인간적인 모습을 회고하고 4부에서는 신작 평론을 실었다.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의 안내를 따라 그의 문학세계와 함께 그를 빚어온 삶의 여정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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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만연한 혐오표현 대응 어떻게

    외국인, 난민, 이민자, 성 소수자 등을 향한 증오와 혐오의 표현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특히 인터넷 문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화가 발달한 초연결사회 한국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사회의 중요한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혐오표현의 해악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무방비로 노출된다. 하지만 정작 혐오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조차 없기 때문에 논의를 제대로 진척시키고 문제를 극복하는 데 여러 가지 난관이 있다. 혐오는 전통적으로 인종, 민족, 종교, 성적 지향성 등에 근거해 폭력과 증오, 차별을 유발하는 모욕적 표현으로 이해된다. 여기에 한 국가의 사회 역사적 맥락과 특수성이 반영되며 좀 더 복잡해진다. 한국에서 혐오표현은 계층 간 증오, 여성, 성 소수자, 종북 세력 등을 향해 만연해 있다. 혐오표현은 증오 선동을 유발해 범죄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미디어케뮤니케이션 교수인 두 저자는 혐오표현의 학술적 정의부터 혐오표현과 관련한 선행 연구들을 되짚으면서 혐오표현에 대한 논의를 체계적고 정치한 방식으로 진전시켜 나간다. 혐오표현과 관련해 쟁점으로 떠오른 모욕죄의 성립과 판례들을 살피고 해외의 혐오표현 대응 사례를 소개한다. 계층 간 대립을 부추기는 언론 보도로 인한 사회적 문제도 다룬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위험성으로 인해 논의되기 쉽지 않은 법적 규제의 가능성을 타진해본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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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족발 신발, 아이비도 반했다… 패피들의 필수템

    수지도 신고 아이비도 신었다는 그 신발. 앞코가 양쪽으로 갈라져 일명 ‘족발 신발’ ‘말발굽 신발’ 등 다양한 애칭으로 불리는 별난 디자인의 신발이 요즘 화제다. 처음 보면 적잖게 당황스러운 비주얼이지만 패션에 관심 좀 있다 하는 이들이라면 차별화된 스타일의 완성을 위해 눈독 들이는 ‘패피 필수템’으로 빠르게 자리 잡는 추세다. 이 신발은 앞코가 양쪽으로 분리돼 있다고 해서 ‘스플릿 토’라고도 하고, 일본의 전통 버선인 다비(足袋)와 모양이 비슷하다 해서 ‘타비 슈즈’라고도 부른다. 세계 패션계의 복고 열풍 속에 타비도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다. 타비 슈즈의 유래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타비 슈즈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가 1989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다. 일본식 버선에서 얻은 모티브를 미니멀하고 아방가르드하게 재해석한 결과물로 당시 패션계에 충격을 줬다. 앞코가 갈라진 말발굽 모양은 이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돼 이후 부츠, 플랫 등에 다양하게 적용됐다. 하지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일부 마니아 외에는 대중적으로는 여전히 생소한 아이템이었던 것이 사실. ‘족발 슈즈’ 인기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셀럽들이 애장템이라며 신고 나오면서부터다. 메종 마르지엘라를 공식 수입하는 신세계인터내셔널(SI) 측은 “양준일 등 대중의 주목도가 높은 연예인들이 ‘최애템’이라며 신는 빈도가 늘면서 올 들어 인기가 더 뜨거워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 ‘데일리 패션’을 올리기만 하면 곧바로 품절되는 영향력을 자랑하는 배우 차정원은 타비 마니아다. 나이키의 타비 스니커즈부터 메종 마르지엘라 타비 플랫까지 다양한 타비를 매치한 일상 패션을 선보이면서 일명 ‘차정원 신발’로 젊은 여성들에게 화제가 됐다. 직구 사이트에서 ‘차정원 신발’을 구매했다며 인증하는 게시물이 많은데 독특한 앞코가 “귀엽다”는 댓글이 주를 이룬다. 미국 일본 등의 직구 사이트에서는 나이키 에어리프트 같은 스플릿 토 사이즈가 금방 동나는 ‘타비 대란’이 일기도 했다. 일반적인 양말을 신고는 신을 수 없어서 전용 양말과 덧신이 따로 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가수 아이비도 신발장을 공개하며 족발 신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앵클부츠에서부터 스니커즈, 플랫에 이르기까지 타비 슈즈도 다양했다. 아이비는 “옷을 심플하게 입을 때는 신발이 포인트가 돼준다”며 “미니스커트나 핫팬츠에 신으면 귀여워서 색깔별로 갖고 싶다”고 했다. “타비는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이라고도 했다. 타비 슈즈는 전위적 감각이 극대화된 청키(chunky)한 부츠로도 애용되지만 날씨가 포근해지면서 발레리나슈즈나 스니커즈 형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엄지발가락이 분리되는 특유의 ‘토 디테일’을 살린 타비 샌들도 선보였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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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지도 신고 아이비도 신었다는 ‘족발 신발’…별나지만 패피 필수템!

    수지도 신고 아이비도 신었다는 그 신발. 앞코가 양쪽으로 갈라져 일명 ‘족발 신발’ ‘말발굽 신발’ 등 다양한 애칭으로 불리는 별난 디자인의 신발이 요즘 화제다. 처음 보면 적잖게 당황스러운 비주얼이지만 패션에 관심 좀 있다하는 이들이라면 차별화된 스타일의 완성을 위해 눈독 들이는 ‘패피 필수템’으로 빠르게 자리 잡는 추세다. 이 신발은 앞코가 양쪽으로 분리돼 있다고 해서 ‘스플릿 토’라고도 하고 일본의 전통 버선인 타비[足袋]와 모양이 비슷하다 해서 ‘타비 슈즈’라고도 부른다. 세계 패션계의 복고 열풍 속에 타비도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다. 타비 슈즈의 유래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타비 슈즈는 프랑스 패션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1989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다. 일본식 버선에서 얻은 모티브를 미니멀하고 아방가르드하게 재해석한 결과물로 당시 패션계에 충격을 줬다. 앞코가 갈라진 말발굽 문양은 이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돼 이후 부츠, 플랫 등에 다양하게 적용됐다. 하지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일부 마니아 외에는 대중적으로는 여전히 생소한 아이템이었던 것이 사실. ‘족발 슈즈’ 인기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셀럽들이 애장템이라며 신고 나오면서부터다. 메종 마르지엘라를 공식 수입하는 신세계인터내셔널(SI) 측은 “양준일 등 대중의 주목도가 높은 연예인들이 ‘최애템’이라며 신는 빈도가 늘면서 올 들어 인기가 더 뜨거워지는 추세”라고 말했다.인스타그램에 ‘데일리 패션’을 올리기만 하면 곧바로 품절되는 영향력을 자랑하는 배우 차정원은 타비 마니아다. 나이키의 타비 스니커즈부터 메종 마르지엘라 타비 플랫까지 다양한 타비를 매치한 일상 패션을 선보이면서 일명 ‘차정원 신발’로 젊은 여성들에게 화제가 됐다. 직구 사이트에서 ‘차정원 신발’을 구매했다며 인증하는 게시물이 많은데 독특한 앞코가 “귀엽다”는 댓글이 주를 이룬다. 미국 일본 등의 직구 사이트에서는 나이키 에어리프트 같은 스플릿 토 사이즈가 금방 동나는 ‘타비 대란’이 일기도 했다. 일반적인 양말을 신고는 신을 수 없어서 전용 양말과 덧신이 따로 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가수 아이비도 신발장을 공개하며 족발 신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앵클부츠에서부터 스니커즈, 플랫에 이르기까지 타비 슈즈도 다양했다. 아이비는 “옷을 심플하게 입을 때는 신발이 포인트가 돼준다”며 “미니스커트나 핫팬츠에 신으면 귀여워서 색깔별로 갖고 싶다”고 했다. “타비는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이라고도 했다. 타비 슈즈는 전위적 감각이 극대화된 청키(chunky)한 부츠로도 애용되지만 날씨가 포근해지면서 발레리나슈즈나 스니커즈 형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엄지발가락이 분리되는 특유의 ‘토 디테일’을 살린 타비 샌들도 선보였다. 박선희기자 teller@donga.com}

    •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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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비 “제멋대로 사는 철부지 연기하면서 저의 20대도 되돌아보게 되네요”

    “세상의 모든 자원, 사람의 마음과 사랑, 어쩌면 생명까지도 잠시 빌려온 게 아닐까요? 비단 월세 낼 돈이 없는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결코 온전하게 소유할 수가 없는 거죠.” 다음 달 16일 무대에 오를 뮤지컬 ‘렌트’에서 클럽 댄서 ‘미미’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아이비(38)는 1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기자와 만나 작품의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다. 그가 부르는 한 넘버의 가사처럼 가질 수 없으니 최선을 다해야 할 것도 결국 ‘오직 오늘뿐’인 것이다. 미국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을 다룬 ‘렌트’는 터부시되던 마약, 에이즈, 동성애 등의 서사를 다양한 음악 장르와 혼합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에서는 1996년 초연됐고 국내에는 2000년 첫선을 보인 후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그는 “지금도 쉽지 않은 이슈를 1990년대에 이미 선보였다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그는 제어되지 않는 젊음의 충동과 중독, 방황을 소화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출연진이 연습 첫날 가장 먼저 한 것도 “자신들이 살아온 이야기와 어려움을 극복했던 경험을 두세 시간에 걸쳐 허심탄회하게 서로 나누는 일이었다”고 귀띔했다. “등장인물이 대부분 20대 초반이에요. 또래가 보면 멋질 수 있지만 지금 우리가 봤을 땐 철없는 나이죠. 돈이 없다면서도 돈 벌 노력은 전혀 안 하고, 내일이 없을 것처럼 마음대로 살아요. 그런데 우리도 그랬어요. 시대가 달라져도 ‘젊음의 아이러니’는 비슷한 거죠. 그 덕분에 순수한 열정이 있던 시절을 떠올려보고 지금의 나는 뭘 위해 사나 질문해 보기도 해요.” 에이즈에 걸린 클럽 댄서 미미는 파격적이고 섹시한 역할이라 “미미 역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지금껏 많이 들었다. 그는 “섹시한 역할이야 많이 해봐서 ‘생활’인데(웃음) 약에 취해 춤추고 노래하는 10대의 혈기왕성한 에너지를 어떻게 표현할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과격한 안무가 많은 탓에 그의 다리에는 시퍼런 멍 자국이 많았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어가는 ‘송 스루(Song through) 작품’도 처음이라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연습에 몰두 중이란다. 몸에 착 달라붙는 의상이 많아 체중 조절에도 신경 쓰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연초 공연했던 ‘아이다’의 지방 공연이 무산돼 너무 아쉬웠다”며 “최근 상황이 염려되기도 하지만 힘든 시기에 좋은 공연이 더 큰 메시지와 위안을 줄 수 있는 만큼 ‘이 시대’ ‘지금 여기’에 여러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을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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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당나라는 그리스도교 국가였다

    신앙의 자유를 완전히 보장하지 않는 사회주의 국가 중국과 복음 전파의 역사는 언뜻 잘 어울리지 않는 주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통념과 달리 현재 중국의 그리스도교인은 (당국의 통제와 관리하에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2배인 1억 명에 달할 뿐 아니라 이미 당나라 때 실크로드를 따라 그리스도교가 전파돼 융성했던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책은 당, 송, 원, 명, 청에 걸친 중국 5대 제국의 흥망성쇠와 함께했던 그리스도교의 전파 과정을 여러 사료와 답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복원해 냈다. 당나라 시대 그리스도교는 황실의 국가 공인 종교였다. 그 사실은 당의 수도였던 장안에 1000기 넘게 묻혀 있던 비석 ‘대진경교유행중국비’가 청나라 시절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실크로드를 따라서 동방교회 소속 시리아인 올로푼 일행의 선교 여행이 시작됐다. 635년 당 태종은 그들을 영접하고 호의를 표했으며 선교 의사를 전한 그들이 성경을 번역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신화와 신의 문명이라 할 수 있는 서양 그리스도교 문명과 유불도 삼교의 융합이 이뤄지던 중국 문명의 역사적 만남”이 시작된 장면이다. ‘경교’로 불렸던 그리스도교는 50년 정도 번성했으나 당나라 무종의 종교 탄압, 선종의 숭불 정책 등으로 급격히 약화됐다. 몽골인과 색목인(이주한 상인 세력, 서구인 등)이 지배층을 형성했던 원나라 때 이르러 오랜 시간 숨죽이고 있던 경교는 사회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후 청나라의 개항과 근대화로 중국판 사도행전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하고 상하이에서 번성한 서양의 과학문물을 중심으로 그리스도교가 정착된다. 격동의 역사와 함께 부침을 겪으며 빈민 구제, 의료 활동과 교육, 선교에 일생을 바친 선교사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이어진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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