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김유영 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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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유영 부본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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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100%
  • 해태제과, 134년 전통 伊 ‘빨라쪼’ 품었다

    유럽에 있는 작은 왕국의 공주(오드리 헵번)와 미국 신문사 특파원(그레고리 펙)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보낸 특별한 하루를 그린 영화 ‘로마의 휴일’. 빡빡한 왕실 생활에서 ‘탈출’한 공주가 스페인광장 앞 계단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은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로마의 휴일’ 속 아이스크림은 134년의 역사를 지닌 ‘빨라쪼 델 프레도(Palazzo Del Fredo)’가 만든 젤라토(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다. 스페인광장 인근의 빨라쪼 매장은 1953년 영화 개봉 이후 관광명소가 됐다. 이런 빨라쪼 델 프레도를 국내 기업이 인수해 화제다. 해태제과는 5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빨라쪼 인수 계약을 맺었다고 6일 밝혔다. 빨라쪼는 1880년 이탈리아 왕실 요리사였던 자코모 파시가 설립한 기업으로 2대인 조반니 파시가 ‘젤라토의 황제’라는 명성을 얻으며 인기를 얻었다. 현재 5대째인 다니엘라 파시가 운영 중이다. 인수 가격은 약 50억 원. 해태제과는 이탈리아 아이스크림의 정통성을 내세운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까지 빨라쪼의 국내 매장을 300개로, 해외 매장을 200개로 각각 늘려 2020년까지 연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해태제과는 2008년 빨라쪼의 한국 사업을 인수한 후 전국에서 63개 매장을 운영해 왔다.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는 “빨라쪼 인수는 급성장하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사업의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빨라쪼의 장인정신과 기술을 활용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젤라토를 선보이겠다” 말했다. 한편 해태가 빨라쪼를 인수한 배경에는 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의 급성장세가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지난달 26일부터 전국 600여 개 점포에서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얹은 ‘아포카토’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본 후 추가로 메뉴를 확대할 계획이다.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폴바셋도 최근 아이스크림 메뉴를 강화했다. 폴바셋은 지난해까지 밀크티와 바닐라 아이스크림 등 2가지만 판매했지만 올해는 그린티 아이스크림을 추가했다. 소프트리와 밀크카우, 스위트럭, 밀키비, 허니비 등 중소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들도 사업을 확장 중이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생과일이나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아이스크림은 소비 불황 속에서도 ‘작은 사치’를 누리게 해주는 대표적 품목인 만큼 관련 시장은 한동안 확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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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utdoor]고어텍스 서라운드, 쿨비즈룩과 환상의 매치

    여름철이 되면 남성 직장인들 사이에 ‘쿨비즈’ 룩이 인기다. 넥타이를 매지 않는 노타이로 대표되는 패션이다. 쿨비즈 룩으로 간편한 스타일과 시원한 소재의 옷들이 인기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기능성 신발이 출사표를 내밀었다. 기능성 신발이 여름철에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아무리 옷을 시원하게 입어도 발에서 나는 땀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라도 오는 날에는 신발이 흠뻑 젖어 불쾌함이 극에 달한다. 특히 최근에는 신발 밑바닥으로도 땀이 배출되는 ‘고어텍스 서라운드’ 기술이 개발됐다.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Gore)사가 한국에서 선보인 신기술 고어텍스 서라운드 신발은 올해 5월 한 달 동안 1만2000켤레가 판매되어 추가 생산에 들어갈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고어텍스 서라운드가 적용된 신발은 내피에만 고어텍스 소재를 사용했던 기존 신발과 달리 투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바닥창에 구멍을 뚫어 펀칭 처리를 했다. 또 이 바닥창에 방수·투습기능이 뛰어난 고어텍스 멤브레인 소재를 사용해 신발의 갑피뿐 아니라 발바닥으로도 땀이 배출될 수 있게 했다. 고어텍스 멤브레인은 물방울보다 작은 미세한 구멍을 뚫어 방수 기능을 갖추면서도 땀을 외부로 배출할 수 있게 하는 대표적인 기능성 소재다. 신발 바닥은 눈으로도 확인이 가능한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는데, 이곳을 통해 물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프로텍티드 레이어라는 견고한 소재가 삽입돼 외부의 이물질로부터 안전하게 발바닥을 보호해 준다. 특히 고어사는 신발에 대해 방수, 투습 등 다양한 성능을 시험하는 테스트를 실시한다. 사람의 발처럼 계속 움직이는 인공 발에 제품을 신기는 워킹시뮬레이터 테스트를 수만 차례 실시한 끝에 제품을 출시하는 등 내구성을 철저하게 검증한다. 1980년 처음으로 고어텍스 소재를 적용한 신발을 출시한 고어사는 초기에는 하이킹이나 등산 애호가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점차 구두를 비롯한 캐주얼 시장에서까지 큰 사랑을 받았다. 전 세계에서 매년 2000만 켤레 이상을 판매하면서 기능성 신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렇게 고어텍스가 기능성 신발 시장을 선도하게 된 데에는 연구개발(R&D) 비용을 아끼지 않는 고어사의 노력이 숨어 있다. 고어코리아 관계자는 “고어사는 제품 개발에 매출의 10% 이상을 투자한다”며 “기술 개발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킨다”고 전했다. 고어텍스 신발 효과적으로 신는 법 고어텍스 신발은 가죽에 상처가 나면 가죽 안쪽의 필름이 손상될 수 있다. 신발 안에 들어간 흙, 모래 등을 잘 털어내고 외부는 부드러운 천이나 솔로 이물질을 깨끗이 닦아낸다. 전문 발수제를 가죽이 건조된 상태에서 발라 건조하면 고어텍스의 방·투습 기능 및 내구성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 순면 종류의 양말은 땀이나 수분을 오래 머금고 있기 때문에 투습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몸에서 나는 땀을 신속히 흡수하여 발산하는 합성 섬유 또는 속건성 전문 제품의 양말을 착용하면 고어텍스의 투습성을 높일 수 있다. 신발 안에 신문지를 말아 넣고 그늘에서 말리면 신발 모양이 뒤틀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히터나 드라이기 등을 사용하거나 직사광선(햇빛)에 말리면 신발이 변형되거나 기능이 저하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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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돈협회, 급등한 돼지고기 가격 자율조정 나서

    최근 삼겹살 등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국내 돼지사육 농가들이 자율적으로 돼지고기 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농가들이 직접 가격 조정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대한한돈협회는 18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했을 때 가격을 인하하고 급락했을 때 수익을 보전하는 대책을 논의했다. 협회는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kg당 6000원 이상으로 오르면 2% 인하하고 5500원 이상 6000원 미만일 때는 1% 내려 소비자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현재 돼지고기의 kg당 전국 평균 도매가격은 6438원이다. 가격이 급락했을 때는 돼지 가공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육가공협회 등에 가격을 보전해줄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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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려서 먹는 ‘슬러시 소주’

    슬러시 음료처럼 ‘얼려 먹는’ 소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주류는 17일부터 파우치 형태로 새롭게 포장한 소주인 ‘처음처럼 순한 쿨’(사진)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영하 18도 이하의 냉동실에 약 2시간 보관한 뒤 가볍게 흔들거나 주물러 얼음알갱이를 부숴 슬러시 음료처럼 마실 수 있다. 롯데주류는 등산이나 캠핑 등의 레저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야외에서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도록 파우치 형태의 소주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파우치는 주머니 형태의 몸체에 돌림마개를 단 ‘치어팩’이라는 포장재로 주로 빙과류 포장재로 많이 쓰인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제품을 얼리지 않더라도 냉장고나 아이스박스 등에 보관하면 치어팩의 특성상 빨리 차가워지기 때문에 시원하게 소주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주류는 제품의 앞면을 소주병에 살얼음이 살짝 끼어 있는 모습으로 디자인해 차갑게 얼려 먹는 소주임을 나타냈다. 이 제품의 알코올도수는 16.8도로 일반 소주(약 19도)보다 낮다. 출고가(220mL)는 1096.7원이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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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집밥의 대세는 ‘현미’

    주부 김모 씨(48)는 아침밥을 현미로만 짓는다. 기존에는 주로 흰쌀밥을 먹었다. 현미는 어쩌다가 흰쌀과 함께 섞어 먹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현미가 당뇨와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접한 뒤 이렇게 바꿨다. 회식이 잦은 남편을 위해서다. 그는 “밥만 바꿨을 뿐인데 남편의 몸무게가 1kg 빠졌고 혈색이 좋아졌다”며 “앞으로도 현미 위주의 식단을 짤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미=건강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현미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때맞춰 거친 식감을 개선한 기능성 현미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조선시대 양반이 기피하던 쌀, 현대인의 주식으로 16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5월 현미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6%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백미 매출은 전년 대비 9.2% 감소했다. 백미 소비가 매년 내리막을 걷는 것을 감안하면 현미의 매출 상승세는 고무적이다. 실제로 우리 국민의 흰쌀 소비량은 1979년 이후 매년 감소해 2012년 69.8kg에 그쳤다. 이는 30년 전인 1982년(130kg)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현미는 정미기술이 없던 시절에 쌀을 맷돌이나 절구에 찧어서 왕겨만 벗겨내 만들었다. 이후 조선시대에 정미기술이 본격적으로 발달하며 보기 좋은 백미를 먹을 수 있게 되자 양반은 백미를, 서민은 현미 등 잡곡을 주로 먹었다. 하지만 최근 현미의 쌀눈(배아)과 속껍질에 비타민과 칼슘, 식이섬유 등이 풍부하다는 인식이 높아지자 위상이 달라졌다. 농촌진흥청이 국산 현미 8개 품종을 분석한 결과 동맥경화증을 막아주는 비타민E는 현미 100g당 1.9mg으로 백미보다 73%나 많았다. 또 암세포 분호를 억제하는 피틴산 역시 백미의 3배에 이른다. 반면 백미는 배아와 속껍질을 도정하는 과정에서 이런 영양분이 깎여 나간다. 백미가 정제된 탄수화물 형태로 체내에 빠르게 흡수되기 때문에 백미만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혈당이 높아지고 지방이 축적된다. 이런 이유로 현미를 주식으로 삼는 사람이 늘면서 현미 제품의 용량도 늘었다. 기존에는 콩, 조, 보리처럼 현미도 소용량(1∼2kg)으로만 판매됐다. 하지만 100% 현미로만 밥을 짓는 사람이 늘면서 대형마트들은 최근부터 10kg의 현미도 판매하고 있다. ○ ‘현미 전성시대’, 기능성·영양성분 강화 제품 쏟아져 현미는 씹을 때 껄끄럽고 소화가 덜 되는 느낌이 드는 게 단점으로 꼽혀 왔다. 이런 이유로 현미 찹쌀의 매출 증가가 두드러진다. 롯데마트에서 2011년 현미 매출액을 100으로 봤을 때 2013년에는 159.5로 급증했다. 이태호 롯데마트 양곡건강 상품기획자는 “현미 찹쌀로 밥을 하면 현미만으로 지었을 때보다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조리를 쉽게 한 기능성 현미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불릴 필요 없는 현미’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현미 표면에 칼집을 미세하게 냈다. 수분 투과력을 높여 조리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다. 부드러운 식감을 내는 연화 현미는 쌀이 파손되지 않게 현미를 찐 뒤 눌러서 현미의 외피와 내피를 균열시키는 미세공법을 썼다. 미세한 틈으로 수분과 소화효소가 침투되어 소화가 잘 되도록 하는 원리다. 또 열화 현미는 약 200도의 고온에서 짧은 시간 동안 가열한 뒤 냉각시키는 과정을 거쳐 현미 표면에 홈(crack)을 팠다. 이렇게 하면 조리 시간이 단축된다. 영양 성분을 강화한 현미도 있다. 발아 현미는 현미에 싹을 틔워서 칼슘 비타민과 같은 영양성분의 함량을 높였다. 또 발효 현미는 유산균과 효모균으로 현미를 발효시켜 우리 몸에서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준다. 현미가 인기를 끌자 대형마트들은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이마트는 불릴 필요 없는 현미, 열화 현미, 발아 현미, 발효 현미, 효소 현미 등 5가지 기능성 현미(1kg) 중 4가지를 묶어 1만 원에 판매하는 ‘기능성 현미대전’을 22일까지 연다. 농협 하나로마트는 22일까지 전국 하나로마트 100여 곳에서 일반 현미(4kg)를 1만2500원에서 8900원에 할인해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19일부터 25일까지 롯데·신한·KB국민·현대카드로 결제 시 검정찰현미(2.8kg)를 45%가량 저렴한 1만 원에 판매한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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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流에 웃고… 혐한에 울고… 한국 술 수출, 中-日서 희비

    한국 주류 제품이 일본에서는 혐한(嫌韓) 분위기 탓에 판매가 부진한 반면 중국에서는 한류 열풍을 타고 선전하고 있다.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의 대(對)일본 막걸리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5% 줄어든 420만 달러(약 42억8000만 원)에 그쳤다. 이는 2011년 일본에서 막걸리가 ‘맛코리(マッコリ)’라는 이름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4800만 달러어치가 팔렸던 것에 비하면 꽤 저조한 것이다. 같은 기간 소주는 전년 동기 대비 24.6% 줄어든 2550만 달러가 수출됐다. 이런 부진은 일본 대형마트에서 한국 술의 판촉 행사를 열기도 어려울 정도로 혐한 분위기가 심한 데다 막걸리 주 소비층이었던 젊은 여성들이 알코올 도수가 낮은 다른 술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또 엔저(원화 강세)로 한국 술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이유가 됐다. 반면 중국에서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영향으로 치킨과 맥주를 함께 먹는 ‘치맥’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산 맥주의 1∼5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88.1%나 늘어난 540만 달러로 집계됐다. 또 같은 기간 소주와 막걸리 수출액은 각각 360만 달러, 80만 달러어치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4%, 31.4% 증가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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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여름 청정 강원마저… ‘철없는 AI’

    조류인플루엔자(AI) 청정지역으로 분류돼온 강원도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AI는 지난달 23일 전남 담양군 육용오리 농장에서 마지막으로 발병한 뒤 20여 일 만에 재발했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강원도에 따르면 횡성군의 한 거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바이러스가 14일 발견돼 이 농가에서 사육 중이던 거위 969마리와 발생 농가 반경 500m 안에 있는 양계농가의 닭 20마리를 도살 처분했다. 2월 원주시 호저면 섬강 일대에서 채취한 철새 분변에서 AI바이러스가 나온 적이 있지만 강원도내 가금류 사육 농가에서 직접 발생해 도살 처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강원도에서 AI 발생은 2008년 1월 춘천시 사북면의 한 토종닭 농장에서 20여 마리가 감염돼 도살 처분하고 더이상 확산되지 않았다. 강원도는 최문순 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방역대책본부를 꾸리고 AI 발생 농가로부터 반경 3km를 위험지역으로, 반경 10km까지를 경계지역으로 설정하고 가금류 이동 제한 조치를 내렸다. 또 횡성지역 23곳에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24시간 운영하며 외부인의 출입 통제와 방역지역 내 소독을 강화하고 있다. 경계지역 안에는 206농가에서 98만여 마리의 가금류를 사육 중이다. 홍경수 강원도 동물방역담당은 “AI가 발생한 농가가 거위를 방목해와 야생 조류에 의한 전염 가능성 등이 의심된다”며 “추가 발생 조짐은 없지만 확산 방지를 위해 농가별 소독 등 차단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통상 겨울철에 발생해 늦어도 5월에 끝났던 AI가 이번에는 초여름인 6월까지 이어지자 긴장하고 있다. 이번 AI는 거위 입식 자료와 차량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사람이나 차량에 묻은 바이러스가 다른 지역으로 퍼지는 수평 전파가 이뤄졌을 개연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철새의 10∼20%가 텃새화되고 있다”며 “횡성군 농가의 거위들은 AI에 감염된 철새와 접촉했거나 철새의 깃털이나 분변 등을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16일 발생한 이번 AI는 이미 150일을 넘겨 역대 최장 기간 발생 사례가 됐다. 그동안 가장 길었던 AI 발생 기간은 2010년 12월∼2011년 5월의 139일이었다. 한편 앞으로 추가로 AI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AI 종식 선언은 다음 달 말경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 당국은 마지막 도살 처분일로부터 30일이 지난 시점에 검사했을 때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야 AI 종식 선언을 할 수 있다.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마지막 도살 처분일로부터 35∼40일이 지나야 AI 종식선언이 가능하다. 횡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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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도비빔면, 30년간 8억개 비볐다

    ‘팔도 비빔면’이 올해로 서른 살이 됐다. ‘라면은 뜨거운 국물이 있어야 제 맛’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고 등장한 이 라면은 스스로 만들어 낸 비빔면 시장에서 뒤따르는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30년째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1983년 팔도 브랜드로 라면 사업에 진출한 한국야쿠르트는 여름철 집에서 삶아먹는 비빔국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신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성공의 관건은 매콤하고 새콤하면서 달콤한 맛을 구현하는 것. 직원들은 고추장과 설탕, 식초, 파, 마늘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황금비율’을 찾기 위해 전국 맛집 수십 곳을 다녔다. 작은 필름통에 몰래 소스를 담아와 연구하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소스 맛을 살리기 위해 당시 주를 이뤘던 분말이 아닌 액상 수프를 선택했다. 1984년 6월 5일 마침내 팔도 비빔면이 세상에 나왔다. 국내 최초의 ‘차가운 라면’, ‘국물 없는 라면’이었다. 소비자들은 당황했다. 면발을 식히지 않고 소스를 넣거나 일반 라면처럼 물을 붓고 끓여 먹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이때 나온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라는 가사의 광고노래가 히트였다. 이 광고의 성공으로 비빔면은 여름철 별미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30년간 팔도 비빔면은 모두 8억 개 팔렸다. 비빔면 봉지를 면적으로 환산하면 서울 여의도(290만 m²) 면적의 약 7배에 이른다. 경쟁사들이 찰비빔면(농심), 열무비빔면(삼양식품), 오뚜기비빔면(오뚜기) 등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원조’인 팔도 비빔면은 시장 점유율 67%(2013년 기준)로 1위를 지키고 있다. 30년간 매출액은 총 3500억 원. 지난해에는 470억 원어치가 팔려 연간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팔도는 3월 컵라면형 비빔면인 ‘팔도비빔면 컵’을, 4월 청양고추 못지않게 매운 ‘팔도쫄비빔면’ 등 비빔면의 자매품을 각각 내놓으면서 1위 자리 굳히기에 나섰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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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서 인정 받으면 세계서 통한다”

    스웨덴의 가전 전문기업인 일렉트로룩스는 최근 미세먼지 청소기인 ‘울트라플렉스’를 한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했다. 이는 스웨덴 본사의 연구개발(R&D) 담당자들이 한국 주부들이 청소하는 방식을 5년간 연구한 끝에 개발한 것. 연구진은 한국 주부들이 미세먼지에 민감하고 구석구석까지 청소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 결과 작은 골프공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까지도 청소할 수 있는 얇은 두께의 노즐을 개발했다. 일렉트로룩스는 국내 판매 추이를 지켜본 뒤 올해 안에 중국, 호주, 유럽 등에서 이를 판매할 예정이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제품은 다른 국가에서도 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유행과 기술이 앞서 있는 한국이 훌륭한 테스트베드라는 점도 한몫했다. 프랑스 식기 브랜드인 ‘르크루제’는 이달 초 연둣빛 냄비와 그릇을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 최초로 내놓았다. 이 색상은 한국의 고궁 단청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것. 르크루제는 한국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식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심지어 주방이 식기를 전시하는 ‘갤러리’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냄비 이외에 한국의 반찬 용기와 비슷한 ‘오리엔탈 스퀘어 플레이트’와 삼겹살 구이용 그릴도 내놓을 계획이다. 크리스티앙 토마 르크루제 동북아 대표는 “한류를 타고 영국 등 트렌드세터들 사이에서 한국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 식기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의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서비스를 본사에 역(逆)수출하는 경우도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최근 스마트폰으로 음료를 주문하면 매장에서 음료를 받을 수 있는 ‘사이렌 오더’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 서비스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3년의 개발 끝에 내놓은 것으로, 한국의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덕에 실용화가 가능했다. 스타벅스 측은 “미국 본사도 올해 안에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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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브리핑]농심 켈로그 外

    ■ 농심 켈로그가 ‘콘푸로스트’와 ‘스페셜K’ 등 주요 시리얼 제품 가격을 1년 8개월 만에 올린다. 농심 켈로그는 이달 17일부터 시리얼 50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3.06%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유통업체에 전달했다고 5일 밝혔다. 이 회사는 1년 7개월 전인 2012년 11월에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GM코리아는 5일부터 고급형 세단 ‘올 뉴 캐딜락 CTS’에 대한 사전계약신청을 받고 있다. 16일부터 판매되는 이 차는 CTS의 3세대 모델이다. 최고출력이 276마력인 2.0L 4기통 직분사 터보엔진을 장착해 강렬하고 민첩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럭셔리(후륜구동) 5450만 원 △프리미엄(후륜구동) 6250만 원 △프리미엄 AWD(상시 4륜구동) 6900만 원이다.}

    • 201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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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쌀 자급률 92%… “수입땐 공급 과잉”

    농림축산식품부는 2014양곡연도(2013년 11월∼2014년 10월)의 쌀 자급률이 92%로 전망된다고 3일 밝혔다. 쌀 자급률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100%를 넘겼지만 2011년 83.1%로 하락했다가 2012년 86.6%, 지난해 89.2%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입량까지 포함하면 올해는 쌀 공급 과잉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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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젖소들아 阿 우유를 부탁해”

    형질이 우수한 국내산 젖소의 정액이 동아프리카 국가에 수출된다. 농협중앙회 젖소개량사업소는 최근 사단법인 굿파머스와 ‘해외 낙농개발 협력 및 한국산 젖소 정액 수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젖소개량사업소는 이르면 다음 달 우간다를 시작으로 케냐,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등 동아프리카 국가에 국산 젖소의 정액을 수출할 계획이다. 굿파머스는 국가 원조 사업의 일환으로 현지에 전문가를 파견해 국산 젖소를 활용해 우수 교잡종을 생산하는 방안을 전수할 예정이다. 동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젖소 개량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 토착 소의 하루 우유 생산량은 한국산 젖소(약 30L)의 4∼6%(1.2∼1.7L)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지에서 한국산 젖소의 정액을 활용한 인공수정으로 교잡종을 만들어내면 하루 우유 생산량이 10L 안팎으로 늘어나게 된다. 오창록 젖소개량사업소장은 “동아프리카 국가의 인구는 약 2억 명이며 경제성장률이 연 5∼7%에 달해 우유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며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지 우유 생산량을 늘리는 데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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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크라상 대표이사에 조상호씨

    SPC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의 대표이사로 조상호 SPC그룹 총괄사장(63·사진)을 다시 선임했다고 2일 밝혔다. 조 사장은 2004년 파리크라상 대표를 지낸 바 있다. SPC그룹은 정태수 대표(59)가 최근 사퇴 의사를 밝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 201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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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수감 이재현 CJ회장 다시 입원

    5월 재수감됐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이 건강 이상으로 다시 병원으로 옮겨져 정밀검사를 받고 있다. 2일 CJ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7, 8차례 설사 증세를 보여 서울구치소에서 가까운 경기 안양시 동안구의 한림대 성심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긴급 의료조치를 받았다. 이후 주치의가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정밀검진을 받는 중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심한 설사 증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 회장은 신장이식 환자라 바이러스 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밀검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600억 원대의 횡령과 배임 등으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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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종외식업체 해외매장수… 1위 델리만쥬, 2위 레드망고

    국내 외식업체 중 해외에서 가장 많은 매장을 운영하는 곳은 즉석 빵 브랜드인 델리만쥬인 것으로 나타났다. 델리만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과 중국, 영국, 말레이시아 등지에 400곳의 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1998년 문을 연 이 브랜드는 주로 편의점 등에 ‘숍인숍’ 형태로 입주해 크림을 넣은 미니 빵을 직접 구워 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외식기업 해외진출 및 지원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델리만쥬 뒤를 이어 아이스크림 위주의 디저트 브랜드인 레드망고(381곳)와 치킨 브랜드인 BBQ(351곳), 커피 브랜드인 카페베네(251곳),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롯데리아(220곳), 제빵 브랜드인 파리크라상(172곳) 순으로 해외 매장이 많았다. 농식품부는 이 상위 6개 업체가 운영하는 해외 매장이 전체의 65%를 차지하지만, 최근 들어 중소 외식 브랜드의 해외 진출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외식업체들의 해외 매장 수는 2010년 991곳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2717개로 급증했다. 국내 시장의 포화상태와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국내 외식업체들이 대거 해외에 진출하면서 최근 3년 사이에 해외 매장 수가 3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윤동진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외식업체들이 대거 해외에 진출하면 국내에서의 경쟁 과열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며 “국산 농수산물과 닭고기, 조미료 등의 식자재 수출도 함께 늘어나 외화를 벌어들이고 한국 음식도 홍보된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국가별로는 중국에 59개 업체가 992개 매장을 냈으며, 미국에서는 36개 업체가 951개 매장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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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이슈]“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양말’을 던져라”

    5월 10일 서울시내의 한 한정식집. 스승의 날을 앞두고 S대 경영대 김모 교수(59)의 사은회에 모인 제자들은 놀랐다. 평소 칙칙한 양복만 입던 김 교수가 신발을 벗고 방 안에 들어오니 알록달록한 점이 박힌 양말을 신고 있었던 것. 반전이었다. 평소 근엄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제자들은 ‘교수님의 패션 센스가 좋다’며 치켜세웠다. 최근부터 화려한 양말을 ‘수집’하기 시작했다는 김 교수는 계면쩍게 웃었다. 현대캐피탈에 다니는 황재우 과장(33)은 일명 ‘삭스홀릭(socks-holic·양말과 중독을 뜻하는 영어를 합한 신조어)’으로 통한다. 양말이 70여 켤레에 달해 주변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지어준 별명이다. 금융회사의 특성상 감색이나 회색 등 단정한 슈트를 입는 게 원칙. 이 때문에 양말은 그에게 ‘해방구’와 같은 역할을 한다. 봄바람이 일렁이는 기분 좋은 날에는 연분홍 양말을, 비가 와서 기분이 가라앉는 날에는 노란색 양말을 신는다. 황 과장은 “양말을 골라 신을 때마다 재미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남자들 사이에서 ‘야한 양말’이 확산되고 있다. 검은색이나 회색, 흰색 등 무채색 일색이었던 양말 색깔이 다양해지고 무늬도 과감해지고 있다. 매일 신는 양말이지만 하루하루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일상을 새롭게 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데에 따른 것이다. 관심 밖 아이템, 욕망의 대상으로 한국 남자들에게 양말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1만 원에 3, 4개를 묶음으로 대충 사서 신다가 버리는, 때로는 회사에서 명절 선물용으로 받거나 아내가 사다 주면 그대로 신는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았다. 1980년대부터 태창, 백양(BYC) 등의 로고가 그려진 양말에 이어 아디다스, 나이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로고가 새겨진 양말이 유행했지만 여전히 소비자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물품이었다. 하지만 2000년부터 양말에 대한 시각이 변화할 조짐이 보였다. 첫 남북 정상회담의 감동이 가시지 않았을 무렵인 2000년 6월. 신문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깔끔한 정장 아래 화려한 줄무늬 커플 양말을 신은 모습이 담긴 전면 광고가 등장했다. ‘양말부터 통일하자’는 광고 문구와 함께였다. 양말업체인 ‘싹스탑’이 만든 광고였다. 양말에 무덤덤했던 한국인들은 특유의 유머 코드에 열광하면서 양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서경희 싹스탑 영업부 과장은 “싹스탑이나 인따르시아 등 양말업체들이 TV의 황금시간대에 광고를 방영할 정도로 패션 양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패션 양말 가맹점 창업 붐까지 일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화려한 양말은 여자들이 주로 선호했고,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전히 점잖은 양말을 신었다. 그러다 2007∼2008년경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대기업에서 비즈니스 캐주얼이 확산되면서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또 슈트용 바지 역시 바뀌었다. 남성들이 벙벙한 슈트 대신 몸매를 드러내는 타이트한 슈트를 선호했다. 발목은 물론이고 신발까지도 덮는 긴 바지보다 발목을 드러내는 짧은 바지가 인기를 끌었다. 소위 ‘패션 좀 안다’는 남자들은 화려한 양말을 사서 신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에 맞춰 패션업체들은 톡톡 튀는 원색의 양말이나 화려한 문양의 양말 판매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고 양말 매출도 매년 가파르게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패션 양말 매출 증가율(전년 대비)은 △2011년 109.8% △2012년 238.5% △2013년 221.4% 등 매년 2∼3배로 늘고 있다. 박제욱 신세계백화점 남성복 바이어는 “명품 브랜드에서 켤레당 5만 원이 넘는 양말을 사는 남자 고객이 적지 않다”며 “양말 전문업체뿐 아니라 패션업체까지도 양말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양말 디자이너를 영입해 양말 판매를 강화했다. 이마트의 조사 결과 소비자가 양말을 구입할 때 고려하는 사항은 색상, 소재, 디자인, 신축성, 착용성의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양말 디자이너 최현정 씨는 “싸거나 신기 편하다고 양말을 사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유니클로가 판매하는 양말의 색상은 50가지에 이르는 등 패스트패션업체들도 양말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에잇세컨즈는 양말 종류를 150가지로 늘렸다. 에잇세컨즈 측은 “봄여름 시즌 패션양말의 절반가량을 이미 판매했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양말 고를 때마다 소소한 행복” 남자들이 화려한 양말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기업 과장인 정희원 씨(34)는 “매일 아침 양말을 고를 때마다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예쁜 양말을 신으면 기분도 달라진다. 아내보다 여덟 살 많은 그는 아내 친구들이 그의 양말을 힐끗 보면서 ‘젊어 보인다’고 말하면 괜히 으쓱해진다. “튀는 양말에 처음 도전한 날이었어요. 남들은 신경 안 쓰는데 괜히 저만 신경이 쓰여 내심 조마조마했죠. 하지만 주변에선 ‘우와’ 하며 감탄했어요. 중학교 때 누구나 탐내던 ‘에어조던’ 운동화를 신었을 때 느꼈던 기분과 비슷했죠.” 이후 정 과장은 날씨와 기분, 바지 색깔, 신발 종류 등에 따라 매일 다른 양말을 신는다. 예컨대 발목까지 올라오는 캔버스화를 신어서 양말이 보일 듯 말 듯할 경우에는 강렬한 빨간색 체크무늬 양말을 신는다. 또 발등이 보이는 로퍼를 신을 때는 연한 파스텔 색상의 양말을 착용한다. 무수히 많은 조합이 가능하므로 내킬 때마다 양말을 산다. 구입처도 남대문시장부터 패스트패션 브랜드, 편집숍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는 “부담 없는 가격에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로고가 크게 박힌 명품 백이나 시계를 살 때보다 훨씬 실속이 있다”고 말했다. 화려한 양말이 ‘작은 사치(small indulgence)’가 되는 셈이다. 트렌드 분석 책인 ‘좀 놀아 본 오빠들의 귀환’을 쓴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화려한 양말의 인기는 최근 마카롱과 같은 고급 디저트나 디퓨저(공간에 두는 향수)가 유행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불황으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데다 뭔가 답답한 상황에 처한 남자들이 양말을 통해 일상을 잠시 벗어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숙 한국패션업회 디자인육성팀장은 “각종 액세서리와 메이크업, 백 등으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여성과 달리 남자는 자신을 꾸미는 방법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자기표현 욕구가 커진 남성들에게 양말은 정체성(아이덴티티)을 나타내고 자기표현의 욕구를 해소할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사소하지만 재미있는 ‘리추얼’ 양말을 고르고 신고 정리하는 행동 자체가 행복감을 높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계 증권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는 박영구 씨(31)는 양말을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 예전에는 집에 오면 양말을 던져버리고 세탁 방법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양말을 벗을 때도 말리지 않게 벗고, 빨래 후 정리할 때에도 돌돌 말아 보관한다. 그는 “양말을 소중히 다루면 스스로에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여러 양말들을 보면 그 양말을 신었을 때, 살 때의 기분 등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전 명지대 교수)은 남성들의 이런 행동이 행복을 찾기 위한 ‘리추얼(의식)’이라고 풀이했다. 그가 정의하는 리추얼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행동의 패턴으로, 의미 부여 등을 통해 일정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단순한 습관과 다르다. 같은 양말을 신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신는 것과 의미를 부여하면서 신는 것의 정서적인 효과는 크게 다르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대의 프란체스카 지노 등이 ‘심리과학’이라는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두 그룹에 초콜릿바를 먹게 하는 실험이 나온다. A그룹에는 초콜릿바의 포장을 벗기지 말고 부러뜨려서 먹으라는, 일종의 리추얼에 해당하는 지시를 줬고, B그룹에는 평상시처럼 먹게 했다. 실험 결과 ‘초콜릿이 더 맛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A그룹에서 2배나 많았다. 이는 실험뿐 아니라 삶에서도 마찬가지라고 김 소장은 강조한다. 이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가 “인생에서 특별한 이벤트보다는 하루 중 기분 좋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가 행복감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 것과 비슷하다. “한국 남자들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고 일상에 치이면서 고달픈 생활을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엄숙함과 진지함을 버리고 재미와 자유로움을 추구하려고 하죠.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 한잔, 사랑하는 딸과의 뽀뽀처럼 화려한 양말 신기가 일상 속 리추얼이 될 수 있어요. 양말을 통해 사소하지만 즐겁고 풍요로운 기분을 느끼는 겁니다.”(김정운 소장)  ▼ 심지어 이런 양말까지… ▼음악 앨범처럼 1집, 2집 발매… 잡지처럼 정기적으로 배달‘구멍이 나거나 해진 양말, 짝을 잃은 양말, 칙칙한 색깔….’ 매일 아침 양말 서랍을 열 때마다 유쾌한 기분을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다. 미국의 양말 스타트업인 ‘나이스 런드리(Nice Laundry)’는 이런 지루한(boring) 양말에 반기를 들었다. ‘산뜻한 기분으로 양말 서랍장을 여세요’라는 구호로 알록달록하고 과감한 디자인의 양말을 판매하고 있다. 나이스 런드리는 미국에서 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한국계 리키 최 씨가 미국인 친구와 함께 창업한 회사로 미국의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업체인 ‘킥스타터’에서 2000여 명으로부터 12만 달러(약 1억2000만 원)를 끌어 모았다. 양말업체 중 최고 수준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양말산업은 최근 2년간 20% 이상 성장했다”며 “펀딩한 돈으로 한국에서 양말을 제조해 미국에서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사양산업으로 통했던 양말이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도 패션양말이 인기를 끌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양말 스타트업’이 확산되고 있다. 양말에 철학을 담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양말업계는 국내 양말시장 규모가 9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양말업체인 ‘싹수’는 양말계의 ‘인디밴드’로 통한다. 회사명은 ‘싹수가 없다’의 싹수에서 따왔다. 1976년에 탄생한 ‘길표양말’이 효시다. 1980년대에는 TV에 광고를 할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중국산 등에 밀려 고전했다. 싹수는 길표양말 사장의 아들인 유광 씨와 유훈 씨가 각각 디자인회사와 대기업을 관두고 지난해 창업했다. 유 씨 형제는 음악 앨범처럼 ‘1집 양말’을 발매했다. 총 7곡(양말 7개)으로 구성됐다. 가수가 곡에 가사를 붙이듯이 스토리를 붙이는 방식이다. ‘대표곡’은 언뜻 보기에는 검은색의 평범한 양말이지만 양말 앞코와 입구는 밝은 노란색이다. 이 양말은 정강이 부분에 작은 해바라기 그림을 그려 넣어 바지를 들추면 보이게 했다. 예술활동에 몰두하다가 말기에 정신이상이 된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이 양말은 ‘쳇바퀴 도는 삶에서 일탈을 꿈꾸고 싶다고? 그럼 살짝 미쳐봐’라고 말한다. 이들은 “양말에 스토리를 담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다음 달 2집 앨범도 발매하는 등 작품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말을 캔버스 삼아 재치 있는 그림을 그려 넣는 업체도 있다. ‘원더삭스’는 흰색 토끼가 주황색 당근을 쥐고 무지개에 걸터앉아 꿈을 찾아 가는 모습을 그린 ‘무지개 너머(Over the Rainbow)’, 회전목마를 타고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메리고라운드(Merry-Go-Round)’, 목장의 초원에서 양들이 숫자를 세고 있는 걸 말 풍선으로 그려 넣은 ‘숫자를 세는 양(Counting Sheep)’ 등 230여 개에 이르는 양말 디자인을 갖췄다. 원더삭스는 2004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양말업체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양말과 콘텐츠를 접목시켜 디자인한 양말을 생산하고 있다. 양말이 빨랫줄에 걸려 있는 모습을 보고 ‘음표’를 떠올려 창업한 ‘릴팅굿즈’와 섹스어필과 어감이 비슷한 ‘삭스어필’ 등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양말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2011년 20대 젊은이 3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양말 전문 편집숍인 ‘삭스타즈(Sockstaz)’는 양말에 ‘자수 서비스’를 해준다. 이들은 30여 개의 패션양말 브랜드를 판매한다. 회원 수 1만5000여 명에 연 매출 6억 원을 거둘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게임회사의 디자이너 출신인 성태민 삭스타즈 공동대표는 “과거 양말은 생필품에 가까웠지만 자신을 표현하거나 특별한 패션 아이템이 되면서 가입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양말업체인 ‘모삭스(mo.Socks)’는 양말을 잡지처럼 구독할 수 있다. 2주일이나 한 달에 한 번씩 모삭스가 임의로 선정한 양말을 보내준다. 많이 구매할수록 할인율이 높아진다. 주기적으로 양말을 사기 귀찮아하지만 패션양말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다. 김유영 abc@donga.com·김범석 기자}

    • 201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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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있는 우유]잡맛 없애고 신선함 살린 GT, 브랜드 우유로 명성

    남양유업의 ‘맛있는우유GT’는 최근 10년간 누적으로 100억 개 팔려나간 장수상품으로 꼽힌다. 이 제품은 통상 브랜드와 관계없이 사먹던 흰 우유도 히트상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제품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흰 우유 시장은 최근 정체에 빠졌지만 맛있는우유GT는 2004년 출시된 뒤 지속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맛있는우유GT는 ‘우유 비린내’로 불리는 우유 특유의 냄새 때문에 우유를 기피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우유에는 목장이나 소, 금속 관, 우유 팩 등 제조 환경에 따라 이취(異臭)나 이미(異味)가 섞여 있을 수 있다. 이런 이취나 이미는 우유 내의 용존 산소에 쉽게 들러붙는다. 남양유업은 우유 속에 숨어 있는 여러 잡맛을 없애기 위해 제품을 개발했다. 우유 내 용존 산소를 제거하고 질소를 충진하는 신기술을 도입해 우유의 잡맛을 없애고 본연의 신선한 맛을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남양유업은 이러한 신기술을 ‘GT(Good Taste) 공법’이라고 명명했고 우유 이름에도 GT를 붙였다. 남양유업은 이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는 우유 시장에서 고유한 브랜드명을 지닌 우유가 거의 없었지만 이례적으로 우유에 브랜드를 붙여 ‘브랜드 우유’가 등장하게 된 계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맛있는우유GT는 맛과 제품명을 차별화한 덕분에 2004년 출시 이후 3주 만에 200mL 기준 하루 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했다. 이 우유는 최근에도 하루에 350만 개씩 팔리면서 우유업계의 메가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맛있는우유GT의 성공에 힘입어 남양유업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2002년 충남 천안시에 원유의 입고부터 생산, 출하까지 완전한 전자동 시스템을 갖춘 공장을 건설했고 2008년에는 전남 나주시에 호남공장을 준공해 우유 생산 능력을 확충했다. 이원구 남양유업 대표는 “유가공업체로서 우유제품은 가장 기본이자 생명과도 같은 존재” 라며 “남양유업은 맛있는우유GT와 같은 차별화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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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들 안가는 길 가자” 희귀식물 찾아 10년간 전국 산야 뒤져

    경기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은 천 가지의 표정을 지니고 있다. 산들바람이 일렁이는 봄에는 연둣빛 새순으로 물들고, 햇살이 따가운 여름에는 초록의 향연이 절정에 이른다. 비가 오면 신비로운 시크릿가든(비밀정원)으로, 눈이 내리면 설국(雪國)으로 변신한다. 이곳은 500여 년의 시간이 쌓인 공간이기도 하다. 1468년 조선시대 세조 능림(陵林)으로 지정된 이후 잘 보존되어 2010년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보존지역으로 등재됐다. 이런 수목원에서 일하면 ‘궁극의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1년에 절반은 외박하는 여대생 ‘산림생물 자원의 보고(寶庫)’로도 불리는 수목원은 기후 변화와 도시화 등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을 복원하고 지켜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누군가는 1년 중 절반 이상을 오지에서 탐사 활동을 벌이면서 생물주권을 지키는 전사(戰士)가 되어야 한다. 아무 곳에서나 먹고 자고, 씻는 것도 사치일 때가 적지 않다. 그래서 여성이 드물었다. 이런 수목원에서 올해 4월 첫 여성 수장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이유미 수목원장(52). 그는 산림청 47년 역사상 첫 여성 고위공무원이기도 하다. 올해로 수목원에서 일한 지 20년이 된 이 원장은 대부분 고시 출신이 꿰찼던 수목원장 자리를 연구사로는 이례적으로 맡게 됐다. 연구사는 고시가 아닌 특채로 뽑는다. 그에게 ‘1호 수목원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봤다. 81학번인 이 원장이 대학에 들어갈 때만 해도 여학생들 사이에서 전공 선택의 불문율이 있었다. 문과는 영문학, 이과는 식품영양학이나 가정학을 전공하는 것. 하지만 그는 임학과(현 산림자원학)를 택했다. “남들이 다 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개척하는 재미가 없잖아요. 꽃을 좋아하는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정원에서 식물을 가꿨어요. 시장에서 씨앗을 함께 사다가 직접 심는 일이 즐거웠지요. 사촌오빠가 국립공원을 설계하는 직업도 있다고 귀띔해 줬어요.” 서울대 임학과 동기(45명) 중 여성은 이 원장 혼자였다. 임학과 60여 년 역사상 6번째 여학생이었다. 한라산부터 백두산에 이르기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탐사해야 하는 특성상 여학생들이 꺼렸다. 1년에 절반은 집 밖에 있었다. 밤을 지새우는 게 다반사였고 10kg이 넘는 배낭을 짊어지고 떠나는 등산도 잦았지만 그는 ‘날쌘돌이’로 통했다. “산에 올라갈 때 뒤처지면 폐를 끼치잖아요. 체력을 길렀지요. 간혹 남학생들이 무거운 물건을 들어주거나 챙겨주려고 했지만 ‘내 일은 내가 한다’는 원칙을 지켰어요.” 예컨대 식물을 찍는 카메라 렌즈가 클수록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욕심을 버리고 들 수 있는 무게만큼 배낭에 넣었다. 산을 다니는 것이 힘들 법도 했지만 식물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그는 식물분류학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소위 ‘뜨는 분야’는 분자분류학이었다. 식물의 DNA를 추출해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학문이다. 하지만 그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자. 반드시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선진국에서는 실험실 위주의 연구가 일반화됐지만 이는 식물 표본을 제대로 확보하는 등 기초가 탄탄하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거죠. 한국은 식물 현황 파악이 제대로 되어 있지도 않은데 마냥 선진국처럼 연구할 수는 없었지요.”오지에서 말 타고 희귀식물 캐온 근성 식물분류학은 식물에 이름을 붙여주고 식물 간 ‘핏줄’이 얼마나 가까운지 분석해 ‘원(元)족보’를 만드는 일이었다. 기초 지도에 해당하는 식물 표본도 만들었다. 식물은 관상용은 물론이고 바이오산업의 원료 등으로도 쓰여 잠재력이 크다. 그는 이런 생각에서 1992년 식물분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4년 임업연구사로 산림청에 들어왔다. 이 원장은 공무원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는 ‘식물도감에서 봤던 희귀식물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졌고, 희귀식물 복원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장 수목원에 어떤 식물이 있는지 분포 현황을 조사하고 사라져 가는 걸 찾아내는 게 시급했습니다. 식물을 수목원에 옮겨서 증식하거나 현지에 보존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 일을 서둘러야 했죠.” 그는 10여 년간 입소문을 추적하고 문헌을 뒤적이면서 희귀식물을 찾아 헤맸다. 이른바 ‘숨은 식물 찾기’였다. 어떤 식물이 ‘30여 년 전에 설악산 골짜기에 있었다’는 말만 듣고 찾아 나서면서 길을 잃는 등 고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표적인 게 매화마름. 도감에 따르면 매화꽃처럼 생겼는데 물가에 사는 잡초인 매화마름이 멸종됐다고 했다. 하지만 해안가 인근 주민들에게 묻고 고문헌을 뒤적인 결과 해안가의 논에 서식하는 물풀을 찾아냈다.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네가 여기 있었구나, 사람들이 너를 못 알아봤구나, 반갑다’라고 인사했지요. 식물은 산에 있다는 상식에 따라 식물을 찾으러 깊은 산에만 갔지, 바닷가 근처로 갈 생각을 못했던 거죠. 바닷가 논은 예상 밖이었어요. 물부추 등 비슷한 물풀도 줄줄이 찾아냈어요.” 해외에서 희귀식물을 캐오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멸종 위기에 처한 물사리와 검은낭아초 등을 ‘동토의 땅’으로 유명한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 채집하러 갔을 때다. 이 식물이 있다는 산에 도착해보니 산불이 나 있었다. 허망했다. 대신 맞은편 큰 산이 눈에 들어왔다. 안내원은 ‘도로가 없기 때문에 교통수단은 없지만, 주민들이 종종 말을 타고 간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말을 구해달라고 했고, 탐사단 모두 각각 말을 타고 달린 끝에 식물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이 원장은 ‘식물 전문가’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5년차 연구사였을 때 대통령이 수목원을 방문하면 직접 수목원의 식물들을 안내하는 등 식물에 대한 해설은 이 원장이 도맡았다. 특히 그는 희귀식물을 복원하면서 식물표본을 확보하는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식물표본은 생물주권과 직결되는 ‘보물’과도 같은 기록인데 사라져 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기존에는 대학마다 표본실이 있었는데 기초 학문이 약화되면서 줄어들었죠.” 수목원은 1999년 국립수목원으로 전환하면서 당시 2만여 점에 그쳤던 식물표본을 2020년까지 미국의 국립수목원 수준(60만여 점)으로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현재 식물표본을 80만여 점이나 확보했을 정도로 빨리 목표를 달성했다. 또 그는 식물뿐 아니라 곤충 등 생물까지도 비슷한 방식으로 표본을 확보해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www.nature.co.kr)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현재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GBIF)에 등재된 정보의 70% 이상을 제공한다. 이 원장은 ‘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우리나무 백 가지’, ‘광릉숲에서 보내는 편지’, ‘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 등을 펴내면서 식물 지식을 대중화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학생들은 생물 과목을 따분하게 생각하지요. ‘종속과목강문계’만 달달 외웁니다. 하지만 식물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생물체로 엄청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저에게도 식물은 ‘애증의 대상’이었지만 책을 쓰면서 식물을 마음에 담을 수 있었지요.” 그가 책을 펴낸 건 지금은 폐간된 잡지인 ‘샘이 깊은 물’에서 식물에 대한 원고 청탁을 해온 게 계기가 됐다. 식물 한 개당 원고지 40매를 쓰는 일이었다. 자료가 많지 않아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 원장은 탐사 갔을 때를 떠올리면서 식물에 대해 온전히 사유했다. 이후 강연을 통해 식물과 숲과 어떻게 가까워질 수 있는지 등을 알렸다. 스토리텔링으로 식물학 대중화 “계절이 바뀌면 설악산 자락 어딘가에 펴 있을 꽃들을 떠올립니다. 그러면 마음이 두근거려요. 자연은 무궁무진합니다. 20년째 수목원에 출근하면서 한 번도 똑같은 느낌을 지닌 적이 없어요.” 이 원장에게 숲과 식물은 인생 그 자체다. 남편은 서울대 임학과 81학번 동기인 서민환 박사(52)로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연구부장(고위공무원)이다. 서 박사는 산림생태학을 공부해 이들은 ‘부부 숲 박사’로도 통한다. 남편이 숲 전체를 연구했다면, 이 원장은 나무나 식물 하나하나를 공부한 셈이다. 석사 과정 때 이 원장의 지도교수가 내준 과제가 부부의 연을 맺어줬다. ‘아까시나무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꿀의 생산량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연구하라. 새벽, 아침, 점심, 저녁 등 하루 4차례씩 아까시 꿀을 채취해 오라’는 것이었다. 당시 한밤중에도 말없이 산행을 함께 해준 게 서 박사였다. 이후 이들은 데이트도 산에서 했고 신혼여행 때도 숲을 둘러봤으며 이 원장이 임신 9개월일 때까지 함께 식물 탐사를 했다. 또 ‘쉽게 찾는 우리 나무’라는 책을 부부가 같이 펴내기도 했다. 이 원장은 “수목원을 식물 산업과 기초 생물학의 연구 플랫폼으로 만드는 동시에 각박하게 사는 사람들이 위안을 받거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수목원 입장은 예약제로 가능한데, 몇 달을 통째로 예약해 주기적으로 오는 부부가 있어요. 하루는 전나무 숲만 거닐며 바람을 맞을 수 있고, 또 하루는 연못 앞 벤치에 앉아 수생식물과 새들만 지켜보는 거죠. 수목원이 천 가지의 표정을 지녔다면 수목원을 즐길 수 있는 방법 역시 천 가지예요. 멈춰 서서 식물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포천=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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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표범 보호위해 보드카 회사 차렸어요”

    몽골과 중국, 인도 등지에 서식하는 눈(雪)표범은 남은 개체가 3500마리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 동물’을 구하기 위해 보드카 회사를 차린 사람이 있다. 눈표범의 영어 이름을 딴 회사 ‘스노 레퍼드’의 창업자 스티븐 스패로 씨(45·사진)다. 변호사이던 그는 영국 런던의 대형 로펌을 거쳐 주류회사인 얼라이드 도메크(현 페르노리카) 임원으로 일했다. 그러던 중 2005년 히말라야 여행에서 우연히 본 눈표범이 인생을 바꿨다. “멸종 위기에 처한 눈표범이 보약이나 가죽 재료로 팔려나가는 게 안타까웠어요. 현지의 일부 농가는 가축을 해친다는 이유로 표범을 죽이기도 하더군요.” 학창 시절 아프리카에서 사파리 가이드를 할 정도로 야생동물에 관심이 많던 그는 런던에서 눈표범보존재단의 설립을 주도했다. 하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리 끝에 그는 주류회사 근무 경험을 살려 보드카 회사를 세우기로 했다. 차가우면서도 강한 이미지의 눈표범이 무색무취에다 알코올 도수가 강한 보드카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보드카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눈표범보존재단에 기부합니다. 이 돈으로 표범이 가축을 잡아먹으면 농민에게 피해액을 보상해주는 보험에 가입하고, 연구 장비나 질병 예방을 위한 백신을 사지요.” 스패로 씨는 ‘고급 보드카’로 차별화하기 위해 희귀하면서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스펠트 밀’을 재료로 선택했고, 600년 역사의 폴란드 양조장을 물색해 보드카를 만들었다. 초기엔 폴란드에서 런던 노팅힐의 아파트로 배달된 보드카를 자전거에 싣고 인근 바에 직접 납품했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그는 천천히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 스노 레퍼드는 ‘윤리적인 보드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80세 생일에 헌정됐고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와 비비언 웨스트우드의 패션 행사에도 쓰였다. 지난해 그의 회사는 맥캘란과 커티삭 등으로 유명한 에드링턴 그룹에 인수됐다. 스패로 씨는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며 “눈표범 등 야생동물 복원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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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그룹, 이론교육+실습 소방대피훈련 등 실질적 고객안전 확보 방안 모색

    CJ그룹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각종 시설을 점검하고 모의 훈련을 실시하는 등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인 CJ CGV와 외식 계열사인 CJ푸드빌 등 고객과 밀접한 사업을 벌이는 계열사들은 고객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CJ푸드빌은 다중이용시설인 빕스 등 대형매장을 대상으로 소방대피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139개점 중 35개점이 훈련을 마쳤으며, 나머지 매장도 올해 안에 훈련을 완료할 계획이다. 소방대피훈련은 화재 발생 시 대응요령에 대한 이론교육과 실습으로 구성돼 있다. 이론 교육은 최초 발생 시 대응요령, 화재 진압 실패 시 골든타임 숙지, 본인 역할 교육, 고객 안내 요령 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실습 교육의 경우 실제 상황이 발생했다는 가정하에 고객 피난 훈련, 심폐 소생술 교육, 소화기 및 소화전 사용 실습 등으로 이뤄진다. 특히 서울 남산의 N서울타워나 공항, 휴게소 등 공공시설에 위치한 대형 매장은 119 안전센터, 소방대 등과 합동으로 소방 종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CGV는 소방방재 훈련을 6개월마다 실시한다. 그동안 각 지점이 자체적으로 실시했던 소방방재 훈련은 소방서와 연계한 민관 합동훈련으로 강화됐다. 이와 함께 극장이 입점한 건물관리팀과도 함께 3개월마다 소방방재 훈련을 하고 있다. 이달 16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CGV일산에서는 화재 발생을 가정해 대규모 소방대피 훈련이 실시됐다. 극장운영전문가 양성센터인 CGV유니버시티와 일산소방서 주관으로 CGV 전국 전 지점의 안전관리 담당자가 참여해 대대적인 합동 훈련을 펼쳤다. 이날 훈련에서는 화재 발생을 가정한 관람객 대피 유도는 물론이고 소방대의 인명 구조 및 화재 진압 훈련도 함께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화재 외에도 테러나 거동 수상자 등에 대한 행동 지침을 다시 한 번 숙지하게 해 안전 훈련을 더욱 강화했다. CGV는 합동훈련의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 관리 매뉴얼을 보강하고 이를 전국 전 지점에 배포했다. 또 현장 근무자 전원이 숙지할 수 있도록 추가 교육을 실시했다. 또 훈련에 참가한 전국 CGV 안전 담당자들을 주축으로 6월 말까지 지점별 관할 소방서와 연계한 소방 훈련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CGV는 이와 함께 이달 말까지 비상대피통로, 방화문 등 안전시설에 대한 일제 점검을 지점별로 입점한 건물 관리팀과 합동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견된 미비점을 적극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CJ그룹 관계자는 “고객의 안전을 위해서는 극장이 입점한 해당 건물과의 공조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를 가정한 실질적인 훈련을 강화해 고객 안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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