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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논란으로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던 소설가 신경숙 씨(57·사진)가 최근 장편소설 연재를 시작했다. 창비는 웹매거진 창작과비평에 신 씨의 신작 장편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23일부터 화, 목요일 주 2회씩 올리고 있다. 신 씨는 그가 가장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이야기로 돌아왔다. 새 소설은 제목처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병원에 입원하러 가는 엄마를 배웅하면서 연로한 아버지가 고향 J시의 대문 앞에 혼자 서서 울었단 소식을 주인공이 전해 듣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화자인 ‘나’는 나이 든 아버지의 울음을 계기로 그와 얽힌 유년 시절, 조부 때부터 이어져온 가족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작가는 연재를 시작하며 남긴 말에서 “사실은 오그라든 제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활동 재개에 대한 심경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출판사 측은 “일평생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던 아버지와 작가의 자의식, 글쓰기 문제 등이 연결된다”고 밝혔다. 연재 초반 이를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활동 중단이나 절필이 가혹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비판적 시각이 있다. 표절 사건이 문학계 전체에 파장을 미쳤지만 신 씨가 모호한 입장을 유지한 데다 다소 성급하게 신작 활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출판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식의 복귀가) 의아한 느낌이 있긴 하다”며 “당시 국내외에서 가장 주목받던 한국 작가의 표절 사건이었던 데다 이를 둘러싼 대형 출판사의 비호와 뒤늦은 사과 등 후폭풍이 컸던 사안인 만큼 여전히 조심스러운 시선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감상이나 평을 내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신 씨는 2015년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한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며 파장이 커지자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창비와 주류 평단은 작가를 옹호하는 입장에 서면서 ‘문단권력’에 대한 비판과 문학계 불신을 자초했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계간 창비 여름호에 중편소설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발표했지만 이번 신작은 표절 논란 후 첫 장편소설인 데다 온라인 연재를 통해 지속적으로 독자들과 만나는 본격적인 귀환인 셈이다. 작가는 현재 인터뷰 등 일체의 외부 활동을 고사하고 연재에만 집중하고 있다. 창비 측은 “연재가 가을쯤 끝나면 연내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라며 “단행본으로 나올 때쯤엔 어떻게든 한 번 나설 자리가 마련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문학에서 여성주의 서사의 강세는 계속되고 있다. 4년 전 출간된 ‘82년생 김지영’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여성 서사는 가부장제 아래서 여성의 억압, 성 차별과 폭력을 비판하는 페미니즘적 시각을 넘어 여성의 삶 전반을 더 다양한 관점에서 고찰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2017년 페미니즘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를 출간해 큰 반향을 부른 다산책방은 올봄 우리 주변의 할머니를 주제로 여성 소설가들이 각자 개성을 담아낸 단편소설 앤솔로지 ‘나의 할머니에게’를 출간했다. 차별, 희생 같은 특정 키워드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세대, 한 인물의 복합적인 삶을 다양하고 심층적으로 조명하기 위해서다. 지난 세기 여성들의 억척스럽고 고단했던 삶을 되짚어 보고 그들의 유산을 기리는 작품들도 연이어 인기를 얻고 있다. 여성 이야기가 시공간을 대담하게 확장해 가고 있는 셈이다. 이금이 작가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사진 한 장만 보고 결혼할 사람을 정해 하와이로 떠났던 이주 여성들 이야기. 예약 판매 때부터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도 6·25전쟁 직후 트라우마를 피해 미국 유럽 등을 떠돌며 작품 활동을 한 여성 미술작가와 그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 20∼40대 여성 작가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도 최근 문단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다. 올해 문학동네가 주관하는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강화길 씨나 2018년 문학과지성사의 문지문학상을 받은 백수린 씨 등 여성 작가의 작품들이 독자와 평단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문학과지성사 시인선(選)에 ‘22: Chae Mi Hee’라는 제목의 독특한 시집(사진)이 출간됐다. 지난해 박상륭 문학상을 받은 신인 장현 시인(26)이 최근 3년간 한국 문단의 성폭력 문제와 페미니즘 확산 등을 소재로 쓴 시들을 묶었다. 채미희라는 가상의 화자가 시집 전반에 등장한다. 페미니즘 시각에서의 토로와 제언으로 가득한 시들은 다양한 인용, 참고 문헌 등과 함께 영어 문장을 시에 뒤섞어 놓는 방식으로 이질적이면서도 실험적인 느낌을 더한다. 전통적으로 시집을 가장 잘 나타내는 구절을 싣는 뒤표지에도 ‘Eun Joo: You might regret this moment. Keep in mind.’라고 암호처럼 썼다. 2018년 출간한 강성은 시인의 ‘LO―FI’ 같이 문지 시인선에 영어 제목이 쓰인 경우는 드물게 있었지만 한국인 이름을 영어로 써놓거나 영어 문장을 그대로 싣는 것은 독특한 시도다. 문지 측은 “좀 더 강렬한 시적 효과를 위해 영어 문장과 알파벳을 그대로 살렸다”고 설명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1930년대 삼청동의 한 집. 이야기는 한때 유명 배우였으나 격리병동에 감금된 어머니를 기다리는 어린 희수에게서 시작된다. 무섭고 두려웠지만 또한 너무 그리운 엄마. 하지만 돌아온 어머니가 애정, 증오 사이에서 무너지는 모습에 큰 상처를 입는다. 그 집 문간방에 인력거꾼 아버지와 세를 든 소년 준. 희수와 준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의지한다. 준은 함께 세 든 배우, 기생, 마술사, 차력사 등과 어울리며 연극에 대한 꿈을 키우고, 희수 역시 춤을 배우고 함께 극장에 다니며 무대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광복과 전쟁의 혼란 가운데 둘은 이별과 재회를 거듭한다. 이상문학상 등을 받은 중견작가 손홍규가 6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일제강점기 1930년대 말부터 광복 이후, 6·25전쟁에 이르기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불행한 역사의 흐름 가운데서 비극을 감당하며 사랑과 존엄을 포기하지 않은 두 사람의 운명을 그려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마음속에 있는 샘의 돌/그 돌 속 하얀 점이/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동안/나는 늪가에서 초승달이 되었다가 보름달이 되었다가/그믐달로 바뀌어간다.”(‘달나라의 돌’) 한국 서정시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온 대표적 서정시인 박형준의 일곱 번째 시집. 등단 30년을 맞은 중견시인으로서의 깊이와 서정적 감수성이 어우러진 세계를 펼쳐 보인다. 누구에게라도 잔잔하면서도 편안한 음미의 시간을 선사할 만한 감각적인 시편들이 수록됐다. 햇살, 강가, 천변, 꽃, 산책로, 비, 나무, 오솔길, 아침 같은 짙푸르면서도 차분한 어휘들과 자연 속의 친근한 사물들은 시인의 시 속에서 새로운 의미의 파장을 만들어낸다. “봄날에는 발밑을 보며 걷습니다/발밑에는 상처들이 많습니다//풀꽃이 있습니다/천명의 아이들이/그을음을/닦고 있습니다 … 풀빛 강에 마중나온/천명의 어머니들도/풀빛 그을음을 닦고 있습니다/그래서 발밑에서만/싹이 나옵니다.”(‘발밑을 보며 걷기) 고향이나 어머니, 유년의 기억을 회상하는 시편들도 다수 수록됐다. 한 편의 전원적 풍경을 보고 있는 것처럼 향수와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개미들이 금방이라도 부화할 것 같은/까맣게 탄 등에/달빛이 흩어지고 있었다/우물가에서 펌프질하며 어머니의 등에 기어 다니는/반짝이는 개미들을/한 마리씩 한 마리씩 물로 씻어내던 한여름 밤/어머니는 달빛이 참 좋구나/막내 손이 약손이구나 하며/시원하게, 수줍게 웃음을 터뜨리셨다.”(‘달빛이 참 좋은 여름밤에’)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요즘 ‘하나도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하나만 사는 사람은 없다’는 그 가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꾸안꾸’(꾸민 듯 꾸미지 않은 패션)가 대세가 되면서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소재의 니트 주름 가방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라피아나 밀짚을 엮어 휴양지 느낌이 물씬 나는 가방이나 폴리염화비닐(PVC) 소재로 시원한 느낌을 주는 가방들이 인기를 끈다. 하지만 최근 가볍고 무심하게 척 걸치면서도 스타일을 살릴 수 있는 니트 주름 가방이 선봉에 섰다. 한번 사면 ‘깔별’(색깔별) 소장 욕구를 부른다는 것이 이 가방 마니아들의 설명이다. ‘아코디언 백’ ‘복조리 백’ ‘주름 가방’ 등의 다양한 별칭으로 불리는 니트 가방은 국내 브랜드인 조셉앤스테이시, 플리츠마마나 해외 브랜드인 사만사타바사, 이세이미야케 미(디자이너 미야케 잇세이가 젊은층을 겨냥해 만든 세컨드 브랜드) 등이 주력하고 있는 제품이다. 브랜드별로 주름의 간격이나 소재의 탄성, 전체 실루엣 등의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다. 플리츠마마에서 생산하는 니트 주름 가방은 폐페트병으로 만든 리젠사 섬유를 사용해 친환경적인 것이 특징. 사만사타바사는 올해 처음으로 ‘마이쉘’이라는 명칭으로 니트 가방 라인을 새롭게 선보이며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떤 브랜드이건 폴리에스테르 같은 합성섬유로 짠 탄탄한 니트에 부채를 접은 것 같은 플리츠 패턴이 뚜렷하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니트 소재는 가을 겨울에 어울린다는 통념이 있지만 사실 느슨하면서도 탄력 있게 짜인 여름 니트는 몸에 붙지 않고 바람도 잘 통해 원피스나 셔츠 등 여름 패션에서 데일리로 활용되기 좋다. 요즘 인기인 니트 주름 가방의 소재도 가벼워지는 옷차림에 맞춰 산뜻하게 들기 좋아 출퇴근용뿐 아니라 비치백이나 산행용 등으로 광범위하게 애용되고 있다. 부드러운 광택감과 촉감을 가진 데다 어떤 스타일의 옷에나 잘 어울리는 것이 니트의 큰 장점. 특히 은은한 파스텔 컬러에서부터 톡톡 튀는 원색에 이르기까지 컬러풀한 색감이 도드라져 선택 장애와 반복 구매를 불러일으킨다는 호소가 나온다. 온라인 패션·뷰티 커뮤니티에선 ‘어떤 색깔 살까요’ ‘벌써 5개째 샀다’는 글들이 보인다. 최근 1, 2년 사이 입소문을 타던 주름 니트 가방은 손나은 김고은 이시영 등의 여자 연예인들이 착용한 모습이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공유되면서 관심이 커졌다. 특히 조셉앤스테이시의 니트 주름 가방은 연애 밀당만큼이나 스타일리시한 코디가 돋보인 채널A ‘하트 시그널’의 출연자들이 들고 나와 관심을 끌기도 했다. 여기에 ‘가성비 갑’ 제품으로 한혜연 같은 패션 유튜버나 스타일리스트가 언급하며 점점 확산되고 있다. 가격대가 어느 브랜드 것이든 4만∼10만 원 선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부담도 크지 않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요즘 ‘하나도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하나만 사는 사람은 없다’는 그 가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서 ‘꾸안꾸’(꾸민 듯 꾸미지 않은 패션)가 대세가 되면서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소재의 니트 주름 가방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라피아나 밀짚을 엮어서 휴양지 느낌을 물씬 내는 가방이나 PVC(폴리염화비닐) 소재로 시원한 느낌을 주는 가방들이 인기를 끈다. 하지만 최근 가볍고 무심하게 척 걸치면서도 스타일을 살릴 수 있는 주기 좋은 니트 주름 가방이 선봉에 섰다. 한번 사면 ‘깔별’(색깔별) 소장욕구를 부른다는 것이 이 가방 마니아들의 설명이다. ‘아코디언 백’ ‘복조리 백’ ‘주름 가방’ 등의 다양한 별칭으로 불리는 니트 가방은 국내 브랜드인 조셉앤시테이시, 플리츠마마나 해외 브랜드인 사만사 타바사, 이세이 미야케 미(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가 젊은 층을 겨냥해 만든 세컨드 브랜드) 등이 주력하고 있는 제품이다. 브랜드 별로 주름의 간격이나 소재의 탄성, 전체 실루엣 등의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다. 플리츠마마에서 생산하는 니트 주름 가방은 폐 페트병으로 만든 리젠사 섬유를 사용해 친환경적인 것이 특징. 사만사 타바사는 올해 처음으로 ‘마이쉘’이라는 명칭으로 니트 가방 라인을 새롭게 선보이며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떤 브랜드이건 폴리에스테르 같은 합성 섬유로 짠 탄탄한 니트에 부채를 접은 것 같은 플리츠 패턴이 뚜렷하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니트 소재는 가을 겨울에 어울린다는 통념이 있지만, 사실 느슨하면서도 탄력 있게 짜인 여름 니트는 몸에 붙지 않고 바람도 잘 통해서 원피스나 셔츠 등 여름 패션에서 데일리로 활용되기 좋다. 요즘 인기인 니트 주름 가방의 소재도 가벼워지는 옷차림에 맞춰 산뜻하게 들기 좋아서 출퇴근용 뿐 아니라 비치백이나 산행용 등으로 광범위하게 애용 받고 있다. 부드러운 광택감과 촉감을 가진데다 어떤 스타일의 옷에나 잘 어울린다는 점은 니트의 큰 장점. 특히 은은한 파스텔컬러에서부터 톡톡 튀는 원색에 이르기까지 컬러풀한 색감이 도드라져서 선택장애와 반복구매를 불러일으킨다는 호소가 나온다. 온라인 패션·뷰티 커뮤니티에선 ‘어떤 색깔 살까요’ ‘벌써 5개째 샀다’는 글들이 다양하다. 최근 1~2년 사이 입소문을 타던 주름 니트 가방은 손나은, 김고은, 이시영 등의 여자 연예인들이 착용한 모습이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공유되면서 관심이 커졌다. 특히 조셉앤스테이시의 니트 주름 가방은 연애 밀당만큼이나 스타일리시한 코디가 돋보인 채널A ‘하트 시그널’의 출연자들이 들고 나와 관심을 끌기도 했다. 여기에 ‘가성비 갑’ 제품으로 한혜연 같은 패션 유튜버나 스타일리스트가 언급하며 점점 확산되고 있다. 가격대가 어느 브랜드 것이든 4만~10만 원 선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부담도 크지 않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결혼 후 시가의 첫 제사에 참석하게 된 신혼부부. 아내는 집에 들어서면서부터 미묘하게 불편한 분위기를 직감한다. 이 가정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관계의 불균형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은 무신경하고 태연한 걸 넘어 완전히 무지하다. 그는 표면적인 관계 뒤편에 숨은 편애와 차별을 알 필요도, 이해해야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올해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은 소설가 강화길(34·사진)의 ‘음복’은 가족 속 가부장적 권력관계를 긴장감 있게 묘사한 작품이다. 한 가정의 평범한 제삿날 풍경을 소재로 남성들이 점유한 ‘무지의 권력’이 노출되기까지를 서스펜스 넘치게 그려낸다. 등단 8년 차이자 한겨레문학상, 구상문학상 등을 받은 그의 두 번째 소설집 ‘화이트호스’(문학동네)에는 이렇게 ‘끝난 줄 알았는데 꼬리를 무는’ 일상의 스릴러가 가득하다. 23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작가는 “스릴러 소설보다 일상이 더 불안하다고 느낀다. 결말이나 해결 없이 일상은 계속 이어지는데, 그 불안을 안고 문 밖으로 계속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살육, 혈흔이 넘치는 장면에서가 아니라 가족, 사람들의 관계 속 불안에 대한 감각이 발달한 것 같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애거사 크리스티, 코넌 도일을 좋아했고 미드(미국 드라마)도 ‘크리미널 마인드’ ‘콜드 케이스’ 같은 수사물만 집중적으로 봤단다. “사건이 해결되는 데서 위안을 받았던 것 같다.” 스릴러에 대한 애정이 깊어 그 문법을 빌려오긴 하지만 일상은 사건이 깨끗이 마무리되는 장르소설과는 다르다. 평범한 사람들, 상황으로 가득한 그의 소설은 왠지 본격 스릴러나 호러보다 더 서늘하다. 표제작 ‘화이트호스’는 가장 애정을 가진 작품이다. 호러 색채가 물씬한 이 단편은 슬럼프에 빠진 작가가 산속 깊은, 기괴한 산장에 머물면서 겪는 일을 그려낸다. 끔찍한 죽음, 실종 등이 빈번했던 이 산장은 작가들의 창작숙소로 활용되는데 이 집에 머무는 동안 실종된 작가의 유품과 툭하면 울려 퍼지는 의문의 초인종 소리 가운데서 화이트호스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소설가의 삶에 망령처럼 떠도는 화이트호스는 무엇일까. 영감이나 멋진 이야기, 작가적 성공 혹은 평단의 갈채나 세간의 말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화이트호스는 필요 없다고 외치는 주인공을 만나고 싶었다”며 “장편문학상을 수상한 뒤 여러 비평에 직면했는데, 이 작품을 통해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여성 서사를 주요하게 다루는 작가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는 “작가에게 중요한 이야기가 젠더 부조리나 계급, 여러 사회문제와 맞닿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여성 서사는 끊임없이 있었는데 유독 요즘 화제인 건 오히려 지금만큼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걸 반증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국내에 공개되지 않은 당시 사진에 해설을 덧붙인 ‘끝나지 않은 전쟁 6·25’(눈빛)가 출간됐다. 사진 전문 출판사 눈빛의 눈빛아카이브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자료를 중심으로 영국 중국 러시아 북한 등에서 수집해온 사진 약 300장을 엮었다. 전후 사진은 크리스 마커, 구와바라 시세이, 전대식, 한치규, 김봉규 등 국내외 사진가 작품을 썼다. 광복 직후, 개전, 전투, 인천상륙작전, 서울 수복, 장진호 전투, 흥남 철수, 고지전, 전쟁포로 등 6·25 전사(戰史)를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정전협정 수립 이후부터 지난해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에 이르기까지 전후사도 간략하게 훑었다. 전쟁 기간 남북 양민의 피란과 학살같이 전화(戰禍)에 고통받은 인간의 모습에도 초점을 맞췄다. 눈빛 측은 “군인보다 민간인 사상자가 더 많았던 전쟁의 아픔을 기록한 것 등 보지 못했던 사진을 다양하게 수록했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순진하면서도 음흉하고, 귀엽지만 어딘가 조금 무섭고, 애달프지만 위로받게 되는 사랑”이라는 황인찬 시인의 추천사가 이 엉뚱하고 독특한 산문집의 매력을 압축적으로 설명해 준다. 첫 시집 ‘제주에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로 문단 안팎의 이례적인 주목을 받은 이원하 시인이 연모의 마음에서 출발했던 자신의 시작(詩作) 뒷이야기를 산문으로 풀어냈다. 산문집은 시인이 좋아하는 한 대상(남성)과의 다양한 일화들과 그것이 한편의 시로 빚어지기까지 감정의 파장을 섬세히 그려낸다. 절절한 연심(戀心)이 산문으로 풀어진 경우는 많았지만, 발화자인 여성이 이토록 앙큼하게 들이대면서도 이렇다 할 결실(?)이 없어 상심하는 상황을 능청맞게 쓴 글은 거의 없었다. 이 산문집의 세계가 여러모로 흥미로운 이유다. “당신에게 놀아나는 내 인생이 나는 좋아요. 당신으로 탕진하는 내 삶이 나는 좋아요”라고 태연하고 명랑하게 읊조리다가 “그가 질질 흘리니까 내가 그의 집 우렁각시가 된 거예요. 그가 터뜨린 자동차 바퀴를 몰래 해결하는 거예요. 그에게 따라붙은 스토커를 조용히 해결하는 거예요. 그러니 앞으로 평생 당신은 나에게 의존하면 돼요”라고 구슬린다. 곰 인형을 껴안고 잠을 청하다가 “곰 인형이 좀 이렇긴 해도, 나에게 모든 걸 맡긴 곰 인형과는 벌써 갈 데까지 갔어요. 그러니 당신도 내게 모든 걸 맡기세요”라고 도발하기도 한다. 그의 시처럼 산문 역시 문장과 문장이 빚어내는 긴장과 운율감이 기발하고 유머러스하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잔뜩 꾸미고서 ‘나 오늘 꽤 괜찮은데’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누군가 사진을 찍어준다. 찍은 사진을 보자마자 “와, 네가 사진 찍는 바로 그 순간에 내 앞에 뛰어 들어온 저 늙은 여자는 누구…”라고 말하다 당황하고 만다. 세상에! 삭제, 삭제, 삭제. 엄청나게 많은 사진을 삭제한다. 거울과 사진 속에 보이는 스스로의 모습이 낯설고 당황스러운 것. 중년의 시작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지만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중년기란 삶의 큰 전환이다. 머리숱이 줄고, 몸은 예전 같지 않은데 아이들이 훌쩍 자라 있다. 다들 우아하고 자연스럽게, 편안히 나이 드는 것 같지만 40대 이후 중년의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사실 사춘기 시절의 방황 못지않은 혼란, 의문, 당혹, 낯섦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미국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가 마흔 다섯에 접어들면서 직접 겪은 에피소드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신체적, 환경적 변화와 함께 젊음이 추앙받는 세태, 그를 이용한 산업 등도 위트 넘치는 입담으로 꼬집는다. 자신이 중년이라는 사실을 처음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 저자 역시 줄곧 ‘우리 엄마가 중년이지, 난 아니지’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묘사할 땐 무심코 ‘어려. 우리 나이 정도야’라고 말한다. 객관적으로 ‘어리지 않은 나이’이자 중년이라는 사실을 자꾸 망각해서다. 노화를 의식하는 단계에 이르면 좀 더 어려 보이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기 시작한다. 안티에이징 제품에 쓴 돈을 다 합치면 새로 나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를 한 대 뽑고도 남겠는데 별 효과가 없다. 정수리는 쥐가 파먹어서 둥지를 튼 것처럼 빈다. 결국 부분 가발을 착용하는데 세면대에 걸린 가발을 보고 남편이 기겁 하며 소리친다. “죽은 사막쥐인 줄 알았잖아!” 이뿐인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가 선택의 기준이었던 구두는 무조건 처음 신었을 때부터 편한 것으로 바뀌고 몸의 모든 것이, 머리부터 무릎 발까지 무너져 내리는 데다 아이들은 ‘엄마 입에서 똥냄새 난다’고 말할 정도로 자라 있다. 그렇다면 중년은, 불행한가? 그렇지 않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생일케이크에 50개의 초가 꽂혀 있을 때쯤에는 삶이 우리에게 아무리 뜨끈하고 고약하고 구리고 구린 원숭이똥을 던지더라도 대부분 이렇게 받아칠 수 있다. “그래? 하지만 더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는데 뭐.” 우아하게 나이 드는 방법 같은 건 없다. 하지만 나이 든다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삶이란 부서지기 쉬운 선물에 감사할 줄 알고 인생의 유한함을 받아들이며, 과거의 실수를 잊고 넘기는 법도 배우니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웃을 여유가 생긴다. 스스로를 꼴사납고 우악스럽게 묘사하는 데 개의치 않는 저자의 태도도 어쩌면 그런 관조와 여유에서 나오는지 모른다. 정신없이 수다스럽고, 지치지 않고 웃기는 글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잔뜩 꾸미고서 ‘나 오늘 꽤 괜찮은데’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누군가 사진을 찍어준다. 찍은 사진을 보자마자 “와, 네가 사진 찍는 바로 그 순간에 내 앞에 뛰어 들어온 저 늙은 여자는 누구…”라고 말하다 당황하고 만다. 세상에! 삭제, 삭제, 삭제. 엄청나게 많은 사진을 삭제한다. 거울과 사진 속에 보이는 스스로의 모습이 낯설고 당황스러운 것. 중년의 시작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지만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중년기란 삶의 큰 전환이다. 머리숱이 줄고, 몸은 예전 같지 않은데 아이들이 훌쩍 자라 있다. 다들 우아하고 자연스럽게, 편안히 나이 드는 것 같지만 40대 이후 중년의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사실 사춘기 시절의 방황 못지않은 혼란, 의문, 당혹, 낯섦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미국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가 마흔 다섯에 접어들면서 직접 겪은 에피소드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신체적, 환경적 변화와 함께 젊음이 추앙받는 세태, 그를 이용한 산업 등도 위트 넘치는 입담으로 꼬집는다. 자신이 중년이라는 사실을 처음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 저자 역시 줄곧 ‘우리 엄마가 중년이지, 난 아니지’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묘사할 땐 무심코 ‘어려. 우리 나이 정도야’라고 말한다. 객관적으로 ‘어리지 않은 나이’이자 중년이라는 사실을 자꾸 망각해서다. 노화를 의식하는 단계에 이르면 좀 더 어려 보이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기 시작한다. 안티에이징 제품에 쓴 돈을 다 합치면 새로 나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를 한 대 뽑고도 남겠는데 별 효과가 없다. 정수리는 쥐가 파먹어서 둥지를 튼 것처럼 빈다. 결국 부분 가발을 착용하는데 세면대에 걸린 가발을 보고 남편이 기겁 하며 소리친다. “죽은 사막쥐인 줄 알았잖아!” 이뿐인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가 선택의 기준이었던 구두는 무조건 처음 신었을 때부터 편한 것으로 바뀌고 몸의 모든 것이, 머리부터 무릎 발까지 무너져 내리는 데다 아이들은 ‘엄마 입에서 똥냄새 난다’고 말할 정도로 자라 있다. 그렇다면 중년은, 불행한가? 그렇지 않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생일케이크에 50개의 초가 꽂혀 있을 때쯤에는 삶이 우리에게 아무리 뜨끈하고 고약하고 구리고 구린 원숭이똥을 던지더라도 대부분 이렇게 받아칠 수 있다. ”그래? 하지만 더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는데 뭐.“ 우아하게 나이 드는 방법 같은 건 없다. 하지만 나이 든다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삶이란 부서지기 쉬운 선물에 감사할 줄 알고 인생의 유한함을 받아들이며, 과거의 실수를 잊고 넘기는 법도 배우니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웃을 여유가 생긴다. 스스로를 꼴사납고 우악스럽게 묘사하는 데 개의치 않는 저자의 태도도 어쩌면 그런 관조와 여유에서 나오는지 모른다. 정신없이 수다스럽고, 지치지 않고 웃기는 글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동네 수영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든다. 무서운 속도로 오픈턴을 하며 자유형 대시를 끝도 없이 해나가는 고수도 있지만 레일 끝에 붙어서 수다 삼매경에 빠진 아주머니들도 있고, 자기도 잘 못하면서 다른 사람 자세 계속 지적하고 있는 아저씨, 뭍에 나온 생선처럼 퍼덕거리는 아가씨, 수영장에 운동하러 온 건지 워터파크에 연애하러 온 건지 헷갈리게 만드는 연인들도 있다. 13년차 신문기자이자 워킹맘으로 매일을 전력 질주하듯이 살아온 저자는 디스크에 이어 갑상선암이란 ‘불행의 콤보’를 달고서 이 북적거리는 동네 수영장에 쭈뼛거리며 들어선다. 다치지 않는 안전한 운동이라서 선택한 수영은, 그런데 뜻밖에도 완벽하게 질주하는 것만이 최선의 삶이라는 신념의 중력을 무력화시키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수영을 배운 첫날 선생님이 초급반 수강생들에게 말한다. “우리 오늘은 아무 것도 안 할 거구요. 그냥 다 같이 물에 둥둥 떠볼 거예요.” 물에 가만히 떠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낯설고 평온한 시간을 마주하고야 저자는 생각한다. “물이라는 거 사실 아무것도 아니야. 바닥도 저렇게 잘 보이고, 원하면 언제든지 발 딛고 설 수 있어 … 힘을 다 빼고 물에 몸을 맡기면 언제든 둥둥 뜰 수 있어. 보노보노처럼!” 사회에서는 ‘초급이라 못해요’라는 변명이 더는 통하지 않는 ‘짬밥’이 됐지만 수영장에서는 다르다. 평영 킥을 하는데 자꾸 뒤로 가는 우스꽝스러운 상황도, ‘만세 접영’을 하면서 심각한 ‘저병’(접영을 못하는 증상) 환자임을 드러내도 용서가 된다. 수영장이란 이 이상한 우주에선 치열한 삶의 대가로 이런 저런 병을 안고 온 30대 워킹맘도, 저 연세에 어떻게 플립 턴을 하나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70대 할머니도 모두 ‘유망주’이기 때문이다. 느려도 괜찮고, 누군가를 추월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 속도로 물속에 곧게 뻗은 푸른 직선을 따라’ 그저 묵묵히 물살을 가르면 된다. “바야흐로 속성과 선행의 시대. 나는 오늘도 그 거대한 시대의 흐름을 유유히 거슬러 ‘거북이 수영클럽’으로 향한다. 그 안에서 매일 분명 수영이 아닌 이상한 훈련을 반복하는 중이다.”(‘거북이 수영클럽’) ‘뭍’에서 완벽주의자를 지향하며 살아온 작가는 ‘물’에서 가장 느린, 하지만 행복한 거북이가 됐다. 수영을 배우는 초급자가 겪게 되는 유머러스한 에피소드와 주변 어디에나 있는 동네 수영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풍경이 작가의 시선을 통해 우리 삶과 시대를 읽는 경쾌한 은유가 됐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최근 들어 독특한 효과와 제본, 질감의 표지를 앞세운 책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외형에서부터 독자의 시선을 끄는 것이 중요해지면서다. 출판사 열린책들은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신작 소설 ‘기억’ 초판을 렌티큘러(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게 한 굴절 소재) 표지로 제작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인물의 모습이 달라지는 표지는 몽환적인 느낌을 주면서 시선을 잡는다. 수많은 전생을 여행하며 자신을 탐색한다는 책의 줄거리를 표지에서부터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홍유진 열린책들 기획이사는 “제작 단가가 10배 가까이 높긴 하지만 예약 판매 첫날 지난해 같은 작가의 신작보다 판매율이 50%나 높았고 초판 6만 부가 거의 소진됐다”며 “독자의 반응과 만족도, 화제성 등에서 투자할 만한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누드사철(絲綴)’ 기법도 요즘 들어 부쩍 많아졌다. 실로 종이를 묶어 제본하는 유선제본은 보통 양장으로 다시 한 번 덮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제본한 책등이 다 보이도록 노출시킨 형태다. 풀로 제본한 무선제본과 달리 어느 페이지에서도 180도로 잘 펼쳐지고 제작 단가도 일반 책과 비슷한데 눈에 띄는 효과까지 덤으로 누린다. ‘취미는 판화’ ‘귀잡고 병잡고’ 등 여러 책을 누드사철로 펴낸 이연희 그림씨 대표는 “넘겨보기 쉬운 데다 제본한 실끈이 그대로 보이는 것이 옛날 책 같은 독특한 느낌도 들어서인지 요즘 누드사철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큰 인기를 끈 ‘펭수 컬러링북’도 누드사철 형태로 만들어졌다. 표지로 책을 모두 덮지 않고 잘라낸 형태도 있고 제목이 사라진 책도 있다. 이미지가 강조된 실험적 문장을 구사하는 이상우 작가의 신작 소설집은 표지에 제목도, 작가 정보도 없다. 책 안에도 목차나 제목이 없는 등 책 구성이 실험적이다. 이 책을 낸 문학과지성사 측은 “내용만이 아니라 책의 실물 디자인에도 신경을 써서 기존 소설책의 전형적 디자인 틀을 벗어나 배치했다”고 말했다.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곱세크’를 출간한 꿈꾼문고는 표지를 책의 3분의 2 정도에서 잘린 형태로 만들었다. 표지 뒤 색지에 작가 소개를 넣고 본문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한 독특한 형태가 눈길을 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지금처럼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가 있는 것도 아닌데 고대사를 보면 삼국시대 모든 나라가 거의 매달, 거의 매일 싸웠습니다. ‘삼국유사’에 ‘피가 강물처럼 흘러 방패가 떠내려갔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 세상의 기초를 이뤘던 그 적대감, 야만적 폭력의 뿌리에 대한 공포감이 내게 있었고 그것이 부딪히는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신작 장편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파람북·사진)을 출간한 소설가 김훈 씨(72)는 1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태아와 같은 세상의 발생 초기를 그리려다 보니 인류사에는 없었던 새로운 시공간을 설정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설은 인간과 자연이 뒤엉켜 있는 미지의 시공간 속 두 나라 초와 단의 전쟁 이야기가 중심이다. 유목적인 초, 농경적인 단의 충돌 속에서 문명이 태어나고 수많은 생명이 짓밟히고 저항하며 죽고 태어난다. 특히 말(馬)은 인간의 야만과 문명을 감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10년 전 미국의 한 인디언 마을에서 어둠 속의 야생말들을 봤는데 수백 마리이면서도 혼자였다”며 “저 말에 관해 쓰게 되리라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말의 속성, 인간에게 사육당한 역사, 신화나 설화의 말 등을 집중적으로 찾아봤다. 그는 “말들이 인간의 세계에서 저항하고 도망치는 것을 그려내고 싶었던 건 내 속에 유목의 피가 있어서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시적이면서도 힘 있는 단문으로 유명한 그는 이번에 더 간결하고 신화적인 언어를 썼다. “화가가 물감을 쓰고 음악가가 음을 쓰듯이 언어를 쓰면서 지금껏 없던 새로운 언어의 세계를 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 세상을 지워버리고 새로운 시공을 열어보려는 욕망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상상이 역사의 시공간을 완전히 벗어나고 언어가 역사적 경험을 넘어선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원고지 앞에 있는 건 언제나 고통이고 후반부를 쓸 무렵 건강이 나빠져 힘들었다”는 그는 우리 시대의 야만으로 주저 없이 약육강식을 꼽았다. “모든 혁명이 결국 약육강식을 견딜 수 없어 벌어졌는데 그 운명을 돌파하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 등이 약육강식을 구조적으로 심화시킬까 봐 우려도 했다. 그는 “이런 문제는 반드시 최하층부를 강타한다”며 “마스크 쓴 채 지하철로 몰리고 땀과 비가 섞여 다들 젖을 텐데 코로나보다 당장 올여름이 더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인간의 선의, 자비심에 호소해 사회의 야만을 해결하려는 것은 유약한 방식이라며 “제도와 구조를 바로 만드는 수밖엔 없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한국과 미국에 떨어져 살던 가족이 모두 하와이로 모인다. 단 한 번뿐인 특별한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다. 고인에 대한 저마다의 기억을 갖고 자유롭게 하와이를 둘러본 뒤 가장 의미 있는 순간들을 수집해 오는 제사다. 정세랑 작가(36)가 4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문학동네·사진)는 시대를 앞서 산 여성 예술가 심시선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경쾌하고 따뜻한 터치로 그려낸 작품이다. 화가이자 작가인 심시선은 6·25전쟁 때 가족을 잃고 새 삶을 찾아 하와이, 유럽 등에 체류한 여성 지식인이다. 두 번의 결혼과 파격적 언행 등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유명 인사였다.》 지난달 말 예약 판매를 시작하면서부터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반응이 빠르고 좋다. 3대가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한 시대를 풍미하며 살다 간 예술가의 삶뿐만 아니라 현대사 한 세기가 모두 드러나는데 아픔과 굴곡의 역사도 작가의 손끝에서 뭉클하게 버무려진다. SF로 등단한 뒤 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 중인 그는 “책이 여전히 근사한 매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느리지만 정교한 대화의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라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작가와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가족들이 여행을 시작하면서 강연록, 잡지 인터뷰, 회고록 등을 통해 20세기를 치열하게 살아온 여성 예술가 심시선의 삶이 드러난다. 지난 세기 여성 예술가를 소설에서 다루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떤 작가의 업적이 잘 보존됐거나, 유난히 지워졌는지를 살펴보면 전체 지형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20세기 여성 작가들은 특히나 평가절하를 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보이지 않는 권력이 특정 집단의 발밑을 단단하게 만들고, 다른 집단의 발밑은 모래로 허무는 것을 경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만나본 적 없는 예술가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지키는 쪽이 되고 싶어서 그런 바람을 소설로 그렸다.” 정 씨는 ‘작가의 말’에 “김명순이나 나혜석에 나의 계보가 있음을 깨닫는 몇 년이었다”며 “혹독한 지난 세기를 누볐던 여성 예술가들이 죽지 않고 일가를 이뤘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봤다”고 썼다. 그는 “누가 될 것 같아 특정인을 모델로 삼지는 않았지만 당시 여성 작가들의 글을 찾아 읽으며 문체, 어휘를 익혔다”며 “전쟁과 분단, 가난과 독재가 큰 압력이었을 텐데도 ‘참 꼿꼿하고 멋진 심지를 가진 분들이었구나’ 자주 감탄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추도식 배경을 하와이로 정한 이유는…. “북미와 중남미에 가족들이 이민 가거나 파견을 간 적이 있어서 ‘가운데인 하와이에서 만나자’는 농담을 하곤 했다. 개인적 농담에서 시작되었지만 최근 몇 년간 하와이 이민사에 관련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왔고 거칠었던 지난 세기를 용감하게 개척한 분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2016년 하와이 답사는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가장 즐거운 기억 중 하나라 여행이 어려워진 시기란 것이 슬프다. 전 세계적 위기를 잘 이겨내는 데 소설이 사람들 곁에 있어줬으면 한다.” ―작품을 쓰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동시에 읽기 괴로운 책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면 괴로워질 수밖에 없는데, 2020년은 현실이 이미 혹독하니까. 재미와 의미를 오가면서 균형을 잡는 게 가장 어려웠다.” ―앞으로 꼭 쓰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한동안은 오락적인 소설을 쓰고 싶다. 통일신라를 배경으로 한 경쾌한 추리소설을 준비 중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그녀는 나프나프와 에고이스트를 지나, 나는 MLB와 후부를 지나, 우리 모두 클럽모나코쯤으로 왔구나 생각했다.” 최근 출간된 소설가 김봉곤의 단편소설 ‘시절과 기분’ 속 이 문장은 1980년대생에게는 더없는 공감과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2000년대가 시작되며 대학에는 ‘산소학번’(2002년 입학)이니 ‘오존학번’(2003년 입학)이니 하는 별칭이 생겼고 대학가는 이 소설 주인공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빙수가게가 점령했다. 하지만 한때 즐겨 입던 소녀 감성 혹은 힙합 느낌의 브랜드가 추억 저편으로 밀려난 것처럼, 이들도 이제는 모던한 해외 브랜드 ‘클럽모나코’로 대변되는 말쑥한 30, 40대가 됐다. 최근 출판계에서는 이처럼 1980년대생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소설이나 에세이가 주목받고 있다. 문단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이 대부분 1980년대생이 된 만큼 인기 있는 책에서 ‘80년대생 코드’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출판, 문학 등 문화계의 주요한 소비층으로 부상한 1980년대생 역시 당시의 추억, 향수를 적극적으로 환기시키는 ‘우리 이야기’에 열렬한 반응을 보인다. 일본문학 번역가 이지수 씨가 올 초 펴낸 에세이집 ‘아무튼, 하루키’도 80년대생이 공감할 만한 코드를 ‘하루키 덕질사(史)’ 속에 위트 있게 녹여내 인기다. 학창시절 처음 가입한 ‘H.O.T 팬클럽’이나 아무리 술을 많이 먹어도 반드시 자기 전에 접속했던 싸이월드, 일본 교환학생 시절의 기억 등 비슷한 세대의 추억을 불러내는 공통분모가 다양하다. 작가의 첫 산문집인 이 책은 곧 3쇄를 찍는다. ‘일의 기쁨과 슬픔’ 등으로 지금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소설가 장류진 씨도 80년대생, 2000년대 초반 학번이 사회에 나와 겪은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을 디테일하게 그려내는 작가다. 최근작 ‘펀펀 페스티벌’은 대기업 합숙 면접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원자들의 치열한 견제와 무리수, 치사함 등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80년대생 여성들의 어린 시절 로망이던 ‘방송국 어린이합창단’ 활동이나, “요즘 신입생들은 1학년 때부터 중도(중앙도서관) 간다”는 비아냥거림에 아랑곳 않고 스펙에 도움 안 되는 동아리를 포기한 경험 등 추억 환기 장치가 곳곳에 숨어 있다. 이 작품은 문학과지성사의 올해 문지문학상 후보작이자 ‘이 계절의 소설’로 선정됐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예전 학교에는 마치 챔피언을 연상케 하는 펀치를 자랑하는 교사가 한두 명씩 꼭 있었다. 이 중학교에서 그런 역할을 담당하는 교사의 이름은 주성기, 별명은 ‘펠레’다. 그에게 맞지 않고 졸업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라서 명명된 ‘다 패버릴래’가 ‘다 팰래’를 거쳐 ‘펠레’로 정착한 것이다. 학생들에겐 호환 마마보다 펠레가 더 무섭다. 그날 펠레가 누군가 하나를 잡을 요량으로 청소 상태를 문제 삼으며 주번을 부른다. 주번을 몰아치듯 훈계한 뒤 체벌을 가하려던 순간, 갑자기 다른 학생이 문을 열고 들어와 자신이 주번이라고 말한다. 한참 혼나고 있던 아이를 내려다보며 “그럼 넌 뭐야?”라고 펠레가 묻자 하마터면 맞을 뻔한 아이가 울상을 하고 대답한다. “전 구 번인데요.”(‘펠레의 전설’) ‘이야기꾼’ ‘만담가’로 불리는 소설가 성석제 씨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월간 샘터에 만남을 주제로 연재한 원고 중 40편을 선정해 묶어낸 초단편 소설집. 우연히 시작된 보복 운전의 끝에 차를 공터에 세우고 시비를 가려야 하는 위기에 내몰린 중년 남자들의 이야기(‘오 하필 그곳에), “밖이 개추워요”라는 아이들 말에 “밖에 개가 있어? 개가 왜 춥대?”라고 되묻던 남자가 반려견을 기르면서 얻게 된 여러 가지 ‘개이득’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잔잔하게 풀어낸 이야기(‘진정 난 몰랐었네’) 등 일상에서 출발한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작가 특유의 시원시원한 입담과 유머가 짤막한 콩트 같은 이야기 속에 유쾌하게 버무려졌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원고료 대신 정기구독권이나 문예지를 주거나 씻어도 씻어도 검은 물이 나와 먹어도 되나 싶은 쌀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성미 시인이 최근 문학계간지 ‘문학과사회 하이픈’(문학과지성사) 여름호(사진)에 기고한 글 ‘청탁서의 안과 밖, 청탁서와 문예지 제도’의 일부다. ‘문학과사회 하이픈’ 여름호에서는 문예지의 청탁 시스템과 원고료 책정 방식, 작가와의 계약 관행 등 지금까지 적나라하게 말하기 어려웠던 계약 이슈에 대해 살펴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글을 실었다. 이 시인은 이 글에서 등단 이후 작가들이 첫 단행본을 내기 전까지 가장 빈번하게 마주치는 문예지 청탁 시스템의 문제점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한국 문단에서 문예지는 신인에게 등단 기회를 제공하는 데다 단행본 출간의 바탕이 되는 단편소설을 게재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시인은 청탁서를 보내는 절차부터 원고료 책정과 지급 방식, 전자 출판과 관련한 계약 등이 대부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원고 청탁은 공과 사를 구별하지 않고 출판사 송년회, 문인 결혼식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문학시장이 어렵다면서도 해마다 계간지가 늘어나는 구조도 지적했다. 출판사가 문예지를 출판사의 단행본 홍보, 등단 장사, 자비 출판 시장 유지를 위해 이용하고 정작 작가에게는 제대로 보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인은 “작가가 의사를 표현할 장치가 보장돼 있지 않고 업무에 공적 성격이 부족하다”고 썼다. 합리적 청탁 절차를 마련하고 공정한 보상을 할 필요가 있다며 기형적으로 운영하는 문예지는 퇴출시키고 공정한 창작 환경과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설가 조우리 씨 역시 ‘갑의 값’이란 글에서 작가들이 계약서를 제대로 검토할 절차나 시간을 갖지 못하고 관행에 떠밀려 사인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값을 흥정하는 것에 대한 민망함, ‘설마’ 하는 생각에 주저하기보단 작가들이 먼저 계약 조건을 제안하고, 수정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변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조 씨는 “알아보고 따져보고 살펴보는 일이 더 나은 계약서로 돌아올 거라고 믿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탐식과 미식 열풍이 출판계에서도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음식을 전면에 내세운 출판물이 잡지나 시리즈, 단행본까지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다. 출판사 아르테는 매달 한 명의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소개하는 잡지 ‘유크’를 최근 창간하며 첫 호에 ‘캠핑 한끼’라는 채널을 다뤘다. 캠핑장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오감을 사로잡는 촬영기법과 편집으로 소개하는 채널이다. 단순한 먹방이 아니라 자연소재를 활용한 플레이팅, 캠핑 용기를 활용한 고급 기술 등 아웃도어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요리를 특색 있게 소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정미 아르테 에디터는 “캠핑 음식은 거칠고 간소화한 끼니란 고정관념을 깨고 독창적인 접근으로 근사한 한 끼를 만들어내는 즐거움을 주는 크리에이터라서 첫 호로 소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음식이란 소재가 워낙 인기가 있긴 하지만 그런 만큼 차별화된 색다른 즐거움을 요구하는 이들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잡지에는 목살구이, 닭갈비, 배스구이 등 자연의 감성을 만끽하며 즐길 수 있는 요리와 레시피도 함께 수록했다. 음식의 종류와 분야를 한층 세분화해서 들여다보는 시리즈물도 인기다. 민음사의 세미콜론 ‘띵’ 시리즈는 책 한 권 한 권을 모두 특정한 주제의 음식 이야기로만 채운다. 조식, 채식, 해장음식 등을 테마로 각각 한 권씩 책을 만들어냈다. 관심이 있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만 골라서 읽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먹는 행위로 위안과 행복감을 찾도록 도와주는 에세이집도 여럿 눈에 띈다. 주로 음식의 풍미와 함께 음식을 매개로 한 사유, 글맛을 함께 곱씹을 수 있도록 해주는 책들이다. 에세이집 ‘음식의 위로’(마음산책)는 양배추찜, 라구 볼로냐, 무화과 타르트, 자몽 샐러드 등 군침 도는 음식 이야기를 다룬다. 가족의 죽음과 관계의 파경 등 여러 상처를 갖가지 음식과 그 레시피로 치유해간다. 김용희 작가의 ‘밥이 그리워졌다’(인물과사상사)도 정서적으로 허기 질 때 감성을 채울 수 있는 50가지 음식에 대해 쓴 글이다. 실연의 상처를 달랠 때는 양푼비빔밥, 청춘을 상기시키는 돈가스 등 삶에서 마주친 외로움과 영혼의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친근하고 소소한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