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재

장원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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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등을 거쳤습니다.

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칼럼100%
  • 日서 언어-국적-장애 넘은 ‘7전8기 변호사’

    17일 일본 도쿄(東京) 미나토(港)구의 카페에서 만난 백승호 변호사(55). 그는 올해 초 효고(兵庫)현 변호사회 회장으로 선출되며 유명해졌다. 일본에서 외국 국적(한국) 변호사가 지방 변호사회 대표가 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 백 변호사는 “일본변호사연합회(일변련) 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석하고 오는 길”이라며 “효고현 변호사회장으로 나만큼 유명해진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서울에 살던 백 변호사는 여섯 살 때인 1968년 교통사고로 오른팔을 잃었다. 사업에 실패하고 먼저 일본에 가서 자리를 잡은 아버지 때문에 초등학교 6학년 때 일본어를 하나도 모른 채 일본 오키나와(沖繩)현으로 이주했다.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너는 몸이 불편하니 판사가 돼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말했다. 공부를 좋아했던 그는 낯선 땅에서 금세 두각을 나타냈고 국립 류큐대에 진학해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당시 일본 사법시험의 합격률은 2%. 그는 시험 준비 8년 만인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일본에서 태어나지 않은 재일동포로는 첫 합격이었다. 백 변호사는 “동아일보에서 제 이야기를 ‘7전 8기’라며 전면 기사로 게재했는데, 이후 한국 지상파 방송에도 나오며 유명 인사가 됐다. 당시 기사를 쓴 동아일보 특파원이 지금의 이낙연 총리”라고 돌이켰다. 연수원에서 판사나 검사가 되려면 일본 국적이어야 한다. 그는 귀화 대신 변호사의 길을 택했고 고베(神戶)에 자리를 잡았다. 재일동포 관련 일을 주로 맡으며 재일코리안변호사협회 대표, 현 변호사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20년 넘게 신망을 쌓은 끝에 올 1월 무투표로 현 변호사 회장이 됐다. 그는 “다른 후보와 경쟁하는 게 싫어 출마하지 않으려 했는데 단독 후보로 추천되는 바람에 별수 없었다”며 웃었다. 그는 4월 취임 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조직범죄처벌법 개정안(일명 공모죄) 처리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며 거리로 나섰다. 백 변호사는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변호사의 의무”라며 “정권이 평화헌법 9조를 바꾸려 하면 헌법을 지키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국적 차별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그는 “외국 국적 변호사가 법원의 조정위원이 될 수 없다는 장벽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 등이 2003년부터 5번이나 시도했지만 번번이 최고재판소에서 거부당했다. 최근 다소 줄긴 했지만 헤이트스피치(혐한 시위)도 여전한 과제다. 언어, 국적, 장애라는 세 가지 장벽과 맞서 성공을 거둔 그는 세 가지 중 ‘장애’가 가장 넘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아직 완전히는 아니지만 골프를 치면서 상당 부분 극복했다”고 털어놨다. 사람들 앞에서 한 손으로 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처음엔 주저했지만 노력 끝에 80, 90대를 치는 골프 애호가로 거듭났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보다 골프 잘 치는 것을 더 평가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하.” 그는 회장이 될 때 ‘국제 교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달 간부들과 부산지방변호사회를 찾아 우호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그의 인생 역정은 지난달 마이니치신문에서도 대서특필됐다. “자칫 잘못하면 재일동포 변호사 전체 이미지에 누가 될 수 있어 항상 조심스럽죠. 한일 관계에 재일동포 지식인의 존재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력하나마 주어진 역할을 하고 싶어요.”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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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세등등 아베 “야당과도 폭넓은 합의”… 개헌연대 공식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자마자 ‘필생의 과업’으로 정한 평화헌법 개정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아베 총리는 23일 오후 도쿄(東京)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헌안에 대해) 정치권의 폭넓은 합의를 형성하면서 국민의 이해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헌을 공약의 주요 항목으로 포함시킨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해 이번 압승을 개헌에 대한 지지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 선거로 개헌 세력이 전체 의석의 80%가량을 차지하면서 개헌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희망의당 등 여야 협력” 개헌연대 시사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은 전체 465석 중 313석을 얻어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310석)를 넘는 의석을 확보했다. 특히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상임위원장을 전원 독식하고 전체 상임위 과반을 차지할 수 있는 ‘절대 안정 다수’(261석)를 크게 웃도는 284석을 얻는 데 성공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민당이 한 총재 밑에서 3번 연속 중의원 과반수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라며 “목표를 넘는 신임을 받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립여당이 개헌안 발의선을 확보한 만큼 개헌을 분모로 보수 성향의 야당 정당과도 손잡고 ‘개헌연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연립여당(313석)에 개헌에 전향적인 희망의당(50석) 및 일본유신회(11석)를 합치면 전체 의석의 약 80%를 차지한다.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 개헌에 유보적인 공명당(29석)을 제외하고도 충분히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베 총리는 향후 일정에 대해 “자민당의 개헌안을 국회 헌법심사회에 제안하고 국회 논의를 통해 국민의 이해를 심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자민당 개헌안을 내놓고 정치권에서 논의를 진행하면서 국민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을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아베 총리는 5월 인터뷰에서 ‘2020년 새 헌법 시행’을 목표로 밝힌 바 있다. 선거 압승으로 아베 총리의 국정 장악력과 당내 입지는 한층 굳건해졌다.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전날 자민당이 압승한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아베 총리 다음은 아베 총리”라고 말했다. 이는 내년 가을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3연임을 지지하겠다는 뜻이다. 3연임에 성공하면 아베 총리는 2021년까지 안정적으로 집권할 수 있으며, 2019년 11월이 지나면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0분 동안 통화를 하고 대북 정책 등을 협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대승리를 축하한다. 강한 리더가 국민의 강한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5일 함께 골프를 치기로 했다. 대승을 거뒀지만 아베 총리 개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여전히 낮다는 점은 향후 국정운영의 변수로 꼽힌다. 교도통신 출구조사에 따르면 아베 총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51%였던 반면 ‘신뢰한다’는 답변은 44.1%에 불과했다. 여당은 다음 달 1일 특별국회를 소집해 제4차 아베 내각을 발족한다.○ 고이케 “완패” 인정…야권 정계개편 이뤄질 듯 야권에서는 선거 직전 급조된 두 정당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한때 돌풍을 일으킨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희망의당은 기존 의석(57석)에서 7석이나 줄어든 50석을 얻으며 몰락했다. 반면 진보 성향 민진당 의원들이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를 중심으로 만든 입헌민주당은 기존 의석(15석)의 3배를 넘는 55석을 얻으며 제1 야당이 됐다. 입헌민주당은 야권의 합종연횡 과정에서 원칙과 명분을 지킨 점이 평가를 받으며 표심을 모았다. 향후 공산당 사민당 등 군소 야당들과 연대하며 반(反)아베 전선의 중심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에다노 대표는 “궁극적으로 자민당과 입헌민주당이 정권을 다투는 두 개의 큰 세력이 되는 상황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서영아 특파원}

    • 201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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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강해진 아베-시진핑 권력기반… 거세질 동북아 ‘힘의 경쟁’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2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했다. 발목을 잡던 사학 스캔들에 대해 ‘면죄부’를 받은 아베 총리는 정치인생 최대 목표인 평화헌법 개정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우경화 행보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 대회에서 강력한 권력을 확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시 미국의 자국우선주의로 발생한 리더십 공백을 파고들어 세계 외교의 주도권을 행사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국 내 입지를 다진 두 ‘스트롱맨’이 강력한 외교를 표방하고 나서면서 중간에 낀 한국의 외교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아베 “지금 요구되는 건 강한 외교력” 아베 총리는 21일 도쿄(東京) 아키하바라(秋葉原)에서 열린 선거 전 마지막 유세에서 “지금 요구되는 것은 강한 외교력”이라며 “대화로 시간을 벌면서 20년 동안 국제사회를 속인 북한에 강한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백 장의 일장기가 물결치는 가운데 지지 세력은 빗속에서 깃발을 흔들며 ‘아베, 힘내라’고 소리를 질렀다. 진보성향의 인터넷 언론은 이날 유세를 두고 “극우집회 그 자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초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50석 이상 의석을 잃어 총리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NHK는 이날 출구조사에서 “자민당이 공명당과 합쳐 개헌선(3분의 2) 전후인 281∼336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 공약에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담은 헌법 9조에 자위대의 근거를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22일 여권의 과반수 의석 획득이 확실해지자 인터뷰에 응해 “자위대의 위헌 논란을 해소하고 싶다”며 의욕을 밝혔다. 선거 승리를 통해 개헌안이 국민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2020년 새 헌법 시행’ 목표를 향해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가을에 임시국회를 소집해 여당의 개헌안을 내놓고, 내년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시나리오가 정치권에 돌고 있다.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끈끈한 관계’를 기반으로 북한 압박과 중국 견제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 5∼7일 일본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해상자위대 최대 호위함 ‘이즈모’를 시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항모와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받는 이즈모는 중국 항모에 대항하는 핵심 전력이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한국이 제재에 동참할 것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전 세계서 미국과 경쟁 예고 시 주석은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시한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외교 정책을 폐기하고 중국의 세계 영향력과 적극적인 역할론을 한층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의 고립주의로 발생한 리더십 공백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미중 간 협력뿐만 아니라 경쟁과 긴장, 갈등전선이 동북아를 넘어 전 세계 차원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선딩리(沈丁立) 푸단(復旦)대 교수는 시 주석의 19차 당 대회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대외정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적 성향과 영국의 브렉시트, 유럽연합(EU)의 약화 등이 중국의 전략적 기회”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국제협력을 강조한 ‘신형 국제관계’를 제시한 것은 이런 기회를 이용해 중국의 영향력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하겠다는 뜻이란 설명이다. 시 주석은 “결코 정당한 이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이 자국 이익에 해를 끼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대만 독립 문제에서는 미국과의 충돌도 불사할 것임을 예고했다. 핵심 이익이 걸린 분쟁에서는 힘을 내세우고 보복외교까지 불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시 주석이 2050년까지 일류 군대 전면 건설을 강조하면서 군사강국을 표방한 데 대해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FT는 “아시아 주변 국가들을 괘 우려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도쿄=장원재 peacechaos@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이세형 기자}

    •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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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북카페]‘살아가는 당신에게’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의사.’ 올해 7월 106세로 세상을 떠난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세이로카(聖路加) 국제병원 명예원장을 일컫는 말이다. 100세가 넘어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평생 현역’으로 불리던 그의 마지막 말을 모은 책 ‘살아가는 당신에게’(사진)가 지난달 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일본에서 화제다. 히노하라 원장은 이시바시 단잔(石橋湛山) 전 총리의 주치의를 맡을 정도로 인정받는 의사였다. 하지만 1970년 적군파에 의한 비행기 납치 ‘요도호 사건’으로 인질로 잡혔다가 풀려나며 ‘앞으로의 인생을 다른 이들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전국을 돌며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을 호소하는 전도사로 거듭났다. 책에서 그는 유언을 남기는 것처럼 삶과 죽음, 고통과 행복, 가족과 우정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설명한다. 평생 200권 이상의 책을 낸 그가 죽음의 목전에서 남기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책은 ‘죽음이 무섭지 않으냐’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히노하라 원장은 “듣는 것만으로 다리가 떨릴 정도로 무섭다”고 솔직하게 답한다. 하지만 이어 “죽음과 생명은 나눌 수 없는 것이며 도망갈 수도 없다. 단지 부여받은 사명을 완수하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그에게 나이를 먹는 것은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축복이다. 그는 “최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면서 “지금도 심장에 문제가 있지만 인간은 역경을 겪으면서 비로소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과거의 껍질에서 벗어난다”고 말한다. 자신의 진정한 친구로 한국인 성악가 배재철을 꼽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배 씨는 암으로 목소리를 잃었다가 일본인 프로듀서와 의료진의 도움으로 목소리를 되찾았다. 히노하라 원장은 102세 때 배 씨의 열창을 접하고 “노래로 신의 존재를 느낀 것은 처음”이라며 감동했다. 이후 열성적인 후원자로 변신해 전국을 돌며 10회 이상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이 책은 히노하라 원장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까지 11회에 걸쳐 말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미 몸이 쇠약해 바깥 활동을 못 하게 됐지만 ‘이 책만은 꼭 남기겠다’며 20시간 이상 열변을 토했다.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는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남은 인생의 여행을 이어가고 싶다”고 다짐했고 반년 후 가족의 축복 속에 세상을 떠났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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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개헌선 확보… ‘전쟁 가능국’ 성큼

    22일 실시된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단독 과반의 압승을 거뒀다. 이날 오후 8시 투표 종료 이후 NHK 등이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립여당인 공명당 의석을 합하면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310석)에 근접하거나 넘어서는 수준이어서 향후 아베 총리의 권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253∼300석, 공명당은 27∼36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NHK는 전체 465석 중 자민-공명당 예상 의석이 281∼336석으로 개헌안 발의 선인 310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TV아사히에 따르면 개표가 진행 중인 밤 12시 현재 연립여당이 291석(자민 264석, 공명 27석)을 차지했다. 승자가 가려지지 않은 의석이 43개 남은 가운데 연립여당이 310석까지 불과 19석만 남겨놓고 있어 개표가 완료되면 개헌안 발의 선인 310석 확보가 확실시된다. 반면 야당은 입헌민주당이 46석, 희망의당이 44석, 공산당 10석 등 모두 131석을 얻었다. NHK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선거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우파 성향 희망의당은 38∼59석에 그치고, 진보 성향의 입헌민주당은 이보다 많은 44∼67석을 얻어 제1야당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아베 총리의 중의원 해산 승부수가 압승으로 결론 나면서 ‘전쟁 가능한 국가’를 향한 아베 총리의 개헌 작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인터뷰에서 “개헌은 발의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가능한 많은 분의 이해를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재차 의지를 밝혔다. 자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개헌’을 공약에 내걸었다. 집권 여당의 압승은 야권 분열에 힘입은 바 컸다. 고이케 지사의 희망의당과 입헌민주당으로 야권 표가 분산돼 289개 소선거구 중 226개 선거구에서 여당 후보 1명에 야당 후보 2명 이상이 격돌했다. 이번 선거로 중·참의원 선거에서 5연승을 거둔 아베 총리는 장기 집권의 기반도 공고히 하게 됐다. 아베 총리는 다음 달 1일 총리지명선거에서 총리로 지명되고 이변이 없는 한 2018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 경우 2021년까지 장기 집권의 길이 열려 현재 재임 기간 3위인 아베 총리가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된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장원재 특파원}

    •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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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힘내라” “물러나라”… 유세현장 찬반 고성

    18일 저녁 일본 도쿄(東京) 이케부쿠로(池袋)역 동쪽 출구.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유세차량 연단에 모습을 드러내자 박수 소리가 커졌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생활을 어떻게 지킬지 묻는 것”이라며 집권 자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그때 한 시민이 “아베는 물러나라”고 외쳤다. 그는 아베 총리가 ‘국난(國難)’을 이유로 국회를 해산한 것을 풍자해 ‘네가 바로 국난’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기도 했다. 자민당 지지자들은 ‘아베 힘내라’는 플래카드를 든 채 “유세를 방해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날 아베 총리는 10일 선거 공시 후 처음으로 도쿄 거리연설을 했다. 도쿄 10구를 첫 유세 장소로 정한 것은 그에게 도전장을 던진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전날 아베 총리의 유세 소식이 알려지자 반대 진영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는 ‘모이자’는 메시지가 급속히 돌았다. 지지자들도 세력을 규합했다. 현장에는 언뜻 봐도 100명이 훨씬 넘는 경찰이 출동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유세에 지역 축제까지 겹쳐 일대는 수천 명의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연설이 진행될수록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20분가량 진행된 연설의 3분의 1이 북한 관련 내용으로 채워졌다. 반대파 수십 명은 직접 제작한 유인물과 신문을 들고 “아베 총리는 거짓말을 멈추라”고 소리쳤다. 도시노 씨(67)는 “아베 총리는 사학 스캔들을 덮기 위해 국회를 해산했다. 선거에서 이기면 헌법을 고쳐 일본을 전쟁국가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적으로 우세한 지지 세력은 “반일(反日)은 꺼져라”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욱일승천기와 일장기를 든 회사원 가와다 도모히로 씨(30)는 “애국심을 표현하기 위해 들고 나왔다. 아베 정권의 외교와 경제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고성이 오가고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자 경찰은 인간 띠를 만들어 충돌을 막았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은 양분돼 있다. 아사히신문은 19일 자체 여론조사 결과 “아베 총리가 총리직을 계속하길 원치 않는다”는 답변이 과반수(51%)였다고 보도했다. 내각 지지율도 38%로 이달 초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반대 여론이 상당하지만 고이케 지사가 자멸하고, 야권이 분열된 덕분에 22일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여권의 압승이 예상된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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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광’ 트럼프-아베, 도쿄 올림픽 열리는 골프장서 라운딩

    ‘골프광’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방문 첫 날인 다음 달 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사이타마(埼玉) 현의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에서 프로선수들과 함께 골프를 칠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골프 경기가 열리는 이곳은 1929년 개장한 뒤 다수의 일본 정재계 인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지적을 받고 올해 3월 금녀(禁女) 규정을 고쳐 여성을 정회원으로 받아들였을 정도로 콧대가 높다. 두 정상은 골프 회동을 마친 후 비공식 만찬을 하면서 개인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아사히신문이 18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두 정상의 ‘골프사랑’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취임 전인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골프채를 선물로 주고, 골프 의류를 받았다. 2월 미일 정상회담이 처음 열렸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플로리다에 있는 본인 소유의 골프장으로 초대해 5시간 동안 골프 회동을 가졌다. 아베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가 1957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과 함께 골프를 친 뒤 60년 만에 성사된 미일 정상의 라운딩이었다. 일본 측은 이때 장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친밀감을 쌓을 수 있었다고 보도 이번에도 골프 행사를 마련했다. 6일 열리는 정상회담에서는 미일 양국이 협력해 북한에 최대한의 압력을 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는 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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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日에 FTA협상 첫 공식요구

    미국이 일본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하자고 요구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16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경제대화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에게 FTA에 대한 ‘강한 관심’을 표명하며 협상 개시를 사실상 요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펜스 부통령이 아소 부총리에게 미일 FTA를 직접 언급했으며, 아소 부총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의의에 대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일본에 FTA 협상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FTA 협상 개시는 의제에 오르지 않았다. 미일 경제대화가 끝난 뒤 발표된 공동 보도자료에는 FTA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은 일본과의 FTA 체결에 관심을 가져왔으나 일본은 농축산 및 자동차 분야가 미국의 거센 압력을 받을 것을 우려해 FTA에 소극적이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달 방일 때 FTA가 양국 정상회담 의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협정보다는 양자협정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특히 일본에 대해선 취임 직후부터 약 700억 달러(약 79조 원)에 달하는 무역적자를 문제 삼으며 압력을 가했다. 이날 경제대화에서도 펜스 부통령은 막대한 대일 무역적자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은 일단 미국을 달래기 위해 이번 경제대화에서 연간 수입 대수 5000대 이하인 미국 자동차에 대해 소음 및 배출가스 검사 빈도를 완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비관세장벽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중 약 70%가 자동차 관련 무역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또한 에너지와 교통 인프라 정비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일본은 갑작스러운 미국의 FTA 협상 개시 요구에 대해 “당장 FTA 협상이 개시되지는 않을 것”(외무성 간부)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가미 고타로(野上浩太郞) 관방 부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일 FTA에 대한 미국 측의 생각이 제시됐다”면서도 “앞으로 건설적인 논의를 하고 싶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다음 달 6일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 때 논의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제를 조정 중”이라며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FTA 협상 개시를 요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경우 무작정 거부할 수만은 없어 일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은 미국을 뺀 11개국의 TPP 논의를 주도하고 있으며 다음 달까지 대략적으로 합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미일 경제대화는 2월 양국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으로 4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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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을 위한’ 中당대회 D-1, 인민대회당 12km 밖 헬스클럽 휴업… 유치원 소풍도 막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 권력구조와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개막(18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 대회에서는 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의 명단이 발표되고, 시 주석에게 권력이 얼마나 집중될지가 판가름 난다. 행사에 맞춰 중국 언론은 시 주석이 젊은 시절을 보낸 산골 마을을 성지화하는 우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비가 삼엄해진 베이징에서는 헬스클럽이 대회 기간에 문을 닫고, 일부 대학 학과들의 홈페이지는 폐쇄되는 등 사회 통제 조치가 대폭 강화됐다.》18일 개막하는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과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사진)이 하방(下放)됐던 산골 마을을 혁명 성지로 만들고 있다.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개인 숭배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중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관영 매체들은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시 옌촨(延川)현의 산골 마을인 량자허(梁家河)촌을 조명하고 있다. 시 주석은 문화대혁명 당시 15세 나이로 이곳에 하방돼 7년의 시간을 보냈다. 하방은 마오쩌둥이 “농촌에서 배우라”며 지식인을 농촌으로 보낼 때 썼던 말이다. 시 주석이 살았던 토굴과 사무실 등이 인기 관광지가 됐다. 미국의 소리(VOA) 중문판은 “시 주석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 혁명 성지가 됐다”며 “마오쩌둥 시대에 이런 숭배 방식이 절정기였지만 이후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에 점차 잠잠해졌다”고 지적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는 아예 량자허를 파노라마 증강현실(AR) 방식으로 볼 수 있는 온라인박물관을 만들었다. “량자허, 마음을 남겨놓고 온 곳”이라는 소개로 시작해 “시 총서기(시 주석의 당 직책)가 황토고원의 보잘것없는 산골마을에 와 잊을 수 없는 7년의 지식청년 시간을 보냈다”는 안내가 이어진다. 당 대회가 열리는 인민대회당이 있는 베이징(北京)에선 삼엄한 통제와 경비가 펼쳐지고 있다. 시내 중심가와 골목에 붉은색 완장을 찬 보안요원이 300∼400m 간격으로 늘어섰고, 인민대회당 옆 톈안먼(天安門) 광장에 무장 경찰들이 집중 배치됐다. 베이징 중심가의 주요 도로 통제도 시작됐다. 베이징으로 오는 기차 승객들에 대한 검색이 강화됐고, 상하이(上海)에서는 안면인식기를 통과해야 기차를 탈 수 있다고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민대회당에서 12km 떨어진 곳에 있는 한 헬스클럽은 “당 대회 기간 문을 닫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인민대회당에서 6km 떨어진 유치원은 당 대회 때문에 5세 어린이들의 공원 소풍이 취소됐다고 학부모들에게 통지했다. 베이징의 한 거주 지역은 당 대회 안전을 보장한다는 이유 하에 가정 내 내부 인테리어 공사까지 중단해야 했다. 온라인으로 칼과 가위 상품을 파는 것도 금지됐고 베이징의 많은 대학 학과들의 홈페이지는 당 대회가 열리는 2주간 잠정 폐쇄됐다고 FT는 전했다. 당 대회와 관련한 부정적인 댓글을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6일 복수의 당 관계자를 인용해 시 주석이 이번 당 대회에서 2049년까지 국민 생활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강대국을 만들겠다는 ‘신(新)국가비전’을 선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오쩌둥의 ‘건국’, 덩샤오핑의 ‘경제발전’에 이은 장기목표를 제시해 자신을 두 지도자에 버금가는 반열에 올려놓으려 한다는 것이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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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核潛에 참수작전 특수부대원 탑승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핵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을 위시한 미군 전략무기가 한반도로 총집결하고 있다. 한미 해군은 로널드 레이건함 등 양국 해군 전력을 대거 동원해 16일부터 닷새간 동·서해에서 연합 훈련을 실시한다. 항모강습단의 핵잠수함은 물론이고 13일 부산항으로 입항한 핵잠수함 ‘미시간함’엔 북한 수뇌부 참수작전 훈련을 담당할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중대 추가 도발 기미를 보이면 잠수함에 장착된 침투용 잠수정에 특수부대원을 태워 지휘부 제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군은 또 탄도미사일방어(BMD) 능력을 갖춘 이지스함 1척을 한반도 주변 해역을 담당하는 제7함대에 추가 파견하기로 했다. 도쿄신문은 15일 미군 당국자를 인용해 “미 해군이 하와이 진주만을 모항으로 하는 이지스 구축함 오케인을 조만간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 기지를 거점으로 한 7함대에 파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17일부터는 미군의 핵심 공중 전력이 한반도에 집결한다. 이날부터 엿새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에는 평양 김정은 집무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F-35A 스텔스 전투기 2대가 전시된다. F-35A가 한국에 오는 건 처음이다. ‘공중전의 지존’으로 불리는 F-22 스텔스 전투기와 ‘죽음의 백조’ 전략폭격기 B-1B, 수송기 C-17 글로벌마스터, 공중급유기 KC-135, 조기경보통제기 E-3, CH-47F 치누크 헬기 등도 전시된다. 지난달 23, 24일 B-1B 편대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풍계리 핵실험장 코앞까지 북상할 당시 동원된 ‘스트라이크 패키지(공격 편대군)’와 매우 유사한 전력이 일반에 전시되는 것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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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고베제강, 국내 업체에도 부실 알루미늄 납품

    일본 3위 철강업체인 고베제강의 품질 조작 파문이 ‘글로벌 스캔들’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 30여 곳이 문제가 된 고베제강의 알루미늄 제품을 사용한 가운데 원자력발전에도 불량품이 공급됐다. 국내에서도 현대·기아자동차와 대한항공이 이 부품을 사용했다. “철강 제품에는 부정이 없다”던 가와사키 히로야(川崎博也) 고베제강 회장의 발언도 하루 만에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일본 소재산업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기존의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보잉 외에도 미국 자동차회사인 테슬라와 다임러, 유럽의 롤스로이스 및 PSA그룹(푸조시트로엥그룹) 등 글로벌 기업 30여 곳이 고베제강의 기준 미달 알루미늄 제품을 사용했다. 하지만 로이터에 따르면 다임러는 “고베제강은 다임러의 공급업체가 아니다”고 부인했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유럽의 에어버스는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항공기 부품에 문제의 제품을 사용했다. 특히 알루미늄과 구리 부실 배관이 후쿠시마(福島) 제2원자력발전소에도 납품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발전소 창고에 보관돼 사용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가와사키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 등의 자회사 9곳에서 새롭게 품질 조작이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부실 제품을 납품받은 회사는 기존 200개에서 500개로 늘었다. 알루미늄과 구리 외에 자동차 엔진부품이나 서스펜션, 볼트, 너트 등에 사용하는 선재(線材), 특수강에서도 품질 조작을 인정했다. 자동차용 밸브 스프링용 선재는 고베제강이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에 품질 조작을 인정한 알루미늄(1만9300t), 구리(2200t), 알루미늄 주조·단조(1만9400개)에서도 실제로는 제품 종류와 공급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고속철에 불량 제품을 사용한 JR니시니혼은 전날 “정기검사에서 부품을 교환한 후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체들의 손해배상 청구가 급속히 늘면 고베제강은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인 아이오닉과 니로에 고베 제강의 알루미늄 제품이 사용됐다. 해당 차량 보닛(후드)의 겉부분은 철강제품을 사용하고 모형의 유지와 엔진의 소음을 잡아주는 안쪽 부분에는 알루미늄을 적용했다. 알루미늄이 철강보다 비싸지만 경량화를 위해 사용한 것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해당 부분은 안전과는 상관없는 부분으로 아이오닉과 니로는 유럽의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NCAP’에서 각각 별 5개와 4개를 받을 정도로 최고의 안전성을 공인받았다. 하지만 추가적인 정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문제가 된 고베제강의 제품을 사용한 보잉에서 항공기의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현재 보잉에서 공급받은 제품의 종류와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정세진 기자}

    • 2017-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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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고베제강 합금도 불량… 품질조작 알고도 4개월간 숨겨

    일본 3위 철강업체인 고베제강의 품질 조작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회사 측은 알루미늄, 구리 외에도 철분(鐵粉·철가루), 합금 제품에서도 품질 조작을 인정했으며 “그 밖에도 국내외의 의심스러운 사안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이 자체 조사에 나서면서 국제적 문제로도 비화하고 있다. 가와사키 히로야(川崎博也) 고베제강 회장은 12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경제산업성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베제강의 신뢰도가 제로로 떨어졌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국내와 해외에서 의심스러운 사안이 있어 조사 중”며 사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고베제강은 전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합금과 철분에서도 품질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합금의 경우 DVD 등의 기판에 박막을 형성할 때 사용하는 금속 재 료가 문제가 됐다. 자회사인 코벨코과연의 효고(兵庫)현 다카사고(高砂) 공장에서 2011년 11월부터 제조한 제품을 검사를 하지 않은 채 출하하거나 기준에 맞는 것처럼 조작해 납품했다. 품질 조작 제품은 70개사에 6611개가 납품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사히신문은 “합금의 품질 조작을 6월에 밝혀내고도 4개월 동안 공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철분은 고베제강의 다카사고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품질 미달임에도 기준에 맞는 것처럼 조작해 지난해 1개사에 140t가량을 납품했다. 철분은 복잡한 형상의 부품을 제조할 수 있어 자동차 업계에서 널리 쓰인다. 한편 11일(현지 시간)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 GM은 “고베제강에서 납품한 알루미늄과 구리 제품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역시 고베제강 제품을 쓰고 있는 포드도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항공사 보잉도 787기 날개 부위를 공급하는 스바루가 품질 조작된 고베제강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포괄적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히타치제작소가 영국에 납품한 고속철에도 품질 조작 제품이 쓰였지만 검사에는 합격했다고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미국은 징벌적 배상제도가 있어 소송을 당하면 거액을 물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1일자 1면 톱으로 고베제강 소식을 전하며 “일본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고 보도했다. 한편 철도회사인 JR도카이와 JR니시니혼은 전날 신칸센 차대 부분에 사용한 고베제강의 알루미늄 부품 중 426개의 강도가 약속한 일본공업규격(JIS)을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또 매년 하는 정기검사에 맞춰 최대한 빨리 부품을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고베제강에서 품질이나 자료 조작이 적발된 것은 2006년 이후 이번이 네 번째라고 전했다. 2006년에는 제철소 2곳에서 최대 30년 동안 기준을 넘는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면서도 자치단체에는 조작된 데이터를 제출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2008년과 2016년에는 제품의 강도 검사를 하지 않거나 검사 결과를 조작해 납품한 것으로 밝혀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고베제강 내부에서 조작이 횡행하는 배경으로 사업 다각화에 따른 지나친 칸막이화를 꼽았다. 1905년 창립된 고베제강은 일찌감치 사업 다각화를 통해 철강, 알루미늄, 기계, 용접, 전력 등 7개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가와사키 회장이 “철강과 알루미늄 사업을 동시에 하는 세계 유일의 기업”이라고 자랑했을 정도다. 영역별 전문성은 높은 반면 연계성은 낮아 경영진의 관리가 어렵고, 전문직들이 평생 함께 일하면서 부정이 싹트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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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압승할듯… 연립여당 개헌선 넘을 가능성

    22일 실시되는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있다. ‘아베 타도’를 외치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신당은 현상 유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12일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여론조사와 자체 분석을 통해 정당별 획득 의석수를 전망했다. 자민당은 전체 의석(465석)의 과반(233석)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요미우리는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을 확보할 수 있는 절대안정다수(261석)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이 260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최대 308석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합칠 경우 294석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최대 344석을 획득해 개헌선인 3분의 2(310석)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고이케 지사의 ‘희망의 당’은 60∼70석을 얻으며 기존 의석을 크게 늘리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사히는 “고이케 지사의 텃밭인 도쿄에서도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오히려 민진당 일부 의원이 고이케 신당 합류를 거부하면서 만든 입헌민주당이 기존 의석(16석)보다 두 배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며 선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언론들은 자민당의 독주를 ‘어부지리’라고 분석한다. ‘반(反)아베’를 내세운 야당이 힘을 합치지 못하고 분열되면서 자민당에 승리를 헌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이케 지사는 민진당과 힘을 합치면서 진보 진영을 제외해 ‘배제의 정치’를 편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외국인 지방 참정권 반대 등 우익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출마를 포기하면서 총리 후보도 내놓지 않은 석연찮은 행보로 논란을 빚었다. 한반도 긴장 국면이 이어지는 것도 여당에 호재가 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자위대 기지를 찾는 등 연일 안보 행보를 취하며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하고 있다. 연말 이후 북한 정세가 더욱 긴박해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2012년 말 집권 이후 중·참의원 선거에서 5연승이 된다. 숙원인 개헌에도 탄력이 붙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가을 총재선거에서 3연임할 가능성도 커진다. 한편 아베 총리는 12일 니가타(新潟)현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11월 일본을 방문할 때 일본인 납치피해자 가족과 만나달라고 요청했고, 만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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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고베제강 불량품, 車-고속철-항공기에 사용 ‘글로벌 파문’

    일본 3위 철강업체인 고베제강의 품질 조작 파문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고베제강에서 만든 품질 미달의 알루미늄 제품과 구리 제품이 안전성이 생명인 자동차, 고속철, 항공기 및 방위산업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에 널리 사용되는 철분(鐵粉·철가루) 제품도 품질 검사와 관련한 데이터 조작이 의심되고 있다. 일본 자동차 품질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2010년 도요타 대규모 리콜 사태에 이어 고베제강의 품질 조작 스캔들이 터지면서 ‘메이드 인 저팬’ 신화에 금이 가는 모습이다. 7일에는 닛산자동차에서 무자격 직원이 완성차 검사를 해온 사실이 드러나 38개 차종 116만 대에 대한 리콜이 발표됐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가 된 (고베제강의) 알루미늄 제품이 방위산업 분야에도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방위성은 구체적인 품목은 밝히지 않은 채 “자위대 항공기와 유도무기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만 발표했다. 아사히신문은 “항공기, 미사일, 장갑차 등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야심 차게 개발 중인 소형 제트기 MRJ와 10일 위성을 발사할 때 쓰인 H2A 로켓에도 품질이 조작된 고베제강의 알루미늄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와사키중공업, 스바루, IHI 등도 항공 등 방위산업 분야에 해당 부품을 사용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가와사키중공업은 미국 보잉사 등 항공기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 국제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베제강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강도와 내구성 등이 고객 요구에 못 미치는 알루미늄 제품 1만9300t, 구리 제품 2200t, 알루미늄 주조·단조 제품 1만9400개의 데이터를 조작해 납품했다고 8일 발표했다. 이는 고베제강의 관련 제품 생산량의 4%가량을 차지한다. 문제가 된 제품들을 납품 받아 사용한 기업은 200여 곳에 이른다. 도요타자동차와 닛산, 혼다 등 일본 자동차 대기업 7개사가 모두 해당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자체 안전 확인 절차를 밟고 있다. 중대한 결함이 발견될 경우 리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신칸센 차량에도 품질 미달 제품들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히타치제작소가 영국에서 생산 중인 고속철도 차량에도 쓰였다. 아사히는 “거래처에서 부품을 가공해 재판매하는 경우도 있어 최종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도달한 규모는 회사에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자력발전소에 품질 미달 제품이 사용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8일 기자회견에 나온 우메하라 나오토(梅原尙人) 부사장은 “4개 공장에서 경영진을 포함해 수십 명이 부정을 저지르거나 이를 묵인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생산목표와 납기를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고 거듭 사과했다. 자체 조사 결과 10년 전부터 해당 제품이 고객사와 약속한 품질에 미달하는 경우 단말기의 데이터를 조작해 ‘적합’ 판정을 내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과 관련된 광범위한 분야에 품질 미달 부품들이 쓰였다는 사실에 일본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특히 오랜 기간 쌓아올린 ‘일본산’에 대한 신뢰와 권위에 금이 가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재계를 대표하는 사카키바라 사다유키(신原定征) 경제단체연합회장은 10일 고베제강과 닛산 스캔들에 대해 “일본 제조업 전체의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매우 중대한 사태”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노가미 고타로(野上浩太郞) 관방 부장관은 1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공정거래의 기반을 흔드는 부적절한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태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NHK는 11일 “고베제강이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부품 재료인 철분에서도 데이터를 위조한 혐의가 드러났다”고 폭로했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고베제강의 자회사가 반도체 재료 검사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보도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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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장원재]10월 22일 이후의 일본

    2년 전 이맘때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일본 국회의원이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안보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기행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펼쳤던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 참의원 의원이다. 당시 그는 염주와 상복 차림으로 국회에 등장해 투표함까지 천천히 걷는 우보(牛步) 전술을 폈다. ‘자민당이 죽은 날’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아베 총리를 향해 분향 포즈를 취했다(그의 분투에도 결국 안보법안은 통과됐다). 유명 배우 출신인 그는 한국 영화에 출연했고, 재일동포를 다룬 영화에 여러 번 나온 지한파다. 최근 한 모임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현재 군소정당인 자유당 공동대표인 그는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공동대표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의원이 최근 ‘희망의 당’을 창당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東京)도지사 측에 접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야마모토 의원은 “고이케 지사는 시대 흐름을 읽는 동물적 감각을 갖고 있다. 그와 손잡고 일단 아베 정권을 끌어내려야겠다는 기분도 이해한다”면서도 “독(毒)으로 독을 제어하자고 하는데, (대체수단으로 등장한) 그 독이 더 심한 것이면 어떻게 되느냐”고도 했다. 고이케 지사의 역사수정주의적 언행을 지적하면서 “결국 근본은 아베 총리와 같다. 선거 후 양대 정당이 극우인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자유당이 희망의 당에 흡수되면 무소속으로 돌아가든가 새 정치세력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고이케 지사는 며칠 후 “외국인 지방 참정권에 반대하고 개헌에 찬성하는 후보만 공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개헌과 달리 외국인 지방 참정권 문제는 당면 이슈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를 숙원사업으로 추진해 온 재일동포 사이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치적 풍향에 예민한 고이케 지사가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는 외국인 참정권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선거 전략상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웃 나라에 점차 차가워지는 일본 사회의 변화를 읽은 것이다. 그는 이미 지난해 도지사 선거 때 ‘한국학교 증설 반대’를 약속해 표를 얻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관계자는 “외국인 지방 참정권 부여는 2000년대 초만 해도 자민당을 포함한 연립정권에서 합의했을 정도로 폭넓은 공감대가 있었던 사안”이라며 씁쓸해했다. 고이케 지사 역시 1999년 8월에는 중의원 관련 특위에서 참정권 부여안에 대해 “간사이(關西) 지역에는 많은 영주 외국인이 생업을 영위하며 세금을 내고 있다. 제안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었다. 고이케 지사의 횡포와 우익 성향에 질린 민진당 의원 일부는 신당을 결성했다. 보수의 국가주의 노선에 반대하고 호헌(護憲) 신념을 지켜 온 리버럴 세력이 ‘고이케 지사와는 같이할 수 없다’며 ‘입헌민주당’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과거 민주당 시절의 실정(失政)과 혼란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이 표를 얼마나 줄지는 미지수다. 한 일본인 지인은 기자에게 “이번 중의원 선거(22일) 이후 일본은 전혀 다른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보수 우익 양당 체제가 출범하면 일본의 리버럴 세력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개헌을 비원(悲願)으로 삼아 정치를 해 온 아베 총리가 고이케 지사에게 손을 내밀며 평화헌법을 바꾸자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지금 일본의 분위기라면 정치권에서 누구도 이를 멈출 수 없다. 이번 선거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장원재 도쿄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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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익 발톱’ 드러내는 고이케

    총리직에 도전하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일본 도쿄(東京)도지사가 우익 본색을 드러내면서 진보 성향의 민진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고이케 지사가 만든 ‘희망의 당’이 외국인에 대한 참정권 부여에 반대하는 이들에게만 공천을 주고 공천 희망자들에게 집단적 지위권 용인과 평화헌법 개정 지지도 요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희망의 당은 공천 희망자들에게 ‘정책협정서’ 서명을 의무화하기로 하고 최종안을 마련했다. 민진당이 희망의 당과의 합류(희망의 당 후보로 공천 받겠다는 것)를 선언한 가운데 희망의 당이 ‘고이케 노선’에 동의하는 민진당 인사들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신문은 “정책을 도외시한 야합이라는 (여권의) 비판을 의식한 것”이라고 전했다. 협정서는 8가지 서약으로 이뤄져 있다.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걸 반대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해 7월 도지사 선거 유세 때 “외국인 지방참정권 부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당선 직후엔 ‘여기는 일본’이라며 전임 지사가 약속한 한국학교 증설을 백지화했다. 지난달에는 관례를 깨고 간토(關東) 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사를 보내지 않았다. 참정권 확보는 재일동포들의 숙원이다. 한국은 이미 2005년부터 일정 요건을 충족한 외국인에 대해 지방선거 투표권을 인정하고 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관계자는 “과거 보수 성향의 자민당이 연립정권을 만들며 참정권을 인정하려 한 적도 있었다. 일본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약에는 그 밖에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 안보법을 인정하고 현실적인 안보정책을 지지할 것 △헌법 개정을 지지할 것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안보법 개정에 반대하거나, 호헌(護憲)을 주장하는 이들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고이케 진영의 강압적인 태도에 불만을 가진 민진당 의원 사이에서는 “새로운 독재자는 필요 없다(아베 도모코 부대표)”는 등의 비판이 분출하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대행은 이날 희망의 당 합류를 거부하는 민진당 의원들을 모아 ‘입헌민주당’ 결성 방침을 밝혔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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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이케 新黨, 일본유신회와 ‘선거연대’

    신당 ‘희망의 당’을 창당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일본 도쿄(東京)도지사가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달 30일 오사카(大阪)를 찾아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 지사와 회담을 가졌다. 둘은 이 자리에서 ‘불가침 협정’을 맺고 22일 중의원 선거에서 도쿄와 오사카 지역구에 서로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마쓰이 지사는 오사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일본유신회 대표다. 고이케 지사는 이날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愛知)현 지사까지 포함해 3대 도시권 수장 모임도 갖고 “공동 가두연설을 통해 진정한 개혁을 묻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세 지사는 탈(脫)원전, 지방분권 개헌 등 공통 공약을 토대로 선거에서 함께 싸우기로 했다. 고이케 지사는 전체 의석의 과반수(233석)에 후보를 내는 것도 염두에 두며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희망의 당은 여론조사에서도 자민당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보도된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 희망의 당은 비례선거에서 19%의 지지를 받았다. 자민당은 34%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지지율은 43%로 지난번 조사(9월 8∼10일)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베 총리는 연일 가두연설을 하며 유권자들에게 “(일시적인) 붐으로는 미래를 만들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편 공천을 포기하고 사실상 희망의 당 합류를 선언한 제1야당 민진당 내부에선 진보 성향의 의원을 중심으로 신당 결성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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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 엽기 그림으로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한글 교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東京) 코리안타운 신오쿠보의 강의실에선 ‘일러스트로 알게 되는 첫 한글’ 책 출판 기념행사가 열렸다. 저자인 핫타 야스시(八田靖史·41) 씨와 오카마 유키에(大釜雪繪·47) 씨는 한국 마니아들 사이에서 각각 음식과 쇼핑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유머러스하고 엽기적(?)인 그림으로 한글의 모양을 기억하게 한다는 점이다. 가발을 쓴 남성의 머리 모양으로 ‘ㄱ’을, 바니걸의 모자로 ‘ㅂ’을, 팬티를 돌리는 캐릭터로 ‘ㅃ’과 ‘ㅍ’을 표현하는 식이다. 일러스트마다 스토리를 더해 쉽게 기억하게 했다. 핫타 씨는 “일본인이 한국어를 처음 공부할 때 제일 큰 장벽이 생소한 한글의 모양”이라며 책을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책은 8월 말 출간 즉시 아마존 등에서 한국어 교재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책이 나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국 음식 전문가 핫타 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한식과 한국어에 관한 책을 20여 권 썼다. 그런데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상륙 후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집필 의뢰가 뚝 끊겼다. 그는 “2013∼2015년에는 한국과 관련된 어떤 기획도 통과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무조건 팔리는 책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hime’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오카마 씨를 찾았다. 둘은 함께 기획서를 만들어 출판사를 찾아다녔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그러다가 2015년 말 일본군 위안부 합의 등을 계기로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일본 내에서 10대를 중심으로 한국 패션과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 것. 혐한 시위로 발길이 끊겼던 신오쿠보에도 사람이 다시 몰리게 됐다. 이번에 책을 낸 다카하시서점의 가메이 미키(龜井未希) 씨는 “2013년 이후 한국어 교재 출판을 중단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예전에 냈던 한국어 교재가 다시 팔리기 시작하는 걸 보고 새 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또 “검토 결과 사내 반응이 좋아 어학 교재로는 많은 1만1000부를 찍었는데 판매도 순조롭고 평가도 좋다”고 덧붙였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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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이케, 反아베 결집 정면승부 채비

    다음 달 22일 총선을 앞두고 일본 정계에 ‘고이케 대망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東京)도지사가 조만간 지사직을 사퇴하고 중의원 선거에 입후보해 총리직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8일 예고대로 중의원을 해산하면서 아베-고이케 정면 승부가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창당 3일 만에 제1야당 무혈 접수 고이케 지사가 25일 창당한 ‘희망의 당’은 단 사흘 만에 제1야당인 민진당을 무혈 접수했다. 민진당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대표는 28일 당내 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에서 별도 공천을 하지 않겠다. 출마를 원하는 이들은 희망의 당에서 공천을 받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소속 의원들이 자꾸 고이케 진영으로 빠져나가 선거를 치르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백기 투항한 것이다. 마에하라 대표도 무소속 출마나 희망의 당 공천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은 민진당이 사실상 해체 수순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마에하라 대표는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아베 정권을 멈춰야 한다”고도 했다. 마에하라 대표와 고이케 지사 사이를 중개한 것으로 알려진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자유당 대표도 희망의 당에 합류할 계획이다. 한때 일본 정계의 막후 실력자로 불렸던 오자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를 위해 어떻게 할지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오사카(大阪)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일본유신회도 희망의 당과 선거 협력을 하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조율 중이다. 희망의 당을 중심으로 야권 연대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고이케 지사의 총리직 도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공시(다음 달 10일) 전 고이케 지사가 (도지사에서 사퇴하고) 중의원 선거 출마를 표명할 것이란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헌법상 총리가 되려면 먼저 국회의원에 당선돼야 한다. 고이케 지사는 28일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회견에서 “도정(都政)을 열심히 하겠다”며 출마설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희망의 당이 과반을 차지할 경우 총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나가고 싶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전날 방송에 출연해선 “이번 선거는 정권을 선택하는 선거다. (우리의) 목표는 정권을 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신문은 “대표가 총리가 되지 못하는 정당에 정권을 맡길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것”이라며 “고이케 지사가 선거 출마를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고 전했다. 고이케 지사는 선거운동에 다걸기(올인)하기 위해 최근 예정됐던 도지사 업무를 대거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출마 여부 결단 고이케 지사는 지지율 추이 등을 지켜보면서 야권연대로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 출마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이케 지사가 1993년 자유당의 장기 집권을 끝낸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내각 사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고이케 지사 등이 참여한 일본신당은 정치개혁을 내걸었고 ‘비(非)자민 비(非)공산’의 7개 정당 연합을 성사시켜 38년간의 자민당 지배를 끝장냈다. 희망의 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을 맹추격하고 있다. 18일 보도된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자민당(28%), 희망의 당(13%), 민진당(5%) 순이었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36%로 지난달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아베 정권의 장기 집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소비세 인상 반대 등 아베 총리와 정반대 노선을 택한 고이케 진영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아베 총리는 28일 임시 각의를 열고 중의원 해산안을 의결했다. 이어 정오에 소집된 본회의에서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 중의원 의장이 해산을 정식 선포했다. 아베 총리는 이후 자민당 의원총회에서 “선거를 위해 모여 간판을 바꾼 정당에 일본의 안전과 미래를 맡겨서는 안 된다. 그곳에선 혼란이 생길 뿐 결코 희망이 생길 수 없다”며 고이케 신당을 비판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김수연 기자}

    • 2017-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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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목걸이형 360도 카메라에 日기업들 제휴 손길

    “이렇게 가져다 대기만 하면 됩니다.” 26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시부야의 한 행사장. 한국에서 온 스타트업 스케치온의 윤태식 이사(37)가 어른 주먹보다 약간 큰 기계를 자신의 팔에 갖다 대자 순식간에 일회용 문신이 새겨졌다. 지켜보던 이들은 ‘와’ 하며 탄성을 질렀다. 윤 이사는 “비누로 지우면 금방 지워진다. 일본에서 기업 간 거래(B2B)를 위한 파트너와 투자자를 찾고 있다. 쉬는 시간에 무료로 시험해 보시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날 열린 데모데이(Demo-day) 행사에 한국 스타트업 10곳이 참가해 일본 기업과 투자자 앞에서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열정적으로 펼쳤다. 인공지능(AI), 스마트 조명, 급여 관리 소프트웨어 등 분야도 다양했다. 스타트업들은 50여 명의 기업 관계자와 투자자 앞에서 10분간 발표하고 3분 동안 질의응답을 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를 들고 나온 링크플로우. 이 회사는 삼성전자 사내 벤처였다가 지난해 분사했다. 김용국 대표(44)는 “10년 전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는데 풍경을 제대로 담지 못하는 사진에 실망해 360도 카메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개발한 목걸이 형태의 카메라는 목에 걸면 사방의 풍경을 기록해 준다. 발표가 끝나자 “셀카를 어떻게 찍을 수 있나” “가격이 얼마인가” “영상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생각인가”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김 대표는 “일본에서 100만 달러(약 11억4000만 원)를 투자받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세계 100대 AI 스타트업에 선정된 의료영상 진단기업 루닛, 간호사 맞춤형 근무관리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인 포휠즈 등에도 관심이 쏟아졌다. 쉬는 시간에는 스케치온의 일회용 문신기를 체험하려는 이들이 줄을 섰다. 심사를 맡은 일본 마이크로소프트(MS)의 구데켄 유키에(久手堅幸惠) 매니저는 “일본 벤처기업보다 스케일이 크고 다들 개성이 있다”며 감탄했다. 또 “일본과 달리 대기업에 있다가 창업하는 이들이 많은 것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다른 심사위원인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의 쓰키무라 히로유키(月村寬之) 프로듀서도 “기술적 레벨이 높다는 걸 느꼈다. 프레젠테이션도 대단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였다. 발표가 끝난 뒤 서로 명함을 교환하면서 일본 진출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협의했다. 프랑스 통신사업자 오랑주의 일본지사 매니저는 “기술력이 높다”며 루닛에 큰 관심을 보였다. 링크플로우 김 대표는 “일본 소프트뱅크 관계자들과 미팅을 했다. 내년 4월 일본에서 360도 카메라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네이버 등이 함께 만든 민관 합동 조직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이날 행사를 주최했다. 2014년부터 ‘저팬 부트캠프’를 열며 매년 일본을 찾고 있다. 이번엔 3박 4일 일정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스타트업들의 피칭(창업자가 투자자를 만나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것)이 예정돼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일본은 한국 스타트업이 진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면서 좋은 시장인데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아 마련한 행사”라고 말했다. 이어 “예년에 참가했던 스타트업 중에는 이를 계기로 일본 사무실을 내고 사업을 진행 중인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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