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정미경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249

추천

안녕하세요. 정미경 기자입니다.

mickey@donga.com

취재분야

2024-05-04~2024-06-03
국제정치64%
미국/북미13%
칼럼10%
산업7%
경제일반3%
국제문화3%
  • “정부 지나친 간섭 싫어”… 작년 백만장자 10만명 고국 등졌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고국을 등지고 다른 나라로 떠난 백만장자가 10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백만장자들이 자기 나라를 떠나는 이유로는 정부의 지나친 경제 간섭, 정정 불안, 높은 세금 등이 꼽혔다. 최근 블룸버그뉴스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리서치회사 뉴월드웰스의 조사 결과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10만8000명이란 수치는 2017년 대비 14% 증가한 것이다. 2013년에 비해서도 두 배 이상 늘었다. 백만장자들이 많이 이주하는 상위 5개국은 호주, 미국, 캐나다, 스위스, 아랍에미리트(UAE)였다. 특히 호주는 지난 27년간 금융위기가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안정된 경제와 양호한 치안 등이 매력적인 요소로 꼽혔다. 이뿐만 아니라 상속세가 없어 세계 백만장자들의 호감을 얻고 있다. 나라가 아닌 도시별로 구분했을 때는 미국 도시가 많은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1000명 이상의 세계 백만장자가 이주한 도시로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이상 미국), 멜버른과 시드니(이상 호주), 두바이(아랍에미리트) 등이 꼽혔다. 반면 백만장자들이 많이 떠나는 상위 5개국은 중국 러시아 인도 터키 프랑스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에서는 지난해에만 1만5000명의 백만장자가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 정부 주도의 경제와 강력한 자본 감시 등이 부자들을 떠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다만 뉴월드웰스는 “중국과 인도 백만장자들의 ‘엑소더스’가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떠나는 백만장자 수만큼 새로운 부자가 생겨나고 있다”고 평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후 연이은 국제 제재 등으로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 터키는 정치와 경제가 모두 불안하다는 점이 우려 요인으로 꼽혔다. 이번 조사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대혼란에 휩싸인 영국도 주목을 받았다. 영국은 백만장자들이 등지는 나라 6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백만장자들이 선호하는 이주 국가로 꼽혀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결과다. 1990년 이후 약 8000명의 외국 백만장자들이 영국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최근 영국으로 들어오는 외국 백만장자는 거의 없는 반면 2017년과 2018년 각각 4000명과 3000명의 영국 백만장자가 해외로 이주했다. 브렉시트 후폭풍, 높은 상속세(최고 40%) 등이 이유로 꼽혔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9-05-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세계銀 “올해 국제유가 크게 오를 일 없을 것”

    세계은행은 올해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은행이 5일(현지 시간) 발표한 반기 보고서 ‘원자재시장전망’에 따르면 원유 가격의 평균은 올해 배럴당 66달러, 내년에 배럴당 65달러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현재 유가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다. 그 요인으로는 예상보다 약한 글로벌 경제 성장세에 따른 수요 둔화, 지난해 크게 증가한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 등을 꼽았다. 세계은행은 몇 가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기는 하지만 국제유가 전망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리스크로는 최근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전면 봉쇄하기 위해 대이란 제재를 강화한 것이 지적됐다. 그러나 세계은행은 다른 나라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제재를 준수할지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9-05-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팩트만 전달해야 하는 앵커 고역”…윈프리, CBS프로 하차 배경 밝혀

    수십 년 동안 미국 TV 토크쇼를 주름잡으며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던 오프라 윈프리(65)게도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있다. 감정이 풍부한 윈프리는 “사적 감정을 배제한 채 대중에게 팩트(사실)를 전달해야 하는 기자나 앵커라는 직업이 고역이었다”고 30일 발간된 연예잡지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윈프리는 2017년 1월 “용감한 도전”이란 찬사를 받으며 CBS의 유명 시사뉴스 프로그램 ’60분‘의 객원 진행자로 영입됐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최근 사직했다. 윈프리의 보도 스타일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60분‘ 제작진은 윈프리에게 “리포팅에 너무 감정이 많이 실려있다”는 직설적 비판을 가했다. 심지어 윈프리가 리포팅 후 자신의 이름을 말할 때조차 “너무 감정적이다. 기자답게 말하는 방법을 연습하라”고 지적했다. 자존심이 상한 윈프리는 “(이름을 말할 때)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부분이 오프라냐, 윈프리냐”며 반박했다. 젊은 시절 지역방송국 앵커로 일한 바 있는 오프리는 “언론 초년병 시절에도 성격을 ’톤다운‘하라는 충고를 들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60분‘에서 일하다보니 내 성격까지 무미건조해지는 듯 했다. 그만둔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윈프리는 이날 할리우드리포터가 제정한 ’연예계 여권상‘ 수상식에도 참석했다. 제1회 수상자인 그는 “당초 ’더 이상 상은 필요없다‘고 고사했지만 이 상의 취지가 20명의 저소득층 고교생들에게 유급 인턴직을 제공하고 2명에게 대학 학비를 주는 행사인 것을 알고 마음을 돌렸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9-05-01
    • 좋아요
    • 코멘트
  • 트럼프가 싫어하는 NYT에 가장 좋아하는 기자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언론을 ‘공공의 적’이라고 규정하며 악담을 퍼붓지만 그에게도 좋아하는 언론인은 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망할 언론사”라고 비난한 뉴욕타임스(NYT)의 더그 밀스 사진기자(사진)라고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27일 보도했다. 올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걷는 모습을 찍어달라고 밀스 기자에게 특별히 부탁하며 파일을 백악관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과 함께 사진을 나누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정상회담을 할 때도 기자단 속에서 밀스 기자를 발견하고 “세계 최고의 사진작가” “천재 사진기자” 등의 칭찬을 퍼부으며 손을 흔드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흑백 촬영과 음영을 활용해 고독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기법은 밀스 기자의 트레이드마크로 통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사진을 이렇게 찍어 NYT에 게재했고,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띄어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국정연설 연단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묘한 박수를 보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진도 밀스 기자의 손을 통해 탄생했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 고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의자들 사이에 들어가 찍어 폐쇄된 분위기를 연출한 사진도 ‘걸작’으로 통한다. 대머리를 교묘한 빗질로 숨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앵글’을 매우 중요시한다고 밀스 기자는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족한 권위와 결단력, 인간적인 고뇌를 밀스의 사진이 잘 포착한다고 평가한다. 밀스의 사진이 각광을 받으면서 백악관 전속 사진사들은 할 일이 없어졌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밀스 기자는 버지니아 지방 신문과 AP통신에서 10년 넘게 일한 뒤 2002년 NYT로 옮겨와 백악관을 담당하고 있다. 그의 카메라를 거쳐 간 대통령만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부터 트럼프 대통령까지 6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기자’라는 영예를 안은 밀스 기자는 “다른 기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난처하기도 하다”며 겸손하게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9-04-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바버라 여사, 부시 바람피워 자살까지 생각”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퍼스트레이디 중 한 명인 고 바버라 부시 여사(1925∼2018)가 남편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1924∼2018)의 바람 때문에 자살까지 생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 연예잡지 피플은 2일 미국에서 발매 예정인 책 ‘여장부(Matriarch)’를 인용해 바버라 여사는 1970년대 부시 전 대통령이 제니퍼 피츠제럴드(87)란 이혼녀와 바람이 나자 우울증에 걸려 자동차로 나무를 들이받고 죽으려 했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책의 저자인 수전 페이지 USA투데이 기자와 다섯 차례 인터뷰를 한 바버라 여사는 “차를 몰고 나갔지만 죽을 용기가 없었다. 마지막 순간에 포기했다”고 회고했다. 부시 전 대통령과 바버라 여사는 1945년 결혼해 73년간 해로한 뒤 지난해 나란히 세상을 떠났다. 부시 전 대통령은 1974년 공화당전국위원회(RNA) 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피츠제럴드를 알게 됐고 자신의 개인 비서로 곁에 뒀다. 이들의 관계는 계속 유지됐고 부시 전 대통령은 1988년 대통령 취임 후 그를 국무부 직원으로 채용했다. 워싱턴에서 이들의 관계는 공공연한 사실이었으나 부시 전 대통령은 타계할 때까지 이를 부인했다. 바버라 여사는 “남편의 바람을 알게 된 후 잠 못 드는 수많은 밤을 보냈다. 나중에는 ‘왜 남편이 나를 떠나지 않았을까’ 하고 의아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9-04-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기미’ 상궁처럼… 김정은 식사전 수행원들 시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 자신의 신변 안전을 우려해 수행원들에게 먼저 시식하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시대 왕들이 식사하기 전 먼저 음식을 먹고 독이 있는지 등을 판별하던 ‘기미(氣味)’ 상궁 역할을 수행원들에게 맡긴 셈이다. 회담 장소였던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의 폴 스마트 총괄조리장은 최근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뉴스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수행원들이 식사 1시간 전쯤 나타나 음식들을 일일이 맛봤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이 “호화로운 성찬(luxury cuisine)을 즐겼다”며 “철갑상어 알(캐비아)과 바닷가재 등 비싼 음식을 매우 좋아했다”고 전했다. 스마트 조리장은 “(김 위원장이) 식사나 각종 요리를 경험하는 것을 모두 즐겼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들이 북한에서 하노이까지 왔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들은 값비싼 일본 쇠고기(와규), 거위 간(푸아 그라), 인삼, 김치, 수정과 등 상당히 많은 식자재를 공수해 왔다. 스마트 조리장은 “북한 요리사들은 별말이 없었지만 매우 프로페셔널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7일 만찬 당시 주요리였던 등심 스테이크의 굽기 정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완전히 익힌(well-done)’ 고기를 원했고 김 위원장은 덜 익힌 고기를 선호했다. 당시 양념한 등심구이, 배속김치, 초콜릿 라바케이크, 수정과 등도 나왔다. 스마트 조리장은 “회담 장소인 베트남의 향신료를 일부 음식에 가미하려 했다가 ‘신중한 검토’ 끝에 그냥 서양식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다음 날 오찬으로 거위 간과 은대구 요리를 준비했던 스마트 조리장은 “(회담 결렬로) 오찬이 취소된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9-03-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北 수행원들, ‘기미’ 상궁처럼…” 2차 정상회담서 김정은 음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 자신의 신변 안전을 우려해 수행원들에게 먼저 시식하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시대 왕들이 식사하기 전 먼저 음식을 먹고 독이 있는지 등을 판별하던 ‘기미(氣味)’ 상궁 역할을 수행원들에게 맡긴 셈이다. 회담 장소였던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메트로폴 호텔의 폴 스마트 총괄조리장은 최근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뉴스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수행원들이 식사 1시간 전쯤 나타나 음식들을 일일이 맛봤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이 “호화로운 성찬(luxury cuisine)을 즐겼다”며 “철갑상어 알(캐비어)과 바닷가재 등 비싼 음식을 매우 좋아했다”고 전했다. 스마트 조리장은 “(김 위원장이)식사하는 행위나 각종 요리들을 경험하는 것을 모두 즐겼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들이 북한에서 하노이까지 왔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들은 값비싼 일본 쇠고기(와규), 거위 간(푸아그라), 인삼, 김치, 수정과 등 상당히 많은 식자재를 공수해왔다. 스마트 조리장은 “북한 요리사들은 별 말이 없었지만 매우 프로페셔널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달 27일 만찬 당시 주 요리였던 등심 스테이크의 굽기 정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완전히 익힌(well-done)’ 고기를 원했고 김 위원장은 덜 익힌 고기를 선호했다. 당시 양념한 등심구이, 배속 김치, 초콜릿 라바케이크, 수정과 등도 나왔다. 스마트 조리장은 “회담 장소인 베트남의 항신료를 일부 음식에 가미하려고 했다가 ‘신중한 검토’ 끝에 그냥 서양식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다음날 오찬으로 거위 간과 은대구 요리를 준비했던 스마트 조리장은 “(회담 결렬로) 오찬이 취소된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19-03-27
    • 좋아요
    • 코멘트
  • 족쇄 풀린 트럼프측 “이젠 힐러리 특검해야”… 민주당에 반격

    A4용지 4장 분량의 ‘러시아 스캔들’ 보고서 요약본이 미국 정치권의 희비를 일순간에 바꿔 놓았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의 공모 혐의 및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를 모두 명확히 입증해내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하자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맞불 특검’을 거론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은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빨리 보고서 원본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플랜 B’가 없는 탓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동안 뮬러 특검에 대해 ‘악당’이라고 비난하며 수차례 해임 시도를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180도 돌변해 “명예롭게 행동했다”며 처음으로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매우 매우 사악한 일, 매우 매우 나쁜 일들을 한 사람들이 저 밖에 있다. ‘반역적’ 행동을 한 이들에 대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특검 수사를 독려한 민주당 의원들과 수사에 협조하면서 자신을 배신한 일부 측근, 이를 다룬 언론들까지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최측근이자 상원 법사위원회를 이끄는 린지 그레이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제 특검 조사 대상은 힐러리 클린턴 진영이 돼야 한다”고 공격했다. 대선 때 클린턴 진영은 트럼프 후보의 민주당 e메일 해킹 의혹을 제기한 이른바 ‘트럼프 X파일’을 만들었고, 이를 근거로 특검 수사가 이뤄졌다. AP통신은 이날 “의기양양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싸움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과 선거 캠프가 수사 결과를 정치적 기회로 활용한다는 차기 대선 전략까지 수립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는 점을 부각시켜 전통적 지지층뿐 아니라 무소속 및 중도적 민주당 지지층까지 불러 모은다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반면 특검 수사를 ‘엄호’하며 수사 결과가 나오기만을 고대했던 민주당은 완전히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반(反)트럼프 전선을 형성하겠다는 민주당의 셈법이 뒤죽박죽으로 엉클어졌다. 민주당은 이제 완전히 다른 정치적 현실을 마주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이 간절히 원하는 보고서 원본 제출도 지지부진하다. 하원에서는 ‘즉각 제출’ 결의안이 통과됐으나 상원에서는 우세한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가 표결 자체를 무산시켰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바 법무장관에게 “4월 2일까지 제출하라”고 데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바 장관이 이에 응해야 할 의무는 없다. 예상을 뒤엎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당사자인 뮬러 특검은 24일 워싱턴 백악관 건너편에 위치한 세인트존스 에피스코펄 교회 예배에 참석하면서 사흘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보려는 구경꾼이 몰려들어 인근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지만 그는 수사 결과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9-03-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절차 무시하고도 무사할 줄 알았나

    휴가를 계획하면서 비행기표를 끊어놓았습니다. ‘보잉737 맥스8’의 잇단 추락사고 소식을 듣고 항공사 사이트에 들어가 제가 탈 비행기를 찾아봤습니다. ‘보잉.’ 1초 동안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물론 문제의 기종은 아니죠. 그 기종은 현재 한국에서 운항되지 않으니까요. 대다수 보잉 항공기들은 오늘도 안전하게 비행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도 이번 사고로 보잉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된 것은 사실입니다. 보잉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번 사고들을 어떻게 보는지 알아봤습니다. △“I don’t think we need to get too spun up over the fact that they‘re making some sales.” 2010년대 초반 에어버스가 연료효율성이 높은 항공기를 먼저 개발해 판매에 들어갑니다. 무진장 콧대 높은 보잉은 무시 전략으로 나갑니다. 제임스 올보 당시 보잉 민간항공기 사업부문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을 불러놓고 이렇게 말합니다. “에어버스가 좀 팔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여기서 ‘get spun up’은 ‘매몰되다’ ‘지나치게 염두에 두다’의 뜻입니다. △“Boeing thought we were a flash in the pan.” ‘Flash in the pan’은 ‘잠깐 반짝하고 그 이후로는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반짝 성공’ 또는 ‘허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19세기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때 개척자들은 모래를 넓적한 팬에 살살 흔들어 금을 찾아냈습니다. 빛이 나서 금인 줄 알고 보니 그냥 팬의 모래가 반사된 경우가 많았겠죠. 존 리히 전 에어버스 최고운영책임자는 보잉의 콧대 높은 태도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보잉은 우리가 반짝하고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겠지요.” △“Boeing thought they would get away with cutting corners.” 에어버스가 큰 성공을 거두자 보잉은 ‘맥스’ 개발 속도전에 나섭니다. 보잉에서 일했다는 한 엔지니어는 “‘빨리빨리’ 시간표 속에서 일하다 보니 절차는 무시되기도 했다”고 고백합니다. ‘Cut corners’가 바로 그 뜻입니다. 보잉 같은 기술이 뛰어난 기업은 아마 몇몇 절차가 생략돼도 별 탈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Get away with’는 옳지 못한 행동을 하고도 처벌받지 않고 무사히 넘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 2019-03-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러시아 스캔들’ 특검 종료… 보고서 공개 수위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22일 수사를 종결했다. 특검이 보고서 공개 권한을 가진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이를 제출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이 23일 보도했다. 러시아 스캔들은 2016년 미 대선에서 러시아가 개입해 트럼프 당선을 배후조종했다는 의혹을 뜻한다. 이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바 장관이 보고서를 공개할 것인지, 한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 정보기관은 2016년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트럼프 캠프 측과 러시아 간 공모가 있었는지, 또 대통령 개인이 사법방해를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특검이 이 핵심 의혹을 명쾌히 밝혀냈는지도 불투명하다. 법무부 내에서도 이 보고서를 본 사람은 극소수이며 백악관도 내용을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미 언론은 바 장관이 23일 의회에 보고서를 전달하는 식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그는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고 두툼한 가방을 든 채 퇴근하는 모습만 목격됐다. 내용 및 공개 방식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줄곧 자신을 괴롭힌 멍에를 벗어던질지, 더 깊은 위기에 빠질지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다만 뮬러 특검이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추가 기소를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혀 대통령의 기소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공개 여부를 결정할 바 장관 역시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가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완전한 내용을 공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반면 야당 민주당은 “단순히 의회에 제출하는 수준이 아니라 보고서의 모든 내용을 국민에게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후폭풍에서 벗어나면 야당을 향한 역공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그는 트위터에 “특검 조사는 마녀사냥”이란 비난만 무려 77회 올렸다. 22일에도 공석이던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로 보수성향 헤리티지재단 출신의 스티븐 무어를 지명했다. 무어는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일했을 뿐 아니라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그의 해고를 주장한 인물. 노골적 친(親)트럼프 인사를 상원 인준이 필요한 연준 이사로 지명한 것은 대통령이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파월 의장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9-03-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4년 만에 막 내리는 맨큐의 경제학 강의

    ‘경제학의 한 시대가 갔다. 불확실한 경제를 우리에게 남겨두고.’ 블룸버그뉴스는 최근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61·경제학·사진)의 거취를 두고 ‘조의(弔意) 사설’을 게재했다. 12일에 게재됐던 이 사설은 마치 맨큐 교수가 큰 변을 당한 것 같은 비장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사실 그는 14년간 진행해온 수업 ‘경제학 원론(Ec 10)’을 그만둔다고 했을 뿐이다. 그만큼 맨큐 교수의 수업은 유명하다. 미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Ec 10은 고유명사로 통한다. 맨큐 교수를 말하고, 최고의 경제학원론 강의를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경제·경영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맨큐’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다. ‘맨큐의 경제학’ ‘만화로 보는 맨큐 경제학 문제풀이’ 등 29권의 관련 서적이 출간됐을 정도다. 하버드대 교지 ‘하버드 크림슨’은 최근 ‘맨큐 교수가 자신의 플래그십(주력 상품) 수업을 떠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가장 많은 수강생을 몰고 다니는 그가 e메일로 ‘이번 학기(5월 말 종료되는 봄 학기)가 Ec 10 수업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2005년 Ec 10 수업을 시작한 맨큐 교수는 최근 6년 연속 수강생 동원 1위를 지켜왔다. 1년(2개 학기) 단위로 구성된 장기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학기마다 500명 이상 참여했다. 딱딱한 경제학 이론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상황을 가정해 경제학을 풀어내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Ec 10은 전반 학기에 애덤 스미스의 시장경제론, 후반 학기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정부개입론 위주로 진행된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윈회 위원장(2003∼2005년)을 지낸 경력 덕분에 생생한 정책 얘기도 들을 수 있다. 맨큐 교수는 교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업을 그만두는 이유에 대해 “교육자로서 다른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하버드대의 진보적 분위기와 맨큐 교수의 자유주의적, 시장중심적 사고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9-03-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경제학의 한 시대가 갔다…하버드대 ‘맨큐의 경제학’ 역사속으로…

    ‘경제학의 한 시대가 갔다. 불확실한 경제를 우리에게 남겨두고.’ 최근 블룸버그뉴스는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69·경제학)에 대한 조의(弔意) 사설을 게재했다. 사설은 마치 맨큐 교수가 큰 변을 당한 것 같은 비장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사실 그는 14년동안 진행해온 수업 ‘경제학 원론(Ec 10)’을 그만둔다고 했을 뿐이다. 그만큼 맨큐 교수의 수업은 유명하다. 미국 식자들 사이에 ‘Ec 10’는 고유명사로 통한다. 맨큐 교수를 말하고, 최고의 경제학원론 강의를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경제·경영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맨큐’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다. ‘맨큐의 경제학’ ‘만화로 보는 맨큐 경제학 문제풀이’ 등 29권의 관련 서적이 출간됐을 정도다. 하버드대 교지 ‘하버드 크림슨’은 5일 ‘맨큐 교수가 자신의 플래그쉽(주력상품) 수업을 떠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가장 많은 수강생들을 몰고 다니는 그가 e메일을 통해 ‘이번 학기(5월 말 종료되는 봄 학기)가 Ec 10 수업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전해왔다”고 밝혔다. 2005년 Ec 10 수업을 시작한 맨큐 교수는 최근 6년 연속 수강생 동원에서 1위를 지켜왔다. 1년(2개 학기) 단위로 구성된 장기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매 학기마다 500명이상씩 동원한다. 딱딱한 경제학 이론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상황을 가정해 경제학을 풀어내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윈회 위원장(2003~2005)을 지낸 경력 덕분에 생생한 정책 얘기도 들을 수 있다. Ec 10은 전반 학기에 애덤 스미스의 시장경제론, 후반 학기에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정부 개입론 위주로 진행된다. 중점은 시장경제론에 둔다. 이로 인해 그의 수업은 시장경제를 지나치게 옹호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맨큐 교수의 수업은 수많은 화제가 따라다닌다. 2011년 일부 학생들이 수업 중 퇴장한 일화는 유명하다. 퇴장 학생들은 맨큐 교수에게 보내는 공개질의문에서 “왜 애덤 스미스론을 기본적인 경제논리라고 할 수 있느냐”며 “사회적 불평등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 개입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충분히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맨큐 교수는 교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업을 그만두는 이유에 대해 “교육자로서 다른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하버드대의 진보적 분위기와 맨큐 교수의 자유주의적, 시장중심적 사고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블룸버그뉴스는 “맨큐 교수의 자유주의적 성향은 ‘대기업과 부자들의 수호자’라는 오해를 낳기도 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정부개입과 불평소 해소로 연구 초점을 옮겨가는 시대에 그는 매우 독특한 학자”라고 평가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19-03-21
    • 좋아요
    • 코멘트
  • 단호한 리더십 돋보인 39세 뉴질랜드 女총리

    “결코 테러범의 이름을 부르지 않겠다. 테러범의 악명만 높아진다. 범인보다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자.” 15일 뉴질랜드 테러 후 피해자 위로 및 신속한 사태 수습에 나선 저신다 아던 총리(39)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아던 총리는 19일 수도 웰링턴 의회 연설에서 “사람의 목숨을 뺏은 이의 이름보다 목숨을 잃은 이들의 이름을 말해야 옳다. 나에게 범인은 이름 없는 존재”라고 외쳤다. 그는 연설 말미에 ‘여러분에게 평화를’이란 뜻이 담긴 아랍어 ‘앗살라무 알라이쿰’을 언급해 주목받았다. 아던 총리는 “22일을 ‘무슬림의 날’로 선포하자”며 “희생자 50명 전원의 장례비를 정부가 전액 부담하겠다”고 했다. 이슬람 관습에서는 주검을 빨리 수습하지만 신원 확인이 늦어지고 검시 과정 등이 지체되면서 아직 한 명도 장례 절차를 밟지 못했다. 그는 “이번 테러가 무슬림 이민자 때문”이라고 망언한 프레이저 애닝 호주 상원의원에게 “수치스러운 줄 알라”고 일갈했다. 그는 용의자 브렌턴 태런트(29)가 생중계로 내보낸 살상 동영상이 퍼지지 않도록 해 달라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회사를 질타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는 ‘편집인’이지 ‘우편배달부’가 아니다. 책임지지 않고 수익만 낼 순 없다”고 비판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이에 동조했다. 아던 총리는 이날 연설에 앞서 히잡을 쓰고 웰링턴의 무슬림 지도자들을 만났다. 테러 발생 다음 날인 16일에도 히잡을 쓰고 사건이 발생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을 찾았다. 백인 여성이자 이슬람 신자가 아닌 그의 무슬림 위로 행보에 세계가 찬사를 보낸다. 파키스탄 이민자 후손인 사디크 칸 영국 런던시장은 트위터에 아던 총리가 무슬림 여성을 껴안은 사진을 올리고 ‘감동적’이라고 썼다. 그의 이름과 마니아를 결합한 ‘저신다마니아(Jacindamania)’ 열풍도 분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2017년 10월 취임한 그는 정부 내 직책을 맡은 적이 없는 ‘벼락 총리’였다. 당시 소속 노동당 대표가 지지율 부진으로 전격 사임하자 당 대표를 맡았다. ‘뉴질랜드의 힐러리’로 불리며 주목받았지만 주택난 등 경제 상황 악화로 지지율 하락에 직면했고 이번에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9-03-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미국도 ‘거짓 자소서’ 때문에 골치?

    ‘Misery loves company.’ 오늘은 유명한 영어 표현으로 시작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터진 입시 비리 뉴스를 접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저는 ‘미국도 다르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수한 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경쟁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한국처럼 대학입시 문제로 나라 전체가 골머리를 앓다 보면 미국의 대입 경쟁, 입시 비리 뉴스에 왠지 모를 안도감이 밀려옵니다. 그래서 이 뉴스가 한국에서 유달리 주목받는 것이 아닐까요. 이럴 때 ‘곤경은 친구를 사랑한다’는 말을 씁니다. 내가 힘들면 다른 사람도 힘들기를 바라는 법입니다. △The measure of success is the badge you get. 미국에도 자녀 입시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헬리콥터 부모’ ‘타이거 맘’ 같은 열혈 부모를 가리키는 용어들이 미국에서 처음 나왔으니까요. 그런 부모들은 자녀에게 잔소리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 성공의 척도는 어느 대학에 가느냐에 달렸어.” 여기서 ‘badge’는 단순히 대학 배지가 아니라 소속, 신분 등 좀 더 포괄적인 의미입니다. △Recipes create cooks. They don’t produce chefs. 레시피는 이미 남들이 정해 놓은 조리법입니다. 레시피대로 하면 실패할 걱정은 없습니다. 그러나 레시피를 따라하면 ‘cook(요리사)’은 될 수 있을지언정 ‘chef(요리장)’는 될 수 없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려면 내신이나 수학능력시험, 자기소개서까지 ‘레시피’를 잘 따라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합격했다면 이는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을 암기한 것이지 창조적으로 활용할 능력은 부족하다는 것이겠지요. △Resume padding isn‘t worth it. 대학에 들어갈 때나 회사에 취직할 때 자기소개서를 씁니다. 자소서는 정직하게 써야 합니다만 거짓 내용이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자소서에 과장이나 오류를 포함시키는 것을 ‘resume padding’이라고 합니다. 패딩 점퍼처럼 빵빵하게 부풀리는 거죠. ‘Padded resume(거짓 자소서)’는 언제나 들통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이런 위험을 고려한다면 시도할 가치가 아예 없겠지요.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 2019-03-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볼턴 “불행히도 北 해야할 일 하려하지 않아… 쓸모없는 성명 발표”

    북-미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발언에 미국 정계가 제재 강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공격견’ 최 부상을 앞세워 ‘강(强) 대 강’으로 받아친 북한에 발끈하는 분위기가 많지만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며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현지 시간) 방송된 뉴욕 AM970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미국과의 핵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필요한 행보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위협을 협상으로 해결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불행히도 북한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려는 의지가 없다”며 “어젯밤 그들은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쓸모없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 언론은 그가 14일 밤(미 동부시간 기준)에 있었던 최 부상의 기자회견을 ‘어젯밤’이라고 지칭한 점을 감안할 때 인터뷰가 15일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 부상이 하노이 회담 결렬 책임자로 비난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강도 같다(gangster-like)는 말은 과거에도 들었지만 그 이후 전문적 협상을 이어왔다”며 차분히 받아넘겼다. 북한의 수사(레토릭)를 파악한 폼페이오 장관이 한결 여유를 갖고 북한을 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15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 관리들의 발언은 거의 강탈 수준”이라며 “북한의 위협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비확산소위원장인 브래드 셔먼 의원도 “제재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인보다 신중한 상황 관리를 주문했다.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본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최선희의 발언이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도발 국면으로 되돌아간다는 신호라기보다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태도를 수정하라는 전략적 압박”이라고 분석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평양에서 나온 발언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외교적 노력에 ‘경고 사격’을 한 것”이라며 “북한은 비핵화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와 함께 ‘스몰딜’을 받으라고 미국을 압박하면서 공을 다시 미국으로 넘겼다”고 해석했다. 미 시사월간지 애틀랜틱은 ‘북-미가 다시 거친 발언으로 돌아갔다’는 최신 기사에서 최 부상과 볼턴 보좌관이 공개 설전을 벌이는 것에 대해 “공격견(attack dogs)들이 풀려났다”고 진단했다. 북-미 협상에서 한동안 뒤로 물러나 있던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공격의 선봉에 선 이유는 양측 모두 내부 강경파를 무마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북한의 진의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다음 대응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심각한 도발의 징후라기보다 미국과의 대화를 압박하는 쪽에 방점을 두고 차분하게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정미경 기자}

    • 2019-03-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초대형 입시비리’ 비난한 트럼프…알고보니 트럼프 가문도?

    미국을 뒤흔든 대학입시 비리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지만 정작 트럼프 가문도 정당한 대학입시와는 거리가 멀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3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입시비리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부정하게 자녀를 입학시킨 부모들을 보면 부와 특권의 카탈로그(목록)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명문대 입시 부패가 커진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그러자 켈리엔 컨웨이 백악관 고문은 트위터에서 이번에 기소된 유명 배우 펄리시티 허프먼과 로리 로클린을 조롱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도 “자신들의 주장을 크게 떠드는 할리우드가 오늘따라 유달리 조용하네”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부터가 입시비리로부터 떳떳할 수 없다다는 것이다. 그는 뉴욕 사립대 포드햄대를 2년간 저조한 성적으로 다니다가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비즈니스스쿨 학부과정에 편입했다. 트럼프 전기 작가 그웬 블레어에 따르면 와튼 스쿨에 다닐만한 학업 수준은 아니었지만 와튼의 입학 사정관이 트럼프 형의 동창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말 펜실베이니아대에 150만 달러(약 17억 원)를 기부했다. 자녀 트럼프 주니어(1996년)와 이방카(2000년)가 이 대학에 입학할 때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빠지지 않는다. 쿠슈너가 하버드대에 입학하기 전 뉴욕의 유명한 부동산 재벌인 그의 아버지가 250만 달러(약 28억3000만 원)를 학교 측에 기부했다. 쿠슈너의 SAT(대학수학능력시험)와 GPA(고교평점)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은 하버드 입시관계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일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거액의 기부금을 내고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어서 탓할 일은 아니다. 앨 고어 전 부통령 등 상당수 정치인들도 ‘기부금 입학’을 했다. WP는 “기부금 입학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부와 특권의 세계에 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자신은 이런 세계와는 동떨어진 ‘아웃사이더’처럼 말하면서 자신을 팔아버린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19-03-14
    • 좋아요
    • 코멘트
  •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너무 가까이 가면 진실을 알 수 없어”

    요즘 미국은 고(故) 마이클 잭슨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로 떠들썩합니다. 이달 초 케이블방송 HBO는 어린 시절 잭슨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두 남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리빙 네버랜드(Leaving Neverland)’를 공개해 큰 파장을 낳았죠. 잭슨의 성추행 의혹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그때마다 흐지부지 끝나버렸는데요. 이번 다큐에는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담겨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잭슨은 과연 ‘세기의 문화 아이콘’일까요, 아니면 아동 성추행범일까요? 1980년대 마이클 잭슨의 현란한 ‘문워크’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한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How can you see clearly when you‘re looking into the sun? 뉴욕타임스(NYT)의 인기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가 최근 칼럼에서 쓴 표현입니다. 우리가 태양을 바라보는 이유는 무언가를 선명하게 보기 위한 것이지만 사실 아무것도 안 보이고 눈앞만 깜깜해질 때가 많죠. 즉, 마이클 잭슨을 태양처럼 쳐다보며 숭배만 한다면 어떻게 진실을 알 수 있겠느냐는 뜻입니다. 진실은 일정 거리를 두고 객관적 시각에서 볼 때만 보인다는 주장입니다. ‘You cannot see clearly when you look into the sun’은 유명한 격언이죠. △Great art is often made by terrible people. 이것도 기억해둘 만한 표현인데요. 주로 마이클 잭슨을 두둔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죠. 위대한 예술가 중 인격적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술 작품을 예술로만 음미할 뿐 그 예술가의 사생활까지 따지지는 않습니다. 잭슨의 유족과 팬들도 “그의 노래와 춤을 즐기는 데 있어 사생활 문제가 방해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요즘 잭슨 노래들을 금지하는 방송국들이 속속 등장하다 보니 잭슨의 지지자를 중심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This moment transcends Michael Jackson. ‘토크쇼 여왕’ 오프라 윈프리도 잭슨 논쟁에 가세했는데요. 윈프리는 다큐 ‘리빙 네버랜드’가 끝난 직후 ‘애프터 네버랜드’라는 특별 토크쇼를 진행했습니다. 다큐에 등장한 성추행 피해자 2명과 감독이 출연했죠. 윈프리는 “나는 피해자들의 말을 믿는다”고 선언했는데요. 그는 자신이 어렸을 때 성추행을 당한 경험을 얘기하면서 “이 문제는 마이클 잭슨이란 한 개인을 넘어선 사안”이라고 호소했죠.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 2019-03-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워런 “IT 공룡기업 해체해야”… 美여론은 싸늘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사진)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해체 공약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 대선 주자 중 가장 지명도가 높은 워런 의원은 8일 뉴욕 롱아일랜드시티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25년 전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됐고 이건 대단한 스토리”라며 “그러나 그것은 또한 정부가 독점을 해체하고 경쟁 시장을 키워야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뉴욕 롱아일랜드시티는 아마존 제2본사 자리로 선정됐다가 주민 반대로 철회된 곳이다. 워런 의원은 “IT 분야는 영화 ‘헝거게임’처럼 약육강식의 세계가 됐다”며 “다양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거대 IT 기업들의 독점을 해체 또는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런 의원은 IT 해체론을 ‘플랫폼 중립성’이라고 명명하며 이날 뉴욕 집회에서 처음 공개했다. 구글 등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것은 플랫폼 제공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이중 수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워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을, 아마존은 홀푸즈(유기농 슈퍼마켓), 구글은 네스트(사물인터넷 기기)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다음 날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세계 최대 창조산업 축제)에 참석해 또 한 번 같은 주장을 했다. 그러나 미 여론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워런 의원의 기업 규제 논리가 너무 나갔다. IT 해체론은 그녀에게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워런 의원은 2000년대 말 금융기업들을 감시하는 의회 감독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전국구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한동안 금융시스템 개혁에 매달린 워런 의원이 이번에는 IT 기업들을 정조준한 것이다. IT 해체론은 페이스북, 구글 등이 개인정보 유출, 불법 광고행위 등으로 의회 청문회까지 불려 나가며 비난을 받은 것과 때를 같이한다. 그러나 IT가 세계적인 기업들을 배출할 수 있었던 배경은 많은 규제를 받는 금융과 달리 정부의 간섭이나 감독을 거의 받지 않으며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도 무시하지 못할 대목이다. NYT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워런 의원 당선을 걱정하고 있다”며 “규제 메커니즘이 가동되면 제2의 애플, 제2의 페이스북은 탄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9-03-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트럼프 회담장 나가려하자… 최선희 다급하게 美측에 뛰어와

    ‘허탕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달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하루 먼저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직접 만나겠다는 의사를 북측에 전했다. 두 정상이 마주 앉기 전 과연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타결할 의지가 진짜로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베트남의 뜨거운 해가 떨어지고 밤이 됐건만 김 부위원장에게서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CNN방송은 6일(현지 시간) 다수의 행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마지막 순간을 소개했다. CNN은 “유리하다고 판단될 때는 튕기고, 궁할 때는 매달리는 북한의 ‘변덕스러운(capricious)’ 협상 스타일이 이번 회담에서 다시 한 번 정체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기사 제목도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북한의) 무시와 마지막 순간의 절망적 시도.’ 이틀 뒤인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회담장에서 나가 버리려 하자, 북한은 그제야 회담 결렬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3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들고 미국 협상대표단 쪽으로 뛰어왔다. 북한과 미국 관리들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위한 공동의 정의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 왔는데, 최 부상이 가져온 메시지는 영변 폐기에 관한 북한의 제안을 조금 진전시킨 것이었다. 이 제안은 미국이 원했던 영변 핵시설의 광범위한 정의를 북측도 공유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담지 않았다. 그래서 최 부상은 미국의 요구를 들고 다시 김 위원장에게 달려갔고, 영변의 모든 것이 포함된다는 답변을 얻어왔다. 하지만 미국 측은 이를 대단하게 여기지 않았다.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출발해 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돌아간 것은 미국이 원하던 ‘영변+α(알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은 영변 폐기뿐만이 아닌 더 광범위한 수준의 비핵화를 북한에 요구했고, 북한에는 영변 폐기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그(영변 폐기)보다 더 얻어야 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도 “김 위원장은 미국이 영변 폐기 수준에서 납득하기를 원했지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들어줄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담 결렬은 실무회담 때부터 예견됐다. 북한 관리들은 수차례 회담을 취소하겠다고 협박했다. 미 고위 관리들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에 계속 의구심을 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이 실무회담보다 진전된 사항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보인다면 회담장에서 걸어 나오라”고 충고했다. 현재 미국 관리들은 다음 달 안으로 북한과 실무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지만 북한은 아직 답변이 없다고 CNN이 전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9-03-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독특한 김정은과의 만남

    “그는 설교하지 않는다. 싸운다(He doesn’t lecture, he fights).” 한 미국 정치 평론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한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빛날 때는 적을 설정해 휘몰아치는 공격을 가할 때인데요. 미디어 속성을 잘 간파하고 있는 그는 ‘설교’보다 ‘싸움’이 TV 화면에 인상적으로 비친다는 점을 십분 활용합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는 별다른 ‘드라마’가 없었습니다. 합의가 불발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특기인 비난을 퍼부을 상대가 없었으니까요. 기자회견은 35분 만에 끝났고 그는 유달리 피곤해 보였죠. 기자회견에서의 트럼프 대통령은 빛나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언급한 몇 가지 재미있는 표현들을 살펴보겠습니다. △“He is quite a character.”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가리켜 한 말인 ‘Quite a character’는 ‘흔치 않은(unusual)’의 뜻입니다. “그는 독특한 사람이야” “그런 사람 또 없지”란 의미죠. “그 사람 정말 인물이야 인물”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주로 상대방을 칭찬할 때 쓰지만 비난할 때도 종종 쓰입니다. 고집불통인 사람을 가리킬 때도 “He is quite a character”라고 합니다. △I happen to believe that North Korea’s calling its own shots.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Calling its own shots’는 ‘북한의 운명은 북한 스스로 알아서 결정한다’입니다. 중국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뜻이죠. 그런데 ‘believe’가 아닌 ‘happen to believe’라고 했습니다. ‘믿는다’가 아닌 ‘믿는 사람 중 하나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믿게 됐다’의 뜻입니다. 자신이 조금 없거나, 자신의 의견이 소수처럼 느껴질 때 쓰죠. △I’d much rather do it right than do it fast.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빨리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 올바르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죠. 미국인들은 ‘빨리빨리(do it fast)’보다 ‘빈틈없이, 틀린 것 없이(do it right)’를 중시합니다. 한국인들이야 당연히 ‘fast’를 좋아하겠지만요.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 2019-03-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