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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는 살아 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가 손흥민이 보는 앞에서 최근 부진을 씻는 해트트릭을 올리며 팀에 값진 승리를 안겼다. 맨유는 13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2021~2022시즌 EPL 29라운드 경기에서 호날두의 3골 ‘원맨쇼’로 토트넘을 3-2로 꺾었다. 맨유는 14승 8무 7패(승점 50)로 4위에 오르며 리그 4위까지 주어지는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 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가게 됐다. 호날두는 1992년 EPL 출범 이후 안방 경기 통산 400승 달성에도 성공했다. 승점 확보에 실패한 토트넘은 14승 3무 10패(승점 45)로 7위에 머물렀다. 맨유보다 2경기를 덜한 상황에서 승점이 5점 차로 벌어졌다. FA(축구협회)컵 포함 최근 10경기에서 1골만 넣는 부진을 겪은 데다 6일 맨체스터 시티 전 엔트리에서 빠지고 포르투갈로 넘어가 불화설까지 제기된 호날두는 자신의 전매특허 3종 슈팅으로 골을 뽑아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전반 12분 상대 문전 페널티지역 중앙 바깥에서 프레드의 패스를 받아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포로 구석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38분 터트린 두 번째 골은 측면 크로스 상황에서 상대 수비 사이 위치 선정과 쇄도가 돋보였다. 산초가 마티치의 패스를 받아 왼쪽 수비 뒤 공간을 뚫고 올린 땅볼 크로스를 호날두가 가볍게 터치해 마무리했다. 2-2로 맞선 후반 36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밀집 수비를 뚫어내고 솟아올라 헤딩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지난해 8월 12년 만에 맨유로 복귀한 뒤로 첫 해트트릭이다. 유벤투스 소속이던 지난해 3월 세리에A 칼리아리전 이후 1년 만이다. 프로 통산으로는 59번째 해트트릭이다. 이번 시즌 EPL에서 12골을 기록한 호날두는 단숨에 득점 랭킹 공동 2위로 올랐다. 호날두는 이날을 3골을 추가하며 프로 무대와 국가대표 A매치 807골로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국제스포츠축구통계재단(RSSSF)에 따르면 2001년 사망한 1930~1950년대 체코 국적의 공격수 요세프 비칸(805골)을 넘어 신기록을 달성했다. 호날두, 비칸 다음으로 호마리우(브라질·772골),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759골), 펠레(브라질·757골)가 순위를 잇고 있다.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서 450골, 맨유에서 136골, 유벤투스(이탈리아)에서 101골, 스포르팅 CP(포르투갈)에서 5골을 넣었다. 포르투갈 대표팀으로는 115골을 기록했다. 호날두는 경기 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드 트래퍼드에 돌아온 후로 첫 해트트릭에 매우 행복하다. 우리는 어떤 팀이든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인간은 한계가 없다”고 글을 썼다. 우상인 호날두 앞에서 같은 7번 배번을 달고 뛴 손흥민은 풀타임을 뛰는 동안 몇 차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슈팅에 주저하거나 미끄러지면서 3경기 연속 골 사냥에 실패했다. 전반 벤 데이비스의 골을 어시스트했으나 오프사이드로 골이 취소됐고, 후반 16분 데얀 쿨루세브시키가 연결해 준 크로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문 오른쪽으로 비켜갔다. 영국 매체들은 “손흥민이 조용한 경기를 했다. 몇 차례 미끄러지면서 자신감을 잃었다”고 평가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프로축구 울산의 기세가 가파르다. 핵심 공격수 3명이 팀을 옮겨 타격이 컸지만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4라운드가 끝난 현재 리그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 4경기에서 단 1실점만 허용한 포백 수비 라인의 탄력적인 운영이 돋보인다. 국가대표 센터백 김영권을 영입해 세우면서 특히 좌우 측면 수비수들에게 각자의 스타일을 살려 역할을 부여한 게 돋보인다. 오른쪽 날개 수비수로 공격 성향이 강한 김태환(32)은 하프 라인을 넘어서 활약한다. 상대의 측면 공격에 대한 수비보다 공격에 초점을 두는 활용이다. 축구 데이터 전문 분석 업체인 ‘비프로일레븐’이 제공한 1∼4라운드 울산 선수별 움직임 분포도에 따르면, 김태환이 주로 머무른 위치는 하프 라인에서 상대 진영으로 10m 이상 앞으로 나가 있다. 심지어 제로톱으로 번갈아 위치 변경을 하는 아마노 준과 바코가 뛰는 위치와도 비슷했다. 6일 ‘절대 1강’ 전북과의 맞대결에서도 내려서지 않고 하프 라인 지점 앞에 있었다. 반대로 김영권과 짝을 이뤄 왼쪽 측면에 서는 설영우(24)는 후방 빌드업 등을 위해 되도록 하프 라인과 수비 진영 사이 10m 공간에 머무는 모양새다. 김영권과의 거리도 오른쪽에서 짝을 맞추는 김태환-임종은, 혹은 김태환-김기희의 간격과 비교해 상당히 가깝다. 상대 팀들과는 다르게 중앙 센터백과 측면 풀백들의 위치를 연결한 포메이션 구도가 좌우로 상당히 비대칭적이다. 김태환은 이청용-바코-아마노가 왼쪽과 중앙에서 짧은 패스로 수비를 교란하다 반대 측면으로 방향을 전환해서 골 기회를 만드는 카드로 활용된다. 설영우는 측면 돌파보다는 2선 공격수들과 중앙 미드필더들에게 투입되는 패스 연계에 집중한다. 김태환은 전체적으로 패스 성공률(79%)은 떨어지지만 크로스 시도 횟수(24회)가 설영우(8회)보다 많다. 설영우(패스 성공률 89%)는 중앙과 수비 지역에서 안정감 있는 패스로 공이 잘 돌도록 해주고 있다. 김태환은 도움은 없지만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고, 설영우는 수비에 치중하면서도 감각적인 패스로 도움 2개를 기록하며 팀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울산은 11일 FC 서울을 만나 4연승에 도전한다. 측면 공격에 강한 나상호-조영욱 등 국가대표급 서울 공격수들을 상대로 색다른 윙백들의 전술 운영이 다시 효과를 볼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축구 K4리그(4부) 평창 유나이티드의 무명 신동석(25·사진)이 FA(대한축구협회)컵에서 기적의 주인공이 됐다. 신동석은 9일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FA컵 2라운드 경기에서 K리그2(2부)의 안산을 맞아 후반 18분 극적인 역전골을 터뜨려 팀의 2-1 승리를 주도했다. K리그1(1부) 성남 유스(풍생고) 출신 수비수인 신동석은 2019년 성남에 입단과 동시에 김해시청(K3)에 임대됐고 그해 여름 축구화를 벗었다. 1년 반가량 필드를 떠나 새 삶을 찾다가 지난해 공식 창단한 평창에서 그라운드에 복귀한 신동석은 이날 한 방으로 그동안 못다 한 한을 풀었다. 2021년 K4에서 7위에 올랐던 팀으로 지난 시즌 2부 7위의 안산을 격파한 평창은 4월 27일 FA컵 3라운드에서 K3의 대전한국철도를 만난다. K3 화성FC도 K리그2 대전에 전후반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3라운드에 진출했다. K3 창원시청 역시 2부인 서울 이랜드와 1-1 무승부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겨 드라마를 썼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프로농구 현대모비스의 포인트가드 서명진이 선두 SK를 꺾는 선봉장 노릇을 제대로 했다. 현대모비스는 9일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시즌 프로농구 6라운드 경기에서 이번 시즌 개인 최다 득점을 올린 서명진(23점 7어시스트·사진)의 적극적인 공격에 힘입어 SK를 82-76으로 꺾었다. 6일 삼성전에 이어 2연승을 거둔 현대모비스는 28승 19패로 2위 KT(28승 14패)를 2.5경기 차로 추격했다. 아울러 이번 시즌 SK와의 상대 전적에서 1승 4패로 밀렸던 징크스를 깨며 자신감까지 얻었다. SK는 35승 10패가 되며 2위 KT와의 승차가 5경기로 줄었다. 핵심인 김선형과 자밀 워니가 부상으로 빠지며 경기 후반 공격의 집중력이 떨어졌다. ‘쌍포’ 최준용(21점), 안영준(20점)과 리온 윌리엄스(22점)가 분전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득점이 적었다. 지난 삼성전에서 4점 2어시스트에 그쳤던 서명진은 김선형이 빠진 SK의 앞선을 휘저었다. 1쿼터 골밑에 자리를 잡은 함지훈에게 빠른 타이밍에 패스를 넣어주면서도 3점포를 터뜨렸다. 서명진은 2쿼터 36-36에서 깨끗한 3점포로 사기를 올린 뒤 3쿼터 53-52로 앞선 상황에서 3점과 속공 득점을 연이어 올리며 SK의 집중력을 흔들었다. SK가 전문 수비수인 오재현과 최원혁을 붙였지만 서명진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벗어났다. 서명진은 64-60이던 3쿼터 종료 직전 리바운드 경합 중에 흐른 공을 잡아 천금 같은 버저비터 득점까지 성공시켰다. 기세가 오른 서명진은 4쿼터 자신을 스크린 걸고 골밑으로 빠져 움직이는 장재석과 에릭 버크너를 효과적으로 살렸다. 72-68로 불안하게 앞선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돌파로 얻은 자유투 4개를 모두 꽂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서명진에 대해 답을 내리기 쉽지 않지만 오랜만에 공수에서 좋았다. 공격형 포인트 가드이니 공격을 많이 하라고 항상 얘기한다. 오늘이 서명진의 색깔”이라고 흡족해했다. 서명진은 “패스보다는 슛을 먼저 봤는데 감이 좋았다. 버크너가 힘들어해서 2 대 2 공격을 할 때 무조건 슛을 던지라고 벤치에서 지시를 해줬다. 오늘은 1옵션이라는 마음으로 공격을 했다”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미국프로농구(NBA)에서 골밑 페인트존 장악력으로는 당대 최고로 꼽히는 파워포워드로 지난 시즌 밀워키의 파이널 우승을 이끈 야니스 아데토쿤보(28·211cm)가 리그 최고의 3점 슈터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빙의’로 팀의 5연승을 이끌었다. 아데토쿤보는 9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 페이컴 센터에서 열린 2021~2022시즌 정규리그 오클라호마시티 전에서 폭발적인 3점 슛에 속공까지 선보이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밀워키는 아데토쿤보의 39점 활약(7리바운드 7어시스트)으로 오클라호마시티를 142-115로 대파하며 5연승을 내달렸다. 시즌 초반 주춤했던 밀워키는 41승 25패가 되며 2위 필라델피아(40승 24패)와 승차 없이 3위를 유지했다. 선두 마이애미(44승 22패)에도 3경기 차로 다가섰다. 아데토쿤보의 페인트존 공략을 집중적으로 막으려했던 오클라호마시티는 예상 못한 변칙 공격에 당했다. 1쿼터 23-21로 앞선 상황에서 기습적인 3점포를 터트린 아데토쿤보는 2쿼터 44-37에서 커리의 전매특허인 ‘스텝백’으로 중거리포를 꽂은데 이어 곧바로 3점 슛 라인에서 한 참 떨어진 지점에서 호쾌한 3점포를 꽂았다. 여기서부터 오클라호마의 수비가 흐트러졌고 밀워키는 한 차례도 동점,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아데토쿤보는 2쿼터 종료 0.08초를 남겨놓고 73-65에서도 드리블로 하프라인을 넘어오면서 수비를 앞에 두고 던진 3점 슛이 정확하게 명중시켰다. 3쿼터 81-67에서는 리바운드된 공을 잡아 그대로 상대 골대로 속공 돌진해 왼손 레이업 슛으로 마무리하며 상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아데토쿤보는 이번 시즌 경기당 3점 슛 성공 개수가 1.2개다. 주로 골밑 공격 진입에 집중하는 스타일이지만 이날은 3점 슛 4개를 달아나는 득점이 필요할 때 전부 기습적으로 꽂았다. 아데토쿤보는 경기 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Stay Hungry’라고 글을 남기며 연승 의욕을 더 끌어올렸다. 서부콘퍼런스 3위까지 내려앉은 골든스테이트는 커리(15점)와 클레이 톰프슨(20점), 조던 풀(20점), 조나탄 쿠밍가(21점) 등의 고른 득점으로 LA클리퍼스를 112-97로 꺾고 5연패에서 벗어났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프로농구 오리온의 2년 차 백업 센터 박진철(25·200cm·사진)이 인생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오리온은 7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시즌 프로농구 6라운드 경기에서 박진철의 4쿼터 깜짝 활약에 힘입어 갈 길 바쁜 LG를 81-73으로 꺾었다. 2연패를 끊은 오리온은 21승 22패로 5위를 사수했다. 4위 KGC(24승 18패)와는 3.5경기 차로 좁혔고 6위 DB와는 2.5경기 차가 돼 6강 플레이오프 경쟁에 우위를 점했다. 6강 진출이 급한 LG는 오리온과 접전을 펼쳤으나 4쿼터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3연패를 당했다. 19승 26패로 8위로 떨어졌다. 부상으로 이탈한 이승현을 대신해 나선 박진철은 접전이던 4쿼터 깜짝 ‘고양의 수호신’이 됐다. 64-60으로 앞선 상황에서 LG의 아셈 마레이의 공을 가로채 그대로 골밑으로 밀고 들어가 득점을 한 뒤 상대 반칙으로 얻은 보너스 자유투까지 성공시켰다. 이어진 속공 상황에서 머피 할로웨이의 패스를 받아 그대로 덩크슛까지 꽂고 포효했다. 74-70에서도 코너에서 골밑의 빈 공간을 치고 들어와 쐐기 득점을 올렸다. 프로 두 시즌 동안 경기당 평균 득점이 1.3점에 불과했던 박진철은 이날 9점 4리바운드에 어시스트 2개까지 보탰다. 9점은 박진철의 프로 32경기에서 가장 많은 득점이다. 쌍포인 이대성과 이정현이 각각 18점을 올렸지만 박진철의 9점이 더 빛났다. 프로에 와서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 처음 나선 박진철은 “오랜만에 덩크슛을 해 나도 모르게 포효했다. 아직 더 보여줄 게 많다”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지난해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 뽑혀 일취월장한 공격수 조규성(24·김천 상무)이 프로축구 K리그 개막 초반 도드라지는 ‘폭풍성장 캐릭터’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조규성은 1월 대표팀의 터키 전지훈련과 2월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를 뛰느라 팀의 동계훈련에 늦게 합류했다. 그런데도 개막 4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7일 현재 외국인 골잡이들을 제치고 포항의 허용준과 득점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절정의 골감각을 예고한 조규성은 모든 축구 감독이 자기 팀 공격수를 어떻게든 국가대표팀에 보내려고 하는 이유를 몸소 입증해 보이고 있다. 평소 선수들에 대한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김태완 김천 감독도 “과정을 잘 겪었다. 이제 놀랍지 않다. 대한민국에 좋은 선수 하나 나왔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6일 서울전에서의 두 골은 스스로 넓힌 시야와 대표팀에서 얻은 자신감이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이번 시즌 서울의 주전 중앙 수비수로 전격 기용되며 ‘제2의 김민재’로의 싹을 보인 이한범(20)과의 수싸움에서 한 수 가르치는듯한 움직임으로 골문을 갈랐다. 후반 첫 골은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빠져나오면서 받은 패스를 바로 왼발 슈팅이 가능하도록 접어놓은 첫 터치 동작이 절묘했다. 조규성은 원래 최종 수비 라인에 있던 서울 기성용의 뒤에 있었다. 그러나 순간 원을 그리듯 앞으로 나와 기성용과 이한범 사이 공간으로 들어가며 이영재의 스루 패스를 받고 경쾌하게 슈팅을 때렸다.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순간 앞에 있는 수비수를 원으로 돌며 트랩을 빠져나오는 동작은 전북의 레전드 이동국(은퇴)의 전매특허였다. 전북 시절 이동국의 후계자로 불린 조규성은 수없이 봐온 선배의 장기를 그대로 재현했다. 두 번째 골도 크로스 상황에서 순간 수비와 거리를 벌려놓고 공간을 만든 뒤 논스톱 터치로 마무리했다. 이영재의 침투 패스를 받은 권창훈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드리블 돌파를 하자 조규성은 이한범을 끌고 앞으로 가는 척하다 뒤로 빠지며 완벽하게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패스를 받았다. 대표팀의 최전방 스트라이커 황의조(30·보르도)가 상대 문전 터치라인 부근에서 대각선 방향 뒤쪽으로 전개되는 패스를 골로 잘 연결하는 움직임을 연상시킨 득점이었다. 제공권에 이어 대표팀에서 연계 능력을 끌어올린 조규성에게 골 마무리 능력이 장착됐다. 조규성은 “지난해 처음으로 대표팀에 다녀온 뒤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며 “이제 경기장 안에서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프로농구 KGC의 외국인 선수 오마리 스펠맨(사진)이 29점 차로 이기다 당한 대역전패의 빚을 갚았다. KGC는 2일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2021∼2022시즌 정규리그 경기에서 공수에 걸쳐 빼어난 집중력을 선보인 스펠맨의 활약을 앞세워 선두 SK에 85-79 승리를 거뒀다. KGC는 이날 승리로 3연패에서 벗어나면서 SK의 16연승까지 저지했다. 4위 KGC는 이날 승리로 23승 18패를 기록하며 3위 현대모비스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줄였다. 15연승 행진이 끊긴 SK는 33승 9패가 됐다. KGC는 이번 시즌 SK와의 상대 전적에서 유일하게 앞선 ‘천적’이다. 1∼3라운드 맞대결을 모두 이긴 상황에서 맞이한 4라운드 경기(1월 9일)에서도 한때 29점 차까지 앞섰지만 불의의 역전패를 당했다. 당시 KGC는 40분 경기에서 단 2초만 뒤지고도 결국 경기를 내줬다. 시즌 5번째 대결, KGC는 충격에서 벗어나려 애썼고 SK는 천적 관계를 확실하게 지우려고 나왔다. KGC는 이날도 초반 3점슛으로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 1쿼터 전성현, 오세근, 문성곤의 3점포가 불을 뿜었고 2쿼터에서도 전성현에 데릴 먼로까지 3점포 대열에 가담했다. KGC는 전반 SK에 45-28로 크게 앞섰다. 하지만 SK는 3라운드 때처럼 지역 방어(드롭존) 등으로 상대 실수를 유도하면서 야금야금 쫓아갔다. 3라운드 경기에서 무리하게 공을 끌다가 대역전패 빌미를 제공했던 KGC 가드 변준형은 이날도 우물쭈물하다 실책을 연발했다. 그때 스펠맨이 KGC의 ‘해결사’로 등장했다. 4쿼터 63-54에서 스펠맨은 귀중한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 상대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를 성공시킨 데 이어 SK 자밀 워니의 골밑슛을 완벽하게 블록해내며 상대의 상승 흐름을 끊었다. 69-58에서 김선형의 패스를 가로채 오세근의 득점을 어시스트한 스펠맨은 4쿼터 종료 1분 54초를 남긴 75-67 상황에서도 빠른 패스로 전성현의 쐐기 3점포를 도왔다. 스펠맨은 3점슛 3개를 포함해 22득점 10리바운드에 어시스트 5개, 블록슛 4개, 가로채기 2개를 기록하며 공수에서 팀을 지켰다. 최하위 삼성(8승 32패)은 오리온(20승 21패)을 83-77로 제압하고 9연패에서 벗어났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올 시즌을 앞두고 스트라이커 등 공격진이 대거 팀을 떠난 프로축구 울산이 새로 영입한 일본인 공격형 미드필더 덕분에 2연승을 달렸다. 울산은 1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K리그1(1부) 3라운드 수원 FC와의 경기에서 일본 국가대표 출신 아마노 준(31)의 탈압박과 정확한 패스 조율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26일 성남전(2-0)에 이어 2연승을 거둔 울산은 개막 이후 무패 행진(2승 1무·승점 7)을 하며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선제골을 넣고도 지키지 못한 수원은 3연패에 빠졌다. 성남전에서 두 골과 두 번의 페널티킥 유도, 상대 수비수 퇴장까지 이끌어내며 2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아마노는 이날도 매끄러운 공 컨트롤로 상대 압박을 벗겨내고 반 박자 빠른 패스 전개로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수비에서도 엄청난 활동량으로 상대 최후방 수비와 골키퍼로 연결되는 빌드업에 압박을 가했다. 아마노는 0-1로 뒤진 전반 42분 왼쪽 측면으로 침투한 설영우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패스를 연결하며 김민준의 동점골에 시발점이 됐다. 후반 6분에는 수비 뒷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는 엄원상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하며 상대 반칙에 의한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바코의 실축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아마노는 후반 21분 페널티 지역 박스 바깥에서 공을 영리하게 컨트롤하며 파울을 얻어냈다. 바로 세트피스 상황에서 바코의 역전골이 나왔다. 공수에서 탈압박과 압박이 되는 아마노의 활약에 상대 팀들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울산은 중앙의 좁은 공간에서 발기술이 좋은 아마노가 가세하면서 이청용-바코 라인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공이 측면으로 잘 운반되는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 이청용은 경기 뒤 “아마노가 울산과 색깔이 잘 맞는다. 계속 잘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 일본 축구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나카타 히데토시의 장악력과 기타자와 쓰요시의 활동량을 섞어놓은 듯한 아마노는 6일 ‘디펜딩 챔피언’ 전북과 만난다. 인천은 김준엽의 결승골로 강원을 1-0으로 꺾고 울산과 승점이 같아졌지만 다득점에 밀려 2위에 올랐다. 제주는 수원을 1-0으로 꺾고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군인 팀인 김천 상무가 프로축구 K리그1(1부) 복귀 첫 승을 신고했다. 김천은 27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2라운드 안방경기에서 포항을 3-2로 꺾었다. 개막 경기에서는 울산과 0-0으로 비겼다. 김천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상주에서 연고지를 이전해 규정에 따라 K리그2(2부)로 강등됐다. 김천(승점 4)은 선두 서울과 승점과 다득점이 같았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2위에 자리했다. 권창훈 조규성 박지수 이영재에 골키퍼 구성윤까지 국가대표 5명을 모두 출격시킨 김천은 전반 20분 조규성이 직접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키커로 나서 골을 넣으며 앞서갔다. 6분 뒤에도 서진수가 코너킥 기회를 살려 추가골을 터뜨렸다. 개막전에서 제주를 3-0으로 잡아낸 포항은 전반 41분 팔라시오스의 만회골에 후반 16분 허용준이 헤딩으로 동점골을 뽑아내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김천은 후반 25분 프리킥 기회에서 연제운이 머리로 떨어뜨려 준 공을 정현철(사진)이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승리를 가져왔다. 제주전에서 교체 투입돼 2골을 넣고 호날두 세리머니를 하며 포항의 ‘허날두’로 강한 인상을 남긴 허용준은 이날도 후반 교체 투입돼 골을 기록하며 김기동 포항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으나 빛이 바랬다. 허용준은 3골로 득점 단독 선두에 올랐다. 대구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을 맞아 0-1로 뒤지던 후반 34분 고재현의 동점골로 1-1로 비기며 시즌 첫 승점을 따냈다. 전북 문선민은 김보경의 선제골을 도우며 2경기 연속 도움을 기록했다. 김보경은 골을 터뜨린 뒤 중계 카메라를 보고 “NO 전쟁, 우크라이나!”라고 반복해 소리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반대 메시지를 전했다. 울산은 26일 경기에서 일본 국가대표 출신 아마노 준이 K리그 데뷔골을 포함해 2골을 넣는 ‘원맨쇼’에 힘입어 성남을 2-0으로 꺾고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아마노는 두 차례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상대 수비 마상훈까지 퇴장시키면서 완벽하게 팀에 승리를 안겼다. 아마노는 김천전에서도 하창래의 두 번째 경고를 유도하며 퇴장을 이끌어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토트넘의 손흥민(30)과 해리 케인(29)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역사상 최고의 ‘깐부’가 됐다. 손흥민은 26일 영국 리즈 엘런드 로드에서 열린 리즈와의 EPL 27라운드 방문경기에서 3-0으로 앞서던 후반 40분 케인의 패스를 받아 통쾌한 쐐기 골을 터뜨리며 팀의 4-0 승리에 방점을 찍었다. 시즌 10호 골로 6시즌 연속 EPL 두 자릿수 골을 기록한 손흥민에게는 의미 있는 득점이었다.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도 EPL에서 13명밖에 하지 못했다. 더 나아가 케인과 합작한 37번째 골로 프랭크 램퍼드-디디에 드로그바가 만든 36골을 넘어 EPL 최다 합작골 기록을 세웠다. 2015년 8월 손흥민이 토트넘으로 이적한 후로 만들어낸 37골 중 손흥민이 케인의 19골을, 케인이 손흥민의 18골을 도왔다. 케인이 최전방 공격수임에도 밑으로 내려와 손흥민의 스프린트 속도에 맞춰 발밑에 정확하게 어시스트를 해주면서 사이좋게 절반씩 골을 만들어냈다. 이번 시즌에는 8라운드 뉴캐슬전(케인→손흥민 골), 26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손흥민→케인)에 이어 이번까지 3번의 합작 골이 나왔다. 손흥민은 경기 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케인과 함께 찍은 투샷 기념사진을 올렸다. 손흥민은 경기 중 얼굴을 긁혀 상처를 입었지만 대기록을 기념하며 활짝 웃었다. 손흥민은 “기록을 깬 형제여! EPL에서 전설적인 이름으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정말 특별한 느낌”이라고 글을 남겼다. 케인도 경기 후 손흥민과 텔레파시가 통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손흥민과 오래 호흡했고 서로를 잘 이해한다. 내가 밑으로 빠져 있을 때 손흥민은 어디로 달려야 하는지 잘 안다”며 대기록 달성을 기뻐했다. 케인도 자신의 SNS에 손흥민과 찍은 사진을 올리며 “이 남자와의 ‘링크’가 마음에 든다. 곳곳에서 멋진 퍼포먼스. 완벽한 반응”이라고 글을 올렸다. 토트넘 레전드 공격수 로비 킨은 케인의 게시물에 박수 아이콘을 찍었다. 팀 동료들도 역사적인 기록 달성에 찬사를 보냈다. 에메르송 로얄과 루카스 모라는 자신의 SNS에 손흥민과 케인의 골 장면을 올리고 “너희들은 레전드다. 정말 놀랍다”고 축하를 보냈다. EPL의 레전드 이언 라이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나에게 ‘월드클래스’다. 케인도 마찬가지다. 손흥민과 케인에게 시간과 공간을 허용하게 놓아두면 막을 수 없다”고 치켜세웠다. 토트넘 안토니오 콘테 감독도 “손흥민과 케인은 ‘월드클래스’다. 매 경기 존재감을 보이는 건 두 선수에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대기록을 축하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신태용 사단에서 박항서 사단으로…. 선수 때 못다 한 국가대표의 한을 국가대표 지도자 경력을 두껍게 쌓으며 풀어내고 있는 공오균 전 U-20(20세 이하) 축구 대표팀 코치(48·사진)가 베트남 U-23(23세 이하)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언론들은 23일 일제히 이 소식을 전했다. 현재 베트남 U-23 대표팀은 박항서 베트남 A대표팀 감독이 겸임하고 있다. 베트남축구협회(VFF)는 A대표팀만 맡아 남은 월드컵 최종예선 등에 집중하려는 박 감독과 협의해 공 전 코치를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감독은 5월 2021 동남아시안(SEA)경기가 끝나는 대로 U-23 감독직을 내려놓고 테크니컬 디렉터로만 관여할 것이 유력하다. VFF 관계자는 “아직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진행이 잘되면 공 전 코치가 대표팀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2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수 시절 대전과 경남에서 319경기에 출전해 43골(18도움)을 넣은 전천후 공격수였지만 국가대표 A매치를 뛰어보지 못한 공 전 코치는 은퇴 후 2016년 대한축구협회 전임 지도자로 입문해 U-18 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 커리어를 쌓았다. U-20, U-23 코치를 거쳐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당시에도 코치로 합류해 정정용 감독을 보좌하며 이강인(발렌시아) 등을 다독여 준우승을 이끌어 냈다. 이후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깊게 소통했던 신태용 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의 부름으로 인도네시아 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신 감독과는 2010년부터 호주 ‘신태용축구교실’을 4년 넘게 맡은 인연도 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며 신 감독마저 확진이 돼 긴급하게 한국으로 이송되는 상황에서도 팀을 돌봤다. 지난해에는 정 감독과 K리그2(2부) 서울 이랜드에서 감독과 코치로 재회했다. 2021 시즌 후 서울 이랜드와 계약이 만료된 공 전 코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P급 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는 와중에 인도네시아와 신흥 라이벌 관계가 형성된 베트남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박 감독과 신 감독은 지난해 12월 스즈키컵 조별리그에서 A대표팀을 이끌고 격돌해 0-0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공 전 코치가 동남아에 부는 ‘K감독’ 열풍에 가세할 것으로 보이면서 황선홍 U-23 축구대표팀 감독과의 ‘코리안 더비’ 가능성도 높아졌다.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202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한국과 베트남은 태국, 말레이시아와 함께 조별리그 C조에 속해 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우크라이나 ‘축구 영웅’ 안드리 셰프첸코(46·사진)가 러시아 침공으로 위기에 처한 조국을 위해 국민들의 단결을 호소하고 나섰다. 2000년대 세계적인 축구 스타였던 셰프첸코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국기와 영토 이미지를 올리고 국민들의 단결을 촉구했다. 그는 “내 조국은 우크라이나다. 항상 국민과 내 나라가 자랑스러웠다. 우리는 많은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지난 30년 동안 하나의 국가를 이뤄왔다”며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라는 게 우리의 자산이다”라고 썼다. 이어 “힘든 시기지만 단결해야 한다. 단합하면 승리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글을 남기며 저항의 뜻을 모으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호주의 전설적 크리켓 스타 셰인 원과 전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 공격수 마르코 보리엘로는 댓글로 하트를 남기며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셰프첸코 글에는 10만1200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2400개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우크라이나 드비르키우시나 출신인 셰프첸코는 이탈리아 AC밀란(1999∼2006년)과 잉글랜드 첼시(2006∼2009년)에서 뛰며 월드클래스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AC밀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2002∼2003시즌)와 세리에A 우승(2003∼2004시즌)을 이끌었다. 세리에A 득점왕도 2번이나 차지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우크라이나의 사상 첫 본선 진출을 이끌었고, A매치(국가대표 경기) 111경기에서 48골을 넣으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해줬다. ‘유로(유럽축구선수권) 2020’에서 우크라이나 대표팀 감독을 맡아 사상 첫 8강행을 이끈 그는 지난해 8월 지휘봉을 내려놓았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손흥민 보냈더니 호날두가 왔네…?’ 프로축구 포항이 개막하자마자 ‘천군만마’ 같은 공격수를 얻었다. 20일 K리그1(1부) 1라운드 제주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2골을 터뜨리며 팀에 3-0 대승을 선물한 허용준(29·사진). 멋들어진 두 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골 세리머니까지 곁들이며 단숨에 개막전이 낳은 스타가 됐다. 포항은 지난해 여름 전북으로 이적한 간판스타 송민규의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고 2022시즌 개막전에 나섰다. 포항에서 측면과 가운데를 부지런히 오가며 2020년 10골로 영플레이어상까지 받은 전천후 공격수인 송민규는 손흥민(토트넘)을 롤모델로 삼고 성장하다가 이적해 전북의 5연패에 기여했다. 축구대표팀에서도 손흥민의 최우선 대체 자원으로 활약하며 파울루 벤투 감독의 신임을 받았다. 월드컵 예선에서도 같이 뛴 손흥민에게 ‘엄지 척’까지 받았던 송민규의 공백은 포항에 예상보다 더 큰 타격을 줬다. 김기동 감독은 개막전에서 어쩔 수 없이 미드필더 이승모를 최전방 공격수로 올리는 고육지책을 들고나왔다. 전반이 끝나고는 측면 수비수인 강상우를 투입해 이승모와 앞뒤로 배치하는 전술 변칙을 또 썼다. 또 후반 27분에는 이승모 대신 들어간 허용준이 강상우와 또 다른 변칙을 만들어냈다. 주 포지션인 왼쪽 공격수로 나서진 않았지만 허용준은 1분 만에 강상우의 크로스 기회를 살려 절묘한 논스톱 슈팅 골로 축구 인생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냈다. 허용준은 후반 추가 시간에도 역습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를 속임 동작으로 흔들며 또 한 번 골문 구석을 갈랐다. 허용준은 지난 시즌 득점왕(22골)인 제주의 주민규가 보는 앞에서 호날두의 슬라이딩과 ‘호우’ 세리머니를 보여주며 진화된 자신이 돌아왔음을 강하게 어필했다. K리그 7년 차로 2019년 포항에서 송민규와 호흡을 맞췄던 허용준은 2020년 군에 입대해 김천에서 조용히 반전을 노렸다. 벤투 감독을 사로잡은 대표팀 공격수 조규성을 지원하는 김천의 공격 조커로 활약하면서 제대 후 무주공산인 포항의 왼쪽 공격, 스트라이커 포지션 점령을 준비했고, 단 한 경기로 ‘눈도장’을 찍었다. 개막전인 제주 경기까지 K리그에서 기록한 통산 24골의 반응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매번 호날두 세리머니를 했는데 포항에 복귀해서 터뜨린 25, 26번째 골의 반응은 폭발력이 있었다. 진정으로 호날두와의 비교가 팬들에게 허용되는 시점에 섰다. 포항의 비밀병기를 넘어 ‘허날두’로 오래 남기 위해서는 향후 기복 없는 골 행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6개 봉우리를 완등한 산악인 엄홍길(62·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 대장의 네팔 히말라야 학교 건립 사업이 의미 있는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엄홍길휴먼재단(이사장 이재후)과 방송 프로그램 제작 코스닥 상장기업인 (주)초록뱀미디어(회장 원영식)는 23일 16차 엄홍길휴먼스쿨 건립 지원을 위한 후원 협약을 체결했다. 엄 대장은 2010년부터 엄홍길휴먼재단을 통해 네팔 오지 지역의 학교를 짓고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의 교육을 지원해왔다. 16좌 완등 과정에서 10명의 동료를 잃었던 엄 대장은 히말라야로부터 받은 영광과 감사함을 돌려준다는 취지로 16개 휴먼스쿨 설립을 인생 17좌 목표로 삼아 열정을 기울여왔다. 2010년 1차 팡보체 스쿨을 시작으로 2015년 15차 심빠니 스쿨이 완공됐으며 16차 학교에 앞서 17차 성카리풀 스쿨도 세워졌다.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 딸께¤ 지역에 짓는 16차 스쿨은 유치원부터 초, 중, 대학(전문학사) 과정까지 이르는 종합학교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도서관과 마을회관, 1000명 이상 입장 가능한 체육관도 들어선다. 현재 공정률은 70% 정도로 완공되면 네팔 교육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1, 6차 스쿨 건립 지원에도 나섰던 초록뱀미디어는 16차 스쿨 지원과 함께 현지 교육 환경 개선에도 나설 계획이다. 엄 대장은 “좋은 생각을 가지면 좋은 일이 분명 이뤄진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산을 오르듯 한 걸음, 한 걸음 의미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의 ‘일타 강사’가 ‘대표 원장’이 됐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전임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직으로 팀을 맡아 2021∼2022시즌 정규리그 3위로 이끈 구나단 감독대행(40·사진)이 정식 감독으로 선임된 것이다. 신한은행은 22일 “구 감독을 승격시켜 3년 동안 팀을 맡긴다”고 발표했다. 이휘걸 코치도 구 감독과 함께한다. 캐나다 이민 교포로 대학 때까지 선수 생활을 했던 구 감독은 은퇴 후 한국에서 영어학원 강사 등을 하면서 지도자 꿈을 키워 왔다. 2019년 부임한 정상일 전 감독의 부름으로 코치로 영입돼 한국에서 첫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정 전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갑자기 사직하는 바람에 팀을 맡아 우려가 컸으나 기존 지도자들과는 다른 전술과 소통으로 선수들의 응집력을 끌어내며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에이스 김단비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팀 컬러는 확실하게 지키고 족집게 작전으로 맞춤 역할을 부여하면서 주전은 물론이고 비주전 선수들까지 전력에 가세했다. 리그 중반부터는 종전에 쓰던 전술을 역으로 바꿔 펼쳐보고 상대의 대응을 분석해 다음 경기에 활용하는 치밀함까지 과시하며 신한은행을 KB스타즈와 우리은행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3강 구도에 편입시켰다. 신한은행은 14승 11패로 정규리그 3위를 확보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사라진 공격 3인방 24골의 지분, 누가 메울까?’ 프로축구 K리그1에서 5연패를 이룬 전북과 함께 최강의 공력력을 자랑해왔던 울산이 이번 시즌 고난의 시험대에 올랐다. 2021시즌 전북(71골)에 이어 팀 득점 2위(64골)를 했던 울산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공격의 ‘차포’가 모두 팀을 떠났다. 2선 공격과 최전방 자리를 오가는 이동준(25·헤르타 베를린)과 이동경(25·샬케 04)이 독일 분데스리가로 이적했고, 193cm의 장신 스트라이커 오세훈(23)도 일본 J리그 시미즈 S펄스로 갑작스럽게 떠났다. 지난 시즌 3명이 만들어낸 공격 포인트는 24골 8도움. 팀 득점의 3분의 1 이상을 책임졌던 이들이 떠나면서 정밀 타격 능력의 저하가 불가피해졌다. 홍명보 울산 감독이 기대를 많이 걸었던 스트라이커 김지현(김천)마저도 군에 입대해 백업 공격수의 두께도 얇아졌다. 발재간이 좋은 미드필더 이청용 등으로 어떻게든 문전으로 진입하는 전술 소화 능력은 K리그1 12개 팀 중 가장 위협적이다. 다만 골 결정력이 이번 시즌 울산의 성적을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20일 안방 개막전인 김천과의 경기에서도 점유율 60%로 흐름을 압도했지만 전후반 20개의 슈팅이 골문을 빗나가며 0-0으로 비겼다. 지난 시즌 오세훈의 제공권과 이동준, 이동경의 수비 배후 공간 침투 등이 사라진 울산은 시즌 초반에는 지난 시즌 9골을 기록한 조지아 출신 바코(29)의 ‘발끝’을 기대한다.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갖는 제공권을 완전히 포기하고 좁은 공간에서 발아래 공 컨트롤과 2 대 1 패스, 골키퍼 타이밍을 뺏는 중거리 슈팅 능력이 좋은 바코를 가짜 최전방 공격수(제로톱)로 두고 수비를 흔들겠다는 계산이다. 홍 감독은 김천전에서 노련한 이청용을 측면 공격수에 배치해 바코와 짧은 패스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끌어내면서 반대편 전환을 통해 엄원상(23) 등의 공간 침투를 활용하는 전술 카드를 꺼냈다. 일본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아마노 준(31)도 바코와 수시로 위치 변경을 했고 아마노와 후반에 교체 투입된 윤일록(30)도 ‘제로톱’ 거들기를 했다. 특히 지난 시즌 광주에서 시즌 6골을 터뜨린 엄원상은 이동준을 대신해 실종된 ‘한 방’을 날리겠다는 각오다. 정든 친정 서울을 떠나 스승인 홍 감독의 부름에 화답한 박주영(37)은 컨디션이 올라오는 대로 벤치에서 조커로 대기한다. 중국 슈퍼리그(CSL) 산둥 루넝에서 임대로 데려온 브라질 출신 공격수 레오나르도(25) 역시 23일 자가격리가 끝난 뒤 울산 공격력의 물음표를 지우는 원톱으로 ‘지분 찾기’에 나설 예정이다. 울산으로선 일단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물량 공세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하고도 개최국 중국 선수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실격돼 금메달을 도둑 맞고 화제가 된 류 사오린(헝가리)은 ‘윙크 남’으로도 유명하다. 4년 전 평창 대회 쇼트트랙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기 직전 중계 카메라를 향해 눈썹을 만지고 윙크를 하는 세리머니를 보여 인기를 모았는데 이번에도 훈훈한 외모로 똑같은 동작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그러면서 사오린이 평창 때까지 사귀던 영국의 전 여자 쇼트트랙 대표 엘리스 크리스티에게 문자 메시지로 이별을 통보한 뒤 당한 ‘복수극’도 핫이슈가 됐다. 크리스티가 2019년 유럽 챔피언십 결선 경주 전 사오린의 세리머니를 따라한 뒤 엄지손가락을 내리며 ‘저격’한 중계 영상이 재조명된 것. “전 남자 친구(사오린)가 한국에서 눈 라식 수술을 받았고, 처음으로 나를 제대로 보게 됐다”고 비꼬면서 올린 크리스티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글도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였다. 공교롭게도 사오린의 라식 수술은 한국 역대 겨울올림픽 최다 금메달(4개) 기록을 갖고 있는 전이경 대한빙상연맹 이사가 도와준 것이다. 전 이사는 2016~2019시즌 싱가포르 쇼트트랙 대표팀을 맡으면서 시력이 안 좋은 선수들이 정상 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안과 전문의인 남편에게 부탁해 무료 수술을 해줬다. 사오린도 전 이사와 헝가리 쇼트트랙 대표팀 전재수 감독과의 인연, 그리고 한국을 좋아한 덕분에 수술을 받았다. 전 이사는 “당시 사오린과 크리스티에게 수술 의향을 물었는데 크리스티는 뿌옇게 보이는 상태로 스케이팅을 하는 게 좋다고 거절했다”며 웃었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빛 반사에 노출돼 시력이 나빠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전 이사는 “대부분 선수들이 평소에도 두꺼운 안경을 쓸 정도로 눈이 나쁘다. 렌즈를 껴도 금방 눈이 건조해진다. 상대 팔에 맞아 렌즈가 빠지기도 한다. 불편한 마음을 알기 때문에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남녀 계주에서 나란히 은메달을 획득한 ‘최고참’ 곽윤기(33)와 김아랑(27·이상 고양시청)도 평창 대회 전에 전 이사 남편에게 시력 교정 수술을 받고 확 트인 시야를 얻었다. 곽윤기는 이번 올림픽 남자 5000m 계주에서 스케이트 날이 망가진 상황에서도 끝까지 고비를 버텨내며 은메달을 지켜냈다. 김아랑은 2014 소치 때부터 3개 대회 연속 계주 메달을 획득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국 축구의 ‘월드클래스’ 손흥민(30·토트넘)의 순간 스프린트 능력을 동경하던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막내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 세계 최정상의 막판 스퍼트 능력을 뽐냈다. 정재원(21·의정부시청)은 19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마지막 바퀴 극적인 질주로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에 값진 메달을 안겼다. 17세에 출전했던 4년 전 평창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정재원은 개인전 첫 메달을 품에 안았다. 평창 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 ‘페이스메이커’로 10바퀴 이상 체력을 완전히 소진하며 선두 그룹과 경쟁을 해주고 이승훈(34·IHQ)의 초대 금메달을 도운 정재원은 이제 이승훈을 잇는 확실한 에이스가 됐다. 평소 손흥민의 토트넘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보는 ‘손흥민 마니아’인 정재원은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 4위답게 체력을 아끼는 레이스 운영을 하다가 마지막 바퀴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로 결승선을 향해 질주했다. 15바퀴째를 5위로 통과한 정재원은 치열한 상대 견제와 눈치작전에도 마지막 400m를 무려 23초40에 끊으며 2위로 들어왔다. 월드컵 1위이자 금메달을 딴 바르트 스빙스(벨기에)보다 조금 늦게 스퍼트 시동을 건 게 아쉬웠다. 스빙스와는 0.07초 차. 마지막 400m 기록만 보면 스빙스(23초47)보다 0.07초 빨랐다. 결승선이 5m만 더 멀리 있었더라면 추월도 가능했다. 당분간 세계 매스스타트는 정재원과 스빙스가 물고 물리는 ‘쌍두마차’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빙스가 31세이기 때문에 4년 후 올림픽에서는 정재원이 더 기대된다. 정재원은 “페이스메이커로 성장했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가 있었다. 스빙스를 계속 쫓아가는 작전을 썼는데 잘됐다”며 기뻐했다. 먼저 치고 나가는 선수들을 바짝 쫓아가면서 마지막 스퍼트를 올린 경기 운영에도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승훈의 동메달도 값지다. 이승훈은 사격의 진종오(금 4, 은 2), 양궁의 김수녕(금 4, 은 1, 동 1)과 함께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6개·금 3, 은 2, 동 1)을 획득한 ‘올림픽 전설’ 반열에 올랐다. 겨울 종목에서는 이승훈이 독보적이다. 쇼트트랙에서 전향해 2010년 밴쿠버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은메달을 따낸 이승훈은 1만 m에서도 올림픽 기록을 갈아 치우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전성기를 누렸다. 4년 뒤 소치에서는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에서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 과거처럼 장거리 종목에서 메달 사냥이 어렵다고 보고 당시 신설된 매스스타트에 집중해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팀추월에서도 후배인 김민석(23·성남시청), 정재원과 호흡을 맞춰 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승훈의 도전은 계속된다. 정재원조차 “이번 올림픽에서 승훈이 형이 조언을 많이 해줬고, 다양한 전략을 풍부하게 배웠다”며 존경심을 보였다. 이승훈은 평창 대회 이후 후배 폭행 논란으로 자격정지 1년을 받고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에 복귀했던 아픔도 동메달로 씻어냈다. 이승훈은 19일 경기 후 “마지막 올림픽이 아니다”라며 “이제는 운동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즐겁다. 선수 생활을 당분간 할 것 같다. 내가 가르치는 것보다 후배들과 트랙을 함께 타주는 게 더 좋을 듯하다. 4년 뒤 내가 올림픽에 나오면 안 될 것 같다. 하지만 안 되면(후배들이 나를 못 넘는다면) 가겠다”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10년 이상 세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단거리를 접수했던 한일 ‘빙속 여제’ 이상화(33)와 고다이라 나오(36)의 돈독한 우정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으로 현장에 간 이상화가 19일 고다이라를 만나 회포를 풀었다. 이상화는 고다이라가 500, 1000m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동안 일부러 만남을 자제했다가 재회를 하고 뜨겁게 끌어안아줬다. 이상화는 이번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17위에 그친 고다이라의 경기를 보고 마치 자신이 경기하는 듯 감정 이입하며 눈물을 쏟아냈고, 고다이라는 중계석의 이상화를 찾으며 한국말로 “상화, 잘 지냈어? 보고 싶었어”라고 진한 우정을 보여줘 한일 팬들뿐만 아니라 세계를 감동시켰다. 이상화가 중학생이던 시절부터 이어진 인연이다. 이상화가 2010년 밴쿠버와 2014년 소치 여자 500m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8 평창에서는 고다이라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둘의 우정은 변치 않고 있다. 이상화는 첫 만남 때부터 ‘센파이(선배)’가 아닌 ‘나오’라고 편하게 불렀고 고다이라는 그런 이상화를 귀여워해주며 오랜 시간 서로를 응원했다. 이상화는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같이 있던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고다이라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상화의 응원 덕분에 조금 희망이 보였다. 상화와 팬들 앞에서 스케이트를 잘 탈 수 있겠구나 싶어 출전을 하게 됐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상화는 고다이라에게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자신을 여유 있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서로 얼굴을 맞대고 ‘셀카’를 찍었다. 이상화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뒤 “4년 만에 재회. 보고 싶었잖아!!! 영원한 라이벌이자 동료였던, 그리고 나를 평창 겨울올림픽 때까지 갈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자 버팀목이었던 영원한 내 친구 올림픽 챔프”라는 글을 올리며 진한 애정을 또 한 번 보여줬다. 고다이라는 한국어로 “드디어 만났네. 기뻤어”라고 첫 답글을 남겼다. 키얼트 나위스(네덜란드) 등 세계적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들도 글을 남기며 기뻐했다. 이상화는 다시 “우리의 다음 ‘플랜’은 디즈니랜드야”라고 화답했다. 평소 디즈니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상화는 4년 전 평창 올림픽이 끝난 직후에도 만나 셀카를 찍으며 도쿄 디즈니랜드를 가자고 약속했었다. 고다이라도 바로 자신의 SNS에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서로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되면 한국이나 일본에서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함께 재밌게 보내고 싶다”고 적으며 ‘찐우정’을 과시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