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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게 느껴지지만 우리와 뗄 수 없는 중동. 그 생생한 현장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핫스팟’ 중동의 모습을 쉽고, 재미있게 또 의미를 담아 알려 드리겠습니다.‘세습 독재자’, ‘시리아의 도살자’, ‘북한 김정은과 가까운 정상’….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설명할 때 많이 쓰는 표현이다.2000년 아버지로부터(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 권력을 물려받은 알 아사드는 2011년 내전에 휩싸인 시리아에서 반대 진영에 속하는 자국민을 잔혹하게 학살한 것으로 전세계적 유명세를 탔다.알 아사드는 그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백 명을 숨지게 했다. 반정부 인사에 대한 납치, 고문, 암살, 반군 장악 지역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공격은 더 이상 특별한 일로 여겨지지도 않았다. 국제사회에서 아랍 국가(22개)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로 ‘아랍판 유엔’으로도 불리는 아랍연맹(Arab League)이 2011년 11월 시리아를 퇴출시킨 이유다. 유엔 등에 따르면 내전 발발 뒤 시리아 인구 약 2200만 명 중 약 50만 명이 사망했다. 시리아를 떠나 이른바 ‘전쟁 난민’이 된 사람은 550만 명이 넘는다.알 아사드 정권의 잔혹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으로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화학무기 공격이 꼽힌다. 알 아사드 정권은 2013년 여름 화학무기로 반군 장악 지역을 공격해 민간인 1400여 명을 숨지게 했다. 2017년과 2018년에도 화학무기로 반군 지역을 수차례 공격했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정치‧경제연구실장은 “인권 감수성이 높다고 볼 수 없는 아랍 국가들도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알 아사드 정권의 만행에 경악했고 시리아에 대한 제재에 적극 동참했다”고 말했다.하지만 알 아사드는 살아남았다. 아니 건재하다. 그는 러시아와 이란의 도움으로 지난 10년 동안 반대 세력을 제압했다. 그리고 7일(현지 시간) 아랍연맹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회의 때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를 결정했다. 알 아사드가 이끄는 시리아의 국제무대 복귀가 시작된 것이다.●사우디, 시리아의 아랍연맹 퇴출 주도했지만 알 아사드가 ‘승자’란 현실 인정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를 주도한 건 ‘아랍의 맹주’, ‘아랍의 큰 형’ 격인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는 19일 자국 제다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리아를 복귀시키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펼쳐왔다.2월 튀르키예(터키) 남서부와 시리아 북서부에서 규모 7.8의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사우디는 시리아를 도왔다. 시리아 내전 발발 뒤 사우디가 시리아를 지원한 건 처음이었다. 지난달에는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교장관과 파이살 메크다드 시리아 외교장관이 각각 12년 만에 양국을 서로 방문해 외교 관계 정상화와 항공 운항 재개를 논의했다.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가 결정되고 이틀 뒤 두 나라는 대사관을 11년 만에 다시 열기로 합의했다. 현재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알 아사드가 이번 아랍연맹 정상회의 때 참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중동 외교가에선 최근 시리아를 향한 사우디의 행보를 이례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인다. 사우디는 2011년 시리아의 아랍연맹 퇴출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또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뒤에는 반군을 지원했다. 반군의 중심 세력이 같은 종파인 수니파였고, 알 아사드는 시아파(이란이 중심국인 종파)의 분파인 알라위파란 게 큰 이유였다. 미국이 알 아사드 정권에 극도로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우디가 반군 편에 섰던 이유다.이처럼 사우디가 이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건 시리아 내전의 최종 승자가 결국 알 아사드란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3월 중국 중재 아래 베이징에서 7년 간 단교 상태였던 지역 라이벌 이란과의 외교 관계 정상화를 결정하는 등 ‘광폭 외교’에 나서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의 또다른 파격 조치란 평가도 나온다.●사우디, 이란, 튀르키예 ‘중동 빅3’, 시리아의 지정학적 가치 포기 못해무엇보다 사우디로서는 시리아를 더 이상 불안정한 상태, 특히 ‘앙숙’, ‘라이벌’ 이란의 영향력 아래 두는 건 곤란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비록 외교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사우디-이란 관계는 정치체제(사우디는 왕정, 이란은 신정공화정)와 종파 차이로 결코 편안할 수 없다).알 아사드 정권은 2011년 내전이 발발하자 ‘반미 국가’이며 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이란과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란과 러시아는 튀르키예, 이라크, 이스라엘, 레바논, 요르단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동시에 지중해도 접하고 있는 시리아의 지정학적 가치에 매료됐다. 이란과 러시아가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한 배경이다. 두 나라 모두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교두보로 시리아를 본 것.이란과 러시아의 군사 지원 덕에 알 아사드는 반군을 물리쳤다. 러시아는 공군력을 중심으로 반군 장악 지역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주도했다. 러시아군의 공습 중 많은 수는 민간인과 군인을 구별하지 않는 이른바 ‘융단폭격’이었다. 이란은 국가 최고지도자(시아파 최고 성직자)가 직접 관리하는 정예부대로 이란 사회에서 ‘정부 위의 정부’로 인식되는 혁명수비대(IRGC)의 특수부대를 시리아에 파견했다. 혁명수비대는 시리아의 시아파 민병대를 지원하며 지상군 전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특히 이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면서 시리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과 달리 시리아에 계속 공을 들여왔다. 이란에게 시리아는 이라크에서 시작돼 레바논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시아파 벨트 전략’의 중간 지점이다.이처럼 지정학적 가치가 높고 같은 아랍 국가인 시리아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10여 년 간 계속 커져온 게 사우디로서는 당연히 내키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우디로서는 반군을 지원했던 과거가 있어 아무렇지도 않게 알 아사드 정권과 화해를 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그러나 이란과의 외교 관계 정상화란 데탕트(긴장 완화) 무드는 지난 12년 간 엉망이었던 시리아와의 관계 복원에 나설 수 있는 기회였다. ‘이란과도 화해를 지향하는 데, 시리아와 못할 게 뭐가 있느냐’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아프리카‧중동연구부장(교수)은 “사우디로서는 시리아에 대한 전략을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는 명분과 모멘텀이 생긴 것”이라며 “경제 지원을 통해 시리아 재건 사업을 돕고, 이란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절호의 계기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반면 이란은 최근 사우디의 움직임과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가 반갑지 않다. 물론 이란이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3일과 4일 이란 대통령으로서는 12년 만에 에브라힘 라이시가 시리아를 방문한 건 예사롭지 않다. 이란 역시 변화하는 시리아 상황을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시리아 내전에서 역시 반군을 지원했고, 사우디와 이란과 중동 지역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튀르키예도 바빠졌다. 튀르키예는 1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이란, 튀르키예, 시리아 외교장관 회의 때 시리아와 별도 회담을 가졌다.튀르키예는 자국 국민의 약 20%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 운동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시리아를 예의주시한다. 시리아 북부 지역에도 반튀르키예 성향, 분리 독립을 지지하는 쿠르드족이 대거 거주하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는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서도 2019년 10월 시리아 북부 지역 쿠르드족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진행했고 군대를 시리아에 주둔시키고 있다.●알 아사드의 아랍연맹 복귀 미국도 못 막아결과적으로, 알 아사드로서는 중동 나아가 이슬람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세 나라를 상대로 외교적 지렛대를 활용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정확히는, 독재자였던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뒤 잔인하게 자국민을 탄압하며 아랍권에서조차 고립됐던 알 아사드에게 중동의 강대국들이 먼저 다가서고 적극 대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리고 알 아사드는 자연스럽게 국제무대에 복귀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알 아사드의 복귀는 미국에게도 당혹스럽다. 미국은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를 주도했었다. 아랍연맹 복귀 결정에도 노골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최근 미국 국무부는 “시리아는 아랍연맹에 복귀할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동 주요 국가들이 미국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만 다시 한번 확인했다.한 중동 외교 소식통은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는 사우디를 중심으로 아랍 주요 국가들이 미국의 석유 증산과 중국, 러시아와의 거리두기 같은 요청을 따르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며 “미국과의 관계를 포기하진 않겠지만 과거처럼 미국에 의존할 생각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아랍권, 마약과 난민 문제 해결 위해서도 시리아 복귀시켜야 한다고 판단사우디 등 아랍 국가들이 마약과 난민 같은 자국 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에 적극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뉴욕타임스(NYT)와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사우디는 시리아에서 생산돼 중동 주요 국가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는 마약인 ‘캡타곤’의 확산을 막는 데 관심이 많다. 캡타곤은 2014~2017년 시리아와 이라크 일대에서 국가 수립을 선포했던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전투요원들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대량 생산한 마약으로 알려져 있다. ‘전투 마약’, ‘IS 마약’, ‘지하드(이슬람에서 성전을 의미) 마약’ 등으로 불리는 데 가격이 저렴해 중동 전역에 퍼지고 있다. 알 아사드 정권이 캡타곤의 생산과 유통을 눈감아 주고 있고, 오히려 배후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이스라엘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요엘 구잔스키 수석연구위원과 카르밋 발렌시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중동의 데탕트 시대 : 재개된 사우디와 시리아 관계’ 보고서에서 “캡타곤 확산은 이란에 대한 위협처럼 아랍권 전체가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문제”라며 “사우디가 시리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등은 자국에 대규모로 넘어온 시리아 난민들을 다시 돌려보내는 데 관심이 많다. 가뜩이나 경제 사정이 안 좋은데 시리아 난민들까지 지속적으로 감당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시리아 난민들로 인한 일자리 부족과 범죄 증가도 심각한 문제다.이수정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책임연구원(중동학)은 “아랍 국가들이 마약,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선 시리아가 고립돼 있는 것보다는 아랍연맹이란 국제무대에 정식으로 복귀한 뒤 본격적으로 세부 협상에 들어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시리아에게 복귀를 명분으로 캡타곤과 난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고 요구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북한과 가장 가까운 나라, 정상들 간 친분도 두터워…한국과는 미수교 상태중동 정세와 직접 연관된 건 아니다. 하지만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를 계기로 북한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궁금해진다. 북한과 시리아의 ‘특수관계’ 때문이다.일단 두 나라 사이에는 세습 독재, 비참한 국민들의 상황, 국제사회의 불신 등 공통점이 많다. 정상들 간의 개인적 친분도 특별하다. 알 아사드의 아버지 하페즈는 살아 있을 때 김일성 주석과 가까웠고 북한을 방문한 적도 있다. 북한은 1967년과 1973년 아랍권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치를 때 시리아와 이집트에 공군 조종사 등 군인들을 보냈다. 전쟁을 같이 경험한 ‘혈맹’인 셈. 1990년대, 2000년대 들어서는 미사일 개발 등에서도 서로를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아랍연맹 소속 22개국 중 유일하게 한국과 수교를 안 한 나라가 시리아다(시리아를 제외하면 쿠바와 코소보가 아직 한국과 수교를 안 했다). 중동 외교가에선 북한과의 친분 때문에 시리아가 한국과의 수교에 특별한 관심이 없다는 게 정설로 여겨진다. 이집트의 경우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1928~2020년‧1981년~2011년 대통령 재임)은 김일성이 살아 있을 때는 한국과 수교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일성이 1994년 사망하자 이듬해 한국과 수교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알 아사드는 자주 서한을 주고받는 사이다. 2월 대지진 때도 김정은은 시리아에 위로 서한을 보냈다. 북한의 ‘태양절(김일성 생일)’과 시리아의 독립 기념일 같은 때도 두 정상은 축전을 주고받는다. 만약 알 아사드가 19일 사우디 제다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면 김정은은 그의 ‘국제무대 복귀’를 환영 및 축하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전달할까.이세형 기자‧전 카이로 특파원 turtle@donga.com}

멀게 느껴지지만 우리와 뗄 수 없는 중동. 그 생생한 현장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핫스팟’ 중동의 모습을 쉽고, 재미있게 또 의미를 담아 알려 드리겠습니다. “한국 국민이 우리 국민이다(Your people are our people).” 무력 분쟁에 휩싸인 수단에서 한국 교민 28명을 철수시킬 때 칼둔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보낸 메시지다. UAE는 23(현지 시간‧수단 수도 하르툼 출발)~25일(경기 성남 서울공항 도착) 진행된 수단 내 한국 교민 구출을 위한 ‘프로미스(Promise‧약속) 작전’ 때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UAE는 시시각각 변하는 수단 정세 정보를 한국에 제공했다. 하르툼에서 한국 공군의 C-130J 수송기가 도착한 홍해의 항구도시 포트수단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것을 제안한 것도 UAE였다. 한국 교민들은 하르툼을 탈출하기 전 현지 UAE 대사관저로 이동해 잠시 머물기도 했다. 또 UAE는 탈출에 필요한 차량 섭외와 경호에도 도움을 줬다. 특히 UAE는 현재 무력 충돌 중인 수단 정부군과 반군(신속지원군·RSF) 측에 모두 ‘한국 교민의 이동을 막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일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싱크탱크인 킹파이잘 이슬람연구센터의 조셉 케시시안 수석연구위원은 “UAE는 수단에서 영향력이 큰 나라”라며 “한국으로서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을 만큼 가까운 우방국(UAE)의 도움을 받는 게 적절한 전략이었다”고 말했다.최근 뉴욕타임스(NYT)는 UAE,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 같은 나라들이 안보, 경제 측면에서 수단에 관심이 많고 이중 수단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는 UAE라고 전했다. UAE는 어떤 이유에서 수단 내 영향력 키우기에 공을 들였을까. 또 UAE가 수단에서 영향력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 ● ‘식량 안보’ 차원서 일찌감치 수단에 주목 UAE의 수단에 대한 관심은 1989년부터 2019년까지 수단을 통치했던 독재자 오마르 알 바시르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국토가 사실상 사막이며 면적도 한국의 약 83.4%에 불과한 UAE는 원유와 천연가스는 풍부하지만 대규모 식량 생산은 불가능하다. 주요 식량 대부분을 미국, 호주, 유럽, 인도 등으로부터 수입해왔다. 가까운 지역에서 직접 안정적으로 식량을 생산하는데 관심이 많았던 UAE는 같은 아랍권이며 동아프리카의 지정학적 요충지로 꼽히는 수단에 주목했다(UAE는 한국과의 경제 협력에서 스마트팜 등 식량 생산 관련 기술에도 많은 관심을 가진다). 수단은 다른 아랍 국가와 달리 대규모 식량 생산과 목축이 가능한 땅을 보유하고 있다. 아랍권에서 가장 농업 발전 가능성이 큰 나라로 꼽힌다. 국제사회에서 아랍 국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로 ‘아랍판 유엔’으로 불리는 아랍연맹(AL·Arab League) 산하 아랍농업개발기구(AOAD·Arab Organization for Agricultural Development)의 본부가 하르툼에 자리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수단에서 아랍 언어와 문화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종도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장은 “수단은 농지나 목초지로 활용 가능한 땅이 풍부할 뿐 아니라 토양도 우수해 작물의 생산성이 높다”며 “1980년, 1990년대 현지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캐나다와 일본 기업들이 수단 농업의 발전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다양한 연구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극심한 정세 불안만 아니었으면 글로벌 농업, 식량 기업들의 수단에 대한 투자도 계속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UAE가 지원 줄이자 30년 수단 독재 정권도 붕괴 알 바시르 집권 시절 UAE는 수단에 재정 지원과 함께 원유와 비료 등을 공급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비록 알 바시르가 UAE가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무슬림형제단(근본주의 이슬람 사상을 강조하며 왕정에 부정적인 정치단체)과 이란과도 가까운 관계였지만 UAE는 수단에 대해 우호적인 스탠스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7년 6월 UAE가 사우디와 함께 주도한 ‘카타르 단교사태’ 때 수단이 중립을 취하면서 UAE와 알 바시르 정권 관계는 악화된다. 카타르 단교는 카타르가 이란과 무슬림형제단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UAE, 사우디, 바레인, 이집트가 카타르와의 경제‧외교 관계를 일시에 중단한 사태로 2021년 1월까지 이어졌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중동정치프로젝트(POMEPS)가 최근 발행한 ‘수단에서 UAE와 사우디가 벌이는 거대한 게임’에 따르면 수단은 카타르 단교사태로 인한 갈등이 한창이던 2018년 3월 UAE와 카타르로부터 동시에 재정 지원을 받는다. 알 바시르의 노골적인 ‘양다리 외교’에 분노한 UAE는 수단에 대한 원유 공급 등 각종 지원을 중단했고, 수단 경제는 급격히 악화됐다.심각한 경제난 속에서 국민들의 불만은 폭발하고 대규모 반정부 시위도 확산된다. 그리고 2019년 4월 알 바시르는 권좌에서 물러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UAE의 경제 지원 중단이 독재자 알 바시르의 30년 독재를 무너뜨린 것이다. ● 부르한과 다갈로 진영에 모두 지원 알 바시르가 쫓겨난 뒤, 현재 무력 충돌 중인 수단 정부군 지도자 압델 팟타흐 부르한과 RSF의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가 권력의 중심에 오른다.UAE는 공식적으로는 중립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상 다갈로 진영을 적극 지원했다. 그 결과 RSF는 군인들을 사우디와 UAE가 주도한 예멘 전쟁에 지상군으로 파견했다. 사실상 용병이었고, 군인들의 월급 등 각종 파병 비용은 UAE가 부담했다. 또 다갈로는 수단의 주요 금광을 장악하고 UAE에 금을 수출해 왔다. 다갈로와 측근들이 UAE에 개인 자산을 옮겨놓았다는 의혹도 있다. 하지만 UAE가 부르한 진영을 모른 척한 것도 아니다. 부르한 진영에도 재정 지원을 했다. 또 UAE는 부르한이 수단 주권위원회 의장으로 사실상의 국가수반 역할을 할 때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이스라엘과 수단은 2020년 10월 외교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고 부르한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기도 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UAE는 수단 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다갈로와 부르한 진영에 모두에 보험을 들었고, 두 진영 역시 생존하기 위해선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다갈로와 부르한 진영 모두 UAE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길 희망하고, UAE의 요청에는 긍정적으로 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주변국서 반왕정 세력 영향력 커지는 것에 민감 군사, 안보 측면에서도 UAE는 수단에 계속 관심을 가져왔다. 앞으로도 수단 내 정치 상황에 대한 UAE의 관심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UAE는 부족 갈등과 군벌 간 충돌이 자주 발생해 정세가 불안한 수단에 무슬림형제단 같은 반왕정 성향의 정부나 무장 정치단체가 들어서는 것을 막고 싶어 한다. UAE, 사우디, 바레인 등 아라비아반도의 아랍 왕정 산유국들은 1979년 이슬람교 시아파 지도자들이 중심이 돼 왕정을 붕괴시키고 신정공화정 체제를 수립한 ‘페르시아의 후예’ 이란을 극도로 경계한다. 정확히는 이란의 “부패한 왕정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혁명 메시지 수출 전략’을 경계한다. UAE 입장에선 아라비아반도 동쪽(이란)에 이어 서쪽(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왕정에 위협적인 세력이 영향력을 키우는 건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것. 이수정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책임연구원(중동학)은 “중동의 허브 역할을 하며 정치, 경제 영향력을 키워나가길 희망하는 UAE에게 가장 중요한 건 왕실과 지역 정세의 안정”이라며 “UAE가 막대한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정세 불안을 겪는 주변국의 내부 정치에 개입하려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UAE가 후티 반군(시아파 계열로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음)과 내전을 치르고 있는 예멘 정부군(수니파)을 2015년부터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도 반왕정, 반수니파 세력이 자리 잡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예멘은 UAE의 핵심 우방국인 사우디와 긴 국경선을 맞대고 있다. 국경선을 맞대고 있진 않지만 UAE와도 지리적으로 가깝다. 한 외교 소식통은 “UAE는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 아라비아반도 북부의 나라들에서 이란의 정치, 군사 영향력이 커진 것만으로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UAE 입장에선 서쪽의 수단, 남쪽의 예멘에서도 왕정에 부정적이거나 이란의 우호적인 세력이 힘을 키우는 것을 그냥 둘 수 없다”고 말했다. UAE는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아랍국가에서의 독재 반대 운동)의 영향으로 2011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축출한 뒤 내전에 휩싸인 리비아에도 적극 개입해 왔다. 수도 트리폴리와 서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의 통합정부(GNA)와 동부 지역을 장악한 세속주의 군벌 리비아국민군(LNA) 사이의 갈등에서 UAE는 LNA를 지원하고 있다. 사우디도 LNA를 지원 중이다. 반대로 이란과 더불어 사우디의 핵심 라이벌 국가로 꼽히는 튀르키예는 GNA를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정세 불안을 경험하고 있는 주변국에 적극 개입하는 UAE의 전략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장 센터장은 “UAE가 오일달러와 외교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자국 이익을 보호하고 지역 내 영향력을 키운다는 이유 아래 주변국 개입에 너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이런 전략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은 커지고, 적대적 진영의 테러 등 안보 리스크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멀게 느껴지지만 우리와 뗄 수 없는 중동. 그 생생한 현장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핫스팟’ 중동의 모습을 쉽고, 재미있게 또 의미를 담아 알려 드리겠습니다.이슬람교의 성월(聖月) ‘라마단’이 23일(현지 시간‧종료일은 다음 달 21일) 시작됐다. 라마단은 아랍어로 ‘더운 달’이라는 뜻이다. 또 이슬람력 9번째 달을 의미한다. 창시자 무함마드가 신에게서 ‘쿠란(이슬람교 경전)’의 계시를 받은 신성한 시기로 여겨진다. 무슬림들은 라마단 기간 중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철저히 금식(물 마시기와 흡연도 금지)과 금욕을 해야 한다. 라마단 때 금식은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다. 해가 진 뒤에는 마음껏 음식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주변 사람과의 다투거나, 시기, 질투, 음란한 생각 등을 해서는 안 된다. 라마단 기간 중에는 너그러움, 나아가 화해, 용서, 평화를 강조한다. 무슬림들은 “라마단 때는 전쟁도 중단하는 게 옳다”고 입을 모은다.● 극우 네타냐후 총리 재집권 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 고조돼…예루살렘은 라마단 시작에 ‘초긴장’하지만 이슬람교의 3대 성지(메카, 메디나, 예루살렘) 중 하나이며 동시에 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란 뜻인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는 라마단을 맞아 긴장이 감돈다.‘극우 성향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1996년 6월~1999년 7월, 2009년 3월~2021년 6월에도 총리로 재임‧역대 이스라엘 총리 중 가장 길게 재임)가 지난해 12월 말 1년 반 만에 총리직에 복귀한 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고조돼 왔기 때문이다. 라마단 시작 일에도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툴캄 여단의 지도자로 알려진 20대 남성을 사살해 긴장은 더욱 고조된 상황.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89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망했다. 이스라엘 정부도 팔레스타인인의 공격으로 14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국민 다수가 믿는 유대교의 성지이기도 하다(기독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동시에 예루살렘의 동부(동예루살렘으로 주로 불림)는 주민 다수가 무슬림이며 아랍계인 팔레스타인의 자치 지역이다. 두 진영 간 충돌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불안 지대’인 것. 특히 올해 라마단은 고대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유대인들이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유대교(이스라엘의 국민 다수가 유대교)의 명절 ‘유월절(다음달 5~22일)’과 겹친다. 두 진영을 중재해 온 미국, 이집트, 요르단이 주도해 20일 이집트 홍해의 유명 휴양 도시 샤름엘셰이크에서 평화 중재 회의가 열린 것도 현재 예루살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 나라의 중재 아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라마단과 유월절을 앞두고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가 ‘지켜지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 팔레스타인 영토 줄이는 ‘정착촌 확장’에 대한 분노 커 무엇보다 네타냐후 정부가 다시 출범한 뒤 팔레스타인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유대인 정착촌 확장’ 움직임이 강도 높게 진행돼 왔다. 이스라엘 보수 진영이 적극 지지하는 유대인 정착촌 확장은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에 유대인들의 집단 정착을 장려 및 지원하는 정책이다. 말 그대로 이스라엘의 영토 확장이며 동시에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 줄이기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물론이고 하마스 같은 무장 정치단체들도 가장 위협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스라엘의 도발이다. 유엔 등 국제기구도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장을 불법으로 규정짓고 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정착촌 확장을 주요 정책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말 총리 취임 선서 때도 정착촌 확장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최근까지도 이스라엘 정부와 의회는 그동안 폐쇄됐거나 중단됐던 정착촌을 다시 개발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이런 이스라엘의 움직임에 라마단 이틀 전인 21일 마이클 헤르초크 주미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나타냈다.그러나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됐고,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사법부 무력화 법안(의회 과반 이상이 동의하면 대법원의 확정 판결도 뒤집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 포함)’을 추진하다 심각한 반대에 직면한 네타냐후 총리가 정착촌 확장이란 ‘돌파구’를 포기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라마단 전날인 22일에도 성명을 통해 “사마리아(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식 표현) 북부에 유대인 거주를 막아온 차별적이며 굴욕적 법안에 마침표를 찍었다”며 정착촌 확장 의지를 다시 한번 나타냈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한국이스라엘학회장)는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정착촌 확장 정책에 계속 힘을 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라마단 기간 중 팔레스타인과 충돌이 발생하면 오히려 평소보다 더욱 강경한 대응으로 관심을 돌리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팔레스타인을 자극하는 ‘망언’도 계속되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의 핵심 인사로 역시 극우 성향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은 20일 노골적으로 팔레스타인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CNN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인 스모트리히 장관은 한 행사에서 “누가 팔레스타인의 첫 번째 왕이었나? 팔레스타인인들의 언어는 무엇인가? 팔레스타인 화폐라는 게 있었나? 팔레스타인 역사와 문화가 있나? 없다. 팔레스타인 사람 같은 건 아예 없다”고 말했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지난달 서안지구 후와라 지역에서 유대인 정착촌 주민들과 팔레스타인인들이 충돌하자 “팔레스타인 마을을 없애야 한다”는 발언으로 이미 국제적으로도 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재무부를 이끌며 정착촌 건설 업무도 담당한다. 당연히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 2018년과 2021년 라마단 때도 대규모 유혈사태 경험 라마단 기간 중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우려하는 배경에는 ‘과거의 경험’도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2018년과 2021년 라마단 때 대규모 유혈사태가 있었다. 2018년에는 라마단 시작 이틀 전인 5월14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조치가 있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수도로 삼고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경제중심지인 텔아비브에 대사관을 두고 있다. 한국도 그렇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에서 중립적인 모습을 보이려는 취지다. 당시 미국의 주이스라엘 대사관 이전은 이스라엘 건국일(5월15일)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담은 의미도 있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적국의 건국일과 자신들의 최대 명절인 라마단 직전에 벌어진 ‘나크바(아랍어로 대재앙이란 뜻이며 이스라엘 건국을 이슬람권에서는 자주 이렇게 표현)’였다. 실제로 하마스의 활동 중심지인 가자지구에서는 이날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이스라엘군에 의해 40명이 넘게 사망했다. 당시 미국에서도 “라마단 직전에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건 노골적으로 팔레스타인, 나아가 아랍권 전체를 자극하는 조치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2021년 라마단 때는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인 하람 알 샤리프(일명 템플마운튼)를 방문하려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스라엘 당국이 막으며 대규모 충돌이 발생했다. 당시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편, 이번 라마단을 맞아 긴장이 감도는 지역은 예루살렘 외에도 여러 곳이 있다. 지난달 큰 지진으로 5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튀르키예와 시리아,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레바논, 이집트, 이란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일각에선 라마단을 계기로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나 지도자에 대한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저녁 시간 때 모스크(이슬람교 회당)와 가정에서 대규모 모임이 이어지는 라마단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전 카이로 특파원 turtle@donga.com}

‘세계의 화약고’ 중동이 시끄럽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때문이다. 다행히, 전쟁 혹은 충돌은 아니다. 두 나라의 화해 소식으로 중동이 들썩이고 있다.중동의 대표적인 강국으로 다양한 부문에서 충돌해 온 사우디와 이란은 10일(현지 시간) 7년 만에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다. 주요 외신들과 사우디와 이란 매체들에 따르면 두 나라는 6~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정부의 중재 아래 대화를 나눴고 2016년 1월 단절됐던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다. 또 두 달 안에 대사관을 다시 열기로 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2016년 1월 사우디가 자국 내 시아파 고위 지도자들을 대거 체포하고, 일부에 대해선 사형을 집행하자 이란 내 보수 시아파 세력이 주이란 사우디 대사관과 총영사관을 공격하며 ‘단교 사태’를 맞이했다. 그 뒤 두 나라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로를 비난해 왔다. 서로를 겨냥한 안보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중동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두 나라가 외교 관계를 회복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국제사회는 ‘환영 메시지’를 내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와 이란이 정말 갈등을 접고 정상적인 이웃 국가로 자리매김할지에 대해선 적잖은 의문이 남는다. 두 나라 간의 갈등이 구조적으로 워낙 깊고, 쉽게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수니파와 시아파, 왕정과 신정공화정…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먼 두 나라 사우디와 이란은 중동에서 ‘앙숙’, ‘라이벌’, ‘불편한 이웃’으로 통한다. 걸프만(이란에서는 페르시아만, 사우디 등 아랍권에서는 아라비아만으로 호칭)이란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두 나라는 여러 측면에서 앙숙이 되기 좋은 조건을 지녔다.일단 종교에서부터 사우디는 이슬람교 수니파(무슬림의 85~90%가 수니파), 이란은 시아파의 종주국이다. 이른바 수니파와 시아파 간 심각한 갈등이 벌어질 때 두 나라는 일정 부분 자동적으로 개입될 수밖에 없다. 또 사우디는 아랍의 중심국이지만 이란은 페르시아의 후예로 인종, 언어, 문화가 다르다. 사우디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가까웠던 반면 이란은 북한과 더불어 대표적인 반미국가로 꼽힌다. 지금도 이란은 러시아와 중국 등 반미 성향 국가들과 더 가깝다.가장 큰 차이는 정치체제에서 나타난다. 사우디는 국왕을 중심으로 한 왕정, 이란은 시아파 최고지도자(알라의 증거라는 의미를 지닌 아야톨라로 호칭)와 대통령이 중심이 되는 신정공화정 체제다. 중요한 건 이란도 원래는 왕정 국가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1979년 시아파 지도자인 루홀라 호메이니가 중심이 돼 팔레비 왕정을 무너뜨렸다. 사우디로서는 이란이 종파, 문화, 외교안보 전략에서 자신들과 다르다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부패하고 무능했던 왕정을 무너뜨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게 가장 두렵다. 특히 이란이 자신들의 ‘혁명 경험’을 시아파 인구가 많고, 정세가 불안한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예멘 같은 사우디 인근 나라의 현지 시아파 무장 정치단체, 언론사, 종교지도자 등을 지원하며 전파해 왔다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1981년 5월 사우디가 주도해 같은 정치(왕정), 경제(석유와 천연가스 중심), 종파(수니파) 체제를 지닌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과 정치‧경제 연합체인 걸프협력회의(GCC)를 구성한 것도 이란에 공동으로 대응하려는 목적이 가장 컸다. 또 2017년 6월 카타르에 대해 사우디, UAE, 바레인이 외교관 추방, 영토와 영공 폐쇄, 무역 중단 등을 결정하는 ‘단교 조치’를 취한 핵심 이유 중 하나도 카타르가 이란과 가깝게 지냈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걸프만의 세계 최대 해상 천연가스전을 이란과 공유하기 때문에 이란과 가깝게 지낼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사우디와 이란은 현재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예멘에서 사실상의 대리전도 치르고 있다. 사우디는 예멘 정부군을, 이란은 시아파 계열인 후티 반군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 사우디, 석유시설 밀집한 동부 지역에 대한 이란의 도발이 두려워사우디 자체도 이란의 혁명 사상 전파 지역 중 하나다. 이란은 사우디에서 시아파 인구 비율이 높고, 이란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부 지역을 집중 공략 대상으로 여겨왔다. 소수파로서 차별받는 사우디 시아파들을 자극하는 건 이란으로서는 앙숙인 사우디를 흔드는 좋은 전략이다. 사우디 정부는 자국 내 시아파들의 대규모 시위 등이 벌어질 때마다 배후가 이란 정부라고 주장해 왔다.사우디의 동부 지역은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본사, 연구 및 생산 시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또 사우디의 담수화 시설과 전력 생산 시설도 동부에 대거 자리 잡고 있다. 사우디로서는 자국 경제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이다.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사우디와 이란 간의 대규모 군사 충돌이 벌어지면 이란의 미사일이 대거 사우디 동부를 강타할 수 있고, 이 경우 사우디의 피해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담수화와 전력 시설이 공격받을 경우 국가 운영과 국민 생활이 마비될 수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사우디는 2019년 9월 동부 지역이 이란으로부터 공격 받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경험했다. 후티 반군이 이란으로부터 지원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아람코의 아브까이끄의 원유 탈황·정제 시설을 공격해 사우디의 일일 원유 생산량이 정상 수준의 절반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사우디 안팎에선 비교적 소규모 공격이었는데도 석유 생산에 큰 차질이 벌어졌다는 것에 주목했다. 또 현지에선 “여름이었던 상황을 감안할 때 담수화(물)와 전력(전기와 냉방) 시설까지 공격당했다면 공포감이 더욱 컸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 중국, ‘투자’ 앞세워 두 나라 중재 했나그렇다면 갈등 속에서도 두 나라가 극적으로 외교 관계 회복이란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두 나라 모두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러 갈등 심화 같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주변국과의 심각한 갈등을 계속 가져가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는 “이란은 미국이 주도 중인 경제제재로 인한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고, 사우디는 네옴시티 등의 개발을 위해 투자 유치와 안보 챙기기가 동시에 필요하다”며 “이런 현실 때문에 두 나라가 일단 ‘차가운 평화’를 도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특히 중국이 두 나라 간 대화를 베이징에서 중재했다는 점을 놓고 ‘중국이 사우디와 이란에게 모두 경제적 지원과 협력을 약속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경우 두 나라의 경제적 니즈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배경을 갖추고 있다.이란은 미국과 서유럽의 경제제재를 이겨내려면 서방의 제재를 따르지 않으며 경제대국인 중국만큼 든든한 파트너도 없다. 사우디도 네옴시티 개발 등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고 ‘국가 핵심 프로젝트’들을 원활히 진행하려면 대규모 투자 여력과 개발 노하우가 있는 중국이 매력적인 협력 대상이다. 당연히 미국은 중국이 중재를 주도한 이번 합의가 못 마땅하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 간 이번 합의에 대해 긴장 완화 노력을 지지한다면서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식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관은 전화 브리핑을 통해 “(이번 합의에 대해) 지켜봐야 한다. 이란 정권은 자기 말을 지키는 정권이 아니다”고 말했다. ● 상대국에 대한 도발 불씨 여전해두 나라가 현재 민감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도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관계 악화’의 불씨로 여겨진다.무엇보다 사우디가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이란의 미사일과 핵개발,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 행사 전략이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특히 이란의 시아파 무장정치 단체들을 활용한 주변국에 대한 무력도발이나 정치 개입은 이미 오래전부터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는 이란의 안보 자산이다. 그런 만큼 이란으로서는 포기하기 어렵다.사우디 킹파이잘 이슬람연구센터의 조셉 케시시안 수석연구위원은 “사우디와 이란은 2년간 이번 협상을 진행했고, 이란의 헤즈볼라(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치단체)와 후티 반군 등에 대한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향후 두 달(양국에 대사관이 다시 문을 열기 전까지) 간 가장 예의주시해서 살펴봐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2020년 9월부터 사우디의 사실상 동의아래 ‘형제국’인 UAE와 바레인 등이 이른바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이란의 주적인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 했고, 점점 경제와 안보 협력 수준을 높이고 있다는 것도 변수다. 이란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공작으로 여러 차례 자국 핵과 미사일 관련 개발 시설이 대거 공격 당한 경험이 있다. 반대로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 정치단체인 하마스를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도발도 하고 있다.이런 ‘이란-이스라엘 갈등’ 속에서 UAE와 바레인 등이 묵인하거나 간접적으로 협력하는 방식으로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사우디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UAE와 바레인은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는 목적으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결정했다. 그만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강경한 조치에도 상대적으로 유연할 수 있는 것.중동 외교가 관계자는 “사우디와 이란 관계는 과거에도 안정적이다가 종파 갈등, 주변국에 대한 개입 등으로 급격히 악화된 경우가 많다”며 “이번 합의가 지속가능할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전 카이로 특파원 turtle@donga.com}

“노벨상 수상은 과학의 목표가 아닙니다. 호기심과 열정이 바탕인 연구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중동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해 큰 주목을 받았던 세계적 화학자 아다 요나트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 교수(82)는 동아일보와의 신년 서면 인터뷰에서 “과학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분야를 탐구할 수 있는 열정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포의 단백질 공장’으로 불리는 리보솜 구조를 밝혀낸 성과로 2009년 2명의 남성과학자와 함께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에 앞서 울프 화학상, 로스차일드 생명과학상, 아인슈타인 세계과학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지만 상을 목표로 연구한 적은 없다고 거듭 밝혔다. 매년 노벨 과학상 발표 때 전전긍긍하는 한국 과학계에 대한 쓴소리로 들렸다. 1939년 예루살렘에서 유대교 성직자(랍비)의 딸로 태어난 그는 단백질 합성 및 유전자 전달에 관여하는 세포 내 소기관 ‘리보솜’ 연구의 선구자다. X선 결정학 기술로 리보솜의 3차원 구조를 밝혀낸 공로로 마리 퀴리(1911년·프랑스), 퀴리의 딸 이렌 졸리오퀴리(1935년·프랑스), 도러시 호지킨(1964년·미국)에 이어 여성으로는 네 번째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요나트 교수는 젊은 과학자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냐는 질문에 “조언을 구하지 말라. 스스로 고민하고 관심과 열정이 이끄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당신 자신의 롤모델은 바로 당신이라는 의미였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리보솜, 항생제, 슈퍼 박테리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는 그는 이스라엘 전반에서 폭넓은 존경을 받고 있다. 과거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당국이 억류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대원의 조건 없는 석방을 촉구하는 등 사회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지식인으로 유명하다. 세계적 과학자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질문에는 줄곧 “내가 아는 부분만 답하는 게 적절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은 과학에 관심이 많은 나라다. 적극적으로 과학 교육에 투자했고 일정 부분 성과를 냈지만 아쉽게도 아직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나는 한 번도 과학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노벨상 수상자 배출보다는 호기심이 바탕이 된 연구를 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이미 많은 한국 연구자들이 훌륭하게 활동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한국 과학자와 여러 차례 아주 유익한 교류를 했다. 한국의 젊은 과학자가 계속 열정과 호기심이 뒷받침된 연구를 진행하면 노벨상도 수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과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언한다면…. “한국의 과학 교육에 대해 잘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분야를 탐구할 수 있는 열정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호기심과 열정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 중요한 건 질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아이가 부모에게 질문을 할 때 두려움이 없이 궁금한 것을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학교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학교와 집에서 관심이 생기는 것에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설령 아이의 질문이 부모나 선생님을 혼란스럽게 만들어도 괜찮다. 그런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호기심과 열정을 키우는 데 질문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요나트 교수는 과거 인터뷰에서 리보솜 연구 또한 ‘세포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무엇일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인생은 호기심과 실험의 연속이었다며 어린 시절 집 난간의 높이를 측정하려다 발코니에서 뜰로 떨어지는 바람에 팔이 부러진 적도 있다고 밝혔다. 끝없는 호기심이야말로 대담한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최고의 창조적 연료라는 것을 많은 과학자가 증명해 왔다고도 강조했다. ―인공지능(AI)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관심이 과학교육의 미래 또한 바꿀까. “AI 관련 기술을 포함해 새로운 기술들이 대거 등장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과학 교육의 핵심 요소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거듭 말하지만 현재도 미래도 과학 교육의 핵심은 호기심과 열정을 키워주는 일이다.” 요나트 교수는 과거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과학은 그 발전 방향을 예견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공통 토대가 화학, 물리, 수학 같은 기초과학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으며 기초가 튼튼해야 더 깊고 풍부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신이 평생을 매진한 리보솜 연구 또한 초기에는 주목받고 각광받는 분야가 아니었지만 재미와 열정으로 연구를 계속한 덕에 오늘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그의 성공에는 이스라엘 기초과학의 산실로 꼽히는 바이츠만과학연구소의 역할도 컸다. 초대 대통령 겸 아세톤을 만든 유명 화학자인 하임 바이츠만(1874∼1952)의 이름을 붙여 만든 이 연구소는 이스라엘이 세계적 생명과학 강국으로 거듭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유대인 부호 키멜만가(家)가 요나트 교수의 연구를 적극 지원해 돈 걱정 없이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었다. ―학창 시절 퀴리에 대한 책을 읽으며 화학자의 꿈을 키웠고, ‘이스라엘의 퀴리’ ‘중동의 퀴리’로 불린다고 알고 있다. 전 분야를 통틀어 중동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 또한 유명한데 여성 과학자가 남성 과학자와 다른 점이 있다고 보는가. “퀴리 박사의 지적인 모습, 연구에 대한 헌신에 크게 감명 받았다. 하지만 과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 여성이냐 남성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성 연구자가 특별한 장점을 지니거나 단점을 보유했다고도 보지 않는다. 다만 사회 전반에서 여성 과학자를 대우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해 더 많은 훌륭한 여성 과학자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여성 과학자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다른 과학자에게) 너무 많은 조언을 구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다. 또 구체적으로 지향하는 바와 경험하는 어려움 역시 다르다. 스스로 고민하고 관심과 열정이 끌리는 데로 나아가는 게 가장 좋은 길이다. ‘특별한 조언을 구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젊은 남성 과학자에게도 똑같이 해주고 싶은 말이다.” ―외동딸이 의사라고 들었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다. “딸 하지트는 이스라엘 최대 종합병원 셰바메디컬센터에서 내과의사로 재직하고 있다. 서로의 연구와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딸과 협력해 연구를 진행한 적도 있다. 외손녀 또한 의학을 공부하고 있다. 손녀와도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요즘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나 “여전히 리보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주로 리보솜에 의한 단백질 유전자 코드의 변환 과정, 여러 항생제가 왜 이 과정을 마비시키거나 저항성을 갖게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이 외에 부작용이 적고 친환경적인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대한 연구, 암 빈혈 등 리보솜의 돌연변이와 생명의 근원과의 연관성을 발견하는 연구 또한 진행하고 있다.” 요나트 교수는 일반 항생제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는 ‘슈퍼 박테리아’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슈퍼 박테리아를 이길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도 오랜 기간 연구를 진행해 왔다. 노벨상을 수상했고 적지 않은 나이인데도 연구에 열심이라니 놀랍다고 하자 “당연히 연구에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는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관심이 많을 것 같다. 바이러스 대란이 앞으로 또 나타날 것으로 보나. “화학자로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관심이 많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이제 꽤 이해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전자 코드 전달 역할을 수행하는 리보솜을 이용하는 방법을 완전히는 아니지만 거의 이해하게 됐다는 의미다. 다만 내가 바이러스 전문가가 아닌 만큼 백신이나 코로나19 등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아다 요나트1939년 이스라엘 예루살렘 출생1962년 히브리대 화학과 졸업1964년 히브리대 생화학과 석사1968년 바이츠만과학연구소 엑스레이 결정학 박사1970년 바이츠만과학연구소 연구원1984년 바이츠만과학연구소 교수1989년 바이츠만과학연구소 키멜만 생체분자센터장2006년 울프화학상, 로스차일드 생명과학상2008년 아인슈타인 세계과학상2009년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고향을 방문하거나 가족과 만나기 어려워진 사람들을 위해 영국의 한 회사가 ‘고향의 공기’를 병에 담은 상품을 내놨다. 22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CNN 등에 따르면 영국의 화물 배달 회사인 ‘마이 배기지’는 코로나19 마케팅의 일환으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 등 주요 지역의 공기를 담은 ‘공기 병’ 상품을 출시했다. 폴 스튜어트 마이 배기지 이사는 “후각은 감정적인 기억과 관련이 있고,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거주 영국인들이 예전보다 덜 귀국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에게 고향을 떠올리게 해줄 새로운 것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상품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로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이들에게도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공기는 500mL 용량의 병에 담겨 병당 25파운드(약 3만7125원)에 판매된다. 특정 도시나 마을 같은 세부 지역의 공기를 담은 형태로도 판매되고 있다. 런던의 지하철과 피시 앤드 칩스(영국 전통요리) 음식점의 공기를 담은 한정판 상품도 있다. 또 맞춤형 상품도 제작한다. 웨일스 출신으로 해외에서 거주하는 사람이 “웨일스 북서부 스노도니아 지역의 산 공기를 원한다”면 요청대로 상품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미국 호주 등 해외에서 거주하는 영국인들 사이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상품은 크리스마스와 신년 연휴를 앞두고 이색 상품으로도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공기 판매’ 사업은 캐나다와 스위스같이 청정 자연을 보유한 나라들에서는 예전에도 있었다. 캐나다의 바이탈리티에어와 스위스의 스위스브리즈는 각각 로키산맥과 유럽 산악 지역의 신선한 공기를 병에 넣어 판매한 바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고향 방문과 가족 만남이 어려워진 사람들을 위해 영국의 한 회사가 ‘고향의 공기’를 병에 담은 상품을 개발해 화제다. 22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CNN 등에 따르면 영국의 화물 배달 회사인 ‘마이 배기지(My Baggage)’는 코로나19 마케팅의 일환으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 등 주요 지역의 공기를 담은 ‘공기 병’ 상품을 출시했다. 폴 스튜어트 마이 배기지 이사는 “후각은 감정적인 기억과 관련이 있고,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거주 영국인들이 예전보다 덜 귀국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에게 고향을 떠올리게 해줄 새로운 것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상품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로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이들에게도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공기는 500ml 용량 병에 담겨 병당 25파운드(약 3만7125원)에 판매된다. 특정 도시나 마을 같은 세부 지역의 공기를 담은 형태로도 판매되고 있다. 특히 런던의 지하철과 피시 앤드 칩스(영국 전통요리) 음식점의 공기를 담은 한정판 상품도 있다. 해외에서 거주하는 영국인들 사이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상품은 크리스마스와 신년 연휴를 앞두고 이색 상품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충분히 확보한 캐나다와 뉴질랜드가 다른 나라에 백신을 나눠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각각 3800만 명과 482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두 나라는 자국민 전체에게 여러 번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확보했다. 캐나다 CTV 등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0일(현지 시간) 방송 예정인 인터뷰에서 “캐나다에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백신이 있으면 꼭 세계와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미 화이자 등으로부터 3억5800만 회분의 백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시민단체는 “가난한 나라에 돌아가야 할 백신을 지나치게 많이 확보했다”고 밝혔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역시 17일 “이웃 나라가 원하면 백신을 무료로 공급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사모아, 통가, 투발루 등 가난한 태평양 섬나라의 현실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뉴질랜드는 화이자와 얀센 백신을 각각 74만 명, 500만 명분씩 확보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380만 명, 미 노바백스와도 536만 명의 접종분을 계약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양측이 대만해협에서 하루 차이로 구축함과 항공모함을 동원하며 무력시위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당국도 중국군의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해 해군과 공군을 대거 출동시키면서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방부는 18일 미국 구축함인 ‘마스틴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중국군 동부전구의 장춘후이(張春暉) 대변인은 “중국군 동부전구 해군과 공군이 이 군함의 이동 과정을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 일본, 호주 등이 함께 참여하는 ‘쿼드’ 고위 관료 회의가 열린 가운데 나와 더욱 주목받았다. 이에 중국은 자체 제작한 항공모함인 산둥(山東)함을 대만해협에 파견했다. 산둥함은 호위함 4척을 거느린 채 17일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항을 출발해 19일 대만해협에 진입한 뒤 20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산둥함 항해에 위협을 느낀 대만은 6척의 군함과 8대의 군용기를 투입해 산둥함의 이동 경로와 활동을 감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언론은 중국 항모가 대만 북쪽 해역에 진입하자 대만 군 지휘부가 전쟁 발발 시 군을 지휘하는 장소인 타이베이 다즈(大直)의 헝산(衡山)지휘소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재래식 디젤 엔진을 갖춘 산둥함은 최대 속도 31노트로, 만재 배수량은 7만 t이며 젠(殲)-15 함재기를 40여 대 탑재하고 있다. 산둥함의 대만해협 통과는 미국의 군사 활동에 대한 반발이며 동시에 노골적으로 친미 행보를 보이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이 총통은 집권 기간 내내 미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펼쳤고, 미국산 무기 구입 등에도 적극 나섰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2018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잔혹성을 생생히 묘사해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뉴욕타임스(NYT) 팟캐스트 내용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이를 통해 당시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보디상을 수상했던 NYT는 상을 반납할 뜻을 밝혔다. 18일 NYT는 2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팟캐스트 ‘칼리프 국가’에 등장해 IS 잔혹성을 고발한 파키스탄계 캐나다 남성 셰로즈 초드리(26)의 진술 대부분이 날조됐다며 사과했다. 스스로를 전직 IS 대원이라고 주장한 초드리는 방송에서 “사람 머리에 총을 쏘거나 심장을 칼로 찔렀다”고 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캐나다 당국은 초드리의 여행 및 금융기록, 소셜미디어 게시글 등을 분석한 결과 그가 잔혹 범죄를 저지르기는커녕 IS에 가입한 적도 없다고 결론 내렸다. 토론토 교외에 거주하는 그는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야기를 꾸며낸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경찰은 올해 9월 초드리를 테러 관련 거짓말을 한 혐의로 체포했다. NYT는 초드리의 진술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고 IS 및 테러에 정통한 편집자를 배치하지 않아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밝혔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2018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잔혹성을 생생히 묘사해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뉴욕타임스(NYT) 팟캐스트 내용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이를 통해 당시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바디상을 수상했던 NYT는 상을 반납할 뜻을 밝혔다. 18일 NYT는 2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팟캐스트 ‘칼리프 국가’에 등장해 IS 잔혹성을 고발한 파키스탄계 캐나다 남성 셰흐로즈 초드리(26)의 진술 대부분이 날조됐다며 사과했다. 스스로를 전직 IS 대원이라고 주장한 초드리는 방송에서 “사람 머리에 총을 쏘거나 심장을 칼로 찔렀다”고 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캐나다 당국은 초드리의 여행 및 금융기록, 소셜미디어 게시글 등을 분석한 결과 그가 잔혹 범죄를 저지르기는커녕 IS에 가입한 적도 없다고 결론내렸다. 토론토 교외에 거주하는 그는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야기를 꾸며낸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경찰은 올해 9월 초드리를 테러 관련 거짓말을 한 혐의로 체포했다. NYT는 초드리의 진술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고 IS 및 테러에 정통한 편집자를 배치하지 않아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밝혔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한 독일 의료기업 바이오엔테크의 창업자 부부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16일(현지 시간) FT는 바이오엔테크의 공동 설립자인 남편 우우르 샤힌 박사(55)와 아내 외즐렘 튀레지 박사(53)가 “새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 접종될 수 있도록 기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들이 개발한 백신은 18세기 말 영국에서 우두 백신이 개발된 후 가장 단기간에 만들어졌다. 샤힌 박사는 “우리는 많이 긴장한 상태다. 실험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는 건 다른 느낌”이라고 했다. 터키에서 독일로 온 이민자 가정 출신인 부부는 각각 의대를 졸업한 뒤 연구원 신분으로 일하다 만났다. 결혼식을 실험실에서 가운을 입고 했을 정도로 워커홀릭이며 백신 개발 후에도 여전히 바빠 이달 8일 영국의 91세 노인 마거릿 키넌 씨가 세계 최초로 자신들이 개발한 백신을 접종받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둘은 2008년 독일 마인츠에서 바이오엔테크를 설립했고 항암 면역치료를 주로 연구했다. 흑색종, 전립샘암, 난소암 백신 등을 개발하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창궐하자 발 빠르게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염병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하기 전부터 백신 개발에 착수해 결실을 거뒀다. 튀레지 박사는 “미래 예측에 대한 남편의 적중률이 상당히 높다”면서도 처음에는 코로나19 대확산을 예상하는 그의 우울한 주장이 조금 짜증 났다고 털어놨다. 백신 개발로 막대한 부와 명성을 동시에 얻었지만 샤힌 박사는 “우리의 배경보다 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모교 쾰른대의 교훈이자 어린이책 작가 에리히 카스트너의 책 속 구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를 언급했다. 최근 블룸버그가 둘의 자산이 51억 달러를 기록해 세계 500대 부호 안에 포함됐다고 보도했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자전거로 집과 사무실을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프랑스가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온라인 허위 정보 유포에 적극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러시아, 이란, 중국 등의 정보기관이 SNS를 이용해 이런 활동을 펼친 적은 있었지만 서방 주요국이 실행한 것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1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최근 프랑스군이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허위 정보 유포 활동을 펼친 것을 파악해 100개 이상의 계정을 삭제했다. 프랑스군은 주로 프랑스어를 쓰는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이런 활동을 펼쳤고, 이 계정들의 팔로워는 7000명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이 계정들은 프랑스 군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 운용했다. 또 주로 프랑스의 아프리카 내 군사 활동과 정책을 지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프랑스의 허위 정보 유포 작전은 러시아를 겨냥한 경우도 있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뒤 ‘냉전시대의 막강한 영향력 회복’을 위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데 이에 프랑스가 러시아 내 ‘SNS 심리전’에도 나섰던 것. 특히 프랑스는 이달 말 열리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선거에 러시아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비판하는 내용을 적극 게재했다. 러시아 역시 프랑스를 겨냥해 유사한 활동을 펼치며 맞불을 놨다. 프랑스와 러시아 간 ‘허위정보 유포전쟁’이 벌어진 셈이다. 페이스북은 특정 국가에서 두 나라가 동시에 개입돼 각각 상대방을 겨냥한 허위 정보를 대대적으로 유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보고 있다. SNS 분석기업인 그래피카와 스탠퍼드 인터넷 관측소는 “양측은 상대방을 모욕하는 비디오를 올리고 가짜 증거를 바탕으로 비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등에 5000명 이상의 병력을 파견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맞서고 있다. 프랑스는 지역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거 프랑스 식민지를 경험한 이 지역에선 ‘신식민지 정책’이란 비판도 많다. 페이스북을 이용한 허위 정보 유포 작전이 드러나면서 프랑스에 대한 해당 지역의 반감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산타클로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을 갖추고 있다.” 성탄절이 다가오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산타클로스의 코로나19 면역설을 언급해 화제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이동 및 활동 제한으로 전 세계가 극심한 ‘코로나 블루’(코로나19 우울증)에 빠져드는 상황에서 잠시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하기 위한 언급으로 보인다. AFP통신에 따르면 WHO의 감염병 전문가로 코로나19 현장조사 책임자 중 한 명인 미국인 마리아 밴커코브 박사(43·사진)는 14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성탄절에도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나눠 줄 수 있느냐”는 기자의 농담 섞인 질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짐짓 진지하게 답변했다. 그는 “산타클로스가 고령인 것에 대한 걱정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면역을 갖췄다”고 말했다. 두 아들을 둔 밴커코브 박사는 “우리는 산타클로스와 짧은 대화를 나눴고, 그와 아내가 아주 건강하고 현재 매우 바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산타클로스가 영공에 진입할 수 있도록 세계 각국 정상들이 검역 조치를 완화해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역력’을 갖춘 산타를 밤새 기다릴 아이들을 향해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세계 어린이들은 산타와 거리 두기를 엄격히 지켜야 하고 부모님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며 “(선물을 받기 위해선) 크리스마스이브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산타클로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을 갖추고 있다.” 성탄절이 다가오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산타클로스의 코로나19 면역설을 언급해 화제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이동 및 활동 제한으로 전 세계가 극심한 ‘코로나 블루’(코로나19 우울증)에 빠져드는 상황에서 잠시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하기 위한 언급으로 보인다. AFP통신에 따르면 WHO의 감염병 전문가로 코로나19 현장조사 책임자 중 한 명인 마리아 밴커코브 박사(43·사진)는 14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성탄절에도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나눠 줄 수 있느냐”는 기자의 농담 섞인 질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짐짓 진지하게 답변했다. 그는 “산타클로스가 고령인 것에 대한 걱정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면역을 갖췄다”고 말했다. 두 아들을 둔 밴커코브 박사는 “우리는 산타클로스와 짧은 대화를 나눴고, 그와 아내가 아주 건강하고 현재 매우 바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산타클로스가 영공에 진입할 수 있도록 세계 각국 정상들이 검역 조치를 완화해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역력’을 갖춘 산타를 밤새 기다릴 아이들을 향해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세계 어린이들은 산타와 거리 두기를 엄격히 지켜야 하고 부모님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며 “(선물을 받기 위해선) 크리스마스이브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만나는 사람들마다 드라마 ‘테헤란’ 이야기를 한다. 극 중 내용과 현 중동 정세가 겹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거주하며 개인 사업을 하는 현지인이 들려준 얘기다. 지난달 27일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흐리자데가 테헤란 근교에서 총격으로 암살된 후 올해 6∼9월 미국 애플TV플러스에서 상영됐던 이스라엘 드라마 ‘테헤란’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이 드라마는 유대계 이란인이지만 이스라엘에서 성장한 여성 타마르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이 된 후 이란으로 잠입해 핵개발 시설을 파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몰입하는 것은 파흐리자데 사건의 배후가 모사드라는 주장이 잇따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란은 사태 직후부터 “이스라엘 소행”이라고 격렬히 반발했고 중동 외교가에서도 모사드 개입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주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체포하고, 팔레스타인 테러단체 ‘검은 9월단’ 요원 및 수많은 이란 핵개발 관계자를 제거한 것으로 유명한 모사드는 과연 어떤 기관일까. ○ “2700차례 암살 작전 수행” 모사드는 이스라엘 건국 다음 해인 1949년 설립됐다. 히브리어로 ‘정보 및 특수 임무 연구소’란 의미를 지녔으며 해외정보 수집, 위험인물 납치와 암살, 적대국의 주요 시설 파괴 등 해외 공작을 전담한다. 조직 및 운영 방식은 철저히 비밀에 가려져 있지만 미 중앙정보국(CIA)은 모사드 요원이 약 7000명, 연간 예산이 27억3000만 달러(약 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모사드의 작전 부서는 크게 △메차다 △네비오트 △차프리림 △링 △테벨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암살, 납치, 폭파 등을 전문으로 하는 메차다가 핵심으로 꼽힌다. 메차다는 산하에 ‘키돈’(히브리어로 단검이라는 뜻)이란 암살 전문 조직까지 두고 있다. 드라마 테헤란의 여주인공처럼 미인계를 이용해 암살 작전을 벌이는 여성 요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언론인 로넨 버그먼이 모사드의 암살 작전을 해부해 2018년 출간한 ‘일어서서 먼저 죽여라(Rise and Kill First)’에 따르면 모사드는 제거 대상의 치약에 독극물을 주입하거나 전화기를 폭발시키는 방식 등으로 2700번 이상의 암살 작전을 수행했다. 주변국에서는 ‘살인 기계’라고 비판하지만 이스라엘 현지에서는 이슬람 국가에 포위된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해서는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이스라엘 정부가 정권 성향에 상관없이 모사드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점 또한 모사드가 세계 최고 정보기관이 된 배경으로 꼽힌다. 2016년 1월부터 재직 중인 요시 코헨 현 국장을 포함해 역대 수장 12명 중 5년 임기를 못 채운 이는 4명에 불과하다. 특히 2002∼2011년 모사드를 지휘한 메이어 다간 전 국장(1945∼2016)은 직원들에게 “적의 뇌를 삼키라”는 극단적인 말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다간 본인이 수차례의 중동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전사였던 만큼 직원들에게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촉구할 명분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이스라엘 현지 소식통은 “군대와 모사드에서 다양한 실전 경험을 쌓았으며 투철한 애국심을 지닌 내부 인사가 수장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회 전반에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 해외 유대인 네트워크 적극 활용 유럽,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이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계기로 대거 귀환하는 과정에서 생긴 ‘인구 특성’도 모사드의 큰 장점이다. 세계 각지에서 살다 이스라엘로 돌아온 이들은 귀국 후에도 과거 거주지의 언어, 문화, 네트워크를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 모사드는 이런 인력들을 활용해 각국의 기밀 정보를 빼돌리고 유사시에는 요원으로 현지에 파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문명연구소 책임연구원(한국이스라엘학회장)은 “유대인들은 수천 년간 세계 전역을 떠돌며 거주했기 때문에 자신 혹은 부모가 머문 지역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하고 외모 또한 현지인들과 유사하다”며 “해외에 파견할 비밀요원 자원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모사드의 전설적인 스파이로 1960년대 시리아 국방차관까지 올랐던 엘리 코헨(1924∼1965)은 이집트 출신 유대인이었다. 아랍어, 아랍 문화와 역사에 능통했던 코헨은 시리아와 주변 아랍국의 군사기밀을 줄줄이 빼돌리다 적발돼 사형에 처해졌다. 이란 또한 유대인들이 많이 거주했던 나라 중 하나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전후로 이란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한 유대인과 그 후손들이 최소 13만5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모사드가 이란에서 벌이는 각종 공작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핵개발에 철저히 대응 설립 후 상당 기간 나치 전범이나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와 헤즈볼라 인사 등을 제거하는 데 주력했던 모사드는 21세기 들어 이란 핵개발 대응을 저지하는 것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중동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이 서방의 계속된 경제 제재에도 “지도에서 이스라엘을 지우는 데 쓰겠다”며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자 이스라엘 역시 핵개발 관련 주요 인사를 속속 제거하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은 모사드가 1993년부터 무려 27년간 파흐리자데 주변에 정보원을 심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한 후 치밀한 준비 끝에 암살을 거행했다고 보도했다. 중동 소식통들은 파흐리자데 이전에도 모사드 공작으로 사망한 이란의 핵개발 인사가 수십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 마수드 알리 모하마디 테헤란대 핵물리학 교수는 자택 근처 주차장에서 원격조종 폭탄을 실은 오토바이가 폭발해 숨졌다. 2011년에도 이란 혁명수비대에서 미사일 담당 업무를 맡았던 하산 테라니 모가담 장군과 휘하 인력이 폭사했다. 유명 핵 과학자로 우라늄 농축 업무를 담당했던 무스타파 아흐마디 로샨은 2012년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남자가 차량에 부착한 자석 폭탄에 의해 숨졌다. 제거 방식의 대담성 등을 감안할 때 이런 공작을 자행할 기관은 모사드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사드는 2018년 1월 테헤란의 한 비밀 창고에서 약 5만5000쪽의 문서, CD 183장 분량의 이란 핵개발 자료를 탈취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당시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란이 2015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 행정부와 핵합의를 체결했지만 이런 자료들을 숨기며 비밀리에 핵을 개발해 왔다”고 주장했다. 모사드는 올해 7월 이란 중부 나탄즈 핵시설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의 배후라는 의심도 받고 있다. 당시 화재로 이란이 신형 우라늄 농축용 원심 분리기를 생산할 예정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올해 1월 미군이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공개 암살할 때도 모사드가 각종 정보를 미국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란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달리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이란 핵합의 복원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이를 저지하기 위한 모사드의 추가 공작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이스라엘을 철천지원수로 여기는 이란 내에서 이렇듯 대담하고 광범위한 공작을 계속 진행한다는 것만 봐도 모사드란 조직의 역량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 北-이란 협력에도 촉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모사드가 한국에도 요원을 파견했다는 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중동 전문가는 “국내에 모사드 요원이 들어와 있을 것이고,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정보를 수집하는 게 주 업무일 것”이라고 전했다. 모사드가 북핵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북한이 이스라엘의 적국인 이란 및 시리아의 핵심 우방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특히 북한이 이란 핵과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상당한 협력을 하고 있다는 설이 오랫동안 제기된 만큼 이란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동향을 파악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북한 무기가 흘러들어갔고 이들이 이스라엘 국경지대에 침투용 땅굴을 만들 때도 북한이 관련 기술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알론 레프코위츠 이스라엘 베이트바렐대 정치학과 교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에도 미국의 대북제재가 이어지면 외화벌이가 시급한 북한이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무기를 계속 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세계 처음으로 음속의 벽을 돌파해 ‘가장 빠른 사람’으로도 불린 척 예거가 7일(현지 시간) 타계했다. 향년 97세. CNN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예거의 부인 빅토리아는 트위터에 예거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그는) 놀랄 만큼 훌륭한 삶을 살았다. 미국 최고의 조종사였다”고 추모했다. 예거는 1947년 10월 미국 정부의 우주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된 실험용 항공기 X-1을 조종해 인류 최초로 음속의 장벽을 넘어섰다. 예거가 탔던 X-1은 B-29 폭격기에 실려 1만3700m까지 올라간 뒤 마하 1.06(시속 1130km)의 속도로 비행했다. 일반인들에게 예거는 음속의 벽을 돌파한 조종사로 유명했지만,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영웅이기도 하다. 총 64번의 작전에 참여해 탁월한 공중전 능력으로 13대의 독일군 비행기를 격추시킨 것. 1944년 3월에는 프랑스에서 격추당했지만 극적으로 생환하기도 했다. 예거는 1960년대까지 전투기 편대를 이끌었고, 1975년 미 공군 준장으로 예편했다. 예거의 활약상은 1983년 ‘필사의 도전(The Right Stuff)’이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브라질 출신의 여성 프로 권투선수인 비비아니 오베나우프(34)가 남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7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오베나우프는 올해 10월 19일 스위스 출신의 호텔 사업가인 남편 토마스(61) 소유인 스위스의 관광지 인터라켄의 한 식당에서 토마스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오베나우프를 체포한 스위스 경찰은 오베나우프의 지속된 폭행으로 토마스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오베나우프를 아는 사람들은 그녀가 쉽게 이성을 잃는 성격이었고, 링 밖에서도 폭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스위스 매체인 ‘블리크’에 따르면 오베나우프는 2016년 10월 영국 런던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30세 생일 파티를 하던 중 자신의 몸을 만진 남성의 얼굴을 때려 체포된 적도 있다. 라이트급과 슈퍼페더급에서 3차례 세계 챔피언에 도전했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권투선수였던 오베나우프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는 축구 선수로 활동했다. 이후 그녀는 체조 선수로 전향해 국가대표로도 활약했고, 18세부터 권투 선수로 활동해 왔다. 오베나우프는 은퇴한 뒤 요식업계에서 일했으며 자신의 권투 체육관을 열기도 했다. 토마스와는 올해 1월 결혼했고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브라질 출신의 여성 프로 권투선수인 비비안 오베노프(34)가 남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7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오베노프는 올해 10월 19일 스위스 출신의 호텔 사업가인 남편 토마스(61) 소유인 스위스의 관광지 인터라켄의 한 식당에서 토마스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오베노프를 체포한 스위스 경찰은 오베노프의 지속된 폭행으로 토마스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오베노프를 아는 사람들은 그녀가 쉽게 이성을 잃는 성격이었고, 링 밖에서도 폭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스위스 매체인 ‘블릭’에 따르면 오베노프는 2016년 10월 영국 런던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30세 생일 파티를 하던 중 자신의 몸을 만진 남성의 얼굴을 때려 체포된 적도 있다. 라이트급과 슈퍼페더급에서 3차례 세계 챔피언에 도전했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권투선수였던 오베노프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는 축구 선수로 활동했다. 이후 그녀는 체조 선수로 전향해 국가대표로도 활약했고, 18세부터 권투 선수로 활동해왔다. 오베노프는 은퇴한 뒤 요식업계에서 일했으며 자신의 권투 체육관을 열기도 했다. 토마스와는 올해 1월 결혼했고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 그녀는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선 아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밝히기도 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중남미의 대표적인 ‘좌파 포퓰리즘’ 정치 지도자로 꼽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58·사진)이 이끄는 여권이 야권이 사실상 불참한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6일(현지 시간)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베네수엘라 여권이 승리할 경우 2013년부터 집권해 온 마두로 대통령이 행정부, 사법부, 군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무리한 포퓰리즘 정책과 반대파 탄압으로 경제, 정치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베네수엘라가 더 큰 수렁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총 277명의 국회의원을 선발하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국회를 배제한 채 선거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중에는 미국과 캐나다 같은 서방국가로부터 제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물도 3명이나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야당 인사들에 대한 탄압은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결국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37)을 중심으로 한 베네수엘라 야권에서는 “이번 선거는 사기다”란 주장을 제기하며 사실상 선거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이도 의장은 트위터에 “베네수엘라의 대다수는 마두로와 그의 사기에 등을 돌렸다. 위기는 더 깊어 질 것이며 우리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과이도 국회의장은 2018년 치러진 대선 때 마두로 대통령이 2018년 부정한 방법으로 대통령에 선출됐다고 주장하면서 ‘임시 대통령’을 자임해 왔다. 하지만 과이도 의장을 비롯해 야권의 주요 인사들도 폭넓은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 마두로 대통령과 여권의 선거 승리 및 폭주는 필연적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인인 실리아 플로레스 여사(64), 아들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30)도 출마시키는 등 자신의 권력과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데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베네수엘라 여권이 승리할 경우 마두로 대통령을 비판하며 경제 제재까지 펼쳐온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목소리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WP에 따르면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투표 직후 기자들에게 “범죄적인 봉쇄 속에서도 베네수엘라는 우리 자신을 민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서방 국가들을 겨냥해 말했다. 베네수엘라 여권이 공식적으로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그동안 마두로 정권을 지원해 온 중국과 러시아는 마두로 대통령 지지 명분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전망이다. 1999년부터 2013년까지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집권했던 우고 차베스(2013년 사망)의 정치적 후계자로 꼽히는 마두로 대통령은 차베스의 좌파 포률리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란 등과 함께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로 분류되는 베네수엘라 경제는 사실상 ‘아사 상태’로 평가받는다. AP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최근 수년 사이 500만 명의 국민이 해외로 탈출해 10여년째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다음으로 난민이 많은 나라로 전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25% 줄어들고, 심각한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화폐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