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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여 구의 조선인 징용 희생자 유해가 80년이 넘게 차가운 바다 밑에 묻혀 있습니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지요.” 1942년 2월 3일,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에 있는 해저 탄광 ‘조세이(長生) 탄광’에서 갱도 붕괴로 18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중 136명은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된 조선 젊은이들. 일본인도 47명이나 사망한 대형 참사였지만, 83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점의 유골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구 낙산묘각사에서 만난 대한불교관음종 종정 홍파 스님은 “한일 불교계와 시민단체가 양국 정부에 정부 차원의 유해 발굴을 요청하고 있지만, 성의 있는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달 24일 현지에서 ‘일제강점기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희생자 위령재’를 지내고 오셨더군요.“저희가 조세이 탄광 참사를 안 게 2015년이었습니다. 이런 엄청난 희생의 역사를 우리가 몰랐다는 게 참 부끄러운 일이지요. 그래서 한일 불교계, 시민단체와 함께 희생자 유해 발굴을 양국 정부에 요청하면서 2016년 처음으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차원에서 위령재를 지냈습니다. 이듬해부터는 관음종이 주관하고 있지요.” ―엄청난 참사인데 국내에서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참사 당시는 태평양전쟁 중이라 일본 정부가 사고를 은폐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에야 양심적인 역사학자 야마구치 다케노부 씨의 조사로 실상이 알려졌지요. 그 뒤로 10여 년이 더 지난 후에야 일본에서 관련 시민단체가 설립됐고요. 국내에서도 간간이 뉴스 등에 보도되기는 했습니다만,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요.” ―유가족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텐데요.“희생자 대부분이 미혼인 20, 30대 젊은이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평양전쟁, 6·25전쟁 등을 겪으며 가족이 사망하거나 흩어진 탓도 있겠지요. 희생자 중 지금까지 직계 가족이 남아있는 분은 2명 뿐입니다.” ―올 4월부터 갱도 입구의 무너진 철관과 목재를 제거하고 있다고요.“일본 정부는 늘 안전 문제를 들어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요. 우리 정부도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지요. 더 놔둘 수가 없어 일단 관음종과 일본 시민단체 등 민간 차원에서 유해 발굴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갱도 입구를 찾은 것은 큰 성과지요. 하지만 언제 갱도 안까지 들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잠수부가 자원봉사자라 생업을 하며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참사가 벌어진 곳이 조세이 탄광만이 아닐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조세이 탄광이 있는 우베 지역에만 당시 해저, 육지를 포함해 59개의 탄광이 있었습니다. 조세이 탄광은 갱도가 해저 면에서 너무 얕아 배 엔진 소리가 갱도 안에서 들렸다고 해요. 그만큼 사고 위험이 큰 것이지요. 다른 곳이라고 다르겠습니까. 일본 전체에는 얼마나 많은 탄광이 있었겠습니까. 강제로 끌려가 희생된 것도 억울한데, 유골마저 남의 나라 바다 밑에 묻혀 있어서는 안 되지요. 아픈 역사를 방치한 채 선린 우호,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맺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130여 구의 조선인 징용 희생자 유해가 80년이 넘게 차가운 바다 밑에 묻혀있습니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지요.” 1942년 2월 3일,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 시에 있는 해저 탄광 ‘조세이(長生) 탄광’에서 갱도 붕괴로 18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중 136명은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된 조선 젊은이들. 일본인도 47명이나 사망한 대형 참사였지만, 83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점의 유골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구 낙산묘각사에서 만난 대한불교관음종 종정 홍파 스님은 “한일 불교계와 시민단체가 양국 정부에 정부 차원의 유해 발굴을 요청하고 있지만, 성의 있는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지난달 24일 현지에서 ‘일제강점기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희생자 위령재’를 지내고 오셨더군요.“저희가 조세이 탄광 참사를 안 게 2015년이었습니다. 이런 엄청난 희생의 역사를 우리가 몰랐다는 게 참 부끄러운 일이지요. 그래서 한일 불교계, 시민단체와 함께 희생자 유해 발굴을 양국 정부에 요청하면서 2016년 처음으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차원에서 위령재를 지냈습니다. 이듬해부터는 관음종이 주관하고 있지요.”―엄청난 참사인데 국내에서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참사 당시는 태평양전쟁 중이라 일본 정부가 사고를 은폐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에야 양심적인 역사학자 야마구치 다케노부 씨의 조사로 실상이 알려졌지요. 그 뒤로 10여 년이 더 지난 후에야 일본에서 관련 시민단체가 설립됐고요. 국내에서도 간간이 뉴스 등에 보도되기는 했습니다만,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요.”―유가족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텐데요.“희생자 대부분이 미혼인 20~30대 젊은이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평양전쟁, 6·25전쟁 등을 겪으며 가족이 사망하거나 흩어진 탓도 있겠지요. 희생자 중 지금까지 직계 가족이 남아있는 분은 2명 뿐입니다.”―올 4월부터 갱도 입구의 무너진 철관과 목재를 제거하고 있다고요.“일본 정부는 늘 안전 문제를 들어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요. 우리 정부도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지요. 더 놔둘 수가 없어 일단 관음종과 일본 시민단체 등 민간 차원에서 유해 발굴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갱도 입구를 찾은 것은 큰 성과지요. 하지만 언제 갱도 안까지 들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잠수부가 자원봉사자라 생업을 하며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이런 참사가 벌어진 곳이 조세이 탄광만이 아닐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조세이 탄광이 있는 우베 지역에만 당시 해저, 육지를 포함해 59개의 탄광이 있었습니다. 조세이 탄광은 갱도가 해저 면에서 너무 얕아 배 엔진 소리가 갱도 안에서 들렸다고 해요. 그만큼 사고 위험이 큰 것이지요. 다른 곳이라고 다르겠습니까. 일본 전체에는 얼마나 많은 탄광이 있었겠습니까. 강제로 끌려가 희생된 것도 억울한데, 유골마저 남의 나라 바다 밑에 묻혀있어서 안 되지요. 아픈 역사를 방치한 채 선린 우호,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맺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교회 선거가 사회보다 혼탁하다면, (그렇게 뽑힌) 교회 지도자가 세상을 향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5일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에서 만난 김정석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감독회장은 “교회가 신앙의 본질을 회복해야 하는데, 벗어난 부분이 많다”며 “교회 내 선거도 그중 하나”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그는 최근까지 기감 내 호남과 서울 등 11개 연회(지역 단위 교회 조직)를 돌며, 선거법 개정안 등 교단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전국 6700여 개 교회에 120만 명의 교인이 소속된 기감은 국내에서 가장 큰 개신교 교단 중 하나다. 김 감독회장은 “그동안 ‘금권선거’란 말이 나올 정도로 선거 제도에 문제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10월 입법의회에서 선거 제도 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선거인단 명단을 무작위로 추출해, 투표 3일 전 각 후보에게 알려주자는 것이다. 4년 임기의 기감 감독회장은 전국 1만8000명의 선거인단이 선출한다. 문제는 이 선거인단이 고정된 데다, 명단도 이미 공개돼 있다는 점. 이 때문에 선거운동 기간 훨씬 전부터 물밑으로 조직을 만들어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고, 여기에 막대한 돈을 쓴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 감독회장은 “후보 각자가 쓰는 돈과는 별개로 교회가 선거를 치르기 위해 쓰는 돈도 상당한데, 이 비용은 교인들의 헌금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많은 헌금이 선교와 교육, 봉사와 나눔이 아닌 선거에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선거 제도 개선안 논의 때 오죽하면 “차라리 후보 중에서 제비뽑기로 결정하자”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그는 “1만8000명 중 3000∼6000명 정도를 무작위로 추출해 투표 3일 전 공개하면 사전에 선거인단을 포섭하려는 행위도 크게 줄 것”이라며 “명색이 교회 선거인데 그렇게 돈이 많이 들어야 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김 감독회장은 최근 열린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갈수록 양 진영으로 갈라지고 있는 우리 사회가 하나로 다시 화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우리 사회가 극도로 갈라지고 갈등과 마찰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야 지지할 수도, 안 할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 공동체가 선택했다면 그 사람이 나라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해 줘야지요. 그 첫걸음은 상대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고요.” 그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찾아오겠다는 모 대선 후보 부부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교회와 정치는 서로 너무 깊게 관여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지적하고 조언할 때는 하는, 서로 긴장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것이 건강한 관계라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 감독회장은 “내가 싫어한다고 선출된 지도자가 잘못되기를 바란다면, 결국 그 피해는 자신을 포함해 나라와 국민이 입지 않겠느냐”라며 “국민과 지도자 모두 자신의 품격을 올리면 국격이 올라가고, 지금처럼 극단적인 사회 갈등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교회 선거가 사회보다 혼탁하다면, (그렇게 뽑힌) 교회 지도자가 세상을 향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5일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에서 만난 김정석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감독회장은 “교회가 신앙의 본질을 회복해야 하는데, 벗어난 부분이 많다”며 “교회 내 선거도 그중 하나”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그는 최근까지 기감 내 호남과 서울 등 11개 연회(지역 단위 교회 조직)를 돌며, 선거법 개정안 등 교단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전국 6700여 개 교회에 120만 명의 교인이 소속된 기감은 국내에서 가장 큰 개신교 교단 중 하나다.김 감독회장은 “그동안 ‘금권선거’란 말이 나올 정도로 선거 제도에 문제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10월 입법의회에서 선거 제도 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그중 하나가 선거인단 명단을 무작위로 추출해, 투표 3일 전 각 후보에게 알려주자는 것이다. 4년 임기의 기감 감독회장은 전국 1만8000명의 선거인단이 선출한다. 문제는 이 선거인단이 고정된 데다, 명단도 이미 공개돼 있다는 점. 때문에 선거운동 기간 훨씬 전부터 물밑으로 조직을 만들어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고, 여기에 막대한 돈을 쓴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 감독회장은 “후보 각자가 쓰는 돈과는 별개로 교회가 선거를 치르기 위해 쓰는 돈도 상당한데, 이 비용은 교인들의 헌금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많은 헌금이 선교와 교육, 봉사와 나눔이 아닌 선거에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선거 제도 개선안 논의 때 오죽하면 “차라리 후보 중에서 제비뽑기로 결정하자”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그는 “1만8000명 중 3000~6000명 정도를 무작위로 추출해 투표 3일 전 공개하면 사전에 선거인단을 포섭하려는 행위도 크게 줄 것”이라며 “명색이 교회 선거인데 그렇게 돈이 많이 들어야 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김 감독회장은 최근 열린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갈수록 양 진영으로 갈라지고 있는 우리 사회가 하나로 다시 화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우리 사회가 극도로 갈라지고 갈등과 마찰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야 지지할 수도 안 할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 공동체가 선택했다면 그 사람이 나라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해 줘야지요. 그 첫걸음은 상대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고요.”그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찾아오겠다는 모 대선후보 부부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교회와 정치는 서로 너무 깊게 관여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지적하고 조언할 때는 하는, 서로 긴장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것이 건강한 관계라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 감독회장은 “내가 싫어한다고 선출된 지도자가 잘못되기를 바란다면, 결국 그 피해는 자신을 포함해 나라와 국민이 입지 않겠느냐”라며 “국민과 지도자 모두 자신의 품격을 올리면 국격이 올라가고, 지금처럼 극단적인 사회 갈등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천재 시인 이상(1910∼1937)의 작품은 당대 문학지에 게재될 때마다 큰 충격을 줬다. 특히 그가 죽기 3년 전 시 ‘오감도’ 1편을 발표했을 때는 “이 따위 시를 실을 거면 폐간하라”는 독자들의 거센 항의로 신문사가 계획했던 연재 30편을 15편으로 끝냈을 정도였다. 이상의 작품들이 지금 한국 시의 걸작으로 인정받게 된 데엔 온갖 혹평에도 시를 게재하고 알리려 노력한 사람들의 덕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들의 노력을 잘 기억해 주지 않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빈센트 반 고흐 미술관의 수석 연구원인 저자도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생전에 작품을 한두 점밖에 팔지 못할 정도로 홍보나 판매와는 거리가 멀고, 37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고흐가 어떻게 불멸의 명성을 얻게 됐을까. 자기 삶과 예술, 그리고 그 길을 걸으며 겪는 고통을 절절하게 담은 그의 편지는 어떻게 세상에 알려졌을까.저자는 10여 년의 연구 끝에 고흐 동생 테오의 부인 ‘요 반 고흐 봉어르(Jo van Gogh-Bonger·1862∼1925)’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남편의 사망으로 본의 아니게 아주버님인 고흐의 유산을 이어받은 요가, 불굴의 의지와 헌신으로 고흐의 예술을 세상에 알린 과정을 마치 ‘고흐 전기’를 쓰는 것과 같은 열정으로 서술했다. “중대한 순간이었다. 요가 테오의 역할을 자임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트레스가 무척 컸지만, 그녀는 여행 가방에 빈센트의 드로잉을 확실하게 챙겼다. 급격하게 나빠지는 테오의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빈센트의 작품이 브뤼셀 전시회에서 가능한 한 효과적으로 전시되도록 세심하게 살폈다. 이것이 앞으로 그녀가 평생 맡아 수행하게 될 반 고흐 예술 유산의 홍보와 전파라는 명예로운 과업의 출발점이었다.”(PARTⅡ ‘테오와 빈센트, 두 사람과의 생활’에서) 남편 테오가 숨졌을 때 요는 28세였다. 결혼 생활은 불과 2년 남짓. 충분히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나이였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당연한 듯 보였다. 하지만 요는 고흐 형제가 남긴 예술적 유산을 관리하고 알리는 걸 자신의 소명으로 삼았다. 그리고 하숙집 경영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동시에 고흐 형제의 편지를 손수 필사하고 다른 나라 말로 번역하는 등 ‘고흐 알리기’에 나섰다.이런 노력은 고흐 사후 10여 년이 지난 뒤인 1905년 그가 기획한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 전시회가 대중의 관심을 모으면서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고흐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작품 전시와 구매 요청이 쇄도했는데, 당시 그녀의 하숙집을 방문했던 사람들은 “집 전체가 온통 고흐 작품으로 가득해 침실 벽에는 남은 공간이 거의 없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말년에 파킨슨병으로 더 이상 펜을 잡을 수 없을 때까지 고흐 형제의 편지를 필사하고, 번역했다고 한다.저자는 고흐 알리기와는 별개로 사회민주노동당(SDAP)에서 활동하며 적극적으로 여성운동에 참여했던 요의 삶에 대해서도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읽다 보면 한 화가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했을 뿐 아니라, 19세기 말∼20세기 초 남성 지배적인 세상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가졌던 불굴의 여인이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원제 ‘Alles voor Vincent(빈센트의 모든 것)’.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71·사진)가 3일(현지 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오순절협회(PWF) 회의에서 사무총장으로 선임됐다. PWF는 성령체험과 성령의 은사 사용을 강조하는 오순절 신앙을 따르는 다양한 교파 연합체로, 약 7억 명의 신자가 등록돼 있다. 임기는 3년.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관장 서봉 스님)에서 열리고 있는 ‘호선(毫仙) 의겸(義謙): 붓끝에 나투신 부처님’은 조선 최고의 화승(畫僧) 의겸 스님의 예술적 발자취를 조명하는 전시다. 29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국보인 전남 순천 송광사의 ‘영산회상도’(사진)와 ‘팔상도’, 보물인 전남 여수 흥국사의 십육나한도 등 12점을 선보인다. 박물관 측은 “영산회상도와 팔상도는 학술적 종교적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국보로 승격됐다”라며 “두 작품이 송광사 이외의 장소에서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영조 원년(1725년) 제작된 영산회상도는 석가모니가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모습을, 팔상도는 석가모니의 생애를 8개의 주제로 묘사한 것이다. 송광사 영산전에 봉안하기 위해 짝으로 제작됐다. 영산회상도는 그림 아래쪽에 설법을 청하는 사리불과 청중을 배치해 설법 장면을 묘사한 ‘법화경’의 내용을 가장 충실하게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화기(畫記·불화 하단에 적힌 제작 연대와 봉안 장소, 제작 목적, 시주자, 제작자 명단 등)가 명확한 것도 당시 시대상과 불화의 변천을 보여주는 특징. 팔상도는 그림의 내용을 알면 더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다. 첫 번째인 ‘도솔래의상(兜率來儀象)’은 석가모니가 어머니인 마야 부인에게 잉태되는 장면을 표현했다. 네 번째 작품인 ‘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은 싯다르타가 말을 타고 성을 넘어 출가하는 장면을, 일곱 번째 ‘녹원전법상(鹿苑轉法相)’은 정각을 이룬 석가모니가 녹야원에서 첫 설법을 한 장면과 부처님의 전법과 관련된 주요 이야기를 표현했다.박물관 측은 “의겸 스님은 당대에 ‘호선(毫仙·붓의 신선)’ ‘존숙(尊宿·우러러볼 정도의 승려)’ ‘대정경(大正經·크고 올바른 모범)’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경지에 이른 화승”이라며 “스님의 삶과 작품에 담긴 학술적·종교적 의미를 알고 그림을 보면 전과는 다른 것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종교계가 4일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며, 조속히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고 사회적 갈등을 화합으로 승화시켜 달라고 당부했다.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종혁 목사)은 “새로 선출된 대통령은 국정 안정은 물론 국민통합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국민의 삶과 공동체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책무를 지게 됐다”라며 “이 대통령은 지난 시대의 잘못을 거울삼아 지지해 준 국민뿐 아니라, 지지하지 않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이념적 간극을 좁히고, 민생과 경제 문제에 집중함으로써 국민의 삶이 보다 나아지도록 하는데 국정의 주안점을 둬 달라”라고 당부했다.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도 ‘제21대 대통령 선거 당선인에게 드리는 축하와 당부’ 성명을 내고 “헌법 정신에 따라 모든 국민이 주인이 되고, 누구나 인간으로서 존엄과 품위를 누릴 수 있는 나라, 자신의 뜻을 당당히 표현할 권리를 보장받는 나라가 되도록 이끌어 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이번 조기 대선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은 비상계엄 속에서 헌법의 뿌리가 흔들리는 경험과 대통령의 구속, 탄핵 과정에서 국가 권력의 올바른 행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꼈다”라며 “소중한 한 표, 한 표로 새 대통령을 선출한 지금 우리에게는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원칙을 지키며 정의와 참 평화의 길을 걸어갈 믿음직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힘들고 고단했던 질곡의 여정을 넘어 이제는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 뜰에 곱고 아름다운 희망의 꽃을 피워야 할 때”라며 “국민의 삶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국정 운영으로 무너진 신뢰를 다시 세워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라고 밝혔다. 또 “이번 선거의 결과는 끝이 아니라, 더 나은 대한민국을 향한 새로운 출발”이라며 “선거 기간 동안 귀 기울이신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국정에 충실히 반영해 달라”라고 덧붙였다.원불교(나상호 교정원장)는 “하나 된 국민의 마음과 사회적 안전망 구축은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목표”라며 “서로 다른 생각과 입장이 조화를 이루고, 소통과 이해를 바탕으로 국가의 화합을 이끌 수 있는 포용적인 리더십을 통해 대한민국을 더욱 희망차고 조화로운 나라로 이끌어 주시길 바란다”라고 밝혔다.성균관(관장 최종수)과 전국 유림은 “논어에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民無信不立)는 말씀이 있다”라며 “신뢰를 얻는 정치를 통해 국민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모두가 행복한 정치를 해 주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김종생 총무)도 “분열과 혐오가 아니라 전환과 희망을 향해 나아가자는 시민들의 뜻이 투표를 통해 드러났다”라며 “환호하는 이들뿐 아니라 눈물 흘리는 이들의 목소리에도 먼저 귀 기울이는 지도자가 되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그림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화폭 안에 담긴 의미를 모르고 눈으로만 그림을 보는 것은, 속된 말로 ‘까만 것은 글자고 하얀 것은 종이’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불교 그림은 더 그렇다. 수많은 부처님과 보살, 사천왕 등으로 가득한 탱화(幀畵)는 어떻게 봐야 ‘잘 봤다’고 할 수 있을까.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관장 서봉 스님)에서 열리고 있는 ‘호선(毫仙) 의겸(義謙): 붓끝에 나투신 부처님’은 조선 최고의 화승(畫僧) 의겸 스님의 예술적 발자취를 조명하는 전시다. 29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국보인 전남 순천 송광사의 ‘영산회상도’와 ‘팔상도’, 보물인 여수 흥국사의 십육나한도 등 12점을 선보인다. 박물관 측은 “영산회상도와 팔상도는 학술적 종교적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국보로 승격됐다”라며 “두 작품이 송광사 이외의 장소에서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영조 원년(1725년) 제작된 영산회상도는 석가모니가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모습을, 팔상도는 석가모니의 생애를 8개의 주제로 묘사한 것이다. 송광사 영산전에 봉안하기 위해 짝으로 제작됐다. 영산회상도는 그림 아래쪽에 설법을 청하는 사리불과 청중을 배치해 설법 장면을 묘사한 ‘법화경’의 내용을 가장 충실하게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화기(畫記·불화 하단에 적힌 제작 연대와 봉안 장소, 제작 목적, 시주자, 제작자 명단 등)가 명확한 것도 당시 시대상과 불화의 변천을 보여주는 특징. 일부 작품에만 남은 화기는 이 시기를 거치며 명확한 탱화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팔상도는 그림의 내용을 알면 더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다. 첫 번째인 ‘도솔래의상(兜率來儀象)’은 석가모니가 어머니인 마야 부인에게 잉태되는 장면을 표현했다. 그림 왼쪽 아래 잠든 마야 부인에게 흰 코끼리를 탄 호명 보살(석가모니가 부처가 되기 전 보살로 도솔천에 있을 때 이름)이 천인들을 거느리고 다가가는 모습이다. 네 번째 작품인 ‘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은 싯다르타가 말을 타고 성을 넘어 출가하는 장면을, 일곱 번째 ‘녹원전법상(鹿苑轉法相)’은 정각을 이룬 석가모니가 녹야원에서 첫 설법한 장면과 부처님의 전법과 관련된 주요 이야기를 표현했다.박물관 측은 “의겸 스님은 당대에 ‘호선(毫仙·붓의 신선)’ ‘존숙(尊宿·우러러볼 정도의 승려)’ ‘대정경(大正經·크고 올바른 모범)’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경지에 이른 화승”이라며 “스님의 삶과 작품에 담긴 학술적·종교적 의미를 알고 그림을 보면 전과는 다른 것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평생 한국의 지적장애인들을 위해 헌신한 천노엘(본명 노엘 오닐·사진) 신부가 1일(현지 시간) 고국 아일랜드에서 선종했다. 향년 93세. 1956년 아일랜드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에서 사제품을 받은 천 신부는 6·25전쟁 당시 한국에서 활동했던 선배 선교사의 얘기를 듣고 한국 파견을 자원했다. 1958년 전남 장성성당 보좌신부로 선교 활동을 시작해 서교동 본당, 원동 본당, 제주 중앙 본당 등에서 주임 신부로 사목했다. 광주 북동성당 주임 신부로 있던 1975년 19세 지적장애인이 급성 폐렴으로 목숨을 잃는 걸 보고 충격을 받은 고인은 이후 장애인 특수 사목의 길을 걸었다.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 등지를 돌며 지적장애인들의 생활을 살펴본 천 신부는 1981년 국내 최초로 장애인과 봉사자가 함께 살아가는 주택인 ‘그룹 홈’을 설립했다. 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엠마우스 복지관’과 사회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 등을 설립해 장애인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데 헌신했다. ‘지적장애인들의 수호천사’로 불렸던 고인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받았다. 한국에서 67년간 헌신해 온 천 신부는 지난해 7월 퇴임 뒤 건강 등의 문제로 고향인 아일랜드로 돌아갔다. 고인의 장례미사는 아일랜드 현지에서 거행된다. 광주대교구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유해 일부가 한국에 도착하면 국내에서 별도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성 아우구스띠노의 정신 안에서, 공동생활의 아름다움을 깨닫도록 많은 젊은이들을 비추시고, 그들에게 당신을 섬기도록 힘을 북돋워 주시어, 당신이 그들 안에서 시작한 일을 완성하게 하소서. 아멘.” 검은 옷의 수사(修士·수도원에서 공동생활하는 남성 수도자)들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기도문을 읊는다. 저녁 어둠이 내려앉은 성당 안을 춤추듯 일렁이는 촛불들. 지난달 29일 찾은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의 경기 연천 ‘착한 의견의 성모수도원’ 저녁 기도는 영화에서 본 중세 유럽 수도원을 연상케 했다. 지난달 새 교황에 오른 레오 14세가 몸담았던 곳으로 다시 한 번 주목받은 아우구스띠노 수도회는 1244년 성 아우구스띠노(354∼430)의 생활 양식과 수도회 규칙을 따르는 수도자들이 로마에서 첫 회의를 갖고 설립했다. 하지만 그 기원은 사제로 서품된 성 아우구스띠노가 수도자 공동체를 만든 4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세계 40여 개국에서 28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수도회는 한국에는 1985년 진출했으며 현재 인천 전동과 강화, 경기 연천 등 3곳에서 18명의 수도자가 생활하고 있다. 이기훈 살레시오 수사는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의 영성(靈性)은 ‘하느님 안에서 한마음 한뜻(Anima Una et Cor Unum in Deum)’으로 대표된다”라며 “먼저 자기 자신과의 일치, 그리고 이웃과의 일치, 형제들과의 일치, 더 나아가 하느님과의 일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다른 곳도 그렇지만 아우구스띠노 수도회는 공동체 생활을 중시한다. 공동체는 서로 간의 충실함과 신뢰, 성실함과 상호 이해를 돕고 유지하게 하는 ‘다양성 안의 일치’를 달리 표현한 말이라고 한다. 때문에 스님들이 각자 공양하는 것과 달리, 수도회에선 함께 모여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 등 마무리도 함께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지금은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어떤 일을 할 때 혼자가 아닌 두 명 이상이 하도록 했다고 한다. 생활은 ‘심플’하다. 평일 기준 오전 6시 반 미사와 아침 기도, 낮 기도(정오), 오후 5시 묵상과 저녁 기도, 오후 8시 끝 기도가 끝나면 오후 9시 반 정도까지 공동 휴식 시간을 갖는다. 기도와 기도 사이 시간에는 각자의 공부나 업무를 본다. 교황 레오 14세는 2001년부터 12년간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장을 역임하면서 5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이기훈 수사는 “(교황은) 매우 소탈하고 유머가 넘치는 분”이라며 “한 번은 숙소가 모자라 인근 수녀원 숙소를 빌렸는데, 다음 날 아침 ‘이불에 깔려 죽을 뻔했다’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다”라고 전했다. 수녀원에서 온돌방에 두꺼운 원앙금침 같은 이불을 제공했는데, 그런 이불을 덮어본 적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교황은 한국 방문 때마다 수행 없이 짐을 직접 들고 다녔다고 한다. 이 수사는 “원래 올해가 한국 지부 설립 40주년이라 교황(당시 추기경)을 초청할 계획이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라며 “교황 선출 뒤 축하 인사와 함께 한국에 한 번 오시면 좋겠다고 메일을 보내니 ‘기회가 닿는 대로 꼭 방문하겠다’라는 답장이 왔다”라고 말했다. 선교사 출신으로는 처음 교황에 오른 레오 14세는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에 대한 긍지도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사는 “교황의 사목 표어인 ‘IN ILLO UNO UNUM(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은 성 아우구스띠노의 ‘시편 제127편 해설’의 한 구절”이라며 “레오 14세 교황 문장의 책 위에 화살이 관통한 심장 문양도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의 표상을 떠오르게 한다”라고 말했다. 이 문양은 성 아우구스띠노의 회심(回心·과거의 생활을 뉘우치고 신앙에 눈을 뜸) 체험을 표현한 것으로, ‘당신께서는 당신의 말씀으로 제 마음을 찌르셨습니다’란 의미라고 한다.연천 ‘착한 의견의 성모수도원’은 피정(避靜·성당이나 수도원 같은 곳에서 묵상이나 기도를 통하여 자신을 살피는 일) 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주로 가톨릭 신자를 받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비신자도 가능하다고 한다. 각종 볼거리와 프로그램이 많은 템플스테이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어둠이 내린 호젓한 저녁 산책길. 개구리와 바람에 잎새 스치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내 눈과 귀를 빼앗지 않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 성당 창문 너머로 수사들의 신과 사람, 세상을 위한 찬미가(讚美歌)가 나지막하게 들린다. 이렇게 외진 곳에서도 누군가 간절하게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것이 아닐까.연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평생 한국의 지적장애인들을 위해 헌신한 천노엘(본명 노엘 오닐·사진) 신부가 1일(현지 시간) 고국 아일랜드에서 선종했다. 향년 93세.1956년 아일랜드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에서 사제품을 받은 천 신부는 6·25전쟁 당시 한국에서 활동했던 선배 선교사의 얘기를 듣고 한국 파견을 자원했다. 1958년 전남 장성성당 보좌신부로 선교활동을 시작해 서교동 본당, 원동 본당, 제주 중앙 본당 등에서 주임 신부로 사목했다. 광주 북동성당 주임 신부로 있던 1975년 19세 지적장애인이 급성 폐렴으로 목숨을 잃는 걸 보고 충격을 받은 고인은 이후 장애인 특수 사목의 길을 걸었다.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 등지를 돌며 지적장애인들의 생활을 살펴본 천 신부는 1981년 국내 최초로 장애인과 봉사자가 함께 살아가는 주택인 ‘그룹 홈’을 설립했다. 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엠마우스 복지관’과 사회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 등을 설립해 장애인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데 헌신했다. ‘지적장애인들의 수호천사’로 불렸던 고인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받았다.한국에서 67년간 헌신해 온 천 신부는 지난해 7월 퇴임 뒤 건강 등의 문제로 고향인 아일랜드로 돌아갔다. 고인의 장례미사는 아일랜드 현지에서 거행된다. 광주대교구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유해 일부가 한국에 도착하면 국내에서 별도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성 아우구스띠노의 정신 안에서, 공동생활의 아름다움을 깨닫도록 많은 젊은이들을 비추시고, 그들에게 당신을 섬기도록 힘을 북돋워 주시어, 당신이 그들 안에서 시작한 일을 완성하게 하소서. 아멘.”검은 옷의 수사(修士·수도원에서 공동생활하는 남성 수도자)들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기도문을 읊는다. 저녁 어둠이 내려앉은 성당 안을 춤추듯 일렁이는 촛불들. 지난달 29일 찾은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의 경기 연천 ‘착한 의견의 성모수도원’ 저녁기도는 영화에서 본 중세 유럽 수도원을 연상케 했다.지난달 새 교황에 오른 레오 14세가 몸담았던 곳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은 아우구스띠노 수도회는 1244년 성 아우구스띠노(354~430)의 생활 양식과 수도회 규칙을 따르는 수도자들이 로마에서 첫 회의를 갖고 설립했다. 하지만 그 기원은 사제로 서품된 성 아우구스띠노가 수도자 공동체를 만든 4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세계 40여 개국에서 28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수도회는 한국에는 1985년 진출했으며, 현재 인천 전동과 강화, 경기 연천 등 3곳에서 18명의 수도자가 생활하고 있다. 이기훈 살레시오 수사는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의 영성(靈性)은 ‘하느님 안에서 한마음 한뜻(Anima Una et Cor Unum in Deum)’으로 대표된다”라며 “먼저 자기 자신과의 일치, 그리고 이웃과의 일치, 형제들과의 일치, 더 나아가 하느님과의 일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곳도 그렇지만 아우구스띠노 수도회는 공동체 생활을 중시한다. 공동체는 서로 간의 충실함과 신뢰, 성실함과 상호 이해를 돕고 유지하게 하는 ‘다양성 안의 일치’를 달리 표현한 말이라고 한다. 때문에 스님들이 각자 공양하는 것과 달리, 수도회에선 함께 모여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 등 마무리도 함께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지금은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어떤 일을 할 때 혼자가 아닌 두 명 이상이 하도록 했다고 한다.생활은 ‘심플’하다. 평일 기준 오전 6시 반 미사와 아침기도, 낮 기도(정오), 오후 5시 묵상과 저녁기도, 오후 8시 끝 기도가 끝나면 오후 9시 반 정도까지 공동 휴식 시간을 갖는다. 기도와 기도 사이 시간에는 각자의 공부나 업무를 본다.교황 레오 14세는 2001년부터 12년간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장을 역임하면서 5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이기훈 수사는 “(교황은) 매우 소탈하고 유머가 넘치는 분”이라며 “한 번은 숙소가 모자라 인근 수녀원 숙소를 빌렸는데, 다음 날 아침 ‘이불에 깔려 죽을 뻔했다’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다”라고 전했다. 수녀원에서 온돌방에 두꺼운 원앙금침 같은 이불을 제공했는데, 그런 이불을 덮어본 적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교황은 한국 방문 때마다 수행 없이 짐을 직접 들고 다녔다고 한다. 이 수사는 “원래 올해가 한국 지부 설립 40주년이라 교황(당시 추기경)을 초청할 계획이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라며 “교황 선출 뒤 축하 인사와 함께 한국에 한 번 오시면 좋겠다고 메일을 보내니 ‘기회가 닿는 대로 꼭 방문하겠다’라는 답장이 왔다”라고 말했다.선교사 출신으로는 처음 교황에 오른 레오 14세는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에 대한 긍지도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사는 “교황의 사목 표어인 ‘IN ILLO UNO UNUM(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은 성 아우구스띠노의 ‘시편 제127편 해설’의 한 구절”이라며 “레오 14세 교황 문장의 책 위에 화살이 관통한 심장 문양도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의 표상을 떠오르게 한다”라고 말했다. 이 문양은 성 아우구스띠노의 회심(回心·과거의 생활을 뉘우치고 신앙에 눈을 뜸) 체험을 표현한 것으로, ‘당신께서는 당신의 말씀으로 제 마음을 찌르셨습니다’란 의미라고 한다.연천 ‘착한 의견의 성모수도원’은 피정(避靜·성당이나 수도원 같은 곳에서 묵상이나 기도를 통하여 자신을 살피는 일) 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주로 가톨릭 신자를 받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비신자도 가능하다고 한다. 각종 볼거리와 프로그램이 많은 템플스테이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어둠이 내린 호젓한 저녁 산책길. 개구리와 바람에 잎새 스치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내 눈과 귀를 빼앗지 않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 성당 창문 너머로 수사들의 신과 사람, 세상을 위한 찬미가(讚美歌)가 나지막하게 들린다. 이렇게 외진 곳에서도 누군가 간절하게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만한 것이 아닐까.연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1990년대 후반 갑자기 여기저기서 ‘ONATA’ 차가 거리에 나타났다. 고3 수험생들 사이에 ‘쏘나타(SONATA) 엠블럼의 S를 갖고 있으면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다’는 괴담이 퍼지면서, S자를 떼어간 것. 일부 수험생의 장난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게, 1997년 현대자동차가 무상으로 S자를 다시 부착해 준 차만 3만여 대에 달했고 이런 현상은 이후에도 몇 년 더 지속됐다. 그 학생들이 쏘나타를 찾으러 돌아다닐 시간에,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알려고 찾아다녔다면 진짜 서울대를 가지 않았을까? 최고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속된 말로 ‘공부 잘하는 법’을 썼다. 제목만 보면 무슨 비법이 숨어 있어 누구나 이 책만 보면 금방 공부를 잘하게 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정확하게 말하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학생들이 공부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심리적 불편감입니다.… 공부하는 활동이 불편감을 초래하다 보니 사람들은 쉽고, 편하면서 효과가 좋은 공부법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공부법은 예외 없이 잘못된 공부법입니다.”(2강 ‘공부법에 대한 오해’ 중) 저자는 뛰어난 언변으로 어려운 내용도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일타강사’에게 배우면 성적이 저절로 오를 것 같지만, 이는 기분 탓이라고 주장한다. 강의력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동일한 강사가 같은 내용을 한 반에서는 더듬거리며, 다른 반에서는 유창하게 가르치는 실험에서 두 집단의 시험 점수에 차이가 없었다는 것. 강사가 누구냐보다 스스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느냐가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번은 수업을 수동적으로 듣게만 하고, 다른 한 번은 능동적으로 미리 팀원들과 문제를 풀어본 다음 강의를 듣게 했더니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듣기만 한 수업이 더 즐겁고 많이 배운 것 같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성적은 후자가 더 높았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얘기”라고 할지 모르지만, 공부에 왕도는 없는 법. 마음속 한편에 숨어 있는 ‘S’자에 기대고 싶은 생각을 떨쳐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교황 레오 14세가 가자지구에서의 휴전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촉구했다.레오 14세는 28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 알현에서 “가자지구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죽은 자녀의 시신을 꼭 껴안고 울부짖는 절규가 점점 더 하늘에 닿고 있다”라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등) 책임 있는 이들에게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한다. 전투를 멈춰달라. 모든 인질을 석방하고 국제 인도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21일 즉위 후 첫 수요 일반 알현에서도 이스라엘에 더 많은 인도적 지원을 가자지구에 허용하라고 촉구했다.교황은 이어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사상 최대 규모 드론 공습을 감행한 사실을 언급하며 “전쟁을 멈추고 모든 대화와 평화의 시도를 지지할 것을 다시 한번 힘차게 호소한다”라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즉위 이후 전쟁 반대 메시지를 여러 차례 내 왔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새에덴교회(담임목사 소강석)가 다음 달 13,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해외 6·25전쟁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를 개최한다. 2007년 순수 민간 차원으로 시작한 새에덴교회의 6·25전쟁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는 올해 19년째로, 지금까지 초청된 세계 각국 참전용사는 6900여 명에 이른다. 2023년까지는 국내에서 초청 행사를 치렀으나 참전용사들이 90세가 넘은 고령임을 고려해 지난해부터는 국내와 국외로 나눠 치르고 있다. 워싱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 공원 헌화식과 르네상스 알링턴 캐피털 뷰 호텔에서 열리는 기념식과 만찬에는 참전용사와 가족, 실종자와 전사자 가족, 정·관계 인사 등 300여 명이 참석한다. 다음 달 22일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에서 열리는 ‘제75주년 6·25 상기, 국군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에는 국군 참전용사와 가족 200명, 정·관계 인사와 신도 5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25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교황 레오 14세의 로마 주교좌 착좌식(着座式)이 거행됐다. 착좌식은 가톨릭에서 주교가 교구장에 취임하는 의식이다. 전통적으로 교황은 로마 주교를 겸임했으며, 라테라노 대성전이 로마 주교좌 성당이다.교황은 착좌식에 앞서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을 만나 “로마 시민 모두를 섬기는 무겁지만, 설레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착좌식을 마친 교황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안장된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 이동해 ‘로마 백성의 구원’으로 불리는 성모 성화를 경배했다.교황은 또 이날 강복 메시지를 통해 “전날(24일)은 ‘중국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이었다”며 “시련 속에서도 복음의 강력하고도 기쁜 증인이 되는 은총을 얻어 항상 평화와 조화를 증진할 수 있도록 기도했다”라고 밝혔다. 교황이 즉위 뒤 중국 내 가톨릭 신앙 문제를 언급한 건 처음이다. 교황청은 2007년 베네딕토 16세 교황 재위 당시 중국 가톨릭 신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5월 24일을 ‘중국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했다.한편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폐지했던 일명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보너스’를 되살렸다. 이번에 교황청 직원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각 500유로(약 77만 원)씩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강원도 오대산 줄기 만월산 중턱에 자리한 강릉 현덕사(주지 현종 스님)에서 템플스테이 취재를 한 적이 있다. 스님 두 명에 시도 지정 문화재는 고사하고 절의 입구를 알리는 일주문(一柱門)도 없는 정말 작은 절인데, 2023년 대한불교조계종 템플스테이 평가에서 경주 불국사, 예산 수덕사, 서울 진관사 등 유명 사찰들과 함께 나란히 최우수 등급(A)을 받았다. 이유가 궁금해 절 안팎을 쏘다니며 이리저리 이 작은 절의 ‘매력’을 찾고 있는데, 공양간 벽에 떡하니 걸려 있는 족자가 눈에 띄었다. ‘억지로라도 쉬어가라.’ 템플스테이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말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정말 좋았다”라고 말했다. 쉬려고 절에 왔는데, 오리엔테이션만 한 시간씩 하면서 진짜 ‘쉼’과는 거리가 먼 곳이 많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진짜 쉼’이란 무엇일까? 20년 경력의 신경과학자이자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 연구원인 저자가 ‘침묵’의 놀라운 효과를 실증적으로 서술했다. ‘소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침묵의 뇌과학’이란 부제처럼 저자는 ‘침묵’을 단지 말을 하지 않는 것에 국한하지 않는다. 저자에게 ‘침묵’은 넓은 의미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우려 하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멈추는 행동이다. 신체의 침묵에서 자아의 침묵까지 회복을 위해 필요한 8가지 침묵을 정리하고, 침묵이 우리의 기억력, 주의력, 심지어 면역력에까지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설명했다. “… 연구자들은 뇌가 열심히 일하면서 생성한 노폐물을 청소하는 것은 (수면을 동반한 휴식 혹은 비수면 상태의) 휴식을 취할 때임을 알아냈다. … 푹 자고 일어난 후 혹은 명상을 하고 난 후 개운함을 느끼며 휴식의 재생 효과를 실감하는 것은 이러한 뇌의 독소 제거와 관련이 있다.”(3장 ‘주의력의 침묵’에서) 저자는 모두가 ‘쉬고 싶다’고 말은 하지만, 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쉬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더 괴로워하는 ‘행동 중독’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예시로 든 한 실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빈방에 한 사람씩 6∼15분 정도 가뒀다. 그리고 얼마 뒤 전기 충격을 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자, 상당수(남성은 67%, 여성은 25%)가 자신에게 고통을 가하는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차라리 ‘고통’을 선택할 만큼 ‘신체의 침묵’ 상태를 견디지 못했다는 뜻이다. 남의 일 같지만 남의 일 같지 않다. 동네 편의점을 가는 그 잠시, 몸을 가누기 힘든 출근 시간 지하철 안에서도 기를 쓰고 휴대전화로 뭔가를 보고 있는 게 바로 나 자신이니까. 저자는 우리 몸은 이런 ‘행동 중독’ 상태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고, 이런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축적될 경우 바이러스나 암 등에 취약해지는 면역력 약화 상태가 된다고 말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교황 레오 14세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 달리 역대 교황의 거처였던 바티칸 사도궁 교황 아파트에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15일(현지 시간) 사도궁 교황 아파트 일부 방과 욕실이 현재 수리 중이며, 공사 속도를 고려할 때 약 한 달 뒤 교황이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도궁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오른쪽에 있는 대규모 궁전으로, 3층에 교황의 공식 집무실과 숙소 등 개인 공간이 있는 전통적인 교황 거처다. 역대 교황은 일요일마다 집무실 창문을 열고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삼종기도를 주례해 왔다. 레오 14세가 교황 아파트를 선택한 것은 공식 활동을 위한 공간 확보와 사생활 보호 때문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아파트 대신 선종 때까지 재위 12년 내내 소박한 사제 기숙사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거주했다. 이에 따라 산타 마르타의 집은 건물 2층 전체가 교황과 보좌진, 의료진, 경호 인력 등을 위한 공간으로 개조됐다. 하지만 개방적인 공간이라 경호 및 사생활 보호에 어려움이 있어 여러 추기경이 레오 14세에게 교황 아파트로 옮길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오 14세가 사도궁으로 옮기면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해 개조했던 산타 마르타의 집은 원상 복구돼 바티칸 방문 성직자나 콘클라베 참가 추기경을 위한 임시 숙소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교황 선출 이후 레오 14세는 진보적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지를 잇겠다고 강조하면서도 형식 측면에선 전통으로 회귀하는 듯하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교황 레오 14세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 달리 역대 교황의 거처였던 바티칸 사도궁 교황 아파트에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15일(현지 시간) 사도궁 교황 아파트 일부 방과 욕실이 현재 수리 중이며, 공사 속도를 고려할 때 약 한 달 뒤 교황이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도궁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오른쪽에 있는 대규모 궁전으로, 3층에 교황의 공식 집무실과 숙소 등 개인 공간이 있는 전통적인 교황 거처다. 역대 교황은 일요일마다 집무실 창문을 열고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삼종기도를 주례해 왔다.레오 14세가 교황 아파트를 선택한 것은 공식적인 활동을 위한 공간 확보와 사생활 보호 때문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아파트 대신 선종 때까지 소박한 사제 기숙사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거주했다. 하지만 개방적인 공간이라 경호 및 사생활 보호에 어려움이 있어 여러 추기경이 레오 14세에게 교황 아파트로 옮길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레오 14세가 사도궁으로 옮기면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해 개조했던 산타 마르타의 집은 원상 복구돼 바티칸 방문 성직자나 콘클라베 참가 추기경을 위한 임시 숙소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