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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차 세계복음주의연맹(WEA·World Evangelical Alliance) 서울총회(공동위원장 이영훈·오정현 목사)가 27~31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개최된다.1846년 설립된 WEA는 세계 146개국 6억5000만 명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복음주의 연합체. 세계교회협의회(WCC·World Council of Churches)가 진보적 성향이라면, WEA는 복음의 순수성과 무신론적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보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WEA 총회는 6년마다 열리며, 2019년 제13차 WEA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총회에 이어 아시아에선 두 번째다. 주제는 ‘모든 이에게 복음을, 2033을 향하여’.5일간 열리는 총회에서는 △성경에 기초한 복음적 일치 확인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성령이 충만한 제자 훈련 △종교 박해, 동성애로 인한 가정 파괴, 다음 세대의 신앙 이탈, 미디어 시대의 복음 전도 등 기독교가 처한 세계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이 논의된다. 특히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들의 석방을 위한 다양한 방안도 논의된다. WEA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KEF), 평화한국(Peace Kore) 등과 연대해 북한에 억류된 한국 선교사들의 석방을 유엔(UN) 인권이사회에 주요 의제로 상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서울총회 조직위원회는 “1907년 평양 대부흥으로 타오른 복음의 불씨는 1970~1990년대 폭발적 부흥과 함께 세계 선교 운동으로 확산했다”라며 “이후 한국교회는 약 170개국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등 비서구권 최대의 선교 국가로 자리매김했다”라고 설명했다. 조직위는 또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총회는 비서구 교회의 자립, 자치 모델을 세계와 공유하고, 성경적 가치관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의 만행에 맞서다 순교한 평신도 교리교사인 피에트로 토 로트(1912∼1945·사진)가 파푸아뉴기니 첫 성인에 올랐다. 레오 14세 교황은 19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토 로트 등 복자 7명의 시성식을 거행했다. 파푸아뉴기니 라쿠나이에서 태어난 토 로트는 파푸아뉴기니 1세대 그리스도인이다. 일본군의 정책에 저항하는 사목 활동을 하다 체포돼 순교했으며, 1995년 파푸아뉴기니를 방문 중이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그를 복자로 선포했다. 이날 시성식에서는 1915년 아르메니아 대학살 당시 튀르키예군에게 목숨을 잃은 아르메니아 대주교 이그나티우스 말로얀(1869∼1915), 평생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한 베네수엘라의 평신도 호세 그레고리오 에르난데스 시스네로스(1864∼1919), 왼팔 없이 태어났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예수의 시녀 수도회를 설립한 마리아 카르멘 렌딜레스 마르티네스(1903∼1977) 등도 성인에 올랐다. 교황청은 가톨릭 사제 또는 신자에 대해 영웅적 덕행 정도와 기적의 유무를 검증해 가경자, 복자, 성인 등의 호칭을 수여한다. 가경자는 성덕만 인정된 이에게 부여되고 이후 한 번의 기적이 인정되면 복자, 두 번 이상의 기적이 검증되면 성인으로 각각 추서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최근 종교계 안팎에서 참혹한 재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소방관들을 위한 ‘소방 성직자’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소방 성직자는 군목·군승, 경목·경승처럼 소방직과 소방관에게 특화된 이른바 ‘소방목·소방승’(가칭) 등을 일컫는다. 소방 성직자 도입 논의는 지난여름에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조 작업에 나섰던 소방관 2명이 잇달아 숨진 채 발견되면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두 사람 모두 트라우마 때문에 여러 차례 심리 상담 및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해 소방청의 전체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상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6만여 명 중 4375명(7.2%)이 PTSD로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 선택 시도로 인한 치료는 3141명(5.2%), 우울증은 3937명(6.5%), 수면장애는 1만6921명(27.9%)에 이른다. 절반에 가까운 2만8374명(46.8%)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 한석훈 한국기독소방선교회장은 “소방관도 사람이라 대형 참사 현장에서 사선을 넘다 보면 당연히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를 겪는다”며 “하지만 ‘소방관은 강해야 한다’는 직업적 압박이 크기 때문에 고민이나 정신적 어려움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신앙 상담의 대부분이 삶의 고민을 털어놓는 데서 시작하는 만큼, 소방 성직자는 소방관들의 정서 안정이나 심리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일반적인 사회 상담사나 의사들이 소방관의 직업적 어려움과 고충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도 소방 성직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국방부 군종정책과장인 종오 스님(대령)은 “치료, 상담 등을 위한 첫 단계가 라포(rapport·상담자와 피상담자 간의 상호 신뢰 관계) 형성인데, 군종 장교나 경목·경승처럼 자기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마음을 여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전쟁의 참혹함, 참사로 수십 명이 죽은 현장을 겪어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상담의 질’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종오 스님은 “미군 군종 목사의 경우 전쟁·전투로 인해 파괴된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영혼의 돌봄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종교 활동을 넘어 상담, 정신적 위기 개입 등의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과정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출신으로 은퇴 뒤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는 경찰선교회 김병철 대표 목사는 “피비린내를 맡아본 적이 없는 일반 상담사가 참혹한 현장의 기억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형사의 고충을 얼마나 피부로 느낄 수 있겠느냐”며 “군종 장교, 경목·경승처럼 소방 성직자가 생긴다면 소방관들의 심리적 안정이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최근 종교계 안팎에서 참혹한 재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소방관들을 위한 ‘소방 성직자’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소방 성직자는 군목·군승, 경목·경승처럼 소방직과 소방관에게 특화된 이른바 ‘소방목·소방승’(가칭) 등을 일컫는다. 소방 성직자 도입 논의는 지난 여름에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조 작업에 나섰던 소방관 2명이 잇달아 숨진 채 발견되면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두 사람 모두 트라우마 때문에 여러 차례 심리 상담 및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지난해 소방청의 전체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상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6만여 명 중 4375명(7.2%)이 PTSD로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 선택 시도로 인한 치료는 3141명(5.2%), 우울증은 3937명(6.5%), 수면장애는 1만6921명(27.9%)에 이른다. 절반에 가까운 2만8374명(46.8%)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 한석훈 한국기독소방선교회장은 “소방관도 사람이라 대형 참사 현장에서 사선을 넘다 보면 당연히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를 겪는다”라며 “하지만 ‘소방관은 강해야 한다’라는 직업적 압박이 크기 때문에 고민이나 정신적 어려움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신앙 상담의 대부분이 삶의 고민을 털어놓는 데서 시작하는 만큼, 소방 성직자는 소방관들의 정서 안정이나 심리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일반적인 사회 상담사나 의사들이 소방관의 직업적 어려움과 고충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도 소방 성직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국방부 군종정책과장인 종오 스님(대령)은 “치료, 상담 등을 위한 첫 단계가 라포(ropport·상담자와 피상담자 간의 상호 신뢰 관계) 형성인데, 군종 장교나 경목·경승처럼 자기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마음을 여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전쟁의 참혹함, 참사로 수십 명이 죽은 현장을 겪어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상담의 질’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종오 스님은 “미군 군종 목사의 경우 전쟁·전투로 인해 파괴된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영혼의 돌봄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종교 활동을 넘어 상담, 정신적 위기 개입 등의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과정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라고 말했다.경찰 출신으로 은퇴 뒤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는 경찰선교회 김병철 대표 목사는 “피비린내를 맡아본 적이 없는 일반 상담사가 참혹한 현장의 기억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형사의 고충을 얼마나 피부로 느낄 수 있겠느냐”며 “군종 장교, 경목·경승처럼 소방 성직자가 생긴다면 소방관들의 심리적 안정이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법주사 진옹당(震翁堂) 월성(月性) 대종사(사진)가 19일 충북 보은 옥천암에서 원적에 들었다. 법랍 50년, 세수 91세.월성 스님은 1956년 남원 실상사에서 금오 스님을 은사로 수계한 뒤 제방 선원에서 정진했다. 법주사 총지선원 선덕, 복천선원장을 역임했으며, 2021년 대종사 법계를 품수했다. 영결식은 21일 오전 10시 법주사에서, 다비식은 법주사 연화대에서 엄수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매일 숱한 영양제를 쏟아붓고 이상한 걸 먹기 전에 이 책을 보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국내 최고의 법의학자가 27여 년간 3000여 건의 부검을 통해 본의 아니게(?) 알게 된, 질병과 사고로부터 죽음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비유가 다소 무서운 것 같지만, 수천 명의 범죄자를 본 교도관이 일상의 일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청소년들에게 “그렇게 살다가는 여기 와”라고 하는 것 같다.“38세 여성 A 씨는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흡연 장소에서 담배를 한 대 피웠다. 더불어 야근이 잦아 야식을 주로 먹다 보니 입사 당시보다 15kg이나 살이 찐 상태였다. 하루는 동료와 흡연 장소로 이동하다가 전날부터 시작된 등의 통증을 호소했다. … 그 순간 그녀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갑자기 쓰러져 버렸다. … 부검대에 오른 그녀의 심장을 싸고 있는 심낭을 절개했을 때 심낭 내부에는 응고된 혈액이 가득 들어 있었다. 대동맥 내부가 찢어진 대동맥 박리 때문이었다.”(2장 ‘막히거나 터지는 혈관의 최후’에서) 저자는 대동맥이 딱딱해지면 심장이 강한 압력으로 혈액을 퍼뜨리려고 할 때 혈관이 부풀어 오르다 터져 버리는 ‘대동맥 박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대동맥을 딱딱하게 만드는 위험인자가 주로 흡연, 고혈압, 당뇨병 등이다. 혈관의 가장 큰 위협인 담배는 스스로 끊기 어렵다면 약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끊어야 하며, 내일 말고 오늘 바로 하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술, 변비, 가벼운 낙상과 복통, 주변 온도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무심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겨 버리는 것들이 어떻게 심장, 대장, 뇌, 간 등에 치명적으로 작용하는지 속된 말로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며’ 설명한다. 저자는 매번 부검대 앞에서 ‘이 사람을 생전에 만났다면…’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아주 작은 습관 하나를 고쳤거나 의사의 충고를 가볍게 듣지 않았다면 만나지 않았을 사람들을 부검대에서 만나는 게 안타깝기 때문이다. ‘제발 살아 있을 때 읽어 두세요’라는 저자의 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교회가 서 있어야 할 자리는 사회적 약자 옆입니다.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쉽지요.” 다음 달 퇴임을 앞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종생 총무는 13일 인터뷰에서 그간의 소회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해 설립 100주년을 맞은 NCCK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구세군 등 29개 단체가 모인 국내 대표적인 기독교 협의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보수 기독교계를 대표한다면, NCCK는 진보 기독교계를 대표하고 있다.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2023년 8월에 2년여의 잔여 임기를 맡은 김 총무는 포용과 화합의 지도력으로 위기의 NCCK를 순탄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특히 “임기 중 NCCK를 다시 ‘교회 협의체’ 본연의 자리로 복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NCCK가 오랜 세월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며 민주화, 평화통일 운동에 집중해 오다 보니, 그 과정에서 교회 협의체라기보다 ‘강성 시민단체(NGO)’처럼 인식된 아쉬움이 있었다는 얘기다. 김 총무는 “NCCK의 사회운동도 과거 군사정권 시절처럼 소수 정예에 의한 선언이나 거리 시위 방식이 아니라, 교회 내 대중의 공감과 참여를 이끄는 방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며 “먼저 NCCK부터 획일적으로 의제와 방식을 내려보내는 곳이 아니어야 한다.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오가는 ‘플랫폼형 협의체’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임기 중 가장 아찔했던 순간으로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꼽았다. NCCK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다음 날인 4일 오전 ‘비상계엄은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김 총무는 “불의한 일에 목소리를 내는 건 교회의 당연한 의무”라며 “정교분리라는 말로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실은 김 총무도 1980년 5월 비상계엄의 피해자다. 그는 20대 시절 한 성경 공부 모임에 참석했다가 붙잡혀 2년 반의 옥고를 치렀다. 이른바 ‘한울회 사건’이다. 공부 도중 전두환 정권과 5·18민주화운동에 관해 얘기한 걸 신군부가 국가 전복 음모로 몰았다. 김 총무 자신도 어느새 서열 2위의 수괴가 돼 있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의 한국 교회가 과거처럼 사회의 등불이자 지남차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과거의 한국 교회는 교육·복지·의료·여성 인권 향상 및 민주화운동 등 사회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모범이 됐습니다. 그래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았고, 어렵고 힘들 때마다 사회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점차 기득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일부 교회와 교계 지도자들은 오히려 사회 갈등과 분열의 원인 역할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김 총무는 교회가 다시 국민의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 안의 잘못된 문화와 관습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녀 차별이 하나님의 뜻이 아님을 알면서도, 한국 교회의 지도자 계층은 대부분 남성이 차지하고, 여성 목사나 여성 지도자 배출에 소극적인 게 사실입니다. 타성에 젖어 변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많지요. 교회가 사회보다 앞서지 못하고 오히려 못하다면 어떻게 사회의 등불 역할을 하겠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교회가 서 있어야 할 자리는 사회적 약자 옆입니다.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쉽지요.”다음 달 퇴임을 앞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종생 총무는 13일 인터뷰에서 그간의 소회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해 설립 100주년을 맞은 NCCK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구세군 등 29개 단체가 모인 국내 대표적인 기독교 협의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보수 기독교계를 대표한다면, NCCK는 진보 기독교계를 대표하고 있다.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2023년 8월에 2년 여의 잔여 임기를 맡은 김 총무는 포용과 화합의 지도력으로 위기의 NCCK를 순탄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그는 특히 “임기 중 NCCK를 다시 ‘교회 협의체’ 본연의 자리로 복원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NCCK가 오랜 세월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며 민주화, 평화통일 운동에 집중해 오다 보니, 그 과정에서 교회 협의체라기보다 ‘강성 시민단체(NGO)’처럼 인식된 아쉬움이 있었다는 얘기다. 김 총무는 “NCCK의 사회운동도 과거 군사정권 시절처럼 소수 정예에 의한 선언이나 거리 시위 방식이 아니라, 교회 내 대중의 공감과 참여를 이끄는 방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라며 “먼저 NCCK부터 획일적으로 의제와 방식을 내려보내는 곳이 아니어야 한다.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오가는 ‘플랫폼형 협의체’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했다.그는 임기 중 가장 아찔했던 순간으로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꼽았다. NCCK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다음 날인 4일 오전 ‘비상계엄은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김 총무는 “불의한 일에 목소리를 내는 건 교회의 당연한 의무”라며 “정교분리라는 말로 침묵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실은 김 총무도 1980년 5월 비상계엄의 피해자다. 그는 20대 시절 한 성경 공부 모임에 참석했다가 붙잡혀 2년 반의 옥고를 치렀다. 이른바 ‘한울회 사건’이다. 공부 도중 전두환 정권과 5·18민주화운동에 관해 얘기한 걸 신군부가 국가 전복 음모로 몰았다. 김 총무 자신도 어느새 서열 2위의 수괴가 돼있었다고 한다.그는 지금의 한국교회가 과거처럼 사회의 등불이자 지남차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과거의 한국교회는 교육·복지·의료·여성 인권 향상 및 민주화 운동 등 사회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모범이 됐습니다. 그래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았고, 어렵고 힘들 때마다 사회의 길잡이 역할을 할수있었지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점차 기득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일부 교회와 교계 지도자들은 오히려 사회 갈등과 분열의 원인 역할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김 총무는 교회가 다시 국민의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 안의 잘못된 문화와 관습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남녀 차별이 하나님의 뜻이 아님을 알면서도, 한국교회의 지도자 계층은 대부분 남성이 차지하고, 여성 목사나 여성 지도자 배출에 소극적인 게 사실입니다. 타성에 젖어 변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많지요. 교회가 사회보다 앞서지 못하고 오히려 못하다면 어떻게 사회의 등불 역할을 하겠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나무 극락도사 아미타불(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왈왈!” “나무 접인망령 인로왕보살(망령을 인도하는 인로왕 보살님께 귀의합니다)”, “멍멍!” 부처님을 모신 엄숙한 대웅전에서 개 짖는 소리라니…. 그것도 큰스님들의 법문과 염불이 한창인데. 그런데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이 작은 소란꾼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기만 할 뿐. 이슬비가 흩뿌리던 11일, 강원 강릉시 대한불교조계종 현덕사(주지 현종 스님)에서 열린 개산 26주년 동식물 천도재(遷度齋)는 그렇게 시작됐다. 천도재는 망자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불교 의식. 하지만 현덕사는 문을 연 1999년부터 지금까지 ‘동식물’을 위한 천도재를 별도로 지내고 있다. 20년이 넘게 한결같이 지내다 보니, 사찰 입구를 알리는 일주문(一柱門)도 없는 이 작은 절이 반려동물 천도재를 지내는 절로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됐다. “어린 시절 장난치다 제비 새끼를 죽인 적이 있어요. 출가 뒤에도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려서 절을 세운 뒤에 그 제비 새끼를 위한 천도재를 몇 년 지냈습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그걸 알고 세상을 떠난 자기 반려동물을 위한 천도재를 부탁하더라고요. 그게 벌써 20여 년 전이네요.” 이 때문에 현덕사 대웅전에는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함께 실험용으로 있다가 죽은 동물, 길에서 사고로 숨진 동물 등의 위패 수백 개를 모신 제단이 부처님과 함께 있다. 제단도 의식의 취지에 맞춰 자유롭게 꾸민다. ‘선(先) 애견 푸들 백초코 영가(靈駕·불교에서 죽은 이를 일컫는 말)’라고 적힌 위패와 함께 아이들이 반려동물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도 함께 건다. 음식도 반려동물이 좋아했던 사료와 간식이 함께 오른다. 산짐승을 위한 무와 배추, 새들을 위한 좁쌀 등도 제단에 올랐다. 이날 천도재에는 스님과 신도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에서 온 안효진 씨(47)는 “현덕사 템플스테이에 왔다가 반려동물 천도재를 알게 됐다”며 “15년 전 키우던 리트리버 위패를 이곳에 모신 뒤 매년 천도재를 지내러 오고 있다”고 말했다. 두 시간에 걸친 천도재는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소망지를 태우는 소지(燒紙) 의식으로 마무리됐다. 현종 스님은 “지금은 반려동물 천도재가 자리를 잡았지만, 초기엔 거부감을 갖는 이들도 꽤 있었다”며 “대웅전에 사람과 동식물의 위패를 함께 모셨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저는 외양만 강아지나 고양이일 뿐, 마음은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지요. 오히려 더 기특해서 눈물이 날 때가 많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서로 의지하며 사는 연기(緣起)의 관계지요. 하물며 생명이라면 그 모습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스님은 “법당을 지을 때 키우던 강아지(현덕이)가 마르지 않은 시멘트 위를 밟아 혼을 냈는데, 현덕이가 가고 난 지금은 그 발자국이 저와 나를 잇고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끈이 됐다”며 “천도재를 통해 동식물일지라도 인연이 닿은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강릉=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나무 극락도사 아미타불(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왈왈!”“나무 접인망령 인로왕보살(망령을 인도하는 인로왕 보살님께 귀의합니다)”, “멍멍!”부처님을 모신 엄숙한 대웅전에서 개 짖는 소리라니…. 그것도 큰 스님들의 법문과 염불이 한창인데. 그런데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이 작은 소란꾼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기만 할 뿐. 이슬비가 흩뿌리던 11일, 강원 강릉시 대한불교조계종 현덕사(주지 현종 스님)에서 열린 개산 26주년 동식물 천도재(遷度齋)는 그렇게 시작됐다.천도재는 망자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불교 의식. 하지만 현덕사는 문을 연 1999년부터 지금까지 ‘동식물’을 위한 천도재를 별도로 지내고 있다. 20여 년이 넘게 한결같이 지내다 보니, 사찰 입구를 알리는 일주문(一柱門)도 없는 이 작은 절이 반려동물 천도재를 지내는 절로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됐다.“어린 시절 장난치다 제비 새끼를 죽인 적이 있어요. 출가 뒤에도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려서 절을 세운 뒤에 그 제비 새끼를 위한 천도재를 몇 년 지냈습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그걸 알고 세상을 떠난 자기 반려동물을 위한 천도재를 부탁하더라고요. 그게 벌써 20여 년 전이네요.”이 때문에 현덕사 대웅전에는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함께 실험용으로 있다가 죽은 동물, 길에서 사고로 숨진 동물 등의 위패 수백 개를 모신 제단이 부처님과 함께 있다. 제단도 의식의 취지에 맞춰 자유롭게 꾸민다. ‘선(先) 애견 푸들 백초코 영가(靈駕·불교에서 죽은 이를 일컫는 말)’라고 적힌 위패와 함께 아이들이 반려동물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도 함께 건다. 음식도 반려동물이 좋아했던 사료와 간식이 함께 오른다. 산짐승을 위한 무와 배추, 새들을 위한 좁쌀 등도 제단에 올랐다.이날 천도재에는 스님과 신도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에서 온 안효진 씨(47)는 “현덕사 템플스테이에 왔다가 반려동물 천도재를 알게 됐다”며 “15년 전 키우던 레트리버 위패를 이곳에 모신 뒤 매년 천도재를 지내러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두 시간에 걸친 천도재는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소망지를 태우는 소지(燒紙) 의식으로 마무리됐다.현종 스님은 “지금은 반려동물 천도재가 자리를 잡았지만, 초기엔 거부감을 갖는 이들도 꽤 있었다”라며 “대웅전에 사람과 동식물의 위패를 함께 모셨기 때문”이라고 전했다.“저는 외양만 강아지나 고양이일 뿐, 마음은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지요. 오히려 더 기특해서 눈물이 날 때가 많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서로 의지하며 사는 연기(緣起)의 관계지요. 하물며 생명이라면 그 모습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스님은 “법당을 지을 때 키우던 강아지(현덕이)가 마르지 않은 시멘트 위를 밟아 혼을 냈는데, 현덕이가 가고 난 지금은 그 발자국이 저와 나를 잇고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끈이 됐다”라며 “천도재를 통해 동식물일지라도 인연이 닿은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했다.강릉=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탐정이라고 하면 셜록 홈스밖에 모르는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에 탐정이 2만5000여 명이나 활동 중이라고 하면 깜짝 놀랄 것이다. 2020년 8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합법화된 지 불과 5년 만에 이렇게 늘었다고 한다. 이 책은 30년 넘게 범죄학과 범죄수사학을 연구해 온 1세대 탐정학자가 탐정에 관해 썼다. 일반인도 자신을 지키고 범죄에 당하지 않기 위해 탐정처럼 바라보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점이 눈길을 끈다.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 속에서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나 원인을 추적하는 것, 이것은 내 안의 쓸데없는 걱정이나 두려움보다 집중도를 높여준다. 탐정의 시선을 유지한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탐구자이자 파수꾼의 눈을 갖는 것이다. 탐정의 시선은 곧 나를 지키고 세상을 지키는 것이다.”(1부 ‘인간의 행위는 이유나 원인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에서) 일반인이 따라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의외로 조금만 습관을 들이면 자신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도 있다. 누구나 모함이나 무고로 고소를 당하거나 사건에 휘말릴 수 있다. 저자는 탐정에게 요구되는 객관적 관찰력과 사실과 해석을 구분해 기록하는 능력이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현장은 엉망이었다”라고 표현하는 대신 “책상 위 서류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서랍은 열려 있었으며, 컵이 바닥에 깨져 있었다”라고 기술하는 식이다. 이렇게 써야 법정 증거나 분석 자료로 활용될 때 신뢰성을 높이고 해석상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읽다 보면 민간 탐정들이 특히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기업에서 지점 관리 업무를 전문으로 했던 은퇴자가 탐정 면허를 딴 뒤, 은퇴자를 노리는 프랜차이즈 사기범을 잡고 있다니 말이다. 수십 년간 특정 분야에서 일했던 전문가들이 탐정 면허를 취득한 뒤 경찰과 함께 범죄에 대응한다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워낙 이상한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서도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인천에 있는 가톨릭 인천교구 부평1동 본당(주임 이재학 안티모 신부)에는 특별한 병원(?)이 하나 있다. 망가져서 사용할 수 없는 묵주가 ‘입원’했다가 건강한 몸으로 ‘퇴원’하는 이른바 ‘묵주(默珠) 병원’이다. 1일 찾은 병원 접수대에는 ‘치료’를 받으러 온 묵주 환자들이 가득했다. 고작 물건 하나 수선하는 곳일 뿐인데, 거창하게 병원이라니 좀 과한 게 아닐까. 이 성당 신자이자 ‘병원장’인 권묘정 씨는 “가톨릭 신자에게 묵주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묵주 기도’라는 기도 형식이 있을 정도로 가장 보편적이고 전통적인 성물”이라고 했다.묵주 기도란 묵주를 이용해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신비를 묵상하며 바치는 가톨릭의 대표적인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전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는 유흥식 추기경 등 고위 성직자들의 주례로 매일 밤 교황의 쾌유를 비는 묵주 기도가 봉헌됐다.“10년 전 세례를 받으면서 나만의 특별한 묵주를 갖고 싶어 직접 만들어 봤어요. 이것저것 만들다 보니 주변에 소중한 묵주가 망가졌는데, 고치지도 못해 상자에 넣어 보관만 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성경이 찢어지거나 훼손됐다고 일반 책처럼 쉽게 버리기 어려운 것처럼, 신자들에게는 묵주도 마찬가지다. 권 씨는 “수선을 부탁받은 묵주 중에는 100년 넘게 대대로 이어지거나, 고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선물받았다는 특별한 사연을 가진 것도 있었다”며 “돌아가신 어머니가 물려준 묵주는 유품과 마찬가지인데 망가졌다고 버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묵주를 파는 곳은 있어도, 고쳐주는 곳은 없었다. 권 씨는 “각자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묵주를 고쳐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2년 전 신부님께 허락을 받고 다니는 성당 안에 묵주 병원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시작한 묵주 병원은 신자들의 호응이 좋아 현재 수원교구 호계동 성당 등 모두 6곳에 문을 열었다.‘묵주, 그까짓 것 줄에 알을 꿰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면 오산. 묵주를 꿰는 줄은 실처럼 단순한 게 아니다. 대부분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매듭이다. 외국은 비교적 만들기가 쉬운 번데기 매듭이 많지만, 국내에선 합장·연봉·도래·가락지 등 우리 전통 매듭으로 만든 묵주가 대부분이다. 알도 같은 것을 구하기 쉽지 않아 서울 동대문 시장 등에서 발품을 팔아야 한다. 같은 모양을 구하기 어려우면 최대한 모양과 색이 비슷한 것으로 대체하는데, 묵주 종류와 색이 다양해 그것도 쉽지 않다. 권 씨는 “워낙 사연을 가진 묵주가 많다 보니, 망가진 묵주를 고쳐 받았을 때 대부분 오랜 세월 못 보던 가족이나 친구를 만난 것처럼 좋아한다”며 “작은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게 큰 보람”이라고 했다.인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가톨릭 인천교구 부평1동 본당(주임 이재학 안티모 신부)에는 특별한 병원(?)이 하나 있다. 망가져서 사용할 수 없는 묵주가 ‘입원’했다가 건강한 몸으로 ‘퇴원’하는 일명 ‘묵주(默珠) 병원’이다. 기자가 방문한 1일 이곳 접수대는 ‘치료’를 받으러 온 묵주 환자로 가득했다. 고작 물건 하나 수선하는 곳일 뿐인데 거창하게 ‘병원’이라니 좀 과한 게 아닐까.이 성당 신자이자 병원장인 권묘정 씨는 “가톨릭 신자에게 묵주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묵주 기도’라는 기도 형식이 있을 정도로 가장 보편적이고 전통적인 성물”이라고 말했다. 묵주 기도는 묵주를 이용해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신비를 묵상하며 바치는 가톨릭의 대표적인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전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는 유흥식 추기경 등 고위 성직자들의 주례로 매일 밤 교황의 쾌유를 비는 묵주 기도가 봉헌됐다. 또 레오 14세 교황도 지난달 말 세계 평화를 위해 “10월 한 달을 묵주 기도의 날로 봉헌하자”고 제안할 정도로 특별한 의식이다.“10년 전 세례를 받으면서 나만의 특별한 묵주를 갖고 싶어 직접 만들어 봤어요. 이것저것 만들다 보니 주변에 소중한 묵주가 망가졌는데, 고치지도 못해 상자에 넣어 보관만 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성경이 찢어지거나 훼손됐다고 일반 책처럼 쉽게 버리기 어려운 것처럼, 신자들에게는 묵주도 마찬가지다. 권 씨는 “수선을 부탁받은 묵주 중에는 100년 넘게 대대로 이어지거나, 고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선물 받았다는 특별한 사연을 가진 것도 있었다”라며 “돌아가신 어머니가 물려준 묵주는 유품과 마찬가지인데 망가졌다고 버릴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 묵주를 파는 곳은 있어도, 고쳐주는 곳은 없었다. 권 씨는 “각자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묵주를 고쳐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2년 전 신부님께 허락을 받고 다니는 성당 안에 묵주 병원을 열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한 묵주 병원은 신자들의 호응이 좋아 현재 수원교구 호계동 성당 등 모두 6곳에 문을 열었다.‘묵주, 그까짓 것 줄에 알을 꿰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면 오산. 묵주를 꿰는 줄은 실 같은 단순한 줄이 아니라, 대부분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매듭이다. 외국에서는 비교적 만들기가 쉬운 번데기 매듭이 많지만, 국내에서는 합장·연봉·도래·가락지 등 우리 전통 매듭으로 만든 묵주가 대부분이다. 번데기 매듭은 끈이 돌돌 말린 모양이 번데기와 닮아 붙여진 이름인데 매듭 중 가장 간단하다. 연봉 매듭은 연꽃의 봉오리 모양을 닮은 둥근 매듭으로, 단추 매듭으로도 불린다. 알도 같은 것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서울 동대문 시장 등에서 발품을 팔아야 한다. 같은 모양을 구하기 어려우면 최대한 모양과 색이 비슷한 것으로 대체하는데, 워낙 묵주 종류와 색이 다양해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권 씨는 “워낙 사연을 가진 묵주가 많다 보니, 망가진 묵주를 고쳐 받았을 때 대부분 오랜 세월 못 보던 가족, 친구를 만난 것처럼 좋아한다”라며 “작은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게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영화 ‘탑건’(1986년)의 명장면이야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본격적인 비행 신이 나오기 전에서 하나만 뽑는다면 톰 크루즈의 비치발리볼 장면을 꼽는 사람이 많다. 상의를 벗은 크루즈와 동료들이 백사장에서 구릿빛 근육을 뽐내며 경기를 펼치는 신이다. 어깨와 이두박근, 가슴 근육이 선명한 20대의 크루즈(1962년생이다) 몸매는 누가 봐도 설렐 정도다. 이 장면이 얼마나 인상 깊었으면, 36년 만에 나온 속편 ‘탑건: 매버릭’(2022년)에선 해변 미식축구 장면으로 오마주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근육’은 육체에만 해당되는 걸까. 저자는 인간이 생명체로서 살아가고 움직이는 데 핵심적인 기관인 ‘근육’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효용과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근육을 단련하기 위한 행위인 운동은 단순히 근육을 키우고 발달시키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존재와 씨름하고 행동하며, 인간의 잠재력과 사랑을 비롯한 모든 에너지의 원천을 파고드는 행동이라는 주장이다. “근력 운동은 마음의 회복력을 기르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고 증명됐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회복 중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근력 운동은 사람들이 더 안정감을 느끼고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도록 돕는다. 확실히, 눈에 띄게 신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이는 자기 인식을 바꿀 수 있다. 그렇게 당신은 자신을 주체적인 사람으로 바라보게 된다.”(3장 ‘무거운 것 들어올리기의 의미’에서) 저자는 근육과 정신은 서로 깊은 연결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몸을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골격근은 인체에서 가장 큰 기관이자 내분비 조직이다. 이것이 움직일 때 인지 기분 감정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마이오카인’이라는 단백질 분자가 분비된다. 근육과 뇌는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기에 단 몇 분만이라도 운동을 하면 신체 변화를 일으키는 분자들이 분비되면서 만족감과 행복감이 고양되고 우리의 감정도 좋은 방향으로 바뀐다. 따라서 근육이 성장하면 뇌도 성장한다. 체육 수업이 있는 학교의 아이들이 없는 곳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우연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가장 소박하고 단순한 ‘팔굽혀펴기’조차 삶에 대한 태도, 인생과 연관이 있다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 저자는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기를 반복하는 이 운동만큼 우리의 삶을 적절히 비유하는 게 또 어디 있겠냐고 역설한다. 그리고 피트니스 운동의 선구자인 잭 러레인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말한다.“팔굽혀펴기를 하려면 힘이 필요하고, 팔굽혀펴기를 많이 하려면 인내가 필요합니다.”“운동해”라는 말을 들으면 “이 나이에 무슨…”이 먼저 나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일독을 권한다. 단순히 근육을 키우고, 살을 빼는 차원을 넘어 왜 우리가 우리의 몸을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하이브리드차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가는 중간 역할을 하듯, ‘공유교회’가 성전 개념의 템플(temple) 교회에서 예배당 중심의 채플(chapel) 교회로 가는 다리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지난달 29일 경기 김포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Co-Worship station)’에서 만난 김학범 김포명성교회 목사는 이름도 생소한 ‘공유교회’ 사역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999년 김포명성교회를 개척한 그는 교회를 매각한 뒤 그 돈으로 2019년 교회 공유 사역 등을 담당하는 선교단체 ‘어시스트 미션’을 설립했다. 2020년 3월 문을 연 ‘르호봇’은 어시스트 미션의 첫 작품으로 현재 김포명성교회, 샘솟는 교회, 시와 사랑이 있는 교회 등 일곱 교회가 같은 예배당을 이용하고 있다. “저도 처음에는 크고, 유명한 교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상가 내 교회에서 벗어나 우리 교회를 짓기 위해 준비를 했죠. 문득 이렇게 가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400여 명 되는 교인들을 흩어서 작은 교회로 나눠 보내고, 교회를 판 돈으로 공유교회 사역을 시작했지요.” 공유교회란 한마디로 하나의 예배당을 여러 교회가 나눠 쓰는 형태다. 일요일의 경우 각 교회가 1시간 반씩 시간을 달리해 예배드리는 식이다. 30명 미만의 미자립 교회가 70% 이상 차지하는 한국 교회 현실에서, 공유교회는 임차료 부담을 덜고 작은 교회끼리 연대해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점 때문에 어시스트 미션의 공유교회도 김포시 풍무동 ‘엔학고레’, 수원시 인계동 ‘엘림’ 등 모두 3곳으로 늘어났다. 임차료는 월 30만 원. 3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는데 현재 엔학고레는 5개, 엘림은 6개 교회가 이용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설립은 어시스트 미션이 했지만, 성과가 좋아 자체 교회가 모든 운영권을 넘겨받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5년여 간 세 곳의 공유교회를 거친 교회는 모두 49곳으로 신자 20∼30명 정도의 작은 교회다. “미자립 교회 목사의 경우 대부분이 별도의 직업을 갖고 생활비와 교회 운영비를 충당합니다. 공유교회가 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신도들이 예배당 공유를 낯설어하거나 잘 적응하지 못해 나가는 곳도 있기는 하지요.” 김 목사는 “공유교회 운동이 점차 알려지다 보니 취지에 공감해 공유교회 사역을 시작하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형 교회인 경기 부천 세상의빛동광교회(담임목사 류재상)가 설립한 공유교회 ‘52 처치 앤 카페(Church & Cafe)’도 그중 하나. 김 목사와 어시스트 미션은 행정과 초기 세팅에 대한 조언으로 이 교회 출범을 도왔다. 아이러니하지만, 공유교회 사역을 하며 그의 교회 신자는 400여 명에서 40여 명으로 줄었다. 재정도 약 4분의 1로 감소된 작은 교회가 됐다. 기존 신자들을 인근 작은 교회로 보낸 데다 이사 등으로 인해 자연 감소했고, 교회 매각 대금은 공유교회 사역에 사용한 탓이다. “저는 프로테스탄트(개신교)에서 교회는 채플(예배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점점 교회가 템플(성전)이 돼가는 아쉬움이 있지요. 공유교회는 우리가 초기 종교개혁 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아주 좋은 ‘리셋’ 기회이자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목사는 “경제적인 장점보다 더 중요한 건 소유가 아닌 공유의 정신이 관성에 젖어 있는 우리 신앙 생활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공유교회가 본질적인 영성을 찾을 수 있는 다리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김포=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하이브리드차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가는 중간 역할을 하듯, ‘공유교회’가 성전 개념의 템플(temple) 교회에서 예배당 중심의 채플(chapel) 교회로 가는 다리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지난달 29일 경기 김포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Co-Worship station)’에서 만난 김학범 김포명성교회 목사는 이름도 생소한 ‘공유교회’ 사역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999년 김포명성교회를 개척한 그는 교회를 매각한 뒤 그 돈으로 2019년 교회 공유 사역 등을 담당하는 선교단체 ‘어시스트 미션’을 설립했다. 2020년 3월 문을 연 ‘르호봇’은 어시스트 미션의 첫 작품으로 현재 김포명성교회, 샘솟는 교회, 시와 사랑이 있는 교회 등 일곱 교회가 같은 예배당을 이용하고 있다. “저도 처음에는 크고, 유명한 교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상가 내 교회에서 벗어나 우리 교회를 짓기 위해 준비를 했죠. 문득 이렇게 가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400여 명 되는 교인들을 흩어서 작은 교회로 나눠 보내고, 교회를 판 돈으로 공유교회 사역을 시작했지요.”공유교회란 한마디로 하나의 예배당을 여러 교회가 나눠 쓰는 형태다. 일요일의 경우 각 교회가 1시간 반씩 시간을 달리해 예배드리는 식이다. 30여 명 미만의 미자립 교회가 70% 이상 차지하는 한국교회 현실에서, 공유교회는 임대료 부담을 덜고 작은 교회끼리 연대해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점 때문에 어시스트 미션의 공유교회도 김포 풍무동 ‘엔학고레’, 수원 인계동 ‘엘림’ 등 모두 3곳으로 늘어났다. 임대료는 월 30만 원. 3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는데 현재 엔학고레는 5개, 엘림은 6개 교회가 이용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설립은 어시스트 미션이 했지만, 성과가 좋아 자체 교회가 모든 운영권을 넘겨받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5년여 간 세 곳의 공유교회를 거친 교회는 모두 49곳으로 신자 20~30명 정도의 작은 교회다.“미자립 교회 목사의 경우 대부분이 별도의 직업을 갖고 생활비와 교회 운영비를 충당합니다. 공유교회가 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신도들이 예배당 공유를 낯설어하거나 잘 적응하지 못해 나가는 곳도 있기는 하지요.”김 목사는 “공유교회 운동이 점차 알려지다 보니 취지에 공감해 공유교회 사역을 시작하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형 교회인 경기 부천 세상의빛동광교회(담임목사 류재상)가 설립한 공유교회 ‘52 처치 앤 카페(Church & Cafe)’도 그중 하나. 김 목사와 어시스트 미션은 행정과 초기 세팅에 대한 조언으로 이 교회 출범을 도왔다.아이러니하지만, 공유교회 사역을 하며 그의 교회는 신자는 400여 명에서 40여 명으로 줄었다. 재정도 약 4분의 1로 감소된 작은 교회가 됐다. 기존 신자들을 인근 작은 교회로 보낸 데다 이사 등으로 인한 자연 감소했고, 교회 매각 대금은 공유교회 사역에 사용한 탓이다.“저는 프로테스탄트(개신교)에서 교회는 채플(예배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점점 교회가 템플(성전)이 돼가는 아쉬움이 있지요. 공유교회는 우리가 초기 종교개혁 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아주 좋은 ‘리셋’ 기회이자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김 목사는 “경제적인 장점보다 더 중요한 건 소유가 아닌 공유의 정신이 관성에 젖어있는 우리 신앙 생활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공유교회가 본질적인 영성을 찾을 수 있는 다리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김포=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소수당에 불과했던 나치는 어떻게 독일을 장악했을까. 교양 있는 상식적인 사람들이 왜 나치에 선동돼 권력을 헌납했을까. 30여 년간 제2차 세계대전과 나치의 역사를 추적해 온 저자가 던지는 이 물음이, 왜 2025년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를 소름 끼치게 만드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진보·보수 모두 어쩌면 이리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지. 영국 BBC 역사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히틀러와 스탈린’ ‘아돌프 히틀러의 사악한 카리스마’ 등을 저술한 나치 전문가인 저자는 나치가 어떻게 사회 전반을 잠식하며 민주주의를 무너뜨렸는지를 날카롭게 파헤쳤다. △음모론 퍼뜨리기 △‘그들’과 ‘우리’를 구분하기 △청년 타락시키기 △영웅으로 인도하기 △두려움 키우기 등등 나치가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을 세세하게 나눠 지적했는데, 지금 우리 사회 안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모습도 상당수다. “히틀러는 믿음이 지닌 엄청난 힘을 이해했다. 추종자들이 독재자를 온전히 신뢰한다면, 합리적 논거를 아무리 많이 제시해도 그들은 자신이 틀렸음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라고 요구하는 정치인은 의심해 봐야 한다.”(‘12가지 경고’에서) 저자는 많은 독재자가 지식인을 증오하고 탄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한다. 지식인들의 올바른 이의 제기가 독재자를 향한 추종자들의 믿음을 흔들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과 지금의 대한민국. 권력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나치와 비록 개탄스럽긴 하지만 한국의 정치집단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진영을 가리지 않고 극단적 성향의 추종자를 양산하고, 또 이를 기반으로 정치를 하는 행태가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 끝이 어디일까. 저자는 ‘나치는 패배했다’라는 말로 책을 맺었다. 저자가 덧붙이지 않았지만, 독일 국민이 나치를 선택한 대가를 얼마나 혹독하게 치렀는지 행간에서 읽힌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성남시 복지 예산이 1조5000억 원이나 돼요. 그런데 교회가 또 다른 복지관을 만들어서 중복 지원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경기 성남 만나교회(담임목사 김병삼) 섬김국장 이용주 목사는 18일 인터뷰에서 “교회의 나눔, 돌봄 사역도 이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만나교회는 지난해 4월부터 ‘만나복지코디’ 사역을 시작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물론이고 그들만큼은 아니어도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지원받을 수 있는 정부·지방자치단체의 복지·법률·의료·취업 등의 제도를 알려주고, 공공기관과 연계해 혜택을 받게 해주는 것. “과거 정부·지자체 복지 제도가 미흡할 때는 교회의 직접 지원이 큰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공공기관의 복지 예산, 제도, 수혜 대상자가 교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어요. 교회가 직접 지원해주는 것보다 지자체와 연계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게 이제는 어려운 분들에게 더 크고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거죠.” 이 목사는 “웬만한 사람도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이용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들은 정보 접근이 어렵거나, 자신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제도가 있어도 이용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만나복지코디를 통해 도움을 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80여 명.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와 20여 년간 노숙인으로 지내던 한 여성은 지자체 행정복지센터,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도움을 받아 ‘가족관계해체사유서’를 작성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다. 가족관계해체사유서는 가족관계가 실질적으로 해체됐음을 증명하는 서류로, 주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등 복지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거나 예외 인정을 받기 위해 필요하다. 그는 과거 기억을 떠올리기도 싫고, 혹시나 가족에게 연락이 갈까 무서워 그동안 작성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목사는 “혹시 ‘자녀 장려금 제도’가 있다는 걸 아느냐”고 물었다. 이 제도는 저소득 가구의 양육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가구에 자녀 1인당 연간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하는 복지 제도. 신청 자격은 부부 합산 총소득 7000만 원 이하, 가구 전체 재산 2억4000만 원 미만으로, 중증장애인 자녀는 나이 제한이 없다. “성남시에서 태평2동에 지원하는 무료 급식 대상자가 3200명이 넘어요. 그런데 그중 350명 정도는 몸이 안 좋아서든, 몰라서든 어떤 이유에서든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료 급식소에서 나눔, 봉사 사역을 하는 것도 좋지만 350명을 찾아가 그분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연결시켜 주면 정말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되지 않겠습니까.” 그는 “교회가 사회봉사, 나눔, 돌봄 사역을 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해 오던 방식을 앞으로도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방향과 영역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성남시 복지 예산이 1조 5000억 원이나 돼요. 그런데 교회가 또 다른 복지관을 만들어서 중복 지원 하는 게 바람직할까요?”경기 성남 만나교회(담임목사 김병삼) 섬김국장 이용주 목사는 18일 인터뷰에서 “교회의 나눔, 돌봄 사역도 이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만나교회는 지난해 4월부터 ‘만나복지코디’ 사역을 시작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물론, 그들만큼은 아니어도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지원받을 수 있는 정부·지자체의 복지·법률·의료·취업 등의 제도를 알려주고, 공공기관과 연계해 혜택을 받게 해주는 것.“과거 정부·지자체 복지 제도가 미흡할 때는 교회의 직접 지원이 큰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공공기관의 복지 예산, 제도, 수혜 대상자가 교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어요. 교회가 직접 지원해 주는 것보다, 지자체와 연계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게 이제는 어려운 분들에게 더 크고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거죠.”이 목사는 “웬만한 사람도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이용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들은 정보 접근이 어렵거나, 자신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제도가 있어도 이용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만나복지코디’를 통해 도움을 받는 사람은 지금까지 80여 명.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와 20여년간 노숙인으로 지내던 한 여성은 지자체 행정복지센터,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도움을 받아 ‘가족관계해체사유서’를 작성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다. 가족관계해체사유서는 가족관계가 실질적으로 해체됐음을 증명하는 서류로, 주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등 복지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거나 예외 인정을 받기 위해 필요하다. 그는 과거 기억을 떠올리기도 싫고, 혹시나 가족에게 연락이 갈까 무서워 그동안 작성하지 못했다고 한다.이 목사는 “혹시 ‘자녀 장려금 제도’가 있다는 걸 아느냐”라고 물었다. 이 제도는 저소득 가구의 양육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가구에 자녀 1인당 연간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하는 복지 제도. 신청 자격은 부부 합산 총소득 7000만 원 이하, 가구 전체 재산 2억4000만 원 미만으로, 중증장애인 자녀는 나이 제한이 없다.“성남시에서 태평2동에 지원하는 무료 급식 대상자가 3200명이 넘어요. 그런데 그중 350명 정도는 몸이 안 좋아서든, 몰라서든 어떤 이유에서든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료 급식소에서 나눔, 봉사 사역을 하는 것도 좋지만, 350명을 찾아가서 그 분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연결시켜주면 정말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되지 않겠습니까.”그는 “교회가 사회봉사, 나눔, 돌봄 사역을 해야 한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앞으로도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방향과 영역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종혁 목사)이 11월 8일 서울 서초구 백석예술대 아트홀에서 ‘2025 국제 다문화합창대회’를 개최한다. 참가 자격은 10~60명 이하의 다국적 혼합팀이나 해외 단일 국가팀으로, 한국인 단원은 전체의 20% 이내여야 한다. 참가곡은 장르 제한 없이 5분 이내 자유곡 1곡. 대상 1팀에는 상패와 상금 200만 원, 우수상 1팀에는 100만 원, 장려상 6팀에는 각 50만 원이 수여된다.예선 접수는 10월 1~10일. 자세한 사항은 한교총 홈페이지 참조.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