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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처이면서 희망 같은 장소였는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2026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중구 실버영화관 ‘청춘극장’ 앞을 한참 서성이던 이기춘 씨(82)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춘극장은 전날 폐관했지만 이 씨처럼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어르신들은 문 앞에서 머뭇거리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2010년 문을 연 청춘극장이 지난해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청춘극장은 서울시 지원으로 민간이 위탁 운영해 온 고령층 전용 문화공간으로, 2000원의 입장료만 받고 고전영화 상영과 노래교실 등을 운영해 어르신들의 문화 통로 역할을 해왔다. 남진, 조영남 등이 무대에 올라 관람객과 호흡했던 곳이기도 하다. 서울시와 청춘극장 위탁 운영사 등에 따르면 청춘극장 관람객은 2023년 4만4238명, 2024년 5만3208명, 지난해 11월 4만8193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운영을 맡아 온 업체 측은 “대관료는 상승하는데, 서울시 지원 예산은 계속 줄어들면서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운영사에 따르면 지원 예산은 2024년 6억6200만 원에서 지난해 5억9500만 원, 올해 5억 원 등으로 축소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고령층 대상으로 고전 영화를 틀어주는 유사 사업이 많고, 그나마 (청춘극장은) 영화 관람객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예산을 조정했다”라며 “다른 운영사를 선정해 악기와 연극 등을 가르치는 참여형 ‘누구나 청춘무대’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해명했다. 청춘극장을 10년간 빠지지 않고 다녔다는 심상애 씨(77)는 “사람도 만나고 노래도 듣던 삶의 낙인 공간이 사라져 일상이 통째로 사라진 기분”이라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문했는데 문이 닫혀 있어 쓸쓸하다”고 했다. 극장 경비원으로 3년째 일했다는 공성호 씨(64)도 “이곳은 단순한 영화관이 아니라 어르신들 삶의 리듬이었다”면서 “토요일이면 가수 공연에 춤추고 가래떡 굽는 냄새에 웃음이 가득했다”며 섭섭함을 전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식적인 관계 형성이 어려운 고령층을 위해 생활 밀착형 문화·복지 공간을 지속해서 보존하고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안식처이면서 희망 같은 장소였는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2026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중구 실버영화관 ‘청춘극장’ 앞을 한참 서성이던 이기춘 씨(82)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춘극장은 전날 폐관했지만 이 씨처럼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어르신들은 문 앞에서 머뭇거리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2010년 문을 연 청춘극장이 지난해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청춘극장은 서울시 지원으로 민간이 위탁 운영해 온 고령층 전용 문화공간으로, 2000원의 입장료만 받고 고전영화 상영과 노래교실 등을 운영해 어르신들의 문화 통로 역할을 해왔다. 남진, 조영남 등이 무대에 올라 관람객과 호흡했던 곳이기도 하다.서울시와 청춘극장 위탁 운영사 등에 따르면 청춘극장 관람객은 2023년 4만4238명, 2024년 5만3208명, 지난해 11월 4만8193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운영을 맡아온 업체 측은 “대관료는 상승하는데, 서울시 지원 예산은 계속 줄어들면서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운영사에 따르면 지원 예산은 2024년 6억6200만 원에서 지난해 5억9500만 원, 올해 5억 원 등으로 축소됐다.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고령층 대상으로 고전 영화를 틀어주는 유사 사업이 많고, 그나마 (청춘극장은) 영화 관람객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예산을 조정했다”라며 “다른 운영사를 선정해 악기와 연극 등을 가르치는 참여형 ‘누구나 청춘무대’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해명했다.청춘극장을 10년간 빠지지 않고 다녔다는 심상애 씨(77)는 “사람도 만나고 노래도 듣던 삶의 낙인 공간이 사라져 일상이 통째로 사라진 기분”이라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문했는데 문이 닫혀 있어 쓸쓸하다”고 했다. 극장 경비원으로 3년째 일했다는 공성호 씨(64)도 “이곳은 단순한 영화관이 아니라 어르신들 삶의 리듬이었다”며 “토요일이면 가수 공연에 춤추고 가래떡 굽는 냄새에 웃음이 가득했다”며 섭섭함을 전했다.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식적인 관계 형성이 어려운 고령층을 위해 생활 밀착형 문화·복지 공간을 지속해서 보존하고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세관 마약 밀수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인 백해룡 경정과 검찰 간 갈등이 또다시 불거졌다. 서울동부지검이 백 경정에게 “제기한 의혹의 근거를 제시하라”며 대면 업무보고를 지시하자 백 경정은 이를 압력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백 경정은 1일 소셜미디어에 동부지검의 ‘수사 업무보고 요청서’와 자신이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공개했다. 검찰이 보낸 요청서에는 “수사팀 출범 이후 현재까지의 상황과 향후 계획을 상세히 보고하라”는 내용과 함께, “수사팀 파견 연장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대면 보고가 필요하다”는 지침이 담겼다. 특히 검찰은 백 경정이 대검찰청과 인천공항세관 등 6곳에 대해 영장을 신청한 것을 두고 “단순 정보수집을 위한 ‘탐색적 압수수색’은 허용될 수 없다”며 의혹의 구체적 근거를 소상히 밝히라고 요구했다.또 “의문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등을 서면으로 작성해 사전 송부하고 이를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11시 동부지검 검사장실에서 대면 보고하는 방식으로 준비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동부지검 측은 이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제32조의4,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7조, 경찰공무원임용령 제 30조에 따라 이루어진 적법한 업무보고 지시”였다고 설명했다.백 경정은 이에 8쪽 분량의 서면 답변을 동부지검에 보내 대면 보고를 대체했다. 백 경정은 서면 답변에서 “수사 전결권을 부여했다느니, 작은 경찰서처럼 운영되도록 조처했다느니 공표해 놓고 뜬금없이 구체적 내용을 보고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은, 검사장이라는 권력의 힘으로 일개 경찰 경정을 제압하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동부지검장은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라며 “검찰은 단 한 번도 입국 과정에 대해 살핀 사실이 없고 어떻게 마약을 신체에 부착하고 입국했는지 질문조차 없다. 임 지검장이 대놓고 허위 사실을 유포해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임은정 동부지검장을 비판했다.백 경정은 임 지검장이 자신을 지휘할 법적 근거와 권한이 없다며 합수단 해산과 수사 내용 일체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백 경정의 파견 기간은 지난해 11월 14일까지였으나, 동부지검이 대검찰청에 파견 연장을 요청하면서 오는 14일까지다. 합수단은 대검찰청에 백 경정의 파견 해제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재력 있는 미녀 행세를 하며 로맨스 스캠과 투자 사기로 약 20억 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조직이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이 내건 미끼는 다름 아닌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였다.30일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은 범죄단체 가입·활동 및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범죄단체 조직원 11명을 구속 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 조직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중국인 총책의 지휘 아래 움직였다. 이들의 수법은 치밀했다. 조직원들은 먼저 재력과 미모를 갖춘 젊은 여성으로 가장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부를 과시하며 환심을 산 뒤 본색을 드러냈다.핵심 미끼는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에 투자하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거짓말이었다. 이들은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가상의 여성 신상정보는 물론, 전송할 사진과 구체적인 대화 대본까지 미리 준비해뒀다. 피해자들이 넘어가면 이들이 만든 허위 스페이스X 휴대전화 앱에 투자금을 넣도록 유도했다.이런 방식으로 이들이 피해자로부터 가로챈 금액만 약 19억3000만 원에 달한다. 편취한 범죄수익은 스테이블코인(테더코인)이나 달러로 받아 원화로 환전해 나눠 가졌다.조직원들은 붙잡히자 하나같이 “취업 사기에 속아 캄보디아로 끌려왔고, 감금과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며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었다. 합수단이 확보한 조직원들 간의 메신저 대화 내용에는 이들이 수당 등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합수단은 “범죄수익을 얻기 위해 고의로 범행에 가담했고 준비된 대본과 가짜 앱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철저히 기망한 만큼 죄책이 매우 중하다”며 “가담 기간과 상관없이 단 1명도 빠져나갈 수 없도록 철저한 수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합수단은 조직원 20명 가운데 검거되지 않은 7명을 추적 중이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검찰이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힘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에 대해서도 항소를 포기했다.26일 서울남부지검은 “민주당 공동 폭행 등 사건의 1심 판결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를 거쳐 피고인 모두에게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건이 의사 진행을 둘러싼 정당 간 충돌 속에서 발생해 일방적 물리력 행사로만 보기 어렵고, 6년 넘게 이어진 법적 분쟁을 더 이상 장기화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9일 1심 재판부는 민주당 박범계 박주민 의원에게 벌금 300만 원의 선고유예를,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 등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검찰은 상소를 포기했으나 일부 피고인의 항소로 2심 재판은 계속된다. 박범계 의원과 표창원 전 의원을 제외한 박주민 의원과 김 비서관 등 8명이 항소장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2019년 4월 선거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벌어진 이 사건으로 여야 의원 수십 명이 공동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국민의힘 의원 등 26명에 대해서도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으나, 피고인 측 항소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26일 오전 체감온도가 서울은 영하 18도 가까이, 강원 향로봉은 영하 35도 아래로 떨어지는 등 올겨울 최강 한파가 찾아왔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추위는 27일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5도에서 영하 3도로 평년보다 2∼7도 낮다. 낮 최고기온은 0∼8도로 예보됐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추위가 잠시 풀린 뒤 내년 초 다시 추운 날씨가 길게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월 말까지는 큰 추위가 몇 번 더 반복되고 서해안을 중심으로 폭설도 예상된다.● 26일 오전 서울의 체감온도 영하 17.6도기상청에 따르면 26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1.8도까지 떨어졌다. 강한 바람으로 체감온도는 영하 17.6도였다. 강원 향로봉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1.3도, 체감온도는 영하 35.3도였다.전국 곳곳에서 피해와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낮 12시 21분경 서울 구로구 오류동 다세대주택에서 배수관이 동파되며 누수가 발생했고, 흘러나온 물이 얼어 인근을 지나던 여성이 미끄러져 부상을 당했다. 제주에서는 강풍 피해가 잇따랐다. 서귀포시 하효동에서는 나무가 쓰러졌고, 제주시 애월읍에서는 신호등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한라산 탐방로 5곳이 통제됐고, 전남 진도 등을 잇는 바닷길 3개 항로에서 선박 4척도 운항이 중단됐다.광주에는 눈이 3cm가량 쌓이며 그늘진 곳에 살얼음이 생겼고 북구 양산동 아파트 입구에서 15세 여학생이 넘어져 머리에 통증을 호소하는 등 낙상 신고가 10여 건 접수됐다. 전남 영광에서는 바닷가에서 작업하던 70대 남성이 한랭질환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내년 1월 한파 몇 차례 더 발생할 가능성”올겨울 대체로 포근하다 갑작스럽게 한파가 찾아와 더 춥게 느껴졌다. 이번 추위는 차가운 북극 공기가 내려오는 것을 막던 제트기류가 기후온난화로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강한 제트기류에서는 한파가 오래 머무르지 않는데, 약해지면 북극의 찬 공기가 빠져나와 극강 한파를 만들고 오래 정체하며 지속 시간도 길어진다.추위는 27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1도, 인천은 영하 8도까지 내려간다. 경기 북부 일부에선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27일에는 수도권 일부와 강원 남부 내륙, 대전 충남 세종에 1cm 안팎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전문가들은 내년 1월 몇 차례 강한 한파가 더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내년 2월에는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며 이른 봄이 찾아올 가능성도 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올겨울은 북태평양 수온 분포가 ‘라니냐 해’와 패턴이 비슷하다”며 “12∼2월을 겨울로 봤을 때 전반기는 많이 춥고 후반기는 큰 추위 없이 봄이 예년보다 빨리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라니냐는 열대 태평양 해수면 온도의 특징을 나타내는 기상 현상으로 ‘라니냐 해’의 한반도 겨울은 평년보다 낮았다. 기상청도 올겨울 기상 전망에서 내년 2월 기온이 평년보다 대체로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검찰이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힘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에 대해서도 항소를 포기했다.26일 서울남부지검은 “민주당 공동폭행 등 사건의 1심 판결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를 거쳐 피고인 모두에게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건이 의사 진행을 둘러싼 정당 간 충돌 속에서 발생해 일방적 물리력 행사로만 보기 어렵고, 6년 넘게 이어진 법적 분쟁을 더 이상 장기화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9일 1심 재판부는 민주당 박범계 박주민 의원에게 벌금 300만 원의 선고유예를,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 등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검찰은 상소를 포기했으나 일부 피고인의 항소로 2심 재판은 계속된다. 박범계 의원과 표창원 전 의원을 제외한 박주민 의원과 김 비서관 등 8명이 항소장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2019년 4월 선거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벌어진 이 사건으로 여야 의원 수십 명이 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국민의힘 의원 등 26명에 대해서도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으나, 피고인 측 항소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통일교 측이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내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21년 10월 숙원 사업인 ‘한일 해저터널’을 성사시키기 위한 로비 조직, 이른바 ‘VIP 라인’을 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동아일보가 확보한 영상에 따르면 통일교 산하 천주평화연합(UPF)은 2021년 10월 13일 경북 경주시의 한 컨벤션홀에서 ‘신통일한국 안착과 한일 해저터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시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지 사흘 뒤였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을 약 한 달 앞둬 여야 모두 지지층 결집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이 자리에서 통일교 간부 박모 씨는 “한일 해저터널 추진을 위해 정치인 등으로 구성된 VIP 라인을 이미 형성하고 있다”며 “(이를 중심으로) 입법·정책화할 의인을 세워 표를 몰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대통령이나 도지사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위원회 1만 명을 만들겠다. 72개 시군구당 150명 정도만 모으면 된다”며 구체적인 동원 수치까지 제시했다. 이런 계획은 같은 해와 이듬해 한일터널연구회(현 신한일미래포럼)의 정기총회 보고서에 공식화됐다. 보고서에는 “2022년 대통령 선거 전 정치라인 접속 등 점진적 접근” “대선 캠프에 ‘한일터널 정책제안서’를 보냄”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한일터널연구회는 민간 연구·세미나 단체를 표방하지만 사실상 통일교 외곽 조직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에 대한 청탁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박모 UPF 부산지부장 등도 이사로 등재돼 있다. 통일교 측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법질서 안에서 활동해 왔고,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2022년 대통령 선거 국가정책제안서 연구팀 구성. 정치 라인 접속 등 점진적인 접근.” 통일교 유관 단체 ‘한일터널연구회(현 신한일미래포럼)’의 2021, 2022년 정기총회 결과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통일교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일 해저터널 실현을 위해 세운 계획이 단순한 구호를 넘어 조직적인 실행 로드맵으로 추진됐음이 공식 문건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대선 앞두고 정당-캠프에 ‘한일 터널’ 제안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일터널연구회는 20대 대선을 2년 앞둔 2020년부터 정치권 접촉을 본격화했다. 당시 업무 현황에는 ‘20대 대선 국가정책제안서 연구팀’을 구성해 정치 라인에 점진적으로 접근했다는 기록이 담겼다. 2021년 10월에는 ‘유라시아 신시대를 위한 한일 터널’ 정책 제안서를 발간해 대선 캠프와 국회의원 등에 전달했다. 종교 단체 외곽 조직이 조직적으로 정치권과 접촉하고 정책 제안 계획을 세운 점이 문건을 통해 확인된 셈이다. 이 같은 정황은 통일교 간부 박모 씨가 한일 해저터널 관련 행사에서 언급한 이른바 ‘VIP 라인’ 구상이 실제로 추진 단계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당시 박 씨는 “우리가 도는 100바퀴보다도 1바퀴를 돌아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그런 VIP 라인을 형성하겠다”며 정치권과의 접점을 강조했다. 특히 “해저터널 입법화를 위해 표를 몰아줄 추진위원 1만 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72개 시군구에서 150명씩 모으자”고 구체적 수치를 제시한 배경도 문건 속 ‘정치 라인 접근’ 전략과 맞닿아 있다.통일교가 한일 해저터널에 공을 들인 배경엔 사업 구상과 종교적 비전이 결합한 장기 구상이 자리하고 있다. 1981년 고 문선명 전 통일교 총재는 일본 도쿄와 서울, 미국 뉴욕을 잇는 ‘국제 평화 고속도로’ 구상을 발표했는데, 그 출발점이 한일 해저터널이었다. 한국과 일본을 잇는 터널이 만들어지면 통일교 교세를 확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두 나라를 하나의 경제·문화권으로 묶어 동아시아 평화의 흐름을 열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된 송광석 전 천주평화연합(UPF) 회장이 이사로 있는 ‘세계평화도로재단’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 재단은 2020년 한일터널연구회에 2억 원을 기부하고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사업 홍보와 학계 네트워크 형성을 주도했다. 실제로 이들이 주최한 포럼에는 국내 대학교수와 대기업 연구원,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하며 대외적인 명분을 쌓아 왔다. 이에 대해 통일교 측은 “현재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기에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달라”면서도 “이번 수사에서 교단 전체에 대한 섣부른 일반화나 오해로 이어지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밝혔다.● 윤영호 “윤석열 독대해 결과물 드렸다” 한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2022년 3월 22일에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인수위원회에서 만나 활동 결과물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사실도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2022년 4월 8일 녹취록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다른 통일교 고위 관계자들에게 “당선인께서 한학자 총재님께 감사 인사를 꼭 전해 달라고 두 번 말했다”고 언급했다. 또 대선 직전 윤 전 대통령 측근과의 식사를 거론하며 “9일이 선거 날인데 (득표율이) 10% 앞선다”고 했다며 “2번(윤 전 대통령)이 안 되면 저는 이제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것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전 본부장은 한 총재에게 독대 사실을 사후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독대는 직전에 무산되는 경우가 많아 어머니(한 총재)에게 보고를 못 드렸다”고 했다. 다만 그는 “어머님이 주신 선물을 (윤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도 말해, 한 총재가 사전에 몰랐다는 주장과는 모순된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 로비 정황도 담겼다. 윤 전 본부장은 “여의도에 수없이 다녔고 여야 모두 직접 어프로치(접촉)했다”며 보안 유지를 강력히 당부했다. 그는 “정치인과 만난 사실이 소문나면 기사화되거나 지방선거에 이용될 수 있으니 절대 묻지 말라”고 단속했다. 경찰은 통일교의 정치인 금품 제공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25일 대부분 출근해 압수물과 피의자 및 참고인 진술 등을 분석하며 법리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통일교의 자금 흐름과 정치권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 등이 금품을 수수했는지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 20대 대선 직후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을 독대해 통일교의 활동 결과물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사실이 확인됐다. 윤 전 본부장은 해당 대화에서 ‘윤 당선인이 승리하지 못했다면 자신이 책임을 지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려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선거 결과에 사활을 걸었던 정황도 드러났다.25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3월 22일에 제가 (윤 전 대통령을) 독대했다”며 “우리(통일교)가 활동한 결과물을 모두 가져갔다”고 다른 통일교 고위 관계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위치한 인수위원회 4층에서 당선인 신분이던 윤 전 대통령을 독대했다고 주장하며 “(윤 전 대통령을) 치밀하게 무조건 만나야 하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윤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이 한학자 총재와 고 문선명 전 총재의 나이를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또한 윤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 측근이라 할 수 있는 분과 점심을 했는데 9일(대선일)에 10% 앞선다고 했다”며 “2번(윤 전 대통령) 안 되면 저는 이제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것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다만 윤 전 본부장은 대통령과의 독대에 대해 “어머니(한 총재)에게 (사전에) 보고를 못 드렸다”며 “그 다음 날 어머님을 뵙고 말씀을 드리니 놀라셨다”고 덧붙였다. 다만 윤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과의 독대 상황을 설명하며 “어머님이 주신 선물을 (윤 전 대통령에) 전달했다”고도 말했는데, 이는 한 총재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독대를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충돌하는 대목이기도 하다.녹취록에는 윤 전 본부장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수의 정치인을 접촉한 정황도 포착됐다. 그는 “여의도에 수없이 다녔다”며 “제가 직접 어프로치(접근)해야 할 부분이 있고, 여당·야당 다 (접근을) 했다”고 발언했다. 이어 윤 전 본부장은 간부들에게 “혹시라도 아는 정치인이 있으면 ‘윤 본부장과 만났다는데 사실이냐’고 묻지 말라”며 “소문이 퍼지면 기사 나오고, 지자체 선거 때 이용하기 딱 좋으니 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통일교 측은 “관련해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 언급은 어렵다”면서도 “다만 왜곡된 부분들은 바로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수 연루 의혹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과 대립 중인 백해룡 경정이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과 사건 기록을 공개했다. 백 경정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 8월과 10월 임 지검장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 메시지 내용을 게재했다. 대화에는 임 지검장이 “외압수사는 고발인인 백 경정님은 수사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절차적 한계를 짚자, 백 경정이 “꼼수로 꾸려진 합수팀(합수단)은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대검 국수본 모두 수사 대상”이라며 반박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백 경정은 대화를 공개하며 “대검과 동부지검이 제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묶어두기 위한 작업을 꽤 오래전부터 해왔다”고 했다. 이어 임 지검장의 인사 배경과 관련해 “사건이 드러나는 것을 불편해하는 배후 세력의 빌드업”이라며, 검찰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임 지검장이 결론을 내리면 의혹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검찰 수뇌부가 계산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백 경정은 같은 날 저녁에는 마약 수사 관련 검찰 사건 기록과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 적발 사진 등을 공개하며 검찰이 수사를 무마·은폐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재차 제기했다. 연이은 폭로는 이날 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단이 백 경정의 파견을 조기에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데 따른 반발로 풀이된다. 앞서 백 경정은 17일에도 자신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합수단이 기각했다며 영장과 검찰의 기각 처분서 등 수사 문건을 직접 공개하며 반발한 바 있다. 이에 동부지검은 입장문을 내 피의사실과 민감한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수사 서류 유포가 반복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며, 관련 기관에 엄중한 조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통일교 숙원사업인 ‘한일 해저터널’ 추진 재단의 명칭 변경을 도왔다는 통일교 내부 보고 문건이 확인됐다. 경찰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임 전 의원에게 선거자금을 건넸다는 진술과 별개로, 이미 수년 전부터 행정 현안을 해결해주는 유착 관계가 형성된 정황으로 보고 대가성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국토부 불허 사안, 임 의원 협조로 승인” 21일 동아일보가 확인한 통일교 내부 문건인 ‘TM 특별보고’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17년 11월 말 한학자 총재에게 “세계평화터널재단의 명칭은 ‘세계평화도로재단’으로 변경하도록 승인받았다”며 “그동안 국토교통부가 (명칭) 변경을 불허하던 상태였는데 임종성 의원 협조로 어제 승인받았다”고 보고했다. TM은 한 총재를 가리키는 ‘참어머니(True Mother)’를 뜻한다. 통일교 간부들은 시력이 좋지 않은 한 총재에게 구두 보고를 하기 전 주요 내용을 이처럼 문건으로 정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재단은 통일교 숙원 사업인 한일 해저터널 사업 연구와 지원을 담당하는 단체로, 2008년 국토부 허가를 받아 설립됐다. 재단 명칭 변경은 정관 변경 사항으로 주무 관청인 국토부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문건에 따르면 국토부는 ‘명칭 변경 시 재단의 설립 목적이 변질될 수 있다’며 거부 기조를 유지했으나 2017년 11월 입장을 바꿔 이를 승인했다. 당시 임 전 의원은 국토부를 관할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경찰은 국토부의 행정적 판단이 정치적 외압에 의해 뒤집혔을 가능성을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다. 임 전 의원은 2016년 12월에도 해당 재단의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했다.통일교 내부 문건에는 재단 명칭 변경 전후로 임 전 의원과 접촉한 기록이 상세히 담겼다. 2017년 10월 윤 전 본부장은 임 전 의원과 함께 대만을 방문해 현지 국회의원들과 만찬을 한 내용을 보고하면서 “임 의원이 국회 국토위 소속이라 (경기 가평군 통일교 내) 천원단지 건설에 힘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재단 명칭이 변경된 후 임 전 의원이 재단에서 직책을 맡은 정황도 문건에 적혀 있다. 2017년 12월 한 통일교 간부는 “국회에서 한일 (해저)터널 실현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있다”며 “이날 임 의원과 OOO 의원이 세계평화도로재단 고문을 수락해 위촉패를 드린다”고 보고 문건에 적었다.● 경찰, ‘재단 승인↔자금 전달’ 대가성 수사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전담수사팀은 이러한 2017년의 행보가 2020년 총선 전후 전달된 수천만 원 상당 금품의 ‘대가성’을 뒷받침하는 고리라고 의심한다. 윤 전 본부장이 선거자금을 건네기 훨씬 전부터 통일교가 임 전 의원을 ‘민원 해결사’로 활용하며 장기적인 유착 관계를 구축해 왔을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수사팀은 2020년 2월 문건에 임 전 의원이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과 함께 ‘총선 관리 대상’으로 명기된 점도 이러한 장기 유착의 연장선으로 의심하고 있다. 본보는 임 전 의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임 전 의원은 이달 18일 ‘돈봉투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한일 해저터널 관련) 한두 번 행사에 참석했는데 제 생각과 좀 다르다 싶어 그다음부터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19일 대면 조사한 민주당 전재수 의원에 대해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전 의원은 2018년 통일교로부터 현금 2000만 원과 고가 명품 시계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데, 전 의원이 받은 금품 액수가 3000만 원을 넘지 않을 경우 공소시효가 연내 완성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에 3000만 원 이상일 경우 10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경찰은 전 의원과 임 전 의원이 각각 금품 수수 의혹이 있는 시기의 통화와 문자메시지 기록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한편 민주당 어기구 의원은 2021년 4월 20일 통일교가 설립한 비정부기구인 천주평화연합(UPF)이 주최한 ‘신통일한국시대’ 콘퍼런스에 영상 축사를 보내 “UPF를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자”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일 해저터널을 국책 사업으로 추진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어 의원은 최근 전 의원이 해양수산부 장관에서 사퇴한 후 후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취재팀은 이날 어 의원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수 연루 의혹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과 대립 중인 백해룡 경정이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과 사건 기록을 공개했다. 백 경정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 8월과 10월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 메시지 내용을 게재했다. 대화에는 임 지검장이 “외압수사는 고발인인 백 경정님은 수사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절차적 한계를 짚자, 백 경정이 “꼼수로 꾸려진 합수팀(합수단)은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대검 국수본 모두 수사 대상”이라며 반박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백 경정은 대화를 공개하며 “대검과 동부지검이 제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묶어두기 위한 작업을 꽤 오래전부터 해왔다”고 했다. 이어 임 지검장의 인사 배경과 관련해 “사건이 드러나는 것을 불편해하는 배후 세력의 빌드업”이라며, 검찰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임 지검장이 결론을 내리면 의혹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검찰 수뇌부가 계산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백 경정은 같은 날 저녁에는 마약 수사 관련 검찰 사건 기록과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 적발 사진 등을 공개하며 검찰이 수사를 무마·은폐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재차 제기했다.연이은 폭로는 이날 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단이 백 경정의 파견을 조기에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데 따른 반발로 풀이된다. 앞서 백 경정은 지난 17일에도 자신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합수단이 기각했다며 영장과 검찰의 기각 처분서 등 수사 문건을 직접 공개하며 반발한 바 있다. 이에 동부지검은 입장문을 내 피의사실과 민감한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수사 서류 유포가 반복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며, 관련 기관에 엄중한 조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백해룡 경정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에 반발해 영장 청구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수사 실무자가 영장 반려에 불복해 수사 문건을 직접 공개하고 여론전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은 이를 “중대한 위법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17일 백 경정은 “합수단 구성 후 첫 영장 신청이었고 여러 증거를 분석해 신청했음에도 검찰이 함부로 기각했다”며 영장 청구서와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의 기각 처분서를 공개했다. 그는 “채수양 합수단장이 수사가 아닌 재판을 하려 한다”며 “사실상 유죄가 확정된 뒤에나 수사를 개시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앞서 백 경정 팀은 관세청과 서울중앙지검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이를 모두 반려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합수단은 “혐의에 대한 객관적 자료 등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동부지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강제수사를 위해서는 객관적·합리적 의심이 충족돼야 하는데, 백 경정 본인의 추측과 의견 외에 피의사실을 소명할 자료가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단순 정보 수집을 위한 이른바 ‘탐색적 압수수색’은 허용될 수 없다는 논리다. 또한 세관 압수수색 요청에 대해서도 “이미 무혐의 처분된 사건과 중복되는 수사이자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일축했다. 또 백 경정이 영장 청구서와 기각 처분서를 공개한 행위에 대해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이 유포한 수사서류에는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과 공무상 비밀, 민감한 개인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다”며 “이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관련 기관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백 경정이 입장문을 배포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인천공항 세관 직원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진정인 측은 백 경정이 지난달 5일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 연가 사용 내역과 가족사진, 주거지 정보 등이 포함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백해룡 경정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에 반발해 영장 청구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수사 실무자가 영장 반려에 불복해 수사 문건을 직접 공개하고 여론전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은 이를 “중대한 위법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17일 백 경정은 “합수단 구성 후 첫 영장 신청이었고 여러 증거를 분석해 신청했음에도 검찰이 함부로 기각했다”며 영장 청구서와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의 기각 처분서를 공개했다. 그는 “채수양 합수단장이 수사가 아닌 재판을 하려 한다”며 “사실상 유죄가 확정된 뒤에나 수사를 개시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앞서 백 경정 팀은 관세청과 서울중앙지검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이를 모두 반려했다.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합수단은 “혐의에 대한 객관적 자료 등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동부지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강제수사를 위해서는 객관적·합리적 의심이 충족돼야 하는데, 백 경정 본인의 추측과 의견 외에 피의사실을 소명할 자료가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단순 정보 수집을 위한 이른바 ‘탐색적 압수수색’은 허용될 수 없다는 논리다. 또한 세관 압수수색 요청에 대해서도 “이미 무혐의 처분된 사건과 중복되는 수사이자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일축했다.또 백 경정이 영장 청구서와 기각 처분서를 공개한 행위에 대해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이 유포한 수사서류에는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과 공무상 비밀, 민감한 개인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다”며 “이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관련 기관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백 경정이 입장문을 배포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인천공항 세관 직원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경찰관의 수사 중 취득한 개인정보 유출 등 인권침해’라는 제목의 진정이 접수됐다. 진정인 측은 백 경정이 지난달 5일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 연가 사용 내역과 가족사진, 주거지 정보 등이 포함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경찰이 15일 통일교 천정궁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실 등 10곳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미 구체적인 진술이 나온 상황에서 관련 물증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8월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에서 내놨던 진술을 12일 재판 과정에서 번복하면서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한 통일교 측 회계 자료와 정치인들의 출입기록 등을 확보해야 수사가 진전될 수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통일교의 ‘불법 정치자금 저수지’로 거론된 한학자 총재의 개인금고에 있던 280억 원의 용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예정이다.● 警, 천정궁 출입기록 등 물증 확보에 주력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전담수사팀은 경기 가평군 설악면 송산리 일대에 모여 있는 통일교 천정궁과 예배당인 천원궁 성전, 사무국 격인 천승전 등에 수사관을 보내 금품 수수 의혹이 있었던 2018년경의 통일교 내 보고·회계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특히 천정궁 압수수색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2006년 완공된 천정궁은 한 총재가 거주지로 사용한 공간으로,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유력 인사들이 다녀갔다는 의혹의 진원지로 꼽힌다. 경찰은 이곳의 출입기록을 확보해 전 의원을 비롯해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실제 이곳을 다녀간 적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한 총재가 윤 전 본부장의 공범으로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윤 전 본부장은 한 총재에게 2018년 9월 10일 특별보고에서 ‘천정궁에 방문했던 전재수 의원’이란 표현과 함께 “우리 일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적은 바 있다. 한 총재를 지칭하는 ‘TM(True Mother·참어머니)’을 언급한 또 다른 보고 문건에는 전 의원, 임 전 의원, 김 전 의원 등과 각각 만났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측은 그간 한 총재의 면담 상대 등을 기록해 보관해 왔다고 한다. ● 천정궁 금고 속 280억 원 뭉칫돈 정조준 천정궁은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한 총재의 개인금고가 보관된 곳이다. 앞서 김건희 특검은 7월 통일교 천정궁을 압수수색하면서 금고에서 관봉권이 포함된 원화와 엔화, 달러로 이뤄진 현금 뭉치 280억 원어치를 발견했다. 다만 특검은 금고 관리인을 조사한 후 별다른 수사를 진행하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한 총재 금고에 있던 뭉칫돈이 정치권 로비에 전방위적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총재 금고 속 현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사용된 만큼, 여야 정치인에게 전달된 정치자금이나 고가 선물의 자금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지 5일 만에 ‘속도전’에 나선 배경에는 공소시효가 임박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2018년에 발생한 불법 행위는 올해 안에 기소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전 의원이 ‘2000만 원과 1000만 원 상당의 불가리 시계 1개를 수령’했다는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 영장에 적시된 점 역시 변수다. 형법상 뇌물죄는 수수금액이 3000만 원 이상이어야 특가법 적용을 받아 공소시효가 기존 7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다. 이에 시계 가액이 1000만 원 이하로 산정되면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임 전 의원과 김 전 의원도 2020년 4월 총선 무렵 각 3000만 원을 받았다고 영장에 나와 있다.● 한학자 등 윤영호 윗선 조사 예정 경찰은 금품이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시기인 2018∼2020년 당시 윤 전 본부장 외에도 한 총재와 정치권의 접촉 창구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이모 전 부회장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 전 부회장은 윤 전 본부장에게 ‘김건희 여사 핫라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 인물로 전해진다. 경찰은 또 통일교 내 의사 결정이 한 총재의 재가 없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보고 압수물을 분석한 뒤 한 총재 역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 한 총재가 수감된 서울구치소를 압수수색하며 한 총재 접견을 시도했지만, 한 총재의 특검 관련 재판 일정으로 무산됐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하고도 2시간 넘게 지나서야 전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경찰과 국회는 관례상 국회의장에게 수사 착수를 알리는 등의 절차가 필요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경찰이 15일 통일교 천정궁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실 등 10곳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미 구체적인 진술이 나온 상황에서 관련 물증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8월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에서 내놨던 진술을 12일 재판 과정에서 번복하면서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한 통일교 측 회계 자료와 정치인들의 출입기록 등을 확보해야 수사가 진전될 수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통일교의 ‘불법 정치자금 저수지’로 거론된 한학자 총재의 개인금고에 있던 280억 원의 용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예정이다.● 警, 천정궁 출입기록 등 물증 확보에 주력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전담수사팀은 경기 가평군 설악면 송산리 일대에 모여 있는 통일교 천정궁과 예배당인 천원궁 성전, 사무국 격인 천승전 등에 수사관을 보내 각종 자료와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특히 천정궁 압수수색에 공들였다고 한다. 2006년 완공된 천정궁은 한 총재가 거주지로 사용한 공간으로,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유력 인사들이 다녀갔다는 의혹의 진원지로 꼽힌다. 경찰은 이곳의 출입기록을 확보해 전 의원을 비롯해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실제 이곳을 다녀간 적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앞서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 한 총재에게 2018년 9월 10일 특별보고에서 ‘천정궁에 방문했던 전재수 의원’이라는 표현과 함께 “우리 일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적은 바 있다. 통일교 측은 그간 한 총재의 면담 상대 등을 기록해 보관해왔다고 한다.● 천정궁 금고 속 280억 원 뭉칫돈 정조준천정궁은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한 총재의 개인금고가 보관된 곳이다. 앞서 김건희 특검은 7월 통일교 천정궁을 압수수색하면서 금고에서 관봉권이 포함된 원화와 엔화·달러로 이뤄진 현금뭉치 280억 원 어치를 발견했다. 다만 특검은 금고 관리인을 조사한 후 별다른 수사를 진행하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한 총재 금고에 있던 뭉칫돈이 정치권 로비에 전방위적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총재 금고 속 현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사용된 만큼, 여야 정치인에게 전달된 정치 자금이나 고가 선물의 자금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경찰이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지 5일 만에 ‘속도전’에 나선 배경에는 공소시효가 임박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2018년에 발생한 불법 행위는 올해 안에 기소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전 의원이 ‘2000만 원과 1000만 원 상당의 불가리 시계 1개를 수령’했다는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 영장에 적시된 점 역시 변수다. 형법상 뇌물죄는 수수금액이 3000만 원 이상이어야 특가법 적용을 받아 공소시효가 기존 7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다. 이에 시계 가액이 1000만 원 이하로 산정되면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한학자 등 윤영호 윗선 조사 예정경찰은 금품이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시기인 2018~2020년 당시 윤 전 본부장 외에도 한 총재와 정치권 접촉 창구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이모 전 부회장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 전 부회장은 윤 전 본부장에게 ‘김건희 여사 핫라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또 통일교 내 의사 결정이 한 총재의 재가 없이 이뤄지기 힘들다고보고 압수물 분석 후 한 총재 역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 한 총재가 수감된 서울구치소를 압수수색하며 한 총재 접견을 시도했지만, 한 총재의 특검 관련 재판 일정으로 무산됐다.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하고도 2시간 넘게 지나서야 전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경찰과 국회는 관례상 국회의장에게 수사 착수를 알리는 등의 절차가 필요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세관 직원이 해외 범죄조직의 대규모 필로폰 밀수를 도왔다는 이른바 ‘세관 마약 수사 연루 의혹’에 대해 검찰이 “실체가 없는 마약 사범의 자작극”이라고 결론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과 경찰 지휘부가 사건을 덮으려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다. 관련 의혹을 제기해 온 백해룡 경정은 즉각 반발하며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그냥 연기해” 허위 진술 종용한 마약범 9일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은 특정범죄가중법상 향정 혐의로 입건된 인천국제공항 세관 직원 7명을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 이들은 2023년 1월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들이 필로폰 24kg을 밀반입할 때 보안검색대를 통과시켜줬다는 의혹을 받아왔다.수사의 발단은 2023년 9월,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던 백 경정이 확보한 말레이시아인 마약범 C 씨(39)의 진술이었다. 백 경정은 “1월 밀수 당시 세관 직원이 보안검색대를 통과시켜줬다”는 C 씨 진술과 현장검증 등을 토대로 세관 연루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이 진술이 허위일 뿐 아니라 경찰이 이를 일부 유도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2023년 9월 경찰이 인천국제공항 1층 검사·검역대 구역에서 실시한 범행 현장 실황 조사 영상에 따르면 C 씨가 “밀수 당시 8, 9번 검역대를 통과했다”고 지목하자, 현장 공항경찰단 관계자가 “여기는 의미가 없고, 갈 수가 없다”며 제지했다. 그러자 C 씨는 곧바로 말을 바꿔 세관 직원이 있는 4, 5번 검색대를 지목했다. 특히 C 씨가 공범에게 말레이시아어로 “그냥 연기해” “솔직하게 말하지 마”라고 지시하는 장면도 영상에 포착됐다. 당시 경찰은 중국어 통역만 대동해 이들의 ‘작당 모의’ 정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세관 직원의 알리바이도 제시했다. 연루자로 지목된 직원은 당일 연가였으며 스마트워치 분석 결과 범행 시간에 수면 중이었다. C 씨가 옥중에 공범에게 보낸 편지에도 “세관 관련해 ‘기억 안 난다’고 했는데 경찰이 진술을 못 바꾼다고 해서 그냥 연루됐다고 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검찰은 백 경정에게 참고인 출석을 요청했으나 그가 거부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외압 의혹도 ‘혐의 없음’검찰은 백 경정이 주장해 온 ‘용산(대통령실) 외압설’도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백 경정은 “2023년 9월 22일 언론 브리핑을 하려다 지휘부로부터 ‘용산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이유로 제지당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검찰은 외압 당사자로 지목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 6명과 전 인천공항세관장 등 2명도 무혐의 처분했다. 관련자 휴대전화 46대를 포렌식한 결과, 당시 경찰·관세청 지휘부와 대통령실 간의 연락이 0건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이 이 사건을 대통령실에 최초 보고한 시점은 10월 10일로, 백 경정의 주장과 맞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세관 의혹은 허위 진술에 근거해 개시된 수사로, 경찰이나 관세청 지휘부가 외압을 행사할 동기나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다만 김건희 여사 일가의 마약 밀수 의혹 등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백 경정은 검찰 발표에 강하게 반발했다. 합수단 내 별도 수사팀을 운영 중인 그는 이날 인천공항세관과 대검찰청 등 6곳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며 “세관이 밀수에 가담한 정황은 차고 넘친다. 검찰이 이를 인지하고도 사건을 덮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서울중앙지검과 인천지검에서 각각 세관 마약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 총 두 명을 입건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도 범죄 인지 사실을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세관 직원 개개인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여러모로 피해가 큰 사건”이라며 “(백 경정은) 느낌과 추측을 사실과 구분해 말씀하셔야 한다”고 적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허위 망상을 유포해 저의 명예를 손상시킨 백 경정과 뒷배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월 4번 500(만 원).” 8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한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15세 여중생’이라고 글을 올리자 1분 만에 날아온 성매매 제안 메시지다. 상대는 30대 회사원이었다. 5분도 되지 않아 ‘중딩(중학생)도 만남하나?’ ‘얼마예요?’ 같은 메시지 14건이 줄줄이 도착했다. 카카오톡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픈채팅방에서 ‘여중딩 놀아줄 사람?’ ‘전화할 오빠 구해요’ 등 대화방에 별다른 인증 없이 바로 들어가 익명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프라이버시’ 방패 뒤에 숨은 오픈채팅 3일 경남 창원시의 한 모텔에서 여중생 김모 양(15) 등 2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표모 씨(26)가 피해자를 유인한 ‘덫’도 바로 카카오톡 오픈채팅이었다. 그는 2016년과 2019년에도 채팅 앱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미성년자를 꼬드겨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한 전력이 있었다. 누구나 접속 가능한 익명 채팅방이 성범죄자의 ‘안전한 사냥터’로 방치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아동 성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카카오톡마저 성인의 무분별한 접근을 막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선 한 남성이 ‘심심한데 전화할 사람’이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한 뒤 13세 여학생을 유인해 강제추행했다. 카카오톡의 경우 성범죄 관련 신조어 등 금칙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채팅방 이름이나 닉네임에 유해한 단어가 노출되지 않도록 제어하고 있다. 또한 오픈채팅에서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 법정대리인의 요청 또는 만 19세 미만 이용자 본인의 요청 있는 경우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보호조치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 대화 및 오락을 표방하는 채팅방을 개설한 뒤 들어오는 미성년 이용자를 노리거나, 채팅방 이름에 유해 단어를 노출하지 않았지만 특정 키워드를 통해 미성년자 채팅방에 성인이 접근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익명성을 악용해 미성년자 방에 침입한 뒤 ‘한 명만 걸려라’ 식으로 시도하는 디지털 그루밍(길들이기)은 신고 전까지 까맣게 모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금지어나 이를 우회하는 채팅방 제목을 적발하도록 모니터링 범위를 넓히고 있다”며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채팅방 내 대화 내용을 상시 모니터링할 수는 없다. 이용자 신고가 들어올 때만 한다”고 밝혔다.● 중소 앱은 우회 키워드 못 잡아내 중소 채팅 앱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취재팀이 다운로드 10만 회 이상인 앱 10개를 점검해 보니, 전부 휴대전화 인증만으로 가입할 수 있었다. 부모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라면 다른 절차 없이 성인 인증을 통과할 수 있는 구조다. 10개 중 6개는 부적절한 키워드조차 검열하지 않았다. 키워드 필터링이 있는 나머지 4곳도 변형어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심지어 한 앱에서는 44세 남성이라는 이용자가 성매매를 암시하는 단어가 검열되자 “띄어 써야지”라며 훈수까지 뒀다.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랜덤 채팅 앱 내 성매매 암시 정보 등에 대해 시정 요구를 한 사례는 2021년 6653건에서 지난해 1만7377건으로 2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올해는 상반기(1∼6월)에만 9148건에 달했다.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 1187건 중 960건이 채팅 앱과 SNS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규제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플랫폼에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적 의무만 부과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연방법에 따라 플랫폼이 아동 성착취 정황을 인지하고도 ‘아동성착취중앙신고센터’에 신고하지 않으면 민사 제재는 물론이고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호주는 16세 미만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플랫폼이 강제적으로 ‘1차 보호막’ 역할을 하게 한 것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미성년자 채팅방에 성인 접근을 막는 등 강력한 사전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오래 연락할 아저씨 구함” “애정결핍 여중딩”. 8일 취재팀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여중딩’(여중생)을 검색하자 이런 제목의 대화방 수십 개가 스마트폰 화면을 뒤덮었다. 몸매를 드러낸 여성 사진도 게재돼 있었다. 대화방에 입장할 땐 프로필과 대화명을 익명으로 설정해도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3일 경남 창원시 모텔에서 중학생 2명을 살해한 아동 성범죄자 표모 씨(26)가 피해 여중생들을 유인한 곳도 바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었다. 표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건은 종결됐지만 제2, 제3의 표 씨가 활보하는 ‘사냥터’는 여전히 성업 중인 셈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8일 10만 회 이상 내려받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10개를 점검한 결과 6개는 성매매와 관련된 부적절한 키워드를 검열조차 하지 않았다. 나머지 4개도 초보적인 변형어로 손쉽게 필터링을 피해 미성년자와 성인 간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카카오톡마저도 같은 위험을 방치하고 있는 점이다. 대화방을 개설할 때 노골적인 성착취 제목은 제재하지만, 입장 후 대화엔 관여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를 ‘미필적 고의’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성년자의 성착취 위협을 방치하는 플랫폼을 상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