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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일본에 대한 경제·군사적 압박을 이어온 중국이 6일 희토류를 포함한 이중용도 물자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중용도 물자는 희토류와 고강도 탄소섬유처럼 민간용이나 군용으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물품을 말한다. 앞서 중국은 자국민의 일본 관광 및 유학 자제, 일본 문화 콘텐츠 수입 차단 같은 한일령(限日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순찰 강화 등의 군사적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이 요구하는 대만 발언 철회와 사과에 응하지 않자, 일본 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희토류를 포함한 ‘이중용도 물자 통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日에 모든 이중용도 물자 수출 금지”이날 중국 상무부는 2026년 고시 1호를 통해 “일본 군사 사용자와 군사 용도, 그리고 일본의 군사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기타 최종 사용자·용도의 모든 이중용도 물자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국가나 조직, 개인이 중국이 원산지인 이중용도 물자를 중국의 조치를 위반해 일본에 제공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는 사실상의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조항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발표와 함께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에도 이중용도 물자는 군사용으로 수출될 수 없도록 수출 시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번 조치는 일본에 대한 군사용 수출 금지를 명확히 했고, 동시에 ‘군사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같은 모호한 문구를 통해 대일 수출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이 특정 국가를 상대로 이중용도 물자의 군사용 수출을 제한 혹은 금지하겠다고 명시한 건 2024년 12월 미국 이후 두 번째다. 이중용도 물자에는 특수 금속합금 같은 첨단소재를 비롯해 고성능 반도체, 항공기 엔진 부품 등이 포함된다. 올해 기준 중국이 발표한 이중용도 물자는 총 846개로 지난해 4월 추가된 사마륨 등 희토류 7종도 포함된다. 일본은 현재 희토류 물량의 60∼7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가 본격화되면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일본 산업계에 문제를 일으켜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을 키우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日 지도부의 악질적 발언 탓”… 美中, 韓日 관계에도 영향 중국 상무부는 이날 함께 발표한 대변인 성명을 통해 “최근 일본 지도자가 대만 문제에 대해 무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이는 중국의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그 성격과 영향이 극히 악질적”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일본 여행 제한과 일본 수산물 수입 제한 외에 추가적인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던 중국이 새해 첫 고시로 일본에 대한 희토류 등 이중용도 물자 수출 금지를 발표하면서 중일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3일 미국이 군사 조치를 통해 친중 성향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 압송하자, 중국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미국의 핵심 동맹인 일본을 한층 강하게 압박하면서 지난해 12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휴전에 들어간 미중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일, 한미일 공조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이며, 조만간 일본도 방문할 예정인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발표된 건 한일, 한미일 협력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란 분석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이 균형 외교를 추구하는 이 대통령의 열망과 한국의 오랜 반일 정서를 이용해 한일 사이에 이간질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일본 최대 수산시장에서 열린 새해 첫 경매에서 참치 한 마리가 약 47억 원에 팔려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5일 도쿄의 수산물 도매시장인 도요스시장 경매에서 아오모리현 오마 지역에서 잡힌 243㎏짜리 대형 참다랑어가 5억1030만 엔(약 47억 원)에 낙찰됐다고 전했다. 이날 판매가는 관련 기록이 있는 1999년 이후 역대 최고가다. ㎏당 가격은 약 1900만 원. 기존 참치 한 마리당 최고 기록은 2019년 3억3360만 엔(30억7000만 원)이었다.일본에서는 새해 첫날 품질 좋은 참치를 낙찰받거나, 이를 먹는 것을 ‘길조’로 여겨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최고가 낙찰자는 해마다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아 홍보 효과를 노리고 평소보다 더 큰 금액을 제시하기도 한다. 올해 최고가 낙찰자는 초밥 체인점 ‘스시 잔마이’를 운영하는 업체 기요무라였다. 최고가 참치는 ‘스시 잔마이’ 쓰키지 본점에서 해체돼 이날부터 ‘오도로(뱃살)’ 598엔(약 5500원) 등 평소와 같은 가격에 제공될 예정이다. 기요무라를 운영하는 기무라 기요시(木村淸) 대표는 “해당 참다랑어를 꼭 갖고 싶어 낙찰을 받았다”며 “낙찰가에 조금 놀랐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참치를 먹고 올해 건강하기를 바란다”고 했다.이날 도요스시장 경매에서는 성게도 역대 최고가에 팔렸다. 홋카이도산 성게 400g이 3500만 엔(약 3억2000만 원)에 낙찰됐다. 작년에 기록한 기존 최고치의 5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알려졌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부가 지난해 10월 출범한 뒤 일본의 지역 균형 발전의 논의에 탄력이 붙고 있다.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가 오사카의 ‘부(副)수도’ 지정을 강하게 요구하자,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동의하며 관련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오사카가 부수도로 지정되면 도쿄에서 대형 재해가 발생했을 때 수도의 기능을 대체하게 된다. 자연스레 중앙 기관 및 기능의 일부 이관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사람과 자원이 도쿄에만 집중되는 ‘1극’ 현상의 폐해가 완화돼 지역 균형 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광역단체들의 행정통합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인구 및 경제 구조가 비슷한 일본의 행정통합 상황을 다시금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오사카 통합 ‘주민투표’ 두 차례 부결 오사카를 도쿄에 필적하는 대도시로 키우자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현재의 오사카시(市)를 폐지하고 도쿄도처럼 여러 특별구로 행정구역을 재편해 주민 밀착 행정을 펼치자는 취지였다. 또한 오사카시가 기존에 갖고 있던 광역 행정은 오사카부(府)로 넘기고 ‘오사카도(都)’로 격상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실제로 이를 위해 2015년, 2020년 두 번의 주민투표를 실시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반대 비율이 각각 50.4%, 50.6%로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사실상 행정구역이 승격되는 것에 오사카 주민들은 왜 반대 목소리를 냈을까. 교토산업대학은 ‘오사카도’ 구상이 부결된 뒤 그 이유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실제 행정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여러 변수가 작용하고 있었다. ‘오사카도’ 구상은 지역정당인 일본유신회가 적극 추진했다. 오사카의 대도시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오사카시 외곽의 오사카부를 오사카도로 격상해 권한과 재원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실제 주민투표 단계에 들어가자 ‘오사카시 폐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부각됐다. 통합의 미래상을 논의하기보다는 기존 오사카시가 갖고 있던 역사와 정체성을 버리느냐, 유지하느냐가 쟁점이 됐다. 또한 통합으로 인해 총 24개 행정구 가운데 20개는 이름을 잃고, 4개 구로 통합하게 됐는데, 다른 구로 흡수 통합되는 구민들의 통합 반대 비율이 높았다. 지역명이나 특정 행정구 소속에 애착을 갖고 있던 주민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통합으로 인한 이익을 구체적인 숫자 등으로 보여주며 주민들을 이해시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 통합을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해질수록 통합안을 이끄는 일본유신회 출신 현직 오사카시 시장에 대한 사실상의 재신임 투표로 주민투표의 성격이 변질되기 시작했다고 주오대학 사회과학연구소는 분석했다. 결국 행정통합 정책의 적절성과 기대 성과를 따지기보다는 정치적 진영 대결 형식으로 변질됐단 것이다. 이제 일본유신회는 ‘오사카도’가 아닌 ‘부수도’를 앞세워 세 번째로 오사카의 행정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자민당과 함께 관련 법안을 의원입법으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자 후쿠오카시, 나고야시 등이 “부수도가 지정된다면 왜 꼭 오사카여야 하냐”면서 경쟁에 참여할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결국 부수도 구상은 주민 동의는 물론 다른 지역과의 안배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됐다.행정통합, 주민들 이해와 공감 우선돼야 최근 한국에선 대전과 충남, 광주와 전남, 부산과 경남 등이 각각 7월까지 행정통합을 목표로 하고 나섰다. 이에 해당 지역에선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일본처럼 우리도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행정통합의 속도를 강조하기보다는 주민들의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통합에 나선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자리인 오사카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황인찬 도쿄 특파원 hic@donga.com}

《“기초과학은 얼핏 보면 ‘무용(無用·쓸모없는 것)’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무도 안 하는 것을 하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분야에서 연구할 때 창조가 가능하다.” 2025년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인 기타가와 스스무(北川進·75) 일본 교토대 교수가 지난해 12월 22일 교토대 연구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결과가 빨리 나오는 것만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문화에선, 결국 기초과학은 사라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건 처음이다. 기타가와 교수는 ‘금속-유기 골격체(MOF)’라는 새로운 분자 구조를 개발한 공로로 리처드 롭슨 호주 멜버른대 교수, 오마르 야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와 함께 지난해 노벨상을 수상했다. 사카구치 시몬(坂口志文) 오사카대 석좌교수 또한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해 일본은 한 해에만 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냈다. 누적 노벨 과학상 수상자도 27명에 이른다. 다만 그는 일본 과학계가 과거의 영광에 매몰돼선 안 된다며 앞날에 대한 우려도 쏟아냈다. 아직까지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지 못한 한국에는 “기초과학을 제대로 지원하는 사회적 풍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타가와 교수, 야기 교수는 올해부터 고려대 KU-KIST 융합대학원 석좌교수로 임용돼 활동한다. 장래를 고민하는 젊은 세대에겐 “우선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일단 먼저 시작하라”고 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일본의 잇따른 노벨 과학상 수상의 비결은 무엇인가.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얘기하고 싶다. 나는 1979년 박사 학위를 받고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1980년대 일본은 지금처럼 물가가 높지 않았고 기초 연구비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경쟁적으로 연구비를 크게 따내려 하지 않아도 차분히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나를 포함해 1980∼90년대에 연구를 진행했던 과학자들 사이에서 큰 성과와 혁신이 나왔다. 이에 노벨상을 비롯한 각종 상을 지금에야 받는 것이다.” ―일본 기초과학이 지금은 위기라는 말도 있다. “연구 환경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물가가 크게 올랐고 기본으로 지급되던 연구비가 크게 줄었다. 연구자들은 시간과 자금이 모두 부족하다. 자유로운 발상으로 연구를 추진하기가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다. 특히 젊은 연구자들의 고용 불안이 심각하다. 정규직보다는 3∼5년짜리 기간제 고용이 늘었다. 그래서 ‘젊은 연구자들을 더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정부에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올해부터 고려대 석좌교수로 활동한다. “(2025년) 10월에 노벨상이 발표됐는데 그 몇 달 전부터 고려대에서 석좌교수로 와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2년 정도 활동하고 젊은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하라는 내용이었다. 좋은 제안이라고 여겨 수락했다. 고려대에 가서 강연을 하고, 여러 연구자와 토론도 나눌 예정이다. 한국에 뛰어난 인재가 많다. 제 연구 분야에서도 한국 연구자들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한국에서는 ‘의대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일본도 의학이나 법조계 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 의대는 수준이 높고 들어가기 어렵다. 한국 인구는 5000만 명 정도인데 일본의 절반 이하다. 일본 인구가 1억 명이 넘는다는 것은 학문적으로 좋은 상황이다. 대부분의 연구 분야에서 각각의 영역을 담당할 인재층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특정 연구 분야의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인다. 인구 규모가 작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는 듯하다. 단정할 수 없지만 한국에서 학자로 살아가기 위한 선택지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선 지방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내가 묻고 싶었던 질문이다. ‘서울 출신이냐, 아니냐’가 그렇게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고 꽤 놀랐다. 일본은 그렇지 않다. 도쿄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특별히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다. 도쿄대에 가든, 교토대에 가든, 어떤 대학에 들어가든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해 왔는지가 중요하다. 결국은 개인의 능력이 평가의 기준이다. 한국은 엘리트를 길러내는 구조가 서울로 모두 집중된 게 아닌가 싶다. 다만 일본 또한 도쿄대, 교토대, 오사카대 등 대도시 일부 대학에 연구비와 지원이 집중되는 경향은 있다.” ―교토대에서 연구 추진 부총장 역할을 맡고 있다. “대학 전체를 조망하면서 정책을 추진하는 자리다. ‘WPI(World Premier International Research Center Initiative·세계 최고 수준 연구 거점)’ 프로그램에서 10년 동안 거점장으로 참여했다. WPI에는 네 가지 미션이 있다. 첫째는 최상위 수준의 과학 연구인데,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다. 둘째는 융합 연구다. 예를 들어 세포생물학과 재료과학을 결합해서 완전히 새로운 연구 분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셋째는 국제화다. 이메일도 영어를 먼저 쓰고, 일본어를 나중에 덧붙일 정도로 국제화에 열심이다. 네 번째가 가장 중요한데, 바로 새로운 제도다.” ―어떤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나. “일본 대학은 학부나 학과 같은 조직 단위 문화가 강하고 비교적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총장이 아무리 ‘톱다운’ 방식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쉽고 빠르게 되지 않는다. WPI에서는 거점장이 톱다운 방식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과거 방식으로 신규 교수를 채용하려면 모두가 논의하고 심사를 같이 하느라 최소 1년이 걸린다. 그렇게 공을 들여도 지원자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톱다운 제도에서는 원칙적으로 하루면 가능하다. 거점장이 ‘이 연구를 하자’고 결정하면 바로 움직일 수 있다. 물론 실제로는 2, 3개월 정도 걸렸지만 기존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빨라졌다.” 기타가와 교수가 공동 개발한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s·MOF)’는 금속과 유기물을 이용해 만든 신소재다. 특정 기체 분자를 선택적으로 흡착하거나 저장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기후 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발전시킬 것이란 기대가 크다. ―MOF는 활용성이 높은 신소재로 주목받는다. “지금까지 있던 것들을 더 정교하게 만들거나 더 저렴하게 만드는 기술은 이미 어느 정도 다 나와 있다. 완전히 새로운 걸 하려면 기초과학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초라는 건 성과가 눈에 보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정부가 돈을 투자하더라도 20년, 30년을 내다보고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일본 정부든, 한국 정부든 5년 안에 성과를 내라고 압박한다.” ―연구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나.“MOF를 처음 발표했을 때 ‘그런 유기물로는 안전한 구조를 만들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이는 우리가 ‘무의식적인 편견(unconscious bias)’에 사로잡혀 있다는 전형적인 사례다. 즉, ‘돌로 지은 집은 안정적이고, 나무로 지은 집도 안정적이다. 반면 종이, 즉 골판지로 만든 집은 쉽게 부서진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골판지 상자를 모두 비운 채 앉으면 찌그러지지만, 그 안에 책을 빽빽이 채우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경우 구조가 지나치게 밀집돼 공간을 활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공간을 형성하는 골격을 어떻게 하면 튼튼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생긴다. 즉, 기본 블록인 유기 분자가 모든 원인이 아니라, 그 분자들을 서로 연결하는 결합이 충분히 강하면 된다는 점이다. 분자 크기의 세계에서는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를 접착제처럼 이어 주는 결합이 존재하는데, 이를 ‘배위 결합’이라고 부른다. 이 ‘배위 결합’이 적절한 강도를 지니면, 공간을 유지할 수 있는 견고한 골격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통해 안정적인 나노 세공을 지닌 골격 재료, 즉 MOF를 구현했고, 기체가 자유롭게 출입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금방 부서질 것’이라는 무의식적 편견은 과학의 힘으로 불식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이러한 비판에 굴하지 않고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내 (연구) 데이터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무용의 용(쓸모없는 것이 되레 더 쓸모 있다)’을 강조했다. “일본 최초 노벨상 수상자인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1949년 노벨 물리학상)를 보자. 그는 장자의 철학을 굉장히 좋아했고 만년에는 관련 책도 썼다. 거기에 나오는 개념이 바로 ‘무용의 용’이다. ‘쓸모 있는 것’은 이미 다 보인다. 다들 ‘이건 도움이 되니까 조금만 고쳐보자’는 식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전혀 쓸모없어 보이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것에서 새로운 발상이 나오고 새로운 길이 열린다. ‘무용의 용’은 창의성의 핵심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지금까지도 그 자세를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노벨상 수상 행사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수상식 날 무대에 올라가서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증명서를 직접 받는 순간 ‘아, 내가 하고 있는 분야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구나’라는 실감이 처음으로 들었다.” ―한국은 아직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없다. “기초과학을 제대로 지원하는 사회적 풍토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기초과학은 ‘저게 무슨 쓸모가 있냐’는 말을 듣기 쉬운 분야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대우해줘야 한다. ‘그걸 도대체 어디에 쓰냐’, ‘그게 세계적으로 통하겠느냐’ 이런 말을 하는 사회에서는 새로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물론 과학계의 유행을 빠르게 잡아내서 크게 키워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 독창적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우대해야 한다. 이들은 남 눈치 안 보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하는 사람들에 가깝다. 그런 사람들을 반드시 남겨둬야 한다.” ―장래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수학이든 운동이든 젊을 때부터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키워가야 한다. 중요한 건, 우선 ‘좋아하는 것’을 하는 거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성공하는 경험을 쌓으면 그때 얻는 경험치가 굉장히 크다. 그게 또 다른 분야로 확장될 수도 있다. 원래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영역에도 의외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사례도 생긴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이걸 해라, 저걸 해라”, “싫어도 해라, 안 하면 안 된다”는 식이었다. 이제 그런 방식으로는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실제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았나. “그렇다. 내 연구 인생도 마찬가지였다. 흥미가 있는 것에 깊이 빠져들었고, 거기에서 길을 만들고 내 왔다. 이게 가장 기본적인 전제다. 그다음은 도전이다. 조금은 무리하더라도 목표를 세우고, ‘여기까지 가보자’고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1951년 일본 교토 출생△1974년 교토대 공학부 졸업△1976년 교토대 대학원 공학연구과 석사과정 수료△1979년 교토대 대학원 공학연구과 박사과정 수료△1988년 긴키대 이공학부 부교수△1992년 도쿄도립대 이학부 교수△1998년 교토대 대학원 공학연구과 교수△2013년 교토대 물질-세포 통합시스템 거점 거점장 및 교수△2016년 교토대 고등연구원 부원장△2024년 교토대 이사 및 부총장△2025년 노벨 화학상 수상교토=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한국과 일본의 새 정상이 ‘셔틀 외교’를 지속하고 있는 것 자체가 성과다. 이제는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할 때다.” 한국 국적의 재일동포 2세 정치학자인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76)는 취임 전 상대국을 향해 강경 발언을 했던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집권 후엔 양국 협력을 강조하며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달 중 한중, 한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일각에선 올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한일 간 협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 교수는 “한일 정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확인하고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있는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 국적자로서 처음 도쿄대 정교수가 됐다. 일본에서 100만 부가 팔린 ‘고민하는 힘’ 등 여러 베스트셀러도 출간했다. 1972년 한국을 방문한 뒤 나가노 데쓰오(永野鐵男)라는 일본 이름 대신 강상중이라는 한국 이름을 쓰며 정치학자, 사회비평가로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2026년을 앞둔 지난해 12월 13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한일 관계, 동북아 정세, 한국 사회 등 다양한 현안을 넘나들며 약 90분간 폭넓은 식견을 보여줬다. 다음은 일문일답.》―한일 ‘셔틀 외교’가 유지되고 있다. “현재 중국과 일본 관계에 긴장이 매우 고조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란 불확실성이 큰 요소도 있다. 이런 요인들이 한국과 일본을 서로 묶어두는 강한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셔틀 외교를 좀 더 발전시키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 “한일이 셔틀 외교 와중에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암묵적으로 합의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 일종의 ‘레드라인’을 서로 설정하자는 것이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금지 같은 게 그 예다.” ―2026년 1월 한일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두 정상이 무엇을 해야 할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다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일본은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건 향후 5년 후, 10년 후 얘기다. 미국과 북한이 ‘북핵 동결’에 합의하면 한일 양국에선 당장 핵무기 보유론이 제기될 수 있다. 핵 개발의 도미노 현상이 동아시아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은 미국, 중국, 북한 사이의 합의다. 한국을 제외한 이들 세 나라가 ‘정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한국과 일본은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기 전에 사전협의를 하고 필요한 것을 미국에 강하게 요청하고, 설득하고, 때론 압박해야 한다. 미국을 향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말고 완전한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한일이 반드시 협력해야 할 중요 과제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는 어떻게 평가하나. “현재까지는 성공이라 생각한다. 다만 앞으로가 문제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National Security Strategy)을 보면 미국은 북중미에 강하게 군사 개입을 하려 한다. 반면 아시아 등에 대한 개입은 자제하자는 쪽이다. 미국이 중국을 경계하는 제1도련선(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한국과 일본에 지키라고 하는 의도도 읽힌다. 미국이 한국에 핵잠 도입을 허용한 것도 한국은 부정하고 있지만, 역시 한국의 방어 범위를 넓히고 싶어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에 ‘실용 외교’는 쉽지 않다. 항상 ‘차선책(Second Best)’ ‘차차선책(Third Best)’을 염두에 두고 펼쳐야 한다.” 강 교수는 2020년 ‘조선반도(한반도)와 일본의 미래’라는 책을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는 ‘지일(知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일’을 하고 있다고 보나. “문재인 정권의 한계 위에서 이 정권의 ‘실용 외교’가 성립하고 있다. 문 정권은 기본적으로 노무현 정권의 연장선에 있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이념 외교’ 성향이 너무 강했다. 과거 문 전 대통령이 대선에 나섰을 때 1시간 정도 직접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일본에 대한 그의 지식이 상당히 부족하다고 느꼈다. 반면 이 대통령은 과거 몇 차례 일본을 방문한 경험을 얘기했다. 또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주변 핵심 참모들로부터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얘기를 들었을 것이라고 본다. 일본과의 역사 갈등은 민족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이고, 안보는 생존 문제다. 둘 중 어느 쪽이 우선이냐고 하면 역시 생존과 직결된 안보다.” ―한일, 한중 정상회담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 한국만큼 중요한 카드는 없다. 두 나라 모두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한다. 광복 후 중국과 일본이 이처럼 동시에 한국을 향해 러브콜을 한 적이 없었다. 다만, 한국이 계속 중립적인 입장만으로 버틸 수 있느냐, 이건 상당히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균형자로서 얼마나 영리하게 움직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의 지향점을 좀 더 설명해 달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새우’가 아니고, ‘돌고래’ 정도는 된다. 돌고래는 고래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고래들 사이를 요리조리 잘 빠져나갈 수 있다. 한국은 그만한 힘이 있다. 최근 군사력 순위를 봐도, 한국은 일본의 절반도 안 되는 인구이지만 국방력을 나란히 하거나 일부 앞섰다는 평가도 있다. ‘돌고래’가 된 한국은 그에 걸맞은 움직임을 해야 한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군국주의 역사가 없어서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주요 7개국(G7) 체제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다. 다극적이고 글로벌한 시각에서 한국의 위치를 고민해야 한다.” ―중일 갈등 등에도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율이 70% 안팎으로 높다. “일본의 많은 학자나 전문가들은 이런 지지율을 의문스럽고 신기하게 보고 있다. 다만 첫 여성 총리란 점, 세습 정치인이 아니고 스스로 노력해서 총리가 됐다는 점, 열심히 일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자신의 입장을 직설적으로 말하는 점도 대중에게 먹히고 있다. 문제는 경제다. 일본의 재정 위기가 수습되지 않고 있다. 최악의 경우 기준금리는 올렸는데 엔화는 오르지 않고 떨어질 수 있다. 잘못하면 일본 경제가 상당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중일 갈등의 해법은 무엇일까.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은 큰 사안이다. 중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대만의 주권은 일본이 포기했으며 중국에 귀속됐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또 1972년 중일 공동성명 당시 중국은 전쟁 배상을 요구하지 않았고, 전쟁을 주도한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은 구별해야 한다는 논리를 취했다. 군국주의자와 전쟁 지도자들은 처벌 대상이지만 일본 국민은 오히려 피해자라는 입장이었다. 그런 전제 위에서 대만은 중국에 귀속된다는 점을 일본이 이해하는 대신 일본에 전후 배상을 면제해준 거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이런 전제를 뒤흔드는 것이다. 해당 발언 철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중국과의 긴장이 이어질 수 있다.” 강 교수는 2024년 12월 터진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인한 한국 사회의 혼란과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었다. 또 한국 정치 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선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둘러싼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는 한국이 쌓아온 민주 질서, 민주화 역사, 국제사회의 신뢰를 짓밟는 쿠데타였다. 쿠데타 지지 세력은 엄정하게 처벌하되, 동시에 어떻게 사회적 분열을 최소화할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 정치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 한국에선 ‘제왕적 대통령제’라고들 하지만 실제론 미국보다는 프랑스식 대통령제에 가깝다. 미국에는 총리가 없지만 프랑스에는 총리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동거)’이라고 해서 야당 당수가 총리가 되고, 여당이 대통령을 맡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한국도 이를 주목해야 한다. 이 실험을 하면 한국에도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안정적인 핵심 축이 형성될 거라고 본다. 필요하다면 국민투표를 통해 독일식 모델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즉, 대통령은 국가원수로 두되 실질 권력은 내각에 두는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도입하는 거다. 권력과 에너지를 여러 국내 문제에 쓸 수 있게 구조를 바꿔야 한다.” ―오랫동안 한국을 관찰해 왔다. 한국 사회는 어떻게 변했나. “한국의 호주제가 2005년 폐지됐다. 호적이 있었기에 차별도 존재했다. 호적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사람의 출신과 배경이 다 드러났으니까. 이제 아시아 주요국 중 호적이 없는 나라는 한국뿐인 것으로 안다. 중국, 일본, 대만은 아직 호주제가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가족 제도, 공동체 인식, 전통적인 가치 등이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을 먼저 접하고, 선도해 나가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그렇기에 한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국이 이 정도 위치, 위상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을 꼭 인식해 줬으면 한다.” ―2009년 출간한 ‘고민하는 힘’은 한일 양국에서 베스트셀러였다. 지금 한국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2024년 한국의 쿠데타 소동에서도 드러났듯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결국 자기 삶도 지킬 수 없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한국 젊은 세대의 미래가 밝다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은 여전히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나라다. 그 가능성을 믿고 도전하라.”강상중 명예교수△1950년 일본 구마모토 출생△1974년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졸업△1979년 와세다대 정치학 박사 수료△1979년 독일 에를랑겐대 유학△1985년 국제기독교대 조교수△1998년 도쿄대 사회정보연구소 조교수△2004년 도쿄대 대학원 정보학환·학제정보학부 교수△2014년 세이가쿠인대 학장△2016년 구마모토 현립극장 관장 겸 이사장△2021년 간세이가쿠인대 학장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19일 일본 나라의 한 자동차박물관을 찾았다. 각종 클래식 차들이 전시돼 있었는데 그 한가운데 도요타의 스포츠카 ‘수프라(Supra)’가 있었다. 올 10월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오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과거 22년 동안 타고 다녔던 ‘애마(愛馬)’를 복원해 전시한 것이다.》다카이치 총리는 1961년 나라에서 태어났다. 1991년 생애 첫 차로 이 차를 구입해 각종 정치 일정을 함께했다. 1993년 고향에서 처음 중의원(하원) 선거에 당선된 그는 도쿄의 국회의사당까지 왕복 약 900km 거리를 운전기사 없이 직접 이 차를 몰고 다니며 의정 활동을 했다. ● 다카이치를 만든 ‘차 두 대’ 이렇듯 다카이치 총리와 각별한 인연을 지닌 수프라 옆에는 지금의 그를 만든 또 한 대의 자동차가 보였다. 도요타의 승합차 ‘하이에이스(HiAce)’다. 외관은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자들이 유성펜으로 적은 응원 문구로 빈틈이 없을 정도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총리에게 밀려 낙선했다. 하지만 올해 선거에서 깜짝 이변을 일으키며 총재에 올랐다. 이 두 번의 자민당 총재 선거 기간에 다카이치 총리는 ‘하이에이스’를 타고 일본 전역을 누비며 선거 운동을 펼쳤다. 두 대의 자동차에 정치인으로서 그의 땀과 열정이 오롯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총리에 오른다. 이 자동차박물관은 도다이지, 사슴공원 등 나라의 인기 관광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최근 이곳을 찾는 사람이 급증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평소에는 주말 관람객이 50명 정도였는데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 이후에는 12배가 늘어난 600명 이상이 들른다”고 소개했다. 멀리 도쿄에서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나라 외곽에서 찾아왔다는 한 50대 남성은 “다카이치 총리가 아꼈던 차를 보니 마치 총리를 직접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이미 여성 최고 권력자가 나왔다. 일본에서는 여성 총리가 늦게 나온 감이 있다”고 했다. ● 3만5000원 ‘점심 세트’도 인기 다카이치 총리는 아버지가 회사원, 어머니가 경찰관인 평범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나라에서 초중고교를 모두 졸업했고 대학도 인근의 고베대를 나왔다. 이후 나라에서 출마해 10선 중의원에 올랐다. 그에게 ‘나라의 딸’이란 말도 붙는 이유다. 다카이치 총리 또한 나라 출신임을 틈만 나면 밝히며 고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덕분인지 나라 일대에서는 그의 총리 취임을 지역의 자랑거리로 반기는 분위기다. 그의 총리 집권을 축하하는 각종 관광상품도 판매되고 있다. 같은 날 나라의 한 호텔 로비를 찾았다. 지역 특산품 등이 전시된 매장의 입구에는 다카이치 총리를 모델로 한 ‘사나에짱 만주’와 ‘사나에짱 쿠키’ 세트가 있었다. 만주 세트의 앞면에는 ‘여성 첫 총리’란 문구가 보였다. 뒷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과 “사나에, 일본을 위해 힘내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의 총리 취임 후 만주가 먼저 제품화됐고, 반응이 좋자 쿠키도 신제품으로 나왔다고 한다. 가격은 1000엔(약 9300원) 내외였다. 이 호텔에서는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을 기념해 ‘기간 한정 점심 메뉴’도 팔고 있었다. 다카이치 총리가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명란젓밥, 고로케(크로켓), 돼지고기만두 등으로 구성된 메뉴다. 1인분 가격은 3700엔(약 3만5000원). 호텔 직원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초기에 런치 세트는 하루 60개, 과자 세트는 하루 수백 개가 팔렸다”면서 “지금은 이전보다는 조금 판매량이 줄었지만 꾸준히 찾는 분이 많다”고 소개했다. ● 70%대 지지율 지속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는 고향에서만 높은 것이 아니다. 이달 중순 일본 언론사들이 발표한 그의 내각 지지율 조사에서도 인기는 확인된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75%, 요미우리신문 73%, 아사히신문 68%로 모두 70% 내외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총리 최초로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내놓은 후 중국과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지만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민당도 총리의 높은 지지율을 반기고 있다. 이시바 전 총리는 집권 내내 연이은 선거 패배, 약 30% 내외의 낮은 지지율로 사퇴했고 당시 당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자민당 또한 이제는 ‘다카이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일본의 첫 여성 총리’라는 점이 꼽힌다. 또한 그가 ‘일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는 점도 강점이다. 자민당 총재에 선출된 날 그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을 버릴 것”이라며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해 갈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는 외부 회식을 거의 하지 않고, 적게는 하루 2시간만 자며 숙소에서 정책 공부에 매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그는 “머리를 스스로 깎다가 실패했다”는 지극히 솔직한 이야기까지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적극적으로 국민들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이에 그가 사용하는 볼펜과 가방 등이 인기를 얻는 ‘사나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나활은 총리의 이름인 사나에(さなえ)에 활동(活)을 합친 조어다. 시라토리 히로시(白鳥浩) 호세이대 정치학 교수는 “첫 여성 총리,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 등이 강점”이라며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세대들까지 지지층으로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롱런’ 여부, 경제가 좌우 다카이치 총리의 결단력과 추진력을 높게 평가하는 이도 많다. 자민당 총재가 된 다카이치의 강경 보수 성향 등을 문제 삼아 26년 만에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했지만, 일본유신회에 직접 연락을 해 바로 새 연립 정권을 구성한 게 대표적이다. 총리가 된 이후에도 ‘물가 대책’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자녀 1인당 2만 엔(약 18만5000원) 일괄 지급과 겨울철 전기·가스요금 보조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가 계속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어 경제에 활력을 넣겠다고 주장하지만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을 타개하려면 기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며 총리 측과 맞선다. 일본은행은 19일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0.75%로 만들었다. 1995년 이후 30년 만의 최고치다. 일본은행은 지속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럼에도 엔 약세 흐름이 좀처럼 꺾이질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이런 상황이 총리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나라에서황인찬 도쿄 특파원 hic@donga.com}

19일 일본 나라의 한 자동차박물관을 찾았다. 각종 클래식 차들이 전시돼 있었는데 그 한가운데 토요타의 스포츠카 ‘수프라(Supra)’가 있었다. 올 10월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오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과거 22년 동안 타고 다녔던 ‘애마(愛馬)’를 복원해 전시한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1961년 나라에서 태어났다. 1991년 생애 첫 차로 이 차를 구입해 각종 정치 일정을 함께했다. 1993년 고향에서 처음 중의원(하원) 선거에 당선된 그는 도쿄의 국회의사당까지 왕복 약 900㎞ 거리를 운전기사 없이 직접 이 차를 몰고 다니며 의정 활동을 했다. ● 다카이치를 만든 ‘차 두 대’ 이렇듯 다카이치 총리와 각별한 인연을 지닌 수프라 옆에는 지금의 그를 만든 또 한 대의 자동차가 보였다. 토요타의 승합차 ‘하이에이스(HiAce)’다. 외관은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자들이 유성펜으로 적은 응원 문구로 빈 틈이 없을 정도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총리에 밀려 낙선했다. 하지만 올해 선거에서 깜짝 이변을 일으키며 총재에 올랐다. 이 두 번의 자민당 총재 선거 기간에 다카이치 총리는 ‘하이에이스’를 타고 일본 전역을 누비며 선거 운동을 펼쳤다. 두 대의 자동차에 정치인으로서 그의 땀과 열정이 오롯이 담겨있는 것이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총리에 오른다.이 자동차박물관은 도다이지, 사슴공원 등 나라의 인기 관광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최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평소에는 주말 관람객이 50명 정도였는데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 이후에는 12배가 늘어난 600명 이상이 들른다”고 소개했다. 멀리 도쿄에서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나라 외곽에서 찾아왔다는 한 50대 남성은 “다카이치 총리가 아꼈던 차를 보니 마치 총리를 직접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이미 여성 최고 권력자가 나왔다. 일본에서는 여성 총리가 늦게 나온 감이 있다”고 했다. ● 3만5000원 ‘점심 세트’도 인기 다카이치 총리는 아버지가 회사원, 어머니가 경찰관인 평범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나라에서 초중고교를 모두 졸업했고 대학도 인근의 고베대를 나왔다. 이후 나라에서 출마해 10선 중의원에 올랐다. 그에게는 ‘나라의 딸’이란 말도 붙는 이유다. 다카이치 총리 또한 나라 출신임을 틈만 나면 밝히며 고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덕분인지 나라 일대에서는 그의 총리 취임을 지역의 자랑거리로 반기는 분위기다. 그의 총리 집권을 축하는 각종 관광상품도 판매되고 있다. 같은 날 나라의 한 호텔 로비를 찾았다. 지역 특산품 등이 전시된 매장의 입구에는 다카이치 총리를 모델로 한 ‘사나에짱 만주’와 ‘사나에짱 쿠키’ 세트가 있었다. 만주 세트의 앞면에는 ‘여성 첫 총리’란 문구가 보였다. 뒷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과 “사나에, 일본을 위해 힘내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의 총리 취임 후 만주가 먼저 제품화됐고, 반응이 좋자 쿠키도 신제품으로 나왔다고 한다. 가격은 1000엔(약 9300원) 내외였다.이 호텔에서는 다카이치의 총리의 취임을 기념해 ‘기간 한정 점심 메뉴’도 팔고 있었다. 다카이치 총리가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명란젓 밥, 고로케, 돼지고기만두 등으로 구성된 메뉴다. 인당 가격은 3700엔(약 3만5000원). 호텔 직원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초기에 런치 세트는 하루 60개, 과자 세트는 하루 수백 개가 팔렸다”면서 “지금은 이전보다는 조금 판매량이 줄었지만 꾸준히 찾는 분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 70%대 지지율 지속 다카이치의 총리의 인기는 고향에서만 높은 것이 아니다. 이달 중순 일본 언론사들이 발표한 그의 내각 지지율 조사에서도 인기는 확인된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75%, 요미우리신문 73%, 아사히신문 68%로 모두 70% 내외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총리 최초로 “대만 유사 시 개입” 발언을 내놓은 후 중국과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지만 지지율듲 흔들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자민당도 총리의 높은 지지율을 반기고 있다. 이시바 전 총리는 집권 내내 연이은 선거 패배, 약 30% 내외의 낮은 지지율로 사퇴했고 당시 당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자민당 또한 이제는 ‘다카이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일본의 첫 여성 총리’라는 점이 꼽힌다. 또한 그가 ‘일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는 점도 강점이다. 자민당 총재에 선출된 날 그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을 버릴 것”이라며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해 갈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는 외부 회식을 거의 하지 않고, 적게는 하루 2시간만 자며 숙소에서 정책 공부에 매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게다가 그는 “머리를 스스로 깎다가 실패했다”는 지극히 솔직한 이야기까지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적극적으로 국민들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이에 그가 사용하는 볼펜과 가방 등이 인기를 얻는 ‘사나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나활은 총리의 이름인 사나에(さなえ)에 활동(活)을 합친 조어다.시라토시 히로시(白鳥浩) 호세이대 정치학 교수는 “첫 여성 총리,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 등이 강점”이라며 “정치에 무관심 했던 젊은 세대들까지 지지층으로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롱런’ 여부, 경제가 좌우다카이치 총리의 결단력과 추진력을 높게 평가하는 이들도 많다. 자민당 총재가 된 다카이치의 강경 보수 성향 등을 문제 삼이 26년 만에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했지만, 일본유신회에 직접 연락을 해 바로 새 연립 정권을 구성한 게 대표적이다. 총리가 된 이후에도 ‘물가 대책’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자녀 1인당 2만 엔(약 18만5000원) 일괄 지급과 겨울철 전기·가스요금 보조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가 계속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어 경제에 활력을 넣겠다고 주장하지만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을 타개하려면 기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며 총리 측과 맞선다.일본은행은 1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0.75%로 만들었다. 1995년 이후 30년 만의 최고치다. 일본은행은 지속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럼에도 엔 약세 흐름이 좀처럼 꺾이질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이런 상황이 총리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사진) 일본 총리가 핵추진 잠수함(핵잠) 도입 가능성에 대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억지력과 대응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올 10월 21일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가 핵잠 도입 가능성을 시사한 건 처음이다. 24일 요미우리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하루 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공개했다. 앞서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는 연정 수립 합의문에서 차세대 동력을 활용한 수직발사장치(VLS) 탑재 잠수함 보유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핵잠 도입을 처음 시사했다. 이어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관방장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 등도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겠다”며 핵잠 도입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이런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까지 도입 가능성을 거론하자 일본 정부가 핵잠 도입 공론화 작업에 나섰단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23일 교도통신 가맹 언론사 편집국장단과의 만남에서도 일본이 분쟁에 휘말릴 경우를 가정하며 “지속전 수행 능력을 높여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것을 거론하며 “안보 환경이 상당히 변화하고 있다. 일본의 주체적 판단에 따라 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2022년 개정한 ‘3대 안보 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 정비계획)’의 재개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도 재차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같은 날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가능한 한 조기에 실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르면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 주석보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잠 도입을 직접 요청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해군은 24일 독도 인근 해역에서 동해영토수호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독도 인근 훈련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군 당국은 매년 두 차례 독도 인근에서 독도방어훈련인 동해영토수호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반발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가나이 마사아키(金井正彰)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김장현 주일 한국대사관 정무공사에게, 마쓰오 히로타카(松尾裕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는 김상훈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에게 항의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핵추진 잠수함(핵잠) 도입 가능성에 대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억지력과 대응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올 10월 21일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가 핵잠 도입 가능성을 시사한 건 처음이다. 24일 요미우리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하루 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공개했다.앞서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는 연정 수립 합의문에서 차세대 동력을 활용한 수직발사장치(VLS) 탑재 잠수함 보유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핵잠 도입을 처음 시사했다. 이어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관방장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 등도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겠다”며 핵잠 도입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이런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까지 도입 가능성을 거론하자 일본 정부가 핵잠 도입 공론화 작업에 나섰단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23일 교도통신 가맹 언론사 편집국장단과의 만남에서도 일본이 분쟁에 휘말릴 경우를 가정하며 “지속전 수행 능력을 높여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지속전 수행 능력’이란 탄약, 연료, 장비 등의 관점에서 전투를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것을 거론하며 “안보 환경이 상당히 변화하고 있다. 일본의 주체적 판단에 따라 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2022년 개정한 ‘3대 안보 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 정비계획)’의 재개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도 재차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같은 날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가능한 한 조기에 실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르면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 주석보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잠 도입을 직접 요청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핵잠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미국의 승인을 얻어냈다. 한편 해군은 24일 독도 인근 해역에서 동해영토수호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독도 인근 훈련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군 당국은 매년 두 차례 독도 인근에서 독도방어훈련인 동해영토수호훈련을 실시하고 있다.일본 정부는 반발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가나이 마사아키(金井正彰)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김장현 주일 한국대사관 정무공사에게, 마쓰오 히로타카(松尾裕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는 김상훈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에게 항의했다. 외무성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에 대한 지금까지의 일관된 입장을 바탕으로 강하게 항의했다”고 전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의 장녀가 이끄는 기업이 일본의 한 섬유 벤처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전했다. 손 회장은 두 딸을 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동안 딸들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23일 닛케이에 따르면 손 회장의 장녀이자 브랜드 컨설팅 업체 ‘볼드(BOLD)’를 운영하는 가와나 마야(川名麻耶) 대표가 일본 바이오 섬유 벤처기업인 스파이버(Spiber)를 지원하기로 했다. 스파이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가와나 대표와 사업 지원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며 “가와나 대표는 소정 조건이 충족되는 대로 내년 상반기에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볼드의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가와나 대표는 1981년생 4월 손 회장의 장녀로 태어났고, 게이오대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그는 2004년 골드만삭스증권 입사했고, 출산 뒤 2019년 볼드를 설립했다. 가와나 대표는 스파이버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의 출신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단기적인 자본이익을 전제로 하지 않고 세계적인 바이오 벤처 무대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스파이버를) 키워내기 위한 노력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명확히 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검색 서비스 업체들이 언론사의 허가 없이 보도 기사를 활용하는 건 독점금지법상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만간 실태 조사를 벌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AI 서비스를 제공 중인 빅테크들이 각국 주요 언론사의 기사를 무단으로 AI 답변에 활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3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현재 일본 공정위는 AI 기반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퍼플렉시티, 일본 라인야후 등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요미우리는 ‘챗GPT’ 개발업체인 미국의 오픈AI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 공정위는 2023년 펴낸 뉴스미디어에 관한 실태 조사 보고서에서도 정보기술(IT) 기업이 언론사에 지불하는 기사 이용료를 현저하게 낮게 설정하거나, 무상으로 이용할 경우 ‘우월적 지위 남용’이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AI 검색 서비스 업체들이 언론사 기사를 무단으로 활용한 것에 대한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올 8월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퍼플렉시티가 자사 온라인 기사를 무단 사용해 저작권법 등을 침해했다면서 도쿄지방재판소에 제소했다. 또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2월 오픈AI와 MS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포스트 발행사인 다우존스도 지난해 10월 같은 이유로 퍼플렉시티를 고소했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최근 마련한 ‘AI 기본계획’ 내용을 전하며 “일본 정부가 AI에 의한 저작권 침해나 부적절한 개인정보 활용에 대해 사업자에게 적절한 운용을 유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검색 서비스 업체들이 언론사의 허가 없이 보도 기사를 활용하는 건 독점금지법상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만간 실태 조사를 벌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AI 서비스를 제공 중인 빅테크들이 각국 주요 언론사의 기사를 무단으로 AI 답변에 활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23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현재 일본 공정위는 AI 기반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퍼플렉시티, 일본 라인야후 등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요미우리는 ‘챗GPT’ 개발업체인 미국의 오픈AI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일본 공정위는 2023년 펴낸 뉴스미디어에 관한 실태 조사 보고서에서도 정보기술(IT)기업이 언론사에 지불하는 기사 이용료를 현저하게 낮게 설정하거나, 무상으로 이용할 경우 ‘우월적 지위 남용’이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일본에서는 AI 검색 서비스 업체들이 언론사 기사를 무단으로 활용한 것에 대한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올 8월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퍼플렉시티가 자사 온라인 기사를 무단 사용해 저작권법 등을 침해했다면서 도쿄지방재판소에 제소했다. 또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2월 오픈AI와 MS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포스트 발행사인 다우존스도 지난해 10월 같은 이유로 퍼플렉시티를 고소했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최근 마련한 ‘AI 기본계획’ 내용을 전하며 “일본 정부가 AI에 의한 저작권 침해나 부적절한 개인정보 활용에 대해 사업자에게 적절한 운용을 유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도쿄 아카사카에 있는 중의원(하원) 의원 숙소에서 나가타초 총리 공관으로 이르면 연내에 이사할 계획이라고 교도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10월 21일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는 원래 조기에 공관으로 이사할 생각이었지만 취임 직후부터 외교 일정과 국회 심의가 이어지면서 이사 준비가 늦어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X에 “위기 관리는 국가경영의 요체”라며 “조만간 정든 숙소를 떠나 총리 공저로 거처를 옮기고자 한다”고 적었다. 일본에선 정부가 마련해 주는 고위 공무원 숙소를 ‘공저’(公邸·공관), 집무 공간을 ‘관저’(官邸)로 부른다. 총리 공관은 관저와 걸어서 1분 정도 거리에 있어 지진 등 위급 상황에 보다 신속히 대처할 수 있다. 국회의사당 및 주요 부처 청사도 걸어서 5~10분이면 갈 수 있을 만큼 가깝다.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8일 밤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35분 뒤에 관저에 모습을 나타내 거처를 공관으로 옮기는 게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현 공관은 1929년에 집무 공간으로 마련된 곳이다. 2002년 초현대식 건물인 현 관저를 새로 지었고, 이후 ‘공관’으로 개보수해 총리가 생활하는 곳으로 쓰고 있다. 다만 모든 총리가 임기 내내 공관에서 산 건 아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총리도 취임 3개월 뒤 공관으로 옮겼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처럼 공관에서 아예 살지 않은 총리도 있다. 2012년 12월 재집권한 아베 전 총리는 “생활과 업무를 분리하고 싶다”며 차로 15분 거리 사저에서 매일 출퇴근했다.일본에선 공관에 입주한 총리 중 단명하거나 불운한 결말을 맞은 사례가 나오면서 ‘터가 좋지 않다’ ‘귀신이 있다’는 소문도 돈다. 귀신 소문은 1932년 옛 일본 해군 장교들이 일으킨 쿠데타로 총리가 암살된 사건과 관련 있다는 억측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공관 입주가 알려진 이시바 전 총리에게 기자들이 귀신 소문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는 “‘오바케의 Q타로’ 세대라 별로 안 무섭다”고 했다. ‘오바케의 Q타로’는 귀신을 소재로 한 일본의 1960년대 유명 만화로 이시바 전 총리 같은 60, 70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미국 국무부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 취임 뒤 일본 정부 내에서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공개 발언이 나온 것을 두고 “일본은 핵 비확산의 세계적인 리더”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일본 총리실 간부가 핵무기 보유를 주장한 뒤 중국, 북한 등의 반발이 커지자 사실상 미국이 직접 ‘핵 비확산’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일본 방위상은 이 사안에 대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19일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의 주일 미군기지를 방문해 미 해군의 ‘시울프(Seawolf)’급 핵추진 잠수함도 시찰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지난달 7일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파장으로 중국과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핵무기 보유 추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중 반발에 美 “日, 핵 비확산 리더” 21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일본의 핵무기 보유와 관련된 일본 언론의 질의에 “일본은 핵 비확산, 핵 군비관리 추진 등에서 세계적인 리더이며 중요한 파트너”라고 답했다. 이어 “미일 동맹은 인도태평양 평화와 안정의 초석”이라며 “미국은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견고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현대적 핵 억지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일본 총리실의 한 안보정책 담당 간부는 18일 사견을 전제로 취재진 앞에서 “우리(일본)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중-러의 핵 위협 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핵 억지력만 믿을 수 없다는 취지다. 지난달 다카이치 총리의 ‘비핵 3원칙’(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 재검토 시사와 맞물려 일본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등 ‘핵 옵션’을 가지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현재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하에서 핵무기 보유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에만 허용된다. 일본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한국, 대만 등 주변국도 핵 개발에 나서는 ‘핵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중국, 북한 등은 거세게 반발했다. 궈자쿤(郭嘉昆)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일본 우익 보수세력이 군국주의를 부활시키고 ‘재군사화’를 가속화하려는 야망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21일 북한 외무성 일본연구소장 담화를 통해 일본의 핵무장론은 “극히 도발적인 망언이며 인류에 대재앙”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본을 “침략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지를 수 있는 불량국가”라고 했다. 이를 두고 오래전부터 국제사회 규범을 어겨가며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이 이 같은 담화를 내놓는 건 부적절하단 평가가 나온다.● 日 방위상 “모든 선택지 배제 안 해” 하지만 고이즈미 방위상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비핵 3원칙’ 재검토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생활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모든 선택사항을 배제하지 않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핵 반입 등을 금지한 ‘비핵 3원칙’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총리가 발표한 후 지금까지 일본 핵 정책의 근간이 돼 왔다. 이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음을 주무 장관이 밝힌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요코스카 주일 미군기지 시찰 당시 해상자위대의 잠수함 ‘세이류’도 함께 둘러봤다.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는 올 10월 연정 구성 당시 합의문에서 ‘차세대 동력을 활용한 수직발사장치(VLS) 탑재 잠수함을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지난달 6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도 언급했다. 그는 “주변 나라는 모두 핵추진 잠수함을 가진다”고 핵잠 도입의 필요성을 거듭 시사했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미국 국무부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 취임 뒤 일본 정부 내에서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공개 발언이 나온 것을 두고 “일본은 핵 비확산의 세계적인 리더”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일본 총리실 간부가 핵무기 보유를 주장한 뒤 중국, 북한 등의 반발이 커지자 사실상 미국이 직접 ‘핵 비확산’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그러나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일본 방위상은 이 사안에 대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19일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의 주일 미군기지를 방문해 미 해군의 ‘시울프(Seawolf)’급 핵추진 잠수함도 시찰했다.다카이치 총리의 지난달 7일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파장으로 중국과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핵무기 보유 추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중 반발에 美 “日, 핵 비확산 리더”21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일본의 핵무기 보유와 관련된 일본 언론의 질의에 “일본은 핵 비확산, 핵 군비관리 추진 등에서 세계적인 리더이며 중요한 파트너”라고 답했다. 이어 “미일 동맹은 인도태평양 평화와 안정의 초석”이라며 “미국은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견고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현대적 핵 억지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일본 총리실의 한 안보정책 담당 간부는 18일 사견을 전제로 취재진 앞에서 “우리(일본)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중-러의 핵 위협 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핵 억지력만 믿을 수 없다는 취지다. 지난달 다카이치 총리의 ‘비핵 3원칙’(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 재검토 시사와 맞물려 일본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등 ‘핵 옵션’을 가지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현재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하에서 핵무기 보유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에만 허용된다. 일본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한국, 대만 등 주변국도 핵 개발에 나서는 ‘핵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중국, 북한 등은 거세게 반발했다. 궈자쿤(郭嘉昆)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일본 우익 보수세력이 군국주의를 부활시키고 ‘재군사화’를 가속화하려는 야망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21일 외무성 일본연구소장 담화를 통해 일본의 핵무장론은 “극히 도발적인 망언이며 인류에 대재앙”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본을 “침략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지를수 있는 불량국가”라고 했다. 이를 두고, 오래전부터 국제사회 규범을 어겨가며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이 이같은 담화를 내놓는건 부적절하단 평가가 나온다.● 日 방위상 “모든 선택지 배제 안 해”하지만 고이즈미 방위상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비핵 3원칙’ 재검토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생활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모든 선택사항을 배제하지 않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핵반입 등을 금지한 ‘비핵 3원칙’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총리가 발표한 후 지금까지 일본 핵 정책의 근간이 돼 왔다. 이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음을 주무 장관이 밝힌 것이다.고이즈미 방위상은 요코스카 주일 미군기지 시찰 당시 해상자위대의 잠수함 ‘세이류’도 함께 둘러봤다.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는 올 10월 연정 구성 당시 합의문에서 ‘차세대 동력을 활용한 수직발사장치(VLS) 탑재 잠수함을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염두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고이즈미 방위상은 지난달 6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도 언급했다. 그는 “주변 나라는 모두 핵 잠수함을 가진다”고 핵잠 도입의 필요성을 거듭 시사했다.다만 고이즈미 방위상은 핵무기 보유를 주장한 총리실 간부의 발언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피했다. 그는 19일 미국 핵잠 시찰을 앞두고는 취재진에게 “현 시점에서 특정 동력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검토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18일 일본 총리실의 안보정책 담당 간부가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달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비핵 3원칙’(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 재검토 시사와 맞물려 일본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의 기존 (비핵화) 입장에서 현저히 벗어난 것으로 국내외에서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19일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국제 정의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불거진 중일 간 군사적 긴장이 ‘핵 보유’ 발언까지 겹쳐 한층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中-러-北 주변 안보환경 엄중”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총리실의 안보정책 담당 간부는 사견을 전제로 “나는 우리(일본)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중국의 핵전력 증강, 러시아의 핵 위협, 북한의 핵 개발 등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엄중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때 미국의 핵 억지력만 믿을 순 없고, 핵무기 보유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 다만, 현 정부 내에서 핵 보유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간부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안보정책 수립을 조언하는 위치에 있는 인물로 전해졌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1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비핵 3원칙에 대한 질문에 “이제부터 작업이 시작된다. 표현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반입’ 원칙의 재검토를 시사했다. 미국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미국 전술핵 반입이 필요하다는 것. 총리실 간부의 발언이 이를 위한 일종의 ‘밑밥 깔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비핵 3원칙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총리가 발표한 후 지금까지 일본의 핵 정책으로 유지되고 있다.일각에선 일본의 자체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은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핵연료 재처리의 법적 권한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원자폭탄 약 600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의 플루토늄 46t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 핵보유국만 인정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로 인해 일본의 핵 보유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아직까진 지배적이다. 지구상 유일한 핵무기 피폭국인 일본 국민들의 반핵 정서도 걸림돌이다. 19일 입헌민주당, 공명당 등 일본 야당들은 핵보유 발언 당사자의 파면과 발언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으로부터 침략당한 경험이 있는 주변국들의 반발도 변수다. 궈자쿤(郭嘉昆)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현재 일본의 일부 세력은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우익 보수세력이 군국주의를 부활시키고 국제질서의 제약을 벗어나며 ‘재군사화’를 가속화하려는 야망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핵보유 발언의 국내외 파장이 커지자 일본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비핵 3원칙을 정책상의 방침으로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日방위상 “일본도 핵잠 논의 당연”다카이치 정부는 올 10월 출범 후 군사력 강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12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은 핵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한국과 호주가 보유하게 되며, 미국과 중국은 갖고 있다”며 “우리의 억지력, 대처력을 향상하려면 (잠수함의) 새로운 동력에 대한 논의가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같은 달 23일엔 대만에서 111km 떨어진 요나구니섬을 방문해 지대공미사일 배치 계획을 밝혔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18일 일본 총리실의 안보정책 담당 간부가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달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비핵 3원칙’(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 재검토 시사와 맞물려 일본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의 기존 (비핵화) 입장에서 현저히 벗어난 것으로 국내외에서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실제로 이날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국제 정의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불거진 중일 간 군사적 긴장이 ‘핵보유’ 발언까지 겹쳐 한층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中-러-北 주변 안보환경 엄중”이날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총리실의 안보정책 담당 간부는 사견을 전제로 “나는 우리(일본)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중국의 핵전력 증강, 러시아의 핵 위협, 북한의 핵 개발 등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엄중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때 미국의 핵 억지력만 믿을 순 없고, 핵무기 보유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 다만, 현 정부 내에서 핵 보유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간부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안보정책 수립을 조언하는 위치에 있는 인물로 전해졌다.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달 1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비핵 3원칙에 대한 질문에 “이제부터 작업이 시작된다. 표현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반입’ 원칙의 재검토를 시사했다. 미국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미국 전술핵 반입이 필요하다는 것. 이날 총리실 간부의 발언이 이를 위한 일종의 ‘밑밥 깔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비핵 3원칙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총리가 발표한 후 지금까지 일본의 핵 정책으로 유지되고 있다.일각에선 일본의 자체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은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원자폭탄 약 600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의 플루토늄 46t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 핵보유국만 인정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로 인해 일본의 핵 보유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아직까진 지배적이다. 지구상 유일한 핵무기 피폭국인 일본 국민들의 반핵 정서도 걸림돌이다. 이날 입헌민주당, 공명당 등 일본 야댱들은 핵보유 발언 당사자의 파면과 발언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입헌민주당 대표는 “(발언 당사자는) 조기에 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앞서 1999년 니시무라 신고(西村眞悟) 당시 방위성 차관이 핵무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가 해임된 바 있다.일본으로부터 침략당한 경험이 있는 주변국들의 반발도 변수다. 궈자쿤(郭嘉昆)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현재 일본의 일부 세력은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우익 보수세력이 군국주의를 부활시키고 국제질서의 제약을 벗어나며 ‘재군사화’를 가속화하려는 야망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핵보유 발언의 국내외 파장이 커지자 일본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비핵 3원칙을 정책상의 방침으로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日방위상 “일본도 핵잠 논의 당연”다카이치 정부는 올 10월 출범 후 군사력 강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달 12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은 핵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한국과 호주가 보유하게 되며, 미국과 중국은 갖고 있다”며 “우리의 억지력, 대처력을 향상하려면 (잠수함의) 새로운 동력에 대한 논의가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같은 달 23일엔 대만에서 111km 떨어진 요나구니섬을 방문해 지대공미사일 배치 계획을 밝혔다. 또 오키나와섬 인근을 지나 태평양으로 향하는 중국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감시하기 위해 오키나와 동쪽 기타다이토(北大東)섬에 레이더 부대를 배치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중국 전투기가 6일 일본 자위대 전투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한 것과 관련해 양국이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일본 방위상이 한국과도 통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복수의 방위성 관계자에 따르면 고이즈미 방위상은 영국, 필리핀 국방부 장관과 조만간 통화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며, 한국의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중일 간의 군사적 갈등과 관련한 일본 측 입장을 설명하며 국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취지로 보인다. 안 장관과 고이즈미 방위상은 지난달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12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 참석을 계기로 양자 회담을 가진 바 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에도 복수의 회담이 예정돼있다”며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으려는 노력도 방위상이 임해야 할 책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사건 발생 후 나흘째인 10일 밤 구이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부 장관,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연이어 온라인 회담을 했다. 12일에는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약 40분간 통화했다. 같은 날 필리핀 국방부는 “중국의 행동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일본 측에 힘을 실어줬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도쿄를 폭격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다.” 9일 일본 오키나와섬 인근 해상에서 벌인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의 연합 훈련에 대해 일본 방위성 당국자는 요미우리신문에 이렇게 밝혔다. 당시 일본 본토 섬 중 하나인 시코쿠 남쪽까지 북동진한 중-러 폭격기가 기수를 돌리지 않고 직진으로 계속 비행했다면 도쿄 상공에 다다랐을 거라는 분석에 따른 것.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갈등이 외교, 문화 영역에 이어 군사 부문으로 확산된 가운데 중국군의 칼끝이 대만, 오키나와를 벗어나 수도 도쿄를 겨냥했다는 얘기다. 또 13일 중국은 난징대학살 기념일에 맞춰 일본군의 목을 베는 내용의 섬뜩한 포스터를 공개하며 군사적 긴장을 다시 한번 고조시켰다. 스타이펑(石泰峰)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장은 이날 추도사에서 “군국주의를 되살리는 (일본의)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는 이를 이미 증명했고, 앞으로도 계속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러 폭격기, 도쿄 방향으로 북동진13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한국의 합동참모본부 격) 자료를 분석해 9일 오키나와 인근에서 연합 훈련에 나섰던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들이 도쿄 방향으로 비행했다고 전했다. 이들 폭격기가 오키나와와 미야코지마를 지나 북동진한 경로를 직선으로 이어 보면 일본 수도인 도쿄와 해상자위대 및 미 해군 기지가 있는 요코스카에 닿는다는 게 일본 측 설명이다. 중국 폭격기가 오키나와와 미야코지마 사이를 통과한 게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도쿄 방향으로 비행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중-러 군용기가 함께 이 경로로 북동진한 건 처음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특히 일본 매체들은 이날 도쿄 쪽으로 향한 중국 폭격기가 핵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H-6K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H-6K는 핵탄두를 포함한 공대지, 공대함 미사일 6기를 장착할 수 있고 사거리가 1500km 이상이다. 이날 중-러 폭격기가 돌아간 시코쿠 남쪽 해역과 도쿄 사이의 거리는 600∼1000km 정도다. 이 같은 중-러의 무력 시위에 맞서 미국과 일본도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요미우리는 미군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과 일본 해상자위대 아키즈키 구축함이 8∼11일 혼슈 중부 남쪽 태평양 해역에서 연합 훈련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중국군, 日 겨냥해 “더러운 머리 잘라내야”1937년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중국인 30만 명을 학살한 난징대학살 추모일인 13일 중국군 동부전구(戰區)는 ‘대도제(大刀祭·큰 칼 제사)’란 제목의 포스터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했다. 포스터에는 일본군 모자를 쓴 해골 머리를 큰 칼로 베는 모습이 담겼다. ‘刀(칼 도)’ 글자와 칼끝에 빨간 피가 흐르는 모습도 포함됐다. 동부전구는 대만해협을 담당하는 중국군 부대다. 동부전구는 포스터와 함께 올린 글에 “군국주의 유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더럽고 추악한 머리를 단호히 잘라 군국주의의 재등장을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고 썼다. 또 ‘동왜(東倭)가 재앙을 일으킨 지 1000년이 됐다’는 시구를 병기했다. ‘동왜’는 동쪽의 오랑캐란 뜻으로, 일본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날 장쑤성 난징시의 난징대학살 희생 동포 기념관에선 당정 인사, 군인, 시민 등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 추도식이 열렸다. 스 조직부장은 이날 추도사에서 “군국주의를 부활시키고 전후 질서를 훼손하려는 어떤 시도도 실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추도사에 담긴 ‘중국과 일본은 서로 위협이 되지 않는 파트너’란 표현은 이번에 빠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전했다. 한편 중일 간 군사 긴장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2026년도 방위 예산 규모를 역대 최대인 9조 엔(약 85조 원)으로 책정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견제를 위해 장거리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확충 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일본 오키나와섬 인근에서 9일 연합 훈련을 실시한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들이 일본 수도 도쿄 방향인 북동쪽을 향해 비행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3일 전했다. 6일 공해상에서 일본 자위대 전투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사(照射·겨냥해 비춤)했던 중국이 핵무기 탑재 가능 폭격기를 동원한 훈련에서 도쿄를 폭격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던진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요미우리는 중국 폭격기가 도쿄 방향으로 비행한 적은 2017년에도 있었지만, 러시아와의 훈련에서 이 같은 시도를 한 건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13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한국의 합동참모본부 격) 자료를 인용해 중-러 폭격기가 9일 오키나와섬과 미야코지마 사이를 통과한 뒤 왼쪽으로 90도가량 틀어 북동진했다고 전했다. 이때 폭격기들이 이동한 경로를 직선으로 이어보면 도쿄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일본 방위성 당국자도 “도쿄를 폭격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요미우리에 밝혔다. 다만, 이날 중-러 폭격기는 일본 본토 4개 섬 중 하나인 시코쿠 남쪽에서 동중국해 방향으로 돌아갔다. 이런 가운데 교도통신은 일본이 내년 방위비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9조 엔(약 85조 원)까지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증액된 예산은 장거리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확충에 주로 쓰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한 뒤 촉발된 중일 갈등이 지속되고, 일본도 예고했던 것처럼 대규모 방위비 증액에 나서면서 동북아 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계속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전 주고베 총영사)는 “중국이 일본에 강경 대응을 보이는 가운데 일본이 방위비를 늘리며 군비 증강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역내 긴장 고조와 군비 경쟁에 대한 한국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