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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지하에는 오로지 ‘뱃지’들만 입장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기자들은 물론 보좌진, 국회 직원도 갈 수 없는 그 곳은 다름 아닌 건강관리실이다. 각종 운동기구가 있고, 한 편엔 목욕탕도 있다. 각종 조찬 모임과 회의 등으로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국회의원들 중엔 출근과 동시에 체력단련실로 직행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운동도 하고, 개인 정비도 하기위해서다. 보는 눈이 없고 편한 분위기에서 여야 의원들이 한 데 모이다 보니, 이곳에서는 소속 정당과 정파를 떠나 흉금을 터놓는 솔직한 대화가 자주 이뤄진다는 게 의원들의 말이다. 지난해 말, 국민의힘 A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B 의원과 이곳에서 만나 나눈 대화 한 토막. “우리 대표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B 의원)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내부에서 정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A 의원) “내려올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그렇지….”(B 의원) 이 대화를 전하며 A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겉으로는 ‘단일대오’를 외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한 것 같더라”며 “이재명 대표가 계속 대표직을 지키는 게 우리(국민의힘)에겐 크게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매일 같이 이 대표에 대한 십자포화로 아침을 열면 된다는 의미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면 당의 미래와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해 복잡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야권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보여주듯이 현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며 “그런데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 때문에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묻히고,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1대 1 구도’가 잘 안 만들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제1야당 대표가 직접 대통령과 맞서 문제점도 지적해야 하고 야당이 생각하는 국정 운영의 방향도 제시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다. 노무현 정부 시절, 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보수 진영의 지도자라는 입지를 굳혀갔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뒤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반대편에 섰다. 2015년 2·8전당대회에서 야당 대표가 된 문 전 대통령의 첫 일성(一聲)은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이었다. 이 대표도 12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폭력적인 국정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뒤이은 질의응답에서 나온 첫 질문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내용이었다.이 대표가 “제안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한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회동도 마찬가지다. 날선 반응을 면전에서 들어야 하는 제1야당 대표와의 회동은 대통령에게 달가울 리 없는 자리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실에는 이 회동을 피할 결정적인 핑계가 있다. “본인의 사법적 문제부터 다 처리한 다음에 하는 게 맞다”(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것. 여기에 민주당의 또 다른 고민은 “전선(戰線)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친문(친문재인) 진영 의원의 말이다. “지금 검찰의 수사를 보면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성남FC 등 이 대표 개인과 관련된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문재인 정부 정책에 관한 것이다. 정책적인 판단이 수사 대상이 맞는지는 분명히 다퉈볼만한 이슈다. 그런데 우리가 검찰을 성토하면 ‘이 대표에 대한 수사 때문에 야당이 반발하고 있다’는 시선에 막히게 된다.” 이런 민주당의 고민은 결국 “대안 세력이자, 수권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로 귀결된다. 다음 선거를 통해 집권 세력의 자리를 충분히 꿰찰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 실제로 1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5%였다. 하지만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이보다 낮은 34%를 기록했다.제1야당이 집권 세력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여론의 지지에서 나온다. 제1야당의 주장에 공감하는 유권자들이 많다면, 대통령실도 무작정 야당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은 지금, 민주당은 아직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말만 ‘경청투어’일 뿐 사실상 대선 선거 운동을 다시 하는 행보를 이어간다고 과연 민심이 돌아올까. 친이(친이재명)계 의원들조차도 “이 대표가 ‘당은 당이고, ‘사법리스크’는 내 문제‘라고 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는 이유를 민주당은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가적으로 봐도 제1야당이 이런 내부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는 건 결코 좋지 않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견제와 균형이다. 이를 위해서는국정 운영의 한 축인 야당이 정권을 견제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윤석열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국정 운영의 파트너인 민주당과건강한 경쟁을 가져가는 것이 꼭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지리멸렬한 야당이 견제 능력을 상실하고, 그로 인해 여권이 폭주를 거듭하며 오만과 독선을 버리지 못한 결과를 문재인 정부를 통해 지켜봤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국회를 누비는 기자들이 총선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걸 피부로 느끼는 몇 장면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전화 통화다. 그토록 전화를 안받던 취재원들이 신호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을 때 느낀다. 아, 공천이 얼마 안 남았구나! 할 말이 없어서, 불편해서, 아는 게 없어서, 말 하기 싫어서 등등 저마다의 이유로 기자들의 전화를 피하던 국회의원들이 공천을 앞두고는 180도 달라진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뭐가 궁금해요?” 질문을 마치고 통화를 끊으려는 찰나에, 전화를 받은 진짜 이유가 드러난다. “그런데 요새 뭐 들은 거 없어요?” 공천 관련한 작은 정보라도 궁금하다는 의미다. 이 무렵이 되면, 각 정당이 공통적으로 띄우는 조직이 있다. 인재영입위원회다. 총선을 앞두고 “우리가 이처럼 참신한 새 인물을 영입했습니다!”라고 홍보하기 위해 인재 물색에 나서는 조직이다. 인재영입위원회가 출범하고 나면, 신규 인사 영입 발표가 이어진다. 경제 전문가, 워킹맘, 청년 정치인, IT(정보통신) 전문가, 벤처 기업가 등등…. 아예 ‘인재 영입 1호, 2호, 3호’ 식으로 릴레이 영입 발표에 나서기도 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영입 축하 꽃다발이 시들기도 전, 일부 영입 인사들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난다. 논문 표절, 부적절한 발언, 재산 문제, 범죄 전과…. 정치권의 새 인물이라며 영입한 인사들의 문제적 과거가 드러날 때 마다 정당들이 내놓은 해명은 똑같다. “다소 급하게 영입 작업을 진행하느라 제대로 된 검증 작업을 하지 못했다.”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아마 정상적인 조직은 이런 결론을 내릴 것이다. “닥쳐서 급하게 준비하지 말고, 미리 미리 준비하자.” 총선은 정확히 4년마다 돌아온다. 총선이라는 ‘D-데이’에 맞춰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각 정당이 정말 참신한 인물들을 발굴해 정치권을 제대로 바꿔보겠다는 목적이라면 지금쯤 인재 영입을 준비해야만 한다. 22대 총선은 2024년 4월 10일 치러지고, 총선 공천은 그보다 앞선 2월 무렵이면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여야는 현재 준비에 나설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왜일까.첫 번째 이유는 인재 영입의 진짜 목적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 정당의 공천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정치인의 말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이 높기 때문에 총선이 임박하면 ‘얼마나 새로운 사람을 공천했나’에 관심이 쏠린다. 결국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깜짝 인사’를 많이 앞세우는 게 총선 득표에 도움이 된다. 1년 전부터 영입해 놓으면 정작 총선을 앞둔 시점에는 새 인물이 아닌 ‘헌 인물’이 되어 버린다.” 새 피 수혈을 통한 정치 문화 개선이 목적이 아니라, 총선 득표전에 도움이 되는 ‘깜짝 쇼’가 진짜 목적이라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엊그제까지 A 정당의 입당을 타진했던 인사가 하루 아침에 B 정당에 입당하는 일도 벌어진다. 두 번째 이유는 ‘고인 물’들의 견제다. 총선은 300개(21대 국회 기준)의 의석을 두고 현역 의원들과 원외(院外) 인사들이 뒤섞여 벌이는 싸움이다. 지금 전국 각 지역구에서는 이미 싸움이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현역 의원을 포함한 출마 준비자들이 경쟁자가 늘어나는 걸 달가워 할리 없다. “내 지역구는 건드리지 말라”는 현역 의원들의 반발 때문에 매번 총선 때마다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도 개편이 지각 확정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영입 인사로 정치권에 발을 디뎌 당선에 성공한 한 현역 의원의 경험. “입당 환영식이 끝나고 당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그래서 어디로 출마할거냐’는 거였다. 쉽게 말해 ‘내가 출마를 준비 중인 지역구로는 오지 말라’는 의미다. 게다가 현실 정치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데, 정작 내가 어디로 가야 하고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도 않더라. 그러니 영입 인사라 해도 전략공천을 받거나, 확실한 연고가 있는 지역이 있는 게 아니라면 정작 공천조차 받지 못하고 잊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을 놓치기 싫어하는 정치권의 구태가 바로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인재 영입 쇼’를 만들어 내는 셈이다. 아마 내년 총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총선까지 1년 3개월여가 남은 시점에서 각 정당의 관심은 오로지 “누가 공천을 행사할 것인가”에만 쏠려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새 인물의 투입을 준비하는 움직임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마 1년 뒤에는 또 한 번 번갯불에 콩 볶듯이 사람을 찾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특위)가 4일 연 첫 청문회에서 여야는 경찰의 부실 대응을 강하게 질타했지만 참사의 실질적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이날 청문회에 나온 증인들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기존에 나왔던 진술을 반복하며 진실공방을 벌였다. 이태원 참사의 핵심 피의자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서울경찰청에 인파 관리를 위한 기동대를 요청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제가 (용산서 직원에게) 기동대 요청 지시를 했던 많은 흔적들이 어느 순간 다 사라지니 저도 참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바로 옆에 앉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교통기동대 1개 제대 요청 외에는 요청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충북 제천에서 술을 마셨다고 인정하면서 경찰 지휘부 책임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 청장은 “그날 음주를 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질문에 “음주했다고 (이미)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하지만 윤 청장은 “주말 저녁이면 저도 음주를 할 수 있다”고 말하며 동석자를 묻는 질문에는 “그런 것까지 밝혀야 하나”고 했다. 그는 “자리에서 물러날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에 “취지를 충분히 고민하겠다”고 했다. 6일 두 번째 청문회를 갖는 국조특위는 7일로 활동기간이 끝난다. 다만 당초 여야가 세 차례 청문회 개최에 합의했기 때문에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국조특위 연장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이날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당은 일주일 가량 연장해야 한다는 태도지만 야당은 “최소 열흘은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과거 청와대, 현재 용산 대통령실의 구성원들은 당적(黨籍)을 가질 수 없다. 소속 정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더라도 공무원이 되는 순간 당원 자격을 내려놓고 탈당해야 한다. 다만 한 사람은 예외다. 바로 대통령이다. 정당법 제22조에 따르면 공무원은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지만 대통령은 제외다. 문제는, 소속 정당을 대하는 대통령들의 모습이다. 정당의 수장은 당 대표다. 하지만 평당원 신분인 현직 대통령은 집권 여당에 끊임없는 관심을 보여 왔고, 당 대표를 뛰어넘는 힘을 과시하려 들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예 ‘새 집 짓기’에 직접 나섰다. 1997년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당선됐던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의 창당을 주도했다. 새천년민주당 소속 후보로 김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집권한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집권 여당의 개편에 나선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또 열린우리당이라는 새 집을 지은 것. 진보 정권의 두 대통령이 공통적으로 창당을 주도했다면, 보수 정권에서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위 그룹이 전면에 나섰다.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의 등장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총선 공천은 ‘친박 공천 대학살’로 불린다. 친이계의 주도로 친박 인사들이 무더기로 공천에서 탈락한 것. 그러나 친이계의 전성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4년 뒤인 2012년 공천에서는 친박계의 복수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친박의 기세는 더 등등해졌지만, 그 끝은 다르지 않았다. 2014년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친박계는 청와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서청원 의원을 밀었지만 패배하고 만다. 이쯤에서 멈췄어야 했지만, 친박계는 2016년 총선 공천에서 또다시 실력 행사에 나선다. 2023년 새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똑같은 시도가 또 펼쳐질 분위기다. 그 첫 무대는 3월 8일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18년 만의 규칙 개정에 나섰다.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없애고 ‘당원 투표 100%’로 고쳤고, 결선투표도 도입했다. 무조건 친윤(친윤석열) 진영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의도다. 자연히 전당대회는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 경쟁이 됐다. 대통령 관저에서 누가, 몇 번이나 밥을 먹었는지에 관심이 쏠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우리는 윤석열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과거 청와대가 있던 시절, ‘건강한 당청 관계’라는 말이 있었다. 정권의 성공을 위해 청와대와 여당이 합심하면서도, 잘못된 길을 갈 경우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권은 여당이 청와대 뜻대로 움직이는 ‘수직적 당청 관계’를 택했고, 비슷한 결말을 맞았다. 집권 2년 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는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청와대와 여당, 야당을 모두 거쳤고 2023년 현재 국회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말 뒤에 가려진 진짜 속내와 의미를 찾아내고, 문제를 짚어보려 노력 중입니다. 과거 청와대, 현재 용산 대통령실의 구성원들은 당적(黨籍)을 가질 수 없다. 소속 정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더라도 공무원이 되는 순간 당원 자격을 내려놓고 탈당해야 한다. 다만 한 사람은 예외다. 바로 대통령이다. 정당법 제22조에는 당원 자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시해놓고 있다.이 조항에 따라 현재 용산 대통령실에서 일하는 공무원 중 국민의힘 당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건 윤석열 대통령이 유일하다. 역대 대통령들도 당적을 유지한 채 청와대에 입성했었다. 문제는, 소속 정당을 대하는 대통령들의 모습이다. 정당의 수장은 당 대표다. 하지만 평(平)당원 신분인 현직 대통령은 집권 여당에 끊임 없는 관심을 보여 왔고, 당 대표를 뛰어 넘는 힘을 과시하려 들기도 했다. 대통령이 집권 여당의 총재를 맡았던 군사 정권 시절이 지난 뒤에도 그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여당을 향한 관심을 뛰어 넘어 아예 ‘새 집 짓기’에 직접 나섰다. 1997년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당선됐던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의 창당을 주도한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1월 열린 새천년민주당 창당대회에 직접 참석할 정도로 힘을 보탰지만, 그해 4·13총선에서 집권 여당은 새천년민주당은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에게 원내 제1당 자리를 내준다. 새천년민주당 소속 후보로 김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집권한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집권 여당의 개편에 나선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또 새 집을 지은 것. 바로 열린우리당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2월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까지 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노 전 대통령은 헌정사 첫 탄핵을 겪게 된다. 탄핵 후폭풍으로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기세등등한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국정 운영 실패로 열린우리당도 노무현 정부와 함께 내리막길을 걷게 되고, 결국 2007년 열린우리당은 대통합민주신당에 흡수된다. 정권 재창출 역시 실패. 진보 정권의 두 대통령이 공통적으로 창당을 주도했다면, 보수 정권에서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위 그룹이 전면에 나섰다.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의 등장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총선 공천은 ‘친박 공천 대학살’로 불린다. 친이계의 주도로 친박 인사들이 무더기로 공천에서 탈락한 것. 그러나 친이계의 전성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4년 뒤인 2012년 공천에서는 친박계의 복수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친박의 기세는 더 등등해졌지만, 그 끝은 다르지 않았다. 2014년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친박계는 청와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서청원 의원을 밀었지만 패배하고 만다. 이쯤에서 멈췄어야 했지만, 친박계는 2016년 총선 공천에서 또 다시 실력 행사에 나선다. ‘진박(진짜 친박) 감별’과 ‘옥새 파동’이란 말로 회자되는 2016년 총선의 승자는 결국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었다. 2023년 새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똑같은 시도가 또 펼쳐질 분위기다. 그 첫 무대는 3월 8일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18년 만의 규칙 개정에 나섰다. 일반 국민여론조사를 없애고 ‘당원 투표 100%’로 고쳤고, 결선투표도 도입했다. 무조건 친윤(친윤석열) 진영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의도다. 당권 주자들의 관심 역시 오로지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 뿐이다. 그렇다보니 대통령 관저에서 누가, 몇 번이나 밥을 먹었는지에 관심이 쏠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우리는 윤석열을 위해 존재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세밑에 만난 한 여권 인사는 “이런 전당대회가 끝나고 나면 그 다음엔 뭐가 펼쳐질지 뻔히 보이니 더 걱정”이라고 했다. 두 번째 무대인 2024년 총선에서는 ‘친윤 공천’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과거 청와대가 있던 시절, 정치권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 중에 ‘건강한 당청 관계’라는 말이 있었다. 정권의 성공을 위해 청와대와 여당이 합심하면서도, 잘못된 길을 갈 경우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권은 여당이 청와대 뜻대로 움직이는 ‘수직적 당청 관계’를 택했고, 비슷한 결말을 맞았다. 과연 집권 2년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는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제주, 세종, 강원에 이어 전북이 4번째 특별자치시·도가 됐다.국회는 28일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 197명 중 184명 찬성으로 전북특별자체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전북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법안을 공포하면 1년 후부터 특별자치도 지위를 갖게 된다. 이 법이 시행되면 전북도와 도의회·도교육청이 특별자치도의 지위를 부여 받는다. 전북특별자치도법은 28개 조항으로 강원특별법(25개 조항)에 없는 사회협약, 해외 협력, 국가공기업 협조 등 3개 조항을 추가됐다. 전북의 특별자치도 지위 확보는 특별자치도 설치를 공약으로 내건 김관영 전북지사(사진)의 당선과 함께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과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이 특별법 발의에 합류하면서 여야 초당적 협력으로 입법 절차를 밟았다. 이번 본회의 통과로 전북은 특별자치도 지정에 따라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분위기다. 전북도 관계자는 29일 “특별자치도 설치로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에 별도의 계정 설정이 가능해진다”며 “균특 이양 한시 보전이 끝나는 2027년부터 2200억 원 이상의 재정 악화가 전망됐던 상황에서 전북만의 별도 계정 설치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무총리 소속 전북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가 설치되면서 중앙행정부처와 전북도 간 협의 및 조율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앞으로 전북의 특색과 도민의 열망을 반영한 다양한 특례와 정책을 발굴해 전국 최고의 특별자치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전북특별자치도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해 특별자치도의 위상에 부합하는 특례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에는 김진표 국회의장을 대신해 김영주 부의장이 의사봉을 잡고 있었다. 김 부의장은 이날의 63번째 안건인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의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투표에 걸린 시간은 단 28초. “재석 203인 중 찬성 89인, 반대 61인, 기권 53인으로서 한전법 개정안은 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투표 결과에 김 부의장도 당황한 기색을 보였고, 본회의장도 술렁였다. 부결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8초 만에 끝난 투표 결과 한전은 파산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한전이 파는 상품은 전기다. 문제는 그간 한전은 전기를 생산 원가보다 싸게 팔았다는 점이다. 전기요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 역대 정부마다 전기요금 인상을 억눌러왔기 때문이다. 원가보다 싸게 팔면 쌓이는 건 적자뿐이다. 한전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22조 원. 여섯 분기 연속 적자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에 대응하는 방법은 빚밖에 없다. 지금까지 누적된 한전의 회사채는 무려 67조 원이다.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로 정해져 있는데, 곧 이 한도를 넘어설 상황이 됐다. 일단 회사채 발행 한도를 ‘최대 6배’로 높인 것이 한전법 개정안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부결됐으니, 이제 한전은 더 이상 빚을 낼 수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가격 인상뿐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전기요금은 올해 인상분의 3배가 넘는 수준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매달 날아오는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며 전 국민이 놀랄 일만 남았다는 의미다. 여기에 한전은 지난해 매출이 60조 원이 넘고, 협력업체는 2000곳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에너지 공기업이다. 정부가 “한전의 재무 위기가 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며 전전긍긍하는 이유다. 이렇듯 민생·거시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부를 수도 있는 법안의 표결에 57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불참했다. 여당 관계자는 “여야 합의로 상정된 만큼 의원들이 당연히 본회의 통과도 무난할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다. 각 상임위에서 한전법 개정안 처리에 찬성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정작 표결에서 무더기로 반대(51명)와 기권(46명)을 택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법안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의원들도 있었고, 반대 토론도 나오고 하니 찬성 누르기를 주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무책임하고, 무지했다는 이야기다.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인 입법 활동조차 제대로 안 한 의원들 덕분에 에너지 가격 급등, 고물가, 금리 인상으로 허리가 휘는 서민 경제에 또 하나의 돌덩이가 얹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입만 열면 “민생 경제”를 내세우는 여야의 본모습이다. 민생 경제가 휘청거릴 상황을 만들어놓고도 여야는 반성하는 기색조차 없다. 오히려 “목표는 오직 민생 회복”(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민생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민주당 이재명 대표)며 민생 타령을 이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말로만 민생’이다. 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요즘 여야 의원들의 공통된 목표는 하나, 생환(生還)이다. 22대 총선은 2024년 4월 치러지지만, 의원들은 벌써부터 다음번 당선을 위한 행보에 시동을 건 상황. 이들이 목표를 이루려면 두 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당의 공천을 받아야 하고, 그 뒤 2024년 4월 치러지는 본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문제는 이 두 단계를 통과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 다르다는 점이다. 먼저 국민의힘. 최근 만난 여권 고위 관계자는 “총선은 결국 중도층의 표를 누가 더 많이 얻느냐인데, 이 점에서 여당 수도권 출마자들의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수도권 의원이나 출마자 중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자처하는 사람이 드문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조차 “누가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느냐”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에서, 공천을 받으려면 친윤(친윤석열) 진영의 옷을 입는 게 유리하다는 분위기다. 그런데 본선은 또 다르다. 한 여권 인사는 “보수 색채가 강한 영남, 강원 지역과 수도권의 표심은 다르다”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금 수준에 머문다면 수도권 출마자에게 ‘윤핵관’이나 ‘친윤 핵심’이라는 타이틀은 오히려 득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18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서울 28%, 인천·경기 25%에 그쳤다. 일부 여당 의원이 ‘비윤(비윤석열)’도, ‘친윤’도 아닌 회색 지대를 서성거리는 배경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1차 고민은 ‘대체 누가 공천권을 행사하느냐’다. 원래대로라면 2024년 8월까지 임기인 이재명 대표가 공천을 총괄해야 하지만, 검찰 수사의 칼날이 이 대표의 턱밑까지 왔기 때문이다. 한 야당 의원은 “공천권을 이 대표가 갖게 될지, 아니면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새 당 대표가 가질지 모르겠다”며 “만약 이 대표가 좌초하면 친명(친이재명)계가, 그렇지 않으면 비명(비이재명) 진영이 공천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22대 총선 공천이 “유례없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69명의 현역 의원에 더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및 내각 출신 인사들과 6·1지방선거 낙선자들까지 총선 출마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친명’과 ‘비명’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유다. 여기에 일부 열성 지지층이 이 대표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지만, 수도권 의원들의 인식은 다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지역구 민심을 보면 윤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유권자들이 꼭 이 대표에게 호의적인 것도 아니다”라며 “지금 상황이라면 내 지역구 유세에 이 대표가 오는 게 과연 득표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결국 현재 각 당 주류 진영의 행보가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여야 의원들도 절감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간극을 누가 더 좁히느냐가 다음 총선 승리의 향방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22대 총선까지는 아직 17개월이 남았다.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채현일 전 서울 영등포구청장 등이 참여하는 위더십 연구소가 10일 출범했다. 위더십 연구소는 ‘우리 모두를 위한 리더십(We+Leadership)‘을 기치로 캠페인 등을 벌일 예정이다. 위더십 연구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시대정신에 맞는 리더십의 방향과 실천적 해법을 탐구하고 모색하고자 한다”며 “향후 ‘다시 리더십을 묻는다’(가제)는 기획 캠페인을 진행하고 ‘위더십 원정대’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소 공동대표는 채 전 구청장과 김현성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맡고 김준혁 한신대 교수, 김홍국 전 경기도 대변인, 서양호 전 서울 중구청장, 임세은 전 청와대 부대변인, 임혜자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다. 채현일 공동대표는 이태원 핼로윈 참사와 관련해 “국가 리더십의 부재가 낳은 참사”라며 “위더십을 통해서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리더십의 상(像)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채 공동대표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국회 보좌진으로 정계에 입문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 민선 7기 영등포구청장 등을 지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김진표 국회의장(사진)이 “승패를 나누는 개헌이 아니라 모두가 이기는 ‘윈(win)윈윈의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꼽히는 김 의장은 여야와 국민의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을 토대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의장은 3일 ‘SBS D포럼‘ 축사에서 “1987년 이후 우리 민주주의는 사회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지만 200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빠른 성장에 비해 민주주의의 발전이 정체됨에 따라 국민이 체감하는 정치 효능감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며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다. 1987년 마련된 헌법으로는 심화되는 불평등 문제 등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국민통합형 개헌’을 강조한 김 의장은 선거제도도 손보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의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비롯해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숙의적 공론제도’ 의 일환으로 시민참여를 제도화하는 방안에 공감한다”며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개헌자문위원회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의장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7월 17일 제헌절 경축사와 8월 19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개헌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던 김 의장은 “지금이 개헌하기 정말 좋은 기회”라고 했다. “대통령도 흔쾌히 개헌하자고 했고, 여야 대표 모두 국회 연설에서 개헌하자고 제안했다”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8월 김 의장 등 국회의장단과의 만찬 회동에서 선거제도 개편 등 개헌과 관련해 “저는 정치개혁 전반에 대해 생각이 열려 있는 사람”이라며 “선거법, 정당법을 변화된 정치 상황에 맞게 고쳐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은 특정 정당이나 진영의 유불리를 벗어나 국민 전체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지점부터 개헌 준비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의장은 “모두가 한발씩 양보해 대통령도, 여야도, 국민도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내용만 골라서 개헌을 하자”며 “올해 안에 실무적인 준비를 모두 마치고 내년에는 본격적인 개헌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정치권의 특징 중 하나는 습관적인 ‘위원회 만들기’다. 일만 생기면 우선 위원회부터 만든다. 혁신위원회, 대책위원회 같은 당내 위원회도 모자라 국회에도 위원회를 꾸리려 든다. 국가의 모든 일을 소관으로 하는 17개의 상임위원회가 국회에 있지만 굳이 또 만든다. 7월에도 그랬다. 당시 여야 원내대표는 민생 법안을 다룬다며 ‘민생경제특별위원회’를 꾸렸다. “시급한 민생 법안부터 처리하겠다”는 명분이었다. 당시 여야는 민생경제특위에서 유류세 탄력세율, 부동산 제도 개선, 직장인 식대 비과세, 납품단가 연동제, 안전운임제, 대중교통비 환급 등을 다루겠다고 공언했다. 13명의 의원도 특위에 배치됐다. 이들은 7월 26일 열린 특위 첫 회의에서 “민생이 매우 어려운 만큼 위원회가 열심히 활동하자” “생산적인 위원회가 되자” “가시적인 성과를 내자”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런 다짐은 헛말이 됐다. 민생경제특위는 10월의 마지막 날 문을 닫았다. 여야가 특위 구성에 합의하면서 활동 기한을 지난달 말까지로 정했기 때문이다. 민생 문제가 3개월이면 해결될 리도 만무하지만, 더 큰 문제는 특위의 활동과 성과다. 특위에서 다루겠다던 현안 중 처리된 건 유류세 탄력세율 확대와 식대 비과세 한도 상향 등 두 가지뿐이다. 여야는 “다른 현안들은 이견이 컸다”고 핑계를 댔다. 여야의 이견은 늘 있는 일이고, 그 간극을 좁히라고 열리는 게 회의다. 하지만 민생경제특위 회의는 5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 특위 소속 의원들조차 “(특위 활동 기간이) 국정감사 등 정기국회 일정과 겹쳐 있어 신속하고 내실 있는 특위 진행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특위는 7월에 2번, 8월에 1번, 9월에 2번 열리는 데 그쳤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애초에 민생경제특위가 여야의 ‘보여주기식’ 합의였기 때문이다. 7월, 여야는 원(院) 구성 협상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국회 개점휴업이 두 달 가까이 계속되면서 “일 안 하는 국회”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민생’이라는 이름을 붙인 위원회를 만들기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합의한 것. 게다가 민생경제특위가 다룬 현안들도 특위가 없어서 처리가 안 되는 게 아니었다. 안전운임제는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납품단가 연동제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심히 회의를 열어 논의하면 될 사안이다. 그런데도 왜 특위를 만들었을까. 이에 대해 한 정치권 인사는 “원래 위원회라도 만들면 뭐라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민생경제특위가 끝났지만 국회에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형사사법체계특별위원회가 가동 중이다. 각각 국민연금, 선거제도, 사법 시스템 등 민생경제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을 다루는 위원회다. 이 위원회들의 결말은 민생경제특위와 다를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집권 첫해 불거진 여당의 극심한 내홍의 중심에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가 있다. 관심은 온통 집권 여당의 선장이었던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윤리위가 6일 추가 징계에 나설 것인지 여부에 쏠려 있었지만, 그에 앞서 윤리위는 또 한 가지 문제의 결정을 내렸다. 윤리위는 지난달 29일 새벽,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에 대해 ‘위원장 명의의 엄중 주의’ 처분을 내렸다. 발단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문제다. 경찰 출신인 권 의원은 정부의 경찰국 신설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출했다. “경찰국 설치는 위헌”이라고 주장한 권 의원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언급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과 함께 경찰국 신설 반대 토론회도 열었다. 결국 윤리위는 정부 여당이 정한 정책에 문제를 제기한 권 의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했다. 쉽게 말하면 “대통령실이 정한 대로 따를 것이지 왜 토를 다느냐”는 것이다. 윤리위 소명에 나선 권 의원은 “경찰 중립성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해서 국민의힘이 결정했기 때문에 입을 다물라고 한다면, 이것은 정당이 해야 하는 역할이 아니지 않으냐. 오히려 입을 다무는 게 국민의힘에 해가 되는 행위라고 소명했다”고 말했다. 경찰국 설치에 대한 반대 여론도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7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1%는 경찰국 설치에 대해 ‘정부가 경찰 조직을 통제하려는 과도한 조치’라고 답했다. ‘경찰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응답은 33%였다. 물론 모든 정책을 여론조사로 결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반대 여론도 귀담아듣고 우려 되는 점은 보완하는 게 집권당의 역할이다. 이런 본분은 잊고 여당 의원이라는 이유로 의견 표출조차 못 하도록 하는 게 과연 국민의힘 윤리위가 추구하는 민주주의이고 정당 정치인가. 모두가 정규 교육 과정에서 배운 것처럼 헌법 제19조에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되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각종 연설에서 가장 빈번하게 언급하는 단어도 바로 ‘자유’다. 심지어 국민의힘 윤리규칙 제6조에는 “당직자와 당 소속 공직자는 개인의 이익보다는 당의 이익을, 당의 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성실히 수행한다”고 되어 있다. 권 의원의 징계를 두고 여권 내에서조차 “과거 민주당의 금태섭 전 의원 징계가 연상된다”는 말이 나온 건 당연하다. 2020년 5월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표결에서 금 전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며 ‘당론 위배’로 징계를 의결했다. 지금도 야권 인사들이 “‘불통의 민주당’, ‘독선의 민주당’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게 된 결정적 장면 중 하나”라고 꼽는 사건이다. 당시 금 전 의원의 징계를 두고 국민의힘은 “민주주의 없는 민주당”이라고 성토했다. 마찬가지로 집권 여당이 된 지금의 국민의힘은 “국민 의견 없는 국민의힘”을 향해 가는 게 목표인가.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6·1지방선거에서 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A 씨는 선거운동 중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선거에 도움을 주겠다”고 해서 만난 그 인사는 놀라운 말을 꺼냈다. “이 지역은 경선 통과가 곧 당선이다. 경선 여론조사만 이기면 되는 건데, 휴대전화 300개만 동원하면 무난하게 이길 수 있다. 다만 돈이 좀 든다. 휴대전화번호 1개에 100만 원이다.” 휴대전화를 무더기로 동원해 여론조사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경선 1등을 만들어 주겠다는 선거브로커의 제안. A 씨가 “불법인 데다, 3억 원인데 그런 돈도 나는 없다”고 하자 브로커는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누가 현찰을 받나. 시장 된 뒤 내 몫만 약속해주면 내가 알아서 회수하겠다.” 추후 시청 인사와 각종 인허가 과정에 개입해 돈을 챙길 테니 약속을 해달라는 요구다. 결국 A 씨는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경선에서 탈락했고, 해당 시(市)의 시장은 지역 정가에서 무명이던 인사가 당선됐다. A 씨는 “당선자에게도 저 브로커가 접근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선거 끝나고 다른 지역에서 출마했던 후보자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다들 브로커로부터 제안을 받았더라”라고 했다. 실제로 전주지법은 지난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거브로커 2명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처벌 받은 선거브로커는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에게 접근해 “내가 기업에서 돈을 받아 당신 선거운동에 쓸 테니, 시장에 당선되면 전주시에서 진행하는 건설공사 사업권을 그 기업에 보장해줘라”고 요구했다. 제안을 받은 이 예비후보는 “선거브로커의 부당한 요구에 무릎을 꿇을 수 없다”며 제안 사실을 폭로하고 예비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이처럼 여야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최근 지방선거에서는 불법의 양상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국회의원 등 유력 정치인에게 뒷돈을 주고 공천을 받는 식이었지만, 이제는 선거브로커들이 개입해 당선과 이권을 맞바꾸는 일이 만연하다는 것. 정치권 인사들은 “특히 여야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이 선거브로커들의 주 무대”라고 입을 모았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가 왜곡되는 건 큰 문제다. 게다가 부정은 또 다른 부정을 낳는다. 영남 지역에서 활동했던 한 여권 인사는 “지역 군청, 시청에서는 ‘3서2사’라는 말이 유행한 지 오래”라고 했다. 서기관 승진에 3000만 원, 사무관 승진에 2000만 원의 뒷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지방의원들의 재량사업비는 건설사 리베이트의 근원으로 꼽힌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달한 건 정치권의 책임도 있지만 경찰과 검찰의 무능력도 한몫했다. 한 야권 인사는 “전주의 경우 이 예비후보가 공개 폭로를 했으니 마지못해 경찰의 수사가 이뤄진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데 수사 당국이 모르는 건지 모른 체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6·1지방선거의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는 12월 1일까지. 이번에도 검경이 눈감는다면 선거브로커는 4년 뒤에 더 판치게 될 것이다. 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누가 지켜줍니까?” 문재인 전 대통령은 4월 임기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른바 ‘문재인 지키기’ 움직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3·9대선 기간 중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왔던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선거용이죠”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의 예상처럼 정권이 교체되고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의 새 수장이 되자 “문재인을 지키자”는 목소리는 사라졌다. 지금 민주당에서는 “이재명을 지켜야 한다”는 말뿐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권력과 정치의 생리가 그런 것”이라며 “이제는 의원들도 ‘친문(친문재인)’이라는 말을 안 쓰지 않느냐”고 했다. 이 ‘권력과 정치의 생리’ 근간에는 현 대통령제가 자리 잡고 있다. 대통령의 시대는 단 5년뿐이다. 두 번 집권은 불가능하다. 반면 임기 4년의 국회의원은 당선만 된다면 몇 번이고 더 할 수 있다. 임기 초반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1인자로 가장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의원들은 대통령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그러나 임기 막바지로 갈수록 대통령의 힘은 약해지고 더 이상 의원들은 대통령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다. 의원들은 ‘한 번 더’를 약속할 수 있는 새로운 권력자를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의 목표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한 번 더’가 없는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목표다. 반면 여당 의원들이 “현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건 그래야 다음 총선에서 국회로 생환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당장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이 그 예다.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헌신하겠다는 의원이 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여당 의원들에게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세제 대책이 좌초한 것보다 차기 총선 공천권을 쥔 새 당 대표를 뽑는 당권 투쟁이 더 중요한 일이다. 2선으로 후퇴한다 해도 지역구 관리만큼은 절대 놓지 않는다. 야권도 마찬가지였다. 2015년 말 야당 대표였던 문 전 대통령이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공세로 수세에 몰렸을 때, 문 전 대통령 측근들은 친문 의원들에게 “위기 돌파와 집권을 위해 2016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윤 대통령이 여당의 내분 수습 등을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과 통화하고 만나는 것이 진정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길일까. 115석의 국민의힘은 그 어떤 법 하나 통과시킬 의지도, 능력도 없다. 결국 주요 국정 과제를 뒷받침할 입법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서라면 윤 대통령은 야당과 만나고 수시로 통화하며 설득해야 한다. 제1야당의 수장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어 만나기 곤란하다면, 원내대표를 만나면 된다. 어차피 국회 입법과 예산안 처리 등은 모두 원내대표의 몫이다. 협치의 시작은 결국 윤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의 중징계를 내린 당 윤리위원회가 1일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가능성을 내비쳤다. 친윤(친윤석열)계 일각에서 이 전 대표의 제명 주장이 나오는 상황과 맞물려 윤리위가 이 전 대표에게 또 한 번의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다른 분들을 징계하고 오라”고 맞섰다. 당이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전국위원회 개최 금지”를 요구하는 추가 가처분 신청도 냈다. ○ 윤리위 “이준석 추가 징계 촉구 의견 존중”윤리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에 대한 윤리위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 의견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달 27일 의총에서 이 전 대표의 “개고기” “양두구육” “신군부” 발언 등을 문제 삼아 윤리위에 추가 징계를 촉구했다. 윤리위는 “당헌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윤리위는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 당헌·당규 및 윤리규칙 위반으로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하는 행위 등에 징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이 이준석 당원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초유의 정치적 상황을 촉발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지를 모으는 과정에서 소속 의원들이 성숙하고 정제된 언어와 표현으로 동참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여권 내홍의 책임이 이 전 대표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제된 언어와 표현’ 언급은 이 전 대표 측 의원들에 대한 사전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친윤 그룹은 “해당 행위를 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아예 돌아오지 못하도록 제명 등의 강력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28일로 예정된 윤리위 전체회의 논의가 여권 내홍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의 임기가 다음 달 중순까지라는 점도 변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자신의 임기 내에 이 전 대표 추가 징계 문제를 마무리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세 번째 가처분 신청윤리위의 입장문과 관련해 이 전 대표는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윤리위가 민심 이반을 초래하면 징계한다고 했다. 환영한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대해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여론조사를 보면 제가 보통 3등 하던데 1, 2등 하는 분들을 징계하고 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글로벌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내부 갈등에 누구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32.3%), 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를 뜻하는 ‘윤핵관’(29.4%), 이 전 대표(24.4%) 순으로 조사된 것을 지칭한 것. 자신을 징계하기 전 윤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을 먼저 징계하라는 요구인 셈이다. 이 전 대표 측 변호인단은 이날 “국민의힘을 대상으로 전국위 개최 금지 등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해 5일 열 예정인 전국위를 막아 달라는 주장이다. 이 전 대표 측은 비대위원 직무 정지와 관련된 두 번째 가처분 신청의 심문 기일을 앞당겨 달라고도 요청했지만 법원은 예정대로 14일 심문을 진행하기로 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의 중징계를 내린 당 윤리위원회가 1일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가능성을 내비쳤다. 친윤(친윤석열)계 일각에서 이 전 대표의 제명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윤리위가 이 전 대표에게 또 한 번의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다른 분들을 징계하고 오라”고 맞섰다. 또 이 전 대표는 당이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전국위원회 개최 금지”를 요구하는 추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윤리위 “이준석 추가 징계 촉구 의견 존중”윤리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에 대한 윤리위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 의견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달 27일 의총에서 이 전 대표의 “개고기”, “양두구육”, “신군부” 발언 등을 문제 삼아 윤리위에 이 전 대표 추가 징계 촉구를 요청했다. 의원들의 요구에 즉각 윤리위가 화답하면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가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윤리위는 “당헌으로부터 부여 받은 권한에 따라 윤리위는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 당헌당규 및 윤리규칙 위반으로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하는 행위 등에 징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이 이준석 당원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초유의 정치적 상황을 촉발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지를 모으는 과정에서 소속 의원들이 성숙하고 정제된 언어와 표현으로 동참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여권 내홍의 책임이 이 전 대표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제된 언어와 표현’ 언급은 이 전 대표 측 의원들에 대한 사전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해당 조항까지 명시한 건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를 사실상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친윤 그룹에서는 “해당행위를 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아예 돌아오지 못하도록 제명 등의 강력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28일 예정된 윤리위 전체회의 논의가 여권 내홍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윤리위는 전체회의에서 수해 실언으로 징계 절차가 개시된 김성원 의원 등에 대한 소명을 들을 예정이었지만,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이양희 윤리위원장의 임기가 다음달 중순까지라는 점도 변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자신의 임기 내에 이 전 대표 추가 징계 문제를 마무리 지으려 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세 번째 가처분 신청윤리위의 입장문과 관련해 이 전 대표는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윤리위가 민심 이반을 초래하면 징계한다고 했다. 환영한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대해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여론조사를 보면 제가 보통 3등 하던데 1, 2등 하는 분들을 징계하고 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글로벌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내부 갈등에 누구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32.3%), 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를 뜻하는 ‘윤핵관(29.4%), 이 전 대표(24.4%) 순으로 조사된 것을 지칭한 것. 자신을 징계하기 전 윤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을 먼저 징계하라는 요구인 셈이다. 여기에 이 전 대표는 이날 법원에 추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전 대표 측 변호인단은 이날 “채무자 국민의힘을 대상으로 전국위 개최 금지 등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며 “이는 당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해 5일 열 예정인 전국위를 막아달라는 주장이다. 이 전 대표 측은 비대위원 직무 정지와 관련한 두 번째 가처분 신청의 심문 기일을 앞당겨 달라고도 요청했지만 법원은 예정대로 14일 심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국민의힘이 27일 5시간이 넘는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고 당헌·당규를 손 봐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전날(26일) 법원의 결정으로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이준석 전 대표가 요구하는 당 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돌아가지 않고 ‘주호영 비대위’를 대신할 새 비대위를 만들어 전당대회를 준비하겠다는 것. 권성동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는 비대위 정비가 끝난 뒤 의총을 열어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당 윤리위원회에 이 전 대표의 조속한 추가 징계를 촉구했다.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이 전 대표가 내년 1월 당 대표로 돌아오는 일은 막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추가 법적 대응을 벼르고 있어 집권 여당의 내분 수습에는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수 밖에 없게 됐다. ● 격론 끝에 ‘새 비대위’ 꾸리기로 국민의힘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전날 법원의 비대위 출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일부 인용 결정에 다른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법원은 본안 판결시까지 주 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하고, 당이 ‘비상상황’이라고 한 최고위의 의결이 문제가 있다고 결정했다. 여기에 법원은 사실상 새 당 대표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를 열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의총 결과 입장문에서 “이의 신청 및 항고 이의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지도체제와 관련해 당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유상범 의원은 의총에서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문제된 것이지 비대위나 비대위원은 문제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직무가 정지된 주 위원장을 대신해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권한대행을 맡으면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의총에서는 비대위원장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반대가 거셌다. 4선의 윤상현 의원,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김웅 허은아 의원 등은 “비대위를 유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의총 발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유지라는) 지도부의 판단이 잘못된 것 같다”며 “저는 비대위 자체의 효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서 다시 최고위원을 뽑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윤 의원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본인과 당, 대통령을 위해서 결단해야 한다”며 권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사퇴도 주장했다. 결국 5시간 넘는 토론 끝에 의원들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는 접고 법원에서 지적한 당헌·당규의 문제점을 손 봐 새로운 비대위를 꾸리기로 결론을 내렸다. 의원들은 입장문에서 “지난 비대위 구성으로 인해 최고위가 해산됨에 따라 과거 최고위로의 복귀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법원 판결로 인해 현 비대위를 유지하는 것도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당헌·당규를 정비한 후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새 비대위가 들어설 때까지 현 비대위는 비대위원장을 비워 놓은 채 유지된다. 당장 28일 열리는 고위 당정 회의에도 주 위원장은 참석하지 못하고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자격으로 참석한다. 또 권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는 “지금은 원내대표를 새로 뽑을 시점이 아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사태 수습 후 의총에서 재논의한다”고 결정했다. 이날 90여 명의 의원이 참석한 의총에는 이 전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지목한 권 원내대표, 장제원 이철규 의원 과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안철수 의원도 참석했다. ● “이준석 추가 징계 촉구” VS “가처분 신청 또 낸다” 국민의힘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헌·당규를 손봐 새 비대위를 꾸리기로 한 것은 이 전 대표 측이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또 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 측은 비대위 체제가 유지되면 곧바로 또 가처분 신청을 낸다는 계획이다. 이 전 대표 측 인사는 “법원의 결정을 보면 비대위로 전환할 근거 자체가 없다는 것”이라며 “비대위가 유지된다고 해도 또 가처분 신청을 내면 인용될 수 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당헌·당규를 고쳐 비대위 전환 근거를 마련해 추후 법적 다툼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현재 비대위에 대해서도 이 전 대표가 가처분 신청을 낸다면 지금 법원의 논리와 똑같은 논리로 아마 가처분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래서 관련 당헌·당규를 개정해 새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새 비대위 전환까지 복잡한 절차를 밟는 일이 있더라도 최고위 복원을 포함한 당 대표 직무 체제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구상이다.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서는 전당대회를 열 수 없어 내년 1월 당원권 정지 징계가 끝나면 이 전 대표가 당 대표직에 복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윤리위에 이 전 대표의 조속한 추가 징계를 촉구한 것도 이 전 대표의 귀환은 막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이 지도부 구성을 놓고 혼란에 빠진 사이 이 전 대표는 보수 진영의 안방 격인 경북으로 향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조상의 묘소에 성묘하는 사진을 올리며 “오랜 세월 집안이 터전 잡고 살아왔던 (경북) 칠곡에서 머무르면서 책을 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 북구에서 열린 떡볶이 축제 현장을 찾아 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한 여권 인사는 “보수 진영의 터전인 대구경북 지역의 맹주가 자신이라는 점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전 대표는 추가 법적 대응을 준비하며 대구경북 지역의 유권자들과 만나는 장외 여론전, 당원 가입 독려 등 ‘윤핵관’과의 전면전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여권이 초유의 대혼돈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법원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준석 전 대표 징계 국면으로 촉발된 여권의 내분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26일 비대위 출범에 문제가 있다며 이 전 대표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주 위원장의 직무 집행과 관련해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또 재판부는 “국민의힘에 비대위를 설치해야 할 정도의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비상상황이 아니었으므로 당헌 제96조가 규정한 비대위 설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 기간이 지나더라도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되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명시했다. 비대위 체제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새 당 대표를 뽑아선 안 된다는 뜻이다. 주 위원장이 취임 17일 만에 직무 정지 상태가 되면서 여권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당장 당헌·당규에 비대위원장 사고·궐위에 대한 규정조차 없기 때문이다. 주 위원장은 법원 결정과 관련해 “매우 당혹스럽다”며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가처분 신청 결과에 대한 이의 신청을 이날 법원에 제출하는 한편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은 “사퇴하지 않은 최고위원으로 최고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를 접고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비대위가 유지되면 전당대회를 열 수 있지만 최고위를 포함한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서는 전당대회를 열 수 없다. 이처럼 당 지도부 구성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면서 여권의 갈등도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27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법원 결정 뒤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사태를 만든 분들의 책임 있는 말씀을 기다린다”며 거듭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비판했다. 이날 밤 경북으로 향한 이 전 대표는 당분간 보수 진영의 안방 격인 대구·경북 지역 유권자들과 만나는 장외 여론전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與전대 개최 제동… “새 대표 선출땐 이준석 회복불가 손해”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정지“권성동 대표직대 직무 장애 없고, 전국위서 최고위원 선출도 가능비상 상황 아닌데도 비대위 전환… 헌법-정당법 규정 위반해 무효”與내부 “법적으로 사안 정리 불가”법조계 “본안소송 결과 다를수도”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26일 법원이 이 전 대표가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내린 결론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이날 A4용지 16쪽 분량의 결정문을 통해 사실상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법원 결정의 핵심 요지는 “비대위 체제 전환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는 없었지만 비대위로 전환해야 할 만큼 당이 ‘비상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도체제 전환 위해 비상 상황 만들어”당원권 6개월 정지의 징계 상태인 이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사건은 비대위 전환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비대위로 전환해야 할 만큼 비상 상황이었는지 등 절차와 정당성을 따지는 게 핵심 쟁점이었다. 법원은 먼저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해 국민의힘이 열었던 최고위원회의와 상임전국위원회, 전국위원회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과 이달 1, 2일 잇달아 공개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던 배현진 조수진 윤영석 전 최고위원 등이 상임전국위원회 소집을 의결한 2일 최고위 의사결정에 참여한 것을 놓고 “좀비 최고위”라고 비판하면서 무효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상임전국위는 재적위원 4분의 1 이상으로 소집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절차상 하자는 없다”며 “설령 최고위 의결이 무효라도 상임전국위를 통해 전국위를 소집할 수 있다”고 이 전 대표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법원은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대위 체제 출범 근거로 삼았던 비상 상황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일부 최고위원이 비상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국민의힘에 비대위를 설치해야 할 정도의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는 근거 자체를 부정한 셈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최고위원들의 줄사퇴를 이유로 “최고위의 기능이 상실된 비상 상황”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부 최고위원이 사퇴해 (최고위) 정원 9명의 과반수를 채우지 못하게 되더라도 당헌에 따라 전국위에서 최고위원을 선출할 수 있다”며 “사건 당시 전국위에서 최고위원 1명만 (새로) 선출하면 됐다”고 설명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시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었다는 점도 비상 상황으로 볼 수 없다는 근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당 대표 직무대행이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고, 당헌 개정안을 공고하고,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당 대표 직무 수행에 아무런 장애가 발생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헌법과 정당법 위반에 해당돼” 특히 재판부는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에 대해 “당헌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정당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했다. 그간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해 “정당의 자율성 원칙에 따른 내부 의사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전당대회에서 수십만 명의 당원과 국민에 의한 투표로 선출된 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을 1000명 안팎으로 구성된 전국위와 50명 안팎의 상임전국위를 통해 상실시킨 것에 대해 “정당의 민주적 내부 질서에 반한다”며 “당원의 총의를 반영할 수 있는 대의기관을 가져야 한다는 정당법에도 위반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이 같은 이유로 주 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시켰다. 이날 국민의힘이 즉각 이의신청을 하면서 다음 달 14일로 첫 심문 기일이 잡혔다. 여권 내에서는 “이미 법적으로 사안을 정리하기엔 늦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가 끝나는 내년 1월까지 법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며 “법적으로 최종 결론이 나기 전에 정치적으로 사안을 해결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가처분 결과와 본안 소송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도 검찰총장 시절 2020년 12월 징계 취소 가처분은 승소했지만 이듬해 10월 1심에선 결론이 뒤바뀌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사건 당시 가처분 이후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10개월 정도 걸렸던 점을 감안할 때 이 전 대표 사건 역시 본안 소송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여권이 초유의 대혼돈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법원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징계 국면으로 촉발된 여권의 내분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26일 비대위 출범에 문제가 있다며 이 전 대표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주 위원장의 직무 집행과 관련해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또 “국민의힘에 비대위를 설치해야 할 정도의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비상상황이 아니었으므로 당헌 제96조가 규정한 비대위 설치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기간이 지나더라도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되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명시했다. 비대위 체제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새 당 대표를 뽑아선 안 된다는 뜻이다. 주 위원장이 취임 17일 만에 직무 정지 상태가 되면서 여권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주 위원장은 법원 결정과 관련해 “매우 당혹스럽다”며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자치라는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가처분 신청 결과에 대한 이의 신청을 이날 법원에 제출하는 한편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기로 결정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은 “사퇴하지 않은 최고위원으로 최고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체제를 접고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비대위 체제가 유지되면 전당대회를 열 수 있지만,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서는 전당대회를 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당 지도부 구성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여권의 갈등도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 통화에서 “이 사태를 만든 분들의 책임 있는 말씀을 기다린다”며 거듭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비판했다. 이날 밤 경북으로 향한 이 전 대표는 당분간 보수 진영의 안방 격인 대구·경북 지역 유권자들과 만나는 장외 여론전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당의 비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출범하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 직전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작심 기자회견으로 여권의 내홍이 극한까지 도달한 데다 비대위원을 고사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당초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당연직 비대위원 3명과 지명직 비대위원 6명 등 비대위원 인선을 16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비대위원 구성이 끝나야 비대위가 공식 활동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 위원장은 광복절 연휴 기간 직접 인선에 나섰지만 적잖은 인사들이 영입 제안에 손사래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5일 “주 위원장이 ‘혁신형 관리 비대위’를 내세웠기 때문에 쇄신 이미지를 갖춘 인사를 찾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계파색이 옅은 중립적인 의원이 비대위원으로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여기에 당의 내홍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전당대회가 예상보다 빨리 치러질 수도 있다는 점 등이 비대위 고사 이유로 꼽힌다. 한 여당 의원은 “의원들이 비대위에 관심이 없다”며 “더불어민주당만 봐도 (비대위원장인) 우상호만 알지 비대위원들이 누구인지 다들 모르지 않느냐”고 했다. 다만 주 위원장은 16일 현역 의원 3명과 원외 인사 3명을 비대위원으로 임명한다는 계획이다. 현역 의원의 경우 초선 그룹에서는 엄태영 의원이, 재선 그룹에서는 정운천 의원이 비대위에 합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원외 인사 중에서는 김행 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대변인, 대선 캠프 청년보좌역 출신의 이소희 세종시의원, 강호승 전 청년보좌역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