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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뻘인데도 한 번도 어르신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나영석 PD) “연기보다 실제 모습에서 매력이 훨씬 크다.”(이재용 감독) 함께 작업한 이들이 말하는 윤여정은 사람과 영화에 진심인 배우다. 자신에겐 엄격하지만 마음을 준 타인에겐 관대하다. 육신의 나이를 떠나 생각이 깨어 있는 청춘 그 자체이기도 하다. ○ ‘좋은 사람과 함께 간다’는 신조 늘 새로운 역할에 도전해 온 윤여정이지만 그에게도 도전 중의 도전으로 꼽히는 역할이 있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노인들의 섹스와 자살을 돕는 65세의 ‘박카스 할머니’를 연기했다. 10여 년을 친구로 지낸 이재용 감독(55)의 부탁에 출연을 결정했다. 이 감독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저를 믿고 지지해 주셨다”고 했다. “세월의 힘이었죠. 오랜 시간 지켜보면서 최소한 배우를 함부로 이용하거나, 진정성 없이 영화를 만들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좋은 사람’과 작업한다는 윤여정의 신조는 여러 감독들과의 작업에서도 두드러진다. 임상수 감독(59)은 “‘미나리’는 주연배우부터 막내 스태프까지 인건비를 n분의 1을 할 정도로 열악한 제작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 감독을 처음 봤을 때부터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으셔서 출연을 결정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처음 만난 송해성 감독(57)과는 윤여정이 꼭 넣길 바랐던 장면을 ‘통편집’하면서 앙금이 생기기도 했다. 틈틈이 연락을 이어 오다 ‘고령화 가족’에서 다시 만났다. 송 감독은 “책(시나리오)을 전달하러 갔더니 통편집 이야기를 하시면서 책도 안 보고 ‘안 하겠다’고 하셨다. 얼마 안 있어 ‘자녀는 누구냐’고 물으시기에 윤제문, 박해일, 공효진이라고 하니 ‘자식이 맘에 든다’며 쿨하게 하시겠다더라. 겉으론 ‘나 안 해’ 하시지만 거절도 잘 못하신다”고 전했다.○ 죽기보다 싫어도 영화를 위해선 한다 감독과 작가들이 말하는 윤여정은 연기를 위해 투신하는 배우다. 노희경 작가는 윤여정에 대한 기고글에서 “지문 하나 없이 ‘…’만 있어도 미치게 연기를 해낸다. 젊은 나이에 혼자 몸으로 두 아이를 키워내면서, 예쁘지도 않은 얼굴과 좋지도 않은 목소리로, 게다가 아첨할 줄도 모르는 성격으로 그녀가 오늘의 자리에 오기까지 그녀의 숭고한 노력과 극(그녀에게는 삶일 것)에 대한 애정을 어찌 감히 상상할 수 있겠는가”라고 썼다. ‘죽여주는 여자’는 매우 낡은 여관에서 촬영이 진행돼 비위가 약한 윤여정은 밥 한 숟갈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지만 감독의 지시를 끝까지 수행해냈다. “남성 고객의 사타구니에 주사를 놓는 장면이 있어요. 윤 선생님은 한 테이크에 끝내길 바라셨지만 디테일을 살리려는 제 욕심에 세 테이크를 가게 됐어요. 두 번 찍고 ‘더 이상 못 찍겠다’고 하셨는데 한 번 더 부탁을 드렸죠. 죽기보다 싫으셨겠지만 해주셨어요. ‘영화는 영원히 남는 거니까 감독 말을 들어주자’는 생각이 있으세요.”(이재용 감독)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는 전도연에게 밀쳐져 바닥에 세게 넘어지는 장면에서 대역을 거부하고 직접 소화했다. “스턴트맨을 쓰자고 제안드렸는데 직접 하겠다고 하셨어요. 현장에서 전혀 힘든 티를 안 내셔서 몰랐는데 다음 날 허벅지에 엄청 큰 멍이 든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몸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 괜히 대배우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김용훈 감독) 보이지 않는 곳에선 대본을 파고드는 완벽주의자이기도 하다. 이재용 감독은 “‘대사를 잘 못 외우게 되면 연기를 그만둘 거다’라고 말씀하시곤 한다”며 “본인이 타고난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하시기에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했다. 임상수 감독은 “NG가 거의 없는 배우”라고 했다. ○ 연예계가 인정하는 타고난 이야기꾼 유머 넘치는 입담도 많은 이들이 꼽는 윤여정의 매력이다. 나영석 PD는 26일 본보와의 통화해서 “버릇없이 들릴 수도 있지만 윤여정 선생님은 친구 같은 사람이다. (내가) 아들뻘인데도 대화를 나누면서 한 번도 어르신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편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데 그 안에 위트와 재치가 있다. 대화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배우 송혜교는 24일 방영된 OCN ‘윤스토리’에서 “가끔 선생님과 와인을 마시는데 ‘어떻게 마인드가 젊은 친구들보다 더 신세대 같으시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가끔은 제가 더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많이 웃어서 선생님 뵙고 집에 오면 팔자주름이 더 선명하게 생겨서 가끔 만나야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감독은 “굉장히 기억력이 좋으시고 이야기꾼 소질이 있으시다. 연예계 이야기부터 본인의 과거 이야기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시고, 촌철살인의 농담도 잘 던지신다”며 “그분의 매력은 연기보다 실제 모습에서 훨씬 크기에 윤여정이라는 개인이 드러나는 페이크 다큐 형식의 ‘여배우들’(2009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절실했다. 먹고살아야 했다. 두 아이가 엄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를 혹독하게 담금질했다. 역경과 도전, 때로는 삐딱한 시선 속에 55년 연기 인생을 달려온 윤여정(74)은 마침내 배우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사랑하는 아들들아,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라고 말했다.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 트로피를 손에 쥐고 활짝 웃으며. 1966년 데뷔해 90여 편의 드라마, 33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한국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 자리매김한 윤여정은 이제 세계무대의 중심에 섰다. 2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의 할리우드 데뷔작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배우상은 넘어서지 못한 영역이었다. 윤여정은 스스로를 ‘생계형 배우’라고 칭해 왔지만 이제 명실상부한 오스카의 여왕이 됐다. 그는 “운이 좀 더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한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의 영예는 그저 운이나 우연이 아니었다. 윤여정은 시상식 이후 기자회견에서 “한순간에 이뤄진 게 아니다. 나는 경력을 쌓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노력했다”면서 “세상에 펑(BANG) 하고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살던 대로”라며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하다 죽으면 좋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윤여정의 ‘위대한 여정’은 진행형인 셈이다. 한편 윤여정의 수상은 아시아계 배우 중에서는 1957년 ‘사요나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우메키 미요시(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1등’ ‘최고’만 고집말고 다같이 ‘최중’이 되면 안되나” 배우 윤여정의 솔직하고 재치 있는 언변은 또다시 세계를 들었다 놨다. 유머로 아카데미를 폭소케 했으며, 진심 어린 고백으로 영화계를 감동시켰다. 윤여정은 2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유니언스테이션, 돌비극장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에서 “많은 유럽 사람들이 제 이름을 ‘여영’이라거나 ‘유정’으로 부르는데 오늘은 모두 용서하겠다”며 좌중을 웃게 했다. 그는 이어 “제가 운이 조금 더 좋았을 뿐”이라며 같은 부문에 오른 후보들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특히 ‘힐빌리의 노래’에 출연한 배우 글렌 클로스에 대해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를 이길 수 있겠나. 그의 영화를 정말 많이 봤다. 5명 후보가 모두 각자 영화에서의 수상자”라고 했다. 윤여정이 수상 소감에서 브래드 피트를 언급한 뒤 그를 당황케 하는 질문도 있었다. 시상식 백스테이지에서 한 외국 기자가 윤여정에게 ‘브래드 피트에게서 무슨 냄새가 났느냐(What did Brad Pitt smell like)’고 물은 것. 윤여정은 “나는 그의 냄새를 맡지 않았다. 나는 개가 아니다”라고 재치 있는 답을 날렸다. 일각에서는 ‘smell like’가 냄새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유명인을 만났을 때의 기분을 묻는 뜻으로 쓰인다는 해석도 있지만 공식 석상에서 부적절한 질문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뒤이어 열린 한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윤여정은 보다 깊은 속내를 털어놨다. 배우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때에 도리어 “최고의 순간이 싫다”고 했다. 그는 “이게 최고의 순간인지 잘 모르겠다.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다”라며 “굳이 너무 ‘1등’ ‘최고’만 고집하지 말고 다 같이 ‘최중’이 되면 안 되나?”라고 반문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계획 없다. 오스카상을 탔다고 해서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는 “주변에서 제가 상을 받을 것 같다고 했는데 솔직히 안 믿었다. 요행수도 안 믿는 사람이고 인생을 오래 살며 배반을 많이 당해 봤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연기 철학에 대해선 “열등의식에서 시작됐다. 열심히 대사를 외워 남에게 피해를 안 주는 게 시작이었다. 먹고살기 위해 절실하게 연기했다. 대본이 저한테는 성경 같았다”고 회고했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가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이유를 잘 쓴 대본과 제작진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부모가 희생하는 건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이야기인 데다 모두가 진심으로 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진심으로 얘기를 썼다. 그게 늙은 나를 건드렸다”고 덧붙였다. 리 아이작 정 감독에 대한 신뢰도 묻어났다. 그는 “우리 아들보다도 어린 감독인데 현장에서 누구도 업신여기지 않고 차분하게 여러 사람을 존중하며 일했다. 그에게 존경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 그는 “전에는 성과가 좋을 것 같은 작품을 했는데 환갑 넘어서부터 혼자 약속한 게 있다. 사람이 좋으면 한다는 것.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사치스럽게 사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말하기 어려운 돈 이야기도 거침없이 했다. 그는 “브래드 피트가 우리 영화의 제작자여서 다음에 영화 만들 때는 돈 좀 더 써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조금 더 쓰겠다고 하더라. 크게 쓰겠다고는 안 하고”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시상식에서는 브래드 피트에게 “드디어 만났네. (미국) 털사에서 우리가 (‘미나리’를) 촬영할 땐 어디 있었던 거예요?”라고 물어 폭소가 터졌다. 그는 수상 직전까지 2002 한일 월드컵 대표팀, 김연아 선수 등 운동선수의 심정에 이입했다고 했다. “아무 계획도 없이 영화를 찍으며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니까 몸에 힘이 들어가 눈 실핏줄이 다 터졌어요. 상을 타서 성원에 보답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러워요.”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로스앤젤레스=유승진 특파원}

윤여정(74)은 스스로를 ‘생계형 배우’라고 말한다. 홀로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단역이라도 닥치는 대로 맡았던 그는 “배가 고플 때 가장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여정의 모성애는 어머니로부터 받은 헌신적인 사랑의 결과물이었다. 그가 초등학생일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일을 하며 세 딸을 홀로 키웠다. 어렸을 때부터 곧잘 공부를 한 자신을 ‘스타’라고 부른 어머니를 위해 윤여정은 탤런트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한양대 국문과 진학 후 김동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선물을 전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에게 방송국 관계자는 배우를 해보라고 권했다. 윤여정은 1966년 TBC 3기 탤런트 공채시험을 통과하면서 55년의 연기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윤여정과 에로티시즘어머니를 향한 효심에서 출발해 배우의 길로 접어든 윤여정에게서 감독들은 ‘에로티시즘’을 봤다. 그의 진가를 처음 알아본 고(故) 김기영 감독도 그랬다. 서구적인 마스크와 허스키한 목소리에 매료된 김 감독은 당시 신인이던 그를 ‘화녀’(1971년)와 ‘충녀’(1972년)의 주연으로 발탁했다. 두 영화에서 윤여정은 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당돌한 여성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화녀에서는 주인집 유부남과 바람이 난 가정부를 연기했고, 충녀에서는 아내의 권위에 눌려 발기부전을 겪는 남자의 후처가 돼 그의 아이를 낳아야 하는 명자를 연기했다. 감정의 극단을 건드리는 감독이자 ‘기인’으로 불린 김 감독은 윤여정을 “유일하게 내 말을 알아들은 배우”라고 평하기도 했다. 화녀로 윤여정은 대종상영화제 신인상,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스페인 시체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20대의 윤여정으로부터 에로티시즘을 이끌어낸 이가 김 감독이었다면 중년을 맞은 윤여정의 숨은 에로티시즘은 임상수 감독의 손에서 빚어졌다. 임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3년)에서 윤여정은 성불구 남편을 놓고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맺고 자식들에게 “나 섹스도 한다”고 말하는 홍병한을 연기했다. 윤여정은 ‘돈의 맛’(2012년)에서 모든 걸 가진 대한민국 상류층 노인 백금옥 역을 맡았다. 영화에서 그는 김강우가 분한 주영작과의 정사신도 감행했다.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2016년)에서는 2만∼3만 원을 받고 노인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박카스 할머니를 연기했다.○ “살기 위해 목숨 걸고 연기했다”김기영 감독부터 해외 유수 영화제에 진출한 임상수 감독까지 실력파 감독들의 페르소나로 낙점된 윤여정이지만 그에게도 설움의 시절은 있었다. 가수 조영남과 결혼한 직후인 1974년 미국행을 택한 윤여정은 이혼 후 1985년 한국에 돌아왔다. 당시 그의 나이 서른여덟. 화녀 흥행에 이어 MBC 드라마 ‘장희빈’에서 주연으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11년의 긴 공백기를 딛고 재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독특한 목소리 탓에 호불호가 갈렸던 그는 이혼녀 낙인까지 찍히면서 ‘비선호도 연예인 1위’로 꼽히기도 했다. 그가 TV에 나올 때 “목소리가 듣기 싫다” “저 여자는 이혼녀다. TV에 나와서는 안 된다”는 시청자 전화가 걸려올 정도였다. 자칫 비호감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던 그가 재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왕년의 윤여정’을 내려놓고 철저히 생존을 위해 연기한 강인함이었다. 홀로 두 아들을 키워야 했던 그에게 연기는 돈을 버는 생계수단이었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신인 시절을 뒤로하고 단역까지 닥치는 대로 맡았다. 윤여정은 한때 MBC ‘전원일기’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2009년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는 생계형 연기자예요. 연기자가 가장 연기를 잘할 때는 돈이 궁할 때예요. 배가 고프면 뭐든 매달릴 수밖에 없어요”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의 대모’ 김수현 작가도 그가 자리를 잡는 데 힘을 보탰다. 김 작가의 데뷔작 ‘무지개’(1972년)에 출연하며 가까워진 두 사람은 미국에서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았다. 김 작가는 방송가에서 그를 기피할 때 윤여정을 파격적으로 캐스팅했다. 윤여정은 김수현과 ‘사랑과 야망’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등 많은 작품들을 함께했다. 그가 맡은 역할은 주로 주연의 엄마 또는 이모였지만 먹고사는 것이 급했던 윤여정은 주·조연이나 단역을 가리지 않았다.○ ‘비전형적 할머니’로 제2 전성기“정작 내가 할머니 나이가 되면 (대본을 못 외워서) 할머니 역할은 못 맡을 것”이라고 말했던 윤여정. 그의 우려와 달리 윤여정은 70세가 넘어서도 ‘비전형적 할머니’ 캐릭터를 만들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고령화 가족’(2013년)에서는 세 자녀를 묵묵히 키워낸 강인함과, 담벼락 사이에 핀 꽃을 보며 설레는 소녀 감성을 동시에 가진 엄마를 연기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송해성 감독은 “윤여정이 가진 소녀 같은 이미지 때문에 캐스팅했다. 그에게는 나이가 없다. 할머니, 엄마가 아니라 윤여정 그 자체”라고 말했다. 영화와 드라마에 숱하게 나오는 치매노인도 그가 연기하면 뻔하지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18년)에서는 치매인지 아닌지 불분명한, 미스터리한 치매노인을 연기했는데, 10분 남짓의 짧은 출연분량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윤여정은 늘 겁 없고, 정통적이지 않은 여성상을 연기해 왔다. 순박한 시골 처녀가 팜파탈로 변신하는 화녀로 여우주연상을 휩쓴 뒤 전통을 뒤흔드는 역할을 맡아 왔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미나리’에서 그의 연기에 대해 ‘비전형적인 할머니’라고 정의했다. 윤여정은 미나리에서도 적극적으로 순자라는 인물을 구축했다. 밤을 깨물어 뱉은 뒤 손자에게 건네는 장면도, 손자와 함께 미나리가 심어진 곳을 찾아간 장면에서 “원더풀 미나리!”라고 외치는 대사도 그가 낸 아이디어다. 손주의 마운틴듀를 뺏어 먹고, 욕설을 내뱉기도 하지만 심장병을 앓는 손자를 위해 기꺼이 침대를 내주는 ‘순자’ 역할로 윤여정은 74세의 나이에 할리우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가끔은 제가 더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송혜교) “연기보다 실제 모습에서 매력이 훨씬 크다”(이재용 감독) 함께 작업한 주변인들이 말하는 윤여정은 사람와 영화에 진심인 사람이다. 자신에겐 엄격하지만 마음을 준 타인에겐 관대하다. 육신의 나이를 떠나 생각이 깨어 있는 영원한 청춘이기도 하다. ●‘좋은 사람과 함께 간다’는 신조늘 새로운 역할에 도전해 온 윤여정이지만 그에게도 도전 중의 도전으로 꼽히는 역할이 있다. ‘죽여주는 여자’(2016년)의 소영이다. 영화에서 윤여정은 노인들의 섹스와 자살을 돕는 65세의 ‘박카스 할머니’를 연기했다. 10여 년을 친구로 지낸 이재용 감독(55)의 부탁에 출연을 결정했다. 이 감독은 죽여주는 여자에 윤여정이 출연한 것에 대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저를 믿고 지지해주셨다. 고령화 시대의 노인문제를 다룬다는 것에도 뜻을 함께 하셨다”고 했다. “세월의 힘이었죠. 오랜 시간 지켜보면서 최소한 배우를 함부로 이용하거나, 진정성 없이 영화를 만들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좋은 사람’과 작업한다는 윤여정의 신조는 여러 감독들과의 작업에서도 두드러진다. ‘미나리’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서도 “정이삭 감독을 도와주고 싶어서”라고 인터뷰에서 숱하게 밝힌 그다. 임상수 감독(59)은 “‘미나리’는 주연배우부터 막내 스태프까지 인건비를 n분의 1을 할 정도로 열악한 제작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이삭 감독을 처음 봤을 때부터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으셔서 출연을 결정하셨을 거다. 선생님이 정 감독을 아들처럼 여기신 것 같다”고 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년)에서 처음 만난 송해성 감독(57)과는 윤여정이 꼭 넣길 바랐던 장면을 송 감독이 ‘통편집’하면서 앙금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틈틈이 연락을 이어 오던 그와 ‘고령화 가족’(2013년)에서 다시 만났다. 송 감독은 “책(시나리오)을 전달하러 갔더니 통편집 이야기를 하시면서 책도 안보시고 ‘안 하겠다’고 하셨다. 얼마 안 있어 ‘자녀는 누구냐’고 물으시기에 아들은 윤제문, 박해일이고 딸은 공효진이라고 하니 자식이 맘에 든다며 쿨하게 하시겠다고 하더라. 겉으론 ‘나 안 해’ 하시지만 거절도 잘 못한다.”고 전했다. ●죽기보다 싫어도 영화를 위해선 한다 감독들이 말하는 윤여정은 연기를 위해 기꺼이 ‘투신’하는 배우다. 죽여주는 여자는 실제 매우 낡은 여관에서 촬영이 진행돼 비위가 약한 윤여정은 여관 장면이 있는 날 와인 없이는 밥 한 숟갈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지만 감독의 지시를 끝까지 수행해냈다. “주사기로 남성 고객의 사타구니에 주사를 놓는 장면이 있어요. 윤 선생님은 한 테이크에 끝내길 바라셨지만 디테일을 살리려는 제 욕심에 세 테이크를 가게 됐어요. 두 번 찍으시고 ‘더 이상 못 찍겠다’고 하셨는데 한 번 더 부탁을 드렸죠. 죽기보다 싫으셨겠지만 해주셨어요. ‘영화는 영원히 남는 거니까 감독 말을 들어주자’는 생각이 있으세요.”(이재용 감독)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18년)에서는 전도연에게 밀쳐져 바닥에 세게 넘어지는 장면에서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소화했다. “리허설만이라도 스턴트맨을 쓸 지 제안 드렸는데 직접 하겠다고 하셨어요. 현장에서 전혀 힘든 티를 안내셔서 ‘안 다치시고 끝나 다행이다’ 했는데 다음날 허벅지에 엄청 큰 멍이 들었어요.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하실 정도였죠.” 괜히 대배우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김용훈 감독) 보이지 않는 곳에선 대본을 파고드는 완벽주의자이기도 하다. 이재용 감독은 ”‘대사를 잘 못 외우게 되면 연기를 그만 둘 거다’라고 말씀하시곤 한다“며 ”본인이 타고난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하시기에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했다. 임상수 감독은 ”NG가 거의 없는 배우“라고 했다. ●연예계가 인정하는 타고난 ‘이야기꾼’ 유머 넘치는 입담도 많은 이들이 꼽는 윤여정의 매력이다. 배우 송혜교는 24일 방영된 OCN ‘윤스토리’에서 ”가끔 선생님과 와인을 마시는데 ‘어떻게 마인드가 젊은 친구들보다 더 신세대 같으시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가끔은 제가 더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많이 웃어서 선생님 뵙고 집에 오면 팔자주름이 더 선명하게 생겨서 가끔 만나야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감독은 ”굉장히 기억력이 좋으시고 이야기꾼 소질이 있으시다. 연예계 이야기부터 본인의 과거 이야기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시고, 촌철살인의 농담도 잘 던지신다“며 ”그 분의 매력은 연기보다 실제 모습에서 훨씬 크기에 윤여정이라는 개인이 드러나는 페이크 다큐 형식의 ‘여배우들’이나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채널A 화요일 예능 ‘강철부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제품들과 컬래버레이션 제작 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강철부대 3, 4회(각 6일, 13일 방영) 중 소형 고무보트를 타고 구조를 하는 ‘IBS 침투 작전’ 미션에서 최영재 마스터는 부대원들에게 칼 한 자루를 건넸다. 136년 전통의 스위스 프리미엄 브랜드 ‘빅토리녹스’의 인기 제품인 ‘레인저 그립 55’였다. 이 제품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밧줄에 묶여 있는 인간 모형 더미를 구하기 위해 밧줄을 끊을 때 활용됐다. 3, 4회 시청률이 4.4%, 4.9%로 치솟으면서 해당 제품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방송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어릴 때부터 갖고 싶던 맥가이버칼인데 강철부대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더 갖고 싶어진다” “최영재 마스터가 고른 전술 나이프다. 캠핑나이프로 유명한데 생존 아이템으로도 활용 가능하다니 하나 장만하고 싶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칼, 여행가방, 캐리어 등 레저용품을 판매하는 빅토리녹스의 ‘스위스 아미 나이프’는 다양한 기능이 들어가 일명 ‘맥가이버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중 강철부대에 나온 레인저 그립 55는 총 12가지 기능을 갖춰서 익스트림 스포츠, 오지 캠핑 등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필수 아이템이다. 내부 안전장치로 블레이드를 고정시켜서 사용 중 갑자기 블레이드가 닫히는 위험도 방지했다. 빅토리녹스 관계자는 “블레이드, 드라이버, 가위뿐만 아니라 오프너, 스크루 드라이버 등 캠핑과 아웃도어 활동에 유용한 기능들로 구성돼 레인저 그립 55 하나만으로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빅토리녹스는 채널A와 협업해 한정판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빅토리녹스의 베스트셀러인 ‘헌츠맨’ 모델에 강철부대 로고가 새겨진다. 빅토리녹스가 TV 프로그램에 제품 협찬을 하고, 한정판 제품까지 제작한 경우는 강철부대가 처음이다. 한정판 제품은 500개만 제작돼 강철부대 출연진에게 증정되고, 남은 소량이 5월 중 판매된다. 소시지 브랜드 ‘쟌슨빌’은 채널A와 함께 ‘강철부대찌개’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정통 훈연 방식으로 만든 쟌슨빌의 ‘오리지날 스모크 소시지’와 무지방 우유, 피망, 마늘, 후추가 조화를 이룬 소시지인 ‘쟌슨빌 코테키노’를 넣었다. 해동 후 바로 끓여 먹을 수 있는 완전조리 제품으로 500g짜리 3팩 기준 2만7000원에 판매된다. 제품 출시에 맞춰 5회가 방영된 20일에는 미디어 커머스 쇼핑몰 ‘오티티닷컴’의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메시지로 ‘본방 사수’ 인증 사진을 보낼 경우 30명을 추첨해 강철부대찌개 3팩을 증정하는 이벤트가 진행됐다. 이벤트 참여 인원은 3000명이 넘었다. 닭고기 브랜드 ‘마니커’는 30일 ‘강철부대 닭가슴살’을 출시한다. 포장지에 강철부대 팀원을 연상시키는 실루엣을 넣었다. 오리지널, 허브, 페퍼콘 등 3가지 맛에는 각각 ‘특수위장’, ‘비밀병기’, ‘불꽃총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니커 관계자는 “무항생제 닭가슴살만 사용했고 소스를 포함하지 않아 삼투압에 의해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는다”며 “타 제품에 비해 육즙이 충분해 더 촉촉하고 부드럽다”고 설명했다. 3회에서 특수전사령부 출신 박준우 대원이 숙소에 모인 대원들에게 선물한 속옷도 화제다. 남성용 언더웨어 전문 브랜드 ‘라쉬반’ 제품. 남자 골프선수들이 많이 착용한다고 알려진 라쉬반 속옷은 레알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등 유명 축구 구단들과 공식 지원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라쉬반은 강철부대 한정판 언더웨어도 출시할 예정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채널A 화요일 예능 ‘강철부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제품들과 콜라보레이션 제작 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강철부대 3, 4회(각 6일, 13일 방영) 중 소형 고무보트를 타고 구조를 하는 ‘IBS 침투 작전’ 미션에서 최영재 마스터는 부대원들에게 칼 한 자루를 건넸다. 136년 전통의 스위스 프리미엄 브랜드 ‘빅토리녹스’의 인기 제품인 ‘레인저 그립 55’였다. 이 제품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밧줄에 묶여 있는 인간 모형 더미를 구하기 위해 밧줄을 끊을 때 활용됐다. 3, 4회 시청률이 4.4%, 4.9%로 치솟으면서 해당 제품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방송 이후 SNS에는 “어릴 때부터 갖고 싶던 맥가이버칼인데 강철부대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더 갖고 싶어진다” “최영재 마스터가 고른 전술 나이프다. 캠핑나이프로 유명한데 생존아이템으로도 활용 가능하다니 하나 장만하고 싶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칼, 여행가방, 캐리어 등 레저용품을 판매하는 빅토리녹스의 ‘스위스 아미 나이프’는 다양한 기능이 들어가 일명 ‘맥가이버칼’로도 잘 알려져있다. 그 중 강철부대에 나온 레인저 그립 55는 총 12가지 기능을 갖춰서 익스트림 스포츠, 오지 캠핑 등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필수 아이템이다. 내부 안전 장치로 블레이드를 고정시켜서 사용 중 갑자기 블레이드가 닫히는 위험도 방지했다. 빅토리녹스 관계자는 “블레이드, 드라이버, 가위뿐만 아니라 오프너, 스크류 드라이버 등 캠핑과 아웃도어 활동에 유용한 기능들로 구성돼 레인저 그립 55 하나만으로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빅토리녹스는 채널A와 협업해 한정판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빅토리녹스의 베스트셀러인 ‘헌츠맨’ 모델에 강철부대 로고가 새겨진다. 빅토리녹스가 TV 프로그램에 제품 협찬을 하고, 한정판 제품까지 제작한 경우는 강철부대가 처음이다. 한정판 제품은 500개만 제작돼 강철부대 출연진에게 증정되고, 남은 소량이 5월 중 판매된다. 소시지 브랜드 ‘쟌슨빌’은 채널A와 함께 ‘강철부대찌개’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정통 훈연 방식으로 만든 쟌슨빌의 ‘오리지날 스모크 소시지’와 무지방 우유, 피망, 마늘, 후추가 조화를 이룬 소시지인 ‘쟌슨빌 코테키노’를 넣었다. 해동 후 바로 끓여먹을 수 있는 완전 조리제품으로 500그램 짜리 3팩 기준 2만7000원에 판매된다. 제품 출시에 맞춰 5회가 방영된 20일에는 미디어 커머스 쇼핑몰 ‘오티티닷컴’의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메시지로 ‘본방사수’ 인증 사진을 보낼 경우 30명을 추첨해 강철부대찌개 3팩을 증정하는 이벤트가 진행됐다. 이벤트 참여 인원은 3000명이 넘었다. 닭고기 브랜드 ‘마니커’는 30일 ‘강철부대 닭가슴살’을 출시한다. 포장지에 강철부대 팀원을 연상시키는 실루엣을 넣었다. 오리지널, 허브, 페퍼콘 3가지 맛에는 각각 ‘특수위장’, ‘비밀병기’, ‘불꽃총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니커 관계자는 “무항생제 닭가슴살만 사용했고 소스를 포함하지 않아 삼투압에 의해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는다”며 “타 제품에 비해 육즙이 충분해 더 촉촉하고 부드럽다”고 설명했다. 3회에서 특수전사령부 출신 박준우 대원이 숙소에 모인 대원들에게 선물한 속옷도 화제다. 남성용 언더웨어 전문 브랜드 ‘라쉬반’ 제품. 남자 골프선수들이 많이 착용한다고 알려진 라쉬반 속옷은 레알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등 유명 축구 구단들과 공식 지원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라쉬반은 강철부대 한정판 언더웨어도 출시할 예정이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저자는 세 살 무렵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꼭대기에서 두려움을 처음 느꼈다. 계단에 한 발 올려놓았을 뿐인데 갑자기 넘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에 한 발은 에스컬레이터에, 다른 한 발은 바닥에 둔 채 얼어버렸고 결국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에스컬레이터에서의 공포감은 다른 장소와 시간에서도 재연됐다. 이후 잇단 교통사고는 운전 트라우마도 남겼다.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은 찰나의 느낌은 그에게 사고 당시의 생생한 고통을 되살린다. 이 책은 논픽션 작가인 저자가 자신의 트라우마에 정면으로 맞서 극복하는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두려움이 우리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히 분석한다. 그가 일상에서의 두려움에 맞서기로 한 계기는 어머니의 죽음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를 잃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품고 살던 그는 여행 도중 뇌졸중으로 숨진 어머니를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이때 외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어머니의 삶에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긴 것이 자신에게도 공포감을 주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후 두려움의 뿌리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고자 신경과학, 의학, 심리학, 문학 등의 연구를 통해 다양한 두려움의 실체를 분석한다. 기원전 400년경 히포크라테스가 공포증의 원인으로 짚은 흑담즙부터 시작해 중세, 근대 등 각 시대가 공포와 두려움의 근원을 어떻게 바라봤는지를 짚는다. 두려움의 근원을 탐구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두려움을 정복하려는 도전도 흥미롭다. 어렸을 적 에스컬레이터에서의 추락사고 이후 그를 따라다닌 고소공포증을 이겨내기 위해 스카이다이빙과 암벽등반에 도전한다. 자동차 사고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선 심리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다. 두려움을 껴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진솔한 경험담은 두려움을 갖고 있는 모든 이에게 적지 않은 위안을 줄 것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북한 김일성 주석의 항일투쟁사를 다룬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가 국내에 출간된 데 대해 통일부가 출판 경위 파악에 나섰다. 이적표현물에 해당하는 ‘세기와 더불어’의 반입과 출간 과정에서 남북교류협력법 등의 위반 소지가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2일 “책의 출간과 관련해 출판사 측이 통일부와 사전에 협의하거나 출간을 목적으로 하는 반입 승인 등을 신청한 사실이 없다”며 “출판 경위 등을 파악해 보면서 통일부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2년 주식회사 ‘남북교역’이 합법적으로 북한 도서를 다룰 수 있는 특수자료 취급인가 기관만을 대상으로 책을 판매하겠다며 통일부로부터 ‘세기와 더불어’의 반입 승인을 받았다. 이번에 ‘세기와 더불어’를 출간한 도서출판 민족사랑방 대표인 김승균 사단법인 남북민간교류협의회 명예이사장(82)은 ‘남북교역’의 대표도 맡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출판을 목적으로 국내에 북한 도서를 반입하려면 통일부로부터 승인을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이사장이 이번에 추가 승인 없이 일반 대중을 상대로 책을 판매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이 적용될 수 있다. 김 이사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12년에 북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를 통해 책을 들여왔고 지난해 출판사를 만들어 올해 처음 출간했다”며 “현행법에 위반되는 사항이 있으면 모두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일성 회고록에 속을 사람이 어디 있나. 높아진 국민의식을 믿고 표현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자”고 썼다.권오혁 hyuk@donga.com·김재희 기자}

‘노 마스크’, ‘로테이션 입장’, ‘영화 같은 시상식’. 25일(현지 시간) 열리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구체적인 진행 방식이 공개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지난해부터 주요 영화제 시상식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거나 참석 인원을 대폭 줄이고 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프라인으로 개최돼 참석 인원이나 시상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 2∼4월에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이나 미국 배우조합상, 감독조합상, 제작자조합상, 영국 아카데미상의 경우 시상자만 참석했다. 수상자는 화상 연결을 통해 소감을 밝혀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 영화제 가운데 후보자와 시상자 대부분이 현장에 참석하는 건 아카데미상이 처음이다. 그런데 참석자 전원에 대해 ‘노 마스크’ 방식을 채택한 것.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TV 및 영화 제작으로 분류돼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보도했다. 다만 중간광고 등 출연진 모습이 카메라에 비치지 않을 때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노 마스크가 아카데미 시상식 연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상식 공동 프로듀서를 맡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세계가 혼란에 빠지는 내용의 영화 ‘컨테이전’(2011년)을 연출했다. 이 영화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객들 사이에서 미래를 예측했다는 반응을 낳으며 큰 주목을 받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 바이러스 기원을 둘러싼 음모론을 10년 전 자신의 영화에 담아낸 만큼 코로나19 시국을 반영한 연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소더버그 감독은 시상식 참석자들과 진행한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마스크가 이번 시상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우 비밀스럽게 들리겠지만 그 주제가 시상식 내러티브에서 핵심”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바꾼 건 시상식 운영 방식만이 아니다. 호명된 배우가 무대에 올라 소감을 전하는 형식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예상된다. 소더버그 감독은 “배우와 이들을 제외한 우리 모두 사이에 장벽이 존재한다는 신화를 깨부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01년 영화 ‘트래픽’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을 당시 이를 예상하지 못하고 술에 취해 있던 일화를 털어놓으며 “올해 후보자들과 수상자들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게끔 연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마스크인 대신 시상식장에 모이는 인원에 대해선 제한을 둔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과 돌비극장에 모일 수 있는 인원은 최대 170명이다. 참석자들 모두 출입 및 퇴장 시간이 정해져 있고, 조를 짜서 입장하는 식이다. 방역도 철저하게 한다. 참석자들은 입장 전까지 최소 3번의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취재진도 최소로 꾸려진다. 레드카펫에는 3명의 촬영기자만 들어가고, 취재진과 참석자는 약 2m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김일성이 항일무장투쟁사를 쓴 책 ‘세기와 더불어’(사진)가 국내에서 처음 출간됐다. 이 책은 이적표현물이라는 판결을 받아 논란이 예상된다. 김일성이 저자로 표기된 8권짜리 세트 ‘세기와 더불어’는 교보문고, 예스24 등 국내 대형 서점에서 1일부터 판매 중이다. 이 책을 출간한 민족사랑방은 사단법인 남북민간교류협의회 명예이사장인 김승균 씨(82)가 지난해 등록했다. 김 씨는 사상계 편집장이었던 1970년 ‘오적’ 필화 사건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세기와 더불어는 1992년 4월 15일 김일성 80회 생일을 계기로 1992∼1997년 평양 ‘조선노동당 출판사’에서 대외선전용으로 발간됐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북한에서 낸 원전을 그대로 옮겼다. 민족사랑방은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되는 그날까지 중국 만주벌판과 백두산 밀영을 드나들며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던 생생한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21일 김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남북이 화해하고 통일로 나아갈 계기가 필요하다. 항일투쟁은 남북이 같이한 역사이기에 이를 알리고자 책을 출간했다”고 말했다. 2011년 대법원은 정부 허가 없이 방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모 씨가 소지한 세기와 더불어가 이적표현물에 해당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유해 간행물 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유해 간행물로 결정되면 수거, 폐기된다. 지난해 출간된 조선족 작가 유순호 씨가 쓴 ‘김일성 1912∼1945’에서는 세기와 더불어에 대해 왜곡, 과장, 오류가 100곳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세기와 더불어의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여겨 출간한 것은 아니다. 사실 여부는 함께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시즌4 제작에도 참여해 달라고 각국 팬들로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가 오더라고요.” 20일 서울 강남구 에스에이엠지(SAMG)엔터테인먼트(전 삼지애니메이션) 사옥에서 만난 김수훈 대표(47)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SAMG가 프랑스, 일본과 공동 제작한 애니메이션 ‘미라큘러스 월드: 뉴욕, 하나된 영웅들’은 국내 제작 콘텐츠 중 처음으로 중남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에서 주간 1위를 차지했다. 그는 “레이디버그로 탄탄한 팬덤을 쌓았다”고 했다. “레이디버그로 해외 팬들이 많아졌어요. 시즌4부터 저희가 제작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돌자 팬들이 ‘SAMG를 반드시 넣어달라’는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제게 메시지를 보낸 분도 있었죠. 시즌4부터는 전체 시리즈가 아닌, 스페셜 클립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와 블랙캣’은 2015년 방송 후 세계 120개국에서 인기를 끈 ‘슈퍼 지식재산권(IP)’이다. 프랑스 애니메이션 제작사 자그툰이 SAMG와 일본의 도에이 애니메이션에 협업을 제한해 세 나라가 손을 잡았다. 주인공 마리네뜨가 레이디버그로, 아드리앙이 블랙캣으로 변신해 악당 호크모스에 맞서는 히어로물이자 둘 간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물이다. ‘미라큘러스 월드: 뉴욕, 하나된 영웅들’은 등장인물들의 디테일한 연출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3차원(3D)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감정 표현입니다. 실사 영화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같아요. 눈동자 위치에 따른 시선 처리나 눈의 미세한 떨림까지 신경 써서 표현했습니다. 머리카락 흩날리는 것까지 표현하려고 헤어 시뮬레이션 기술도 도입했어요.” 전기공학과에 진학했지만 컴퓨터그래픽에 끌려 3D 애니메이션을 독학한 그는 2000년 26세의 나이에 삼지애니메이션을 세웠다. ‘미니특공대’ ‘캐치! 티니핑’ 등 영유아층 사이에서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미니특공대는 텐센트, 아이치이 등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서 누적 조회 수 230억 회, 유튜브 조회 수 107억 회의 기록을 세웠다. 자체 개발한 IP들로 중국, 남미까지 진출한 SAMG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서 개인과 콘텐츠가 모여 현실처럼 교류하는 공간)로 무대를 넓힌다. 가상현실 플랫폼에서 ‘디지털 아이돌 그룹’을 선보이는 서비스 ‘룰루팝’을 이달 말 선보인다. 엠넷 ‘쇼미더머니8’ 심사위원이었던 프로듀서 밀릭, 청하 아이즈원 등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바이킹스 리그’와 협업해 음원과 뮤직비디오도 제작했다. “룰루팝이라는 세계관에서 아이돌 그룹이 나옵니다. 가상현실에서 10대들이 아이돌을 꾸미고, 아이돌과 뮤직비디오를 찍거나 노래도 부르면서 SNS에 공유하는 세계죠. 단순히 가상현실에서 아이돌이 노래하고 춤추는 게 아닌 ‘내가 만들어가는 K팝’입니다. 자신의 세상을 직접 만들고, 그 세상의 리더가 되고 싶어 하는 10대들의 니즈와 맞아떨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룰루팝은 애니메이션에 K팝, 가상현실 플랫폼까지 접목시킨 SAMG의 도전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시도다. “플랫폼이 콘텐츠 소비 변화를 이끄는 시대입니다. 유튜브가 등장하면서 BTS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아기상어송’이 유튜브 조회 수 1위를 하는 일이 생겼죠. 저희는 그 플랫폼의 시작을 룰루팝으로 가려고 합니다. 이 세계관 안에 담을 이야기는 팬들과 함께 만들어 나갈 겁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2021년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에 가수 겸 배우 아이유 등 국내 문화예술인 5명이 선정됐다. 나머지는 배우 수지와 남주혁, 아이돌 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다. 포브스는 매년 미국·캐나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주요 지역별로 △예술 △엔터테인먼트·스포츠 △금융·벤처캐피털 △마케팅·광고 △소비자 기술 △헬스케어 △제조·에너지 등 10개 분야에서 유망한 젊은 리더 300명을 선정한다. 올해는 한국에서 문화예술인과 스타트업 대표, 스포츠인 등 23명이 명단에 들어갔다. 아이유는 최근 발매한 정규 5집 ‘라일락’을 국내외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렸고,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브로커’에 출연한다. 수지와 남주혁은 최근 SBS 드라마 ‘스타트업’에 함께 출연하며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었다. 임지영은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포브스는 “올해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경제, 사회, 개인적 도전들의 한가운데에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74·사진)이 수상 예측 투표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미국 할리우드의 시상식 결과를 예측하는 사이트 ‘골드더비’에 따르면 윤여정은 전문가와 편집자, 일반 회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4640표를 받아 1위에 올랐다. 21일 오후 4시 반(한국 시간) 기준이다.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580표),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415표),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191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170표)이 뒤를 이었다. 이번 투표는 △전문가 △골드더비 편집자 △지난해 오스카상 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톱 24’ 회원 △지난 2년간 오스카상 예측 정확도가 높았던 ‘스타 24’ △일반 회원의 표를 합산했다. 윤여정은 전문가 27명 중 24명, 골드더비 편집자 11명 전원, 톱 24 회원 전원, 스타 24 회원 전원의 표를 받았다. 전문가 27명 가운데 나머지 3명은 클로스에게 표를 던졌다. 미나리는 여우조연상을 포함해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각본상, 음악상까지 모두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골드더비 예측 결과에서 리 아이작 정 감독은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에 이어 감독상 부문 2위였다. 작품상, 각본상, 음악상 부문에서는 각각 3위에 올랐다. 스티븐 연은 남우주연상 부문 4위였다. 골드더비는 매년 이 예측 투표를 한다. 지난해 남녀 주연상, 남녀 조연상 수상자 예측이 맞았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가 윤여정의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몇 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릴지 관심이 뜨겁다. 시상식은 25일 오후 8시(미국 동부 시간)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과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한국 시간으로는 26일 오전 9시에 시작한다. 미나리는 여우조연상을 포함해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각본상, 음악상까지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맹크’가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다 기록을 세웠고 미나리와 ‘노매드랜드’ ‘더 파더’는 6개 부문 후보에 각각 지명돼 뒤를 이었다.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 등 후보들이 쟁쟁해 박빙의 승부가 예측됐던 여우조연상 부문은 윤여정의 수상에 무게가 쏠린다. 콜먼은 더 파더에서 치매 아버지를 돌보는 딸의 아픔을 연기해 호평을 받았고, 74세로 윤여정과 동갑인 클로스는 올해로 아카데미 후보 지명만 8번째인 베테랑이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자를 가장 예측하기 어렵다”고 꼽았을 정도. 그러나 윤여정이 ‘아카데미 바로미터’라 불리는 미국 배우조합(SAG)상과 영국 아카데미상을 가져가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등 미국 주요 연예매체는 윤여정을 수상자로 예측했고, 버라이어티는 “6개 부문 후보에 든 미나리를 대표해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가져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윤여정 다음으로 수상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모큐멘터리(연출된 상황을 실제 상황처럼 보이도록 제작한 콘텐츠)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보랏2)의 마리아 바칼로바다. 불가리아 출신의 25세 신인인 그는 윤여정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가 할리우드 데뷔작이다. 그는 보랏(사샤 배런 코언)의 15세 딸 투타를 연기했다. 카자흐스탄 리포터인 보랏은 미국 대통령 ‘맥도널드 트럼프’의 측근에게 접근하라는 정부의 미션을 받고 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투타를 ‘선물’로 데려간다. 투타는 미국인에게 잘 보이려 금발로 염색하고 가슴 성형을 계획하지만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와 마주하며 정체성을 찾아 나간다. ‘사샤에 밀리지 않는다’는 찬사를 받은 바칼로바는 전미 비평가협회상, 뉴욕 비평가협회상 등을 받으며 윤여정과 주요 비평가협회상을 양분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의 강력한 경쟁자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채드윅 보즈먼이다. 1927년 시카고의 녹음 스튜디오가 주 배경인 영화는 당대 최고 흑인 블루스 가수 마 레이니와 그녀의 전속 밴드 멤버들, 그리고 스튜디오의 백인 매니저들이 녹음 과정에서 벌이는 신경전을 그린다. 트럼펫 연주자 레비를 연기한 보즈먼은 흑인 차별을 겪으며 냉소를 일찍이 체득한 인물로, 성공에 대한 희망을 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지난해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 그의 유작이 됐다. 보즈먼은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SAG상 등을 수상했다. 뉴욕타임스는 “채드윅 보즈먼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사실상 결정된 사안”이라고 보도했다. 스티븐 연은 4, 5위로 수상 가능성이 점쳐진다. 작품상과 감독상 부문에서는 중국계 미국인 감독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가 압도적인 1위로 꼽힌다. 동명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2008년 금융위기로 집을 잃은 뒤 벤에서 살아가는 노매드의 삶을 담았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시작으로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 미국 제작자조합(PGA)상, 영국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버라이어티는 미나리를 작품상 3위, 감독상 5위로 예측했고, 할리우드 리포터는 각각 4위와 5위로 전망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미국에 사는 한 커플은 잠자기 전 나란히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 입맞춤하고 서로를 꼭 안은 채 잠이 든다. 한국의 할머니는 투박한 손으로 남편이 전복 양식을 하다 손에 입은 생채기에 밴드를 붙여 주고, 남편은 허리가 아픈 아내를 위해 안마를 해 준다. 1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6부작 다큐멘터리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는 미국, 브라질, 일본, 인도, 한국, 스페인까지 총 6개 국가에서 만난 노부부의 일상을 담았다. 국가와 언어, 직업, 환경은 다르지만 그 안에는 사랑이라는 공통된 정서가 흐른다. 진모영 감독(51·사진)이 연출한 님아는 그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5년)를 원작으로 한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480만 명이 극장을 찾아 한국 독립영화 최다 관람 기록을 세웠다. 미국에서 개봉한 이 영화를 보고 감명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책임자는 2017년 진 감독에게 이를 세계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진 감독이 총괄프로듀서 역할을 맡아 시리즈의 주제를 정하고, 국가별 다큐멘터리 감독들을 섭외했다. 국가별로 꾸려진 제작진이 커플을 섭외하고 촬영했다. 16일 화상으로 진 감독을 만났다. “처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만들 때 세계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개봉은 일본, 미국, 베트남에서 했다. 넷플릭스로부터 제작 제안을 받았을 때 지식재산권(IP)을 확장할 수 있는 데다 사람들이 다큐를 보고 원작에 관심을 갖게 될 수도 있어 수락했다.” 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정생자, 조영삼 커플은 전남 보길도에서 전복을 양식하며 47년을 함께한 잉꼬부부. 바다에 나갔다 돌아오는 영삼은 선착장으로 마중 나온 생자를 보며 소년같이 해사한 미소를 짓는다. 허리가 안 좋은 생자는 집에서 쉬라는 남편의 말을 듣지 않고 밭으로, 바다로 나온다. 그런 생자에게 영삼은 말한다. “아무도 필요 없어. 너밖에 필요 없는디. 둘이 오래오래 살다가 같이 가야재.” 진 감독은 “사랑은 연민과 동정심에서 출발한다. 나를 위해 고생하는 사람에 대해 ‘얼마나 피곤할까’ ‘얼마나 힘들까’ ‘나는 어떤 행동으로 응수를 해 줄 것인가’에 대한 감정이다”라며 “이런 마음을 상대방에게 어떻게 표현하고, 끊임없이 가꿔 나갈지, 그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이번 시리즈, 30m 해저에서 해산물을 잡는 심해 잠수부 ‘머구리’의 삶을 그린 ‘올드마린보이’(2017년)등 평범한 삶을 담아 온 진 감독. 그에게 ‘평범한 이야기’의 가치는 무엇일까. “전복을 키우는 부부, 빈민가에서 대가족을 이루며 사는 브라질 동성 커플, 한센병으로 고생한 일본 커플까지, 어디에서나 만날 것 같은 사람들이 발휘하는 일반성에서 보편적 진리를 얻는다. ‘저토록 평범한데도 저렇게 빛나는 진리를 실행하는구나’라고 시청자와 교감하고 싶다.” 진 감독은 추가 시리즈 제작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평범한 이야기를 확대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게 그의 소망이다. “이 시리즈의 특별함과 가치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훨씬 더 다양한 지역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 마사이족의 러브스토리를 다룬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우리와 삶의 방식은 다르지만 그 안에 담긴 보편적 정서에 공감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인간이 가진 고통이라는 난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작품.’ ‘샤이닝’ ‘미저리’ ‘쇼생크 탈출’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쓰며 이야기의 거장이 된 스티븐 킹은 1981년 발표한 작품 ‘로드워크’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그는 1년 전 어머니를 암으로 잃은 때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이곳저곳 이사를 다니며 힘들게 유년 시절을 보낸 킹은 어머니가 수년간 암으로 고통스러워하다가 세상을 떠난 일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책 출간 당시 이렇게 밝혔다. “지속된 암은 그녀를 서서히 갉아먹었다. 이 책을 쓴 과정은 어머니의 고통스러운 죽음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가 수년간 고통 속에 투병하는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고민한 ‘인간이 가진 고통이라는 난제’는 점차 파국으로 치닫는 주인공 바튼 도스의 모습에 고스란히 담겼다. 중서부 도시의 평범한 가장인 도스는 고속도로 확대 계획으로 인해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공사로 인해 자신의 터전과 가정을 잃게 된 도스가 분노로 인해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렸다. 킹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는 현대인의 자화상도 함께 담았다. 도스가 사는 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직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3년 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과의 추억이 담긴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개발이라는 대의 앞에 도스의 삶은 그 중요성을 잃는다. 시는 이주를 거부하는 그의 사생활까지 조사해 과거 불륜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하기에 이른다. 고속도로 공사를 막기 위해 지역 주민과 공모를 하고, 폭발물을 설치해 고속도로 공사 설비를 망가뜨리는 도스의 몸부림은 처절하다. 소설은 출간된 지 40년 만에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킹의 소설 ‘그것’을 영화로 만든 무스치에티 남매가 각색 및 제작을, 베니스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파블로 트라페로 감독이 연출을 맡아 로드워크를 영화로 선보일 예정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아카데미 후보 지명이 내 영화를 정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영화 ‘미나리’의 리 아이작 정 감독(사진)은 14일(현지 시간)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아카데미상 후보 지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나리는 한국계 이민자의 미국 정착기를 그린 자전 영화로,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이 매체는 정 감독을 비롯해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과의 인터뷰를 커버스토리로 게재했다. 정 감독은 “내 인생에서 그런 것들(오스카 후보 지명)이 중요한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끝에는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 이제는 안다”고 했다. 정 감독은 미나리의 성공이 숱한 실패 끝에 얻은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미국 예일대에서 생태학을 전공하고 의사의 길을 가려던 그는 졸업학기에 수강한 영화수업을 계기로 진로를 틀었다. “당시 부모님은 내가 얼마나 시간낭비를 하고 있는지 질책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30만 달러도 안 되는 초저예산으로 5편의 영화를 찍었다”며 힘든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내 커리어에서 정말 많은 실망의 순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내 인생이 흘러온 걸 온전히 받아들이게 됐고 그게 미나리에 담겼다”며 “미나리는 사람의 성공에 관한 게 아니고 성공 바깥에서 다시 태어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의 제목에 담긴 의미는 모순적이다. 낙원은 아름답지만 밤에는 보이지 않는다. 내가 낙원에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아름답지만 아름답지 않다는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이런 모순은 줄거리와도 맥을 같이한다. 촬영이 진행된 제주도 풍광은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이면에는 벼랑 끝에 선 박태구(엄태구)와 김재연(전여빈)의 처연한 아픔이 숨어 있다. 범죄조직에 속한 태구는 아픈 누나와 어린 조카를 사고로 위장해 죽인 자들에게 복수한 뒤 제주도로 피신한다. 이곳에서 가족을 잃고 무기상 삼촌과 함께 사는 시한부 환자 재연을 만난다. 이 영화의 모순은 주연 엄태구(38)와도 닮았다. 전작 ‘차이나타운’의 우곤, ‘밀정’의 하시모토에 이어 이번 영화까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혈한을 완벽하게 소화했지만 카메라 밖 모습은 소심 그 자체다. 그에겐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내성적 갱스터’ ‘수줍은 빌런’. 14일 만난 그는 “내 안에 여러 가지의 내가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뗐다. “어렸을 적 가족과 깡충깡충 뛰면서 노는 모습, 친구들과 장난치는 모습, 그 외 보여지지 않은 모습까지 다양한 자아가 존재하는 것 같다. 내 안에 선악이 공존하는데 이를 끄집어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촬영 현장이다. 현장에서 그런 것들을 저지르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은 전작 ‘신세계’(2013년)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누아르 컴백으로 관심을 모았다. 상업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은 엄태구는 부담도 있었지만 ‘박훈정표 누아르’에 욕심이 났다고 했다. 원래 마른 체형인 그는 살집 있는 조폭의 느낌을 살리라는 감독의 주문에 9kg을 늘렸다. “신세계를 봤을 때 충격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낙원의 밤은 정통 누아르 구조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재연이라는 캐릭터가 들어오면서 새로움이 가미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누아르라 욕심이 났다.”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그는 어느덧 16년 차 배우가 됐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 탓에 배우를 그만둘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단다. “지금까지 배우 생활을 한 게 기적이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정말 많았다.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매 순간 두려움과 떨리는 마음으로 촬영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과거 작품들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게 보이니 버티는 힘이 된다. 오로지 연기에만 집중했기에 이것 말고 특기도 없다. 계속 갈고 닦아 보자는 생각으로 버티다 지금까지 왔다.” 그는 가만히 있는 장면이라도 오롯이 그 캐릭터로 있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자신에겐 ‘낙원’이라고 했다. “어떤 장소로서의 낙원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지금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느끼는 찰나가 있다. 고생해서 준비한 장면을 찍는 순간, 고생한 만큼의 살아있는 연기를 끝낸 뒤 차에 딱 탔을 때. 안도의 그 짧은 순간이 낙원인 것 같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도로를 내달리는 덤프트럭 위에서의 격투, 로켓 엔진을 장착한 빨간색 ‘폰티악 피에로’의 질주, 하늘로 솟구쳤다가 추락하며 차량을 덮치는 열차…. 세계 최초로 다음 달 19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분노의 질주9)에서 보게 될 장면들이다. 자동차 간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불꽃과 모래먼지의 스펙터클로 무장한 분노의 질주9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작 개봉이 지연되면서 ‘극장에서 볼 작품이 없다’는 영화 팬들의 고민을 단숨에 날려줄 영화다. 주인공 도미닉 토레토(빈 디젤)와 연을 끊고 지냈던 형제 제이컵 토레토(존 시나)가 사이퍼(샬리즈 세런)와 연합해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계획을 세우고, 이를 알게 된 도미닉과 패밀리가 지상과 상공을 오가며 이들에게 반격을 펼친다. 분노의 질주9 제작진과 출연진이 12일 화상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 3∼6편을 이끌고 9편에서 다시 메가폰을 잡은 저스틴 린 감독과 빈 디젤, 존 시나, 미셸 로드리게즈(레티 역)가 참석했다. 영화는 북미와 유럽에서는 6월 개봉한다. 제작사인 유니버설스튜디오는 한국 극장의 코로나19 방역 수준이 높다고 판단해 한국 최초 개봉을 결정했다. 2001년 시작한 분노의 질주는 20년간 사랑받은 유니버설스튜디오의 간판 시리즈로, 2019년까지 스핀오프 한 편을 포함해 총 아홉 편의 시리즈를 선보였다. 초반 시리즈에서는 차들의 추격전이 주를 이뤘다면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묘기에 가까운 자동차 액션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팬덤을 구축했다. 가장 큰 성공을 거둔 7편(2015년)은 세계에서 15억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간담회에서 이들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코로나19로 개봉이 1년 넘게 미뤄졌다. 린 감독은 “사람들이 극장에 가서 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적당한 시기가 언제인지 유니버설스튜디오와 계속 논의했다”며 “TV 시리즈와 독립영화를 만들어봤다. 이들은 TV로 봐도 괜찮지만 이번 영화는 아니다”라고 했다. 디젤은 “다같이 모여 무언가를 즐기는 기쁨을 박탈당할 줄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며 “가족, 친구, 연인이 극장에서 분노의 질주9를 보고 흥분의 고동 소리를 느끼는 영화적 경험을 다시 돌려줄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생긴다”고 했다.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점은 새 얼굴의 출연이다. 시나는 “20년간 이어진 전설적인 작품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됐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 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도미닉에 필적하는, 혹은 그를 넘어서는 역량의 인물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액션도 관전 포인트다. 로드리게즈를 비롯해 미아 역의 조대나 브루스터, 램지 역의 내털리 이매뉴얼 등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공중낙하하고, 탱크에 올라 장총을 난사한다. 로드리게즈는 “여성들이 액션에서 빛을 발할 때 엄청난 희열을 느낀다. 도쿄에서 셋이 악당에 맞서 격투를 벌이는데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라고 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20년 전과 지금 무엇이 가장 달라졌을까. 디젤은 약 5초간 고민하더니 ‘친숙함’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관객은 이 캐릭터들이 누군지, 자신이 어떤 세계에 발을 들이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팬들은 이제 이 시리즈와 함께 자랐다고 느낀다. 각 캐릭터와 친숙해지고 이들과 영화 속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친숙함, 그게 20년 전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주터키한국문화원이 판소리, 가요, 힙합댄스, 트로트 등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2021 온라인 전통공연: 함께 이겨냅시다!’를 개최한다. ‘형제의 나라’ 터키 국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내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주터키한국문화원 유튜브 계정을 통해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현지 시간으로 20일 오후 2시(한국 시간 20일 오후 8시)부터 1시간가량 관중 없이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국악인 박애리, 댄서 팝핀현준, 트로트 가수 나태주, 한국 무용가 석예빈이 출연한다. 팝핀현준은 음악 ‘Don‘t Stop’에 맞춰 힙합 댄스를 선보인다. 석예빈은 ‘물동이 춤’을 춘다. 나태주는 ‘힘내라 대한민국’ ‘무조건’을 부르며 태권 트로트도 선보인다. MC를 맡은 박애리는 판소리 춘향가 중 ‘쑥대머리’를 부른다. 박애리와 팝핀현준, 석예빈이 함께하는 퓨전 공연도 펼친다. 공연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린다. 출연진과 시청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교류가 막힌 기간에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댓글을 남긴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당첨을 통해 출연자의 친필 사인 모자와 한국 브랜드 화장품을 증정한다. 박기홍 주터키한국문화원장은 “터키에 있는 한류 팬들이 한국 문화를 즐기고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