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익

박현익 기자

동아일보 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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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산업1부 재계팀 박현익 기자입니다.

beepark@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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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中의 韓 우회수출 막는다… 정부, 법 개정 추진

    최근 미국의 대중 제재나 관세를 피하기 위한 중국 기업들의 국내 우회 투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가 해외 기업의 이런 ‘꼼수 투자’를 막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유럽 등 해외 각국은 중국의 우회 투자 견제에 속속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실정이다. 26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정부는 외국인의 국내 투자 심사를 강화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국내 외국인 투자 전반을 살펴보고 해외 사례를 연구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 작업이다. 주요 타깃은 국내에서 직접 부지를 매입해 공장 또는 사업장을 설치하는 ‘그린필드’ 투자다. 해외 기업이 제3국 자회사 또는 펀드를 통해 신분을 세탁하고 한국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의 규제 방안도 들여다본다. 특히 최근 늘어나는 중국의 대(對)한국 투자를 점검할 예정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한국 투자는 전년 대비 약 4배로 늘어난 8조3000여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찍었다. 이 중 상당수는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등 첨단산업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중국이 미국 관세 등을 피하기 위해 한국을 경유해 우회 수출입에 나섰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을 거쳐 우회 수출입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이를 견제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올 하반기(7∼12월) 관련 법령을 개정하기 위해 최근 전문가그룹을 만들어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中의 韓 우회수출, 국내기업 ‘불똥’튈수도… EU 등은 속속 빗장[글로벌 통상전쟁] 정부, 中 우회투자 방지 법개정 추진韓, 외국 기업 M&A 등은 통제해도 국내 시설투자 등은 견제 장치 없어美, 中규제강화 韓기업 피해 가능성전문가 “특정국 겨냥 땐 통상 마찰… 포괄적 조건 등 정교한 방식 필요”“미국은 중국 기업이 제3국에 들어가 포장지만 바꿔 내보내는 우회수출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 “세계적으로 중국발 투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추세인 만큼 한국도 외국인 투자의 견제 장치를 늘려야 한다.”(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국제통상법 전공) 최근 중국이 이른바 ‘원산지 세탁’을 노리고 한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제하는 수단은 있지만 국내에 기업을 세우고 생산시설을 짓는 투자 견제 장치는 없다. 반면 유럽과 호주, 멕시코 등은 최근 중국의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비슷한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국내 외국인투자의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제도 정비에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법 개정과 함께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현행법 아래 시행령을 손보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화되는 미국의 中 규제, 한국도 방심 안 돼중국의 한국 활용 우회 수출입으로 인한 산업 리스크는 최근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 활동하던 중국계 반도체 장비 업체 A사는 불법 우회 수출 혐의로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올랐다. 미국에서 중국 반입을 금지한 제품을 한국을 경유해 중국으로 내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과 묶여 미국의 오해를 받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라며 “이런 사례가 늘수록 한국 역시 간접 규제를 받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약 8조3000억 원으로 1년 만에 4배로 늘어난 중국의 대한국 투자는 배터리, 태양광 등에 집중됐다. 중국의 배터리 기업 B사는 한국에 1조2000억 원을 들여 생산 투자에 나서겠다며 “한국에서 수출해야 미국에서 관세 혜택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한국을 우회 수출지로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미국은 앞서 중국의 우회 수출국으로 활용된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의 배터리 제품에 대해 “중국산과 다름없다”며 관세 부과에 나섰다. 조 실장은 “최근 트럼프 정부가 발표한 ‘미국 우선 투자’ 정책에서도 중국 자본 규제 강화가 확인되고 있다”며 “중국 자본을 국내로 유치할 때 리스크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중국발 우회 수출입 규제 세계 각국은 우회 수출입 용도의 중국 투자를 막기 위해 제도 마련에 나섰다. 유럽 각국과 호주가 대표적이다. 영국은 2022년 주요 산업의 외국인 투자를 차단할 수 있는 ‘국가안보 및 투자(NSI)법’을 도입했다. 호주도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외국인 투자를 심사할 수 있게 했다. 멕시코는 미국이 최근 중국 기업의 우회수출 관련 압박 수위를 높이자 중국 기업과 진행하려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장비 및 태양광 패널과 관련해 중국의 대표적인 우회 수출입 국가로 지목됐던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미국의 관세 규제 이후 “미국 규제를 회피할 목적으로 우리를 이용하지 말라”고 중국 기업들에 직접 경고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을 경유하는 우회 수출입 방지 법안을 마련할 경우 그 방식을 정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국가만을 겨냥하면 불필요한 통상 마찰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사례처럼 안보나 무역 마찰 등 포괄적인 조건을 내거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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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제재 회피’ 韓 통로삼는 중국… 배터리 등 공장 세워 우회 수출

    지난달 중국의 한 반도체 업체는 “한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돌연 한국 투자를 중단하는 내용의 공시를 냈다. 이 회사의 한국법인인 A사는 지난해 12월 중국군 현대화에 관여하는 등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미국 상무부의 140개 우려 기업 중 하나로 등재됐다. 그전까지만 해도 국내 업계에서 A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미국 기업의 한국지사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실제론 중국계 미국인이 창업해 상장시킨 중국 법인의 자회사로, 사실상 중국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국내의 한 반도체 장비업체 임원은 “미국 회사로 알았던 곳이 갑자기 중국군 관련 회사라며 미국 제재 대상에 오르니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동안 알려진 국내 거래처가 없어 안 그래도 한국에서 사업하는 목적이 뭘까 싶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A사가 반도체 장비를 중국으로 반출하는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규제가 강력해지는 가운데 중국 기업이 한국을 우회 수출입 통로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우려가 산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의 대한국 투자가 1년 만에 약 4배로 증가한 데다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등 미국 규제를 받는 첨단제조 분야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를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년 만에 4배로 늘어난 중국의 대한국 투자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한국 투자 신고 금액은 57억8593만 달러(약 8조3381억 원)로 역대 최대를 나타냈다. 2023년 15억8049만 달러와 비교해 보면 단 1년 만에 약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중국은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등의 분야에서 집중적인 투자에 나섰다. 전기·전자(19억7568만 달러)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기계 장비 및 의료정밀(8억1925만 달러) 분야 투자가 많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한국의 해외 수출 공급망에 참여하려는 목적으로 한국에서 직접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기업들이 미국과 수출입을 하면 한국에 중국의 ‘수출입 우회 국가’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는 미국 규제로 인해 중국이 직접 수입하기 어려운 첨단 제품과 장비를 반입하는 창구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 미 상무부 제재를 받은 A사의 경우가 이런 의혹을 받고 있다. 중국은 앞서 동남아에서도 별도 법인을 세워 필요한 반도체 장비를 구매한 뒤 중국으로 보내는 방식을 취해 논란이 됐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말레이시아가 3대 반도체 장비 수출국인 미국, 일본, 네덜란드로부터 사들인 반도체 장비(HS코드 8486) 금액은 전년 대비 7800억 원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말레이시아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반도체 장비도 비슷한 액수인 8400억 원 증가했다. 말레이시아로 들어간 반도체 장비 상당수가 중국행 우회 수출일 것이란 의심이 제기됐던 배경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 규제가 시작된 이후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이 반도체 장비 우회 수입국으로 활용됐다”며 “최근 그런 ‘꼼수’가 알려지자 중국이 한국 등 다른 나라로도 눈을 돌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대로 배터리, 태양광은 한국산으로 포장한 뒤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중국 양극재(배터리 핵심 소재) 업체인 B사는 최근 국내에 1조2000억 원 규모의 공장을 짓겠다며 한 기관에 입주 계약 서류를 제출했다. B사는 중국에서 한국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재생에너지 기업 C사 역시 최근 한국 기관에 태양광 투자 의향서를 냈다. 2000억 원을 투자해 태양광 셀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이들은 한국 쪽에 공장 건립 이유를 ‘해외 수출’로 밝혔다. 곽지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연구단장은 “미국과 유럽에선 한국산 태양광의 프리미엄 수요가 많은데 중국 업체가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제품이 늘수록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이미지가 희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차이나 리스크’ 방치하다 규제 대상될라 한국을 우회 수출입 통로로 활용하는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날수록 한국 산업의 ‘차이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액수가 늘수록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태국의 태양광 패널에 상계 관세를 부과했다. 부당 보조금을 받은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에서 제품을 값싸게 생산한 뒤 미국에 수출해 시장을 교란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미국이 멕시코산 전기차에 대해 관세 면제 종료 결정을 내린 것도 중국의 우회 수출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중국의 한국 우회 수출입 문제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박효민 법무법인 세종 해외규제팀 변호사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이 늘어날수록 한국도 동남아처럼 미국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국가 안보 차원에서 유럽연합(EU)처럼 외국인 투자를 받을 때 엄격하게 심사하는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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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계열사 10곳 외국인 경력 채용 시작

    삼성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 인재 채용에 나선다. 삼성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10개 계열사는 24일부터 연구개발(R&D) 분야 외국인 경력사원 채용 절차를 시작했다.지원자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서류 및 면접 전형은 한국어로 진행된다. 학사 취득 후 2년 이상 유관 경력 보유자를 우대 조건으로 내걸었다.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지원자는 학위 취득을 위한 2년을 경력 기간으로 인정해 준다.삼성이 국내 외국인 경력사원 채용에 나선 것은 이번이 4번째다. 삼성은 2023년 8월 국내 근무를 희망하는 외국인 인재 선발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도입 당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3곳이 참여했고 지난해 10곳으로 참여사가 늘었다.삼성은 다음 달 국내 인재 유치를 위해 관계사별로 채용 공고를 내고 상반기(1∼6월) 신입사원 공개 채용 절차를 시작한다. 신입사원 채용은 직무적합성검사와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면접 등을 거쳐 진행된다. 삼성은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신입사원 정기 채용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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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기 사내대학 첫 졸업생 배출… “맞춤형 교육으로 기술 인재 양성”

    삼성전기는 소재·부품 기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하는 성균관대 사내대학 과정에서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고 24일 밝혔다. 삼성전기는 2022년 사내대학으로 성균관대 맞춤형 계약학과인 소재부품융합공학과와 관련 교육 과정을 신설했다. 삼성전기 사내대학은 입사 3년이 지난 고졸, 초대졸 임직원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선발 인원은 매년 20명이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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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기업 사절단 만난 러트닉 “10억 달러 투자땐 신속 지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국내 주요 기업 대표 사절단을 만나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이상 대미 투자 시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패스트트랙’으로 관련 정책을 지원하고 규제 절차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을 필두로 한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은 2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신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총괄하는 러트닉 장관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양국의 투자 협력 방향성을 공유했다. 사절단 관계자는 “10억 달러 언급은 투자 하한선이라기보다는 향후 투자 유치에 대한 미국 측 지원 의지를 광범하게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러트닉 장관과의 만남은 양측의 일정 조율 끝에 당일 새벽에야 극적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절단에 포함된 기업 중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LG, 한화, HD현대, 한국수력원자력 등 관계자들은 귀국 일정을 바꿔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 모처에서 러트닉 장관을 만나 40여 분간 회동했다. 이날 오후 공식 취임한 러트닉 장관은 회동 당시 상원 인준을 받은 상태였다. 이날 회동에서 러트닉 장관은 조선과 에너지, 원전, 인공지능(AI)·반도체, 모빌리티 등 6대 전략 분야를 비롯해 양국 핵심 산업 협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우선주의 투자 정책’ 각서에 서명하고 동맹 기업의 투자 시에 패스트트랙 절차를 도입하고, 10억 달러 이상 투자 시 환경 평가를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2025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행사에서 “AI와 에너지 분야에 있어 한미일 3국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6대 전략 분야를 중심으로 한 ‘빅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미 추가 투자를 검토하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투자) 검토는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생산시설을 더 원한다고 하는데 저희에게도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세금도 내리겠다고 얘기를 하는데 아직은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지 않냐”며 “투자 계획에 반영하려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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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터리 3사 “캐즘 이후 반등” 혁신기술로 돌파구 찾는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다음 달 5일부터 사흘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에서 차세대 기술들을 선보인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기업들은 향후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보고 혁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시리즈(지름 46mm)를 대중에 처음 공개한다. 원통형 46시리즈는 이전 21시리즈(지름 21mm) 대비 용량, 출력을 5배 이상 높인 제품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채택해 유명해졌고 벤츠, BMW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탑재를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고객사인 미국 태양광 전기차 스타트업 ‘앱테라 모터스’의 차량도 전시한다.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팩을 동시 적용해 주행거리를 크게 늘린 차량으로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삼성SDI는 ‘인셀리전트 라이프(InCelligent Life)’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안정성을 개선한 각형 배터리를 집중 홍보할 계획이다. 인셀리전트 라이프에는 ‘배터리 기술로 업그레이드되는 우리의 일상’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각형 배터리는 3사 중에서도 삼성SDI가 특화한 분야다. 최근 배터리 안정성이 주요 과제로 부각되며 주목받는 제품이다. 납작한 상자 모양의 각형은 외부 충격에 강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SDI는 또 배터리 업계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도 소개할 예정이다.SK온은 파우치형, 각형, 원통형 등 3대 폼팩터(형태) 최신 제품을 모두 전시해 배터리 시장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준비가 됐다는 점을 강조하기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시험생산(파일럿) 라인을 준공한 원통형 배터리의 실물 모형도 처음 공개한다. 또 가격, 성능, 수명, 안정성 등의 장점을 고루 갖춘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니켈 함량 50∼70%)도 첫선을 보인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하이니켈 배터리(니켈 80% 이상)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이의 ‘가성비’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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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법 개정 철회하고 자본시장법 개정하자”

    경제계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하는 상법 개정을 철회하고 대안으로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8단체는 24일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 촉구를 위한 경제계 호소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8단체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은 우리 경제와 기업에 심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위축되고 트럼프발 (각국)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기업 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해 그 피해는 국민과 기업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경제 8단체는 “최근 국회에서 소수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무리한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법에서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자본시장법을 통해 ‘핀셋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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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디스플레이, 인텔과 MOU “AI PC 시장 주도”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인텔과 인공지능(AI) PC 등 차세대 정보기술(IT)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인텔의 최첨단 프로세서에 최적화된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개발해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AI PC 등 고성능 IT 기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국내외 전시회에서 마케팅 관련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호중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상품기획팀장(부사장)은 “인텔과의 공고한 협력을 통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차세대 AI PC 시장 성장을 주도해 나겠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펭 인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클라이언트 세그먼트 총괄은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차세대 AI PC로 산업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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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 “美투자 검토, 인센티브 있어야…AI·에너지 분야 한미일 협력 필수”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투자(FDI)를 미국에 해 달라, 미국 생산시설을 더 원한다는 얘기고 저희는 인센티브가 같이 있어야 하겠죠.”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21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2025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행사에서 대미 추가 투자를 검토하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최 회장은 “(투자)검토는 계속 할 것”이라며 “비즈니스에서 필요한 투자는 하는 게 당연하다. 그것이 내 장사에 좋은지 나쁜지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미 투자시)세금도 내리겠다 했지만 아직 나온 게 없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인센티브라는 것은 꼭 돈만 갖고 따지는 게 아닐 수 있고 여러 가지 다른 종류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26명으로 꾸려진 사절단을 이끌고 방미해 19일부터 정부 고위 당국자와 주요 의원, 주지사 등을 만나 국내 기업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최 회장은 “같이 해서 서로 좋은 얘기가 되는 것을 준비했고 (미국 측이) 6개 분야를 상당히 좋아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6개 분야는 조선, 에너지, 원자력, 인공지능(AI)·반도체, 모빌리티, 소재·부품·장비 등 한국과 미국이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산업을 가리킨다.최 회장은 또 AI와 에너지 분야에서 한미일 3국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했다. 앞으로 특히 제조 분야에서 AI 리더십 경쟁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에 3국 협력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국, 미국, 일본이 서로 물건을 사고파는 관계를 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런 ‘빅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대한민국도 트렌드의 파도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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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D, 빛의 삼원색 난제 해결 첨단 OLED로 中 미니LED 잡는다

    “압도적인 휘도(밝기)와 명암비를 통해 중국 액정표시장치(LCD)와 차별화했습니다. 처음으로 적녹청(RGB) 광원(소자)을 독립적으로 쌓아 각각의 색을 가장 순도 높게 구현한 덕분입니다.” 13일 경기 파주시 LG디스플레이 연구동에서 만난 배성준 대형패널 개발 담당(상무)은 회사가 최근 출시한 4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패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업계 최고 수준인 4000니트(nit·1니트는 촛불 하나 밝기) 밝기의 OLED TV 패널을 공개했다. 지난해 3000니트 밝기의 3세대 패널을 출시했는데 1년 만에 성능이 33% 업그레이드 된 새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4세대 패널의 핵심은 이전보다 각각의 색깔을 훨씬 더 뚜렷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기본적으로 적녹청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하는지에 따라 성능이 좌우된다. 3세대까지만 해도 색을 구현하는 광원은 청(B) 2개와 황·녹(YG) 1개 등 3개 적층 구조였다. 적녹의 중간색인 YG 광원 하나로 적색과 녹색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만큼 빛의 세기가 약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반면 4세대는 YG 대신 적(R), 녹(G)을 각각의 광원으로 구현해 4개 층으로 쌓았다. B 광원은 원체 밝기가 약해 2개를 유지했다. 덕분에 더 뚜렷하고 순도 높은 색 표현이 가능해졌다. 4세대 패널이 혁신 기술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파장이 각기 다른 각 광원을 하나로 모아 최적화시켰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YG와 B만 맞추면 됐는데 4세대는 조합하는 개수가 R, G, B로 늘며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이렇게 4개 적층 구조를 구현한 것은 전 세계에서 LG디스플레이가 처음이다.업계는 4세대 출시로 OLED 패널의 기술력이 한 단계 더 뛴 만큼 앞으로 프리미엄TV 시장에서의 중국과의 경쟁 구도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프리미엄TV 패널은 한국의 OLED와 중국의 미니LED로 양분돼 있다. 미니LED는 LCD의 프리미엄 버전이다. 색 구현과 화질은 OLED가 더 우수하지만 미니LED는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고 성능도 OLED 못지않게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OLED는 각 소자가 스스로 빛을 냈다가 꺼지는 반면에 LCD는 뒤에서 따로 빛을 쏴주는 백라이트가 필터를 거쳐 색을 표현한다. 이때 LCD는 특정 색을 막아야 할 때 필터로 가리는데 빛이 새는 문제가 발생해 완전한 차단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예 백라이트를 더 작은 사이즈로 여러 개를 만듦으로써 어두운 색감 표현, 즉 명암비를 개선한 것이 미니LED다. 미니LED는 백라이트를 쪼갠 개수가 더 많을수록 고성능으로 평가받는데 많게는 수천 개라고 한다.배 상무는 “미니LED는 그럼에도 OLED 수준의 뚜렷한 색 표현과 완벽한 명암비를 구현하기가 어렵다”며 “울트라HD(UHD)급 화질이 약 800만 화소인데 미니LED가 OLED처럼 되려면 백라이트를 쪼갠 개수가 800만 개가 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가격이 크게 올라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OLED가 성능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갖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공정 효율을 계속해서 개선해 좋은 패널을 더 싸게 만들겠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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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반도체 ‘주52시간 족쇄’ 6년8개월, 그새 바짝 따라온 美日

    “지금까지 한국이 반도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건 경쟁사보다 더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제도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네요.” 국회에서 주 52시간 예외 조항 신설이 무산됐다는 소식에 국내 한 반도체 기업 임원은 이같이 토로했다. 한국이 2018년 7월 주 52시간제를 도입하고서 지난 6년 8개월 사이 해외 경쟁사들은 따라잡을 시간을 벌었고 ‘1등 반도체 제조국’ 한국의 위상이 위태로워졌다는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7일 ‘반도체 특별법’을 심사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주 52시간 예외 규정 도입을 반대하며 합의가 불발됐다. 한국보다 뒤처졌다고 평가받던 해외 반도체 기업들은 하나둘 기술력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며 국내 기업들과의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히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글로벌 D램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해 국내 기업들보다 먼저 최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 양산 소식을 발표하며 업계를 발칵 뒤집었다. 일본 반도체 연합 라피더스는 2022년 8월 설립 후 약 3년 만에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칩 생산에 나서며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미국 인텔도 올해 1.8nm 양산을 준비하는 등 반도체 업계는 각 기업이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과 달리 근로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미국, 일본 등 해외 경쟁국은 고급 인력을 앞세워 부족했던 기술력 및 노하우를 빠른 시간에 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한국은 주 52시간제에 묶여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지 못하며 격차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는 반도체 지원 법안의 불발이 서로 상대당 탓이라며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8일 “국민의힘의 무책임한 몽니로 국가의 미래가 걸린 산업 경쟁력이 발목 잡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경쟁국이 밤낮으로 뛰고 있는데 한국 반도체 산업만 민주당 때문에 주 52시간제에 묶여 있다”며 “육상선수 발목에 족쇄를 채워 놓고 열심히 뛰라고 응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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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R&D 연속성 중요, 두명 6시간씩보다 한명 12시간이 효율”

    “해외 경쟁 기업은 주 52시간제와 같은 규제 없이 밤낮으로 연구해 이제 기술 격차가 거의 없는 상태다. 지금 이대로 뒀다가는 추월당하는 것도 시간문제다.”(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첨단 산업은 한정된 시간을 얼마나 집중해서 투입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미국, 일본처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연구개발(R&D)을 할 수 있어야 한다.”(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17일 국회에서 반도체 R&D 부문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법안이 무산된 것에 대해 반도체 산업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와 중국·일본의 맹추격, 대만의 파운드리(위탁생산) 패권 강화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한국이 역대급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독보적인 기술력 확보가 필요하며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통한 집중적인 R&D가 시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24시간 고객 대응해야 하는데 무조건 불끄고 퇴근”한국 반도체 업계가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간곡하게 촉구하는 이유는 이제 더 이상 미국, 일본 등 경쟁국 기업과 기술력에서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을 양분하던 최첨단 D램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은 올해 미국 마이크론의 급부상으로 균열이 커질 전망이다. HBM은 2023년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합쳐 95%로 사실상 독점하고 있었는데 마이크론이 두 자릿수 점유율로 치고 올라오는 것이다. 파운드리에서는 1등 TSMC를 쫓기에도 버거운데 미국, 일본의 추격까지 거세지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는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이 대표적이다.업계에서는 주 52시간제의 일률 적용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설계를 수정, 보완해야 하는데 근로시간 규제를 지키다 보면 이런 대응이 한없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한 반도체 기업 임원은 “한창 일이 많을 때에는 글로벌 각지와 24시간 소통하며 연구개발에 매진해야 하는데 6시만 되면 불 끄고 퇴근하라는 획일적인 규제는 이런 실정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일손이 모자라다고 무작정 사람을 늘려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회장은 “반도체 R&D는 연속성이 중요해 두 사람이 나눠서 6시간씩 연구하기보다 한 사람이 12시간을 끊김 없이 연구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 분야”라며 “주 52시간 근무 제도를 풀지 않고서는 최첨단 반도체의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두고 “특정 기업(삼성전자)만을 위한 법”이라는 주장도 하지만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절실한 문제다.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은 지난해 말 한 행사에서 주 52시간제와 관련해 “개발을 하다 보면 관성이 붙어 대만 TSMC도 엔지니어가 오래 일하면 특근 수당을 주는 등 장려한다”며 “(52시간제는) 개발 활동에 부정적인 관행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저한세·전력망 리스크도 발목 국내 반도체 산업은 보조금 및 세제 등 정부 지원과 전력망·용수 등 인프라에서도 해외보다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법안이 상임위에서 통과됐지만 막상 반드시 내야 하는 세금인 대기업 최저한세(17%)에 걸려 받을 수 있는 혜택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공제 대상인데도 혜택을 다 받지 못하는 상황은 개선돼야 한다”며 “글로벌 추세에 맞게 우리도 최저한세를 폐지 또는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구축하고 있는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뒷받침할 전력망 확충도 시급한 과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18일 기준 2022년 수립한 10차 송변전 설비계획에서 신규 수립한 283건의 사업 중 현재 착공에 들어간 것은 단 2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준비(169건) 또는 입지선정(112건) 단계로 지역 주민 및 지자체의 반대에 가로막혀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21대 국회부터 전력망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범정부 컨트롤 타워를 세우는 전력망특별법이 발의돼 논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하다가 뒤늦게 17일 상임위에서 처리했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 교수는 “정부가 새 법을 토대로 하루빨리 사업에 속도를 내 클러스터 구축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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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기, 사내 스타트업 육성 ‘에스큐브’ 5기 모집

    삼성전기는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에스큐브(S―CUBE)’ 5기를 모집한다고 17일 밝혔다. 에스큐브는 삼성전기 내부 구성원들이 사업 아이템을 내서 선발되면 본업을 떠나 새로 맡은 과제 개발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이템이 선발되면 1억 원의 활동금과 함께 독립 업무 공간을 제공받는다. 주로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로봇, 인공지능(AI) 등 미래 유망산업과 관련된 아이템이 채택된다. 삼성전기는 2022년 11월 에스큐브를 시작해 지금까지 임직원 100여 명이 40여 개 아이디어를 냈다. 이 중 한 팀이 개발한 기술은 사업부에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2개 팀이 만든 기술은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도전 없이는 성과도 새로운 기술도 만들 수 없다”며 “실패하더라도 과감한 도전을 해 보자”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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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텔 파운드리 20%… TSMC가 인수 가능성”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 인텔의 파운드리 부문인 IFS 주식 20%를 인수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7일(현지 시간) 롄허보 등 대만 현지 매체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요청으로 인텔의 IFS 주식 지분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텔은 지난해 9월 IFS를 분사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소식통은 구체적인 주식 인수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출자 등을 통한 지분 확보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인텔의 제조 능력을 강화해 반도체 부문에서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주요 외신은 인텔이 트럼프 정부의 도움을 받아 TSMC에 반도체 공장의 운영권을 넘기려 한다고 전했다. 인텔의 반도체 제조와 설계 부문을 분리해 각각 TSMC와 미국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브로드컴에 매각하는 방안이다. 제조는 TSMC의 기술력을 활용해 역량을 끌어올리고 설계는 브로드컴과 시너지를 내 엔비디아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엔비디아는 미국 기업이지만 창업자가 대만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로 ‘친(親)대만’ 기업으로 평가받는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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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호관세 끔찍한 생각” 美서도 비판론 확산… 반도체 장비업체 “매출 역풍 전망”

    13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보편 관세에 이어 상호 관세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미국 내에서도 물가 상승과 수출 타격을 우려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세계 무역 질서를 깨는 행위로 국익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대중 반도체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반도체 업계도 고관세의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호 관세 조치가 완성되면 수많은 무역 상대국에 대한 관세가 오를 것”이라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수십 년간 이어진 무역 규범과 어긋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더글러스 어윈 미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호 관세는 말이 안 된다’는 제목의 WSJ 칼럼에서 “상호 관세는 공평한 말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끔찍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상호 관세는 다른 사람이 스스로 발에 총을 쏜다고 해서 자신도 스스로 발에 총을 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도했다. WP는 “상호주의는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관세를 누가 내는지 기억해야 한다”며 “관세는 미국 수입업체가 내는 것이고, 결국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물가의 전반적인 상승을 가져올 거라고 전망했다. NYT는 “이번 정책으로 인해 소비자 가격은 더 오르고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아직 극복되지 않은 시점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며, 특히 선거 운동 중 ‘임기 첫날’에 물가를 잡겠다고 약속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더 그렇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상호 관세 운용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주목했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한 관세 계획의 폭은 숨이 막힐 정도로 넓어 미 상무부와 미 무역대표부(USTR)에 엄청난 과제를 안겨 줄 것”이라며 “각각 수천 개의 관세 코드와 관세 일정을 가진 200여 개국에 대해 분석해야 하며 각국의 규정과 재정 정책, 보조금을 따져 보는 일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에 대한 미국 반도체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관세와 더불어 지나친 수출입 통제가 글로벌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세계 1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MAT)는 이날 1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 콜에서 “지난해 말부터 추가된 무역 규제로 중국 사업이 제약을 받고 있다”며 “올해 4억 달러(약 5800억 원)가량의 매출 역풍(headwind)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표 후 AMAT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5% 급락했다. AMAT에 이은 미국 2위 장비업체 램리서치도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1.5% 떨어졌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막판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쏟아냈다. 수출통제 장비 품목을 대거 추가하고,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사용된 제품 및 서비스 공급을 제한한 것이다. 장비업체들은 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사후 관리 및 업그레이드를 통한 수익에도 크게 의존하고 있어 AMAT와 램리서치에 직격탄이 되는 규제였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이 같은 강경 기조는 이어지고, 관세 리스크마저 커지고 있어 반도체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관세 확대로 미국 내 반도체 제조사나 최종 수요처인 빅테크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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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 19일 중저가 신제품 아이폰SE 공개

    애플이 19일 중저가 아이폰SE 신제품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아이폰SE 새 모델을 내놓는 것은 3년만으로 인공지능(AI) 기능도 탑재될 전망이다.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3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애플 로고가 담긴 티저 영상과 함께 “19일 우리의 최신 멤버를 만날 준비를 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블룸버그는 “새로운 중저가 아이폰 출시가 임박했다”며 “쿡 CEO가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았지만 현재 애플 매장에는 (이전) 아이폰SE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는 새 기기가 출시된다는 신호”라고 했다.현재 기존의 아이폰SE 가격은 429달러로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6 기본형 799달러보다 싸다. 다만 아이폰SE 새 모델은 부품 및 기능 업그레이드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이폰SE에는 애플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가 지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AI 구동을 위해 아이폰16과 같은 최신 A18 칩을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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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 알리바바와 손잡고 中판매 폰에 AI 탑재 추진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하기 위해 중국 빅테크 알리바바와 협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디인포메이션은 애플과 알리바바가 공동 개발한 AI 기능을 아이폰 등 애플 기기에 탑재하기 위해 규제 당국에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지난해 중국 최대 포털 업체인 바이두를 AI 파트너로 선정했지만 바이두의 기술이 애플의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협력이 무산됐다. 디인포메이션은 소식통을 인용해 알리바바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만큼 사용자의 쇼핑 취향과 결제 습관 등 다양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장점으로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개인에게 더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리바바는 지난달 새 AI 모델 ‘큐원 2.5-맥스’도 출시했다. 애플이 최근 중국에서 점유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어 이번 알리바바와의 협력으로 반등 기회를 잡았다는 기대도 나온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 16을 출시했지만 제대로 된 AI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등 현지화 실패가 단점으로 지적됐다. 애플 주가는 이날 전날보다 2.18% 오른 232.62달러에 마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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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칩 2나노 시장 잡아라”… 韓-대만-日 ‘파운드리 삼국지’

    인공지능(AI) 시대 첨단 반도체의 새 주류로 떠오르는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시장을 두고 한국, 대만, 일본 등 3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1등 주자인 대만 TSMC는 시제품 생산을 마친 데 이어 양산을 앞두고 있다. 앞서 3나노에서 고전한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되찾겠다는 각오로 공정 고도화 및 고객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후발 주자인 일본 반도체 연합 라피더스의 추격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월 5000장(300mm 웨이퍼 기준) 정도의 소규모 2나노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고 하반기(7∼12월) 양산을 위한 고객사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월 5000장은 올해 말 TSMC의 2나노 팹 본격 가동 시 예상되는 월 2만5000∼5만 장의 10∼20% 규모다. TSMC는 2나노 핵심 거점인 가오슝 공장의 장비 반입식을 예정보다 6개월 앞당긴 지난해 11월 진행했다. TSMC는 2나노 시범 생산에서 수율(정상품 비율)이 60%로 안정 궤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반도체 신제품은 수율 50%를 넘어서면 상업성을 가졌다고 평가한다.삼성전자도 연내 양산을 목표로 2나노 공정 가동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열린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2나노 공정은 현재 모바일, 고성능컴퓨팅(HPC)에 최적화해 개발 중이고 1세대 버전의 디자인키트(설계)를 고객사에 배포했다”며 “수주도 1티어(최선두) 업체와 논의 중”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일본 AI 유니콘(자산가치 1조 원)인 프리퍼드네트웍스로부터 2나노 기반 AI 칩 수주를 따냈다. 특히 업계에서는 TSMC의 2나노 웨이퍼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TSMC 독점 상황에 불만을 가진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일본 라피더스는 지난해 말 일본 반도체 업계 최초로 첨단 공정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들이고 공장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라피더스도 올 4월 2나노 시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라피더스는 2022년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 8개 일본 기업이 모여 출범한 첨단 반도체 업체다. 라피더스는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ASML로부터 대당 수천억 원에 달하는 EUV를 들여 왔고 앞으로 10대까지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케 이츠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2나노 팹 건설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2036년까지 누적 18조 엔(약 171조 원)의 수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가 2나노 공정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엔비디아, 애플, 퀄컴 등 주요 반도체 팹리스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이를 낙점하고 올해 또는 늦어도 내년을 목표로 상용화 준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2나노는 3나노 공정보다 성능이 15% 뛰어나고 전력 효율도 30%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파운드리는 D램 메모리와 달리 맞춤 제작으로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수율을 잡고 제품 및 고객사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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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철강 ‘트럼프 관세폭탄’ 첫 사정권… 車-가전 연쇄 피해 비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국내 철강 업계가 초긴장 상태로 내몰렸다. 미국은 한국의 철강 3대 수출국으로 한국 철강 전체 수출량의 약 9.8%를 차지한다.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와 경기 침체 등으로 역대급 불황을 맞이한 국내 철강업계에 또 다른 악재가 겹친 것이다.트럼프의 이번 조치는 지금까지 그가 취임 후 발표한 관세 정책 중 한국 기업들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첫 사례다. 앞으로 철강뿐 아니라 반도체와 정유 등 국내 산업계 전반에 트럼프 ‘관세 폭탄’의 충격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수요 한파 직면한 철강업계 ‘이중고’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전 세계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당시 한국은 협상을 통해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의 70% 수준인 263만 t까지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았다. 관세 부과를 면제받는 대신에 수출 물량을 줄이는 식의 합의를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25% 관세 부과 방침이 한국산 제품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될지는 불확실하다. 업계에선 기존 쿼터제를 폐지한 후 관세 25%를 새롭게 부과하거나, 쿼터제와 관세를 동시에 적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어떤 경우든 극심한 수요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대비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미국 내 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 악화가 철강에만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생산되는 한국 기업의 자동차, 가전 제품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제철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강판 등을 이용해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만일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가 오르면 완성품인 자동차 제품의 단가도 그만큼 오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로 인한 글로벌 과잉 공급 문제도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다른 국가들의 철강 제품이 미국 외 지역으로 몰릴 수 있어서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시나리오별 영향을 살피는 방법밖엔 없다”면서 “포스코그룹 철강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6%, 현대제철이 60.6% 감소하는 등 역대급 불황이 겹친 와중이라 더욱 우려스럽다”고 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내수 부진과 건설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까지 닫히면 국내 철강업계는 과잉 공급 문제와 가격 경쟁력 약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것”이라며 “특히 중국산 철강재의 저가 공세까지 더해져 국내 철강업계의 생존 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정유업계도 노심초사 이번에 철강을 신호탄으로 이후 반도체, 정유 등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 품목으로 미국의 관세 폭탄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석유제품은 자동차, 전자기기와 함께 한국 대미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석유제품 수출 규모는 전체 수출액의 9.3%인 약 41억8600만 달러다. 조상범 석유협회 실장은 “석유제품 관세 부과로 미국 시장이 축소되면 다른 나라로 대체 시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딥시크’ 충격으로 빅테크들이 비용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 당장 관세 부과를 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자국 정보기술(IT)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트럼프가 이달 초 반도체도 관세 부과 대상으로 언급한 적이 있어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발언 이후 국내 금융시장과 관련 기업 주가는 요동쳤다. 10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4원 오른 1451.2원으로 마감했고, 포스코홀딩스(―0.84%), 현대제철(―2.03%) 동국제강(―3.77%) 등 철강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세를 그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조성대 통상연구실장은 “반도체, 의약품 등 주요 수출 품목으로 추가 관세 적용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 202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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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관세 포격’… FTA 맺은 한국도 영향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주의’ 교역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한국과의 무역 균형을 맞추기 위한 압박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의 8위 무역적자국(상품 수지 기준)이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대로 보편관세를 부과하면 최악의 경우 한국 전체 수출은 132억 달러(약 19조 원) 줄어들 것이란 연구 결과도 나왔다.9일 미국 상무부 등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은 한국과의 교역에서 역대 최대치인 660억 달러(약 95조5548억 원) 적자를 봤다. 한국은 중국, 멕시코, 베트남, 아일랜드, 독일, 대만, 일본의 뒤를 이어 무역적자 규모 8위에 올랐다. 무역적자만 두고 보면 한국이 관세 부과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이미 대미 관세가 미미한 수준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10년 차인 2022년 3월 품목 수 기준 한국은 98.3%, 미국은 99.2% 상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됐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의 의미를 ‘무역 불균형 해소’에 방점을 두고 보조금이나 기술규제 같은 비관세 장벽 등 광범위한 교역 조건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도 ‘호혜세(reciprocal tax)’를 언급하며 상호 간 무역 불균형에는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결국 한미 FTA 재협상 끝에 2019년 한미 FTA 개정의정서가 최종 발효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상호 관세가 어떤 방식으로 부과될지 뚜렷하게 나오지 않은 만큼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미국의 비관세 장벽은 높아지고 있다. 올해 1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통보한 기술규제는 598건으로 1년 전보다 33% 늘었다. 한국의 10대 수출국 중엔 미국이 78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상호관세의 의미와 적용 국가가 모호해 혼란스럽다는 분위기다. 국내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우선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미국 현지에 공장이 있는 기업들은 현지 생산 물량을 늘리되 국내 생산분을 미국 이외의 다른 수출 시장으로 돌리는 방법을 쓸 수 있다”면서도 “트럼프 정부가 워낙 예측하기 힘든 관세 정책을 펼치고 있어 그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멕시코에서 운영 중인 TV, 냉장고, 세탁·건조기 등 생산 라인도 불확실성이 크다. 한국 가전 및 스마트폰 생산기지가 밀집한 베트남이 미국의 3대 무역 적자국으로 분류됨에 따라 향후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진행될 경우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은 더욱 복잡해진다. 한편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 조치에 따른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총수출은 최대 1.9%(132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전 세계에 추가 10%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결과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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