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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에 술 마시러 오는 분들, 길에서 물건 파는 분들…. 한국의 ‘보통 사람들’에게 바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한국인에게서 놀라움을 넘어 경이를 느낀다는 프랑스인이 있다. 2003년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에 한국학과를 개설한 데 이어, 한국문학 전문 출판사를 세운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교수(73)다. 그는 한국인 부인과 한국인 며느리가 있고, 한국어 이름(장길도)도 따로 있는 ‘원조격’ 한류 전도사다. 지난달 31일 에세이 ‘경이로운 한국인’(마음의숲)을 펴낸 드크레센조 교수를 4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부인이자 엑스마르세유대 한국학과 교수인 김혜경 씨도 함께했다. 두 사람은 현재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에 살고 있다. “한국에선 주사를 놓기 전에 볼기를 찰싹 때리죠.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순간이에요. 환자가 주사 맞는 아픔을 잊게끔, 생각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바꾸기 위해 때리는 건데 이게 아주 재밌습니다.” 에세이엔 이러한 사례가 100개 넘게 실렸다. 드크레센조 교수는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건 한국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며 “한국에 대한 책은 꽤 있는데 한국 사람들에 대한 책은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해마다 두세 차례 한국을 찾고, 그때마다 하루 두세 건씩 약속을 소화하는 ‘인싸’다. 이 책은 그가 여러 한국인과 교류하며 찾아낸 한국의 독특한 문화 관찰기를 모은 셈이다. 예를 들면, 어느 날 드크레센조 교수는 한국인 작가들이 하나같이 새끼손가락을 바닥에 괴고 글씨를 쓴다는 걸 발견했다. 그는 이 습관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궁금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들이 어떻게 글씨 쓰는 법을 배우는지 알아보고, 자음과 모음이 결합돼 네모꼴을 이루는 한글의 문자 모양과 필기법의 상관관계를 찾아 나섰다.드크레센조 교수는 2011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드크레센조’ 출판사를 세운 뒤 한국 소설가 한강 은희경 정유정 김애란 등의 작품을 프랑스에 소개했다. 이승우 작가의 장편소설 ‘캉탕’을 김 교수와 공역해 2023년 한국문학번역상 대상도 받았다. 강동호 문학평론가에 따르면 2012∼2024년 프랑스에서 번역된 한국문학 단행본은 총 242종. 이 중 21.5%에 이르는 53종이 드크레센조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단일 출판사로서는 엄청난 비중이다. 부인인 김 교수는 현재 엑스마르세유대 아시아학연구소장을 지내고 있다. 김 교수는 “요즘 입학 경쟁률이 가장 높은 게 한국학”이라며 “75명을 뽑는데 해마다 2000명 이상 지원자가 온다. 이 덕에 올해부터 정원이 100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지금 프랑스에선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예요. 많이 몰리지 않는 대학도 한국학과는 1000명씩 지원해요. 유럽에서도 프랑스가 가장 열기가 뜨겁다고 할 수 있어요.”(김 교수) 드크레센조 교수는 이 같은 한류 붐 형성에 한국 영화의 역할이 컸다고 평했다. 그다음 K팝과 드라마다. K문학이 다음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까. “한국은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나라예요. 시집의 판매량과 출간 부수를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프랑스에선 상상할 수 없는 숫자죠. 현재 한국도 문학이 다른 나라처럼 어렵다지만, 그래도 한국인 정서에는 시를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은 다시 문학이 자기 자리를 되찾을 거라고 봅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포장마차에 술 마시러 오는 분들, 길에서 물건 파는 분들…. 한국의 ‘보통 사람들’에게 바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한국인에게서 놀라움을 넘어 경이를 느낀다는 프랑스인이 있다. 2003년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에 한국학과를 개설한 데 이어, 한국문학 전문 출판사를 세운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교수(73)다. 그는 한국인 부인과 한국인 며느리가 있고, 한국어 이름(장길도)도 따로 있는 ‘원조격’ 한류 전도사다.지난달 31일 에세이 ‘경이로운 한국인’(마음의숲)을 펴낸 드크레센조 교수를 4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부인이자 엑스-마르세유대 한국학과 교수인 김혜경 씨도 함께 했다. 두 사람은 현재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에 살고 있다.“한국에선 주사를 놓기 전에 볼기를 찰싹 때리죠.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순간이에요. 환자가 주사 맞는 아픔을 잊게끔, 생각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바꾸기 위해 때리는 건데 이게 아주 재밌습니다.”에세이엔 이러한 사례가 100개 넘게 실렸다. 드크레센조 교수는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건 한국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며 “한국에 대한 책은 꽤 있는데 한국 사람들에 대한 책은 많지 않다”고 했다.그는 해마다 두세 차례 한국을 찾고, 그때마다 하루 두세 건씩 약속을 소화하는 ‘인싸’다. 이 책은 그가 여러 한국인과 교류하며 찾아낸 한국의 독특한 문화 관찰기를 모은 셈이다. 예를 들면, 어느 날 드크레센조 교수는 한국인 작가들이 하나같이 새끼손가락을 바닥에 괴고 글씨를 쓴다는 걸 발견했다. 그는 이 습관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궁금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들이 어떻게 글씨 쓰는 법을 배우는지 알아보고, 자음과 모음이 결합돼 네모꼴을 이루는 한글의 문자 모양과 필기법의 상관관계를 찾아 나섰다.드크레센조 교수는 2011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드크레센조’ 출판사를 세운 뒤 한국 소설가 한강 은희경 정유정 김애란 등의 작품을 프랑스에 소개했다. 이승우 작가의 장편소설 ‘캉탕’을 김 교수와 공역해 2023년 한국문학번역상 대상도 받았다. 강동호 문학평론가에 따르면 2012~2024년 프랑스에서 번역된 한국문학 단행본은 총 242종. 이 중 21.5%에 이르는 53종이 드크레센조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단일 출판사로서는 엄청난 비중이다. 부인인 김 교수는 현재 엑스-마르세유대 아시아학연구소장을 지내고 있다. 김 교수는 “요즘 입학 경쟁률이 가장 높은 게 한국학”이라며 “75명을 뽑는데 해마다 2000명 이상 지원자가 온다. 이 덕에 올해부터 정원이 100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지금 프랑스에선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예요. 많이 몰리지 않는 대학도 한국학과는 1000명씩 지원해요. 유럽에서도 프랑스가 가장 열기가 뜨겁다고 할 수 있어요.”(김 교수) 드크레센조 교수는 이같은 한류 붐 형성에 한국 영화의 역할이 컸다고 평했다. 그다음 K팝과 드라마다. K문학이 다음 바톤을 이어받을 수 있을까.“한국은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나라예요. 시집의 판매량과 출간 부수를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프랑스에선 상상할 수 없는 숫자죠. 현재 한국도 문학이 다른 나라처럼 어렵다지만, 그래도 한국인 정서에는 시를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한국은 다시 문학이 자기 자리를 되찾을 거라고 봅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배출됐지만 문학 붐을 기대했던 ‘노벨문학상 효과’는 반년 만에 잦아든 것으로 보인다. 문학·출판 업계에선 “실제 체감 경기는 더 심각한 상황”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특히 탄핵 정국 등으로 ‘연초 특수’까지 사라지면서 시장은 더욱 경색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 초 문학 매출 반 토막 수준”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 지난해 10월 서적출판업 생산은 9개월 만에 반등해 1년 전보다 1.3% 늘었다. 지난해 2월 이후로 9월까지 마이너스 행진을 하다가 노벨상 발표 직후 도서 구매가 급증했다. 당시 한 작가의 소설들은 닷새 만에 100만 부가 팔렸고, ‘텍스트힙(Text Hip·독서를 멋지게 여기는 유행)’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이에 자연스레 한국 문학 전체로 온기가 퍼지는 ‘한강 효과’를 기대하게 됐다.하지만 반향은 불과 한 달 만에 꺾이기 시작했다. 11월 서적출판업 생산은 전년보다 ―12.7% 급감했다. 12월에도 ―4%가 감소해, 한 달이 채 지속되지 못했던 셈이다. 해당 지수는 올해 1월에 5%가량(잠정치) 상승 전환했지만 2월 들어 다시 ―8.1%로 꺾였다. 실제 체감 경기는 수치보다 훨씬 나쁘다고 한다. 한 중견 문학출판사 대표는 “1, 2월 매출이 전년 대비 거의 반 토막 수준”이라고 했다. 또 다른 출판사 팀장도 “전반적으로 문학 판매가 확산될 거라 기대했지만 실제론 정반대”라며 “한 작가의 책을 낸 몇몇 출판사의 매출만 크게 뛰었을 뿐, 다른 작품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오히려 주요 중견 작가들의 신작이 ‘한강 신드롬’에 묻혀 관심을 못 받는 현상도 벌어졌다. 한 대형 출판사 관계자는 “경쟁이 부담스러워 다들 상반기 출간을 미루는 분위기”라며 “규모가 작은 출판사일수록 훨씬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한국 문학의 자체 근육 키워야” 물론 이 모든 걸 한쪽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지난해 12월 계엄부터 이어진 시국 불안도 연초 특수를 사라지게 만든 주요 원인이다. 문학과지성사 이근혜 주간은 “해마다 연초에 잘나가는 자기계발, 철학, 고전, 잠언집마저 부진하며 출판계 상반기 판매가 둔화됐다”며 “탄핵 정국에 산불까지 여러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학의 주요 독자층인 2030 여성들 또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쏠린 상황이라 문학 시장이 더 힘을 받기 힘들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 문학 시장이 가진 좀 더 근본적인 문제도 짚을 필요가 있다. 노벨문학상에 대한 관심도 예전 같지 않고, 단발성 유입 외에는 문학 독자의 저변이 넓어지기 어려워졌다. 1일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강 책을 가장 많이 샀던 독자층은 50대였다. 같은 시기 이들이 문학책을 구입한 비중은 전체의 30%를 넘겼다. 하지만 이후 계속 줄어들어 3월 25일 기준 24%대로 떨어졌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노벨문학상으로 새로운 문학 독자층이 유입됐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 문학 시장의 이 같은 침체는 노벨상 수상 이후 해외에서 쏟아진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과는 대조적이다. 김승복 일본 구온출판사 대표는 “해외에선 ‘한강 효과’로 한국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결국 계약까지 가려면 자국 인지도와 판매 부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문학시장이 뒷받침해 줘야 ‘K문학’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우리 국민의 독서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한 해 두 사람 중 한 명은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줄이기 쉬운 분야가 독서 지출인데, 공적 지원마저 줄고 있다. 지원이 체계화되지 않으면 시국과 상관없이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배출됐지만, 문학 붐을 기대했던 ‘노벨문학상 효과’는 반 년 만에 잦아든 것으로 보인다. 문학·출판 업계에선 “실제 체감 경기는 더 심각한 상황”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특히 탄핵정국 등으로 인해 ‘연초 특수’까지 사라지며 시장은 더 경색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 초 문학 매출 반토막 수준”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 지난해 10월 서적 출판업 생산은 9개월 만에 반등해 1년 전보다 1.3% 늘었다. 지난해 2월 이후로 9월까지 마이너스 행진을 하다가 노벨상 발표 직후 도서 구매가 급증했다. 당시 한 작가의 소설들은 닷새 만에 100만 부가 팔렸고, ‘텍스트힙(Text Hip·독서를 멋지게 여기는 유행)’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이에 자연스레 한국문학 전체로 온기가 퍼지는 ‘한강 효과’를 기대하게 됐다.하지만 반향은 불과 한달 만에 꺾이기 시작했다. 11월 서적출판업 생산은 전년보다 -12.7% 급감했다. 12월에도 -4%가 감소해, 한 달을 채 지속되지 못했던 셈이다. 해당 지수는 올해 1월에 5% 가량(잠정치) 상승 전환했지만, 2월 들어 다시 -8.1%로 꺾였다.실제 체감 경기는 수치보다 훨씬 나쁘다고 한다. 한 중견 문학출판사 대표는 “1, 2월 매출이 전년 대비 거의 반토막 수준”이라고 했다. 또 다른 출판사 팀장도 “전반적으로 문학 판매가 확산될거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정 반대”라며 “한 작가의 책을 낸 몇몇 출판사 매출만 크게 뛰었을 뿐, 다른 작품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이러다보니 오히려 주요 중견 작가들의 신작이 ‘한강 신드롬’에 묻혀 관심을 못받는 현상도 벌어졌다. 한 대형출판사 관계자는 “경쟁이 부담스러워 다들 상반기 출간을 미루는 분위기”라며 “규모가 작은 출판사일수록 훨씬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한국문학의 자체 근육 키워야”물론 이 모든 걸 한쪽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지난해 12월 계엄부터 이어진 시국 불안도 연초 특수를 사라지게 만든 주요 원인이다. 문학과지성사 이근혜 주간은 “해마다 연초에 잘나가는 자기계발, 철학, 고전, 잠언집마저 부진하며 출판계 상반기 판매가 둔화됐다”며 “탄핵 정국에 산불까지 여러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학 주요 독자층인 2030 여성들 또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쏠린 상황이라 문학 시장이 더 힘을 받기 힘들었단 의견도 나온다. 한국 문학시장이 가진 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짚을 필요가 있다. 노벨문학상에 대한 관심도 예전같지 않고, 단발성 유입 외에는 문학 독자의 저변이 넓어지기 어려워졌다. 1일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강 책을 가장 많이 샀던 독자층은 50대였다. 같은 시기 이들이 문학책을 구입한 비중은 전체의 30%를 넘겼다. 하지만 이후 계속 줄어들어 3월 25일 기준 24%대로 떨어졌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노벨문학상으로 새로운 문학 독자층이 유입됐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 문학시장의 이같은 침체는 노벨상 수상 이후 해외에서 쏟아진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과는 대조적이다. 김승복 일본 쿠온출판사 대표는 “해외에선 ‘한강 효과’로 한국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결국 계약까지 가려면 자국 인지도와 판매부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문학시장이 뒷받침해줘야 ‘K-문학’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단 얘기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우리 국민독서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한 해 두 사람 중 하나는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줄이기 쉬운 분야가 독서 지출인데, 공적 지원마저 줄고 있다. 지원이 체계화되지 않으면 시국과 상관없이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2007년생 피아니스트 김세현(사진)이 프랑스 롱 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금호문화재단은 “김세현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콩쿠르 피아노 결선 무대에서 1위를 했다”고 31일 밝혔다. 김세현은 결선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바스티앵 스틸이 지휘하는 프랑스 공화국 근위대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했다. 롱 티보 국제 콩쿠르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마르게리트 롱과 바이올리니스트 자크 티보가 1943년 만들었다. 만 16∼33세 음악가를 대상으로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부문이 1∼3년 주기로 열린다. 2001년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우승했으며, 2022년에는 이혁이 공동 1위를 차지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온정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방탄소년단(BTS) 정국은 28일 이재민 지원 등을 위해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10억 원을 기부했다. 전날 보이그룹 세븐틴(10억 원)에 이어 연예인 개인으로는 최고 금액이다. 가수 지드래곤도 소속사를 통해 “이재민 지원 등을 위해 성금 3억 원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BTS RM과 블랙핑크 제니는 각각 1억 원을 희망브리지에 기탁했다. 에스파 카리나와 가수 겸 배우 차은우도 각각 1억 원을 기부했다. 그룹 라이즈는 1억5000만 원을, 있지의 예지는 5000만 원을 전달했다. 효성은 28일 “성금 3억 원을 대한적십자사에 기탁했다”고 밝혔다. 동국제강그룹은 긴급 구호 성금 3억 원을 기탁했다. HMM은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3억 원을 전달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억 원을 기부했으며, 코오롱그룹은 텐트와 티셔츠 등 1억 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했다. 삼양그룹은 성금 1억5000만 원과 5000만 원 상당의 의약품을 기탁했다. 애경산업은 위생용품 3억 원 상당을 지원했고, 빙그레는 음료 제품 5만여 개를 전달할 예정이다. 동원F&B는 즉석밥 등 식품 5만7000여 개를, 컬리는 생수와 화장지 등 생필품 11t 트럭 7대 분량을 전달한다. SRT 운영사인 에스알은 “피해 지역 자원봉사자의 승차권 비용을 환급해준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이재민 등을 위해 도시락 4000인분과 매끼 1000인분 식사 지원이 가능한 밥차를 보냈고 구호 물품도 제공했다. 하나은행 노조와 임직원들은 성금 1억1691만 원을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하기로 했다. 종교계도 힘을 보태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다음 달 30일까지 공익기부재단 아름다운동행을 통해 특별 모금을 실시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이용훈 주교 명의로 위로문을 내고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긴급구호 헌금 10억 원을 기부했다. 원불교는 경남 산청군과 하동군 등에서 진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고려대는 대규모 산불로 피해를 입은 지역 출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28일 고려대는 이번 산불 피해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울산 울주군, 경북 의성군, 경남 산청군 및 하동군 출신 학생들에게 ‘재해극복장학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자들은 피해사실확인서에 따라 학교가 정한 금액을 장학금으로 받는다. 신청 기간은 다음 달 1일부터 30일까지다. 고려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산불 피해 지역이 확대될 시 장학금 대상자를 늘릴 예정이다.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고대 그리스인들은 시(詩)를 약으로 처방했다고 한다. 최근 이 오래된 언어 예술의 생리·심리학적 효과가 연구를 통해 재조명되고 있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같은 비(非)침습적 측정 기구를 이용해 시가 뇌에 일으키는 효과를 밝혀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뇌과학자와 아티스트의 합작품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산하 국제예술마인드연구소 창립자인 수전 매그새먼과 구글 하드웨어 제품 개발부의 디자인 부총괄인 아이비 로스가 ‘예술이 부리는 뇌과학적 마법’을 조명했다. 흔히 직감으로만 알던 것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우리가 예술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게 만든다. 영국 엑서터대 연구에 따르면 실험 참가자들이 시를 읽자 휴식 상태와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이 fMRI 영상으로 확인됐다. 시를 읽으면 신경과학자들이 ‘오한 직전’이라고 칭하는 상태가 온다. 차분한 감정이 서서히 최고조를 향해 가는 느낌을 일컫는다. 안정이 되지 않거나 잠이 오지 않을 때, 시를 몇 편 읽으면 이완되고 새로운 관점이나 통찰을 얻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다. 시 처방뿐이랴. 세계 곳곳의 의료계 종사자들은 환자에게 미술관과 박물관 방문을 권하고 있다. 이 같은 ‘미학 처방’은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뇌의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운동 처방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셈이다. 딱 20분만 낙서하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만으로도 즉시 신체와 정신 상태가 나아질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의료 처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중증 화상 치료 과정을 보자. 화상 환자들은 감염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붕대를 갈고 상처를 소독해야 한다. 그 과정은 말도 못 하게 고통스럽다. 이때 이용할 수 있는 ‘스노월드’라는 장치가 있다. 통증 관리를 위해 개발된 몰입형 가상현실(VR) 프로그램이다. 환자들은 처치 과정에서 헤드셋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보고, 긴장을 풀어주는 음악을 듣고, 컴퓨터가 만들어낸 시원하고 마음 편한 흰색과 푸른색 배경의 3차원(3D) 겨울 세계로 들어간다. 눈을 뭉쳐 던지는 듯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VR을 사용한 환자들은 그냥 처치를 받을 때보다 통증을 35∼50% 덜 느꼈다고 한다. 통증 신호를 보내는 데 사용됐을 신경 회로들을 VR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예술이 신체 통증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알 수 있다. 예술 처방은 산후우울증을 겪는 여성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갓 출산한 엄마들은 모유 수유를 하는 동안 항우울제 복용을 꺼린다.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으러 갈 시간도 없다. 이런 이들을 산후우울증에 맞춤 설계된 10주간의 노래 부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하자,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평균 1개월 빨리 회복했다고 한다. 엄마들은 노래를 부를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대폭 감소했다. 저자들은 제안한다. 모닝커피를 마시며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대신 20분간 ‘낙서 일기’를 그려 보라고. 또 레고 블록으로 아무거나 만들어 보거나 점토로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보라고. 하루 중 아무 때나 하던 일을 멈추고 일상에 예술을 한 스푼 더하면서 그 활동이 기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관찰해 보라고. 할 수 있는 활동은 무한정이고, 결과는 즉각적이니 당장 실천해 보길 권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온정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효성은 28일 “성금 3억 원을 대한적십자사에 기탁했다”고 밝혔다. 동국제강그룹은 긴급 구호 성금 3억 원을 기탁했다. HMM은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3억 원을 전달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억 원을 기부했으며, 코오롱그룹은 텐트와 티셔츠 등 1억 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했다.삼양그룹은 성금 1억5000만 원과 5000만 원 상당의 의약품을 기탁했다. 애경산업은 위생용품 3억 원 상당을 지원했고, 빙그레는 음료 제품 5만 여 개를 전달할 예정이다. 동원F&B는 즉석밥 등 식품 5만7000여 개를, 컬리는 생수와 화장지 등 생필품 11t 트럭 7대 물량을 전달한다. SRT 운영사인 에스알은 “피해 지역 자원봉사자의 승차권 비용을 환급해준다”고 밝혔다.KB국민은행은 이재민 등을 위해 도시락 4000인분과 매끼 1000인분 식사 지원이 가능한 밥차를 보냈고 구호 물품도 제공했다. 하나은행 노조와 임직원들은 성금 1억1691만 원을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하기로 했다.가수 지드래곤은 소속사를 통해 “피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해 성금 3억 원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BTS) RM과 블랙핑크 제니는 각각 1억 원을 희망브리지에 기탁했다. 그룹 라이즈는 1억5000만 원을, 있지의 예지는 5000만 원을 전달했다. 에스파 카리나와 가수 겸 배우 차은우도 각각 1억 원을 기부했다.종교계도 힘을 보태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다음 달 30일까지 공익기부재단 아름다운동행을 통해 특별 모금을 실시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이용훈 주교 명의로 위로문을 내고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긴급구호 헌금 10억 원을 기부했다. 원불교는 산청군과 하동군 등에서 진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신무경 기자 yes@donga.com}

25일 경북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천년고찰 고운사가 무너져내린 가운데 지금까지 산불로 피해를 입은 문화유산은 27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국가유산청은 28일 “오전 11시 기준 산불로 피해를 입은 문화유산이 추가로 4건 확인됐다”고 밝혔다. 피해를 입은 문화유산은 경북 청송 병보재사와 청송 기곡재사, 의성 만장사석조여래좌상, 안동 약계정이다. 석조여래좌상은 부분적으로 그을림 피해를 입었으나, 나머지 3점은 전소됐다.경북 민속문화유산인 청송 기곡재사는 진성 이 씨 시조 이석의 묘소를 돌보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세운 건축물이다. 임진왜란 때 화재로 없어진 것을 영조 16년(1740년) 새로 지었다. 조선 후기 유생들의 기숙사인 재사(齋舍)의 기능과 특징을 잘 간직한 건축물로 평가됐다.경북 안동 지산서당과 구암정사, 국탄댁, 송석재사, 지촌종택 등 조선시대 건축물도 피해를 입었다. 구암정사를 제외한 나머지 건축물들은 모두 전소했다.지금까지 산불로 피해를 입은 문화재 가운데 국가지정 문화유산은 11건이다. 고운사의 가운루와 연수전 등 보물 2건을 비롯해 명승 3건과 천연기념물 3건, 국가민속문화유산 3건이다. 시도지정 문화유산은 16건이다. 유형문화유산 3건과 기념물 2건, 민속문화유산 4건, 문화유산자료 7건으로 집계됐다.국가유산청은 “산불 위험으로부터 국가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예방 살수, 방염포 설치, 방화선 구축, 유물 긴급 이송 등을 지속해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실패라는 게 어디 있어요? 살면서 죽지 않으면 공부 아닐까요?” 2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이렇게 말하는 김호연 작가(51)에게선 늦깎이로 빛을 본 사람 특유의 내공과 겸손이 묻어났다. 소설 ‘불편한 편의점 1·2’와 ‘나의 돈키호테’를 도합 180만 부 베스트셀러에 올린 그가 이번엔 에세이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푸른숲)를 냈다. 작가의 성공담을 들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김 작가는 신간에 대해 “제가 뒹굴고 실족(失足)한 얘기들”이라는 말부터 꺼냈다. 실제로 이 책은 실패담 모음집에 가깝다. 글이 안 써져 거리를 헤매고, 한 줄도 못 써서 찝찝하게 침대에 눕고, ‘관찰 예능에 출연한 연예인이 내 책을 냄비 받침으로 쓰는 요행 덕에 책이 역주행하길’ 바라는 인간적인 고백이 담겨 있다. 김 작가는 시나리오 대본 작업, 출판사 소설 편집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약 20년 동안 꾸준히 소설을 썼다. 네 번째 소설마저 지지부진하던 2019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3개월간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해 집필할 기회를 얻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불편한 편의점1’(2021년)과 ‘나의 돈키호테’(2024년)를 집필했다. “네 번째 소설마저 잘 안 됐을 때, 저는 거의 투명 인간 같았어요. 민망한 모습이나 바보 같은 모습, 제 민낯을 가감 없이 담으려고 했어요.” 김 작가의 이야기가 실패담에서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가 ‘계속 걸었기’ 때문이다. “죽지 않으면 돼요. 살아 있는 게 승리거든요.” 그의 말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누구나 자기 업(業)에서 ‘업 앤 다운’이 있을 텐데, 그냥 김호연처럼 바보짓 한번 하고, 무모한 도전이라도 해보고 농담하면서 버티면, 좋은 기회도 생기는구나 하고 기운을 얻으면 좋겠어요.” 그는 인터뷰 내내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책 강연도 소통하지 못한 곳을 찾아간다고 했다. 다음 주에는 울릉도에서 강연한다. “작가들이 많이 못 가는 곳이니까 제가 가야죠.” 해외도 마찬가지다. 현지 출판사의 초청이 없어도, 북토크와 인터뷰 기회를 직접 만들어냈다. 현재 ‘불편한 편의점1’은 27개국에 수출됐다. “외국 독자들이 한국 책을 읽는 건 한국 문화를 알기 위해서예요. 물론 케이팝이나 영화, 드라마 보면 아주 선명하게 볼 수 있죠. 하지만 문학이라는 매체로 접하는 질감이 또 다르거든요.” 김 작가는 이번 신간의 독자에게 사인을 할 때 “계속 걸어요, 계속”이라는 문구를 함께 쓰고 있다. “제가 쓰는 소설들도 그런 얘기잖아요. 실패한 사람들, 그래도 밥은 잘 먹고 다니는 사람들.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으며, 작은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저도 그렇게 살아요.”(김 작가)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실패라는 게 어디 있어요? 살면서 죽지 않으면 공부 아닌가요?”2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호연 작가(51)에게선 늦깎이로 빛을 본 사람 특유의 내공과 겸손이 느껴졌다. 전작 소설 ‘불편한 편의점’과 ‘나의 돈키호테’를 180만 부 베스트셀러에 올린 그가 이번엔 에세이를 냈다고 했다. 성공담을 들을 수 있을까 싶어 바로 만났다.김 작가는 신간 에세이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푸른숲)에 대해 “제가 뒹굴고 실족(失足)한 얘기들”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마따나 신간은 실패담 모음집에 가깝다. 글이 안 써져 정처 없이 거리를 헤매고, 오늘도 한 줄을 못 쓰고 찝찝하게 침대에 몸을 누이고, 관찰 예능에 출연한 연예인이 자신의 책을 냄비 받침으로 쓰는 요행 덕에 책이 역주행하길 바라는 인간적인 고백이 담겼다.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 김 작가는 시나리오 대본 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소설을 써왔다. 네 번째 소설마저 지지부진하던 2019년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에 3개월간 머물며 집필할 기회를 얻게 됐다. 이때 경험을 동력으로 ‘불편한 편의점’과 ‘나의 돈키호테’를 썼다. “네 번째 소설마저 잘 안 되고 힘들 때 저는 거의 투명 인간 같은 존재였어요. 내가 과연 사회에 쓸모가 있을까 소외감도 들었고요. 민망한 모습이나 바보 같은 모습, 제 민낯을 가감 없이 담으려고 했어요.”김 작가의 이야기가 실패담에서 끝나지 않는 건 그가 계속 걸었기 때문이다. “죽지 않으면 돼요. 살아 있는 게 승리거든요.” 단순하고 명료했다. “누구나 자기 업(業)에서 ‘업 앤 다운’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김호연처럼 바보짓 한번 하고 혹은 무모한 도전이라도 해보고 농담하면서 버티고 이렇게도 사는구나 그러다가 좋은 기회도 생기는구나 하고 기운을 얻으면 좋겠어요.”그는 인터뷰 내내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기본적으로 독자들에게 유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쓴다고 했다. 강연도 가능한 한 그동안 소통하지 못한 곳을 찾아다닌다. 다음 주엔 3박 4일간 울릉도에 머물며 울릉도서관과 울릉중학교에서 강연한다고 했다. “도서관장님이 강연 섭외 메일을 보내주셨어요. 작가들이 많이 못 가는 곳이니까, 그럼 제가 가야죠.”해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만 스페인 이탈리아 대만 폴란드 등 8개국에 출장을 다녀왔다. 현지 출판사 초청이 없어도 일단 간단다. 가서 북토크와 인터뷰 기회를 직접 만들었다. 현재 ‘불편한 편의점1’은 27개국, ‘불편한 편의점2’는 15개국에 수출됐다. “외국 독자들이 한국 책을 읽는 것도 한국의 문화를 알기 위해서예요. 한국 문화, 한국 사회가 어떤지 알고 싶은 거예요. 물론 케이팝이나 영화, 드라마 보면 아주 선명하게 볼 수 있죠. 하지만 문학이라는 매체로 접하는 질감이 또 다르거든요.”작가들은 신간을 낼 때 책에 어울리는 사인 문구를 정하곤 한다. 김 작가의 이번 문구는 “계속 걸어요, 계속”이다. 그다운 메시지라고 생각했다.“제가 쓰는 소설들도 다 그런 얘기잖아요. 실패한 사람들 혹은 루저들. 그래도 밥은 잘 먹고 다니는. 제가 쓰는 평범한 사람들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버티면서 조그만 즐거움에 살아가요. 저도 그렇게 살아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사진)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한 작가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작가들’ 414명은 25일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지지하는 ‘한 줄 성명’을 모아 발표했다. 이날 성명에는 한 작가를 비롯해 소설가 은희경 김연수, 시인 김혜순, 문학평론가 신형철, 2020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인 아동문학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 등이 참여했다. 한 작가는 성명에서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습니다.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입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사흘 뒤인 6일(현지 시간) 스웨덴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 기념회견에서도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성명에서 은 작가는 “민주주의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썼으며, 김 소설가는 “늦어도 다음 주 이맘때에는, 정의와 평화로 충만한 밤이기를”이라고 적었다. 김 시인은 “우리가 전 세계인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해다오, 제발”이라고 썼다. 작가들은 공동 성명에서 “자명한 내란과 헌법 유린에 대한 파면 선고가 지연됨에 따라, 사회 혼란은 극심해지고 국민이 지켜온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며 “민주주의 회복과 내란 종식을 바라는 작가들이 뜻을 모아 목소리를 냈다”고 취지를 밝혔다. 서효인 시인은 “이번 성명은 뜻 맞는 문인끼리 온라인으로 의견을 모으다가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했다”며 “한 작가는 성명의 취지를 전달했더니 회신이 왔다”고 전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동아일보사와 전남 강진군이 공동 주최하는 제22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작으로 조용미 시인(63)의 시집 ‘초록의 어두운 부분’(2024년·문학과지성사·사진)이 선정됐다. 본심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감태준 이근모 장석남 시인은 “최종 후보작 5개 가운데 조 시인의 시집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수상작은 조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으로 “오랜 시간 지켜본 것에서 배어나는 삶의 정취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를 들면 표제작에서 시인은 숲을 지나며 서로 다른 명도와 채도를 띤 무수한 초록을 찾아낸다.‘빛이 나뭇잎에 닿을 때 나뭇잎의 뒷면은 밝아지는 걸까 앞면이 밝아지는 만큼 더 어두워지는 걸까//깊은 어둠으로 가기까지의 그 수많은 초록의 계단들에 나는 늘 매혹당했다.’ 어둠 속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빛과 그림자의 교차 속에서 삶을 성찰한다. 살구나무 꽃이 진 뒤에도 그림자를 주의 깊게 바라보거나, 사과나무의 어두운 푸른빛에서 신비로움을 발견하는 시적 시선도 돋보인다. 관찰을 통해 시인은 고통과 상처 속에서도 삶의 의지를 드러낸다.심사위원들은 심사평에서 “이번 시집의 여러 갈래 의미 중에서도 ‘색’에 대한 천착은 이채롭다”며 “자꾸 어두워지려는 마음에 부지런히 색을 공급해보려는 심사 같다”고 밝혔다. ‘분홍의 경첩’부터 ‘초록의 어두운 부분’ ‘노란색에 대한 실감’ ‘검은 맛’ ‘붉은 대나무’ 등으로 이어지는 ‘색채담’이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여백을 연상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어 “본심에 올라온 시 가운데 영랑 김윤식 시인의 ‘조선적인 정서’ 맥에 가장 가깝다는 데 전원이 동의했다”고 덧붙였다.조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제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은 색채와 소리”라며 “시는 이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시는 인간의 선함을 북돋우고, 이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잔혹한지 알려준다”고 말했다.“시를 쓰는 참뜻은 오로지 시에만 있지 않고, 세상을 잊고자 함도 아니고, 세상 속으로 한 발 더 들어가는 일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에 더욱 투철해지기 위해 시를 쓰는 것이고, 보는 것과 듣는 것이 조화로워서 아름다워질 때까지, 혹은 불화가 이어지더라도 끊임없이 이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해보고 싶어요.”조 시인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0년 한길문학에서 ‘청어는 가시가 많아’로 등단하며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제16회 김달진문학상, 김준성문학상 시 부문(2012년), 제20회 고산문학대상 시 부문 등을 수상했다.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당신의 아름다움’ ‘기억의 행성’ ‘나의 다른 이름들’ 등을 펴냈다.시상식은 다음 달 18일 오후 3시 전남 강진군 강진아트홀에서 열린다. 상금은 3000만 원.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사과나무의 어두운 푸른색에 깃든 신비함을 볼 수 있다면 더 깊은 어둠을 통과할 수 있다.”조용미 시인(63)의 시 ‘물야저수지’ 속 한 구절이다. 시인은 숲속 어딘가를 통과하며 서로 다른 명도와 채도를 띤 무수한 초록을 찾아낸다. 그에게 시란 한 덩어리로 보이는 각각의 존재에 개별적인 색깔을 부여하는 행위다.‘물야저수지’ 등이 실린 시집 ‘초록의 어두운 부분’(2024년·문학과지성사)이 동아일보사와 전남 강진군이 공동 주최하는 제22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본심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감태준 이근모 장석남 시인은 최종 후보작 5개 중 조 시인의 시집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조 시인은 24일 동아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제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은 색과 음, 즉 색채와 소리”라며 “시는 이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시는 이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잔혹한지 알려준다”고 말했다.조 시인은 여덟 번째 시집인 이번 시집에서 오랜 시간 지켜본 것들만이 담아낼 수 있는 생의 정취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어둠 속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빛과 그림자의 교차 속에서 삶을 성찰한다. 살구나무의 꽃이 진 후에도 그림자를 주의 깊게 바라보거나, 사과나무의 어두운 푸른빛에서 신비로움을 발견하는 시적 시선이 돋보인다. 이러한 관찰을 통해 그는 고통과 상처 속에서도 지속하고자 하는 삶의 의지를 드러낸다.심사위원들은 심사평에서 “이번 시집의 여러 갈래 의미 층 중에서도 ‘색’에 대한 천착은 이채로운데 ‘분홍의 경첩’에서부터 ‘초록의 어두운 부분’, ‘노란 색에 대한 실감’, ‘검은 맛’, ‘붉은 대나무’ 등으로 이어지는 ‘색채담’은 영랑의 ‘모란’ 밭의 여백을 연상하며 읽어도 좋았다”며 “자꾸 어두워지려는 마음에 부지런히 색을 공급해보려는 심사 같다”고 밝혔다. 이어 “영랑시문학상 제정 취지인 ‘영랑 김윤식 선생의 문학 정신을 창조적으로 구현한 역량 있는 시인’이라는 차원에 초점을 두고 전원의 동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조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시를 쓰는 참뜻은 오로지 시에만 있지 않고, 세상을 잊고자 함도 아니고, 세상 속으로 한 발 더 들어가는 일에 있지 않을까 싶다”며 “생에 더욱 투철해지기 위해 시를 쓰는 것이고, 보는 것과 듣는 것이 조화로워서 아름다워질 때까지, 혹은 불화가 이어지더라도 끊임없이 이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조 시인은 경상북도 고령 출생으로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0년 한길문학을 통해 ‘청어는 가시가 많아’로 등단하며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제16회 김달진문학상을 시작으로, 2012년 김준성문학상 시 부문, 2020년 제20회 고산문학대상 시 부문, 2021년 제24회 동리목월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당신의 아름다움’, ‘기억의 행성’, ‘나의 다른 이름들’ 등을 썼다.시상식은 다음 달 18일 오후 3시 전남 강진군 강진아트홀에서 열린다. 상금은 3000만 원.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한국 영화만 봐도 수준이 워낙 높아서 프랑스에서 만드는 영화로는 범접할 수 없습니다. 영화를 그만둔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웃음).”24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만난 프랑스 작가 장바티스트 앙드레아(54·사진)는 시종일관 유쾌했다. 영화감독 출신이나 2017년 소설가로 데뷔한 그는 8년 동안 프랑스에서만 문학상 19개를 휩쓸었다. 20일 국내 출간된 소설 ‘그녀를 지키다’(열린책들)는 2023년 그에게 프랑스 최고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안겨준 작품이다.‘그녀를…’은 이탈리아 사크라 수도원을 배경으로 왜소증을 타고난 천재 석공예가 ‘미모’와 아름다운 소녀 ‘비올라’의 우정을 그린 작품. 무솔리니 치하에서 파시즘이 득세하던 상황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앙드레아는 “최근 파시즘이 다시 범람하고 있지만, 독재 정권의 득세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란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이 책을 통해 ‘어쩔 수 없이’ 같은 건 없다고, 힘은 우리 시민들 손에 있다고 강조하고 싶었습니다.”앙드레아는 현대 예술가의 지위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그는 “최근 유럽에선 예술가 다수가 빈곤에 시달린다는 보고서가 나왔다”며 “성공한 예술가는 아이돌화되고, 성공하지 못한 예술가는 투명인간처럼 지내게 된다”고 했다.“공원 벤치에 노숙자가 앉아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 사람이 알고 보니 억만장자였다면 달리 보이겠죠. 제가 공쿠르상을 받은 전후로 느낀 것도 비슷합니다. 갑자기 세상이 알아주는 존재가 됐다는 점에서요. 예술가가 아직 벤치에 앉은 노숙자 상태일 때부터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그는 이번 소설을 두고 “모든 등장인물이 저의 분신이고, 인정(認定)을 위해 투쟁하는 존재들”이라며 “스스로를 의심하는 자신과 싸우고 있는 분들에게 권한다”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소설집 ‘여름의 빌라’,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로 잘 알려진 백수린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이다. 2020년 ‘여름의 빌라’를 출간한 직후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4년 동안 쓴 단편 7편을 묶었는데 유독 겨울 풍경이 많다. 눈이 내리거나 쌓여 있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상실 혹은 상실 이후의 풍경을 그리기 때문이다. 단편 ‘눈이 내리네’의 주인공 ‘다혜’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이모할머니와 동거를 시작한다. 빈방이 많은 할머니댁에 하숙생으로 들어가게 되면서다. 갓 스무 살이 된 다혜의 눈에 비친 70대 할머니는 끊임없이 소리를 내는 사람이다. 기침 소리, 코 푸는 소리, 앉았다 일어날 때 내는 신음. 걸어 다니면서 트림을 하고 방귀를 뀌며 자다 깨서 화장실에 갈 때는 문을 꼭 닫지 않은 채 볼일을 보는 사람. 오래된 집답게 방음에 취약해 할머니의 그 소리를 고스란히 듣고 살 수밖에 없다. 다혜는 늙음이란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없게 되는 것, 품위를 잃고 수치를 망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갓 성인이 돼 이성에 눈뜬 새내기에게 귀가를 재촉하는 할머니는 성가신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다혜 역시 열정 가득한 청춘의 시기를 지나 생의 중반기에 들어선다. 더는 죽음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나이에 접어든 다혜는 문득 할머니 생전 마지막으로 함께한 날을 떠올린다. 할머니는 큰 수술을 앞두고 있었고 마침 하늘에서 그해 첫눈이 내렸다. 두 사람은 말을 잃은 채 앙상한 나뭇가지와 메마른 꽃 덤불이 흰빛을 덧입는 광경을 봤었다. 그가 할머니의 마음을 처음으로 이해할 것 같다 여긴 순간이었다. 눈 이야기가 많지만 소설집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은 역설적이게도 ‘봄’이다. 작가는 “우리의 삶이, 이 세계가, 겨울의 한복판이라도 우리는 봄을 기다리기로 선택할 수 있다. 봄이 온다고 믿기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런 마음으로 이 소설들을 썼다”고 말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영랑 김윤식 선생의 예술혼을 계승해 전남 강진군이 한국 문학의 중심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강진원 전남 강진군수(66·사진)는 13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 군수는 “강진 출신인 영랑은 1930년 3월 창간한 ‘시문학’지를 중심으로 우리 현대시의 새 장을 열고 1934년 4월 불후의 명작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발표한 시인이자 1940년 ‘춘향’을 끝으로 절필을 선언하고 광복 때까지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거부한 인물”이라며 “앞으로도 영랑시문학상은 1930년대 한국 시문학사의 분수령을 이룬 영랑의 문학정신을 계승해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군수는 이를 위해 다양한 문학 행사를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니어 문학도를 위한 ‘영랑시인학교’를 운영해 문학을 사랑하는 지역민들이 창작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문학인들의 창작을 장려하기 위해 ‘강진문학창작촌’ 운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학의 저변을 넓히는 한편 지역 내 문학인들과 협업해 강진의 문화적 정체성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시 낭송회, 문학 강연 등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영랑의 작품세계를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며 “강진을 찾는 이들이 역사와 문학을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동아일보와 전남 강진군이 공동 주최하는 제22회 영랑시문학상 본심에 오른 후보작이 선정됐다. 영랑시문학상 예심 심사위원회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7일 심사를 진행해 5개 작품(시집)을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영랑시문학상은 섬세하고 서정적인 언어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영랑 김윤식 선생(1903∼1950)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그의 시 세계를 창조적으로 구현한 시인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지난달 영랑시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신달자 시인)는 올해 운영 요강과 심사위원 위촉 및 심사기준을 확정하고, 예·본심 심사위원단을 구성했다. 1차 예심 위원인 강경호 이병일 하재연 시인과 2차 예심 위원인 강동호 문학평론가, 김종 손택수 시인은 ‘등단한 지 10년 이상 된 시인이 2023, 24년 출간한 시집’을 대상(기존 수상작 제외)으로 최근 10개 작품을 선정했다. 이 중 심사를 거쳐 5개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본심에 오른 작품은 △고영민 시인의 ‘햇빛 두 개 더’ △박연준 시인의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안희연 시인의 ‘당근밭 걷기’ △정일근 시인의 ‘혀꽃의 사랑법’ △조용미 시인의 ‘초록의 어두운 부분’이다(이상 작가명 가나다순).고 시인의 ‘햇빛 두 개 더’는 서정적 미니멀리즘의 한 지평을 여는 시집이라는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소박하고 담백하지만, 한편으로 선명하게 감각되는 이미지들이 시집 곳곳에 시적 푼크툼(개인의 경험에 비추어 작품을 받아들일 때의 강렬함)의 계기들을 각인시켰다”고 했다. 박 시인의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은 사랑의 영원성을 향한 시적 증언이다. 심사위원단은 “거대한 것들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존재들, 작은 것들의 세계라고 부를 수 있는 삶의 국면을 응시하는 감각적 시선으로 가득하다”고 했다. 안 시인의 ‘당근밭 걷기’는 연약한 자의 역설적 강건함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는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그의 시집에서 걷는 주체는 그저 무언가를 기르고, 보살피고, 염려하고, 돌보는 다정한 마음으로 연약한 일상을 응시한다”며 “독자에게 ‘함께 있음’의 감각을 촉구한다”고 했다. 정 시인의 ‘혀꽃의 사랑법’은 숱한 상처와 아픔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는 존재들의 ‘순간’을 노래한다. 심사위원단은 “해소될 수 없는 고통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다시 회복하는 인간의 끈질긴 생(生) 의지로부터, 자연의 신비와 인간의 삶이 중첩되는 순간을 목도한다”고 했다. 조 시인의 ‘초록의 어두운 부분’은 생의 어둠을 오랫동안 바라본 이가 알아볼 수 있는 존재의 환함을 노래하는 시집이다. 심사위원단은 “시집의 화자들은 자신의 삶과 마음을 풍경처럼 응시하는 가운데, ‘초록’으로 상징되는 생명의 이미지들 속에 내포돼 있는 부재의 징조를 발견한다”고 했다. 심사위원들은 “다섯 권의 시집 모두 한국 서정시의 동시대적 확장과 갱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과들”이라고 밝혔다. 본심은 14일 열린다. 시상식은 다음 달 18일 전남 강진군 강진아트홀에서 열린다. 상금은 3000만 원.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삼면이 막힌 테이블에 휴대전화조차 반입이 금지된 100% 예약제 레스토랑 ‘뱅상 식탁’. 독특한 콘셉트 덕에 인기몰이 중인 이곳에 어느 날 커플 네 쌍이 방문한다. 식사가 한창일 즈음 갑자기 총성이 울리고 “테이블당 한 명만 살 수 있다”는 규칙이 공지된다. 10분 안에 누굴 살리고 누굴 죽일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 입버릇처럼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커플들은 숨겨두었던 진실을 꺼내놓기 시작한다. 최근 나온 스릴러 장편소설 ‘뱅상 식탁’(북다). 극한에 처한 인간들이 본모습을 드러낸다는 설정과 거침없는 전개, 선명한 캐릭터가 마치 레스토랑을 무대로 펼쳐지는 ‘오징어 게임’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설재인 작가(36)는 정작 “피 나오는 드라마는 무서워서 못 본다”고 한다. 설 작가는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나와 5년 반 동안 고교 수학 교사를 지낸 이력이 있다. 그는 “교사를 하면 보통 하루에 200명 정도를 만나게 된다”며 “200개의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을 보게 되는 셈이다. 다양한 성격의 인물을 만들어 내는 데 그때의 경험이 녹아 있다”고 했다. 또한 작가는 “인간의 다중성에 끌린다”고도 했다. 그의 소설에 겉으론 다정다감해 보이지만 내면은 추한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저도 어렸을 때 되게 뒤틀린 면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걸 숨기기 위해 겉으로는 순종하고 착해 보이려고 하는 면도 갖고 있었고요. 인간은 누구나 이런 다중성을 갖고 있다고 봐요.” 소설은 ‘인간의 민낯이란 이런 걸까’ 싶을 만큼 피가 튀고 잔인하다. 설 작가는 “요즘 뉴스를 보면 상상했던 것 이상의 일들이 세상에선 벌어진다”며 “창작자로서 굳이 먼저 필터링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했다. 2023년에 출간한 소설 ‘딜리트’(다산책방)를 쓸 때도 그랬다. 주변에선 교사의 극단적 선택이란 주제가 ‘너무 과장됐다’는 염려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직후 비슷한 실제 사건이 벌어졌다. 설 작가는 “내가 경험해 보지 못했다고 해서 세상에 그런 일이 없다고 단정 짓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많은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며 “이런 일이 실제로 있다고 상상의 지평을 넓혀 주는 게 이런 소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목고 담임교사까지 맡았던 그는 서른 살이던 2019년 별 계획 없이 퇴사했다고 한다. ‘뭘 할까’ 고민하다가 맨땅에 헤딩하듯 소설을 써서 투고했다. “한국에 있는 웬만한 출판사들은 투고 메일을 다 한 번씩 보내본 것 같아요. 50번 넘게 거절당하고 딱 한 군데서 받아준 게 첫 소설 ‘내가 만든 여자들’(카멜북스)이었어요.” 숱한 거절에도 맷집 좋게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설 작가는 “10년 가까이 하고 있는 복싱 덕”이라고 했다. 그는 실제로 2018년 전국신인대회까지 나갔던 복싱 선수였다. 지금도 매일 두세 시간씩 “국가대표를 꿈꾸는 학생들의 샌드백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숱한 거절 메일을 받았을 때도 아무렇지 않았던 이유는 하도 맞아 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씩 웃었다. 설 작가가 정의하는 본인의 정체성도 흥미롭다. 자신을 “원고 노동자”라고 불렀다. 지금까지 한 번도 마감을 어긴 적이 없다고 한다. 2019년 첫 책을 내고 지금까지 소설만 열여덟 권을 펴냈다. ‘뱅상 식탁’을 내고 한 달도 안 돼, 찜질방이 배경인 SF(공상과학)소설 ‘레드불 스파’(한끼)를 내놓기도 했다. “원고 노동자는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마감을 늦지 않고 성실하게 쓰는 것, 지금까지 그거 하나로 살아남았다고 생각해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1970년대 서울 외곽 초등학교 저학년에겐 2부제 수업이 일반적이었다. 한 주는 오전에, 다음 주는 오후에 수업이 진행됐다. 한 교실을 두 학급이 나눠 쓰려다 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불어난 학생 수를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1977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저자의 2부제 수업 경험은 스무 명 남짓한 인원이 수업을 받는 요즘 교실 풍경과는 확연히 다르다. 신간은 1960∼1990년대 서울의 미시사를 들여다본다. 서울시청, 부산시립박물관 등을 거쳐 현재 부산근현대역사관에서일하고 있는 저자가 썼다. 1954년에는 전차 내부를 개조한 ‘전차 교실’이 있었다. 1960년대 초반까지 ‘세계 제일의 콩나물 교실’로 유명했던 동대문구의 한 초등학교는 한 학급에 90여 명이 편성됐다. 신입생들은 운동장에서 3부제 수업을 받았다. 저자는 전쟁의 상처가 가득한 서울에 갓 도착한 60년대의 이주 농민, 새벽마다 연탄을 갈던 70년대의 주부, 만원 버스 틈바구니에 여린 팔로 매달렸던 80년대의 버스 안내양, 콩나물 교실과 학력고사 입시 지옥을 버틴 90년대의 대학생 등 각계각층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거대한 메트로폴리스 서울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욕망하고 발버둥 친 온갖 작은 삶들에서 비롯됐음을 깨닫게 한다. 국가기록원,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보관하고 있던 비공개 자료까지 포함한 115장의 사진 자료는 ‘그때 그 서울’을 더욱 생생히 느끼게 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