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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살, 살면서 처음으로 꿈꾸었던 일이 소설 쓰기입니다. 그 꿈같았던 일이 지금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드디어 현실감 있는 풍경으로 찾아왔습니다.” ‘20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한국 신춘문예 사상 처음으로 100주년을 맞은 올해, 중편소설 부문에서 당선된 김준현 씨(38)는 “고등학생 때 독서실에서 혼자 소설을 읽으면서 충만함에 젖었던 순간이 생생하다”며 “이렇게 멋진 일이면 ‘평생 해야지’ 생각했다. 저는 소설을 쓸 때마다 꿈꾸었던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 씨를 비롯해 단편소설 박진호(37), 시 장희수(33), 시조 류한월(54), 희곡 윤주호(33), 동화 나혜진(23), 시나리오 김민성(50), 문학평론 정의정(28), 영화평론 문은혜(51) 씨까지 총 9개 부문 당선자가 참석해 수상의 기쁨을 함께했다. 당선자들은 단상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박진호 씨는 “‘이런 주제, 이런 시선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다양성을 한 줌이나마 얹을 수 있는 소설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정의정 씨는 “앞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기호들, 텍스트들과 치열하게 대결하며 열심히 읽고 쓰겠다”고 다짐했다. 윤주호 씨는 “희곡은 말을 쓰는 장르이니만큼 제가 조금이라도 잘할 수 있었다면 모두 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준 사람들 덕분”이라고 고마워했다. 장희수 씨는 “일희일비(一喜一悲), 한번 웃었으면 한번 울어도 되고, 한번 울었으면 한번 웃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울거나 웃을 때 글을 쓰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인 작가로서의 당찬 포부도 드러냈다. 김민성 씨는 “동아일보 신춘문예 100주년, 뜻깊은 해에 당선되어 기쁘다”며 “이 설렘과 책임감을 잊지 않고 ‘동아일보 신춘문예 100기 작가’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은혜 씨는 “계속 공부하고, 읽고, 쓰고, 정진해갈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나혜진 씨는 “앞으로도 창의적이고 훌륭한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류한월 씨는 “‘동시조’ 그림책에 도전하겠다”며 “해외에 수출하고 달러도 버는 시조시인이 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심사위원인 최윤 소설가는 “아마 여러분은 언어, 인간, 세상이라는 파도 파도 고갈되지 않는 실체에 매료돼 여기 계신다고 생각한다”며 “여러분을 통해 한국의 문학과 예술이 진실의 말과 고매한 인간성, 아름다움의 역사를 증언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멀리 가시고, 깊이 파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과 심사위원인 최윤 성석제 은희경 소설가, 조강석 문학평론가, 이근배 이우걸 시조시인, 노경실 동화작가, 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 김시무 영화평론가,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 장건재 영화감독, 당선자 가족 및 지인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한강, 황석영, 김주혜, 이희주…. 2025년은 한국 문단과 서점가에 중요한 해다. 지난해 한강 작가(55)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모처럼 불어온 ‘독서 열풍’이 동력을 이어 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전망은 밝은 편이다. 한 작가를 포함해 해외에서 호평받은 소설가들이 새로운 작품으로 ‘금의환향’한다. 국내외 어지러운 세태를 보여 주는 굵직한 신간들도 올해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테러, 정치 양극화에 초점을 맞춘 책들이 독자들을 찾아온다. ● 한강 ‘겨울 3부작’ 이르면 상반기에 한 작가의 신작은 이르면 상반기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작가는 시상식이 끝나고 스웨덴에서 귀국한 뒤 새 작품을 막바지 집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차기작을 출간하는 문학동네 측은 “작가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작별’에 이은 겨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쓰고 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만큼, 원고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겨울 3부작은 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처럼 한 권의 단행본으로 엮일 예정이다.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룬 그간의 장편소설과 달리,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작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작가의 차기작은 번역 출간을 준비 중인 해외 출판사들도 언제 나올지 주목해 왔다. 하지만 연초 발간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올봄엔 황석영 작가(82)의 장편소설 ‘할매’(가제)도 출간된다. 황 작가가 장편을 내는 건 지난해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철도원 삼대’(창비,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창비 관계자는 “원고가 들어오면 4, 5월에는 내려고 한다”고 내다봤다. 신작은 폐허가 된 마을의 600년 넘은 수령의 팽나무가 화자가 돼 이야기를 풀어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작은 땅의 야수들’(다산책방)로 지난해 러시아 최고 권위 문학상 톨스토이문학상을 거머쥔 한국계 미국인 김주혜 작가(38)의 신작 ‘밤새들의 도시’(다산책방)는 6월 국내 번역 출간된다. 완벽을 향해 질주하는 프리마 발레리나의 예술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성소년’(문학동네)으로 영국과 미국에 각각 1억 원대 선인세를 받은 이희주 작가(33)는 전작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장편 ‘성소녀’(문학동네)를 낼 예정이다. 저명한 시인들의 시집도 예정돼 있다. 상반기엔 ‘문단계의 아이돌’ 박준 시인이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문학과지성사) 이후 7년 만에 새 시집을 낸다. 전작 ‘가능주의자’로 문학상을 휩쓴 나희덕 시인도 열 번째 시집을 낸다. 하반기엔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 정호승의 새로운 시집이 찾아온다.● 전쟁과 정치 양극화 조명한 인문서들 올해 나올 인문서들은 세상의 극심한 갈등을 짚은 책들이 눈에 띈다. 미국에서 지난해 3월 출간돼 화제를 모았던 ‘24분’(문학동네)은 북한이 미국 워싱턴DC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벌어질 가상의 핵전쟁 시나리오를 담은 책이다.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오른 애니 제이콥슨이 15년간 대통령 자문위원과 장관, 핵전쟁 엔지니어, 미국 육해공군 관계자 등과 진행한 수백 건의 단독 인터뷰, 기밀 해제된 보안 문서를 토대로 썼다. ‘듄’ 시리즈를 제작한 드니 빌뇌브 감독이 영화화 판권을 사들였다. 바버라 F 월터 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열린책들)를 통해 민주주의 체제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혼란과 사회 분열을 다룬다. 극우주의, 백인우월주의, 증오범죄가 들끓는 미 사회를 독재 국가(autocracy)와 민주주의(democracy) 중간의 무질서 상태인 이른바 ‘아노크라시(anocracy)’로 진단했다. 월터 교수는 아노크라시로 접어든 미국에서 내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우주는 우리 안에도 있습니다. 우리는 별의 물질로 만들어졌습니다.”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이 한 말이다. 책을 읽는 동안 이 말이 그저 비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실제로 지구는 우주와 매일같이 물질과 에너지를 공유하는 열린계(open system)이고, 태양계의 모든 것은 이전 세대에 존재한 행성계의 잔해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보여 주는 증거가 바로 운석이다. 신간은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운석학자가 쓴 ‘운석학 입문서’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지구의 생명과 진화에 근본적 영향을 미친 디딤돌로서 운석을 새롭게 조명한다. 운석과 인간 문명의 오랜 상호작용을 고대 이집트 유물에서 찾아내기도 한다. 천문학과 인류학이 어우러져 쉽고 재밌게 읽힌다. 운석은 수십억 년 동안 지구와 상호작용하며 오늘날의 세계를 형성했다. 대표적인 예가 달이다. 달은 아주 거대한 운석 때문에 생겨났다. 지구에 화성만 한 크기의 원시 행성 테이아가 충돌하면서 지구와 테이아의 규산염 성분(맨틀과 지각의 주요 성분)이 떨어져 나가 준안정 궤도를 돌게 된 게 바로 달이다. 달은 운석 충돌이 지구에 준 선물인 셈이다. 달이 일으키는 조석의 결과, 유기 물질이 농축됐고 초기 생명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달이 없었더라면 지구는 생명이 전혀 살지 않는 따분한 암석 덩어리로 남아 있으리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니 운석이야말로 지구와 인류를 만들어낸 기원이라 할 만하다. 지금도 매일 평균 100t 이상의 운석 물질이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다. 인, 철 같은 물질은 지구 생태계에 필요한 영양소다. 먼 옛날에 생긴 이 암석은 과거의 정보도 담고 있다. 어떤 종류의 운석은 45억 년 전 생성된 이래 한 번도 녹은 적이 없다. 저자는 운석을 오래전 암석이 생성될 무렵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보여 주는 스냅사진이자, 태양계 탄생의 단서를 담고 있는 타임캡슐에 비유한다. 멸종을 초래할 만한 크기가 아니라면 운석은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보물이다. 놀랍게도, 운석이 지구 밖에서 날아왔다는 개념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이라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상학’에서 운석이 큰 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올라간 것이거나, 지구에서 증발된 다양한 물질이 적절한 조건에서 결합한 것이라고 봤다. 당시 우주관에선 달 궤도 밖에 동적인 것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운석은 지구에서 유래한 것이어야만 했다. 이 같은 생각은 아이작 뉴턴까지도 이어졌다. 운석이 지구 밖 우주에서 왔다는 주장이 정설로 자리 잡기까지 제기된 이론적 반박과 오해, 재반박은 근대 과학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저자는 운석 연구를 ‘우주 법의학’에 빗댄다. 태양계 생성이라는 사건의 목격자가 바로 운석이라는 관점이다. 운석을 연구하는 사람은 운석을 작은 조각으로 자르고, 산으로 녹이고, 고속 레이저를 쏘면서 이 목격자를 심문하고, 알고 있는 정보를 털어놓게 한다. 막 태어나 불안정한 단계의 태양에 대해선 “어린 태양은 신경질적이고 다루기 힘든 아이였다”며 ‘미운 200만 년’이라고 표현한다. 무엇보다 책을 읽다 보면 태양계의 모든 것은 과거 행성계의 잔해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됐고, 나는 어떻게 다시 우주의 먼지로 돌아가게 될까. 우주를 생각하면 담대해진다. 새해에 펼쳐볼 만하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이곳 풍속에 사람들이 뱀을 몹시 두려워해 신이라 받들고, 뱀을 보면 주문을 외우며 감히 쫓아내거나 죽이지 않는다.” 조선 중기 문신으로 제주에서 유배 생활을 한 김정(1486∼1521)이 ‘제주풍토록’에 쓴 글이다. 뱀만큼 긍정과 부정의 이미지가 엇갈리는 동물이 또 있을까. 뱀의 생김새와 공격적인 성향, 치명적인 독은 오랫동안 인간에게 본능적인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뱀이 허물을 벗고 성장하는 모습, 겨우내 죽은 듯 사라졌다가 봄에 다시 깨어나는 모습은 경이로 받아들여졌다. 2025년 뱀의 해인 을사년(乙巳年)을 맞아 ‘뱀의 문화사’를 살펴봤다.● “재물 지키는 수호신” 지혜와 풍요의 상징뱀은 십이지(十二支) 가운데 여섯 번째 동물로 영리함과 지혜를 상징한다. 사시(巳時)는 오전 9∼11시에 해당하며, 방위는 남남동쪽이다. 민간 신앙에서 뱀은 집안의 재물을 지키는 ‘업신(業神)’으로 대접받았다. 천진기 국가유산청 무형유산위원회 위원장은 “뱀은 집안의 재물인 곡식을 훔쳐 먹는 쥐를 주로 잡아먹는다. 인간과 먹이사슬의 경쟁자인 쥐를 퇴치하는 이로운 존재”라며 “민가에선 재물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대접받았다”고 설명했다. 뱀은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고, 구불구불한 몸으로 이곳저곳을 오가며, 한 번에 10여 개의 알을 낳는다. 이에 강한 생명력과 풍요로움을 상징하기도 했다. 고구려 무덤 삼실총(三室塚)의 세 번째 방 동벽과 남벽엔 ‘교사도(交蛇圖)’가 그려져 있다. 두 마리 뱀이 마주 보고 얽혀 있는 모습이다. 서로 꼬리를 휘감되 배 부분이 떨어져 있고, 다시 가슴 부분에서 얽혀서는 머리가 맞보고 있는 형상이다. 이는 자연 생태계에서 뱀이 짝짓기할 때 모습과 같다. 무덤에 뱀 그림을 그려 넣은 건 불사(不死), 재생을 바라는 인간의 염원이 담겼다. 죽은 듯 겨울잠을 자다가 봄에 다시 살아나는 뱀은 부활과 영생을 의미했다. 사신도(四神圖)에서 북방의 수호신인 현무는 뱀과 거북이 합체한 모습이기도 하다. 신라 시대엔 뱀이 개구리 뒷다리를 물고 있는 모양의 토우를 무덤에 껴묻거리(부장품)로 넣기도 했다. 삼국유사에도 자주 등장한다. 혁거세왕과 왕후를 장사 지내려고 하는데 “큰 뱀이 쫓아와 방해하므로 오체(五體)를 각각 장사 지냈다”는 기록도 있다. 김수로왕의 묘에서 도적들이 금옥(金玉)을 훔치려고 하자 “30여 척이나 되는 큰 뱀이 번개 같은 안광(眼光)으로 사당 곁에서 나와 8, 9명의 도적을 물어 죽였다”고도 나온다.● 아스클레피오스 지팡이의 뱀 조각국내뿐 아니다. 중국 문화는 창조 신화부터 뱀과 관련이 깊다.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복희와 여와는 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뱀의 모습으로 묘사됐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료 및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가 가지고 다니는 지팡이는 뱀 한 마리가 감겨 있는 형태다. 이 지팡이는 서양에서 의료, 의술을 상징했다. 오늘날 세계보건기구(WHO)의 문장이나 군의관 배지에도 뱀이 감긴 도안이 있다. 유럽의 병원과 약국의 문장(紋章)에 치료의 신, 의술의 신인 ‘뱀’이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역대 을사년엔 중요한 역사적 사건도 발생했다. 이순신 장군이 탄생(1545년)했으며 을사늑약(1905년)과 한일 기본조약(1965년)이 체결됐다. 을사년 뱀띠 해를 맞아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선 세계 문화 속 뱀에 얽힌 상징과 의미를 소개하는 특별전 ‘만사형통(萬巳亨通)’을 3월 3일까지 선보인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이제 어디 가서도 ‘나 작가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걸 채운 느낌입니다.” 한국 언론 최초로 100주년을 맞은 20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시나리오 부문에 당선된 김민성 씨(50)는 둘째 아이를 유치원에서 데려오던 길에 당선 전화를 받았다. 처음엔 모르는 번호라 받지도 않았다. ‘신춘문예입니다’라는 문자를 보고서야 전화를 걸었다. 당선 소식을 들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김 씨는 대학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하고 2008년부터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대본 작업을 해왔다. 두 차례 각색 경험 외에 영화화된 시나리오를 써본 적이 없어 어디 가서 ‘작가’라고 말할 때 스스로 버겁다는 생각을 했단다. 스스로 임계점에 도달했다 싶을 무렵 들려온 당선 소식은 벅찼다. 하지만 이내 그는 지난해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잠시 먹먹해졌다. “살아 계셨으면 집 벽을 신문으로 도배하셨을 거예요. ‘아버지, 저 동아일보 신춘문예 됐어요!’ 이러면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건데…. 하늘나라에서 아버지가 봐주셔서 된 거죠.” 올해 100주년을 맞은 동아일보 신춘문예의 2025년 당선자 9명이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 모였다. 중편소설 김준현(38), 단편소설 박진호(37), 시 장희수(33), 시조 류한월(54), 희곡 윤주호(33), 동화 나혜진(23), 시나리오 김민성, 문학평론 정의정(28), 영화평론 문은혜 씨(51)가 주인공. 동아일보는 1925년 국내 최초로 신춘문예를 시작한 이래 첫해 윤석중을 시작으로 황순원(1933년), 서정주, 김동리(1936년) 등 기라성 같은 문인들을 배출해왔다. 올해 당선자들은 한국 신춘문예 100년 역사의 새로운 주인공이기도 하다. 당선자 중에는 한 우물만 판 끝에 7전 8기로 당선된 이가 있는가 하면 다른 장르에 도전해 새로운 길을 찾은 사람도 있다. 시 당선자 장희수 씨는 문학과 무관한 생업에 종사하면서 8년째 신춘문예 시 부문에 응모했다. ‘이 길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지만 매년 날씨가 쌀쌀해지는 9, 10월이 되면 ‘이걸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난 할머니에 대해 쓴 시 ‘사력’으로 당선됐다. 장 씨는 “가족을 소재로 시를 써본 게 처음인데 이런 감사한 소식을 듣게 됐다”며 “아무래도 시가 되는 것들은 기쁨과 거리가 멀지만 그럼에도 시를 쓰는 건 기쁨”이라고 말했다. 중편소설 당선자 김준현 씨는 앞서 시, 동시, 평론으로 데뷔한 다관왕이다. 그는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처음 등단했다. 시를 쓰고 창작 강의를 하면서도 마음 한편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품었던 소설가의 꿈이 남아 있었다. 그는 “가장 오래된 꿈으로 돌아온 것 같다”며 “다른 장르로 넘어갈 때, 그리고 다시 돌아올 때 새로 겪어야 하는 저항감 같은 것이 제겐 큰 동력이 된다. 저항이 생길 때 ‘제대로 쓰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 시조 당선자 류한월 씨도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 성과를 거둔 사례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인 그는 처음엔 미문(美文)을 쓰고 싶은 마음에 시를 쓰다가 시조에 관심을 갖게 됐다. 류 씨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보니 제약이 있을 때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 글자 수 제한이 있는 시조를 쓸 때 가장 궁합이 잘 맞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자잘한 실패들을 많이 해보면 해본 것 중에 느낌이 오는 것이 있다. 너무 조심하면서 한 방에 이루려 하지 말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류 씨는 앞으로 아이들을 위한 ‘동시조’ 그림책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학 국문과 시간강사인 문은혜 씨는 처음 응모한 영화평론이 당선됐다. 매년 겨울이면 신춘문예 생각이 났지만 ‘너무 나이가 많은 게 아닐까’ 싶어 주저하다가 첫 응모에 덜컥 당선의 영광을 안은 것. 그는 “어떤 한계 때문에 자꾸 스스로 가두려 하지 말고 그냥 가볍게, 캐주얼하게 해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씨는 앞으로 2, 3년 안에 글을 모아 영화평론집을 내는 게 목표다. “그때쯤이면 저에 대해 더 정확히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제 안에 무궁무진한 게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올해 최연소 당선자로 동화를 쓴 나혜진 씨는 대학 시절 내내 학교 바로 옆 유치원을 오가며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올 2월 졸업 예정인 그는 “오랫동안 쓴 선배 작가님들의 노하우를 따라갈 순 없겠지만 요즘 세대에 맞춰 글을 쓰고 아이디어를 내는 건 제가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도시설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건축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단편소설 당선자 박진호 씨는 “본업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내고 싶다”며 “좋은 기회가 왔으니 최대한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건축 업무를 하는 와중에도 매일 2시간씩 책상에 앉아 글을 썼다. 희곡 당선자 윤주호 씨는 “희곡은 공연화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글이다 보니 무대에서 구현될 기회를 계속 찾아야 한다”며 “신춘문예는 앞으로 계속 써나갈 수 있는 힘을 제게 주었다”고 말했다. 윤 씨는 방송국 예능 PD를 거쳐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재학 중이다.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문학평론 당선자 정의정 씨는 앞으로 논문이든 평론이든 부모님도 읽을 수 있도록 최대한 쉽고 재밌게 쓰고 싶다고 했다. “제게 문학평론을 한다는 건 세상 평론과 비슷합니다. 좀 더 높은 해상도로 세상을 읽는 수단입니다. 계속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하려고 공부하겠습니다.”희곡, 시나리오, 문학평론, 영화평론, 중편소설 당선작 전문은 동아일보 신춘문예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이제 어디 가서도 ‘나 작가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걸 채운 느낌입니다.”한국 언론 최초로 100주년을 맞은 20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시나리오 부문에 당선된 김민성 씨(50)는 둘째 아이를 유치원에서 데려오던 길에 당선 전화를 받았다. 처음엔 모르는 번호라 받지도 않았다. ‘신춘문예입니다’라는 문자를 보고서야 전화를 걸었다. 당선 소식을 들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김 씨는 대학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하고 2008년부터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대본 작업을 해왔다. 두 차례 각색 경험 외에 영상화된 시나리오를 써본 적이 없어 어디 가서 ‘작가’라고 말할 때 스스로 버겁다는 생각을 했단다. 스스로 임계점에 도달했다 싶을 무렵 들려온 당선 소식은 벅찼다. 하지만 이내 그는 지난해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잠시 먹먹해졌다. “살아계셨으면 집 벽을 신문으로 도배하셨을 거예요. ‘아버지, 저 동아일보 신춘문예 됐어요!’ 이러면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건데…. 하늘나라에서 아버지가 봐주셔서 된 거죠.”올해 100주년을 맞은 동아일보 신춘문예의 2025년 당선자 9명이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 모였다. 중편소설 김준현(38), 단편소설 박진호(37), 시 장희수(33), 시조 류한월(54), 희곡 윤주호(33), 동화 나혜진(23), 시나리오 김민성, 문학평론 정의정(28), 영화평론 문은혜(51) 씨가 주인공. 동아일보는 1925년 국내 최초로 신춘문예를 시작한 이래 첫해 윤석중을 시작으로 황순원(1933년), 서정주, 김동리 (1936년)같은 기라성 같은 문인들을 배출해왔다. 올해 당선자들은 한국 신춘문예 100년 역사의 새로운 주인공이기도 하다.당선자 중에는 한 우물만 판 끝에 7전 8기로 당선된 이가 있는가 하면 다른 장르에 도전해 새로운 길을 찾은 사람도 있다. 시 당선자 장희수 씨는 문학과 무관한 생업에 종사하면서 8년째 신춘문예 시 부문에 응모했다. ‘이 길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지만 매년 날씨가 쌀쌀해지는 9, 10월이 되면 ‘이걸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난 할머니에 대해 쓴 시 ‘사력’으로 당선됐다. 장 씨는 “가족을 소재로 시를 써본 게 처음인데 이런 감사한 소식을 듣게 됐다”며 “아무래도 시가 되는 것들은 기쁨과 거리가 멀지만 그럼에도 시를 쓰는 건 기쁨”이라고 말했다.중편소설 당선자 김준현 씨는 앞서 시, 동시, 평론으로 데뷔한 다관왕이다. 그는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처음 등단했다. 시를 쓰고 창작 강의를 하면서도 마음 한편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품었던 소설가의 꿈이 남아 있었다. 그는 “가장 오래된 꿈으로 돌아온 것 같다”며 “다른 장르로 넘어갈 때, 그리고 다시 돌아올 때 새로 겪어야 하는 저항감 같은 것이 제겐 큰 동력이 된다. 저항이 생길 때 ‘제대로 쓰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시조 당선자 류한월 씨도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 성과를 거둔 사례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인 그는 처음엔 미문(美文)을 쓰고 싶은 마음에 시를 쓰다 시조에 관심을 갖게 됐다. 류 씨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보니 제약이 있을 때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 글자 수 제한이 있는 시조를 쓸 때 가장 궁합이 잘 맞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자잘한 실패들을 많이 해보면 해본 것 중에 느낌이 오는 것이 있다. 너무 조심하면서 한방에 이루려 하지 말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류 씨는 앞으로 아이들을 위한 ‘동시조’ 그림책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대학 국문과 시간강사인 문은혜 씨는 처음 응모한 영화평론이 당선됐다. 매년 겨울이면 신춘문예 생각이 났지만 ‘너무 나이가 많은 게 아닐까’ 싶어 주저하다가 첫 응모에 덜컥 당선의 영광을 안은 것. 그는 “어떤 한계 때문에 자꾸 스스로 가두려 하지 말고 그냥 가볍게, 캐주얼하게 해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씨는 앞으로 2, 3년 안에 글을 모아 영화평론집을 내는 게 목표다. “그때쯤이면 저에 대해 더 정확히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제 안에 무궁무진한 게 많다고 생각하거든요.”올해 최연소 당선자로 동화를 쓴 나혜진 씨는 대학 시절 내내 학교 바로 옆 유치원을 오가며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올 2월 졸업 예정인 그는 “오랫동안 쓴 선배 작가님들의 노하우를 따라갈 순 없겠지만 요즘 세대에 맞춰 글을 쓰고 아이디어를 내는 건 제가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도시설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건축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단편소설 당선자 박진호 씨는 “본업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내고 싶다”며 “좋은 기회가 왔으니 최대한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건축 업무를 하는 와중에도 매일 2시간씩 책상에 앉아 글을 썼다.희곡 당선자 윤주호 씨는 “희곡은 공연화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글이다 보니 무대에서 구현될 기회를 계속 찾아야 한다”며 “신춘문예는 앞으로 계속 써나갈 수 있는 힘을 제게 주었다”고 말했다. 윤 씨는 방송국 예능 PD를 거쳐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재학 중이다.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문학평론 당선자 정의정 씨는 앞으로 논문이든 평론이든 부모님도 읽을 수 있도록 최대한 쉽고 재밌게 쓰고 싶다고 했다. “제게 문학평론을 한다는 건 세상 평론과 비슷합니다. 좀 더 높은 해상도로 세상을 읽는 수단입니다. 계속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하려고 공부하겠습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한강(Han Kang).” 10월 10일 오후 8시 스웨덴 한림원에서 들려온 두 음절 단어에 세계가 들썩였다.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 한강(54·사진)이 지명된 순간이었다. 한국인 첫 노벨 문학상 수상이자 123년 노벨 문학상 역사상 첫 아시아 여성 수상이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수상’이었다. 한림원은 수상자 선정 이유에 대해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밝혔다. 한 작가의 평생에 걸친 작품 세계에 헌정하는 의미를 가진 노벨 문학상을 50대 작가가 수상한 것 역시 이례적이었다. 2024년 한국인 첫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강 효과’라 불릴 법한 문학 열풍을 불러왔다. 한강 작품은 노벨 문학상 수상 닷새 만에 100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 대표작 중 하나인 ‘소년이 온다’는 지난 10년간 종합베스트셀러 중 가장 높은 연간판매 기록을 세우며 새로운 ‘문학의 시대’를 열었다. 젊은 층에서는 ‘한강 필사’ ‘텍스트 힙(text hip·글쓰기 열풍)’이 인기를 얻었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K팝, K무비 등으로 세계를 휩쓴 ‘K컬처’의 또 다른 전성기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한강은 이달 10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해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에게서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상 시상식의 상징인 ‘블루카펫’ 위에 서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장면은 비상계엄과 뒤따른 국정 혼란으로 얼룩진 연말에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안겨줬다. 한국 문학을 넘어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 인정이자 경사였다.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서 밝힌 수상 소감에서 그는 필연적으로 온기를 품으며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하는 문학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사람들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서로를 연결해준다”며 “문학을 읽고 쓰는 일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들의 반대편에 서 있다”고 말했다.● 한국 문화의 도약, 지역성 한계 넘어 세계로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주변부에 머물던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중심에 진입했다는 자부심과 위상 변화를 갖게 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그간 지역 문학의 한계로 여겨진 광주 5·18, 제주 4·3 등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그의 작품이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상처 입는 인간이라는 인류의 공통 화두를 탁월하게 형상화”(문학평론가 정여울)했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소년이 온다’(2014년)에서는 광주 5·18민주화운동, ‘작별하지 않는다’(2021년)에서는 제주4·3사건을 배경으로 인간의 폭력성과 그로 인한 상처를 아름답고 집요한 방식으로 헤집으며 보편성을 획득했다. 문학평론가 정과리 연세대 명예교수는 “한국 문학이라고 하는 하나의 복합체가 세계 문학에 진입을 하게 된 셈”이라며 “각 작가들의 작품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한국 문학의 고유성과 다양성을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설가 최진영은 “한국어를 쓰는 작가와 독자들에게 이번 수상은 엄청난 응원이자 격려가 됐다”고 말했다. 한강은 비상계엄 사태 이틀 만인 이달 5일 노벨 문학상 시상식 등 노벨위크 참여를 위해 스웨덴으로 출국하는 바람에 외신 등으로부터 관련된 질문 공세를 받기도 했다. 그는 “모두들 그러셨을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강압의 과거로 돌아가지 않길 바란다”라면서도 “이번 일로 시민들이 보여준 진심과 용기에 감동했다.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필사 열풍’ ‘텍스트힙’… 새해 신작 발표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인해 올 한 해 한국 문학은 신드롬급의 관심을 받았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등에서 하루 만에 한강의 작품이 30만 부 넘게 판매됐고 닷새 만에 100만 부를 돌파했다. 영국 미국 프랑스 등지에서도 책이 품절되는 등 해외에서도 한강 열풍이 일었다. 젊은 세대의 글쓰기 열풍인 이른바 ‘텍스트 힙(text hip)’을 이끌기도 했다. 문학평론가 우찬제 서강대 국문과 교수는 “노벨 문학상을 계기로 독자들이 한강을 읽었던 경험이 한국 독서문화의 수준을 높이고 독서의 깊이를 깊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새해에도 반가운 소식이 준비돼 있다. 이르면 새해 초 한강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강은 이달 12일 스톡홀름에서 노벨상 시상식 관련 모든 일정을 마친 뒤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가 글을 쓰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작가는 ‘겨울 3부작’의 마지막 경장편을 집필하고 있다. 작가는 줄곧 “이제 따뜻하고 밝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쳐 왔다. 신작에 그런 내용을 담을 것이란 것이 출판계의 전망이다. 이번 작품이 공개되면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2018년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한 ‘작별’ 과 이어지는 연작소설 형태가 완성된다.작가로서의 전성기가 많이 남은 만큼 앞으로 그의 작품 활동은 더 큰 기대를 품게 한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듯 한강은 노벨 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이렇게 밝혔다. “나는 느린 속도로나마 계속 쓸 것입니다. 지금까지 쓴 책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것입니다. 어느 사이 모퉁이를 돌아 더 이상 과거의 책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삶이 허락하는 한 가장 멀리.”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그룹 빅뱅 출신 탑(본명 최승현·사진)이 ‘오징어 게임’ 시즌 2의 홍보에 뒤늦게 가세했다. 마약 전과로 논란이 된 탑은 앞서 국내외 홍보 행사에선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탑은 25일 인스타그램에 “Squid Game 2(오징어 게임 2) D-1”이라는 글과 함께 드라마 속 캐릭터 영희 피규어 등을 올렸다. 넷플릭스에서 보낸 것으로 보이는 “다시 게임에 참여하세요. 2024. 12. 26”이라는 문구가 적힌 초대장도 공개했다. 탑은 대마 흡연 혐의로 2017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오징어 게임 2 캐스팅 사실이 알려진 이후 논란이 커졌고 제작 발표회나 공식 포스터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황동혁 감독은 8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왜 이 작품을 해야 했는지 결과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겠다 싶어 철회하지 않고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고정적인 거처 없이 100만 원 주고 산 중고차에서 어렵게 생활하던 우중이 ‘너머 수목장’에 취업한다. 건달 생활을 하던 팀장 도현, 우중과 동갑내기인 소미의 상황도 막막하긴 매한가지다. 어울림에 서툴던 이들은 너머 수목장에서 부대끼며 점차 마음을 열어간다. ‘인간은 흙으로 돌아간다’는 잊고 살기 쉬운 진리를 매순간 되새기게 되는 이곳에서. 수목장 업체에서 일하는 세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길 너머의 세계’(은행나무)를 펴낸 소설가 전민식(59·사진)은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한 번이라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있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다. 작가는 2018년 경기 안산시 대부도의 한 수목장 업체에서 8개월간 일했다. 수목장 업체를 운영하는 지인 제안으로 인근에 머물며 일하고 소설 쓰기를 병행했다. 어떤 날은 찾아오는 이가 한 명도 없고 많아야 서너 팀이 방문하는 외진 곳이었다. 장례지도사 자격증이 있는 젊은이들조차 분말이 된 유골을 맨손으로 만져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손사래를 치고 떠났다. 그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100명의 유골을 수습했다. 그는 “나라고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이 특별한 건 아닌데 특별히 죽음을 삶과 분리해서 바라보지 않아서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작가에게 골분은 단순한 물질 이상이었다. 만질 때면 사람의 숨결이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그가 ‘질량 불변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을 믿는다고 했다. “70kg 몸을 화장했다면 그 몸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물질로 변환이 됐다고 보는 거죠. 연기든 뭐든. 우주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섭리 같아요. 화장한 나머지 것들이 어딘가로 흩어지거나 전달됐을 거라고 봐요.” 작가의 실제 경험은 소설 속 디테일로 살아났다. 30분에 걸친 수목장 절차를 상세히 묘사한다. 지름 30cm가량의 잔디를 떼어내고 땅속으로 한쪽 팔길이까지 파 내려간 다음 벽을 다듬는다. 원기둥의 꼴이 갖추어지면 한지를 넣어 흙과 벽을 가린다. 그 안에 유골을 붓고 모래와 섞는다. 유골을 모래와 섞는 건 뼛가루가 돌덩이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온전히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소설 속 너머 수목장에서는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파도를 건너온 노을이 반송에 매달린 명패들을 흔들었다” “잡다한 세상을 깨끗하게 지워버린 끝모를 바다” 등에서처럼 산다는 것의 막막함과 유한한 존재로서 느끼는 서글픔, 무한한 자연이라는 테마는 소설 속에서 다양하게 변주된다. “장례식장에 가면 늘 그런 생각을 해요. 없어지는 게 아니고 어딘가에 무엇으로든 존재할 거라는 생각. 그러니까 ‘그때 보자’는 생각. 울면서 보내는 게 아니라 웃으면서 보내야 한다는 생각요. 이 생각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책 읽는 산타 버스예요. 어서오세요. 저는 책 할아버지예요.” 16일 오전 11시 경기 안성시 동신초등학교. 학교 운동장 옆 주차장에 세워진 ‘책 읽는 버스’로 4학년 학생들 10여 명이 달려왔다. 45인승 버스를 개조한 이 이동형 도서관에는 1000여 권의 책들이 빼곡히 차 있었다. 이곳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의 김수연 대표(78). 김 대표는 1987년 도서관 만들기 운동을 시작해 올해까지 전국의 문화 소외지역에 387개 도서관을 조성했다. 올 한 해에만 전남 완도군, 강원 평창군 등 9곳에 새 도서관을 짓거나 기존 노후 도서관을 리모델링했다. 2005년부터는 도서관이 없는 농어촌 마을에 이동형 도서관으로 개조한 ‘책 읽는 버스’를 타고 직접 찾아갔다. 마라도, 연평도 등을 포함해 연평균 책 읽는 버스 출동 건수만 144회에 달한다. 문화시설이 부족한 곳에 도서관을 짓거나 이동도서관을 운행한 지 벌써 37년이 된 것. 그런 ‘책 읽는 버스’는 12월이면 ‘산타 버스’로 진화한다. 운전석에 산타 복장을 전시해두고 창가와 천장 곳곳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았다. 뒷자리엔 선물상자도 뒀다. 김 대표는 ‘책 할아버지’로 변신해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준다. 이날 그는 아이들에게 읽어줄 그림책 ‘책벌레 링컨이 대통령이 되었어요!’(생명의말씀사)와 1996년 노벨상을 받은 피터 도허티 호주 멜버른대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손에 들고 있었다. 손에 책을 쥐기보다 스마트폰이 익숙한 요즘 아이들. 김 대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독서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우리가 아는 길을 가면 무섭지도 않고 두렵지도 않잖아. 근데 모르는 길을 가면 어때? 긴장되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 마찬가지로 책을 읽으면 내가 인생을 살아본 것 같은 생각으로 여유를 갖고 살 수 있어. 여유를 가지고 사는 게 행복이거든. 그래서 책을 봐야 해.” 아이들을 위한 독서 운동에 투신한 것은 사연이 있다. 그의 둘째 아들은 만 6세 때 사고로 세상을 먼저 떴다. “아들이 책을 좋아했는데 아직 책 읽을 나이가 안 됐다고 봐서 ‘학교 들어가면 잔뜩 사주겠다’고 미뤘었다. 그게 평생 한이 된다. 이렇게 아이들을 만나러 올 때면 그 속에서 아들을 본다.” 그는 이후 목사가 됐고, 독서 운동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책 속에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와 지혜, 기술이 들어 있다”며 “책을 읽고 습득하고 내 삶에 적용하면 지혜와 여유가 생기고, 여유는 행복을 만들어 주니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김 대표는 탈무드, 명심보감, 논어, 도덕경을 손바닥 크기 포켓북으로 제작해 주요 행사마다 들고 다니며 나눠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휴대하기 좋은 책을 들고 다니며 독서 습관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대인 가정에선 잠들기 전 ‘10분 독서’를 철칙으로 여깁니다. 유대인이 전 세계 인구의 약 0.2%밖에 안 되는데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결국 어릴 때부터 익힌 독서의 힘이 아닐까요.”안성=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우리나라 웹툰 독자들이 올해 가장 즐겨 본 작품으로 무협 웹툰 ‘화산귀환’(사진)이 꼽혔다. 15일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만화·웹툰 이용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웹툰 이용자 34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즐겨 보는 웹툰 1위 자리에 ‘화산귀환’(10.4%)이 올랐다. 2021년부터 같은 조사에서 3년 연속으로 1위에 꼽혔던 ‘외모지상주의’(10.1%)는 2위로 밀렸다. ‘신혼일기’(5.5%), ‘나 혼자만 레벨업’(4.5%), ‘김부장’(4.1%), ‘전지적 독자 시점’(3.9%), ‘신의 탑’(3.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화산귀환’은 화산파 고수 청명이 사망했다가 100년 뒤 다시 환생해 몰락한 자신의 문파를 재건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웹툰 이용자의 73.3%가 즐겨 보는 웹툰 작품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이 75.6%로 여성(70.8%)보다 다소 높았고, 연령별로는 20대가 88.7%로 가장 높았다. 이어 10대(86.6%)와 30대(85.3%)가 잇따랐다. 즐겨 보는 웹툰 장르로는 ‘액션’이 응답자의 38.8%로 가장 높았고 이어 ‘판타지’(32.9%), ‘로맨스 판타지’(30.9%), ‘코믹·개그’(28.1%) 등의 순서를 보였다. 이 조사는 올해 5월 20일부터 한 달간 웹툰을 2∼3개월에 1회 이상 본 10∼69세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됐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를 기울여서 듣는 과정 자체가 결국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11일(현지 시간) 스웨덴의 한 출판사에서 열린 국내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소설가 한강(54)은 글쓰기에서 믿음과 희망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글을 쓰려면 최소한의 믿음은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어가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같다”면서 “아주 개인적으로 보이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작은 최소한의 언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쓰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가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이해하는 진입로가 되기를 바란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소년이 온다’를 쓰고 나서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늘 있었다. 그렇게 말씀드렸던 이유는 이 소설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고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며 “(분량이) 얇으니까 광주를 이해하는 데 진입로 같은 것이 돼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었다”고 했다. 다만 한강은 최근 한국의 비상계엄 후 혼란 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5일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까지 뉴스로 상황을 접했는데 여기 도착한 뒤로 일이 너무 많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그래서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파악이 잘 안 된 상태여서 돌아가서 업데이트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앞서 한강은 6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선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강 책을 읽는 순서’를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한강은 “한국 독자에게는 처음이 ‘소년이 온다’이면 좋을 것 같고,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어서 읽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뒤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린이 테마파크 ‘유니바켄’을 찾은 일도 들려줬다. “(스웨덴 체류 중) 딱 세 시간 정도 자유 시간이 있었는데, 그곳을 추천받아 갔어요. 그 얘기를 유니바켄 측에서 들으셨는지 저에게 평생 무료 이용권을 주셨어요.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인 선물이었어요.” 한강은 12일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낭독회로 노벨상 공식 일정을 마친다. “이제 저는 일상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열심히 신작을 쓰겠습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를 기울여서 듣는 과정 자체가 결국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11일(현지 시간) 스웨덴의 한 출판사에서 열린 국내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소설가 한강(54)은 글쓰기에서 믿음과 희망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글을 쓰려면 최소한의 믿음은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어가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같다”면서 “아주 개인적으로 보이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작은 최소한의 언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쓰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가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이해하는 진입로가 되기를 바란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소년이 온다’를 쓰고 나서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늘 있었다. 그렇게 말씀드렸던 이유는 이 소설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고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며 “(분량이) 얇으니까 광주를 이해하는 데 진입로 같은 것이 돼주지 않을까하는 바람도 있었다”고 했다. 다만 한강은 최근 한국의 비상계엄 후 혼란 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5일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까지 뉴스로 상황을 접했는데 여기 도착한 뒤로 일이 너무 많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그래서 어떤 말을 해야하는 지 파악이 잘 안된 상태여서 돌아가서 업데이트를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앞서 한강은 6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선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강 책을 읽는 순서’를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한강은 “한국 독자에게는 처음이 ‘소년이 온다’이면 좋을 것 같고,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어서 읽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뒤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린이 테마파크 ‘유니바켄’을 찾은 일도 들려줬다. “(스웨덴 체류 중)딱 세 시간 정도 자유 시간이 있었는데, 그곳을 추천받아 갔어요. 그 얘기를 유니바켄 측에서 들으셨는지 저에게 평생 무료 이용권을 주셨어요.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인 선물이었어요.” 한강은 12일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낭독회로 노벨상 공식 일정을 마친다. “이제 저는 일상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열심히 신작을 쓰겠습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소설가 한강(54)은 10일 ‘2024 노벨상 시상식’이 열린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각별한 환대와 ‘선물’도 받았다. 스웨덴의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으로부터 직접 노벨 문학상 메달과 증서(diploma·사진)를 받은 것이다. 한강이 받은 금메달은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얼굴이, 뒷면에는 한강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모든 노벨상 수상자들이 증서를 받는데 문학상은 다른 증서들과 달리 특별하다. 양의 가죽을 넓게 펴서 약품 처리를 해 만든 ‘양피지(羊皮紙)’로 만들어졌기 때문. 올해 문학상 증서에는 ‘스웨덴 한림원(SVENSKA AKADEMIEN)’과 노벨의 이름 아래 한강의 영문 이름이 특별한 서체의 금색으로 새겨졌다. 간혹 수상자의 특성을 반영한 삽화가 들어가는 것도 있으나, 한강의 증서에는 별도의 삽화가 담기지는 않았다. 지난해 문학상을 받은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증서도 삽화가 없는 양식이었다. 노벨상 상금은 노벨 재단이 운영하는 기금의 수익에 따라 약간씩 변동되는데 올해의 경우 1100만 크로나(약 14억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약 1시간 10분 동안 진행된 시상식은 한 편의 잘 준비된 클래식 공연을 보는 것 같았다. 한강을 비롯한 수상자들이 입장할 때는 모차르트의 행진곡이 울려 퍼졌고, 시상 사이마다 음악이 흘러나왔다. 스톡홀름=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문학 작품을 읽고 쓰는 행위는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입니다. 이 문학상의 의미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10일(현지 시간)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서 한강은 이렇게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유지한다”면서 생명의 중요성과 이를 파괴하는 행위를 비판한 것. 이날 연회는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노벨상 연회는 노벨상 수상자를 축하하기 위해 일주일간 열리는 노벨 주간의 하이라이트 행사로 꼽힌다. 이날 오후 7시에 시작된 연회는 국왕과 총리, 스웨덴 한림원 등 수상자 선정 기관 관계자 등 1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연이 펼쳐지며 4시간에 걸쳐 진행됐다.한강은 이날 연회에 스웨덴 국왕의 사위인 크리스토퍼 오닐과 함께 연회장에 입장한 뒤 안드레아스 노를렌 국회의장,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등과 함께 중앙 메인 테이블에 앉았다. 국왕과는 대각선으로 마주 보는 자리였다. 연회의 대미는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 발표였다. 세 가지 코스요리가 마련된 만찬의 후반부에 행사 진행자가 수상자들의 소감을 청했고 한강은 네 번째 순서로 4분가량 수상 소감을 영어로 밝혔다. 그는 “여덟 살이었던 어느 날 주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어찌나 거세던지, 건물 처마 밑에 아이들 두어 명씩 몰려들어 몸을 피했다”며 “건너편 건물에도 비슷한 처마가 있었는데, 그곳에도 작은 무리가 비를 피하며 서 있었다. 마치 거울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한강은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내 곁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는 이 사람들 모두, 그리고 건너편의 사람들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이라며 “수많은 1인칭 시점의 존재를 경험한 놀라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글을 읽고 쓰며 보낸 시간 동안 그 순간의 경이로움을 수없이 다시 체험했다”며 “언어라는 실을 따라 다른 마음의 깊은 곳에 들어가고 다른 이의 내면과 만나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강은 “이 세상에서 우리가 잠시 머무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인간으로 남아 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어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구성됐는지 묻고, 이 행성에 사는 생명체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강은 “(이런) 우리를 서로 연결하는 것은 언어”라면서 언어와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강은 연회에 앞서 오후 4시경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해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은 시상에 앞서 5분간 한강 작품을 소개했다. 그는 “한강의 글에서는 하양과 빨강, 두 색이 만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흰색은 그녀의 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눈(雪)으로 화자와 세상 사이 보호막을 긋는 역할을 하지만, 슬픔과 죽음의 색”이라며 “(그 대신) 빨간색은 삶을 대변한다. 그러나 고통과 피, 칼로 깊게 베인 상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죽은 자, 강탈된 자, 사라진 자들과 어떻게 관계해야 하는가?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빚지는가?’ 하양과 빨강은 한강이 그녀의 소설을 통해 되짚는 역사적 경험을 상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강의 작품이 “형언할 수 없는 잔혹성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시상식이 이어졌다. 구스타프 국왕이 메달 및 증서를 수여하며 악수를 건네다 메달 케이스 뚜껑이 갑자기 닫히자 한강이 놀라는 표정을 짓다 활짝 웃어 보이는 해프닝도 있었다. 탁, 소리가 홀에 퍼질 정도로 크게 나자 객석에서도 웃음이 터졌다.스톡홀름=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소설가 한강(54)은 10일 ‘2024 노벨상 시상식’이 열린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각별한 환대와 ‘선물’도 받았다. 스웨덴의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으로 직접 노벨 문학상 메달과 증서(diploma)를 받은 것이다. 한강이 받은 금메달은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얼굴이, 뒷면에는 한강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모든 노벨상 수상자들이 증서를 받는데 문학상은 다른 증서들과 달리 특별하다. 양의 가죽을 넓게 펴서 약품 처리를 해 만든 ‘양피지(羊皮紙)’로 만들어졌기 때문. 올해 문학상 증서에는 ‘스웨덴 한림원‘(SVENSKA AKADEMIEN)’과 노벨의 이름 아래 한강의 영문 이름이 특별한 서체의 금색으로 새겨졌다. 간혹 수상자의 특성을 반영한 삽화가 들어가는 것도 있으나, 한강의 증서에는 별도의 삽화가 담기지는 않았다 지난해 문학상을 받은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증서도 삽화가 없는 양식이었다. 노벨상 상금은 노벨 재단이 운영하는 기금의 수익에 따라 약간씩 변동되는데 올해의 경우 1100만 크로나(약 14억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약 1시간 10분 동안 진행된 시상식은 한편의 잘 준비된 클래식 공연을 보는 것 같았다. 한강을 비롯한 수상자들이 입장할 때는 모차르트의 행진곡이 울려 퍼졌고, 시상 사이마다 음악이 흘러나왔다. 무대 뒤편 2층에는 스톡홀름 왕립 필하모닉 관현악단이 자리했으며, 요한네스 구스타브손이 지휘했다. 스웨덴의 소프라노 잉엘라 브림베리가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에 수록된 ‘그대, 고귀한 전당이여’(Dich, teure halle)를 노래했다. 한강이 메달을 받은 직후에는 영국의 여성 오보에 연주자 겸 작곡가 루스 깁스(1921∼1999)가 작곡한 ‘암바르발리아’(Ambarvalia)가 연주됐다. 스톡홀름=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한강이 10일(현지시간)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고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한강은 이날 노벨상 시상식이 끝난 직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에서 열린 노벨상 연회에서 “우리를 서로 연결해 주는 언어, 이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품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회에는 스웨덴 국왕과 수상자들, 노벨 재단과 한림원 주요 인사 등 13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강은 이 자리에서 영어로 4분가량 수상 소감을 밝혔다.그는 지난 7일 노벨상 강연에서처럼 여덟 살 때 기억을 회상하며 소감을 시작했다. 강연에서는 여덟 살 때 쓴 시를 회상하며 자신의 작품 세계 전반을 돌아봤다.한강은 “오후 주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리더니 폭우가 쏟아졌다”며 “비가 너무 세차게 내리자 20여 명의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이어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처마 밑에 또 다른 작은 군중이 보였다”며 “쏟아지는 빗줄기, 제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고 했다.그 깨달음이란 “나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람,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나’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며, “나와 마찬가지로 그들 모두 이 비를 보고 있고 내 얼굴에 촉촉이 젖은 비를 그들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다”며 “글을 읽고 쓰면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니 이 경이로운 순간이 몇 번이고 되살아났다”고 말했다.그는 문학을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속 깊이로 들어가 또 다른 내면과 만나는 것,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실에 매달아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 그 실을 믿고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빗댔다.한강은 연회에 앞서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 노벨상 증서와 메달을 받았다. 그는 시상식 내내 의자에서 허리를 떼고 두 손을 다리 위에 가지런히 놓은 모습이었다. 무대 뒤 2층에 자리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때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꼿꼿한 자세를 시상식 내내 유지했다. 한강은 국왕과 한림원 회원들, 객석을 향해 차례로 인사한 뒤 자리로 돌아갔다.다음은 수상 소감 전문.폐하, 왕실 전하, 신사 숙녀 여러분.제가 여덟 살이던 날을 기억합니다. 오후 주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리더니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비가 너무 세차게 내리자 20여 명의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처마 밑에 또 다른 작은 군중이 보였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 제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저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람들,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나’로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요. 저와 마찬가지로 그들 모두 이 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제 얼굴에 촉촉이 젖은 비를 그들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습니다.글을 읽고 쓰면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니 이 경이로운 순간이 몇 번이고 되살아났습니다.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 속 깊이로 들어가 또 다른 내면과의 만남.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실에 매달아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 그 실을 믿고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입니다.어렸을 때부터 저는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이러한 질문은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져온 질문이며,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는 언어,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일인칭 시점으로 상상하는 언어,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언어가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지니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문학을 위한 이 상이 주는 의미를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10일(현지 시간) 오후 기자가 찾은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 노벨상 시상식을 상징하는 ‘블루 카펫’이 깔린 무대 가운데 바닥에는 ‘THE NOBEL PRIZE’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식장 안에는 무대를 가득 채운 생화들이 내뿜는 은은한 꽃향기가 가득했다.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이 말년을 보낸 이탈리아 북서부 산레모에서 해마다 시상식을 위해 보내오는 꽃들이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식장으로 들어왔다. 앞서 스웨덴에서 열린 기자회견, 강연 등에서 검은색 옷을 입었던 한강은 이날도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식장에 들어왔다. 한강을 비롯한 노벨상 수상자들이 입장하자,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과 실비아 왕비 등 참석자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수상자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시한다는 의미다. 수상자들은 노벨의 정신을 되새긴다는 의미에서 무대 한가운데 놓인 노벨 동상 앞을 지나 각자 자리에 앉았다. 이날 한강은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상에 이어 네 번째로 문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이자 소설가인 엘렌 맛손이 한강의 작품세계를 간략히 소개한 뒤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이 직접 한강에게 메달과 상장을 수여했다. 한강이 받은 메달은 금으로 제작됐으며 무게는 175g, 지름은 6.6cm. 메달 앞면에는 노벨의 상반신 초상과 더불어 라틴어로 출생 및 사망 연도가 새겨져 있다. 노벨의 뜻을 기린 ‘발명은 예술로 아름다워진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뜻의 라틴어 문구가 있는 메달이다. 한강은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4억4000만 원·비과세)도 받는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아시아 여성 최초다. 아시아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2012년 중국의 모옌 이후 12년 만. 200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도 됐다. 앞서 10월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수상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시상식장 앞에는 수상을 축하하는 전라남도와 장흥군의 현수막이 내걸린 가운데, 태극기를 든 한국인들이 여럿 보였다. 한강은 시상식이 끝난 뒤 스톡홀름 시청사 블루홀에서 오후 7시부터 열린 축하 연회에 참석했다. 이날 연회에는 올해 노벨상 수상자 11명과 왕실 관계자 등 1300명이 참여했다. 한강은 시상식에 앞서 8일 ‘말괄량이 삐삐’로 유명한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의 생전 자택을 방문하기도 했다. 6일 기자회견에서 “오늘 이후로 스톡홀름을 더 즐기고 싶다”며 린드그렌의 아파트와 스웨덴 국립도서관을 가 보고 싶은 곳으로 꼽았는데, 그중 린드그렌의 자택을 실제 찾은 것.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협회에 따르면 한강은 린드그렌의 아파트를 둘러보고, 린드그렌의 증손자를 만났다. 린드그렌은 ‘말괄량이 삐삐’와 ‘엄지 소년 닐스’, ‘미오, 나의 미오’ 등을 쓴 세계적인 작가다. 아동인권 개선에도 힘써 스웨덴 아동체벌 금지법 제정에 기여하기도 했다. 아파트는 린드그렌이 살던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린드그렌은 1941년부터 200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60년 넘게 이곳에서 살며 집필 작업을 이어갔다. 한강이 매일 2, 3개의 공식 일정을 소화하는 바쁜 일정에도 이곳을 찾은 건 어린 시절 린드그렌의 작품으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10월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한강은 스웨덴 한림원과의 통화에서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좋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톡홀름=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10일(현지 시간) 오후 기자가 찾은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 노벨상 시상식을 상징하는 ‘블루 카펫’이 깔린 무대 가운데 바닥에는 ‘THE NOBEL PRIZE’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식장 안에는 무대를 가득 채운 생화들이 내뿜는 은은한 꽃향기가 가득했다.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이 말년을 보낸 이탈리아 북서부 산레모에서 해마다 시상식을 위해 보내오는 꽃들이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식장으로 들어왔다. 앞서 스웨덴에서 열린 기자회견, 강연 등에서 검은색 옷을 입었던 한강은 이날도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식장에 들어왔다.한강을 비롯한 노벨상 수상자들이 입장하자,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과 실비아 왕비 등 참석자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수상자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시한다는 의미다. 수상자들은 노벨의 정신을 되새긴다는 의미에서 무대 한가운데 놓인 노벨 동상 앞을 지나 각자 자리에 앉았다. 이날 한강은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상에 이어 네 번째로 문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이자 소설가인 엘렌 맛손이 한강의 작품세계를 간략히 소개한 뒤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이 직접 한강에게 메달과 상장을 수여했다. 맛손 위원은 “한강의 글에서는 흰색과 빨간색이 만난다. 흰색은 슬픔과 죽음의 색이며, 빨간색은 생명을 뜻하지만 고통과 상처를 의미하기도 한다”며 두 가지 색으로 한강의 작품세계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흰색과 빨간색은 한강의 소설에서 회귀하는 ‘역사적 경험’을 상징한다”고 덧붙였다.한강이 받은 메달은 금으로 제작됐으며 무게는 175g, 지름은 6.6cm. 메달 앞면에는 노벨의 상반신 초상과 더불어 라틴어로 출생 및 사망 연도가 새겨져 있다. 노벨의 뜻을 기린 ‘발명은 예술로 아름다워진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뜻의 라틴어 문구가 있는 메달이다. 한강은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4억4000만 원·비과세)도 받는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아시아 여성 최초다. 아시아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2012년 중국의 모옌 이후 12년 만. 200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도 됐다. 앞서 10월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수상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시상식장 앞에는 수상을 축하하는 전라남도와 장흥군의 현수막이 내걸린 가운데, 태극기를 든 한국인들이 여럿 보였다. 한강은 시상식이 끝난 뒤 스톡홀름 시청사 블루홀에서 오후 7시부터 열린 축하 연회에 참석했다. 이날 연회에는 올해 노벨상 수상자 11명과 왕실 관계자 등 1300명이 참여했다. 한강은 시상식에 앞서 8일 ‘말괄량이 삐삐’로 유명한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의 생전 자택을 방문하기도 했다. 6일 기자회견에서 “오늘 이후로 스톡홀름을 더 즐기고 싶다”며 린드그렌의 아파트와 스웨덴 국립도서관을 가 보고 싶은 곳으로 꼽았는데, 그중 린드그렌의 자택을 실제 찾은 것.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협회에 따르면 한강은 린드그렌의 아파트를 둘러보고, 린드그렌의 증손자를 만났다. 린드그렌은 ‘말괄량이 삐삐’와 ‘엄지 소년 닐스’, ‘미오, 나의 미오’ 등을 쓴 세계적인 작가다. 아동인권 개선에도 힘써 스웨덴 아동체벌 금지법 제정에 기여하기도 했다. 아파트는 린드그렌이 살던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린드그렌은 1941년부터 200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60년 넘게 이곳에서 살며 집필 작업을 이어갔다. 한강이 매일 2, 3개의 공식 일정을 소화하는 바쁜 일정에도 이곳을 찾은 건 어린 시절 린드그렌의 작품으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10월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한강은 스웨덴 한림원과의 통화에서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좋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작품은 형 ‘요나탄’과 동생 ‘칼’이 죽음 이후의 세계인 낭기열라에서 온갖 모험을 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한강은 2017년 노르웨이 오슬로의 ‘노르웨이 문학의 집’ 강연에서 “나의 내면에서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 1980년 광주와 연결돼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스톡홀름=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