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환

정양환 부장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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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양환 기자입니다.

ray@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칼럼64%
인사일반13%
미국/북미7%
국제일반7%
국제경제3%
국제인물3%
여행3%
  • “누군지 알아가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배웠죠”

    “따라가도 돼?” 이게 웬일이래. 누굴 인터뷰한다는데 이런 열화 같은 주위 반응은 처음이다. 채널A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11분 방송하는 예능 ‘러브라인 추리게임―하트시그널’이 요즘 ‘핫’하긴 한가 보다. 25일 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한 관련 동영상은 이틀 만에 조회수 33만 회를 넘겼을 정도다. 청춘남녀의 셰어하우스 체험을 담은 ‘하트시그널’에 이토록 관심이 쏠리는 이유. 역시 콸콸 매력 터지는 출연자 덕분일 터. 그 주인공 김세린(24·공연홍보) 배윤경(24·디자이너) 서지혜 씨(21·대학생)를 2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촬영이 끝난 지금도 일주일에 3, 4번씩 만날 정도”로 친해진 그들의 인터뷰를 ‘찜질방 수다’ 스타일로 정리했다. ▽윤경=세린스! 왜 이렇게 살 빠졌어? 너무 예뻐졌는데. ▽세린=뭐야, 엊그저께 봐 놓고선. 모니터링한 엄마한테 얼마나 혼났는데. 진작 빼지 그랬냐고. 둘은 날씬한데 너만 뚱뚱하다며, 킥킥. ▽지혜=아녜요. 우리 가족은 방송 보고 엄청 칭찬했어요. 다들 멋지고 착하다고. ▽윤경=에구, 우리 막둥이. 어쩜 이리 참하게 말할까. 공대(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 3년)라 요즘도 수업 빡빡하지? 촬영 때도 과제 많아 힘들었잖아. ▽지혜=힝, 언니들밖에 없네. 그래도 한 달 동안 너무 행복했어요. 맛난 것도 많이 먹고, 세린 언니 요리 생각난다. ▽세린=하긴 신선했지. 그런 동거를 어디서 해보겠어. 근데 난 처음엔 작심 연애 모드로 갔는데. 만약 결혼하면 제작진도 불러야 하나 미리 걱정했다니깐. ▽윤경=꺅, 못 말려. 정말 세린이가 제일 웃겼어. 방송엔 그 매력이 10분의 1도 안 나온 듯. 난 촬영 때 걱정도 컸어. 뭘 할지 몰라서 제작진한테 ‘대본 좀 달라’고 조르기도 했지. 하지만 아무런 대본 없이 ‘일상 그대로’를 보여주라고 해서 너무 힘들었어. ▽세린=그러게. 그 덕에 오빠들까지 너무 편해졌지. 속 깊은 얘기까지 나눌 줄이야. 덕분에 가치관도 바뀌었어. 예전엔 ‘첫 느낌’ 신봉자였는데,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배웠거든. ▽지혜=전 마냥 편하진 않았어요. ‘배고파’라는 혼잣말도 누군가 듣고 있고, 침대에까지 카메라가 달려 있으니. 내가 어떻게 비칠지 전혀 감도 없었고요. ▽세린=마찬가지야. 서로 너무 달라서 거리감도 있었지. 실수할까봐 걱정도 됐고. 근데 중요한 건, 좋은 기회를 망설이다가 놓치고 싶진 않았어. 왜 촬영 끝난 뒤에도 같이 모여 살아보잔 얘기도 나왔잖아. 그런 인연을 만난 것만도 감사해. ▽윤경=참, 아라(신아라·22)를 빼먹을 뻔했네. 방송 4회부터 등장하던데. ‘메기 효과’(강력한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노렸다나, 하하. 2016 미스코리아 선이라니 깜짝 놀랐지 뭐야. 지내다보니 그렇게 착한 애도 없던데. ▽지혜=아라 언니, 보고 싶어요! 아, 지금까진 초반 탐색이었다면 앞으로 진지한 속내가 드러날 거예요. 서로 주고받은 정들이 방송으로 많이 전달되면 좋겠어요. ▽윤경=세린이가 우리 엄청 챙겨줬는데. 돌이켜보면, ‘하트시그널’은 단순히 짝을 찾는 프로그램은 아니었어. ▽세린=맞아. 제작진이 ‘누가 좋으냐’고 최종 질문했을 때 난 윤경이 말했다가 혼났어, 히. 젊은 날 누구나 겪을 법한 감정들에 시청자들도 공감할 수 있었으면. 우리가 3월에 촬영했잖아. 겨울을 지나 봄에 밀려오는 훈훈함처럼 말이야. ▽윤경=오, 역시 세린스! 우리 2차 가자, 할 얘기 너무 많아.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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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 인 컬처]10년간 10주이상 1위, 빌보드선 21팀… 멜론의 2배

    (전편에서 계속) 국내 음원 차트와 비교하기 위해 해외 차트를 파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에이전트 7(임희윤)의 고민은 어떤 해외 차트를 택하느냐부터였다. 디지털 음원의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횟수에 서로 다른 가중치를 두는 멜론 차트와 꼭 맞는 해외 차트를 찾기가 힘들었다. 대중적 인기가 가장 큰 노래를 매주 종합한다는 점에서 빌보드 핫100(싱글차트)를 택해 분석해 보기로 했다. 빌보드의 10년 역시 음악 소비 형태의 격변기였다. 2007년 아이폰이 등장했고 다운로드 플랫폼인 아이튠스,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이 차례로 오픈했다. 이에 따라 빌보드 역시 디지털 음원 소비량을 음반 판매, 방송 횟수와 함께 순위 산정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솔로 가수 절대 우세+한 번 오르면 오래간다 국내 멜론 차트를 분석한 전편들처럼 10년간(2007년 6월∼올해 5월) 빌보드 싱글차트 1위 곡을 모아 파헤쳤더니 흐름이 보였다. 빌보드에선 그룹보다 솔로 가수가 절대 우위에 있었다. 장기 집권 경향은 뜻밖에 멜론보다 훨씬 강했다. 빌보드에서 10년간 도합 10주 이상 1위를 지킨 가수는 무려 21팀. 같은 기간 멜론(9팀)보다 훨씬 많다. 21팀 가운데 17팀이 솔로. 아이돌그룹은 없다. 힙합 듀오(매클모어앤드라이언루이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듀오(체인스모커스), 혼성 4인조(블랙아이드피스) 정도가 비(非)솔로. 장르로는 댄스 팝 또는 팝 성향 힙합의 두 가지가 절대다수다. 록 밴드 중 10주 이상 1위 팀은 마룬5뿐. 서울 잠실주경기장을 가득 메웠던 콜드플레이도 2008년 6월 28일자에 딱 한 주 ‘Viva La Vida’를 정상에 올려놨을 뿐이다. ‘록은 죽었는가?’ 아재의 한탄을 뿜을 때가 아니다. 분석을 이어가자. 멜론에서는 10년간 한 차례도 없었던 두 달 반 이상, 즉 10주 이상 연속 1위 곡도 빌보드에선 아홉 번이나 나왔다. 2007∼2012년 10주 이상 연속 1위 곡은 3곡에 불과했지만 2013년 이후 6곡으로 늘며 이런 경향은 더해졌다. 싱어송라이터와 솔로 가수의 선전이 도드라지지만 눈에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다. 제작사가 될성부른 연습생을 뽑아 춤과 노래를 훈련시켜 스타로 키우는 한국의 방식과는 좀 다르지만 유니버설 소니 등 거대 회사의 입김이 세다는 면에서는 맥이 통한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의 임향민 이사는 “미국 대중음악사에서는 뉴키즈온더블록, 백스트리트보이스가 인기를 끈 1990년대를 빼면 아이돌그룹 시대가 거의 없었다”면서 “싱어송라이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빌보드 차트에서 엿보이는 건 스타성 있는 아티스트(artist)와 곡(repertoire)을 매치시키는 시스템의 힘이었다. 다수의 1위 곡에 맥스 마틴, 닥터 루크, 퍼렐 윌리엄스, 마크 론슨 등 소수 히트 프로듀서들이 공동 작곡·편곡자로 붙어 있다. 스타성에 작사·작곡 능력까지 갖춘 스타를 발굴해 그 능력을 홍보하되 ‘제품화’ 공정에선 히트 프로듀서를 활용한 강력한 ‘대중성 게이트키핑’이 들어가는 셈이다.○ 전방위 홍보… 순회공연과 앨범의 전통적 힘 빌보드 장기 집권 가수 중엔 한 앨범에서 여러 곡을 정상에 올린 이가 많다. 멜론 인기 가수가 특정 시점에 앨범 타이틀곡이나 디지털 싱글만 한 곡만 1위에 올린 것과 다른 양상이다. 이진섭 팝 칼럼니스트는 “빌보드에서는 앨범 단위의 힘이 여전하다”면서 “앨범 제작 단계부터 장기 전략을 갖고 수록 곡 여러 개를 잇달아 히트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음반 발매에 맞춰 TV·라디오 라이브 프로 출연, 순회공연, 소셜미디어를 아우르는 다각도의 홍보 전략이 가동된다. 오프라인에서도 대중과 접점을 길게 끌고 가는 특징이 보인다.” 종합해 보자. 멜론과 빌보드는 회전 속도에서는 차이를 보였지만 셀러브리티형 가수 중심의 기획 콘텐츠가 대자본의 힘을 업고 승승장구했다는 면에서는 닮은 면모를 보였다. 7은 드디어 삽을 내려놓고 땀을 닦았다. 등에 땀이 흥건했다. “더울 땐, 쿨 노래지.” 제 딴엔 쿨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잠재된 아재 본능을 분출했다. ‘해변의 여인’을 재생하는 순간 먹구름이 몰려와 하늘을 뒤덮었다. 바야흐로 여름이었다.(다음 회에 계속) 임희윤 기자 imi@donga.com·정양환 기자}

    •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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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30, 40대 추억의 문 여는 게임들

    “정신적인 법칙에는 절대적인 것이란 없다는 점에서 물리적인 법칙과 다르다.”(발자크의 ‘골짜기의 백합’ 중) 요즘 옛 친구를 만나면 그렇게들 게임 얘기를 한다. 20세기 히트작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 덕이다. 군대처럼 PC방 ‘무용담’이 줄기차게 쏟아진다. 실제로 21일 출시된 모바일 버전 ‘리니지M’(사진)을 다운받은 연령은 30, 40대가 약 70%란다. 컴퓨터게임이 젊은 날의 감성을 불 지피다니. 여름에 나올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링’은 얼마나 뜨거울는지. 생각해보면 이도 참 묘한 풍경이다. ‘국민학교’ 때였다. 아버지와 목욕탕에 가던 길. 그만 문방구 앞 오락기(아마 ‘제비우스’였다)에 혼이 팔렸다. ‘아들내미’가 갑자기 사라졌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그날 마당에서 팔이 떨어져라 벌을 섰다. 그때 어른들에게 게임은 백해무익한 ‘뿅뿅’이었다. 또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어떤 게 추억이 될까. 절대적인 줄 알았던 기준도 세월 따라 달라지니. 아재는 됐더라도 꼰대는 되지 않았으면. 머리에 피가 마르면 생명에 지장이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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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 인 컬처]기획성 뛰어난 가요 독무대… 524주 중 팝송 1위는 단 2주

    《 저 한줄기 바람은 누구의 가슴을 식혀 주려는 걸까. ‘대(大)음원 시대’란 오지에서 삽질하던 에이전트2(정양환)와 7(임희윤)은 잠시 하늘을 쳐다봤다. 파기만 하면 뭔가 쏟아지는 광대한 자료들. 도대체 언제쯤 다 수습할 건지. 푹 젖은 귓가를 살랑 스치는 미풍. 문득 광천수를 찾아 떠난 에이전트26(유원모)이 떠올랐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될 테니. 앞서 요원들은 음원사이트 멜론의 주간차트 10년 치를 분석해 “접근은 쉬워졌는데도 취향은 획일화된”(서정민갑 평론가) 대중음악 시장의 신묘함을 감지했다. 그러나 어디 고구마 덩굴이 여기서 끊어지랴. 이런 타이밍에 꼭 흘러나오는 ‘빰빰 빠바밤’ (MBC 드라마 ‘하얀 거탑’ OST의 ‘B Rossette’). 미세먼지 마스크를 쓴 요원들은 다시 한번 삽을 들었다. 》 ○ 팝콘형 소비에 방송 영향력도 커져 10년은 긴 세월이다. 그런데 아무리 차트를 훑어도 찾기 힘든 ‘가뭄의 콩’이 있다. 바로 팝송이다. 사실 이 차트는 가요 팝송 다 포함해 매긴 종합순위였다. 그런데 무려 524주 가운데 외국곡이 1위였던 건 단 한 차례. 2014년 2∼3월 2주 동안 정상에 올랐던 이디나 멘젤의 ‘렛 잇 고’(영화 ‘겨울왕국’의 주제가)다. 한 음악방송 PD는 “음원 시장은 ‘소장용’ 음반에 비해 음악을 영화관 팝콘처럼 가볍게 소비하는 풍조를 만들었다”며 “가요가 이런 흐름에 맞는 기획성이 뛰어나다 보니 상대적으로 팝송의 입지가 매우 좁다”고 말했다. ‘팝콘형 소비’는 주간차트 수위(首位) 곡의 1위 기간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조사 기간 초기인 2007년 6월부터 2년 동안 1위를 차지한 노래들은 평균 4.04주가량 정상에 머물렀다. 반면 최근 2년(2015년 6월∼2017년 5월) 동안은 평균 1.72주밖에 되지 않는다. 1개월 이상 1위에 머문 ‘메가 히트 곡’을 보면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2007년 6월부터 5년 동안은 원더걸스 ‘텔 미’(7주)나 소녀시대 ‘Gee’(8주) 등 모두 20곡이 1위에 한 달 이상 머물렀다. 반면 최근 5년 동안은 싸이 ‘강남스타일’(6주), 소유&정기고 ‘썸’(7주) 등 딱 절반인 10곡뿐. 올해는 에일리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6주)가 유일한데, 대박 난 tvN 드라마 ‘도깨비’ 삽입곡이었다. 방송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팝콘형 소비가 가진 특징이다. MBC ‘무한도전’ 가요제 곡이나 엠넷 ‘쇼미더머니’(총 3곡·4주)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음원 강자로 군림한다. 서 평론가는 “음반보단 음원이 TV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음원 시대에 대중음악의 성공을 가름하는 최고 기준은 단연 ‘화제성’”이라고 진단했다.○ 아이돌이란 공룡의 새로운 도전 다행스러운 건 이런 ‘한없이 가벼운 획일성’이 개선될 여지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공장에서 찍어낸 듯했던 ‘아이돌 음악’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대중음악을 상징하는 스타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한류 덕분에 한국 음악산업은 세계 10위인 8억3300만 달러(약 9398억 원·2015년 기준) 규모로 올라섰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음악시장도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아이돌 음악이란 공룡이 다양한 장르와 분야를 흡수하며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멜론 주간차트를 장르별로 분석해 보면, 2010년까진 여전히 댄스음악이 전체 기간의 78.6%나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3년간에는 댄스음악의 비중이 48%로 확 떨어지고, 힙합 발라드 등 비(非)댄스음악이 오히려 절반을 넘었다(52%).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미묘 음악평론가는 “연예기획사들도 흑인음악이나 힙합 등과의 결합을 통해 음악적 완성도를 올리고 장르의 확장도 꾀하는 ‘다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대중의 취향도 조금씩 세분되는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디어 끝이다. 땀범벅이던 에이전트2는 겨우 허리를 폈다. 이만큼 팠으면 됐겠지. 누가 막걸리 새참이나 갖다 줬으면. 그런데 에이전트7, 아무리 불러도 삽질을 멈추지 않는다. 왠지 모골이 송연해진 2. 천천히 뒤돌아선 7은 씩 하고 미소를 쪼갰다. “자, 이제 그럼 빌보드도 파봐야지?”(다음 회에 계속) 정양환 ray@donga.com·임희윤 기자}

    • 201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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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 인 컬처]음원시장, 걸그룹 주도 속 보이그룹 ‘빅뱅’ 독보적 입지

    “깨어나라, 요원이여. 이제 때가 왔다.” 드디어 그날인 건가. 시큼한 땡볕. 코를 골며 명상에 잠겼던 에이전트7(임희윤)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불현듯 떠오르는, 옆집 소녀 복순이와 함께 동구 밖에 묻었던 교환일기. 그만큼 곰삭은 세월. 벌써 울컥한 에이전트2(정양환)는 뒤돌아선 채 어깨를 떨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07년은 한국 대중음악사(史)에서 이정표와 같은 해였다. 21세기, 사람들은 더 이상 노래를 들으려 CD를 찾지 않았다. 갈수록 음반시장은 쪼그라들고 MP3파일이나 스트리밍 같은 음원이 승승장구. 결국 그해, 연간 5000억 원 규모였던 음반 산업을 음원(5039억 원)이 완전히 대체하는 지경에 이른다. 요원들은 그때부터 묵묵히 기다렸다. 결혼하고 애 낳으며 꽉꽉 10년을 채웠다. 2007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10년간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의 주간차트를 분석해 봤다. 과연 ‘내 마음의 보석상자’(1986년 해바라기 곡)엔 뭐가 들어있을까. ‘맨 인 컬처’의 야심작 ‘대(大)음원 시대’는 상중하 3회 시리즈로 연재된다.○ 걸그룹이 음원 시장 10년 주도…그래도 왕좌는 ‘빅뱅’ 먼저 어떤 가수가 음원시장을 호령했는지 살펴보자. 강산이 1번 바뀌는 동안, 이곳의 지배자는 역시 지난해 데뷔 10주년을 맞았던 ‘아이돌 of 아이돌’ 빅뱅이었다. 지드래곤, 태양의 솔로 곡까지 포함해 18곡을 1위에 올렸고, 그 기간은 총 51주에 이른다. 빅뱅이 10년(524주) 가운데 9.7%나 차지한 셈이다.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미묘 음악평론가는 “빅뱅은 일반적인 남성 아이돌과 달리 소수의 팬덤은 물론이고 폭넓은 대중적 인기도 획득한 희귀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간차트 1위를 차지한 기간에 따라 톱10을 매겨 보면, 빅뱅을 제외하면 남성 아이돌은 한 팀도 없다. 아이돌과는 거리가 먼 리쌍과 싸이, 버스커버스커가 8∼10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솔로가수인 2위 아이유(36주)를 제외하더라도, 원더걸스 투애니원 씨스타 소녀시대 등 걸그룹이 압도적으로 강세다. 최고의 보이그룹들로 꼽히는 엑소나 방탄소년단 등은 주간차트엔 단 1주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는 아이돌의 ‘성별 맞춤형 전략’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빅뱅이나 아이유처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보이그룹은 젊은 여성이 주축인 팬덤에 따라 성패가 갈리고, ‘아재 팬’이란 용어가 자연스러운 걸그룹은 남녀노소 전반에서 인기를 모아야 산다. 여성 아이돌은 음원이나 행사에서 얻는 수익이 크고, 남성 아이돌은 음반과 ‘굿즈’(관련 상품), 콘서트에서 강세를 보인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보이그룹은 진입 문턱이 높지만 궤도에 오르면 수익 구조가 안정적”이라며 “반면 걸그룹은 상대적으로 타율이 좋지만 티아라나 AOA 사태에서 보듯 위기에 취약하다”고 귀띔했다.○ 한류 붐은 일으켰으나 편식에 빠진 한국 음악 주간차트 10년 분석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바로 ‘쏠림 현상’이다. MBC 예능 ‘무한도전’ 관련 곡을 빼면, 상위 10위 팀이 1위에 오른 주를 모두 합치면 257주나 된다. 12팀이 절반에 육박하는 49.0%를 휩쓸었다. 한국 음악시장의 핵심 키워드인 ‘아이돌’과 ‘기획사’로 분석해 보면 이런 쏠림은 더 두드러진다. 전체 524주 가운데 아이돌이 1위를 차지한 주는 322주로 무려 61.5%나 차지한다. 더욱이 국내 3대 기획사로 꼽히는 SM과 YG, JYP 소속 뮤지션만 따져 봐도 38.3%(201주)다. 미묘 평론가는 “국내 시장의 특성상 ‘기획사가 만든 아이돌 음악’ 구도는 대세로 굳어진 지 오래”라며 “당연히 이런 편식은 아쉽지만 아이돌 제작 시스템이 해외에서도 통하는 음악 산업의 성장을 일궜다는 긍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고 평했다. 문제는 ‘소수에 의한 시장 과점’이 벌어진다는 건데…. 이런 경향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내놓은 ‘음악백서 2016’에 따르면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의 가온차트 1∼100위에 한 곡이라도 올린 적이 있는 기획·제작사는 2011년만 해도 241개였다. 하지만 2015년 195개, 지난해 145개로 팍팍 줄어들었다. 관련 업체가 1086개(2015년 기준)인 걸 감안하면 13.5% 남짓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며 다양한 음악을 접할 기회는 획기적으로 늘었다”며 “그러나 음원 사이트와 유력 기획사에 영향력이 집중되며 오히려 대중의 선택은 폭이 좁아지는 ‘취향의 획일화’란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다음 날에 계속)임희윤 imi@donga.com·정양환 기자}

    • 201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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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시 지드래곤, 상암벌 뒤흔들다

    평지풍파에도, 지드래곤(권지용)은 지드래곤이었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솔로 월드투어 ‘ACT Ⅲ M.O.T.T.E(Moment of Truth The End)’의 성대한 막을 올렸다. 최근 멤버 탑(최승현)의 대마초 파동이란 악재에도, 이날 콘서트는 4만여 관객이 가득 채우며 그의 탄탄한 입지를 실감케 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가장 관심이 쏠렸던 탑에 대한 심경은 이날 공연장에선 들을 수 없었다. 지드래곤은 “많은 일이 있어 개인적으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이번 공연을 정말 못할 뻔했는데 무사히 열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긍정적이라 다 잘될 거라 생각한다. 힘든 시기를 같이 해주는 분들이 많다”며 “내년에 군대에 가기 때문에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3일 일본 오사카에서 있었던 빅뱅 팬 이벤트에서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며 팀의 리더로서 사과한 바 있다. 이날 콘서트는 화려한 게스트와 응원 영상도 눈길을 끌었다. 같은 소속사 걸그룹 ‘투애니원’ 멤버였던 씨엘과 최근 지드래곤이 피처링에 참여했던 아이유가 무대에 올라 열기를 더했다. 또 빅뱅의 태양과 대성, 가수 싸이, 개그맨 정형돈 등 가까운 지인들이 영상을 통해 지드래곤을 격려했다. 역시 탑의 등장이나 언급은 없었다. 한편 콘서트의 성공만큼 8일 발매한 솔로앨범 ‘권지용’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타이틀곡인 ‘무제(無題)’는 발매 4일째인 11일에도 주요 음원차트에서 여전히 1위를 유지했다. ‘개소리’ ‘슈퍼스타’ 역시 상위권. 뮤직비디오 역시 공개 2일 만에 접속건수 960만 회를 넘어섰다. 해외 반응도 뜨겁긴 마찬가지. 중국 최대 음원사이트인 QQ뮤직에선 이틀 만에 디지털앨범 76만여 장이 팔렸다. 아이튠스에선 모두 39개국에서 앨범차트 1위에 올라섰다. 빌보드는 9일 지드래곤 특집 기사를 싣고 “그의 앨범이 발매되자마자 영국 팝스타 에드 시런을 밀어내고 미국 아이튠스 1위를 차지했다”고 소개했다. 지드래곤은 10일 서울을 시작으로 미국과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전 세계 19개 도시에서 콘서트를 가질 예정. 2009년 ‘Shine A Light’와 2013년 ‘One of A Kind’에 이은 세 번째 솔로 월드투어다. 앞서 가진 2번의 월드투어는 가는 곳마다 엄청난 화제를 뿌렸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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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유료부수 공인 2위

    한국ABC협회(회장 이성준)가 2017년(2016년분) 일간신문 유료부수 인증 결과 동아일보가 국내 일간지 중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ABC협회는 2일 인증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2017년(2016년분) 종합편성채널·케이블TV 겸영 일간신문 23개사에 대한 유료부수 인증심사를 마친 뒤 방송통신위원회에 심사 자료로 제출했다. ABC협회 조사 결과 동아일보의 유료부수는 72만9414부로 집계됐다. 이날 공개된 유료부수 현황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유료부수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중앙일보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3만383부(4.04%)가 줄어들어 3위로 밀려났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73만1788부에서 2374부(0.32%)만 줄었다. 조선일보(1위)는 지난해보다 유료부수가 1만2466부(0.98%) 줄어들었다. ABC협회 관계자는 “유료부수는 전체 발행한 부수 중 정기구독자, 가판 등에서 실제 판매된 부수를 집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23개 매체 유료부수 순위에서는 동아일보 자매지인 스포츠동아가 9위(12만2464부), 어린이동아가 11위(7만7801부)에 올랐다. 어린이동아는 어린이 대상 신문 중에서 유료부수 1위, 스포츠동아는 스포츠신문 중에서 유료부수 2위를 차지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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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 누구를 향해 사랑의 화살을 쏠까

    ‘시그널 보내, 시그널 보내. 찌릿 찌릿 찌릿 찌릿.’(트와이스 ‘시그널’에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이렇게 짜릿한 관찰예능이 있다니. 알쏭달쏭한 청춘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채널A 신규 예능 프로그램 ‘러브라인 추리게임―하트시그널’이 2일 오후 11시 11분 시청자들의 가슴을 흔드는 시그널을 쏘아 올린다. ‘하트시그널’은 제목 그대로 한 달 동안 같은 집에 살게 된 미혼 남녀 6명의 마음(하트)이 누구를 향해 신호(시그널)를 보내는지 맞혀보는 프로그램이다. 방송계에서 ‘촉’ 좋기로 유명한 ‘예측자’ 6명이 시청자 이해를 돕는 연애탐정 역할을 맡는다. 탐정단 수장 격인 가수 윤종신은 1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지금까지 나온 연애관찰 예능 가운데 가장 섬세한 프로그램”이라며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굉장히 실험적인 예능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실제 2일 밤 공개되는 1화를 보면 ‘하트시그널’은 일단 ‘때깔’이 끝내준다. 참가자는 장천 서주원 강성욱 등 남성 3명과 서지혜 김세린 배윤경 등 여성 3명. 매력적인 외모와 세련된 매너가 눈길을 끈다. 함께 생활할 근사한 셰어하우스와도 잘 어울린다. 첫 회에선 이들의 직업이나 나이 등이 공개되질 않는데, 벌써부터 인터넷에선 화제가 될 조짐이다. 일단 선남선녀가 모여 있으니 몽실몽실 형성되는 기류가 장난 아니다. 슬쩍 쳐다보는 눈빛과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말투 하나하나가 심상찮다. 단지 남녀 사이만 그런 게 아니다. 사람 마음이란 게 원래가 얽히고설키는 법. 묘한 경쟁관계에 놓인 동성들 속내 역시 흥미진진하다. 뭣보다 ‘배꼽의 법칙’ ‘미러링(mirroring) 효과’처럼 아무런 말이 없는 순간에도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보디 시그널을 짚어보는 재미가 무척 크다. 이런 짜릿함을 배가시켜주는 건 역시 ‘예측자’들의 공이다. 윤종신을 비롯해 요즘 ‘예능 섭외 0순위’ 가수 이상민과 슈퍼주니어 신동이 맛깔스러운 입담을 자랑한다. 여기에 천재 작사가 김이나와 미국 웰즐리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모델 심소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양재웅도 수준 높은 추리능력을 더했다. 연출을 맡은 이진민 PD는 “호감이 가는 이성을 만나면 상대의 마음을 알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라며 “일반인 참가자들의 자연스러운 감정 표출이 한 달 동안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는 즐거움이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7-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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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 인 컬처]‘지르는’ 욜로… ‘아끼는’ 코스파… 불황이 낳은 이란성 쌍둥이

    《 그가, 와병(臥病)을 딛고 돌아왔다. 드디어 에이전트26(유원모)이 복귀했다.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를 외치며 떠났던 요원. 그러나 가혹한 운명에 맞닥뜨릴 줄이야. 오호, 통재라. 휴가 첫날 10리도 못 가 발병 났네. 결국 ‘인간 사료’와 벗이 돼 일주일을 홀랑 까먹었다. 다행히 완쾌했으나 왠지 더 부은 듯한 눈가. 급기야 에이전트2(정양환)는 병명을 1급 기밀에 부치고 함구령을 내렸다. 그러고 보니 요즘 욜로와 인간 사료가 참으로 화제다. TV에선 MBC ‘무한도전’을 비롯해 각종 예능들이 ‘오늘만 사는 인생’을 안주 삼는다. 저렴하고 양이 많은 식품을 일컫는 인간 사료도 만만치 않다. 어느 마트 가면 건빵 1kg에 얼마라는 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온갖 정보가 넘쳐난다. 어쩌다 동시대에 이렇게 서로 상극인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는 걸까. 요원들은 ‘태극기 휘날리며’ 조사에 뛰어들었다. 살금살금. 》 ○ 욜로족 vs 코스파족 먼저 인간 사료에 집착(?)하는 이들부터 만나봤다. 이들은 일본에서 2000년대 초반 화제였던 ‘코스파(cost-performance의 일본식 발음·가격 대비 성능)족’이라 부르기도 한다. 주로 20, 30대가 다수로 “요즘은 ‘가성비보다 가용비(가격 대비 용량)’가 대세”라며 ‘업소용’ ‘1+1’ ‘벌크과자’ 등을 수시로 인터넷에서 검색한단다. 벌크(bulk)과자란 주로 투명비닐로 포장된 대용량 과자를 뜻한다. 고시원 생활 3년째라는 A 씨(31·여)는 “예전엔 혼자 살아도 잘 먹자는 생각이 컸는데 갈수록 생필품 가격이 올라 감당하기 부담스러워졌다”며 “딱히 먹는 즐거움보단 배를 채우는 게 목적이라 ‘사료’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무원 B 씨(28)도 “처음엔 좀 부끄러웠지만 언젠가부터 좋은 제품을 구하면 SNS에도 자랑 삼아 띄운다”며 “한 번 대용량 소라과자를 올렸더니 ‘어디서 구했냐’는 댓글이 많아 관심 갖는 이들이 상당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욜로족은 아무래도 경제적 여건이 나은 이들의 선택일까. 막상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 씨(30·여)는 “여윳돈이 조금이라도 모이면 해외여행 가서 신나게 쓰는 편”이라며 “가장 원하는 분야에 집중해서 돈을 쓰는 것일 뿐 평상시엔 짠돌이에 가깝다”고 자평했다. ‘디지털 제품 덕후’라는 이모 씨(37·자영업)도 마찬가지. 그는 “국내에서 못 구하는 디지털 제품을 사러 외국에 나갈 정도”라며 “풍족해서가 아니라 내 취미에 돈을 쓰는 게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기 불황이 낳은 이란성 쌍둥이 요원들이 만나본 욜로족과 코스파족은 10여 명. 그런데 묘하게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경기 불황에 대한 불만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기비하적인 분위기도 찾기 힘들었다. 자신의 삶을 ‘선택’으로 보는 것도 비슷했다. 코스파족인 회사원 C 씨(29)는 “인간 사료 유행은 ‘결핍’보단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며 “물론 넉넉하면 더 좋은 걸 찾겠지만 이 비용을 줄여서 다른 데 쓰겠다는 목적의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욜로’에 가까운 주부 이모 씨(36)도 “물론 그런 말을 처음 쓴 이들은 그런 뉘앙스가 다분했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자기 인생에서 즐거움을 찾는 각자의 방식일 뿐이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양쪽 모두 미래를 위한 투자인 ‘저축’엔 크게 관심이 없다는 점도 닮았다. ‘코스파족’ 박사과정생인 D 씨(30)는 “버는 돈이 뻔해서 딱히 모을 것도 없지만 불안하지도 않다”며 “여자친구와 결혼해도 아이를 안 가질 생각이라 형편대로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욜로족’ 최모 씨(31·여)는 최근에 붓고 있던 적금도 모두 깼다. 그는 “이자도 쥐꼬리만 한데 거기에 얽매이는 게 더 싫었다”며 “최근에 입맛만 다시던 ‘드림 카’를 질렀는데 그런 만족감이 주는 행복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욜로와 코스파가 ‘이란성 쌍둥이’란 점에 공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소 경제적 여건은 차이가 나지만 둘 다 장기 불황이 낳은 ‘현재 지향형’ 라이프스타일”이라며 “동시대 청년들의 삶을 자조적으로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라는 점도 닮았다”고 진단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결국 욜로나 코스파나 먹고사는 문제 자체가 아닌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걸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다음 회에 계속) 정양환 ray@donga.com·유원모 기자}

    • 2017-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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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5월은 계절의 여왕… 계절의 왕은?

    “아빠, ‘계절의 왕’은 뭐야?” 지난 주말 경남 통영서 올라오던 길. 도로에 펼쳐진 싱그러운 녹음. 무심코 읊조린 “역시 5월은 계절의 여왕”. 뒷좌석에서 날아온 통렬한 반격. 여섯 살배기 한마디에 턱 막혀버린 말문. 따져보면 참 물색없긴. 몇 월이 계절은 아닌데. 그럼 ‘개월’의 여왕? 게다 화사해서 여왕이면, 왕은 어쩌라고. 갈팡질팡 변죽 치다 주절주절. 그나저나 이젠 31일. 여왕님 행차도 땡. 아마 2017년 5월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터. ‘장미 대선’ 전후 쏟아진 온갖 뉴스들. 이를 매조지하는 백마 탄 왕, 아니 공주…. 흠, 그도 아닌 ‘그녀’ 입국. 하긴 장미도 꽃의 여왕. 또 왕은 어디에. 중국에선 모란을 화중지왕(花中之王)이라 하던데. 이런들 저런들. 뭣보다, 미세먼지만 줄어도 이리 좋은걸. 다시 차 안. 기껏 질문하곤 딴짓하다 잠든 아들. 아빠한테 계절의 왕은 2월. 네가 태어난 달. 음…. 스쳐가는 아내와 부모님 얼굴. 이럴 바엔 12개월 모두 왕족으로. 에구, 잡생각 끝. 안전운전, 안전운전.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7-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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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고 잘생긴 왕세자의 신분 초월한 사랑 ‘흥행 보증수표’

    ‘젊고 잘생긴 세자 저하가 신분 제약 등 모든 난관을 뛰어넘고 한 여인만을 열렬하게 사랑한다.’ 이 줄거리는 어느 드라마를 일컫는 걸까. 최신 드라마에 관심 많은 시청자라면 아마 MBC ‘군주-가면의 주인’을 쉽게 떠올릴 터. 하지만 답은 하나가 아니다. 지난해 KBS ‘구르미 그린 달빛’이나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도 여기에 해당한다. ‘청춘로맨스 사극’이 요즘 TV에서 대세다. 10일 시작한 ‘군주…’는 현재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25일 13.8%·닐슨코리아). 주원 오연서 등이 출연하는 SBS ‘엽기적인 그녀’와 박민영 연우진 주연 KBS2 ‘7일의 왕비’도 각각 29, 31일 방송한다. 모두 사극의 외피를 썼지만 21세기 청춘드라마와 큰 차이가 없다. 2003년 MBC ‘다모’의 성공 이후 퓨전사극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지 오래. 오히려 정통 역사물을 찾기 힘들 정도다. 특히 2010년 KBS2 ‘성균관 스캔들’을 기점으로 청춘로맨스와 사극의 마리아주(결합)는 안방극장의 단골손님이 됐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암울한 현실 탓인지 동시대가 배경인 청춘로맨스는 크게 인기가 없다”며 “오히려 과거를 무대로 펼쳐지는 ‘판타지’에 가까운 사극 로맨스가 각광받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중에도 ‘젊은 왕세자의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은 가장 잘 먹히는 흥행 공식이다. ‘해품달’부터 ‘구르미’, ‘군주’까지 아이돌급 20대 남성 주인공을 내세운 드라마가 타율이 좋다. 한 드라마 PD는 “평일 미니시리즈 시청률은 30대 이상 여성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며 “세 드라마 주인공인 김수현이나 박보검, 유승호는 청년세대는 물론이고 적극적인 ‘누나 팬’층이 두껍다는 공통점을 지녔다”고 말했다. 이런 사극 원작이 상당수 로맨스 소설이나 만화인 것도 이 때문이다. 까칠하지만 나에겐 한없이 다정한 백마 탄 왕자님과의 사랑은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우물. 최근 청춘 사극에 김유정(구르미)이나 김소현(군주) 등 미성년자 여배우 기용이 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로맨스 소설은 나이와 상관없이 10대의 눈높이로 읽기에, 진짜 ‘오빠’와 연기하는 소녀가 감정이입에 딱 맞아떨어진다. 이런 장르에서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요소가 있다. 바로 ‘캐릭터의 성장’이다. 대체로 주인공(주로 세자)은 초반엔 다소 철이 없다. 부패한 정치권이나 완고한 기성세대란 난관도 어김없다. 이로 인해 고초를 겪지만 결국 모든 걸 극복하고 진정한 영웅(주로 왕)으로 거듭난다. 여주인공이 점차 훌륭한 조력자로 함께 커가는 점도 똑 닮았다. 하지만 최근엔 엇비슷한 얘기가 다소 반복되는 경향도 눈에 띈다. 실제로도 몇몇 청춘 사극은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뻔한 구도로 아쉬움을 남겼다. 한 제작사 대표는 “사극은 현대물보다 제작비가 곱절로 들어 ‘안정적인 흥행 코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몇 년 전까지도 이런 작품들이 ‘하이브리드’로 신선하게 받아들여졌지만 요즘은 너무 우려먹어 밍밍해진 사골국물 같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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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첫 SF 드라마… 엉성한 디테일 아쉬워

    차라리 공상과학(SF)이란 타이틀을 뗐더라면 어땠을까. 22일 시작한 tvN 월화드라마 ‘써클: 이어진 두 세계’는 방영 전부터 기대가 컸다. 외계인과 미래세계라는, 한국에선 보기 드문 장르에 도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한 회가 반으로 나눠져 두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는 독특한 방식을 선택했다. 2017년이 무대인 ‘Part1. 베타 프로젝트’에선 평범한 대학생 김우진(여진구)이 외계인과 얽힌 묘한 미스터리를 풀려 노력하고, 2037년을 그린 ‘Part2. 멋진 신세계’에서는 김준혁(김강우) 형사가 완벽해 보이던 미래도시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을 뒤쫓는다. 하지만 신선한 도전에 박수만 치기엔 1, 2회가 공개된 뒤 자꾸만 손이 오그라든 걸 부인하기 어렵다. ‘SF 스릴러’라기엔 엉성해서다. 먼저 SF란 측면에서 보자. 할리우드 수준이야 첨부터 기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런 장르는 설정이 자연스러워야 보는 맛이 산다. ‘써클’ 속 2037년은 생체 칩으로 인류의 감정을 통제하고 극심한 환경오염까지 제거한 ‘스마트 지구’를 지을 정도로 놀라운 과학 수준에 이르렀다. 근데 그런 곳에 미닫이문과 휘발유 자동차라니. 송도국제도시가 근사하긴 해도 너무 최첨단 미래도시라 우기는 것도 좀…. 스릴러란 측면도 아쉽긴 매한가지. 2017년이건 2037년이건 스릴러는 결국 쫀득한 긴장감 속에서 시청자도 추리에 빠지게 만드는 게 관건이다. 근데 주야장천 때려대는 거창한 배경음악에 비해 딱히 흐름은 밋밋하다. 물론 ‘써클’은 이제 초반이다. 겨우 12부작에서 6분의 1만 공개됐다. 다음 주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에 이 작품의 명운이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7-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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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방 남매-먹방 브로맨스와 먹는情 나눠요

    “어느 날, 단골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연예인들이 함께 먹자고 제안한다면?” 이걸 어쩌나. 앞으론 느긋한 주말 아침부터 TV를 보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게 생겼다. 매주 토요일(27일 첫 방송) 오전 10시 40분 채널A에서 시청자의 군침을 넘어가게 할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토요일 밥 한번 먹자’가 방송된다. ‘밥 한번 먹자’는 출연진부터 먹방(먹는 방송)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이들로 꾸려졌다. 보기만 해도 근사한 한 상 차림이 기대되는 슈퍼주니어 신동과 개그맨 홍윤화가 ‘최고의 먹방 남매’로 호흡을 맞춘다. 여기에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결혼 뒤 5년째 카레만 먹고 있다”고 밝혀 화제를 모은 개그맨 김재우와 편안하고 안정된 진행 능력이 검증된 방송인 김일중이 콤비로 활약한다. 신동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군대 있을 때 먹방이 유행하기 시작해 너무 아쉬웠는데 채널A에서 드디어 소원을 풀었다”며 “음식에 대한 지식이 많은 홍윤화와 함께 먹방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다”며 즐거워했다. 프로그램은 크게 두 코너로 차려진다. 홍윤화와 신동은 사전 섭외 없이 일반인과의 합석에 도전하는 ‘같이 드실래요’를, 김일중과 김재우는 전국 맛집의 인기 메뉴를 포장해 이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연예인에게 배달하는 ‘밥 싸는 남자들’을 맡았다. 홍윤화는 “미리 짜인 각본이나 설정 없이 일반인들과 함께 식사하는데 그분들의 자연스러운 사연이 배어 나오는 게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우는 “김일중과 함께 새로운 먹방의 브로맨스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밥 한번 먹자’에는 우리가 살면서 가끔 놓치곤 하는 ‘같이 먹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함께 밥을 먹은 평범한 가족의 가식 없이 정겨운 풍경을 마주하다 보면 ‘식구(食口)’란 말에 담긴 한 끼의 소중함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역시 음식은 뭘 먹는가도 중요하지만, 누구랑 먹는지가 참 중요하다. 그렇다고 먹방의 중요한 역할인 ‘정보’도 놓치지 않는다. 1회에서는 휴가철을 앞두고 미리 찾아간 부산이라든지, 충남 천안시의 곤드레나물밥 등 전국의 숨은 강자(?)를 만나는 재미가 푸짐하다. 퀴즈게임처럼 숨겨진 깨알 같은 재미도 만끽해 보자. ‘같이 드실래요’ 먹방 남매는 식당 3곳에서 밥을 먹은 뒤 일반인 선택에 따라 누가 밥값을 낼지 결정한다. 첫 녹화 현장에서 당첨자는 제작진이 미리 받은 두 사람의 개인카드 중 한 개로 바로 긁어버려 ‘멘붕(멘털 붕괴)’에 빠졌다는 귀띔. ‘밥 싸는 남자들’은 식당을 방문할 때마다 힌트를 얻어 배달을 의뢰한 연예인이 누군지 맞혀 본다. 27일 첫 방송에선 가창력 좋기로 유명한 한 아이돌 멤버가 먹고 싶은 음식을 골랐다. 연출을 맡은 송병수 PD는 “시청자에게 다양하고 요긴한 외식 정보도 알려드리면서 함께 먹는 정(情)을 듬뿍 나눌 수 있는 신(新)개념 먹방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7-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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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스릴러 가미한 ‘수상한’ 로맨틱코미디

    이 드라마, 참 독특하다. 10일 방송을 시작한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는 분명 ‘로코(로맨틱코미디)’다. 변호사 은봉희(남지현)와 노지욱(지창욱)의 쫄깃한 ‘밀당’이 핵심 스토리라인. 그런데 여기에 살인과 법정이 뒤섞이며 희한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스릴러인 양. 사법연수생 봉희는 바람피우던 남자친구 장희준(찬성)과 헤어지던 날, 까칠한 검사 지욱을 치한으로 착각하며 인연을 맺는다. 그런데 검찰 연수에서 자신을 검사시보로 부릴 지도검사가 다름 아닌 지욱이라니. 힘든 업무에 투닥거리면서도 묘한 감정을 키워가던 두 사람. 하지만 봉희는 자신의 자취방에서 살해당한 희준의 시신과 마주치며 일생일대의 위기에 빠진다. 결국 봉희는 살인 용의자로 재판까지 받게 되지만, 담당 검사였던 지욱이 증거 문제로 공소를 취소해 누명을 벗는다. 그렇다면 희준을 죽인 진짜 범인은 누구였을까. ‘수상한…’은 줄거리만 봐도 여느 로코와는 결이 다르다. 물론 이전에도 법정이 무대였던 로코는 꽤나 존재했다. 그러나 그간 국내드라마에서 직업은 일종의 장치였을 뿐, 실장님이건 검사님이건 별 상관이 없었다. 반면 이 드라마는 오히려 그런 장르적 경계를 과감히 무시한다. 예를 들어 17일 방송에서 두 주인공이 걷는 장면을 보자. 분명 꽃잎이 휘날리는 밤길은 누가 봐도 연인 모드인데,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범죄에 대한 이야기. 신기한 건, 화면과 대사가 따로 노는데 그게 어색하지 않다. 주연배우도 ‘엄지 척’이다. 지창욱과 남지현은 좋은 뜻에서 아주 전형적인 로코 연기를 선보인다. 살인, 법정 같은 딱딱한 소재에도 달달한 대사 톤을 잘 유지한다. 자칫 오글거리는 장면도 꽤나 차진 호흡을 보여준다. 시청률 흐름도 나쁘지 않다. 첫날 6.3%(닐슨코리아)로 아쉽게 출발했으나, 17일 8.0%까지 올라가는 추세다. 다만 한 가지. 아무리 양념이지만 에피소드는 좀 신선했으면 좋겠다. 스토킹 남성의 돌변 같은 소재는 너무 구태의연하지 않나. 기왕 색다르기로 맘먹었다면 B급 정서가 물씬하면 어떨지. 끝까지 초심 잃지 마시길.  ★★★(5개 만점)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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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BS플러스, 노무현 前대통령 비하 일베 사진 방송 물의

    SBS플러스 시사풍자 프로그램 ‘캐리돌 뉴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이미지를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캐리돌 뉴스’는 유명인을 닮은 인형을 출연시키는 정치 풍자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는 17일 오후 11시 10회 방송의 ‘밤참뉴스’란 코너에서 역대 대통령 사진이 실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 이미지를 소개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표지는 원본의 글귀를 교묘하게 바꿔놓은 일베 이미지를 내보낸 것. 일베는 ‘Hello, Mr. Roh’를 ‘Go to Hell(지옥 가라), Mr. Roh’로, ‘New President’를 ‘New Corpse(시체)’로 조작해 온라인에 퍼뜨렸다. 조작된 이미지가 사용된 것이 알려지자 SBS플러스 홈페이지엔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는 비난의 글이 빗발쳤다. 청와대 역시 “해당 방송사에 엄중한 경과 조사와 관련자 조치를 공식적으로 요청한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SBS플러스 제작진은 이날 발표한 사과문에서 “사전에 충분히 필터링하지 못한 명백한 실수로 심려를 끼쳐드려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해당 영상클립의 서비스를 중지하고 내규에 의거해 담당자에 대한 인사조치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SBS가 일베 이미지를 사용한 게 이미 여러 차례’라며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8월 메인 뉴스인 ‘8 뉴스’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한 합성 이미지를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런닝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한밤의 TV연예’ 등이 일베 이미지를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이번 사고까지 포함하면 SBS에서 일베 이미지 방송사고가 벌써 10번째다. SBS플러스 관계자는 “상처받은 모든 분께 죄송하다”며 “그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신랄하게 비판해왔던 ‘캐리돌 뉴스’로선 이번 실수로 진의를 오해받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2일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을 보도했다 홍역을 치렀던 SBS는 18일 해당 책임자를 중징계했다. 기사를 담당했던 뉴스제작1부장을 정직 3개월에 처한 것을 비롯해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뉴스제작부국장, 취재기자에게 감봉 3∼6개월의 조치가 내려졌다. 특히 메인 뉴스 앵커를 맡았던 김성준 보도본부장은 보직에서 해임되고 선임기자로 발령됐다. 메인 뉴스 앵커는 22일부터 김현우 앵커로 교체된다.정양환 ray@donga.com·이서현 기자}

    • 20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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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머니 머니 해도 ‘정성 한 다발’

    첨엔 솔직히 불쾌했다. 어버이날에 ‘돈(꽃)다발’(사진)이라니. 그래도 이런 날은 정성이 중요한 거 아닌가. 아무리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지만. 찾아보니 종류도 많다. 돈 티슈, 돈 케이크…. 돈 티슈는 한 장씩 따라 뽑히는 갑 티슈 형태다. 하필 돈 가지고. 이리도 각박하고 메마르다니. 왠지 지폐에 둘러싸인 꽃이 슬퍼 보였다. 그런데 8일 저녁 퇴근한 뒤 생각이 바뀌었다. 아들이 유치원에서 만든 카드를 받고 나서다. 앙증맞게 꾹꾹 눌러 쓴 글을 읽다 빵 터졌다. ‘엄마 아빠, 공부 많이 할 테니 돈 좀 주세요.’ 여섯 살배기가 공부니 돈이니 뭘 안다고. 거참, 어디서 주워들은 얘긴지. 아내와 한참을 웃었다. 아마 돈다발도 마찬가지일 터. 어디 어른들이 액수가 많아야 좋아하실까. 어차피 드리는 용돈. 다들 재밌다 즐거워하셨을 게다. 그럼 됐지, 그럼 된 거지. 말 나온 김에 다음 생신이나 어버이날엔 뭘 드릴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그동안 뭘 좋아하셨나. 얼마나 무심했던지. 얼른 찾아뵙고 손자 재롱부터 보여드려야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7-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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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 인 컬처]“한동안 뜸했었지?” 다시 고개드는 막장드라마

    “저거 연민정(이유리) 아니야?” TV를 보던 에이전트26(유원모)은 눈을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14년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의 악녀가 2017년 KBS2 드라마에 나올 리 없지 않은가. 아하, 그럼 그렇지. 자세히 보니 배우도 조여정(이은희 역)이다. 어라, 근데…. 왜 이렇게 닮았지. 미니시리즈 ‘완벽한 아내’(2일 종영)는 로코(로맨틱코미디) 아니었나. 알고 보니 완벽한 막드(막장드라마)인걸. 그때,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에이전트2(정양환). “정신 차리게, 요원26! ‘제국의 역습’이네. 막장이 또다시 마수를 뻗치기 시작했네.” 아, 그 양반. 또 ‘궁서체’네. 근데 그 말이 맞긴 하다. 잠잠하다 했더니 요즘 또 막드가 여기저기서 기승을 부린다. 도대체 한반도에 왜 이렇게 자꾸 출몰하는 걸까. 요원들은 장롱에 고이 모셔뒀던 탐지기 ‘막장 버스터’를 꺼내들었다.○ ‘막스’ ‘막사’ 하이브리드 막장의 시대 탐지기에 걸린 막드는 각양각색이었다. 대놓고 막장을 내세운 작품부터 묘한 혼종까지. 막드의 본거지인 아침·일일드라마는 예외로 치자. 지난달 15일 시작한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도 예상했던 바다. 한때 ‘막장 F4’로 불렸던 김순옥 작가의 신작이니까. 그런데 ‘완벽한 아내’나 SBS ‘피고인’, MBC ‘당신은 너무합니다’ 등 장르 불문하고 막장 논란이 불거진다. ‘막스(막장 스릴러)’ ‘막사(막장 사극)’란 말도 빈번하게 쓰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질적으로 스토리 얼개를 무시하고 자극을 남발하는 게 ‘막장’의 생리”라며 “케이블TV 드라마가 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장르물에 막장 코드를 갖다 쓰는 풍조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경향을 보면, 처음엔 그 나름대로 ‘정상적’이었다가 뒤로 갈수록 얼토당토않은 전개가 펼쳐진다는 점도 공통분모다. ‘피고인’이나 ‘완벽한 아내’만 해도 초반엔 “웰메이드 스릴러” “색다른 취향의 로코”란 호평도 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정의롭던 국선변호사가 검사 사무실에서 도둑질하고, 점잖던 가정주부가 ‘미저리’ 최강 사이코로 뒤바뀐다. 한 누리꾼은 “완벽한 아내는 원작이 ‘지킬과 하이드’냐”라고 비아냥거렸다. 이런 막드의 무한확장성은 어디서 오는 걸까. ‘우리는 왜 막장드라마에 열광하는가’(프로방스)를 집필한 최성락 동양미래대 교수는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의 제작 시스템’이 이런 혼합된 형태의 막드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와 달리 여전히 한국에선 사전제작은커녕 대본이 완결된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가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방송사 윗선이나 시청자 반응에 영향을 받을 여지가 너무 크죠. 잘되면 억지 연장방송, 안 되면 자극적인 에피소드 남발. 특히 막장 코드는 논란이든 뭐든 어쨌든 화제가 되니까요.”○ ‘그래도 내 인생은 나쁘지 않다’ 단지 그뿐이 아니다. 나올 때마다 비난이 봇물 터지듯 하지만, 사실 막드는 정서적으로 시청자의 취향을 묘하게 건드린다. ‘갱도의 막다른 곳’을 뜻하는 막장이 드라마와 결합된 건 대략 2000년대 초반부터. 하지만 출생의 비밀이나 복잡한 악연은 이전부터 반복된 소재다. 최 교수는 “따지고 보면 그리스신화나 한국 설화에도 막장은 줄기차게 등장했다”며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오이디푸스, 얽히고설킨 주몽이나 온조왕의 가계를 보면 요즘 막장 못지않다”고 설명했다. 실은 우리 DNA 자체가 막장에 반응하는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요즘 막드의 범람은 주 시청자로 꼽히는 중년여성 책임만은 아니다. 대체로 비난하는 입장인 젊은층도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작품을 거론하고 동영상클립을 공유하며 자기도 모르는 새 ‘화제성’을 올려준다. 한 드라마 제작사 PD는 “전형적인 노이즈마케팅이지만 결국 SNS 주목도가 올라가면 광고단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경제적 압박이 심할수록 작가나 제작진으로선 그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털어놨다. 사회적인 측면도 있다. 삶이 팍팍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지쳐 단순하고 자극적인 걸 더 찾는단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막장의 주요 장치인 ‘세상 어디에도 없을 악당’은 은연중에 “그래도 내 인생은 괜찮은 편이다”는 위로를 건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막드는 방송사 입장에선 ‘타율 좋은 타자’이고 시청자에겐 맛 좋은 ‘불량식품’”이라며 “큰 모험을 하지 않는 선에서 안정된 수익구조를 창출하는 ‘서로 합의된’ 코드인 셈”이라고 진단했다. (다음 회에 계속) 정양환 ray@donga.com·유원모 기자}

    • 2017-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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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글]키디비 “블랙넛 성희롱 가사 더 못 참아”

    한 남성 래퍼가 최근 발표한 앨범에서 여성 래퍼를 성적으로 비하해 논란이 일고 있다. 키디비(김보미·사진)는 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블랙넛(김대웅)을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키디비는 이 글에서 “팬들 제보로 알게 됐는데 해도 너무한다. 수치심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그동안 참은 게 잘못이었단 걸 깨달았다. 이제는 강경대응하겠다”고 썼다. 문제가 된 곡은 지난달 30일 발매된 앨범 ‘우리 효과’에 실린 ‘Too Real’이다. 여기서 블랙넛은 추잡한 욕설과 함께 키디비를 성적으로 비아냥거렸다. 블랙넛은 과거에도 여러 노래에서 이런 논란을 일으켰다. 한 변호사는 “이 정도면 굉장히 심각한 ‘성범죄’로 볼 수 있다”며 “포털사이트에 버젓이 이런 가사가 공개되는 상황이라면 경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블랙넛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넘지 말아야 될 선을 넘었다’ ‘사법 처리가 시급하다’는 댓글이 많았다. 한 평론가는 “‘디스 문화’가 자연스러운 미국도 최근 인종이나 성차별적 곡은 큰 비난을 받고 도태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7-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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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종이 인형들이 펼치는 신랄 정치풍자

    “아우, 난 태블릿PC 다룰 줄도 몰라. 응? (정유라에게 연락이 왔다고 하자) 그래? 그럼 이렇게 저렇게….”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 왠지 ‘날씨도 적당한’ 오후, 하늘다리 한쪽에선 움직임이 부산했다. 촬영 중인 듯한데 땅바닥에 엎드려 뭔가를 만지작만지작. 자전거를 탄 한 행인이 슬쩍 쳐다보더니 한마디 던졌다. “멀쩡히 생겨선 길바닥에 누워 인형 갖고 뭐 하는 거래? 근데, 저거 최순실 아니야?” 맞다. 누가 봐도 최 씨를 닮은 인형은 요즘 ‘동영상 클립’계에서 스타로 대접받는다는 ‘순시리(siri)’. 3월 시작한 SBS플러스 시사예능 ‘캐리돌 뉴스’(수요일 오후 11시)의 인기 코너인 ‘허깨비’(드라마 ‘도깨비’ 패러디) 야외 촬영 현장이다. 순시리는 특검 씨(박영수 특별검사)가 들고 온 태블릿PC를 한사코 손사래 치다, 딸에게 연락이 왔다는 얘기에 갑자기 능숙하게 다루기 시작한다. 아직 초반이지만 ‘캐리돌 뉴스’는 케이블방송으론 이례적으로 2회부터 시청률이 1%를 넘겼다. 프로모션 영상도 노출 수 300만 회에 이르렀다. 누리꾼들은 적나라한 풍자에 매진하는 이 프로그램을 두고 “(내일 생각 않고) 오늘만 사는 방송”이라며 반기고 있다. 시사예능은 요즘 국내 방송계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템이다. 채널A ‘외부자들’을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후발 주자라 할 수 있는 ‘캐리돌 뉴스’는 독특함으로 승부를 걸었다. 제목(캐리커처+인형·doll)처럼 누군가를 꼭 닮은 인형들이 출연해 최신 정치 이슈를 ‘안주 삼아’ 신나게 비꼰다. 인형 풍자극은 국내에선 첫 시도지만, 해외에선 유명한 바이블이 존재한다. 유럽 최대 케이블 방송사인 프랑스 카날플뤼스의 ‘레 기뇰 드 랭포(les guignols de l‘info·꼭두각시 뉴스)’다. 1998년부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인형들이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최신 정치 뉴스를 전달한다. 옥근태 CP는 “캐리돌 뉴스를 3년 전부터 구상하면서 가장 많이 참고했다”며 “유럽과 다른 우리 정서를 어떻게 담아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제작진의 고민이 가장 크게 담긴 대목이 인형이다. 실리콘으로 만든 프랑스 인형은 세련됐지만 왠지 정감이 가질 않았다. 캐리커처 시사만평으로 유명한 양한모 씨와 몇 달 동안 다양한 소재로 테스트한 뒤, 우리의 한지와 닥종이로 만드는 게 가장 어울린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준호 PD는 “살짝 투박한 질감이 화면에선 입체감 있고 생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호평을 받고 있지만 걱정거리는 많다. 민감한 이슈를 다루니 사실관계 하나도 허투루 넘길 수 없다. 변수가 많은 정치판인지라 갑작스러운 추가 촬영도 부지기수. 현재의 정치 일색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재를 개발하는 것도 해결 과제다. 염성호 제작본부장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사회의 다양한 시선을 담을 수 있는 풍자 쇼가 되도록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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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처님오신날]행복한 마음을 찾아… 묘각사 ‘템플스테이’ 인기

    “승속(僧俗)이 일체돼 자오(自悟) 자각(自覺) 자증(自證)의 신앙불교를 구현한다.” 대한불교관음종(총무원장 홍파 스님)은 대각국사 의천(1055∼1101)을 종조로 전남 순천 선암사의 경운원기(擎雲元奇·1852∼1936) 선사의 법통을 이어 태허(太虛) 홍선(泓宣) 스님이 1930년 창종했다. 관음종의 출범 당시 명칭은 대한불교불입종(大韓佛敎佛入宗)이었는데 1988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관음종은 창건 이래 오늘까지 법화경을 중심으로 수행과 대중 불교운동을 지향해 왔다. 전국에 480여 개 사찰이 있다. 총본산은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천연 바위산인 낙산 동쪽에 있는 묘각사다. 이 사찰은 서울이 편안해지고 시민생활에 안정을 가져온다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묘각사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면서도 어려운 시절 세상에 희망을 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이 덕분에 묘각사는 오래전부터 방문객이 많기로 유명한 절이었다. 1950년대부터 법문을 들으려는 이웃 주민과 외지인이 항상 북적였다. 2002년부터 시작한 템플스테이에는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다녀갔다. 지난해까지 머물다 간 외국인만 1만6000명이 넘는다. 해외 유명 대학 재학생들과 유명인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 묘각사의 템플스테이는 무겁고 복잡한 삶을 잠시 뒤에 두고, 행복한 마음을 찾아 길을 묻는 이들에게 스님들의 일상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당일 체험부터 1박 2일, 휴식형(1∼10박)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절답게 ‘Where is your mind(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라는 화두로 함께 수행에 정진한다. 108배는 물론 명상 다도 예불 타종 등 다양한 경험을 함께 할 수 있다. 홍파 스님은 “무겁고 괴로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명(無明)이란 지혜롭지 않은 마음 때문”이라며 “언제든 열려있는 묘각사가 지혜를 찾는 길에 친구가 되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조.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7-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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