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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복귀로 국정감사가 정상화된 4일 여야는 미르·K스포츠 재단,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등에서 부딪치며 ‘원내 전쟁’ 2라운드를 펼쳤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선 고 백남기 농민의 부검 여부 및 사망진단서 논란과 관련한 공방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부검) 필요성이 있으면 당당히 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사인의 직접적 발단이 된 물대포 영상이 있는데 부검을 해서 뭘 밝힐지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국감에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새누리당은 사망진단서는 의사의 고유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야당은 검찰에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두 재단을 통합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증거 인멸의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더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한-이란 정상회담의 성과인 K타워 프로젝트에 공기업 LH와 미르가 함께 참여하기로 돼 있는데 청와대 측근이 이를 지시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사실이라면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무위 KDB산업은행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이 미르재단에 10억 원을 출연한 데 대해 “재단 취지와 목적이 좋아 10억 원을 출연했다는 대한항공 사장의 보고를 받고 제가 좋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임 후 사저(私邸) 문제와 관련된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법사위 국감에서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이 국가정보원 외근 요원에게 지시해 박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물 (제2의) 사저를 알아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퇴임 후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국회가 파행의 터널을 빠져나오자 야권 대선 주자들은 서울에 총집결할 채비를 하고 있다. 국정감사 직후 대선을 향한 예열 작업이 10월, 서울에서부터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경남 양산 자택에 주로 머물면서 전국 민생행보를 펼쳐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달부터 서울에 머무는 빈도를 늘릴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근거지를 서울로 옮길 때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싱크탱크도 이르면 이달 출범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전남 강진에서의 하산을 선언했던 손학규 전 더민주당 상임고문도 국감 이후 상경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칭 ‘대한민국 대개조’라는 책 출간도 이에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손 전 고문 측 인사는 “강진에서 고별강연까지 한 마당에 호남에 미련을 두지 말고 서울에서 정계복귀 선언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 전국조직을 띄우고 대권 도전을 시사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27일 시장 취임 5주년을 맞아 출마 선언에 준하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야권 주자 역시 서울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이벤트를 연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팬클럽 연합 창립총회에 참석한다. 안 전 대표가 공식적인 팬클럽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더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달 말 도정(道政) 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의 미래 과제와 도전을 담은 책과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를 담은 책을 각각 출간하고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특강을 할 예정이다. 김부겸 의원은 국감과 예산안 심의에 열중하는 한편 정책자문단 조직화에 힘쓴다는 구상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여야 간 극한 대치로 몸살을 앓은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다시 힘을 받고 있다. ‘벼랑 끝 대치’가 따지고 보면 내년 대선을 위한 전초전이었던 데다, 현재의 권력구조를 바꾸지 않고선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여권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도 개헌론에 군불을 지피면서 청와대의 기류 변화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야에 봇물 터지는 개헌 움직임 헌법학자 출신으로 대표적인 ‘진박(진짜 친박)’ 인사인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은 이달 12일경 자신이 주도하는 ‘국가혁신을 위한 연구모임’에서 원내외 개헌론자들을 모아 개헌론에 불을 지필 예정이다. 그는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직 국회의장과 개헌에 적극적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여야 대선주자 등을 초청해 라운드테이블을 열 계획”이라며 “내년 초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목표로 지속적으로 개헌을 공론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선 김종인 전 대표가 연일 개헌론을 띄우고 있다. 의원내각제로의 개헌과 임기 단축(21대 총선을 치르는 2020년 4월까지 2년 3개월)을 공약으로 내거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정종섭 의원을 비롯해 남경필 경기도지사, 정의화 전 국회의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여야를 아우르며 폭넓게 의견 교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김 전 대표에 대해 “개헌에 대한 생각이 95% 일치한다”고도 말했다. 국회 파행 속에 잠시 주춤했던 원내외 개헌 추진 움직임도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여야 의원 185명으로 출발한 ‘20대 국회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은 조만간 ‘개헌선’인 의원 200명의 모집을 마친 뒤 명단을 공개하고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달 23일 창립대회를 연 ‘나라 살리는 헌법 개정 국민주권회의’도 외곽에서 ‘개헌 압박’을 높여갈 예정이다. 이 모임에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핵심 인사인 이재오 전 의원도 개헌을 내세우고 ‘늘푸른한국당’ 창당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개헌 열쇠 쥔 청와대 기류는 그동안 여권 주류에서 개헌은 금기어에 가까웠다. 2014년 10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라고 했다가 청와대로부터 된서리를 맞은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개헌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2년 새 양상이 확연히 달라졌다. 개헌 추진 세력이 수적으로 늘어난 데다 ‘제3지대론’을 펴는 인사들뿐만 아니라 여권 주류 일부도 가세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정 의원의 움직임을 놓고 내년 대선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외에 뚜렷한 주자를 찾지 못한 여권 주류가 권력구조 개편 논의를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정 의원의 행보가 박 대통령과의 교감 속에 이뤄진 건 꼭 아니라 하더라도 친박으로서도 나쁠 게 없다고 보고 있다”며 “청와대도 정치권의 움직임에 물밑 검토는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여전히 개헌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민생과 경제 회복, 북핵 대응, 4대 개혁 등에 매진해야 할 때라는 박 대통령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개헌론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감이 예전보다 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개헌 블랙홀’ 발언은 임기 초·중반에 국정과제를 빨리 진행해야 하는 시점에서 개헌론이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한 측면이 컸다”고 말했다. 정 의원도 “여야가 경제활성화법 처리와 공공개혁 추진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면 박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홍수영 gaea@donga.com·민동용·장택동 기자}

우리나라에서 5년간 게임회사에 다니던 일본인 지인이 최근 도쿄로 돌아갔다. 서울에서 산 기간은 5년이지만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는 20년이 넘는 지한파(知韓派), 혹은 애한파(愛韓派)다. 그는 환송회를 겸한 저녁 자리에서 “한국의 발달한 앱(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게임을 일본에서 사업 아이템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미 투자자도 섭외했고 성공 가능성도 높게 본다고 했다. 몇 잔의 술이 돈 뒤에 그가 약간은 진지하게 “5년을 살면서 한국이 정말로 고쳤으면 하는 게 있다”고 말을 꺼냈다. 정치나 경제 이야기를 하려나 했는데 뜻밖에도 버스였다. “버스가 너무 난폭 운전을 한다. 5년을 살았지만 결국 적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의외였다. 서울 시내버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할 때 중앙전용차로제 실시, 노선 재정리, 시 예산 지원 등으로 그동안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생각했다. 버스 운전사가 선망의 일자리가 됐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그런데 일본인에게는 여전히 수준에 못 미치는 서비스였다. 탄 사람이 의자에 앉든지 손잡이를 잡든지 해야 비로소 출발하던 예전 교토의 버스를 생각하면 이 친구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6년 전 다른 일본인이 한 말이 떠올랐다. 그때까지 7, 8년을 서울에서 살았다는 그는 “서울에 사는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그런데 여전히 변하지 않은 건 인도로 다니는 오토바이”라고 했다. 경찰이 그걸 보면서도 제지하지 않는 모습이 더욱 서글펐다고 했다. 그때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였다. 버스가 어떻게 운행해야 하며, 오토바이가 인도에서 심지어는 횡단보도에서도 달리면 안 된다는 것은 여러 법과 규칙으로 정해져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경찰은, 버스 운전사는, 오토바이 배달원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라는 생각으로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도를 엄격히 지키기보다는 인간이 하는 일에 더 온정적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제도보다는 인간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해야 할까. 정치권에서는 물밑 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대통령제의 유효가 이제 만기에 다다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세력과 여론을 모으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인간도 70(세)이면 신체가 한계에 이른다고 본다. 하물며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내년이면 70년이 되는 대통령제는 어떻겠느냐. 바꿀 때가 됐다”고 주장한다. 개헌론자들은 1987년 이후 30년간 성공한 대통령이 누가 있었으며, 우리 사회는 얼마나 발전했느냐고 묻는다. 국회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서부터 벌어진 일련의 소모적 소동들도 대통령제가 낳은 폐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결국 ‘사람보다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게 개헌 논의의 핵심이다. 그러나 국회를 이 모양으로 만든 의원들이 내각까지 관장하도록 한다는 논리에 국민이 얼마나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이 정도면 가위 헛소동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극에서는 즐거움이라도 선사하지만 여의도의 헛소동은 쓰디쓴 뒤끝만 남겼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7일째 단식하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일 국정감사 복귀를 선언하며 병원으로 실려 갔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정 의장이 국회의장으로서 중립성을 훼손했다’며 시작한 이 대표의 단식은 허무하게 끝났다. 정 의장 사퇴라는 관철이 불가능한 단식 명분을 내세웠던 이 대표는 결국 “국회의장에게서 사과 등 단식 중단의 명분을 받을 수는 없다”며 ‘무조건’ 중단 선언을 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의장을 직권남용 등으로 형사고발하고, 뒷조사를 통해 ‘황제 출장’이라며 의장의 부인과 딸까지 싸잡아 인신공격을 한 집권 여당의 행태는 두고두고 입길에 오르내릴 만하다. 집권 여당 지도부가 국감 파행 국면에서 전략적이고 치밀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조차 나온다. 지난달 28일 이 대표의 급작스러운 국감 복귀 선언은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거부당했다. 국감 복귀도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두 번 이 대표를 찾은 뒤에야 이뤄졌다. 여야 중진끼리 물밑에서 합의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복귀를 위한 당내 의견 수렴 절차는 없었다. 2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지도부의 결정을 추인해 달라는 주문만 있었다. 정 의장의 처신도 진중하지 않았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유감 표명 요구에 ‘법대로’만 외쳤다. 그는 자신을 형사고발하고 가족까지 ‘건드린’ 새누리당에 대한 오기로 가득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지난달 30일 여당 대표가 단식 중인데도 자신이 자장면을 먹는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것은 보좌진의 실수라고는 해도 상대방에 대한 조롱으로 비치기 쉬웠다. 새누리당이 국감 복귀를 선언한 뒤에도 정 의장은 “국회가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국회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만 했다.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정쟁을 유발시킨 자신의 언행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정 의장으로선 ‘유체 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도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권정당을 꿈꾸면서도 ‘여당 대 의장의 대결’이라며 관전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 아쉬웠다. 20대 국회가 협치(協治)의 모범이 될 것이라는 상상은 이제 환상이 돼버린 것 같다. 여전히 여야는 서로가 꺾어야 할 적(敵)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지난 8일간 보여줬다.민동용·정치부 mindy@donga.com}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507호실에서 큰 소리가 새나왔다. “또 다른 내국인 카지노는 안 됩니다.” 이 방은 국민의당 전북 군산의 김관영 의원실. 김 의원 앞에는 강원 폐광지역 진폐증 피해자 단체에서 나온 10여 명이 앉거나 서 있었다. 이들 ‘강원도 옛 광원들’은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의 한 조항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새만금사업 지역에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 설치를 허용하는 63조 11항이었다. 현재 내국인이 합법적으로 드나들 수 있는 카지노는 강원 정선의 강원랜드뿐이다.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새만금에 제2의 내국인 카지노가 생기면 강원랜드의 ‘독점적 지위’는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이들을 움직인 것이다. 이들은 생존권 문제라고 했다.새만금에서 벅시 시걸을 꿈꾸다 1940년대 초 오두막 같은 술집이나, 객실이 몇 개 안 되는 투박한 모텔밖에 없던 미국 남서부의 황량한 사막에 카지노가 등장했다.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자의 아들이었던 벅시 시걸은 ‘검은돈’을 끌어들여 1946년 도박장이 갖춰진 ‘플라밍고 호텔’을 지었다.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시작이었다. 사막은 아니지만 바다를 막아 인공적 지평선이 만들어질 정도로 넓은, 그러나 질퍽한 땅. 새만금에서 김 의원은 복합리조트(IR·Intergrated Resorts) 건설을 꿈꾸고 있다. 복합리조트는 호텔, 쇼핑센터·컨벤션센터·공연장, 박물관, 레스토랑, 카지노가 집약돼 비즈니스와 레저, 엔터테인먼트, 관광을 한곳에서 다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융합레저관광시설이다. 현 정부가 중점 육성산업으로 분류한 마이스(MICE) 산업의 핵심 인프라이기도 하다. 마이스는 기업회의(Meeting), 보상관광(Incentive),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첫 글자를 합친 말로 국제적 규모의 회의, 전시회 관련 산업을 뜻한다. 2010년 개장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가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온통 카지노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새만금에 복합리조트가 들어서면 향후 5년간 23조5000억 원의 경제생산이 유발되고, 생기는 부가가치만 8조9000억 원입니다. 또 일자리가 23만 개 생깁니다. 복합리조트에 상시 고용되는 사람만 3만5000명입니다.” 김 의원은 말을 이어갔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 있는 호텔은 객실만 2500개가 넘습니다. 이런 호텔이 새만금에 들어선다고 상상해 보세요. 여기서 사용하는 침대시트와 수건을 세탁하려면 거대한 세탁공장이 필요하겠지요. 각 객실에 꽂을 꽃을 생각하면 화훼단지가 들어서야 합니다. 복합리조트 운영에 필요한 여러 전문·기능직 일자리를 위한 각종 학교, 학원이 들어섭니다. 복합리조트뿐만 아니라 주변·배후지역이 같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마리나베이샌즈의 연면적 3%만을 차지하는 카지노는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에 불만인 사람들이 복합리조트보다 카지노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복합리조트에 투자하려는 사업가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도 사실 내국인 카지노다. 김 의원은 “세계 대규모 복합리조트에 내국인 출입을 불허하고 투자가 성공한 사례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합리조트가 단지 카지노에 불과하다는 것은 오해”라며 “카지노의 수익으로 복합리조트의 여러 다른 프로젝트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면 그 열매가 경제성장”이라고 강조했다.“카지노는 일확천금 한탕주의” 김 의원의 바람과는 달리 새만금특별법 개정안 문제는 ‘카지노 전쟁’으로 규정되어 가고 있다. 이 전쟁은 강원랜드가 있는 강원 대 전북의 지역 대결과, 내국인 카지노에 대한 찬반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일부 언론은 김 의원과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이 충돌했다고 표현했다. 염 의원은 8월 22일 국회에서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설치의 문제점’을 주제로 긴급 세미나를 열었다. 김 의원이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을 낸 지 닷새 만이었다. 이 세미나에서 염 의원과 참석자들은 새만금 카지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염 의원으로서는 지리적 접근성이 정선보다 좋은 새만금에 내국인 카지노가 생기면 강원랜드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지역경제의 침체로 연결될 확률이 높다는 생각에 필사적이다. 강원랜드의 매출 감소는 인력 채용 및 카지노 수익금 배분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제주도와 인천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가 앞으로 6곳이 더 들어서는데 새만금 복합리조트에 외국인 손님이 오겠느냐며 수익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 의원은 “제주와 인천의 복합리조트는 투자 규모가 1조5000억 원에 불과하지만 새만금은 10조 원 이상이 투자될 것으로 본다”며 “규모와 경쟁력에서 문화시설과 공연장, 전시시설을 갖춘 새만금이 월등하다”고 주장했다. 단적으로 MICE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센티브 관광인데 중국에서 2000∼3000명이 한국에 올 때 이들을 한꺼번에 수용해 문화공연 등을 향유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카지노 폐해론도 다시 불붙고 있다. 특히 새만금이 있는 전북의 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달 20일 전북도의회에서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약인가, 독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어 카지노는 약이 아니라 독이라고 강조했다. 카지노의 부작용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카지노로 얻을 경제적 효과보다 크다는 것이다. 전종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2010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카지노, 경마, 복권 등 전체 사행산업의 매출 규모는 16조5337억 원이지만 도박 중독자들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78조2358억 원으로 추정된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도박 중독 유병률(해당 지역 인구 대비 도박 중독자 수)은 5.4%로 주요 국가의 2배 이상이었다. 김 의원은 “전북 민심은 8 대 2로 새만금 복합리조트에 찬성”이라면서 “학계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도박중독자 가운데 치료를 요하는 ‘병적 도박자’ 비율은 0.9∼1.6%로 다른 나라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30 대 4’ “이게 다 강원랜드 때문이다.” 김 의원은 내국인 카지노 반대론이 힘을 얻는 이유를 이렇게 주장했다. 2000년 강원랜드 개장 때부터 카지노에 대한 규제, 감독,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했고 도박중독 예방과 치유에도 신경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돈 잃고 패가망신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강원랜드의 폐해’가 ‘카지노의 폐해’와 동일시됐다는 얘기다. 실제 1995년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하는 내용의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폐특법)을 마련했을 때 카지노 관련 규정은 1개 조문에 불과했다. 내국인이 카지노를 출입하게 하면서도 그 통제장치로 ‘문광부 장관이 필요한 경우 내국인 출입제한 등을’ 훈령으로 두도록 위임해 둔 것이 전부였다. 싱가포르는 카지노의 실효적인 규제를 위해 독자적인 ‘카지노관리법’을 제정했고 이에 따라 카지노감독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위원회가 카지노 인허가권을 가지며 경찰, 회계사, 변호사 같은 조직 내 전문 인력에게 카지노 관리 및 감독을 위한 사법 권한까지 부여했다. 이런 인원만 130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카지노 관련 독립법은 없고 관광진흥법과 폐특법으로 분산돼 있다. 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있으나 실질적인 카지노 감독 기능은 부실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강원랜드를 비롯해 전국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16곳에 대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은 4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카지노는 피해야 하고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관리하고 개방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감독 인원을 현재 4명에서 100명 이상으로 두는 카지노 감독청을 신설하고 내국인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며, 현재 1회 9000원인 강원랜드 입장료보다 월등히 많은 1회 5만∼10만 원으로 하는 등 엄격한 규제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카지노 감독과 규제를 위한 특별법’(가칭)을 준비해 곧 발의할 예정이다.싱가포르 리셴룽 총리의 ‘설득’ 싱가포르 리셴룽(李顯龍) 총리는 2005년 4월 18일 싱가포르 의사당을 찾았다. 그의 손에는 A4용지 27장 분량의 ‘복합리조트 개발 제안’이라는 연설문이 들려 있었다. 복합리조트 사업이 왜 필요하며, 결정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어떤 노력과 과정을 거쳤는지 상세히 피력했다. 그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카지노는 안 된다”던 자신의 아버지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를 설득했고, 이제 마지막 작업으로 의원들의 동의를 구하려는 것이었다. 리 총리는 자신도 2002년 싱가포르 경제성장의 신전략을 모색하는 ‘경제심의위원회’ 의장이었을 때 “게임에 대한 접근이 더 용이해져서 도박을 한층 더 조장하게 되고 게임중독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카지노를 반대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리 총리는 그럼에도 다른 글로벌 도시에 비해 뒤처지는 싱가포르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카지노가 아닌 복합리조트”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카지노가 싱가포르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과 마이너스 요인들을 상세히 나열한 뒤 그럼에도 복합리조트 추진을 결정했다며 이렇게 표현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말했듯이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는 동시에 파리 같은 곤충들과도 싸워야’ 합니다.” 싱가포르의 사례에서 보듯이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문제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합의까지 이르기에는 너무 힘들다”면서 “저성장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역발상과도 같은 복합리조트 건립에 나설 최적의 시간이 지금”이라고 말했다. 지금이 최적인 이유 중 하나로 중화권 카지노가 흔들리고 있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규제 강화 정책 이후 마카오 카지노 사업은 위축되고 있다. 2014, 2015년 연간 매출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마카오 카지노 매출의 50%를 차지한다는 중국 부유층이 세무조사를 우려해 마카오 방문을 기피하고 있다. 이들이 자주 찾는 싱가포르도 최근 비슷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마카오와 싱가포르에서 이탈한 중국 부유층의 카지노 수요는 약 12조6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 민간연구소는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건립하기 위해 카지노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아직 합법화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중국 관광객 1억 명을 일본에 빼앗길 수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법 통과 가능할까 현재 김 의원이 발의한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에 부의(附議)돼 있다. 국토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어 본회의까지 통과되려면 갈 길이 멀다. 상임위 법안 통과에는 해당 부처인 문체부의 동의가 중요하다. 하지만 8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온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은 “내국인 카지노 추가 허용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문체부의 공식 입장도 내국인 카지노를 또 허용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여기에다 ‘내국인 카지노는 좋은데 왜 새만금이어야 하느냐’는 다른 지역의 불만이 작지 않다. 이를 설득하려는 김 의원의 논지도 아직은 불충분한 듯하다. 김 의원은 “복합리조트 수익금 일부를 강원랜드와 강원도에 최우선적으로 배려하고 나머지를 다른 시도에 균등 배분하는 상생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다른 지역이 만족할지는 미지수다. 플라밍고 호텔 개장 이후 벅시 시걸은 세상을 떠났지만 라스베이거스는 70년 후인 지금까지도 여전히 휘황찬란하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제가 누굴 닮았다는 소리 듣는데 누굴까요? 혹시 아시는 분?” 정세균 국회의장은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인문캠퍼스의 방목학술정보관 1층 국제회의장 무대에서 학생들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무대 뒤편 스크린에는 정 의장이 활짝 웃는 모습과 어린이들 사이에서 ‘뽀통령’으로 통하는 애니메이션 ‘뽀로로’ 속 캐릭터 루피의 모습이 나란히 떠올랐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같은 시간 국회에서는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반쪽짜리 국정감사가 이틀째 파행되고 있었다. 정 의장은 이날 명지대에서 ‘국회 선진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한두 달 전에 정해진 일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국회를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만든 사람이 무슨 국회 선진화 방안을 강의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정 의장도 부담스러웠는지 특강을 마치며 “제가 심경이 아주 좋은 상태는 아니지만 여러분을 만나니 다 잊었다”고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국감 보이콧의 빌미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편파적인 의사진행 논란에 휩싸인 정 의장이 제공했다.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법 절차를 어겼다는 새누리당 주장은 더 따져봐야겠지만 본회의 석상에서 야당 편을 드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의장의 명백한 실책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지난번 개회사 파동이 없었다면 새누리당이 이렇게까지 펄펄 뛰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거푸 두 번이나 당했다고 생각하니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의장은 뉴질랜드 방문을 위해 29일 출국하기로 한 일정은 일단 취소했다. 다음 달 3일 뉴질랜드 하원 의장과의 회담에 맞춰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상화되지 않은 국회를 두고 늦게라도 떠나겠다는 발언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 의장이 출국 전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26일 야3당 원내대표들에게 국감을 2, 3일 연기하자고 한 게 전부다. 정 의장 측은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 중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이 대표의 단식을 핑계로 정 의장이 손을 놓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정 의장은 이날 특강에서 “국회의장은 국회가 잘 운영되도록 1차적으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며 “가능하면 정쟁을 유발하지 않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쟁은 유발됐다. 정 의장은 바로 그 책임을 져야 한다.민동용·정치부 mindy@donga.com}

25일 국회는 일요일이었지만 국회법상 ‘협의’의 본뜻을 놓고 정세균 국회의장 측과 새누리당의 옥신각신은 계속됐다. 국회 사무처는 이날 오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국회법 절차를 어떻게 따랐는지 주장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부터 처리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짚으며 23일 밤 정 의장이 차수변경 과정에서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협의를 거쳐 9월 24일 본회의를 개의했다’라고 밝혔다. 23일 밤 12시 직전 차수변경이 이뤄졌을 때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날치기다. 나와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항의한 데 대한 정 의장의 반론 격이었다. 국회법 77조에 따르면 의장은 의사일정 변경을 위해서는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야 하는데 정 의장은 이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25일 “23일 밤 11시 40분경 국회 의사과장이 차수변경안을 담은 문서를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쓱 내밀더라. 이게 어떻게 협의냐”라며 어처구니없어 했다. 새누리당은 직권남용 등으로 정 의장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의장은 “국회법대로 했는데 무엇이 문제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회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잘못 인식된 측면이 있어서 그렇지 합의기구가 아니다. 협의기구로 다수결에 따르는 게 원칙이다. 국회법 169개조를 봐도 ‘합의’보다 ‘협의’라는 말이 월등히 많다. 그만큼 협의의 형식에 대해서는 의장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한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많다. 그래서 더욱 정 의장이 ‘법대로’를 강조한 것은 실망스럽다. 의장은 모든 일을 법대로만 하는 자리가 아니다. 정치의 전당인 국회에서 정치적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하는 자리다. 충돌하는 여야 사이에서 거중조정의 ‘예술’을 펼치는 자리다. 정 의장이 이번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그런 역할을 다했는지 솔직히 의문이다. 개회사 파문 때도 그랬고 이번 일도 그렇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중재자의 면모보다 ‘정치인 정세균’의 모습이 더 두드러지는 점은 아쉽다. 해임건의안 표결 때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했는데도 정 의장은 한 표를 던졌다. 이 역시 국회법대로라고는 해도 개운치 않다. 민동용·정치부 mindy@donga.com}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다. 그러나 둘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야당을 택했고, 김무성 전 대표는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구심점이 됐다. 묘한 인연을 가진 두 여야 전 대표는 현재는 당내 비주류에 속하지만 내년 대선의 주요 플레이어에 속한다. 19일 국회 사랑재에서 만난 두 사람은 1시간 46분 대담 중 경제 문제에 40분 넘게 할애했다. 두 사람은 경제민주화와 소득 격차 해소가 시급한 현안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격차 해소 해법 놓고 이견―내년 대선을 관통할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김종인(이하 인)=나날이 심해지는 격차를 어떻게 좁힐 것이냐이다.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가 미국 다음으로 소득격차가 심하다. 미국은 중산층이 무너지자 극단적 발언을 하는 사람이 득세하는 시대가 오지 않았는가. 우리나라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김무성(이하 성)=우리 사회가 발전의 한계에 도달했다. 양극화 현상과 맞물려 미래와 희망이 없는 사회가 됐다. ‘희망의 사다리’가 없어지는 데서 오는 좌절이 길어지면 분노가 되고, 분노가 길어지면 폭발한다. 총선도 작은 폭발 중 하나라고 본다. 더 큰 폭발이 올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인=우리 상황이 지나칠 정도로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는 식으로 가면서 그쪽(노동) 세력은 점점 약화된다. 소득은 노동시장에서 1차적으로 분배되는데 (노동이) 취약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1차 소득 분배 불균형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성=전반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소득 격차와 관련해서 전체 근로자의 3.5%밖에 안 되고, 전체 임금소득자 중 상위 10% 고소득자들인 민노총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을) 반대하고, 더민주당은 이들에게 발목 잡혀 있다. 절대 다수 근로자를 보호하는 길로 가는 게 노동개혁이라고 보는데 (야당은) 임금 격차 해소하는 게 노동개혁이라고 본다. ―소득 격차 해소의 방법론은 무엇인가. ▽인=쉽지 않다. 1974년 1월 정부는 긴급조치 3호로 재정명령을 발동해 그 전해 국회에서 1만8000원으로 어렵게 2000원 올린 면세점(點)을 5만 원으로 인상시켜 버렸다. 1차 오일쇼크로 경제 상황이 어렵고 사회적 불안감이 조성되자 이 같은 과격한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민주화된 지금 그런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 민주적인 개혁을 일방(노동)이 아니라 타방(자본)도 같이 해줘야 한다. 경제의 룰을 바꿔야 한다. ▽성=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46세 때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해서 대통령이 됐다. 나도 국정의 90%는 경제라고 말해 왔지만, (격차 해소를 위해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다. 정치의 룰을 바꿔야 한다. ▽인=이데올로기적으로 진보 대 보수 같은 어프로치로는 해결이 안 된다. 양극화란 말이 나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정치권에서는 대안이 나온 게 없다. 1993년 시작된 일본의 불황이 20년 넘었는데 우리도 그 진입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 ▽성=일본은 고령화사회 진입할 때 노인들 주머니에 돈이 있었고 가계저축률이 높았다. 우리는 노인들은 돈이 없고, 가계부채는 심각하다. 우리는 (장기 불황에) 빠지면 헤어날 가능성이 없다.○ 증세와 경제민주화 ―증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성=증세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 부정부패가 없어야 한다. 지방의 낭비 요인이 너무 많다. 사회간접자본(SOC) 과잉 시대다. 이걸 다 줄여야 한다. 조세감면 특혜를 대폭 줄여도 견딜 수 있다. ▽인=우리의 경직된 세제(稅制)는 소득재분배 기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소득세를 납세 인구의 50%밖에 안 낸다. 세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걷고 세출을 어떻게 편성하느냐부터 시작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를 평가해 달라. ▽인=과거 정권에 비해 경제정책이 크게 향상된 게 없고 빈부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다. ▽성=청와대에서 발표한 걸 봤는데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은 20개 중 13개 입법을 완료했다. 그 나름대로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인=(관련) 법을 많이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고 하나라도 제대로 집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 ▽인=(지난 대선에서) 그렇게 생각했는데 소용이 없었다. 경제민주화는 재벌이 자기 능력대로 하되 정부가 정한 룰은 지키라는 것이다. ▽성=소용이 없는 게 아니고 (경제민주화를) 하긴 했는데 김종인 전 대표 욕심에 차지 않았다. 다만 재벌이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상호출자하고, 연고자본주의가 커가는 건 막아야 한다.○ 북핵 해결 위한 중국 역할 강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논란이다. ▽성=핵무기에 대한 방어체계를 두고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다. 정부의 무능도 한몫했다. 국방부는 당당하게 방어체계 만든다고 얘기는 못 하고 계속 (사드 배치를) 부인, 부정했다. 또 첨단 무기체계를 어디 배치하는지 왜 공개하나. ▽인=한미 안보동맹에 훼손이 가는 얘기를 우리가 해선 안 된다. 미군 사령관이 주둔군 생명 지키기 위해 갖다 놓은 것을 우리가 거부할 수 있는 입장이 되지도 못한다. 미 전 합참의장이 (북한에) 선제공격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걱정스럽다. (북핵이 미국) 본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미국이 대한민국을 보호할 의무도 느끼지 않게 된다. ―북핵 문제의 해법은 무엇인가. ▽성=북한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은 중국밖에 없다. 그런데 중국은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고 빠른 시일 내의 한국 주도 통일을 원하지도 않는 것 같다. 누군가 북이 핵미사일을 쏘면 이에 대응해 북한을 쑥대밭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잘못된 발언이다. 쏘고 나면 게임은 끝이다. 사전에 발사를 막을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 국방비를 증액하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인=북핵 문제는 우리가 얘기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중국은 한반도를 예전에 자기들에게 조공 바치던 나라로 생각한다. 말은 한반도 통일을 지지한다고 얘기하지만 분단 상태가 가장 유리하다고 본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을 비핵화시키겠다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북한이 위협이 된다고 보면 방어체계를 갖추는 것이 정상적이다. ―일각에서는 대북특사나 북-미 평화협정 체결이 해법이라고 한다. ▽성=지금 대화가 되겠나. 북한은 핵무기가 완성될 때까지는 계속 가게 돼 있다. (평화협정은) 입에 발린 소리다. 실질적으로 그렇게 안 된다. ▽인=6자회담으로도 안 되는데…. 대북특사로는 문제를 풀지 못한다. 미국이 북한을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미국은 자기네 국익을 위해 행동한다. ● 김무성 “5년 단임은 王 뽑는 제도… 권력 나누는 연정 필요” 개헌-정치개혁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는 19일 동아일보 대담 인터뷰에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든 4·13총선 결과가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라는 데 공감했다. 다만 진단은 달랐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인사 실패를, 김종인 전 대표는 공약 불이행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박근혜 정부 평가 놓고 이견 ―박근혜 정부 4년을 평가한다면…. ▽인=내가 따로 평가할 필요가 없다. 4·13총선에서 이미 국민들이 평가를 내렸다. 정직함이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등을 약속했는데, 국민이 느끼기에 이행된 게 보이지 않자 거기에 대한 평가를 내린 것이다. 빈부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외교안보에서도 평가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성=집권 초기 기대가 높았는데, 중반 이후 (국민이) 실망을 많이 한 것 같다. 결국 인사 실패다. 국정 운영에 있어 그야말로 각 분야에서 ‘베스트 초이스’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 정권에서 그걸 실패했다. 세월호 참사 때도 그렇고, 중요한 이슈가 생기면 부처 장관들이 나와 마이크를 잡아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 왜 (장관들이) 주눅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정치를 하는 우리도 부처 장관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박근혜 정부가 성과를 내지 못한 데는 국회 책임도 있지 않나. ▽인=국회선진화법으로 야당이 반대하면 (법안이) 통과될 수 없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이 제도는 새누리당이 만든 거다. 이런 제도를 만들었으면 이에 합당하게 야당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자세를 취하니 야당도 극한의 반대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성=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야당도 (선진화법으로) 엄청난 무기를 가졌으면 그에 걸맞게 여당이 양보할 수 있는 선을 제시해야 한다. 여당이 도저히 받을 수 없는 걸 제시하면 어떻게 하나. ―선진화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나. ▽성=(선진화법을 통과시킨)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날 의원총회에서 ‘(이 법이 통과되면) 나라 망한다. 식물대통령 만드는 길’이라고 반대했다. 자업자득이다. 선진화법은 어느 당이 정권을 잡든 반드시 바꿔야 한다. ▽인=선진화법은 누구도 다시 고치자고 못할 거다. 선진화법이 유지되면 정부도 합당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정부는 선진화법이 있으면 12월 2일 예산이 자동 통과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여당이 다수당일 때 가능하다. 야당이 (예산안을) 부결시키면 그만이다. 다만 야당도 대의를 위해 어떤 게 중요한지 생각해야 한다. 야당을 끌고 가는 사람들이 (야당 내 강경파를) 극복해야 한다.○ ‘내각제 요소’ 가미한 개헌에 한목소리 ―두 분 모두 개헌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인=이제 혼자서 자기 멋대로 나라를 끌고 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지역 간, 계층 간, 세대 간 균열을 빨리 치유하지 않으면 경제도, 통일도 어렵게 된다. 2018년이면 정부 탄생 70주년이다. 인간도 70대가 되면 늙어서 쇠약해진다. 활력을 얻으려면 골격을 바꿔야 한다. 권력구조나 경제 운용 방식을 새롭게 수용하지 않으면 나라 장래가 걱정된다. 수직적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는 개헌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치권이 정신을 못 차리면 정치권 자체가 설 땅이 없어질 것이다. ▽성=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아무것도 못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역사의 죄인이 된 심정이다. 기형적 국회를 스스로 고발하고 싶다. 여야의 극한 대립은 승자독식의 권력 구조 때문이다. 현재 대통령 선거는 민주주의 대통령을 뽑는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왕을 뽑는 제도다. 승자는 천하를 다 얻은 것처럼 생각하고, 패자는 망했다고 생각하니 바로 불복 선언을 하는 거다. 야당은 현 정권이 망해야 (정권 교체의) 기회가 오니 반대만 한다. 사람들은 보수 정권 10년이라고 하는데 내가 볼 때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의 정권 교체다. 모든 게 단절됐다. ―개헌을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나. ▽인=일단 내각제를 통해 앞으로 2년간 연정을 하면 21대 국회에서도 연정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 ▽성=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연정이 필요하다. (양당의 특정 계파) 패권주의는 권력을 (자기들끼리) 나눠 먹으려는 것으로 결국 부정부패로 이어진다. 패권주의는 반드시 배격돼야 한다. ―하지만 개헌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이 많다. ▽인=개헌추진 의원모임에 185명이 찬성했다. 20명만 더 모으면 (전체 의원의) 3분의 2가 넘는다. 지금까지 정치권이 자발적으로 개헌을 추진한 적이 없다. (200명이 넘으면) 개헌특위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성=정치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개헌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국회가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이기 때문에 개헌의 주체가 돼야 한다. 국민 여론이 잘 형성되면 박 대통령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제3지대론’에는 말 아껴 ―개헌이 정계 개편을 위한 도구라는 주장도 있다. ▽인=개헌을 하면 정계 개편을 할 필요가 없다. (여야 간)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정권이 탄생하는데 정계 개편을 왜 하나. ▽성=그렇다. 권력을 나눠 갖고, 연정이 정착되면 정계 개편 얘기가 오히려 들어갈 것이다. ―그럼에도 제3지대에서 양당의 비주류가 뭉칠 수 있다는 관측이 계속 나온다. ▽인=제3지대 얘기를 하는데, 양쪽 당이 움직이면(양쪽 당 비주류 세력이 합치면) 상당히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당은 보다 다양한 색채가 같이 섞여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도 제대로 된다. 더민주당은 지도부 자체가 친노(친노무현) 친문(친문재인)으로 됐다. 특정 세력이 권력을 쟁취해야겠다는 식의 권력구조는 만들어지면 안 된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예가 없다. ▽성=패권주의자들이 왜 그러겠느냐. 권력을 독점하려는 세력들이 권력을 향유하고 나눠 먹으려는 거다. 결국 부정부패다. 인간의 탐욕이 그렇게 흐를 수밖에 없다. 패권주의는 반드시 배격돼야 한다. 김무성 전 대표는 ‘제3지대론’에 즉답을 피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두 분의 생각이 비슷한데, 굳이 여야로 갈라져 있을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종인 전 대표는 “원래 그렇게 (여야가) 생겨났으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김무성 전 대표는 “대화를 더 해봐야 (생각이 같은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음으로 받아넘겼다.이재명 egija@donga.com·한상준 기자민동용 mindy@donga.com·강경석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대선행보가 여당에 비해 빨리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행보의 행간에는 ‘문재인 대세론’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문재인 전 대표 쪽은 대세론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부인하지 않는다. 반면 다른 주자들 측은 본선 무대에서는 독(毒)이 될 것이라며 대세론을 부정적으로 몰아붙일 태세다. 김부겸 의원은 3일 충남 보령시에서 열린 지지조직 ‘새희망포럼’ 정기총회에 참석해 “대세론에 안주할 게 아니라 강자들의 난장판이 된 대한민국을 바로잡을 ‘히든(숨은) 챔피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세론에 안주하면 무난히 (대선에서) 패한다’는 당 비문(비문재인) 측 생각과 연장선상에 있는 발언이다. 김 의원을 돕는 유인태 전 의원은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8·27 전당대회에서 보여준 문 전 대표 지지층의 과격한 행태를 보면 대선에서 표의 확장성이 가능할지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대를 전후해 문 전 대표의 극렬 지지층이 비문 후보뿐만 아니라, 친문(친문재인) 진영이 지지하지 않는 다른 최고위원 후보들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벌인 ‘막말 공격 세례’를 빗댄 것이다. 사실상 대권 도전 선언을 한 안희정 충남지사와 손학규 전 더민주당 상임고문은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도 ‘대세론은 무난한 패배’라는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각 진영의 다른 속내를 반영하는 대응일 뿐 그런 뉘앙스는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시장과 가까운 기동민 의원은 “호남과 전통적 개혁세력에까지 문 전 대표가 든든한 지지를 받는 대세론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정기국회를 앞두고 대세론으로 조기 예열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 지사 측의 김종민 의원도 “본격 경선에서 차별되는 비전과 메시지를 던지면 대세론은 깨진다”고 주장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대세론은 ‘문재인은 안 된다’는 ‘액면’보다는 그것을 말하는 다른 주자의 존재감을 띄우는 효과가 더 크다”고 풀이했다. 대세론에 대해 문 전 대표 본인은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3일 충남 서산시에서 열린 팬클럽 창단식에서 “여러분이 장시간 ‘문재인’을 외치면 ‘오늘 출정식했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한 것이나, ‘SNS상에서 선플(좋은 답글) 달기’를 제안한 것도 괜한 대세론 시비를 차단하자는 맥락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다만 안 지사의 아성인 충남에서 굳이 창단식을 연 건 안 지사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 전 대표 측은 “팬클럽이 스스로 결정했다”고 했다. 어쨌든 친문 진영은 대세론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친문 쪽 한 의원은 “높은 대선후보 지지율, 당의 전 대통령후보라는 지위를 보면 누가 가장 앞서는지 알지 않겠느냐”며 “대세론은 그냥 현실”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 측이 대세론을 전략적으로 보는 측면도 있다. 2012년 새누리당 경선에서 역시 대세론에 대한 우려가 나왔던 박근혜 후보가 80%대의 완승을 거두고, 결국 본선에서도 승리를 거머쥔 예를 전범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측 인사는 “대세론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본선에서 외연을 확장한다면 해볼 만하다”고 했다. 압도적 대세론에 따른 경선 완승을 통해 종국에는 야권 후보단일화를 주도하고, 호남의 ‘반문재인’ 정서까지 누그러뜨릴 수 있는 복안이라는 주장이다. 민동용 mindy@donga.com·한상준 기자}
여대야소(與大野小) 19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여소야대(與小野大) 20대 국회도 협치는 오간 데 없이 강(强) 대 강(强) 대치 국면에 빠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핵추진잠수함 추진을 둘러싼 안보 문제뿐만 아니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에 걸린 민생 분야까지 여야가 극단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3당 원내대표 간의 합의(25일)가 무색하게 여야는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약속한 30일에 본회의도 열지 못했다. 야당이 전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유아 무상보육(누리과정) 지원 예산 6000억 원과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한 개성공단 폐쇄 기업 지원 예산 700억 원 증액, 그리고 누리과정 지원을 위한 교육예비비 3000억 원 증액을 새누리당이 일축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주광덕, 더민주당 김태년, 국민의당 김동철 간사는 전날 밤샘 협상에 이어 이날도 오전, 오후에 걸쳐 비공개 협상을 이어갔지만 결렬됐다. 여야는 31일 다시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도 여야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사드 배치 찬성을 당론으로 공식 채택하며 야당을 압박했다. 국민의당은 더민주당을 향해 사드 배치 반대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더민주당은 당 안팎 의견 수렴 절차를 밟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사드 배치 반대 당론 채택이 유력하다. 새누리당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응해 핵추진잠수함(핵잠)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어떤 첨단 무기도 평화를 직접 보장하지 못한다”며 “남북 모두 파멸로 몰아넣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핵잠 도입 요구를 비판하고 나서 또 다른 대치의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추미애 의원을 새 당 대표로 선출하면서 새누리당은 이정현 대표의 친박(친박근혜), 더민주당은 추 대표의 친문(친문재인) 체제로 각각 재편됐다. 친문 진영의 지원을 받은 추 대표는 이날 더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득표율 54.03%로 이종걸(23.89%) 김상곤 후보(22.08%)에게 완승을 거뒀다. 양당 최고위원도 사실상 친박, 친문 인사 주축으로 구성돼 ‘도로 친박당’ ‘다시 친문당’이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거대 양당이 당 체제 정비를 완료하면서 여야는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돌입했다. 유력 대선 주자가 있는 야권이 한발 앞선 모양새다. 전날 광주를 방문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28일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반드시 정권을 교체하라는 명령을 가슴 깊이 새겨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대선 출마의 뜻을 밝혔다. 친문 지도부가 꾸려져 당내 대선 경선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 더민주당 문 전 대표는 이르면 다음 달 대선 캠프와 싱크탱크를 띄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강력한 대선 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은 속내가 복잡하다. 현 대선 주자들이 모두 비박(비박근혜) 진영인 가운데 친박 진영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잠재적 대선 후보로 검토 중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 때문에 김무성 전 대표가 민생탐방으로 대선 행보를 취한 것 외에는 대부분 정중동의 자세로 때를 엿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양대 정당을 친박과 친문 진영이 장악하면서 제3지대론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본다. 제3지대론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주류 후보의 들러리를 설 확률이 높아진 비박, 비문(비문재인) 주자들이 당을 떠나 한데 뭉친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주류 진영이 비주류 대선 주자들에게 공정한 경선의 장을 제공한다면 제3지대론은 구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제3지대는 국민의당”이라면서 국민의당이 비박, 비문 주자들의 플랫폼임을 거듭 역설하며 손학규 전 더민주당 상임고문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추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집권을 위해 여러 개의 나눠진 보조경기장이 아니라 하나의 큰 주경기장을 만들어가자”며 강력한 통합을 통한 정권 교체를 강조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대선을 16개월 앞두고 야권에서는 대선 후보 결정론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론 vs 플랫폼(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공간) 정당론 vs 제3지대론이 맞붙는 형국이다. 사실상 불을 댕긴 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고수하는 문 전 대표가 22일 부산 지역지 기자간담회에서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이 내년 3월 이후 야권 대선 후보의 단일화를 성사시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를 향해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뜻을 함께하게 되리라 믿는다”며 운을 뗀 데 이어 야권 후보 단일화론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야권 후보 단일화론을 내세우자 더민주당 친문(친문재인) 진영 일각의 ‘새누리 더민주당 국민의당에서 각각 후보가 나와도 승리할 수 있다’는 3자 구도론은 쑥 들어갔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23일 “야권 후보 단일화는 문 전 대표의 개인적 신념 같다. 내부에서 그것을 주문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3당의 존재감 부각에 애쓰고 있는 국민의당은 친문, 친박(친박근혜)이 아닌 어떤 후보라도 자기 당에 들어와 경쟁하자는 플랫폼 정당론을 앞세우고 있다. 안 전 대표라는 대선 ‘굳은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의 독무대로는 대선 승리를 가져오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더 이상 양극단 중 한쪽이 권력을 잡는다면 또다시 불행한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며 “양극단을 제외한 합리적 개혁을 원하는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친문, 친박을 겨냥한 말이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줄곧 더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 박원순 서울시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같은 분이 국민의당에서 함께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국민의당 일각에서는 “국민의당 밖에서 더 크게 중도 인사들을 규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제3지대론의 최초 진원지는 2년 넘게 전남 강진에 머물며 정계 복귀를 꾀하는 손 전 고문 주변이다. 문 전 대표나 안 전 대표처럼 확고한 기반이 없는 손 전 고문은 생존 공간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손 전 고문 측 인사는 “더민주당 당적을 계속 보유한 손 전 고문으로선 탈당해 다시 국민의당으로 가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친문 지도부가 예상되는 더민주당 내에서 대선 경쟁을 벌이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제3지대에서 새로운 통합의 깃발을 들고 여야를 넘나들며 대선주자들을 모아 ‘국민후보’ 형식으로 후보를 내는 방향을 도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1976년 지미 카터 전 조지아 주지사가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들 때 인지도 여론조사 결과는 2%였다. 그의 어머니가 “대통령(President)에 도전하겠다”는 아들의 말에 “어떤 협회장(president) 선거에 나서느냐”고 되물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미국 주류 정치무대에서는 철저히 무명이던 그는 놀랍게도 유세전에서 선풍을 일으켰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기성(旣成)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혐오가 팽배했고, 직전 해 월남(남베트남) 패망으로 아시아 지역에서의 전쟁에 대한 염증이 더해져 나타난 결과였다. 그는 이런 바람을 등에 업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뒤 주한미군(전투부대)의 철수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1977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는 이를 미 정부의 정책으로 확정했다. 그해 3월 미국을 방문 중인 당시 박동진 외무부 장관에게 카터 대통령은 향후 4, 5년 내 주한미군을 철군(撤軍)하겠다고 통고했다. 1979년 6월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서울에 온 카터 대통령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철군을 반대하는 자신의 소신과 명분을 45분간 조목조목 설명했다. 되도록 철군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던 카터 대통령은 회담을 마치고는 매우 분노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설명 때문이었는지, 미 국무부 국방부 군의 반대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철군 정책은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철회됐다. 올해 대선을 앞둔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도 카터 대통령과 비슷한 면이 있다.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와 염증의 산물’이라는 점과 선거전(戰)에서 주한미군을 들먹이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트럼프 후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주한미군 문제와 더불어 한미동맹에 대한 전반적인 재조정을 요구할지 모른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논란이 여전할 우리나라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미지수다. 문제는 우리 대선주자들이 새로운 미국 대통령에 대해 어느 정도의 준비를 하고 있느냐다. 트럼프가 되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되든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는 일정 정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미국의 동북아 전략, 나아가 세계 전략까지 면밀히 예측해 그에 맞춰 한국의 외교안보와 경제가 얽힌 다차 방정식을 풀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겠다. 1969년부터 1978년까지 9년 3개월 동안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복무한 김정렴 전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장이 쓴 ‘한국경제정책 30년사’에 보면 박 대통령은 카터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불면의 밤을 보냈다. 박 대통령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정상회담 전 1주일간 사색에 사색을 거듭하며 스스로 메모를 작성했다’고 돼 있다. 11월 미국 대통령이 결정되는 그날 밤 긴 고민에 빠져 밤잠을 설칠 대선주자는 누구일까. 모르긴 몰라도 그 사람이 내년 대선의 승자가 될 것이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27일 전당대회를 끝으로 7개월여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고별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령제 70년, 이제 바꿀 때가 됐다”며 “특히 당의 책임 있는 대선 후보라면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개헌에 관한 입장과 역할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언급한 ‘정당, 정파를 초월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설치’를 다시 제안했다. 김 대표는 또 “(국회의원들이) 개헌 필요성을 인정하고 납득하려면 20대 국회가 끝난 다음(2020년 6월)에 적용됨을 전제해야 한다”며 “다음 대통령 될 분이 (2018년 시작되는 자신의 임기를 단축하는) 용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저의 소임이 있다면 경제민주화를 완성하는 것”이라며 국민 설득을 위한 ‘강연 정치’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당 관계자는 “여야를 모두 경험한 김 대표가 개헌과 경제민주화를 통해 새로운 ‘무대’를 만드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표는 오찬 자리에선 최근 당 강령의 ‘노동자’ 문구 삭제 논란에 대해 “정체성 같은 소리는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쓴소리를 했다. 또 “세상이 변하는 걸 모르고 헛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아 답답하다”며 “정당이 가식적으로 너절하게 정체성을 나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자신을 비판했던 당내 인사들을 향해선 “(총선 전) 개헌 저지선 확보가 목적일 정도로 급했던 사람들이 선거 후 자기네들이 승승장구한 것처럼 군다”며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성공을 못 한다는 게 상식인데, 상식을 초월한 사람들이 (당에)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2012년 대선에 이어 내년에 재도전하는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듯 “(대선 후보도) 오래 뛰면 오래 뛸수록 소모가 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전날 지지자들과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 “이제 준비된 대통령이 될 것이다. 재수에 강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시도당위원장 경선에서는 경기도당위원장에 전해철, 인천시당위원장에 박남춘 의원이 당선되는 등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민동용 mindy@donga.com·한상준 기자}

2002년 3월 강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이회창 총재가 고급 빌라 파문에 휩싸였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의 100평이 넘는 빌라 2, 3, 4층을 각각 이 총재 부부, 장남 부부, 장녀 부부가 나눠서 살거나 사용하고 있다는 특종보도를 받은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의 공세가 거셌다. 전셋값만 10억여 원을 호가하는 빌라였다. 이 총재가 대쪽이라는 별명답게 청검(淸儉)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했던 서민 대중이 받은 충격은 작지 않았다.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자 이 총재의 특보 역할을 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부리나케 이 총재를 만나러 갔다. 윤 전 장관은 “얼른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법적으로 아무 잘못이 없다. 뭐가 문제란 말이냐”며 역정을 냈다고 한다. 윤 전 장관은 최근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이 총재가 여전히 정치인이라기보다 리걸 마인드를 중시하는 법조인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리걸 마인드는 법률적 사고방식을 말한다.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쟁점에 대한 균형 있는 판단을 하기 위해 법률가에게 꼭 필요한 소양이다. 쉽게 말하면 모든 사안의 기준을 법으로 보는 태도다. 법에 비춰 옳고 그름을 분별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리걸 마인드가 법을 다루지 않는 영역에서까지 절대적 기준으로 활용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처한 상황도 그런 것 같다. 우 수석 처가가 급히 팔기를 원했던 서울 강남 알짜배기 땅을 넥슨이 샀고 진경준 검사장이 중간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을 의혹이 있다는 보도가 시작이었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 거래가 포괄적 뇌물공여에 해당된다는 해석이 나왔고, 우 수석 처가와 넥슨 간 매매계약의 미심쩍은 내용을 다룬 기사가 잇따랐다. 이에 대한 우 수석의 태도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그의 주장이 맞는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우 수석의 머릿속에서 작동하고 있을 리걸 마인드는 그의 현 지위에서는 맞지 않는다. 그는 더 이상 법률가가 아니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라는 자리는 법과 정치가 서로 얽혀 상호작용을 하는 영역에 있다. 한 나라의 수반을 모시는 주요 참모로서의 역할을 다하려면 법 논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과 미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을 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국회 개정을 검토해보자고 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사드 배치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법(SOFA)이 문제가 있으니 고치면 되고, 법에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했으니 부쳐보자는, 전형적인 리걸 마인드의 발로다. 두 사람 중 누가 내년 대선에서 이길지 모르겠지만 국제정치도 법으로 풀 수 있을 거라는 발상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11년 전 영화를 담당할 때다. 함께 점심을 먹으며 배우 품평을 하던 영화기획사 대표가 말했다. “좋은 배우의 얼굴에는 드라마가 있어요.” 깎은 듯, 아니면 깎아서 잘생기고 예쁜 배우는 많다. 그러나 좋은 배우라면 얼굴에 삶의 희로애락과 기승전결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다. 얼굴에서 이야기가 배어나올 때 비로소 진짜 배우가 된다는 얘기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속된 말로 배우처럼 얼굴을 뜯어먹고 살지는 않지만 좋은 정치인이 되려면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건 정치권의 불문율이다. 하물며 대권에 도전한다면 더욱 그렇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민주화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와 동일시됐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는 청계천 복원이 따라다녔다. 그렇다면 야권의 대선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에게는 지금 어떤 스토리가 있는 것일까. 솔직히 두 정치인이 갖고 있는 이야기보따리는 거의 비어 있다. 비명에 떠난 노 전 대통령의 운명(殞命)을 차분히 발표하고 듬직하게 빈소를 지키며, 영결식장에서 모 의원의 ‘무례’에 대해 당시 이 대통령에게 정중히 사과하던 문 전 대표. 2012년 대선에 나온 그에게는 노 전 대통령의 ‘부활’이라는 이야기가 녹아 있었다. 2011년 지지율이 자신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박원순 씨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안 전 대표는 곧바로 ‘안철수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이듬해 대선에 나온 그를 두고 ‘메시아가 나타나 우리를 구원할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대선 패배로 자신의 스토리를 소진했고, 안 전 대표는 2014년 민주당(현 더민주당)과의 통합으로 사실상 ‘현상’의 지위를 잃어버렸다. 이후 두 사람이 새로 쓰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엿보인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다. 방법은 강경함과 단호함이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을 흔들어대는 비노(비노무현) 진영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끝내 당 밖으로 몰아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삼고초려해 총선 승리를 이뤄냈지만 김 대표에게 당을 더 오래 맡길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안 전 대표는 혁신이라는 화두를 내걸고 문 전 대표와 건곤일척의 쟁투를 벌였다. 새로운 당을 만들고, 김한길 전 의원의 야권통합 시도는 단칼에 잘라냈다. 총선 리베이트 의혹 사건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내놓는 강수를 던졌다. ‘또 철수’라는 평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강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4·13총선의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며 거대하게 움직이는 민심이 어떤 이야기를 바라는지 더 고민해야 한다. 기존의 정치 작법(作法)으로는 이 스토리의 한 문장도 써내려가지 못한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대법원 양형위원 성추행 의혹 관련한 잘못된 폭로 이후 국회의원 면책(免責)특권을 시대 변화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는 여론이 국회에서 일고 있다.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의 직무상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 헌법 45조를 토대로 한다. 조 의원의 경우처럼 결과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게 된 발언까지 면책 대상이 돼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4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조 의원에게 “언행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경고했다고 이재경 대변인이 밝혔다. 조 의원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이 새기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조 의원 사건이 더 이상 확대되는 걸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같은 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아무래도 초선 의원이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미숙했다거나 질의 과정에서 미숙한 점은 반면교사로 삼아 그러한 실수가 없도록 노력해야겠다”고 했다. 다만 우 원내대표는 “일부 초선 의원의 실수를 빌미로 국회가 사법권을 쥔 대통령과 행정부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기능과 권한까지 제약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면책특권의 오·남용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권력 견제라는 본래 취지까지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청와대와 정부를 견제할 면책특권을 아예 없앤다고 하면 국회가 마비되고 국회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면서 “사실이 아닌 허위 폭로라면 윤리위원회에서 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이뤄질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야당에 비해 더 단호하게 면책특권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야당 초선 의원의 허위 폭로는 사라져야 마땅한 구태”라며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를 일삼는 갑질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자문기구’와 정치발전특별위원회에서 중요한 의제로 다루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야당의 특권 남용 논란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단호한 조치’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소속 의원들의 문제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친인척 보좌진 채용 전수조사 결과를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했지만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상 의원들을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을 뿐 별다른 징계를 결정하지도 않았다. 전문가들은 면책특권이 헌법 조항인 만큼 폐지하기는 쉽지 않고 헌법을 위반하는 법률을 만드는 것도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면책특권이 필요했던 시대 상황과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많이 다르다는 점을 반영해 국회 내에서 개선·보완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스스로 면책특권을 남용한 의원을 실질적으로 징계하는 방안밖에 없다”며 “의원의 언행에 대한 징계 수위를 강하게 명시하는 등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도 “특정 개인에 대한 명예 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그리고 1급 보안정보 누설 등의 경우에는 면책특권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국회 차원의 윤리규범을 미국처럼 세세한 점까지 강화시켜야 한다”고 했다.민동용 mindy@donga.com·홍수영·유근형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29일 선거 비용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도 함께 물러났다. 2월 2일 국민의당 창당과 함께 당 공동대표로 선출된 지 149일 만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천 대표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하고 대표직을 사퇴한다. 앞으로도 우리 당과 정권교체를 위해서 헌신하겠다”고 했다. 안 전 대표가 당의 부정부패 의혹 때문에 중도 하차하면서 정치 혁신을 통한 ‘새정치’를 주장해 온 자신의 이미지도 정치적으로 손상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4·13총선 이후 두 달 반 만에 리더십 공백 사태를 맞은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했다. 박 신임 비대위원장은 내년 2월 예정인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때까지 대표 권한을 행사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일주일 전 네팔로 떠났다. 문 전 대표는 출발에 앞서 “나라에 어려운 일이 많아 마음이 편치 않다. 특전사 공수부대에서 군 복무할 때 했던 ‘천리행군’을 떠나는 심정이다”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썼다. 문 전 대표는 네팔에서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자원봉사, 강연, 자매결연 일정 등을 소화하고 히말라야 트레킹도 한다고 한다. 내년 대선의 야권 유력 주자인 문 전 대표가 그저 봉사와 휴식을 위해 네팔로 가지는 않았을 터다. 대선까지는 아직 18개월이 남았고, 공식 대선 캠프를 꾸리지는 않았지만 이는 당연히 문 전 대표의 대선 행보로 봐야 한다. 다시 말하면 집권 플랜의 일환이다. 정치권에서는 흔히들 “집권을 하려면 시대정신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대선이 있는 해, 국민이 가장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선점해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영입해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대표 브랜드로 내세웠던 것이 좋은 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3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진보 진영이 (단일화 과정에서) 잠시 내려놓은 복지와 경제민주화라는 깃발을 낚아채는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진보가 제기한 시대정신을 받은 것이다”라고 했다. 문 전 대표뿐만 아니라 용꿈을 꾸는 여야 주자들 모두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지, 그것을 어떻게 거머쥘 수 있을지 고심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정신이 전부일까. 진보의 시대정신을 탁월하게 낚아챘다는 박근혜 정부를 포함해 역대 정부를 돌아보면 ‘이제는 집권만이 지상(至上) 목표가 돼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시대정신은 부여잡았지만 집권 후 국정 운영의 청사진은 없었던(혹은 있었으나 너무 부실했던) 정권의 민낯을 보는 것 같다. 과거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한 의원은 “인수위 첫날 관료들이 우리 대선 공약 가운데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되는지 근거 자료를 첨부해 다 분류해 왔더라”라면서 “대부분 관료들한테 끌려다녔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 의원은 “정권을 쥐었을 때 국정 분야별로 어떻게 이끌어 가겠다는 구체적인 안과 실행 계획을 세워 놓지 않는다면 그 정부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대선까지 남은 1년 6개월은 집권 플랜을 짜고 실행하는 데만도 부족한 시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천신만고 끝에 정권을 쥔다 한들 국가의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 낼 것인지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다면 5년 뒤 그 정부의 운명은 뻔하다. 대선 주자들 각자의 역량이 모자란다면 소속 정당이 총괄해서라도 집권 후 국정 운영 플랜을 지금부터라도 짜 놓기를 권한다. 대선 승리 후 대통령 취임까지 두 달여 동안만 행복한 정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