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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4일(현지 시간) 미군이 철군한 아프가니스탄이 내전으로 분열되고 알카에다 등 테러 단체가 재건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밀리 의장은 이날 독일 람스타인 공군기지에서 진행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철군 이후 미국이 더 안전해졌느냐’는 질문에 “나의 군사적 추정은 아프간이 내전으로 이어질 듯한 상황이라는 것”이라며 이렇게 답했다. 밀리 의장은 “더 광범위한 내전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그것이 알카에다의 복원이나 이슬람국가(IS) 또는 다른 수많은 테러 단체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2, 24, 36개월 내 그 지역 전반에서 테러가 재발하는 것을 볼 수도 있다”며 이를 모니터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미군이 아프간을 떠나면서 현지 정보 수집이 더 어려워졌다는 점을 인정하며 “우리는 (아프간) 전역에 대한 아주 강력한 수준의 경고와 관찰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11테러 관련 기밀문서를 해제하고 이를 공개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3일 서명했다. 9·11테러 희생자 유가족들이 이를 요구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9·11테러 20주년 행사에 바이든 대통령의 참석을 보이콧하겠다”고 압박한 데 따른 결정이다. 유가족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9·11테러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확인할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법무부는 공개할 문서들을 분류하고 정리해 앞으로 6개월 내에 대중에 내놔야 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미군 기지로 들어온 아프간인 중에는 국적불명자와 입국 자격이 충족되지 않은 사람은 물론 테러 연루 가능성이 의심되는 사람들도 대거 섞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만 명에 달하는 아프간인들의 탈출과 미국 입국이 급작스럽게 진행되다 보니 곳곳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4일 NBC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이후 미국으로 탈출한 아프간인 중 테러단체나 탈레반과 연계돼 있을 가능성을 의심받는 사람은 100명 정도다. 이 중 2명은 이름이나 배경, 휴대전화 번호 등 관련 정보가 우려되는 수준이어서 코소보로 옮겨 추가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미 고위당국자가 밝혔다. 현재까지 미국에 들어온 아프간인 4만여 명 중 추가 검증이 필요한 사람은 1만 명에 이른다. 입국자 중에는 과거 미국에 살다가 범죄를 저질러 추방된 사람도 있다. 미국 정보당국의 테러 감시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게 확인돼 입국이 거부된 사례도 있다. 국방부는 아프간인들이 분산 수용돼 있는 30개국으로 지문을 비롯한 생체정보 감식 장비 수백 대를 보냈다. 미 고위당국자는 “정확한 신상정보가 확인되지 않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풀리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러단체와 연관되지는 않았지만 미군 기지에 들어온 아프간인 중에는 국적불명자와 고아 등도 뒤섞여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 미 보건복지부와 국토안보부, 국방부에서 국무부에 보낸 e메일과 문건, 당국자와 난민 인터뷰를 토대로 이런 혼란상을 보도했다. 최대한의 효율적 탈출이 이뤄졌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입국 과정까지 무질서와 혼돈의 연속이었던 셈이다. NYT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아프간을 떠나 카타르 도하의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에 도착한 전세기는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전직 미 해병대 인사가 설립한 로펌 소속의 비행기로 알려졌다. 여기 탑승했던 사람들이 특별이민비자(SIV) 자격이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국무부 당국자가 본국에 보낸 e메일에는 “이런 식으로 착륙 허가를 요청하는 불량 항공편(rogue flights)이 많다” “도하에는 현재 서류가 아예 없는 사람이 대다수이고 이런 무국적 상태인 사람이 300명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기지 내 격납고와 임시 천막에는 난민 1만5000명이 수용된 가운데 부모가 동행하지 않은 어린이도 229명이나 됐다. 현장 관리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탈수 증세와 노로바이러스, 콜레라에 대한 우려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생후 19개월 된 아기가 숨졌다는 보고도 올라왔다. 당국자들은 이런 실태를 인정하면서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백악관은 NYT 기사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美, 정보동맹 ‘파이브아이스’에 한국 포함 추진 미국 의회가 영미권 5개국의 정보 공유 동맹체인 ‘파이브아이스(Five Eyes)’ 참여국을 한국, 일본 등으로 확대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민감한 외교안보 기밀을 공유하는 핵심 동맹체 확대 대상으로 한국이 거론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2일(현지 시간) 관련 내용이 포함된 2022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 중 군사위 산하 정보특수작전소위가 외국과의 정보 공유 체계를 다룬 부분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으로 구성된 파이브아이스를 다른 민주주의 국가로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소위는 개정안에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의 주된 위협으로 인해 파이브아이스 구성 이후 위협의 지형이 광범위하게 변해 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강대국 간 파워 경쟁에 직면한 시점에 파이브아이스는 더 긴밀히 협력하면서 가치관을 공유하는 민주주의 국가들로 신뢰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확대 대상 국가로는 한국을 가장 먼저 꼽은 뒤 일본, 인도, 독일을 들었다. 한국이 포함되면 동맹으로서 위상 제고와 함께 대북 정보전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중국 견제를 위한 역할 확대를 요구받을 수도 있다.反中 강화 나선 美, 한국 콕찍어 ‘첩보-기밀 동맹’ 합류 손짓 파이브아이스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미국과 영국이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권과의 냉전에 대응하기 위해 맺은 ‘정보 공유 협약(UKUSA)’에서 출발했다. 이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합류하며 지금의 틀을 갖췄다. 이들 5개국은 외교안보 관련 핵심 첩보와 민감한 기밀을 실시간 공유한다. 미국이 신뢰하는 영미권의 민주주의 동맹국들만 소수 포함돼 있다. 미국 의회가 이런 파이브아이스의 범위 확대 문제를 검토할 의향을 내비친 것은 중국 견제에 집중하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무서운 기세로 군사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에 맞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을 규합하고, 이들과 공유하는 정보의 수준도 높이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거론한 4개국 중 한국과 일본, 인도는 모두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동맹 및 파트너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군을 종료한 뒤 진행한 백악관 연설에서 “미국은 2021년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맞설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며 ‘중국과의 심각한 경쟁’을 언급한 것은 이런 미국의 전략 목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은 그동안 파이브아이스 가입을 위해 집요한 물밑 외교전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밀착하던 시기엔 일본을 포함하는 6개국으로 ‘식스아이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공공연하게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 의회는 이번 국방수권법안 개정안에서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거론했다. 한국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정보 접근성이 좋고 미군 2만8500명이 주둔하고 있다는 점, 미국의 해외 군사기지로는 최대 규모인 평택 험프리스 기지를 운용하며 각종 대북 정찰활동을 해오고 있다는 점 등에서 정보 공유 수준을 높일 만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 초안에 관련 내용이 언급됐다고 해서 한국이 당장 파이브아이스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권고사항이 국방수권법에 담기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 상하원의 개별 군사위 심사→본회의 통과→상하원 합동위원회의 조문화 작업→최종안에 대한 상하원 표결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 개정안이 확정된다고 해도 파이브아이스 확대의 최종 결정권은 의회가 아닌 행정부에 있다. 기존 참여국들의 동의, 추가되는 국가와의 기밀정보 공유 협정 등도 거쳐야 한다. 개정안은 국가정보국(DNI)이 국방부와 조율해 참여국 확대 시 이점과 위험성, 기술적 한계, 각국의 기여도 등에 대한 검토를 거쳐 내년 5월 20일까지 의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한국 군 소식통은 “(추가 참여국에 포함되면) 대북 감시를 위한 한미동맹 수준의 정보 공유를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최고 수준의 정보에 접근할 기회가 열린다”며 “이는 한국의 위상 강화와 효과적인 안보전략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는 중국 견제이기 때문에 파이브아이스도 중국 견제를 위해 움직일 것”이라며 “한국이 참여하면 정보력과 국격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겠지만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압박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미국 의회가 영미권 5개국의 정보 공유 동맹체인 ‘파이즈아이즈(Five Eyes)’ 참여국을 한국, 일본 등으로 확대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민감한 외교안보 기밀을 공유하는 핵심 동맹체 확대 대상으로 한국이 거론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1일(현지 시간) 관련 내용이 포함된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 심사를 진행했다. 이 법안 중 군사위 산하 정보특수작전소위가 외국과의 정보 공유 체계를 다룬 부분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으로 구성된 파이브아이즈를 다른 민주주의 국가로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소위는 개정안에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의 주된 위협으로 인해 파이브아이즈 구성 이후 위협의 지형이 광범위하게 변해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강대국 간 파워경쟁에 직면한 시점에 파이브아이즈는 더 긴밀히 협력하면서 가치관을 공유하는 민주주의 국가들로 신뢰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확대 대상 국가로는 한국을 가장 먼저 꼽은 뒤 일본, 인도, 독일을 들었다. 한국이 포함되면 동맹으로서 위상 제고와 함께 대북 정보전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중국 견제를 위한 역할 확대를 요구받을 수도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아프간 철군 완료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아프간 현지에 있던 미국인의 90% 이상이 빠져나왔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놀라운 성공”이라고 했다. 철군 과정에서 빚어진 혼란과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미군 13명을 포함해 17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참사,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국인과 현지 조력자들 문제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아프간 탈출을 원하는데도 아직 현지에 남아 있는 미국인은 100명이 넘는다. 아프간 전쟁이 ‘실패한 전쟁’이라는 국내외 비판으로 위기에 몰린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자신의 철군 결정을 정당화하며 방어에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는 “전쟁을 끝낼 때 이런 정도의 복잡함과 도전, 위협 없이 빠져나올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철군 시한은 임의로 정한 게 아니었다.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설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프간 전쟁에 대해서도 “우리는 10년 전에 아프간에서 설정했던 목표 도달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미군 13명의 사망자를 낸 IS의 한 분파 IS-K에 대해서는 “우리는 아직 당신들과 안 끝났다”며 “용서하지 않는 강한 정밀타격으로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을 노리는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들에 대해서도 “미국은 잊지 않는다. 용서하지 않는다.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며 카메라를 노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국익’을 수차례 반복 언급하며 국익에 맞지 않는 전쟁을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 우리 국민의 이익에 맞지 않는 전쟁은 거부한다”며 “미국 본토 및 친구에 대한 공격을 막는 것 외에 아프간에는 중요한 이익이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기 어린 연설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과 정치권은 싸늘하다. 야당인 공화당 벤 새스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철수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의 비겁함과 무능함이 야기한 국가적 치욕”이라며 “역사는 이 비겁함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내 탓이오(mea culpa)’라고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고 마지막 철군 과정을 정당화하려 애썼다”고 전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년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식을 선언하며 이제는 중국, 러시아 등 미국이 직면한 21세기의 위협에 대처할 때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아프간 철군을 완료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세상이 바뀌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 중이고, 러시아의 도전을 다루고 있으며, 사이버 공격과 핵 확산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또 다른 10년을 아프간의 수렁에 빠지는 것을 중국과 러시아만큼 좋아할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2021년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맞설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이 아닌 중국이라는 미국의 최대 위협에 집중할 필요성을 역설하며 “지난 20년간의 외교정책 페이지를 넘길 때”라고 강조했다.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벗어던지고 국익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의 외교안보 위협 대응에 집중하겠다는 외교정책 방향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핵 확산 대응’을 언급한 부분은 북한과 중국 등의 핵 위협이 커지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백악관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움직임과 관련해 “(대북 접촉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며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의 현재 핵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 요청과 함께 ‘김정은과 접촉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언제, 어디서나 전제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우리의 제안은 유지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방미 중인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미는 양국이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대북 인도적 분야 협의를 하는 등 북한에 관여할 다양한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북한이 호응한다면 언제든 추진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다는 게 양국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 영변 핵시설의 5MW 원자로 재가동 징후와 관련해 올리 헤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은 대미 압박의 성격”이라며 “북한의 핵물질 생산의 핵심은 우라늄 농축”이라고 지적했다. 영변의 원자로 가동과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생산량은 1년에 7, 8kg으로 핵무기 1, 2개를 만들 수 있는 양에 불과해 전략적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헤이노넨 전 차장은 “영변 등의 우라늄 농축시설 활동을 점진적으로 높이고 실험용 경수로(ELWR)에 일부 사용했다고 가정하면 2020년 말까지 약 540kg의 고농축우라늄(HEU)이 생산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의 연간 HEU 생산량을 150∼160kg으로 추정했다. 우라늄 핵폭탄 6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영변과 강선 등의 농축시설에서 1년에 80∼100kg의 HEU를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북 유화정책이 진행된 2018∼2020년에만 우라늄 핵폭탄 9∼12개를 만들 수 있는 240∼300kg이 추가 생산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2017년 당시 북한의 HEU 보유 추정치(280kg)를 더하면 현재의 HEU 재고량은 520∼580kg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공개한 상업용 위성사진에 포착된 영변 핵시설 내 냉각수 배출 정황은 5MW 원자로 재가동을 보여주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7월 초부터 영변 원자로의 재가동 징후가 포착됐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난달 27일 연례 보고서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이기 때문이다. 군 소식통은 “한미 정보당국이 재가동의 유력한 정황으로 보고, 후속 동향을 추적 중”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원자로를 다시 가동함에 따라 임기 말 남북 대화와 북-미 간 북핵 협상에 속도를 내려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기로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 원자로 가동 후 폐연료봉 재처리 가능성 38노스는 “(인근) 구룡강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방출 수로를 통해 냉각수가 방출되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보인다”고 했다. 북한이 냉각수 방출을 위해 새 통로까지 만들었다는 것이다. 위성사진에는 원자로에서 구룡강으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흘러나온 냉각수가 구룡강으로 이어지는 수로로 흘러가기 전 난류(亂流)를 형성한 장면이 보인다. 또 구룡강 남쪽으로 댐도 보인다. 38노스는 “이 댐 위에서 5MW 원자로와 실험용 경수로용 저수지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 몇 달간 지속돼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통상 발전용 원자로의 노심에는 핵연료(우라늄)를 채운 다량의 핵연료봉이 들어간다. 이후 핵분열(연쇄반응)을 통해 핵연료가 연소되면서 고열이 발생하는데 이를 식히는 데 물이나 가스 등이 냉각재로 사용된다. 뜨거워진 냉각재를 다시 식히는 과정에 사용된 냉각수는 외부(바다, 강)로 배출된다. 이런 과정이 한 치 오차 없이 진행돼야 원자로를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 1986년부터 가동된 영변 원자로는 실험용 ‘흑연감속로’로 이산화탄소를 냉각재로 사용한다. 원자로 노심을 통과한 고온의 이산화탄소를 식히는 데 사용된 냉각수는 인근 구룡강으로 배출되는 구조다. 38노스는 영변 핵시설의 냉각수 배출 정황이 포착된 것은 ‘2018년 봄(spring)’ 이후 처음이란 점에서 원자로 가동의 유력한 징후라고 지적했다. 원자로가 가동됐다면 폐연료봉(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 수순도 기정사실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발전용이 아닌 영변 원자로의 가동 목적은 핵물질(무기급 플루토늄) 생산뿐이기 때문이다. 연소가 끝난 폐연료봉을 꺼내어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로 옮겨 화학공정을 거치면 순도 90% 이상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 군 연구기관의 전문가는 “원자로 재가동이 맞다면 대미 협상용보다 핵 능력 증강 목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 일각에선 영변 원자로에서 일반 핵무기의 5∼10배 폭발력을 갖는 증폭핵분열탄용 ‘트리튬(tritium)’의 추출 가능성을 제기한다. 트리튬은 반감기가 12년에 불과해 주기적 증산이 필요한데 북한에선 영변 원자로가 유일한 생산시설로 지목된다.○ 靑 “대북 관여 시급 방증”이라 했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31일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가 지속되는 상황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북 관여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보고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도록 대화와 외교에 대한 긴급한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미 당국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대화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8개월밖에 남지 않은 만큼 하반기에 대화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이후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 생산 프로그램의 첫 단계인 원자로 재가동을 시위하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대화를 강조하지만 도발에 보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정부는 2017년 북한이 도발을 이어가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최소한의 목표로 삼고 있겠지만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의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하는 조항이 4년 만에 처음으로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해외 주둔 미군 흔들기가 끝났다는 의회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시점이 맞물리면서 향후 여파에 대한 국내 경계심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애덤 스미스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민주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7440억 달러(약 862조 원) 규모의 새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공개했다.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여기에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NDAA에 포함됐던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뿐 아니라 독일, 아프간 등 기존에 언급돼 있던 다른 미군 주둔 국가도 모두 빠졌다. 기존 NDAA에 담겨 있던 미군 감축 제한 규정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철군 가능성을 언급했던 나라들을 특정해 넣은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하원 군사위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국, 독일 등 주요 지역 주둔 미군에 대한 감축 추진 움직임이 사라지면서 이런 특정 국가들을 법에 명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또 인도태평양 지역에 초점을 맞춘 외교안보 전략의 틀에서 한미동맹을 강조해온 바이든 행정부 기조로 볼 때 주한미군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이번 법안에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맞선 동맹과 역내 병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은 앞서 각 소위원회가 의결한 국방수권법안과 함께 9월 1일 군사위 전체위원회 심의를 거쳐 표결에 부쳐진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군을 마무리 짓고 20년간 진행해온 아프간전쟁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13명의 미군 희생자를 낸 혼돈의 철군 과정, 과거 적이었던 탈레반에 결국 아프간을 넘긴 것 등을 놓고 ‘실패한 전쟁’이라는 국내외 비판과 함께 논란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급속히 세를 불리고 있는 탈레반과 테러 세력이 활개를 치면 ‘테러와의 전쟁’에 다시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아프간 현지 시간으로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59분. 미군 수송기 C-17이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출발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미군 철군의 완료와 함께 미국의 최장기 전쟁으로 기록된 아프간전쟁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케네스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화상으로 연결한 국방부 브리핑에서 철군 완료와 탈출 지원 업무의 종료를 발표하며 “현재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군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이제 20년간 아프간에서의 미군 주둔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는 “8월 31일 이후 미군 주둔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나의 모든 지휘관과 합참의 만장일치 권고였다”며 “이것이 우리 군의 생명을 보호하고 아프간에서 떠나기를 원하는 민간인의 대피를 보장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철군 시한을 연장하라는 주요 7개국(G7) 회원국의 권고와 요청에도 철군을 최종 확정했다. 막판에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테러와 로켓포 공격, 아비규환의 탈출 행렬이 이어졌는데도 예정대로 철군을 밀어붙였다. 지난달 14일 이후 아프간을 빠져나온 사람은 약 6000명의 미국인을 포함해 모두 7만9000명, 7월 후반부터 집계하면 12만3000명에 달한다. 지난 24시간 동안 26대의 C-17 수송기가 1200명을 대피시켰다. 아프간 탈출을 원하는데도 아직 현지에 남아 있는 미국 시민권자는 “200명 미만으로 100명 쪽에 가깝다”는 게 국무부의 설명이다. 매켄지 사령관은 “우리가 원했던 모두를 빼내오지는 못했다”고 인정했다. 특히 마지막 다섯 편의 항공기에는 데려오고자 했던 미국 시민이 제때 공항에 도착하지 못하는 바람에 한 명도 타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다만 탈레반이 철군 시한 이후에도 미국인과 동맹국 국민들의 대피를 허용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강조했다. 미군 철군이 완료됐지만 이것으로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완전히 발을 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공백을 틈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이 빠르게 결집할 가능성이 높고, 이들이 아프간 현지는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서 미군 등을 상대로 테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1년간 사우디아라비아 정보기관 책임자를 지낸 투르키 알 파이살은 최근 CNBC방송 인터뷰에서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간 미국 무기가 알카에다 등으로 넘어갈 수 있다”며 군사력을 키운 테러 세력의 위협 확산을 우려했다. 6월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북부 지역, 파키스탄, 중국 신장 등지에서 활동해온 8000∼1만 명의 반군들이 최근 아프간으로 집결하고 있다. 이 중 대다수가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IS의 한 분파인 IS-K와 연계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매켄지 사령관도 브리핑에서 “IS는 치명적인 힘으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위협은 여전히 실재하며 매우 구체적”이라며 “우리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13명의 미군 희생자를 낸 자살폭탄 테러의 죗값을 치르게 하겠다며 IS를 쫓는 미국의 작업도 계속 진행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휘관들에게 “IS가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일을 그 무엇도 멈추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2001년 10월 미국의 공습으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전쟁은 20년간 직간접 비용으로 2조 달러(약 2332조 원)가 투입되고 2400명가량의 미군이 사망했다. 미군 부상자도 2만여 명에 이르는 미국의 최장기 전쟁이다. 미국 브라운대의 ‘전쟁비용 프로젝트’ 등에 따르면 아프간전 전체 희생자는 올해 4월 기준 17만2390명이다. 아프간 정부군 및 경찰 6만6000명 △탈레반 반군 5만1191명 △아프간 민간인 4만7245명 등이 사망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한 동맹국의 연합군 희생자가 1144명, 현장을 취재하다 목숨을 잃은 언론인도 72명이 포함됐다. 미국의 아프간 장악과 이에 따른 탈레반 퇴각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지난 20년간 아프간의 영아 사망률은 50% 감소했다.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2001년 15%에서 2019년 21.8%로 증가했고 중등학교에 진학하는 여학생 수도 2003년 10만 명당 6명에서 2017년 39명으로 6배 이상 많아졌다. 이 전쟁은 9·11테러 발생 이후 아프간에 숨어있던 테러 주범 오사마 빈라덴을 넘기라는 미국의 요구를 당시 아프간 정권을 잡고 있던 탈레반이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항구적 자유(Enduring Freedom)’라는 작전명으로 아프간 공격을 개시했다. 한 달여 만에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고 아프간을 장악한 미국은 최대 10만 명이 넘는 미군을 집중 투입했고 10년 만인 2011년 빈라덴 제거에 성공한다.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4년에 전쟁 종료 계획을 공식 발표하는 단계까지 가기도 했지만 탈레반의 게릴라전과 이슬람국가(IS) 같은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테러가 잇따르자 철군 계획을 백지화한 바 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의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하는 조항이 4년 만에 처음으로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해외주둔 미군 흔들기가 끝났다는 의회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시점이 맞물리면서 향후 여파에 대한 국내 경계심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애덤 스미스(민주당)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7440억 달러(약 862조 원) 규모의 새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공개했다.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여기에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NDAA에 포함됐던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뿐 아니라 독일, 아프간 등 기존에 언급돼 있던 다른 미군 주둔국가도 모두 빠졌다. 스미스 위원장은 이 조항이 빠진 이유를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기존 NDAA에 담겨있던 미군 감축 제한 규정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철군 가능성을 언급했던 나라들을 특정해 넣은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하원 군사위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국, 독일 등 주요 지역 주둔미군에 대한 감축 추진 움직임이 사라지면서 이런 특정 국가들을 법에 명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또 인도태평양 지역에 초점을 맞춘 외교안보 전략의 틀에서 한미동맹을 강조해온 바이든 행정부 기조로 볼 때 주한미군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번 법안에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맞선 동맹과 역내 병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은 앞서 각 소위원회가 의결한 국방수권법안과 함께 9월 1일 군사위 전체위원회 심의를 거쳐 표결에 부쳐진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이 지난달 초부터 영변의 5MW 원자로를 2년 반 만에 재가동하기 시작한 사실을 우리 정부가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지난달 27일 1년여간 차단됐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했다. 정부 당국자는 30일 “미국과 공조를 통해 실시간으로 북한의 원자로 재가동 동향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정부는 긴밀한 한미 공조 아래 북한 핵·미사일 동향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통신선 복원 전부터 북핵 협상의 중요한 변수인 원자로 재가동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만 강조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청와대 외교부 통일부 등 외교안보 부처는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위반인 원자로 재가동에 대해 우려나 유감을 표시하지 않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7일 북핵 관련 보고서에서 원자로 재가동과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의 5개월 가동을 “심각한 문제”로 규정하고 “깊은 유감”을 표한 것과 상반된다. 이런 가운데 북핵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9일(현지 시간) 미국을 방문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이 긴요한 시점”이라며 “여러 분야에서 북한과 인도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패키지를 만들어 가기 위해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대북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냉엄한 현실을 외면한 문재인 정권의 일방적인 대북 구애의 끝은 결국 돌고 돌아 또다시 ‘핵’이었다”면서 “대북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했다. 北, 바이든 향해 ‘영변 핵’ 시위… “美외교정책에 새로운 난제” 정부 “한미, 영변 재가동 이미 파악”북한이 지난달 초부터 영변 핵시설의 5MW 원자로를 재가동한 징후가 포착되면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2년 반 만에 ‘영변’이 북핵 협상의 핵으로 다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에 이른바 대북 적대시 정책 해제와 대북제재 완화 등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하노이 회담서 제안한 ‘영변 핵시설’ 폐기마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시위를 시작한 것으로 봤다. 우리 정부는 원자로 재가동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임에도 우려나 유감 표시 없이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영변 핵 폐기와 대북제재 완화 교환을 기초로 하는 이른바 ‘스몰딜+α(플러스알파)’ 협상을 미국에 설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제안한 조 바이든 행정부도 일단 “대화의 시급성을 보여준다”며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모양새다.○ 정부 “영변 폐기-제재 완화부터 시작하자”영변 핵시설은 하노이 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내밀었던 회심의 카드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변의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 입회하에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할 테니 민생 관련 유엔 제재 5건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뿐 아니라 북한의 핵시설 전체를 신고해야 한다고 맞서 협상이 결렬됐다. 리용호 당시 북한 외무상은 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에서 “향후 비핵화 협상이 진전된다고 해도 첫 조치로 영변 폐기 이상은 내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9년 “영변은 북한 핵시설의 근간”이라며 “영변 핵시설 전부가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의미를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에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때 제기한 영변 폐기안에서부터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영변 핵시설의 폐기 의사를 밝힌 만큼 회담이 결렬된 지점에서 북-미가 다시 출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 징후를 한미 공조를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하고도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하든 중요한 것은 북을 대화로 견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도발이 영변 폐기를 협상 시작의 모멘텀으로 삼으려는 정부 구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美 언론 “바이든에게 새로운 난제 될 것”북한이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은 ‘영변 카드’를 다시 꺼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적 노출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북제재 완화 등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해 핵물질 비축량을 늘리겠다는 위협이라는 것. 미국에 “하노이 때 놓친 영변 카드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노이 회담 때 북한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미국에 영변 핵시설 재가동의 책임이 있다는 시위”라고 했다. 또 “핵협상에서 상징성이 큰 영변을 다시 꺼내 북핵 협상을 자신들이 주도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플루토늄 추출을 위한 5MW 원자로가 이미 협상 카드로서의 가치가 크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북한은 영변 외에 평양 인근 강선을 비롯해 전역에 핵무기의 또 다른 원료인 우라늄 농축시설을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 외교관 출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북한이 트럼프 시기에 퇴짜 맞은 영변 고물 핵시설을 들이밀며 미국에 단계적 비핵화 협상에 나서기를 종용하고 있다”면서 “영변보다는 (북한이 감추고 있는) 우라늄 고농축시설이 비핵화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30일 본보에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대화와 외교의 긴급한 필요성을 강조한다”면서 “(재가동) 활동 및 비핵화와 관련된 모든 사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북한과 대화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원자로 재가동이 “바이든 대통령 외교정책에 새로운 난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의 원자로 재가동에 대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방백서 “北 영변 원자로서 플루토늄 50kg 생산” 1년 가동땐 플루토늄 4kg 추출… 나가사키급 핵폭탄 만들수 있어軍소식통 “北의 전쟁 억제력 언급… 영변 핵물질 비축 재개 의미 가능성”2018년 말 이후 멈춰 섰던 북한 영변 핵시설 내 5MW(메가와트) 원자로의 재가동 징후가 포착되면서 북한의 핵물질 생산량 등 위협 수위가 주목된다. 1986년부터 가동된 5MW 원자로는 100% 출력으로 운용하면 폐연료봉(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매년 8kg의 무기급 플루토늄(Pu)을 생산할수 있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하지만 가동된 지 30여 년이 지난 원자로의 노후도를 감안할 때 1년 동안 생산 가능한 플루토늄 양은 4kg 수준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21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급 플루토늄탄인 ‘팻맨’에는 약 6.2kg의 플루토늄이 사용됐다. 단순 계산으로는 5MW 원자로의 연간 플루토늄 생산량은 20kt급 핵폭탄 1발을 제작하기에도 충분치 않은 양이다. 하지만 북한이 30년간 축적한 핵기술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북한은 수백 차례의 고폭실험과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폭탄 제조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켰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폭발렌즈와 뇌관 수 증가, 코어(핵물질 위치부) 방식 개선 등 진보된 핵탄 설계기법을 적용하면 같은 양의 핵물질로도 폭발효율을 25%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핵고도화 수준을 감안할 때 3, 4kg의 플루토늄으로 20kt급 핵폭탄을 충분히 제조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20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1986년 5MW 원자로 가동 후 재처리를 통해 50여 kg의 플루토늄을 생산했을 걸로 추정된다. 군 관계자는 “최근 북한 외무성이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며 최강의 ‘전쟁 억제력’을 비축해 나갈 것이라고 위협한 것이 원자로 재가동을 통한 핵물질 비축을 의미할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영변의 5MW 원자로는 원자폭탄보다 수십, 수백 배의 폭발력을 가진 증폭핵분열탄(수소폭탄)의 핵심 원료인 삼중수소의 생산 거점이라는 의심도 받아왔다. 리튬6을 채운 연료봉을 원자로에 넣고 대량의 중성자를 쬐여주면 삼중수소가 생산된다. 북한에서 이런 작업이 가능한 시설은 사실상 영변의 5MW 원자로뿐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6차 핵실험에 사용한 수폭급 원폭도 5MW 원자로에서 생산한 삼중수소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산하 육군부는 지난해 7월 작성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20∼60개의 핵무기를 보유 중이고 매년 6개를 추가 생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지난해에 이미 100개까지 늘렸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정보당국도 영변 핵시설과 강선 등 북한 전역의 우라늄농축시설에서 연간 수백 kg의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이 100개 이상의 핵무기를 갖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시한을 하루 남긴 30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국제공항을 노린 로켓포 공격을 감행하는 등 연일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테러 위협 속에 각국 정부는 자국민과 아프간인 조력자를 한 명이라도 더 탈출 수송기에 태우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을 규합해 “안전한 대피를 보장하라”며 아프간을 점령한 탈레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전날 미국이 폭탄을 실은 테러세력 차량을 드론으로 공습하는 과정에서는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성급한 철군을 밀어붙인 데 따른 아프간인 등의 희생으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는 또 다른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30일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겨냥한 로켓포 5발이 발사됐다. 주민들은 최소 세 차례 폭발음과 섬광이 있었고, 그 직후 도망치기 시작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미국의 C-RAM이 가동돼 로켓포를 격추시켰다. 로켓(Rocket)과 대포(Artillery) 박격포(Mortar)에 대응(Counter)하는 방어 시스템이다. 사상자 유무는 확인되지 않았다. IS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이번 로켓포 공격의 배후에 자신들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6개의 로켓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로켓포 발사 직후에는 공항 인근 살림카르완 지역에서 총격도 벌어졌다. 누가 쐈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이 테러 위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어린이 8명이 포함된 일가족 10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9일 자살폭탄 테러의 위험이 있는 차량을 드론으로 공습해 ‘임박한 위협’을 제거했다. 이 차량에는 상당한 양의 폭발물이 실려 있었다. 공항 근처에서 테러가 감행됐을 경우 대규모 인명 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차량에 대한 드론 공습 과정에서 민간인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미군이 폭탄 실은 차량을 공습하는 과정에서 어린이 8명을 포함해 일가족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CNN은 이 중에 두 살배기가 2명 있었고 3세, 4세, 9세, 10세 어린이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성인 사망자의 형제라고 밝힌 한 남성은 CNN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IS가 아니다. 이곳은 형제들이 가족과 함께 살던 가정집”이라고 했다. 아프간 철군 과정의 실패와 이로 인한 13명의 미군 사망으로 사면초가 상태인 바이든 대통령은 민간인 사망까지 더해져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당초 민간인 사망자 발생 여부에 대해 얼버무렸던 미 국방부는 그 가능성을 뒤늦게 인정했다. 빌 어번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이날 관련 보도가 나온 뒤 성명을 내고 “(폭탄이 실려 있던) 차량 파괴로 상당한 규모의 강력한 폭발이 있었고, 이것이 추가 사상자를 냈을 수 있다”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앞서 오전에는 “(민간인 피해와 관련해) 별다른 징후는 없지만 그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고 모호한 발언을 내놨다. 미국은 29일 한국을 비롯한 100개 동맹국들과 함께 아프간 내 각국 국민, 현지 주민의 안전한 탈출 보장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성명은 “우리는 탈레반으로부터 모든 외국 국적자, 이동권을 부여받은 아프간인의 안전한 출국을 보장한다는 확인을 받았다”며 관련 서류 발급 등의 약속을 지킬 것을 탈레반에 촉구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13명을 포함해 최소 170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장세력에 대한 미국의 보복이 시작됐다. 미국은 28일(현지 시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로 이번 테러를 감행한 IS-K에 대한 보복 공습을 단행해 테러 기획자(planner)와 조력자(facilitator) 각 1명을 제거했다. 공습 완료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 극악한 공격에 관여된 자들을 끝까지 뒤쫓아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응징을 예고했다. 미국은 다음 날인 29일에도 카불에서 폭탄을 싣고 공항으로 향하던 테러범들의 차량을 드론으로 공습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29일 오후 카불 국제공항 인근 민가에는 로켓포가 날아들었다. 이 민가가 IS의 비밀가옥이라는 의혹이 있으나 로켓포 공격이 이날 미군의 추가 공습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아프간 현지 매체 아스바카뉴스는 목격자를 인용해 이 로켓포 공격으로 6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사상자 중에는 여성과 아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현지에서는 여전히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테러리스트들의 공항 공격 위협은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향후 24∼36시간 내에 공격이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보고를 지휘관들로부터 받았다”고 했다.바이든 “이것이 끝 아니다” 추가 응징 예고 아프간 확전 양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군이 보복 공습을 마친 뒤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 극악한 공격에 관여된 자들을 끝까지 뒤쫓아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응징을 예고했다. 이번 테러에 대한 보복 조치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의 지침은 백악관에 묻지 말고 ‘그냥 진행하라(just do it)’는 것이었다고 한다. 미군을 희생시킨 테러범들을 최대한 강력하고 신속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가 담긴 조치다. 미국의 보복 공습은 바이든 대통령이 26일 백악관 연설에서 IS-K를 향해 “용서하지 않겠다. 잊지 않겠다.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보복을 다짐한 지 만 이틀이 안 돼 이뤄졌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군은 IS-K와 연관된 주요 대상들은 백악관 승인 없이도 곧바로 타격할 수 있는 전권을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부여받았다. 펜타곤 지도부는 이미 이런 권한을 갖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다시 확인하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이번 아프간 사태로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군사적 대응에 나서 단호한 결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저녁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은 그들(테러범들)이 더 이상 지구상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불 공항 인근에 추가 테러 위협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 국방부와 정보당국은 초긴장 상태다. 미국이 추가 보복을 벼르는 상황에서 주요 조직원을 잃은 IS-K가 재보복에 나설 경우 확전의 가능성도 있다. 카불 주재 미국대사관은 29일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테러) 위협이 있다”며 “카불 공항 인근에 있는 모든 미국 시민은 즉시 공항을 떠나야 한다”는 내용의 경보를 다시 발령했다. 미국의 철군 시한(8월 31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미국인 등 민간인 탈출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27일 하루 동안 6800명이 탈출하면서 14일 이후 현재까지 11만7000명이 아프간을 빠져나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포토맥 강변 위로 탁 트인 하늘이 펼쳐지는 미국의 워싱턴하버 상공에 헬기 두 대가 날아들었다. ‘뭔가 긴급히 출동할 사태가 터졌나….’ 백악관과 펜타곤이 가까운 이곳에 울리는 ‘두두두두’ 소리가 이날따라 왠지 더 요란하게 들렸다. 노천카페에서 점심식사를 하다 헬기를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눈빛도 불안해 보였다. 이날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13명의 미군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전해진 26일(현지 시간). 워싱턴하버에서 점심을 함께하기로 했던 사람은 약속시간에 20분 늦었다. 백악관과 의회 주변 경호가 강화돼 주요 도로 진입이 차단된 탓에 교통정체가 심했다고 했다. 9·11테러 20주년을 코앞에 둔 시점에 전해진 아프간의 테러 소식이 미국인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린 게 분명했다. 불안은 현실이 되고 있다. 아프간 현지에는 곧 추가 테러가 일어날 것이라는 극도의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즉각 보복 공습에 나서면서 테러리스트들의 재보복에 따른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며 아프간 철군을 선언한 미국이 역설적으로 테러의 문을 열어젖힌 셈이다. 아프간 철군은 당초 미국인 대다수의 지지를 받던 결정이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철군 지지’는 70%에 달했다. 그러나 철군 과정의 문제점과 이로 인한 비극의 현장이 미국인들의 안방에 그대로 전달되면서 이 비율은 2주 만에 2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긍정 평가를 추월하는 ‘데드 크로스’까지 발생했다. 사임 요구에 탄핵 주장까지 그를 흔들고 있다. 동맹들의 불신 속에 ‘미국이 돌아왔다’고 외쳤던 그의 호언은 초라해졌고, 중국 견제에 집중하겠다며 중동에서 발을 빼려다 되레 발목이 잡히면서 전선(戰線)도 꼬였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국익에 반하는 전쟁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신념이라는 것은 뉴스도 아니다. 문제는 그 신념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하고 이행하느냐 하는 것.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판단을 과신했고, 플랜B가 요구되는 급박한 상황 전개에 둔감했다. 탈레반이 순식간에 수도 카불을 점령해 버렸을 때도 그는 휴가를 즐기던 캠프 데이비드에 머물렀다. 참모들의 고언을 외면하고 철군을 조급하게 밀어붙인 것도 위험했다. 군 당국자들은 테러 세력의 부활 가능성과 병력 유지 필요성을 보고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9·11테러 20주년을 첫 시한으로 정했던 것도 패착이었다. 한 외신기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특정 기념일을 염두에 두고 성과로 포장하려는 욕심이 있었던 게 아니냐”며 “철군을 정치 쇼로 만들려 했던 것”이라고 했다.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책임을 지려는 흔적 또한 어디에도 없다. 책임을 추궁하는 폭스뉴스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가 탈레반과 맺은 평화협정 때문이었다. 그 내용이 뭔지는 아느냐”며 기자를 윽박지르는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은 민망할 지경이었다. 투철한 소신은 리더가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이다. 그러나 지도자의 신념이 잘못 펼쳐지거나 신중한 현실적 고려 없이 강행되면 잃지 않아도 될 목숨이 희생되는 참사가 벌어진다. 정책 결정의 당위성과 정당성이 무너져 버린다. 그 고통은 늘 국민의 몫이다.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13명을 포함해 최소 170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장세력에 대한 미국의 보복이 시작됐다. 미국은 28일(현지 시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로 이번 테러를 감행한 IS-K에 대한 보복 공습을 단행해 테러 기획자(planner)와 조력자(facilitator) 각 1명을 제거했다. 공습 완료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 극악한 공격에 관여된 자들을 끝까지 뒤쫓아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응징을 예고했다. 미국은 다음 날인 29일에도 카불에서 폭탄을 싣고 공항으로 향하던 테러범들의 차량을 공습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29일 오후 카불 국제공항 인근 민가에는 로켓포가 날아들었다. 이 민가가 IS의 비밀가옥이라는 의혹이 있으나 로켓포 공격이 이날 미군의 추가 공급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아프간 현지 매체 아스바카뉴스는 목격자를 인용해 이 로켓포 공격으로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사상자 중에 여성과 아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에서는 여전히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테러리스트들의 공항 공격 위협은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향후 24~36시간 내에 공격이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보고를 지휘관들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군이 보복 공급을 마친 뒤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 극악한 공격에 관여된 자들을 끝까지 뒤쫓아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응징을 예고했다. 이번 테러에 대한 보복 조치와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침은 백악관에 묻지 말고 ‘그냥 진행하라(just do it)’는 것이었다고 한다. 미군을 희생시킨 테러범들을 최대한 강력하고 신속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가 담긴 조치다. 미국의 보복 공습은 바이든 대통령이 26일 백악관 연설에서 IS-K를 향해 “용서하지 않겠다. 잊지 않겠다.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보복을 다짐한 지 만 이틀이 안 돼 이뤄졌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군은 IS-K와 연관된 주요 대상들은 백악관 승인 없이도 곧바로 타격할 수 있는 전권을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부여받았다. 펜타곤 지도부는 이미 이런 권한을 갖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다시 확인하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이번 아프간 사태로 취임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군사적 대응에 나서 단호한 결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저녁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은 그들(테러범들)이 더 이상 지구상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불 공항 인근에 추가 테러 위협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 국방부와 정보당국은 초긴장 상태다. 미국이 추가 보복을 벼르는 상황에서 주요 조직원을 잃은 IS-K가 재보복에 나설 경우 확전의 가능성도 있다. 카불 주재 미국대사관은 29일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테러) 위협이 있다”며 “카불 공항 인근에 있는 모든 미국 시민은 즉시 공항을 떠나야 한다”는 내용의 경보를 다시 발령했다. 특히 사우스(에어포트 서클)게이트, 내무부 신청사, 공항 북서쪽에 있는 판즈시르 주유소 근처 게이트에 테러 위협이 제기됐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미국의 철군 시한(8월 31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미국인 등 민간인 탈출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27일 하루 동안 6800명이 탈출하면서 14일 이후 현재까지 11만7000명이 아프간을 빠져나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벌인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국가(IS)-K에 대해 27일(현지 시간) 보복 공습을 단행해 이 단체의 테러 기획자 2명을 제거했다. IS-K의 테러로 미군 13명을 포함한 170명이 사망한 지 48시간도 되지 않아 보복에 나선 것이다. 미 국방부는 28일(현지 시간) 아프간에서 감행한 드론 공격으로 IS-K의 고위 테러기획자 두 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행크 테일러 미 합참소장은 “아프간에서 진행한 27일 미국의 대테러 작전으로 ISIS의 고위 타깃(high-profile ISIS targets)이 사망했고 1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이름이나 구체적인 신상은 밝히지 않았으나 “테러 기획자(planner)이자 조력자(facilitator)”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민간인 사망자는 없었다. NBC방송 등에 따르면 IS-K의 테러 기획자들은 아프간 동부 낭가하르주의 외진 곳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무인 공격용 드론 ‘MQ-9 리퍼’의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하늘 위 암살자’로 불리는 ‘MQ-9 리퍼’는 수천 km 거리에 있는 표적까지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진 첨단 무기. 미국이 지난해 1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는 데 사용한 것도 이 헌터 킬러(hunter-killer)였다. 이날 공격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26일 백악관 연설에서 IS-K를 향해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보복을 다짐한 직후 이뤄졌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군은 IS-K와 연관된 주요 대상들은 백악관의 승인 없이도 곧바로 공격에 나설 수 있는 권한을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부여받았다. 이번 테러의 보복 조치에 대한 대통령의 지침은 “그냥 진행하라(just do it)”는 것이었다고 한다. 미군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단체에 대해 최대한 강력하고 신속하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가 담긴 조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저녁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은 그들이 더 이상 지구상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펜타곤은 그러나 이번 보복 공격으로 미국인 등의 탈출 작전이 진행 중인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인근의 테러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에 대한 현지의 위협은 여전히 동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관련된 정보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행크 소장은 IS-K를 향한 추가 공격이 예정돼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며 “우리를 방어하고 필요에 따라 대테러 작전을 진행할 역량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27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국가안보팀은 앞으로 며칠이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미군의 철군 최종 시한인 8월 31일을 코앞에 두고 제2의 테러가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 자국민에게 안전 위협이 있다며 “공항 주변을 즉시 떠나라”는 두 번째 경고를 발령했다.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용서하지 않겠다. 잊지 않겠다.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발생한 폭탄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이슬람국가(IS)에 보복을 천명했다. 아프간에서의 철군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커져가는 시점에 미군 사망자 발생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현실화하자 군사적 대응으로 악화하는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응징 방식에 대해 “우리가 선택한 순간과 장소에서 정밀한 힘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또 “IS 테러리스트들은 이기지 못할 것” “미국은 위축되지 않는다” 등 강한 톤의 발언을 반복했다. 그는 이번 테러를 감행한 IS의 한 분파인 IS-K 자산과 시설에 대한 공격 계획을 세우라고 군 지휘관들에게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임무는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 테러로 야기된 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인과 아프간인 조력자들을 아프간에서 탈출시키는 작전은 계속 진행 중임을 강조했다. 테러에 희생된 13명의 미군을 ‘영웅’이라고 부르면서 유가족을 위로하는 과정에서는 목이 메기도 했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제안한 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고 한동안 침묵했다. 그는 연설의 첫마디를 “힘든 하루였다”로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 시한을 연장하거나 병력을 추가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휘관들의 요구가 있다면 승인하겠지만 현장 사령관과 합참의장 등에 따르면 현재 예정대로 임무가 진행 중”이라며 추가 파병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 단호한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처했다. 테러와 맞서 싸워 온 20년간의 아프간 전쟁 종식을 선언해 놓고도 결과적으로 다시 테러범들을 부활시켰을 뿐 아니라 13명의 미군 청년까지 희생시켰다는 비판이 워싱턴 정가와 언론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공화당의 마샤 블랙번,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며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26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CNN 등 여러 매체들은 미군 13명과 아프간인 최소 90명이 사망했다고 28일 보도했다. 미국 CBS뉴스는 아프간 보건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최소 170명이 숨졌다고 같은 날 보도했다. 미국의 아프간 철군 시한(8월 31일)을 닷새 남기고 우려했던 테러가 현실화하면서 현지 상황은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추가 테러 가능성까지 제기돼 아프간 현지에 자국민들이 남아 있는 나라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테러 세력을 향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보복을 다짐했다. 외신에 따르면 26일 오후 6시경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애비게이트 바로 앞과 이 게이트에서 250m가량 떨어진 바론호텔 인근에서 잇따라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BBC에 따르면 애비게이트 앞에서는 자살폭탄 조끼를 입은 테러범이 목격됐다. 호텔 주변은 폭탄을 실은 차량을 이용한 테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건의 폭탄 테러 사이에는 총격도 잇따랐다. 이번 테러로 해병대원 10명을 포함한 미군 13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쳤다. 20년 만에 다시 아프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 측도 이번 테러로 최소 28명의 대원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극도의 혼란으로 피해 상황 파악이 쉽지 않아 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이번 테러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인 IS-K의 소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탈레반은 아프간 내 미국인들의 탈출에 협조해왔고 IS와는 2015년부터 충돌을 빚어온 적대관계라고 전했다. 이번 테러가 탈레반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IS도 아랍권 언론인 아마끄 뉴스통신을 통해 미군에 협력한 아프간 조력자들을 노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사건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테러범을 처벌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미 국방부는 추가 테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의 다음 타깃은 아프간을 벗어나려는 수백 명의 피란민을 태운 수송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에는 아직 1000명가량의 미국인이 남아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테러를 규탄하며 아프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30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회의를 소집했다. “테러 현장, 최후의 날 같았다… 회오리속 비닐처럼 사람 날아가”참혹했던 카불공항 테러 순간탈출 대기 수천명 인파 속 폭발음… 사방에 시신 널리고 비명 가득날려간 희생자 배수로에도 쌓여… 폭발 직후 총격 소리에 혼비백산병원 영안실 꽉 차고 밤새 수술26일(현지 시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주변에는 참상이 빚어졌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항 주변으로 연일 수천 명이 몰려들고 있던 가운데 이날 오후 6시경 공항 동문과 남문 사이에 있는 애비게이트 근처 인파 속에서 자살테러범의 폭탄이 고막을 찢는 폭음을 내며 터졌다. 잠시 뒤 애비게이트 폭발 현장에서 약 250m 떨어진 바론호텔 근처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 강력한 폭발로 사람들이 날아갔고, 거리는 순식간에 비명과 절규로 가득 찼다. 현장에 있던 한 남성은 “회오리바람 속 비닐봉지처럼 사람들의 몸이 날렸다. 폭탄이 터진 곳에는 남녀노소의 몸이 흩어져 있었다”며 “마치 ‘최후의 날(doomsday)’ 같았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게이트 앞에서 10시간 줄을 섰다는 아프간 남성은 “누군가가 내 발 밑에서 땅을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고 폭발이 있던 당시의 위력을 전했다. 밀라드라는 이름의 남성은 “순식간에 사방에는 시신들이 즐비했고 완전히 공황상태가 됐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추가 테러를 우려한 사람들은 폭탄이 터진 반대 방향으로 우르르 뛰었다. 폭발이 있은 직후 총격도 있었지만 누가 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과 외신에 따르면 테러 현장의 참혹함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피가 흐르는 길 위에는 희생자들의 가방과 물병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영상 속 희생자들의 흩어진 주검은 소지품들과 구별하기가 어려웠다. 폭발로 날아간 희생자들의 시신은 공항 담과 좁은 길 사이 배수로에도 쌓였다. 아프간 축구 국가대표팀 셔츠를 입은 한 남성의 시신이 한 소년의 시신과 함께 물에 잠긴 채 떠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모하마드 샤 씨는 피란하려는 친구와 함께 공항에 갔다가 테러를 목격했다. 샤 씨의 친구는 최근 결혼하려고 프랑스에서 입국했다가 아프간을 떠나려던 참이었다. 공항 게이트 주변에 몰린 인파를 뚫고 가는 친구를 멀리서 보고 있던 중에 폭발음이 들렸다. 샤 씨는 “배수로가 시체로 가득했다”면서 “샌들을 보고서야 친구의 주검을 가려내 부모님께 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살아있는 이들은 가까스로 팔을 움직이며 도움을 요청했다. 사람들은 쓰러진 이의 생사를 확인하며 부상자를 구조하고 폭발로 훼손된 주검을 수레에 실었다. 넋이 나간 듯 멍한 채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다. 곧 도착한 구급차들이 피투성이가 된 부상자를 실어 날랐다. 한 아프간인 생존자는 “땅바닥에 쓰러진 다섯 살 여자아이를 안아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내 품 안에서 죽었다”고 했다. 비정부 의료지원단체 대표인 로셀라 미치오는 알자지라에 “폭발력이 어마어마했다. 사지가 산산조각이 나고 뼈가 부러졌다. 파편에 맞은 부상자와 희생자들이 잇따랐다”고 했다. 카불의 병원 영안실에는 빈자리가 없었고, 수술이 밤새 이어졌다.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이들이 병원으로 몰렸다. 폭탄 테러가 벌어진 애비게이트는 피란하려는 외국인과 아프간인들의 신원 확인 절차가 이뤄지는 공항의 주요 출입구다. 프랑스24는 애비게이트가 “피란민이 모여드는 미팅(meeting) 포인트”라고 했다. 테러 발생 불과 몇 시간 전 위성사진과 동영상은 이 공항 게이트 근처 외벽과 주변 건물 사이의 넓지 않은 길에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바론호텔 역시 미국인과 영국인 등 아프간을 떠나려는 이들이 모여 머물렀던 곳이다. 아프간인들은 “테러가 우려되니 공항 주변을 떠나라”는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뜨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까 봐 그러지 못했다. 탈레반은 전날 “아프간인은 공항으로 갈 수 없다”고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