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황인찬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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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특파원 황인찬입니다.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의 오늘을 보여드립니다.

hic@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일본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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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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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북전단 50만장 살포” vs “北으로 안갔다”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 50만 장 등을 22일 밤에 기습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통일부는 “북한으로 간 대북전단은 없다.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북한이 대남확성기 재설치 등 판문점 선언 위반을 이어가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대북전단 살포를 놓고 내분이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3일 오전 “22일 오후 11시∼밤 12시 경기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서 대형 풍선 20개에 대북전단을 담아 보냈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 6명이 ‘6·25 참상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 장과 ‘진짜 용 된 나라 대한민국’이란 소책자 500권, 1달러짜리 지폐 2000장, SD카드 1000개를 20개의 대형 풍선에 매달아 살포했다는 것. 경찰은 사실 조사에 나섰고 이를 바탕으로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가 거짓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날 오전 10시 파주에서 동남쪽으로 70km 떨어진 강원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에서 풍선 1개가 발견됐는데 경찰은 이 단체가 풍선 1개에 넣는 헬륨가스 분량을 구매했으며 해당 풍선도 북한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홍천에서 발견됐다고 본 것. 통일부는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대해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킨 것과 관련해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후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헬륨가스를 구매해 줬다”며 “(풍선 20개가) 100% 북한에 다 갔다고는 말 안 했고 한두 개는 (한국에)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오후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황인찬 hic@donga.com·김소영 기자}

    •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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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탈북단체, 대북전단 살포 진실공방

    정부가 23일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 살포를 주장한 지 8시간 만에 “허위 사실”이라며 엄중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대북전단을 둘러싼 찬반 논쟁을 넘어 이젠 살포 여부를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이날 오전 10시경 해당 단체 회원 6명이 22일 오후 11시∼밤 12시 경기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서 ‘6·25 참상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 장과 ‘진짜 용 된 나라 대한민국’ 소책자 500권, 1달러짜리 지폐 2000장, SD카드 1000개를 대형 풍선 20개에 매달아 살포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이 단체의 박상학 대표는 “나는 경찰에서 계속 추적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마추어인 회원들을 교육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며 “수소 가스 구입이 어려워지고 갖고 있던 수소 가스도 다 압수당해 17배 비싼 헬륨 가스를 구입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등의 조사 결과 이 단체의 주장은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정부는 판단했다. 경찰이 풍선을 띄우는 데 필요한 수소 가스를 압수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자 이 단체는 풍선 1개를 띄울 수 있는 양의 헬륨 가스를 구매한 것으로 조사된 것. 이에 강원 홍천군에서 23일 발견된 풍선이 유일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해당 풍선에서는 이 단체의 주장과 달리 다른 물품은 없고 대북전단만 발견됐다. 또 정부는 22, 23일 풍향 등을 고려할 때 북한으로 간 대북전단은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 당국자는 “살포된 풍선은 1개이며, 해당 단체가 전단 50만 장을 날렸다는 것은 허위 사실”이라며 “이미 해당 단체에 대한 경찰 조사가 들어간 상황에서 허위 사실 유포 등 다른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23일 동아일보와의 문자메시지 문답을 통해 “애드벌룬(대형 풍선)을 20개 보냈는데 하나만 홍천에 떨어졌다”며 “(전단 살포 사실 여부는) 북한에서 대답이 올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대북전단에 매우 예민했던 북한은 23일 오후까지 이런 상황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지 않았다. 전단으로 인한 실제 피해 상황 등을 점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이미 남북 관계 총파산을 선언하고 대남행동을 예고한 만큼 실제 대북전단이 북한 지역에 갔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추가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결국 핵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남관계를 다시 설정하겠다는 것”이라며 “대남전단, 확성기 방송을 넘어 서해 무력 도발이나 미사일 발사가 실행될 수 있다”고 했다.황인찬 hic@donga.com·이지훈 기자}

    •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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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한일 지소미아 갈등 보고받고 양국에 방위비 요구하기 좋은 때라고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가능성 등 한미일 동맹 균열 우려를 보고받은 뒤 오히려 한일을 상대로 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의 호재로 여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지난해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전에 이 문제(한일 역사 갈등)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그래서 우리(미국)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지난해 7월 23, 24일 방한한 볼턴 전 보좌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서 “한국은 이번 사안이 1965년 청구권 협정을 뒤엎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대법원 판결에 따라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들었다고도 했다. 볼턴은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 통보 시한(2019년 8월 24일)을 앞두고 이런 서울의 기류를 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방위비 분담금과 연결시켰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연 80억 달러, 한국에 50억 달러의 방위비를 받는 것을 강조했으며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며 “지금 (한일에) 돈을 요구하기 좋은 때”라고 말했다는 것.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관계 악화에) 무관심했지만 정 실장에게 상황 악화를 막고 창의적 방안 도출을 위한 1개월의 분쟁중지협정(standstill agreement)을 내가 제안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해 7월 1일 일본은 한국에 대해 반도체 산업 부문 수출 규제를 발표했으며, 정부는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하며 한일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그러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2일 지소미아 종료 효력을 유예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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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한일 지소미아 갈등 보고 받은 뒤 방위비 요구하기 좋은 때라고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가능성 등 한미일 동맹 균열 우려를 보고 받은 뒤 오히려 한일을 상대로 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의 호재로 여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지난해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전에 이 문제(한일 역사 갈등)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그래서 우리(미국)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지난해 7월 23~24일 방한한 볼튼 전 보좌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서 “한국은 이번 사안이 1965년 청구권 협정을 뒤엎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대법원 판결에 따라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들었다고도 했다. 볼튼은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 통보 시한(2019년 8월 24일)을 앞두고 이런 서울의 기류를 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방위비 분담금과 연결시켰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연 80억 달러, 한국에 50억 달러의 방위비를 받는 것을 강조했으며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며 “지금 (한일에) 돈을 요구하기 좋은 때”라고 말했다는 것. 볼튼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관계 악화에) 무관심했지만 정 실장에게 상황 악화를 막고 창의적 방안 도출을 위한 1개월의 분쟁중지협정(standstill agreement)을 내가 제안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해 7월 1일 일본은 한국에 대해 반도체 산업 부문 수출 규제를 발표했으며, 정부는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하며 한일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그러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2일 지소미아 종료 효력을 유예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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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러 끊긴 나라’로 전락한 北, 폭파 이벤트로 제재 판 흔들기

    도대체 김정은―김여정 남매는 왜 이럴까. 북한이 2018년 비핵화 대화 시작 후 전례 없는 초강경 대남 드라이브를 걸면서 한미 외교가에서 끊이지 않고 나오는 질문 중 하나다. 지난해에도 ‘삶은 소대가리’ 등 격한 표현의 ‘말 폭탄’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물리적으로 폭파하고, 9·19 군사합의를 깨는 군사 도발을 예고하고 나선 만큼 완전히 다른 판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군 총참모부가 17일 한국을 향해 “대적 군사행동 계획들을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비준에 제기할 것”이라고 하면서 국무위원장 겸 중앙군사위원장인 김정은이 직접 등장해 강도 높은 대남 압박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대남 메시지에 침묵했던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선다면 앞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는 다른 차원의 메시지와 행동 강령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세 번 회담을 갖고 서울 답방까지 동의했던 김 위원장, 그리고 이를 가장 옆에서 지켜본 여동생 김여정은 왜 이렇게까지 나오는 것일까.○ 가중된 제재로 위기에 놓인 경제난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 날인 17일 김여정이 내놓은 담화에서 문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걷어내면 북한 수뇌부의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의 윤곽이 드러난다. “미국 눈치를 보면서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 시도 등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이 15일 “(제재와 관련해) 더디더라도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으며 나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사대 의존의 본태가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일갈했다. 김여정이 직접 나서 문 대통령을 향해 제재 불만을 쏟아낸 것은 북한 경제난이 한층 심각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북한의 대중무역 적자액은 2016년 5억5800만 달러였지만, 2017년 16억7700만 달러, 2018년 20억2200만 달러에 이어 지난해엔 23억7300만 달러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마저도 수출과 수입 모두 쪼그라들고 있다. IBK북한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4월 북한의 대중무역액은 수출 221만 달러, 수입 218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 수준이다. 이렇게 북한 경제난이 가중되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누적되면서 그 파괴력을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8월 6일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71호는 북한에 경험해 보지 못한 ‘지옥’을 보여줬다. 이 제재로 북한은 석탄, 철과 같은 핵심 광물 자원의 수출이 막혀 가장 큰 달러원을 잃게 됐다. 지난해 12월 해외에 나와 있던 북한 근로자들도 전부 철수하는 수순을 밟은 것도 크다. 해외 북한 근로자들은 벌목공 등으로 일하면서 받은 월급 중 상당 부분을 달러는 물론 미국 재무부의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 루블화, 중국 위안화, 유로화 등으로 바꿔 전산 시스템이 아닌 외교 행낭을 통해 평양으로 보내왔다. 그런데 그 달러벌이를 위한 ‘일자리’ 자체가 끊긴 것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로 북한이 올해 1월 말부터 국경을 폐쇄하면서 그나마 있던 물품 교역마저 급격히 위축된 상황이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대북제재가 북한의 수출을 큰 폭으로 줄였다면, 코로나19는 수입을 급감시키는 역할을 했다”며 “최근 북한의 수입품은 주민들의 민생과 연결된 생필품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출과 수입 모두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북한은 사실상 무역이 가장 없는 나라 중 하나가 됐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9일 전했다. 결국 이런 극심한 경제난은 통치자금 잔액을 ‘깡통계좌’로 만들면서 김정은 체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북한 상품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23억6000만 달러, 2018년 20억 달러여서 북한의 외환보유액 규모(2018년 25억∼58억 달러)가 줄고 있다.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정부 시기부터 본격화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트럼프 정부 내내 이어지면서 경제난으로 촉발된 대내적 위기가 본격화되자 상황 변화를 위해 ‘대남 때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 경제는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코로나 때문에 늦긴 했지만 뭔가 하긴 해야겠고, 그러니까 제일 약한 고리인 한국을 공격하면서 제재 이슈를 만들어 나가려는 속셈”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거센 대남 공격이 제재와 관련해 한미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북한에 대한 기존 경제제재를 1년 더 연장하며 북한을 “비상하고 특별한(unusual and extraordinary) 위협”으로 규정했다. 개성 연락사무소를 완파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을 겨냥해 제재 불만을 쏟아낸 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고삐를 틀어쥔 셈이다.○ 김정은 지도력 실추, 반전 노려2019년 3월 5일 오전 3시, 김정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가 평양역 구내에 들어섰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베트남 하노이 회담을 위해 2월 23일 오후 4시 30분 평양역을 출발한 지 226시간 30분 만의 귀환이었다. 앞서 박태성 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하노이행에 대해 2월 25일 노동신문 1면에 “애국애민, 애국헌신의 대장정”으로 치켜세웠지만 김 위원장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열차역 플랫폼은 환영 인파로 가득했다. 북―베트남 회담 성과를 김 위원장의 치적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런 풍경과는 달리 김 위원장의 ‘하노이 노딜’의 충격은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보다 심각했고 오래갔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에서 돌아오자마자 ‘흰쌀밥에 고깃국’을 언급한다. 그해 3월 6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다. 김정은은 서한에서 “전체 인민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좋은 집에서 살게 하려는 것은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평생 염원”이라고 했다. ‘하노이 빅딜’을 기대했던 북한 주민들에게 김일성이 약속했던 ‘쌀밥에 고깃국’을 다시 언급하면서 ‘하노이 노딜’로 대북제재 중 일부가 해제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인민’들의 실망감을 줄이려고 나선 셈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일부 강경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하노이 북―미 회담에 나섰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돌아왔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무오류성’ 원칙에 결정적이면서도 공개적인 오점을 남긴 셈”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까지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거론하며 미국에 양보를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선물’을 얻지 못했다. 그러자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김정은은 올해 초 다시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허리띠 졸라매기를 독려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2012년 김정은이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없다고 하면서 핵 개발에 집착했지만 결과는 경제난으로 돌아왔다”며 “모든 실패의 책임을 사실 김정은이 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최고 존엄이 질 수는 없으니 그 책임을 한국에 돌리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김여정을 앞세우는 것도 김정은의 영도력 실추나 건강 이상과 연관이 돼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 김여정을 북한의 후계자를 뜻하는 ‘당중앙’이라고 호칭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 이에 대해 또 다른 대북 전문가는 “김정은이 자신의 실정 책임을 스스로 한국에 돌리는 모습이 불편하니, 일단 김여정을 앞세웠다는 분석이 많다”고 했다. ○ 美대선 앞두고 워싱턴 관심 끌기이런 북한은 결국 미국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방식, 다시 말해 도발적 언행과 사무소 폭파와 같은 다분히 ‘북한식’ 이벤트로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선 정국에 돌입하면 미국 정계는 표심을 좌우하는 국내 문제에 집중하는 만큼 북한과 같은 골치 아프고 해결하기 어려운 해외 이슈들은 뒤로 돌리는 경향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평양이 이번 대남 강경 드라이브를 통해 워싱턴의 관심 돌리기에 본격 나섰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여정 담화를 보면 대북전단 문제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한미 태도 문제를 이야기한다”며 “답답한 국면에서 자기들이 아무것도 안 하면 존재감도 잊혀질 뿐 아니라 이 상태를 수용하고 수긍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세게 판을 흔들어서 상대가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반응하려고 하는 의도가 크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워싱턴의 눈길을 잡아끌기 위해 폭파 이벤트를 자주 사용해왔다. 2008년 6월 27일 미국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한 게 대표적이다. 이는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대북 치적으로 비쳤고, 북한은 이미 효용이 다해 ‘깡통’으로 평가받기도 했던 냉각탑의 폭파 비용으로 미국으로부터 수십만 달러를 받으며 장사 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북한은 2018년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며 비핵화 의지를 드러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결국 이런 강력한 이미지는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첫 정상회담 성사로 이어졌다. 이번에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를 가공할 만한 폭발력으로 완파시킨 것도 결국 미국이 평양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하나의 이벤트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 대선 전망이 한층 혼조세로 최근 들어선 것은 북한이 이런 도발 이벤트로 더 몸값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레드라인을 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비롯한 고강도 도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고,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게도 과거 오바마 대통령 때 부통령을 하면서 선보였던 ‘전략적 인내’와 같은 시간끌기용 대북정책을 향후에는 펴지 말라고 선제 경고장을 날린 것일 수도 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상황을 의도적으로 최악으로 끌고 간 다음에 극적으로 대화 기조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상당 기간 우리에겐 뼈아픈 고통의 시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황인찬 hic@donga.com·주성하·손효주 기자}

    • 2020-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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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北 비상한 위협”… 대북제재 조치 1년 연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북한에 대한 기존 경제 제재를 1년 더 연장하며 북한을 “비상하고 특별한(unusual and extraordinary) 위협”으로 규정했다.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은 고강도 군사 위협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여기에 한미 군 안팎에선 B-52 등 핵폭격기를 비롯한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 연합 훈련 재개를 통해 북한과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연쇄 말 폭탄과 연락사무소 폭파에 나섰던 북한이 어떤 추가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보낸 통지문 및 관보 게재문을 통해 행정명령 13466호 등 기존 6건의 대북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무기에 사용할 수 있는 (우라늄, 플루토늄 등) 핵물질의 존재와 확산 위험, 미군과 역내 동맹, 교역 상대국을 위험에 빠뜨리는 북한 정부의 행동과 정책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 정책 및 경제에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개성 연락사무소를 완파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제재 불만을 쏟아낸 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고삐를 틀어쥔 것. 한미 조율도 긴박해졌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겸직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수석대표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북한의 대남 압박에 대한 한미 대응을 논의하는 한편 김여정이 비판한 ‘한미워킹그룹’의 대북 제재 기능 등을 놓고서도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날 “북한이 자신이 도를 넘었을지도 모른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며 “핵무기를 투하할 수 있는 폭격기, F-35, 항공모함 및 핵잠수함 등의 전개가 그 옵션”이라고 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8월 훈련(UFG·을지프리덤가디언)이 강력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18일 항공기 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의 주력 통신감청 정찰기인 리벳조인트(RC-135W)가 이날 수도권 상공을 비행하며 대북 정찰 활동을 전개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202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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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철 통일장관 사의 “남북관계 악화 책임”

    김연철 통일부 장관(사진)이 17일 최근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3시경 정부서울청사 기자실을 찾아와 “남북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많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 사의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제게 주어진 책무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4월 8일 취임 후 약 1년 2개월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사표가 수리되면 통일부는 당분간 서호 차관의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김 장관의 사퇴를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 주요 외교안보 라인의 쇄신성 교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야당뿐만 아니라 여권에서도 인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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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여정 ‘제재 틀 안 협력’ 정부기조 맹비난… 경제난을 ‘南 탓’ 몰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17일 담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특히 강조한 것은 ‘대북제재’였다. 문 대통령이 15일 남북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으며 나아가야 한다”며 ‘제재 틀 안의 협력’으로 선을 그은 것에 대해 김여정은 “지루한 사대주의 타령”이라고 공격했다. 최근 김여정이 주도하는 이례적인 대남 비방과 군사 도발 위협이 결국 미국이 주도해온 장기간의 대북제재에 ‘코로나 쇼크’까지 겹친 경제난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여정 “文의 제재 틀 안 협력” 맹비난 김여정은 총 4784자인 장문의 담화를 3개 주제로 나눴는데 첫 번째는 대북전단 관련 비난이었고, 나머지는 남북 합의 이행에 문 대통령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다. 쉽게 말해 “미국 눈치를 보면서 그동안 제재 완화나 해제 시도를 못 했다”는 것이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이 15일 “한반도는 아직은 남과 북의 의지만으로 마음껏 달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더디더라도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으며 나아가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사대 의존의 본태가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남조선 당국은 민족자주가 아니라 북남 관계와 조미(북-미) 관계의 ‘선순환’이라는 엉뚱한 정책에 매진해 왔고 뒤늦게나마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고 흰목을 뽑아들 때에조차 ‘제재의 틀 안에서’라는 전제조건을 절대적으로 덧붙여 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와 관련한 한미 협의기구인 ‘한미워킹그룹’을 꼭 집어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여정은 “북남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 실무그룹’(한미워킹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 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 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라고 했다. 북한이 남북 관계 ‘총파산’에 나선 것이 결국 제재 완화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셈이다.○ 제재-코로나 돈줄 마르는 北, 한국에 책임 전가북한은 지난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을 내놓은 대가로 2016년 이후 추가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5건의 해제를 미국에 요구했다. 특히 2017년 12월 가장 마지막으로 통과된 결의 2397호는 북한산 식품과 농산물 등 수출을 금지해 사실상 북한의 주요 수출품목을 다 막았고, 주요 외화벌이인 해외 북한 노동자들도 2019년 말까지 모두 귀환시키는 것을 담아 북한엔 치명적이었다. 협상이 결렬돼 대북제재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북한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북-중 무역이 사실상 봉쇄되는 지경에까지 이른 상황이다. 북한의 경제 위기는 수치로도 드러났다. IBK북한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4월 북한의 대중 무역액은 수출 221만 달러, 수입 218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총액이 90.1% 감소했다. 달러도 지속적으로 마르고 있다. 북한 상품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23억6000만 달러, 2018년 20억 달러여서 북한의 외환보유액 규모(2018년 25억∼58억 달러)는 줄고 있다. 올해 당 창건 75주년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마무리해 경제 성과를 내야 하는 처지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기존 제재에 코로나로 경제난이 가중됐고, 통치자금의 근원이 되는 외화 유입도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며 “암시장 경제, 장마당 경제도 타격을 받게 되고 평양시민 생활도 보장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니까 제재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타격하고 있다”고 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하노이 회담은 김정은의 ‘애국헌신의 대장정’이었는데 결국 실망스러운 결과는 수령 지도력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며 “북한은 현재 어려운 상황을 김정은 탓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하고 그 희생양을 한국으로 삼은 것”이라고 했다. 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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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철 통일장관 사의…“남북관계 악화 모든 책임지고 사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7일 최근 남북 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3시경 정부서울청사 기자실을 찾아와 “남북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많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 장관은 사의를 이날 오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제게 주어진 책무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김 장관은 지난해 4월 8일 취임 후 약 1년 2개월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 장관의 사퇴를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 주요 외교안보라인들의 쇄신성 교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남북 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야당뿐만 아니라 여권에서도 인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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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서 경협 강조하던 김연철, 폭파 소식에 “예고된 부분”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16일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는 폭파 자체에는 “예고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청와대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3일 담화를 통해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힌 이후 폭파가 임박한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북한이 실제 폭파에 나설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다만 정확한 폭파 시점까지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상황에서 실제 폭파 소식이 전해지자 “예고된 부분이 있다”며 “여기에 와 있는 상황에 (폭발이) 벌어졌다”고 했다. 군은 이날 오전부터 북한의 폭파 준비 작업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전선 최전방 도라산 관측소(OP)에 배치된 열상감시장비(TOD)에 북한 군인들이 연락사무소 건물 안팎에서 용접 작업을 하고, 폭약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옮기는 모습 등이 잡혔다는 것이다. 그렇게 폭파가 임박한 것으로 정부는 자체 판단했지만 이날 외교안보 라인들은 통상적인 업무에 임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외숙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등은 이날 오후 3시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에 참석했다. 이날 오후 2시 50분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에 나선 지 10분 뒤 예정됐던 수여식을 그대로 진행한 것. 정 실장은 이후 두 시간이 지난 오후 5시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통일부 장차관은 이날 폭파 직전까지 남북 협력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서 “보건의료, 재난재해, 환경 등 비전통적 안보협력, 철도 연결·현대화 등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 발굴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다가 김 장관은 오후 3시가 넘어 연락사무소 폭파 속보가 나오고서야 자리를 떴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인천 강화군을 찾아 대북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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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락사무소 옆 지원센터도 파괴… 北, 개성공단 완전철거 나섰나

    “TNT 등 군용 폭약을 대량으로 설치한 것 같다.” 북한이 16일 오후 2시 50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영상이 공개되자 군 폭파 전문가들은 이렇게 분석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폭파 영상에 따르면 4층짜리 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 3초 만에 엄청난 연기 속에 폭삭 무너지고 인근 15층짜리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또한 외벽이 무너지며 7초 만에 반파됐다. 북한이 군대를 배치하기 위해 개성공단 완전 철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 北 예고했던 연락사무소 외 지원센터도 파괴청와대가 공개한 개성공단 내 연락사무소 폭파 영상을 보면 최초 폭파가 시작된 지 3초 만에 사무소가 대규모 연기 속에 휩싸이면서 무너져 내린다. 거의 비슷한 시각에 사무소와 약 100m 떨어진 종합지원센터도 외벽이 흘러내리고 유리창이 깨지며 반파됐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3일 담화를 통해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지 사흘 만에 연락사무소뿐만 아니라 종합지원센터도 파괴된 것. 종합지원센터는 개성공단 내 최고층 건물로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은행, 편의점 등이 들어서 있었지만 공단 폐쇄 이후 비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파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량의 폭약을 연락사무소 건물의 최소 4곳 이상에 설치해 ‘완전 파괴’를 노렸다고 보고 있다. 강력한 폭발 장면 연출을 통해 강도 높은 대남, 대미 압박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 것이다. 건물 발파 해체 전문업체인 비앤티데몰리션 박근순 사장은 “폭파 영상을 보면 TNT 100kg 안팎의 폭약을 연락사무소에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반 산업용 폭약보다 강도가 센 군용 폭약을 사용해 인근 개성공단 내 건물들의 피해도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종합지원센터에도 폭약을 설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영상을 살펴보면 지원센터 건물 곳곳에서도 번쩍거림과 연기 등이 보여 지원센터에도 TNT나 C4 같은 폭발물을 설치한 것 같다”며 “다만 중간에 설치한 폭약이 모두 터지지 않아 완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중앙TV는 폭파 2시간여 뒤인 오후 5시 6분경 “요란한 폭음과 함께 연락사무소가 비참하게 파괴됐다”며 “쓰레기들과 이를 묵인한 자들의 죗값을 받아내야 한다는 격노한 민심에 부응한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이 4일 담화에서 이미 공단 완전 철거를 언급한 만큼 추가적인 공단 내 시설 철거 가능성도 제기된다.○ 접경지역 주민들 “대포 소리 1, 2분 간격으로 세 차례 들려”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날 오후 북한 접경지역인 경기 파주시와 김포시 주민들은 폭발 소리를 듣거나 연기를 목격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개성공단에서 20km 떨어진 김포시에서도 폭발음이 들릴 정도였다. 김포시 매화미르마을 캠핑장 소유자 김중환 씨(62)는 “대포를 쏘는 것 같은 소리가 1, 2분 간격으로 세 차례 들렸다.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했다. 개성공단에서 10km 거리에 있는 파주 통일촌마을의 청년회장 박경호 씨(49)는 “폭발 소식을 언론을 통해 확인한 뒤 집 밖으로 나갔는데 산 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폭발음에 접경지역엔 긴장감이 흘렀다. 비무장지대(DMZ) 내에 위치한 대성동과 통일촌 마을에서는 자체적으로 주민들에게 ‘외부활동 자제’를 요구하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DMZ 내에 위치한 파주시 관광사업소 직원들은 임진각으로 긴급 대피했다. 이완배 통일촌 이장은 “폭파 소식을 접한 뒤 곧바로 주민들에게 ‘마을 안으로 들어와 TV를 주시하라’고 안내방송을 했다”며 “주민들이 혹시라도 상황이 악화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황인찬 hic@donga.com·신규진 / 파주=김태성}

    •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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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단전’ 응수, 개성주민 식수 끊는 효과

    정부는 16일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50분 만에 개성공단으로 가는 송전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개성시 주민에게 식수를 공급하던 개성정배수장의 가동이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사무소 폭파에 정부는 단전, 단수로 응수한 것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0분경 개성으로 우리가 보내던 전기를 차단했다. 앞서 정부는 연락사무소가 2018년 9월 개소한 이후 사무소 및 정배수장 등의 가동을 위해 문산변전소 송전선로를 통해 북에 전기를 보내왔다. 1월 ‘코로나 사태’로 우리 인력이 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한 뒤에도 송전은 계속 이뤄졌고, 북한은 이 전기로 정배수장을 돌려 하루 1만5000t의 식수를 개성 시민에게 공급해왔다. 정부는 지금까지 개성 정배수장용 송전에 대해 “인도적 지원 등의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이날 폭파 이후 입장을 바꾼 셈이다. 연락사무소 남측소장인 서호 통일부 차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어 “북한의 연락사무소 일방적 폭파는 판문점 선언 위반”이라며 “이는 남북 관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비상식적이고 있어서는 안 될 행위”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송전 차단 외에 추가 보복 조치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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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고된 일”이라더니…北 폭파 예상하고도 대비 안한 당국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16일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가 “예고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폭파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막지 못한 채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청와대는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13일 담화를 통해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실제 폭파가 임박한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북한이 실제 폭파에 나설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다만 정확한 폭파 시점까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상황에서 실제 폭파 소식이 전해지자 “예고된 부분이 있다”며 “여기에 와 있는 상황에 (폭발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렇게 폭파가 임박한 것으로 정부는 자체 판단했지만 이날 외교안보라인들은 긴급 상황 발생에 대기하기보다는 통상적인 업무에 임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외숙 인사수석 등은 이날 오후 3시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에 참석했다. 이날 오후 2시 50분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에 나선지 10분 뒤 예정됐던 수여식을 그대로 진행한 것. 정 실장은 이후 두 시간이 지난 오후 5시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 장차관은 이날 폭파 직전까지 남북 협력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외교위 전체회의에서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 남북 간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을 지속해야 한다”며 “보건의료, 재난재해, 환경 등 비전통적 안보협력, 철도 연결·현대화 등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 발굴,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다 김 장관은 오후 3시가 넘어 연락사무소 폭파 속보가 나오고서야 자리를 떴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인천 강화군을 찾아 대북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황인찬기자 hic@donga.com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 20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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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폭파위협 연락사무소, 건립 비용만 178억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폭파 위협에 나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립에만 우리 세금 약 180억 원이 투입돼, 북한이 건물을 허문다면 남북 정상의 합의 파기를 넘어 우리 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상황이 빚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락사무소는 판문점선언 합의에 따라 2018년 9월 14일 개성공단 내에 문을 열었다. 2005년 개소했던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의 건물을 개·보수해 사무소를 여는 데 총 97억8000만 원이 투입됐다. 구체적인 시설별로는 청사(33억9000만 원), 직원 숙소(21억5000만 원), 식당을 비롯한 편의시설(15억3000만 원) 등이다. 앞서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를 처음 열 때는 공사비 80억 원이 들었다. 해당 건물의 건립과 개·보수에 총 177억8000만 원이 투입된 것이다. 토지는 북한 소유이지만 건설비는 우리가 부담했다. 이에 건물은 정부의 ‘국유재산’ 목록에도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에 나서면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의 자산을 동결한 데 이어 정부 재산권 침해에 나선 것이라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사무소 운영비도 꾸준히 투입됐다. 2018년 9∼12월 34억7300만 원, 지난해 61억6200만 원이 투입됐고, 올해 64억600만 원이 운영비로 책정됐다. 2년 3개월 동안 160억4100만 원이 투입되는 것. 이를 감안하면 연락사무소 건설 및 운영에 정부가 338억 원을 부담하지만 북한은 9일 일방적으로 통신연락선을 끊었다. 노동신문은 15일 “연락사무소인지 뭔지 하는 것을 콱 폭파하겠다”고 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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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세금만 180억 투입 ‘남북연락사무소 폭파하겠다’?…가능성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폭파 위협에 나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립에만 우리 세금 약 180억 원이 투입돼, 북한이 건물을 허문다면 남북 정상의 합의 파기를 넘어 우리 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상황이 빚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락사무소는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2018년 9월 14일 개성공단 내에 문을 열었다. 2005년 개소했던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의 건물을 개·보수해 사무소를 여는데 총 97억8000만 원이 투입됐다. 구체적인 시설별로는 청사(33억9000만 원), 직원 숙소(21억5000만 원), 식당 등 편의시설(15억3000만 원) 등이다. 앞서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를 처음 열 때는 공사비 80억 원이 들었다. 해당 건물의 건립과 개·보수에 총 177억8000만 원이 투입된 것이다. 토지는 북한 소유지만 건설비는 우리가 부담했다. 이에 건물은 정부의 ‘국유재산’ 목록에도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에 나서면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의 자산을 동결한데 이어 정부 재산권 침해에 나선 것이라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사무소 운영비도 꾸준히 투입됐다. 2018년 9~12월 34억7300만 원, 지난해 61억6200만 원이 투입됐고, 올해 64억 600만원이 운영비로 책정됐다. 2년 3개월 동안 160억4100만 원이 투입되는 것. 이를 감안하면 연락사무소 건설 및 운영에 정부가 338억 원을 부담하지만 북한은 9일 일방적으로 통신연락선을 끊었다. 노동신문은 15일 “연락사무소인지 뭔지 하는 것을 콱 폭파하겠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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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다음은 軍이 행동”… 되돌아간 ‘위기 시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적 사업 관련 부서들에 (대남 관련)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했다”며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총참모부(우리의 합참 격)에 넘겨 주려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한국을 ‘적’으로 규정한 뒤 구체적인 군사행동을 예고한 것은 처음이다. 15일 6·15 남북 공동선언 20주년을 앞두고 남북 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비핵화 대화가 시작되기 전인 2017년 상태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김여정은 13일 낸 담화에서 “우리 군대 역시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일찌감치 ‘대남 총괄’로 명명된 김여정의 지시로 총참모부가 도발 수순에 들어가는 것을 공개 예고한 것. 김여정은 “죗값을 깨깨 받아내야 한다는 판단과 그에 따라 세운 보복 계획들은 (북한) 내부의 국론으로 확고히 굳어졌다”며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다.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당 중앙위 제7기 제4차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 “전략 무력의 고도 격동(격발) 상태” 등이 강조된 만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격 공개나 접경 지역에서의 국지적 도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김여정 담화가 나온 지 약 3시간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북한의 반응과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14일 0시가 넘은 시각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된 화상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렸다. 청와대는 “한반도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회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만큼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의미로, 독자적 남북 협력 강화에만 매달리다가 북한의 대남 강경 전환에 대한 ‘플랜B’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SC 참석 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별도로 군 긴급회의를 가졌다. 국방부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졸업식 축사에서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들어본 적도 없는 먼 나라의 오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미군의 임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밖의 해외 리스크에선 발을 빼겠다는 메시지를 트럼프가 직접 재확인한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대선 전까지는 한반도 이슈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으로 오히려 북한의 도발을 더 자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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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경제난 심각해지자… 北, 주민 불만 ‘南으로 돌리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다음 대적 행동의 행사권을 군에 넘긴다”며 대남 도발을 예고하면서 한반도에 다시 한번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여정은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라며 보복 계획에 대해 ‘(북한의) 국론’이라고도 했다. 앞서 청와대가 나서 김여정의 대북전단 처벌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까지 비쳤는데도 북한이 이례적인 강도와 횟수로 대남 압박 메시지를 퍼붓는 배경과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크게 세 가지가 배경으로 꼽힌다.○ 대북전단 내용이 김정은 남매 정통성 훼손했다고 인식김여정은 13일 담화에서 “조국의 상징이고 위대한 존엄의 대표자인 (김정은) 위원장 동지의 절대적 권위를 감히 건드린 쓰레기들과 그런 망동 짓을 묵인한 자들에게 대해서 끝장을 보자고 (인민들이) 들고 일어났다”고 했다. 대북전단에 대한 보복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이 이번 비난 사태를 시작하며 문제를 삼은 대북전단엔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에 대한 비난과 함께 김 위원장 가계 문제가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1일 대북전단을 살포해 통일부로부터 최근 수사 의뢰를 당한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따르면 전단엔 2017년 2월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개요 및 관련 사진과 ‘형님을 살해한 악마, 인간백정 김정은’이란 문구가 들어 있다. 또 같은 전단엔 ‘김정은을 낳은 고영희는 일본에서 출생한 재일동포’ ‘김정은은 어머니 고영희의 출신성분 때문에 ‘후지산 혈통’이라는 표현도 들어가 있다. 북한은 김정은을 ‘항일 혈통’이라고 강조해왔는데 전단은 ‘재일동포의 아들’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전단엔 김여정 역시 ‘일본 출생’ 고영희의 딸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여정이 이번 대북전단 비난의 선봉에 선 것은 본인과 연관되기도 했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이번에 담긴 김정은의 이복형 살해 내용 등은 과거 살포된 전단에도 담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 北 내부 ‘코로나 민심’ 불만, 외부로 돌려 김여정은 문제의 전단이 살포된 지 나흘 만인 4일 담화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향해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8년 1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116번에 걸쳐 모두 1923만9000장의 전단이 살포됐다. 집계되지 않은 전단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수거 등 전단 대응 체계를 갖췄기에 북한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북한은 김여정의 담화 이후 청와대의 구체적인 대응이 나오기 전부터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한 비난 궐기대회에 집중했다. 때문에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워진 대내 불만의 관심을 밖으로 돌리려 한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은 올해 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끝나지만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인민들의 불만을 외부의 적에 대한 분노로 돌리기에 군사행동만 한 것이 없다”고 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이 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비용 증가, 이동 제한 등에 불만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美 대선 4개월여 앞두고 몸값 높이기, 한미동맹 이완 목적 이와 함께 북한이 미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한미동맹을 느슨하게 하면서 몸값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협력을 원하고 있지만, 워싱턴은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에 관심이 덜한 상황에서 북한에서 지속적으로 파열음이 발생할수록 한미 공조의 틈을 벌릴 수 있다는 것.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는 데 있어 현 시점을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 방송이 13일(현지 시간) 전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도발을 예고하고서 실제로 도발을 안 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한다면 이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북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다”며 “긴장감을 높이는 게 북한에 실보다는 득이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황인찬 hic@donga.com·한기재 기자}

    •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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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매체, 文대통령 향해 “선임자들보다 더해”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선임자들보다 더하다”고 했다. 북한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11일 “평양과 백두산에 두 손을 높이 들고 무엇을 하겠다고 믿어 달라고 할 때는 그래도 사람다워 보였다”며 “촛불 민심의 덕으로 집권했다니 그래도 이전 당국자와는 좀 다르겠거니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오히려 선임자들보다 더하다”고 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나을 줄 알았는데 문 대통령이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보수집권자들은 내놓고 우리를 반대하는 망동을 했는데 ‘평화번영’ ‘협력’을 운운하고 뒤돌아 앉아서는 인간쓰레기들을 앞세워 이따위 짓을 한다”며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했다. 앞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7일 문 대통령의 남북 협력 강화를 통한 북―미 비핵화 촉진 프로세스에 대해 “악순환” “달나라에서나 통할 ‘달나라 타령’” 등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조평통도 아니고 산하 기관의 언급에 대해 청와대가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11일 논설에서 “지금 적들이 표면상으로는 마치 아차 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듯이 철면피하게 놀아대고 있지만 하루 한시도 우리 공화국을 무너뜨리려는 흉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대북전단은) 우리에 대한 도전이고 선전포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후에 판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북남(남북) 관계가 총파산된다 해도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응당한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인민의 철의 의지”라고 했다. 정부가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지 엿새 만에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 단체 2곳을 고발하겠다고 나선 것을 ‘철면피하게 놀아댄다’고 비아냥거리며 총파산을 위협한 것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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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김일성때 ‘7·4성명’까지 꺼내 처벌의지 밝혀

    청와대가 과거 김일성 김정일 정권 때 남북이 합의한 문서까지 꺼내 들며 대북전단 처벌 의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전날 통일부가 2018년 판문점선언 합의에 위배된다며 대북전단 처벌 강행에 나서더니 청와대는 멀게는 48년 전 ‘7·4 남북공동성명 합의’까지 꺼낸 것. 청와대가 남북 당국 간 상호 비방 중단 합의 준수 및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조하면서 일반 국민의 자유로운 대북 비판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청와대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NSC 회의 후 브리핑에서 “(대북)전단·물품 등 살포는 2018년 ‘판문점선언’뿐만 아니라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따른 남북조절위 공동발표문’,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이행 부속합의서’와 2004년 ‘6·4합의서’ 등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중지키로 한 행위”라고 했다. 김일성 때인 1972년 11월 4일 합의한 ‘7·4 성명 조절위 발표문’은 ‘쌍방은 서로 비방 중상을 하지 않기로 한 남북 공동성명의 조항에 따라 대남·대북 방송, 상대방 지역에 대한 전단 살포를 중지한다’고 돼 있다. 1992년 9월 17일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이행 부속합의서’는 ‘남북은 언론, 삐라 및 그 밖의 다른 수단, 방법을 통하여 상대방을 비방, 중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런 합의를 근거로 대북전단 처벌을 강조했지만 이 역시 판문점선언처럼 국회 비준 동의를 거치지 않아 국내법적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북한은 담화나 선전매체를 통해 “서울 불바다” 등의 발언으로 우리 국민을 위협해 왔고,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도 멈추지 않은 만큼 관련 합의를 지키지 않았는데 청와대가 유독 우리 국민에게만 이를 준수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 이와 함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이 듣기 싫어하는 것을 막으려면 (헌법이 보장한) 언론이나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을 다 막아야 한다”며 “(남북이 합의한) 비방, 중상은 당국 간 이뤄지는 것들이며 주로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제거 조치에 대한 합의”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가 ‘코로나 3차 추경’ 과정에서 탈북민 지원 관련 예산 99억8700만 원을 삭감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한 것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삭감은 김여정 담화 전에 정해진 것이며 코로나 사태로 탈북민 입국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라고 했다.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 20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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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세차례 도발엔 침묵하더니… 靑, 대북전단엔 이례적 입장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비난 담화에 통일부가 탈북자단체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나선 지 하루 만에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전단 살포 처벌에 대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도 청와대까지 직접 나서면서 ‘대북 저자세’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도발 땐 없던 공식 입장문 내고 “엄정 대응” 밝힌 NSC청와대는 11일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앞으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식 입장문을 내놨다. 회의 후 직접 브리핑에 나선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일부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을 계속 살포해 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러한 행위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사무처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에 대한 발표 이후 7개월 만이다. 청와대가 대북 전단 문제에 대해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공식 입장문을 낸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 들어 세 차례 감행된 북한의 도발과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총격 때도 NSC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청와대는 이날 전날 통일부가 내건 남북교류협력법과 4·27 판문점 선언에 더해 5건의 남북합의와 3개의 법률을 대북 전단 살포 처벌의 근거로 제시했다. 우선 페트병에 쌀을 담아 북한에 보내는 것이 국가 소유의 바다, 하천인 공유수면에 폐기물을 버리는 행위를 금지한 공유수면법을 위반했고, 풍선에 전단을 넣어 보내는 것이 초경량비행장치 사용 시 국토교통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는 항공안전법을 위반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또 노무현 정부에서 채택한 6·4 합의서, 노태우 정부에서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 박정희 정부의 7·4 남북공동성명에 따른 남북조절위원회 공동발표에 담긴 전단 살포 중단 합의를 위반했다고도 했다. 국회 비준동의를 받지 않은 판문점 선언을 처벌 근거로 내건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 만들어진 남북 합의문까지 들고나온 것. 그러면서 김 사무처장은 “우리 정부는 오래전부터 대북 전단 및 물품 살포를 일절 중지했고 북측도 2018년 판문점 선언 이후 대남 전단 살포를 중단했다”고 했다. 북한은 남북 합의를 지키고 있는데 탈북자 단체가 이를 지키지 않아 최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의미다.○ 청 관계자 “대북 전단 내용이 너무 자극적”대북 전단 살포 처벌을 놓고 통일부에 이어 하루 만에 청와대까지 나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대북 전단을 이유로 통신연락선을 차단하자 ‘대북 전단 문제를 책임지겠다’는 신호를 보내며 전면적인 남북관계 단절을 재고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 전단의 내용이 너무 자극적이다.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른 것”이라며 “정부의 조치가 나온 뒤 노동신문 등의 톤에 일부 변화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통일부가 탈북자 단체를 경찰에 고발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통일부는 이날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과 큰샘(대표 박정오)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교류협력법은 물론이고 청와대가 이날 밝힌 항공안전법, 공유수면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NSC 공식 입장문에 대한 참고자료로 ‘국민 생명에 대한 위험 사태 시 경찰관은 억류, 피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담당 부국장은 11일 성명에서 “(탈북자 단체 설립 허가 취소 조치는) 집회 결사의 자유를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경 지역의 안보나 대북관계 같은 모호한 호소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 전단은 상대적으로 무해한 표현 방식이므로 금지하면 안 된다.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의 인권을 도외시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박효목 tree624@donga.com·황인찬 기자}

    • 20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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