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옷 가게를 운영하는 황모 씨(40·여)는 2008년 부모의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대부업자에게 400만 원을 빌렸다가 잔인한 빚 독촉에 시달렸다. 대부업자는 입금이 하루라도 늦으면 5%의 이자를 더 붙였고 갚지 못하면 “집으로 찾아가겠다. 여자에게 손대기 싫다. 알아서 하라”는 협박 문자를 수도 없이 보냈다. 황 씨는 협박이 무서웠지만 돈을 갚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묵묵히 견뎠다. 하지만 황 씨가 당한 일은 불법 추심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몇 가지 증거 자료만 확보해 경찰에 신고하면 대부업자를 처벌받게 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불법 추심 대처 방안에 따르면 대부업자가 전화로 협박을 할 경우 반드시 녹음하고 집으로 찾아오면 이웃의 증언을 확보하거나 동영상, 사진을 찍어두는 등 관련 기록을 남긴 뒤 112에 신고해야 한다. 오전 9시 이전이나 오후 8시 이후에 추심 문자나 전화를 받으면 해당 업체에 이를 중단할 것을 요청한 다음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채무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불법 사채업자가 주변에 자신의 채무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사채업자가 채무 사실을 가족이나 지인에게 알리고 대신 갚으라고 요구하는 ‘제3자 고지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이때엔 자신이 협박당한 일을 상세하게 기록해 놓았다가 신고해야 한다. 또 집이나 자동차 등을 압류하거나 경매하겠다고 협박하는 것도 불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추심을 당했을 때 망설이지 말고 금감원 사금융애로종합지원센터나 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김모 씨(33·여)는 연이율 100%를 넘어가는 일수 20여 개를 찍으며 근근이 아동복 가게를 운영하던 중 운영비가 부족해지자 지난해 서민금융대출 상품인 미소금융 대출에 대해 알아봤다. 그러나 ‘보유 재산 대비 채무액 비율이 50%를 초과할 경우 대출이 불가하다’는 대출 부적격자 관련 조항을 보고 나서 포기했다. 김 씨는 “미소금융 대출이 안 될 확률이 100%인 데다 대출이 된다고 해도 오랜 시간 끌어야 할 것 같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금융소외자에게 까다로운 정부 대출김 씨는 신용등급 8등급이어서 은행권 대출이 불가능했다. 미소금융 대출까지 포기한 그는 일수 대출을 30개까지 늘려가며 운영자금을 대다가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사채업자들의 추심에 시달리다 가게를 접었다. 일수를 쓴 사실이 남편에게 알려져 올해 초에는 이혼을 했다. 지금은 낮에는 식당에서, 밤에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고 있다. 김 씨는 “정부 지원 서민금융상품은 수십 개의 조건을 달아놓고 ‘하나라도 자격이 안 되면 계속 사채를 쓰라’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김 씨처럼 신용등급 7등급 이하로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금융소외자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681만 명에 달한다. 정부는 금융소외자를 위해 시중은행, 기업과 공동으로 미소금융, 햇살론 등의 서민금융상품을 내놓았지만 실제로 대출받은 서민은 소수에 불과하다. 미소금융중앙재단에 따르면 2010년과 지난해 재단을 통해 대출 상담을 한 사람은 12만9549명이었지만 최종 대출을 받은 사람은 2만7622명으로 21.3%에 그쳤다.○ 사채업자들이 정부 대출 알선도정부 지원 대출의 문턱이 높다는 점을 악용해 수수료를 받고 정부 대출을 알선하는 일명 ‘작업 대출’까지 이뤄지고 있다. 사채업자 A 씨(34)가 설명하는 ‘작업 대출’ 수법은 이렇다. 급전이 필요하지만 직업이 없어 햇살론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을 겨냥해 사채업자들은 허름한 방을 임시로 빌려 ‘가짜 사무실’을 만든다. 여기에 휴대전화 상자를 가득 쌓아놓은 다음 온라인으로 휴대전화 판매 사업자 등록을 하고 114에도 전화번호 등록을 한다. 그 뒤 햇살론 대출을 해주는 은행에 직업을 증빙하는 각종 서류를 구비해 제출하면 은행 대출 현장 실사 담당 직원이 사업장을 방문한다. 사채업자들과 고객은 영업하는 곳인 것처럼 연기를 하고 직원들은 사업장 사진을 찍어 간 뒤 대출을 승인한다. ‘작업’에 성공해 햇살론 대출을 받으면 업자는 대출금의 40∼50%를 수수료로 챙기고 고객은 나머지 돈을 받는다. A 씨는 “서민금융상품의 대출 절차는 복잡하고 까다롭지만 영업장을 확인하는 실사 절차는 미리 날짜가 공지되고 사업장 사진을 찍어 가는 게 전부”라며 “실제로 이 돈을 가게 운영에 쓰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작업 대출’을 받은 이후에도 별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2월부터 현장 실사 업무를 지역 신용보증재단 직원이 대신 하도록 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진만 찍어 가는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사채업자들의 증언이다. ○ 서민금융상품 컨트롤타워 필요전문가들은 대출 절차와 자격 요건은 까다로우면서도 사후 관리는 허술한 현재의 서민금융상품 운용을 대출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서민 각자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함으로써 일대일 식의 ‘유연한 대출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사후 관리도 엄격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처럼 대출자가 돈을 갚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후 밀착 컨설팅을 통해 대출 이후 모든 단계를 꼼꼼하게 지원해야 서민금융상품의 의미도 살리고 도덕적 해이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서민금융상품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기획 및 대출 업무, 사후 관리 업무 등을 전문적으로 도맡아 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칭 ‘서민금융공사’를 만들어 서민금융상품 기획을 전담시키고 특별금융사법경찰권을 부여해 불법 사채 피해 발생 시 금융 소비자 보호 활동까지 하게 하는 등 서민금융 분야에만 집중하도록 해야 서민들에게 골고루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금융 긴급 상담 전화’ 같은 긴급 복지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헌욱 본부장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사채를 찾기 전에 금융·복지 전문가가 응대하는 ‘금융 긴급 상담 전화’에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하는 ‘112식 긴급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3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 형사 5명이 서울 강동구 길동의 한 지하당구장에 들이닥쳤다. 형사들은 텅 빈 당구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던 불법 대부업자 김모 씨(43)의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 김 씨는 자동차수리업체를 운영하다가 망하자 5년 전부터 사채업을 시작했다. 당구장 한구석에 책상을 차려놓고 수십 명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 수익을 올렸다. 김 씨는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신을 ‘Mr. K 금융’으로 소개했지만 돈을 받아낼 때는 ‘Mr(신사)’가 아닌 ‘악마’였다. 30대 회사원 A 씨는 2009년 12월 급히 목돈이 필요해 김 씨에게 1000만 원을 빌렸다. A 씨는 당구장으로 불려 갈 때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울었다. A 씨는 “그래도 당구장으로 부르는 게 낫다”며 “김 씨가 아버지와 아내를 괴롭힐 때마다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 A 씨가 빚진 사실을 A 씨의 가족과 지인에게 알리고 대신 갚을 것을 강요했다. 수백 %의 고리를 매겨 A 씨가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자신에게 돈을 빌리게 하는 일명 ‘꺾기’ 수법을 썼다. A 씨는 “김 씨가 이름 석 자도 겨우 쓰는 80세 아버지를 법원으로 불러내 ‘아들을 살리려면 땅을 넘기라’며 아버지의 땅을 자기 앞으로 가등기해놓았다”고 했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A 씨는 2년 남짓 기간에 무려 원금의 두 배가 넘는 돈을 갚았지만 아직 2000만 원의 빚이 남아 있다.○ 빚보다 빚 독촉에 고통 불법 사금융으로 돈을 빌린 피해자들은 “빚 때문이 아니라 빚 독촉으로 죽겠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해 5월 3일부터 6월 14일까지 일수 급전 등 사금융으로 돈을 빌린 4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이 문항에 응답한 279명 중 120명(43%)에 달했다. 이들은 반복적 전화, 방문 추심행위, 협박성 발언과 폭력, 지인들에 대한 불법 추심 등을 당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추심의 주체는 크게 5단계로 나뉜다. 은행 카드사 등 금융권, 신용정보회사, 등록 대부업체, 미등록 대부업체, 개인업체 순이다. 합법적인 추심은 등록대부업체까지다. 합법적인 추심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진행되지만 신용정보회사나 제2금융권도 압류 운운하며 채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한국금융연구원 윤창현 원장은 “추심에 관한 법에 빚 독촉 전화나 문자메시지 제한 횟수를 두루뭉술하게 ‘반복적’으로 규정한 것이 문제”라며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줄 경우 불법이라는 것인데 구체적이지 않아 추심업체가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 업체들 수단 방법 안 가려A 씨가 돈을 빌린 불법 개인업체나 미등록 중소 대부업체는 대출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돈을 받아내는 데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피해자들은 “폭행은 사라지고 있지만 협박은 더 집요해졌다”고 입을 보았다. 지난해 7월 유흥업소 종업원 윤모 씨(26·여)는 연 209%의 고리대로 2000만 원을 사채업자에게 빌렸다. 사채업자들의 협박을 견디지 못한 윤 씨는 지난달 20일 경기 성남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유서를 쓰고 투신자살을 기도했다가 함께 사는 친구 김모 씨(25·여)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사채업자는 윤 씨가 이자 납부를 자주 미루자 수시로 전화로 연락을 해 ‘돈을 갚지 않으면 유흥업소에 나가는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일부 사채업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채무자의 가족이나 지인의 신상까지 털기도 한다. ○ 받은 돈 또 받으러 오기도은행 카드사 등 금융기관의 채권은 신용정보회사 등록대부업체 미등록대부업체 순으로 넘어가거나 반대로 신용정보회사가 자금 사정이 악화된 대부업체의 채권을 받기도 한다. 현행 대부업법은 다른 대부업자 또는 여신 금융기관의 채권을 넘겨받아 추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채권은 보통 채권 가격의 10% 미만으로 거래된다”며 “신용정보회사나 대부업체는 부실채권을 대량으로 구입한 뒤 몇 건만 성사시켜도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100만 원짜리 채권 10건을 100만 원을 주고 구입한 뒤 이 중 2, 3건(200만, 300만 원)만 받아내도 남는 장사란 의미다. 일부 악성업체는 이미 변제된 채권을 다시 받아내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강모 씨는 2006년 사채업자로부터 400만 원을 빌려 이자와 원금을 모두 갚았지만 신용정보회사 추심직원이 집에 나타나 칼을 방바닥에 꽂고 욕을 하며 2006년에 갚지 않은 3000만 원을 갚으라고 했다. 당시 강 씨가 담보로 작성한 약속어음을 이 회사가 넘겨받은 뒤 재차 추심에 나선 것이다. 강 씨는 이 같은 사실을 즉시 경찰에 신고해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민생연대 송태경 사무처장은 “채권추심업은 등록만 하면 할 수 있어 우후죽순 격으로 신규 업체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관리 감독하는 인력은 전무하다”며 “불법 채권추심을 뿌리 뽑기 위해선 상시 감시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지난해 8월 문을 연 서울 중구 명동의 A마사지 업소 입구는 관광가이드가 인솔해온 일본인 관광객으로 늘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루 평균 40∼50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업소를 찾았다. 이 업소의 인기 비결은 마사지가 아닌 문신.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눈썹과 입술 문신 시술을 받았다. 일본에 비해 가격이 낮은 데다 눈썹과 입술 색이 뚜렷해지고 시술을 받은 티도 나지 않았다. 자격 없는 중국동포를 안마사로 고용해 전신 마사지도 제공했다. 관광가이드들은 문신 시술과 무자격 안마가 불법인 줄 알았지만 건당 10만 원의 소개료를 받을 수 있어 온갖 감언이설로 일본인 관광객을 데려왔다.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불법으로 문신을 시술하고 무자격 안마사를 고용한 A업소 등 3곳을 적발해 업주 송모 씨(40·여)와 문신시술자, 관광가이드, 무자격 안마사 등 65명을 의료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문신 시술 비용 등으로 건당 약 30만 원을 받아 24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업소마다 2000명의 관광가이드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왔다”며 “무자격 문신 시술로 부작용이 생기면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의료 관광에 대한 신뢰도 무너질 것”이라고 밝혔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어머, 움직인다. 움직여.” 17일 오후 경기 용인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성현아 양(7)이 탄 자전거가 앞으로 굴러가자 어머니 이은영 씨(37)는 눈물을 흘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뇌병변장애 1급 장애인 현아는 이날 장애인 맞춤형 특수자전거를 선물받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탔다. 현아는 “언니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늘 부럽게 지켜봤는데 직접 타보니 정말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현아가 탄 자전거에는 몸을 잡아주는 보조장치가 달려 있어 몸이 불편한 장애아동도 안전하게 탈 수 있다.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는 미래에셋 박현주재단의 후원을 받아 국내 최초로 중증 장애인을 위한 ‘생애 첫 자전거’ 사업을 벌였다. 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장애인 66명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 중증장애인용 특수자전거는 아동용 4종, 성인용 1종 등 총 5종류로 개당 150만∼200만 원 선이다. 일반 자전거에 머리받침대, 등받이, 발 고정 끈이 부착된 아동용 자전거는 다리로 움직이거나 팔과 다리를 함께 쓰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성인용 자전거는 손으로 손잡이에 달린 페달을 움직여 탄다. 자전거는 현아에게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줬다. 스스로 걷지 못하는 현아는 어릴 적 늘 어머니에게 업혀서 이동했다. 어머니 이 씨는 현아가 초등학교에 갈 나이가 되자 집 안에만 있지 말고 혼자 힘으로 밖에 나갈 수 있도록 휠체어를 사줬다. 하지만 휠체어는 오히려 현아에게 족쇄가 됐다. 한번은 현아가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가자 현아 또래 친구가 달려와 손가락으로 현아를 콕콕 찌르며 ‘장애인이다’라며 놀렸다. 이 씨는 “맞춤형 자전거는 겉보기에 일반 자전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다행”이라며 “딸이 자전거를 타면서 자신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또래보다 1년 늦은 내년에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현아는 30분가량 이 씨의 도움으로 자전거 연습을 하더니 “혼자 달려보겠다”며 신나게 동네를 누볐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지체장애 1급 장애인 조윤희 씨(53)도 이날 자전거를 선물받았다. 조 씨는 1962년 다리를 다친 이후 침 치료를 잘못 받아 하반신이 마비됐다. 조 씨는 어릴 때 부모님이 남들 보기에 창피하다며 외출을 시켜주지 않아 늘 방 안에 갇혀 생활하느라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열네 살 때 직업 교육을 받은 그는 시계 수리공, 구두 수선공으로 일했지만 휠체어에 의지하느라 출퇴근할 때 빼고는 외출도 잘 못했다. 조 씨는 “50년 동안 하반신 마비로 지내다 보니 자전거를 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이제 비장애인처럼 자전거로 운동도 하며 살을 빼고 싶다”고 말했다. 조 씨는 손으로 페달을 굴리며 집 근처 산책로를 달렸다. 그는 오르막길에서 조금 힘들어했지만 능숙하게 기어를 변속하며 올라갔다. 그는 “며칠 더 연습하면 오르막길도 가뿐히 오를 수 있겠다”며 “자전거를 차에 싣고 강원도로 가서 바닷가 주변을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생애 첫 자전거 사업을 진행한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는 국내 최초의 재활공학서비스 전문 기관으로 장애인을 위한 전문적인 보조기구와 관련 산업·연구 지원을 목적으로 2004년 설립됐다. 지원센터는 자전거 외에도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보조기구를 지원한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보조기구의 도움을 받아 비장애인과 같은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지원센터 자전거 사업 담당 이준호 씨는 “중증 장애인 맞춤용 특수자전거는 아직 장애인들 사이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며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모여 많은 장애인이 자전거와 보조기구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원센터는 ‘장애인의 날’(20일) 다음 날인 21일 오후 3시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경기도청 잔디광장에서 ‘생애 첫 자전거 행진 및 전달식’을 가질 예정이다.용인=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안녕하세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4일 편의점을 연 탈북인 차광수(가명·43) 씨다. 1999년 탈북한 차 씨는 1988년부터 13년간 북한 자강도 김일성별장 경호소대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편의점을 찾는 손님에게 늘 웃는 얼굴로 반갑게 인사한다. 깨끗한 테이블도 행여나 먼지가 있을까 자주 닦았다. 그는 “망해 가던 가게를 싸게 인수했다”며 “총 한 자루 들고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한국에 왔으니 편의점도 살려보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모은 돈 1000만 원과 북한이탈주민 전문교육기관인 자유시민대학에서 지원받은 4000만 원으로 편의점을 열었다. 차 씨는 탈북 전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1등급 성분’ 출신이었다. 1999년 실수로 김일성 주석이 수여한 훈장을 땅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강제노역형을 당했다. 그는 강제노역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중국은 개도 이밥(쌀밥)을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탈북했다. AK소총 한 자루를 들고 두만강을 건넌 차 씨는 2006년 한국에 오기 전까지 영화 같은 삶을 살았다. 그는 “탈북 후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갔지만 받아주지 않았다”며 “이후 북한에서 받은 특수훈련을 밑천으로 중국과 미얀마를 떠돌았다”고 했다. 그는 2001년 미얀마 현지 화교 사업가의 목숨을 구해준 일을 계기로 3년간 미얀마 분쟁지역에서 게릴라 용병 간부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에서 조직폭력배의 뒤를 봐주는 싸움꾼으로 살았다. 그는 “건달로 일하며 도박장 뒤를 봐주면서 부끄럽게 살았다”며 “늘 잘사는 한국에 가서 떳떳하게 돈을 벌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차 씨는 한국에 온 뒤 하나원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4세 된 딸을 두고 있다. 힘들 때마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딸의 사진을 보며 기운을 얻는다. 인터뷰 중에도 휴대전화로 딸의 영상전화가 걸려오자 “아빠가 열심히 일하고 들어갈게. 사랑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가족을 생각하며 가락시장 배달부, 건물 청소 등 정직하게 돈버는 일은 가리지 않고 했다”며 “어렵게 모은 돈으로 창업한 만큼 남한에서 꼭 성공하겠다”고 말했다. 차 씨는 나눔에도 열심히 동참한다. 차 씨의 가게에는 교통사고로 장애가 있는 탈북자 후배가 일한다. 그는 “후배가 실수가 많지만 자립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며 후배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는 “개업 이후 일주일밖에 안 됐지만 매출이 오를 때마다 그 재미에 푹 빠져 산다”며 “물건 이름이 온통 영어로 돼 있는 것 빼곤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