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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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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지금 케이팝 조립 중] 스웨덴 스톡홀름 ‘캠프 판타지아’

    펠레, 막 뮤직비디오 촬영에 들어갔고, 지금 소녀시대 멤버들 9명이 위층에서 안무 연습중이에요. 새해 1월 1일 0시 0분 정각에 음원을 ‘짠’ 하고 공개할 계획입니다.”“멋지군요! 모두 기대하고 있습니다.”지난해 12월 17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스튜디오. 노트북을 펴 놓고 한국의 SM엔터테인먼트 측 관계자와 한창 화상회의 중이던 펠레 리델 유니버설 뮤직 유럽 A&R 총괄(51)이 화면을 보면서 손뼉을 쳤다. 소녀시대 4집 타이틀곡 ‘아이 갓 어 보이’의 진행 상황에 대한 논의가 핑퐁처럼 오고 갔다. 평균 일주일에 한 번, 음반 발매를 앞두고는 하루 한 번씩 열린 이 회의는 시공을 넘나들며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의 산파가 됐다.독특한 멜로디 라인과 신선한 변주로 시나브로 세계인들의 귀를 사로잡은 케이팝. 그 출생과 진화의 비밀이 궁금하다면 이젠 북유럽 작곡가들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 이 중 SM엔터테인먼트와 북유럽 작곡가들이 힘을 합친 ‘캠프 판타지아(Camp Fantasia·Fantasy와 Asia의 조합)’가 눈에 띈다. 동서양의 공동작업을 기치로 내걸고 3년 전 처음 열린 캠프 판타지아는 북유럽 작곡가들의 합숙 작곡 프로젝트. 캠프가 열리기 전, 기획사는 작곡가들을 모아두고 원하는 콘셉트를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비밀리에 소집된 ‘수능’ 출제위원들처럼 스웨덴 스톡홀름, 핀란드 헬싱키 등의 스튜디오에 모인 작곡가 20여 명은 삼삼오오 협력 작업을 통해 아시아 아티스트의 곡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보아의 ‘허리케인 비너스’와 소녀시대의 ‘아이 갓 어 보이’다.이 과정을 진두지휘하는 리델은 세계적인 케이팝 인기몰이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는 셀린 디옹,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아델, 켈리 클라크슨 등 유명 팝 아티스트들과 작업했다. 2006년부터 그는 한국 인기 가수들에게 알맞은 곡을 연결시켜 주고 북유럽 신인 작곡가들을 발굴하고 있다. 소녀시대의 ‘훗’ ‘런 데빌 런’, 보아의 ‘Eat you up’, ‘Copy & Paste’, 동방신기의 ‘미로틱’, 샤이니의 ‘셜록’, 에프엑스의 ‘누에삐오’…. 그의 손을 거쳐 매년 60∼70곡 정도가 쏟아진다.이날 그의 스톡홀름 사무실을 방문해 처음 들었던 ‘아이 갓 어 보이’의 데모 음반은 충격이었다. 현란한 전자음과 빠른 전개, 그리고 세 번의 변주…. ‘솔직히 익숙지 않다. 한국 팬들에게 먹힐 것 같으냐’고 묻자 그는 예상했다는 듯 “이게 바로 히트송”이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굉장히 기묘하고 특이한 노래다. SM도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이 곡을 선택한다면 분명 내년 한 해 한국에서 이보다 더 독특한 노래는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설득하자 얼마 후 놀라운 안무 동선을 짜 왔다. ‘펠레, 당신 말이 맞았다’는 말과 함께.”작곡가 및 아티스트 그룹 케널 소속의 사라 룬드베크(44·여)는 ‘아이 갓 어 보이’의 공동 작곡가 중 한 명이다. “하트 모양 선글라스를 끼고 지하 스튜디오에서 동료 작곡가와 댄스파티에 온 것처럼 열정적으로 춤추며 만들었다. ‘좀 더 빠르게!’ ‘후크는 남겨두자’며 신시사이저를 올렸다 내렸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만들었다.”작곡가로서 그가 꼽은 케이팝의 강점은 무엇일까. “케이팝의 생명은 리드미컬한 보컬과 극적인 안무, 멜로딕한 후크송, 그리고 개방성이죠. 유럽에서도, 미국에서도 해보지 못한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 작곡가들을 흥분시키는 케이팝의 매력이죠.”스톡홀름=신나리 채널A 기자 journari@donga.com}

    • 201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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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지금 케이팝 조립 중]아바 - 아하 이후 주춤… 북유럽 음악의 컴백

    1970, 80년대 전 세계 음반 차트를 주름잡았던 스웨덴의 아바와 노르웨이의 아하. 숱한 명반을 쏟아냈던 스칸디나비아의 음악 파워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걸까. 모던 록밴드 카디건스와 디사운드부터 한국 청년들이 열광하는 라세 린드, 잉에르 마리까지 이름은 생소해도 노래는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아티스트들은 있지만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는 쉽지 않다. 안에만 갇혀 있기엔 북유럽 작곡가들은 ‘배가 고프다’. 인구 950만 명(스웨덴)과 500만 명(노르웨이)의 내수시장만으로는 답이 없다. 간간이 ‘스웨디시 아이돌’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만 한두 개 방영될 뿐 TV 속 고정 음악 프로는 거의 전멸한 상태다.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인구가 80%라는 스웨덴의 음악시장은 스톡홀름의 대형 음반매장에 들르면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국보급 밴드 아바 섹션이 따로 마련돼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미 영미권 팝 아티스트들에게 잠식당한 지 오래다. 그러니 작곡가들은 자연스레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작업할 수밖에 없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만난 한 음악 관계자는 스칸디나비아 음악의 힘은 ‘멜팅 폿’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영어 공용화 덕에 언어 장벽이 없고, 아메리칸 팝, 브릿팝 등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믹스해 내놓다 보니 세계적으로 먹힌다는 게 강점이다.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는 뮤지션이 늘고 있다.” 노르웨이 제3의 도시 트론헤임에서 활동하는 4인조 작곡가 그룹 디사인뮤직은 스스로를 ‘음악 공장’이라고 부른다. 곡 하나를 작업하는 데 드는 시간은 평균 4∼5시간. 지난 한 해 만든 곡만 130곡이 넘고 이 가운데 100곡을 녹음했다. 이들이 음악을 수출하기 시작한 지는 6년도 채 되지 않았다. “국내엔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며 활로를 모색하다 만난 것이 아시아 음악시장이었다. 리더 로빈(42)은 “케이팝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며 도박하듯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를 내놓았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고 밝혔다. 멤버 앤(35·여)과 로니(38)는 “신곡을 요청받아 만들 때는 소녀시대 멤버들이 출연한 TV 예능 프로나 가요 프로를 꼼꼼히 챙겨본다”며 작곡 요령도 귀띔해줬다. 한국어라서 정확한 쇼 내용을 따라가긴 한계가 있지만 성격 목소리 몸짓 등 캐릭터를 분석하는 수고를 들인 만큼 좋은 곡이 나온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노르웨이 일간지 ‘닥사비센’의 잉아 셈밍센 기자(29·여)는 “케이팝을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자기 감정이나 행동에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즐거움을 느끼는 것)로 인식했던 분위기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계기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영어 버전의 노래를 만드는 등 언어 장벽을 해소하려는 노력과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시도가 계속된다면 케이팝과 북유럽 아티스트들의 협업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된다.”스톡홀름·트론헤임·오슬로=신나리 채널A 기자 journari@donga.com}

    • 201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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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 웹툰 ‘끝판왕’ 조경규 작가 “배 고플때 제 요리만화 보면 현기증 난대요”

    햄이라고 다 같은 햄이 아니다. 밀가루 햄은 반드시 빛깔 고운 분홍색이어야 하고, 상표만 들으면 전 국민이 다 아는 통조림 햄은 구웠을 때 탁한 연주황색을, 부대찌개에 들어가는 햄은 구멍이 숭숭 뚫린 채로 적갈색을 띠어야 한다.‘오무라이스 잼잼’ ‘차이니즈 봉봉클럽’ 등 조경규 작가(39)의 음식 웹툰을 보고 있노라면 그 섬세한 묘사와 채색에 입이 벌어진다. 오죽하면 식도락 웹툰계의 ‘끝판왕’이라는 칭호가 붙었을까.포털사이트 다음에 ‘돼지고기 동동’을 연재하는 그는 음식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그림들로 배고픈 독자들의 현기증을 유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작가의 자택 겸 작업실을 찾았다.―대체 어떤 환경에서 자랐기에 이런 묘사가 가능한 건가.“음식을 귀하게 여기는 집안에서 자랐다. 회사원이셨던 아버지는 항상 저녁밥을 집에서 드셨고, 어머니는 그날의 저녁 식단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분이셨다. 매일 새로운 음식을 해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제일 싫어하는 게 찬밥 데워먹고 냉장고 안에 남은 반찬 다시 먹기다. ‘뭘 먹지?’ 하면서 냉장고 문을 여는 게 아니라 조금만 부지런하게 그날 먹을 만큼만 사서 만들면 된다.”―음식 색감 묘사가 예술이다.“일부러 야심한 시간, 배고플 때 작업한다. 특히 채색은 밤에 할 때 제대로 나온다. 그리면서 맛을 상상하기도 한다. 그려 놓고 스스로 감탄할 때도 있다. 예전에 장어구이 채색 때는 ‘신이시여, 정녕 제가 그린 그림이 맞습니까’ 하고 되물었다. 음식은 색이다. 허영만 작가의 ‘식객’이나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은 구성과 요리 설명은 탄탄할지 몰라도 색깔이 없어서 2%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웹툰에 나오는 ‘건강한 것만 챙겨 먹을 필요 있나, 맛있을 때 먹으면 그게 건강식이지’라는 말, 무척 와 닿는다.“유기농 한우나 무가당 주스 이런 것만 찾아서 먹이는 부모들도 있지만 딸 은영이(7)와 아들 준영이(6)에게 어렸을 때부터 좋은 걸 안 먹였다. 나쁜 음식을 먹였다는 게 아니라 나와 아내가 먹는 것보다 더 좋은 걸 일부러 먹인 적이 없다는 뜻이다. ‘무엇을 먹느냐’만큼 중요한 게 ‘어떻게 먹느냐’라고 생각한다. 의무적인 식사 시간보다는 파티 하듯 자유롭게 먹는 문화가, 부모와 함께 먹으면서 대화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미국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작가는 만화를 그리기 전에 삐삐밴드 베스트 앨범 커버와 황신혜밴드 콘서트 포스터를 그린 적도 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토의 오래된 물건’이라는 장난감 가게 간판도 그의 작품이다. 소설가 박민규와 황신혜밴드의 리더 김형태와 함께 ‘무규칙이종예술구국결사 3인방’이라는 밴드를 결성한 적도 있다. 그의 다양한 문화행적은 웹툰 속에서 글로벌한 메뉴와 에피소드로 재탄생한다.최근 나온 생활요리와 음식 관련 에피소드를 다룬 ‘오무라이스 잼잼’ 시리즈 단행본 3권부터 중국 현지의 중화요리 탐방기 ‘차이니즈 봉봉클럽’까지 그가 펴낸 요리만화책만 7권이다. “음식 소재는 끝이 없다. 매년 한 권씩 내는 게 목표다. 나중에 은영이 시집갈 때쯤 요리 전집이 나올 수 있게끔.”―지금 연재하는 ‘돼지고기 동동’에 대해 채식주의자들의 반발은 없나.“‘고기만 많이 먹자’고 그린 만화가 아니다. 채식이 개인의 선택이듯,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죄책감 갖지 말고 좀 더 마음 편하고 즐겁게 먹자는 의미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채식만이 마치 유일한 건강식이고 영양식인 것처럼 도그마에 빠지면 안 된다. 육식을 하는 이들이 동물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매도되는 것도 옳지 않은 것 같다.”―이쯤 되면 양돈협회에서 표창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안타깝게도 상복이 없다. ‘1983년 동교초등학교 백일장 입선’으로 시작해 1987년 ‘서울특별시교육회 바른어린이상’을 끝으로 수상 경력이 미천하다. 향후 너른 마음으로 제 만화의 의미를 헤아려주셨으면 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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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보단 검증된 책… 구간이 명간이었다

    구관이 명관이고 ‘구간(舊刊)이 명간(名刊)’이었다. 올 한 해 대학생들이 도서관에서 빌려 본 책들을 보며 떠오른 생각이다. 본보가 전국 9개 대학(건국대 경북대 고려대 부산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도서관의 올 한 해 도서 대출순위를 분석한 결과 대학생들은 인기 있는 외국 작가의 소설과 출간된 후 시간이 지나 검증된 도서를 많이 빌려 본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한 해 서점가에 열풍을 몰고 왔던 힐링 에세이들을 대출 순위 30위권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9개 대학별 대출순위 30위 목록을 보면 유럽 작가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가장 많이 보이는 이름이 베르나르 베르베르(15회), 알랭 드 보통(13회), 기욤 뮈소(8회) 순이었다. 유럽 출신의 이 세 작가는 최근작뿐만 아니라 출간된 지 여러 해가 지난 작품들도 고루 대출순위 상위에 올려놓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은 고려대와 성균관대에서는 1위, 연세대와 서강대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알랭 드 보통의 대표작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건국대와 부산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의 대출순위 30위 안에 포함됐고, ‘우리는 사랑일까’와 ‘불안’도 순위에 올랐다. 기욤 뮈소의 ‘사랑하기 때문에’ ‘구해줘’ ‘종이 여자’도 대학별로 고르게 분포돼 있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세 작가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시장성이 있는 저자들”이라며 “5∼10년 전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일본 작가들의 서정적인 소설이 큰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지금은 감각적인 로맨스 소설에 학생들이 몰입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3포 세대’나 ‘6무 세대’로 거론되는 대학생들이 이들의 연애 소설을 읽으며 어렵고 불안한 현실의 고통을 덜어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3포 세대’란 연애, 취업, 결혼을 포기한 세대, ‘6무 세대’는 일자리, 소득, 집, 연애·결혼, 아이, 희망이 없는 세대를 말한다. 이에 비해 한국 소설은 학교별 순위에 한두 권 포함되는 데 그쳤다. 김진명의 ‘고구려’만이 경북대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4개 대학에서 10위권 안에 들었다. 그동안 꾸준히 대출순위 목록에 올랐던 ‘태백산맥’ ‘토지’ 등 대하소설도 학교별로 두 권 정도가 20위 이하의 하위권에 들었다.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들이 베스트셀러로 꼽은 책들이 대학의 대출순위 상위권에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같은 이른바 ‘힐링 에세이’ 열풍이 불었던 올 한 해 출판계 흐름과는 다른 양상이다. 올해 150만 부가 팔린 ‘멈추면…’은 성균관대(13위)와 부산대(18위) 등 두 곳의 대출순위 30위 목록에 들었을 뿐이다. 2012년에 나온 신간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특징이다. 연세대 국문학과 3학년 송슬기 씨(22)는 “신간을 제때 빌려보기는 쉽지 않다”며 “돈을 주고 사 보기에 부담스러운 책들은 기다려서라도 빌려 보지만 소장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인문교양서들은 바로 사 본다”고 전했다. 한 대학 도서관 관계자는 “화제의 중심에 있던 검증된 교양서는 2, 3년이 지나도 오랫동안 인기 대출순위 목록에 머물러 있는 편”이라며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스크린셀러’, 즉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이 됐던 소설들의 인기도 뜨거운 편이었다. 정은궐의 ‘해를 품은 달’과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드라마가 끝난 지금도 꾸준히 빌려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비롯한 영화 ‘밀레니엄’의 3부작 시리즈와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도 목록에 올랐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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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 청우 ‘그게 아닌데’ 대한민국 연극대상 大賞

    극단 청우의 ‘그게 아닌데’가 24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 한국연극협회 주최의 ‘제5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동물원 조련사를 통해 이 시대의 소통 불능 상황을 우화적으로 그렸다. 이 작품의 김광보 연출은 연출상을 받았다. 남자 연기상은 ‘그게 아닌데’ ‘햄릿6-삼양동 국화 옆에서’의 윤상화와 ‘전명출 평전’의 정승길이 공동 수상했다. 여자연기상은 ‘헤다 가블러’의 이혜영과 ‘그을린 사랑’의 이연규에게 돌아갔다. 작품상은 ‘목란언니’ ‘두뇌수술’, 희곡상은 ‘늙어가는 기술’의 고선웅 작가가 차지했다. 남자신인연기상은 ‘채권자’ ‘변두리 극장’의 홍민수, 여자신인연기상은 ‘그을린 사랑’ ‘천하제일 남가이’의 박성연, 무대예술상은 ‘꽃이다’의 여신동 디자이너가 수상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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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에 빠진 아이들… 만화가 이들을 구원하리라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놀이터는 사라졌고 자극적인 컴퓨터 게임은 점점 늘어간다. 만화가 아이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1년 365일 하루에 한 권씩 좋은 만화책을 소개하자는 취지에서 교육 현장의 사서, 교사, 독서지도 활동가 54인이 뭉쳤다. 학교도서관저널이 최근 펴낸 ‘만화책 365’(사진)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만화책 안내서다. 학습만화는 빼고 훈계조의 설명도 피했다. 책을 펼치면 가족, 일상, 연애, 스포츠, 무협·액션, 사회·현실 등 17개 장르별 편집과 원색의 그림, 꼼꼼한 서평들이 눈길을 끈다. 만화평론가들의 만화 지도법도 책의 무게감을 더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도서 선정위원으로 참여했던 3명의 저자를 만났다. ―어떻게 책을 펴내게 됐나. △왕지윤(40·인천 경인여고 국어교사)=해마다 뜻있는 교사들이 함께 추천도서 목록을 만들어 왔다. 이번에는 학교에서 소외받는 만화를 테마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학부모들로서는 아이들에게 만화를 읽히는 게 달갑지 않을 수 있는데…. △신정화(51·서울 삼광초 사서 교사)=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교에서 만나는 학부모들에게 ‘학교 도서관에 둬도 될 만화책 목록을 작업 중입니다’라고 말하니 의외로 반색하는 눈치였다. 학습 효과보다 만화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는 취지를 밝혔지만 같은 반응이었다. △왕=초등학교엔 학습만화가 보편화돼 있다. 고등학교에도 어려운 내용을 만화로 소개하는 책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그런 만화를 외면하고 있다. 그래서 재미가 목적이기보다는 학습의 보조수단으로 만화를 권유받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진다. ―교육 일선에 있는 분들이 학습만화를 배제했다는 것이 독특하다. △김광재(51·초중학생 학교 밖 독서지도가)=만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겐 ‘쇼킹’한 책일지 모른다. 좋은 책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만화들을 소개하자는 게 1차 목표였다. △신=서점에서 만화 서가를 둘러봤는데 학습만화 일색인 걸 보고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세대만 해도 어릴 적에 낄낄거리고 웃거나 펑펑 울면서 만화를 보았다. △왕=프로젝트에 참여한 선생님들은 무엇보다 목적성을 둔 책읽기를 강요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만화의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어른과 아이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책 목록을 골라보려고 했다. ―실제 만화로 학습을 지도한 경험이 있나. △김=3년 전 한창 ‘다윈 탄생 200주년’으로 들썩일 때 ‘비글호에서 탄생한 종의 기원’(서해문집)을 갖고 2개월간 한 주에 한 번씩 지도했다. 아이들이 다윈에 관심을 갖고 아는 척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으쓱해하더라. 같이 공부했던 중학생들은 어려운 교양서로 자연스레 넘어가는 징검다리가 됐다. △왕=우리 학교는 전문계고라서 입시에서는 비교적 자유롭지만 학생들의 문자 해독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도서관 업무를 담당했을 때 만화책들을 들여왔는데 도서관을 꾸준히 찾는 아이들이 생겼다. 한번 만화를 읽은 친구들이 뒷이야기가 궁금해 다시 찾았다. 만화를 통해 책에 흥미를 갖게 되는 건 좋은 신호다. 만화를 권하면 강요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대등한 입장에서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신=정치 경제 분야 책은 아이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이 만화로 이 분야를 접하면 세상이나 사회에 대해 더 쉽게 알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된다. ―앞으로 어떤 환경이 조성되길 바라나. △김=만화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인 동시에 부담 없는 소통의 도구다.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고 즐기면서 동시에 자신의 관심사를 펼쳐 나갈 수 있는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 △신=만화를 무조건 보지 말라고 하는 것도, 아무 지침 없이 보게 하는 것도 문제다. 밝고 열린 환경에서 아이들이 만화를 읽고 올바른 사고를 키웠으면 좋겠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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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공룡의 왕’이 돌아왔다

    킁킁∼ 공룡냄새가 나요. 냄새를 잘 맡는 바넘 브라운 아저씨가 흙을 파냈더니 강철처럼 단단한 사암층이 나왔어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다이너마이트로 암석을 폭파한 바넘 아저씨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공룡 척추와 대퇴골, 앞다리뼈를 보곤 가슴이 콩콩 뛰었답니다. 아저씨는 몸길이가 14m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퍼즐을 맞춰나갔어요. 아저씨가 7년 걸려 발굴하고 조립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미국 자연사박물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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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희대의 독재자도 사랑앞에선 부드러운 남자였다

    ‘이빨 빠진 호랑이’일지라도 호랑이는 여전히 신비롭다. 세상을 떠났거나 권좌에서 물러난 독재자라 해도 숨겨진 일화와 뒷얘기는 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독재자의 곁에 있던 여인들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지난해 5월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후 세계 언론은 빈 라덴의 부인 셋을 앞세운 가계도를 보도했다. 북한의 김정일도 성혜림, 고영희, 김옥 등 그의 부인들을 분석하는 기사들이 지면을 장식하곤 했다.이 책에는 20세기 중·후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독재자 6명이 등장한다. 쿠바혁명의 주역 피델 카스트로부터 발칸의 학살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까지 역사를 뒤흔든 악명 높은 세기의 독재자들도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는 부드럽고 낭만적인 남성이었다고 한다. 카사노바형에서 일편단심형까지 그들의 사랑 방식도 다양했다.카스트로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전형적인 카사노바형. 카스트로에겐 언제나 ‘그를 위해서라면 나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다’며 그의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끊이질 않았다.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감옥에 있을 때조차도 카스트로는 “첫 번째 부인과 떨어져 있어 행복하다. 25년형이 아니라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는 독특한(?) 연서로 유부녀를 사로잡았다.후세인은 정치적 야심을 위해 친구들의 아내를 이용했다. 육체적인 관계 맺기를 통해 물의를 빚기보다는 선물 공세와 부드러운 말솜씨로 아내들을 포섭한 뒤 이 여성들을 통해 유력자인 남편들을 움직여 국가 지도자로서의 확실한 지지기반을 다졌다. “첫 번째는 걸음마, 두 번째는 불안정한 자전거 타기, 세 번째는 안정적이지만 속도가 느린 세발자전거와 같다.” 일부다처제를 실천한 빈 라덴의 위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네 번째 결혼에 이르면, 마침내 이상적인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 네 번 결혼하면 모든 사람을 추월할 수 있다.” 등장하는 여성들의 이름만 봐도 현기증이 나는 카사노바형 독재자들의 현란한 사생활을 책의 전반부에 다뤄서일까. ‘착한 남편’이었던 이란의 호메이니와 밀로셰비치가 등장하는 후반부로 가면 마음이 한결 정화되는(?) 느낌이다. “화장실 청소를 비롯한 집안일을 아내에게 혼자 맡겨둘 수 없다”는 호메이니가 과연 이란인들이 신처럼 섬기는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와 동일 인물인지 헷갈릴 정도다.독재자들이 어떤 매력을 풍겼으며 여자들을 어떻게 사로잡았는지는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만 그들의 혁명에 여인들이 끼친 영향과 변화가 충실히 소개돼있지 않아 아쉽다.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흥미롭기는 하지만 그 배경이 되는 역사적인 사건들과 섞이지 않고 겉도는 느낌이다. 미시사는 근본과 뼈대를 잃지 않을 때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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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안개동산 外

    ○ 안개동산(주수자 지음·희래출판사)=2001년 등단한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사회와 병원의 ‘중간지대’에 속한 재활요양원을 배경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의 아픔과 고독을 그린 중편 ‘안개동산’과 단편 4편을 묶었다. 1만1000원○ 국경(이정 지음·책만드는집)=1990년대 일간지 북한 전문기자 이인철은 취재과정에서 북한의 황철호 참사와 가까워진다. 황철호는 이인철을 통해 북한의 문화재를 해외로 빼돌려 자신의 부하들을 먹여 살리려고 하는데…. 1만3000원○ 공제격치(알폰소 바뇨니 지음·한길사)=이탈리아 선교사인 저자가 17세기 명나라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한문으로 쓴 책. 지구의 자연현상, 지구 주위의 행성과 별의 운동 원인을 4원소와 신학적 관점에서 서술했다. 2만5000원 ○ 이상 평전(김민수 지음·그린비)=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가 지난 10년간 작가 이상을 연구한 결과를 집대성해 이상의 삶과 작품을 새롭게 해석했다. 문학은 물론이고 미술 건축 디자인을 아우른 융합예술의 측면에서 이상을 살폈다. 1만8000원 ○ 인문학을 찾아서(김형국 지음·열화당)=인문학에 목말라하는 어른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남들과 소통할 수 있는 필수 무기이자 ‘내가 나다움’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1만8000원○ 철학의 13가지 질문(잭 보언 지음·다른)=열세 번의 꿈을 통해 벌어지는 열네 살 소년 이언과 신비한 노인의 흥미진진한 지적 모험을 다룬 철학소설. 총 153명의 철학자들이 남긴 잠언과 이론들이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2만2000원 ○ 상 받은 광고가 11배 잘 팔린다(제임스 허먼 지음·문예마당)=현대인은 하루 3000가지 광고와 접하지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76점에 불과하다. 창의적인 광고가 사업 성공과 직결된 사례들을 수치 자료와 함께 제시한다. 1만6800원○ 느껴야 움직인다(이어령 지음·오순환 그림·시공미디어)=칫솔질하는 시간, 구두끈을 매는 시간과 같은 자투리 시간 80초. 일생을 결정짓는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는 순간으로서의 80초 메시지가 따뜻하고 포근한 그림들과 어우러진다. 1만5000원 ○ 여자들은 매일 이혼을 꿈꾼다(이인철 지음·북라이프)=방송활동을 통해 이혼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저자가 수많은 이혼 상담과 재판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전환점에 선 부부들에게 조언을 들려준다. 1만3000원}

    • 201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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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동물 웹툰 인기… 주인공 동물들의 꾹꾹 참았던 한마디

    작가의 반려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웹툰들이 애견·애묘인(人) 독자들이 찾는 ‘성지’로 떠올랐다. 연재 횟수가 거듭되면서 댓글 게시판도 독자들이 키우는 동물을 자랑하는 공간에서 반려동물 돌보기 정보를 주고받는 사랑방으로 바뀌어간다. 인기 웹툰 속 주연급 반려동물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낭낙이(‘내 어린고양이와 늙은 개’의 개)=견생 17년을 살다 보면 가끔 내가 우리 주인 ‘초’를 키우는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어. 까만 푸들에서 회색으로 색까지 바랜 지금, 귀도 안 들리고 남은 힘을 다해 꼬리를 흔들면서 초와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는 걸 잘 알아. 나는 언젠가 마주치게 될 ‘끝’이라는 단어에 그 누구에게도 부담주고 싶지 않아. 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가 정말 좋아하던 소시지도 주질 않고 계단도 혼자 못 내려가게 하지. 초가 현관을 나서고 문을 닫았을 때 집 안에서 혼자 늑대울음 소리를 내며 우는 건 ‘내가 있으니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신호야. ▽단테(‘그루밍선데이’의 고양이)=쯧쯧, 누님만 나오면 그 만화 참 가라앉아요. 그나마 순대(‘내 어린고양이와 늙은이’ 속 고양이)가 분위기 조금 살리는 편이지. 우리 주인(전작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그렸던 HUN 작가)은 나를 사랑스럽게 그리기는 하는데 잠에 푹 빠지면 물건을 올려놔도 모르는 둔한 고양이로 캐릭터를 설정해 불만이에요. 가끔 주인이 주워들은 이야기들로 에피소드를 만들거나 불편한 점을 그리기도 하는데 독자들이 비난들 좀 안 했으면 좋겠어. 교육만화가 아니잖아. ▽슈바(‘개와 토끼의 주인’의 토끼)=내 이름은 욕이 아니에요. 검다는 뜻의 ‘슈바르츠’라는 독일어에서 따왔는데 사실 내 눈만 제외하면 나는 백설같이 하얀 토끼인데 말입니다. 우리 주인은 내게 민들레나 사과껍질처럼 맛있는 걸 줄 때만 풀네임을 부르고 평소엔 슈바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에게 내가 기립해서 부르르 떠는 묘기 보여준답시고 좋아하는 건과로 약을 올릴 때마다 살짝 신경질도 나요. 같이 사는 디엔드(개) 분량이 좀더 많은 것 같아 자극받고 새로운 장기를 갈고닦고 있으니 두고 봐요.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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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문학전집 1000권 내는게 첫 꿈이자 마지막 꿈입니다” 첫 자서전 ‘책’ 펴낸 박맹호 민음사 회장

    “일을 쉰다는 것은 고문과 같습니다. 세계문학전집을 1000권까지 쭉 이어서 펴내는 것이 첫 꿈이자 마지막 꿈입니다,” 형형한 눈빛과 담대한 추진력. 출판인들이 떠올리는 박맹호 민음사 출판그룹 회장(79·왼쪽 사진)의 이미지다. 1966년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10평짜리 옥탑방에서 시작해 출판계의 역사를 새로 써온 박 회장이 자신의 출판인생을 담은 첫 자서전 ‘책’을 출간했다.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 회장은 “책이 인간의 DNA를 이룬다. 사람은 책을 통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6·25전쟁 이후 일본 서적과 해적판이 판치던 대학 시절, 그는 한국의 책을 명품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으로 출판계에 뛰어들었다. 대학교 2학년 때인 1954년 시사지 ‘현대공론’에 소설을 투고해 당선된 뒤 자유당의 사사오입 개헌을 풍자한 단편 ‘자유풍속’을 1955년 신생 일간지 신춘문예에 투고했다. 결과는 ‘수석’이었지만 정치 상황 때문에 등단하지 못했다. ‘자유풍속’은 이번 자서전에 실었다. 박 회장은 “이후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펄 벅의 ‘대지’ 등을 읽고 감명을 받아 세계문학전집을 직접 펴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세계문학전집은 현재 306권까지 출판됐다. 46년 출판인생 가운데 기억에 남는 일화를 묻자 그는 첫 번째 책 ‘요가’를 펴낸 이야기를 꺼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요가가 수입되는 첫 계기가 됐다고. “하지만 요가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주현 작가의 ‘장미부인’을 쉽게 만들었더니 대번에 박살났다. 빚이 3000만 원으로 불어나면서 인생을 돌아보게 됐다”고 그는 회고했다. 민음사는 현재 비룡소, 황금가지, 사이언스북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문학 인문을 넘어 아동 과학을 아우르는 출판그룹으로 성장했다. 장녀인 박상희 비룡소 대표(50)를 필두로 자녀들이 ‘2세대 경영’ 체제로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박 회장은 “민음사가 가로쓰기를 시작했던 것도, 새로운 시집 판형을 내서 시 대중화에 앞장서게 된 것도 ‘반 발짝만 앞서 가자’는 지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새로운 흐름에 주목하고 자유롭게 책을 거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때 출판 시장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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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국 1년 채널A 하나둘 열매 맺어”

    동아일보와 동아방송 전직 사우의 모임인 동우회(東友會)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2012 동우 송년의 밤’ 행사를 열었다. 김광희 동우회장(전 동아일보 이사)은 인사말에서 “매체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소통에 뒤처지기 쉽다. 지금은 지혜를 짜내 어떻게 변화에 적응해 나갈지 생각할 시기”라고 말했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겸 채널A 회장은 축사를 통해 “동아미디어그룹의 종합편성TV 채널A 개국 1년이 지났다. 종편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달성하고 훌륭한 프로그램들로 호응을 얻는 등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동아미디어그룹이 한국의 첫 신방 겸영 사업자로 쌓았던 전통과 저력이 발현되고 있으니 격려와 조언, 충고를 아끼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윤양중 일민문화재단 이사장,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 이명동 월간 사진예술 고문, 손세일 전 국회의원, 박경석 전 동우회장, 김준하 전 대통령공보수석 등 전현직 사우 400여 명이 참석했다. 함께 열린 ‘제4회 동우 몽도상’ 시상식에서는 최희조 동우회보 편집위원이 수상했다. 몽도상은 고 이동수 초대 동우회장의 유족이 기탁한 5000만 원으로 제정됐으며 몽도는 이 회장의 아호다. 행사에 앞서 ‘2012 동우회 사진클럽 작품 전시회’가 개막해 회원들의 사진 50여 점을 선보였다. 전시는 11일부터 충정로 사옥 로비로 자리를 옮겨 26일까지 열린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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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안나와 로테 外

    ○ 안나와 로테(테사 데 루 지음·푸른숲)=68년 만에 조우한 ‘반쪽’과의 2주일…. 제2차 세계대전으로 부모를 잃은 쌍둥이 자매가 침략국인 독일과 피해국 네덜란드로 흩어져 살게 되면서 겪는 혼란과 고통, 비극이 행간에 배어나온다. 2002년 ‘쌍둥이 자매’로 영화화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트, 네덜란드 최우수 영화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만3800원.○ 희망의 발견: 시베리아의 숲에서(실뱅 테송 지음·까치)=책과 시가와 보드카 그리고 공간과 침묵, 고독으로 물든 삶. 마흔 살이 되기 전 숲 속 깊은 곳에서 살아보기로 결심한 저자가 바이칼 호숫가 북쪽 삼나무 숲에서 보낸 6개월의 생활기를 모은 에세이. 1만3500원.○ 사회의 사회(전 2권·니클라스 루만 지음·새물결)=‘현대의 헤겔’로 불리는 독일 사회체계이론의 대가 루만이 근현대사회이론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대표작. 8만9000원. ○ 미국헌법의 탄생(조지형 지음·서해문집)=헌정 원리와 헌법 정신이 미국헌법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살펴본다. 미국헌법 제정사와 헌정 원리에 대한 설명도 담았다. 1만7000원. ○ 구스타프 말러(전 2권·옌스 말테 피셔 지음·을유문화사)=오늘날 대작곡가로 각인돼 있으나 학창시절에는 괴테와 도스토옙스키에 심취한 책벌레였고, 실력 없는 동료 음악가들에게 가차 없이 독설을 퍼붓는 폭군이다가도 불같은 열정과 강력한 카리스마로 연주진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유능한 지휘자였던 구스타프 말러의 일대기. 각권 2만8000원.○ 혼혈 왕, 충선왕(이승한 지음·푸른역사)=고려 왕실의 무력감을 보며 부마국 체제를 벗어나 역설적으로 어머니 나라인 원나라 황실의 일원이 된 충선왕. 원 제국을 부정하는 동시에 좇았던 그의 아이러니한 생애를 통해 원 지배기 고려의 의미를 돌이켜본다. 2만5000원.○ 보스의 옷을 벗고 리더의 눈물로 서라(조성의 지음·넥서스CROSS)=목사인 저자가 성경 속 느헤미야의 이야기를 통해 리더로서 갖춰야 할 자질과 비전에 대해 들려준다. 1만2000원.}

    • 201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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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편집기자들이 번역 ‘편집… 바이블’

    올해 말을 끝으로 종이 시대를 마감하는 ‘뉴스위크’, 온라인 신문 발행부수(90만 부)가 종이신문 발행부수(72만 부)를 추월한 ‘뉴욕타임스’…. 신문은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 1989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뒤 ‘편집 디자인의 바이블’로 군림해온 책을 번역했다. 빽빽한 글과 이론을 지양해 컬러풀한 레이아웃과 사진자료들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간지 현직 편집기자 6명이 번역에 참여해 현장감 있는 문체로 옮겼다. 신문 편집자와 편집 지망생들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까지 참고할 만하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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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우리가 보기엔 불륜… 예술가들에겐 ‘아트’?

    누군들 자신의 인생사와 연애담을 낱낱이 엮으면 10권짜리 대하소설이 안 나오겠는가. 하물며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회자되는 예술가들의 사랑 이야기는 오죽할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는 이들을 두고 ‘불륜을 저지르고도 상대에게 로맨스라고 당당히 주장할 수 있는 특권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는지…. 이 책은 다섯 쌍의 유명한 예술가 연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시대를 앞서갔던 그들의 관계 맺음에 대해 살펴본다.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문학적인 사랑, 사진작가 앨프리드 스티글리츠와 꽃의 화가로 유명한 조지아 오키프의 독립적인 사랑,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지적인 사랑,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의 성스러운 사랑, 헨리 밀러와 아나이스 닌의 악마적인 사랑이다.저자의 지적대로 이들은 통념에 비춰 봤을 때 철없이 이성을 만나고 싶은 대로 만나는 ‘앙팡 테리블’이거나 본인의 자유와 연인 간의 애정을 동시에 지키기 위해 결혼이라는 제약을 뛰어넘은 ‘문화영웅’이었다. 하지만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그들의 사랑 방식이 창조적인 예술작품으로 승화되거나, 더 나아가 ‘탈(脫)일부일처제’ 같은 혁신적인 대안적 삶을 제안한다는 점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주고받은 서신들은 왜 이들이 전대미문의 ‘진보적인 사랑의 아이콘’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내가 오늘 아무개와 잠자리를 했습니다’ ‘나를 사랑해왔다고 그가 고백해왔어요’ 각자의 연애를 장문의 편지로 지상 중계하는 것은 예사. 실컷 다른 이성 이야기를 해놓고는 장문의 편지 말미엔 ‘내 사랑 비버(보부아르의 애칭)’를 붙이는 식이다. 그런가 하면 칼로는 바람둥이 리베라의 외도로 말미암은 상처와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내가 그림을 계속 그리려는 유일한 이유는 당신이 나를 이해하기를 바라서’라고 말한다. 오키프는 오랜 연인 스티글리츠가 다른 이와 바람을 피우자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독립적인 여성 예술가로서의 방점을 찍는다. “예술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우리는 인간적 문제 때문에 절망에 빠져선 안 돼. 창조적 일에 쓰려면 힘과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일이 우리를 망치도록 놔둬서는 안 돼.”(226쪽) 유명 예술가들의 끈적끈적한 사랑 이야기만을 기대한 독자라면 실망할 수 있다. 단편적인 연애사로만 받아들이는 것보다 자신이 꽂힌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할 때 펼쳐 드는 것이 책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일 듯하다. 또 하나 염두에 둘 것은 독자의 취향과 예술적 관심사에 따라 와 닿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으리란 점이다. 여담이지만 상대의 외도로 갓 이별을 경험한 독자라면 고통이 배가될 수도 있음을 경고해두고 싶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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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마다 5권, 10권씩 척척… 어디서 그런 힘이?

    “글쓰기의 업은 천형 같은 고통.”(소설가 오정희) “피를 찍어서 글을 써라.”(시인 정채봉) 문인들에게도 글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매년 10권 안팎의 책을 써내는 다작의 대가들도 있다. 올 한 해 동안 5권 이상의 책을 낸 저자들에게 ‘다작의 노하우’를 물었다. 올해 6권을 낸 소설가 겸 시인 장석주 씨(58)는 “내년에도 6, 7권 낼 것 같다. 3권쯤의 원고는 벌써 출판사에 넘어가 있다”고 밝혔다. 장 작가는 “주말 빼고 4, 5일 정도는 매일 200자 원고지 20∼30장을 쓴다”며 “읽고 쓰는 일을 오래하다 보니 콘텐츠만 있으면 문장으로 다양하게 요리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숙련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작의 원동력으로 ‘다독(多讀)’을 꼽았다. “특히 시집을 많이 읽는다. 뇌의 유연한 근육을 만드는 일종의 유산소운동처럼 자극이 된다.” 경제경영 및 자기계발서를 쓰는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52)은 “앉으나 서나 끊임없이 글에 대한 청사진과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며 하루를 보낸다”고 했다. 그는 올해 고전강독도서 4권을 포함해 6권을 썼다. 아이디어가 혼동되지 않느냐고 물으니 비결은 ‘청사진’에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비행기든 기차든 이동할 때는 데생을 하듯 A4용지에 큰 그림을 그린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이를테면 어떤 주장을 펼치고 어떤 보조사례를 들 것인지를 레고 퍼즐 맞추듯이 집필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스톱워치를 사용해 가며 체계적으로 글을 쓰다 보면 하루 150장도 거뜬하다고. 공 소장은 “독서도 집필 활동의 연장이다. 신간을 보면서 행간을 읽어내 차기작의 방향을 정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고전연구가인 신동준 작가(57)는 이번 주 신간 ‘어떻게 세상의 마음을 얻는가’를 비롯해 올해 10권을 냈다. 그는 “고전 번역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번역해 두면 필요한 내용을 뽑아내고 재해석하는 작업은 속도가 붙어서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출처가 같다면 자기 복제의 우려는 없을까. “책 한 권을 써낼 때 20권 이상의 도서를 정독한다. 대학입시 때 공부량의 두 배를 해내는 기분인데 그래야 고전 해석의 구멍을 발견하고 메울 수 있다.” ‘개념어사전’의 저자 남경태 사회학자(52)는 올해만 4권의 저서와 10권의 번역본을 냈다. 그는 지난달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다작의 비결에 대해 “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책 한 권을 오래도록 성찰하면서 읽다 보면 새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밝혔다. ‘생각 버리기 연습’의 저자 고이케 류노스케 스님(34)은 5월 방한 당시 다작을 할 수 있는 힘의 원천으로 ‘명상’을 꼽았다. 최근 200번째 동화책을 펴낸 아동문학가 고정욱 씨(52)는 “아이에게 말하듯 이야기를 녹음해 초고를 완성하면서 작품을 이어간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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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책방 덕에 퇴근길이 행복했는데…”

    서울 지하철 환승역 틈새공간에서 동네서점 역할을 해온 ‘5678 행복문고’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도시철도공사와 한국출판협동조합의 협약에 따라 행복문고가 서울 지하철 5∼8호선 지하공간에 들어선 지는 올해로 4년째다. 행복문고는 2009년 1월 영등포구청역을 시작으로 2011년 1월 연신내역 환승통로까지 태릉입구 왕십리 석계 온수 청구 삼각지 약수 종로3가역 등 환승역 10곳에서 영업 중이다. 그러나 내년 1월 16일 협약기간 만료일을 앞두고 도시철도공사가 이 공간을 임대료가 높은 다른 업종에 내주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행복문고가 폐점 위기에 놓인 것이다. 도시철도공사 상가관리단 관계자는 “사업기획팀으로 업무가 곧 이관되는데 그쪽에서 행복문고의 사업 실적이 좋지 않아 수익성이 좋은 사업 유치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행복문고엔 덤핑도서만 있을 것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신간도서 35%, 일반도서 30%, 할인도서 35%의 비율로 출판협동조합이 도서를 공급한다. 이용객은 연평균 21만 명 정도.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3가역점의 경우 하루 평균 300명이 넘는 이들이 찾으며 100권 정도가 팔린다. 남종철 종로3가역점장은 “한번 들르면 서너 권씩 사가는 단골손님도 20명 정도 된다”고 전했다. 약수역점은 단골 우대 서비스로 유명하다. 숫자 맞추기 퍼즐인 스도쿠 관련 책을 열심히 사는 ‘스도쿠 아줌마’, 김진명 소설 마니아인 ‘김진명 소설 아저씨’ 등 단골 고객에 별명을 지어 명부를 만든 뒤 이들이 좋아하는 장르의 신간이 들어오면 전화로 알려준다. 종로3가역 행복문고점에 자주 들른다는 회사원 이모 씨(44)는 “대형 서점엔 갈 시간이 없어 출퇴근길에 행복문고에 들러 책을 고르곤 했다”며 “동네 서점도 점차 사라지는데 쉽게 들를 수 있는 지하철 책방마저 없어지면 책과 더욱 멀어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구인 한국출판협동조합 경영혁신본부장은 “행복문고마저 문을 닫으면 영세한 1인 출판사의 책이 독자와 만나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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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전쟁보다 형제사이 내전 상처가 더 큰 이유

    10여 년 전 방영된 쿠웨이트의 국민드라마 ‘와탄 아나르(고향의 아침)’는 쿠웨이트판 ‘태극기 휘날리며’라 할 만했다. 1990년 이라크와 쿠웨이트 사이에서 벌어진 걸프전쟁을 배경으로 전쟁에 참여한 형제를 통해 혈육 간 상잔의 비극을 그린 이 드라마는 당시 시청자들의 눈물콧물을 쏙 뺐단다. 국경을 맞대고 자유롭게 교류했던 이라크인들의 도발에 쿠웨이트인들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지난달 현지 출장 중 만났던 한 쿠웨이트인은 “믿었던 형제가 등에 칼을 꽂은 것 같은 배신감은 말로 다 할 수 없다”며 “차라리 아예 모르는 민족이 죽였다면 이렇게까지 원망하고 아파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6·25전쟁을 경험한 우리로서도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말이다. 위험의 근원은 낯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익숙한 것에 있다. 이 책이 시종일관 강조하는 메시지다. 사람들은 종종 친척, 지인, 이웃처럼 자신과 가까운 사이에 있는 이들에게서 더 큰 불안과 위협을 느낀다. 저자는 이를 두고 ‘그들의 허물, 믿음, 욕망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달리 말하면 가까운 이들의 허물과 욕망을 덮어줄 만큼 우리가 완벽하지 않기에, 이들이 잠재적 위험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익숙한 사례를 엮어 새로운 발상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다양한 ‘이웃 살인’의 역사들을 들어 폭력의 뿌리를 추적했다. 멀게는 인류 최초의 살인이라고 불리는 성경 속 카인과 아벨 형제 이야기부터 가깝게는 현재진행형인 수단 내전까지, 친밀한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폭력의 모습을 조명한다. 저자는 특히 국가 간 전쟁보다 잔인하고 후유증도 훨씬 오래가는 내전에 주목한다. 국가 간 전쟁은 오히려 솔직한 편이다. 전사자는 매장하고 부상자는 치료나 도움을 받으면 되고, 전쟁의 올바름을 의심하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내전은 개인적인 갈등 요소와 정치적인 요소가 뒤섞여 있기 때문에 상처가 깊게 남으며, 치유가 된다고 해도 매우 더딜 수밖에 없다. 내전이 오래되다 보면 ‘대체 왜 이들을 죽여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과 이유조차 모호해진다. 그렇게 형제 살인은 죽는 자와 죽이는 자 모두를 파멸로 끌어간다. “폭력은 형제 살인의 경향이 있으며,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닮았기 때문에 발생한다.”(205쪽)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저자의 지적은 무릎을 탁 칠 만큼 탁월한 해석이다. 물론 최근 기승을 부리는 ‘묻지 마 범죄’ 같은 특수한 형태의 폭력까지 아우를 수는 없지만, 세계적으로 여전히 매듭을 짓지 못한 대부분의 지역 분쟁들이 국가 간 전쟁이 아닌 내전에 가깝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그렇다. 달라도 너무 달라서 싸우는 게 아니라 비슷하고 친밀한 상대가 노선을 이탈하는 경우 느끼는 반감이 폭력을 부르는 셈이다. 미래의 이웃 살인으로부터 멀어지는 키워드는 관용이다. 관용에 인색하면 답은 없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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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시장을 뒤흔드는 거대기업

    21세기에는 완전히 자리 잡힌 시장경제 속에서 완전 경쟁이 진행될 줄 알았다. 하지만 2008년 우리가 마주친 건 세계적인 금융위기였다. 저자는 거대 기업을 국가나 시장과 다른 ‘제3세력’으로 분류하고, 거대 기업이 건전한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주범이 된 배경을 통시적으로 고찰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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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병윤 화백 시사만화 1만회

    양병윤 화백(68·사진)의 시사만화 ‘황우럭’이 30일 1만 회를 돌파한다. 국내 시사만화의 1만 회 기록은 김성환 화백이 1955년부터 1980년까지 본보에 연재한 ‘고바우 영감’ 이후 처음이다. 1968년 5월 10일자 제주신문(현 제주일보)에 첫선을 보인 황우럭은 1960, 70년대 유신 독재정권과 1980년대 신군부 시절의 검열과 탄압상을 촌철살인의 익살로 그려내 인기를 끌었다.}

    • 201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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