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재

장원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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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등을 거쳤습니다.

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칼럼100%
  • “日-동아시아 교류의 역사 생각하며 고마신사 참배”

    “우리나라(일본)와 동아시아의 긴 교류의 역사를 생각했다.” 2019년 퇴위를 앞둔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자신의 생일 기자회견에서 올 9월 고구려 왕족을 기리는 고마(高麗) 신사를 참배한 것을 거론하며 이렇게 말했다. 간접적으로 양국 간 화해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3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은 84세 생일을 기념한 인터뷰에서 “사이타마(埼玉)현 히다카(日高)시의 고마 신사를 참배했다. 지금으로부터 1300년 전 고구려에서 온 도래인(渡來人)이 이곳에 살면서 지어진 신사”라고 올해를 회고했다. 또 “많은 분에게 환영을 받고, 우리나라와 동아시아의 긴 교류의 역사를 생각했다”고 했다. 고마 신사는 1300년 전 정착한 고구려 왕족 약광(若光)을 기리는 곳이다. 668년 고구려가 멸망한 뒤 마지막 왕인 보장왕의 아들 약광은 유민 1799명을 데리고 이곳에 정착했다. 후손들은 약광을 기리기 위해 고마 신사를 짓고 직계가 대대로 궁사(宮司·일본 신사 운영 책임자)를 맡았다. 현재 고마 후미야스(高麗文康·50) 궁사는 약광의 60대 손이다. 역대 일왕이 이 신사를 찾은 것은 9월이 처음이었다. 아키히토 일왕은 2001년 생일 기자회견 때 “개인으로서는 간무(桓武)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紀)에 쓰여 있는 데 대해 한국과의 연(緣)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하는 등 한국에 대한 애정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직간접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피력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고마 신사 방문으로 아쉬움을 달랬다는 해석이 주변에서 나왔지만 본인이 직접 감상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한편 일왕은 2019년 4월 말로 예정된 자신의 생전 퇴위와 관련해 “양위에 대해 많은 이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노력해 준 것에 마음으로 감사한다. 남은 기간 상징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면서 다음 세대로의 계승을 위한 준비를 관계된 분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생일을 맞은 일왕은 관례에 따라 3차례 축하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날 왕궁에는 5만2300명이 모였는데 이는 1989년 즉위 이후 가장 많은 인파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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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평창올림픽 안전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평창 겨울올림픽을 거론하며 “한국 여행에는 (안전상의)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23일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 모임에서 향후 북한 정세와 관련해 “기본적으로는 (내년 2월에) 평창 겨울올림픽이 있으니 괜찮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다만 내년 2월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와 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참석 여부는 밝히지 않은 채 “국내 일정이 있지만 평창 올림픽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한국 여행 안전 발언은 이때 언급한 ‘협력’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 정부와 언론은 한반도 위기설을 지나치게 부풀려 이웃 나라 축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인들이 평창 올림픽에 참석하려 해도 주변에서 ‘괜찮겠냐’는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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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이슈]‘페미니즘’ 눈뜨고 ‘유스퀘이크’ 들썩이고 ‘北’ 위협에 철렁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된 2017년은 해외에서도 다사다난한 해였다. 할리우드발(發) 성폭력 고발 움직임이 전 세계로 퍼졌고, 영국 프랑스 등의 젊은이들은 새로운 정치 흐름을 만들어냈다.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힘겨루기로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주변국들이 공포에 떨기도 했다. 주요 사전 출판사와 일본 한자능력검정협회 등이 꼽은 ‘올해의 단어’를 통해 국외 주요 이슈를 돌아봤다.  ○ ‘페미니즘’ 바람으로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고발 줄이어 미국 영어사전의 원조로 꼽히는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최근 올해의 단어로 ‘페미니즘(feminism)’을 선정했다. 페미니즘 이슈가 주목받은 데에는 할리우드 영화계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스캔들이 큰 역할을 했다. 그가 ‘영화계 권력’을 이용해 약 30년에 걸쳐 애슐리 저드 등 여배우와 여직원들을 성추행해 온 사실이 10월 초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앤젤리나 졸리, 귀네스 팰트로 등 기라성 같은 여배우들도 언론에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메리엄웹스터 측은 “페미니즘 단어 검색량이 지난해 대비 70%가량 증가했다”며 “와인스틴 성추문 이후 페미니즘이 더 주목받는 단어가 됐다”고 평가했다. 와인스틴 스캔들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을 통해 지구촌으로 번져 나갔다. 배우 얼리사 밀라노의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면 이 트윗에 ‘미투’라는 답장을 써달라”는 트윗에 24시간 만에 약 50만 건의 트윗이 뒤따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해시태그와 함께 그동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각계각층에서 ‘제2의 와인스틴’이 속속 적발돼 비난을 받았다. 넷플릭스 인기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연 케빈 스페이시와 유명 배우 더스틴 호프먼, 코미디언 루이스 C K 등 여러 할리우드 인사가 구설에 올랐으며, 미국 유명 토크쇼 진행자였던 찰리 로즈, 맷 라워는 성추행 혐의로 해고됐다. 미투발(發) 피바람은 정계도 덮쳤다. 앨라배마주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12월 12일)에 나선 로이 무어 공화당 후보는 미성년자 성추문 의혹에 단단히 발목이 잡혀 대표적인 공화당 텃밭인 앨라배마를 25년 만에 민주당에 내줬다. 대서양 건너 영국에서도 성추문에 휘말린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과 데이미언 그린 부총리가 사퇴했다. 대선 때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과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16명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의회에 공식 조사를 요구했다. 국내에서도 ‘미투’를 외치는 여성들의 용기 있는 고발이 잇따랐다. 지난달 인테리어 가구업체 한샘의 신입 여직원이 직장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이후 사내 성폭력 피해를 봤다는 직장 여성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권력을 쥔 자들의 성폭력을 폭로한 여성들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 젊은이들의 적극적 참여로 정치 지형 바꾼 ‘유스퀘이크’ 옥스퍼드 사전이 뽑은 2017년 올해의 단어는 ‘유스퀘이크(youthquake)’다. ‘젊음(youth)’과 ‘지진(earthquake)’의 합성어로 옥스퍼드 사전은 “젊은이들의 행동과 영향력으로부터 야기된 명백한 문화 정치 사회적 격변을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올해 이 단어는 사용 빈도가 전년 대비 401% 늘었다. 유스퀘이크가 가장 많이 사용된 때는 6월 영국 총선이다. 조기 총선은 집권당인 보수당이 압승을 예상하고 던진 승부수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보수당 의석이 13석 줄었고 야당인 노동당 의석이 30석 늘었다. 그 중심에 젊은층이 있었다. 청년들은 지난해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때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18∼24세의 75%가 브렉시트에 반대했지만 노년층이 브렉시트에 몰표를 던지면서 결과는 가결이었다. 반격에 나선 젊은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EU와의 단일 시장을 유지하는 온건한 브렉시트를 추진하는 노동당에 표를 몰아줬다. 유스퀘이크는 영국 밖으로도 충격파를 던졌다. 특히 30대 정상이 다수 전면에 등장했다. 만 39세인 에마뉘엘 마크롱이 5월 프랑스 대선에서 승리하며 프랑스 역사상 최초의 3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오스트리아에선 10월 총선과 두 달간의 연정 협상을 통해 이달 16일 31세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가 탄생했고, 젊은층의 지지에 힘입어 37세의 여성 저신다 아던이 10월 뉴질랜드 총리에 올랐다. 아일랜드 우크라이나에서도 30대 총리가 탄생했다. 이 30대 지도자들은 자유롭고 실용적인 노선과 과거 정당 정치에 집착하지 않고 국민의 여론을 우선시하는 유연한 정치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올해 16차례 미사일 발사로 일본을 공포에 떨게 만든 ‘北’ 일본 한자능력검정협회는 ‘올해의 한자’로 ‘北(북)’을 선정했다. 연중 지속됐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일본 사회가 공포에 떨었기 때문이다. 올해 북한은 16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 중 2번은 홋카이도(北海道)를 넘어갔고, 5번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 특히 머리 위로 미사일이 지나갔다는 사실은 일본 국민에게 큰 충격을 던졌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미사일 대피 훈련을 실시하기 시작했고, 도쿄(東京)도 내년 도심에서 미사일 피란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북한의 위협은 군사력 강화를 추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학원 스캔들로 위기에 빠진 아베 총리는 “북한이 사린가스를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다”는 등의 발언으로 불안심리를 자극해 결국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아베 총리는 유세 기간 연설 때마다 북한의 위협을 언급해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김정은의 연이은 도발이 죽어가던 아베 총리를 살린 셈이다. 북한의 위협 증가로 평화헌법 개정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아베 정권은 전쟁과 무력행사를 금지한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할 방침이다. 아베 총리는 올해 헌법 시행 70주년 인터뷰에서 “2020년을 새 헌법이 시행되는 해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협회는 1995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올해의 한자를 선정하고 있으며 뽑힌 한자는 교토(京都)의 유명 사찰인 기요미즈데라(淸水寺)의 주지 휘호를 통해 발표된다. 지난해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의 선수들의 활약, 금발인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당선 등을 이유로 ‘金(금)’이 선정됐고, 2015년에는 안보법 파동으로 ‘安(안)’이 선정됐다.  ○ ‘이슈메이커’ 트럼프 대통령 연관 단어도 선정돼 1월 취임 이후 뉴스를 몰고 다니는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단어들도 올해의 단어로 꼽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류 언론들의 비판적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반박해 왔는데 콜린스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가짜 뉴스(fake news)’를 선정했다. 미국 인터넷 사전 사이트인 ‘딕셔너리닷컴’은 ‘공모한(complicit)’을 선정했다. 3월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가 아버지의 문제 행동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며 이 단어를 이용해 꼬집었다. 케임브리지 사전은 ‘포퓰리즘(populism)’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며 “세계의 리더들이 이민, 무역, 민족주의, 경제적 불만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현상을 잘 나타낸 단어”라고 설명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파리=동정민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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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위안부 합의 지켜야” 평창초청 즉답 피해

    일본을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9일 오후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만나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석하길 희망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양국 간 과거사로부터 비롯되는 어려운 문제들이 있지만, 긴밀한 소통을 통해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길 희망한다”며 “김대중-오부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위한 공동선언’ 발표 20주년이 되는 내년에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길 기대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강 장관은 또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가 27일 발표할 예정인 검토 보고서에 대해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2015년 말 위안부 합의 준수를 요청하면서 문 대통령의 평창 올림픽 초청에 대해서는 “성공하도록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했을 뿐 방한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한일 사이에 여러 과제가 있지만 잘 관리하며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선 “문 대통령과 여러 번 통화를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정책을 바꾸기 위해 국제사회가 함께 압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강 장관은 이날 아베 총리와 만나기 전 오찬을 포함해 3시간 동안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과 위안부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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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기업들 일손 부족에 “투잡 허용”

    일본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인 경제단체연합회(經團連)가 ‘부·겸업 허용 불가’라는 종전 입장을 바꿔 근로자들의 ‘투잡’을 장려하기로 했다고 산케이신문이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합회는 소속 기업들에 부·겸업을 인정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지침을 내년 초 공식 결정해 배포할 예정이다. 연합회는 그동안 사회보험료와 고용보험료 부담, 노동시간 관리 등의 문제가 있다면서 부·겸업 허용에 부정적이었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신原定征) 회장도 올 초 기자회견에서 “부·겸업을 권장하는 것에는 저항감이 있다. 지금 깃발을 흔들며 추진할 입장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인구 감소로 인한 일손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부·겸업을 인정하는 쪽으로 표준 취업규칙을 개정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연합회도 부·겸업을 받아들이게 됐다. 정부는 현행 표준 취업규칙 내용 중 ‘허락 없이 다른 회사 등의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삭제하고 근로 제공에 지장이 없거나 경쟁업체 등에 기업 기밀 누설이 없는 경우 허용한다는 내용을 넣을 계획이다. 일부 기업들도 사회의 변화를 받아들여 부·겸업 허용에 나서고 있다. 통신 대기업 소프트뱅크는 10월부터 1만8000명의 종업원을 대상으로 회사의 승인을 받을 경우에 한해 부업을 허용하고 있다. 일손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투잡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부·겸업 허용이 대세가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5년 정부 조사에선 부·겸업을 인정하는 기업이 전체의 15%에 불과했다. 또 최근 조사에서 중견기업의 33%가 부·겸업을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기업의 경우 아직 인정하는 곳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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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역 봉사 日 대학생 마카베 “7년 독학 한국어, 본토서 마음껏 실력 발휘”

    “주변에서 북한 미사일 때문에 ‘정말 괜찮으냐’고 걱정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간절히 원했던 기회인 만큼 언어로 세계를 잇는 제 역할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15일 일본 지바(千葉)현 간다외국어대 캠퍼스에서 만난 대학생 마카베 히토미(眞壁ひとみ·20) 씨는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자원봉사가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7년 동안 독학으로 공부한 한국어 실력을 한국에서 제대로 발휘할 첫 기회이기 때문이다. 국제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비행기표는 자비 부담이라 아르바이트를 해서 마련했다. 첫 방문인 만큼 여건이 허락하는 한 다양한 곳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마카베 씨의 한국어 공부는 중2 때 시작됐다. 한국어가 일본어와 비슷하다는 점에 관심을 갖고 혼자 K팝 가사를 번역하고, 인터넷에서 슈퍼주니어와 동방신기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찾아 들었다. 그는 “단어가 조금씩 들리는 게 신기해 공부하다 보니 3, 4년 후에는 라디오를 사전 없이 듣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처음 말해본 건 대학에 들어와서였다. “한국인 유학생을 만나 한국어로 말하는데 어찌나 긴장되던지…. 그래도 의사소통이 돼서 정말 기뻤어요.” 취미였던 한국어가 일이 된 것은 지난해 여름 한일 청소년 교류 스포츠 행사에서 통역 자원봉사를 하면서부터다. 이후 펜싱, 사격 등 다양한 종목의 국제 경기에서 한국어 통역 봉사를 했다. 올해 2월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때에도 한국 선수단을 위해 통역 자원봉사를 했다. 마카베 씨는 “독학하다 보니 존댓말을 잘 몰랐는데 (한국) 실무진이 많이 도와주셨다. 여동생이나 딸처럼 귀여워해 주셔서 지금도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친해진 이들과는 내년 평창 방문 때도 만나기로 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도쿄(東京)역에서도 통역 봉사를 하고 있다. 소지품을 도난당한 여행자의 신고를 돕고, 갑자기 쓰러진 여행자를 위해 가족에게 연락한 적도 있다. 마카베 씨는 “실제 한국인이 쓰는 한국어를 익히려고 주 5일 봉사를 한다”며 “(도쿄역의) 한국어 담당은 혼자라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언어 능력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평창 올림픽 때 프리스타일 스키와 스노보드 경기가 열리는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일본어, 한국어, 영어 안내를 맡는다. 그는 “선수 통역을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면서도 “큰 대회이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만큼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평창 사전행사에서 저체온증 환자가 발생했다는 기사를 읽고 추울 때 발생할 수 있는 병과 증상의 명칭을 공부하고 있다. 그가 속한 간다외대를 포함해 일본의 7개 외대는 합동으로 평창에 자원봉사자 110명을 파견한다. 해외 단체 자원봉사로는 최대 규모다. 마카베 씨는 “언어로 다른 사람을 돕는 직업을 갖겠다는 장래 희망을 향한 본격적인 시작점이 평창”이라며 “평창의 얼굴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지바=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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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요타-파나소닉 “전기차 배터리 공동 개발”… 국내업계 긴장

    자동차와 전기자동차(EV) 배터리 분야 글로벌 톱 기업인 도요타자동차와 파나소닉이 ‘일본연합’을 만들어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2030년까지 연간 판매 차량의 절반을 전기차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양사의 협력은 국내 배터리 업계의 경영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 사장과 쓰가 가즈히로(津賀一宏) 파나소닉 사장은 13일 오후 도쿄(東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계 넘버 원 배터리를 실현할 것”이란 각오를 밝혔다. 도요타는 폴크스바겐과 함께 세계 자동차 시장 1위를 다투고 있고, 파나소닉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세계 1위 기업이다. 회견에서 쓰가 사장은 “(원통형이 아닌) 각형 전지를 만들어 전기차 설계를 쉽게 만들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양사는 액체 배터리 대신 안전성이 높은 고체형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힘을 모을 계획이다. 도요타-파나소닉 연합은 또한 마쓰다, 스바루, 혼다 등을 포함해 ‘올 저팬’ 체제로 전기차 배터리 표준규격 제정에 나서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날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손익을 따지고 있다. 도요타-파나소닉 연합이 개발하겠다고 밝힌 고체형 차세대 배터리는 세계 배터리 업체 중 상용화할 능력을 갖춘 곳이 없는 기술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고체형 배터리는 안전성이 뛰어나 차세대 배터리로 세계 업체들이 모두 개발하고 있는 분야지만 양산 단계까지 간 업체는 아직 없다”며 “도요타와 파나소닉이 고체형 배터리를 먼저 개발하면 시장을 선점하게 돼 국내 업체들도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1위인 파나소닉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원통형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또 테슬라와 함께 5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를 투자해 미국 네바다주에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생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테슬라 의존 리스크를 피하고 라이벌인 삼성SDI 등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도요타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 흐름에 맞춰 자동차의 주력을 전기차로 바꿀 방침이다. 도요다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30년에는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인 550만 대를 전기차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연간 1000만 대의 차량을 전 세계에 파는데 올해는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등을 더한 전기차 판매량이 147만 대에 불과하다. 국내 업계에선 파나소닉의 점유율 확대 효과가 일부 있겠지만 오히려 도요타가 자동차의 주력을 전기차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호재라는 반응도 나온다. 도요타의 발표대로 한 해 550만 대 이상을 전기차로 생산하게 되는 시점이 오면 배터리 공급 업체를 다양하게 두는 ‘멀티 벤더’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도요타가 다수의 벤더를 둘 경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톱5’ 안에 드는 LG화학이나 삼성SDI도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세계 완성차 업체 중 판매량이 1위인 도요타가 전기차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 전체의 파이가 더 빨리 커질 것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도 수주 기회가 더 많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김재희 기자}

    • 2017-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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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가지 계약서 AI가 작성해 드립니다”

    변호사 대신 인공지능(AI)이 저렴한 수수료를 받고 기업 계약서 작성을 대행해주는 서비스가 일본에 등장했다. 13일 NHK에 따르면 벤처기업 홈스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이용해 계약서 작성 업무를 대행하는 서비스를 8월부터 시작했다. 사사하라 겐타(笹原健太·34) 변호사가 만든 이 회사는 월 980엔(약 9400원)을 내면 부동산 매매, 업무 수주·발주, 종업원 고용, 비밀 유지 등 용도에 따라 약 300가지 서식 중에서 최적의 견본을 골라준다. 견본의 빈칸에 필요한 내용을 입력하기만 하면 불과 5분 만에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다. 일본에서 변호사가 계약서 1통에 5만∼10만 엔(약 48만∼96만 원)을 받는 것을 감안하면 비용과 시간을 파격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거래한 물건에서 결함이 발견될 경우 판매자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를 정하는 ‘하자담보책임’ 등 복잡한 조항도 클릭 한 번으로 표현을 바꾸며 선택할 수 있다. 사사하라 변호사는 많은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가 비용과 시간의 부담 때문에 계약서를 쓰지 않고 구두로 적당히 약속했다가 인간관계를 망치고 거래관계가 끊기거나 소송으로 가는 경우를 보고 사업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는 “AI 서비스가 변호사에게 반드시 불리한 건 아니다. 복잡한 조문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변호사에게 맡겨야 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고, 중소기업에서 계약서를 만드는 문화가 확산되면 변호사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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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대학생 취업희망 1순위가 공무원인데… 일자리 널린 日청년, 합격하고도 “안 가요”

    한국 대학생의 가장 큰 고민은 학업이 아니라 취업이고, 공무원이나 교사가 되고 싶다는 학생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청년 일자리가 넘치는 일본에서는 대학생들이 공무원을 기피해 지방자치단체들이 ‘학생 쟁탈전’까지 벌이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대학 진로교육 지원 체제와 진로·취업 관련 인식 등을 조사한 ‘2017년 대학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졸업 후 진로’(대학생 60.0%, 전문대학생 59.7%)였다. 학업(대학생 25.2%, 전문대학생 26.1%)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졸업 후 계획으로는 취업(대학생 62.4%, 전문대학생 68.4%)하겠다는 학생이 가장 많았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대학생 22.0%, 전문대학생 15.1%)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취업을 원하는 직종으로 공무원·교사(23.6%), 공공기관·공기업(20.0%) 등 안정적인 일자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대기업(19.8%) 중소기업(18.6%)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대학생은 중소기업(28.4%)과 대기업(24.6%), 공무원·교사(15.4%)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지자체들이 공무원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NHK가 13일 보도했다. 합격자 10명 중 6명이 출근하지 않은 지자체가 있을 정도다. 보도에 따르면 NHK가 지난해 광역지자체의 대졸 행정직 취업 내정자 사퇴율을 조사한 결과 홋카이도(北海道)의 경우 사퇴율이 62.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경우 가나가와(神奈川)현의 사퇴율은 38.7%, 사이타마(埼玉)현은 35%로 집계됐다. 도쿄(東京)도는 10%대 후반에서 20% 사이라고 한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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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장원재]한반도에서 원숭이가 사라진 이유

    지난달 말 일본 중부 아이치(愛知)현에 있는 교토대 영장류연구소를 취재할 때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일본 원숭이가 중국 대륙에서 한반도를 거쳐 일본 열도에 정착했다는 것이다. 연구소의 이마이 히로(今井啓雄) 교수는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沖繩)에는 야생 원숭이가 안 산다. 반면 한반도에서는 원숭이 화석이 발견된다”며 근거를 댔다. 막연히 대만 등 남쪽 루트로 왔겠거니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일본 학계에선 30만∼50만 년 전 원숭이가 한반도를 거쳐 들어왔다는 게 정설이었다. 실제로 국내에선 충북 제천과 청주 등에서 원숭이 화석이 발견돼 과거 한반도에도 야생 원숭이가 서식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면 언제, 왜 한반도의 야생 원숭이가 멸종된 걸까. 흔히 야생 원숭이가 아열대 지역에만 산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일본에선 홋카이도(北海道)를 제외한 혼슈(本州) 규슈(九州) 시코쿠(四國) 지역에 폭넓게 서식한다. 북쪽으로는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靑森)현 시모키타(下北) 반도에도 산다. 이 지역은 북위 41.3도인데 한반도로 치면 북-중 국경인 신의주와 백두산 사이다. 한반도가 야생 원숭이가 못 살 정도로 춥지는 않다는 뜻이다.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한반도의 원숭이 멸종을 두고 여러 가설이 있다고 했다. 가장 유력한 것은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대륙에서 건너와 한반도에 살던 원숭이가 빙하기 추위가 절정에 달했을 때 멸종했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에 건너간 원숭이는 기온이 높은 남쪽에서 살아남았고, 추위가 꺾이자 동북 지방으로 서식지를 확대했다. 하지만 그땐 이미 한반도와 일본이 바다로 갈라진 다음이어서 한반도로 돌아갈 수 없었을 거란 얘기다. 대륙과 이어진 한반도에 살고 있던 호랑이 등 대형 육식동물들에게 잡아먹혔을 거란 가설도 있다. 실제로 일본에 야생 원숭이는 살지만, 야생 호랑이는 안 산다. 이에 대해선 아프리카에는 사자, 인도에는 호랑이가 있지만 원숭이가 멸종되지 않았다는 반론이 나온다. 어떤 이유에서든 한반도에선 가혹한 환경 때문에 원숭이가 멸종한 반면 일본에선 대륙과 단절된 상태에서 살아남아 독자적으로 진화했다. 시모키타의 야생 원숭이는 겨울에 눈 위에서 나무줄기 껍질을 뜯어 먹는다. 열매나 나뭇잎이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택한 생존법이다.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서식하는 원숭이란 명예(?)를 얻었다. 이마이 교수는 최근 실험을 통해 일본 원숭이가 겨울을 나기 위해 쓴맛을 덜 느끼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걸 밝혀냈다. 나가노(長野)현의 원숭이는 겨울이 되면 온천에 들어가 추위를 견디고, 와카야마(和歌山)현의 원숭이는 지역에 자생하는 감귤류를 특히 잘 먹도록 진화했다.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은 무척 가혹하다. 도망갈 곳은 없는데 주변에는 맹수들이 우글거린다. 최근 외교 안보 이슈를 두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이 벌이는 파워게임을 보면 한반도에 빙하기가 다시 오는 듯한 한기마저 들 정도다. 크게 보면 한반도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부딪치는 전선에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다. 물려받은 지정학적 위치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지혜를 짜내 살아남고 진화해야 하는 것은 원숭이도 인간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야생 원숭이처럼 되지 않도록 엄혹한 빙하기를 견딜 국가적 지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장원재 도쿄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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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법원, 원전 재가동 확대정책 제동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에 법원이 자연재해 피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 이후 고등재판소에서 원전 가동 중지 명령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히로시마(廣島) 고등재판소는 13일 에히메(愛媛)현의 이카타(伊方)원전 3호기에 대해 주민들이 제기한 가동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원전은 지난해 8월부터 재가동됐으며 올해 10월부터 정기검사 중이다. 원전을 운영하는 시코쿠(四國)전력은 점검이 끝나는 다음 달부터 다시 가동할 방침이었다. 재판소는 “구마모토(熊本)현의 아소(阿蘇)산에서 거대한 분화가 일어나 원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적다고 할 수 없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분화가 있었던 아소산은 원전에서 130km가량 떨어져 있다. 시코쿠전력은 “시뮬레이션 결과 폭발이 있더라도 화쇄류(火碎流·화산재 암석 등이 섞인 물질)가 원전에 도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소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카타원전은 인근에서 대형 지진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올해 3월에 있었던 1심에서 히로시마지방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으나 2심에선 결정이 뒤집혔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와 전력회사들의 원전 재가동 정책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원전 제로’를 선언하고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재가동 승인 방침에 따라 2015년 8월 규슈(九州)전력의 센다이(川內)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여러 기가 재가동 중이다. 일본 전국에서는 원전 재가동 발전을 막기 위한 주민들의 가처분 신청과 재판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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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샐러드는 어떠세요” 진열대옆 AI로봇이 상품 골라줘

    “조미액을 버무린 신선한 연어알을 듬뿍 넣었어요.” 7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미나토(港)구. 편의점 판매대에서 삼각김밥을 집어 들자 옆에 있던 인공지능(AI) 로봇 페퍼가 팔을 벌리며 이렇게 설명했다. 판매대 하단의 가격표 화면도 바뀌었다. 같은 열에 있던 6개의 상품 가격표가 모두 사라지고 기자가 고른 제품에 대한 상세 설명이 일본어와 영어로 번갈아 나왔다. 옆에 있던 편의점 업체 로손의 다니다 쇼이치(谷田詔一) 오픈이노베이션 센터 매니저는 “평소에는 디지털 화면에 광고가 나오다가 사람이 접근하면 가격표로, 상품을 고르면 상품 설명으로 바뀌는 인텔리전스 라벨”이라고 설명했다. 센서를 통해 어떤 상품을 고르고, 매대에 다시 올려놨는지 등이 저장돼 추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식품 진열대 옆에는 키 28cm의 로봇 쇼타가 “딱 맞는 상품을 추천해 줄 테니 얼굴을 보여 달라”고 졸랐다. 눈을 마주치자 “30년 동안 이어온 대표상품 가라아게쿤(치킨) 레귤러를 추천한다. 그런데 샐러드는 어떠시냐”고 물었다. 성별과 나이를 분석해 취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준 것이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곳은 실제 편의점이 아니라 로손에서 10월 신설한 편의점 모양의 연구시설이다. 로봇, 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미래형 편의점의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곳이다. 무인점포 운영을 염두에 두고 결제 자동화도 다양하게 시도 중이다. 장바구니에 물건을 넣고 계산대에 올리면 자동으로 포장하고 계산해주는 ‘레지로보’는 지난해 말부터 한시적으로 오사카(大阪) 매장에서 운영됐다. 내년 봄부터는 0시∼오전 5시에 수도권 일부 매장을 무인화할 방침이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매장에 출입하고 상품 바코드를 읽어 결제하는 방식이다. 현금으로는 결제할 수 없으며 해당 시간에 담배와 주류는 판매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화제가 된 아마존고처럼 아예 계산대를 없애려는 시도도 있다. 기자가 상품을 쇼핑백에 넣은 후 검색대 사이를 지나가자 화면에 구입한 제품의 목록이 떴다. 금액을 확인하니 바로 스마트폰으로 결제됐다. 다니다 매니저는 “무선주파수인식(RFID) 기술을 이용한 것인데 개당 10∼20엔(약 96∼192원)짜리 집적회로(IC) 태그를 상품에 부착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일본 편의점 업계와 정부는 2025년까지 전국 편의점의 상품에 1000억 개의 IC 태그를 부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 밖에도 3차원(3D) 센서를 이용한 고객 동선 분석, AI 화상분석을 통한 재고 관리 등을 테스트하고 있다. 시라이시 다쿠야(白石卓也) 오픈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사람이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로봇에게 맡길 생각이며 다양한 정보기술(IT) 기기를 통해 모은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마케팅, 상품 개발, 매장 배치 등에 두루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로손이 첨단기술 도입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인구 감소에 따른 심각한 일손 부족 문제가 있다. 일본 기업들은 주부, 외국인, 노인 등을 활용해 일손을 충당하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못해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외식업체와 쇼핑몰이 줄을 잇고 있다. 10월 기준으로 파트타임의 유효구인배율(구인자 수를 구직자 수로 나눈 비율)은 1.8배다. 아르바이트 자리가 1인당 1.8개씩 있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인건비가 오르고 있어 구인난 해소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첨단기술로 눈을 돌리는 기업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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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EU 자유무역협정 완전타결… 2019년 발효

    일본과 유럽연합(EU)이 8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 전체를 타결했다고 NHK 등이 전했다. 협정이 발효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 탄생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통화하고 EPA 최종 타결을 확인했다. 두 정상은 이후 “진심으로 환영한다. 세계에 보호주의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본과 EU가 자유무역을 전진시킨다는 정치적 의사를 전 세계에 보인 것”이라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기자들에게 “EPA는 아베노믹스의 새로운 엔진이 될 것”이라며 “일본과 EU가 손을 잡고 자유롭고 공정한 규칙에 기초한 경제권을 만들 것”이라고 타결 의미를 설명했다. 일본-EU EPA는 그동안 일본이 타결한 무역협정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올 7월 EPA 협상에서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뒤 세부 내용을 논의해온 양측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수석대표 회의에서 입장 차가 남아 있는 ‘분쟁 해결’ 항목을 협정에서 분리하는 방식으로 협상 전체를 타결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후속 조치를 마치고 내년 여름 서명한 뒤, 이르면 2019년 3월 영국이 EU를 이탈하기 전까지 EPA를 발효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협정이 발효되면 유럽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던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2011년 먼저 EU와 FTA를 맺고 현지 시장을 공략해왔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분야의 고전이 예상된다. 가전 분야에서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일본 내에서는 EU산 치즈와 돼지고기, 와인 등의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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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日 화합의 ‘도쿄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10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신국립극장 오페라팰리스. 공연장을 가득 채운 1500명의 관객 앞에서 테너 배재철 씨(48)가 아리랑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숨죽인 채 듣던 객석에선 노래가 끝나자 열광적인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공연장에선 올 7월 106세로 세상을 떠난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세이루카 국제병원 명예원장의 추모 행사가 열렸다. 히노하라 원장은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의사이며 생전에 ‘평생 현역’, ‘평화 전도사’로 불렸다. 2013년 배 씨의 노래를 처음 듣고 “내 생에서 음악을 통해 신을 느낀 것은 처음”이라며 감동해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배 씨는 1993년 동아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유럽에서 활동하던 세계적인 성악가다. 2005년 갑상샘암 진단을 받고 수술 후 목소리를 잃었지만 일본인 프로듀서 와지마 도타로(輪島東太郞) 씨의 도움으로 목소리를 찾아 재기했다. 그와 와지마 씨의 사연은 2014년 유지태 주연의 영화 ‘더 테너―리리코 스핀토’로 제작됐다. 배 씨와 히노하라 원장은 60년 가까운 나이 차에도 두터운 우정을 쌓으며 한일 화해·협력의 상징이 됐다. 히노하라 원장은 “둘이 하나의 몸이 돼 평화의 길을 걷겠다”며 고령에도 배 씨와 일본 전역을 누비며 10회 이상 평화 토크 콘서트를 했다. 그는 병상에 누워 구술로 남긴 책 ‘살아가는 당신에게’에서 “매번 눈물과 기립박수로 마무리되는 토크 콘서트 현장을 보면서 세계 평화가 언젠가 실현될 거란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책은 일본에서 9월 출간된 후 25만 부가량 팔렸다. 배 씨는 히노하라 원장의 초상화가 놓인 무대에서 아리랑을 포함해 4곡을 부르고 앙코르로 ‘어메이징 그레이스’, 히노하라 원장이 직접 만든 ‘사랑의 노래’ 등을 열창했다. 히노하라 원장은 생전에 특히 배 씨의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좋아했다. 그는 공연 후 대기실에서 기자와 만나 “돌아가시기 한 달 전 새 음반을 들고 찾아갔을 때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며 “마지막 인사라고 생각해 마음으로 불렀다”고 말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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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王, 2019년 4월 30일 퇴위

    아키히토(明仁·84) 일왕이 2019년 4월 30일 퇴위하고 다음 날인 5월 1일 아들인 나루히토(德仁·57) 왕세자가 새 일왕으로 즉위한다. 일본 정부는 8일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일정을 확정 발표했다. 이로써 1817년 고카쿠(光格) 일왕 이후 202년 만에 일왕의 생전 퇴위가 이뤄진다. 아키히토 일왕은 퇴위 후에는 ‘상왕(上皇)’으로, 미치코(美智子) 왕비는 ‘상왕비(上皇后)’로 불린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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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임금인상 압박에 中企 반발

    일본에서 정부 주도로 기업들의 임금 인상을 유도하는 이른바 ‘관제춘투’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최대 정책 목표를 위해 “내년에 임금을 3% 올리라”고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아베노믹스에서 소외된 중소기업과 노동자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는 것이다. 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중소기업은 사정이 어렵다”며 회원사에 임금 3% 인상 요구를 독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보육시설 대기 아동수를 줄이기 위해 기업들이 3000억 엔(약 2조9100억 원)을 부담하라는 아베 총리의 요청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이 60%를 부담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일본 정부는 직원 임금 총액의 일정 비율을 기업에서 징수해 보육시설 확충 등에 쓸 방침이다. 그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도 “앞으로도 자금이 부족할 때마다 경제계에 부담을 요청할 것인가”라며 비판했다. 미무라 회장의 발언은 아베노믹스의 수혜가 수출 대기업에만 돌아가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 모임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신原定征) 회장이 임금 3% 인상과 대기 아동을 해소하기 위한 부담에 적극 찬성한 것과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아베 총리가 요구한 3%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일본 최대 노동자단체인 렌고(連合)는 내년도 임금협상에서 정부 목표보다 낮은 2% 안팎의 인상을 경영자 측에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이 200만 명에 이르는 전일본금속산업노동조합협의회(금속노협)의 다카쿠라 아키라(高倉明) 회장도 6일 기자회견에서 “노동 조건은 노사가 주체적으로 정한다. (관제춘투는) 이제 적당히 좀 하라”고 비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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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소유자 불명 토지 공공목적 활용 추진

    일본 정부가 소유자 불명 상태인 토지를 일정 기간 공원 등 공공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용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신설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6일 전했다. 일본은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땅이 전 국토의 9분의 1에 이르러 문제가 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은 전날 소유자를 알 수 없는 토지를 지방자치단체장의 판단에 따라 최소 5년 동안 공원, 광장, 농산물 직판장 등 공공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내년에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사용 기한이 만료된 후에도 이의가 없으면 이용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중간에 소유자가 나타난 경우에는 이용 기한이 만료된 후 소유자에게 토지를 반환해야 한다. 일본에서 소유자가 사망한 후 등기가 되지 않거나, 명의자와 연락이 두절된 소유자 불명 토지는 전국적으로 4만1000km²에 이른다. 일본 4대 섬 중 하나인 규슈(九州)보다 크며 서울시 면적의 68배에 해당한다. 이처럼 소유자를 알 수 없는 토지가 늘어난 것은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토지의 자산 가치가 계속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방의 경우 1990년 초 버블 붕괴 후 20년 넘게 매년 지가가 하락 중인 곳이 허다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땅을 상속받은 후에도 관리비와 고정자산세 등의 부담 때문에 등기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하거나, 공공사업 등을 위해 활용하려 해도 사유재산이다 보니 현재로선 자치단체가 손을 댈 수 없다. 문제는 대를 거듭할수록 상속이나 매각이 더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소유자 불명 토지문제 연구회는 지난해 소유자 불명 토지로 인해 공공사업이 지체되고 지역이 황폐화되는 등 경제적 손실이 1800억 엔(약 1조7500억 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또 주인을 알 수 없는 땅이 2040년에는 남한 면적의 70%에 이르는 7만2000km²로 늘어 2017∼2040년의 경제적 손실이 총 6조 엔(약 58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국토성은 일시적인 이용권 제도와 별개로 건축물 없이 방치된 토지의 경우 특례조치를 도입해 도로, 하천 등 공공사업으로 영구히 수용하는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또 소유자를 찾기 위해 행정기관이 보유한 고정자산과세대장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새 제도는 이르면 2019년부터 시행된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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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익은 토마토만 골라 수확… 편의점 상품 진열도 척척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東京) 국제전시장 빅사이트. 방울토마토 10여 알이 달린 가지가 등장하자 인공지능(AI) 로봇이 카메라로 알들의 색과 형태, 위치를 파악했다. 이어 로봇 팔이 접근하더니 세심하면서도 빠르게 붉게 익은 토마토만 수확하기 시작했다. 약 30초 만에 5개를 모두 따자 주위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시연을 담당한 파나소닉의 가네다 마사아키(金田正明) 주임기사는 “숙성도를 파악한 후 잘 익은 토마토만 골라 시간당 360알을 딸 수 있다. 현재 정확도(익은 토마토 중 수확 비율)가 70∼80%에 이른다”며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 농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열린 행사는 세계 최대 규모 로봇 전시회 ‘2017 국제로봇전’이었다. 2년마다 열리는 행사인데 이번엔 14개국에서 612개 회사 및 단체가 참여했다. 2년 전보다 40%나 늘었다. 4일 동안 13만 명이 전시장을 찾았는데, 일본의 국가적 과제인 인구 감소를 로봇으로 극복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전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로봇은 도요타자동차가 개발한, 두 발로 움직이는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T-HR3’였다. T-HR3는 사람이 고글과 컨트롤러를 착용하고 움직이면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정확히 따라 했다. 가라테 발차기, 일본 전통극 가부키(歌舞伎) 동작 등을 매끄럽게 선보이기도 했다. 유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토크서보 모듈을 29개 관절에 사용했다. 개발을 총괄한 모리다이라 도모히사(森平智久) 파트너로봇부 그룹장은 “동작을 부드럽게 제어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도중 사람과 부딪쳐도 사람이 안전하다”며 “가사를 돕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재해 현장 등에서도 맹활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시회에는 심각한 인력난을 겪는 농업과 서비스업 분야에 활용 가능한 로봇이 다수 선보였다. 야마가타(山形)대는 체리 수확 로봇을, 우쓰노미야(宇都宮)대는 딸기 수확 로봇을 출품했다. 시드솔루션스는 도쿄대 연구진과 손잡고 편의점에서 상품을 진열하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자동으로 골라내는 서비스 로봇을 시연해 호평을 받았다. ‘노인대국’답게 뇌파를 이용해 움직이는 휠체어, 자동으로 옷을 입혀주는 로봇 등 요양시설에서 이용 가능한 로봇도 여럿 보였다. 일본 최초로 산업용 로봇을 생산한 가와사키중공업은 이날 산업 현장에서 숙련된 장인의 솜씨를 재현하는 ‘후계자’ 로봇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숙련 기술자가 원격장치를 통해 작업을 진행하면 로봇이 이를 따라 하면서 위치 가속도 등 미묘한 움직임을 기억했다가 나중에 그대로 따라 했다. ‘젊은이들이 생산 현장을 떠나며 기술 전승이 중단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이다. 화낙, 오므론, 야스카와전기 등 제조업 로봇 메이커들은 AI와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스마트공장(무인공장)을 내놓았다. 오므론은 부품 공급부터 조립, 검사, 출하 등 일련의 과정을 모두 로봇이 맡는 공정을 재현했다. 오므론 관계자는 “로봇에 문제가 생겼을 때 관리할 공장 담당자만 있으면 현장 인력 없이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밖에 맥주 따르는 로봇, 뱀처럼 생긴 하수구 검사 로봇, 일본의 전통 인형극 분라쿠(文樂)를 재현한 로봇 등이 눈길을 끌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회사원 가라시마 메구미 씨(54)는 “정말 멋지다. 마치 로봇 애니메이션 세계에 들어온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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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이어 日도 법인세 20%로 낮춘다

    일본 정부가 임금을 인상하고 인공지능(AI) 등 혁신기술에 투자하는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20% 내외까지 파격적으로 깎아줄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일 보도했다. 당초 25% 내외로 인하할 예정이었지만 미국에서 2일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0%로 내리는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자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추가 인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8일 발표할 ‘생산성 혁명 정책 패키지’에 내년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법인세 부담을 최대 10%포인트가량 대폭 경감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포함시키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조율 중이다. 당초 일본 정부가 정한 내년 법인세 실효세율(각종 공제를 제외하고 기업이 실질적으로 떠안는 세 부담)은 29.74%였다. 2012년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집권할 때만 해도 35.64%였지만 이후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내세우며 단계적으로 인하해 지난해 30% 밑으로 떨어졌다. 엔화 약세와 법인세 인하로 사상 최대의 수익을 거둔 일본 기업들이 속출했지만 정부가 원하는 만큼 임금 인상 및 설비 투자에 나서지 않았다. 인구 감소 등 일본 경제의 구조적 리스크 때문이었다. 이에 아베 정권은 정부가 기대하는 ‘3% 이상 임금 인상’을 단행하고 설비 투자를 늘린 기업에 대해 25% 내외로 실질 법인세 부담을 줄여준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조만간 발표할 방침이었다. 신문은 “현재는 전년 대비 2% 이상 임금을 올릴 경우 임금인상 촉진세제의 혜택을 받고 있다”며 “요건은 엄격해지지만 연간 몇만 건의 이용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이 일본보다 낮은 20%로 법인세율을 낮추겠다고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여기에 유럽 각국이 감세 기조를 밝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는 33.33%인 법인세를 25%까지 단계적으로 내릴 방침이며, 영국도 19%인 법인세를 2020년까지 17%로 낮출 계획이다. 결국 일본 정부는 추가로 2단계 감세를 신설해 기업들이 AI, 사물인터넷(IoT) 등 혁신 기술에 투자하며 국가적인 생산성 향상 노력에 동참할 경우 실질 세부담을 5%포인트가량 더 깎아주기로 했다.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50%에 육박하는 상황이지만 글로벌 투자 유치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감세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임금 인상과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에 과감한 경영 판단을 촉진하는 세제 조치를 마련한다’는 내부 방침도 정했다. 수익을 내면서도 임금을 올리지 않거나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은 세금 우대 대상에서 제외해, 실질적으로는 세금을 더 내게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본까지 법인세 인하에 동참하면서 전 세계적인 ‘감세 레이스’는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한국 국회에서 나타나는 법인세 인상 움직임에 대한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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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표류 北선원들, 대피소서 가전제품 훔쳐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무인도에 표류한 북한 목선 선원들이 무인도 대피소에 마련된 오토바이와 TV 등 가전제품들을 훔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NHK 등이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해상보안본부는 지난달 28일 정체불명의 목선이 홋카이도의 무인도 마쓰마에코(松前小)섬에 정박하는 것을 포착했다. 날씨 때문에 섬에 접근하지 못한 순시선이 다음 날 인근 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발견하고 접근하자 선원들이 배 안에 있던 가전제품 일부를 바다에 던졌다. 이상하게 여긴 순시선은 일부를 회수했으며 선원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목선에 탑승한 선원은 모두 10명이었다. 이들은 “9월에 북한을 출발해 동해에서 오징어잡이를 했으며 한 달 전부터 배의 키가 고장 나 표류했다”고 진술했다. 또 “악천후 속에서 우연히 섬을 발견해 피난했으며 그러지 않았다면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색 결과 목선 안에서는 TV 등 가전제품이 여럿 발견됐다. 이후 이들이 정박했던 무인도를 조사한 결과 현지 어업협동조합 소유의 피난소에 있던 오토바이와 TV, 냉장고, 세탁기, 발전기, 전기밥솥 등이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다. 식기, 이불, 점퍼 등이 들었던 가방도 없어졌다고 한다. 등대에도 침입한 흔적이 발견됐으며,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용 태양전지판도 일부가 사라진 상태였다. 일본 경찰은 북한 선원들이 가전제품 등을 훔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하코다테(函館)항으로 예인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관련 법령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동해에 접한 일본 자치단체 해안에서는 무리하게 조업에 나섰다가 표류한 북한 배와 주민, 백골 시신 등이 연달아 발견되고 있다. 4일만 해도 야마가타(山形)현 쓰루오카(鶴岡)시 해안에서 3구의 시신과 목선 조각이, 아키타(秋田)현 니카호시의 해수욕장 근처에서 1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홋카이도 표류 목선 선원들의 절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동해 연안 주민들의 불안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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