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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이 무력 충돌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 합의를 29일 전격 타결했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발생 한 달 후 탈레반이 테러 주범인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비호한다는 이유로 같은 해 10월 아프간을 공격했다. 18년 4개월 만에 양측이 합의에 도달했지만 아프간 정부가 곧바로 부정적 입장을 밝히는 등 이행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과 탈레반 대표는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일명 ‘도하 합의’로 불리는 평화합의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군은 현재 1만3500명인 아프간 내 미군을 135일 안에 860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제동맹군도 14개월 안에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 아프간 중앙정부가 억류하고 있는 약 5000명의 탈레반 포로도 석방하기로 약속했다. 탈레반 역시 알카에다 같은 극단주의 테러단체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과격 무장조직이 군인을 모병해 훈련하거나 자금 조성을 하지 못하게 하고 이들 조직의 여행증명 등 법적 지원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해외주둔 미군 철수를 공약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최장기 전쟁이 끝났다. 미군을 집으로 데려오는 역사적 걸음을 내디뎠다”고 반겼다. 미국은 아프간 전쟁에 약 7600억 달러(약 920조 원)를 쏟아부었고 미군 사망자만 2400명에 이른다. 유엔, 나토, 유럽연합(EU) 등도 일제히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 승리에 필요한 외교적 성과를 위해 탈레반과의 협상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9월 대통령과의 불화로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위터에 “합의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최측근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조차 “탈레반이 합의 사항을 지킬지 회의적”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합의가 국가 대 국가의 협정 및 조약이 아닌 미 정부와 무장조직의 조건부 약속이라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1일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관한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 포로 교환은 미국의 권한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프간 내정을 안정시킬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 역시 일반 미군 철수와는 별개로 대테러부대를 계속 주둔시킬 방침이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정미경 기자}
‘미국의 경제 호황은 누구의 업적인가’를 두고 1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한판 붙었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의 날’인 이날 전·현직 대통령이 유치한 수준의 설전을 벌여 “대통령 망신 다 시켰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망쳐 놓은 경제를 내가 살려 놨다”고 자랑했지만 반응을 보이지 않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드디어 이날 입을 열었다. 자신의 트위터에 “11년 전 최악의 경기침체를 이겨내기 위해 ‘미국의 회복과 재투자 법안(ARRA)’에 서명했다”며 “이후 10년 넘게 경제성장과 고용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썼다. 법안 원본과 함께 법안에 서명할 때 썼던 만년필 사진까지 첨부했다. 올해 대선 캠페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부각하고 있는 경제 성과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장 대응에 나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윗을 올린 지 30분도 안 돼 폭스뉴스에 보낸 장문의 e메일에서 “아직 경제성장이 지속된다고?”라고 반문하며 “오바마 시대의 경제정책은 모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9년부터 10년에 걸쳐 8320억 달러를 인프라, 고용 등에 투자하는 초대형 경기부양책이 서서히 효과를 내는 시점에 집권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회복 법안이 아닌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 본인의 정책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뤄냈다고 주장해 왔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의 경제 호황은 누구의 업적인가’를 두고 1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한판 붙었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의 날’인 이날 전·현직 대통령이 유치한 수준의 설전을 벌여 “대통령 망신 다 시켰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망쳐놓은 경제를 내가 살려 놨다”고 자랑했지만 반응을 보이지 않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드디어 이날 입을 열었다. 자신의 트위터에 “11년 전 최악의 경기침체를 이겨내기 위해 ‘미국의 회복과 재투자 법안(ARRA)’에 서명했다”며 “이후 10년 넘게 경제성장과 고용호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썼다. 법안 원본과 함께 법안에 서명할 때 썼던 만년필 사진까지 첨부했다. 올해 대선 캠페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부각하고 있는 경제성과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장 대응에 나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윗을 올린지 30분도 안돼 폭스뉴스에 보낸 장문의 e메일에서 “아직 경제성장이 지속된다고?”라고 반문하며 “오바마 시대의 경제정책은 모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9년부터 10년에 걸쳐 8320억 달러를 인프라, 고용 등에 투자하는 초대형 경기부양책이 서서히 효과를 내는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회복법안이 아닌 규제완화, 세제혜택 등 본인의 정책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뤄냈다고 주장해왔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70대 노장이 ‘뉴햄프셔 아성’을 지킬까, 30대 ‘떠오르는 별’이 무너뜨릴까. 미국 대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당원대회(코커스)에서 30대 정치 신인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38)이 1위에 오르는 대이변을 연출하면서 두 번째 경선 무대인 뉴햄프셔로 정치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뉴햄프셔주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9)의 지역구인 버몬트주와 맞닿아 있어 대표적인 ‘샌더스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그는 4년 전 이 지역에서 22%포인트 차이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승리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부티지지가 바짝 따라붙거나 역전한 것으로 나타나 팽팽한 접전을 이루고 있다. 두 사람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다른 후보들과 격차를 크게 벌리며 아이오와에서 확인된 신(新)양강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선거 통계 분석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538)’에 따르면 뉴햄프셔에서 샌더스 후보의 승리 가능성은 68%로 가장 높지만 최근 부티지지 후보가 25%까지 올라왔다. 8일 CNN방송이 뉴햄프셔대와 공동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샌더스 후보가 28%, 부티지지 후보가 21%를 기록했다. 같은 날 보스턴글로브-서퍽대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티지지 후보의 이 지역 지지율은 25%로 샌더스 후보(24%)를 앞섰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부티지지 후보가 처음으로 1위에 오른 것이다. 앞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부티지지 후보(26.2%)가 0.1%포인트 차이로 샌더스 후보를 누른 것으로 나타났다. 급상승하는 부티지지 후보의 인기는 뉴햄프셔의 유세 현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날 폴리티코는 뉴햄프셔 메리맥에서 진행된 그의 타운홀 미팅은 참가자들로 북새통을 이뤄 일부는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부티지지 후보가 공략하고 있는 대상은 대학생과 퇴역 군인, 중도 성향 부동층 등이다. 이들은 2012년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표를 줬지만 2016년에는 도널드 트럼프에게로 돌아섰던 유권자들이다. 그는 “나는 워싱턴이 귀 기울이지 않는 수많은 미국인과 지역사회, 중소도시의 목소리를 대변하려 이 자리에 있다”고 역설했다. 부티지지 상승세에 샌더스 후보는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샌더스 후보는 7일 뉴햄프셔 행사에서 부유한 후원자들이 부티지지를 후원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 “우리는 억만장자들이 경제뿐 아니라 우리의 정치적 삶을 통제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날 AP통신 등은 아이오와에서 이변을 일으킨 부티지지 후보가 코커스 다음 날인 4일부터 나흘간 400만 달러(약 48억 원)를 모금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후보도 8일 ABC와의 인터뷰에서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 없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 부티지지는 흑인 사회를 통합하지 못한다”며 공격에 동참했다. 바이든 후보는 또 “(시장으로서) 그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개목걸이를 전산화하는 정책이었다. 그런 사람이 후보로 결정되면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은 망한다”며 부티지지 후보가 소도시 시장 출신이라는 점을 조롱했다. 샌더스와 부티지지 후보에 연연하지 않는 전략도 이어졌다. 아이오와에서 3위를 기록한 워런 후보는 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평생 동안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이겨 왔다”며 지지자들을 격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워런 후보의 전략을 “다른 후보들을 비판하기보다는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분석했다. 3월 3일 ‘슈퍼 화요일’을 노리며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경선을 포기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은 8일 워싱턴주 스포캔에 선거 캠페인 사무소를 열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김예윤·정미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정적(政敵)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수사를 압박했다는 소위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야기한 대통령 탄핵안이 5일 미 상원에서 최종 부결됐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4일 하원의 탄핵 조사가 시작된 지 4개월여 만에 탄핵 굴레에서 벗어나 재선 캠페인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극심한 국론 분열 등 후유증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상원의원 100명은 이날 대통령의 권력 남용 및 의회 방해 혐의에 대한 탄핵안을 표결했다. 군사원조 중단 등을 빌미로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수사를 압박했다는 권력 남용 혐의는 52 대 48, 탄핵 조사의 증인 소환 및 자료 제출을 가로막았다는 의회 방해는 53 대 47로 ‘무죄’ 결정이 내려졌다. 집권 공화당 53명, 야당 민주당 45명, 친(親)민주당 성향 무소속 2명이 각각 당론대로 표결한 결과다. 표결은 약 25분 만에 싱겁게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앤드루 존슨, 빌 클린턴에 이어 하원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세 번째 미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았지만 최종 면죄부를 받았다. 민주당은 지난해 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가 공모했다는 러시아 스캔들 의혹에 이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백악관에 일격을 가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트럼프 재선 가도 날개 백악관 집무실에서 표결 장면을 시청한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은 부결 직후 종신 대통령을 희망하는 듯한 동영상을 담은 트윗을 올렸다. 재선 유세용으로 만들어진 이 영상에서는 ‘2020’이란 숫자가 2024, 2028 등으로 바뀌다 ‘영원(Eternity)’을 뜻하는 ‘E’로 끝난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그가 과거에도 연임만 가능한 미 헌법을 넘어 그 이상 집권할 수 있다는 농담을 종종 해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 트윗에서 “6일 낮 12시 탄핵 사기에 대한 미국의 승리를 말하는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공지했다. 그의 재선 가도 역시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아이오와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집회를 연다. 또 11일 예비경선(프라이머리)을 앞둔 뉴햄프셔 등 민주당 경선이 열리는 곳을 찾아다니며 ‘맞불 유세’도 벌이기로 했다. 여론조사 갤럽이 4일 공개한 조사에서 그의 국정 지지율은 2017년 1월 취임 후 가장 높은 49%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력도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워싱턴 정가의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와의 관계가 빈약한 편이었다. 집권 4년 차인데도 국경장벽 설치,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안) 폐지 등 핵심 공약이 빛을 보지 못한 이유가 행정부에 과도하게 의지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탄핵 부결로 공화당 전체가 그의 공약 달성 및 재선을 위해 질주할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대통령 측근은 민주당을 향한 공세에 나섰다.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증인 출석 저지를 주도한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어마어마한 정치적 실수”라고 지적했다.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전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원고를 찢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향해 “구제불능 어린아이 같았다. 분노발작(tantrum)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할 때 종종 쓰는 단어 ‘분노발작’을 차용해 되갚아준 셈이다.○ ‘앙숙’ 롬니는 탄핵 찬성 이날 밋 롬니 상원의원(73·유타)은 대통령의 권력 남용 혐의에 대해 공화당 53명 중 유일한 ‘유죄’표를 던졌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그는 미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찬성표를 던진 최초의 여당 상원의원이다. 두 사람은 모두 기업가 출신이지만 2012년과 2016년 공화당 경선을 거치면서 원수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2년 당시 “롬니는 공화당 사상 가장 멍청한 후보”라고 비판했다. 롬니 의원도 4년 후 “트럼프는 사기꾼이며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맞섰다. 둘의 관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롬니 의원을 초대 국무장관으로 고려하는 듯하다 석유 기업가 출신 렉스 틸러슨을 장관으로 뽑으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일각에서는 롬니의 이날 반대가 2024년 대선 출마 등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롬니 의원을 민주당의 비밀 자산이라고 비난하는 동영상을 리트윗하며 공화당 제명을 주장했다.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롬니가 대통령이 되지 못해 훼방을 놓고 있다. 민주당원인 그를 상원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거들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정미경 기자}
“이렇게 될 줄 알면서 왜 헛소동을 벌였나.”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부결 후 뉴욕타임스(NYT)는 야당 민주당을 향한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상원 다수당인 집권 공화당의 상원 장악,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이란 중층 구조 속에서 부결이 예견됐기 때문이다. 3일 아이오와 당원대회(코커스) 당시 유례없는 개표 결과 지연에 이어 야심 차게 주도한 탄핵안의 부결까지 맞은 민주당은 재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4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원고를 찢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다음 날 열린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 울분을 내비칠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대응 능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오와 코커스 유세 기간 동안 탄핵 문제를 거의 거론하지 않았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탄핵을 넘어 미래가 중요하다’는 선거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탄핵에 연연하지 않은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 중부 시간 6일 오전 5시(한국 시간 6일 오후 8시) 기준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는 97%의 개표가 완료됐다. 부티지지 후보가 26.2%로 1위, 버니 샌더스 후보는 0.1%포인트 뒤진 26.1%를 기록하고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2일 미국프로미식축구(NFL) 결승전 ‘슈퍼볼’ TV 중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주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억 소리’ 나는 광고 전쟁을 벌였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거금 1100만 달러(약 130억 원)를 들여 슈퍼볼 중간광고 시간에 60초짜리 정치 광고를 선보였다. 우리 돈으로 초당 2억 원이 넘는 광고에 선거자금을 쏟아부은 셈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60초짜리 광고를 내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극적인 총기 규제 정책을 비난하려는 의도가 엿보였지만 직접적으로 트럼프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정치자금 기부를 받지 않고 자신의 재산만으로 선거운동을 치르고 있는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미 TV 광고에 2억8900만 달러(약 3450억 원)라는 천문학적 액수를 투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법제도 개혁 광고와 자신의 경제 성과를 자랑하는 광고 등 30초짜리 2개를 내보냈다. 두 번째 방송된 경제 성과 광고에서는 ‘더 강하게, 안전하게, 풍요롭게’라는 새로운 선거 슬로건을 선보였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2일 미국프로미식축구(NFL) 결승전 ‘슈퍼볼’ TV 중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주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억 소리’ 나는 광고 전쟁을 벌였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거금 1100만 달러(약 130억 원)를 들여 슈퍼볼 중간광고 시간에 60초짜리 정치 광고를 선보였다. 우리 돈으로 초당 2억 원이 넘는 광고에 선거자금을 쏟아부은 셈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60초짜리 광고를 내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극적인 총기 규제 정책을 비난하려는 의도가 엿보였지만 직접적으로 트럼프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정치자금 기부를 받지 않고 자신의 재산만으로 선거운동을 치르고 있는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미 TV 광고에 2억8900만 달러(약 3450억 원)라는 천문학적 액수를 투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법제도 개혁 광고와 자신의 경제 성과를 자랑하는 광고 등 30초짜리 2개를 내보냈다. 두 번째 방송된 경제 성과 광고에서는 ‘더 강하게, 안전하게, 풍요롭게’라는 새로운 선거 슬로건을 선보였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심판 심리를 하루 앞두고 백악관과 야당 민주당이 정면충돌했다. 백악관은 20일 ‘탄핵소추안은 헌법적으로 무효’라며 신속한 부결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당장 해임하고 공직 수행을 영원히 금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백악관 법률팀은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는 110쪽 분량의 변론 요지서를 상원에 제출하며 ‘대통령의 권력남용 및 의회방해 혐의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즉시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치 매코널 집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탄핵심판 일정을 속전속결로 진행하되, 하원이 넘긴 증거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상원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WP는 백악관 법률팀이 대통령과의 불화로 지난해 9월 사퇴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증언하지 못하도록 물밑에서 설득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이 있고 증인 소환 과정이 길어지면 다음 달 4일 대통령의 연두교서 이전에 탄핵심판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상원은 탄핵심판의 절차 및 규정을 담은 결의안을 21일 상정한 후 22, 23일 변론을 거친다. 이후 상원의원들이 질의, 증인 소환, 신문 등을 진행한다. 빠르면 이달 말 최종 표결을 할 수도 있다. 상원 100석 중 53석을 집권 공화당이 보유해 최종 통과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공화당 지도부가 정한 취재 규칙에 대한 언론의 반발도 상당하다. 탄핵심판이 열리는 워싱턴 의회 본회의장에는 개별 언론사 카메라가 입장할 수 없다. 비영리 의회 전문방송 시스팬(C-SPAN) 카메라도 금지된다. 상원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방송 카메라 몇 대만 설치된다. 본회의장 앞 복도는 기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취재구역이지만 복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일도 허용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21∼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20일 스위스로 향했다. 탄핵심판이 시작되는 시점에 일부러 워싱턴을 비우고, 주요 국제 행사에서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정미경 기자}

일각에서는 말합니다.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요. 기생충은 작품상을 비롯해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습니다. 이유는 너무 잘 만들어서 그렇다는 겁니다. 작품성으로만 본다면 ‘기생충’은 확실한 수상감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나 수상할 경우 할리우드는 체면을 구기게 됩니다. “‘기생충’ 같은 훌륭한 영화가 받는 상을 왜 그동안 허접한 할리우드 영화에 줬던 거야” 하는 원성을 듣게 되겠지요. △Parasite‘s awards season domination would extend to the Nickelodeon Kids Choice Awards. 이달 초 뉴욕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배우 벤 스틸러가 ‘기생충’에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주러 나와 이런 농담을 합니다. “영화상 시즌에 보여준 ‘기생충’의 압도적인 성과는 니켈로디언상까지 연장될 것이다.” 니켈로디언은 어린이용 케이블 채널입니다. 영화상만 발표됐다하면 ‘기생충’이 휩쓰는 걸 보니 니켈로디언의 키즈 초이스상까지 섭렵할 기세라는 뜻이죠. △It’s worth bringing your glasses. 미국인들은 자막 있는 영화를 싫어합니다. 한국인들은 자막에 익숙한데 말이죠. 그래서 미국 수입배급사 네온은 ‘기생충’ 포스터에 이런 문구를 넣었습니다. 자막 있는 영화라는 말 대신 ‘당신의 안경을 가져올 만한(안경을 쓰고 자막을 읽을 만한) 영화’라고 홍보합니다. △Bong will win you over.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유쾌한 사람입니다. 미국의 다양한 영화 행사에 참석해 움츠러들지도 않고 온갖 유머를 구사합니다. 개그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는 할리우드 영화 대사를 흉내 내기도 합니다. 한 영화매체는 “봉 감독이 마이크 앞에 서면 설수록 그의 팬은 늘어난다”고 하더군요. 또 다른 영화인은 “봉 감독이 마이크를 잡으면 집이 무너진다(bring the house down)”고 합니다. 집이 무너질 정도로 관객을 열광시키고 웃긴다는 거죠. 여기서 ‘win over’는 ‘이기다’라는 뜻입니다. ‘봉 감독은 당신을 이길 것이다’는 ‘당신을 자기편으로 만들 것이다’라는 뜻이 되겠죠.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영국의 유명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보수당 후원자인 데이비드 롤랜드가 2010년대 초반 북한을 방문해 통치자금을 관리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18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롤랜드는 2011년 5월 북한을 방문했고, 북한의 외교 당국자들과 회동했다. 홍콩의 대북사업가 조니 혼이 롤랜드가 북한을 방문할 수 있도록 중개 역할을 해줬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최근 롤랜드의 아들이 롤랜드와 혼이 주고받은 편지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서신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롤랜드의 통치자금 관리 제안에 큰 관심을 가졌으며 그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융숭한 대접을 했다. 롤랜드 일행들만 참석한 가운데 특별 연주회가 열렸고, 북한 고위 지도부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고속도로를 이용하는 특권도 누렸다. 롤랜드와 북한 당국은 최고지도층과 국영기업의 자산을 해외 비밀 은행시설에 관리하는 방안, 롤랜드를 비롯한 영국 기업들이 북한의 금광과 철광에 투자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과 롤랜드의 의견 차이로 통치자금 관리 문제는 실현되지 못했고 롤랜드는 이후 북한을 방문하지 않았다. 롤랜드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대형 부동산 개발로 유명하며 영국 보수당에 최근 10여 년 동안 600만 파운드(약 90억 원)의 정치자금을 후원해왔다. 그는 영국 앤드류 왕자를 비롯한 일부 왕족들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임박한 공격 위협’ 때문에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과 배치되는 사실들이 밝혀질 때마다 말 바꾸기를 하며 신뢰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미 NBC방송은 13일 전·현직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7개월 전에 솔레이마니 제거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NBC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상공에서 미군 정찰무인기를 미사일로 격추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제거를 승인했다. 당장 사살하진 말고 ‘미국인 사망’이라는 레드라인을 넘을 때 실행하도록 명령을 내렸다는 것. 백악관 국가안보팀이 앞서 2017년부터 솔레이마니 제거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임박한 위협 때문에 그를 폭살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것.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물러섰다.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그(솔레이마니)의 끔찍한 과거로 볼 때 ‘임박한 위협’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 전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이 “4개 미국 대사관에 대한 임박한 위협의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과 엇박자를 낸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할 수 없는 기밀 정보”라고 둘러대며 임박한 위협 출처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또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한 보수매체가 올린 합성 사진을 리트윗한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이란 국기를 배경으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이슬람 성직자가 쓰는 터번과 여성이 쓰는 히잡을 각각 머리에 두르고 있는 장면이다. 사진에는 ‘아야톨라(이란의 최고지도자)를 구하기 위해 민주당은 최선을 다한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무슬림들의 반발을 불러오는 한편 이슬람권과의 관계 악화에 기름을 붓는 위험한 사진”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 “이란 사태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행동은 이미 백악관 참모진의 제어 영역을 벗어났다”고 전했다. 참모들의 충고에 관심이 없고 자신의 판단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때문에 이란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참 헷갈립니다. 영국 언론은 최근 왕실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해리 왕손 부부를 대역죄인 취급합니다. 반면 미국 매체들은 ‘잘됐다’는 분위기입니다. 미국의 관심사는 오직 ‘해리 왕손 부부가 독립하면 돈을 얼마나 벌까’에 모아져 있습니다. 어느 쪽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 건가요. △“I really tried to adopt this British sensibility of a stiff upper lip.” 해리 왕손의 부인 메건 마클 왕손빈이 지난해 11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이 말 한마디로 영국인들의 미움을 왕창 받게 되는데요. ‘Stiff upper lip’은 직역으로 ‘뻣뻣한 윗입술’입니다. ‘입술을 꽉 문다’는 뜻이지요. 영국의 국민성을 말해주는 표현입니다. 아무리 힘든 고난에 부딪쳐도 입술을 꽉 물고 불굴의 정신으로 나아간다는 뜻입니다. 메건 왕손빈은 “영국 특유의 감성인 불굴의 정신으로 왕실 생활을 이겨내려 했다. 그러나 바보 같은 짓이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이런 반응이 나옵니다. “감히 네가 영국의 국민성을 들먹거려?” △“It‘s a masterclass in wanting to have your cake and eat it.”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해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됩니다. 그럴 때 이렇게 말하죠. ‘You can’t have you cake and eat it too’입니다. 한국 버전으로 한다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 해리 왕손 부부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즐겨 하는 말입니다. 왕실의 특권은 버리지 않으면서 왕실의 간섭이나 의무로부터는 자유로워지겠다는 것은 이기적인 욕심이라는 겁니다. 그냥 욕심도 아니라 욕심의 명작(masterclass) 수준. △Harry and Meghan show us what happens when you have ‘an heir and a spare.’ 영국 왕위 계승자는 형 윌리엄 왕세손입니다. 서열 6위인 해리 왕손은 사실 가능성이 없습니다. 계승 라인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spare(여분)’라고 부릅니다. ‘An heir and a spare(계승자와 여분)’는 왕실이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워싱턴포스트 기사 제목입니다. 여분의 삶을 살아야 하는 해리 왕손이 자기 인생을 건설적으로 찾아가겠다는 것은 욕먹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지금 아랍에미리트(UAE) 미군 기지에서 전투기가 출동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미국의 보복이다. 전면전 위기다!” 9일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다. 트위터 계정 이름과 프로필 사진은 로버트 드니로. 배우 생활 하느라 바쁜 드니로가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을 생중계할 시간이 있는지 궁금할 찰나, 계정 이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패러디’라는 깨알 같은 글씨가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란이나 다른 중동 국가가 가짜 드니로 계정을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드니로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반대하는 뚜렷한 정치적 소신을 가졌다는 점을 이용해 미국에 불리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이다. CNN은 이날 “‘압둘라’ ‘파비안’ 등 아랍 이름으로 보이는 중동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상당수가 미국에 불리한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8일 중동 SNS에서 공개한 이라크 미군기지를 향해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사진 대부분은 가짜다. 이란이 2017년 시리아 내전 때 반군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 사진이거나 지난해 11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충돌로 불바다가 된 가자지구의 모습이다. 미국 언론은 사정을 모르다 보니 이 사진들을 그대로 가져다 쓴다. 중동 SNS는 없는 뉴스까지 만들어낸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기 전 공군을 시찰했다는 뉴스가 사진과 함께 SNS에 올랐지만 하메네이는 당시 군 당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사진은 2014년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 항공박람회 때 하메네이가 현장을 둘러보는 사진을 가져온 것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우려했던 ‘중동의 화약고’가 결국 터졌다. “보복을 하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엄포에도 8일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 2곳을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중동 지역을 둘러싼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 하메네이의 지시 뒤 즉각 대응 이란의 공격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강경 대응을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하메네이는 7일 이란 국가안보위원회를 직접 방문해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에 대한 ‘비례하고 직접적인 보복’을 지시했다. 중동 외교 소식통은 “하메네이의 지시는 무조건 이행해야만 하는 일종의 ‘스탠딩 오더’”라며 “이란군은 신속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반미 감정 고조도 이란이 즉각적으로 보복에 나선 배경으로 보인다. 영국 BBC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공격 직후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가 어젯밤 미국의 뺨을 때려줬다”며 중동에 주둔한 미군의 철수를 요구했다. 이어 “미국인들은 거짓되고 기만적이다. 그들은 위대한 사령관(솔레이마니)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하려 했다. 이 지역에서 부패한 미국인의 존재는 종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TV 연설에서 “우리는 물러서지 않는다. 미국이 범죄를 저지르면 그에 응당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이 솔레이마니를 폭살한 시간과 같은 시간에 맞춰 보복을 단행했다. 이를 두고 외신은 “꾸란(이슬람 경전)의 형벌 원칙인 ‘키사스’(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 공격”이라고 전했다. 공격 지점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두 기지는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기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아인알아사드 기지에는 미군 1500여 명, 아르빌 기지에는 700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아인알아사드 기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방문했다는 상징성도 있다. 이란이 13개 보복 시나리오를 밝힌 만큼 향후 공격 규모도 주요 관심사다. 이란은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 하이파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론하며 “미국의 공격에 가담하면 우리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북한과 관련된 미사일 발사한 듯 이라크 군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아인알아사드 기지에 미사일 17발, 아르빌 기지에 5발을 발사했다. 아인알아사드에 떨어진 미사일 중 2발은 불발됐다. 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에서 좀 더 가까운 아르빌에는 사거리가 짧은 파테-110을, 더 멀리 있는 아인알아사드에는 사거리가 긴 키암-1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 미사일 모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다. 키암-1과 파테-110은 모두 북한과 관련이 깊다. 키암-1은 이란이 북한의 화성-6형 미사일을 수입해 국산화한 ‘샤하브-2’를 개량한 모델로 알려졌다. 이란이 2011년 실전 배치했으며 최대 사거리가 750km다. 파테-110은 최대 사거리가 300∼500km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이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키암-1에 비해 더 빠르게 준비해서 쏠 수 있다. 파테-110은 2012년경 북한에 수출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2019년 미 의회조사국은 “북한과 이란이 탄도미사일에 대한 협력을 계속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발표했다. 두 기지가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이번에 미군이 이란의 미사일을 요격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란의 미사일은 1발도 격추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패트리엇(PAC-3)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라크에 배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인알아사드 기지가 방어가 아닌 전진기지 개념이라 패트리엇이 배치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정미경·최지선 기자}

7일 미 온라인매체 엑시오스에 따르면 정보당국은 이란이 미사일 공격 목표로 삼은 이라크 미군기지 2곳 분석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 아사드 기지와 아르빌 기지를 공격 목표로 삼은 이유를 알면 이란 보복공격의 전반적인 시나리오를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더불어 시작된 미군기지 설립은 수도 바그다드 서부와 북부 등 두 지역에 집중됐다. 한 때 미군 기지는 200여곳 이상이었으나 2010년대 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 철군이 시작되면서 기지도 크게 축소돼 현재 20여개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다.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이라크 서부 안바 지역의 광활한 사막에 설립된 알 아사드 공군기지다. 2003년 미군이 이라크에 가장 먼저 설립한 기지로, 미군은 이곳에 터를 닦기 위해 본토에서 벽돌 한 장까지 모두 날라온 것으로 유명하다. 알 아사드에는 미군 1500여명 주둔하고 있다. 이라크에 남아있는 미군 5500여명 중 4명당 1명꼴로 이 곳에 몰려있는 셈이다. 알 아사드 기지가 유명한 것은 미군 물자수송의 허브로 병참 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기류는 물론 미군 생필품까지 이곳을 통해 이라크 전역과 인근 국가들의 미군기지에 전달된다. 이란이 알 아사드 기지를 목표로 삼은 것은 인명 피해를 노린 것이 아니라 미군 군수물자 수송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우려가 미 군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엑시오스는 전했다. 이라크 북부에 있는 아르빌 역시 공군기지다. 북부의 미군 기지들은 전투력이 뛰어난 미군들의 집합소로 불린다. 이라크 치안뿐 아니라 북부에 근거를 둔 쿠르드 반군과도 전투를 벌여야 하는 이중 임무를 띄고 있다. 북부에 있는 5개의 미군기지 중 아르빌 기지가 가장 크며 700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아르빌 기지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심 끝에 파병을 결정했던 자이툰 부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올해 칼럼을 결산하면서 누가 가장 많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는지 알아봤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 올해 마지막 칼럼 주인공도 트럼프 대통령으로 준비했습니다. 트럼프 탄핵 정국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You can’t chalk it up to the slip of a finger.”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쓰는 단어는 ‘outrageous’입니다. 자신을 탄핵시킨 민주당을 “터무니없다”고 비난합니다. 그런데 철자가 틀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윗들을 보면 ‘outrageous’가 아니라 ‘outrages’라고 쓰여 있습니다. 워싱턴의 유명 변호사이자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의 남편인 조지 콘웨이는 “대통령이 얼마나 바보 같으면 이런 기본적인 철자도 틀리느냐”고 약을 올립니다. ‘Chalk up’은 ‘핑계를 대다’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자가 틀린 것을 손가락이 미끄러졌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댈 수 없다는 겁니다. 손가락이 한 번 미끄러진 것이라면 그렇게 매번 철자를 틀리겠습니까. △“This is the hand he’s been dealt.” 예컨대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주변 상황이 불리합니다. 그렇다고 시도해 보지도 않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상황이 어떻든 나는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럴 때 “Play the hand you’ve been dealt”라고 말합니다. 대통령이 탄핵당했다고 분노 나타내면 되겠습니까. 국가를 경영하기 위한 정책도 내놓아야 하고 외교도 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그는 탄핵이라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합니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진전시키고 내년 예산안에 서명한 것을 말하는 겁니다. △“What a travesty it is!” 뒤쪽을 생략하고 그냥 “What a travesty!”라고 더 많이 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하자 공화당 의원들이 자주 이런 말을 합니다. ‘Travesty’라는 단어는 좀 복잡한 의미가 있는데요. 원래 뜻은 ‘왜곡되고 오해된 상황’을 말합니다. 현대에 와서는 ‘비극’이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민주당이 만들어놓은 현 상황이 매우 비극적이라는 것이지요.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시계 제로’입니다. ‘성탄절 선물’ 운운하며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 북한에 경고 메시지 보내느라 크리스마스에 고향에도 못 가는 미국 당국자들, 그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 우울한 광경입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He put an expiration date on the bromance with President Trump.”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한동안 편지를 주고받고 포옹을 하고 세상 친한 척하더니만 이제 그들의 관계는 완전히 끝난 듯합니다. ‘Expiration date’는 ‘유효기간’을 말합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의 말을 직역하면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브로맨스에 유효기간을 설정했다”가 됩니다. 좀 매끄럽지 못하죠.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끝내버렸다”고 하면 됩니다. △“It‘s hard to get a rise out of someone if they keep turning the other cheek.” 북한이 하루가 멀다 하고 ‘중대한 시험’을 진행하고 미국에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도 트럼프 대통령은 침묵 모드입니다. 물론 한두 번 북한에 경고했지만 수위가 별로 높지 않고 미지근해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뭐 내가 늙다리(dotard)라고”하면서 화낼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자 북한의 비난도 한풀 꺾였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의 말입니다. ‘Get a rise out of’는 ‘욕하다’는 뜻입니다. ‘Turn the other cheek’는 ‘참다’는 의미입니다. “그냥 참아 넘기며 자신을 상대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어떻게 화를 내겠느냐”는 뜻입니다. △Are you confident that we’re still watching rational actors who may push and pull but aren‘t going to risk blowing up the world? 아무리 갈등이 고조돼도 미국과 북한이 이성적 판단을 할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김정은도 트럼프 대통령도 이성적인 것과는 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제니 타운 38노스 편집장은 묻습니다. “북-미가 밀고 당기기를 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폭파시키지 않을 만큼 이들이 이성적인 플레이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된 뒤 숨지는 인권유린 사건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반발한 상원의원들이 대북 은행거래를 제한하는 일명 ‘오토웜비어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의 셰러드 브라운과 크리스 밴홀런 상원의원, 공화당의 롭 포트먼과 팻 투미 상원의원 4명은 18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토웜비어 법안’ 서명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법안 성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와 신디 씨 부부도 참석했다. AP통신 등 미 언론은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 통과 후 심의에 나서야 하는 상원에서 당파적 이해관계가 난무하는데도 불구하고 대북제재 법안을 도출한 의원들의 초당적 노력이 빛을 발했다”고 평가했다. ‘오토웜비어 법안’의 원래 명칭은 ‘오토 웜비어 북한 핵 제재 및 이행 법안’으로 불법 대북 금융거래를 돕는 해외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북한과 거래하거나 대북 거래를 도운 개인, 기관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신규 계좌 개설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돼 있다. NDAA는 17일 상원과 하원에서 이미 승인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 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NDAA에 서명하면 이 법안은 ‘오토웜비어법’으로 승격돼 자동 발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NDAA가 상·하원을 통과하면 즉각 서명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포트먼 의원은 “사실상 북한이 웜비어를 살해했다”며 “웜비어가 살아 있었다면 그 역시 이 법안을 지지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웜비어의 모친 신디 씨는 “나쁜 합의를 하지 말라. 그들이 하는 말을 믿지 말라.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대북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오토 윔비어의 고향인 오하이오를 지역구로 둔 포트먼 의원은 올해 4월 한국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할 때 ‘오토’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된 뒤 숨지는 인권유린 사건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반발한 상원의원들이 대북 은행거래를 제한하는 일명 ‘오토웜비어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의 셰로드 브라운과 크리스 반 홀렌 상원의원, 공화당의 롭 포트먼과 팻 툼니 상원의원 4명은 18일(현지 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토웜비어 밥안’ 서명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법안 성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와 신디 부부도 참석했다. AP통신 등 미 언론은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 통과 후 심의에 나서야 하는 상원에서 당파적 이해관계가 난무하는데도 불구하고 대북제재 법안을 도출한 의원들의 초당적 노력이 빛을 발했다”고 평가했다. ‘오토웜비어 법안’의 원래 명칭은 ‘오토 웜비어 북한 핵 제재 및 이행 법안’으로 불법 대북 금융거래를 돕는 해외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북한과 거래하거나 대북 거래를 도운 개인, 기관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신규 계좌 개설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돼 있다. NDAA는 17일 상원과 하원에서 이미 승인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 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NDAA에 서명하면 이 밥안은 ‘오토웜비어법’으로 승격돼 자동 발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NDAA가 상·하원을 통과하면 즉각 서명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포트먼 의원은 “사실상 북한이 웜비어를 살해했다”며 “웜비어가 살아 있었다면 그 역시 이 법안을 지지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웜비어의 모친 신디는 “나쁜 합의를 하지 말라. 그들이 하는 말을 믿지 말라.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행정부 대북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오토 윔비어의 고향인 오하이오를 지역구로 둔 포트먼 의원은 올해 4월 한국 비무장지대(DMZ) 방문 때 ‘오토’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